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말이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볼트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마포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세조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맥주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6,151
  • 김현미 “아파트가 빵이라면”, 진중권 “국민이 헨젤과 그레텔”

    김현미 “아파트가 빵이라면”, 진중권 “국민이 헨젤과 그레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발언에 김 장관이 프랑스 마지막 왕비처럼 ‘빵투아네트’냐는 비판에 이어 국민이 헨젤과 그레텔이 됐다는 풍자도 등장했다. 김 장관은 30일 열린 국회 국토위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5년 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며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해 맹비난을 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과자로 된 집 삽화를 싣고, “김현미 장관님이 마련해주신 집이야”란 설명을 달았다. 흔히 잔혹동화로 불리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가난한 나무꾼 부부의 자식인 오빠 헨젤과 여동생 그레텔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숲을 헤매다 마녀가 만든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게 된다. 마녀는 그레텔은 하녀로 부리고 헨젤은 감방에 가둬 살찌워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남매는 기지를 발휘해 과자로 만든 집에서 탈출하고 마녀의 보물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결말이다.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누가 장관보고 아파트 만들어 내라고 한 적 없다”면서 “아파트 만들겠다는 사람보고 만들라 하고 사고 팔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사고 팔게 하며 세제와 금융을 거래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놔두면 아파트가 빵이면 좋겠다라는 희대의 헛소리를 안해도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란 국회 연설로 임대차3법 통과와 함께 전세가 사라지는 전세난을 경고했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장관에게 “김현미 장관 말은 ‘아파트는 빵과 달리 공사기간이 길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정부정책이 체계적이어야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설사 아파트가 빵이라 하더라도 시장원리는 비슷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지금의 정부방향이 시정돼야 할 필요성을 가리지는 않는다”면서 “요즘 잘 나가는 빵집으로 사람들이 아침부터 몰려 빵값까지 올린다면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빵집 내겠다는 사람 막지 말고, 각자 좋아하는 빵이 다른데 신도시에 빵집 많이 지으니 안심하라고 우기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어떤 빵맛을 좋아해야 하는지 정부가 국민을 가르칠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양한 빵집이 목좋은 곳에 충분히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전세대란 대책으로 지난 19일 다세대·연립 중심으로 11만 4000가구의 공공임대 공급안을 내놓았다. 이에 국회에서 전세대책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김 장관은 “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기는 남미] 아마존 도시서 갑자기 사라진 코로나19…이유는?

    [여기는 남미] 아마존 도시서 갑자기 사라진 코로나19…이유는?

    아마존 한복판에 있는 도시에서 하루아침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감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페루 로레토주(州)의 주도 이키토스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바로 그곳. 지난주 로레토주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는 4명이 전부였다. 앞서 지지난주에도 로레토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9명뿐이었다. 게다가 모두 경증환자라 단 1명도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 주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사람은 3명이 전부"라며 "그나마 2명은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을 뿐 확진판정이 나온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통계만 보면 로레토주는 코로나19 청정지역 같지만 8월까지만 해도 로레토주, 특히 주도 이키토스는 코로나19 지옥이었다. 적게는 하루 300명, 많게는 500명 이상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로레토주의 누적 확진자는 2만4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000명에 육박했다. 의료시스템은 붕괴됐고 병원마다 산소호흡기 부족으로 일대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살인적인 확산세는 9월부터 갑자기 꺾였다. 로레토주 의사협회장 루이스 룬시만은 "9월부터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가 줄더니 이젠 확진자가 매주 1~3명 정도 나오고 있다"며 "중증 확진자는 단 1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코로나19 급감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페루의 통계전문가 마르코 로레트는 "10월부터 통제를 완전히 풀고 전면적인 경제활동까지 허용했지만 확진자나 사망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이유를 알 수 없어 상당히 희한한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단 면역의 결과일 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온다. 로레토주의 주도로 중심 도시인 이키토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감염률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키토스에선 주민 4명 중 3명꼴로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인구의 75%가 항체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사를 근거로 의학계에선 "산발적으로 나오는 코로나19 확진자는 나머지 25%에 속한 주민 중 일부"라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갑자기 꺾인 데는 이키토스의 지리적 입지와 인프라 요인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키토스는 아마존 도시 중 최대 규모지만 아직 고속도로가 뚫려 있지 않다. 그만큼 외부와의 교류가 쉽지 않다. 이키토스의 주민 헤르만 살라스는 인터뷰에서 "이젠 주민들이 코로나19에 걸려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민심이 안정을 찾은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씨줄날줄] 김치 공정/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치 공정/황성기 논설위원

    ‘한국의 대표음식’ 하면 으레 김치나 비빔밥이 꼽힌다. 일본은 스시, 미국은 햄버거, 이탈리아는 피자, 독일은 맥주가 대표 음식이라 해도 이의를 제기할 해당 국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햄버거의 종주국이 중국이라거나 중국 피자가 원조 혹은 중국 스시가 표준이라고 주장한다면 광인(狂人) 취급 받기 십상이다. 음식에는 그 나라나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짙게 배어 있다. 인터넷으로 세계인이 소통하는 지금 상식화한 각국의 대표 음식을 자국의 음식이나 표준이라 우기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중국의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일을 저질렀다. 이 매체는 지난 29일 중국의 표준화한 김치 제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받았다면서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시장의 기준이 됐다”는 황당한 보도를 했다. 아마도 김치에 인이 박인 한국인들을 자극할 셈으로 이런 도발을 한 것이겠지만 중요한 팩트를 빠뜨렸다. 20여년 전에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김치의 세계화’를 선언한 한국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세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로부터 2001년 한국 김치를 국제 표준으로 승인받은 사실을 말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ISO 인가는 상품·서비스 거래를 원활하게 하려는 민간기구의 기준일 뿐,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CODEX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 김치에 주목한 일본도 1990년대 말 ‘기무치’(kimuchi)를 CODEX에 국제 표준으로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뒤늦게 김치의 국제적·내재적 가치를 깨닫고 표준 획득에 뛰어든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중일의 음식 문화가 크게 다르면서도 일부 비슷한 점도 있다 보니 생기는 일로 치부할 수 있다. 환구시보가 주장한 중국 김치란 쓰촨 지역의 ‘파오차이’를 가리킨다. 파오차이는 염장 채소 식품일 뿐 세계인이 모양과 색깔, 냄새와 맛으로 기억하는 발효식품 김치(kimchi)와는 다르다. 일본에도 염장 채소 반찬인 오싱코(お新香)가 있지만 그저 오싱코일 뿐이다. ‘중국 김치 표준’은 중화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의 연장선에 있다. 거기에 올 들어 10월까지 김치 수출(1억 1908만 달러)보다는 수입(1억 2690만 달러)이 많고, 수입 김치의 99%가 중국산이라는 한국의 복잡한 사정도 한몫 거들었다. 하지만 주로 식당에서 유통되는 국산의 10분의1 가격인 중국산 저가 김치에 원산지를 확인한 한국인들의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것까지 취재했다면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는 터무니없는 보도는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 [김금숙의 만화경] 가난은 내 탓도 부모 탓도 아니다

    [김금숙의 만화경] 가난은 내 탓도 부모 탓도 아니다

    학교를 밥 먹듯 빠지던 아이가 있었다. 책가방이 없어서 보자기에 책을 싸 왔고 점심에는 어딘가로 사라지곤 했다. 물 빠진 낡은 옷을 입었던 그 아이는 소문만큼은 부자였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요, 엄마는 집을 나가 동생 둘과 함께 산단다. 아버지한테 수시로 맞고 돈 벌러 술집에 다닌단다. 어느 날 아이의 배가 불룩하더란다. 임신을 한 모양이다. 누군가 보았는데 갓난아기를 업고 있었단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진짜 아기를 낳은 모양이다. 사람은 좋은 소문보다 안 좋은 소문에 관심이 많은가? 소문은 눈덩이가 된다. 녹아 사라질 눈덩이를 진짜라고 믿는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무서운 분이었다. 시험지를 깜빡 잊어버리고 안 가져와도 머리를 맞았다.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는 그녀의 단골말이었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담탱이’(담임을 비하해 썼던 단어)가 지난밤 또 부부싸움을 한 걸 거라고 수군거렸다. 나는 말이 없고 얌전했더래서 딱히 혼날 일을 만들지는 않았다.그런데 한번은 친구 J와 쉬는 시간에 매점에 갔다가 수업 시작종이 울린 후에야 교실에 도착했다. 선생님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교실 뒷문에서 교단까지 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선생님은 출석부로 내 머리를 세차게 내려쳤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프다는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몸을 가장 작게 한 채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은 나를 째려보면 소리를 질렀다. “너는 왜 얌전한 애가 저딴 애랑 다니면서 속을 썩여?” 그날 ‘저딴 애’ J는 맞지 않았다. 그 일이 있던 며칠 전 J의 엄마가 학교에 담임 선생님을 찾아왔더란다. 다른 엄마들은 다 돈봉투를 건넸는데 유독 J 엄마만은 도도하게 담임의 아이들 훈계 방법에 대해 지적했단다. J는 우리와 달랐다. 늘 기발하고 독특한 것을 제안했다. 어느 날은 가난해서 학교에 오지 못하는 반 아이를 돕자고 했다. J는 쉬는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마음을 보탤 것을 요구했다. J의 언변은 뛰어났다. 대부분이 설득됐던 것 같다. 떡볶이 사 먹을 돈을 모아 우리는 그 아이에게 줄 책가방을 샀다. 이 사실이 교장 선생님 귀에 들어갔다. 담임 선생님은 칭찬 대신 교장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다. 담임이 돼 가지고 아이들이 돈을 모아 친구를 도울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거였다. 교실 문을 여는 담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차분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 눈 감아.” 심상치 않았다. “니네가 왜 가난한지 알아? 네 부모가 게으르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희도 가난한 거야. 원망하려거든 게으른 너희 부모를 원망해.”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내 부모가 게으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우리 집은 가난했다. 물론 책가방 살 돈이 없어서 책보를 들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차도 없었다. 그니까 가난한 게 맞았다. ‘가난하니까 선생님의 말이 맞다면 우리 부모는 게으른 거구나’ 싶었다. 나는 아직 어렸다. 나는 내 부모를 살펴보았다.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왔다. 끼니를 거르며 돈을 모아 자식들을 먹여살렸고 공부를 시켰다.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난했다. 선생님의 말은 틀렸다. 단 한순간이라도 담임의 말에 넘어가서 부모가 게으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래서 우리가 가난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고 부모님께 죄송했다. 몇 년 전이었다. 뉴스에서 보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한 청년이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아서 이런 일을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몹시 불편했다. 지인 중에는 박사학위 받고도 취업을 못해 백화점에서 장식품을 파는 이가 있었다. 그러니 당신 탓이 아니다. 가진 자가 비우며 살라고 한다. 가난은 불편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빛나는 말은 가난한 이 앞에서는 하지 말기를. 다행히 내게 그림을, 문학을 발견하게 해 준 좋은 선생님도 있었다. 예술은 나에게 과거의 가난을 잊게 하는 최고의 약이었다.
  • [데스크 시각] 광화문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김동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광화문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김동현 사회2부 차장

    부족한 탓일까. 사람은 누구나 ‘한 입’으로 ‘두말’을 한다. 상황이 달라지면 입장과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옛이야기를 하다 예전과 다르게 말하면 말이 달라졌다고 핀잔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정색하고 나무라면 얼굴을 붉히고 싸우게 된다. 그러니 일단 인정하고 시작하자. 사람은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국민들이 느꼈을 때 가장 한 입으로 두말을 자주 하는 곳은 단연 정치권이다. 여당 때 밀어붙이던 것도 야당이 되면 반대로 입장이 돌아선다. 야당 때 반대하던 사업도 여당이 되면 주요 검토 사업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이 말이 바뀌었다고 비판하면 정치권에서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고 답한다. 정리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라는 굴러간다. 이는 정치인의 말이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알고 있어서다. 사람들이 선거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말이 정치인의 입을 떠나 정책과 행정으로 발전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정치 공약은 누구나 내뱉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정책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만이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이 정책으로 바뀌는 순간 이는 일종의 국민과의 약속이 된다. ‘정치의 일관성’이라는 말은 없어도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서울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도 이 사업이 중단돼야 한다며 말을 더하고 있다. 주요 논리는 서울시장 선거가 5개월 뒤에 있는데 왜 지금 사업을 추진하냐는 것이다. 만약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작업이 어떤 합의도 없이 추진되는 것이라면 맞는 말이다.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축제에 광화문광장이라는 대한민국의 얼굴이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인지 토론해 보자는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을 바꾸는 작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들여다보면 왜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2016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광화문포럼’을 출범시키며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2019년 9월 계획안을 발표했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다시 5개월간의 토론을 거쳐 올해 2월 확정했다. 4년에 걸쳐 전문가와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300회 이상 토론회가 열렸다. 이 정도면 숙의(熟議)를 거쳤다고 봐도 될 것 같다. 2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 발표 당시에 반대 여론이 크지 않았던 것도 이런 숙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선 무엇인가 커다란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커다란 상황 변화가 박 전 시장의 부재일 수 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을 바꾸는 사업이 이미 박 전 시장의 개인 공약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시민과의 약속인 정책이 된 상황인데, 시장의 존재 유무가 사업 추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선거판에서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지난 4년간 이뤄진 논의와 토론의 성과물은 폐기하고, 다시 한번 정치의 ‘말잔치’에 광화문을 맡기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약속이 됐을 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하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moses@seoul.co.kr
  • 찰진 대사·복잡한 내면… 우리는 악역에 끌린다

    찰진 대사·복잡한 내면… 우리는 악역에 끌린다

    배트맨의 영원한 대항마 ‘조커’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빌런이 됐다. 느닷없이 소환된 영화 ‘타짜’ 1편의 악역 곽철용은 “묻고 더블로 가”, “내 순정을 짓밟으면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같은 대사로 대중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빌런을 낳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이상 평면적인 ‘선한 역’에 열광하지 않는다. 복잡한 내면에 감정 이입되는 빌런이 더욱 매력적이다.도서출판 요다에서는 현대적 의미의 빌런을 되짚는 책 두 권을 나란히 내놨다. 차무진 작가가 쓴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와 다섯 작가의 빌런 앤솔러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다.‘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를 쓴 차 작가는 대학 등에서 10여년간 스토리텔링을 강연해 온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소설, 희곡, 각종 시나리오 창작자가 이야기 속 악당을 만들 때 맞닥뜨리는 고민을 17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분석했다. 키워드는 그림자, 각성, 절대성, 신념, 시기, 광기, 시스템, 인정욕망, 지척, 전능, 양면성, 카리스마, 2인자, 여성, 자연재해, 외계, 어린아이다. 책은 ‘각성’이라는 키워드로 주인공 배트맨을 각성시키는 존재, 조커에 대해 이야기한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고담시를 지키는 검사 하비 덴트와 옛 연인 레이철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레이철을 구하려 하지만 조커의 인질 위치기 바꾸기 계략으로 옛 연인을 잃게 된 배트맨. 조커는 레이철을 너무도 원했으면서 ‘정의의 기사인 척하느라’ 반대로 행동한 배트맨을 ‘가식덩어리’라며 맹비난한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배트맨은 조커를 밀어붙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분명한 것은 배트맨은 끝까지 자신을 가렸고 조커는 마지막까지 솔직했다는 점이다.”(43쪽) 되레 솔직한 조커에게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배트맨의 비애, 선역이라고 마냥 행복하거나 악역이라고 마냥 불행하지는 않은 서사에 대중은 반응한다. 책은 이 외에도 더는 여성적 조건에 기대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기감정을 다루는 여성 빌런의 모습, 자기 행동을 나쁜 짓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빌런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김동식·김선민·장아미·정명섭·차무진 작가의 앤솔러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는 아예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동식 작가의 단편 ‘시민의 협조’에서는 지구 대폭발 1분 전, 시간을 돌리는 초능력을 가진 블랙 코스모스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필사의 사투를 그린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지구를 구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희생과 협조가 불가피하다. 블랙 코스모스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재앙을 막아 보려 분투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평화로운 놀이공원에 난입한 테러리스트로 비칠 뿐이다. 이 각박한 세상 속 무엇이 히어로이고 무엇이 빌런인가. 다섯 편의 소설은 복잡한 경우의 수로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혐오·차별의 말… 다시 돌아와 나를 찌른다

    혐오·차별의 말… 다시 돌아와 나를 찌른다

    어둠 속에 핑크플로이드의 ‘어스 앤드 뎀’(Us and them)이 흐른다. ‘우리와 그들, 결국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로 시작하는 노랫말을 새기며 전시장 입구를 지나면 온갖 차별의 말이 넘쳐나는 ‘소문의 벽’과 맞닥뜨린다.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든 편견과 혐오의 실상을 담은 글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돼 가슴을 찌른다. 공익법인 티앤씨재단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네모에서 오는 16일까지 여는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간결하고 명확한 주제가 인상적이다. 재단이 진행하는 공감 프로젝트 아포브(APoV·또 다른 관점)의 일환으로 마련한 전시답게 예술작품을 통해 편견과 혐오가 야기한 비극적인 인류사를 돌아보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균열의 시작’, ‘왜곡의 심연’, ‘혐오의 파편’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구와쿠보 료타 등 국내외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역사 속 실제 가짜뉴스들을 채집한 ‘소문의 벽’ 옆으로 관람객을 비추는 커다란 거울에 불현듯 총알이 날아와 산산이 깨지는 이용백 작가의 영상 설치작품 ‘브로큰 미러’가 이어지면서 ‘내가 보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권용주 작가는 굴뚝으로 연기를 내뿜는 사람들, 하나의 찢어진 입을 공유한 남녀, 정체성을 알아볼 수 없는 익명의 소년 등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통해 군중심리가 오해와 편견을 증폭하는 현실을 빗댄다. 벌레가 갉아먹은 듯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사람과 식물, 꽃을 표현한 최수진 작가의 ‘벌레먹은 드로잉’은 혐오가 남긴 상흔을 숙고하게 한다.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관세폭탄보다 촘촘한 ‘동맹 그물’… 바이든에 더 긴장하는 中

    관세폭탄보다 촘촘한 ‘동맹 그물’… 바이든에 더 긴장하는 中

    2000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중국에 대한 ‘영구정상무역관계(PNTR) 법안’을 공화당과 손잡고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 조 바이든(당시 민주당 상원의원) 대통령 당선인은 여기에 서명한 82명의 의원 중 하나였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도운 결정적 조치였다.2020년 바이든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깡패’로 표현하며 중국의 가장 민감한 지점인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문제를 들먹였다.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입성을 앞두고 있는 그는 최근 중국이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14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자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2000년의 바이든이 중국을 자유무역의 동반자로 봤다면, 2020년의 바이든은 중국을 압박하려 한다. 개인적 신념이 변한 것보다 20년간 중국이 미국이 만든 국제 통상질서를 이용해 성장, 자국의 경제·안보를 위협할 G2로 부상하는 등 환경 변화 영향이 크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으로 등극,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워 값싼 물건을 양산하며 미국 내 일자리까지 갉아먹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중국 압박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바이든이 ‘트럼프식 중국 때리기’는 아닐지라도 어떻게든 ‘중국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은 물론 2년 뒤 중간선거의 승리도 보장하기 어려워 중국을 바라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더애틀랜틱 기고에서 “(바이든의 시대는) 자유·국제주의가 포퓰리즘적인 민족주의보다 우월한 전략임을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고 짚었다. 바이든이 미국의 이익은 물론 대중 압박을 통한 동맹의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킬 거대한 조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뜻이다. 20년 전 바이든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기자들 앞에서 “중국은 적이 아니다. 미중이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처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11년 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당시 국가부주석이던 시진핑과 만나 통역만 대동한 채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당시 둘이 만난 시간만 25시간에 달했고, 이후 18개월간 무려 여덟 번이나 만났다. 당시의 밀월 관계는 이제 추억이 된 듯하다.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될 줄 알았던 중국은 여전히 보호무역 장벽을 세워 놓고 미국을 넘어서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2001년 이후 자국의 일자리가 총 240만개가 사라졌다고 추산한다. 제조업에서만 100만개가 증발됐다. 공장의 자동화로 저숙련 근로자의 설 자리가 줄었다는 반론도 있지만,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은 압도적으로 ‘중국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감소나 코로나19 확산 등의 책임을 중국에 물은 것도 대중의 반중 정서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점점 커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반중 정서는 올해 7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중국을 거세게 몰아쳤다. 바이든은 47년 정치 인생에 무엇을 했냐”고 묻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가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겠다’며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휩쓸었을 때 충격이 컸다. 트럼프가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으로 개정할 때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이 적극 협조한 것도 이런 연유가 있었다. 당시 USMCA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시장을 개방하는 것 외에 이들 국가가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USMCA는 종료할 수 있다는 소위 ‘반중 조항’이 담겼을 정도로 중국의 위협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불안은 상당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할 수 있는 건 ‘중국 압박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원 주도권을 유지할 공화당과 민주당 내 극좌파 사이에서 대중 관계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중국 때리기’를 기치로 삼는 트럼피즘을 유지할 전망인데 바이든의 승리에 가렸지만 트럼프 또한 역대 두 번째인 약 7400만표를 얻는 등 굳건한 지지세는 대중 압박 정책을 일관성 있게 가져갈 자신감이 되고도 남는다. 여기에 민주당 내 극좌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젊은 좌파들도 ‘자유무역으로 잃는 돈을 복지 시스템에 투입하라’고 요구하는 등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4일(현지시간) 인선 소감을 말하며 바이든 당선인에게 “동맹 재건, 협정 체결 등 외교 활동의 초점을 ‘미국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더 좋고, 더 안전한 삶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그간 대중 압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트럼프의 방법은 틀렸다’고 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며 직접적인 채찍질에 나섰다면 바이든은 동맹과 손을 잡고 촘촘한 대중 압박 틀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29일 바이든이 내년 취임 후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판으로 ‘미국 동맹 대 중국’의 대결 구도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 중심 축 이동)가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가 강화될 거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트럼프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고 불렀던 것과 달리 바이든은 최근 한국·일본·호주 정상과 통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륙 세력인 중국의 남하를 막겠다는 취지는 같으나 좀더 동맹국의 입장에 부합하는 중국 견제법을 찾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읽힌다. 통상 분야에서는 바이든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무역기구를 이용한 대중 견제·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TPP 재가입 방안을 검토하겠지만 (지금은) 정치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보호무역에 대한 옹호론이 많아지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손을 내밀어야 하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동맹국들은 ‘대중 무역’이라는 실리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헨리 올슨은 최근 칼럼에서 “미국은 그동안 (군사 및 안보·FTA 협정 체결과 같은) 보상을 동맹국들에게 제공하며 중국과의 거리를 벌리려고 노력해 왔지만 더이상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한국 등은 트럼프 시대보다 미중 사이에서 압박을 덜 받을까. 외교가에는 ‘그래도 즉흥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불확실성은 없어지니 낫다’는 긍정론과 ‘정밀하게 짠 틀과 구도로 선택을 강요할 바이든식 압박은 피할 길이 없어 더 힘들다’는 부정론이 공존한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주 52시간 계도기간 연말 종료”… 중기도 ‘저녁있는 삶’ 올까

    “주 52시간 계도기간 연말 종료”… 중기도 ‘저녁있는 삶’ 올까

    내년 1월 1일부터는 중소기업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한다. 적용 대상 사업장은 2만 4179곳이며, 근로자는 253만여명에 달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말이면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종료된다”며 “계도기간을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계도기간에는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위반한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다만 바로 처벌하진 않고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을 부여한다. 이 장관은 “현재 시점에서 주 52시간제 준비 상황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지난 9월 50∼299인 사업장 2만 4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들었다. 주 52시간제를 준수 중이라는 응답이 81.1%, 내년에 준수 가능하다는 응답은 91.1%나 됐다는 것이다. 준수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준비가 안 된 기업에 대해선 교대제 개편, 유연근로제 활용을 포함한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해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까지 적용하면 중소기업이 더 큰 혼란과 불안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올해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은 유례없이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체계 도입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없었다”며 계도기간 재연장을 요구했다. 정부와는 상반된 조사결과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11월 중소기업 500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39%가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를 못 했으며,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업체들은 83.9%가 준비 미흡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노동집약 업체가 많고 비수기·성수기 업무량에 큰 차이가 있는 데다 하청 업체가 많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업무를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탄력근무제 등 보완 입법도 지지부진해 주 52시간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현재는 노사가 합의하면 탄력근로제를 3개월까지 운영할 수 있는데, 이를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장관 역시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법안이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노동자 입장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2018년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대로라면 50~299인 사업장은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계도기간 1년을 부여하는 바람에 대기업 노동자들이 ‘저녁 있는 삶’을 사는 동안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52시간 초과근무를 해 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광주시민 “당장 구속해야”… 민주당 “턱없이 부족한 형량”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5·18 헬기 사격 관련 사자명예훼손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5·18 관련 단체들과 정치권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방송을 한 여대생이었던 박영순(62)씨는 “우리는 모두 당연히 구속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잘못됐다”며 “헬기 사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렇게 봐주기 처분을 내려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고 울먹였다. 나의갑 전 5·18 기록관장은 “사과도 없고, 반성도 없는데 무슨 집행유예냐. 당장 8개월이라도 구속해야 한다”며 “사자명예훼손을 당한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범이라고 했지만 실은 전씨가 본인 자신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게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낮은 처벌 수위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5·18의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이 그간 받은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형량”이라면서 “‘헬기사격 여부를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법원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오늘 판결로 민간인을 겨냥한 헬기 무차별 사격이 인정됐다”며 “정의당이 앞장서서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을 제정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오후 늦게 논평을 내고 “오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재판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여야는 전씨의 재판 태도에 대해 입을 모아 비판하기도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오늘도 전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재판정에 나와 선고 당시에도 꾸벅이며 졸기 바빴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사죄 요구에 되레 윽박을 지르며 피해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법부 ‘헬기 사격’ 첫 공식화 순간에도… 전두환 ‘꾸벅꾸벅’

    사법부 ‘헬기 사격’ 첫 공식화 순간에도… 전두환 ‘꾸벅꾸벅’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진압 때 헬기 사격 사실을 알았다.’법원은 ‘전씨가 헬기 사격을 알았다’고 결론짓고, 고 조비오 신부의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헬기 사격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법부가 구체적 증거를 들어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전씨는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헬기 사격 증언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으나, 정작 자신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조 신부를 비난한 회고록은 2017년 초 국과수가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탄흔 조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지 3개월 후인 같은 해 4월 출간됐다. 국과수는 당시 건물 10층 바닥, 기둥 입사각 등을 분석해 헬기에서 M16 소총 또는 M60 기관총이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 측은 지난 2년 6개월간 18차례의 사건심리와 변론을 통해 ‘헬기 사격은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 나아가 “비이성적인 사회가 만들어 낸 허구”라며 극구 부인했다.그러나 이번 전씨에 대한 유죄 판결은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국과수의 헬기 탄흔 분석에 이어 국방부 특조위도 2018년 2월 조 신부와 시민, 미국인 목사 아놀드 피터슨 등 8명으로부터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진술서를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은 주로 집단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 오후 1시 30분~오후 5시, 전남도청 진압작전이 이뤄진 27일 새벽 시간대에 집중됐다. 당시 특조위 관계자는 “1항공여단 상황일지와 전교사 작전일지, 31사단 전투상보, 기무사 문건 등 각종 자료에도 헬기 출동과 실탄 배분 등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면서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실질적으로 군을 장악한 전씨가 이 같은 계엄사 작전 지침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씨는 법정에서 선고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조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다. 법정 경위들이 돌발 상황에 대비해 신체 수색을 철저히 하고 곳곳에 검은색 장우산을 배치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전씨는 형량을 선고하기 직전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선고 당시에는 눈을 감고 또 졸았다. 전씨는 지난해 3월에는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 “왜 이래”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고, 이날도 자택에서 출발하며 시위대에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고함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법원 앞에 모인 분노한 시민들을 피하기 위해 법정 출석 당시 타고 온 에쿠스 차량 대신 카니발 차량으로 바꿔 타고 법원을 떠났다. 시민들은 전씨가 에쿠스 차량을 타고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고 계란과 밀가루를 투척하는 소동도 일었다.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오후 7시 20분쯤 연희동 자택에 도착한 전씨는 귀가할 때는 모자를 벗은 모습이었다. 자택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헬기 사격 인정하느냐’, `시민들에게 할 말 없느냐’고 물었으나 전씨는 아무 말 없이 자택으로 향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법원 “5·18 헬기 사격 있었다”… 전두환 다시 ‘단죄’

    법원 “5·18 헬기 사격 있었다”… 전두환 다시 ‘단죄’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처음으로 법원이 5·18 민주화운동 중 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도 인정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 5일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장은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로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조 신부가 목격한 5월 21일 상황을 중심으로 유죄를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헬기 사격 여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면서 “피고인의 지위, 5·18 기간 피고인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광주에 출동했던 군인 증언에 대해서도 “대체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검찰의 전화 조사에서 ‘위협사격하라는 소리를 듣고 명령권자를 물어보니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하는 등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재판 내내 한 차례도 성찰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아 특별사면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만 이 재판이 5·18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어서 피해자가 침해받은 권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선고의 배경을 밝혔다. 재판장은 형량을 선고하기 전 5·18 민주화운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 온 많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전씨는 이날도 재판 내내 시종일관 조는 모습을 보이며 공분을 샀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중소기업 ‘주 52시간’ 계도 기간 연장 없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중소기업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말이면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종료된다”면서 “내년에도 여전히 주 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자율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지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도기간에는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위반한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다만 바로 처벌하진 않고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을 부여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올해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은 유례 없이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체계 도입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없었다”며 계도기간 재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2년 9개월이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고 기업의 준비 상황도 크게 개선돼 시행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해 현장에서 무엇보다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보완 입법으로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개편”이라며 연내 탄력근로제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죄’ 전두환 측 “비약된 판결…납득할 수 없다” 항변

    ‘유죄’ 전두환 측 “비약된 판결…납득할 수 없다” 항변

    “사실관계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항소 여부는 아직 판단할 상황 아냐”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법률대리인이 30일 법원의 유죄 선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전씨의 민사·형사 소송을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법리적인 측면을 떠나 재판장이 말씀하신 사실관계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재판 결과를 한마디로 “비약된 판결”이라며 “500MD 무장 헬기가 광주에 도착한 게 1980년 5월 22일이라고 우리가 재판 과정에서 계속 파악했는데 어떻게 하루 전날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조 신부님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로 일관성을 들었다. 1989년 방송 출연과 국회 청문회, 1995년 검찰 조사에서 같은 얘기를 했다는 것”이라며 “그 동안 (헬기 섬광, 진행 방향 등) 목격자의 논리적 모순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판단하지 않고 ‘들은 얘기니 틀릴 수 있다’고만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정 변호사는 “1980년 5월 27일 특공조가 공격을 개시한 게 오전 5시 정각이다. 그 이후 헬기가 출동했을 텐데 언제 전일빌딩에 사격했다는 말인지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특공대장이 전일빌딩 10층에서 외신 기자를 구출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왜 이들은 목격자에 포함되지 않았겠느냐는 취지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제가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입장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기간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이날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라디오 크게 듣다 수감된 英 80대 노인, 감옥서 사망

    라디오 크게 듣다 수감된 英 80대 노인, 감옥서 사망

    소음 공해를 유발한 혐의로 수감된 영국 80대 노인이 복역 중 사망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코’는 머지사이드주에인트리 출신 이안 조지 트레이너(83)가 복역 중 감옥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법무부는 이날 리버풀 소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트레이너가 교도소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숨진 노인은 지난해 12월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돼 올 2월 법정에 섰다. 라디오를 너무 크게 틀어 소음 공해를 유발했다는 게 주요 혐의였다. 검사 측은 청문회에서 이웃집 남성이 수년간 소음 공해에 시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웃집 남성은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이라면서 “소음 때문에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이웃집 남성이 집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노인이 즐겨듣는 라디오 채널 ‘클래식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진행자의 멘트가 선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노인은 독감 때문에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건강 문제로 먹는 약 때문에 이어폰도 낄 수 없는 처지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노인에게 징역 24주에 벌금 600파운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 122파운드를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본인 잘못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수준의 소음이었다”고 판결했다. 출소 후 오전 9시부터 밤 10시 사이에는 라디오 소리를 일상적 대화 수준인 65데시벨(dB)로 맞추라고 명령했다. 24주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노인은 그러나 지난 6월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수감됐다. 라디오 소리 크기가 65데시벨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법원 명령을 어긴 탓이었다. 노인은 건강상의 문제를 들며 또 한 번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악의적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리버풀 소재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노인은 지난 23일 교도소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83세 고령의 노인이 복역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귀 치료 중이던 불쌍한 노인이 명령을 계속 어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폈어야 했다”며 관련 기관을 질타했다. “라디오 좀 크게 틀었다고 귀먹은 노인을 감옥에 보내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분노 여론도 형성됐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용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계속 법원과 경찰 명령을 무시했다. 더군다나 재범자였다”고 주장했다. “밤낮없이 소음에 시달린 이웃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라”는 의견도 있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美 법원 체계까지 비난한 트럼프 “계속 싸우겠다”

    美 법원 체계까지 비난한 트럼프 “계속 싸우겠다”

    트럼프 ‘3분 전화연결’로 대선 후 첫 인터뷰“선거에 부정행위, 6개월 지나도 생각 안변해”연이은 기각에 “증거 제시조차 허용 안된다”“미국 대통령이 자격이 없단 말이냐” 분통펜실베이니아 대법 소송기각, 재검표 무위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이후 첫 전화인터뷰에서 소송전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신이 보수성향으로 구축한 대법원에 판단을 맡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현실인식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선데이모닝퓨처스’에 전화 연결로 출연해 “(이번 대선에) 엄청난 부정행위가 있었다. 6개월이 지나도 내 생각은 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연이은 소송전 패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소송 자격이 없단다”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내가 자격이 없다는 말인가. 이건 무슨 법원 시스템이냐”고 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은 마이크 켈리 연방 하원의원 등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나온 선거 결과를 인증해서는 안된다고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캠프가 300만 달러(약 33억원)을 들여 요청했던 위스콘신주 내 2개 카운티의 재검표에서도 이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재확인됐다. 2개 카운티의 재검표 결과 외려 바이든 당선인이 87표를 더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문제는 대법원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나는 거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소송으로 다투길 희망하는 최고의 변호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적 가치를 다루는 반면 트럼프 캠프의 소송은 이와 관련성이 적고 근거도 부족하다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 평가다. 자주 비교되는 2000년 대선의 대법원 개입은 모든 표를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연관돼 있었고, 다툼의 실체적 근거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을 때 종이조각이 용지에서 완전히 떨어지지 않으면 사표로 인식됐다는 오류를 개표기 제조사가 인정했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11월 8일 플로리다주에서 1784표(0.1%포인트) 앞섰고 재검표 결과도 327표차로 이겼다. 엘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는 핵심 주에서 수동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혐오·차별의 말…다시 돌아와 나를 찌른다

    혐오·차별의 말…다시 돌아와 나를 찌른다

    어둠 속에 핑크플로이드의 ‘어스 앤드 뎀’(Us and them)이 흐른다. ‘우리와 그들, 결국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로 시작하는 노랫말을 새기며 전시장 입구를 지나면 온갖 차별의 말이 넘쳐나는 ‘소문의 벽’과 맞닥뜨린다.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든 편견과 혐오의 실상을 담은 글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돼 가슴을 찌른다. 공익법인 티앤씨재단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네모에서 오는 16일까지 여는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간결하고 명확한 주제가 인상적이다. 재단이 진행하는 공감 프로젝트 아포브(APoV·또 다른 관점)의 일환으로 마련한 전시답게 예술작품을 통해 편견과 혐오가 야기한 비극적인 인류사를 돌아보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균열의 시작’, ‘왜곡의 심연’, ‘혐오의 파편’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구와쿠보 료타 등 국내외 작가 6명이 참여했다. 역사 속 실제 가짜뉴스들을 채집한 ‘소문의 벽’ 옆으로 관람객을 비추는 커다란 거울에 불현듯 총알이 날아와 산산이 깨지는 이용백 작가의 영상 설치작품 ‘브로큰 미러’가 이어지면서 ‘내가 보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권용주 작가는 굴뚝으로 연기를 내뿜는 사람들, 하나의 찢어진 입을 공유한 남녀, 정체성을 알아볼 수 없는 익명의 소년 등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통해 군중심리가 오해와 편견을 증폭하는 현실을 빗댄다. 벌레가 갉아먹은 듯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사람과 식물, 꽃을 표현한 최수진 작가의 ‘벌레먹은 드로잉’은 혐오가 남긴 상흔을 숙고하게 한다. 전시 관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단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글·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사자명예훼손’ 전두환, 1심서 징역 8월·집유 2년...선고 들으며 꾸벅꾸벅(종합)

    ‘사자명예훼손’ 전두환, 1심서 징역 8월·집유 2년...선고 들으며 꾸벅꾸벅(종합)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 목격자를 상대로 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앞서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기간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장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하고,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전씨는 재판에서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42분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향했다. 검정 양복에 중절모 차림으로 마스크를 쓰고 나온 전씨는 승용차에 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은 흔들었다. 자택 앞에 있던 시위대는 전씨를 향해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에 전씨는 시위대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 전씨는 시위대에게 “시끄럽다 이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 도착한 전씨는 잠시 벗었던 모자를 찾아 쓰고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갔다. 특별한 도움 없이 혼자서 걷던 전씨는 이내 경호원 한 명의 부축을 받고 느린 걸음으로 법정에 입장했다. 부인 이씨도 전씨의 뒤를 보좌하며 조용히 법정으로 향했다. 취재진들이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 왜 사죄하지 않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등 질문 세례를 했지만,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이동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연말 사랑의 연탄·김치봉사 코로나19로 예년의 절반도 안돼

    연말 사랑의 연탄·김치봉사 코로나19로 예년의 절반도 안돼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사랑의 연탄·김장 자원봉사자와 후원이 크게 줄어 취약계층의 올 겨울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과 김치자원봉사자들은 30일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원봉사자와 후원금이 예년의 절만에도 미치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부산·대구·전주·강원 등 전국 31곳에 있는 연탄은행은 이날까지 연탄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해 온 자원봉사자들이 3만명선에 그치고 있다. 이는 예년 같은기간 자원봉사자 7만여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최근 춘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면서 자원봉사자의 30% 정도가 자원봉사활동 무더기 취소하기도 했다. 연탄 후원도 해마다 11월 말쯤이면 700만장 정도가 쌓이는데 올 해는 지금까지 200만장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주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연탄창고는 1500여장까지 보관이 가능하지만 현재 13% 가량인 250여장만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허기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는 “농어촌, 산간벽지, 섬마을, 도시 빈민촌 등의 7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달에 150장 정도씩 연탄을 나눠주었지만 올해는 워낙 후원과 자원봉사자 손길이 줄어 3만여 가구에 월 50장씩, 직원들이 새벽부터 직접 손수레를 끌며 나눠주고 있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전국에서 펼쳐지던 김장 봉사활동도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줄었다. 최근 충북 제천의 김장모임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 전국에 무더기 발생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김치 전달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김장을 담근 뒤 배달하던 방식에서 후원금을 모아 김치공장에 주문한 뒤 일괄 배송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김치 자원봉사자들은 “겨울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배추를 모아 봉사자들이 모여 김치를 만들어 배달해 드렸는데 코로나19로 후원과 봉사자들이 줄어 올 겨울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광주 도착한 전두환...5·18 책임 인정 묻자 ‘묵묵부답’(종합)

    광주 도착한 전두환...5·18 책임 인정 묻자 ‘묵묵부답’(종합)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8시 42분쯤 전씨는 부인 이순자(81)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27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자택에서 나온 전씨는 차에서 내릴 때도 잠시 벗었던 모자를 찾아 쓰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그는 특별한 도움 없이 혼자서 걷다가 이내 경호원 한 명의 부축을 받고 느린 걸음으로 법정에 입장했다. 부인 이씨도 전씨의 뒤를 보좌하며 조용히 법정으로 향했다. 취재진들이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 왜 사죄하지 않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등 질문 세례를 했지만,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이동했다. 전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