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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다니엘 ‘컬러 3부작’의 끝… “일기장 같은 앨범”

    강다니엘 ‘컬러 3부작’의 끝… “일기장 같은 앨범”

    “항상 제 기억에 남은 게, 새벽에 가로등을 봤을 때 색이 항상 노란색이었어요. 그래서 제겐 ‘옐로’의 이미지가 차갑고,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게 되는 색인 것 같습니다.” 13일 새 미니앨범 ‘옐로’(YELLOW)를 발매한 강다니엘은 이날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컬러 3부작’을 마무리하는 이번 앨범을 이렇게 소개했다. 노란색은 대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통하지만 강다니엘은 이번 앨범에서 노란색의 이면에 주목했다. 신호등의 파란불과 빨간불 사이에서 불완전하게 점멸하는 노란불은 경고, 위험을 뜻하기도 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메시지 속에서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이중성’, ‘모순’, 이런 단어들을 노래로 녹여내면 어떤 흥미로운 음악이 나올까 궁금하면서 작업했고요. 속마음도 풀고, 감성적이고 솔직한 면도 들어간 앨범이라서 새벽에 쓴 일기장 같은 앨범이지 않나 싶어요.”강다니엘은 이번 앨범 수록곡 다섯 트랙 모두의 작사에 참여했다. 그는 “사실 이 용기를 내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제 이야기로 작사하고픈 욕심은 항상 있었다”며 “지금이 가장 맞는 시기이자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들을 가사에 솔직하게 담아낸 데 대해선 “후련하더라. 내 작업물에 스스로 고해성사를 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타이틀곡 ‘안티도트’(Antidote)는 해독제를 뜻하는 말이다. 기존 케이팝에서 흔히 시도하지 않았던 얼터너티브 R&B 장르로, 록 요소가 곳곳에 가미된 게 특징이다. 지난 2월 활동곡 ‘파라노이아’(PARANOIA)가 외면의 고통을 나타냈다면 이번 타이틀곡 ‘안티도트’에는 내면의 고통을 담았다. 한층 더 솔직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강다니엘은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목소리를 음반에 담는 시도도 했다. 그는 “제 목소리가 중저음이긴 한데 고음으로 올라가면 날카로워진다. 안 좋아하고 숨기려고 많이 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안티노트’의 메시지는 ‘절규’다. 절규할 때는 남 눈치를 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감정을 담는 데 솔직해야 할 것 같았다”며 본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까지 담으려고 한 이유를 말했다.워너원 해체 후 솔로 데뷔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 지도 어느덧 1년 9개월. 2019년 말엔 우울증 및 공황장애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후 ‘컬러 3부작’을 이어가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다니엘은 “‘사이언’(CYAN)은 봄에 맞는 청량한 음악이 나왔고, ‘마젠타’(MAGENTA)도 여름의 뜨거움과 씁쓸함이 잘 표현됐다”며 앞선 앨범들을 평가했다. 이어 이번 앨범에 대해 “마지막에는 제 스스로의 얘기를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솔직하고 꾸밈없는 저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원전 오염수, 마셔도 괜찮다” 아소 日부총리…“너나 실컷 마셔” [이슈픽]

    “원전 오염수, 마셔도 괜찮다” 아소 日부총리…“너나 실컷 마셔” [이슈픽]

    “중국·한국 원전서 바다에 방출하는 것 이하”“과학적 근거 토대 둬… 더 빨리 결정했어야”스가 “마셔도 되나?” 도쿄전력 “희석하면”삼중수소, 극소량도 DNA손상·암 유발日, 삼중수소·탄소14 정화 기술 없어네티즌들 “각료들 식수로 사용하면 될 듯”“마셔도 되면 너네가 먹지 왜 바다에 버려”일본 정부가 100만t이 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13일 결정한 가운데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발암물질이자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오염수에 대해 “그 물 마셔도 괜찮다”며 방류를 옹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소 “잘못된 소문 때문에 늦춰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각의에 참가한 아소 부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에 관해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중국이나 한국(의 원전)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며 일본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찬성했다. 아소 부총리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이 “과학적 근거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더 빨리 결정했더라면…’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해지의 이야기나 풍평피해(잘못된 소문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한 결과 오늘까지 늦춰졌다”면서 “해양 방출로 탱크를 늘리는 데 필요한 경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전 오염수를 정화한 물을 보며 “마셔도 되나?”고 물었고 도쿄전력 관계자는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마실 수 있다면 해양 방출 등을 하지 말고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 음료용으로 사용하면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7년 10월 선거 운동차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에 들러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주먹밥을 시식했었다.日언론 “방출 총량 규제 없어 환경 피해300명 숨진 미나마타병 교훈 잊었나”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 9배 학계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물분자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화학적 성질도 같아 물에서 분리할 수 없다. 바다에 방류할 경우 그대로 해양 생물을 오염시킨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평균 58만㏃로 일본 배출 기준치인 ℓ당 6만㏃보다 9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산물 섭취 등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몸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소량으로도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삼중수소가 인체 내 정상 수소를 밀어내고 핵종 전환을 일으키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시켜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킨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62종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정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발암물질로 불리는 ‘삼중수소’(트리튬)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탄소14’는 제거가 안 된 것으로 판명돼 해양 환경 파괴에 따른 주변국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14 처리는 애초에 ALPS의 정화 설계에 없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방출 총량 규제 없이 노심 용융 사고를 일으킨 원전 오염수를 장기간 흘려 보낼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면서 “화학폐수 희석 능력을 과신하다 300명이 넘게 숨진 ‘미나마타병’(수은 중독성 신경질환) 교훈을 잊었느냐”고 비판했다. 오염 농도를 낮춰도 오랜 기간 방류하면 총량은 같아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도쿄전력의 처리 과정을 거친 오염수 110만t 중 70% 이상이 방출 기준치를 넘겼고 삼중수소를 빼고도 이 중 6%는 100~2만배의 높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삼중수소 반감기 12.3년탱크 보관 뒤 방류도 있지만日비용 문제로 바다 방류 고집 해양방류 370억 vs 대기방출 3770억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삼중수소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3년인 만큼 탱크에 일정 기간 보관한 뒤 오염도가 줄었을 때 방류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비용 등을 이유로 해양 방류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 ALPS소위원회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경우 34억엔(약 370억원)이면 충분하지만 대기에 방출하면 349억엔(약 3770억원)으로 10배 이상이 든다고 보고 있다. 오염수를 저장 탱크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더 이상은 지을 공간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네티즌들 “각료 집에 식수로 배달해줘” 소식을 들은 국내 네티즌들은 아소 부총리를 향해 “그 좋은 것 너나 실컷 드세요”, “방사능 오염수를 마셔도 상관이 없다면 일본 정치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앞으로 씻고 마시는 용도로 적극 사용하면 되겠다”, “일본 상수도관에 연결해서 많이 드시라”, “마셔도 괜찮으면 너희가 먹지 왜 바다에 버려. 앞뒤 말이 안 맞는다”, “각료 집에 식수로 배달해줘라” 등 아소 부총리의 무책임 발언에 대한 조롱성 댓글이 이어졌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괴물’ 여진구, 아역에서 묵직한 주연으로 성장하다

    ‘괴물’ 여진구, 아역에서 묵직한 주연으로 성장하다

    JTBC ‘괴물’서 엘리트 형사 맡아신하균과 15년 만에 ‘콤비’로 호흡“마니아 생겼으면 했는데 호평 감사이번 작품 통해 스스로를 믿게 돼”여덟 살에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한 배우 여진구는 ‘해를 품은 달’(2012)에서 비중 있는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어엿한 주연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부터 2019년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와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괴물’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 중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여진구는 ‘괴물’로 연기에 확신을 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왕이 된 남자’에서 처음으로 저만의 해석을 들고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맞춰갔다면, ‘호텔 델루나’는 적응기였다”면서 “후속작으로 ‘연기를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확신을 찾고 싶었는데 이번에 어느 정도 스스로를 믿게 됐다”고 했다.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아 왔지만 자기 방식을 찾는 데 갈증을 느껴 온 16년차 배우에게 심리 스릴러 ‘괴물’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기회였다. 그가 맡았던 한주원은 경찰청 고위 간부를 아버지로 둔 엘리트 경찰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만양이라는 도시로 향한다. 극의 초반 파출소 경사인 이동식(신하균 분)을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후반부에 자신의 아버지가 이동식의 동생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의심과 혼란, 분노가 교차한다. 여진구는 그런 감정적 격변을 묵직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다.“아주 똑똑하지만 경험은 부족하고 집착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주원을 돌이킨 그는 냉철한 경찰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외적으로 미국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2000)의 크리스천 베일을 참고했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1995) 등에서 차분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괴물’은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두 경찰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마을 사람들과 실종자의 남겨진 가족들의 삶을 조명하며 기존 수사물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탄탄한 전개는 팬덤도 구축했다. “드라마의 마니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던 여진구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호응에는 스물세 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신하균과의 호흡도 한몫했다. 2006년 영화 ‘예의 없는 것들’에서 신하균 아역으로 출연한 뒤 15년 만에 ‘콤비’로 만난 데 대해 여진구는 “오, 대박”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며 “선배는 단 한 번도 이동식이 아닌 적이 없었고 늘 배울 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훌륭한 선배들처럼 그의 목표도 꾸준히 연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제 연기 인생은 이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칭찬과 비판을 양분 삼아서 싹을 틔웠으니 줄기와 예쁜 꽃을 피울 때까지 열심히 할게요.”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비무장 흑인 실수로 쏴죽인 美 백인 경찰 알고보니 26년 베테랑

    비무장 흑인 실수로 쏴죽인 美 백인 경찰 알고보니 26년 베테랑

    비무장 흑인 청년을 쏴죽인 미국 경찰의 신원이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지역언론 스타트리뷴은 하루 전 미네소타주 브루클린센터에서 흑인 운전자 단테 라이트(20)를 사살한 경찰이 26년 경력 베테랑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밤 미네소타주 형사체포국(BCA) 발표에 따르면 사망한 라이트에게 총격을 가한 건 26년 경력의 백인 여성 경찰관 킴벌리 A. 포터(48)다. 1995년 미네소타주 경찰 임용 후 브루클린센터경찰국(BCPD) 협상팀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포터는 2019년 8월 고베 디목-하이슬러 사망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이슬러는 자택에서 칼을 들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했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포터는 하이슬러 사망 사건에 연루된 다른 경찰관들에게 “현장에서 벗어나 별도의 순찰차를 타고, 보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을 끄고, 서로 대화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해당 경찰관들의 총격은 정당방위로 결론 났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 포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운전자 라이트는 체포에 불응하긴 했으나 비무장 상태였다. 더욱이 경찰 스스로 “우발적 발포”였음을 인정한 터라 정상적인 진압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브루클린센터경찰서장 팀 개넌은 보디캠 영상을 근거로 라이트 피격 사건이 포터 경관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그가 테이저건 대신 권총을 쏘는 실수를 범했다는 설명이다. 공개된 보디캠 영상에서 포터 경관은 달아나는 라이트를 향해 “테이저를 쏘겠다, 테이저!”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 라이트가 운전석에 올라탄 뒤에는 1발의 총성도 울렸다. 곧이어 포터 경관은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소리쳤다. 경찰 측은 해당 상황을 테이저건을 쏘려다 실수로 그만 권총을 쏜 것으로 해석했다. 개넌 서장은 “라이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진 우발적 발포”라고 묘사했다. 포터 경관은 일단 공무 휴직 상태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유가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라이트의 고모 나이샤 라이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사고라고? 말도 안 된다. 나도 2만 볼트짜리 테이저건이 있지만 권총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완전 장전된 권총과 테이저건의 차이도 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문제의 경관을 수감시키라”고 요구했다.숨진 라이트의 아버지 오브리 라이트(42) 역시 경찰이 총을 쓸 필요가 있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세차하겠다며 엄마에게 50달러를 받아 세차하러 가는 길에 총에 맞았다. 나는 내 아들을 안다. 아들은 겁에 질렸었다. 우리가 걔를 아이처럼 대했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17살짜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케이티 라이트도 “불과 2주 전에 차를 줬는데, 아들은 그 옆에서 숨이 끊어져 있었다. 아들은 겨우 20살이었다. 총에 맞아 죽을 이유가 없었다. 아들이 살아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며 가슴을 쳤다. 앞서 11일 오후 2시쯤 브루클린센터 인근에서 차를 몰고 가던 흑인 단테 라이트(20)는 교통단속 과정에서 경찰 명령에 불응했다가 총에 맞았다. 비무장 상태였던 그는 총을 맞고도 몇 블록을 더 운전해 달아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2년 전 학습 장애로 고교를 중퇴한 라이트는 2살 된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소매점과 패스트푸드 식당 등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사건이 벌어진 브루클린센터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서 불과 12㎞ 거리다. 특히 브루클린센터가 속한 헤너핀카운티 법원에서는 플로이드 살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 데릭 쇼빈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비무장 흑인이 또다시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노한 시민들은 잇따라 격렬한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경찰서로 몰려간 시위대 수백 명은 중무장한 경찰과 충돌을 이어갔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포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동요가 계속되자 미네소타 주지사는 11일 저녁 7시부터 12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금(金)파에서 金사과, 金배까지... 가격 천정부지

    금(金)파에서 金사과, 金배까지... 가격 천정부지

    지난해 기상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으면서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金)파’에 이어 ‘금사과’ ‘금배’란 말이 나올 정도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과일관측 4월호’를 보면 지난해 긴 장마 등의 여파로 사과·배 등의 출하량이 줄면서 주요 과일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달 사과(후지) 도매가격은 10㎏당 3만 9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 6700원)보다 47.6% 상승했다. 이달엔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3만 9000∼4만 3000원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월 가격(2만 8600원)과 비교하면 최대 50% 이상 오르는 것이다. 배는 가격 상승 폭이 더 크다. 지난달 배(신고) 도매가격은 15㎏당 6만 5700원으로 1년 전(3만 7300원)보다 76.7% 올랐다. 이달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의 두 배 수준인 6만 8000∼7만 2000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는 포도를 제외한 주요 과일 재배면적이 감소해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사과(3만 1082㏊), 배(8849㏊), 감귤(1만 9997㏊) 재배 면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1.6%, 2.7%, 0.6% 줄어들 전망이다. 단감과 복숭아는 지난해보다 1.7%와 1.2% 감소한 8259㏊와 2만 197㏊로 추산됐다. 지난해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인한 폐원, 도시개발, 농가 고령화, 작목 전환 등이 과일의 재배면적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시론] 피해자 중심주의 실천할 대화기구 만들자/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 전공 교수

    [시론] 피해자 중심주의 실천할 대화기구 만들자/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 전공 교수

    지난달 16일 미일 국무·국방장관(2+2) 회담과 18일 한미 2+2 회담에서 양자 동맹의 차이점이 두드러졌다. 미일 회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쿼드(Quad)로 대중 봉쇄망 구축,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한 동아시아 전략이 부각됐다. 한미 회담에선 대북정책 위주와 한반도 비핵화가 강조됐으며, 쿼드와 신남방정책 공조 가능성이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 국무·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 정부는 동맹 복원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나름대로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해 왔다. 지난 2월 19일 한미일 3국 북핵 협상대표 회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에 관한 3자 협력의 유용성을 평가했다. 지난 2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비핵화 협력과 북미대화 조기 재개를 확인했다. 이달 말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미일 3국 간 대북정책 공조가 재개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미국의 중재와 한미일 공조가 한일 간 대북정책 격차와 과거사 쟁점을 해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 정부와 우파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단계별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반도 비핵화 정책 추진, 남북미 종전선언 주장 등이 일본을 배제한 채 북한 비핵화를 무력화하거나 냉전체제를 바꾸려는 현상 변경자로 인식하면서 총체적으로 불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나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양국 관계를 방치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 위안부 판결에 이어 오는 21일 두 번째 판결이 예정돼 있다. 조만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집행하기 위한 매각 명령도 나올 것이다. 둘 다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강제집행 절차인 현금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잠재된 한일 갈등이 또다시 폭발할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수차례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했지만, 일본 측은 허들을 높여서 한일 간 교섭이 정체된 상태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대위변제를 포함한 해법을 추진할 경우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쟁점으로 국내 피해자와 일본 정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면서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내년 차기 대선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한반도 비핵화, 한미일 안보협력을 나눠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사안별 대응이 보다 유리하다. 대중 견제에 쿼드플러스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북미·남북대화로 관리해 나가며 한미일 대북제재와 안보협력, 그리고 비핵화는 현행 구도에서 대응할 수 있다. 북한도 제8차 당대회 이래 북미 대화에 소극적인 자세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될 경우 북미 협상이나 북일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중 갈등에 말려들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교훈은 주변국, 특히 한일관계 개선 없이 대북정책 진전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일본의 개입과 방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양국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도 맞다.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발휘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미·대일 외교를 추진해 간다면 남북·북미대화의 재개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심각한 갈등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한국이 주체적으로 관리해 갈 수 있는 외교적 공간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일단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가 연동돼 재발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에 대해 수출규제 철폐와 원상복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가야 한다.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현금화는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가야 한다. 상반기 중 일본 기업에 대한 매각명령이 나올 경우 한일 양국이 대화를 통한 위기 관리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는 물론 그동안 지원해 온 관련 단체와 공식적인 대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게 중시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실천하려면 말이다.
  • [씨줄날줄] 윤여정의 수상 소감/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윤여정의 수상 소감/김상연 논설위원

    미국 ABC 방송의 유명 진행자인 로빈 로버츠가 쓴 자서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과거 어떤 시상식에서 나름대로 멋지게 수상 소감을 말했는데 이를 TV로 지켜본 어머니한테서 나중에 꾸중을 들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너는 어떻게 네 얘기만 하고 너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은 거니”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그녀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감사 표시라도 기계적으로 이름을 나열하기보다는 봉준호 감독처럼 ‘창의적으로’ 해야 깊은 인상을 준다. 봉 감독은 지난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어렸을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었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이 스코세이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배우 김혜자씨가 던진 수상 소감도 뭉클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영화 ‘미나리’에서 열연한 배우 윤여정씨가 어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내놓은 수상 소감이 세계적으로 화제다. 비대면 시상식에서 윤씨는 영상을 통해 “아주 고상한 척(snobbish)하는 영국인들이 나를 좋은 배우라고 인정해 준 거니 영광이고 행복하다”고 했다. 순간 사회자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과 함께 허리를 꺾으면서 크게 웃었고 시상식장에 폭소가 터졌다. 원래 스노비시(snobbish)라는 단어는 ‘우월감에 젖은’이란 뜻으로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할 만큼 부정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 공개 석상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금기시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민감한 단어를 역사적으로 영국과 이해관계가 적은 한국인이 농담조로 불쑥 꺼내면서 묘한 환호를 끌어낸 셈이다. 사실 이 단어는 듣기에 따라서는 영국인이 기분 좋을 법하다. 영국에서 잠시라도 살다 온 사람들은 영국인들이 옛날 대영제국의 영화(榮華)에 젖어 산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한다. 결국 ‘그토록 우월감에 쩌는 당신들이 나를 인정해 줬으니 내가 대단한 것 아니냐’는 윤씨의 말은 영국인들이 내심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짓궂게 던지는 식으로 감사를 표한 수준급 수상 소감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윤씨는 영국사람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한국 배우가 될 것이다. 마이크를 잡았을 때 아무 얘기나 하지 마라. 말 한마디에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carlo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최저보다 최저인 이들의 임금협상/유영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최저보다 최저인 이들의 임금협상/유영규 사회부장

    “자식들이 화낼까 봐 얼마 받는지는 얘기 안 해요. 왜 그 돈 받고 새벽 일 나가느냐고….” 10년 넘게 빌딩 청소일을 했다는 K(62·여)는 얼마 전부터 ‘초단기 청소 노동자’가 됐다. 계약서상 일일 근무 시간은 2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오전 5시부터 7시 30분까지 160평 남짓한 사무실 청소를 마쳐야 한다. 일은 같은데 마감시간이 줄다 보니 몸은 더 고될 수밖에 없다. 임원실부터 사무공간, 탕비실, 복도까지 쉼 없이 쓸고 닦고, 휴지통을 비우다 보면 속옷부터 마스크까지 땀범벅이 된다. 그렇게 주 5일 새벽 별을 보고 출근해 받는 월급은 55만원이다. 최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주5일(월~금)·하루 2시간 30분 근무·월급 55만원’은 저임금 노동의 세트메뉴가 돼 버렸다. 일주일에 15시간 넘게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더 줘야 하는 ‘주휴 수당제’를 피하려 회사들이 만든 꼼수의 결과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에선 ‘이게 다 급히 오른 최저임금의 폐해’라며 노련하게 원인을 돌린다. 늘 그래 왔듯 마음만 급한 당위는 교활한 기득 앞에 무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K의 몫이다. 갈치 토막처럼 조각조각 잘려나간 노동시간을 채우려면 또 다른 사무실과 빌딩을 떠돌며 청소 일을 해야 한다. 끼니를 거르며 2·3탕을 뛰어도 월급은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밑돈다. 애초부터 K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저임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시장은 늘 공배수가 아닌 공약수를 건넨다. ‘법대로’라니 따질 방법도 없다. 약자가 기댈 것은 국가 차원의 임금협상인 최저임금밖에 없지만 상황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K 같은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 경비노동자, 여성 청소노동자, 용역과 하청업체 직원이 대표적이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319만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높아진 최저임금에 기업 부담도 한계에 다다랐음을 말하려 사측이 내민 숫자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이 일주일 뒤인 20일부터 시작된다. 사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성적표는 빈 수레만 요란했다. 집권 초기 급가속하다 다시 급정거를 한 탓에 4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7%에 그친다. 적폐라며 손가락질한 박근혜 정부 평균 7.4%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기 첫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6.4%와 10.9%로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그후 2년은 각각 2.9%와 1.5%로 곤두박질쳤다. 협상은 시작 전부터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내년 인상률이 5.5% 이하면 박근혜 정부보다 인상률이 낮아진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할 기세다. 경영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앞세워 동결 또는 삭감을 요구하겠다는 분위기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모든 상황이 역대급으로 어렵겠지만,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무너져서는 안 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외쳤던 현 정권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양극화에 신음하는 수많은 K를 위해서다. 코로나19는 가진 자보다는 못 가진 자에게,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게 더 혹독했다. 최저보다 최저인 이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다행인 점도 있다. 4·7 보궐선거를 치르며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무너져내린 공정과 심화한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는 끝났다. 말이 아닌 실천을 기대한다. whoami@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3급수의 나라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3급수의 나라

    오래전 대학에서 강사를 할 때 얘기다. 학기가 끝나고 성적 처리까지 모두 끝났는데 교학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 나와 몇몇 학생의 성적을 조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유를 물으니 학생들에게 F학점을 주면 안 된단다. 규정상으로는 분명히 상대평가였고 F학점도 가능했는데 무슨 말이지? 대학생이 아니라 학점은행제 수강생들이라 나도 어지간하면 점수를 주려고 노력하던 터였다. 그런데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시험도 보지 않은 학생들을 어쩌란 말인가? 내가 난색을 표하자 교학부장은 며칠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어디 학교 나왔어요?”, “왜 그리 빡빡하게 굽니까?”라고 막말을 하더니 그 학교에 재직 중인 선배 교수까지 동원해 압력을 가했다. 학생들이 수료를 하지 못하면 그만큼 신입생을 못 받고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는 얘기로 설득했다. 결국 돈이었다. 돈 앞에서는 최고 지성이라는 대학도 저렇게 민낯을 드러내고 만다. 난 학교 요구대로 모두 학점을 주었지만 다음 학기부터 출강하지 못했다. 내가 특별히 윤리적 위인도 아니다. 적당히 타협하며 적당히 살아가는 이 시대의 평범한 소시민이건만 그들은 그 평범함조차 거북했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나를 쫓아낸 이유는 뻔하다. 3급수에서 놀고 싶으면 너도 3급수 어족이 돼라. “전에는 공무원 놈들 몇 만원 챙겨 주면 다 알아서 해 줬거든? 요즘엔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내가 학교에서 쫓겨날 즈음 사업하는 집안 어른이 한 얘기다. 지금 기억으로도 ‘더럽다’는 표현이 그렇게도 쓰이는구나 하며 신기해했다. 과거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 폭력과 협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약자혐오’가 자랑이던 시절. 고무신 하나라도 받아야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찍어 줄 마음이 생기던 시절, 의류공장 계장까지도 납품회사에서 봉투를 받아 챙기던 시절, 요령과 편법이 정상이고 정의이고 진리이던 시절…. 우리는 어쩌면 아직도 그런 세월에 너무 익숙한지 모르겠다.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직사회, 국회, 언론 등 지배층의 당혹감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지금껏 끼리끼리 잘 해먹고 지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물고기가 한 마리 흘러 들어온 것이다. 환청이 들릴 정도였다. “어디 학교 나왔어요?” “왜 그리 빡빡하게 굽니까?” 야당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은 고졸 대통령이라며 비웃었다. 심지어 여당까지 야당과 손을 잡고 대통령을 몰아내려 했다. 그들의 생각은 뻔했다. “넌 우리 어족이 아니야! 나가!” 그리고 2007년, 국민은 탐욕과 비리의 대명사, 3급수의 대표 어족 MB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보궐선거가 끝났다. 부동산투기, 소수자 혐오, 편법과 비리…. 2021년의 보궐선거전은 2007년의 데자뷔를 보는 기분이었다. 선거로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다지만 이건 숫제 최악과 차악이 겨루지 않는가. 심지어 위선보다 순악(純惡)이 낫다는 말까지 나왔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탐욕을 부추기고,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돈만 벌게 해 준다면 부도덕자, 범죄자도 상관없었을까? 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이 내내 착잡했다 공직자, 정치인들의 이력을 보면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저렇게 하나같이 편법과 탈법의 귀재들인지.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회는 큰 문제없다며 덜컥덜컥 임명했다. 우리는 그 사실에 화를 내면서도 우리 손으로 또다시 그런 인물들을 지도자로 선택했다. 우리는 정말 그들에게 분노했던 걸까? 오히려 닮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리는 저들보다 얼마나 더 정직하고 깨끗할까? 정말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원하기는 하는 걸까? 불로소득 1위의 나라, 민감한 뉴스 댓글마다 막말, 여성 혐오, 소수자 혐오가 넘쳐나는 나라.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데 우리는 어째 자꾸자꾸 거꾸로만 가고 있다.
  • [길섶에서] 아빠 손맛?/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입맛만큼 예민한 감각이 있을까.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어릴 적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은 잊지 못한다. 할머니, 어머니, 외할머니, 외숙모가 해 주신 맛난 음식들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전국의 음식점 상호에 유독 할머니, 어머니의 손맛을 알리려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경우가 잦아진다. 요리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집에서 자주 먹는 음식들은 얼추 직접 만들 수 있다. 아내가 친정에라도 가면 아들과 함께 간단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김치·된장찌개를 비롯해 김밥, 달걀말이, 잡채, 미역국, 만둣국 등 웬만한 가정식은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다. 아내의 손맛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특히나 입맛이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의 손맛을 내기란 결코 불가능하다. 요즘은 요리하는 멋있고 섹시한 남자가 ‘요섹남’이라 불리며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남성의 능력에다 요리까지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 휴일에는 엄마 대신 아빠가 음식을 만드는 가정이 흔하다. 어린 자녀가 기억하는 입맛에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손맛까지 추가되는 게 아닐지 궁금해진다. ‘아빠 손맛?’ 좀 어색하긴 하지만. yidonggu@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나는 행복한가, 인간의 권리로서의 행복 추구

    [강남순의 낮꿈꾸기] 나는 행복한가, 인간의 권리로서의 행복 추구

    한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아파트 주차장에서 찍었다는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얼핏 보니 눈에 띄는 큰 글씨가 ‘○○○○ 유치원 셔틀버스’다.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유치원 이름 위에 작은 글씨로 “우리 강아지 보내고 싶은 멍문 유치원”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그 셔틀버스는 강아지를 위한 유치원 버스이고, ‘명문’을 변이해 ‘멍문’이라고 했다. 찾아보니 결국 ‘명문’이라는 의미의 ‘프리스티지 애견유치원’이라고 웹사이트는 홍보하고 있다. 유치원 이름은 영어와 독일어 단어를 섞어서 뜻을 알 수 없는 한국식 외국어로 만들었다. ‘명문’으로 들리게 하는 장치인가 보다. 웹사이트를 보니 기본 학습, 놀이 학습, 개별 학습, 교감 학습, 매너 학습 등의 다섯 가지 학습범주를 열거하면서 ‘프리미엄 교육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강아지 유치원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것도 ‘프리스티지 유치원’이라니. 웃기만 할 수 없는 참으로 기이하고 착잡하기까지 한 현상이다.●강아지 유치원도 ‘명문’… 어처구니없는 집착 한국은 ‘명문’이라는 말이 이렇게 도처에서 쓰이는 사회다. 명문가, 명문 구단, 명문 대학교, 명문 고등학교, 명문 중학교, 명문 초등학교, 명문 유치원도 모자라서 이제 ‘강아지’ 명문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한국 사회의 명문 집착은 이제 어처구니없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명문에 집착하게 됐는가. 단순히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가 동시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명문에 집착하는 사회가 될 때, 가장 심각한 위험은 가치관과 인생관의 지독한 왜곡이 자연적인 것으로 고착돼 버린다는 것이다. 인류에 철학과 종교가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그런데 내게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행복의 추구’라는 것이다.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하는 존재다. 이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오직 인간만이 죽는다. 식물과 동물은 소멸할 뿐이다”라고 했다. 식물이나 동물과는 달리 인간만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는 존재라는 인식에서다. 이렇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이 유한한 삶에서 무엇을 소중한 가치로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인지하면서, 그 죽는다는 사실이 주는 두려움을 넘어서고자 인간은 자신의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갈망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유한성과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집착, 그럴듯해 보이는 그러나 허울뿐인 명예와 권력에 대한 집착, 그리고 진실이 부재한 가식적 관계의 감옥으로부터 자신을 끄집어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인류에 철학과 종교를 태어나게 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철학은 ‘행복의 추구’, 종교는 ‘구원의 추구’라는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떠한 개념을 사용하든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원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행복의 추구’라는 말이 참으로 상투적이고 사치스럽게까지 들릴 수 있다. 하루하루 생존하기도 힘든 이 척박한 삶에서 도대체 사치스럽게 무슨 행복까지 바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의 추구는 모든 인간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유엔이 ‘행복의 날’을 제정하면서 강조한 것이다. 유엔은 2012년 6월 28일 총회에서 ‘국제 행복의 날’의 제정을 결의했다. 이 총회에서는 매년 3월 20일을 ‘국제 행복의 날’로 지정할 것을 결의하면서 유엔 소속 국가, 국제기구와 지역 기구들, 그리고 비정부 활동단체들과 개인들에게 교육과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이 ‘국제 행복의 날’에 대한 의식 고양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도모할 것을 결의했다. 유엔 결의에 따라서 2013년 3월 20일 첫 번째 ‘국제 행복의 날’이 시작됐다. 유엔의 행복의 날 문서에 보면 “행복의 추구는 인간의 근원적인 권리이며 목적”이라는 선언이 나온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라는 것이다. ●‘평등 관계망’ 보호법 없으면 행복 실현 어려워 유엔은 우리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에 요청되는 기본적인 17가지 목표를 제시한다. 이 17가지 목표는 기아와 빈곤의 퇴치, 깨끗한 물과 위생, 건강과 복지, 안정된 직업과 경제 성장, 산업 혁신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책임적 소비와 생산, 기후 변화와 같은 생태계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은 물론 젠더 평등, 그리고 평화와 정의로운 제도 등에 관한 것이다. 17가지 목표의 범주를 크게 나누어 보자면 세 가지 차원의 삶과 연결돼 있다. 육체적 삶, 사회 제도적 삶, 그리고 정신적 삶이다. 결국 행복한 삶이란 인간을 구성하는 이 세 가지 차원의 조건들을 개선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다. 유엔이 정한 이러한 17가지의 목표란 개인들이 행복한 삶을 모색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즉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엇이 죽음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와 행복감을 주는가. 물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의 내용은 각 개인이 지닌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명품에 대한 집착, 일류에 대한 집착, 일확천금에 대한 집착, 부동산 투기에 대한 집착, 또는 각종 권력에 대한 집착이 우리에게 이 삶의 의미와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의 추구는 사치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다. 행복의 추구에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차원, 즉 보편적 차원과 개별성의 차원이 있다. 유엔이 제시한 17가지 목표의 내용은 보편적 차원과 연결돼 있다. 즉 인간이면 누구나 그러한 보편적인 기본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개별성의 차원은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 보편적 차원의 조건들이 기본적으로 마련되고, 동시에 각 개인이 지닌 삶의 독특한 상황에 따라 개별적 차원의 조건들이 구성돼야 한다. 개인들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따라 행복한 삶의 내용이 다르다. 그러나 결국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다. 그렇다. 행복의 추구는 인간으로서 필요한 보편적인 차원의 조건들이 마련되는 것뿐 아니라 동시에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과의 관계’로 수렴된다. 삶을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들에서 진정한 나눔의 기쁨이 있는 삶이, 궁극적으로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 유엔에서 발표한 2021년 국제 행복 리포트를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50위를 차지한다. 행복한 삶을 수치로 측정해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성에도 하나의 참고자료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행복 수치는 경제적 위상에 비하면 참으로 낮다. 행복 리포트가 지닌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행복한 삶을 위한 보편적 기반이 불안하다는 지표를 보여 준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조건과 동시에 개인에게 중요한 개별적 조건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광적인 집착, 소위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문화적 격차,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나 생활동반자법과 같이 차별을 넘어서서 평등한 관계망을 인정하고 보호하고자 법안들의 입법화가 실행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와 사랑을 가꾸어 나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진정한 행복 외면’ 죽음 직전 후회는 너무 늦어 유엔의 2021년 국제 행복의 날 캠페인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영원한 행복’이다. 부동산, 명문, 일확천금 또는 정치, 경제, 종교 권력의 소유가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유한한 삶에서 나에게 행복의 경험과 의미를 주는 소중하면서도 진정한 관계를 나는 가꾸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과 씨름하면서 불필요한 집착과 욕망, 진정성과 진실을 외면하는 가식적 삶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발을 빼는 연습을 과감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 이 삶을 매듭짓기 직전에 진정한 행복을 외면해 온 삶에 대해 후회하는 것, 너무 늦은 치명적 손해가 아닌가.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집값 오류 잡자고 지자체로 이관”… 산으로 가는 공시가 해법?

    “집값 오류 잡자고 지자체로 이관”… 산으로 가는 공시가 해법?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오류를 놓고 정치권이 백가쟁명식 해법을 들이대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작 가려운 곳은 긁어 주지 못하고 엉뚱한 해법을 들이민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의 엉터리 산정보다 엉터리 해법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를 무겁게 물리는 것에 대한 조세 저항을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탓으로 돌리면 본말이 전도된다는 것이다. 12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문제에 대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정책 당국자들이 안이하게 대처해 일어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폭등→공시가격 상승→세 부담 증가→조세 저항’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조세 당국, 사회보험 담당 부처 등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 초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수가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놓았지만 국회도 손을 놓았다.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는 누진 체계라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모든 문제가 마치 엉터리 공시가격 산정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세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상승률을 연간 1.2~2.9% 포인트씩 점증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0년(69%) 대비 70.2%(1.2% 포인트)로 올리는 데 그쳤다. 집값이 폭등하지 않았다면 세금도 공시가격 상승률(1.2%)만큼만 올리면 된다. 급격한 세 부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자체 때문이 아니라 집값 폭등에서 찾아야 한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급격한 조세 부담 증가는 ‘시가 추인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재산세는 집값(시가)이 올라가는 비율에 따라 부과되는 구조다. 그간 비싼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세금을 적게 냈으니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세금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조세 저항과 일부 엉터리 산정을 문제 삼아 정치권이 공시가격 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은 ‘적정 가격’이다. 부동산 시장은 불안정한 시장이다. 가격은 정책에 따라 급변하고, 개발계획 발표에 따라 춤을 춘다. 시세의 급등과 급락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적정 가격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 100% 공평하게 산정됐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도 오차를 인정한다. 문제는 해법 가운데 상당 부분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가자’는 식이라는 것이다. 공시지가를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할 때 혼란은 더 커진다. 객관적인 잣대 없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매기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역별·물건별·가격대별로 달리 적용하는 것 자체가 더 큰 화를 불러온다. 지자체장의 선심성 정책 수단으로 변질해 가격 결정의 객관성도 떨어질 수 있다. 공시가격 산정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부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공시가격이 주요 공약이 되면서 가격 왜곡도 우려된다. 같은 가격 주택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는 과세 공평성과도 들어맞지 않는다. 현실화율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도 맞지 않다. 지역에 따라 시세 반영률을 달리 적용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같은 쓰임새와 같은 효용을 가진 재산은 가격도 같은 게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가격 왜곡 현상을 없애고, 시장 혼란도 막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시세가 비슷한 아파트는 공시가격도 같아야 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의 오류는 비판받고 수정돼야 하지만, 공시가격 산정 주체를 지자체로 이관하자는 주장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도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카카오브레인 새 CEO에 ‘입사 10년차 88년생’ 파격

    카카오브레인 새 CEO에 ‘입사 10년차 88년생’ 파격

    카카오 입사 10년차의 88년생 김일두(33) 팀장이 카카오브레인의 대표로 선임됐다. 2015년 당시 35살의 임지훈 대표가 카카오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고, 지난해 30세의 박새롬 성신여대 교수가 카카오 사외이사에 합류한 것에 이어 또다시 ‘젊은 인재’를 중책에 등용하는 파격 인사다. 카카오브레인은 12일 그동안 회사에서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장으로 활동한 김 대표가 새 CEO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은 기술만능주의와는 확실히 다르다. 오랜 기간 인류 전반에 걸쳐 변화를 만들 것”이라며 “인생을 걸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취임 각오를 밝혔다. 또 “AI를 볼 때 가슴이 많이 뛰는 것 같다”면서 “20년 뒤 내 아이에게서 ‘AI 없이 어찌 살았나’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12년 카카오 본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해 7년간 AI 연구에 집중했다. 2018년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으로 넘어와서도 AI를 활용한 의료진단이나 AI의 학습 연산 시간을 줄이는 방법 등 AI 관련 논문 10여편을 발표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2월 설립된 카카오브레인은 임직원 60여명이 모여 AI 원천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카카오의 자회사다. 2019년 기준으로 매출이 83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에 사용한 비용은 116억원에 달한다. 아직 돈을 버는 회사라기보다는 AI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도 하고, 상용화가 어렵더라도 연구 성과를 학회에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학사와 석사를 모두 공학 분야에서 취득하고 카카오에서도 AI 연구 ‘외길 인생’을 걸어오며 능력을 인정받은 김 대표가 연구 중심의 카카오 자회사를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공서열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수평적 문화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가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카카오브레인의 CEO를 맡았던 박승기 대표는 회사에 남아 자문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카카오 본사로부터 꾸준히 투자를 받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사이에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AI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열중할 전망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SK텔레콤과 AI 공동연구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들과의 협업도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단독] ‘300% 수익’에 낚였다…코인 리딩방 검은 유혹

    [단독] ‘300% 수익’에 낚였다…코인 리딩방 검은 유혹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전 국민이 암호화폐 투자로 들썩였던 2017년과는 차원이 다른 열기다. 글로벌 기준 당시 1만 9783달러(약 2300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6만 달러(약 6717만원)를 넘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품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액이 코스피를 추월할 정도로 유동 자금이 몰리면서 범죄 표적의 위험도 높아졌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7월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기획 보도 이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암호화폐 범죄 수익을 추적하는 공공플랫폼 ‘코인 셜록’(coinsherlock.seoul.co.kr)을 개설해 무료로 피해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하고 있다. 12일 기준 접수 건수는 150건(중복포함)으로, 이 중 51건의 암호화폐 범죄 피해 추적 보고서를 제공했다. 서울신문은 2회에 걸친 ‘추적! 코인 셜록’ 기획을 통해 범죄 피해 실상을 전한다. “상장만 되면 300% 이상 수익 보장합니다. 1달러일 때 담아 두세요!” ●알짜 정보·고수익 미끼… 투자금 공중분해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 박영미(50·여·가명)씨를 울린 코인 리딩방의 광고 문구다. 이 리딩방은 보안을 이유로 텔레그램에 개설됐다. 박씨는 암호화폐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 있는 ‘알짜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는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박씨는 가입비로 당시 약 100만원 상당의 2이더리움(ETH)을 내고 텔레그램 리딩방에서 운영자가 콕 찍어준 D코인 1500만원어치를 해외 장외거래소에서 매수했다. 그러나 해당 코인은 끝내 상장되지 않았다. 이후 시세마저 급락해 투자금 전체가 공중 분해됐다. 그가 가입한 리딩방도 폭파돼 사라졌다. ●불법 채굴 사이트까지… ‘코인 개미’ 피눈물 박씨는 지난해 8월 암호화폐 범죄피해 신고 플랫폼 ‘코인 셜록’에 피해 상황을 접수했다. 그가 가입비로 낸 이더리움을 추적한 결과 국내 대형거래소의 한 지갑으로 흘러갔고, 이를 단서로 리딩방 운영자를 고발했다. 코인 셜록은 지난해 7월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시리즈를 보도하며 암호화폐·다크웹 범죄 피해자들을 법률 지원하기 위해 블록체인 보안업체 웁살라시큐리티와 만든 공공 온라인 플랫폼이다. 박씨는 코인 셜록의 추적보고서를 경기도 A경찰서에 제출하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는 “어떻게 피해 내용을 증명할지 몰라 막막했지만 코인 셜록 지원을 통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며 “불법 리딩방 운영자가 꼭 처벌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암호화폐 시장은 주부·대학생들까지 투자에 뛰어들 정도로 ‘불장’이다.‘코인 개미’를 노린 리딩방, 지갑 해킹, 불법 채굴사이트 등 암호화폐 범죄도 다시 기승이다. 특히 개미 투자자를 노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리딩방 피해가 커지는 추세다. 리딩방은 운영자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특정 암호화폐의 매도·매수 타이밍을 추천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액의 가입비나 대리 투자, 투자금 탈취 등이 빈번해 사기 피해가 종종 발생한다. 리딩방은 암호화폐 투자의 변동성이 큰 반면 공시 정보는 많지 않은 비대칭성에 기생한다. 국내 4대 거래소 기준으로 상장된 암호화폐는 500여개에 달하지만 신뢰할 만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초보 투자자를 일컫는 ‘코린이’들은 리딩방의 현혹에 쉽게 빠진다. 암호화폐 시장은 등락폭 제한이 없어 최근 불장에서는 하루 수십~수백 퍼센트씩 등락한다. 정체불명의 리딩방마다 ‘하루 300% 수익률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배경이다. 불법 채굴사이트와 지갑 해킹 피해도 늘고 있다. 황진우(32·가명)씨는 암호화폐 채굴사이트에 가입했다가 1비트(BTC)를 절취당했다. 일정 금액을 내면 계정 등급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 수익을 지급한다는 불법 사이트를 믿고 가입비로 비트코인을 건넸지만, 입금 직후 사이트가 폐쇄됐다. 황씨는 “처음에 150만원을 내고 가입한 낮은 등급에서도 실제 30만원씩 수익이 발생해 믿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균(53·가명)씨도 거래소 지갑 해킹으로 470만원가량의 E코인을 도난당했다. 박정섭 웁살라시큐리티 연구원은 “개인 휴대전화가 해킹당해 거래소 지갑까지 뚫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일 기준 코인 셜록의 피해 접수자는 20대와 30대가 전체의 63.0%로 가장 많았다. 평균 피해 금액은 약 6346만원이다. 60대의 평균 피해금액이 3억 2420만원으로 가장 컸다. 피해 유형으로는 금융피라미드 사기와 피싱 등이 절반이 넘는 67.6%에 달했다. 코인 셜록은 금융피라미드 사기와 거래소 불법행위, 다크웹 성착취물 범죄 수익금 추적 등 다양한 암호화폐 범죄 피해를 지원하고 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입사10년차·88년생’ 카카오 자회사 대표 탄생…“AI에 인생 건다”

    ‘입사10년차·88년생’ 카카오 자회사 대표 탄생…“AI에 인생 건다”

    카카오 입사 10년차의 88년생 김일두(33) 팀장이 카카오브레인의 대표로 선임됐다. 2015년 당시 35살의 임지훈 대표가 카카오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고, 지난해 30세의 박새롬 성신여대 교수가 카카오 사외이사에 합류한 것에 이어 또다시 ‘젊은 인재’를 중책에 등용하는 파격 인사다. 카카오브레인은 12일 그동안 회사에서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장으로 활동한 김 대표가 새 CEO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은 기술만능주의와는 확실히 다르다. 오랜 기간 인류 전반에 걸쳐 변화를 만들 것”이라며 “인생을 걸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취임 각오를 밝혔다. 또 “AI를 볼 때 가슴이 많이 뛰는 것 같다”면서 “20년 뒤 내 아이에게서 ‘AI 없이 어찌 살았나’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12년 카카오 본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해 7년간 AI 연구에 집중했다. 2018년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으로 넘어와서도 AI를 활용한 의료진단이나 AI의 학습 연산 시간을 줄이는 방법 등 AI 관련 논문 10여편을 발표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2017년 2월 설립된 카카오브레인은 임직원 60여명이 모여 AI 원천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카카오의 자회사다. 2019년 기준으로 매출이 83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에 사용한 비용은 116억원에 달한다. 아직 돈을 버는 회사라기보다는 AI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도 하고, 상용화가 어렵더라도 연구 성과를 학회에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학사와 석사를 모두 공학 분야에서 취득하고 카카오에서도 AI 연구 ‘외길 인생’을 걸어오며 능력을 인정받은 김 대표가 연구 중심의 카카오 자회사를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공서열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수평적 문화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가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카카오브레인의 CEO를 맡았던 박승기 대표는 회사에 남아 자문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김 대표는 카카오 본사로부터 꾸준히 투자를 받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사이에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AI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열중할 전망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SK텔레콤과 AI 공동연구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들과의 협업도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문자남겨주시면 전화 드리겠다”…개인정보 공개한 청와대 비서관

    “문자남겨주시면 전화 드리겠다”…개인정보 공개한 청와대 비서관

    청와대에서 청년문제를 담당하는 김광진 청년비서관이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해 달라’며 자신의 개인정보 모두를 공개했다. 김 비서관은 1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하고픈 말이 있어서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했다는 한 분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분도 저도 딱 떨어지는 답을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30세대의 분노에 대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김 비서관은 “전화를 끊고는 많은 생각을 담아내던 시간이였다”며 유익한 대화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비서관은 “제 연락처를 여러차례 공개해서 어렵지 않게 찾으실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며 “뭐든 하고픈 이야기가 있는 분은 말씀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면서 이메일, 카카오톡 아이디에 이어 휴대폰 번호까지 적었다. 김 비서관은 “전화는 회의가 많아 바로 받기를 잘 못하니 문자남겨주시면 전화 드리겠다”며 많이 불러 줄 것을 거듭 청했다. 김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20·30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최연소 국회의원(1981년생)을 지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여당은 20대와 30대, 60대와 70대에서 크게 밀렸다. 특히 20대 남성은 22.2%(박영선)-72.5%(오세훈)으로 3배이상 차이가 났다. 30대 남성도 32.6%-63.8%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투표한 이가 두배 가량 많았다. 김 비서관이 적극 의견 수렴에 나선 데에는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청년 세대가 정부의 부동산 실정 등으로 인해 반문(反文)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학살 앞둔 희생자 사진에 미소 그려넣은 아일랜드 예술가에 캄보디아 격분

    학살 앞둔 희생자 사진에 미소 그려넣은 아일랜드 예술가에 캄보디아 격분

    캄보디아 당국이 악명 높은 크메르 루주의 학살에 희생된 이들의 사진을 “인간적으로” 바꾼 아일랜드 예술가를 공개 비판하고 조작된 사진들을 빨리 없애라고 촉구했다. 맷 러프레이란 예술가인데 그는 수도 프놈펜에 있던 S-21 교도소(현재 투올 슬렝 대량학살 박물관)에 수감된 희생자의 사진들을 잡지 바이스(Vice)에 올리면서 컬러를 입히고 일부 얼굴에는 미소까지 그려넣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집권한 크메르 루주는 최대 200만명을 학살했는데 이 교도서에서만 1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캄보디아 문화부는 사진을 바꾼 것이 “피해자의 존엄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러프레이와 바이스 모두에게 사진들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현재 바이스는 사진들을 모두 삭제했다. 문화부는 “러프레이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연구자, 예술가 및 대중이 피해자를 존중하기 위해 어떤 역사적 출처도 조작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러프레이는 바이스 잡지사와 대화하기 전까지는 논평할 수 없다고 BBC에 밝혔다. 바이스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이 기사에는 러프레이가 채색을 넘어서 조작한 크메르 루주 피해자의 사진이 포함돼 있다”면서 “ 바이스의 편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삭제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편집 과정의 실패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스 편집진이 미소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웃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긴장감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남자들에게 한 말과 다르게 여자들에게 말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트위터에 미소가 덧대지거나 컬러가 입혀진 사진 조작이 있었다는 글이 쏟아졌고 원본 사진과 러프레이의 조작된 사진을 비교하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당연히 캄보디아인들은 격분했다. 트위터 이용자인 문팃 케르는 “곧 커다란 무덤으로 행진할 것을 알고 있던 얼굴 뒤에 숨어있는 무서운 감정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하지만 예술가의 자기 과시를 위해 축하하며 웃는 초상화로 변모했다. 사려 깊지 않고 공격적!”이라고 썼다. 리디아란 여성은 러프레이의 사진에 나오는 한 남성의 조카라면서 러프레이가 바이스와의 인터뷰 도중 삼촌이 농부이며 전기 처형된 뒤 불태워졌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삼촌은 초등학교 교사였으며 그가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 알려진 것은 없다. 하나뿐인 아들도 함께 희생됐기 때문에 러프레이가 삼촌의 최후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루주는 캄보디아를 중세로 되돌리려고 시도했으며, 수백만명을 시골의 집단농장으로 이주시켜 강제 노동을 시켰다. 안경을 썼거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옛 정권에 연결된 사람들로 간주해 표적으로 삼았다. 나중에는 모든 이를 적으로 돌려 캄보디아의 베트남 민족과 무슬림도 표적이 됐다. 굶겨 죽이거나 감염병으로, 또는 과도한 노동으로 숨졌다. 정권은 1979년 베트남 군대에 의해 축출됐지만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은 태국-캄보디아 국경 지역에 숨어 베트남이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에 계속 저항하면서 학살을 이어갔다. 유엔은 2009년에 크메르 루주의 생존 지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재판소를 설립하는 것을 도왔다. 수억 달러의 국제 원조를 썼는데도 크메르 루주 지도자 가운데 ‘둑 동지’로 알려진 키우 삼판 전 국가수반, 지난해 사망한 폴 포트의 부관 누온 체아, 1998년 사망한 주범 폴 포트 등 단 세 명만 형을 선고받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어머니께 할말 없냐” 김태현 향한 질문…‘2차 피해’ 논란

    “어머니께 할말 없냐” 김태현 향한 질문…‘2차 피해’ 논란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을 향해 ‘어머니’를 언급한 질문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일가족을 살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태현은 9일 오전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검정색 옷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선 김태현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호송차에 오르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 유족에게 사과했다. 김태현은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면서 “제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과 저로 인해 피해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살해한 이유와 사전 범행 계획 여부, 피해자들을 살해한 이후 피해자들 집에 머물면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그는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볼 면목이 없습니다. 솔직히”라고 짧게 답했다. 어머니를 언급한 질문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잔인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1일 매체 기고를 통해 “김태현 신상정보 공개 결정은 백번 옳지만, 현장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났다는 점은 돌이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해당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가족이 받을 충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관련 기사의 댓글에 부모를 비난하는 글을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명백한 2차 피해라고 승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어머니는 범죄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인터뷰 과정에서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됐다. 김태현이 심정을 묻는 말에 먼저 어머니를 언급했다면 모를지라도 취재진이 어머니를 직접 거론하며 유도 질문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길섶에서] ‘슬세권’/전경하 논설위원

    얼마 전 집 앞 미장원 사장이 “이제 온라인으로 예약돼요”라면서 신이 났다. 직원과 위치는 그대로인데 예약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면서 이름만 바뀌었다. 그동안 다른 미장원보다 가격이 싸고, 커트는 예약 없이 찾아가도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녔는데 두 가지 요소 모두 사라졌다. 집 앞이라는 이점 하나 남았다. 앞으로도 갈까 하고 생각해 보니 답은 ‘글쎄요’다. 불쑥 찾아가면 불청객 취급만 받을 텐데 바로 집 앞에 가자고 예약을 할 거 같지 않다. 애당초 미장원은 ‘슬세권’(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갈 수 있는 생활권역)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양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슬세권’이 뜬다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은 편의점, 카페 그리고 음식점 정도였던 거 같다. 그런데 동네 맛집은 종종 전국구 맛집이 돼 동네 주민은 물론 단골손님도 찬밥이 되기 십상이다.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유명해진 뒤 단골손님을 위한 시간대를 따로 정했던 백반집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동네 주민이 단골손님이 돼 최소한의 장사가 가능하고, 온라인이나 전화 예약 등으로 장사가 더 잘돼 단골손님에게 더 잘할 수 있는 슬세권. 이런 상황은 실현 가능한 꿈일까 아니면 망상일까. lark3@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신문 언어

    [이경우의 언파만파] 신문 언어

    지난 7일은 신문의 날.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 첫 호가 나온 날이기도 하다. 독립신문의 창간 정신을 기리자는 뜻이 담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은 자주, 독립, 민권을 내세우며 순한글판을 내놓았다. 신문은 창간호 논설에서 “우리 신문이 한문은 아니 쓰고 다만 국문으로 쓰는 것은 상하귀천이 다 보게 함이라”고 했다. 쉬운 언어로 정보를 전하며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후 신문들은 여기에 더해 정확하고 공정한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외쳐 왔다. 이것은 신문 언어가 지향하는 기준이 됐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어려운 신문의 언어들에 대해 지적한다.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말들 때문에 불편해한다. ‘팬데믹’은 2000년 이전 신문에선 거의 쓰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띄엄띄엄 보이다가 2009년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쓰이는 빈도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카인즈에서 2020년 기사를 검색하면 ‘코로나19 대유행’은 4만 3436건, ‘코로나19 팬데믹’은 3만 28건이 보인다. ‘팬데믹’이 전문용어도 아니고, ‘대유행’이 담지 못하는 의미를 전하는 것도 아닌데, ‘팬데믹’을 사용하는 기사들이 크게 늘어났다. ‘일축하다’는 서술어도 자주 보인다. ‘단번에 거절하거나 물리치다’란 뜻이다. 전달자의 의견이 반영된 말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마찬가지로 ‘강조하다’, ‘비판하다’, ‘비난하다’, ‘경고하다’, ‘토로하다’, ‘뭉개 버리다’, ‘맹폭하다’ 같은 말들도 흔하다. 다른 표현을 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객관성만 해칠 뿐 얻는 이익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신문은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존칭을 사용한다. ‘씨’가 가장 일반적이고, 일정한 직함이 있다면 직함을 사용한다. 하지만 ‘씨’는 존칭의 의미를 잃어 가고 있고, 직함은 권위를 실은 말이 돼 가고 있다. 사회적 권위를 가진 이들에게는 거의 ‘씨’를 붙이지 않는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에게는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동안 신문 언어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성이 부족했다. 단순히 ‘바른말 고운말’을 쓰면 된다는 식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했다. 신문 언어는 그리 주체적이지 않았다. 각 분야의 언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도자료의 언어, 이전 시대의 언어, 정치의 언어, 기업의 언어, 국어사전의 언어를 너무 쉽게 가져다 썼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고 쉬운 신문의 언어여야 했다. w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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