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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생활인구, 지역의 자산이다

    [지방시대] 생활인구, 지역의 자산이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에는 2002년 월드컵의 여운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있다. 전주에서 가장 큰 경기장답게 3만 5000석의 좌석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2만명에 가까운 축구팬들이 운집한다. 라이벌 팀과 맞붙을 때면 3만명이 넘게 경기장을 찾는다. 전북에는 이 축구 전용 구장을 채우지 못하는 지자체가 5곳이나 있다. 인구 3만명을 채 넘지 않는 시군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해당 지역 주민이 총출동하더라도 경기장 좌석이 남는다. 만약 전주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전주월드컵경기장은 5만석 이상으로 증축된다. 이럴 경우 전북 14개 시군 중 절반이 경기장 관중석보다 인구가 적어진다. 지역 소멸이라는 표현이 확 와닿는 단적인 예다. 인프라와 일자리가 풍부한 대도시를 뒤로하고 농촌에 집을 사고 주소지를 옮겨 정착하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각에선 인구 감소 흐름 속 자연 도태하거나 통폐합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백 년, 수천 년 이어져 온 마을 하나가 사라지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소규모 지자체는 주민 수가 적지만 지역의 명소에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인다. 축제가 열릴 때면 지역에 활기가 돈다. 행사가 진행되는 사나흘 남짓 기간에는 수만 명이 북적인다. 대다수 시골 마을은 관광이 가장 큰 자산이다. 거주 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를 토대로 지역을 평가해 달라는 지역의 아우성이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들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장수군을 예로 들어 보자. 이곳은 현재 인구가 2만여명에 불과하다.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2만명도 위태롭다. 그러나 생활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이곳의 인구는 10만 3259명에 달한다. 장수군의 인프라를 이용하고 잠시나마 생활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악지역을 트레킹 코스로 만들고 한우와 사과, 토마토 등 ‘레드 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결과다. 농촌의 일손 부족을 돕는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이곳 주민들처럼 먹고 자고 소비한다. 만약 이들을 위한 기반 시설이나 인프라가 없다면 관광객 발길은 줄어들고 외국인 근로자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지역은 더 낙후될 게 분명하고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김제시는 비거주자도 시민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아도 시민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생활인구제가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비거주형 시민증’을 발급받아 관광·문화·경제 분야에서 실질적인 시민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디지털 시민증을 발급받으면 김제시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생활인구를 주민으로 보겠다는 것인데 비수도권 인구 문제 해결의 길잡이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작은 지자체가 생활인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인구가 많을수록, 즉 수요가 큰 곳에 개발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은 개발의 전제인 경제성 논리를 뚫기가 어렵다. 사람 머릿수가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할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생활인구가 주민으로 인정받는다면 그에 걸맞게 투자 규모도 커지고, 인프라 구축도 가능해진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지역을 찾게 될 것이다. “마을이 사라진다”는 비수도권의 아우성을 측은한 눈으로 쳐다만 보지 말고 생활인구를 채워 놓고 이를 활용하는 게 지역 소멸을 막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 아닌가 싶다. 설정욱 전국부 기자
  • [세종로의 아침] 소비쿠폰 D-10

    [세종로의 아침] 소비쿠폰 D-10

    “불가능한데 하라고 하니까 의원들이 지금 막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그 전에 법안이 통과가 안 되면 서울시의회는 불법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자체가 힘이 없으니까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건가 싶고….”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재원을 포함해 시의회에 제출된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추경안에는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시비 부담액 35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최 의장이 ‘불법’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현행 지방재정법상 소비쿠폰을 명목으로 한 지방채 발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가리킨 것이다. 지방재정법은 재해 예방·복구 사업이나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세입결함의 보전 등으로 지방채 발생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지방채 발행 요건에 ‘긴급한 재정 수요가 필요한 경우’라는 조항을 추가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이달 말에나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2차 소비쿠폰 시즌은 그에 앞선 22일부터 시작하니 개정안이 통과될 것을 전제로 지방채부터 발행한다면 법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 된다. 이번 추경은 재난관리기금에서 지방채를 발행하고, 이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예탁한 뒤 다시 이를 일반회계로 예탁하는 방식으로 소비쿠폰 사업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됐다. 소비쿠폰을 명목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으니 ‘우회의 우회’ 방식을 쓴 것인데, 다소의 논리적 비약도 느껴진다. 강릉처럼 가뭄이 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같은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전염병이 퍼진 것도 아닌 지금 상황을 ‘재난’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채 발행 요건을 확대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법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직전인 21대 국회에서는 같은 당 주도로 지방채 발행을 제약하려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는 점이다. 한도 초과 지방채 발행에 대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승인 전에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였는데, 당시 행정안전위원회는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자율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해당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을 못미더워하며 재정당국까지 끌어들이려 했던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로 지자체가 지방채로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 조만간 본회의에 올라갔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도 궁금하다. 야당일 때 지방채와 여당일 때 지방채가 다를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중앙정부가 소비쿠폰으로 경제에 ‘활기’가 돌기를 기대하는 사이 지자체들은 최 의장의 말처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결국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니냐’며 ‘무언의 항의’로 아예 소비쿠폰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비쿠폰 지급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써야 하는 이 구청은 내년 사업 중에 무엇부터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 열흘 뒤면 다시 헬리콥터가 하늘을 날며 소비쿠폰을 뿌리기 시작한다. 2차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그 끝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 때와 같은 수순을 밟는다면 서민의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질 게 분명하다. 재정을 풀면 일단 먼저 인플레이션이 뒤따르고 그 고통은 서민이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쿠폰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도 좋지만, 머리를 싸매고 있는 지방정부의 입장도 이제는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드러나지 않을 뿐 그렇게 하나둘 포기하는 지자체의 사업은 시민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언젠가는 나라 전체가 골치를 앓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라 곳간과 지방 곳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안석 사회2부 기자(차장급)
  • 광진 문화예술 강좌 ‘일상생활 활력소’ [현장 행정]

    광진 문화예술 강좌 ‘일상생활 활력소’ [현장 행정]

    나루아트센터 가요교실 찾아 소통 어르신 위한 ‘7080 청춘극장’ 추진 “광진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지난 8일 마이크를 든 김경호 서울 광진구청장이 트로트 노래 ‘무조건’을 열창하자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운영된 지 17년째를 맞으며 광진구 중장년 여성층의 관심이 높은 가요교실 무대다. 김 구청장은 이날 많은 사람에게 일상의 활력소로 자리잡은 문화예술강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소통투어에 나섰다. 김 구청장은 “노래를 부르면서 일상생활의 활력소를 찾는 여러분이 정말 멋있다”며 “일소일소(一笑一少)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웃을 때마다 젊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대기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많으니 수업을 더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김 구청장은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에는 170명 정도 앉을 수 있지만 새로 문을 연 구청 대강당에는 500명이 앉을 수 있어 노래 교실을 신설하는 방법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어르신을 위한 무료 영화 상영관 ‘7080 청춘극장’을 구청에서 여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참가자들은 “리모델링으로 수업이 중단됐던 1년 동안 일상이 너무 지루했었다”며 가요교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아울러 기존 구청 부지 활용방안, 구의동 동서울종합터미널 리모델링 진척 추이 등 구정 전반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김 구청장은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며 “차근차근 다지면서 진행하고 있다. 늦게 가는 듯하지만 어느새 빨리 완성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광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나루아트센터는 지난해 1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7월 재개관했다.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대공연장 배리어프리 시설을 마련하고 로비를 확장하는 등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가요교실 수업 장소는 광진문화재단과 협약을 통해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에 마련됐다. 구시설관리공단이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광진문화재단이 장비와 장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 ‘주민이 만든 마을 노래’ 국내 처음 앨범으로

    ‘출가외인이 웬 말이냐. 딸이랑 엄마랑 시댁과 친정 사이 중간에서 만나자 약속한 곳···반씩 와서 볼 수 있어 행복한 동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던 전남 순천시 장천동은 순천지역 중간지점이다. 딸이 시집간 후 친정 가기 힘들어서 이곳에서 엄마하고 딸이 만나 헤어지는 반보기 공간으로 불렸다. 이 같은 역사가 깃든 장천동을 주제로 한 노래 ‘우리동네 장천동’이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지난 9일 공개됐고 11일 현재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다. 이 곡은 장천동 주민인 이채인(61)씨가 지역의 정서를 담아 가사를 짓고, 임영신(40)씨가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노래해 완성했다. 이번 음반은 주민 주도적 참여로 완성된 마을 노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까지 마을이나 동네를 주제로 한 곡이 음원으로 정식 발매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번 곡은 국내 최초의 주민 제작 마을 노래 정식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주민이 인공지능(AI)과 협업해 만들어 주목된다.
  •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과학 같지 않은 과학적 관찰의 기쁨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과학 같지 않은 과학적 관찰의 기쁨

    물리학자·천문학자가 편지로 쓴 현실서 만날 수 있는 과학적 태도 과학,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다. 인류가 과학을 버리고 17세기쯤으로 돌아간다면 세계 인구의 90%는 목숨을 잃고 나머지 10%의 평균수명도 40세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한 과학자의 주장처럼 과학은 이미 현대인의 삶 그 자체다. 물고기가 제 주변이 모두 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듯 사람 역시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공기라는 사실을 늘 인식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과학적인 태도와 자세는 필요하다. 새 책 ‘과학산문’은 이런 과학적 태도로 가득찬 에세이다. 책에 과학 이론은 없다. 어떤 이론을 쉽게 설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빨래방에 앉아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간짜장에서 열역학의 엔트로피(에너지의 퍼짐 정도)를 본다. 평범한 풍경 속에서 과학적 태도를 길어 올리려는 시도가 전부다. 우주와 물질의 근원을 찾아 세상을 무한히 잘게 쪼개는 물리학자(오른쪽·‘상욱님’,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와 너무 거대하고 멀어 대상을 부수거나 변형할 수 없는 세상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왼쪽·‘채경님’,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행성탐사센터장)가 편지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이들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덧 과학적 사고의 한복판에 도달해 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출신의 걸출한 여성 지리학자 겸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조선인이 활짝 웃고 있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 무슨 역설과 부조화인가. ‘채경님’은 이 대목을 이렇게 해석했다. “관찰하되 판단하지 않는 것, 그리고 열린 태도로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패턴을 찾아내는 것. 조선인의 웃음을 대하는 비숍의 태도는 과학적이었다.” 얼굴 가득 (아마도 계면쩍은) 웃음을 띠면서 배를 띄울 수 없게 됐다고 알린 조선인 사공의 모습에서 비숍은 몰상식을 느꼈다거나 그 모습에 짜증을 낸 게 아니라, 조선인들은 으레 그렇다는 사실을 간파했다는 거다. 사실 비숍의 행동은 무슨 대단한 과학에 근거했다기보다 상식 가까운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오늘의 한국인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관찰하고 싶은 부분만 관찰한 뒤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데이터가 말해 주는 근거를 외면하다 냉소와 증오 가득한 사회를 열었으니 말이다. 과학은 마냥 골치 아픈 그 무엇이 아니라 삶의 지혜일 수 있다.
  • 희양산 정상 벼랑 끝에서… 불꽃같은 그의 삶을 되짚다

    희양산 정상 벼랑 끝에서… 불꽃같은 그의 삶을 되짚다

    일제 멸망 꾀한 아나키스트 가네코양녀로 고초 겪다 3·1운동 뒤 급변평생 같았던 4년 독립투쟁 끝 옥사박열의 흔적 따라 문경 자락에 영면찾는 이 적은 백두대간 내륙의 명산 불교의 성지이자 희양산문의 장소오르기 힘든 만큼 빼어난 풍경 자랑이름값에 견줘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산이 있다. ‘백두대간의 화강암 돔’ 희양산이다.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이 경계를 이룬 산. 명불허전이라 할 희양산의 풍경도 빼어났지만 그보다 마음을 빼앗은 건 자신을 사랑하고, 또 그만큼이나 조선의 남자를 사랑했던 일제강점기의 일본 여인 가네코 후미코 이야기였다. 힘들게 희양산에 오를 때에도 그의 이야기는 머리를 떠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문경의 박열 의사 생가 옆에 홀로 잠든 그의 묘를 보고, 그의 일생을 정리한 글을 읽는다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희양산에 앞서 가네코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건 이 때문이다. ‘불량스러운 조선의 아나키스트’ 독립지사 박열(1902~1974)은 지난 2017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통해 널리 이름을 알렸다. 한데 그의 첫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1904~1926·대부분의 검색 사이트가 1903년 출생이라 적고 있지만 여기선 한국의 공훈전자사료관과 일본 국회도서관 기록에 따른다)는 당최 생경했다. 영화에선 꽤 비중 있게 등장하는 편이다. 하지만 박열(이제훈)의 사상적 동지, 혹은 죽음도 가르지 못한 연인 정도로 그려져 그의 진면목을 알기엔 역부족이다. 영화에서 말하지 않은 가네코(최희서)의 어린 시절, 교도소에서의 극단적 선택(타살 의혹도 여전하다) 이후 처리 과정, 사형 선고 이후 박열의 행보 등까지 살펴야 비로소 그들의 삶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그 마지막 퍼즐이 있는 곳이 문경의 박열의사기념관이다. 기념관에 들면 왼쪽으로 묘지가 나온다. 묘비에 “이곳은 일본인으로서 일제의 멸망과 일왕 폭살의 필요성을 주장한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이명 朴文子)의 묘”라고 적혀 있다. ‘박문자’는 남편의 성을 따르는 일본의 관습에 따른 이름이다. 묘역은 봉분 크기에 견줘 전체 면적이 어색할 정도로 넓다. 물론 북한에 잠들어 있는 박열의 유해가 봉환되는 상황을 상정해 넓게 조성한 것이다. 먼저 알아야 할 건 가네코는 조선 독립운동가의 일본인 아내이기 이전에 이미 군주제와 군국주의, 남성 우월주의 등 폭력적 이데올로기들에 맞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혁명가였다는 것이다. 영화로 잠시 돌아가자. 교도소 간수가 가네코에게 말한다. “조선에서의 7년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가네코는 이렇게 응수한다. “그래서 깨어 있는 거다.” 조선에서의 경험이 그의 삶에서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이 대화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가네코는 옥중 자서전을 통해서도 “3·1 독립운동을 목격했을 때 나에게도 권력에 대한 반역 정신이 일기 시작했으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감격이 가슴에 용솟음쳤다”고 했다. “그(박열)와 동지로서 투쟁했던 4년만이 진정한 나의 삶이었다”고도 했다. ●무적자에서 독립투사로 다시 태어나 가네코가 영화에서 독백처럼 읊은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면 이렇다. 그의 친할머니는 그를 “무적자”(無籍者)라고 불렀다.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은 자, 호적에 오르지 못한 자를 뜻하는 말이다. 가네코가 태어난 곳은 가나가와현 요코하마다. 하지만 처제와 살림을 차릴 정도로 난봉꾼이었던 아버지와, 재혼을 거듭하던 부창부수의 어머니는 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무적자’인 탓에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가네코는 친척 집에 얹혀살다 1912년 충북 청주 부강면(현 세종시)에 살던 고모의 양녀가 돼 조선으로 건너간다. 기대와 달리 곧장 식모로 전락한 가네코는 극단적 선택까지 결심할 정도로 할머니와 고모에게 가혹한 학대를 받는다. 그는 부강역 앞 철길로 뛰어들려다 멈추는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한다. 그가 이를 멈춘 건 “나는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다. 1919년 3·1 만세운동을 목격한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가네코는 도쿄에서 박열을 만나면서 급진적인 아나키즘에 심취하게 된다. ●박열에 대한 연모 갖게 된 시의 첫 문장 “나는 개××로소이다.” 박열이란 이름을 세상에 깊이 각인시킨 문장이다. 가네코에게서 박열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 싹트게 된 것도 ‘나는 개××로소이다’라는 시의 이 첫 문장이었다. 둘은 1922년 동지로서의 동거 서약을 맺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일왕 암살을 계획했다는 대역죄로 체포돼 1926년 사형선고를 받고, 이 과정에서 변호사 후세 다쓰지의 도움으로 옥중 결혼식을 올리고, 당시 일본 내각 총사퇴를 불러온 ‘괴사진’을 촬영하는 등의 내용은 널리 알려진 바다.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이후 둘의 행보는 갈린다. 무기징역으로 감형한다는 일왕의 ‘은사장’을 발기발기 찢은 가네코는 도치기현의 우쓰노미야 여자교도소로 이감된 뒤 그해 옥사했다. 그의 죽음이 본인 의지였는지, 타살이었는지에 관해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박열은 감옥에서 22년을 복역한 뒤 재일본조선거류민단 단장을 맡아 활동하다 6·25전쟁 때 납북돼 평양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죽어서 다시 돌아왔지만 빈자리 남아 교도소 인근 공동묘지에 묻힌 가네코의 유골은 우여곡절 끝에 그해 조선으로 돌아왔고, 11월 5일 박열 집안의 선산인 문경읍 팔령리에 묻혔다. 그의 소원대로 “박열의 고향마을”에 묻힌 건 2003년 박열의사기념관 조성 당시다. 다만 “박열과 나란히 묻어 달라”는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가네코는 꽃보다 상록수를 좋아했다. 그는 작성 연월일 불명의 옥중편지에서 자신의 묘를 찾는 이들에게 “새싹을 피워 올리고 있는 상록수 한 가지를” 올려 달라고 했다. 피었다가 시드는 꽃보다 “언제나 푸르게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나는 상록수의 새싹을 나는 끝없이 사랑”해서다. 죽음의 원인은 불명이지만 그가 죽음을 예감하고 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사족 하나 덧붙이자. 일본인으로 한국 독립유공자에 헌정된 인물이 둘이다. 한 명은 가네코, 또 한 명은 박열 부부를 변호한 후세다. 가네코는 2018년 애국장, 후세는 2004년 애족장을 각각 받았다. 그중 가네코에 관한 일본 내 재평가 움직임은 1972년 그의 일대기를 그린 ‘여백의 봄’ 출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개막한 제30회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도 그의 옥중 자서전과 이름이 같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다. 박열과 교도소를 달리한 이후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만 그린 영화로 올 초에 개봉했다. 영화를 통해 100년 전 국가권력에 항거한 여성 아나키스트의 마지막 길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박열’은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이제 희양산으로 간다. 희양산은 중부 내륙의 명산이면서도 찾는 이들이 적다. 산객들이 방문하기에 무척 불편해서다. 들머리는 괴산과 문경 두 곳이다. 한데 문경 쪽은 사실상 막혔다. 산 아래 봉암사가 조계종에서 지정한 특별수도원이라 연중 산문을 걸어 잠근다. 일 년에 딱 하루, 부처님오신날에만 절집 문과 등산로를 연다. 조계종이 워낙 강력하게 보호하는 곳이라 그날 외엔 누구도 출입할 수 없다. 괴산 쪽에선 연풍면 은티마을이 들머리다. 일반인이 희양산에 오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곳이다. 한데 여기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마을 아래 주차장에서 산행 들머리까지 거리가 1㎞를 훌쩍 넘긴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 30분 가까이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등산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이를 알고 있는 등산객들은 어떻게든 산행 입구까지 차를 가져가려고 하지만, 이를 막는 주민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쪽은 봉쇄, 한쪽은 눈칫밥이니 아예 희양산을 패스하는 이도 없지 않다. 명산이면서도 찾는 이가 드문 이유다. 희양산은 백두대간이 남녘을 향해 치닫다가 중부 내륙에서 우지끈 솟아오른 돌산이다. 괴산 연풍면과 문경 가은읍이 이 산에서 경계를 이룬다. 높이는 999.4m. 북쪽을 제외한 삼면이 화강암 암벽이다. 맑은 날 암벽이 볕을 받으면 환하게 빛을 낸다. 한자 이름을 ‘햇볕 희’(曦) 자에 ‘볕 양’(陽) 자로 쓴 이유다. 불교계에선 희양산을 성지처럼 여긴다. 통일신라시대의 선종을 대표하는 아홉 곳의 불교 성지, 이른바 구산선문 가운데 희양산문이 문을 연 곳이라서다. 은티마을 초입에 금줄로 동여맨 돌탑이 있다. 남근을 상징하는 돌무더기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풍수지리상 은티마을은 여근곡 형상이라고 한다. 신라 선덕여왕이 마을에 은거한 백제군을 신통력으로 꿰뚫어 보고 병력을 투입해 전멸시킨 뒤 ‘남근입어여근즉필사의’(男根入於女根則必死矣)라는 표현으로 마을 지세를 설명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담긴 내용이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대놓고 남녀상열지사에 비유한 것인데, 마을 입구의 남근석은 그러니까 풍수지리상 비보(도와서 보충함)의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은티마을에서 희양산 정상까지는 편도 4.5㎞다. 마을 주차장에서 걷는 구간을 포함하면 거리는 좀더 늘어난다. 각종 온라인 게시물은 소요 시간을 편도 3시간~3시간 30분 정도라 적고 있다. 이는 전문 산꾼 기준이다. 일반 등산객이라면 최소 편도 4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하산길에서 소요 시간이 준다고 해도 최소 왕복 6시간, 휴식 시간까지 포함하면 7시간 이상 걸린다. 물론 ‘등린이’(등산 초보)를 기준으로 삼으면 소요 시간은 더 늘어난다. ●식수는커녕 화장실도 없는 오지 등산 희양산 정상까지는 지름티재를 거쳐 직벽 구간으로 오르는 코스와 희양산 성터를 거쳐 ‘상대적’ 완경사 구간으로 오르는 코스로 나뉜다. 전자가 거리는 짧되 매우 거칠고 힘들다면, 후자는 다소 길어도 덜 거칠다. 등산로에 계곡물은 거의 없다. 산짐승들이 마실 물 정도만 드문드문 고여 있을 뿐이다. 당연히 식수는 단단히 챙겨 가야 한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없다. 그저 정상부 일대에 최소한의 생명줄인 로프가 매어져 있는 게 전부다. 지름티재까지 3㎞ 구간은 된비알이 별로 없다. 이후 1.5㎞의 직벽 구간이 문제다. 특히 정상의 암반부에선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써야 간신히 오를 수 있다. 내려올 땐 더 위험하다. ‘등린이’라면 가급적 성터 코스로 오르길 권한다. ●봉암사 너머 굽이굽이 산세도 일품 정상에서 맞는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다. 특히 문경 쪽이 빼어나다. 봉암사와 그 너머 경북 일대의 산들, 조령천과 합류해 남녘으로 굽이쳐 흐르는 영강 등이 절경을 펼쳐내고 있다. 희양산이 깃든 괴산 연풍과 문경 가은 쪽에 가볼 만한 여행지가 많다. 괴산 연풍면 천주교 연풍성지는 조선 후기 순교자들의 유적지다. 너른 잔디밭과 아름드리나무들이 어우러져 쉬어 가기 딱 좋다. 문경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다. 그가 태어나자 금빛 안개가 피어올랐다는 금하굴 등의 견훤유적지, 그의 아버지 아자개를 모티브로 삼은 아자개 장터 벽화 거리 등 볼거리가 있다. 등록문화재인 가은역, 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 등으로 구성된 문경 에코월드도 가은읍 내에 있다. 산행의 피로는 온천으로 푼다. 문경새재 아래 온천단지가 조성돼 있다.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 충북 충주 수안보도 희양산에서 멀지 않다.
  • 요즘 부자들은 ‘통돌이’ 쓴다고?…드럼세탁기와 비교해보니 [라이프]

    요즘 부자들은 ‘통돌이’ 쓴다고?…드럼세탁기와 비교해보니 [라이프]

    “저도 통돌이 세탁기를 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LG전자 가전제품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이승훈 좋은하루케어 대표가 최근 드럼 세탁기 사용자들 사이에서 ‘통돌이 제품’으로 갈아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 말이다. 이승훈 대표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를 통해 통돌이 세탁기의 장점을 설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상위 1% 부자 동네에 통돌이만 팔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30만회를 돌파하며 화제가 됐다. 이승훈 대표는 통돌이 세탁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세척력을 꼽았다. 드럼세탁기는 세탁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낙차 방식이라 세척력이 떨어지지만, 통돌이는 와류 회전력으로 세탁해 오염 제거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낙차 방식에 의한 세탁 방식(드럼)은 세척력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따로 냉수로 설정하지 않는 한 드럼 세탁기에 물이 들어가면 40도 미온수로 가열해 세탁이 되는 방식”이라며 “청바지나 옷감 보호를 위해 냉수 빨래를 주로 하는 분들은 통돌이가 적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드럼세탁기는 부피가 큰 세탁물을 돌릴 때 세척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낙차 방식 특성상 세탁조 윗부분이 비어 있어야 하지만, 이불 등 부피 큰 세탁물을 넣으면 세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승훈 대표는 통돌이의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도 언급했다. “운반하면서 고장이 잘 나는 게 드럼 세탁기”라며 “무게 자체가 밸런스를 잡기 위해 안에 무거운 추들이 들어가는데 이사 과정에서 고장이 잘 난다. 자취생이나 이사를 자주 하는 분들에겐 통돌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탁 횟수가 많은 가정이나 이불·수건 등 부피가 큰 빨래가 많은 집은 통돌이를 추천한다”며 “겨울철 두꺼운 패딩류도 드럼보다는 통돌이가 낫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20년대 들어와서 드럼 세탁기가 디자인과 건조 기능 때문에 보급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 화재 위험 문제로 건조 기능이 빠지면서 통돌이랑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요즘 통돌이 세탁기는 삶는 기능까지 탑재돼 성능이 좋아졌다. 용량이 커졌지만 외형은 커지지 않아 공간 부담도 줄어 요즘엔 통돌이로 갈아타는 분들이 많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세탁 성능은 큰 차이 없어” 하지만 가전업계에서는 통돌이와 드럼세탁기의 순수한 세탁성능에 대해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돌이는 많은 물을 쓰고 빠르게 회전해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더 강력한 세탁 효과를 느끼게 하지만, 실제 세탁 성능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드럼세탁기는 통돌이에 비해 물도 적게 쓰고 상대적으로 덜 빠르게 회전하지만, 세탁조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기술이 향상돼 효율적인 세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제 통돌이와 드럼세탁기 중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것은 성능보다 경제성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드럼세탁기가 고가형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은 통돌이가 앞선다. 반면 드럼세탁기는 물 소비량이 적어 장기적으로 수도요금를 절약할 수 있고, 옷감 손상이 적어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경제적 장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저도 사용하면서 비교해보고 다시 통돌이로 돌아온 후 너무 만족한다” “세탁기 청소하는 기사인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돌이로 세탁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좀 더 하세요. 여러분이 괜찮다면”…이 대통령, 예정보다 1시간 더 네버엔딩 기자회견

    “좀 더 하세요. 여러분이 괜찮다면”…이 대통령, 예정보다 1시간 더 네버엔딩 기자회견

    “좀 더 하세요. 여러분이 괜찮으시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예정됐던 90분의 시간이 지나자 이같이 웃으며 말했고 그러자 기자들이 너나없이 손을 들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지난 7월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권위를 배제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착석한 연단과 기자단과의 거리는 1.5m로 좁혔고 152명의 기자들 가운데 뒷줄에 자리 잡은 기자들 자리에는 높낮이 차를 둬 좀 더 대통령과 시선을 마주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30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과 출입기자단 간 미리 준비한 질의응답 이른바 ‘약속 대련’ 없이 최대한 즉석에서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만 현안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기자단이 주요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취합했고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가지 분야에 대한 질의 시작 전 이 대통령이 감춰진 질문 중 하나를 골라 답을 하도록 했다. 이 밖에 영빈관에 입장하기 전 기자들이 질문하기를 원하는 분야에 명함을 넣으면서 이를 추첨해 질의하는 방식, 즉석에서 이 대통령이 지목해 질의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 영빈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흰 바탕에 가는 하늘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이는 지난달 15일 국민임명식 때와 같은 넥타이였다. 대통령실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90분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1시간가량 더 질문을 받으면서 기자회견은 2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 시작 전 준비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이 박수 치자 “언론인들 박수 치기 부담스럽죠? 치지 마세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저번(30일 기자회견)에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해서 질문을 못 했다고 하는데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사실 여러분의 취조에 응하기 위해 경찰서에 끌려 온 게 아니고 저도 저의 입장을 말씀드릴 기회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질문에 기대 제가 드리고픈 말을 드린 거니 말이 너무 길어진 것에 대해 너무 고까워하지 말길 바란다”며 웃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호랑이 캐릭터인 ‘더피’를 담은 핀버튼을 비표 겸 선물로 증정했다. 영화 속에서 더피는 주인공인 루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통령실은 이 더피 핀버튼을 통해 앞으로 대통령실과 기자단 간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참모진들도 다른 색상의 더피 핀버튼을 착용하기도 했다.
  • “공부하라”는 부모님 잔소리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 [사이언스 브런치]

    “공부하라”는 부모님 잔소리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 [사이언스 브런치]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아마 “공부하라”는 말일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이런 말이 실제로 중년 이후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공중보건학과, 서던 덴마크대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 코펜하겐 대학병원, 덴마크 통계청 공동 연구팀은 청소년기의 학력과 지능, 그리고 부모의 교육 수준, 아버지의 직업이 자녀의 중년기 이후 사회경제적 지위(SES)와 연관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플로스 원’ 9월 11일 자로 실렸다. SES는 물질적, 사회적 자원에 대한 개인별 접근성 차이를 측정하는 지표로 건강, 질병 이환율, 인지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아버지의 직업, 아동기 지능, 교육 성취도가 이후 삶에서 SES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밝혀냈지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간접 영향 요인을 명확히 구분해내지는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측면을 조사한 ‘메트로폴리트 1953’ 코호트 중 덴마크 남성 6294명을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12세에 지능검사에 참여했고 50세 이후에도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 30세의 학력과 12세의 IQ는 중년기 사회경제적 지위와 가장 강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SES의 53.5%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아동기 후반의 창의력, 수학 시험 점수와 부모의 교육 수준, 부모 중 아버지의 직업 계층, 심지어 청년기의 신장까지도 약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SES를 54.1%까지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의 자녀는 더 높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에릭 리케 모텐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교육이 중년기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강력한 예측 변수임을 보여준다”며 “가족 배경과 지능도 간접적으로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 전남친과 ‘반려견 양육권’ 싸움 끝 포기…모니카 “데려가기 유리한 쪽은…”

    전남친과 ‘반려견 양육권’ 싸움 끝 포기…모니카 “데려가기 유리한 쪽은…”

    댄서 모니카가 전 남자친구의 반려견을 만나 오열했을 당시 느꼈던 심정에 대해 말했다. 모니카는 10일 유튜브 채널 ‘이게진짜최종’에 올라온 웹예능 ‘파자매 파티’에 출연했다. 이날 영상에서 진행자 김똘똘은 모니카에게 “3년 만에 재회한 강아지 클립이 유명하지 않냐. 나도 그거 보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3년 모니카는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에 출연해 전 남자친구의 반려견을 3년 만에 보고 오열한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모니카는 이별을 앞두고 반려견 양육권으로 크게 싸웠던 전 남자친구에게 반려견을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모니카는 “당시 키우던 반려견이 나한테 큰 의미가 있는 강아지여서 애착이 심했다”며 “헤어졌던 남자 친구도 반려견을 너무 사랑했다. 그 사람이 키우겠다고 해서 키웠는데 너무 잘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반려견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 남자친구 집이 바닷가였기 때문이다”라며 “반려견이 모래 냄새를 맡고 자유롭게 놀았던 게 있어서 양보했던 것”이라고 했다. 모니카는 ‘고독한 훈련사’에 출연해 반려견을 재회했을 때를 떠올리며 “다시 봤을 때 난리 났었다. 너무 보고 싶었다”며 “강아지가 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울었던 것 같다.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달려와서 감정이 폭발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모니카는 연인과 이별하면서 생기는 반려견 양육권 다툼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 주는 쪽이 데려가기 더 유리한 것 같다. 그러면 (상대방이) 양보하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반려견에게 더 잘하는 쪽이 나중에 할 말이 더 많아진다”며 “자기 연인이 강아지를 잘 보살핀다고 해서 너무 의지하면 안 된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만큼 표현해야 나중에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맨홀 빠진 동료 구하려다 뇌사…5남매 아빠, 장기기증 후 떠났다

    맨홀 빠진 동료 구하려다 뇌사…5남매 아빠, 장기기증 후 떠났다

    지난 7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직원이 맨홀 안에서 쓰러지자 구조하러 간 이용호(48)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힘든 사람을 보면 언제든 먼저 나서던 이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선물했다.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씨가 지난 7월 14일 인하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3명에게 각각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인 이씨는 7월 6일 인천 계양구에서 발생한 맨홀 사고로 하루 만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당시 그는 유해가스에 중독돼 맨홀 안에서 쓰러진 일용직 근로자를 구하러 갔다가 함께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이씨와 해당 직원이 숨졌으며,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이 업무상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구조 8일 만인 지난 7월 14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늘 자상하던 5남매 아빠…“자랑스럽게 기억되길” 대구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는 자기 몸이 불편한 만큼 아픈 사람들을 늘 도왔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만들기와 목공 배우기를 좋아했다. 졸업 후 상하수도 점검 일을 배우다가 사업체를 설립해 경북 지역 상하수도 점검 일을 10년 넘게 성실히 했다. 이씨는 지인의 소개로 결혼한 필리핀 아내의 자상한 남편이자, 5남매의 친구 같은 아빠이기도 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들과도 잘 놀아줬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이나 캠핑을 즐기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씨를 잃은 유족은 5명의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아빠를 기억하기를 바라며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의 아내 이시나씨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할게요”라며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 주민이 만든 노래 ‘우리동네 장천동’ 음원 사이트에서 공개 눈길

    주민이 만든 노래 ‘우리동네 장천동’ 음원 사이트에서 공개 눈길

    ‘출가외인이 왠말이냐 우리동네 반보기마을/ 딸이랑 엄마랑 시댁과 친정사이 중간에서 만나자 약속한 곳/ 만나면 반가운 사이 보고싶어 애틋한 사이/ 반씩 와서 볼수 있어 행복한 동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던 순천시 장천동은 순천지역 중간지점이다. 딸이 시집간 후 친정 가기 힘들어서 이곳 장천동에서 엄마하고 딸이 만나 헤어지는 반보기 공간으로 불렸다. 이같은 배경을 가사로 장천동을 주제로 한 노래 ‘우리동네 장천동’이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지난 9일 정식 공개돼 관심을 모은다. 이 곡은 장천동 주민인 이채인(61) 통장협의회장이 지역의 정서를 담아 작사했다. 임영신(40) 장천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이 노래해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노랫말에는 장천동의 역사와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어 지역 주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 장천동 주민총회에서 처음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장천동을 대표하는 공식 노래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음반은 주민 주도적 참여로 완성된 마을 노래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마을이나 동네를 주제로 한 곡이 음원으로 정식 발매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번 곡은 국내 최초의 주민 제작 마을 노래 정식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주민이 AI와 협업해 만든 독창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번 음원 발매는 단순한 음악 제작을 넘어, 주민이 직접 참여해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목소리로 노래했다는 점에서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앞으로 지역 축제, 관광 홍보,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장천동의 정체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은경 장천동장은 “주민이 직접 만든 노래가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공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 노래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장천동의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동네 장천동’ 노래는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사설] 독설 이어진 野 원내대표 연설… 실력으로 강한 야당 되길

    [사설] 독설 이어진 野 원내대표 연설… 실력으로 강한 야당 되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 냈다. 출범 100일을 맞은 이재명 정부에 대해 “혼용무도”라고 날을 세우며 “겉으로는 협치를 외치면서 야당 파괴에 골몰하는 표리부동, 양두구육의 국정운영을 그만 멈추라”고 맹공했다. 그는 “여당 대표는 걸핏하면 ‘해산’ 운운하며 야당을 겁박하고 모독하는 반지성의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 야당 파괴, 보수 궤멸의 일당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강성 발언에 대해 작심한 듯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를 겨냥해서는 “헌법적 근거도 없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하겠다고 공박했다.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 무색했다. 그제와 어제 이어진 여야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은 꽉 막힌 정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그제 정 대표는 제1야당 면전에서 정당 해산의 위협적 발언도 서슴지 않더니 기다렸다는 듯 송 원내대표도 맹공의 언어들을 쏟아 냈다. 존중과 경청 대신 상호 비방과 고성이 연설 내내 이어졌다. 이런 공방을 주거니 받거니 하겠다면 뭣 하러 생업에 바쁜 국민 앞에서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여야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국민 한숨만 더 깊어졌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처럼 회동을 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상대 당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진영의 목소리를 국민 여론으로 포장해 일방적 주장만 펼친다면 앞으로도 협치는 헛된 희망일 뿐이다. 송 원내대표는 여야정 재정개혁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국민의힘이 거대 여당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책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뿐이다. 더 센 독설이 아니라 더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 [사설] 이번엔 KT 소액결제… 속수무책 해킹 대체 어디까지

    [사설] 이번엔 KT 소액결제… 속수무책 해킹 대체 어디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해킹 사건이 터진다. 올해 들어서만 4월 SK텔레콤의 2700만건 유심 정보 유출에 이어 6월부터 8월까지 예스24, SGI서울보증, 롯데카드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줄줄이 해킹 공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해커들이 유령 기지국을 세워 KT 이용자 정보를 가로챘다. 복제폰으로 소액결제를 진행하는 새로운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KT가 파악한 결과로는 어제까지 278건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억 7000만원에 달했다. 2023년 LG유플러스 해킹, 올해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에 이어 이번 KT 유령 기지국 공격까지 이동통신 3사가 모두 2020년 이후 해킹에 노출된 상황이다. 한국 통신업계의 보안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KT의 안일한 대응태세를 보면 해킹이 반복되는 이유가 짐작이 간다. 경찰이 지난 1일 연쇄 소액결제 피해 상황을 알렸음에도 KT는 “(해킹에) 뚫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 KT는 지난달 27일 첫 신고를 접수하고도 열흘이 지난 뒤에야 해당 내용을 공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뒤늦게 통신 3사에 초소형 기지국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일과성 조치에 불과했다. 이번 해킹에 활용된 ‘가입자식별번호(IMSI) 캐처’ 기법은 그동안 구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해커들은 펨토셀이라는 초소형 기지국을 악용해 특정 지역 이용자들의 통신 트래픽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해킹 수준이 갈수록 고도화해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것이다. 해커들은 새로운 기법을 창의적으로 개발해 신출귀몰한 범죄를 저지르고 KT와 정부는 절차에 얽매여 한 박자 뒷북을 치는 대응만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디지털 결제 시대에 스마트폰은 지갑이며 금융앱은 현금이나 다를 게 없다. 그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업들이 속수무책 해킹을 당하고 있다니 말이 안 된다. 보안을 비용이 아닌 핵심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디지털 안전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예방 중심 관리감독 체계가 시급하다.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자리이타

    [나태주의 풀꽃 편지] 자리이타

    인간은 어차피 이기주의자이고 개인주의자이다. 출생의 순간부터 그러하고 삶의 과정 내내 그러하다. 생각해 보라. 내가 밥을 먹으면 내가 배부른 것이지 옆 사람이 배부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린 시절엔 더욱 이기주의자이고 개인주의자로 산다. 아직 가진 것이 많지 않고 채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좀 달라야 한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오로지 자기만을 챙기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좀 곤란한 사람이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재산이든 학식이든 명예나 권력이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오로지 자기 것으로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마땅히 베풀고 나누어야 한다. 그런 때 그는 꼴불견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끝내는 따돌림의 대상, 경멸의 대상이 될 것이다. 가령 끼니때가 되어 몇 사람이 어울려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치자. 그럴 때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밥값을 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나이 많은 사람이 돼 밥값을 먼저 낼 수 있도록 젊은 시절부터 노력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 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자리이타(自利利他)다. 자리이타, 이 말은 교보생명그룹 창립자인 신용호 선생의 생전 좌우명이라 들었다. 그분은 학력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해서 한국에서 교육보험과 생명보험을 합친 교보생명을 처음으로 창안한 분이며, 서울의 종로 1번지에 교보빌딩을 짓고 교보문고란 이름으로 서점을 낸 선각자적인 분이다. 하지만 자리이타, 이 말은 신용호 선생의 좌우명 이전에 불교 용어다. 자리(自利). 우선 나에게 이로움이다. 그리고 이타(利他). 타인에 대한 이로움이다. ‘자신을 위할 뿐 아니라 남을 위하여 불도를 닦는 일.’ 인터넷 어학사전을 찾아도 그렇게 나온다. 비록 시작은 불교 용어이지만 마땅히 우리 삶의 한 가르침과 이정표로 삼을 만한 소중하고도 거룩한 말이다. 그렇지. 나 없는 남이 없고, 남 없는 나 또한 없는 법이지. 일찍이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진정 좋은 사람이라 말하기 어렵고 좋은 인생을 산 사람이라 기억해 주기 어렵다. 서양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있다. 프랑스 말이라는데 그 어원은 초기 로마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왕이나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 정신에서 비롯된 말’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훌륭한 분의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운조루의 주인공 류이주 대감의 ‘타인능해’(他人能解)의 아름다운 정신과 실천이 그것이다. 조선 영조 때 무과에 급제해 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 선생은 산수 좋은 구례군으로 낙향해 아흔아홉 칸의 집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 한다. 그런데 이분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정신이 드높아 가뭄이 들어 밥을 굶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자기 집 바깥채 마당에 커다란 쌀 뒤주를 짓고 거기에 세 가마 정도 되는 쌀을 넣어 두고는 누구든지 그 쌀을 가져다가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때 쌀 뒤주 마개에 새겨 놓은 글자가 바로 타인능해, ‘이 집 사람이 아니어도 이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는 자기 집 식구들에게는 쌀 뒤주가 있는 바깥마당에는 자주 가지 말라 주의를 시켰다 한다. 이만하면 거룩한 타인 배려 정신의 실천이 아니겠는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능해’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든 다 좋다. 어차피 우리는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사는 인생, ‘이타’만으로는 살 수가 없는 일이고 자기도 잘 살고 타인도 잘 사는 인생, ‘자리이타’의 정신과 태도로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썰렁한 우리 인생을 좀더 정겹게, 아름답게, 의초로이 살아가는 길이라 하겠다. 정말로 우리 주변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과도해지고 세상이 점점 썰렁해지는 것이다. 마땅히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일이다. 나태주 시인
  • 최말자씨 61년 만에 무죄…“법원은 사과·해명 없었다”

    최말자씨 61년 만에 무죄…“법원은 사과·해명 없었다”

    1964년 성폭행범 혀 깨물어 절단‘징역 10월 집유 2년’ 억울한 선고최씨 “가해자로 바뀌어 죄인 오명” “피고인의 중상해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혀를 깨문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다. 피고인은 무죄.” 10일 오후 2시 부산지법 352호 법정. 재판장의 말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지자 중 한 명은 “최말자가 해냈다”고 외쳤다.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온 최말자(79)씨도 “최말자는 무죄를 받았다”고 소리쳤다. 최씨는 이날 억울하게 뒤집어썼던 ‘죄인’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1964년, 18세 소녀였던 그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중상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가해자는 강간 미수 혐의가 빠진 채 협박죄 등만 적용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피해자가 오히려 더 무겁게 처벌받는 기막힌 현실이었다. 이후 ‘범죄자’라는 낙인 속에 평생을 산 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용기를 냈다.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2020년 재심을 청구했고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가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1·2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이 뒤집으면서 올해 2월 부산고법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에서 검찰은 “과하지도, 위법하지도 않은 정당방위”라며 무죄를 구형했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반대로 작동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만 이날 선고는 법원의 사과 없이 끝났다. 이에 대해 최씨는 “사과나 해명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몇 마디 말도 없이 무죄라고 했다. 절차가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혔다. “61년 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며 제 운명은 죄인이 됐습니다.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에 앞장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말도 들었지만 ‘진상을 묻을 수는 없다. 끝까지 밝히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성폭력 사건이 넘쳐나고 피해자가 죽기도 하지만 가해자는 반성문을 쓰고 탄원서를 제출해 낮은 형을 받는다”며 “가해자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 피해자를 위한 활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 갈 예정이다.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예나 지금이나 최씨는 무죄이지만, 과거에는 성차별적 편견으로 오판했던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재심에서 인정된 첫 사례이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근거로 재심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노상원 수첩 발언에 “제발 그리됐으면” 논란… 與, 송언석 의원직 사퇴 요구

    노상원 수첩 발언에 “제발 그리됐으면” 논란… 與, 송언석 의원직 사퇴 요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자신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패륜적 망언’을 했다며 10일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이후에도 정국은 대치 일변도로 가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노상원 수첩에 살 떨리고, 송언석 패륜적 망언에 치 떨린다. 사람이기를 포기한 송씨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면서 “의원직부터 사퇴하라”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앞서 정 대표가 전날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의석 쪽에서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제 연설 중에 역대급 망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상대 당대표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을 한 사람이 송 원내대표로 밝혀졌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송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을 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송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과 정 대표에게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면서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국회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송 원내대표의 막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현희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송 원내대표는 오늘 내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에게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 측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고 “인프라 구축, 설비 확충, 연구개발 지원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간담회 후 취재진에게 “여야 간 주 52시간, 그게 좀 문제가 됐었는데 그 부분이 해결돼 가는 것 같다”며 “빨리 (특별법을) 통과시켜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구서 52억㎞ 소행성 ‘류구’… 지구 물의 기원 비밀을 품다

    지구서 52억㎞ 소행성 ‘류구’… 지구 물의 기원 비밀을 품다

    2014년 12월 발사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무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사진)는 4년 넘게 52억㎞를 날아 2019년 소행성 ‘류구’ 표면에 착륙해 탐사한 다음 이듬해 약 5.4g의 암석 시료를 지구로 보내왔다. 소행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생겨났을 당시 흔적이 담겨 있는 타임캡슐 같은 존재로, 이를 분석하면 태양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일본, 프랑스, 미국, 한국, 덴마크, 독일, 중국, 호주, 영국, 스위스 10개국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구 근처 소행성 류구의 모체(parent body) 내에 유체(물)가 형성된 뒤 10억년 이상 흐르고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는 일본 도쿄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국립 양자 과학기술연구원 간사이 광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프랑스 소르본대,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 항공우주국(NASA) 존슨 우주센터, 한국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대, 극지연구소, 덴마크 코펜하겐대, 독일 바이로이트대, 중국 홍콩대, 호주 퀸즐랜드대, 영국 자연사박물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ETH Zurich) 등 57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9월 11일 자에 실렸다. 류구같이 우주에서 움직이는 소행성 관측이 중요한 것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한 운석과 달리 지구 환경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작아 광물 입자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면 형성 과정은 물론 형성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구는 탄소와 물이 풍부한 C형(탄소질) 소행성이다. 탄소질 소행성은 태양계 소행성대의 외곽 지역에서 가장 흔한 천체다. 이들은 태양계 외곽에서 먼지와 얼음으로 형성됐고, 지구형 행성에 물과 기타 물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행성에서 수성(水性) 활동을 파악하면 행성의 진화에 대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류구를 포함한 일부 탄소질 소행성 분석에서 모체 형성 후 몇백만 년 이내에 유체·암석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수성 활동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표본 분석으로 루테튬(Lu) 176이 하프늄(Hf) 176으로 바뀌는 동위원소 붕괴 과정을 관찰했다. 보통 동위원소 분석은 연대 측정에 사용되지만 이번에는 류구의 모체에서 유체 흐름의 시기를 판단하는 데 활용됐다. 분석 결과, 류구가 형성된 뒤 10억년 이상이 지날 때까지 Lu 176이 상당히 많았으며, Hf 176은 10억년이 지난 뒤에나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물 때문에 Lu 176 붕괴가 늦춰졌다는 말이다. 또 유체 이동은 열을 발생시키는 충돌로 촉발됐으며 이에 따라 얼음이 녹고 소행성에 균열이 생겨 유체가 흐를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이즈카 쓰요시 도쿄대 교수(고체 지구과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류구 같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알려진 천체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2~3배 더 많은 물을 지구형 행성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 양보 없는 이름 싸움에…인천 제3연륙교 명칭 국토부가 선정하나

    양보 없는 이름 싸움에…인천 제3연륙교 명칭 국토부가 선정하나

    인천시는 시 지명위원회가 오는 17일 제3연륙교 명칭을 재심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인천시 지명위는 앞서 중구와 서구가 갈등을 빚는 제3연륙교 명칭을 ‘청라하늘대교’로 채택했다. 이 명칭은 서구의 대표 신도시 ‘청라국제도시’와 국제공항이 있는 중구 영종도를 대변하는 ‘하늘길’의 상징성을 결합한 것으로 중립 명칭이다. 중구는 ‘영종하늘대교’를, 서구는 ‘청라대교’를 요구했으나 이를 합쳐 만들었다. 그러나 중구와 서구 모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심의 절차를 밟게 됐다. 재심의에서도 중구와 서구 양쪽 모두를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제3연륙교 명칭 선정 권한은 국토교통부 국가 지명위원회로 넘어간다. 국가 지명위 심의 결과는 이의 제기 절차가 없다. 이 때문에 인천 시민들의 의사와 무관한 명칭이 선정될 수도 있다. 제3연륙교는 영종대교(제1연륙교), 인천대교(제2연륙교)에 이어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연륙교다. 길이 4.68㎞, 폭 30m 왕복 6차로로 총사업비 약 7700억원을 투입해 건설 중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개통 예정이다.
  • [이순녀 칼럼] ‘교각살우’ 우려가 쌓여 간다

    [이순녀 칼럼] ‘교각살우’ 우려가 쌓여 간다

    내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약속에 걸맞게 소통과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기업인들을 여러 차례 대통령실로 초청해 회동했고, 지난 4일에는 양대 노총 위원장과 만났다. 그제는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 이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단독 회동도 했다. 이런 행보가 집권 초기의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칠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민생 안정과 경제 성장 목표를 위해 갈등 세력을 두루 아우르려는 최고 지도자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소통과 통합은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이 지당한 상식을 팽개친 전임자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대통령이 회동에서 한 발언들도 눈길을 끈다. 양대 노총 위원장에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요청하며 “정부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겠다”고 했다. 원론적인 발언이겠으나 친노동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의미가 다르게 들렸다. 여야 대표 회동에서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조금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 장 대표에게는 “정부에 레드팀이 필요하다”는 말로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 균형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2일 국무회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계와 야당의 반발 속에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심의에 앞서 “소뿔을 바로잡는다고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두 법의 목적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사 상생을 촉진해 전체 국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면서 “새는 양 날개로 난다.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법 개정의 취지를 존중하되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균형 있고 신중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당부였다. 문제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말고도 교각살우를 우려할 만한 사안들이 계속 쌓여 간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추석 전 완수를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검찰·언론·사법 등 이른바 3대 개혁 법안들이다. 당정대는 지난 7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사건 진실 규명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검찰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꼽는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완전 박탈을 주장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오남용, ‘정치 검찰’ 오명 등 검찰 조직이 되풀이해 온 과오가 검찰청 해체 주장의 핵심 근거이자 근본적 책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행위가 정당화될 순 없다. 고의나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허위 보도로 피해를 입은 시민을 신속히 구제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인과 공직자 등 권력자에게까지 징벌적 손배를 허용한 것은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권력층이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사법 개혁안에도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관 증원이 오래된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시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직후였고, 이후에도 대법관 정원이 100명, 30명 등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정교한 논의 없이 법안이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검찰·언론·사법은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요한 영역이다. 잘못을 바로잡는 개혁이라 해도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작용이 없도록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폭넓은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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