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말이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나눔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당선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7,068
  • 새 플랫폼과 혁신 자율주행 두 날개…전통의 GM, 테슬라에 설욕할까

    새 플랫폼과 혁신 자율주행 두 날개…전통의 GM, 테슬라에 설욕할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50년대. 미국에는 이런 말이 유행했었다.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게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을 유행시키며 미국을 ‘자동차 왕국’으로 이끈 GM의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를 맞아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GM의 시가총액은 약 556억 달러(80조원), 전기차만 만드는 신진 테슬라(7053억 달러)에 따라잡힌 정도가 아니라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그런데도 GM을 이끄는 메리 바라 회장은 “3년 내 테슬라를 꺾겠다”고 말한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일까. 유연한 플랫폼 얼티엄과 ‘핸즈프리’ 자율주행 ‘크루즈’ 1997년 글로벌 GM에 합류한 뒤 다양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브라이언 맥머레이 GM 한국연구개발법인(GMTCK) 사장은 지난 28일 대구 국제모빌리티엑스포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우리는 이 목표를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효율성과 유연성을 강점으로 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과 혁신적인 자율주행 시스템 ‘크루즈’를 기반으로 게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얼티엄의 강점은 뛰어난 범용성입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까지 결합시켰죠. 소형부터 대형까지, 개개인의 생활에 ‘맞춤형’ 차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얼티엄은 2020년 GM이 개발한 차세대 모듈식 플랫폼이다. 쉐보레 등 GM 산하 모든 브랜드에서 새로 출시하는 모델들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개발한 배터리가 탑재된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50마일(약 724㎞)의 주행거리를 보장한다고 한다. 아직 1세대 얼티엄 배터리 탑재 차량이 나오지 않았지만, GM은 바로 2세대 개발에도 착수했다.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리튬메탈 배터리’를 적용하는데, 이를 통해 최대 600마일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우리의 자율주행 기술은 ‘슈퍼크루즈’를 시작으로 북미에서 올해부터 내년 중반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핸즈프리) 경험을 제공하는 첫 단계입니다.” GM은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해 자회사 크루즈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시스템인 슈퍼크루즈와 ‘울트라크루즈’를 각각 선보였다. 슈퍼크루즈는 고속도로 등 일부 조건에서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아예 손을 놓아도 된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개입한다. 양산차에 적용되는 슈퍼크루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울트라크루즈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차선을 바꾸는 등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95% 이상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GM이 최근 공개한 캐딜락의 프리미엄 순수전기차 ‘셀레스틱’에 적용돼 내년이면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미미한 전기차 점유율…그래도 도전? ‘전동화 지각생’ GM은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내에서 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테슬라(51.2%)는 언감생심, 미국 ‘빅3’로 꼽히던 크라이슬러(8.4%)나 포드(6.9%)에도 뒤처진다. 현대차그룹(10.6%), 도요타(4.5%) 등 동아시아 완성차그룹에도 밀린다. 큰 격차를 단숨에 뒤집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하는 금액은 무려 350억 달러다. 기존에 발표했던 숫자 270억 달러에서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이다.“얼티엄 플랫폼이 보여주는 유연성은 대단히 놀랍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판매나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우리가 테슬라보다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속도감 있게 여러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전통 사업을 벗어나, ‘플랫폼 이노베이터’로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입니다.”
  • 경제 한파 온다는데…왜 배터리만 뜨거울까[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경제 한파 온다는데…왜 배터리만 뜨거울까[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가대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아예 적자로 전환한 회사들도 부지기수다. 경제에 한파가 찾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유일하게 ‘뜨거운’ 업종이 있었으니, 바로 배터리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기록적인 실적을 거두며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매출액 목표를 올려잡은 것은 더욱 굳건해진 이차전지 산업의 위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종전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목표를 높였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700억원에 달해, 배터리 단일 사업만으로도 ‘영업익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SDI도 3분기 기준 매출 5조 3680억원, 영업이익 5659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초’의 성적을 달성했다. SK온은 다음달 3일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의 실적과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어느새 2200대로 내려앉은 코스피 속에서도 배터리주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주가 상승률은 약 30% 후반대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다만 정유사인 모기업을 두고 있는 SK온의 경우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로 인해 이런 효과를 누리고 있진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꺾여도 전기차는 올라간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됐던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 전망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내년부터는 하향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고위 관계자가 이번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 말이다. 경기침체 속 자동차 수요는 줄겠지만, 일부분인 전기차만 놓고 보면 오히려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 한파 속 배터리만 유독 뜨거운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쟁여놓은 수주잔고는 탄탄하다. 삼성SDI는 “4분기 중대형 전지는 전통적 성수기 효과를 바탕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전지는 연말 수요 증가와 더불어 신규 모델 출시 등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이런 호조의 수혜는 K배터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과 배터리 패권을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치는 중국 배터리 메이저들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세계 1위인 중국 CATL은 올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공시했다. EVE와 궈쉬안도 각각 같은 기간 전년 동기보다 91%, 166% 이상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 배터리사들을 옥죄고 있지만, 유럽(궈쉬안·독일)이나 동남아시아(CATL·인도네시아) 등을 노리며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만만치 않네” 전기차 시장이 이렇게까지 클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완성차 회사들도 속속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동화 후발주자’ 도요타는 최근 전기차용 플랫폼을 원점에서 다시 개발하기 위해 ‘비즈니스 리뷰’(BR)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전기차 ‘bZ4X’의 품질 불량 이슈를 되짚고 반성한 뒤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전동화 전략의 슬로건을 ‘일렉트릭 퍼스트’에서 ‘일렉트릭 온리’로 바꾼 바 있다. 이에 대해 벤츠 관계자는 “단순히 전기차를 우선시한다는 걸 넘어서 전기차만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전동화의 속도와 강도를 크게 강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럼에도 마냥 신나 있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전기차의 수요 역시 둔화할 수 있어서다. 테슬라는 올 3분기 차량 재고가 2만대 이상 남겼으며, 미국의 한 전기차 전문매체는 “테슬라의 최근 수주잔고가 29만 3000대로 올해 처음으로 3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런 이유 때문에 테슬라가 최근 중국 내 ‘모델3’과 ‘모델Y’의 가격을 5~9% 정도 인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는 단순히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라 물류 차질의 영향이었을 수도 있다”면서 “물론 일부 전기차 판매가 둔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논란’ 방산주식 손절한 이재명, 손실 금액은 1600여만원

    ‘논란’ 방산주식 손절한 이재명, 손실 금액은 1600여만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무 관련성 논란이 일었던 방위산업체 주식을 논란 뒤 하루 만에 전량 매각해 1600여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공보에 28일 실린 주식 매각 공개목록을 보면 이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한국조선해양 1670주와 현대중공업 690주를 지난 17일에 전량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총 2억1449만5000원으로, 지난달 27일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에 있던 취득금액 2억3125만 원보다 1675만5000원이 낮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언론보도를 통해 방산주 소유가 문제가 제기되자 당일에 백지신탁 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방위원인 이 대표가 이들 업체의 주식을 소유했다면 직무 관련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해군에 함정과 관련해 납품을 하는 방산업체다.  이 대표가 주식을 매도한 뒤에도 이와 관련해 당내 비판은 이어졌다. 전재수 의원은 지난 17일 BBS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망스럽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대표의 방산주 매입에 대해 “대선 전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 대표가 상당히 박식했다”며 “주식을 한 것도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돈을 벌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전 의원의 말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 주식을 잃으려고 한 건 아니잖은가”라고 말했다.
  • 20년 만에 쪼그라든 빙하의 절규…위성으로 본 알프스 전과 후 [지구를 보다]

    20년 만에 쪼그라든 빙하의 절규…위성으로 본 알프스 전과 후 [지구를 보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심각할 정도로 빠르게 녹고있다는 사실이 위성 사진으로도 확인됐다. 28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는 지구관측위성인 랜드샛9(Landsat8)에 장착된 OLI-2(Operational Land Imager)로 촬영한 과거와 현재의 알프스 빙하 비교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 촬영된 지역은 스위스 알프스 정상으로 연결되는 쎄루즈(Scex Rouge)와 트산플뢰론(Tsanfleuron) 빙하다. 2000년 동안이나 아름다운 눈과 얼음으로 덮혀있던 이곳은 현재 빠르게 녹으면서 바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 랜드샛9이 촬영한 2001년 8월 15일 사진을 보면 두 빙하가 눈과 얼음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보이지만 21년이 흐른 지난 8월 25일 모습에서는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 확인된다.    특히 올해 빙하가 사라진 양은 기록이 측정된 그 어느 해보다도 많다. 스위스 빙하 모니터링 네트워크(GLAMOS)에 따르면 올해 두 빙하가 평균 4m 정도 얇아졌는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 스위스 빙하에서 관측된 평균량의 거의 3배다. 이처럼 올해 특히 빙하 손실이 큰 것은 겨울에 강설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하라 사막의 먼지가 눈 위에 쌓이면서 눈이 더욱 빠르게 녹았다. GLAMOS 마티아스 후스 국장은 “알프스의 빙하는 우리가 과거와 봐왔던 것과 완전히 다르며 상황이 정말 우려된다”면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가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알프스의 빙하가 녹고있다는 사실은 과거 여러차례 연구결과로도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20년 영국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대학 연구팀은 금세기 말이면 빙하가 92%까지 사라져 알프스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알프스 산맥에는 약 4000개의 빙하가 있는데 이중 92%가 사라진다고 하면 금세기 말이면 사실상 남는 빙하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 [길섶에서] 백년의 꿈/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백년의 꿈/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햇밤을 씻다 말고 기겁을 한다. 옴마야. 뽀얀 밤벌레 한 마리가 쏙 빠져나왔다. 내 호들갑에 녀석이 더 놀랐다. 아기 손톱만 한 몸을 밥풀떼기마냥 돌돌 말았다. 이래도 벌레로 보이냐, 시치미를 똑 떼면서. 이 녀석을 오래전부터 잘 안다. 우리들 몸피에 살이 오르면 어른들은 언제나 “고놈, 밤벌레 같은 놈”. 그런 날은 햇밤을 솥째 삶던 시월 밤이었다. 깨벌레도 불려 나왔다. 부지런한 밥숟갈에 내 볼살이 부풀 때는 “깨버러지 같은 내 새끼”. 그런 날은 하얀 깨꽃이 달보다 환한 유월 밤이었을 테고. 어린 것들도 살 오르고 벌레들도 살 찌고. 밤 익고 깨 익어 나눠 먹는 계절이면 버러지도 함께 축복의 말이 됐다. 산중 스님의 농담 같은 이야기에 혼자 웃는다. 이불 속에 찾아든 지네한테 그 이불 보시하고 밤새 떨었다지. 녀석이 숨은 밤톨을 화단가에 놓는다. 단풍나무 아래서 백척 밤나무가 되는 백년꿈을 너는 꾸어라. 실없는 꿈을 꾸는 사이. 밤 한 냄비 까맣게 타 버린 새까만 가을밤.
  • “수명 다해 가던 걸작 ‘다다익선’ 되살려… 34년 전보다 의미 각별” [이순녀의 이사람]

    “수명 다해 가던 걸작 ‘다다익선’ 되살려… 34년 전보다 의미 각별” [이순녀의 이사람]

    백, ‘다다익선’ 제작 韓 기술자 원해삼성전자가 연결해 첫 인연 맺어별세 후 수리·복원 참여 유작 관리 설계도 따라 제작하는 하청 아닌아이디어 짜 작품 완성이 내 임무단순 개념 스케치한 종이가 전부백, 설치 끝날 때까지 연락 안 해 美 휘트니미술관 등 수리 자문도내가 없어도 보존할 체계 만들 것지난달 15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의 최대 규모 작품이자 대표작인 ‘다다익선’이 4년간의 침묵에서 깨어나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개막 이틀 전인 1988년 9월 15일 처음 선보인 ‘다다익선’은 브라운관(CRT) 모니터 1003대를 원형 탑처럼 쌓아 올린 형태로, 동서양의 조화와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 등을 주제로 한 8개의 영상 이미지를 송출하는 작품이다. 2003년 노후화된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는 등 수리를 반복해 오다 2018년 2월 가동을 멈추고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다다익선’뿐 아니라 1993년 대전엑스포에 맞춰 제작했던 ‘프랙탈 거북선’(대전시립미술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 ‘시스틴 채플’(울산시립미술관) 등 작품 복원과 전시가 이어지면서 덩달아 바빠진 사람이 있다. ‘백남준의 손’으로 불리는 이정성(78) 아트마스타 대표다.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에서 TV·라디오 전자 기술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다다익선’으로 백남준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전담 테크니션으로 세계 전시장을 누볐다. 작가가 별세한 이후에는 국내외 미술관 등이 소장한 백남준 작품의 수리·복원 과정에 참여하면서 유작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다익선’ 재가동에 대한 소회가 남달랐을 이 대표를 지난 19일 세운상가 아트마스타 사무실에서 만났다.-‘다다익선’이 다시 켜졌을 때 느낌이 어땠나. “34년 전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그땐 백 선생님 작품에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은 있었지만 일감으로 여겼을 뿐 예술품에 대한 안목은 없었다. 선생님을 따라 해외를 다니면서 예술적 가치를 깨닫게 됐다. 이번엔 수명이 다해 가던 세계적인 걸작을 되살린 것이니 의미가 각별하다. 철거냐 보존이냐, 원본 모니터를 유지하느냐 교체하느냐 등 이런저런 논란과 우려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깊다.” ‘다다익선’을 비롯한 비디오아트 작품들은 모니터 노후화로 태생부터 수명에 한계가 있었다. 백남준도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CRT 모니터가 고장 나면 그 시대 가장 보편적인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다다익선’에 대해선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각서까지 써 줬다. 이번 복원에서 1003대 CRT 모니터 중 상단 6인치와 10인치 266대를 평면디스플레이(LCD) 모니터로 바꿀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열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꼭대기에 있는 모니터들은 고장이 잦다. 접근도 어렵고 고장 날 확률이 높아서 LCD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모니터마다 고유 번호 기록 -‘다다익선’은 여러 차례 수리를 거듭했다. 이번 복원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작품도 생생할 때는 고장이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이 들어 병세가 심각해지면 병력 기록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듯 작품 수리 과정도 기록이 필요한데 종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번에 모니터마다 고유 번호를 매기고 문제 해결 방법과 부품 교체 과정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누구든 자료만 보면 작품을 고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다.” ●17살 라디오 매력 빠져 전자기술 배워 -백남준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1986년 서울국제무역박람회 때 삼성전자 홍보실 의뢰로 TV 모니터 500여대를 벽처럼 쌓는 작업을 했다. 그 후 삼성전자가 ‘다다익선’ 제작에 모니터를 협찬하게 됐는데 백 선생님이 한국에서 같이 일할 전자 기술자를 찾는다고 하자 나를 연결해 줬다. 어느 날 연락이 와선 다짜고짜 ‘모니터 1003대로 탑을 쌓아야 하는데 할 수 있겠나’ 물으시길래 ‘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됐다’며 전화를 끊으시더라. 그러고선 작품 설치가 끝날 때까지 일절 연락을 안 하셨다. 전 세계로 점등식이 생중계되는데 대체 뭘 믿고 그러셨는지.(웃음) 큰소리는 쳤지만 등에선 식은땀이 났다. 모니터를 쌓는 건 문제가 아니었으나 영상 송출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나라에 없던 비디오 분배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다행히 모니터들이 모두 완벽하게 작동했다. 나중에 들으니 선생님은 ‘70% 정도만 불이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주 기뻐하셨다고 하더라.” 백남준을 만나기 전까지 TV·라디오 수리 기술자로 30여년 실력을 쌓은 베테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도 양평이 고향인 이 대표는 부산에 살던 작은형이 가져온 라디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열일곱 살 때인 1961년 을지로 국제TV학원에서 전자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을지로에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신장비 부품으로 라디오와 전축을 만드는 업종이 성행했는데 사람과 물자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전자상가가 형성됐다. -‘백남준의 손’으로 불리는데 어떤 방식으로 협업했나. “백 선생님과 나의 관계는 일반적인 작가와 기술자의 관계와 달랐다. 보통 작가가 설계도를 주고 제작을 주문하면 기술자는 설계도에 따라 작품을 만들면 끝이다. 협업보다는 하청에 가깝다. 하지만 선생님은 한 번도 설계도를 준 적이 없다. 대략적인 개념만 간단히 스케치한 종이가 전부다. 그걸 가지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견고하고 기능이 향상된 작품을 완성하는 게 내 임무였다.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선생님과 내가 친구처럼, 가족처럼 격의 없이 지냈기 때문이다. 만나면 밤을 새울 정도로 말이 잘 통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한밤중에 통화를 할 정도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설계도가 없어도 손발이 잘 맞았다.” ‘다다익선’ 성공을 계기로 이 대표는 1989년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세기말 Ⅱ’, 1991년 스위스 취리히와 바젤 현대미술관 개인전 등 백남준 작품의 제작과 설치를 전담하는 테크니션이 됐다. 외국에 나갈 때면 여행 가방은 항상 전자 부품으로 가득 찼다. 한국처럼 원하는 부품을 빨리 구할 수 없었기에 아무리 무거워도 다 갖고 다녔다. 백남준 작품의 유일한 전자 기술자인 만큼 휘트니미술관, 스미스소니언미술관 등 해외 유명 미술관들도 수리·복원을 할 때면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가족처럼 지내… 뇌졸중 때 한 달 간호 -가장 기억에 남는 백남준의 모습은.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뉴욕에 가서 한 달 동안 병간호를 했다. 한식당에서 된장국과 상추쌈 등을 사서 배달해 드릴 때마다 아주 좋아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장례식에 가까스로 참석해 마지막으로 얼굴을 뵐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선생님 꿈을 꾼다. 정정한 모습으로 작업을 하실 때도 있고 아픈 모습으로 나타나실 때도 있다. 선생님이 꿈에 나온 날은 기분이 좋다.” -이정성의 인생에서 백남준은 어떤 의미인가. “인생 전반기 30년은 기술을 배웠고, 후반기 34년은 백 선생님을 위해서 기술을 써먹고 있다. 시골 촌놈이 위대한 예술가를 만나 세계 곳곳을 다니는 기술자가 됐으니 행운아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작품을 제대로 못 만들까 봐 늘 조바심 속에 살았지만 다행히 선생님이 요청한 작품을 못 만든 적은 없으니 꽤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직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올해 복원 작업이 많다 보니 피로가 쌓였다. 나이도 있고 해서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없더라도 백 선생님의 작품을 온전히 수리하고 보존할 수 있게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여력이 닿는 대로 그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 사라진 판자촌, 가난은 더 가난해졌다

    사라진 판자촌, 가난은 더 가난해졌다

    전 세계 도시 인구의 4분의1은 판자촌에서 산다고 한다. 숫자로 따지면 10억명이 넘는다. 유엔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이 숫자는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유엔 국가별 통계에서 빠졌을 정도로 판자촌이 없는 나라다. 그렇다고 가난이 없는 건 아니다. 형태를 달리했을 뿐이다. ‘가난이 사는 집’은 한국 도시 주거 형태의 큰 축을 담당했던 판자촌 형성과 소멸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1980년대 초 서울 시민 10% 이상이 거주하던 판자촌은 10년 만에 2~3%가 사는 곳으로 줄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줄잡아 70만명 이상이 판자촌을 떠나야 했다. 제주도 전체 인구(올해 8월 기준)보다 많은 이들이 대이주에 나섰던 것이다. 이들은 영구임대주택, 반지하방, 쪽방 등으로 스며들었다. 이런 연쇄 이동은 임대료 인상이란 폭탄을 불러왔다. 결국 재개발은 가난에 대한 착시현상만 가져왔을 뿐 가난한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사업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다. 한국 판자촌은 다른 나라와 많이 달랐다. ‘모두가 희망을 갖고 살던 곳’이었다. 판자촌은 직업소개소였고 직업훈련원이었으며, 협동조합이자 어린이집이었다. 그런 공간을 밀어버린다고 가난의 본질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모두가 좋은 집에서 살 수는 없지만 최대한 가난한 사람들이 쫓겨나지 않는 개발 정책을 세우고, 개발이익은 도시 전체의 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공동체의 회복이다. 판자촌이 사라지면 가난은 영구임대주택 같은 엉뚱한 곳으로 집결한다. 두꺼운 벽 너머에서 일가족이 가난으로 스러져도, 아동학대가 빚어져도 알아채지 못하는 비극이 반복되게 둬서는 안 된다. 또 하나는 더불어 살기다. 저자는 “지금 한국 사회가 누리고 있는 번영의 상당 부분은 판자촌과 그곳에 살던 분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했다. 나만 잘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웃도 잘살아야 내가 더 안전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 싫건 좋건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다.  
  • 판소리·탈춤·땅재주… 한국 최초 극장에선 ‘봄날 연희’가 펼쳐졌다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판소리·탈춤·땅재주… 한국 최초 극장에선 ‘봄날 연희’가 펼쳐졌다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1902년 고종이 세운 극장 ‘협률사’전국서 명창·가무 여성 모여들어이인직 신연극 ‘은세계’ 등 공연1908년 ‘원각사’로 개명해 재개관 지금은 새문안교회 화단 표석에그때의 영광·오욕 덩그러니 남아산간벽지 분교에 부부 교사로 부임하는 젊은 부모를 따라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오지로 이주한 어린 남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심심함이었다. 전교생 63명이 전부인 분교는 산꼭대기에 있었고 학교가 파하면 아이들은 바다에 면한 골짜기의 마을로 줄지어 내려갔다. 교사 관사는 학교 옆 산꼭대기에 있었다. 남매는 아이들이 떠난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기나긴 오후를 보냈다. 남매의 부모인 교사들은 자식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돼 우물 안 개구리로 자라는 것을 두려워했다. 극장도, 미술관도, 서점이나 학원조차 없는 오지에서 그 모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책, 그중에서도 다양한 내용을 고루 담은 어린이 잡지가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도시 문화의 대체물이었다. ‘새소년’, ‘어깨동무’, ‘소년중앙’, 그리고 만화 잡지 ‘보물섬’까지. 다양한 소재와 신기한 이야기가 글과 그림에 담뿍 담겨 있던 이 잡지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소년소녀들의 문화를 선도한 매체였다. 남매는 겉표지가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잡지를 읽으며 걸신스럽게 바깥세상을 엿봤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잡지에서 기사와 동화 따위의 글을 주로 읽은 누나는 자라나 문학을 업으로 삼았고, 잡지에서 긴 글은 훌훌 뛰어넘고 만화를 탐독하던 동생은 자라나 영화를 전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뭐 하냐? 충무로 가서 회 무침에 한잔하자!” 누가 불러도 고분고분 나오지 않는 동생이 웬일로 단번에 알겠다고 한다. 종로에 들렀다 충무로에 갈 거니 충무로에서 만나자 했는데 종로로 바로 온단다.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광화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온 동생과 만났다. 새문안교회 앞에 있다는 한국 최초의 극장 ‘원각사 터’ 표석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협률사는 원뿔형 지붕에 2층 건물 횡단보도 앞에 서니 맞은편 낯선 건물이 눈을 쏜다. 그게 새문안교회라고 한다. 내 기억 속에 있던 새문안교회와 전혀 다른 모습에 어리떨떨하다.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니 ‘새 성전’은 2015년 기공해 2019년 준공했다고 한다. 1887년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목사 사택에서 14명의 조선인 신자와 함께 설립된 새문안교회는 지금의 자리로 옮겨 벽돌 예배당을 지은 뒤 몇 차례의 증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내 기억 속에 있는 모더니즘 양식의 예배당도 꽤 괜찮았는데, 건축 설계를 맡은 KOMA(건축사 이은석)의 고민도 비슷했는지 교회 안에 기존의 새문안교회에 사용됐던 벽돌과 스테인드글라스 한옥 창문 등을 이용해 ‘역사를 위한 기억 공간’을 조성했다고 한다. 타고난 불신자인 나는 차마 교회 안에 들어가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겉껍데기만 보고 왔는데, 나중에 내용을 찾아보니 새문안교회 자체가 탐방해 볼 만한 하나의 역사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리바리하는 사이 눈 밝은 동생이 새문안교회 앞 보도 화단에 있는 표석을 찾았다.‘협률사·원각사 터: 1902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연희회사 협률사와 1908년 설립된 원각사의 공연장이 있던 곳이다. 1908년 이인직의 신연극 ‘은세계’가 공연됐으며, 1909년에 창극 ‘춘향전’ 등이 공연됐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발행하는 ‘KoCACA 웹진’의 기사에 의하면 협률사는 고종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극장이자 실내 공연장인데, 관영 연회장으로 사용됐던 곳을 1908년 민간인이 불하받아 재개관하면서 이름을 원각사로 바꿨다고 한다. 협률사에는 가무를 하는 여성과 전국에서 모여든 170명의 명창이 소속돼 경륜과 기량에 따라 국록을 받았다. ‘봄날에 펼쳐지는 즐거운 연희’라는 뜻의 ‘소춘대유희’를 상설 공연했는데 판소리와 탈춤, 무동놀이, 땅재주, 궁중무용 등의 전통 연희 다섯 마당으로 펼쳐졌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그게 정설이었다. 한데 근대 공연 공간에 대한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최초’를 다투는 또 다른 장소가 나타났다. ‘인천일보’에 의하면 인천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지속적으로 1895년 개관한 인천 경동의 협률사(協律舍)를 한국 최초의 극장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는 그간 한국 최초의 공연장으로 정의되고 있는 서울 정동에서 문을 연 1902년의 협률사(協律社)보다 7년, 이인직이 종로 새문안교회 터에 창설했던 1908년의 원각사보다 13년이나 먼저 개관했다는 것이다(서울의 협률사와 인천의 협률사는 발음은 같지만 한자가 다름). 인천 협률사는 1921년 ‘애관’(愛館)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도 5관 860석의 ‘애관극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100년이 넘은 극장이라니! 그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설렌다. 조만간 애관극장에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표석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교회가 너무 높고 큰 데다 앞길도 넓어서인지 작은 표석만으로는 당시의 정경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한국문화재재단에 소장된 사진을 통해 옛적 협률사의 모습을 엿보면 원뿔형 지붕에 2층 건물이라 제법 규모 있는 공연장 같다. 이 무대에 이인직의 소설 ‘은세계’를 원작으로 한 신연극이 올랐다.●이인직, 생계형 친일파 아닌 ‘확신범’ ‘옥남이가 손을 높이 들어 “대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국민 동포 만세, 만세, 만세!” 그렇게 만세를 부르는데 의병이라 하는 봉두돌빈의 여러 사람들이 아우성을 지르며 “저놈이 선유사의 심부름으로 내려온 놈인가 보다. 저놈을 잡아가자” 하더니 풍우같이 달려들어서 옥남의 남매를 잡아가는데, 본평 부인은 극락전 부처님 앞에 엎드려서 옥남의 남매를 살게 하여 줍시사, 하는 소리뿐이라.’ 1908년 11월 ‘동문사’에서 출간된 소설 ‘은세계’는 상하권 가운데 상권만이 남아 있는데, 상권의 마지막 대목이 저리 끝난다. 원각사에서 공연된 대본 역시 남아 있지 않으니 어떤 결말이 준비돼 있었는지 예상할 도리도 없다. 하지만 상권의 내러티브상 결말의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은세계’에서 타락한 조선 관리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뒤 착한 미국인 덕분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옥남의 남매를 잡아가는 작자들은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함부로 총질하며 재물을 뺏는 무뢰배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바로 일본에 의한 고종의 퇴위에 맞서 일어난 정미의병들이다. 이인직은 ‘혈의 누’ 등 최초의 신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지만 이완용의 비서 출신인 공식 친일반민족행위자다. 지금은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지만 나는 제도 교육과정에서 이인직의 두 얼굴을 배우지 못했다. 이인직은 생계형 친일파도 아니고 일본의 신종교인 천리교를 신앙으로 가질 정도로 뼛속 깊은 확신범이었다. ‘은세계’에도 미개한 조선에 대한 절망과 혐오, 강력한 힘을 가진 제국에 대한 동경이 절절하다. 이인직에게 소설은 자기해방의 도구가 아니라 프로파간다였다. 그러하기에 소설보다 더 선동성이 강한 연극으로 만들어 이 자리 원각사에서 공연하며 만방에 주의·주장을 퍼뜨렸다. 한편으로 야릇한 것은 이인직이 품은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혐오는 곧 자기혐오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친일파들은 신념을 넘어 종교로 영혼까지 개조해도 영원히 식민지 출신의 2등 국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인직은 1916년 초겨울 신경병으로 총독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하던 중 사망했다. 신경병은 신경계통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질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신경증, 정신병을 비롯해 뇌중풍, 신경통, 척수염 따위를 광범하게 포함한다. 친일의 대가로 얻은 부와 권력도 자글자글 끓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치유하지 못했던 게다. 지난날의 흔적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표석 주변을 서성이는 마음이 스산하다. 그때의 영광과 오욕, 그리고 욕망과 허무가 그저 검은 돌 하나로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에 누군가 엉두덜대던 말이 떠오른다.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하)에 계속) 소설가
  • 전다빈 “남편 사진 왜 없냐” DM에 ‘한마디’

    전다빈 “남편 사진 왜 없냐” DM에 ‘한마디’

    ‘돌싱글즈3’ 출연자 전다빈이 무례한 메세지를 인증했다. 전다빈은 27일 자신의 계정에 한 네티즌에게 받은 DM(다이렉트 메세지) 캡처를 올렸다. 해당 사진에서 네티즌은 “남편 사진은 왜 없어요? 가족 사진 말이에요”라고 물었다. 이에 전다빈은 웃음으로 도배하는 반응을 보인 뒤 “없으니까 없지요. 네이버 검색창에 전다빈 검색 부탁드립니다”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7살 딸을 양육 중인 전다빈은 프리랜서 모델 겸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다. 전다빈은 MBN, ENA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3’에 출연한 후 화제 인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서울 인싸] ‘서울 청소공장’은 왜 존재할 수 없을까/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서울 인싸] ‘서울 청소공장’은 왜 존재할 수 없을까/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청소공장(淸掃工場). 일본에서 쓰레기 소각장을 지칭하는 용어다.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도쿄 오다이바, 후지TV 방송국 본사 건물 바로 옆으로 쓰레기를 실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일본에 20년 거주한 후배에게 저곳에 가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크게 웃었다. 숱한 한국인 방문단을 맞았지만, 쓰레기 소각장을 가겠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것이다. 외관상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높은 빌딩에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청소공장 견학코스가 마련돼 있다. 고층에 위치한 유리창 아래로 쓰레기 분류부터 소각 뒤처리까지 순서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안내문도 상세하게 부착돼 있었다. 주택가 인근 워터파크에서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로 온수를 데워 사용한다. 10년 전 가격으로 입장료는 단돈 2000원 정도에 불과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주차장부터 편의시설까지 정갈한 모습이었다. 자원회수시설을 시민친화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직장 근처가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이슈로 떠들썩하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가득 차면서 소각장 확보가 더 중요해져서다. 인근 주민들은 소각장 신설 부지 결정 기준과 과정에 대한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기피시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해물질 배출 여부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인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 설명 과정은 필수다. 악취, 대기오염 발생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등 안전성 있는 첨단 기술력을 공유하는 것이 랜드마크 조성보다 더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디지털화는 일본을 훨씬 앞선다. 그러나 도쿄에서 만난 청소공장은 이미 20년 전 만들어져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뿐만 아니라 소각열을 사용해 목욕탕, 수영장 등 시민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 최근 ‘100개 공원 도시’라 불리는 중국 쑤저우성도 신설 공원에 쓰레기 분류 시설과 소각장을 함께 만들어 생활 쓰레기를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은 10년, 20년 주기로 선진국을 뒤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면에서는 일본을 훨씬 앞서지만, 쓰레기 소각장은 20년 전에 해놓은 것을 뒤쫓지 못하는 형국이다. 도쿄에서는 기초자치단체가 쓰레기 소각을 책임지고 있는 반면 서울은 반대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광역조정을 하려다 책임과 비난까지 덮어쓰는 격이다. 우리 생활경계 안에 ‘서울판 청소공장’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쓰레기’라는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 때문일까.
  • 현대차그룹, 美 전기차 시대 첫발… “인류 진보 이룰 최적의 파트너”

    현대차그룹, 美 전기차 시대 첫발… “인류 진보 이룰 최적의 파트너”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한 말이다. 이 공장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단초로 평가된다. 이날 현장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등 미국 행정·입법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투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실제 문제 해결까지는 난망하다.HMGMA는 1183만㎡(약 358만평)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부터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가 모두 생산된다. HMGMA 건설에 맞춰 조지아 주정부 역시 각종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지급할 계획이다. 조지아주의 인센티브에는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공제, 재산세 감면 등이 포함돼 있다. 올 3분기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4만 7095대를 판매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12.0% 증가했다. 미국에서 내연기관을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4.3%·올 1~3분기)도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현지에서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계획이다. IRA 시행으로 북미에서 완성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인 가운데 이제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한 현대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워싱턴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냉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제조업과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해 민주당이 의회에서 처리한 나의 경제정책이 이번에는 조지아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공장) 착공이 계획보다 먼저 이뤄져 기쁘다”며 현대차 공장 착공을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하면서도 IRA 독소 조항 논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전날 “한국과 유럽의 우려를 많이 들었고 이를 분명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법에 써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기공식을 계기로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 이후 독소 조항 개정을 위해 미국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기공식에 참석한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24일 조지아주가 지역구인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과 만찬 협의했다. (그는) IRA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향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썼다. 정 회장도 기공식에서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 워녹 상원의원 등과 한동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워녹 의원은 지난달 말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을 2026년으로 유예하는 내용의 IRA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SPC 불매운동, 푸르밀 사태에 거리로… 계속되는 식품업계 파문

    SPC 불매운동, 푸르밀 사태에 거리로… 계속되는 식품업계 파문

    식품업계가 잇단 사건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20대 여성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는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매운동’ 역풍을 맞고 있고, 유업체 푸르밀의 사업 중단 여파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SPC 제품 불매운동은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를 넘어 편의점 등 유통 채널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SPC의 멤버십 ‘해피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의 통계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해피포인트 앱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합산 일간 활성이용자(DAU)는 62만 8000여명에서 다음날 57만 8000명으로 8%가 빠졌다. 지난 22일에는 53만 1000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사고 당일과 비교해 일주일 만에 15% 넘게 줄어들었다. 평소 60만명대 안팎이던 이 앱 사용자 수가 하루 사이 5만명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SPC는 사고 이후에도 노동자를 작업에 투입하고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는 등 안일한 대응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불매운동 분위기가 쉽사리 정리되지 않자 SPC는 가맹점 비중이 높은 파리바게뜨에 판매가 안 된 식빵, 소보루빵 등 13개 제품에 대해 반품을 받고 있을 정도다. 한 파리바게뜨 점주는 “연말이 대목인데 이때까지 불매운동이 지속될지 걱정”이라면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유통식품 업계도 푸르밀의 사업 중단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다. 앞서 푸르밀은 다음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전체 직원 400여명에게 정리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발송했다. 이에 푸르밀 직원과 대리점주들은 물론 우유를 납품해 온 농민들은 서울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연일 집단행동을 이어 가고 있다. 푸르밀 직원 100여명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지금이라도 공개 매각 절차 등을 거쳐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촉구했다.
  • 가성비 투어, 함께갈래?

    가성비 투어, 함께갈래?

    고물가 시대다. 코로나가 몰고온 후폭풍이다. 주머니 사정은 날로 팍팍해져도 여행은 포기할 수 없다. 이럴 땐 그저 ‘짠내투어’가 최고다. 수박에 소금 뿌리면 더 달콤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알뜰 여행자를 위해 가성비 높은 여행지 몇 곳을 모았다.●검은 그랜드캐니언을 걷는다-강원 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 철원의 한탄강 주상절리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질 명소다. 용암이 흐르며 만든 협곡이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검은색 버전’이라 할 만큼 독특한 비경을 펼쳐낸다. 한탄강주상절리길은 이 검은 협곡 안에 조성된 걷기길이다. 바위 절벽 중턱에 낸 잔도를 걸으며 화산활동이 만든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지형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 길이는 3.6㎞다. 교량 13개, 스카이 전망대 3곳, 전망쉼터 10곳을 조성해 전망과 스릴을 만끽하고 각자 체력에 맞게 걷기와 휴식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출입구는 순담, 드르니 등 두 곳이다. 각자 접근이 수월한 곳을 들머리 삼으면 된다. 출발지로 돌아가려면 평일엔 택시, 주말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입장료(어린이 3000원~어른 1만원) 가운데 절반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이며 동절기(12월 1일~이듬해 2월 28일)에는 오후 3시에 마감한다. 순담매표소 인근의 고석정 주변에 대규모 꽃밭이 조성됐다. 함께 돌아볼 만하다.●만 원짜리 두 장의 행복-충북 제천 가스트로 투어 제천시관광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제천 가스트로 투어’는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미식 프로그램이다. 1만 9900원에 5가지 맛을 즐기며 제천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제천의 명물 빨간오뎅과 ‘덩실분식’ 찹쌀떡, 약초를 넣은 약선 음식까지 제천의 식문화를 고루 만난다.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맛본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를 먹은 뒤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수제 맥주가 포함된 B코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참가 인원은 4~20명이고 예약제로 운영된다. A·B코스 가격은 동일하다. 4인이 제천을 여행할 경우, 토박이 기사가 안내하는 관광택시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5시간 동안 1인당 1만 2500원으로 제천 곳곳을 누빈다.●‘마음은 부자’ 되는 소박한 산골 여행-전북 남원 지리산둘레길 월평마을~매동마을 남원 월평마을과 매동마을을 잇는 지리산둘레길은 산골의 가을 풍경과 주민의 소박한 삶이 만나는 곳이다.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3코스)에 속했다. 길은 남천을 따라 흐르다 숲과 고개 넘어 다시 마을과 이어진다. 월평에서 매동마을까지 느리게 걸어 4시간 남짓 걸린다. 임진왜란의 사연이 서린 중군마을, 물 맑은 수성대 등이 둘레길에 담긴다. 배너미재를 넘으면 숲길이 끝나고, 지리산을 병풍 삼아 장항마을 당산 소나무가 서 있다. 매동마을은 지리산둘레길 여행자가 묵어 가는 대표 마을이다. 민박에 머무는 데 4만~6만원 선(2인 기준), 산나물이 푸짐한 식사가 7000~8000원이다. ‘백만 불짜리’ 풍경과 할머니가 내주는 막걸리, 대추와 사탕 한 줌, 함박웃음이 곁들여진다. 소박한 산골 여행에 마음은 지리산처럼 넉넉한 부자가 된다.●바다 위 보랏빛 섬 여행-전남 신안 퍼플섬 신안 퍼플섬은 안좌도의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 일색이다. 보라색 해상보행교가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다.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즐기려면 만조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간조에는 보행교 아래로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섬에 아기자기한 포토 존과 해안일주도로가 조성됐고 마을호텔과 식당도 있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입장료(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000원)가 면제된다.●입장료·주차비 없는 ‘한국관광의 별’-경남 창원 우포늪 우포늪은 람사르협약에 등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다. 2014년엔 ‘한국 관광의 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입장료와 주차비가 없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진행하는 에코누리 프로그램을 꼼꼼히 챙기면 더 실속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우포늪생태체험장과 창녕박물관 역시 무료다. 우포잠자리나라는 우포늪에 서식하는 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에 대해 배우는 체험 학습관이다. 입장료 50%는 창녕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토끼먹이체험장, 산토끼동요관, 레일썰매장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춘 산토끼노래동산은 저렴한 입장료(1000~2000원)로 종일 시간을 보내기 좋다.●지갑이 얇아도 괜찮아!-‘가성비’ 넘치는 부산 시장 투어 대도시 부산에서도 1만원이면 배를 든든히 채우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다. 국제시장은 각종 생필품부터 조명, 원단,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물품을 취급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국제시장’ 촬영지인 ‘꽃분이네’, 값싸고 푸짐하게 한 끼를 맛볼 수 있는 ‘실비거리’도 놓쳐선 안 된다. 국제시장 맞은편의 부평깡통시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각종 식재료를 비롯해 의류, 잡화, 수입품이 주를 이룬다. 전국 최초로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에서는 밤늦도록 갖가지 주전부리가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바다에 접한 자갈치시장은 펄떡이는 활어와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시장 투어 시 온누리상품권이나 제로페이(모바일)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
  • 색다른 부산, 빠져볼래?

    색다른 부산, 빠져볼래?

    지역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인 여행지가 있다. 지역의 공동체 문화가 녹아든 개별 공간들을 하나하나 이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프로그램이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다. 주민 주도의 지역관광 활성화 사업으로, 여행객은 기존 관광지를 벗어나 색다른 방식의 여행을 접할 수 있고 주민들은 지역의 숨은 매력을 알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소비는 지역 경제를 살찌우는 것으로 이어져 선순환 구도를 이끈다. 항도 부산에 독특한 관광두레가 몇 곳 있다. 부산 자체가 하나의 여행 목적지로 충분하지만 이곳에서의 여정을 풍성하게 만드는 보조 공간 역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관광공사는 해마다 관광두레 스토리 공모전을 연다. 전국의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와 구성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청년과 중장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올해 부산에선 세 곳이나 당선작을 냈다. 예부터 부산 서면 하면 젊음의 거리로 유명하다. 광복동 등의 지역이 어른들의 놀이터였다면 서면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서면에서도 전포동 일대는 카페거리로 특히 유명하다. 몇 해 전만 해도 철물점 등이 몰린 음산한 분위기의 우범지대였던 곳인데, 개성 강한 카페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커피향이 흐르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7년엔 미국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세계 여행지 52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나만의 부산 여행 굿즈 만들어 볼까… 전포동 사잇길 ‘신원미상 스튜디오’ 중심부는 전포성당 일대다. 골목마다 크고 작은 카페들이 빼곡하다. 서울의 경리단에 빗대 ‘전리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카페거리가 확장되면서 인근에 이른바 ‘사잇길’이 형성됐다. 홍익대 주변의 팽창으로 연남동까지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는 서울과 비슷한 현상이다. 초기에 전포동 카페거리에 정착했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사잇길로 밀려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카페뿐 아니라 음식점도 많다. 초밥, 비건 음식 등 아이템들이 독특하다. 대학생 등 젊은층을 상대하는 곳이라 값도 비교적 저렴하다. 맛에 대한 걱정 역시 접어 둬도 될 듯하다. 젊음이 밥이고 생기가 반찬인 곳이니 말이다. 전포동 사잇길에 ‘신원미상 스튜디오’가 있다. 예술가의 아이덴티티를 뜻하는 ‘신원’이란 단어와 아름다운 물건이라는 뜻의 ‘미상’을 합친 이름이다. 그러니까 예술가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긴 이름인 셈이다. 관광두레 스토리 공모전에선 청년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창업자 3명은 부산의 한 대학 동기들이다. 대부분의 부산 청년이 서울행을 도모하는 현실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 자체가 놀랍다. 실제 젊은이들의 탈부산 러시는 예사롭지 않다. 대한민국 두 번째 대도시지만 인구 감소 현상은 여느 중소도시와 다를 바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고 창업을 북돋우는 지원책도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낮엔 학교에 가거나 알바를 하고, 저녁 때 스튜디오에 모여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형태로 업체를 운영했다. 부산 유엔평화공원의 석상을 이용한 인센스 홀더, 광안대교를 본뜬 벤치, 부산의 해안가를 표현한 도마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등 저마다의 전공을 살린 아이템들이 쏟아졌다. 요즘은 인센스 홀더 등의 조향 제품, 티셔츠, 키홀더 등 부산 여행의 추억을 담으려는 소품들이 잘나간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종 굿즈 제작 체험을 해 보려는 이들도 꾸준히 찾는 편이다. 내비게이션엔 부산진구 동성로 49번길 20번지를 입력하면 된다. 주변에 카페거리뿐 아니라 놀이마루 등 볼거리가 꽤 많다. ●낡은 골목길의 온기 느껴볼까… 산복도로 한켠의 ‘전포점빵’ 전포동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난 산복도로 한편엔 ‘하마터면 인문학당’이 있다. 전포동의 낡은 골목길에 인문학을 입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광두레다. 골목길엔 어떤 중독성 같은 게 있는 듯하다. 뚜렷하게 볼 건 없어도 어딘가 발길을 붙잡는 매력이 있다. 아마 아파트 문화에선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사람의 온기가 골목길 담장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지 싶다. 하마터면 인문학당이 내놓은 프로그램은 ‘정서를 팝니다-전포점빵’이다. 관광두레 공모전에선 ESG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골목길이 주인공이란 측면에서 보면 감천동 문화마을 등 부산의 무수한 산복도로 마을과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하마터면 인문학당의 김수연 이사장은 “주민들이 객체인 다른 문화마을과 달리 전포동은 주민들이 주체인 곳”이라며 펄쩍 뛴다. 주민들이 중심이 돼 관광두레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김 이사장이 보는 인문(人文)이란 ‘인간이 그린 무늬’다. 그는 마을 곳곳에 쌓인 삶의 무늬들을 주민들과 함께 찾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마을을 돌아보는 ‘까꼬막 버스’, 삶을 주제로 한 독립극장 ‘하마터면 극장’ 등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하마터면 인문학당은 부산진구 동성로 96번길 59에 있다.●꽃차 소믈리에표 ‘칵테일’ 배워볼까 … 예술의 향기로 채운 ‘봉산캠퍼스’ 영도구 봉산마을도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 중 하나다. 주민들의 삶을 책임졌던 한진중공업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면서 날벼락 맞듯 하루아침에 쇠락한 마을이다. 요즘은 빈집 무상 임대 프로그램 덕에 새로운 ‘기운’으로 충만해지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건 문화예술 크리에이터들이다. 음식과 콘텐츠를 연계한 ‘주디’, 목조선박을 만드는 ‘라보드’, 나무로 된 소품을 제작하는 ‘나무배의 꿈’ 등 7개 팀이 봉산마을 빈집에 입주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에 관광공사 장려상(중장년 부문)을 받은 곳은 ‘봉산캠퍼스’다. 꽃차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차 체험 공간이다. 꽃차 제다, 나만의 티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원래 봉산마을은 블루베리로 유명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주민들이 골목 곳곳에 블루베리를 심기 시작했고, 수확한 열매는 잼으로, 잎은 차로 만들어 팔았다. 꽃차 공방이 들어설 토대가 진작부터 마련돼 있었던 셈이다.빈집 무상 임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업체들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만 가능하다. 봉산캠퍼스 역시 ‘영도 화차’라는 메뉴를 만들어 뒀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제공하고 있다. 꽃차 이름도 재밌다. 흰여울 윤슬빛차, 깡깡이 쇳빛차, 눈 영양제 메리골드 등 다양하다.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엔 동백꽃, 겨우살이 등으로 꽃차 체험을 이어 갈 계획이다. 요즘 인기 있는 건 칵테일 키트란다. 꽃을 재료로 삼아 누구나 쉽게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도록 밀키트 형태로 만들었다. 주소는 영도구 찬새미길 52이다. 주민들에게 ‘골목길 분홍집’을 물으면 찾기 쉽다. 비좁은 골목이라 주차 공간은 없다. 관광공사는 오는 11월 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서 ‘두레미마켓’을 연다. 관광두레 주민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45개에 달하는 주민 사업체의 상품 홍보와 판매 행사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각 지역의 톡톡 튀는 여행 상품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 유성에서 온 ‘아트 블룸’의 콘트라베이스 연주, 경남 김해 ‘예술공간 예닮’의 가야금 연주 등 공연 행사도 진행된다. 경품이 걸린 관객 참여 이벤트도 마련된다.
  • 광명 아파트 ‘세 모자 비극’… 40대 가장의 계획살해였다

    광명 아파트 ‘세 모자 비극’… 40대 가장의 계획살해였다

    경기 광명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26일 긴급체포됐다. 광명경찰서는 피해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친부인 A씨를 상대로 조사하던 중 범행을 시인해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를 전후해 광명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아들인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아파트 인근 수풀에 흉기와 당시 입었던 셔츠, 청바지 등을 버린 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3시간 정도 PC방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오후 11시 30분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죽어 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처음엔 경찰 조사 때 범행을 부인하다가 경찰이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찾아내 보여 주자 그제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두 자녀는 거실에서 흉기에 의한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시흥경찰서로 이송되기 전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답했다. 계획범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며칠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다툰 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B씨가 잠시 외출하자 두 아들을 먼저 살해하고 5분여 뒤 집에 돌아온 B씨 또한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전 폐쇄회로(CC)TV가 있는 1층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인 뒤 아파트 뒤편 복도창문으로 몰래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정보기술(IT) 개발자로 일하다가 건강 문제 등으로 1년여 전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이후 아내가 프리랜서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 “670조 우주산업, 민간 기업 위한 정부 지원 필수”[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670조 우주산업, 민간 기업 위한 정부 지원 필수”[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항공우주청으로 할지 우주항공청으로 부를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 우주 산업에서 한국이 자신만의 입지를 확보하려면 민간 우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게 우선입니다.”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연사로 나선 이성희 주식회사 컨텍 대표는 지난해 기준 4690억 달러(약 666조원)에 달하는 ‘뉴 스페이스 산업’ 시장에서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활약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해외 우주 관련 행사에 가면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들이 많다”면서 “옆나라 일본은 대사관에서 나와 민간 기업과 고객을 연결시켜 주는데 한국은 여전히 기업들이 각개전투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 민간 우주 기업들과 얼라이언스를 맺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16년간 근무한 이 대표는 2015년 글로벌 위성서비스 기업인 컨텍을 창업했다. 컨텍은 아시아 민간 최초로 제주도에 우주지상국을 세웠으며 알래스카와 아일랜드, 핀란드, 스웨덴 등 올해 내 구축이 완료되는 지상국만 총 12개에 이른다. 주 고객사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스페이스X는 물론 아마존, 노르웨이의 KSAT, 유럽의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컨텍의 사례처럼 우주 산업은 더이상 한 국가에 국한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정부의 지원 사업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나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 산업에서 발사체나 위성을 만들어 판매하는 부분은 전체의 7~8%밖에 되질 않는다. 나머지는 위성을 통해 전송된 자료를 가공하거나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해 판매하는 사업이 차지한다. 그는 “해외 출장을 나가다 보면 매달 새로운 우주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면서 “(국내 우주 사업가는) 이들 기업을 공부하고, 어떤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으로서 이윤 창출의 목적도 있겠지만 이 대표는 우리가 우주로 가야 하는 이유는 결국 전 인류를 위해서라고 본다. 그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인류는 지구라는 요람에 살고 있지만 요람에서 평생 살아갈 수 없다’는 폴란드계 러시아인 로켓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의 말이 떠오른다”면서 “결국 지구는 언젠가는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든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비해 우주를 탐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광명서 아내·두 아들 살해한 40대 “며칠 전부터 계획”(종합)

    광명서 아내·두 아들 살해한 40대 “며칠 전부터 계획”(종합)

    경기 광명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26일 긴급체포됐다. 광명경찰서는 피해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친부인 A씨를 상대로 조사하던 중 범행을 시인해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를 전후해 광명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아들인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아파트 인근 수풀에 흉기와 당시 입었던 셔츠, 청바지 등을 버린 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3시간 정도 PC방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오후 11시 30분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죽어 있다”며 119에 신고했다.A씨는 처음엔 경찰 조사 때 범행을 부인하다가 경찰이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찾아내 보여 주자 그제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두 자녀는 거실에서 흉기에 의한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범죄 의심점이 있어서 현장을 보존하고 경찰에 인계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이 있는 시흥경찰서로 이송되기 전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답했다. 계획범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며칠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다툰 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B씨가 잠시 외출하자 두 아들을 먼저 살해하고 5분여 뒤 집에 돌아온 B씨 또한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전 폐쇄회로(CC)TV가 있는 1층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인 뒤 아파트 뒤편 쪽문으로 몰래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정보기술(IT) 개발자로 일하다가 건강 문제 등으로 1년여 전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이후 A씨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내가 프리랜서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 “ 전통 가구 모던 디자인 적용” 가구회사 구룸, 한옥 인테리어 활용 다양한 콜라보 시도

    “ 전통 가구 모던 디자인 적용” 가구회사 구룸, 한옥 인테리어 활용 다양한 콜라보 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가구를 제작하는 구룸(대표 김동규)은 조선 가구의 비례미와 모던 디자인의 편리함을 접목한 인테리어 가구로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글로벌 OTT 서비스에서 우리나라 사극이 연이어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옥과 한복 등 한국적인 디자인이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 김동규 구룸 대표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로 지정돼 지난해 용산공예관에서 초대전을 가진 전통가구 명인이다. 올해 4월 구룸을 창업한 배경에 대해 그는 “실용성이 극대화된 저가 가구와 유명 디자이너가 설계한 고가 가구로 양분된 가구 시장 속에서 전통가구 제작 및 판매 환경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규 대표의 최종 목표는 전통가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그는 “‘K컬처’가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어, 향후 ‘K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조선 목가구의 비례미를 극대화하면서도 서양 가구처럼 실용성이 높은 디자인을 접목한 전통가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자 ‘아홉 구’(九)와 영어 ‘룸’(room)을 접목해 만든 회사 이름처럼 다양한 ‘콜라보’를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한옥 디자인을 적용해 현대식 건물을 설계하는 회사와 함께 전통가구 디자인이 반영된 인테리어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옥 디자인을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에 반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콜라보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구룸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22 전통문화 청년 초기창업기업 지원 사업’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확대 지원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 유명 건물 안에서 구룸의 전통가구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 ‘상놈 XX들’, ‘돼지보다 못한 놈들’...막말 초등여교사 직위해제

    ‘상놈 XX들’, ‘돼지보다 못한 놈들’...막말 초등여교사 직위해제

    경남 의령군 한 초등학교에서 50중반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폭언을 해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가 해당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시끄럽다. 경남교육청은 26일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경찰은 해당 교사 등을 상대로 아동학대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경남교육청과 경남경찰청은 의령군 한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들이 “A 교사가 지난 13일 5학년 학생들에게 폭언을 했다”며 학교를 항의방문해 학교측에서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로 부터 교사가 폭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들은 학교에 찾아가 학교장 등에게 항의하고 지난 24일 5학년 전체학생 12명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학교측은 A 교사에 대해 지난 24일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남도교육청과 경찰 조사, 학교측 설명과 A교사 해명 등을 종합하면 지난 13일 5학년 담임교사가 1학년 교실에서 수업나눔촬영을 하는 시간에 A교사는 1학년 교실로 이동해 교실청소 지도를 했다. A교사는 청소 지도과정에서 교실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막말을 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66명이며 5학년은 1개 학급으로 학생수는 모두 12명이다. 학생들은 진술서에 당시 A 교사가 한 말이라며 “상놈 XX들”, “공부도 못하는 XX들”, “너희들보고 개XX라고 한 이유는 개가 요즘 사람보다 잘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이러고도 학생이냐, 농사나 지어라”, “너희를 욕한게 아니라 반이 더러워서 그런 것이다”라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학부모들은 지난 17일 학교를 방문해 학교장에게 가해교사 사과와 교직을 떠나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5학년 학생들은 A 교사의 폭언에 따른 정신적 충격 등으로 일부 학생이 지난 21일 조퇴를 한데 이어 24일에는 5학년 전체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았다. A 교사는 5학년 전체 학생이 출석하는 날 공개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지난 25일 5학년 전체 학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등교를 했고 A교사는 학생들과 학부모 앞에서 “죄송하다. 깊이 반성한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학교측은 폭언을 들은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이 클 것으로 보고 5학년 전체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날 부터 3일동안 심리상담과 치료를 진행한다. 폭언을 한 A 교사와 폭언을 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5학년 담임 B교사를 학생들과 분리조치 하고 다른 교사를 각각 담임교사로 배정했다. A, B 두 교사는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경남교육청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A교사에 대해 이날자로 직위해제 조치를 했다. A 교사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거침이 없는 성격이다 보니 표현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교사는 명심보감 입신양명 훈자(訓子)편에 나오는 내용(‘아이를 사랑하면 매를 많이주고, 아이를 미워하면 밥을 많이주라’)을 예를 들며 “명심보감에도 아이를 잘 키우려면 매를 들어 키우라고 하고 아이를 망치려면 음식을 주라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욕을 한다고 상처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잘못을 나무라야 할 때 나무라지 않으면 아이들 가치관이 흐려진다”고 주장했다. A 교사는 “학부모들이 교장실로 찾아가서 수업중인 교사를 오라가라 하고 한 학부모가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격분이 됐다”며 학부모들의 교장실 방문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남경찰청은 A 교사와 학교 관계자, 학생, 학부모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갑갑한 원룸에서 상상해낸 핏빛 소동인데 웃긴다 ‘옆집사람‘

    갑갑한 원룸에서 상상해낸 핏빛 소동인데 웃긴다 ‘옆집사람‘

    원룸에 갇혀 오랜 시간을 견뎌본 이들은 안다. 희망 찬 미래 따위 없다는 것을, 해서 93분 영화에 시종 넘쳐나는 욕설과 프리스타일 랩이 거슬리지만은 않았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5년 동안 준비해 온 찬우(오동민)가 지긋지긋한 원룸 생활을 끝내는 데 중차대한 하루를 망가뜨린 과정을 그린 영화 ‘옆집사람’은 감독 ‘입봉’의 달콤함을 맛보려고 오랜 시간을 버텼을 감독 염지호가 겹쳐지는 작품이었다. 찬우는 시험 접수비 단돈 만원을 빌리려고 친구 모임에 나갔다가 진탕 술을 마셔 필름이 끊기고 만다. 눈 떠보니 옆에 피칠갑을 한 남성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이었다. 어젯밤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하지만 도무지 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나와보니 그토록 자신이 미워해 죽이고 싶어했던 ‘소음러’가 사는 옆집 404호다. 염 감독은 25일 시사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에서 “내 자신이 자취로 단련된 터라 원룸은 자연스럽게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됐다. 평소 노트에 한 줄짜리 아이디어를 적어놓곤 했는데, 어느 날 보니 ‘자고 일어났는데 시체가 있다면’이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시나리오 작업에 몰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차피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룸이란 공간이 갑갑하긴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괜찮게 찍을 수 있는 시나리오에 맞춤이었다”고 덧붙였다. 원룸에 갇혀 본 이들이 상상할 만한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얘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일단 재미있다. 욕설이 난무하는 것도 시나브로 익숙해졌다. 찬우의 랩이나 허세 가득한 혼잣말이 처음에는 듣기 싫었는데 그것도 편해졌다. 찬우와 404호 세입자 현민(최희진)과 그녀의 남자친구 기철(이정현)이 뒤엉켜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스릴러 기법이 절묘하게 맞닿는다. 빠른 호흡의 편집도 절묘했다.여러 단편들에서 될 성 부른 떡잎 소리를 들었던 염 감독은 오동민과 이정현의 캐스팅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는데 둘을 연결하며 대립시키는 현민의 캐스팅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천연덕스럽게 애교를 떨다가도 소시오패스 성향을 드러내며 표변하는 현민의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겠는지 두려웠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셋이 원룸에 갇혀 벌이는 실랑이와 싸움 장면은 여러 교과서를 충실히 학습한 티를 드러내긴 했지만 절묘했고, 영리했다. 일인드라마 같은 찬우의 캐릭터를 충실하게 살려낸 오동민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2008년 연극 ‘nabis 햄릿’으로 데뷔해 숱한 연기경력을 쌓고 2019년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과 2020년 KBS2 수목드라마 ‘출사표’에 얼굴을 내밀고, 이날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주연을 소화한 그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한 느낌이다. 오동민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며 “쉽게 접하기 힘든 장르다. 마음을 열고서 관대한 마음으로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지호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이다. 그는 흥행에 상관 없이 극장에서 영화가 개봉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극장이 안 좋은 시기에 개봉했다. 난 개봉한 것자체가 좋아 관객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솔직히 내 심정이 그렇다. 개봉했으니 실망할 것은 없다고 해야겠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출연진 스케줄 때문에 극의 흐름과 관계 없이 촬영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극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어떻게 살리느냐였다고 했다.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이 작품을 만나 행복했다는 최희진 배우는 관객 1만명이 들길 바란다며 웃었다. 워낙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정현 배우는 좁은 공간에서 싸움 장면을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오동진 배우는 말했다. 한예종 졸업작품이 상업 개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은 영화제와의 인연이 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상업 개봉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NH농협상과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오동민) 2관왕에다 제40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21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돼 발빠른 팬들에게 상당한 입소문이 나 있는 상태다. 몇몇 흠결이 있지만 오동민의 말마따나 청춘들의 열정에 마음을 열어 뜨거운 박수를 보태고 싶어지는 영화다. 11월 3일 개봉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