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말이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숙박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모친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족보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7,106
  • 경기도, 은퇴·학대당한 말(馬) 대상 ‘말 복지 휴양목장’ 화성에 개소

    경기도, 은퇴·학대당한 말(馬) 대상 ‘말 복지 휴양목장’ 화성에 개소

    경기도가 29일 화성시 마도면 축산진흥센터에 ‘경기도 말 복지 휴양목장’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경주마나 승용마 등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마땅한 관리 체계가 없어 방치되거나 학대당하는 등 동물 복지의 심각한 사각지대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는 축산진흥센터 승용마단지 내 방목장과 재활 공간, 문화체험시설 등을 두루 갖춘 대규모 휴양목장을 조성했다. 최근 경북 지역 승마장에서 장기간 방치됐다 긴급 구조된 승용마 ‘리비’가 이곳에 입양됐다. 도는 리비의 사례처럼 구조와 재활, 입양으로 이어지는 확고한 선순환 체계를 다지고 공공이 주도하는 보호 기반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말 복지 휴양목장은 단순 보호를 넘어 재활과 활용까지 이어지는 통합 복지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말이 존중받는 환경을 조성하고, 도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말 산업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공수처 사건’ 조희연 “재심 청구”…보완수사 어렵다는 檢, 위법 수사 인정?[로:맨스]

    ‘공수처 사건’ 조희연 “재심 청구”…보완수사 어렵다는 檢, 위법 수사 인정?[로:맨스]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첩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권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후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측이 재심 등 절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공수처 사건을 보완수사한 뒤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대해 스스로 ‘위법 수사’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조 전 교육감 측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재심 청구나 재판소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지금 법리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설명에 따르면 공수처 이첩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가 ‘위법’이라는 것인데, 결국 과거 사건에 위법 수사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 전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혐의로 2024년 8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이로 인해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당시 공수처 출범 후 첫 번째로 수사한 사건으로, 공수처는 2021년 4월 28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고발된 사건을 이첩요구한 뒤 직접 수사했다. 검찰은 같은해 9월 사건을 넘겨받은 뒤 12월에 조 전 교육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수처 이첩 후 약 3개월 동안 조 전 교육감과 당시 교육감 비서실장이었던 한모씨에 대한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021년 11월 한 전 비서실장을 22일과 26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고, 조 전 교육감은 12월 3일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및 통신영장 등 법원에 영장 청구를 통한 보완수사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2일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검찰은 보완수사요구와 보완수사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에 보완수사 요구를 했지만,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건 이첩을 거부했다. 지난해 5월 직접 보완수사를 위해 압수·통신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대로라면 과거 조 전 교육감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는 ‘위법 수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 이첩 사건에 대해 기소 혹은 불기소만 결정해야 함에도 직접 피의자들을 불러 보완수사를 했기 때문이다. 현직 차장검사는 “그쪽(조 전 교육감)에서 위법 수사를 주장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고무줄 판단’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조 전 교육감 사건 때는 영장을 발부했는데, 윤 전 대통령 사건 때부터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것이 ‘제멋대로’라는 비판이다.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 관련 법안은 2021년이나 2025년이나 바뀐 것은 없다.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는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최재해 전 감사원장 사건이 남아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표적 감사’했다는 혐의로 최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수처 수사권에 대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수처를 포함한 수사기관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관련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입법으로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라며 “각 수사기관들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단독]“그때 신고하지 말걸”… 성착취 피해 청소년 117명이 털어놨다[소녀에게]

    [단독]“그때 신고하지 말걸”… 성착취 피해 청소년 117명이 털어놨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 청소년 117명 설문조사피해자 10명 중 6명이 자살 떠올려‘보호받아야 할 존재’ 아닌 ‘죄인’ 취급 온라인 그루밍과 성착취를 겪은 아이들의 일상은 무너진다. “그때 대답하지 말걸”, “사진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내 잘못이야” 오랜 심리적 조종 끝에 자책이 심어지고, 여기에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행실 나쁜 아이’로 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해진다. 피해자는 결국 자신을 죄인처럼 여기게 된다. 서울신문이 피해자 1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피해 이후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는 지난 3~4월 전국 17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위기청소년 쉼터 등의 협조로 이뤄졌다. 응답자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지원체계와 연결된 청소년들로, 신고나 상담에 이르지 못한 잠재적 피해층은 표본에서 제외됐다. 조사 문항은 장윤진 한국갤럽 여론분석실 부장,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김재희 변호사,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성했다. ■피해자 62.4% 자살충동, 53.8%는 자해 경험 피해 아동·청소년 10명 중 6명은 피해 이후 자살 충동을 느꼈다. 실제로 자해를 한 경우도 절반을 넘었다. 온라인 성착취가 단순한 성적 유린을 넘어 아이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사회적 타살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3년 전 성착취 피해 이후 회복 중인 한 피해자는 “피부과에서 자해의 흔적은 지웠지만, 가끔 그때 일이 떠오른다”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지금도 성인 남성들 앞에선 몸이 움츠러든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성착취 피해 이후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는지’라는 질문에 피해자의 62.4%는 ‘그렇다’고 답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심각해져서’, ‘죄책감’, ‘더러운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다. 같은 이유로 자해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가운데 자살 충동을 느낀 비중은 11.6%다. 지원체계와 연결된 피해 청소년이라는 표본 특성을 감안해도,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모든 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은 물론 가해자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등 여러 가지 고통을 동시에 마주한다”고 설명했다. ■‘피해 사실 알려지는 것’ 두려워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35.9%·복수응답)이었다. 성착취물 유출과 피해 반복에 대한 공포, 영원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이 뒤를 이었다. 성착취 이후 수사기관에 신고를 접수했던 한 피해자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고 이후 피해 사실이 알려졌고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홀로 고통을 감당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 33.3%는 아무런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커서’가 주된 이유였다. “피해 당시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는 한 피해자의 말이 그 침묵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 피해자는 “피해를 원인을 제 탓으로 돌릴까 봐 무섭기도 했고, 부모님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웠다”고 했다.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원센터 등 보호시설(67.9%·복수응답)의 문을 두드렸다. 부모(41.0%)나 경찰(37.2%), 학교 선생님(25.6%)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랑받는 기분이라고 착각” 피해자들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71.8%는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었고, 66.7%는 매일 아침 학교로 향했다. 오승윤 서울시립 다시함께 상담센터장은 “과거 가출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성착취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성착취 과정에 그루밍이 포함돼 있었다고 답한 피해자는 10명 중 8명(77.8%)에 달했다. 가해자가 처음 말을 걸었던 온라인 공간은 X(42.9%·복수응답), 익명 채팅앱(41.8%), 카카오톡 오픈채팅방(38.5%) 순이었다. 익숙한 공간, 익명이 보장된다는 점이 ‘안전하다’는 착각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가해자들은 ‘성적 호기심이나 진로 상담·취미나 관심사 언급’(82.4%·복수응답), ‘외모·키에 대한 질문과 칭찬’(37.4%)을 앞세워 접근했다. 어느 정도 친밀도가 쌓이면 직접 만남을 요구(74.7%)했다. 특정 신체 부위나 교복 등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한 경우도 50.5%였다. 가해자 중에선 연인 관계가 된 것처럼 말하고,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피해 청소년은 “사랑받는 기분이라고 착각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평소 느꼈던 공허함을 그 사람들이(가해자들이) 채워줬다”고 전했다. “원하는 걸 들어줬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도저히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냥 들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담배, 술 등을 대신 구매해주겠다’고 한 경우는 47.3%(복수응답)였다. 다짜고짜 기프티콘이나 현금을 전송(23.1%)한 가해자도 적지 않았다. 40대 가해자로부터 성착취를 당한 한 피해자는 “3~4번 만났을 때까지는 별다른 요구가 없다가 이후부터 영상통화로 가슴을 보여달라 하고, 억지로 입을 맞추려 했다”고 털어놨다. 첫 만남에서 성적인 요구를 하지 않고 만남의 대가로 담배나 1만~3만원의 현금을 건네고, 이후 친밀도가 쌓이면 성관계를 요구하는 가해자도 있었다. 박숙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착취”라며 “피해 아이들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성착취 피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란 것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정서적 지지(54.7%·복수응답)였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신고 이후 쏟아진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피해자의 토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응답자의 33.3%가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응답이 그 단면을 보여준다. 성착취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아동을 탓하는 사회적 시선이 여전하다. 지원센터를 찾는 아이들조차 “내가 잘못했다”며 입을 연다고 한다. 김은정 경북 지원센터 팀장은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담 기간 내내 아이들에게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당한 딸을 둔 아버지인터뷰 토대로 재구성한 가족의 1년 지난해 5월 연휴 어느 아침이었다. 돗자리와 도시락, 들뜬 기대까지 챙긴 아버지는 일찍 일어났다. 혼자 두 아이를 키워온 그는 엄마의 빈자리까지 메우려 애써왔다. 아이들과 약속한 나들이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열세 살 지우(가명), 초등학생 여동생 지민(가명)과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지민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곁에 섰다. 지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햇빛이 바닥까지 번져도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침대에 돌아누운 아이는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가족 나들이는 없던 일이 됐다. 아버지는 그저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는 아직도 그 아침을 후회한다. 연휴가 지나고 아버지는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출근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머니에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지우 학교의 상담교사라고 했다. “아버님, 지금 학교로 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금요?” “지우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세상이 한순간 멈춰 섰다. 아버지는 “아이가 거짓말한 거 아닐까요”라고 자꾸 되물었다. TV나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이었다. 교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서로 향했다. 사건을 접수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담당 경찰관은 최대한 빨리 지원시설로 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곧장 아이 손을 잡고 해바라기 센터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갔다. 그날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를 했지만 생리 기간과 겹쳐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우는 생리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아이였다. 그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 발단은 소셜미디어(SNS)였다. 정체 모를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사 줄 테니 만나자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열세 살 아이를 늦은 밤 불러내 자신의 차 안에서 범행했다. 경찰관은 아이에게 스마트워치를 건넸다. 가해자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아버지는 일러뒀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제가… ‘그 시간에 뭐 하러 나갔냐’고 했어요.”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말이 애한테 되게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가해자는 잡혔는지, 조사는 어떻게 돼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같은 질문을 거듭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반 만에 가해자는 붙잡혔다. 어느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기척에 잠에서 깼다. 아이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아파트 창틀 위에 아이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화도 나고 소리도 지르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애한테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왜 그래’ 그 말밖에….”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이 방 문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여동생도 언니 방 앞을 지날 때 발소리를 죽였다. 사건 이후 아이의 일상은 좁아졌다. 근처 공원 외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서지 못한다. 남자 어른을 가장 무서워한다. 비슷한 차만 지나가도 굳어버린다. 여동생도 지금까지 언니 눈치를 본다. “막내가 ‘언니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매일같이 물어봤어요. 그만큼 아이는 예민한 상태였어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는 가해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보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가해자 측은 아이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열세 살 아이를 다시 가해자 앞에 세우는 일이었다. “정말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진단서도 제출하고 별짓을 다 했죠.” 가해자 측은 재판에서 “아이를 간음한 건 맞지만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이 사건으로 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제출했다는 반성문,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가해자 측 가족의 탄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치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지우는 아직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왜 저 사람들은 재판부에 잘못했다고 할까요.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검찰은 가해자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는 3년 6개월이었다. 항소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처음 재판이 시작될 땐 애 나이도 어리고 워낙 죄질이 좋지 않아서 중형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대로면 가해자가 다시 아이 앞에 나타날까 무서워요.” 아이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산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어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멀쩡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요즘 아이는 조금씩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한다. 가끔은 환하게 웃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렵다. “법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엄벌이 좀 되면 이런 일, 덜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아이 방 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그 앞에 아버지가 누워 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사설] 한미 의회 서한 공방… 안보·통상 현안 출구 찾아야

    [사설] 한미 의회 서한 공방… 안보·통상 현안 출구 찾아야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는 항의 서한을 보내자 여당이 맞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90명은 ‘사법주권 침해’라며 주한 미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최근 미 의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고위급 협의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선을 넘었다는 것이 항의 내용이다. 맞는 말이다. 개별 기업인의 사법 리스크를 외교 현안에 결부시키는 것은 동맹의 태도라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그대로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교 라인을 통해 갈등을 물밑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자회견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더욱이 쿠팡 사태는 한미 간 통상 마찰과 더 깊이 연계되는 조짐을 보이는 문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7일(현지시간) X에 “세계 어떤 나라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의 인터넷 트래픽 전송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만 예외라고 콕 집어 공격했다. 미측이 한국의 대표적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꼽아 온 망 사용료 문제를 꺼내들며 공개 압박한 것이다. 지난해 한미 간 통상안보 협상 타결 이후 지연된 후속 협의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한 결과다.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 한미 간 안보 현안의 조율 필요성도 더 커진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군사동맹조약에 이어 2027~2031년 상호군사협력 계획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우려까지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 이후 미국이 한 달째 일부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부터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드론을 포함한 첨단 방위장비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민관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케미’를 과시하고 있다. 통상·안보 면에서 동맹 간 결속을 강화해도 모자란 현실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금 한미 간에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서부터 전작권 전환 시기 등 조율이 시급한 현안이 첩첩이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권한 등 후속 협상도 하세월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동맹 간 현안 해결이 지체되면 불필요한 불신이 커진다. 국익 우선 원칙을 견지하되 서둘러 출구를 찾아야 한다.
  • [길섶에서] 뉴욕 같은 서울

    [길섶에서] 뉴욕 같은 서울

    서울 명동의 횡단보도에 서 있다. 둘러보니 나만 빼고 모두 외국인인 것 같다. 마치 미국 뉴욕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다. 외국인이 많아지면 한국 고유의 미덕이 훼손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이방인이 우리 문화와 풍경, 음식, 치안에 감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지금 우리는 반만년 역사상 가장 번성한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뿐 아니라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 등 제조업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군사력은 세계 5위권이며, 절차적 민주주의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크기의 분단 국가가 이룬 이 성취는 ‘세계사 미스터리’에 기록될 만하다. 기술이 아주 많이 발달해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과거로 날아가 일찍이 문화 선진국을 꿈꿨던 백범 김구 선생,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바친 안중근·윤봉길 의사와 이순신 장군 등을 모셔 오고 싶다. 당신들 덕분에 오늘이 있는 것이라고. 그러면 그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후손들을 일일이 안아 줄 것 같다. 너무 감격하면 말이 필요 없는 법이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4월의 애도,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이광호의 어찌보면] 4월의 애도,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당신의 4월은 이미 찬란하겠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꽃과 연둣빛이 만드는 저 어여쁜 풍경들은 때로 참혹함을 떠올리게 한다. 2014년 4월 16일의 그 봄날은, 수학여행에 들떴던 단원고 학생들에게도 아름다운 날이어야만 했다. 침몰 과정이 실시간 중계되는 잔인한 시간 동안, 국가 시스템의 기만적인 무능은 맨얼굴을 드러냈다. 304명의 희생자가 생긴 그날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애도는 완결되지 못했다. 어떤 애도는 권력에 의해 금지되기도 하고, 어떤 애도는 그 죽음을 아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끝낼 수가 없다. 죽음의 진실과 의미를 드러내는 무한한 노력만이, 남은 자들의 연대만이 애도를 온전하게 한다. 지겨워서 중지해야만 하는 애도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세월호와 함께 홀로코스트를 떠올린다. 홀로코스트를 둘러싼 두 개의 기념일이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홀로코스트는 600만명이 희생된 장기간에 걸친 제노사이드다. 제노사이드는 민족과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말살시키는 행위다. 유엔이 공식으로 인정한 1월 27일은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를 해방한 날이며 나치의 전쟁 범죄가 알려지는 계기가 된 날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바르샤바 게토의 유대인 봉기를 기준으로 유대력에 따라 ‘욤 하쇼아’라 불리는 기념일을 지키는데, 올해는 4월 14일이 그날에 해당했다. 우연하게도 올해의 ‘욤 하쇼아’는 세월호 날짜와 가까웠다. 두 기념일은 홀로코스트를 애도하는 다른 방식을 보여 주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홀로코스트를 인류 보편의 윤리 차원으로 이해할 것인가, 혹은 유대 민족의 박해와 저항의 서사 안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생명정치’가 된 홀로코스트 한 민족의 독립과 국가 건설을 위한 열망과 투쟁은 다른 민족의 그것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은 이른바 ‘정착적 식민주의’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곳에 살고 있던 타민족에 대한 교체와 추방, 정착과 축출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의 민족이 정착을 위해 또 다른 민족을 내모는 이 참담한 아이러니는, 이 지역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의 생존 의지를 강화하는 역사적 기억의 자원이지만, 팽창적 ‘시오니즘’을 정당화하는 이념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에는 눈물과 박해의 서사와 결별하고 강인한 국민상을 제시하기 위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밀쳐 두었다는 점이다. 1961년 아이히만 전범 재판과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역사적 피해자성은 안보 이데올로기의 이념적 자원으로 전환된다. 이스라엘의 역사가인 예후다 엘카나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이기도 하다. 1988년에 발표한 ‘망각의 필요성’은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증오와 폭력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세계 모두가 홀로코스트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 해도, 이스라엘은 오히려 망각을 배워야 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국민 의식 깊은 곳에 침투해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위험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를 통해 항구적인 피해자의 위치로 자신들을 고정시키면, 군사행동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정당화된다. 피해자의 집단적 서사가 새로운 피해자를 낳는 논리가 될 때, 그 기억은 윤리적인 힘을 상실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죽음을 가리는 데 동원되고, 유대인의 삶만을 ‘애도 가능한 삶’으로 설정하는 차별적인 ‘생명정치’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애도는 또 다른 폭력을 중지시키는 윤리적 요청이어야 한다. 한 민족에게 일어난 참담한 비극은 다른 민족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잔인한 역사의 보편적 교훈이다. ‘홀로코스트의 국유화’라고 일컬어지는 국가적 독점화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죽음은 등가적” 세월호와 홀로코스트라는 두 사건은 비대칭적이며, 304명의 죽음과 600만명의 죽음은 분명히 같지 않다. 그러나 죽음은 개인들에게는 모두 단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일인칭의 사건이다. 인간의 존엄은 개별적인 인간들 하나하나의 존엄이다. 이란과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희생되고 있는 민간인들의 죽음도 그러하다. 그중에는 175명의 이란 여학생들의 죽음도 포함되며 4·3 제주와 5·18 광주의 희생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죽음과 중동 전쟁의 민간인 피해자들의 죽음은 어떤 위계도 없는 등가의 것이다. 저 죽음들에서 아직 비켜 서 있는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살아남은 자’라는 위치를 공유한다. 참혹한 기억은 완결되지 않고, 애도는 끝내 완성될 수 없으며, 죽은 자는 산 자의 생을 관통한다. 죽음의 등가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애도를 또 다른 폭력으로 만드는 일을 정지시킨다. 그것이 4월 찬란한 계절에 숨 가쁘게 살아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엉덩이 만졌냐” 따지더니 주먹질…장애 노인 폭행 영상에 댓글 폭발 [두 시선]

    “엉덩이 만졌냐” 따지더니 주먹질…장애 노인 폭행 영상에 댓글 폭발 [두 시선]

    대형마트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70대 남성이 성추행 의심을 받다 폭행당했다. “남의 아내 엉덩이를 만졌느냐”는 항의가 주먹질로 번지자 온라인에서는 폭행 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공개된 폐쇄회로(CC)TV 장면을 두고 “접촉 경위부터 따져야 한다”며 다른 시각을 보였다. 2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4일 한 대형마트에서 발생했다. 뇌경색 후유증과 당뇨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70대 남성 A씨는 집 근처 마트를 찾았다가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폭행당했다. A씨는 평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집 근처 마트를 한 바퀴 도는 것을 운동 삼아왔다. 사건 당일에도 식사를 겸해 마트를 찾았다가 통로에서 한 여성과 스쳤고 이후 여성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과 시비가 붙었다. 가족 측에 따르면 이 남성은 A씨에게 “왜 남의 아내 엉덩이를 만지냐”는 취지로 따졌다. A씨가 부인하자 남성은 그를 밀쳤고 곧바로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공개된 CCTV에는 A씨가 여성과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남성이 뒤돌아 A씨에게 항의했고 위협적인 행동은 폭행으로 이어졌다. 다만 보도 내용상 영상에서 A씨가 여성의 신체를 고의로 만지는 정황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안와골절 등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그는 “몸 반쪽을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 여자 엉덩이를 만질 여력이 어디 있느냐”며 “주먹으로 눈을 많이 맞아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당뇨 합병증 등 기저 질환도 앓고 있다. 가족은 A씨의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약물 치료에도 제한이 있고, 의료진으로부터 실명 가능성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 “의심되면 신고했어야”…폭행 비판 쏟아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댓글의 다수는 폭행 남성을 향했다. “의심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했어야 한다”, “앞뒤 정황도 확인하지 않고 주먹부터 휘두르는 게 말이 되느냐”, “법보다 가까운 주먹을 썼으니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A씨가 고령에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도 분노를 키웠다. 일부 누리꾼은 “걸음이 불편한 노인이 다가오면 오히려 비켜주는 게 상식 아니냐”, “덩치 큰 남성이었다면 그렇게 때렸겠느냐”, “약자에게 분풀이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쌍방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누리꾼들은 “힘 차이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쌍방이냐”, “멱살을 잡힌 사람이 뿌리치는 행동과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는 행동은 다르다”, “의심과 폭행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마트 측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 딸은 방송에서 마트 직원들이 상황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은 가족끼리 장난치고 싸우는 줄 알았다고 했지만, CCTV를 보니 처음부터 폭행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아버지가 직접 112에 신고하기 전까지 아무런 도움도 없었다”고 말했다. ◆ “영상상 의심스럽다”…접촉 경위 보자는 반론도 반면 일부 누리꾼은 CCTV 장면을 근거로 접촉 경위를 더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오른쪽에 공간이 있는데 왜 여성 쪽으로 붙어 지나갔느냐”, “영상만 보면 의심스러운 장면이 있다”, “장애나 나이가 있다고 해서 접촉 의혹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일부는 A씨가 폭행 직전 손을 올리는 듯한 장면도 지적했다. “손을 못 쓴다더니 상대방 손을 뿌리치는 모습이 보인다”, “먼저 위협적인 동작을 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다만 이런 의견을 낸 누리꾼들도 대체로 “그렇다고 폭행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접촉이 의심됐다면 경찰을 부르거나 마트 측에 CCTV 확인을 요청했어야지, 곧바로 주먹을 휘두른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두 갈래다. 실제 성추행 또는 고의 접촉이 있었는지, 그리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해도 고령의 장애인을 상대로 한 폭행을 정당방위나 쌍방폭행으로 볼 수 있는지다. ◆ 성추행 의심도, 폭행도 수사 대상이다 상대 남성은 경찰에 A씨가 먼저 때려 방어 차원에서 밀었고, 잡힌 팔을 뿌리쳤을 뿐이라는 취지로 쌍방폭행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 조사 뒤 남성을 귀가 조치했고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개된 영상과 양측 진술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지훈 변호사는 JTBC 방송에서 “쌍방폭행도 비슷한 사람끼리 할 때나 가능한 것 아니냐”며 “힘의 차이가 현저한 상황에서 이를 쌍방으로 볼 수 있을지, 또 실제 강제추행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트 측 책임도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마트에 형사 책임을 묻기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폭행 상황을 방치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민사상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성추행 의심과 폭행 문제가 맞물리며 온라인 논쟁으로 번졌다. 하지만 의심이 곧 처벌이 될 수는 없고, 항의가 곧 폭행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반대로 장애나 고령만을 이유로 접촉 의혹 자체를 성급히 덮어서도 곤란하다. 경찰은 CCTV 원본, 목격자 진술, 여성 측 진술, A씨의 장애 정도와 동선, 폭행 당시 양측 행동을 종합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여론은 이미 갈라졌지만, 결론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와 법적 판단 위에서 내려져야 한다.
  • [씨줄날줄] 단기 근로자 공정수당

    [씨줄날줄] 단기 근로자 공정수당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수당을 더 얹어 주는 공정수당 제도가 추진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제 “공정수당 도입을 위해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며 구체적인 수치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벌어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정책으로 좁히겠다는 선언이다. 이 정책의 원조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도와 산하기관 기간제 노동자에게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높은 지급률을 적용했다. 기본급의 5~10%를 계약 만료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도입한 것. 첫해 공정수당 총지급액이 18억원, 2024년에는 약 27억원으로 늘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정상적으로 주어진다면 비정규직의 보수가 더 많아야 한다. 이게 상식”이라며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노동부가 전국 공공부문 적용으로 화답한 셈이다. 문제는 공정수당의 선의와는 별개로 고용구조 전체에 예상치 않은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기간제법 이후 ‘1년 11개월 계약’이 등장했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자 ‘쪼개기 알바’가 확산된 것처럼 말이다. 정책의 취지가 훌륭하더라도 빈틈이 많아서는 노동시장의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1990년 민간부문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현장에서는 기업의 우회 고용과 수당을 노리는 단기 계약 선호가 동시에 나타났다. 프랑스 노동당국이 25년간 추적한 결과 1개월 미만 단기 계약 비중이 1993년 57%에서 2017년 83%로 늘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더 심해졌다. 지금 논의되는 공정수당에는 노사 양측의 편법을 막을 장치가 없다. 선의로 마련한 제도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노동 현장의 질서를 속수무책으로 헝클어 놓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까닭이다.
  • [세종로의 아침] 인류를 구원할 ‘망설임’과 ‘무가치함’

    [세종로의 아침] 인류를 구원할 ‘망설임’과 ‘무가치함’

    믿거나 말거나지만 남자가 나이 들었음을 보여 주는 행동학적 지표 중 하나가 ‘드라마 보기’다. 그런 때가 있었나 가물가물할 정도지만 파릇파릇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실제로 책 읽는 시간만큼 TV 보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각설하고 최근 본 TV 프로그램 중에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몇 개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많은 사람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나의 아저씨’, “날 추앙해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의 신작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다. 주인공은 20년째 입봉을 못 하고 독설만 남은 감독 지망생 황동만이다. 드라마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황동만은 “안 되는 것 붙들고 바둥거리지 말고 그만해라”라고 충고하는 영화사 대표에게 “기대해라, 더 어마어마하게 무가치해질 거고 더 쓰잘데기 없어질 거고…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라고 대꾸한다. 쓸모없음에서 가치를 끌어낸다는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다른 하나는 소설가 김애란의 첫 TV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손석희의 질문들’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이다. 손석희는 김 작가에게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작가는 “망설임”이라며 “누군가의 고민이나 아픔을 들을 때 말을 삼키거나 주저하면서 짐작하고 헤아리는 찰나가 있다. 그리고 그 주저엔 어떤 배려나 품위가 있다.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인간의 결함과 한계처럼 보이는 게 우리의 미덕이고 개성일 수 있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나 언론에 넘쳐나는 자칭 AI 전문가들의 하나 마나 한 언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통찰이다. 최적값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놔야 하는 AI에게 망설임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지연 오류’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망설임은 단순한 사고의 지체가 아니다. 인간은 AI와 달리 특정 임무나 과제의 목적이 옳은지, 선택이 공동체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망설임’이라는 생각의 필터를 거친다. 많은 뇌과학 연구들도 인간의 망설임은 가치 판단과 감정의 복잡한 시뮬레이션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망설임이란 잠깐의 멈춤 시간들 덕분에 인류는 아직까지 대멸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AI 등장 이전부터 삶의 많은 부분에서 효율과 속도를 강조하며 ‘가치 있음’ 또는 ‘쓸모 있음’을 요구했다. 우리 사회는 AI처럼 가치 없는 정보나 행동은 일 처리를 늦추기만 하는 장애물로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해 온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어 보이는 호기심에 밤새우는 열정과 당장의 생존이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예술 활동 덕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학기술도 그렇다. 당장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기초과학은 경제적 논리로만 따지면 무가치하고 쓸모없어 보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나 지난 한국 정부처럼 장기적 안목이 없는 이들은 담합이니 뭐니 하는 핑계로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는 데도 과감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인류 문명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가능한 일이다. R&D에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AI나 기계에서 실패는 반드시 수정되고 제거돼야 할 오류일 뿐이지만 인간 과학자에게 실패는 새로운 단계로 뛰어오르기 위한 발판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 도래를 예측하고, 대중은 ‘터미네이터’ 같은 SF 속 종말론적 상황이 닥칠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정작 걱정해야 할 상황은 인간이 망설임을 멈추고 쓸모없음의 가치를 비하하며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기계적 완벽주의에 빠져드는 것 아닐까. AI가 완벽해질수록 망설임과 무쓸모라는 인간적 약점이 더 돋보이고 인류를 더 멀리 이끌 것이다. 과학기술의 끝에는 무감정의 기계가 아닌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유용하 문화체육부 과학전문기자
  • 요즘 핫한 예술 궁금하다면

    요즘 핫한 예술 궁금하다면

    세종문화회관이 실험정신을 꾹꾹 눌러담은 예술작품으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세종문화회관은 16팀이 10개 프로그램, 총 28회 공연을 선보이는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6’(Sync Next 26)을 오는 7월 3일부터 두 달 동안 선보인다. 탈춤과 메탈, 음악과 텍스트, 포크, 전자음악에 서커스까지 장르 경계를 넘고 이질적인 요소를 작품에 공존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16팀이 10개 프로그램, 총 28회 공연 27일 제작 발표회에서 안호상 사장은 “1978년에 이렇게 큰 공연장이 문을 열면서 가졌던 상징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퇴색되고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면서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 영국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 등은 오래 되고 시설이 열악한 약점을 콘텐츠로 극복했고 좋은 아티스트들을 배출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들이 19~20세기 예술을 이끌었다면 현시대는 우리 ‘싱크 넥스트’가 컨템퍼러리 플랫폼으로서 흐름을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막작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7월 3~5일)는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이기도 하다. 프랑스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인 해미 클레멘세비츠와 해금연주자이자 작곡가 김예지 등 프랑스와 한국 아티스트 6인이 뭉쳤다. 한국어와 프랑스어 언어 구조를 연구하고 정가와 프랑스 중세 성악, 동서양의 악기를 활용해 색다른 소리의 장을 펼친다. 천하제일탈공작소, 반(baan)은 7월 10~11일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를 출발점 삼아 탈춤이 가진 재담과 몸짓에 강렬한 메탈을 조합했다. 김관지 안무가는 ‘킬링 하이라키’(7월 24~27일)로 위계가 생성되고 전복되는 사회상을 구현하고, 김혜경 안무가는 ‘묘묘: 고양이 무덤’(8월 21~24일)으로 사라지고 잊히는 죽음에 대한 사유를 무용으로 풀어낸다. 이번 ‘싱크 넥스트’에서는 서커스를 처음 선보인다. 코드세시(8월 1~3일)는 ‘놀이터’를 모티브로 기예와 오브제를 접목해 기술적인 묘기를 넘어 구조와 감각을 함께 다루는 공연 형식으로 확장한다. 포크 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여유와 설빈(7월 17~19일), 지난 1월 두산아트랩에 이어 규모를 키운 음이온의 ‘개기일식 기다리기’(8월 7~10일), 국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작곡가 이하느리의 첫 장편 무대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8월 15~17일) 등 다양하게 꾸몄다. 프로듀서 제이플로와 래퍼 짱유는 테크노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장식한 ‘힙노시스테라피’(9월 4~5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탈춤·메탈·서커스 공존… 김창완 밴드도 한국 대중음악의 정서를 품은 김창완밴드(8월 28~29일)도 ‘싱크 넥스트’의 한 축을 장식한다. 이날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가수 김창완은 “내년이면 활동 50년 된 가수에게 컨템퍼러리라는 말이 합당한가 되물었다”면서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노래들이 현재성을 획득하는 시간이라고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샐러드 즐기고, 포도주 챙기고… 아수라장 속 ‘강심장’

    샐러드 즐기고, 포도주 챙기고… 아수라장 속 ‘강심장’

    글랜츠 에이전트, 동요 없이 식사밴스, 트럼프보다 20초 먼저 대피신원 미상 여성, 와인 가져가기도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 총성이 울려 퍼지고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다양한 상황들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연예·스포츠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 소속 마이클 글랜츠 수석 에이전트는 전날 워싱턴DC 힐튼 호텔의 만찬장에서 총성이 울린 직후 주변 사람들이 테이블 아래로 급히 몸을 숨길 때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CNN 방송에 포착된 현장 영상을 보면 글랜츠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앉아 있던 연단 쪽을 쳐다보거나 이날 전채 요리로 나왔던 부라타 치즈 샐러드를 먹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태연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에 확산했고, 그는 ‘샐러드 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글랜츠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뉴요커”라며 “항상 사이렌 소리와 소동 속에서 살아간다. 수백 명의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테이블과 의자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바닥에 엎드리지 않은 이유에 관해 건강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나는 허리가 좋지 않다”며 “바닥에 앉을 수가 없었고, 만약 앉았다 일어나려면 사람들이 나를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총성이 울린 직후 비밀경호국 요원이 JD 밴스 부통령을 급히 대피시키는 모습이 담겼는데, 트럼프 대통령 부부보다 먼저 피신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20초 정도 먼저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뉴스위크는 보안 전문가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을 먼저 대피시킨 일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선순위라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큰 혼란 속에서도 행사장에 남겨진 와인을 챙기는 여성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여성의 신원이나 초청 대상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 [단독] 일곱살 아이까지 할퀸 그놈들… 지금도 SNS 활보한다[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단독] 일곱살 아이까지 할퀸 그놈들… 지금도 SNS 활보한다[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칭찬이었다. 고민을 들어주고, 외모를 칭찬하고, 비밀을 나눴다. 아이가 마음을 열었을 때 어른은 돌변했다. “사진 몇 개 보내볼래? 내가 검사해보고 점수 매겨줄게!” 서울신문은 27일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심 법원이 선고한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 판결문 206건, 피해자 287명분을 입수해 분석했다. 착취의 잔혹함은 제각각이었지만 시작은 한결같았다. #피해자 절반이 중학생 주요 표적은 중학생이었다. 범행 당시 피해자 나이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14세가 58명(20.1%)으로 가장 많았다. 13세가 52명, 15세는 51명이었다. 전체 피해자 287명 중 56.1%인 161명이 중학생이었다. 평균 연령은 14.1세였다. 중학생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11세 피해자가 17명, 6학년인 12세는 36명에 달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7세,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지난해 5월, A씨는 메타버스 게임 ‘제페토’에서 7세 여자아이에게 성적 메시지를 보냈다. 추가 범행으로 이어지기 전 붙잡힌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아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대화의 성적 의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호의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범죄의 통로는 카카오톡, X, 인스타 가해자들이 아이들에게 처음 접근한 경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80명(27.9%)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X 53명(18.5%), 온라인게임 26명(9.1%), 인스타그램·페이스북 25명(8.7%) 등 평소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공간이 뒤를 이었다.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범죄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며 “누구나 범행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성착취는 평균 석 달 넘게 지속됐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음 알게 된 날부터 범행이 끝날 때까지 평균 102.4일이 걸렸다. 가해자 10명 중 1명(8.7%)은 이미 성범죄 전력이 있었다. 2024년 12월 인스타그램으로 14세 여자아이에게 접근한 B씨는 외모 칭찬으로 친분을 쌓은 뒤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 아이를 강간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시작은 언제나 칭찬이었다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사회 규범은 온라인에서 예외가 됐다. 홀로 있는 시간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절한 존재에게 아이들은 경계보다 반가움을 먼저 느꼈다. 가해자들의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었다. 외모 칭찬, 고민 상담 등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수법이 65.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금이나 담배 등 경제적 이익을 내세우는 경우(28.6%)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었다. 열네살…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10명 중 7명 외모 칭찬 등으로 접근37% 온라인 그루밍이 강간 이어져가해자 9% 이미 성범죄 전력 있어 평균 102일 동안 성착취에 시달려이명화 아하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경제적 결핍뿐 아니라 정서적 결핍을 노리는 이들이 이전보다 더 늘었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가해자가 소셜미디어(SNS)로 아이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성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뢰가 쌓이면 착취가 시작됐다. 그루밍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거나 아이가 겁이 많다고 판단하면 ‘위계나 위력에 의한 압박이나 협박’(52건·25.2%)이 이뤄지기도 했다.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촬영해서 전송하라는 요구는 물론 오프라인 만남, 만남 이후 유사 성행위, 강제추행도 이어졌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온라인 그루밍 이후 강간까지 이뤄진 경우는 77건으로 전체의 37.4%에 달했다. 가해자들은 감정적 지지와 가족·지인과의 불화 조장 등 갖은 수법으로 아이를 심리적으로 종속시켰다. 그루밍의 정도가 심해져 온라인상에서 연인인 것처럼 행세한 경우도 49건(23.8%)이나 됐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찾듯, 반복적으로 아이들만을 노리면서 피해자가 여러 명 발생한 사건은 전체의 20.4%(42건)에 달했다. #가해자 절반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온라인 성착취는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범죄다. 그러나 분석 대상 206건 중 가해자의 절반(101건·49.0%)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101명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은 오늘도 그 플랫폼에 접속한다.
  • [단독]287명, 평균 14.1세…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표적이었다 [소녀에게]

    [단독]287명, 평균 14.1세…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표적이었다 [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1심 판결 206건 심층분석피해자 278명의 기록, 평균 연령 14.1세카톡·인스타 등 SNS ‘범죄 온상’으로가해자 절반(49.0%)은 집행유예 선고시작은 언제나 칭찬이었다. 고민을 들어주고, 외모를 칭찬하고, 비밀을 나눴다. 아이가 마음을 열었을 때 어른은 돌변했다. “사진 몇 개 보내볼래? 내가 검사해보고 점수 매겨줄게!” 서울신문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심 법원이 선고한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 판결문 206건, 피해자 287명분을 입수해 분석했다. 착취의 잔혹함은 제각각이었지만 시작은 한결같았다. 그루밍(길들이기)이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모든 아이가 표적이었다. ■피해자 절반이 중학생 주요 표적은 중학생이었다. 범행 당시 피해자 나이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14세가 58명(20.1%)으로 가장 많았다. 중학교 1학년인 13세는 52명, 3학년인 15세가 51명이었다. 전체 피해자 287명 중 56.1%인 161명이 중학생이었다. 평균 연령은 14.1세였다. 그러나 중학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11세 피해자가 17명, 6학년인 12세는 36명에 달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7세,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지난해 5월, A씨는 메타버스 게임 ‘제페토’에서 7세 여자아이에게 성적 메시지를 보냈다. 추가 범행으로 이어지기 전 붙잡힌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아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대화의 성적 의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호의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성적인 호기심에 눈을 뜨는 데다 정서적 결핍이 커지는 시기를 노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신 안산여자단기 청소년쉼터 소장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한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쉽게 친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범죄의 통로는 카카오톡, X, 인스타그램 가해자들이 아이들에게 처음 접근한 경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80명(27.9%)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X 53명(18.5%), 온라인게임 26명(9.1%), 인스타그램·페이스북 25명(8.7%) 등 평소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공간이 뒤를 이었다. 즐톡, 주변톡, 수다, 랜덤톡 등 익명 채팅앱(75명·26.1%)처럼 특정한 앱을 사용한 경우에만 가해자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범죄의 통로로 활용되면서 성착취를 위한 온라인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누구나 범행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성착취는 평균 석 달 넘게 지속됐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음 알게 된 날부터 범행이 끝날 때까지 평균 102.4일이 걸렸다. 2023년 온라인 방송 앱으로 13세 여자아이를 알게 된 B씨는 1년 넘는 그루밍 끝에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아이를 강간했다. 범행 이후에도 그는 소셜미디어(SNS)로 메시지를 보냈다. “목에 괜히 자국을 남겨가지고 곤란하게 만들었네.” “여부야, 오늘 어땠어요?” 가해자 10명 중 1명은 이미 성범죄 전력이 있었다. 동종 전과자는 18명(8.7%)이었다. 2024년 12월 인스타그램으로 14세 여자아이에게 접근한 C씨는 외모 칭찬으로 친분을 쌓은 뒤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 아이를 강간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시작은 언제나 칭찬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사회 규범은 온라인에서 예외가 됐다. 홀로 있는 시간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절한 존재에게 아이들은 경계보다 반가움을 먼저 느꼈다. 가해자들의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었다. 외모 칭찬, 고민 상담, 비밀 공유 등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수법이 65.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금이나 담배 등 경제적 이익을 내세우는 경우(28.6%)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었다. 이명화 아하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경제적 결핍뿐 아니라 정서적 결핍을 노리는 악질적인 이들이 이전보다 더 늘었다”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가해자가 SNS로 아이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성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뢰가 쌓이면 착취가 시작됐다. 가해자들은 “쇄골이 예쁘다”, “가슴 사이즈를 봐주겠다”며 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그루밍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거나 아이가 겁이 많다고 판단하면 ‘위계나 위력에 의한 압박이나 협박’(52건·25.2%)이 이뤄지기도 했다. 동시에 성착취도 시작됐다.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서 전송하라는 요구는 물론 오프라인 만남, 만남 이후 강제추행까지 이어졌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온라인 그루밍 이후 강간까지 이뤄진 경우는 77건으로 전체의 37.4%에 달했다. 한번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대화 단계에서 범행이 멈춘 경우는 22건(10.7%), 열 건 중 한 건에 불과했다. 가해자들은 감정적 지지와 가족·지인과의 불화 조장 등 갖은 수법으로 아이를 심리적으로 종속시켰다. 그루밍의 정도가 심해져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온라인상에서 연인인 것처럼 행세한 경우도 49건(23.8%)이나 됐다. 여러 아이를 동시에 노린 가해자도 적지 않았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은 전체의 20.4%(42건)였다. D씨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X·인스타그램·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뒤지며 네 명의 아이를 성착취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찾듯, 반복적으로 아이들만을 노렸다. ■가해자 절반은 집행유예 온라인 성착취는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범죄다. 그러나 분석 대상 206건 중 가해자의 절반(101건·49.0%)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101명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은 오늘도 그 플랫폼에 접속한다. ■어떻게 분석했나 서울신문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심 법원이 선고한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 사건 판결문 206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카카오톡·X·인스타그램·디스코드·게임 등 온라인에서 19세 미만을 상대로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하거나 성착취물 제작, 강간 등으로 이어진 사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 수는 사건 발생 시점 기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만 집계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제주 다크투어리즘, 4·3 사건의 발자취 [두시기행문]

    제주 다크투어리즘, 4·3 사건의 발자취 [두시기행문]

    제주를 떠올리면 우리는 대개 푸른 바다와 한라산, 그리고 바람,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섬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아름다움 아래에는 오래도록 눌러앉은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제주에서의 다크투어리즘은 바로 그 기억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일이다. 단순한 관광의 동선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왔던 역사와 조용히 마주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 중심에는 제주 4·3 사건이 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이어진 이 비극은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과 공동체의 붕괴를 남겼다. 오랜 시간 제대로 말해지지 못했던 이 사건은 이제야 비로소 기록되고, 기억되며,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장소들이 오늘날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고요함이다. 그 고요함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과 사연이 눌러앉아 만들어낸 무게에 가깝다. 위패봉안실에 빼곡히 적힌 이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숫자로만 접하던 역사가 비로소 한 사람, 한 삶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 순간 여행자는 더 이상 관람자가 아니다. 기억을 이어받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북촌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자리한다. 평범한 마을처럼 보이는 이곳은 한때 집단 학살이 벌어졌던 장소다. 들판을 스치는 바람은 여느 제주와 다르지 않지만, 그 바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온한 풍경과, 그 아래 겹겹이 쌓인 기억 사이의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제주시 화북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은 이름 그대로 ‘사라진 마을’이다. 제주 4·3 사건 당시 마을 전체가 불타고 주민들이 흩어지면서, 이곳은 복원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게 됐다. 지금은 무너진 돌담과 집터만이 남아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이어지지 않는다. 잘 꾸며진 기념공간과 달리, 곤을동은 삶이 멈춘 자리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직접적이고, 더 조용하게 다가온다. 화려한 풍경은 없지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이곳이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이 사라진 자리였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서귀포의 알뜨르 비행장은 또 다른 시간의 층위를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이 군용 비행장은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남아 있다. 넓게 펼쳐진 들판과 낡은 격납고는 오히려 말이 없기에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제주가 겪어야 했던 역사는 4·3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제주의 다크투어리즘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모든 장소들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존재한다’는 데 있다. 비극은 대개 음울한 배경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제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햇빛은 여전히 따뜻하고, 바다는 여전히 푸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낯설고, 더 깊게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그 낯섦 속에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제주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휴식의 섬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그 휴식 속에, 이 섬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이야말로 제주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방식일 것이다. 결국 다크투어리즘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하나다.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기억하려는 노력이다.
  • “남의 위기가 나의 기회”…칩플레이션 시대에 오히려 웃는 애플 [고든 정의 TECH+]

    “남의 위기가 나의 기회”…칩플레이션 시대에 오히려 웃는 애플 [고든 정의 TECH+]

    최근 글로벌 IT 시장에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 센터 수요 폭증으로 인해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 폭등이 폭등하면서 노트북, 데스크톱, 스마트폰의 제조 비용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은 가격을 올리든지 제품 사양을 낮추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의 전망도 어둡습니다. 시그마 인텔, 가트너, IDC 등 시장 조사 기관들은 이로 인해 올해 PC 시장이 5-10% 정도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관들이 예외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제조사가 있습니다. 바로 애플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의 예측에 의하면 올해 애플은 9%에서 많게는 21%까지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칩플레이션 시대에 애플이 지닌 비장의 무기는 크게 3가지입니다. 바로 맥 OS의 통합 메모리 구조와 효율적 관리가 메모리 관리가 가능한 생태계, 그리고 가격 인상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생산 구조입니다. 1. AI 시대에 전화위복이 된 통합 메모리(UMA) 구조 애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통합 메모리 아키텍처(Unified Memory Architecture, UMA)입니다. 애플은 M 시리즈 애플 실리콘을 맥에 탑재하면서 A 시리즈를 사용하는 iOS처럼 하나의 메모리를 CPU와 GPU가 공유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단가를 낮추면서 크기와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어 맥북 에어처럼 슬립 노트북이니 맥 미니처럼 미니 PC에 제격인 방식입니다. 물론 인텔과 AMD의 최신 프로세서 역시 내장 GPU와 NPU를 지니고 있으며 독립 GPU가 없으면 메모리를 CPU와 공유합니다. 하지만 이는 애플의 통합 메모리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실제로는 내장 GPU에 얼마나 메모리를 할당할지 결정하면 여기에 맞춰 메모리를 분할해 사용하기 때문에 각자 메모리를 지닌 CPU와 GPU가 OS 상에 존재합니다. 이는 독립 그래픽 카드 역시 호환되어야 하는 윈도우 OS의 숙명상 어쩔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반면 외장 그래픽 카드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맥 OS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습니다. 물론 고성능 GPU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게임 성능에서는 다소 제약이 있었지만, 메모리 가격과 그래픽 카드 가격이 폭등하니까 역설적으로 메모리를 통합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구조가 상당히 비용 효과적인 방식이 된 것입니다. 이 구조는 특히 컴퓨터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할 때 매우 두드러진 장점을 제공합니다. 애플의 실리콘(M 시리즈)은 CPU, GPU가 서로 간에 데이터를 복사해 전송할 필요 없이 바로 전달하는 ‘제로 카피(Zero-copy)’ 방식을 사용해 LLM 구동 시 병목 현상은 줄이고 메모리 통합으로 더 큰 모델을 돌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2GB 시스템 메모리와 RTX 5080처럼 16GB 비디오 메모리를 지닌 고성능 컴퓨터라도 20GB가 넘는 LLM 모델을 한 번에 GPU에서 돌릴 순 없습니다. 반면 32GB 메모리를 지닌 맥북이나 맥 미니는 메모리를 나누지 않기 때문에 훨씬 쾌적하게 돌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픈 클로 같은 로컬 AI용으로 맥 미니 수요가 급증한 이미 급증한 상태입니다. 2. ‘맞춤 정장’과 ‘기성복’ 애플의 메모리 관리 방식은 마치 체형에 딱 맞춘 ‘맞춤 정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맥OS는 정해진 하드웨어에서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메모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iOS와 비슷하게 화면에 보이지 않는 앱의 활동을 최소화해 CPU와 메모리를 차지하는 비율을 줄입니다. 여기에 강력한 메모리 압축(Memory Compression) 기술과 SSD를 활용한 지능형 스왑(Smart Swap) 기능이 더해져, 물리적 RAM 용량이 적더라도 실제 체감 성능은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반면 윈도우 PC는 다양한 사람에게 맞게 나온 ‘기성복’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윈도우는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작동을 보장하는 개방형 구조입니다. 이는 사용자에게 큰 자유를 보장하지만, 사실 자유는 공짜가 아니고 대가가 따릅니다. 예를 들어 윈도우나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하드웨어를 다루기 위해 하드웨어 추상화 계층(HAL, Hardware Abstraction Layer)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다양한 하드웨어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돌리다 보니 서로 말이 달라도 통역해 줄 중간 계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하드웨어를 위한 다양한 드라이버 역시 메모리에 상주해야 합니다. 결국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납니다. 이런 윈도우의 단점은 과거 메모리가 저렴하던 시절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같은 메모리 용량을 지닌 윈도우 노트북이 더 저렴하다는 식으로 홍보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32GB 맥북은 꽤 비싸지만, 32GB 윈도우 노트북은 훨씬 저렴했습니다. 또 하드웨어 제조사 역시 같은 윈도우 OS에서 스펙으로 경쟁하다 보니 더 많은 램 용량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윈도우의 기본 사상이 넉넉한 램 용량으로 가능한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를 품자는 것이었고 이는 메모리가 저렴하던 시절에는 소비자도 만족했던 덕목이었습니다. 반면 애플은 iOS나 맥OS나 실사용에서는 부드럽긴 했지만, 램크루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메모리에 인색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램 값이 폭등하면서 이제 상황이 180도 바뀐 것입니다. 3. 공급망의 승리 맥은 사실 PC 시장에서 판매량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 판매량이 엄청나다 보니 메모리 시장에서 큰 손입니다. 그래서 막대한 구매 물량을 무기로 유리한 조건으로 장기 메모리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다른 PC 제조사와 달리 본래 마진율이 상당해서 메모리 가격 인상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은 맥에 들어가는 CPU를 인텔에서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으로 바꿨는데, 덕분에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텔 CPU에는 제조 원가뿐 아니라 인텔의 수익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애플 실리콘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윈도우 PC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윈도우 OS 사용 비용도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비용들이 없는 애플의 맥은 당연히 가격 대비 사실은 제조 단가가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애플은 메모리 가격이 좀 올라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에 599달러에 불과한 맥북 네오 같은 물건을 출시해서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됐으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입니다. 맥북 네오의 8GB 메모리는 윈도우에서는 부족해 보이지만, 앞서 설명한 내용 때문에 맥 OS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족합니다. 과거 메모리 용량에 인색해서 램크루지라는 별명을 들었던 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득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애플이라고 해서 메모리 공급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이긴 하나 최근 맥 미니나 맥북 네오 같은 일부 제품이 배송 지연이나 품절된 상황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이용해서 애플이 과거 본래 명칭이었던 애플 컴퓨터에 걸맞은 수준으로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영상] 대통령 죽을뻔했는데…총격 현장서 와인 훔치는 여성 논란, 정체는? [핫이슈]

    [영상] 대통령 죽을뻔했는데…총격 현장서 와인 훔치는 여성 논란, 정체는?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총격이 발생한 가운데, 혼란스러운 틈을 타 만찬장의 술을 훔치는 여성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단 만찬 총격 사건 이후 와인병을 훔치는 여성이 목격됐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총격 사건으로 소란스러운 현장에서 수많은 기자와 다른 손님들이 워싱턴 힐튼 호텔 연회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고급스러운 검은색 모피 코트를 입은 금발의 여성이 곧장 테이블에서 와인을 집어 품 안에 넣기 시작한다. 당시 총격 사건이 메인 만찬 초반에 발생한 탓에 연회장 곳곳의 테이블에는 아직 열지 않은 와인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영상 속 여성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만찬에 초대된 기자였는지 아닌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격범을 막지 못했다면 비극적인 저녁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와인을 챙기는 여성을 두고 몰상식한 행동이었다는 지적과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지 SNS에서는 해당 영상과 함께 “기자들이 와인을 훔치고 있다. 이게 바로 언론의 본모습이다. 역겹다”,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기자들이 술병을 훔치다니, 정말 뻔뻔하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게 왜 절도인가. 저녁 식사를 위해 식탁에 놓인 것이고 이미 다 계산된 것”, “참석자들은 1인당 350달러가 넘는 돈을 냈는데 행사가 일찍 취소되지 않았나. 와인으로 ‘환급’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현장을 본 일부 목격자들은 다른 참석자들도 만찬 행사가 총격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뒤 와인병을 들고 연회장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 집, 샐러드 잘 하네” 태연했던 인물도할리우드 최대 규모의 연예·스포츠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의 마이클 클란츠는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태연하게 샐러드를 먹으며 식사를 이어가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채 요리로 부라타 치즈와 완두콩 샐러드가 제공된 상황에서 총격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며 테이블 아래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마이클은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했고 이는 현장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연예 매체 TMZ에 “당시 머릿속에는 CNN 진행자 울프 블리처가 넘어진 것에 대한 걱정, 그리고 샐러드를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경찰이 현장에 있어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범인, 트럼프 향해 ‘범죄자’라고 묘사한편 현장에서 체포된 총격범인 콜 토머스 앨런(31)은 범행 1시간 전 가족에게 남긴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범죄자’라고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암살 표적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행사가 열린 워싱턴 힐튼 호텔의 보안이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다고도 지적했다. 앨런은 성명에서 “만약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 이란 요원이었다면 여기에 기관총을 들고 왔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노린 것 같다”면서 “이란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어린 딸을 사채 담보로 내줬다”…콜롬비아서 들끓는 분노 여론 [여기는 남미]

    “어린 딸을 사채 담보로 내줬다”…콜롬비아서 들끓는 분노 여론 [여기는 남미]

    고리대금 사채를 쓰면서 담보로 어린 딸을 내어준 사건이 콜롬비아에서 발생해 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딸은 임신한 상태로 돌아왔지만 부모는 사건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 아틀란티코주의 지방도시 사바날라르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언론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부모는 사채업자로부터 30~60일만 돈을 쓰겠다면서 미성년 딸을 담보로 넘겼다. 사채업자는 돈을 갚으면 바로 딸을 돌려보내겠다면서 딸을 데려갔다. 이후 부모는 약속대로 빌린 돈의 원리금을 모두 갚았고 사채업자는 담보로 잡았던 딸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딸은 홀몸이 아니라 임신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건을 폭로한 건 사정을 알게 된 도시의 시장이었다. 호세 엘리아스 참스 시장은 “우리 도시에서 정말 규탄할 일이 벌어졌다”면서 담보물이 됐던 미성년 소녀의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 모두 분노해야 할 일이고 (임신한) 소녀를 돕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만 사건이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아 제약이 많다”고 개탄했다. 참스 시장은 부모와 소녀의 나이와 이름, 빌린 돈의 액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스 시장은 아틀란티코의 치안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열린 회의에서 문제의 사건을 폭로했다. 콜롬비아 국방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그는 “이 소녀의 경우처럼 고금리 사채업자들이 악랄한 수법으로 궁지에 몰린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면서 “이런 일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경찰력을 증강해 불법 고리대금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언론은 “시간이 걸리는 심사 절차 없이 곧바로 돈을 빌려준다는 사채업자의 광고가 당장 돈이 급한 취약계층에겐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지만 이후 강압적인 추심과 살인적인 고금리, 개인정보 악용 등 고스란히 채무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 된다”고 지적했다. 참스 시장은 인터뷰에서 “사건도 경악할 일이지만 부모가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여러 이유로 사회 취약계층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반드시 바꿔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신고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부모를 설득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면서 “아마도 돈을 빌리면서 딸을 담보로 내줬다는 게 알려지면 집단적 질타를 받을까 주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식을 접한 콜롬비아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돈을 빌리면서 미성년 딸을 내주는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냐. 당장 친권을 박탈하라” “사람을 물건처럼 담보로 건넸다니 충격이다” “딸을 노예로 팔아넘긴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등의 네티즌 글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으니 경찰은 지금이라도 즉시 인지수사를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 [열린세상] 농업 인재 키워 기후위기 헤쳐 가야

    [열린세상] 농업 인재 키워 기후위기 헤쳐 가야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농업은 인간의 노력과 기술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강수량 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기후의 영향을 온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는 유례없는 기후변화의 파고를 실감하고 있다. 기록적인 산불과 폭염, 폭우와 폭설, 극한 가뭄과 홍수 등 거대 재난의 발생은 인간의 삶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1.1도 상승했고, 한반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섭씨 1.6도 이상 상승했다. 향후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기온은 더욱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농업 분야에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다.사과의 주산지가 대구에서 강원도로 이동하고 바나나·망고 같은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어나는 등 국내의 농산물 생산 지형이 바뀌고 있다. 또한 봄철 과수 개화기 냉해, 영농기 폭염 및 폭우, 수확기 저온 및 태풍 등 이상기상, 가축 질병 확산 등으로 농업 생산과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농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이상기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 삶에 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업 생산을 안정화하고 식품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등 농업을 성장산업화하기 위한 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2월 범정부 차원에서 제4차 기후위기 종합 대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농업 확산, 농업 위성을 활용한 기상 및 농업 관측 강화, 기후 적응형 신품종 개발, 영농형 태양광 확대,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 출범 등 농업 분야 대책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재난과 하반기 강릉에서 발생한 극한 가뭄이나 물 부족 사태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이러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 속도를 높이고, 정부와 농업계 등 민간이 함께 지속적으로 대책을 점검하며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일선 농업 현장에 기상 상황과 병해충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현장의 농업인이 이들 정보를 쉽게 이해함으로써 이상기상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농업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을 확대하고 친환경 농업 및 탄소 저감형 가축 사양 관리,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보급 등을 확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 기업 등 민간과 협력해 비료 등 주요 농자재 비축 기반을 강화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대체 농자재 공급 플랜도 정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국내 농업 생산의 감소와 국제 곡물 수급 불안 등에 대비해 주요 식량과 사료 등의 비축 기반을 강화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책은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의 육성이다.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식량 등의 공급 불안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식량안보는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국가 운영과 국민의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 하에 농업을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교육계도 기후변화 교육센터와 스마트 온실 등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 역량을 갖춘 디지털 농업 인재를 양성해 지속 가능한 한국 농업의 내일을 뒷받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주명 한국농수산대 총장
  • [차현진의 박람궁리] 신현송 한은 총재에게 바란다

    [차현진의 박람궁리] 신현송 한은 총재에게 바란다

    지난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는 씁쓸했다. 통화정책에 관한 비전이나 소신을 묻기보다는 재산 문제나 가족의 국적 등 흠결을 찾는 데 시간을 쏟았다. 66년 전 4·19 혁명 직후의 혼란기를 연상케 했다. 당시 김진형 한은 총재가 3·15 부정선거 지원을 이유로 구속되었다. 참신한 인물을 찾던 허정 대통령 직무대행은 배의환 호놀룰루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배의환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은행을 거쳐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한, 보기 드문 국제통 금융전문가였다. 해방 직후 금융연합회(현재의 농협중앙회) 회장을 지냈으나 이승만 정부와 인연이 없어서 1948년 한국을 다시 떠났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 배의환은 한국 여권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 여권으로 입국했다. 거기서 꼬투리를 잡혔다. “한은 총재는 미국인”이라는 시비 끝에 석 달 만에 사임했다. 역사상 최단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신현송 총재는 그럴 일이 없다. 이제는 공직자로서 애국심과 실력을 보여 줄 때다. 그의 넓은 인맥과 설득력, 그리고 명성을 활용하면 큰일을 할 수 있다. 햘마르 샤흐트 라이히스방크 총재가 좋은 예다. 샤흐트는, 신 총재가 근무했던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초 설계자다. 또한 1조%에 이르렀던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끝낸 독일의 영웅이다. 샤흐트는 총재로 내정되자마자 몬터규 노먼 영란은행 총재부터 찾아갔다. 금을 빌리기 위해서다. 당시 국제 금본위제도를 이끌던 노먼 총재는 오래전부터 샤흐트와 교류했고, 샤흐트의 유창한 귀족 영어를 좋아했다. 그래서 라이히스방크에 선뜻 금을 빌려줬다. 오늘날로 치자면, 영독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다. 그랬더니 독일 렌텐마르크화 가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샤흐트의 개인기가 독일을 살렸다. 신 총재의 실력과 개인기가 금융위기에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국제금융 어젠다를 이끌면서 한국을 빛낼 수도 있다. 새로운 지급 인프라 구축이 그중 하나다. 현재 진행 중인 지급 혁명은 한마디로 블록체인기술로 SWIFT 등 기존의 금융 인프라를 대체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응은 거의 낙제점이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라는 요란한 단어까지 작명했지만, 그것을 구현한 것은 중국밖에 없다. 태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CBDC를 통한 국제 송금을 연구하지만, 국제금융 변방국들이라서 영향력이 없다. 미국은 한국 등과 함께 별도의 실험을 진행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력을 잃었다. 이런 우왕좌왕을 끝내려면 SWIFT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정치적으로 더 중립적이며 포용적인, 국제기구 성격의 국제 지급망을 신설하는 것이다. BIS 직원에서 주주로 격상된 신 총재가 그 어젠다를 이끌 최적임자다. 미국은 SWIFT의 소멸이 당장은 싫겠지만, 그 후속작을 한국이 이끄는 것을 마다할 리 없다. 만일 한국에라도 설치되면, 세계 금융안정은 물론 한반도 전쟁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신 총재가 한국은행 안에서 추구해야 할 숙제도 있다. 한국은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RTGS) 구축 면에서 브라질이나 인도보다도 뒤져 있다. 2001년에는 한국은행이 세계 최초로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때와는 딴판이다. 각성과 분발이 필요하다. 물론 신 총재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안정이다. 샤흐트가 이끌던 라이히스방크는 물가를 잡았지만, 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자산 규모는 별개라는 말이다. 한국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은행의 자산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면서도 물가 관리에 실패하지 않았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지금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자산이 한국은행보다 훨씬 많다. 독립성을 가진 외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 때 한국은행은 독립성을 앞세워 돈 대신 말과 글만 푼 것이다. 신 총재에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