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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생존’은 옛말, 이제는 ‘녹취생존’

    “중요하거나 민감한 사안을 윗분께 결재받을 경우 녹취가 기본입니다. 말을 자주 바꾸거나 언행이 거친 간부는 부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녹취하는 분위기입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마다 녹취록이 등장해 관심을 끄는 가운데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녹취 바람이 거세다. 예전에는 지시사항을 빠짐없이 받아적었지만 최근 핸드폰을 이용한 녹취가 대세다. 그러나 내부 녹취는 조직사회 불신 조장 등 역기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북자치도 등 지자체 공무원들은 과거에는 ‘잘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으로 ‘적자생존’이란 말이 유행했지만 요즘은 ‘녹취생존’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조직문화가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녹취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직사회 녹취 행위에 대해 간부들은 “불편하다, 믿고 함께 일하기 힘들다”며 부정적이다. 하지만 하위직 공무원들은 “약자의 입장에서 업무를 정확하게 숙지하거나 갑질 방지 차원에서라도 녹취는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직사회 녹취는 민원인과 분쟁 과정에 증거를 확보하거나 간부들의 지시사항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한다는 긍정적 의미에서 시작됐다. 녹취록이 경우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지시사항을 받아 적기 어려운 현장이나 내용이 많은 경우 녹취하는 게 실수를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중요한 업무일수록 녹취록을 남겨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어 공직사회 녹취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중앙부처나 국회 등을 방문할 경우에도 핸드폰의 녹취 기능을 활성화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의 약속이나 기관 간 협약 내용이 달라질 것에 대비하려는 조치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회나 중앙부처를 방문할 경우 수행원 등이 통상 대화 내용을 녹취하는 것은 다 아는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녹취는 또 갑질 증거 등으로 사용돼 파장도 크다. 최근 전북도청을 떠들썩하게 만든 갑질 사건 등에도 녹취록이 존재한다. 2021년 전북도의장의 폭언·갑질 파문 당시에도 피해자가 인권위 등에 녹취록을 제시해 구제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굿바이 ‘예테크’… 인뱅·저축은행 떠나는 여윳돈

    굿바이 ‘예테크’… 인뱅·저축은행 떠나는 여윳돈

    ‘금리 맛집’으로 꼽히던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은행에 여윳돈 넣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고금리’(예금) 없는 고금리 기조 탓에 은행권에서 예금 잔액이 이탈하는 모습이다. 3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금리(1년)는 각각 3.5%와 3.3%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평균금리(3.4%)보다도 0.1% 포인트 더 내려갔다. 케이뱅크도 전날 0.05% 포인트를 내렸다. 인터넷은행들은 점포 비용 및 인건비를 줄인 덕에 시중은행보다 나은 금리 혜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현재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예금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3.5~3.6% 수준으로 인터넷은행 금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줄 서서 가입하던 저축은행 고금리 특판 상품도 옛말이 됐다.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68%로, 지난달(3.71%)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말(3.96%)과 비교하면 0.3%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2년과 3년짜리 예금은 각각 3.14%와 3.11%로 훨씬 더 낮다. 이처럼 기준금리 동결 속에서도 예금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것은 기준금리가 언제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예고된 만큼 금융사들이 향후 이자 지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를 금리에 선반영한 결과다. 은행 관계자는 “언제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금리인하가 예고된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향후 발생할 이자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보통은 예금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지만 지금은 기간이 길면 금리가 오히려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은행의 경쟁 요인이 줄고, 저축은행의 업황이 악화된 것도 금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가입자 4000만을 돌파하면서 이제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고객 확장보다는 관리의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대출 영업을 크게 줄인 탓에 이자 수익이 줄어 예금이자도 많이 주기 어려워졌다.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은행권 수신 잔액도 줄어들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872조 3849억원으로, 두 달 연속 줄어들며 13조 8653억원이 빠져나갔다.
  •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아부러…전남 고흥 ‘개미진’ 음식 자랑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아부러…전남 고흥 ‘개미진’ 음식 자랑

    생선은 고등어, 갈치, 동태 정도만 있는 줄 알았다. 내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아마 대부분 그랬을 터다. 집과 고향의 울타리를 넘으니 달라졌다. 세상은 넓고 생선은 많았다. 다만 몰라서 못 먹었을 뿐. 맛에 관한 한 전남 고흥도 그랬다. 주변 남도의 도시들과 달리 ‘개미진’(맛있는) 음식 자랑에 나서지 않았을 따름이다. 알려지지 않았다고 없는 건 아니다. 고흥에도 초여름 하면 떠오르는 풍물시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먹는다.●끓는 육수에 살짝… 꽃피는 ‘갯장어’ “갯장어는 한번 물면 확 돌아부러. 그래 상처가 크게 나불제.” 식당 여주인의 팔에 큼지막한 상처가 보였다. 젖먹이 손바닥만 한 크기다. 여주인이야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저 정도 크기의 상처가 남으려면 당시 보통 사달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그 갯장어를 먹으러 전남 고흥의 갯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요놈 없이 으째 여름을 난다요.” 여주인이 칼집 송송 낸 갯장어를 육수에 빠트리며 말했다.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갔다 꽃이 피는 것처럼 (갯장어가) 오그라들면 꺼내 드씨요.” 그의 말처럼 갯장어는 남도 사람들의 여름 보양식이다. 초여름이 시작되면 ‘지갑이 털리더라도’ 꼭 먹어 둔다. 갯장어는 뱀과 비슷한 생김새만큼이나 성질이 포악스럽다. 물 밖으로 나오면 사람에게도 곧잘 덤벼든다. 외양으로만 보면 사실 그다지 먹음직스러운 식재료는 아니다. 한데 맛은 다르다. 세상 부드럽고 담백하다. 겉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순한 맛이다. 꼭꼭 씹다 목으로 넘길 때쯤엔 고소한 맛까지 감돈다. 갯장어는 회와 데침회(샤부샤부)로 먹는 게 일반적이다. 횟감으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녀석을 주로 쓴다. 껍질을 벗겨 잘게 썰고 수분을 살짝 제거한 다음 먹는다. 데침회는 갖가지 식재료를 넣고 끓인 맛국물에 갯장어를 넣은 뒤 껍질 안쪽의 살점이 꽃송이처럼 활짝 벌어질 때쯤 양파에 부추 등을 얹어 싸 먹는다. 남도의 여름 보양식이 또 있다. 황가오리다. 갯장어나 민어 등과 달리 당최 생경한 녀석이다. 공식 명칭은 노랑가오리다. 한데 굳이 황가오리라 부르는 건 그래야 현지 맛과 분위기가 정확히 전달될 듯해서다. 황가오리는 겨울철 깊은 바다에서 살다 수온이 오르는 시기에 갯벌과 모래가 있는 연안으로 올라온다. 산란을 위해서다. 홍어처럼 삭혀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 제철이 지나면 찾기도 어렵다.●꼬들꼬들하면서도 담백한 ‘황가오리’ 황가오리는 두툼하게 썰어 회로 먹는다. 식감이 꼬들꼬들하면서도 차지다. 마치 소고기를 날로 씹는 느낌이다. 바다 생선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소고기와 다른 점은 담백하다는 것. 소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반면 황가오리는 담백한 맛을 끝까지 유지한다. 고흥 읍내에 주민들이 즐겨 찾는 황가오리 노포가 있다. 허름한 데다 앉을 자리도 많지 않아 반드시 예약한 뒤 찾아야 한다. 황가오리가 잡히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런 날 예약 없이 방문했다간 공치기 십상이다. 황가오리회를 기다리는 동안 식탁 위에 열무김치, 깻잎장아찌 등의 반찬이 차려졌다. 참기름 끼얹은 소금장에 따뜻한 밥도 더 해졌다. 열무김치야 당연하다. 고흥을 대표하는 반찬이라 해도 틀리지 않으니 말이다. 한데 깻잎장아찌와 밥은 왜? 의문은 안주인의 ‘시범’ 덕에 금세 풀렸다. 그는 앞접시에 깻잎을 한 장 깔더니 그 위에 밥을 얹었다. 그러고는 황가오리회 한 점을 덥석 집어 포갰다. 겨울철 삼치회를 먹을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쌈장에 살짝 찍은 마늘, 풋고추를 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고는 입안으로 직행. 생전 처음 접하는 맛이다. “작은 놈으로는 이런 맛이 나질 않어. 15~20㎏ 넘는 큰 놈이라야 맛이 나제.” 갯장어와 마찬가지로 작은 황가오리는 뼈째회로 먹고 큰 놈들만 제대로 회를 떠 먹는단다. 황가오리회는 붉은빛과 맑은 빛이 어우러져 있다. 흔히 이를 소고기에 비유해 마블링이라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마블링은 붉은 살점에 섞인 기름진 흰색 부위를 일컫지만 황가오리의 몸빛은 이와 반대다. 붉은빛을 띠는 건 혈합육 부분이다. 등푸른생선의 몸 빛깔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붉은 혈합육이 기름진 부위이고 맑은 살점에선 담백한 맛이 난다. 황가오리회를 시키면 꼭 딸려 오는 게 ‘애’다. 애는 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애간장이 탄다’ 등의 표현에 쓰이는 게 바로 이 애다. 외지인들에게 알려진 건 아귀, 홍어 등의 애다. 현지인들은 다르다. 황가오리 애가 최고다. 풍미가 고소해서다. 황가오리가 나는 철이면 주민들이 이 맛을 보기 위해 애간장이 탄다고 한다. ●통으로 우걱우걱 ‘금풍생이 구이’ 금풍생이(군평선이)도 맛보기 쉽지 않은 생선이다. 남쪽에서 다 먹어 치워 서울에 올라올 것이 없다는 생선이다. 흔히 ‘샛서방고기’라 불린다. 미운 남편에겐 주지 않고 예쁜 샛서방에게만 줄 만큼 맛이 좋아 이런 별명을 얻었단다. 외양으로만 보면 ‘구이의 왕’을 만난 건가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한데 의외로 살점은 적은 편이다. 젓가락으로 끄적대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다. 맛의 비결은 통째 먹는 거다. 젓가락은 놓아 두고 대가리부터 우걱우걱 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제법 돈이 드는 ‘진미’ 축에 속한다. 이제 저렴한 가격의 성찬을 말할 차례다. 고흥은 음식값이 싸다.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그렇다. 갯장어, 황가오리처럼 식재료 자체가 비싼 일부 음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1만원 안팎이다. 남도답게 곁들이는 찬도 풍성하고 맛있다. 워낙 식탁이 풍성하다 보니 음식값이 싸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빠지면 섭섭 ‘평화국밥’ 고흥 맛집을 들머리부터 꼽자면 과역면의 평화국밥부터 적는 게 순서다. 평화국밥은 상호처럼 국밥만 파는 집이다. 그런데 평일에도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선다. 국밥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다고 줄까지 설까 싶은데, 그럴 만하다. 잡내가 없다. 그리고 시원하다. 일반적으로 국밥에서 기대하는 건 걸쭉한 형태의 ‘진국’이다. 반면 평화국밥은 맑은 탕이다. 나주곰탕이 그렇듯 맑은데 시원하다. 국에 곁들인 건더기도 흠잡을 데 없다. 순대는 토실하고 돼지머리 고기와 내장은 순하고 쫄깃하다.과역면엔 삼겹살 백반집이 많다. ‘만원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집들이다. 15번 국도가 새로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과역은 고흥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교통량도, 운전기사들을 위한 기사식당도 많았다. 그러다 새 도로가 놓이면서 기사식당도 침체를 겪었으나 ‘삼겹살 백반’으로 활로를 찾았다. 과역기사님식당, 동방식당, 보성식당 등이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기쁜 건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반찬이다. 어느 집에 가도 최소 스무 가지 이상 반찬을 낸다. 만원 한 장 내고 먹기 송구스러울 정도다.●‘르와르’로 빵지 순례 과역면의 르와르 베이커리는 ‘남도 빵지 순례’에서 빠지지 않는 집이다. 르와르 베이커리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건강한 빵을 만드는 곳이다. 기본 재료로는 고흥 간척지에서 나온 쌀과 호밀종, 저당 앙금 등을 주로 쓴다. 기름에 튀긴 빵은 없고 오븐에 구워 내 촉촉하다. 주인장 내외는 “치즈, 크림 등도 고가의 유명 제품을 사다 쓴다”며 자랑이다. 시그니처는 ‘쌀바게트’와 ‘악마의 유혹’이다. 쌀바게트는 쌀로 만든 바게트 빵이다.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다. 매일 오전 11시에 나오는데 금방 동이 나기 일쑤란다. 악마의 유혹은 쌀과 오징어 먹물, 크림치즈, 견과류 등으로 만든다. 거무튀튀한 겉모습과 달리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일품이다.고흥 읍내엔 생선구이 시장이 있다. 1915년에 문을 연 고흥시장 한편에 딸린 작은 시장이지만 점점 유명해지면서 이젠 사실상 고흥시장을 대표하는 구역으로 자리잡았다. 아침나절에 찾으면 가게마다 생선을 굽는 독특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의 생선 건조대도 볼거리다. 갯장어, 갑오징어, 서대 등 다양한 생선들이 늘어선 모습이 이채롭다. 생선구이 하면 녹동항의 정다운식당을 빼놓을 수 없다. 생선구이 백반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깔스럽게 낸다. 전통적인 메뉴를 바꿨거나 바꿀 예정인 집들도 있다. 무엇보다 두원면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안에 있는 분청마루의 업태 변경이 안타깝다. 과역면에서 해주식당으로 명성을 날리다 옮겨온 집이다. 고흥의 뻘물을 잔뜩 머금은 ‘피굴’, 팥과 낙지로 빚은 ‘낙지팥죽’ 등 고흥의 토속 음식을 내던 집인데 정육 식당으로 바뀌었다. 읍내 대흥식당도 조만간 고깃집으로 바뀐다. 식재료 대부분의 가격이 올라 백반으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앞으로 몇 개월 뒤면 깻잎전 등 맛깔스럽고 ‘고급진’ 반찬을 스무 가지 이상 내던 만원짜리 백반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회 무제한… 현지인 추천 ‘다미식당’ 두원면의 다미식당은 원래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인데 TV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층 더 유명해졌다. 오전 9시 문을 열고 오후 1시 30분이면 닫는다. 도화면의 가나안식당도 현지인이 즐겨 찾는 백반집이다. 유명 백반집에 견줘 음식값은 ‘B급’이지만 맛은 결코 그렇지 않다. 동일면의 갈릴리횟집도 현지인 추천 맛집이다. 3만 5000~4만원에 무제한 회를 내는데 주인장이 알아서 뭉텅이로 썰어 준다. 이쯤 되면 ‘이모카세’(우리말 이모와 일본어 오마카세를 합친 표현)라 불러도 틀리지 않겠다. ●외국인 입맛도 홀렸네… 달달한 ‘유자’ 소록도가 마주보이는 녹동항에선 워킹 홀리데이를 즐기러 온 외국인들을 만났다. 제주에 이어 불기 시작한 한달살이 열풍의 영향이 여태 지속되는 듯하다. 발랄한 외국인 여성들의 입맛엔 무엇이 인상적이었을까. 이들 대부분이 동의한 건 고흥 특산물 ‘유자’로 만든 음식이었다. 역시 ‘먹방’의 마무리는 달달한 것이 제격인 모양이다. 고흥 초입인 동강면의 ‘유자씨의 하루’가 유자빵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흥은 나라 안에서 드물게 커피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도 있고 로스팅해 드립 커피로 파는 집도 꽤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과역면의 산티아고다. 시그니처인 ‘고흥 커피’는 무려 1만 2000원이다. 백반보다 비싼 셈이다. ‘가격 장벽’은 있어도 깊은 산미가 감도는 맛 하나는 일품이다. 녹동항의 MKR커피도 강한 자존심만큼이나 맛있는 커피로 유명한 집이다.
  • 구미경 서울시의원, 2024 살구나무골 한마당 행사 참석

    구미경 서울시의원, 2024 살구나무골 한마당 행사 참석

    서울시의회 구미경 의원(국민의힘·성동 제2선거구)이 30일 행당2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된 ‘2024 살구나무골 한마당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행당2동 주민자치회가 주최로 진행됐으며, 먹거리 장터와 플리마켓이 마련되어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주민들이 함께했다.구 의원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의미 이상으로서, 일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을 때, 비로소 일체감과 애정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웃 간에 소통하고 정을 나눌 시간을 마련해준 주민자치회 관계자분들과 오늘 모인 주민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지역 행사에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 의원은 ‘살구나무골 한마당 행사’에서도 주민들과 인사와 담소를 나누며 함께 식사했고, 플리마켓에서는 티셔츠와 모자를 사는 등 소통의 시간을 이어 나갔다. 구 의원은 “‘옛말에 살구나무가 많은 마을에는 병이 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행당2동 주민분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한 한 해가 되시길 바라며, 오늘 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내 주식 어떡하라고”…뿔난 동학개미, 촛불 든다

    “내 주식 어떡하라고”…뿔난 동학개미, 촛불 든다

    21대 국회의 임기종료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무산 수순을 밟게 되자 개미들이 촛불을 치켜들고 나섰다. 야당은 과세 대상이 극소수라며 금투세 원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훨씬 더 광범위한 증세 효과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30일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마련된 제도로,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국내 주식·공모펀드 투자를 통해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부과된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금투세 도입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과세 대상을 약 15만명으로 추산했다. 2019년 기준으로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제외)의 2.5% 수준이다. 하지만 세법 전문가들은 연간 금융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실질적으로 내는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세법상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던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이 과세 대상에 더해지기 때문이다. 세법상 소득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그간 금투세는 여·야당, 투자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왔다. 지난 총선에서 정부와 여당은 투자자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완전 폐지를 주장했으나 야당은 이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부양가족 연간소득 100만원 넘으면 인적공제 못받아”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인 세금은 전체의 1%인 소수에게 부과되지만, 주식 시장은 ‘슈퍼 개미’들이 움직이기에 세금 부담으로 이들이 이탈해버릴 경우 전체 증시가 침체되고 이는 투자자들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현 정부와 투자자들은 우리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코리아디스카운트)에서 더 저평가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고,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연말정산 인적공제 조건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적공제는 연말정산 소득세 산출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일종의 혜택이다. 근로자 본인과 부양가족에 대해 1명당 150만원까지 공제해준다. 소득공제 항목이라 근로소득에서 즉시 차감한다. 중요한 건 소득요건인데, 부양가족에 이름을 올리려면 연 소득이 1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현행 세법상 대주주가 아닌 투자자가 주식 매매로 거둔 이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 이자·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은 2000만원까지 분리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세표준 산정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투세 도입 시 금융투자 수익이 소득으로 분류돼, 부양가족이 국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연간 100만원 이상 이익을 얻으면 더 이상 관련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 명의 계좌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다 연간 이익이 100만원을 넘으면 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 소득공제 규모가 감소하면 과세표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시장 자금이 미국 등 해외로 이탈돼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참사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일단 폐지를 한 뒤에 자본시장 환경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 이후 재논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노소영 측 “일부일처제 가치 고민한 훌륭한 판결”

    노소영 측 “일부일처제 가치 고민한 훌륭한 판결”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측이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무엇보다도 거짓말이 굉장히 난무했던 사건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시한 데 대해 “SK㈜ 주식은 최 회장이 혼인 기간에 취득한 주식으로, 실제 부부 공동재산으로 형성돼 30년간 부부생활을 거치면서 확대됐으니 같이 나누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선대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 그대로 확대·유지돼왔다는 상대방(최 회장)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위자료 지급액이 1심에서의 1억원에서 20억으로 크게 뛴 것에 대해서는 “위자료는 재산분할과 상관없이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 주는 금액”이라면서 “재판부는 초반에 (최 회장이) 잘못한 게 많다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많이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 측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 3800억원을 지급하고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이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혼인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며 1억원으로 산정한 1심의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 UAE 국빈 방문 비하인드…청와대 2층 테라스 최초로 오픈

    UAE 국빈 방문 비하인드…청와대 2층 테라스 최초로 오픈

    尹, 창덕궁 후원 산책길 직접 답사차담에는 영애 마리암 부의장 동석 대통령실이 30일 1박 2일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국빈 방문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기 위해 외국 정상에게 처음으로 청와대 본관 2층 테라스를 열었고, 무함마드 대통령의 산책길을 직접 답사했다. 방한 첫날인 지난 28일 친교 만찬은 청와대 본관 2층이었다. 윤 대통령 부부 UAE 정상과 관계를 고려해 영빈관이 아닌 본관으로 만찬장을 잡았다. 또한 외국 정상에게 처음으로 청와대 2층 테라스를 열었다. 테라스에서는 남산서울타워에 UAE 국기를 표현한 야간 점등을 볼 수 있었다. 두 정상은 식사를 마친 후 테라스로 나와 숙명 가야금연주단과 해금앙상블 등 전통 20인조 대규모 전통 현악단의 현악 하모니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에서는 UAE의 유명한 곡 ‘Allah Ya Dar Zayed’가 연주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가 순방에 다녀온 후 1년 전부터 UAE 대통령의 기호와 취미 등을 반영해 국빈 방한 준비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산책을 즐기는 무함마드 대통령을 위해 첫 행사 장소로 창덕궁을 선택했다. 창덕궁 후원까지는 두 정상 두 사람만 산책했다. 윤 대통령은 산책로를 직접 답사하며 동선을 챙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1월 UAE 국빈 방문 당시 윤 대통령이 수백 명의 기마병과 낙타병의 도열 속에서 받은 환영식에서 큰 감동을 받아 이번 방한에서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역사 깊은 ‘문화와 전통’을 통해 화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산책을 마친 두 정상은 영화당에서 차담을 나눴다. 홍삼 거품을 얹어 풍미를 더한 흑구기자차와 찹쌀 반죽에 말린 사과를 넣고, 고물을 부쳐 사과정과에 감싸고 식용 꽃잎을 올린 꽃말이 떡 등이 마련됐다.문경 오미자 찻물에 제주 화귤을 마리네이드하고 잣을 띄운 오미자 제주화귤 화채도 준비됐다. 차담 자리에서는 국립국악원의 ‘학연화대무(鶴蓮花臺舞)’를 관람했다. 이 자리에는 김건희 여사와 무함마드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암 대통령 국책사업 담당 부의장이 참석했다. 환영식 전통 의장대···정조 화성 행차 모티브마지막 차담에는 반려견·반려묘도 함께 29일 공식 환영식은 전통 의전과 전통 음악이 함께 했다. UAE 정상이 탑승한 차량 호위는 전통 의장대가 맡았는데, 조선시대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를 그린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기반으로 지휘와 취타대·호위군 총 103명 규모로 재구성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어떻게 현대로 이어지느냐를 보여줬던 UAE 방한 행사였다”며 “UAE 대통령도 아름답고 성대한 환영식에 감사함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인 관저 차담에서는 바리톤 이응광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OST인 정훈희 ‘안개’를 불렀다. 윤 대통령 부부의 UAE 방문 국빈 오찬 당시 UAE 측에서 ‘안개’와 UAE 전통음악 멜로디의 퓨전음악을 선보인 것에 대한 화답 차원이었다.차담에는 윤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은퇴 안내견 새롬이, 최근 구조한 유기묘가 며칠 전 낳은 새끼 고양이가 함께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과 마리암 부의장도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새끼 고양이를 보고 “UAE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차담 자리에서 1박2일 간 국빈 방한 동안의 사진을 담은 액자와 동영상을 제작해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김 여사는 무함마드 대통령의 어머니이자 UAE의 ‘국모’인 셰이카 파티마 빈트 무바라크 알 케트비 여사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감사의 편지를 전달했다. 파티마 여사는 지난해 1월 순방 당시 김 여사와 인연을 맺었다. 김 여사는 편지에서 “여사님께서 보여주신 한국과 저희 부부에 대한 존중, 그리고 배려를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로 생각해달라’고 말씀해주신 게 큰 힘이 됐습니다”라고 적었다.
  • 테니스협회, 채무 46억원 탕감…“체육회, 관리단체 지정 중단하라”

    테니스협회, 채무 46억원 탕감…“체육회, 관리단체 지정 중단하라”

    대한테니스협회는 10년 동안 갚지 못했던 부채 전액을 탕감받았다며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 움직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리단체 지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윌로부터 채무46억 1000만원 가량을 탕감받은 만큼 대한체육회도 테니스협회에 대한 관리단체 지정 시도를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협회 임원진은 해임되고, 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가 운영을 맡는다. 내년 80주년을 맞는 협회엔 ‘수치’스러운 일이다. 테니스협회는 이달 초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 지정 심의위원회에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 손영자 회장 직무대행과 최천진 사무처장이 출석해 관리단체 지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대한체육회는 테니스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을 안건으로 올린 이사회를 31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근거로 테니스협회가 미디어윌에 거액의 채무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협회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디어윌이 29일 테니스협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테니스협회가 전제조건을 충족한 가운데 관리단체 지정이 되지 않고, 운영이 정상화된 경우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 상환액을 제외한 잔여 채무에 대해 전액 탕감을 약속한다”라고 밝혀 상황이 달라졌다. 미디어윌이 내건 전제조건은 테니스협회가 미디어윌과 채무 관계를 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디어윌에 대한 잘못된 뉴스 등을 즉각 삭제 조치한다는 것이다. 테니스협회의 관리단체 지정 위기는 9년 전인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맡는 과정에서 미디어윌에 코트 운영권을 주는 조건으로 3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후임 회장이 이 약속을 취소했고, 5년간의 법정소송에서 협회가 패소했다. 그동안 이자도 불어나 잔여 채무가 46억 1000만원에 이른 것이다. 손영자 테니스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빚만 청산하면 테니스협회 회장이 누가 돼도 좋다고 하신 만큼 이번 채무 탕감으로 회장이 한 약속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또 회장 부재와 관련, “지난해 10월 회장 선거를 치르려고 했으나 대한체육회가 선거 중단을 요청해 회장을 뽑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이유로 관리단체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김두환 협회 정상화대책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대한체육회가 31일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경우 즉시 효력 정지 가처분 및 관리단체 지정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발레는 마르지 않는 샘물…하고픈 일에 이유는 없는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발레는 마르지 않는 샘물…하고픈 일에 이유는 없는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발레는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무용수의 표현도, 관객의 해석도 서로 무궁무진하니까요.”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녀에게 ‘다한증’은 치명적이었다. 손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건반을 제대로 칠 수 있을 리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발레공연 ‘백조의 호수’가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발레복과 토슈즈에 어린 소녀는 단숨에 매혹됐다. 초등학교 6학년, 예중 입시를 준비하기엔 다소 늦었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세간의 기준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국립발레단·광주시립발레단에 이은 세 번째 공공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지난 2월 출범했다. 공공발레단 창설은 무려 48년 만이라고 한다.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로 발탁된 발레리나 원진호(33)를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연습실에서 만났다. 지난달 창단 첫 공연인 ‘봄의 제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8월 ‘한여름 밤의 꿈’ 연습에 막 돌입한 참이었다. “어렸을 땐 체형상 이점이 컸어요. 팔다리도 길고 발등도 잘 굽었으니까.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기회가 주어졌죠. 몸에서 정신으로 중심이 옮겨간 것은 30대부터입니다. 주변의 자극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생겼달까요.” 발레는 철저히 몸의 예술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성숙 없이는 그저 따분한 몸짓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선화예중·고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 영재 입학. “중학교 땐 반에서 꼴찌를 했었다”고는 하지만 명실공히 예술가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건 부정할 수 없다. 2012년 남아프리카 국제 발레 콩쿠르 2관왕까지 승승장구의 나날이 이어졌지만 이내 시련이 찾아온다.“2017년 미국 활동 당시 연습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어요. 수술하고 무려 1년 6개월이나 재활에 매달렸죠.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냐고요? 저는 오히려 조금 잘됐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커리어를 통째로 날릴 뻔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건 무용수의 마음가짐이었다. 이리된 김에 그간 해보지 못한 건 다 해보자 마음먹었단다. 미국 한식당 주방에서 요리도 해보고, 술집에서 바텐더로도 일했다. 세상 사람 다 비슷해 보여도 나름의 고충이 있구나. 오로지 발레만 하던 시절엔 도저히 할 수 없던 생각이다. 그는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였고, 작품에서 인물을 더욱 풍성하게 해석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틀에 갇힌 걸 좋아하지 않아요. 클래식보단 컨템포러리 발레가 제게 더 맞는 옷처럼 여겨지죠. 아직 우리나라에서 컨템포러리의 인지도는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이런 춤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어떨까요.” 서울시발레단은 창단과 동시에 컨템포러리를 지향하는 발레단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고전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 동시대 예술로서의 발레를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발레 자체의 저변이 그리 넓지 않은 한국에서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원진호가 ‘보깅’ 등 현대의 다양한 춤을 공부하고 이를 발레에 접목하는 개인적인 실험을 하는 이유다. 발레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2019년부터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은퇴 후 발레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길도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제게 레슨을 받는 제자에게 해줬던 말이에요. 하고 싶은 일에 ‘이유’를 만들지 말라고. 이유가 있으면, 그게 무너지는 순간 포기하게 되잖아요. 이유를 댈 수 없이 그냥, 마냥 좋은 일일 때 끝까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 “한국 망했다”던 교수…이번엔 “이상한 나라” 일침한 이유

    “한국 망했다”던 교수…이번엔 “이상한 나라” 일침한 이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평생을 여성과 노동, 계급 문제 연구에 헌신한 조앤 윌리엄스(72)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제작진으로부터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것이란 사실을 전해 듣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가리키는 수치다. 합계출산율 0.78명은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 자료에 나온 수치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2007년, 2012년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것을 빼고는 2004년부터 16년째 출산율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4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기준 24만 9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2023년 기준 0.72명이었고,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스 교수는 29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고 한 이후 출산율이 더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정말 충격적이다.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처음 본다”라며 “숫자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출산과 양육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도 어려웠고, 제 딸도 어려웠지만 극단적으로 긴 근무 시간이 당연한 직장 문화에서 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그는 “아직도 저출산을 유발하는 이런 이유를 유지하는 한국이 이상하다”며 “일터에 늘 있는 것이 이상적인 근로자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꼭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은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누군가는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에도 손실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이 젊은 여성들을 훈련하고는 엄마가 된 뒤 노동시장에서 밀어내면서 버리는 GDP(국가총생산)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비정규직이 된 당신의 경력도 끝나고, 나라 경제도 끝난다”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또 돈의 가치를 앞세우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이를 가지는 건 아주 나쁜 경력일 뿐”이라며 “물리적 성공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계산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풍요가 우선인데 여성들이 왜 출산을 선택하겠느냐”며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실제로 2021년 미국의 한 여론조사 업체가 17개 선진국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 국가가 ‘가족’이라고 답했지만, 한국만 ‘물질적 풍요’를 골랐다. 정부가 ‘보육’에 재정을 투자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능사가 아니라고 꼬집기도 했다. 자녀가 입학하기 전 6년 만이라도 생애주기에 맞게 직장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설] 정부보다 앞서는 서울시 ‘中 직구 유해물’ 대책

    [사설] 정부보다 앞서는 서울시 ‘中 직구 유해물’ 대책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93개 어린이용 제품을 분석했더니 40개 제품에서 최대 428배의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그제 밝혔다. 가장 많이 검출된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지만 어린이 성장을 방해하는 환경호르몬이다. 어린이가 손으로 만지는 슬라임에서는 사용 금지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슬라임은 말랑말랑해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장난감으로 ‘액체괴물’이라 불린다. 싼 가격에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유해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소비자들 스스로 안전성을 따져 보고 싶어도 정부의 선제적 대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으면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 사흘 만에 철회했다. 서울시의 신속한 대응에 그래서 눈길이 쏠린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 3개 시험기관과 협업해 직구 제품의 유해물을 검사하고 있다. 판매량이 많은 제품을 직접 구매해 검사를 맡긴 뒤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렸고 해당 플랫폼엔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문제는 유해 제품이 상표만 바꾸는 식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민첩한 정책에 정부가 뒷짐 지고 있을 까닭이 없다. 소비자단체 등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면 정책의 실효는 배가될 수 있다. 소비자가 접근하기 쉽도록 피해 상담과 적합한 구제 방안에 대한 안내와 지원도 절실하다. 지자체도 하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말이 들려서는 안 된다.
  • “입막음으로 대선 승리” “거짓 증거”… 트럼프 ‘성추문 돈 지급’ 최후 혈투

    “입막음으로 대선 승리” “거짓 증거”… 트럼프 ‘성추문 돈 지급’ 최후 혈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 관한 28일(현지시간) 형사재판 최후변론에서 검찰은 추문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한 ‘부패한 합의’가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돈 지급에 관여했다는 핵심 증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공판에서 최후 진술에 나선 조슈아 스타인글래스 검사는 선거에 불리한 정보를 사들인 뒤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묻어 버리는 ‘캐치 앤드 킬’ 수법이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리의 발행인 데이비드 페커와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 간 이뤄진 부패한 합의가 부정적인 소식이 새나가지 않도록 만들었고 실제로 대선 당시 트럼프 측에 정치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 비용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회계장부 조작이 2016년 미 대선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범죄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피고인 측의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회계장부에 관한 사건”이라며 트럼프그룹이 코언에게 지급한 법률 자문료 기록은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막음 돈 지급은 물론 변제까지 약속했다는 코언의 법정 증언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유죄를 입증하려면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후변론 후 12명의 맨해튼 주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2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심리에 들어간다. 유죄 평결이 이뤄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징역 4년형을 받을 수 있다.
  • 이종섭, 채 상병 사건 회수 후… 경호처장·행안부 장관과 잇단 통화

    이종섭, 채 상병 사건 회수 후… 경호처장·행안부 장관과 잇단 통화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던 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는 29일 거센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며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맞섰다. 이 전 장관은 비슷한 시기에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도 여러 차례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실패한 야권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군사법원 항명죄 재판 과정에서 나온 통화 기록에 들끓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는 진실의 문은 스모킹건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때 태블릿PC는 ‘박근혜 탄핵’의 스모킹건이자 트리거(방아쇠)였고, 박 전 대통령은 결국 탄핵당했다”며 “대통령의 세 차례 통화, 이 사실이 과연 제2의 태블릿이 될 것인가”라고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기자단과 김치찌개 만찬을 했던 것을 겨냥해 “계란말이도, 김치찌개도 진실을 덮진 못한다”며 “특검에서 꼭 수사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에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연합뉴스TV에서 “대통령이 국방 장관과 통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통화가 전혀 없으면 소통의 문제가 있을 테니 그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이른바 ‘VIP 격노’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사태 수습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던 정황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 서울신문이 확보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여덟 차례에 걸쳐 김 처장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는 박 전 단장 등 해병대 수사단이 8월 2일 경찰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당일 오후 회수한 뒤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하던 시점이다. 이 전 장관은 비슷한 시기인 8월 4일부터 7일까지 이상민 장관과는 여덟 차례에 걸쳐 문자와 통화를, 8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와는 세 차례 통화했다. 방문규 당시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장과도 8월 3일 한 차례 문자 이후 세 차례 통화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박 전 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는 시간상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 이전에 이미 이뤄졌고, 박 전 단장에 대한 인사 조처는 그에 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전화 통화는 일상적인 국정 업무”라고 말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통화했다는 기록만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 통화 전후 상황에서 보고 들은 진술 혹은 통화 내용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잇단 정책 혼선 바라보는 관가의 ‘동상삼몽’

    잇단 정책 혼선 바라보는 관가의 ‘동상삼몽’

    최근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불쑥 발표했다가 혼쭐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다. 세종 관가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정책 결정권자나 그 ‘윗선’으로 문제점을 개진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문제인데 책임질 사람들은 뒤로 빠진 채 힘없는 공무원만 십자포화를 맞는다는 것이다. 반면 세종에 고립된 공무원들이 사회와 단절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4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6일 “유모차 완구 등 어린이 제품을 포함한 80개 품목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흘 뒤 나온 해명은 딴판이었다. “80개 품목의 위해성을 집중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를 막을 이유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고 했다. 말을 뒤집었는데도 ‘오해’라고 했다. 국민들 독해력 탓만 했다.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차별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고령자’를 ‘고위험자’로 단어만 바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론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정책들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2022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내리는 학제 개편안은 돌봄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을 받고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이 사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고만 했을 뿐 정책 실패를 인정하진 않았다. 지난해 흐지부지된 ‘주 69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인데 설명이 부족해 오해가 생겼다”는 해명만 내놓고 사과하진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윗선에서 정한 방향을 따랐을 뿐인데 비판은 실무자를 향한다는 점에서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정책 결정권자에게 우려를 전달해도 수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상향식 소통이 막힌 폐쇄적인 관료 문화를 정책 혼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반성문을 쓰는 공무원이 없진 않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해외직구가 이렇게 일상화됐는지 처음 알았다. 안전성을 소비자 스스로 검증했기 때문에 KC 미인증 제품 반입 금지에 반발했다는 걸 이제 이해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로 넘어오면서 대민 소통이 부족해졌다는 지적에는 찬반이 엇갈렸다. “인터넷 시대에 물리적 거리가 소통에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는 의견과 “대면 소통은 온라인 소통과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세종에 산다고 물정 모르고 소통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다른 과장급 공무원은 “인터넷에서 마구 쏟아지는 목소리보다 오프라인에서 대면 소통으로 파악하는 여론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인정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앞으로 정책 발표 전 협의를 요청한 것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한 공무원은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정책이 있을 수 없는데 잘못되기만 하면 공무원 탓을 하고 정책 발표 전에 검사 맡으라고 하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정치적 결정을, 정부 부처는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면서 “대통령실은 국민이 반발하면 사과할 수 있지만 부처는 사과하는 순간 다른 정책 신뢰도에도 줄줄이 영향을 줄 수 있어 논란이 있더라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상당수 공무원들은 논란이 됐던 두 정책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안전을 위한 정책인 만큼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직구 TF에 참여한 공무원은 “해외직구가 차단되는 것에 불만이 크겠지만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제품을 규제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정책에 대해 한 국장급 공무원은 “나이가 들수록 신체·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건 보편적 상식”이라면서 “미국, 일본에선 이미 고령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비록 여론은 반발했지만 관료들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제2의 결혼식” 돌잔치 유행…가족도, 손님도 ‘부담백배’

    “제2의 결혼식” 돌잔치 유행…가족도, 손님도 ‘부담백배’

    “본인 아기 돌잡이에 쓸 돈은 부모들이 미리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축하해주러 가는 손님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네요.” 최근 지인의 자녀 돌잔치에 다녀왔다는 A씨는 ‘돌잔치 좀 불편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나는 아직 아기가 없는데 아기를 낳는다 해도 돌잔치는 직계가족끼리 밥 먹는 정도로 할 생각이다. 하지만 돌잔치를 한다는 사람들도 존중한다. 자기 마음이니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얼마 전 지인 아기 돌잔치를 한다고 했는데 친분이 좀 있는 지인이라 축하해주러 갔다. 가서 인사하면서 축하금 내고 밥 먹고 있으니 돌잔치가 시작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돌잡이 순서에서 사회자가 돌잡이 용품 소개하더니 제일 중요한 ‘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아기엄마, 아빠에게 능청스레 물었다. 그랬더니 아기 아빠가 손님들에게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기 아빠가 돌잡이 쟁반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이미 들어올 때 축하금을 냈는데 또 내야하나?’하는 분위기였고 아기 부모들도 자기들끼리 뻘쭘한 눈빛을 교환하더라”라고 덧붙였다. A씨는 “결국 사람들이 안 나오니 아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냈다. 그런데 본인 아기 돌잡이에 쓸 돈은 부모들이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 축하해주러 가는 손님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 다른 분들도 이런 경험 있냐”며 의견을 물었다. 네티즌들은 “보통 가족들이 내지 않나. 남에게 이중으로 돈 뜯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회자 관례라고 들었다. 보통 조부모가 내더라” “돈 쟁반 들고 다니는 거 진짜 보기 싫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했다.다시 뜨는 돌잔치에 돌반지·참석 부담 코로나19 이후 가족 행사로 전환됐던 돌잔치는 다시금 지인들을 초대하는 문화로 바뀌는 추세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의 첫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열기 위해 인기 호텔과 돌잔치 업체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제2의 결혼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값 상승에 돌반지 부담도 커졌다. 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순금 돌반지(한돈·3.75g)는 47만 4000원, 순금 골드바(반돈·1.875g)는 25만 4000원이다. 용, 별, 하트, 왕관, 곰돌이 등 다양한 모양의 돌반지는 한돈에 50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금반지보다 현금이나 육아용품 선물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네티즌들은 “돌잔치는 가족끼리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SNS에 올리기 위한 허례허식은 과감하게 없어질 필요가 있다” “밀려드는 행사에 금전적·시간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돌잔치 정도는 직계가족끼리 조용히 치렀으면 좋겠다”라며 입을 모았다.
  • ‘걸어서 경기 속으로’···걷기 좋은 6월의 풍경 6선(選)

    ‘걸어서 경기 속으로’···걷기 좋은 6월의 풍경 6선(選)

    경기관광공사, 강·숲·바다와 도시가 이어지는 도보길 6곳 선정 경기관광공사는 29일 ‘녹음이 짙어지는 6월, 강과 숲 바다와 도시가 이어지는 경기도 도보여행 길’ 6곳을 소개했다. ◆ 걸어서 경기 한 바퀴 ‘경기 둘레길’경기도의 외곽을 따라 조성된 장거리 도보여행 길이다.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머리카락으로 경험할 수 있다. 풋풋한 삶의 활기와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명항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경계를 따라 한 바퀴 돌아오는 총길이 860km, 60개 코스의 순환 둘레길로 경기도와 15개 시·군이 협력하여 만든 길이다. 경기 둘레길은 각각의 특징을 담아 4개의 권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DMZ 외곽 걷기 길을 연결한 평화누리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이 넘치는 갯길이다. 6월에 걷기 좋은 경기 둘레길 추천 코스는 안성 42코스다. 경기 둘레길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코스로 청룡사에서 서운면사무소까지 거리는 6.4km, 도보로 약 2시간가량 걸린다. ◆ 대부도 노을 산책 ‘대부해솔길’대부해솔길은 서해의 보석 대부도 해안선을 따라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이다. 91km에 이르는 총 10개 코스로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된 소나무숲길, 염전길, 석양길, 바닷길, 갯벌길, 포도밭길, 시골길 등 대부도만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계절별로 찾아오는 철새를 관찰하고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즐겨도 좋다.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대부도의 청정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길이다. ◆ 여강을 따라 걷다 ‘여강길’여강길은 여주의 역사, 문화, 생태를 아우르는 도보여행 길이다. 유명한 관광명소부터 의미 있는 생태 거점을 잇는 14개의 코스가 140km 구간에 조성됐으며, 2009년 경기도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었다. 순수 민간 차원에서 처음 길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자연 보전 순례길을 유지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단법인 여강길은 길 안내와 완주자 인증, 걷기 대회와 사진전 등 다양한 여강길 행사를 개최한다. 걷다가 필요할 때마다 안내 표식과 이정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등 전체적으로 길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 바다와 도시의 공존 ‘거북섬 둘레길’올해는 시화호 조성 30주년이다. 폐수로 인해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시화호가 지금은 철새가 머물고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는 생명의 호수로 다시 태어났다. 아울러 호수와 바다를 잇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는 대표적인 곳이 거북섬이다. 거북섬 둘레길은 걷기 좋고 자전거를 타기도 좋은 길이다. 시원한 바람을 따라 찾아오는 갈매기가 반갑고 탁 트인 개방감도 좋다. 현대적인 대형 건축물과 웅장한 자연경관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도보여행은 웨이브파크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시화호 수변길을 따라 경관브릿지와 시화MTV거북섬라펜앤까지 걷고 공영주차장으로 복귀하는 코스가 좋다. 경관브릿지는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계류장까지 이어지는 다리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아름다운 시화호의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6월에 공식 개방될 예정이다. ◆ 전철 타고 도보여행…‘물소리길’물소리길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맑은 물과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탐방로다. 양평군을 길게 관통하는 9개 코스 모두 다양한 즐거움과 매력으로 도보 여행객에게 걷는 맛을 선사한다. 물소리길의 가장 큰 장점은 경의중앙선 전철과 연결되는 점이다. 양수역, 양평역, 용문역 등 전철역을 따라 길이 이어지며 각 코스의 시작과 끝 지점 또한 전철역이다. 길 완주를 목표로 나누어 걷는 도보 여행자나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가족 단위 여행객 모두에게 알맞다. 그러니 주말이면 양평행 경의중앙선이 늘 북적인다. 6월의 물소리길은 옛 철로를 따라 걷는 2코스가 어울린다. 신원역 1번 출구에서 6번 국도 건널목을 건너면서 물소리길 2코스가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는 남한강의 수려한 풍경에 기분도 상쾌하다. 왜 길의 이름이 물소리길인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 태고의 신비와 조우 ‘한탄강 주상절리길’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탄생은 약 12~54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북한 평강에서 폭발한 화산의 용암이 포천, 연천, 파주까지 흘러 넓은 용암 지대가 형성되었다.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어졌고 그 틈으로 오랜 세월 강물이 흐르면서 협곡과 폭포가 만들어졌다.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세계지질공원 내에 조성된 도보여행 길이다. 그중 비둘기낭폭포에서 멍우리협곡을 잇는 3코스 ‘벼룻길’은 가장 인기 좋은 코스다.
  • [월드 핫피플] 여성 年1000명 살해당하는 ‘마초국가’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할까

    [월드 핫피플] 여성 年1000명 살해당하는 ‘마초국가’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할까

    다음 달 2일 열리는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 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예정이다.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달리는 여당 대선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과 야당 후보 소치틀 갈베즈(61)가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AP통신은 28일 오랫동안 ‘마초(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지배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은 역사의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셰인바움은 과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내세운다.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2020년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인정하지만 어떤 종류의 폭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여성단체가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주장하며 화염병 등을 동원해 폭력시위를 벌이자 이를 막기 위해 한 말이었다. 1962년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셰인바움의 부모는 유대인이다. 그가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이자 유대인 대통령이 된다. 할아버지는 1920년대 리투아니아에서 멕시코로 이민왔으며, 어머니쪽 조부모는 1940년대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를 피해 불가리아에서 탈출했다.아버지는 화학자, 어머니는 생물학자, 오빠는 물리학자인 ‘과학자 가족’이다. 셰인바움 역시 멕시코 최고 대학인 멕시코 국립자치대에서 에너지 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재학하는 동안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으며,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과 틀랄판 구청장을 거쳐 2018년 멕시코시티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된다. 시장 재직 시절 가장 인상적인 업적은 살인 범죄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범죄와 싸우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멕시코 담당 국장을 파격적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자전거 도로, 전기 버스, 빈민촌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등 눈에 잘 띄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인기를 끌었다. 셰인바움을 정치로 이끈 것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복사본을 옷장에 숨길 정도로 열성적 좌파였던 부모와 현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영향이 컸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재임 기간 60% 아래로 지지율이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6년 단임제인 멕시코에서 더 이상 집권은 불가능하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비교해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말하는 셰인바움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현재 셰인바움의 지지율은 현 대통령의 인기 덕이 크며, 당선되더라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수렴청정’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 말고도 신임 대통령의 과제는 산더미다. 1억명의 멕시코 유권자는 높은 범죄율과 부패, 빈곤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멕시코는 살인과 납치 범죄가 만연하며 폭력집단간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심각한 성 불평등으로 여성에 대한 범죄율이 높은 만큼 여성 대통령은 그 존재만으로도 역사적 발전이 될 수 있다. 2021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3만 4000건의 살인 가운데 1000건 이상이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페미사이드’로 분류됐다. 2일 대선에서는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 지방정부 수장 등 약 2만여명의 공직자를 선출한다. 2018년부터 의회 성비를 5대5로 정하는 등의 노력으로 여성 정치인의 수는 늘었지만 여성 대상 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여성 대통령의 당선은 마초 국가에서 여성 범죄와 성 불평등을 해결하는 최선의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 조국 “尹-이종섭 통화, 계란말이·김치찌개도 진실 못 덮어”

    조국 “尹-이종섭 통화, 계란말이·김치찌개도 진실 못 덮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간 세 차례 통화 내역이 공개된 것을 두고 “특검에서 꼭 수사받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권 선진국 포럼’ 1차 세미나를 마치고 “두 번째 전화 통화 이후에 박정훈 대령이 보직 해임됐다”며 “정황상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을 이첩시키고 박정훈 대령에 대한 보직 해임에 직접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직접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이 기자단과 김치찌개 만찬 행사를 열었던 것을 겨냥해 “계란말이도, 김치찌개도 진실을 덮진 못한다”고 비판했다. 해병대원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계속 수사 중이라 특검이 필요하냐는 정부·여당의 이의 제기에 대해서는 “박정훈 대령 항명죄 혐의 재판 과정에서 통신 기록 조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일 뿐 공수처 수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기본적으로 기소권이 없기에 결국 수사 결과는 검찰을 통해 기소된다. 기소여부 판단을 공정하게 할지 극히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반박에 대해서도 “저도 청와대에 있었지만 대통령이 장관과 개인 전화로 자주 통화한 적 없다”면서 “개인 안부를 전하기 위한 통화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관련성을 숨기려고 노력해왔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 이종섭 전 장관뿐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 물어야한다”고 덧붙였다.더불어민주당 역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부적절한 전화 통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태블릿 PC처럼 탄핵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자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인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탄핵 열차의 기적 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세 차례 통화 기록이 나왔으니 통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만 밝히면 수사외압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즉각 수사해야 한다”며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은) 의심받기 충분한 짓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은 노골적 수사 방해이자 사법농단, 국정농단, 권력사유화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수사 방해, 사법농단, 국정농단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 보도 관련 질문에 “제가 그 유무 자체를 확인하기도 어렵다”면서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드리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도 그 결과를 지켜보며 그 다음 대응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 [씨줄날줄] “잔술 팔아요”

    [씨줄날줄] “잔술 팔아요”

    음주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병 주문에 안주도 필수다. 미국은 위스키나 보드카를 안주 없이 전용 잔으로 주문해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위스키를 병째 주문하는 건 놀라운 뉴스였다. 10년 전 뇌종양학회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한국 의사들이 식당에서 위스키를 병으로 주문해 현지인들이 놀랐다고 지인이 전한다. 일본인들도 청주를 마실 때 병으로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인에게 술은 의사소통 수단이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는데 시간이 없으면 “다음에 밥 한 끼 하자”거나 “소주 한잔하자”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안부를 묻고 소통하는 매개가 밥이고 술이다. 밥만큼 술도 한국인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친목 도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 잔을 넘어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술이 약한 사람들로서는 이런 친목 도모는 압박 요인이다. 어제부터 식당에서 소주 한 잔 주문이 가능한 ‘잔술 판매 시대’가 열렸다.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주류 판매업 면허취소 예외 규정으로 명시돼 잔술 판매가 법적으로 허용됐다. 예전에 허용된 와인이나 위스키뿐 아니라 모든 술 종류가 허용 대상이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것이다.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시대가 아니라 원하는 만큼 즐기는 것이 몸에도 좋고 고물가 시대에 맞다는 인식이다.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소주 한 병에 일곱 잔이 나오는데 잔술로 팔면 식당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건질 수 없어진다는 걱정이다. 한 잔에 대한 가격 책정을 두고 식당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잔술이 음주운전 유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잔술 시대는 소분·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1인가구가 늘고 있는 데다 고물가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는 소용량으로 판매하는 축산제품이나 낱개로 판매하는 과일, 채소류가 늘었다. 소비자 맞춤형 잔술 판매가 병으로 주문하는 음주문화 변화는 물론 개비 담배 판매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스페인 요리에 매료된 어느 이탈리아 요리사의 고백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스페인 요리에 매료된 어느 이탈리아 요리사의 고백

    가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곤 한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웠고,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프랑스 와인이며, 지금은 스페인식 타파스바를 운영하고 있노라고. 이토록 아이러니한 삶이라니. 듣는 이가 웃으라고 하는 농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심이다. 파스타의 매력에 빠져 요리의 길에 접어들게 한 이탈리아는 지금의 나를 낳은 어머니 같은 존재다. 이탈리아 와인으로 시작했지만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프랑스 와인의 섬세함에 유독 매료됐다. 마치 첫사랑 같다고 할까.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난 후 견문을 넓히고자 밟은 스페인 땅에서 나지막이 이렇게 외쳤다. ‘아, 스페인으로 유학 올걸….’ 그 후로 스페인을 더 많이 찾고 스페인 음식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나를 기른 아버지 같은 존재랄까. 뭇 남자들이 그러하듯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첫사랑의 영향을 받고 남자는 세상에 던져진다. 스페인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 손님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답한다. 이토록 전 국민이 음식에 진심인 나라는 흔치 않다고 말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하면 그 나라의 식당과 시장에 가 보면 된다. 시장에 있는 식재료들의 품질이 좋고 다양할수록, 음식을 허투루 내는 경우가 적을수록 식문화 수준이 높은 편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런 곳일수록 음식이 형편없는 식당 같은 건 애초에 유지조차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토록 많은 곳을 다녔지만 스페인에서 음식으로 실망한 적은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스페인 요리의 매력은 뭘까. 요리사의 관점으로 볼 때 프랑스는 고급 요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돈이 있는 만큼만 잘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요리는 일상의 영역에서 꽤 다양함을 추구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프랑스 요리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듯한 모습을 꽤 목격하게 된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이탈리아 요리들은 프랑스 요리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고급 식당에선 파스타의 유무로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를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스페인 요리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비해 직관적이다. 손을 많이 더하지 않아도, 복잡한 스킬을 구사하지 않더라도 좋은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잘 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토마토, 올리브오일, 마늘, 고추만 있으면 그 어떤 재료를 쓰더라도 간단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이탈리아, 프랑스보다는 마늘과 고추를 잔뜩 쓰는 스페인 요리가 더 맞는 편이다.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남쪽을 향한다. 관광 아이콘들이 주로 남쪽에 있기 때문이다. 먹는 데 더 진심인 식도락가라면 남쪽보다는 북쪽을 향하는 걸 권장한다. 음식에 진심인 스페인인 중에서도 북쪽의 바스크 지역 사람들은 스스로가 음식 그 자체인 사람들이다. 흔히 타파스라고 불리는 안주 겸 식사거리인 작은 음식 중에서도 핀초스를 탄생시킨 곳이다. 빵에 각종 재료를 올린 후 꼬챙이에 꽂아 나온 타파스를 핀초스라고 하는데 바스크 지방의 주도인 산세바스티안(도노스티아)은 핀초스 바가 즐비해 있다. 한 도시 안에 미슐랭 별이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길거리 음식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 요리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대서양이 인접한 북쪽 지방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갈리시아 지방을 한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그 유명한 스페인식 문어 요리와 홍합, 각종 해산물 요리의 본산이다. 바스크 지역과 갈리시아 지역 사이에 있는 아스투리아스 지역은 산이 많아 낙농업이 발달했는데 질 좋은 유제품들과 염소고기, 콩과 돼지고기, 모르시야란 스페인식 피순대를 넣어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는 따듯한 수프인 파바다가 유명하다. 사과주인 쿰쿰한 시드라도 이 지역만의 별미다. 스페인엔 이베리코 돼지만 있는 건 아니다. 품질 좋은 소고기로도 유명한데 어느 식당에서든 ‘출레톤’이란 이름이 보이면 반드시 주문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두꺼운 뼈등심스테이크를 부르는 말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기름 낀 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맛으로 인해 고기에 대한 관념이 바뀔 수도 있다.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만 내려놓는다면 스페인은 음식에 있어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스페인에 한껏 매료돼 있지만 아직 가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다음 목적지는 이미 정해 놓은 상태다. 기회가 온다면 남미 요리에 담긴 스페인 요리의 DNA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갑자기 업종이 바뀌어도 이해해 주시기를.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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