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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우의 언파만파] 상투어/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의 언파만파] 상투어/어문부 전문기자

    이메일을 보낼 때 ‘안녕하세요’를 자주 쓴다. 상대도 이렇게 시작하는 이메일을 보내온다. 으레 하는 인사말이지만, 쓰지 않으면 뭔가 빼먹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넣다 보면 상투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해야 형식과 예의를 갖추는 것이 된다. 어쩔 수 없다. 한데 어떤 이는 바로 이어지는 이메일에서도 ‘안녕하세요’를 빼먹지 않는다. 이럴 때는 좀 어색하고 지나쳐 보인다. 상투어(常套語). 사전적 의미는 ‘늘 써서 버릇이 되다시피 한 말’이다. 뻔하고, 때로는 식상하고, 의미 없고, 믿음 없는 말이기도 하다. 버릇 같은 것이기도 하다 보니 상황에 맞지 않을 때도 적지 않다. “상투적이야”란 말은 “별로야”란 말과 통한다. 국어사전에 실린 예문들도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 “진부한 상투어를 쓰다”, “이 시는 상투어를 남발하고 있어서…”(표준국어대사전)처럼 ‘상투어’는 ‘진부’한데, ‘남발’된다. ‘월급’은 걸핏하면 ‘쥐꼬리’와 어울렸다. 그렇다 보니 일상에서도, 뉴스에서도 ‘월급’은 ‘쥐꼬리’여야 하는 것으로 비유됐다. 그러지 않으면 비상식적이고 비일상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월급’ 앞뒤에 ‘쥐꼬리’를 놓아야 편하게 공감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야 뉴스가 되고 통한다는 의식도 만들어진 듯하다.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을 ‘쥐꼬리’와 연결하는 일이 돼 버렸다. 정확성의 상실을 가져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쥐꼬리’는 이와 달리 보인다. ‘국가 지출 쥐꼬리’, ‘쥐꼬리 보상’ 같은 말들에서는 진부하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스의 문장들엔 ‘특히’가 의외로 많다. 전하는 내용 자체가 그런 것일 때도 있지만 습관적일 때도 꽤 있다. ‘특히’는 특정한 내용을 강조한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 한다”에선 다른 시간에도 줄을 서긴 하지만, 점심시간에 더 줄을 선다는 사실을 알린다. 한데 다음 문장의 ‘특히’는 습관성 같다. “공연장에서 ‘신록축제’를 연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에서 ‘특히’는 맥락 없어 보인다. 의미를 선명하게 하기보다는 흐리기도 한다. 코로나19를 전하는 뉴스에서는 ‘무더기’도 과해 보인다. 무더기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무심코 내놓는다. 10명 이하의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5명 이하를 가리킬 때도 ‘무더기’란다. 일상은 반복된다.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상투어를 쓸 수밖에 없다. 한데 항상 똑같은 건 아니다. 말을 변화시켜야 통한다.
  • ‘고양이 영상’ 검열은 오해… 텔레그램 빠져 반쪽 법안

    ‘고양이 영상’ 검열은 오해… 텔레그램 빠져 반쪽 법안

    지난 10일부터 소위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생활 침해, 검열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그 진위를 살펴봤다.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되나? (X)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다는 제보가 등장하기도 했다”면서 “귀여운 고양이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 등 커뮤니티에 공유된 영상물이 한 차례 필터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다. 필터링은 정부가 보유한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DB)와 공유된 영상물의 특징 정보를 대조해 걸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모든 영상물에 대해 대조작업이 진행되지만, 불법촬영물이 아니라면 용량에 따라 수초에서 수십초 내로 전송이 이뤄진다. 실제로 기자가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동물 영상을 올려 보니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라는 문구가 출력되고 수초 내로 전송됐다. 윤 후보가 언급한 사례는 이 대조작업이 진행되는 사이에 캡처된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엔 적용이 안 되나? (O) 정작 n번방 사건의 발단인 텔레그램 등은 운영업체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적용 대상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1:1 채팅방은 미적용)과 네이버를 비롯해 구글·메타(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 디시인사이드·뽐뿌·루리웹과 같은 국내 대형 커뮤니티 등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텔레그램으로 도망가자’는 말이 나오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안정됐나? (△) 정부 당국과 업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웬만한 규모의 사업자 테스트를 다 해 봤다. 시스템 장애, 단계적 적용 등을 감안해 6개월 계도 기간을 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술이 급하게 개발되면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오로지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재개정할 가능성 있나? (△) n번방 방지법을 놓고 여야 대선후보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날인 11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좋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n번방 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 후보는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 준다”면서 사실상 재개정을 예고했다.
  • “내 자식이 성소수자일 리 없어”… 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내 자식이 성소수자일 리 없어”… 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 ●교사들 성 정체성 농담에 ‘마음의 상처’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쇼트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우팅(43.8%) 피해가 컸다.●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 신청은 ‘0’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 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의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질책했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은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되지 않는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아우팅 우려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이 권리 구제 신청을 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트랜스젠더 자녀 회피하는 부모들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없던 일이 됐다. ●굿판 벌인 아버지… 화내고 때리는 어머니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런 이유에서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낳아 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독립하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가스를 사 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았고, 가정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학업·진로 포기한 아이들 저임금 노동이 현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 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 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이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최훈진·김주연·민나리·최영권 기자 ●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단독]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해”… ‘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

    [단독]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해”… ‘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교사들 성 정체성 농담에 ‘마음의 상처’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쇼트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우팅(43.8%) 피해가 컸다.●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 신청은 ‘0’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 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의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질책했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은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되지 않는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아우팅 우려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이 권리 구제 신청을 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트랜스젠더 자녀 회피하는 부모들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없던 일이 됐다. ●굿판 벌인 아버지… 화내고 때리는 어머니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런 이유에서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낳아 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독립하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가스를 사 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았고, 가정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업·진로 포기한 아이들 저임금 노동이 현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 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 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이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별기획팀 최훈진·김주연·민나리·최영권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도둑 잡을 사람이 한패 됐다”

    교수들이 올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12일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추천위원단 추천과 예비심사단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사자성어에서 2개씩 고르는 방식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1760표 중 514표를 받은 ‘묘서동처’가 뽑혔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한 ‘묘서동처’는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다. 이 말을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사법·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면서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묘서동처에 이어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 21.1%의 지지를 얻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17.0%)가 뒤를 이었다.
  •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트랜스 남성’ 성 정체성 찾은 희원이학교에 도움 요청했지만 자퇴 종용중고생 학업 중단율 대비 27배 높아“사내아이는 우는 거 아니야. 얼른 눈물 뚝 그쳐.” 10년 전 유치원 선생님은 울며불며 떼쓰는 남자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일곱 살 희원(17·가명)이는 선생님에게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선 맏딸, 유치원에선 여자 아이였던 희원이는 그러나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집에선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 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과호흡으로 쓰러진 희원이는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자퇴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텔레그램 못잡는 n번방 방지법…“고양이 영상도 검열” 사실은?

    텔레그램 못잡는 n번방 방지법…“고양이 영상도 검열” 사실은?

    [팩트체크] n번방 방지법 톺아보기지난 10일부터 소위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법촬영물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12일 주요 쟁점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정리했다. ①‘고양이 동영상’도 검열되나? (X)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다는 제보가 등장하기도 했다”면서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냐”고 밝혔다. 다만 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 등 커뮤니티에 공유된 영상물이 한 차례 필터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가 크다. 필터링은 정부가 보유한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DB)와 공유된 영상물의 특징 정보를 대조해 걸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에 따라 모든 영상물에 대해 대조작업이 진행되지만, 불법촬영물이 아니라면 수초 내로 전송이 이뤄진다.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가 일일이 공유된 영상물을 확인하고 불법촬영물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실제로 기자가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동물 영상을 올려보니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입니다’라는 문구가 출력되고 수초 이내로 정상 전송됐다. 윤 후보가 언급한 사례는 이러한 대조작업이 진행되는 사이에 캡처된 것으로 보인다. ②1:1 채팅방은 적용대상이 아닌가? (O) 카카오톡에 한정하면 오픈채팅 중에서도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그룹채팅방’에서만 n번방 방지법이 적용된다. 개인 채팅방에선 필터링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 혹은 인터넷 사업자가 개인 간의 대화까지 검열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적용되는 것은 일종의 ’커뮤니티’로 보기 때문이다. 개인 채팅방과 달리 누구나 검색해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일반에 유통되는 정보라는 것이다. ③텔레그램엔 적용이 안되나? (O) n번방 방지법이 가장 큰 비판을 받는 것은 정작 사건의 발단이 된 텔레그램 등은 운영업체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 대상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1:1 채팅방은 미적용)과 네이버를 비롯해 구글·메타(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 디시인사이드·뽐뿌·루리웹와 같은 국내 대형 커뮤니티 등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텔레그램으로 도망가자’는 말이 나오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④기술적으로 안정됐나? (△) 정부당국과 업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웬만한 규모의 사업자 테스트를 다 해봤다. 시스템 장애·단계적 적용 등을 감안해 6개월 계도 기간을 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술이 급하게 개발되면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오로지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장애가 생기면 카카오·네이버 등 대규모 인터넷 사업자는 ‘넷플릭스법’(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안정화법)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⑤정치권에서 재개정할 가능성 있나? (△) n번방 방지법을 놓고 여야 대선후보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다. 여당은 n번방 방지법이 효용성이 있다는 입장을, 야당은 즉각 재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밀고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인 11일 경북 구미 금오공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전검열이 아니냐고 반발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좋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n번방 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강선우 대변인도 “n번방 방지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국민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법이 검열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만일 그런 일 벌어진다면 민주당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 후보는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 준다”면서 “통신 비밀 침해 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범죄도 차단하고 통신 비밀 침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재개정을 예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도 “법률가인 우리 후보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면 항상 그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치해 나가겠다”고 했다.
  • “피고인 정말 찌질하네요” “듣기 짜증나”…서울변회가 꼽은 올해의 하위 법관

    “피고인 말꼬리 길게 빼지 마세요. 듣기 짜증나니까.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어요.” 첫 재판 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인적사항을 묻고 답하는 인정신문 도중 재판장에게 말투를 지적당했다.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구속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재판장은 마지막 공판 날에도 A씨가 눈물을 흘리며 최후변론을 마치자 “피고인 정말 찌질하네요”라고 말한 뒤 선고기일을 고지했다. 법정에서 ‘막말’을 하는 문제적 법관은 여전히 존재했다. 재판 도중 “뭐라는 거야”라며 반말을 내뱉고 “의뢰인 보기 미안하지 않냐”며 변호사에게 모욕을 주거나 “피고인의 변명은 말이 되지 않아 유죄”라며 예단을 드러낸 판사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은 13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1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소속 변호사 1703명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선 우수 법관 21명과 하위 법관 5명이 선정됐다. 최하위 평가를 받은 B판사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소송대리인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전 기일에서 정리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2년 연속 하위 법관에 꼽힌 C판사는 고압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며 예단을 드러낸 사례가 제출됐다. 이러한 하위 법관 5명의 평균 점수는 53.5점이다. 반면 치우침 없이 충분한 변론 기회를 제공하며 사건관계인을 배려한 판사 28명은 우수 법관에 선정됐다. 23명은 평점 95점 이상을 기록했고 5명은 평균보다 1.5배 이상 많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90점 이상을 받았다. 이유형(50·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평균 점수 99.1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을 비롯해 경제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허선아(49·30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2년 연속 우수 법관에 선정됐다. 김대웅(56·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됐다. 권영혜(40·39기)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소액사건인데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판결문에 판단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소송관계인에게 정중하고 친절하게 재판을 진행했다는 우수 사례가 제출됐다. 현재 대장동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권성수(50·2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도 우수 법관에 포함됐다. 서울변회는 2008년부터 공정한 재판 진행을 독려하고 사법관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우수·하위 법관을 선정하고 있다. 5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만 집계에 포함한다. 올해 유효 평가된 법관 745명의 평균 점수는 79.4점으로 전년(80.96점)보다 하락했다.
  • [단독]‘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단독]‘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지정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 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 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 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숏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 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이 존중한다는 게 아니라 ‘너가 트랜스젠더인데 뭐 어쩌라고?’라는 뜻이었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웃팅(43.8%) 피해가 컸다. 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는 ‘0’…기댈곳 없어 학교 스스로 관둬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트집을 잡았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씨는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씨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안 된다. 그중에서도 조례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 정도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학생인권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했다”면서도 “성소수자 권리구제 신청을 하는 순간 정체성이 원치 않게 공개되기 때문에 여전히 학생들은 상담기관을 찾을 뿐 직접 구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도윤씨는 잘 살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자퇴를 택했지만, 지금도 졸업식에 가는 꿈을 자주 꾼다. ‘검정고시로 졸업했는데 왜 학교에 있지’라고 의구심을 품다가 ‘꿈인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납득한다. “남들은 초·중·고는 그냥 졸업하잖아요. 자퇴한 데 아쉬움이 남나봐요.” 등 돌린 부모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됐다. 부모님의 지지를 바랐던 우현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학교에 다니며 성별을 바꾸기 위한 의료적 조치(트랜지션)를 하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7살 터울인 동생이 잠든 뒤에야 부모님은 우현씨를 불렀다. 그때 들은 말 대부분을 애써 기억에서 지웠지만, 아버지의 한 마디는 잊을 수 없다. “애초에 너를 내 자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말해도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다. 네가 커서 알아서 해라.”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우현씨는 오랫동안 부모를 설득한 끝에 고2 때 학교를 그만두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두어달이 지나자 수염도 났다. 신체에 대한 성별 불일치감은 줄었지만 부모님은 멀어졌다. 어머니는 느닷없이 수도원으로 떠났다. “제가 변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 같아요. 한달 뒤에 엄마가 돌아오고 저는 집에서 쫓겨났어요. 집에 전화했는데, 지금 들어가면 맞아죽겠다 싶었죠. 아는 사람 집을 1주일씩 전전하다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인 ‘띵동’에 도와달라고 했죠.” 폭력에 전환치료 시도까지…가출은 이들의 생존법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요. 낳아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살려면 독립하기 전에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까스를 사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 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살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고, 가정 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정신과 상담이나 진단에 대한 부모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탈가정한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생계형 노동자가 된 아이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에서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 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씨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렌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라’고 말만 하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단독]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낙인 찍은 학교 떠났다

    [단독]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낙인 찍은 학교 떠났다

    “사내 아이는 우는 거 아니야. 얼른 눈물 뚝 그쳐.” 유치원 선생님은 울며불며 떼 쓰는 남자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일곱살 희원이(17·가명)는 선생님에게서 직접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희원이는 맏딸이자 여자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원이는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가입했다.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도 날 지켜주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희원이의 불안 증세는 심해졌다. 어느 날엔 수업 중 호흡이 가빠져 숨이 안쉬어졌다. 선생님이 성확정 수술 후 강제 전역 조치된 트랜스 여성 고 변희수 전 하사를 ‘남자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언급한 게 뇌관이었다. “제가 죽으면 저를 여자로 기억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어요.” 희원이는 결국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자퇴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대장동 특검’ 동상이몽 빠진 대선 정국

    ‘대장동 특검’ 동상이몽 빠진 대선 정국

    대장동 의혹 핵심 관계자였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향후 대선 정국이 ‘대장동 특검 블랙홀’에 빠져들 지 주목된다. 양당 대선후보는 연일 대장동 특검 추진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지만,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양당간 간극을 보이면서 관련 논란은 내년 3월 대선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뒤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본인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하자는 엉뚱한 주장으로 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꾸 나에게 불리한 것 빼고 상대방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것만 하자는 것은 결국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윤 후보 관계된 부분만 빼고 하자? 이게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돈을 최초 조달할 때 대출 비리를 알고도 덮었다는 혐의가 있는데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며 “그때 그거 덮지 않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환수했다면 이 일은 아예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 후보 부친은 어쩌다가 집을 하필이면 그 관련된 사람에게 팔게 됐는지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며 “자금 조달을 어떻게 했는지 이런 것도 다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그 외에도 개발이익을 특정인이 과도하게 치부하는 소위 하나은행 중심의 배당 설계,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공개발을 포기시키고 성남시 공공개발을 막아서 100% 민간개발업체에 봐주자고 강압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유 전 본부장의 사망에 대해 “검찰이 본질은 남겨두고 주변을 뒤지는 수사를 하다가 결국은 누군가가 또 검찰의 강압수사를 원망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며 “몸통을, 본질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검 대상에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포함하는 것에 반대한 적이 없었다는 취지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발언에 대해선 “다행이 전부에 대해서 특검을 하자고 하니까 전적으로 환영하는 바이고 실질적 협의를 여야가 국회에서 대신해주도록 요청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들은 국가 운명을 책임질 사람들”이라며 “제기되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는 정말 성역 없이 전체적으로 특검을 통해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날 강원 춘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대위 발대식에서 “지방에서 개발사업을 하면서 특수관계인에게 조 단위의 특혜가 돌아갔는데 자금 흐름이나 공범관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건 국가도 아니다. 정상적 민주정부라고 할 수 없다”고 대장동 의혹 관련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 후보는 “그 당사자가, 그분께서 지금 여당 후보로 나와서 해괴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며 “국민이 정말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걸 교체하지 않으면 국민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이 후보를 직접 비판했다. 윤 후보는 발대식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 관련 의혹은 제외하려는 윤 후보 때문에 특검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취지의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이 후보 말에 대해서는 대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웬만하면 상대 당 후보에 대해서 이런 식의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고, 공약이 뭔지도 모르겠다. 매일 바뀌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서 하자고 한 게 언제인가”라며 “180석 당에서 빨리 야당과 특검법 협상에 들어가든지, 말장난 그만하고 빨리하자 이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같은 법조인으로서 ‘왔다 갔다’하는 것에 대해 답을 하기가 참 어렵다”며 “이 후보의 이야기는 내게 묻지 말고 여러분(취재진)이 잘 풀어내시라”고 덧붙였다. 양당 대선후보가 공히 대장동 특검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양당의 입장도 표면적으로는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12일 “논의가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이 후보가 특검을 회피하지 않기로 한 만큼 방식에 대한 이견에 있어선 여야 간 계속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도 “여당과 협상을 위해 수십 번 문을 두드렸다”며 “특검 도입을 위해 상호 모든 요구사항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여야 내부적으로는 대장동 특검 득실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두 후보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나올텐데 누가 더 손해일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측도 “이 후보는 사실상 발가벗겨진 상태에 가까워 변명 부분에 대해서만 전략을 잘 세우면 된다고 여길 수 있다”며 “반면에 윤 후보는 어떤 게 튀어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장동 특검 추진에 있어서 최대 간극은 수사 범위에 있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의 시초를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에서부터 시작해 윤 후보에 대한 수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 관련 대장동 의혹에 대한 물타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윤 후보가 언급한 것처럼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범위에 포함시키더라도 특검 추천 방식 또한 이견이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당론 발의한 특검법안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4배수를 추천한 뒤 교섭단체 합의로 2명을 압축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설특검법을 준용해 특검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4명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고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을 당연직으로 포함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여야 모두 특검 추천 방식에서부터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다. 수사기간도 국민의힘이 제출한 특검법안은 70일간 수사하고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60일 수사에 30일 연장이 가능한 상설특검법을 준용하자는 입장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약 3개월인 상황에서 양당의 세부적 입장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대선 전에 특검 수사를 끝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당 대선후보들은 유권자 표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장동 특검에 대한 수용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양당은 향후 수사 여파까지 고려한 최종 협상을 마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고양이와 쥐가 한패”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고양이와 쥐가 한패”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국정 책임자와 감시자가 이권 노리는 사람과 한통속”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를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추천위원단 추천과 예비심사단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사자성어 중 2개씩을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한 결과, 1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은 ‘묘서동처’가 뽑혔다고 12일 밝혔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한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한데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꼬집는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간에 입법·사법·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 교수는 “공직자가 위아래 혹은 민간과 짜고 공사 구분 없이 범법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아닌가”라며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되는데 묘서동처의 현실을 올 한해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이 21.1%를 얻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표현한 ‘이전투구’가 17.0%로 뒤를 이었다.
  • 막가는 김제시의회 ‘불륜 스캔들’ 시즌 2

    막가는 김제시의회 ‘불륜 스캔들’ 시즌 2

    ‘지방의회 무용론’을 촉발시켰던 전북 김제시의회 ‘불륜 스캔들’이 2라운드로 접어들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완결판’으로 불리는 김제시의회 동료 의원 간 불륜 사건은 지난해 7월 해당 의원 둘을 제명하고 의장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제명됐던 고미정(여) 의원이 최근 법원의 판결로 의회에 복귀하면서 지역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상대방인 유진우(남) 전 의원도 오는 16일 ‘제명처분취소 등 청구의 소’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재판 결과에 따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제 시민들에게 ‘집단 수치심’을 안겨 줬던 사건의 인물들이 의회에 재입성하는 절차를 밟고 있어 내년 선거를 앞둔 지역 정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제명됐던 고 의원이 시의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0월 21일. 제명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어 고 의원은 지난달 24일 제명 처분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고 의원은 지역사회의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행정사무 감사, 예산안 심의 등 일정을 소화했다. 제명 처분이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이 2심에서도 그대로 나올 줄 알았던 시민들과 시의회는 의외의 판결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시의회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재판 결과는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충일 행사장 폭언에 이어 기자회견으로 불륜 표면화 동료 의원 간 불륜사건은 2019년 말부터 흘러나왔다. ‘시의회에서 주관한 해외연수를 다녀온 직후부터 불륜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결국 지난해 6월 6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터지고 말았다. 이날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유 의원이 고 의원을 향해 “이 ××× 여기가 어디라고 와. 너 앞으로 내 눈에 띄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폭언을 퍼부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졌다. 추념식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두 의원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있었는데, 유 의원이 갑자기 욕설하는 것을 보고 ‘그 소문이 사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유 의원과 고 의원의 불륜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어 6일 뒤인 12일에는 유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 의원과 불륜 사실을 인정한다.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이 폭행을 당했고, 고 의원 남편이 흉기까지 휘둘러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 의원은 “12월 26일 불륜 사실이 발각돼 (고 의원의 남편에게) 6차례 폭행을 당했다”며 “정신적인 충격에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흉기로 허벅지를 찔렸고 머리를 너무 많이 맞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5차례 더 폭행을 당했다. 아내와 애들 앞에서도 맞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고 의원의 신변을 숨겨주려고 자기 부인 이름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했다”고 털어놨다. ●“사랑한다더니 불륜 사실 들키자 스토커로 몰았다” 또 유 의원은 “‘사랑한다. 종일 당신 생각만 난다. 남편과 이혼하는 데 6개월 걸린다. 당신한테 간다. 꼭 간다. 죽더라도 간다’는 내용의 구애 편지를 썼던 고 의원이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들키자 자신을 스토커로 몰았다”며 분개했다. 이날 유 의원이 스스로 불륜 사실을 고백하자 지역 여론이 악화되고 시민사회단체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유 의원은 탈당했다. 민주당 비례의원인 고 의원은 당에서 제명당했지만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자진 사퇴를 공언했던 유 의원도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그는 “7월 3일 정도에 사퇴하는 걸로 하겠다”고 했다. 사퇴를 미루는 이유에 대해선 “김제시의회 의장 선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역에선 “당장 사퇴해도 모자랄 판에 의장 선거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찍기 위해 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불륜 스캔들은 김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언론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막장 드라마’를 연출, 절정을 이뤘다. 지난해 7월 1일 의장단 선출을 위해 열린 본회의장은 유 의원이 고 의원에게 다가가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느냐”고 폭언하면서 난장판이 됐다.이날 유 의원은 고 의원에게 “내가 스토커야? 얘기해 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고 의원은 “그럼 제가 꽃뱀입니까?”라고 맞섰다. 다시 유 의원이 “꽃뱀 아니었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느냐”고 소리쳤다. 이에 고 의원은 “법적으로 고발하세요. 고발하면 되잖아요”라고 되받았다. 그러자 유 의원은 “너는 내가 전국적으로 매장시킬 거야. 너하고 나하고 간통했지. 그만 만나자고 하니 네가 뭐라고 했냐.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의회에 있냐. 기자들 다 찍으세요. 무슨 자격으로 여기 있어. 할 말 있으면 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둘 사이에 고성이 오고 가면서 본회의장은 싸움을 말리려는 의회 직원들까지 몰려들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제시의회는 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두 의원의 추태로 일정을 연기했다. ●김제시의회 품위 유지 책임 물어 제명 의결 본회의장 추태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김제시민들은 “도무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해당 의원들을 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의원들의 불륜으로 막장 드라마가 돼 버린 김제시의회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김제시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해당 의원이 더는 의회활동을 할 수 없게 신속한 제명을 촉구한다. 김제시의회 역시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껏 늑장 대응을 한 책임을 지고 김제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해당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김제시의회는 지난해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 만장일치로 두 의원을 제명했다. 유 의원은 7월 16일, 고 의원은 7월 22일 제명됐다.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온주현 시의회 의장도 10월 19일 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남녀 의원 모두 제명 처분 무효 소송 제기 하지만 스캔들은 끝나지 않았다. 제명된 두 의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제명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륜 스캔들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고 의원은 지난해 10월 14일, 유 전 의원은 10월 23일에 소장을 제출했다. 고 의원은 소장을 통해 “유 의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스토킹, 폭언, 협박 등을 당한 피해자일 뿐 간통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시의원으로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법원은 올 4월 1일 고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고 의원과 유 의원의 관계, 편지 내용 등을 참작해 보면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로 인해 사회적 파장을 야기했고 시의회 운영과 의정활동에 신뢰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김제시민들의 명예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판시했다. 고 의원이 유 의원의 언행이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고소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징계도 “절차상 하자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고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부적절한 관계’ 인정하지만 절차적 하자 지적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1월 24일 고 의원의 제명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두 의원의 ‘부적절한 관계’는 인정했지만 김제시의회가 고 의원에게 방어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징계 절차를 위반했고, 제명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과한 징계라고 봤다. 한편 유 의원이 제기한 제명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오는 16일 나온다. 법원의 판단으로 고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지역에서는 민주당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공천=당선’이 공식처럼 굳어진 지역 정치구조상 ‘함량 미달’ 인사를 공천한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북에서는 ▲송지용 도의회 의장의 폭언·갑질 사건 ▲정읍시의회 여성 의원 성추행 사건 ▲전주시의원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등 민주당 공천을 받은 지방의원들의 자질 부족 사건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민주당이 공식 사과는커녕 지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의 정치 구도가 민주당 일색인데 공천받고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자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민주당이 책임을 통감하고 일신하지 않으면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 초교 은사 “상처 안되는 말 골라해야”…李 “맞는 말”

    이재명 초교 은사 “상처 안되는 말 골라해야”…李 “맞는 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TK)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 이틀째인 11일, 자신의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과 은사를 만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경북 봉화의 만산고택에서 진행하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한 ‘명심스테이: 반갑다 친구야’에 출연, 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박병기 씨와 모교인 안동 삼계초등학교 동창 세 명을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사회를 보던 박성준 의원이 “후보의 1학년 때 성적표를 보니 ‘동무들과 잘 놀며 씩씩하다’ ‘활발하지만, 고집이 세다’고 평가했더라”라고 하자, 은사인 박 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 후보가) 공부를 잘했냐고 묻는데, 공부를 잘 하는 게 다는 아니다”라고 답해 웃음을 끌어냈다. 이어 한 친구가 “이 친구(이 후보)는 공부하고는 뒷전이었다. 학교 갔다 와서 어느 날 (성적) 통지표를 찢어버리더라”고 회고하자, 이 후보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동창들은 대체로 이 후보를 ‘재발랐다’(동작이 재고 빠르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코찔찔이가 시장에 도지사, 그리고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웃으며 “내가 어린 시절 도서관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인생에서 책을 젤 많이 본 시기가 초등학교 시기”라고 받아쳤다. 이들은 이 밖에도 이 후보가 초등학교 시절 빌린 돈 60원을 성남으로 이사한 후 편지를 보내 갚은 일화, 어린 시절 근처 논밭 서리를 다닌 추억, 준비물 준비를 하지 못해 화장실 청소를 하던 기억 등을 회상했다. 한편 동창들은 이 후보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배고파서 물을 먹던 골짜기 출신이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 혼자 올라온 것이 애처롭기도 하다”며 “힘이 없으니 도와주지도 못하고, 마음만 참 그렇다”고 말했다. 은사 박 씨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을 언급하며 “전 시장이 빚을 많이 진 것을 다 갚고, 잘 사는 성남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훨씬 큰일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컸다는 기분이 들어 정말 뿌듯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박 씨는 “선거라는 것이 말 한마디가 큰 충격을 준다”며 “공식 석상이나 SNS에서 말할 때 정돈된 말, 다른 사람에게 상처 되지 않는 말 좀 골라서 해달라”는 쓴소리를 덧댔다. 이에 이 후보는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 이야기도 잘 들어야죠”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좀 전에 (봉화에 있는) 아버님 어머님 산소에 갔다 왔다. 저도 결국 그 옆에 묻힐 것”이라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정치란 현실이라 (지지율이 안 나온다)”며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여태까지 색이 똑같아서, 빨간색이라 찍었는데 솔직히 대구 경북 망하지 않았냐”며 “제 고향에서 지지를 못 받으면 남의 고향에서 좀 그러니까 고향 어른들 많이 좀 도와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 김총리 “정부 욕 안먹으려 청소년 목숨 담보잡을 순 없어”

    김총리 “정부 욕 안먹으려 청소년 목숨 담보잡을 순 없어”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미접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본인”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 위험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방역패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리는 “항체라는 ‘방패’가 없는 분들은 적어도 새로운 방패를 들기 전까지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 곳이 최선”이라며 “그리고 이 방패는 청소년들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접종이 거의 완료된 고3 수험생과 2학년에서는 확진율과 치명률이 매우 낮다. 청소년 접종이 필요한 이유는 확실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내 아이가 아무 부작용 없이 100% 안전한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신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정부가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 고심과 고심을 거듭했고, (방역패스 적용을) 안 하면 솔직히 욕 안 먹고 속 편하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욕 좀 덜 먹자고 우리 청소년들의 목숨을 담보를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단계적 일상회복 적용 이후 예상과 다르게 위중증환자가 많이 나와 큰일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으며 “솔직히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거리두기라는 ‘방어진’ 안에만 머물렀다면 버티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포위된 진지 안에서 꼼짝 못 하고 있으면 먹을 것이 당연히 떨어진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고통을 견딘 분들이 소상공인 자영업들이다.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이분들이 희생하면서 버틴 것”이라며 “그러나 한없이 그럴 수는 없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병상확보 문제와 관련해 ‘정부 비축물량처럼 평소에 여유병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맞는 말씀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의료 필요성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지침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에는 “딱 부러진 기준을 가질 수가 없다. 전파 속도나 위중증 비율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질타한다면 달게 받겠지만, 딱 부러지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어떤 분들은 아예 딱 몇 주 봉쇄하자고 한다. 정 필요하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융단폭격으로, 아군도 함께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확진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한 국민입니다. 시원하게 코로나 잡자고 우리 국민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김 총리는 “욕을 먹으면 먹더라도 거짓말하지 않고 매 순간,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잡고, 최선을 다해서 이 전선을 돌파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재명 “국민의힘은 주권 사기당”…손실보상 100조 두고 야권 맹비난

    이재명 “국민의힘은 주권 사기당”…손실보상 100조 두고 야권 맹비난

    李 “100조 지원은 국민의힘 거짓말 시험할 ‘리트머스 시험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국민의힘은 주권 사기당”이라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해서 야당이 100조 지원을 선출 이후로 미루자, “지원 약속은 거짓말이 아니냐”며 이를 ‘정치 사기’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북 안동 중앙시장에서 즉흥연설을 갖고 이같이 밝히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즉각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새가슴이라서 지원하자고 하면 또 퍼주기다, 돈으로 표산다고 해서 소심하게 25조를 말했는데, 절대 안된다고 생난리를 치더니 윤석열 후보가 50조를 하자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훌륭하십니다. 하십쇼. 본인 공으로 인정합니다’ 그랬더니 내년에 당선되면 하겠다고 한다”며 야권에 일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갑론을박을 하는 중에 김종인 위원장이 100조를 하겠다고 약속해서 내가 ‘100조 지원 합시다’ 그랬더니 바로 바꿔서 내년에 당선되면 하겠다고 한다”며 “빈말 한건지,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 하다가 돌아선 건지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거짓말로 국민 주권을 사기쳐서 편취하는 ‘주권 사기 집단’”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이번 기회가 (국민의힘이) 주권 상습 사기범, 사기 집단이 맞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100조 추경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다. 윤 후보는 춘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대위 발대식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지휘하는 행정부에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당연히 여야가 만나서 협의를 할 것이고 야당에서 그걸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이날 안동MBC 앞에서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자꾸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이러면서 할 마음도 없이 100조 지원하겠다라고 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며 “여야가 합의를 해서 정부에 추경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논의를 진척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 TK 간 이재명 “전두환, 경제는 성과…박정희, 눈에 띄는 정치인”

    TK 간 이재명 “전두환, 경제는 성과…박정희, 눈에 띄는 정치인”

    보수 표심에 적극적으로 구애“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공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TK) 방문 이틀째인 11일 보수 표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면서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공존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보수 진영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줄줄이 열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면서 “그러나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범죄다.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안동 중앙시장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인권 침해, 민주주의 파괴, 불법 정치의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이 후보는 “우리가 비록 진영을 나눠 싸워왔고 상대 진영에 대해 비난하더라도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서 다시는 그런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하되 잘한 것은 계승해서 더 키우자”고 했다. 이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6·25 당시 행적과 보도연맹 학살사건 등을 언급하며 “국가지도자가 할 짓인가”라면서도 “이분이 딱 한 개, 제가 볼 때 칭찬받을 것 있다. 바로 농지 개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다부동 전적기념관의 구국 용사충혼비에 헌화·분향하고 전시품을 둘러봤다. 방명록에는 “목숨을 바친 희생과 헌신을 평화롭고 번영하는 조국으로 보답하겠다”고 썼다.이재명 “특검에 윤석열 빼자? 엉뚱한 주장” 한편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특검 도입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본인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하자는 엉뚱한 주장으로 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꾸 나에게 불리한 것 빼고 상대방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것만 하자는 것은 결국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윤 후보 관계된 부분만 빼고 하자? 이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돈을 최초 조달할 때 대출 비리를 알고도 덮었다는 혐의가 있는데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그때 그거 덮지 않고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환수했다면 이 일은 아예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후보 부친은 어쩌다가 집을 하필이면 그 관련된 사람에게 팔게 됐는지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며 “자금조달을 어떻게 했는지 이런 것도 다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사망에 대해선 “검찰이 본질은 남겨두고 주변을 뒤지는 수사를 하다가 결국은 누군가가 또 검찰의 강압수사를 원망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한다”며 “몸통을, 본질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전모에 대해서 신속하게 여야 간 합의를 해서 특검을 통한 수사가 합의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 현직 화가가 쏘아올린 ‘내돈내상’ 논란…솔비 “실력으로 증명”(종합)

    현직 화가가 쏘아올린 ‘내돈내상’ 논란…솔비 “실력으로 증명”(종합)

    가수 겸 화가 솔비(본명 권지안·37)가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PIAB21) 시상식에서 대상인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것과 관련, 현직 화가가 해당 아트페어에 대해 “참가비만 내면 시상식 후보 등록을 해주는 소규모 전시”라고 말했다. 앞서 솔비의 소속사 엠에이피크루는 지난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FIABCN)에 솔비가 메인 작가로 초청돼 작품 13점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솔비는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 시리즈의 ‘피스 오브 호프(Piece of Hope)’로 팬데믹으로 축하를 전하지 못하는 케이크를 통해 상처받은 현대인을 표현했으며, 심사위원 로베르트 이모스는 “역동적인 표현성과 독창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그리움과 함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직 화가 이진석씨는 8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솔비가 대상을 받은 FIABCN은 대단한 권위가 있는 아트페어가 아니다”라며 시상식에 출품한 작품 역시 해외 작품을 베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피악, 스위스의 바젤, 영국의 프리즈 등이 유명한 아트페어로 꼽히며, 보통 권위가 있는 아트페어는 갤러리 단위로 작품을 내기 때문에 작가 개인이 나가는 FIABCN의 경우 소규모, 페어형 전시라고 설명했다. FIABCN은 2011년 12월 첫 개최 이후 10년 동안 6번만 진행될 정도로 개최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기간도 이틀로 매우 짧아 5일간 진행되는 아트페어하고 다르다고 덧붙였다.“‘국제’라고 대단한 권위 아니다” FIABCN은 첫날만 10유로(1만 3260원)의 관람료를 받았고, 둘째 날에는 돈을 받지 않고 누구나 입장할 수 있게 했다. KIAF의 첫날 관람료가 최대 30만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값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이진석씨는 “‘국제’라는 말이 붙은 건 단순히 다른 국적의 화가가 작품을 냈기 때문이다. 대단한 권위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솔비가 상을 받은 시상식은 참가비만 내면 후보 등록을 해주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FIABCN 측은 참가자에게 부스 등을 빌려주고 대여료로 최소 900유로(120만원)와 함께 참가비 550유로(75만원)를 받고 있다. 참가비를 내면 시상식 후보로 등록해준다. 이진석씨는 “권위 있는 시상식은 심사위원단이 작가를 뽑고 다시 후보를 추려 그 후보에게 후원금과 상을 주는 시스템”이라며 “작가한테 부스비, 참가비를 뜯어내서 딱 전시 이틀하고 주는 상이 무슨 권위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진석씨는 솔비의 작품이 일본 화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과 흡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작품을 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나아트에서 전시했던 시오타의 작품과 너무 비슷했다”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가나(장흥 가나아뜰리에)에서 전시한 작품을 베끼면 어떡하냐”고 황당해했다. 이씨는 “갤러리에서 솔비를 대형 작가로 만들고 싶은 모양인데, 남의 작품을 베끼는 등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본인한테 마이너스”라며 “솔비가 대단한 화가인 것처럼 포장하니까, 사람들은 진짜 대단하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비는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그의 작품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가 현대미술의 대가 제프 쿤스의 작품 ‘play-doh’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솔비는 “영감을 받아 오마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엄격한 검증 거쳐…표절 아니다” 솔비 측은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PIAB)는 FIABCN 행사 기간 중 상을 주는 어워즈로 FIBCN의 주최 측이 아닌 또 다른 협회에서 주는 상”이라며 심사위원 7명 중 로베르트 이모스(Robert Llimos) 작가는 바르셀로나 해안가에 가면 떠있는 조각들, 올림픽 조각상 등 스페인에선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표절 의혹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참가비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 역시 어떤 아트페어든 참여를 위해 부스비를 낸다고 해명했다. 솔비 측은 “이진석씨가 시오타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의심한 작품은 최재용 작가의 ‘Mass’시리즈다. 표절이라고 말하는 작품은 시오타의 경우 ‘실’로 작업을 하지만 최 작가는 2009년부터 스트롱핀(옷 살 때 태그에 거는 투명 고리)으로 작업을 했고 유럽 곳곳에서 전시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오타의 작업은 2015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최 작가도 불쾌한 심경을 SNS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편견과 싸우고 있는 권지안 작가에 대해 컬렉터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라고 전했다. 솔비는 SNS를 통해 “이번 바르셀로나 전시는 올해 초부터 초청레터를 받고 가는 전시라 현지 관계자들의 기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원망스러울 만큼 잔인하고 잔혹한 해였다”며 “마치 신이 당근과 채찍을 주듯 계속 고난이 반복되고 다시 희망을 찾고 또 다시 아픔이 오고.. 또 다시 희망속에 꽃이 피고. 하지만 난 그래도 정말 감사한게 많은 사람”이라고 적었다. 솔비는 “뚜벅뚜벅 제 길 걷다보니 스페인에서 미술로 상도 받고 우리 엄마가 장하다고 한다. 항상 반대하셨던 엄마에게 칭찬받으니 행복하다! 우리 자신의 선택은 항상 옳아요!”라는 글을 남겼다. 솔비는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함에 따라 FIABCN의 각종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누리게 된다. 2022년 ICM Group Ltd.가 두바이와 도쿄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진행하는 전시회에도 초청된다. 오는 10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영혼의 빨래’를 연다.
  • 신기루, 학폭 의혹에 “뺨 때리고 침 뱉어? 일방적 주장…정말 억울”

    신기루, 학폭 의혹에 “뺨 때리고 침 뱉어? 일방적 주장…정말 억울”

    신기루 “학폭 의혹, 전혀 사실무근” 해명소속사 “사실관계 확인 위해 자체 조사 중” 개그우먼 신기루(본명 김현정)가 학교폭력(학폭)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소속사 측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신기루의 소속사 에스드림이엔티는 “학폭 가해 논란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속사 측은 “신기루의 주장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피해주장 당사자가 제기하는 뺨을 맞았다는 등의 직접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 신기루가 침을 뱉었다는 주장, 신기루의 후배들에게 지시해 당사자에게 욕설과 폭력을 가했다는 주장, 신기루가 왕따를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의 입장만 각종 포털에 기사화돼 마치 내가 재판도 없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심정’이라며 ‘정말 억울하다’라는 답변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렸을 때 학폭 가해자가 티비에 나옵니다. 게다가 대세 연예인이라고 자꾸 홍보기사까지 뜨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작성자 A씨는 연예인 K씨의 학폭을 주장했다. A씨는 인천에서 중학교를 나왔다며 초등학교 때 꽤 친하게 지냈던 K가 중학교 3학년이 된 후 심하게 자신을 따돌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말이 좋아 따돌림이지 K는 일진이었고 일진 무리에서 꽤 계급이 높았다”는 주장도 했다. 이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K가 신기루가 아니냐고 추측했고, A씨는 “신XX인가요?”라는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내고 “사실관계 확인을 철저히 진행하기 위해 신기루 본인이 학폭 피해를 주장하는 분과 만나기를 원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나, 당사자가 만남 자체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연락조차 꺼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KBS ‘폭소클럽’으로 데뷔한 이후 긴 무명 생활을 겪은 신기루는 최근 웹예능 ‘터키즈 온 더 블록’에서 주목 받기 시작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했다. 한편 신기루는 지난달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비속어와 음담패설 등을 내뱉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신기루는 “생방송 경험이 없고 늘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제 이야기만 했다. 전 연령대가 듣는 공중파 라디오에 경험 부족이었다”라며 “반복되는 실수로 실망감 드리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 매달 ‘2014만원’ 입금받는 조송화, 기업은행과 어떤 결말 낼까

    매달 ‘2014만원’ 입금받는 조송화, 기업은행과 어떤 결말 낼까

    연봉 2억 5000만원을 12달로 나누면 약 2083만원이다. 법에 따라 3.3%(소득세 3%+지방소득세 0.3%)의 세금을 원천징수하면 그 선수의 통장에는 2014만원 정도가 들어온다. 이는 조송화가 매달 21일 구단으로부터 지급받는 월급 추정치다. 여자배구에 큰 파문을 일으킨 조송화와 IBK기업은행의 분쟁이 ‘머니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10일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책임지는 대신 발을 빼기로 결정하면서 두 당사자의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구단은 “조송화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조송화는 “무단이탈이 아니다.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며 맞서는 상태다. 이날 상벌위에 출석한 조송화가 반성 대신 반격을 택하면서 기업은행과 조송화는 계약 해지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 분쟁에서 핵심은 잔여 연봉 지급이다. 구단은 잔여 연봉 지급 없이 조송화와 결별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고, 조송화는 매달 2014만원씩 받으며 자유계약선수(FA)로 차기 행선지를 모색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조송화는 2020~21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3년, 연봉 2억 5000만원, 옵션 2000만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선수의 연봉은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를 1년 단위로 매달 지급되는데 구단에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구단은 내년 연봉은 물론 이번 시즌 잔여 연봉까지 4억원에 가까운 돈을 내줘야 한다. 조송화에게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잔여 연봉 지급은 없다.기업은행과 조송화는 ‘표준계약서’에 따라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계약서 제3조 선수의 의무 1항(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실히 선수활동을 하여야 한다)과 2항(선수는 연맹의 규약과 제 규정 및 구단의 내부 규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송화는 부상으로 빠진 것이고 무단이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표준계약서 제4조 구단의 의무 2항(구단은 선수의 인권을 존중하고, 선수가 선수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여야 한다)과 6항(구단은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신의에 좇아 행동하여야 한다) 등이 조송화가 근거로 들 수 있는 조항이다. KOVO 규정 및 표준계약서상에도 선수의 휴가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이 부분이 어떻게 해석될지도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날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송화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잔여 연봉 문제 등 향후 발생할 여러 문제와 관련해서는 “추후에 진행되는 대로 공개적으로 알려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질문 세례를 받은 조송화 역시 “아직은 구단 소속”이라며 말을 아꼈다.다만 어떤 결말이 나더라도 조송화가 선수로 배구 코트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조송화 측 변호인이 법적인 부분을 대비하는 사이, 잔여 연봉보다 더 중요한 팬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날렸기 때문이다.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결국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학교폭력 논란’의 당사자 이재영과 이다영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현재도 남자배구에서는 데이트 폭력 논란에도 코트로 복귀한 정지석(대한항공)에 대한 팬들의 항의가 거센 상황이다. 분쟁이 파국으로 치달아 팬심도 싸늘하게 식는다면 ‘트럭 시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팬들이 조송화의 퇴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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