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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일회용 컵 보증제가 커피값만 올린다고?

    [씨줄날줄] 일회용 컵 보증제가 커피값만 올린다고?

    빈 병을 가게에 가져가면 크기에 따라 개당 70~300원을 돌려받는다. 소주병이 100원, 맥주병이 130원이다.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는 유리병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자원 재활용 등의 취지에서 1985년 처음 도입됐다. ‘빈 용기 보증금 제도’다. 소주병을 대상으로 먼저 해보다가 그 해 11월 맥주병을 포함시켰고 1987년에는 청량음료병까지 대상을 늘려나갔다. 그래봤자 개당 20원, 최고로 쳐준 게 100원이었다. 너무 싸 반납 유인력이 약하다는 지적 등이 일면서 2017년 지금의 시세로 인상됐다. 2003년에는 일회용 컵에도 보증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회수율이 너무 저조한 데다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회수된 보증금이 당초 취지인 ‘환경 보호’ 등에 쓰이지 않고 커피숍 등 업체의 배를 불린다는 불신도 컸다. 결국 5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심기일전해 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재도전에 나섰다. 오는 6월 10일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난 뒤 종이컵 내지 플라스틱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우선 전국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대형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약 4만곳이 해당된다. 보증금은 개당 300원으로 정해졌다. 재활용 공정이 더 까다로운 일반 유리병보다 더 높게 책정됐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워낙 일회용 컵 소비량이 많다 보니 유인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한 듯 싶다. 커피나 음료 전문점에서 우리나라가 한 해 소비하는 일회용 컵은 2018년 기준 28억개 정도다. 2007년 4억개에서 10년 새 7배로 늘었다. 국민 1명당 평균 56개다. 보증금을 챙기지 않으면 남들보다 1만 6800원을 더 지불하는 셈이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일회용 컵을 주워 반납해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은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돌려준다. 일회용 컵 보증제 부활 소식에 어떤 이는 티끌을 모으는 심정으로, 어떤 이는 뜨거워지는 지구가 걱정돼 동참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매장 주인들은 “커피값은 신용카드로 받고 보증금은 현금으로 돌려주란 말이냐” “휘핑크림 잔뜩 묻은 컵을 가져오면 세척은 누가 하냐”고 토로한다. 소비자는 소비자들대로 “가게 주인들이 퍽도 친절하게 (보증금을) 돌려주겠다” “가뜩이나 커피값 올라 부담스러운데 더 오르게 생겼다”고 걱정한다. 중국 등에서 싸디싼 모조 컵을 들여와 보증금 차익을 챙기는 ‘컵테크’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도 있다. 정부는 위변조 방지용 바코드 스티커를 컵에 붙이겠다지만 이는 또 다른 환경오염을 부른다. 빈병 보증금을 포기하는 까닭은 “인상 쓰는 가게 주인이 불편해서”도 있지만 “귀찮고 번거로워서”가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소주 가격에 ‘응당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제도 시행 초기야 보증금이 추가 요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소주값처럼 ‘커피값+보증금’을 커피값으로 여길 수 있다. 6월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무인회수기를 대폭 늘리는 등 환급 절차를 훨씬 쉽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소 중립’ 가치 실현은 고사하고 결국 커피값만 올리게 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를 당국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차례상이 부담스러운 설날 아침이다.
  • 尹 ‘설 연휴 4자 토론 거부’에 민주·정의·국민의당 강력 비난

    尹 ‘설 연휴 4자 토론 거부’에 민주·정의·국민의당 강력 비난

    설 연휴 4자 토론 사실상 보기 힘들 듯...“내달 3일 이후로 협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국민의힘이 27일 설 연휴 양자토론을 재차 주장하자 나머지 토론 주체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날 법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자 TV토론을 금지해달라며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지상파 3사는 전날 4당에 토론회를 오는 31일 또는 2월 3일 열자고 제안했으며, 국민의힘을 제외한 3당은 31일로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한 뒤 ‘국민의힘이 양자 토론을 다시 제안한 것은 후보의 의견이 들어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래 양자 토론하기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았느냐”며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의 ‘31일 대선후보 양당 토론 개최’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해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 양자토론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대선 후보인 자신이 승인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후보는 “(성 의원의 제안은) 제가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이라며 “사법부에서 공영 매체가 초청하는 식은 곤란하다고 판결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그 취지를 존중하면서 양당의 (토론하기로) 합의한 사항은 (이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판결에 반하지 않게끔 (토론회를) 하자는 제안”이라고 덧붙였다.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이 후보와의 토론에 대해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토론 기피가 아니고 다자 토론을 해보니까 상대에 대한 검증과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다자토론을 쭉 해보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양자 토론을) 말한 것이고 (다자 토론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31일 4자 토론은 사실상 안 받는 건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양당 협의를 통해 31일 양자 토론이 예정돼 있는 건데, 양자 토론을 다시 진행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거듭 양자 토론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일단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31일에 양자토론을 하고 안 후보와 심 후보를 포함한 4자 토론은 그 이후에 협의를 통해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성 의원은 4자 토론 예정일에 대해선 “시간이나 의제 등을 협의해 2월3일이나 그 이후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나머지 당들은 비판 의견을 냈다.“해치지 않을 테니 도망가지 말라”, “새가슴으로 무슨 정권교체” 박주민 민주당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어제는 다자 토론도 괜찮다고 했다가 오늘 갑자기 양자 토론을 새롭게 주장하고 나섰다”며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윤 후보 측이) 4자 토론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자 토론을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도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에서 지역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토론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하면 될 텐데 자꾸 복잡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께서 신발을 하나 사도 다 비교하면서 사는데 국민의 운명을 책임질 후보들을 국민에게 비교·분석할 기회를 많이 드리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진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접근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통해 “윤석열 후보님, 심상정은 물지 않는다”며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2자 토론으로 도망가지 마시고, 4자 토론에 나오셔도 괜찮다”고 밝혔다.이어 “어제 법원은 합리적 근거 없는 양자토론이 평등권과 공직선거법상 토론회 참여권,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음을 명확히 밝혔다”며 “늘 법대로 하겠다는 윤 후보께서 왜 토론은 법대로 못하겠다는 건가. 불리하다 싶으면 탈법하고, 민주주의마저 부정하는 게 윤석열의 공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링 위에 올라오지 않는 선수는 자동 실격”이라며 “국민의힘이 4자 방송토론을 거부한다면 선거방송 준칙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를 빼고 3자 토론을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어제 국민의힘 대변인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다자 토론도 관계없다고 밝혔다”며 “공당의 말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바뀌니 국민의힘은 공당이 맞나”라고 날을 세웠다.이어 “이전의 선례도 무시하고 법원의 결정에도 따르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라며 “이미 국민의힘은 법원과 국민의 위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에 맞섰다는 것 하나로 제1야당 후보가 된 분에게 어울리지 않는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라며 “볼썽사납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 본부장은 “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싸우고 싶다면 거기서 본인 혼자 원맨쇼를 하면 된다”며 “국민은 제1 야당에 묻는다. 이런 정신상태, 이런 ‘새 가슴’으로 무슨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법원의 결정 취지를 받아들여 3자 토론이 즉각 열려야 한다”며 “유튜브에서 하든, 어디서 하든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의 권리를 무시하는 어떠한 꼼수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단독]“사형 못하면 종신형을”...흉악범에 두 딸 모두 잃은 아버지의 울분

    [단독]“사형 못하면 종신형을”...흉악범에 두 딸 모두 잃은 아버지의 울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안되면 미국처럼 종신형을 도입해야죠. 왜 아무 대책없이 사형을 폐지합니까.” 충남 당진에서 작은 딸의 남자친구 김모(34)씨에게 하룻밤 새 작은 딸과 큰 딸까지 모두 목숨을 잃은 자매의 아버지 나종기(62, 사진)씨는 30일 서울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선고가 있던 날은 한숨도 못 잤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정재오)는 지난 25일 항소심에서 1심처럼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나씨는 “그놈(김씨)이 20년 간 징역을 살다 나오면 권재찬처럼 다시 사람을 죽이지 않겠느냐”며 사형선고가 나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권재찬(53)은 2003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를 살해해 무기징역이 선고됐으나 15년 만에 출소해 최근 또다시 중년 여성과 사체유기를 도운 공범을 살해했다. 나씨는 “자식이 두 딸 뿐인데 모두 잃었고, 우리 부부와 손주들까지 모두 산송장으로 만들었다”고 침통해했다. 현재 큰 딸의 세 자녀는 충남 홍성 할아버지 집으로 갔고, 작은 딸의 자녀 한 명만 나씨가 데리고 있다고 했다. 나씨는 “작은 딸네 고 2년생 손녀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반에서 1~2등 하는 아이였는데 엄마가 죽고 우울증이 생겨 학교와 병원을 오가다가 결국 입원했다”고 전했다. 이어 “큰 딸네 손주들도 트라우마로 병원 치료를 받다 할아버지 집으로 갔는데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나씨는 “두 딸의 장례식장에서 손주들이 ‘(복수한다고) 엄마 죽인 놈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그놈은 죽었으니 우리 잊어버리자’고 달랬지만 그 게 잊히겠느냐”며 “손주들도 평생 상처를 안고가게 생겼다”고 했다. 나씨는 “범죄로 온가족이 무너지고 내동댕이처졌는데 정부가 뭐 하나 살피는 게 없다“며 ”범죄자는 살려주고 피해자 유족한테는 이래도 되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나씨의 두 딸은 2020년 6월 25일 오후 10시 30분과 이튿날 오전 2시 30분 각각 살해됐다. 김씨가 당진시 모 아파트에서 ‘여친’인 작은 딸(당시 38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같은 아파트 언니(39) 집에 들어가 4시간 동안 기다리다 귀가한 언니를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것이다. 김씨는 범행 후 언니 휴대전화로 106만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고, 언니 차를 훔쳐 울산으로 도주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뺑소니’를 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 및 살인강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김씨는 여친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취해 잠들자 목 졸라 살해했고, 언니가 ‘살려달라’고 계속 애원하는 데도 목을 졸랐다”며 “언니를 살해하고 벤츠 승용차 키와 신용카드, 명품가방을 탈취한 뒤 태연히 또다른 애인을 불러내 술을 마시면서 훔친 가방과 목걸이를 팔아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형법상 없는 처벌이고, 사형은 1997년 12월 집행 이후 사실상 폐지됐다”며 사형 선고를 못한 고민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나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 “법이 죽었다. 김○○의 목숨만 목숨이고 내 두 딸은 목숨이 아니냐. 범죄자의 세상이다”면서 “손주들에게 ‘엄마 죽인 놈, 오늘 사형선고 받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얼굴을 보느냐”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법이 그렇다면 사적인 응징을 하라는 말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작은 딸이 김씨를 만난 건 알콜중독치료센터라고 했다. 딸은 이혼 후 술에 의존했다. 나씨 부부와 부산에서 살던 작은 딸에게 김씨가 “네 언니가 가족과 떨어져 당진에서 혼자 음식점을 하니 가서 도와주자”고 꼬드겼다고 했다. 나씨는 “애초에 장사하는 큰 딸 돈에 욕심을 내고 간 것 같다. 내가 건축일로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살아 이런 점을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키 174㎝에 미인이어서 남들도 좋아했던 큰 딸까지 사정없이 해쳤다”고 한탄했다. 큰 딸은 동생이 김씨와 당진에 오자 집을 구해 주고 아르바이트 자리 등을 주선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나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계속 ‘우발적 범행’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두 번 올려 사형 선고를 촉구했다. 2020년 12월 글에서는 “내 인생은 두 딸이 무참히 살해 당했을 때 산산조각이 났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며 “그 놈이 내 딸 휴대전화로 우리 가족에게 딸인 척하며 카톡 답장한 것에 속아 두 딸을 온전히 안을 수도 없이 구더기 들끓고, 부패한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고 끔찍한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1심 판결은 무기징역 선고에 그쳤다. 나씨는 “경찰 수사 때 (김씨) 신상공개를 요구했는데 당시 박원순(전 서울시장) 사건으로 시끄러워서인지 하지 않더라”면서 “우리 가족이 당한 이런 참혹한 사건을 막을 수만 있다면 청와대 앞에서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명절 때면 당진에 가서 두 딸과 맛 있는 음식도 먹고 즐겁게 지내다 왔는데 이번 설은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해도 행정처분으로 이뤄지는 ‘가석방‘을 막을 강제력이 없고, 사형도 집행이 안돼 사실상 폐지된 상황이 계속된다면 형법 개정을 통해 사문화된 사형 대신 종신형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업보인가…죽은 사슴머리 뿔에 달고 다닌 일본꽃사슴

    업보인가…죽은 사슴머리 뿔에 달고 다닌 일본꽃사슴

    번식을 위해선 경쟁자를 제거해야만 하는 게 수사슴 숙명이다. 때로 이 잔인한 숙명은 수사슴의 발목을 잡는 업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난해 2월 14일, 일본 홋카이도 베쓰카이정 노쓰케반도에서는 죽은 사슴의 잘린 머리를 뿔에 달고 다니는 수사슴이 포착됐다. 죽은 사슴의 뿔과 뿔이 엉킨 수사슴은 고개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수사슴은 일본꽃사슴(Sika Deer, 학명 Cervus nippon) 아종인 에조사슴(학명 Cervus nippon yezoensis)이었다. 영어명 Sika는 한자 사슴 록(鹿)의 일본 발음 ‘시카’에서 유래했다. 에조사슴 등 일본꽃사슴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다른 사슴종과 마찬가지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수컷과 ‘뿔 싸움’을 벌인다. 10월까지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뿔을 준비해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슴은 경쟁자를 물리치고도 번식에 실패하는 허울뿐인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홋카이도에서 포착된 수사슴처럼 말이다.일본의 한 생태학자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사슴은 번식기 경쟁 수사슴과 싸우다 뿔이 엉키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엉킨 뿔을 풀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하면 번식이고 뭐고 한쪽이 죽을 때까지 버티는 인내심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자는 홋카이도 수사슴 역시 같은 처지였을 거로 추측했다. 그는 “수사슴은 뿔이 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대가 죽을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상대 수사슴이 죽고 그 사체가 썩어 없어지면서 수사슴도 움직일 수 있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사슴의 뿔은 엉킨 채로 여전히 남아 그대로 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뿔끼리 맞물려 굶어 죽은 수사슴 한 쌍을 발견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학자는 이어 “다른 서식지에서는 이런 경우 두 수사슴 모두 포식자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슴이 살아남은 건 노쓰케반도에 인간은 물론 이렇다 할 적이 없었던 덕이었다”고 전했다. 또 “죽은 사슴 머리가 마치 비운의 트로피 같다. 수사슴의 숙명과 자연의 가혹함을 상기시킨다”고 해석했다. 이런 현상은 서식지와 종을 가리지 않고 여러 나라 다양한 사슴종 수컷에게서 발견된다. 2019년 2월 미국 텍사스주에서도 번식기 싸움 도중 상대와 뿔이 엉킨 수컷 흰꼬리사슴이 구조된 바 있다. 당시 수사슴은 부패한 상대 사슴 사체 옆에 누워 있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죽은 사슴머리를 뿔에 달고 다니던 수사슴이 3~5월 뿔이 탈락하고 새 뿔이 돋아나면서 비로소 무거운 업보에서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 가을 번식기를 보내고 또 어떤 수사슴이 숙명적 업보에 매여 겨울 들판을 헤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인구 위기, 대선, ‘소멸’의 미래/한신대 교수

    [이해영의 쿠이 보노] 인구 위기, 대선, ‘소멸’의 미래/한신대 교수

    대략 1년 전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2021년 1월 6일자)하기를 진정 한국을 위협하는 건 북한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라고 한 적이 있다. 굳이 핵이니 선제타격이니 할 것도 없다. 가만히 있어도 한국은 망한다. 아니 ‘소멸’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7월 발표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에 대한 감사원 보고서는 인구 위기의 긴급성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간담이 서늘해진다.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즉 지금의 초저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2017년 대비 2047년에 7.1% 감소한 4771만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67년에는 28.2% 감소한 3689만명, 2117년에는 70.6% 감소한 1510만명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라면 22세기 말쯤 이 땅에 500만~600만명 정도만 남을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 문제의 집단 자각을 위해선 대선만큼 좋은 이벤트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구 위기의 저 깊은 사회구조적 원인에는 신자유주의가 자리잡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지난 대선만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활기찬 문제 제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 어디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외침은 들어 볼 길이 없다. 아니 그 반대다. 선거가 이제 집단정신병적 양상조차 보이면서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숨어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하다고 해도 좋을 한국 사회의 초불평등체제는 오히려 초초불평등체제로 2차 전환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우리 모두의 소멸을 예고하고 있는 이 초저출산체제는 어찌 보면 이 불평등에 대한 수동적 항의이자 생물학적 사보타주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229개 중 100년 뒤 서울 강남, 부산 강서, 광주 광산, 대전 유성 대략 8개만 남고 나머지는 소멸이다. 이는 국토 공간에 대한 괴멸적 타격이다. 지방소멸이 초저출산체제의 직접적 결과 예상이라면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특히 2030세대의 수도권 인구 집중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 세대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는 지방 대 수도권 간의 기회, 과정, 결과의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에 있다. 중장기적으로 인구는 감소하더라도 수도권 집중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바로 이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의 구조가 원인인 것이다. 2020년 기준 지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앞질러 52%대다. 나머지 48%는 52%를 위해 존재한다. 일종의 ‘두 개의 국민’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도권은 다시 서울에, 서울은 강남에 ‘빨리는’, 공간의 계급 구조다. 프랑스의 사상가 앙리 르페브르가 말했다. “수도는 인구와 고급 두뇌, 부 등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 수도는 결정을 내리는 곳이며 여론을 주도하는 중심이다. 파리 주변으로는 파리에 서열화된 공간들이 퍼져 나간다. 이 공간들은 파리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파리에 의해 착취당한다.” 이것도 1970년대 파리를 보고 한 말이라 그 수준에서 2022년 서울과 비교하기 어렵다. 공간은 정치적이다. 그리 보면 결국 강남좌우파가 만든 정치적 결과가 지방소멸이다. 자연 진화의 소산이 아니다. 100대, 10대, 4대, 2대 재벌로의 자본 집중과 집적은 돈의 중력장을 만들어 그 무한질량으로 강남이라는 블랙홀을 만들었다. 양대 기득권 정당이 자란 곳이다. 최근 20여년 그 질량이 늘다가 문재인 정부 4년에 폭증했다. 일단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돈의 장벽을 쌓아 4등 국민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장벽 안 3등, 2등 국민을 떨궈 낼 차례다. 지금 우리 문 앞에 어슬렁거리는 경제공황이 문으로 들어서면 3등 국민은 쫓겨날 것이다. 신자유주의 본격 20여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됐다. 가장 빨리 선진국이 돼, 가장 빨리 초불평등사회로 진입해, 가장 빨리 늙어서 가장 빨리 소멸하는 민족이 될지도 모른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여름에서 겨울 과일로, 딸기의 속사정/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여름에서 겨울 과일로, 딸기의 속사정/셰프 겸 칼럼니스트

    요즘 한창인 딸기 한 송이를 집어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딸기가 원래 겨울에 먹는 과일이었던가. 과일이란 여름에 익어 늦어도 가을에 수확해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고 난 후 길고 긴 추위를 맞이하는 게 생리가 아닌가 싶지만 착각이었다. 40~50년 전이라면 몰라도 재배 기술과 유통 환경이 개선된 요즘엔 과일의 제철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딸기는 본디 초여름쯤 수확하는 작물이었다. 노지, 그러니까 아무 설비가 없는 맨땅에 딸기를 심으면 5월에서 6월쯤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 농가들은 농사를 오로지 자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재배를 통해 딸기를 수확하는 시기를 겨울로 앞당겼는데 여기엔 여러 이점이 있다.온도가 낮으면 딸기 익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그만큼 당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육질도 단단해져 여름보다 달콤하고 저장성 높은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여름엔 다른 과일이 많은 데 비해 겨울엔 경쟁 과일이 많지 않아 판매가 용이하다는 점도 있다. 소비자들은 딸기가 가장 달콤한 겨울 딸기를 선호했고 딸기의 제철은 초여름에서 겨울로 바뀌게 됐다. 딸기 하면 가장 먼저 빨갛고 탐스러운 모습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딸기는 순우리말이지만 우리가 연상하는 딸기의 원래 이름은 ‘양딸기’다. 영어로는 스트로베리로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서양에서 온 외래종이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반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있던 한국 딸기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야생종으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속담 그대로 오늘날 한국에선 스트로베리가 한국 딸기의 고유명사가 됐다.스트로베리, 그러니까 딸기는 원래 유럽에서 야생으로 자생하던 베리 중 하나였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블루베리나 산딸기의 일종인 라즈베리, 크랜베리, 구즈베리, 블랙베리 등 생물학적 종은 다르지만 주로 산에서 자라며 작고 달콤하면서 신맛이 같이 나는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베리라고 편의상 분류한다. 원래 스트로베리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작았지만 18세기 유럽에서 크게 품종이 개량된 후 인기를 얻어 베리 중 가장 많이 재배되는 ‘베리의 왕’이 됐다.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딸기 품종이 개량됐는데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인 ‘설향’은 일본 품종인 ‘아키히메’(장희)와 ‘레드펄’(육보)을 부모로 해 탄생했다. 과실이 크고 병충해에 강해 널리 장려된 품종이다. 최근에는 죽향을 필두로 킹스베리, 메리퀸, 아리향 등 다양한 국산 개량 품종들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누군가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평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딸기를 골라 먹을 수 있어서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요리사의 입장에서도 품종의 다양화는 반가운 신호다. 품종이 다양한 만큼 다채로운 요리를 개발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아마도 딸기 하면 ‘뉴 노르딕 퀴진’이 연상될 수 있겠다. 2000년대 중반 덴마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뉴 노르딕 퀴진 선언은 세계 식문화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금은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만 고집한다는 개념이 낯설지 않지만, 모든 것이 척박한 북유럽에서 그 개념이 실현됐다는 데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유럽처럼 식재료가 풍부하지도 않고 재배도 어려운 북유럽에선 예로부터 채집이 식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젊은 요리사들은 더이상 외국에서 이국적인 식재료를 수입해서 요리하는 것이 아닌, 북유럽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지역 식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각광받은 게 바로 딸기를 비롯한 각종 야생 베리류였다. 다 익은 베리의 단맛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덜 익은 풋내와 신맛 또한 음식의 요소로 사용했다. 단맛만 나는 딸기는 디저트 외엔 사용하기 어렵지만 딸기 향과 신맛을 함께 지닌 단단하면서 덜 자란 딸기는 피클로 만들면 지방이 많은 고기와 어울리는 짝이 될 수 있고, 그 자체로도 하나의 요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뉴 노르딕 퀴진은 식재료를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몇 년 사이 우리의 식탁은 훨씬 다채로워지고 있다. 감귤류도 천혜향, 레드향 등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해졌고 멜론 쪽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과일들이 이처럼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질까. 마트에 놓인 다양한 품종의 딸기를 보면서 한껏 기대해 본다.
  • [기고] 2022년 대선에서 정당의 과제/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 2022년 대선에서 정당의 과제/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년 10월 13일 미국의 저명한 퓨리서치센터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의 갈등지수는 단연 세계 최고다. 전 세계 17개의 발전한 경제국가를 대상으로 했던 여론조사에서 미국만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뿐 차순위 국가와의 격차는 엄청났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갈라졌고 남쪽은 이념으로 나뉘어져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시작할 때부터 싹튼 지역주의도 현재까지 뿌리 깊다. 만국 공통 세대 차도 한국을 비켜 가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악의 1997년 금융위기도 경제적 양극화를 남겼다. 정당은 아무리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금도라는 게 있다. 갈가리 갈라진 사회를 더 분열시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통합을 이끌고 갈등보다는 치유에 앞장서며 분단보다는 통일에 진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정당의 지도자들이나 대통령 희망자들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념, 분단, 지역주의, 세대, 경제, 사회, 정치적 양극화에 더해 남녀 사이의 갈등까지 조장하고 표 얻기에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반응하고 환호하는 유권자가 있는 것을 보면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 선거에서는 누군가 승리하겠지만 이번 선거로 더욱더 갈라진 한국 사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미국 내외에서 가장 존경받는 링컨 전 대통령은 바로 흑인 노예의 해방과 미국 연방의 유지로 유명하다. 남북으로 나뉜 미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위해 흑백 사이의 차별과 갈등을 치유했기에 시대와 공간을 떠나 존경을 받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링컨 전 대통령은 의회에서 수정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자들을 정략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미국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남북전쟁을 빨리 끝내고 노예제 폐지를 제도적으로 완성시키려는 대의 아래서였다. 또한 링컨 전 대통령의 성공 공식은 경쟁자에 대한 배제가 아닌 포용(team of rivals)이었다. 자신과 가까운 조력자 대신 최고로 능력 있는 경쟁자에게 자리를 주고 국가를 함께 경영했다. 언론을 살펴보면 2022년 대선에서 최고의 대통령을 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악의 비호감 후보와 최악의 선거라는 혹평이 대세다. 누가 현재 링컨과 같은 사람을 뽑기를 기대하겠는가. 그래도 보통 이상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금이라도 과거보다 더 나빠지는 길로 가기보다는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이끌어줄 비전을 보여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 현대건설, 큰 꿈… ‘26승·승점 74’ 도전

    ‘축제 끝, 승수 쌓기 다시 시작.’ 여자 프로배구 ‘부동의 1위’ 현대건설이 28일 흥국생명과의 인천 원정으로 막판에 접어든 V리그 일정을 재개한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2경기를 남겨 둔 26일 현재 23승 1패(승점 68)로 2위 한국도로공사(19승 5패, 승점 54)를 크게 따돌리며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예약했다. 따라서 현대건설의 향후 행보는 순위보다 기록에 맞춰진다. 올스타전 직전 끝난 4라운드까지 11연승을 내달린 현대건설이 5라운드에서 맞닥뜨릴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 GS칼텍스를 모두 꺾고 다음달 9일 한국도로공사마저 제압하면 여자부 단일리그 최다 연승(14연승·2009~10시즌 GS칼텍스) 기록을 고쳐 쓴다. 역대 여자부 최다승과 최다 승점 기록 경신도 시간문제다. V리그 여자부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과 최다 승점 기록은 2012~13시즌 IBK기업은행이 작성한 25승(5패), 승점 73이다. 현대건설이 28일 흥국생명, 31일 페퍼저축은행을 3-0 또는 3-1로 제치면 승점 74로 IBK기업은행 기록을 넘어선다. 다음달 4일 GS칼텍스까지 물리치면 역대 처음으로 ‘단일 시즌 26승’도 달성한다. 3·4라운드 파죽의 8연승 끝에 3위까지 치고 올라온 남자부 우리카드는 같은 날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봄배구’의 꿈을 키운다. 4라운드 막판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에 잇달아 패해 기세가 꺾였지만 포스트시즌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신영철 감독은 “정규리그 1위와 봄배구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주위에서 말이 많은데, 선택지는 확고하다. 많이 이기고 승점 쌓는 것 외에는 생각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폭설 뚫은 벤투호… ‘베이루트 악몽’ 이젠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면 레바논(95위)은 한국(33위)이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베이루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요인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원정 난적’ 레바논을 꺾기 위해선 3가지 불안 요소를 떨쳐야 한다. 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 예선 7차전을 치를 레바논에 26일(한국시간) 천신만고 끝에 입성했다. 당초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오후 비행기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수십년 만의 눈폭풍 때문에 사상 최초로 공항이 폐쇄됐다. 대표팀은 이스탄불 유럽 지역에서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 아시아 지역에 있는 사비하 괵첸 공항으로 이동해 간신히 밤 11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바논에 가기 위해 대륙 간 이동을 한 셈이다. 벤투호의 첫 번째 불안 요인은 ‘시간’이다. 아이슬란드전(5-1승)과 몰도바전(4-0승) 대승을 이끈 K리그 선수들과 각자 리그 경기를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해외파들이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춰 볼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스탄불에서는 폭설 탓에 실내 자율 운동으로 훈련을 대체했다. 두 번째 요인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합류가 불발됐다는 점이다. 해트트릭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린 황의조(30·보르도)와 지난해 수원에서 열린 2차전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던 권창훈(28·김천) 등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은 원정 경기라는 점이다. 한국은 레바논에 역대 전적 11승 3무 1패로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원정에서는 4승 3무 1패다. 원정 승률 50%. 게다가 27일(한국시간) 오후 9시 경기가 열리는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경기장은 11년 전 사상 첫 패배를 했던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경기장보다 나을 게 없다. 당시 대표팀은 곳곳이 움푹 팬 그라운드에서 애를 먹다 레바논에 1-2로 졌고, 조광래 감독 경질의 단초가 되면서 ‘베이루트의 악몽’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기인 레바논의 빗속에서 함께 쏟아질 홈팬의 일방적, 열광적 응원 또한 이겨 내야 한다. 대표팀이 이번 7차전에서 어려움을 딛고 레바논을 꺾는 동시에 아랍에미리트(UAE)가 시리아에 비기거나 지면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다.
  • 아득한 태고의 풍경… 추상화의 화려한 변주

    아득한 태고의 풍경… 추상화의 화려한 변주

    캔버스에 펼쳐진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방들. 주머니 같기도, 열매의 절단면 같기도, 인간의 세포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퍼지는 빛깔과 모형 앞에서 관람객은 떠올린다.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종(種)으로 분화하기 전 아득한 태고의 풍경이 이럴까 하고. 이봉상(1916~1970)의 작품 ‘미분화시대 이후 2’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은 추상회화에 한국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낸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본질을 뜻하는 말이다. 전시에서는 이봉상을 포함해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 등 1920~1930년대 출생 작가 7명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해방 1세대’ 작가인 이들은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는다.이들은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등 한국 추상회화 선구자의 뒤를 잇는데, 단색화 작가군과는 또 다른 경향을 갖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반추상’ 방식으로 자연을 표현하고(이봉상), 기하학적 무늬와 굵은 붓자국으로 추상을 구현하고(이상욱), 초현실주의 조형 양식을 실천한다(천병근). 한국 전통 미술과 불교적 세계관을 드러내거나(하인두),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생명과 우주의 질서를 담아내기도 한다(이남규). 호남 추상미술을 개척하며 야수파적 색채를 선보인 작품(강용운)과 서정적 느낌을 주는 작품(류경채)까지, 전시는 추상회화의 세계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큰 관심 대상”이라며 “앞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단색화 이외에 어떤 것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우리 추상회화의 근원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선 작가들의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했다. 생전 기록과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 울끈불끈 솟은 마천루, 설산의 神 깨어나다

    울끈불끈 솟은 마천루, 설산의 神 깨어나다

    빌딩처럼 솟은 암봉 ‘마천루 전망대’ 무릉계곡까지 왕복 약 6㎞ 트레킹 ‘한 폭의 액자’ 삼화사와 숲길 지나 학소대·옥류동·쌍폭포 절경의 시작 협곡 사이로 아슬아슬 금강바위길 발바닥·원숭이… 온갖 바위의 향연 장대한 풍광에 감탄의 육두문자만  명성이야 진작부터 듣고 있었다. 강원 동해 두타산의 마천루 전망대. 접근 불가의 협곡에 잔교 형태의 데크를 놓아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곳. 중요한 건 방문 시기였다. 늦가을 단풍이 좋다는 이도, 신록의 계절을 권하는 이도 있었다. 겨울 설산은 어떨까. 다른 계절에 견줘 산행 여건은 분명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눈 덮인 산의 매력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옹골찬 바위들이 눈과 어우러진 장면이야 더 말할 게 없다. 시린 겨울 바람 맞으며 두타산을 찾은 이유다. 저 이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동서고금에 전하는 좋은 말은 죄다 산 이름에 가져다 붙여 어디가 어딘지 헷갈릴 지경이다. 우선 두타산(1357m)부터. 동해와 삼척에 걸쳐 있는 산이다. 정상이 동해에 속해 보통 동해의 산으로 여겨진다. ‘두타’(頭陀)는 불교용어다. 번뇌를 버리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는 정결한 땅을 뜻한다. 두타산 옆은 청옥산(1256m)이다. ‘청옥’(靑玉) 역시 불교에서 극락을 상징하는 보석 중 하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두 산자락 아래로 길게 계곡이 형성돼 있다. 여기가 바로 동해시가 자랑하는 무릉계곡(명승·2008)이다. ‘무릉’(武陵)은 이상향을 뜻하는 도가의 용어다. 중국 시인 도연명이 지은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왔다. 계곡의 길이는 4㎞ 정도. 이 안에 삼화사, 옥류동, 쌍폭포 등 볼거리들이 수두룩하다.●두타산 ‘투톱 암봉’ 베틀바위·마천루 두타산은 산줄기 두 곳에 걸출한 암봉을 품고 있다. 베틀바위와 마천루다. 이 가운데 두타산과 무릉계곡 사이에 솟은 바위 절벽이 바로 마천루다. 두 암봉 모두 산세가 험하다. 장삼이사들은 아예 다녀올 엄두를 못 냈다. 한데 바로 이곳에 접근로가 생겼다. 베틀바위 전망대가 2020년에 먼저 열렸고 마천루 전망대는 지난해 여름에 개방됐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마천루 전망대다. 무릉계곡을 거쳐 마천루까지 오른 뒤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거리는 왕복 약 6㎞ 정도. 최소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본격적인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깝다. 구간 일부만 된비알이라 힘들 뿐 나머지는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다. 다만 바닥이 얼어 미끄러운 구간이 많은 만큼 아이젠 착용은 필수다.무릉계곡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베틀바위 전망대 오르는 길, 오른쪽은 무릉계곡 가는 길이다. 긴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베틀바위와 마천루 전망대를 이어 붙인 코스를 선호한다. 베틀바위로 올라 마천루를 거쳐 무릉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물론 반대로 돌 수도 있다. 이 경우 산행 시간은 5시간 이상으로 확 늘어난다. 빼어난 풍경이 발걸음을 잡을 경우 소요 시간은 가늠할 수 없이 길어진다. 오전 7시 30분. 산이 깨어나는 시각. 두타산의 정수리가 붉다. 동해에서 솟은 해가 갓 붉어진 햇살을 산에 비췄다. 에베레스트처럼 높은 산도, 두타산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산도 깨어나는 모습은 비슷하다. 갈림길에서 무릉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장 먼저 객을 맞는 건 금란정이다. 작은 정자 아래로 너른 반석이 펼쳐져 있다. 이른바 무릉반석이다. 조선 화가 김홍도가 이 모습을 보고 ‘금강사군첩 무릉계’를 그렸다고 한다. 무릉반석 위엔 명필이라 할 글씨가 잔뜩 쓰여 있지만 아쉽게도 쌓인 눈이 모두 덮어 버렸다. 무릉반석 위는 삼화사다. 본전에 모셔진 철조노사나불좌상, 삼층석탑(이상 보물) 등 볼거리가 있다. 열린 천왕문의 사각 프레임에 걸린 삼층석탑과 중심 법당인 적광전의 모습이 꼭 근사한 액자 사진을 보는 듯하다. 삼화사를 넘어서면 숲길이 시작된다. 숲은 적요하다. 먹이를 찾아 나무를 쪼아 대는 오색딱따구리류의 부리질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다.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에도 그만이다. 학소대, 옥류동 등의 절경을 줄줄이 지나면 쌍폭포다. 이름 그대로 두 개의 작은 폭포가 마주 보며 흘러내린다.●마천루 갈림길, 가장 깊은 ‘용추폭포’ 여기서도 길이 갈린다. 왼쪽은 마천루로 가는 등산로, 오른쪽은 용추폭포 가는 길이다. 용추폭포는 무릉계곡에서 가장 깊고 웅장한 폭포다. 마천루를 오를 때나 내려올 때 꼭 들르길 권한다. 갈림길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여기까지는 된비알이 별로 없다. 등산복 차림이 아닌 ‘관광객 모드’의 탐방객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쌍폭포를 지나야 비로소 경사를 높이기 시작한다. 두타산이 숨겨둔 풍경들을 내어 주기 시작하는 것도 여기부터다. 암벽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이른바 ‘금강바위길’이다. 주변 절벽마다 근육질의 바위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사업 성공을 상징한다는 발바닥바위도 있고 화과산 암릉에 걸터앉은 원숭이 형상의 바위(고릴라바위로도 불린다)도 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바위가 밀집된 암벽은 보통 ‘만불상’이라 불리기 마련이다. 한데 여기선 ‘마천루’다. 주변의 바위들이 마치 빌딩 숲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마천루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주변 풍경이 멋들어지다. 기골이 장대한 바위 절벽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연속적으로 포개지거나 잘려 나간 바위들이 꼭 화가의 비구상 작품을 보는 듯하다. 언뜻 섬뜩한 아름다움도 느껴진다.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입에선 연신 육두문자만 나온다. 표현력이 달려서다. 예전 한 후배의 ‘뼈 때리던’ 말이 기억에 사무쳤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기껏 할 수 있는 게 욕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중년 남자”라던가. 지금, 딱 그랬다. 용추폭포 어름에서 올려다보는 마천루의 모습도 장관이다. 마천루 전망대가 얼마나 험한 바위 절벽 사이에 놓였는지 단박에 알게 된다.●광산의 상처가 ‘별유천지’ 테마파크로 무릉계곡 관광지 바로 아래에 ‘무릉별유천지’가 새로 들어섰다.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갖춘 복합테마파크다. ‘무릉’에 조응하는 이름과 달리 ‘별유천지’는 사실 ‘별유천지스럽지’ 못한 과거를 가졌다. 1968년부터 2017년까지 ‘별유천지’는 석회석을 캐내던 광산으로 쓰였다. 그 탓에 주변의 거대한 산들이 나사 모양으로 파헤쳐졌다. 상처 입은 산들은 그대로 시설의 일부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 포천의 아트밸리와 비슷한 탄생 과정을 거친 셈인데 규모는 몇 배나 더 크다. 입구에서 각종 놀이시설까지는 ‘무릉별열차’라는 특수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몇 걸음만 옮기면 갈아탈 수 있는 도시의 흔한 테마파크와는 ‘사이즈’가 다르다. 흉물로 전락할 수 있었던 폐광을 재활용한 것은 분명 차별화된 시도지만 여기저기 파헤쳐진 자연을 보면 마음이 그리 개운하지는 않다.
  • “KBS 드라마 속 동물 학대 사례 추가 공개하라” 낙마 규탄 퍼포먼스

    “KBS 드라마 속 동물 학대 사례 추가 공개하라” 낙마 규탄 퍼포먼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앞에서 ‘KBS의 관행적인 낙마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말이 넘어지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연출에 동원된 말이 숨지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자 KBS가 ‘태종 이방원’뿐 아니라 여러 드라마에서도 관행적으로 낙마 장면을 연출해 왔다”고 밝히고 이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말의 생사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뉴스1
  • 현실정치 뛰어든 초야의 철학자… “安과 선도국가 비전 일치”

    현실정치 뛰어든 초야의 철학자… “安과 선도국가 비전 일치”

    지난 1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에서 전남 함평으로 한달음에 내려갔다. 그곳에서 안 후보가 만난 사람은 ‘도가(道家) 철학의 대가’인 최진석(63) 서강대 명예교수였다. 최 교수는 과거 민주화 운동권 세력과 문재인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해 소신 있는 지식인으로 평가돼 왔으며, 교수 정년퇴임을 7년 이상 앞둔 2018년 함평으로 내려가 인재 양성과 대중강연, 저술활동을 해 왔다. 초야에 묻혀 있던 철학자는 왜 이전투구의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품고 지금은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는 그를 서울 여의도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26일 만났다. -철학자가 왜 정치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학교에서는 철학과 정치학이 분리돼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출생 생년월일이 같고 지행합일의 한 형태다. 정치가 살이 빠지면 철학이 되고 철학에 살이 붙으면 정치가 된다. 지금 우리 정치는 막장이고, 국민은 외통수에 걸렸다. 지식인은 문제를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진 역량을 다 투입해 노력해야 한다고 배웠다.” -도가철학은 속세와 거리를 두는 것 아닌가. “도가는 속세를 떠나는 철학이 아니라 속세에 깊이 개입하는 철학이다. 공자는 본성을 바탕으로, 노자는 자연의 질서를 모델로 해서 사회에 개입한다. 공자와 노자 모두 현실참여다.” -왜 꼭 지금 참여해야 했나. “문재인 대통령은 말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인식을 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사람을 폄하하고 적(敵)인 사람을 높였다. 예를 들면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백선엽 장군을 무시하고 김원봉을 높였다. 국가정보원 원훈석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감옥에 살던 사람의 필체로 바꿨다.” -친일 문제보다는 반공이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그게 아니라 대통령은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자라는 얘기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친일 문제는 학계나 사회단체에 맡겨야 한다.” -과거 5·18 특별법을 반대했는데. “5·18 항쟁은 우리가 더 민주적인 사회, 더 자유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법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 자유와 민주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5·18을 왜곡하는 한두 마디 말은 현행법으로도 막을 수 있고, 몇 사람의 왜곡으로 5·18 정신이 절대 손상되지 않는다. 5·18에 대해 좀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촛불혁명을 실패라고 규정했는데. “혁명은 ‘달라지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라면 안 하는 게 혁명이다.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를 다른 식의 낙하산 인사로 바꾸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이런 식의 검찰 장악을 다른 식의 검찰 장악으로 바꾸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반항이다.” -왜 그런 잘못이 반복될까. “시선의 높이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보는 시선, 세계를 보는 시선 등 인간은 자기가 가진 시선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한 생각의 결과를 보고 자랐다. 선진국으로 가면 ‘생각을 하는 삶’으로 바뀐다. 생각의 결과를 받아서 사는 삶에서 생각하는 삶으로의 이행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가 없다. 두분은 시선의 높이가 같다.” -왜 안철수 후보를 택했나. “안 후보와 대화하며 두 가지 말을 듣고 감동했다. ‘왜 정치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나라를 살려야 한다’고 하더라. ‘무엇으로 나라를 살려야 하냐’고 물으니 ‘과학과 교육’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과학도 최첨단의 시대로 가고 있다. 과학을 중심으로 한 문명사적 흐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봤다. 안 후보를 처음 만나서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국가 운영의 비전이 분명하고 나와 꿈이 같았다. 안철수도, 나도 선도국가로 가야 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중도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없다. 안 후보도 현재 지지율은 3등이다. 이번엔 다를 수 있나. “세상의 어떤 일은 결과와 상관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중도라는 것은 ‘가운데 길’이 아니라 더 나은 길을 말한다. 중도는 중간이 아니라 거대 양당 위에 있는 탁월한 길이다. 이 탁월한 길이 더 낫다고 해도 유권자는 이득이 아닌 믿음을 추종하는 성향으로 묶여 있다. 믿음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의 선택이 당신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2030세대가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가의 주도권이 2030으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미래세대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밖에서 정치를 보다가 막상 정치권에 들어오니 어떤가. “개안(開眼)을 한 것 같다. 내가 이(정치권) 세상을 모르고 죽었다면 세상의 반쪽밖에 모르고 살다 죽었을 것 같다. 나는 선과 악에 대해 사유한 사람이지만, 선악이 어떻게 연결돼 구현되는지를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진실한 말과 착한 말, 정확한 말만 다뤘는데 그 말이 어떻게 감춰져 있다가 드러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나니까 주변에서 그렇게 맑고 깨끗한 분이 그런 탁한 세상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냐고 했다. 하지만 맑기만 한 세상도, 탁하기만 한 세상도 없다. 두 세상이 서로 착종하면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좀더 폼나게 얘기하면 내가 그동안 찾았던 수행처를 발견한 것 같다. 책으로 가득 찬 내 서재도, 산 속도 완벽한 수행처가 아니었다. 여기가 완벽한 수행처다. 서재에서 수행의 승부를 보려고 해서는 이 판에서 수행을 해낸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몸은 힘들 수 있겠지만, 자기 완성을 한번 꿈꿔 본 사람이 완벽한 수행처를 발견한다면 그 이상으로 좋은 일이 있을까.” 이 말을 하는 그의 눈이 호기심 가득한 사춘기 소년처럼 빛났다.
  • 현실정치 뛰어든 초야의 철학자… “安과 선도국가 비전 일치”

    현실정치 뛰어든 초야의 철학자… “安과 선도국가 비전 일치”

    지난 1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에서 전남 함평으로 한달음에 내려갔다. 그곳에서 안 후보가 만난 사람은 ‘도가(道家) 철학의 대가’인 최진석(63) 서강대 명예교수였다. 최 교수는 과거 민주화 운동권 세력과 문재인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해 소신 있는 지식인으로 평가돼 왔으며, 교수 정년퇴임을 7년 이상 앞둔 2018년 함평으로 내려가 인재 양성과 대중강연, 저술활동을 해 왔다. 초야에 묻혀 있던 철학자는 왜 이전투구의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품고 지금은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는 그를 서울 여의도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26일 만났다.   –철학자가 왜 정치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학교에서는 철학과 정치학이 분리돼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출생 생년월일이 같고 지행합일의 한 형태다. 정치가 살이 빠지면 철학이 되고 철학에 살이 붙으면 정치가 된다. 지금 우리 정치는 막장이고, 국민은 외통수에 걸렸다. 지식인은 문제를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가진 역량을 다 투입해 노력해야 한다고 배웠다.” –도가철학은 속세와 거리를 두는 것 아닌가.  “도가는 속세를 떠나는 철학이 아니라 속세에 깊이 개입하는 철학이다. 공자는 본성을 바탕으로, 노자는 자연의 질서를 모델로 해서 사회에 개입한다. 공자와 노자 모두 현실참여다.” –왜 꼭 지금 참여해야 했나.  “문재인 대통령은 말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인식을 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사람을 폄하하고 적(敵)인 사람을 높였다. 예를 들면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백선엽 장군을 무시하고 김원봉을 높였다. 국가정보원 원훈석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감옥에 살던 사람의 필체로 바꿨다.” –친일 문제보다는 반공이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그게 아니라 대통령은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자라는 얘기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친일 문제는 학계나 사회단체에 맡겨야 한다.” –과거 5·18 특별법을 반대했는데.  “5·18 항쟁은 우리가 더 민주적인 사회, 더 자유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법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 자유와 민주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5·18을 왜곡하는 한두 마디 말은 현행법으로도 막을 수 있고, 몇 사람의 왜곡으로 5·18 정신이 절대 손상되지 않는다. 5·18에 대해 좀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촛불혁명을 실패라고 규정했는데.  “혁명은 ‘달라지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라면 안 하는 게 혁명이다.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를 다른 식의 낙하산 인사로 바꾸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이런 식의 검찰 장악을 다른 식의 검찰 장악으로 바꾸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반항이다.” –왜 그런 잘못이 반복될까.  “시선의 높이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보는 시선, 세계를 보는 시선 등 인간은 자기가 가진 시선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한 생각의 결과를 보고 자랐다. 선진국으로 가면 ‘생각을 하는 삶’으로 바뀐다. 생각의 결과를 받아서 사는 삶에서 생각하는 삶으로의 이행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가 없다. 두분은 시선의 높이가 같다.” –왜 안철수 후보를 택했나.  “안 후보와 대화하며 두 가지 말을 듣고 감동했다. ‘왜 정치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나라를 살려야 한다’고 하더라. ‘무엇으로 나라를 살려야 하냐’고 물으니 ‘과학과 교육’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과학도 최첨단의 시대로 가고 있다. 과학을 중심으로 한 문명사적 흐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봤다. 안 후보를 처음 만나서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국가 운영의 비전이 분명하고 나와 꿈이 같았다. 안철수도, 나도 선도국가로 가야 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중도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없다. 안 후보도 현재 지지율은 3등이다. 이번엔 다를 수 있나.  “세상의 어떤 일은 결과와 상관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중도라는 것은 ‘가운데 길’이 아니라 더 나은 길을 말한다. 중도는 중간이 아니라 거대 양당 위에 있는 탁월한 길이다. 이 탁월한 길이 더 낫다고 해도 유권자는 이득이 아닌 믿음을 추종하는 성향으로 묶여 있다. 믿음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의 선택이 당신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2030세대가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가의 주도권이 2030으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미래세대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밖에서 정치를 보다가 막상 정치권에 들어오니 어떤가.  “개안(開眼)을 한 것 같다. 내가 이(정치권) 세상을 모르고 죽었다면 세상의 반쪽밖에 모르고 살다 죽었을 것 같다. 나는 선과 악에 대해 사유한 사람이지만, 선악이 어떻게 연결돼 구현되는지를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진실한 말과 착한 말, 정확한 말만 다뤘는데 그 말이 어떻게 감춰져 있다가 드러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나니까 주변에서 그렇게 맑고 깨끗한 분이 그런 탁한 세상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냐고 했다. 하지만 맑기만 한 세상도, 탁하기만 한 세상도 없다. 두 세상이 서로 착종하면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좀더 폼나게 얘기하면 내가 그동안 찾았던 수행처를 발견한 것 같다. 책으로 가득 찬 내 서재도, 산 속도 완벽한 수행처가 아니었다. 여기가 완벽한 수행처다. 서재에서 수행의 승부를 보려고 해서는 이 판에서 수행을 해낸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몸은 힘들 수 있겠지만, 자기 완성을 한번 꿈꿔 본 사람이 완벽한 수행처를 발견한다면 그 이상으로 좋은 일이 있을까.”  이 말을 하는 그의 눈이 호기심 가득한 사춘기 소년처럼 빛났다. 
  • 이재명 “안보 훼손으로 정치 이익? 반역”

    이재명 “안보 훼손으로 정치 이익? 반역”

    “안보 문제 정략 이용, 문제”실용외교위도 尹 후보 비판 가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안보를 훼손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 건 반역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금촌역 광장에서 진행한 즉석 연설에서 “어느 선진국도 안보 문제를 정략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을 언급한 데 대한 비판이다. 이 후보는 “안보 문제를 정략에 이용하면 위태롭다”며 “세상에 할 일이 있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중 하나가 국가 안보, 국민 생명·안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 관계로 갈등과 대결의 장으로 갈 수도 있다”며 “반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자원이 풍부하고 말이 잘 통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손재주가 좋고 민족적 동질감을 가진 2700만명이 사는 기회의 땅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회로 만드느냐 위기로 만드느냐(의 여부는) 결국 지도자의 역량·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도 이날 같은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실용외교위는 성명서에서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이 윤 후보의 전유물이냐”며 정부의 우크라이나 교민 안전 대책을 비판한 윤 후보를 비판했다. 앞서 윤 후보는 25일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우크라이나 교민 안전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질타했었다. 이에 대해 실용외교위는 “지금은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힘을 모아주는 것이 도리”라며 “윤 후보는 정부의 역할에 잘잘못을 잘 따져서 건설적으로 비판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실용외교위는 또 “(윤 후보 정치) 철학의 빈곤과 정책의 편협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선 후보라면 지금의 엄혹한 국제관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려는 깊이있는 고민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 양당 “다자토론 무관” 한 목소리...설 연휴 토론 볼 수 있나

    양당 “다자토론 무관” 한 목소리...설 연휴 토론 볼 수 있나

    법원, 안철수 가처분 신청 인용…李·尹 맞대결 불발安·沈 환영 입장...설 연휴 다자토론 현실화 관심 이재명 “양자 토론, 저희가 원해서 하려고 한 게 아냐” 법원이 ‘양자 TV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가운데 양당이 다자토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설 연휴 다자토론이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노동 공약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만나 “4자든 5자든 법률이 정하는,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 공평한 기회 주는 방식의 다자토론을 하면 좋겠다”면서 “지금이라도 다자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양자 토론을 하면 본인이 반격당하거나 주장할 시간이 많이 확보되겠지만 4자 토론이면 반으로 줄지 않겠나”면서도 “(윤 후보 입장에서도)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치란 공정해야 하고 당연히 자격 있는 사람들이 똑같은 기회를 얻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었는데 이렇게 됐다”라고도 했다. 그는 “양자 토론은 저희가 원해서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며 “윤 후보 측에서 대장동만 갖고 토론하자고 해서, 그거라도 합시다 해서 양자 토론 이야기가 나왔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대장동만 갖고 토론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되다 보니 주제 없이 양자 토론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던진 공을 받았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다자 토론도 관계없다”면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수석대변인은 “여야 협상을 개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자 토론에 강하게 반발했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법원 결정에 환영입장을 냈다. 安 “한마디로 사필귀정” 정의당 “국민 염원 받아들여진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을 찾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새해 인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득권 정치, 담합 정치, 구태 정치를 국민들이 심판한 것을 법원이 발표한 것 아니겠나”라며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대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기득권 양당이 야합해 독점함으로써 선거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적 담합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심판이 법원을 통해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기득권 양당의 담합, 불공정, 비상식에 국민적 일침이 가해졌다”면서 “기득권 두 당이 힘으로 깔아뭉개려던 공정과 상식을 법원의 판결로 지켜내게 됐다”고 평가했다.그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선거는 물론 우리 사회 곳곳의 불공정 담합 요소들을 찾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법원판결로 양자 담합 토론은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사유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려 했던 잘못된 정치 행위로 드러난 만큼 두 당은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4자 TV토론을 즉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당이 “다자토론 제안을 거부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사법부의 상식적인 결정을 존중하며 환영의 의미를 표한다”며 “반헌법적이고 불공정한 양당의 행위로 민주주의가 침해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끝내 다자토론을 원하던 국민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배 원내대표는 “양당이 준비 중이던 양자 토론이 중지됐으니 예정된 토론은 다자토론으로 즉각 전환해야 마땅하다”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그토록 국민들의 알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말했으니 다자토론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 ‘베이루트의 악몽’ 재현될까…벤투호 불안 3요소 떨쳐라

    ‘베이루트의 악몽’ 재현될까…벤투호 불안 3요소 떨쳐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면 레바논(95위)은 한국(33위)이 두려워 할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베이루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요인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원정 난적’ 레바논을 꺾기 위해선 3가지 불안 요소를 떨쳐야 한다.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를 레바논에 26일(한국시간) 천신만고 끝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당초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오후 비행기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수십년 만의 눈폭풍 때문에 사상 최초로 공항이 패쇄됐다. 대표팀은 이스탄불 유럽 지역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아시아 지역에 있는 사비하 괵첸 공항으로 이동해 간신히 밤 11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바논에 가기 위해 대륙간 이동을 한 셈이다.벤투호의 첫째 불안 요인은 ‘시간’이다. 아이슬란드전(5-1승)과 몰도바전(4-0승) 대승을 이끈 K리거들과 각자 리그 경기를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유럽파들이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스탄불에서는 폭설 때문에 실내 자율 운동으로 훈련을 대체했다. 레바논 입국도 늦어져 경기 하루 전 운동장 상태 파악을 겸한 1시간도 되지 않는 공개 훈련이 발을 맞춰볼 유일한 기회다. 둘째는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손흥민(30·토트넘)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합류가 불발됐다는 점이다. 해트트릭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린 황의조(30·보르도)와 지난해 수원에서 열린 2차전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던 권창훈(28·김천) 등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은 원정 경기라는 점이다. 한국은 레바논에 역대전적 11승 3무 1패로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원정에서는 4승 3무 1패다. 원정 승률 50%.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경기장은 11년 전 사상 첫 패배를 했던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경기장보다 나을 것이 없다. 당시 대표팀은 곳곳이 움푹 패인 그라운드에서 애를 먹다 레바논에 사상 최초로 1-2로 졌고, 조광래 감독 경질의 단초가 되면서 ‘베이루트의 악몽’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기인 레바논의 빗속에서 함께 쏟아질 홈팬의 일방적·열광적 응원 또한 이겨내야 한다.
  • 한국 추상화의 기원을 찾아…7인이 펼치는 세계

    한국 추상화의 기원을 찾아…7인이 펼치는 세계

    캔버스에 펼쳐진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방들. 주머니 같기도, 열매의 절단면 같기도, 인간의 세포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퍼지는 빛깔과 모형 앞에서 관람객은 떠올린다.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종(種)으로 분화하기 전 아득한 태고의 풍경이 이럴까 하고. 이봉상(1916~1970)의 작품 ‘미분화시대 이후 2’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은 추상회화에 한국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낸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본질을 뜻하는 말이다.전시에서는 이봉상을 포함해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 등 1920~1930년대 출생 작가 7명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해방 1세대’ 작가인 이들은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는다. 이들은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등 한국 추상회화 선구자의 뒤를 잇는데, 단색화 작가군과는 또 다른 경향을 갖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봉상은 나무, 수풀, 새, 달 등의 소재에 한국 토착 설화의 서사를 녹여낸다. 여러 대상을 화면에 중첩시키는 ‘반추상’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류경채는 1960년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동양적 착상에서 비롯해 서정적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다. 풍부한 색채, 생명력 넘치는 붓과 나이프 자국은 화면을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를 보여준다. 1980년대에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로도 이어졌는데, 원과 사각형, 마름모꼴 등의 구성에도 자연의 정감이 살아있다.강용운은 호남 추상미술의 개척자다.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야수파적 표현주의를 선보였는데, 1960년대 장판지를 동원해 물감을 흩뿌리고 불을 지키는 등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 1970년대에는 전통 수묵처럼 묽은 물감으로 담백하게 구성한 화면에 향토의 온화한 정감을 녹여냈다.이상욱의 1960년대부터 두가지 유형의 추상 양식을 발표했다. 커다란 원형 또는 사각형에 단순화된 띠나 점으로 구성한 기하학적 형태가 첫번째, 토막난 굵은 붓자욱으로 구성한 게 두번째다. 그의 필선은 화면에 경쾌한 속도와 리듬, 호흡을 불어넣는다.천병근은 일본 유학 시기에 배운 초현실주의의 조형 양식을 실천한 화가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세계에선 십자가, 만(卍), 해, 초승달, 눈, 별 등 이미지의 파편이 시적 언어로 떠돈다.하인두는 한국 전통 미술과 불교적 세계관을 추상회화로 구현했따. 강렬하고 쨍한 색채는 불화나 단청, 민화, 무속화 등에서 비롯했다.이남규 역시 구도의 길을 걸은 종교화가다. 창작 활동을 통해 본연의 인간을 모습을 찾는 것을 도(道)라고 여겼다.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서 생명과 우주의 질서를 담아낸다. 이처럼 전시는 추상회화의 세계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큰 관심 대상”이라며 “앞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단색화 이외에 어떤 것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우리 추상회화의 근원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하 1층에선 작가들의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했다. 생전 기록과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2월 6일까지.
  • “없는 사실 공격” “네거티브 중단” 이재명 호소...野 “인제 와서?”

    “없는 사실 공격” “네거티브 중단” 이재명 호소...野 “인제 와서?”

    李 정치혁신 기자회견, 즉석연설 통해 변화 약속“여의도 갇힌 기득권 정치로는 위기극복 못해”국민의힘 “진정성 믿을 수 없어...물타기 꼼수“ “역대급 비호감 대선 말 들을 때마다 면목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이 네거티브 중단을 재차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 후보는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혁신 구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대결과 분열, 혐오와 차별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굴복하게 만드는 자신들만의 ‘여의도 정치’에 갇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과정에서 격화되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걱정이 많으신 줄 안다“며 ”실망감을 넘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면목이 없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 이재명은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며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과 성남시장 출신인 자신을 연관 짓는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경기 고양시 화정역 문화광장을 무대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이재명이 대체 뭘 했느냐.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남욱이 ‘(이재명을) 10년간 찔렀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그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소문났으면 (대장동 개발) 허가를 안 하고 취소해 버렸을 것“이라며 ”그러니 저한테 철저히 숨겼던 것인데 국민의힘이 이걸 나한테 책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동시에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 ”저는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공격당하고 의심받는데 상대는 있는 사실조차도 다 묻힌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도 추가 조치가 뒤따랐다. 민주당 선대위는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의 의혹을 공격하는 논평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상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반박을 이어갈 예정이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이 후보의) 선언에 따라 네거티브 논평은 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부단장은 ”예를 들어, 무속, 김씨 녹취록 문제 등과 관련한 논평은 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대위는 최근까지도 윤 후보 부부의 ‘무속인 친분’ 의혹, 김씨의 ‘7시간 녹취록’ 등을 언급하며 집중 공세를 펴왔지만, 이날 오전에는 윤 후보와 김씨의 무속 논란 등에 관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민주 선대위 “무속, 김씨 녹취록 문제 등과 관련한 논평 안낼 것” 그러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에 네거티브 중단 참여를 호소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정책 총괄본부장이신 존경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부디 정책대결의 장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단장은 ”후보의 굽은 팔과 아픈 가족사가 정책보다 국민께 더 중요한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자고 말하는 건 헛된 구호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아픈 가족사를 비난의 소재로 삼는 가학적 정치를 멈추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정치,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국민의힘에 호소했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후보가 꼭 필요한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를 중단할 것도 공언했다“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정치교체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국힘 “허울 좋은 말 이전에 처절한 반성하라”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인제 와서?’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라며 ”이유는 단순하다. 이 후보의 말은 너무 가볍게 뒤집히고, 행동은 뱉은 말과 모순돼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가 말만 하고 행동이 없다는 비판을 모면할 방법은 단 하나“라며 아무런 조건 없이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도 논평에서 ”어물쩍 물타기로 자신의 잘못을 넘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진정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멈춰달라는 호소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허울 좋은 말 이전에 처절한 반성과 사과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옮기시라“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네거티브 중단’을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를 토대로 공세를 이어가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는 BBS 라디오에서 ”상대 당이 들고나오는 의혹의 최대치가 (윤 후보) 배우자의 사적 대화 녹취 파일 중 부적절한 내용이 있느냐로 다투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생각보다 이번 대선 준비를 잘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따지면 저희도 이재명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 여러 음성 녹취파일을 부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 저희는 그럴 의도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 “영화 ‘파이트클럽’이 교훈극?”…결말까지 바꾸는 중국의 검열

    “영화 ‘파이트클럽’이 교훈극?”…결말까지 바꾸는 중국의 검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턴이 주연을 맡은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은 인상적인 결말로 아직까지도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이 영화의 결말은 전혀 다르다. ※기사 내용 중 영화 ‘파이트 클럽’의 내용과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파이트 클럽’이 결말의 결정적인 부분이 5분 잘려나가고, 전체적으로 12분 줄어든 버전으로 상영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원래 버전에서 소심한 현대인으로 묘사되는 주인공(에드워드 노턴 분)은 물질적 소비에서 삶의 위안을 얻을 뿐인 현대 자본주의의 단면을 비판하며 테러 활동을 벌이는 또 다른 자아 타일러(브래드 피트 분)를 저지하기 위해 영화 말미에 스스로 뺨 쪽에 총을 쏴 분신을 소멸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일러의 테러 계획은 성공하고, 주인공 일행이 무너지는 금융가의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그러나 텐센트 버전의 결말은 완전히 달라졌다. 텐센트 버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입에 총을 쏘며 영화는 끝이 나고 이후 “경찰은 타일러가 제공한 단서를 통해 전반적인 테러 계획을 신속하게 파악, 모든 범죄자를 체포해 타일러의 대량 살상 계획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또 타일러(주인공)이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심리치료를 받고 2012년 퇴원한 것으로 끝을 맺는다.원래 버전은 주인공이 또 다른 자아인 타일러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태도로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고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텐센트 버전은 마치 영화 내내 이어진 주인공의 정신병적 테러 행위를 경찰이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교훈극으로 바꿔 버린 셈이다. 이 ‘새로운 결말’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SCMP는 전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 대중이 영화 검열에 익숙하다고 해도 완전히 다른 결말을 창조해낸 것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영화를 차라리 서비스하지 말라. 어쨌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영화도 아니니까”라며 억지로 결말을 바꾸면서 영화의 본질이 망가져 버린 상황을 비꼬았다. 텐센트는 이 사안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중국 당국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또는 미신적이거나 체제에 대항하는 요소가 영화 내외적으로 연관돼 있을 경우 엄격히 검열하고 있다.마블코믹스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울버린’의 최후를 다루고 있는 영화 ‘로건’(2017)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17분이 잘려나간 채 상영됐고, DC코믹스의 악당 캐릭터 ‘조커’ 역을 호아킨 피닉스가 맡아 새로운 시각에서 그려낸 ‘조커’(2019)는 폭력적인 묘사와 사회 소요가 벌어지는 결말 때문에 상영이 아예 금지됐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돼 떠돌이 생활을 하는 ‘현대판 유목민’을 그려낸 데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엔 큰 관심을 받았다가, 자오 감독의 과거 반중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다.한 영화제작자는 SCMP에 “검열 당국이 때때로 삭제할 장면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며 “대부분은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장면, 혹은 악당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와 관련한 장면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의 지적을 받으면 콘텐츠의 상영 전까지 지시대로 편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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