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말이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청소부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스킨십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손정의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 총기
    2026-05-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6,406
  • 여에스더 “30년간 우울증 앓아…입원·전기 경련 치료도” 고백

    여에스더 “30년간 우울증 앓아…입원·전기 경련 치료도” 고백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가 30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여에스더는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지난 2년간 우울증으로 3번 입원하고 28번 전기 경련 치료를 받았다”며 “나쁜 생각·자살 충동 막는다고 해서 비강 분무 항우울제도 병행했다”고 털어놨다. 이를 들은 방송인 서장훈이 “사실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제일 없을 거 같은 사람인데”라며 놀랐다. 이에 여에스더는 “그래서 내가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한테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힘들다”면서 “명랑한 건 내 성격이고 우울증은 내 병”이라고 했다. 서장훈이 남편 홍혜걸을 언급하며 “힘든 거에 살짝 일조했나”라고 묻자 여에스더는 “상당히 일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에스더는 “남편은 제주에서, 나는 서울에서 각집살이를 하고 있고, 본인은 너무 행복해한다”고 했다. 또 여에스더는 “우울증이 깊어서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사람한테 하면 안 되는 말이 ‘힘내’, ‘놀러 가자’는 말인데 그걸 홍혜걸이 한다”며 “방송에 나와서는 ‘우울증 환자에게는 힘내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해놓고”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여에스더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사업가다. 건강기능식품 회사를 운영 중이다. 서울대 의대 동문인 홍혜걸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 [서울on] ‘사람이 곧 돈 된다’는 빅테크의 횡포

    [서울on] ‘사람이 곧 돈 된다’는 빅테크의 횡포

    사업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만큼 그 진가를 알아보고 지갑을 열 고객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유명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쇼핑몰을 만들어 물건을 팔려고 해도 고객이 안 오면 말짱 꽝이다. 광고를 태우고 쿠폰을 뿌리며 마진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고객을 모으는 일에 온정신을 팔아야 하는 건 마케팅의 기본이다. 2010년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서비스가 어떻게 공짜일 수 있지?” 하며 놀라워했다. 카카오톡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사람이 모이면 언젠가 곧 돈이 되리란 것을. 대다수 국민이 카카오톡 이용자가 되자 카카오는 이를 기반으로 쇼핑, 금융, 택시 호출 등으로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했고 골목상권 침해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이 과도한 수수료와 배달비를 입점업체에 부담케 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3사의 지난달 이용자 수는 모두 합쳐 3600만명이 넘는다. 수수료 2%를 받는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가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하나 지난 8월 기준 가입자 수는 346만명 수준으로 경쟁이 안 된다. 자영업자가 모인 일부 단체에서 배민을 탈퇴하고 수수료가 낮은 공공 배달앱 등으로 갈아타자고 호소해도 파급력이 못 미치는 것은 배달앱 3사 독과점이 너무도 공고해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제 살 깎기가 있었다. 주문 고객에 대한 할인쿠폰은 기본. 배민은 2015년 모바일 결제 주문 방식 ‘바로결제’를 통한 주문 시에 입점업체에 받던 5.5~9% 수수료를 0%로 내렸다. 이 때문에 그해 배민의 영업손실(249억원)은 전년 대비 66% 커졌지만 바로결제 주문 수(월 250만건)는 6개월 만에 85%가 늘었다. 즉 적자를 감수하면서 신규 입점업체를 크게 늘렸단 뜻이다. 끌어모은 이용자 수는 곧 배짱을 튕길 수 있는 여유가 됐다. 정부가 수수료 문제를 논의하자며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킨 상황에서도 배민은 배달 수수료를 6.8%에서 9.8%로 44%를 올렸다. 점주 입장에서 ‘횡포’에 가까운 수익 극대화 전략을 강행해도 점주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크지 않다는 걸 배민이 몰랐을 리 없다. 이런데 상생협의체를 통한 배달앱과 점주 간의 자율규제가 될 리 있겠는가. 이윤 창출을 위해 사람을 모아 놨는데 알아서 수익을 포기할 기업은 없다. 와우멤버십 요금을 58% 올려도 이용자 이탈이 거의 없던 쿠팡에 진일보한 상생안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가 구속력 있는 제재를 내놓는 것밖엔 답이 없다. 2020~2021년 정부는 배달앱에서 네 번 주문하면 1만원을 돌려준다는 정책을 펴며 배달앱의 영업을 도왔다. 그땐 거리두기와 외식 활성화란 순기능 때문이었다면 역기능이 커진 지금은 책임 있는 자세로 배달앱 압박에 나서야 할 때다. 박은서 산업부 기자
  • [김천식의 통일직설]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초당적 협조는 ‘기본’

    [김천식의 통일직설]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초당적 협조는 ‘기본’

    요즘 국회에서 여야 대립과 갈등을 보면 초당적 협조란 말이 공허해 보인다. 초당적 협조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원리이며 상식이다. 특히 외교안보통일 문제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있는 문제다. 적전 분열 자체가 국익을 침해하는 것이며 국가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냉전이 끝나고 탈냉전으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기에 여소야대의 정치 환경에서도 초당적 협조가 가능했고 우리는 대체로 잘 대처해 국가적 안정과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 북방정책과 대북정책은 기존 관념을 바꾸는 큰 변화였지만 많은 정책과 제도 개선이 여야 협조로 원만히 이루어졌다. 지금도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 오늘날 정세는 1990년 세계질서 변화보다 더 급진적이며 우리는 핵위협에 직면해 있다. 총력을 모아야 안보와 평화번영을 지킬 수 있으며 잘 대처한다면 자유평화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독립하고 경제번영을 이룩하며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천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있었다. 오늘날 탈냉전 질서는 끝났고 전략적 체제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는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추구하는 수정주의 세력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 국제사회는 억압적이고 위계적인 질서와 경제적 약탈체제가 고착화된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핵을 가진 깡패국가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국제질서에 동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자유주의 외교노선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의 안정적 주둔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이다. 주한 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이며 동북아 전략 균형의 중추이다. 주한 미군이 있는 한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한반도가 주변 열강에 휘둘릴 일도 없다. 주한 미군의 주둔을 흔들리게 하는 외교는 좋은 정책이 아니며 매우 위험하다. 북한은 80여년 동안 주한 미군 철수를 제1의 대남전략으로 고수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 한반도 안보불안의 원인은 100% 북한에서 나온다. 분단 이후 북한은 무력통일과 남한 체제 전복을 추구했다. 이를 지난 8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솔직하게 인정했다. 지금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공격 준비를 갖춰 놓고 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기회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은 한반도 불안정성을 더 키우고 있다. 우리의 안보태세가 흐트러지면 곧바로 전쟁의 참화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국방 태세와 의지를 갖추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힘에 의한 평화’가 타당한 이유이고 이것이 성공해야 대화에 의한 평화를 모색해 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 내부적으로 심각한 체제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남북한 동족관념을 부정하고 핵전쟁 노선을 선언했다. 북한은 이제 남북 간 긴장과 대결을 체제 결속과 주민 통제의 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다. 북한에 의한 안보불안이 상수인 상황에서 그 책임을 우리 내부에서 찾고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유통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국가목표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을 통해 우리 선조들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을 세우겠다고 결의했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이 목표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우리는 그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한다고 헌법에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 주민을 동포로서 포용하며 자유통일 노선을 천명했다. 이에 흡수통일이니 대결선언이니 시비를 거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일부 인사들이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을 추종하며 영구분단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면 궁극적으로 북한의 우리 영토는 주변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5000년 역사를 파괴하고 8000만 민족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반민족 행위다. 국회가 초당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민족분열주의와 전쟁노선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통일의지를 밝혀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지 않겠는가.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
  • 이스라엘, 이란 공습 수위 조절… 하마스와 가자 휴전 논의 재개

    이스라엘, 이란 공습 수위 조절… 하마스와 가자 휴전 논의 재개

    이스라엘, 美와 공격 전 범위 조율네타냐후 “이란 공격, 목표 달성”이란도 대응 자제 요청에 보복 미뤄CIA·모사드, 카타르 총리와 회동美대선 앞두고 양측 공방 일단 제동 장기간 교착상태였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논의가 27일(현지시간) 재개된다. 이스라엘이 전날 이란의 군사시설만 정밀 겨냥한 공습을 했지만 이란이 즉각 보복하지는 않겠다고 밝히면서 협상 재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카타르 관리의 말을 인용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이날 도하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와 회동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가자지구 내 일시적 휴전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포로와 인질 석방에 초점을 맞춰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카타르 총리와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며칠 내로 중재국들이 모여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루살렘에서 열린 이스라엘군 전사자 추모식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격을 언급하면서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귀환을 위해 “고통스러운 양보”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하면서 휴전·인질 협상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이스라엘은 앞서 26일 오전 2시부터 6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드론과 탄도미사일 제조·발사 시설과 방공 포대 등 이란에 있는 군사시설 약 20곳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속죄의 날’이라는 작전명으로 F-15·F-35 전투기와 정찰기 수십 대를 1600㎞ 날려 보내 공습했다. 이란은 방공시스템으로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스라엘은 또 이란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고체 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에 타격을 입어 복구에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카스파르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을 포함한 여러 제삼자를 통해 이란에 공격 대상을 알렸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공격이 일종의 ‘약속 대련’이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뇌부 암살 때 미국에 알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 공습은 미국과 공격 범위를 긴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이 중동 방문을 마친 시점에 공격이 이뤄졌고 당시 주변 공격 항로에 상업용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는 점이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했다. 미국을 사이에 둔 약속 대련은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미 대선의 향방을 고려한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이스라엘은 이후 언제라도 이란을 추가로 타격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미국을 패싱했다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차기 미 정부와의 협력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
  • 기승전 김 여사 vs 이재명… 욕설·고발전에 ‘낯부끄러운 성적표’

    기승전 김 여사 vs 이재명… 욕설·고발전에 ‘낯부끄러운 성적표’

    김여사 등 동행명령장 27건 발부상임위 일반증인 채택도 ‘역대급’욕설 논란 된 김태규 모욕죄 고발NGO모니터단, ‘D-’ 낙제점 매겨내년 예산안 심사도 정쟁 불 보듯 ‘동행명령장 총 27건 발부, 역대급 야당 측 일반증인 채택, 입 닫으세요, ××, 병×, 최고인민회의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국감’을 선언한 거대 야당과 ‘이재명 국감’을 내세운 여당이 충돌해 거둔 부끄러운 기록이자 귀를 씻고 싶은 비속어다. 양측의 정쟁으로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라는 본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F학점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네 탓’ 공방은 예산 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 지난 25일까지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총 27건이다. 19·20·21대 국회를 통틀어 12년간 발부된 동행명령장(16건)보다 11건이나 많다. 특히 지난 21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현직 영부인에 대한 첫 동행명령장이 발부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집행하겠다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기도 했다. 각 상임위의 ‘일반증인’ 채택도 역대급으로 많았다. 일반증인 채택이 거의 없던 운영위는 민주당 단독으로 30명의 일반증인을 채택했다. 여야가 모든 상임위에서 ‘기승전 김건희’, ‘기승전 이재명’을 두고 정쟁을 벌이면서 막말과 부적절한 발언도 쏟아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김현 민주당 의원이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다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원에게 “입 좀 닫으세요”를 이어 갔다. 지난 24일에는 김 직무대행이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쓰러지자 “××, 사람 죽이네 죽여”라고 욕설했고, 민주당은 국회 모욕죄 고발을 의결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방위 국감에서 “군복 입었다고 할 얘기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건 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24일 외교통일위 국감에서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전단 살포를 질타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이거 뭐 최고인민위원회야. 내가 지금 법정에 섰느냐”고 했다. 26년간 국감을 평가해 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D-’ 점수를 매겼다.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국감을 보이콧했을 때 매긴 F 평가 이후 가장 낮은 점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F학점을 줘도 할 말이 없는, 국익을 해치는 국감이었다”고 평가했다. 운영위 등 남은 상임위 국감이 끝나면 여야는 곧바로 정기국회 입법 전쟁과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쩐의 전쟁’에 돌입한다. 여야는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2022년(12월 24일)에는 최장 지각해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지난해(12월 21일)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어겼다. 올해 국감을 최악의 정쟁으로 보낸 터라 내년도 예산안도 정쟁 심사가 예상된다.
  • 한국어로 “무기 버려!” “도망가지 마”…우크라, 북한군 생포 대비 매뉴얼 제작

    한국어로 “무기 버려!” “도망가지 마”…우크라, 북한군 생포 대비 매뉴얼 제작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과 맞닥뜨렸을 때를 대비해 만든 한국어 대화 매뉴얼 문서가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도착할 것을 예상하며 지침을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게시물에 올라온 문서 사진 3장은 우크라이나어 문구, 이를 번역한 한국어 표현, 한국어 표현을 우크라이나 발음으로 읽도록 표기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1번 항목은 우크라이나어 ‘Кинь зброю!’로, 한국어 표현은 ‘무기 버려!’, 옆에 음차 표기로 ‘Мугi порьо!’라 적혀 있다. 1번부터 9번까지는 ‘손 들어’, ‘손을 앞으로 내밀어’, ‘다른 무기 있어?’ 같은 북한군을 잡았을 때 하는 말이다. 소속 부대나 임무를 묻는 문장들을 비롯해 “배고파?”, “지시대로 하라”, “도망가지 마라”, “우크라이나는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 등 총 60개 표현이 들어 있다. ‘Z작전’ 계정은 이 문서를 올리면서 “키이우가 만든 이 문서는 북한군이 ‘위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심문할 때 유용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문서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렌타, 베스티, 가제타.루 등 매체도 이 내용을 보도했다.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 계정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 세계에 전쟁 상황을 알리며 선전전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21일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을 올리며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아파트 아파트” 수능 앞두고 중독성 강한 인기곡 피하는 고3

    “아파트 아파트” 수능 앞두고 중독성 강한 인기곡 피하는 고3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험생들은 이른바 ‘수능 금지곡’을 듣지 않도록 한껏 조심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중독성 강한 음악에 노출되면 쉽게 불안해지는 등 감정적으로 동요될 수 있어 유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A(18)군은 요즘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유명 가수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신곡 ‘아파트’(APT.)를 듣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20·30세대의 술자리 게임을 소재로 한 이 곡은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반복하는 중독성 강한 ‘훅’(Hook·강한 인상을 주는 후렴구)이 여운을 남긴다. 곡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아파트’라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전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아 인기를 끌고 있으나 수험생들에게는 멀리해야만 하는 노래일 뿐이다. ‘수능 금지곡’이란 ‘아파트’처럼 반복되는 노랫말과 멜로디의 강한 중독성 탓에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 수험생의 집중력을 해치는 음악을 뜻한다. 후렴구에서 ‘링딩동 링딩동’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샤이니의 ‘링딩동’(Ring Ding Dong), SS501의 ‘유알맨’(U R Man), 레드벨벳의 ‘덤덤’(Dumb Dumb)이 대표적인 수능 금지곡으로 꼽힌다. 수능 금지곡은 10대 청소년이 좋아하는 아이돌그룹 노래가 대부분이지만, 인기 동요인 ‘상어가족’과 각종 광고 노래도 포함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걸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 비비의 ‘밤양갱’, 최예나의 ‘네모네모’ 등이 새로운 수능 금지곡 대열에 합류했다. 고등학교 3학년 B(18)군은 “공부할 때도 대중음악이 나오는 카페는 피하고 조용한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려 한다”며 “유튜브 뮤직 등 음악 앱도 삭제하고 수능 전까지는 노래와 멀리하려 한다”고 했다.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금지곡이 재생되는 ‘낚시성’ 게시물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건 이미 금기가 된지 오래다. 이런 장난을 쳤다가 계정이 차단당했다는 게시물도 여럿 볼 수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수능 금지곡의 가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아 미치겠다”며 “어떻게 머릿속에서 없애야 하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머릿속에서 특정 노래의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귀벌레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의 심리는 생각보다 약해서 반복되는 리듬을 들으면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우울하거나 들뜨는 등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며 “특히 수험생들은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에 이런 ‘귀벌레’가 하나라도 더 들어오면 신경이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수험생들은 당분간 중독성이 강한 노래는 듣지 말고 본인만의 집중력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음악 같은 노래를 듣거나 가벼운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을 한다면 흔들리는 마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新 북풍몰이냐”…나토 파병 가능성에 시끌시끌 정치권

    “新 북풍몰이냐”…나토 파병 가능성에 시끌시끌 정치권

    북한이 러시아에 군을 파병한 것을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정부가 28일(현지시간) 북한군 파병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파견단을 보내는 데 대해 야권이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한 정부 합동대표단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내일 나토를 찾아 나토 사무총장 등을 면담한다”며 “정권 안보 실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고교 후배인 홍 차장 대표단의 진짜 목적이 나토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의 ‘(한국군) 파병 명분 축적 빌드업’이라는 진단이 있는 만큼 언행을 조심하라”고 밝혔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이번 정부 대표단은 파병 요청을 접수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부대표단은 관련 정보 공유가 방문목적으로서, 어떤 내용과 수준이든 나토의 파병 요청을 접수할 자격이 없는 단위라는 점을 미리 분명히 해둔다”고 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정부 대표단은 오는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에서 북한군 파병 현황을 설명하고, 유럽연합(EU) 정치안보위원회(PSC)에서도 관련 브리핑을 실시한다. 대표단은 브리핑과 별도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 나토 및 EU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진행한다. 민주당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군사적 지원을 반대한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5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반대가 82%”라며 “세계평화와 자유도 좋지만 우리 국민 생명과 재산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군사적 지원은) 국민들의 반발로 이어짐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꼬리 자체를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며 “파병 뿐 아니라 살상무기 그 자체도 말이 안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국내 리스크에서 시선을 돌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소위 ‘북풍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와 협조로 북한군을 폭격 살상케 하고 한반도 내의 심리선전전에 활용하여 국지전의 단초를 열고 우크라이나의 불길을 서울로 옮기고자 일을 꾸미는 외환유치 예비음모이며 계엄예비음모”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군의 파병관련) 중요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했는데 미국이 밝힌 정보와 다르고 국방부 장관 발언과도 다른 문제였다”며 “때문에 국내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한 안보 위기 상황을 국정원이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의원들 사이에 있다”고 했다.
  • 엘 클라시코 데뷔전 망친 음바페…오프사이드만 8개 범해

    엘 클라시코 데뷔전 망친 음바페…오프사이드만 8개 범해

    세계적인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25·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최대의 축구 라이벌 경기인 ‘엘 클라시코’ 데뷔전에서 망쳤다. 음바페는 오프사이드 8개를 범하는 등 공격의 맥을 끊으며 침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끝난 2024~25 라리가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FC바르셀로나의 ‘노장’ 로베르트 레반도프시키(36)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는 등 0-4로 대패했다. 3연승을 달린 바르셀로나는 2위(승점 24) 레알 마드리드와 격차를 승점 6으로 벌리며 단독 선두(승점 30) 체제를 구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고, 라리가 42경기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라리가 최장 무패는 바르셀로나의 2017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43경기다. 이 경기는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음바페의 첫 엘 클라시코였지만 예상 밖의 부진한 경기력으로 홈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음바페는 바르셀로나 포백 수비 진용의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에 전반에 6번, 후반에 2번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이날 음바페는 2번 골망을 흔들고 바르셀로나 골키퍼 이냐키 페냐(25)에게 공을 전달했으나 비디오 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한 경기 8개의 오프사이드는 음바페의 개인 통산 최다 기록이다. 또 어렵게 연결한 슈팅 대다수는 페냐의 선방에 막혀버렸다. 음바페는 리리가 7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침묵의 균형을 깬 것은 노장이었다. 레반도프스키는 후반 9분 미드필더 마크 카사도의 긴 패스를 받아 치고 들어가 골 지역에서 오른발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또 2분 만에 알레한드로 발데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서 머리로 연결해 순식간에 2-0으로 기록하며 음바페의 엘 클라시코 데뷔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32분 하피냐의 도움을 받은 ‘영건’ 라민 야말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골대 상단을 찌르는 호쾌한 슈팅을 날려 추가 골을 뽑아냈다. 17세 105일의 야말은 안수 파티(17세 359일)이던 엘 클라시코 최연소 득점을 경신했다. 7분 뒤에는 하피냐가 역습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바르셀로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 [포착] ‘러시아를 다시 작게’?…젤렌스키 대통령 ‘조롱 티셔츠’에 러 발끈

    [포착] ‘러시아를 다시 작게’?…젤렌스키 대통령 ‘조롱 티셔츠’에 러 발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상 연설에서 입고나온 티셔츠가 러시아 당국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다시 작게 만들자’ 티셔츠 입고 연설에 나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23일 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G7 지원과 전쟁 현황에 관한 영상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과 흰색 글씨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해당 글은 ‘Make Russia small again’(러시아를 다시 작게 만들자)라는 뜻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연상시킨다. 잘 알려진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이후 항상 국방색 계열의 티셔츠를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이에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그의 티셔츠 패션이 국민과 함께하며 전쟁의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호평한 바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외무부가 즉각 반응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엑스에 “무엇만큼 작다는 말이냐? 소련? 러시아 제국?”이라고 반문한 뒤 “알았다. 키예프 루스. 그래서 당신 말처럼 키예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멍청아”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키예프 루스는 882년부터 1240년까지 키예프를 중심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일대에 존재했던 루스인들의 국가를 말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키예프 루스의 적통 후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연상시키는 티셔츠를 입은 것도 관심을 끌고있다. 이에대해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긴장 관계를 고려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이 티셔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살면서 목격한 제일 위대한 세일즈맨 중 하나”라면서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전쟁이 절대로 시작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 전쟁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 구혜선, 故김수미 애도 “짜집기 영상 돌아다녀 속상했을 때도 끝까지 챙겨주신 분”

    구혜선, 故김수미 애도 “짜집기 영상 돌아다녀 속상했을 때도 끝까지 챙겨주신 분”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75)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배우 구혜선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021년 KBS2 ‘수미산장’에서 처음으로 선생님을 뵈었어요”라며 김수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선생님이 연보라색 꽃을 좋아하신다기에 순수의 상징인 데이지꽃도 준비해갔었는데요. 정말이지 선생님은 순식간에 말간 소녀의 얼굴이 되어 꽃을 좋아해 주시고 따뜻하게 제 손을 잡아주시고 환영으로 맞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라고 했다. 구혜선은 “촬영 내내 감자(반려견) 한번 쓰담쓰담, 저 한번 쓰담쓰담 예뻐해 주시고 박학다식한 모습으로 자신의 철학적 고찰들을 저에게 나누어 주시고, 진심으로 ‘시기를 못 만났을 뿐이지, 너는 예술가다. 너의 세상이 올 거다’라며 덕담도 듬뿍 주셨다”고 떠올렸다. 구혜선은 “그때의 저는 선생님의 직언을 경청하며 수미 선생님만이 가능한 대체 불가의 매력적 언어이자 애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이후 짜집기된 부정적 영상들이 돌아다니며 저를 재단할 때는 물론 며칠 속상하기도 하였으나 이런저런 서운함을 모두 가릴 만큼 선생님은 제게 끝까지 정성을 다해주셨어요”라고 고마워했다. 또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제 양손에 김치를 가득 안겨주시며 잔반찬들까지 넉넉히 챙겨주시고,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셨던 수미 선생님. 선생님은 한 송이의 보랏빛 향기셨어요”라고 기억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그 마음을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하겠습니다. 마음 편안히 좋을 곳으로 가셨길 바라며.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유명한 김수미는 전날 별세했다. 주요 사인은 고혈당 쇼크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11시다.
  • [용산NOW]윤·한 면담 ‘뒷말’ 후폭풍…지지율 20% 다시 최저치로

    [용산NOW]윤·한 면담 ‘뒷말’ 후폭풍…지지율 20% 다시 최저치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21일 면담이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수준에서 마무리된 가운데 ‘의전 홀대’ 등 뒷말들이 나오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0%까지 다시 떨어지며 면담 후폭풍이 이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로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국민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민생과 개혁 과제에 더욱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방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충분히 말씀하셨고, 추가로 논의되거나 검토되면 다음 기회에도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응답률 12.4%·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2% 포인트 떨어진 20%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8월 5주 조사 때부터 20%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데, 9월 2주 조사에서 최저치인 20%를 기록한 뒤 소폭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다시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갤럽은 “여태껏 대통령을 가장 후하게 평가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긍정(48%)·부정(40%)적 시각차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면담 이후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고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비치고 있다”며 “정치적 공세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분열로 인해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며 “갈등 양상이 지속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면담 이후 한 대표 측에서는 ‘의전 홀대’, ‘면담 각색’ 등을 주장하고 있고,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3대 요구’(활동 자제·의혹 해명·인적 쇄신) 역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지지율로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하나씩 플러스 알파까지 더해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지금도 김 여사는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자제하고 있다며 한 대표 요구에 답했다는 입장이다. 의전 홀대 주장에도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민생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 뜻을 모은 부분도 있다. 면담 당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고물가와 고금리 등 민생 정책에 있어서 당정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의견을 전달했고, 윤 대통령은 이에 호응했다고 한다. 또 한 대표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직접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 이틀 뒤인 지난 23일 중앙포럼 축사에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히면서 “놀라셨겠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합의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일본 반핵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히로시마에서 봤던 원폭돔과 평화공원이었다.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각종 상징물, 전시자료들은 핵폭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2005년 1월에 품었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다. 히로시마 어디에서도 메이지유신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전까지 일본의 중요 군사기지이자 군수공업지대가 밀집한 군국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지역이었던 히로시마는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화롭던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히로시마 전체 피폭자 가운데 10% 가량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들은 과연 온전히 ‘피해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을까. ‘피해자’라는 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다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의식은 ‘우리’의 동질감과 단결심은 물론이고 가해자인 ‘저들’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린다.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한다. 극단으로 흐르면 피해자 의식만큼 위험한 물건도 드물다. 자신들의 ‘가해’는 잊어버리고 ‘피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며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기 십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지금 가해자가 되는 데 면죄부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했고 1200여명(군인 381명 포함)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이 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딱 1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만 1870명이 죽었고 9만 7166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8월 발표했을 때는 사망자가 3만 4344명이라고 했는데 두 달도 안돼 7000명 넘게 더 죽었다. 3만 4344명 가운데 710명은 첫돐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347명이었다. 가자지구는 1년 동안 상업시설의 80%와 주거 건물의 60%, 학교 건물의 87%, 도로망의 68%, 경작지의 68%가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생지옥으로1년 전에는 이스라엘이 만든 고립장벽에 갇힌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돼 버렸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예멘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너희가 이러고도 나랑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어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확한 낱말이 존재한다. 깡패. 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이렇게 정의한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제대로 된 조치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참아라 참아’하며 공허한 휴전촉구만 이어갈 뿐이다. 부조리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던 ‘피해자’라는 일종의 ‘신뢰자본’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과거 유대인학살에 책임이 있고 현재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지하고 있는 독일에선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스라엘에 무기지원하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시사매체 슈테른이 최근 보도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은 곧 수천년을 쫓기고 핍박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고통받은 끝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신성한 권리 아니냐고 본다. 신이 ‘선택받은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설교까지 더해지면 이스라엘은 이교도들의 침략에 맞서 성지를 지키는 성전기사단 같은 존재처럼 돼 버린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구약성경이 팔레스타인 땅문서나 다름없다. 홀로코스트라는 기억과 결합한 이런 ‘피해자 담론’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거나 암살하는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강력한 논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는 ‘유대인’ 슐로모 산드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은 한마디로 말해 ‘유대인 피해자 담론’에 주목하는 책이다.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제목이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인 것에서 보듯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젊은 시절 군대에 입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기원과 실체, 모순을 통해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유대인’이라는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유대인의 기원과 변천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수많은 최신 연구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이스라엘이 1976년 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발굴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란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학자들은 십중팔구 솔로몬이 세웠다는 거대한 성전과 황금으로 가득찬 왕궁 유적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발굴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고고학자들 및 성서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렸다는) 거대한 통일 군주국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솔로몬 왕이 아내 7백명, 첩 3백명과 함께 거주한 장엄한 궁전도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성서가 그 거대 제국의 이름을 따로 명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결론을 강화한다. 유일신의 은총으로 수립된 강력한 통일왕국을 인위적으로 발명하고 영광스럽게 만든 것은 후대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계 창조, 대홍수, 선조들의 유랑,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집트 탈출과 홍해 기적, 가나안 정복과 기브온 전투에서 해가 멈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236쪽).” 유대인의 피해자 정체성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이주와 유랑은 어떨까. 먼저 출애굽을 보자. 출애굽이 있었다고 하는 기원전 13세기에 가나안 지역은 이집트 파라오가 확고히 지배하는 이집트 영토였다. “그렇다면 모세는 자유를 얻은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서... 역시 이집트로 갔다는 말인가?(229쪽).” 성경에서 핵심 모티프인 바빌론유수 역시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249쪽).” 1세기 유대 반란 이후 로마가 유대인들을 강제이주시켰다는 ‘상식’ 역시 저자의 동심파괴를 피해가지 못한다. “유다 지역에서 추방이 있었다는 언급은 로마의 풍부한 기록 어디에도 없다. 반란 후 유다지역 경계선 부근에서 대량의 피난민이 있었던 흔적도 전혀 발견된 적도 없다(251쪽).” 강제이주가 없었다면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소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인의 확산을 이끈 건 특정 혈통집단의 이주가 아니라 대규모 전도와 개종이었고, 이런 방식을 계승하며 경쟁자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와 경쟁에서 패하면서 ‘유대인 인구 확산’이 멈췄다고 밝힌다. “장차 그리스도교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승리에 기여하게 되는 모든 관념적이고 지적인 요소들이 당시 유대교의 이 일시적 성공 안에 이미 들어있었다(316쪽).” 유대인 혈통이라는 함정과 자기모순저자가 길게 논증한 것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유대교 신자들 사이의 세속적인 민족지적 공통분모는 결코 없다(451쪽).” 역사 속에서 ‘유대인’이란 특정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믿는 공동체(148~149쪽)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대인이란 한민족이나 일본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나 불교 신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이란 누구인가.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걸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꺼리였다. 이스라엘 내무부 장관으로 시오니스트 좌파를 대표하던 이스라엘 바르 예후다는 1958년 3월 내무부에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진실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유대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증거는 필요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조치는 즉각 논란이 됐고, 총리 벤구리온은 이 조치를 뒤집어 버렸다. 이후 내무부를 장악한 유대교 정통파들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유대인 등록 기준으로 삼았다. 1970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은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 혹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자(519~521쪽)”라고 결정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민 4분의1이 아랍계를 비롯한 비유대계다. 심지어 동구권 몰락 이후 이스라엘로 대규모 이주한 옛 소련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운데 30%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신분증에 자신의 민족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옛 동독 출신 중에는 민족명을 ‘동독’으로 쓴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가. 19세기나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논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을 반대한다고 하면 반유대주의자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라는 근대의 발명품, 신화가 역사가 되고 현실을 재구성하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는 ‘유대인’ 혈통을 찾고, 국가 차원에서 유대인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대인 혈통이 아닌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배제와 차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가 국민의 민족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는 게 현재 이스라엘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극단적인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대로 된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공식 합병하면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외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민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20세기에 경험해봤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다.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종족정치’(Ethnocracy)라고 규정한다(552쪽). 이스라엘에서는 인사말이 ‘샬롬’이라고 한다.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고 50만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을 피와 눈물로 물들인 뒤 세운나라였다. 1948년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메나햄 베긴을 비롯한 시오니스트 우익이 인종주의적 파시스트 국가론을 신봉한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캐나다 국적 의사 가보 마테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보 마테는 1944년 헝가리에서 태어났고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팔레스타인인 사람들을 학살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량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마스의 로켓이나 민간인 테러 공격은 가자지구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맥락은 근세와 현재에 걸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종 청소 작전, 즉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점진적으로 합병하기, 비인도적인 봉쇄, 올리브숲을 파괴하기, 수천명을 임의로 투옥하고 고문하기, 민간인을 모욕하기, 주택 파괴. 이런 정책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는 어떤 열망과도 함께할 수 없다.”
  • “편히 쉬고 가세요” 이동노동자 쉴 권리 보장하는 ‘쉼터’ 확산

    “편히 쉬고 가세요” 이동노동자 쉴 권리 보장하는 ‘쉼터’ 확산

    이동노동자 쉼터가 늘어나고 있다. 거점 혹은 간이 쉼터는 이동노동자 건강과 쉴 권리 보장은 물론 안전한 도로환경 구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남도는 ‘이동노동자 간이 쉼터’를 창원시와 거제시에 추가 개소한다고 25일 밝혔다. 창원 이동노동자 간이 쉼터는 오는 31일 진해구 석동 체육공원 안에 들어선다. 27㎡ 규모 컨테이너 부스형 쉼터다. 거제 쉼터는 11월 고현동에 문을 열 예정이다. 쉼터에는 냉·난방기, 와이파이, 냉온수기, 휴대전화 충전기, 의자, 탁자, 소파, 공기청정기, 음료, 도서 등이 비치된다.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운영해 사전에 지문인식 등록을 신청하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다. 배달·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이동이 잦은 업무를 수행하는 이동노동자는 업무 특성상 휴식 시간이 불규칙하고 전용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 쉼터는 이러한 이동노동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경남에는 현재 2개 거점 쉼터(창원·김해)와 5개 간이 쉼터(김해 2곳, 창원·진주·합천 각 1곳)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2곳이 추가 개소하면 경남 이동노동자 쉼터는 총 9곳으로 늘어난다. ‘거점 쉼터’에서는 휴식 외에도 법률, 금융, 세무, 건강 상담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노동자 자조 모임을 위한 회의실도 있다. ‘간이 쉼터’는 거점 쉼터보다 공간은 좁지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짧은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도는 올해 1월~9월 거점 쉼터는 3만 1320명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간이 쉼터는 3만 4825명이 찾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도는 도내 이동노동자 쉼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수요한 반영해 도는 내년 노동환경에 맞춰 짧게 휴식하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점 동행쉼터’를 곳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는 거제시가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과 협약해 편의점 쉼터 15곳을 운영 중인데, 도는 비슷한 형태의 쉼터 운영을 검토 중이다. 전국 다른 지자체도 이동노동자 쉼터 확산에 힘쓰고 있다. 부산시는 이달 동래 도시철도역 인근에 간이 쉼터를 조성했다. 앞서 시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플랫폼 종사자 일터 개선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간이쉼터 조성비로 국비 3400만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에 조성한 간이쉼터는 30㎡ 규모 컨테이너 건축물이다. 쉼터는 배달·대리운전 업무량이 많은 주말·공휴일에도 24시간 운영한다. 부산시는 2019년 플랫폼 노동자 서면 지원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2022년에 사상·해운대 센터 등을 추가로 개소한 바 있다. 플랫폼 노동자 지원센터 이용자는 지난해 5만 8904명이었고 올해는 8월 기준 5만명을 넘기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안산시도 이달 이동노동자 쉼터인 ‘휠링’ 3호점 문을 열었다. 휠링(Wheel~ling)은 휠(wheel)과 힐링(healing)을 합친 말이다. 이동노동자 상징인 바퀴(wheel)의 휴식(healing) 공간이란 의미다. 시는 단원구 선부동에 소재한 노동자지원센터 개소에 발맞춰 휠링 4호점 설치를 추진, 이동노동자 휴게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북 익산시도 지난달 서부권 이동노동자 쉼터를 개소했다. 쉼터는 주 이용자인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상점가가 밀집한 모현동에 조성했다. 쉼터는 30㎡ 규모로 오전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운영한다. 경남도 김만봉 사회경제노동과장은 “이동노동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노동환경은 대체로 열악한 수준”이라며 “택배·퀵서비스·대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노동자뿐만 아니라 현장·감정노동자를 위한 쉼터도 확대해 휴식권 보장과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 “의원님 민희진이랑 커넥션?” ‘하이브 문건 폭로’ 민형배 ‘악플 테러’

    “의원님 민희진이랑 커넥션?” ‘하이브 문건 폭로’ 민형배 ‘악플 테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품평하는 내용이 담긴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문건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테러’를 당하고 있다. “민희진과 같은 ‘여흥 민씨’” 황당 주장도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민 의원의 인스타그램에는 해당 문건을 공개한 민 의원을 비판하는 악성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들 네티즌은 하이브가 해당 문건에 대해 “커뮤니티에 있는 댓글을 모은 것으로 공식 판단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을 근거로 들며 “의원님, ‘내부 문건’이라는 말이 이해하기 어렵냐”, “커뮤니티 자료를 수집한 보고서에서 악의적인 내용만 골라서 국감에서 저격한 이유가 뭐냐”라고 따져물었다. 민 의원을 향해 “국감에서 호통 쇼 한번 하고 관심 끌어보려는 건 알겠는데 억지도 적당히 하시라”, “그 정도 나이 먹었으면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해 국감에서 질문하시라”며 국회의원의 정당한 권한인 국정감사에서의 질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민 의원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사내이사)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근거 없는 주장도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같은 ‘여흥 민씨’라서 민희진 편을 들어주는거냐”, “민희진과 무슨 깊은 관계가 있길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냐”고 따져물었다. “추잡스럽다”, “하이브에 정식으로 사과하시라”, “중국에 뒷돈 받아 하이브 죽이기를 하느냐” 등의 댓글도 달렸다. 민형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어 전문 공개 안 해”앞서 민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하이브가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공유하는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음악평론가 출신으로 현재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 컴퍼니가 발행하는 ‘위버스 매거진’의 강명석 편집장이 작성자로 돼 있다. 문건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루루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 아님”, “외모나 섹스어필에 관련돼 드러나는 경향이 두드러짐”, “좀 놀랍게도 아무도 예쁘지 않음”, “다른 멤버들은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 다른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에 대한 노골적인 외모 평가가 담겼다. 민 의원은 “저희가 보기에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싶은 내용들이 있어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자 아이돌 멤버들에게까지 이같은 외모 평가와 질 낮은 표현들을 하고 있다”면서 “아이돌에 대한 비인격적인 인식과 태도가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는 “팬과 업계가 K팝 전반에 대해 어떤 여론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문건 중 하나”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는 많은 글을 모으고 종합한 내용으로 하이브의 의견이나 공식적 판단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희진 “최소한 객관성이라도 유지해달라” 항의논란이 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은 앞서 민 전 대표가 “지나치게 편파적이다”라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 입장문을 통해 “매주 내부 회람되는 ‘업계 동향 리뷰’에는 편파적이고 편향된 내용이 지속돼 어도어는 ‘최소한 객관성이라도 유지하라’고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객관성이 결여된 공신력 없는 개인의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사 임원들에게 배포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이브는 해당 문건이 공개되자 국정감사 도중 입장문을 내고 ‘제보자 색출’을 시사해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이브는 국정감사가 끝나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내고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로,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국감이 진행중이고, 증인은 이 자리에 나와서 말할 기회가 있음에도 이렇게 대응해서는 안된다”면서 “국내 대표 엔터 기업인 하이브가 국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등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 국회가 만만하냐”고 호통을 쳤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는데, 회사 내부에서 자유로운 토론 같은 의견 개진이 막혀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푸틴 “쿠르스크 급습, 우크라의 美대선 개입”…언급 배경은? [월드뷰]

    푸틴 “쿠르스크 급습, 우크라의 美대선 개입”…언급 배경은? [월드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급습은 미국 대내정치 상황과 대선 과정에 개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행동은 비이성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 대한 도발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대내정치 상황은 물론 대선에 간섭하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현 미국 행정부와 유권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군인들의 목숨을 포함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가까스로 연장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 임기가 끝났으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발령해온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계속 연장하며 대통령직을 수행 중이다. 지난 5월 10일 발효된 새 계엄령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8월 11일까지 90일 더 연장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대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영토 탈환 등 이렇다 할 전과 없이 1000일 가까이 전쟁이 장기화하자 우크라이나 지속 지원 필요성에 관한 의문이 미국 내에 번졌다. 이런 의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 없는 지원을 약속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미국 대선 후보 간 경쟁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으로부터 ‘승리계획’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얻고자 동분서주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속 지원 여부 및 종전 해법을 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입장 차가 확인되자 미국 대선에도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9월 미국 방문 당시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와 함께 이 지역의 스크랜턴 육군 탄약공장을 방문하는 등 카멀라 부통령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샤피로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고, 펜실베이니아는 미 대선 핵심 경합주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대선을 석 달여 앞둔 지난 8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급습한 것도, 현 미국 행정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지속적 지원의 의미와 필요성을 강조해 미국 대선 결과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계책이었다고 푸틴 대통령은 해석한 것이다.
  • 매너가 인류를 만든다

    매너가 인류를 만든다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20세기까지매너의 변천사 일목요연하게 다뤄배려·예의범절 사라지는 요즘 세태지금도 통하는 지침·조언 숨어 있어 액션 첩보영화 ‘킹스맨’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는 대사는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14세기 영국 신학자이자 교육자인 위컴의 윌리엄이 한 말로, ‘예의범절’로 번역되는 매너를 지킬 때만 비로소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서양에는 오래전부터 매너가 정착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중세 이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왕이나 귀족들도 손으로 음식을 먹고 아무 데나 침을 뱉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매너는 언제부터 시작돼 확산했을까. 국내 대표 문화사학자인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매너’라는 주제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매너의 기원과 의미를 다룬 대표적인 책이라고 하면 독일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1935)이 있다. 엘리아스의 책은 중세 말부터 르네상스 시기를 주로 다뤘지만, 이 책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20세기까지 말까지 방대한 시기를 본다. 사실상 인류사 전체를 살펴보는 만큼 저자는 서구의 에티켓북, 처세서, 행동 지침서, 편지, 매뉴얼 등 예법서 100여권을 꼼꼼히 분석했다고 한다. 책 제목만 봐서는 고리타분하거나 황당한 옛날 예법 이야기만 다뤄 지루할 것 같지만 지금도 통하는 지침과 조언이 곳곳에 숨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8~19세기는 특정 상황에서의 에티켓들에 대한 지침이 등장했던 그야말로 ‘매너의 전파기’다. 1875년 출판업자인 새뮤얼 비튼(1831~1877)은 ‘에티켓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내놨는데 이 중 ‘쇼핑 에티켓’은 특히 재미있다. 비튼은 가게를 찾는 손님 중 ‘무례한 남성 손님’에 대해 언급했다. 남성 손님 중에는 바깥에서는 막대기로 맞을까 봐 두려워 절대 하지 못할 말들을 어린 직원에게 지껄이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단언컨대 배워 먹지 못한 자들”이며 “시시한 바보”라고 일갈했다. 밖에서는 한없이 교양 있고 점잖은 척하다가 식당이나 상점에 들어가서는 반말지거리를 하는 사람이 요즘도 흔하다는 점을 생각하고 비튼의 훈계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킥킥거릴 수밖에 없다. 설 교수는 “오늘날 에티켓 규칙들은 단순해졌지만, 원론적 규범들은 여전히 중요하고 수많은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 필요하다”며 “사회 엘리트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매너의 의미와 역할은 더 중요해진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예의 바름과 품격으로 사람을 구별 짓는 가치와 효용은 여전하다는 말이다. 매너도 유행이 있고 변한다지만 분명 많은 사람이 좋은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매너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개한테나 갖다줘 버린 사람들이 흔해 빠진 요즘은 앞뒤 꽉 막힌 것처럼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딸깍발이 선비가 오히려 그리워진다. 책을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저지른 비매너가 생각나 얼굴이 붉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 따로 가는 투톱, 갈라지는 한동훈號

    따로 가는 투톱, 갈라지는 한동훈號

    여당의 특별감찰관 추천 강행을 예고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당대표는 법적,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특별감찰관의 실질적인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특별감찰관 추천은)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될 원내 사안”이라고 제동을 건 추경호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투톱’이 정면충돌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하는 것”이라며 “당대표는 원내 업무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 정상화에도 앞장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어서 당대표를 뽑는 전국 규모 선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외부 일정으로 자리에 없었다. 전날 한 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지 않고 특별감찰관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추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문재인 정부 이후 8년째 공석이다. 전날 국민의힘 현역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엔 친한(친한동훈)계가 추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국민의힘 당헌 제57조(의원총회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 의원 10분의1 이상의 요구 또는 최고위의 요청이 있을 때 원내대표가 소집해야 한다)를 근거로 친한계 11명이 의원총회 소집 요구 글을 올린 것이다. 배현진 의원은 “추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 내 특별감찰관 도입을 원천 반대하나”라고 썼고, 박정훈 의원은 “의총을 열어 충분한 설명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를 다 마치고 의원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지만 한 대표는 조속한 개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대표 측은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는 기존의 의원총회 관례와 달리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한 공개 표결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대표의 ‘추경호 공개 저격’은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의 ‘오더’(지시)를 받는다는 친한계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한 대표는 취임 초에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를 둘러싸고 추 원내대표와 충돌한 바 있고, 최근 친한계는 ‘윤한 면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를 따로 대통령실에 부른 것을 두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친한계의 핵심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가 몇 번이나 한 대표의 말을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었다”며 “원내대표는 당대표 밑”이라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특별감찰관의 경우 추 원내대표와 미리 상의했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특별감찰관 임명과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는 우리 당론으로, 당론을 변경하기 전에 원내대표와 사전에 상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 교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그야말로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의원도 “내용이 아무리 옳더라도 계파적인 방식으로 풀어 나가는 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원내 사안은 당무가 아니고 국회 사안”이라며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 건 몰라도 관여하는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감찰관 추천을 둘러싼 투톱 갈등까지 폭발하면서 여당 내 ‘내전’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주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 김건희여사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예고한 다음달 14일까지 여권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변방서 중심 된 한국문학… ‘포스트 한강’ 다양성 폭발시킬 기회”[한강의 시간]

    “변방서 중심 된 한국문학… ‘포스트 한강’ 다양성 폭발시킬 기회”[한강의 시간]

    한강이 장르 다양성 길 열어줘역사적 사실 넘은 감각의 모방고통받은 이들 소설로 보듬어양질 번역 위한 지원 고민해야세계 속 한국문학 ‘시차’ 사라져깊은 주변부 의식 벗어난 계기개성 있는 작가들 살아남도록독자가 낯선 문학 관심 가져야젊은 연구자 정전화 탈피 노력다양하게 읽히지 않아 아쉬워韓문학 토대 위 한강만의 세계 작가·독자 이은 가교로 남을 것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의 기적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문학이 오랜 시간 축적한 정서와 감각 위에서 실현된 역사적 쾌거다. 세계문학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문학은 이제 세계 속에서 ‘시차 없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학사는 그간 다양한 방식과 관점에서 쓰였다. 그러나 2024년 10월 10일 이전과 이후는 상당히 다르게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남과 북을 가르는 한강처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한국문학의 전과 후로 구분될 것이다. 한강이 30년 전인 1994년 신춘문예 당선작 ‘붉은 닻’을 통해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딘 관문 역할을 했던 서울신문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와 향후 한국문학의 전망 및 과제를 짚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조연정 문학평론가가 패널로 참석했다. -한강의 문학세계를 요약한다면. 우찬제 교수 “여리고 취약한 존재들, 정처 없이 방황하며 상처받은 사람들, 고통 속에서 절명한 사람들을 위한 영혼의 비가를 시적인 문체로 ‘가만가만’ 보듬은 작가라 하겠다. 사실이나 진실을 넘어 고통의 심연에서 고통을 고통스럽게 탐구한 작가다. 숨 쉴 수 없는 존재들이 나름대로 숨 쉴 수 있도록 위로와 생명의 음표를 감각적 리듬에 실어 소통한 소설가다.” 이광호 대표 “한강의 중요한 주제는 ‘애도’다. 그러나 애도는 남성적이거나 리얼리즘적인 서사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서사가 필요했다. 그것은 여성적이면서도 시적인 목소리다. 이야기의 힘보다는 강렬하고 참혹한 이미지 그리고 신음 같은 목소리들이 문장을 이끌어 간다. 종래 소설에서는 전경화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한강은 ‘육체를 관통하는 시적인 글쓰기’를 수행한 작가다. 한국문학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2016년 영국 부커상에 이어 이번 노벨문학상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조연정 평론가 “물론 한강 작가 개인의 탁월함과 훌륭함도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한강의 부커상 수상 이후 다종다양한 한국문학 작품이 다양한 언어로 소개됐던 힘도 있었을 것이다. 가령 ‘채식주의자’는 한강이 부커상을 받기 9년 전인 2007년 출간됐던 작품이다. 당시 한국 문단에는 이미 김혜순, 최윤, 오정희, 은희경, 편혜영, 김애란, 황정은, 손보미, 조해진 등 수준급의 작품을 써내는 여성 작가들이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배출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축적된 한국문학의 성과들도 아울러 봐야 한다.” 이 대표 “소설집 ‘여수의 사랑’ 등 초기작에서는 개인의 상처 등 실존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나중에는 그것이 사회적인 트라우마와 여성적인 연대로 나가는 확장성을 보여 준다. 세계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보편적인 고통으로 나아간 것이다. 노벨문학상으로 상징되는 서구문학은 그간 백인 남성의 거대 서사가 주름잡았다. 그것과는 결이 다른 아시아 여성의 새로운 형식의 언어를 발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지형의 변화 가운데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도 한 계기가 될 수 있었겠다.” 우 교수 “한강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선배들의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철우, 현기영 등의 작가들이 이미 리얼리즘적 관점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을 재현했기 때문에 한강은 그 위에서 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감각할 수 있었다. 한강이 ‘사실의 미메시스(모방)’가 아니라 ‘감각의 미메시스’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강의 소설을 두고 역사적 사실 여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이미 있었던 사건 안에서 고통받은 이들의 영혼 안으로 소설이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봐야 한다.” -‘한강 특수’로 서점가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한국문학 사정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이 대표 “문학은 개성과 다양성의 전쟁터다. 한강도 한국문학 시장에서 대중적이고 주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채식주의자’가 번역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기회가 왔을까. 대중적이지 않고 독창적이며 누군가가 보기에는 특이하고 괴상한 문학을 하는 사람이 계속 나와야 한다. 하지만 한국문학 시장은 그런 다양성을 보장할 여력이 안 된다. ‘한강 특수’가 이런 다양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이어질지 저는 의문이다. 독자들이 지금보다 더 낯선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개성 넘치는 작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앞서 축소됐던 ‘문학나눔’ 사업의 정상화를 포함해 더욱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조 평론가 “한국문학이 다양하게 ‘쓰이고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작품들이 골고루 읽히지 않는 게 문제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다양한 작가의 책을 독서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한강으로만 쏠릴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 문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작품은 다양한데 독자들이 거기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접하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 우 교수 “문학 정책을 집행하면서 실용주의적 관점은 지양해야 한다. 책은 공산품이 아니다. 번역 예산을 얼마 들였고 그래서 번역서가 몇 권 나왔는지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양질의 번역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예산을 집행하면서 당장 돈을 들인 만큼 성과를 내는 데에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한국문학은 도대체 어떤 문학인지 맥을 잡아 줄 수 있는 비평적 담론도 활성화돼야 하고 그걸 펼칠 수 있는 여러 지면이 필요할 것 같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조 평론가 “최근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문학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쓰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전화된’ 문학사를 세부적이고 다양한 관점들로 쪼개서 ‘작은 문학사’를 서술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훗날 한강이 한국문학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예단할 순 없다. 2020년대에 갑자기 등장한 ‘예외적인’ 수상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문학의 두꺼운 토대 위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 그러면서도 동시대 많은 작가를 독자와 이어 준 가교로 기억될 것 같다.” 우 교수 “한강은 아직 50대 중반이다. 이른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기에 지금까지 쓴 것보다 앞으로 쓸 것이 더 많거나 작품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 있다. 한강이 어떤 작가로 기록될지 지금 말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서정과 서사를 아우르며 다양한 장르가 다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작가인 것 같다. 한강 이후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변두리에서 중심에 섰듯 장르나 스타일, 감각에서도 주변부에 있던 것들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수상을 에너지 삼아 한국문학에도 여러 활력이 생기고 혁신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대표 “그간 한국문학 제도권에 속한 정전들은 거의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다. 여기에 비판이 일어나고 여성들의 문학사를 조명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이게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문학사는 삼촌에게서 조카로 움직인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것은 한강에게도 해당한다. 제2의 한강이 나올 테지만 그것은 한강과 똑같은 작가가 아니라 조금은 어긋난, 다른 작가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문학은 약간의 ‘시차’가 있다고 느꼈다. 시대의 중심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감각이다. 번역과 언어의 장벽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강에 의해서 그 시차가 없어졌다. 우리 문학의 뿌리 깊은 주변부 의식을 극복할 계기가 만들어졌다. 변방이 아니라는 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것으로 아마 한국문학에 다양성이 꽃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강 이후의 우리 작가들은 세계문학의 중심에 있는 작가들과 동시대에서 읽고 쓸 수 있을 것이다.”
  • ‘센베이’같이 얄팍한 담론, 인류의 ‘원숭이화’ 날로 악화…복잡한 현실부터 마주 보라

    ‘센베이’같이 얄팍한 담론, 인류의 ‘원숭이화’ 날로 악화…복잡한 현실부터 마주 보라

    조삼모사 ‘원숭이화’ 현대사회 일침좌·우익 사이 ‘회색지대’ 는 사라져지식인마저 단순한 이야기로 어필훑어보기, 켜켜이 얽힌 현실 못 풀어아베 정권 8년간 일본 정치 무너져자각하고 인정하는 게 변화의 시작수행 끝 찾아올 ‘회복 탄력성’ 기대자본론 ‘지적 긴장감’ 곱씹어 보길현대사회를 ‘원숭이화’라는 키워드로 꾸짖은 우치다 다쓰루(74) 고베여대 명예교수에게 “원숭이화가 계속되고 있는가”라고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원숭이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사고, 과거·현재·미래에 걸친 복잡하고 연속적인 고찰이 불가능해지면서 센베이(일본의 전통 과자)처럼 얇아진 담론이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 분단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 정치의 질적 저하는 “쇠락한 국력” 탓이라고 했다. 따끔한 말만 쏟아 내는 그에게 ‘원숭이화를 멈출 방법’을 묻자 “그래도 한번은 인류의 ‘회복 탄력성’이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말에는 “수행(修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사상가, 무도가, 교육가인 우치다 명예교수를 지난달 26일 일본 고베 개풍관에서 만났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이란 뜻의 개풍관은 그가 은퇴 후 합기도 수련은 물론 인문학 강좌를 열기도 하는 일종의 배움 공동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사망한 뒤 일본 정치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원숭이화’가 심화하고 있는가. “악화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한국, 프랑스, 독일 전 세계가 닮아 있다. 긴 시간(time span) 복잡한 사고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과거에는 좌익 온건파와 우익 온건파들 사이에 소통이 가능한 회색지대가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단순하게 말하고, 원리주의적 사고만 하니 공감대가 없는 사람과는 대화를 전혀 할 수 없게 됐다. 21세기 와서 이렇게 정치 문화가 쇠퇴할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 -왜 이렇게 된 건가. “미디어가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써 온 탓도 있다. 복잡한 이야기보다는 간단한 이야기가 지적 부하(負荷)가 줄기 때문에 편하다. 서비스업인 미디어에서는 성립할 수 있다고 보지만 모두가 단순한 스토리 패턴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식인도 단순하게 이야기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복잡한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불안해진다. “현실은 굉장히 복잡한 여러 이유가 층층이 얽혀 있다. 그것을 풀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야기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훑어보기식으로 현상을 파악하면 순간에는 안심할 수 있겠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복잡한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어긋남이 생긴다. 이에 생각지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게 된다.” ‘74년을 살았지만 이렇게 악화한 건 처음’이라는 게 그의 현실 평가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진화하고 꾸준히 성숙해졌기 때문에 ‘최악’이라는 현재는 ‘단기적인 변화’일 것이라고 긍정적인 해석도 덧댔다. 그러면서 ‘회복 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한번은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암울한 문장이 따라왔다. “다만 현재 주류 언론에서는 그 회복력이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새 내각 출범에도 정치 개혁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기대가 높지 않은 듯하다. “지난 제2 아베 정권 8년간 철저하게 (일본 정치는) 망했다. 아베는 미국을 등에 업고 내각법제국, 검찰, 미디어를 모두 ‘예스맨’으로 채웠다. 야당의 요구에는 단 1㎜도 양보하지 않았다. 과반수로 선거에서만 이긴다는 사고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40%를 적으로 돌리고 자기들만을 위한 사적 정치를 해 온 셈이다. 그런 부끄러운 정치를 한 정치인은 과거에 없었다.” -왜 부끄러운 정치인데 바뀌지 않는가. “버블 붕괴 이후 대미 자립을 요구하는 패기와 야심이 사라졌다. 세상에 일본이 자랑할 수 있었던 건 돈밖에 없었던 거다. 그게 없어져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 도쿄 상공인 요코다 공역은 일본 영공인데도 항공관제를 미군이 장악하고 있고 민간 항공기는 허가 없이 날 수 없다. 이런 데 대해 특히 젊은이들이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후보 9명 가운데 6명의 최종 학력이 미국 대학이었다. 그들의 정책을 잘 들여다봐라. 모든 공약이 미국을 향해 있다.” -일본인은 거대한 힘을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는 특수한 국민 정서가 있다던데. “일본에 있어 미국은 자연현상과 같다. 지진이라든지 해일, 태풍 같은 느낌이다. 자연현상이라면 대항할 방법이 없다. 다들 그런 현상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어떻게 출세해 나갈지, 어떻게 돈을 벌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시스템이 덜컹거리고 있지만 처신을 잘하면 대충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두운 미래 전망을 풀어내던 우치다 명예교수는 “지금이 굉장히 곤란한 상태라는 걸 자각하고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좀더 긴 역사적 주기 속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는 일, 적어도 100년 정도의 주기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인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흘려보냈다. “그 3년 동안 소통이 멈췄다. 대면 소통은 이야기가 중층적인 메시지가 되지만 온라인에서는 오직 한 형태의 메시지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공통 배경이나, 관심사가 있는 사람끼리는 말이 통하지만 조금만 떨어져 버리면 말이 굉장히 얄팍해진다. 바로 대립하거나, 원프레이즈로 말을 끊어 버린다던가.” -그런 식으로 일종의 회색지대가 없어진 건가. “말이라는 건 중층적이어서 여러 층으로 해석이 바뀌기도 한다. 밀도 있는 밀푀유(페이스트리를 켜켜이 쌓아 올린 프랑스 디저트) 같은 말을 하려면 역시 기술이 필요하다. 센베이 같은 말을 쓰는 대화는 굉장히 가난하고, 난폭하고, 공격적으로 되기도 한다. 최근 3년간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는 것을 보았지만 모두 말의 사용법에 숙달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서투르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도 줄고 있다.” -인류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수행이 필요하다. 스스로 기술을 찾고자 하는 자기 노력. 말을 잘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쓸 수 있다면 분명히 나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절실히 생각하는 것.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기술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그런데 어른이란 사람들이 모두 잡스러운 언어를 쓰니까…. TV에 나와서 말하는 사람들을 봐도 언어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훌륭해서 저렇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없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젊은이들. 그 안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오는 일을 응원하고 있다. 일본에선 40~50대가 제일 싸우지 않는 세대인데, 20~30대 사이에서 ‘위 세대에 붙어서 가면 우리 때는 더 가난해지고 더 비민주적인 나라가 되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여러 가지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대표적으로 사이토 고헤이(37) 도쿄대 교수와 시라이 사토시(47) 교토세이카대 교수를 꼽았다. 사이토 교수는 33세 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출간해 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라이 교수는 일본 전후 담론을 이야기한 ‘영속패전론’, ‘카를 마르크스’ 등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학자다. -다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인가. “소련도 중국도 실패했지만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항적 언설로서 자본주의의 결점을 매우 선명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이론 체계다. 21세기가 돼도 아직 읽을 만한 책이라고 느낀다. 과거에는 자본주의도 자신들이 바르다는 걸 제대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지적 긴장감’이란 게 있었다. 그 사이에서 다시 한번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성숙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통은 줄고 정부의 억압과 통제는 늘어나는 디스토피아 미래를 말하는 듯했던 우치다 명예교수는 인터뷰 끝자락에선 희망을 건져 올렸다. “희망은 있다. 저는 늘 낙관적이다. 다만 절망적인 현상 인식을 근거로 해 거기에서부터 희망을 쌓아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계속 복잡한 현상과 마주해야 한다. 훨씬 더 비관적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낙관도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 75세니 후기 고령자가 된다. 슬슬 은거…. 원래부터 집 밖엔 잘 안 나가니까 은거는 아닌가(웃음). 아, 올겨울에 1930년대 일본 군부가 폭주하기 전 사상가들에 대한 연구집을 내는데 이 중에 조선의 동학운동에 참가한 사람이 있다. 제국주의에 대항하자는 내셔널리스트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나. 나중에 이게 끔찍한 이야기로 변하긴 하지만….”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