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사물이 망친 두 소년/육철수 사회부 기자(현장)
◎“장난삼아 인질강도”… 방송사에도 경종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소년원에 가야 합니까』
13일상오 서울 서초경찰서 피의자 대기실 한쪽 구석에는 어른들 틈에 앳된 두 소년이 쪼그리고 앉아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들은 전날 중학생 진형준군(14) 호준(13)형제를 인질로 잡고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다 붙잡혀 온 고모군(15)과 이모군(15).
『1천만원을 가지고 오라고한 것은 그저 돈을 많이 가져오라는 뜻이었습니다. 기껏해야 1만원정도 갖고올 줄 알았습니다』
아직도 자기들이 저지른 범행이 얼마만큼 엄청난 일이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돈이 생기면 맛있는 것도 사먹고 좋은 옷을 사입으려 했다』면서 고개를 떨구는 두 소년의 초롱초롱한 눈매는 도저히 허황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총명해 보였다.
『주머니에서 종이 한장이라도 나오면 칼로 찔러 죽이겠다』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 『경찰에 신고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
순진하게만 보이는 이들의 입에서 흉악범들이 사용하는 이같은 험악한 말들이쏟아졌으리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에 배정받아 방학을 이용해 함께 학원에 다니던 중이었다.
이들은 마침 용돈이 떨어지자 TV수사드라마를 장난삼아 흉내내 보기로 한것이 그만 검은수렁에 빠지게 한 것이다.
『선생님 살려주세요. 세상에 아들 하나 있는 데 어쩌다 이런짓을 저질렀는지…』
소식을 듣고 뒤늦게 경찰서로 달려온 고군의 어머니 윤모씨(50)는 담당형사의 소매를 붙잡고 눈물만 흘렸다.
윤씨는 『아들이 하루종일 집에만 있기 일쑤였고 무척 내성적이어서 이런 일을 저지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넋을 잃었다.
고군과 이군의 학교 성적은 반에서 30∼40 등 정도.
이들은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듯 연신 『엄마 아빠 미안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중고교생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부쩍 늘어나면서 부모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부모들의 과잉보호나 무관심은 물론 퇴폐유흥업소의 발흥과 TV수사물,비디오 영화,불량만화 등이 감수성 강한 사춘기청소년들의 범죄심리를부추기고 있다.
『내 아들에게는 절대 그런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보호실 쇠창살을 붙잡고 흐느끼는 고군어머니의 절규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