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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브르 곤충기1/장 앙리 파브르 지음

    ‘파브르 곤충기’는 흔히 ‘곤충학의 성경’,‘문학적 고전’이란 찬사가 붙는 책이다. 수많은 곤충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생생한 관찰 기록에 더해 개인적 의견과 사색을 담은 추억의 에세이가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곤충기 첫 권이 출판된 것은 장 앙리 파브르가 56세 때인 1879년. 이후 그는 30년 동안의 산고 끝에 필생의 역작을 완결 짓는다. 책의 명성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곤충학자’ 하면 누구나 파브르를 연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내용이 너무 방대해선지 대부분 특정 부분만 발췌한 번역본이나 요약본, 그림책, 만화책의 형태로 출판됐을 뿐, 제대로 된 완역본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 이런 실정에서 도서출판 현암사가 파브르 완역출판에 나선 것은 파브르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는 희소식이다.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진일 성신여대 교수가 번역작업을 맡은 것도 믿음직하다. 이번에 나온 첫 권 ‘파브르 곤충기 1’은 소똥구리 경단 만들기에 관한 연구와 여러 종의 사냥벌에 대한 습성과 본능을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땅 위의 똥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청소부 딱정벌레, 소똥 밑에 굴을 파고 들어갈 뿐 경단을 굴리는 일은 없는 뿔소똥구리, 비단벌레 사냥꾼인 노래기벌, 뀌뚜라미 사냥꾼 노랑조롱박벌, 파리 사냥꾼 코벌 등등. 마치 곤충의 세계에 들어가 체험하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단순한 관찰을 넘어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애환을 풀어냄으로써 흥미로움을 불어넣고 있다. 소똥구리 실험때 옆집에서 똥을 얻으려다 오해받은 이야기, 코벌을 관찰하다 의심이 강한 경찰에게 추궁당하던 사연, 외진 산길에서 하루종일 홍배조롱박벌을 관찰하다 아낙네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던 모습 등은 연구자로서의 부단한 노력과 끈기에 대한 감동과 함께 즐거운 웃음을 자아낸다. 생태 사진작가 이원규의 생생한 동식물 사진과 만화가 정수일의 일러스트를 재미있는 글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배치, 비주얼함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 한결 편안하게 읽혀질 듯하다.1만 9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6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현재 농업의 대규모, 기계화로 인해 농작물의 대량 생산은 편리해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다양한 품종을 생산하기는 어려워지고, 식량을 재배하는 땅은 점차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땅을 비옥하게 하고 질 높은 품종의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싱 일요일(KBS2 오전 8시) 귀농을 생각하며 보냈던 도시생활 IMF 한파로 망설임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 류정화 노현주 부부는 맨몸으로 다시 시작하여 귀농 8년,5000평 벼농사와 토종닭 농장을 일구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농촌체험농장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농촌에서의 삶을 즐기는 류정화씨 가족을 만나본다.   ●죽마고우(EBS 오전 7시20분) 색과 길이가 다른 색연필들이 책상의 한 모퉁이 연필꽂이에 모여 있다. 저마다 다른 색을 내듯이 표현해 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유쾌하지만 때로는 슬프고, 또 때로는 아픔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그림을 표현한다. 자신의 열정을 그대로 만화 속으로 넣어버리는 여자. 장애인 만화가 홍미경씨를 만나본다.   ●신화창조(KBS1 오후 11시) 공해도시 울산의 상징이던 태화강은 여름이면 악취가 진동해 시민들에게 외면 받는 강이었다. 그러나, 울산시와 시민, 기업체들이 힘을 모아 울산 태화강 부활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5년, 지금 울산은 산업수도에서 친환경 도시로,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흠순은 누이 보희와 연개소문이 함께 도망가자고 나누는 얘기를 엿듣는다. 흠순은 연개소문을 채찍질하며 떠나라고 말하고, 떠나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 될 거라고 경고한다. 천관녀를 찾아간 김유신은 마지막 만남이라고 얘기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한편 태자는 양광이 보낸 술로 방탕한 밤을 보내고 있는데….   ●누나(MBC 오후 7시50분) 회사의 파산 위기를 간부에게서 들은 승주는 작은아버지, 회사 간부와 함께 평소 아버지와 가까웠다는 은행의 지점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지점장은 회의 중이라며 승주를 만나주지도 않는다. 집에 돌아온 세 사람은 서류를 뒤지고 온갖 종류의 파일들을 찾아보지만 돈과 관련된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 美 최악 광고주는 자동차 업계

    美 최악 광고주는 자동차 업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가정 분위기를 해치는 최악의 광고주는 자동차 회사들이다.” TV 광고를 전문적으로 모니터하는 학부모 모임인 ‘부모TV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최고의 광고주’ 10개 기업과 ‘최악의 광고주’ 10개 기업을 각각 선정해 발표했다. 최고의 광고주에는 코카콜라와 캠벨, 월트디즈니, 포드, 싱귤라, 알트리아, 드림웍스, 셰링플라우, 다든레스토랑, 시어스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이 가족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반면 최악의 광고주에는 GM과 함께 도요타,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 타겟,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닛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애플컴퓨터, 서킷시티 등이 지목됐다. 최악의 광고 중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포드만이 최고의 광고주에 포함된 사실이 이채롭다. 선정 기준은 광고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어떤 TV 프로그램에 광고를 냈느냐 하는 것이다. 부모TV위원회는 일단 미국에서 방송되는 TV 프로그램들을 신호등의 색깔처럼 푸른 프로그램, 노란 프로그램, 빨간 프로그램으로 분류했다. 푸른 프로그램은 가정 친화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나 데이비스가 최초의 여성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과 스타를 뽑는 ‘아메리칸 아이돌’ 등이 푸른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포드의 경우 아메리칸 아이돌에 광고를 줘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최악의 광고주 대신 최고의 광고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란 프로그램은 성인 지향의 주제를 갖고 자녀들이 들으면 바람직한 언어를 사용하는 드라마나 쇼 등이다.“넌 해고됐어!(You´re Fired!)”란 말을 유행시킨 도널드 트럼프의 ‘수습사원(Apprentice)’과 만화 ‘심슨 가족’ 등이 포함된다. 빨간 프로그램은 불필요한 섹스 장면이나 외설적인 대화, 폭력이 난무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범죄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쇼인 ‘미국의 현상범’, 의료 드라마인 ‘ER’, 그리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섹스 앤 더 시티’와 ‘프렌즈’도 이 범주에 포함됐다. 부모TV위원회의 브렌트 보젤 회장은 “광고주들이 빨간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지 않으면 방송사들이 좀더 가정친화적인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일부 광고주들은 오히려 광고를 내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더욱 자극적인 작품을 만들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크라이슬러의 제이슨 바인스 홍보담당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생산하는 자동차의 브랜드 성격에 따라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8시20분) 동남아에서 한국산 담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 담배가 유통되고 있다. 라오스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국산 가짜 담배는 한국내의 절반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 담배는 한국산 담배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유해물질이 들어있어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 치명적이다.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11시55분) 마케팅 혁명가 세스 고딘의 화제작 ‘보랏빛 소가 온다’를 소개한다. 보랏빛 소(Purple Cow)로 상징되는 ‘리마커블’(Remarkable) 이란 새로운 마케팅 개념.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 한다. ●김미화의 U(SBS 오후 1시) 화장 안한 맨얼굴을 가리키는 일명 ‘쌩얼(生+얼굴)’열풍이 얼짱, 몸짱, 동안 신드롬을 훌쩍 넘었다. 방송사상 최초로 ‘쌩얼’미인들이 총출동했다. 피부미인 5인방이 밝히는 초특급 비밀을 공개한다. 또 ‘쌩얼’메이크업의 절대강자 김청경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통해 연예인들의 일명 ‘쌩얼’메이크업을 배워본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다른 여가수와의 기습키스로 렉스의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고, 최사장은 렉스에게 당장 희수와 갈라서라고 한다. 렉스는 희수에게 영화보러 가자고 하고, 희수는 대형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이 들어간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감동한다. 렉스는 희수에게 기자회견에서 진심을 말하라고 한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남자친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던 김지호가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선생님을 만난다. 김지호의 어린 시절 일화들이 공개된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았던 이지훈. 지훈이 윤상의 ‘이별의 그늘’을 부르면 그 자체가 한편의 뮤직비디오였다는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털어놓는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신형은 국화에게 모진 말이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윤후를 보고 기가 막힌다. 국화는 라면박스를 들고 찾아온 윤후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못을 박고, 윤후는 섭섭한 마음에 울컥해서 진심을 털어놓고 만다. 한편, 홍영감은 일도에게 경찰에 알리지 않을 테니 혜숙에게서 떠나라고 한다.
  • [이현세 만화경] 영화와 드라마의 한류를 보며

    [이현세 만화경] 영화와 드라마의 한류를 보며

    프로는 돈이고 아마추어는 공짜다. 프로가 그리는 만화는 돈을 지불하고 봐야 한다. -물론 요즘 온라인에서는 무료로 제공도 하고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마추어가 그리는 만화는 대다수 공짜다. 그래서 프로작가의 만화가 형편없으면 독자는 분노한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만화가 재미없으면 그냥 웃고 만다. 작가가 유료를 목적으로 출판을 결심하는 그 순간, 작가에게는 독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나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서비스 책임이 주어진다. 이걸 무시하는 창작은 엉터리다. 너는 재미없지만 나는 재미있다고 강요해서 보게 하는 만화는 얼마나 끔찍한가. 세상 살기 싫은 기분일 때도 예약이 된 프로가수는 일정에 따라 무대에 올라야 한다. 온 세상을 저주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무대에 오른 이상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 부모상을 당하고도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겨야 했던 코미디언 배삼룡 선생의 유랑극단 시절의 비화는 그래서 너무나 유명하다. 프로는 약속과 책임이고 그것은 서비스 정신과 함께한다. 나는 20년 이상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를 해왔다. 그 긴 시간동안 할머니와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6년 동안 ‘천국의 신화’를 가지고 법정투쟁도 했으며 만화를 그리는 행위가 죽기보다 싫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 사정이 힘들다고 해서 독자들이 그 사정을 헤아려서 조금 재미없어도 또는 좀 성의 없이 그렸어도 용서해 준 적이 없었다. 재미있으면 열광하고 재미없으면 덮을 뿐, 작가를 봐서 그 만화를 애써 봐 주지는 않았다. 위기의 한국영화가 역동적으로 살아나고 드라마의 한류 열풍이 거세다. 한국의 문화상품을 대표해서 공격적으로 제작이 되고 있고 다른 문화상품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사례를 너도 나도 연구 중이다. 확실히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는 대단해졌다. 영원히 만화의 영역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SF나 팬터지, 무협, 스포츠 소재 분야까지 점령해버렸다. 그런데 이 승리자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영 미덥지가 않다. 그것은 아직도 프로정신이 곳곳에서 실종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영화가 된 대작 전쟁영화에서 국방군 철모를 쓴 주인공의 긴머리는 지저분하게 목덜미에 매달려 있고 인민군은 철모는 모두 어디에 두고 왔는지 폭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를 작업모 하나 달랑 쓰고 미친개들처럼 뛰어다닌다. 피아간에 구별 없이 조연들의 머리는 마치 출연자 마음대로 결정한 듯이 장발투성이다. 다른 많은 조폭영화나 비슷한 유형의 영화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경이든 순경이든 가리지 않고 경찰모 뒤에 지저분하게 매달린 긴 머리가 눈을 찌푸리게 하고 심지어 장발단속으로 서슬이 시퍼렇던 유신시절의 경찰서장도 장발위에 경찰모를 쓰고 인질범과 대치해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경찰서장이라서 현장 분위기를 함께 공유할 수 없다. 요즘 모공중파에서 방영하고 있는 광복전후의 우리 근대사를 다루고 있는 대형 드라마도 이런 꼴불견은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공무원들이나 군인, 그리고 경찰들의 복장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엉터리다. 물론 상황은 짐작이 간다. 주연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여기저기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하니 고구려에서 참여정부까지 뛰어다니려면 머리를 깎기 힘들고 연출자는 그 배우의 머리를 입맛에 맞게 깎자면 몇배의 출연료를 줘야 하니 난감할 것이다. 그동안 제작자들은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한국현실을 감안해서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그런 사소한 옥에 티는 제쳐두고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를 봐달라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이 영화나 드라마가 된 지금 더이상 제작비 타령은 설득력이 없어진 듯하다. 시장은 커지고 제작비는 하염없이 치솟고 있다. 천문학적인 홍보마케팅비와 스타배우들과 스타감독들의 개런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품과 조연 배우들의 리얼리티에 대한 투자이다. 이제는 관객의 눈에도 조연들이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도 돈을 벌기 위해 그 분야 최고의 프로들이 제작하는 것이라면 약속과 책임, 그리고 서비스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머리를 깎기 싫으면 출연을 말든지 머리를 깎지 않으면 출연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 모처럼 찾은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억지춘향의 몰골은 관객을 우롱하는 것이고 쉽게 보는 드라마라고 해서 행여 이 정도야라고 한다면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정말이지 장발단속을 하는 근엄한 경찰관의 장발을 보면 코미디보다 더한 코미디가 되고 그 코미디는 실소를 넘어 참담해지기까지 한다.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하)링커를 키우자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하)링커를 키우자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은 요즘 TV를 보면 착잡해진다.SBS ‘연개소문’과 MBC ‘주몽’ 때문이다.‘정통 역사드라마’라기에 ‘연개소문’ 자문에 응했는데, 사실과 다른 설정이 나와서다.‘주몽’은 정반대의 경우다. 정통드라마가 아닌 ‘팬터지’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런저런 비판이 일자 슬그머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겠다고 제작진이 밝혀서다. 드라마를 생산·소비하는 양쪽 모두 원하는 것이 ‘재밌게 볼 드라마’인지,‘쉽게 풀어쓴 역사 다큐’인지 불명확하다.‘재미’와 ‘사실’은 끝내 엇갈린 방향으로 뛸 수밖에 없는 두마리 토끼인가. ●‘링커(linker)’를 키워야 이 두 토끼를 잡으려면 ‘전문 지식’과 ‘대중 취향’을 연결(link)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제작·기획 파트에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역사평론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 소장은 “학자들은 대중이 역사에 무관심하다고 푸념하지만, 사실은 학자가 대중에게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문교양서적 가운데 역사 관련 서적이 항상 상위권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학설뿐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이들에 대한 낮은 평가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현 고려대 교수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준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어느 정도 대학교육이 떠맡아야 한다. 서영수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학 교육을 ‘교수와 학생들간 묵계에 의한 사기’라고 규정했다.“가르치는 교수나 배우는 학생 모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모든 대학, 모든 학과의 커리큘럼이 천편일률적으로 전문연구자 육성에 초점을 맞춰서다. 전문연구자는 몇몇 대학에서 키우고 나머지는 역사적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도 제자들에게 연구도 좋지만 소설이나 시나리오에도 도전하라고 북돋는다. ●‘지적재산권’ 개념을 넓혀야 이들 링커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밥벌이’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적재산권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역사를 다뤄도 소설가에게는 판권이 있는데, 연구자나 기획자에게는 왜 없냐는 것. 미술사학자로 콘텐츠업체 다할미디어를 운영하는 김영애 대표도 공감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이공계와 달리 인문학자의 지적재산권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작권료든 자문료든 원고료든, 대가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학자들이 더 많은 내용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일본은 대학마다 아카이브 사업을 벌이는데 교수들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만 해도 몇십년은 먹고 살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규모”라면서 “이것 역시 일본이 지적재산권 개념에 엄격하니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생활사박물관’이 모범사례일 수 있다.‘한국생활사박물관’은 학자·편집자·디자이너 등 연인원 400여명이 달라붙어 선사시대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생활사를 ‘박물관’ 형식으로 정리해 호평받았다. 이 책의 저작권은 출판사와 편찬위원회에게 있고, 편찬위 저작권은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편찬위원회 강응천 주간이 대표로 행사토록 되어 있다. 편집기획에 의한 책일 경우 필자뿐 아니라 편집자의 권리도 인정하는 외국 사례에서 따온 것이다. 강 주간은 “비유하자면 영화의 판권이 감독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에게 인정되는 방식”이라면서 “그런 신뢰관계가 있어야 전문연구자와 콘텐츠분야의 사람들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수준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애니 ‘아마게돈’ 실패 왜? “‘작가’라는 생각에 ‘표현의 자유’ 같은 얘기만 했지 산업적인 면을 보지 못했어요.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한국 만화계의 ‘절대지존’으로 불리는 이현세(50)씨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 전문교육과정 대표교수로 임명됐다. 강단(세종대)이 낯설지는 않지만, 무슨 생각으로 책임교수 자리까지 덜컥 수락했을까. 서울 포이동 화실에서 만난 그는 “10년 전부터 가슴에 품었던 걸 이제야 풀어 놓게 됐다.”고 말했다.10년 전이란 다름 아닌 ‘아마게돈’ 이야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를 원작으로 그 당시로는 거액인 40억원을 쏟아부은 애니였는데 작품성도, 대중성도 인정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까치’의 머리털을 보세요. 그걸 애니나 캐릭터상품으로 살릴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머릿결을 못 살리면 당장 ‘에이∼ 뭐야∼.’하는 반응이 나와요. 워낙 강한 이미지라서 이제 바꾸지도 못해요. 까치를 그릴 때 책으로 낼 생각만 한 거죠.” ‘뿌까’,‘마시마로’와도 비교했다.“거꾸로 뿌까는 굵은 선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그렸죠. 이건 명함 같은데 축소해 놔도 ‘미학적인 맛’이 떨어지질 않아요. 이게 상품가치가 있는 캐릭터예요.‘마시마로’는 원래 캐릭터를 노린 게 아니라지만 간략한 선을 통한 이미지 제시라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죠.”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은 상업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창작에는 스토리 중심과 인물 중심 두가지가 있어요. 스토리 중심은 작품성은 높아도 상업화하기는 어렵죠. 반면 인물 중심은,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쉬워요. 강한 캐릭터는 자기들끼리 밥만 먹여놔도 스토리가 나오거든요. 거기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다른데 써먹기도 좋은 거죠.” 그도 ‘천국의 신화’ 때 처음 적용해 봤다. 이전에는 직접경험이나 간접경험(취재)으로 그렸지만,‘천국의 신화’에서는 자료로 연대기만 구성한 뒤 ‘역행과 순행’의 원칙 아래 캐릭터군을 설정하고 이 위에다 스토리를 덧씌웠다. 전문교육과정에도 이 경험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애써 만든 작품을 한번 쓰고 만다면 정말 아깝지요. 그래서 아예 기획단계에서부터 게임·애니·음악 등 다른 분야에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목표는 영화아카데미다.“일종의 성공모델이 필요하다는 거죠.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니까 우수한 인력이 감독이나 PD로 몰려듭니다. 게임도 그런 기미가 보이죠. 다른 분야에는 없어요. 그걸 한번 해보고 싶은 겁니다.” ■ 인문학 미드필더 될려면…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 전문교육과정은 내년부터는 1년 과정이지만 올해는 9월부터 6개월 과정이다. 주·야간 합쳐 모두 50∼60명 정도를 뽑는다. 다음달 1일 서류전형과 8∼9일 심층면접을 거쳐 18일부터 개강한다. 전공은 기획전공과 창작전공이 있다. 기획전공은 아이템 선정과 펀딩, 제작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룬다. 창작전공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상품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방법을 배운다. 전문교육과정은 이 과정에서 ‘스킨십’을 매우 강조한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하겠다는 것. 그래서 관련 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거나, 극본이나 시나리오를 쓴 실적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 또 교수도 이론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보다 곽경택 감독처럼 풍부한 현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다. 그래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교육내용도 이에 맞췄다. 아예 몇몇 업체들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와 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 나가는 과제해결형 수업이다.“성공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이현세 대표교수의 바람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생활 속 신화로의 여행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가 한동안 크게 유행하면서 총기있는 초등학생들은 신화 속 신들의 계보를 구구단처럼 줄줄이 꿴다.‘우리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이경덕 지음, 사계절 펴냄)는 기왕 눈뜬 신화세계를 더 깊이,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자고 권유하는 신화해설서이다. 영화, 명화, 일상 등에 알게 모르게 숨겨진 신화의 모티프들을 찾아내 설명해주는 책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졌다. 초등학생이라면 책읽기 수준이 꽤 높은 고학년은 돼야 이해하기가 쉽겠다. 책은 모두 5개 장에 걸쳐 신화세계를 펼쳐보인다. 이미지세대 독자들을 의식해 첫장을 ‘영화로 만나는 신화’로 꾸몄다. 영화를 좋아하는 중학생쯤 되면 누구나 한두 편은 접했을 화제작 9편을 이야깃감으로 삼았다.‘글래디에이터’‘반지의 제왕’‘매트릭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그들.“영화가 신화를 많이 차용하는 까닭은 그 속에 이야기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지은이는 예컨대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가 신화의 문법에 맞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귀띔한다. 신화 속 영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것.주인공 막시무스가 가족을 잃고 버려진 뒤 검투사가 되어 점차 실력을 쌓아 인기를 얻고, 종국엔 죽음을 맞는 비극적 결말 등 그 모두가 ‘신화의 일반공식’이란 촘촘한 해설이 흥미롭다. 영웅신화의 또 다른 특징이 아버지의 부재(不在)라는 점을 들며 영화 ‘스타워스’를 예시했다가 맥락이 닿는 명작동화들을 연결시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자투리 상식 팁(tip)까지 덧붙여, 착실한 독자라면 이참에 ‘신화 박사’로 불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은 왜 신화를 화폭에 담았을까. 따지고 보면 새삼 궁금한 사실들이 2장(그림으로 만나는 신화)에서 조목조목 해설된다.벨레로폰이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키마이라와 싸우는 루벤스의 그림 ‘벨레로폰’,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 등 신화나 역사를 차용한 동서양의 유명그림들이 천연색으로 책갈피 곳곳에서 시각효과를 높인다. 이밖에 ‘절에서 만나는 신화’‘길에서 만나는 신화’‘일상에서 만나는 신화’편이 있다. 철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신화따라 우주여행’ 등을 내놨다.1만 2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길섶에서] 수업료/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중학교 들어갔을 때 1분기 수업료가 3000원 남짓이었던가 조금 더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또렷이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1학년 첫 중간시험 때였다. 몇몇 선생님이 시험 시간에 들어와 호명하는 사람은 복도로 나가라고 했다. 꽤 많이 불려나간 뒤 복도쪽에서 들려오는 말.“2분기 수업료를 내고 나서 시험을 봐라. 지금 집에 갔다 오너라.”라는 것이다. 방과후 친구들에게 물어봤다.“너 집에 갔었니.”라고.“갔는데 못 받아왔어. 내일 학교 안 올 거야.”,“공터에 가서 놀았어. 갑자기 집에 간다고 없는 돈이 생기냐.”,“만화가게 갔었어.”라는 대답들이었다. 며칠전 뉴스에 교육부가 수업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학생을 출석정지하는 규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비교육적이기 때문이란다. 그때 복도로 불려나갔던 친구들은 이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접했겠지. 그리고 묻고 싶었을 게다.“아직도 그런 규정이 있나요. 수업권 중요한 걸 어찌 이리 늦게 알았습니까.”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게임으로 ‘반지의 제왕’ 동양버전을 선보이겠습니다. 그리고 ‘리니지’처럼 서구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우리 게임도 바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큰소리 뻥뻥치는 게임 개발자는 바로 국내 최고의 만화스토리작가 야설록(47). 게임업체 예당온라인과 손잡고 ‘패(覇) 온라인’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아마게돈’·‘남벌’ 등 히트작이 줄이었다지만, 이런 큰소리가 생소한 게임분야에서도 통할까.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산해경(山海經)’이다. 고대부터 중국에 전해내려오는 지리부도인 이 책은 지리정보에다 그 지역 특산물과 진귀한 동·식물들을 기록해 뒀다. 어디에 갔더니 아홉개의 머리에 사람 얼굴에다 새의 몸을 한 신이 있고, 또 다른 곳에 갔더니 까치같은 물고기가 있는데 열 개의 날개가 있고 비늘은 모두 날개 끝에 달린 데다 잡아먹으면 황달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이다. 어찌보면 황당무계한 얘기지만 야설록에겐 상상력의 창고다.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신화를 담고 있어요. 인간화된 신을 다룬 그리스·로마신화와 달리 북유럽신화는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트롤·오크·요정 같은 캐릭터는 톨킨이 북유럽신화에서 따온 겁니다.‘리니지’ 캐릭터 역시 그렇고요.‘산해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황당하지만, 수천년 내려온 동양의 상상력이 담긴 거죠.” 그의 사무실에는 큰 지도가 하나 있다.‘어디에서 무슨 방향으로 몇리를 가면 뭐가 있다.’는 산해경 기록을 그대로 옮겨다가 지도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주요 동물은 데생해서 붙여뒀다. 게임의 스토리보드인 셈이다. 여기에다 중원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 치우천왕과 황제헌원의 얘기를 덧씌웠다. 이런 구상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10여년 동안 각종 문헌들을 들쑤시며 공부한 결과다. 대학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중국 유학생에게 연구비를 주고 논문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야설록은 이런 내용을 왜 ‘만화’나 ‘무협지’가 아닌 ‘게임’으로 풀어내려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독자를 늘리고 싶었어요. 책으로 내면 히트해봤자 몇만권이 전부지요. 게임은 다릅니다.‘오디션’이라는 게임은 중국사용자만 7000만명입니다.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거지요.”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로 잘 알려진 류철균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까지 결성한 이유도 여기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 최강국이라는 우리가, 정작 이런 분야에서는 왜 늦었을까. 서점에는 거꾸로 온라인 게임을 소설로 풀어놓은 책들이 수북하다. 야설록은 그 원인으로 지나친 엄숙주의를 꼽았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엄격하게 나누고, 또 순수문학하려면 문예창작과 나와서 등단해야 하는 곳은 한국뿐입니다. 이 틀을 반드시 깨야 합니다. 경건한 작가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어야지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인문학이 문화콘텐츠 만났을때

    인문학과 콘텐츠의 만남은 새삼스럽지 않다. 인문학은 고색창연한 것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된다. 사례들은 넘친다.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일본의 ‘건담’은 사무라이를 원형으로 삼았다.‘드래곤 볼’은 서유기에다 일본 전래설화 ‘팔용신’ 이야기를 합쳤다.‘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정령 등 온갖 일본 전통문화가 다 반영됐다.SF소설에서 만화·애니·게임으로 퍼져 나간 ‘은하영웅전설’이 삼국지를 모티프로, 유비에서 따온 ‘얀 웬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각종 ‘∼맨’ 시리즈가 한계에 부딪히자 ‘뮬란’에서 보듯 한동안 동양 캐릭터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서사원형’도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신화와 민담의 스토리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눈 찌르다.’는 얘기는 서양의 ‘오이디푸스’ 얘기에도 있지만 한국 영화 ‘서편제’와 ‘왕의 남자’에서도 반복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문학의 ‘부활’

    인문학의 ‘부활’

    얼마 전까지 어린이들의 시선을 브라운관 앞에 묶어뒀던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 애니메이션 자체는 물론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150여종에 이르는 캐릭터들이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차별성’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본 특유의 정령문화에다 불·물·숲 등 음양오행설에서 차용한 개념까지 가세해 캐릭터들을 도드라지게 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새삼 ‘문화강국’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번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한류 붐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해 줄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의 사례처럼 ‘기획력’뿐 아니라 정령문화와 음양오행설 같은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싹은 이미 있다. 광대문화에 대한 연구가 영화 ‘왕의 남자’를 낳았고, 재야사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주몽’이나 ‘연개소문’ 같은 드라마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같은 인문학이 문화콘텐츠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재규 명지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아예 사회교육원에다 ‘민족사문화콘텐츠’ 전공을 신설했다. 한 교수는 “그림 실력은 우수한데 스토리를 찾지 못해 일본만화를 흉내내는 후배들이 많아 개설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인문학자들 역시 콘텐츠와의 결합이 인문학 위기의 탈출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화질 ‘영상전쟁’

    고화질 ‘영상전쟁’

    ‘자연색에 더욱 더 가깝게.’ 휴대전화업계가 최근 ‘더 얇은’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한 슬림화 경쟁이 치열하다면 디스플레이업계는 자연색에 보다 가까운 고화질 영상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LCD(액정표시장치) TV와 모니터, 노트북뿐 아니라 블루레이-HD DVD 플레이어 등 디스플레이 주변기기도 ‘고화질 시대’를 성큼 앞당기고 있다. ●“이 TV는 몇백만 화소입니까”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에서 흔히 들었던 화소와 관련된 질문이 지금은 TV에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TV는 화질 선명도에 따라 크게 SD(표준화질) TV,HD(고화질) TV,‘풀(Full) HD’(초고화질) TV 등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에 40인치 풀 HD LCD TV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TV발(發) 화소 경쟁’에 불을 당겼다.LG전자도 최근 기존 100만화소의 HD TV보다 화질이 2배 뛰어난 200만화소의 풀 HD 37,42인치 LCD TV를 출시했다. 국내 처음으로 37,42,47,55인치 풀 HD LCD TV 전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도 이달 말 국내에 풀 HD 40,46인치 LCD TV를 출시함으로써 40,46,57인치 풀 HD TV 라인업을 구축한다. 일본 TV업체들도 속속 화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마쓰시타 65인치 PDP TV, 파이오니아 58인치 PDP TV, 샤프 37,45인치 LCD TV, 도시바 47인치 LCD TV 등은 풀 HD로 출시됐다. 올 하반기에는 소니가 52인치 LCD TV를, 마쓰시타는 58인치 PDP TV를 풀 HD로 내놓을 예정이다. 15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TV시장에서 40인치 이상의 디지털 TV(PDP,LCD TV) 중에서 올해 풀 H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280만대 가운데 50만대(3.9%)인 것으로 전망됐다.2007년에는 290만대(11.8%),2010년에는 3500만대(58%)로 풀 HD TV가 향후 TV시장의 주류로 예상했다.LG전자 디지털TV연구소 권일근 상무는 “지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LG전자의 47인치 풀 HD LCD TV가 50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2개월 만에 7000대를 판매할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면서 “올해는 풀 HD TV가 TV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화질 경쟁 확산 고화질 경쟁은 디지털 TV뿐 아니라 모니터,PC, 차세대 DVD기기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3’나 ‘X박스 360’ 등 풀 HD 영상을 지원하는 비디오 게임기,200만화소급 캠코더 등 영상 관련 기기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 고화질 영상 시장은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차세대 영상기록 재생기기인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미국시장에 출시했으며, 이달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또 업계 최초로 97%의 색 재현력을 구현한 19인치 LCD 모니터를 최근 출시했다. 기존(색 재현력 82%) 대비 색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와 함께 블루레이를 탑재한 데스크톱 PC를 국내 최초로 출시해 고화질 영상을 PC까지 확대했다. LG전자도 최근 HD DVD드라이브 탑재 노트북을 출시한 데 이어 블루레이 디스크드라이브를 적용한 데스크톱 PC를 이달에 내놓을 예정이다. ●화소(Pixel)란 화소는 그림(영상)을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점을 의미한다. 화면을 구성하는 세포와도 같다. 신문이나 잡지에 있는 사진 등을 확대경으로 보면 일정 간격의 많은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점의 크고 작음에 따라 그림의 윤곽이나 농담(濃淡)이 표현된다. 점(화소)이 많을수록 화질(해상도)이 뛰어나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모토롤라 후속작 한국제품 빼닮았다?

    “한국시장 강화전략 이유 있었네.” 모토롤라가 5000만대를 팔아 세계시장을 장악한 ‘레이저폰’ 후속모델이 국내업체들의 전략모델 기능과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올해 상반기 레이저 공세에 밀렸던 삼성·LG전자 등은 ‘절치부심’, 하반기 대반격을 선포했으나 모토롤라의 유사 첨단 모델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모토롤라가 최근 내놓은 차기 신제품인 폴더형 ‘모토크레이저’와 슬라이드형 ‘모토라이저’ 2개 제품은 마그네슘·크롬 등의 신소재를 채택한 점이 다소 다르지만 삼성·LG전자의 디자인과 기술 장점을 취합한 ‘닮은꼴’이란 것. ‘모토크레이저’의 모양은 LG전자의 비즈니스 슬림폰과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 제품은 전체적으로 슬림한 폴더형인데다 앞면에 동일한 위치와 모양의 터치키 패드를 채택했고, 액정의 모양과 위치 등에서도 거의 같다. 소재만 달랐지 모양으로는 ‘쌍둥이 휴대전화’라는 지적이다. 해외 IT 매체인 ‘모바일번(Mobileburn)’은 크레이저의 버튼이 LG의 초콜릿폰에 적용된 터치키 버튼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토롤라의 마케팅 방식도 국내 업체와 닮았다.200만화소 카메라폰, 첨단 MP3 플레이어 등을 업그레이드해 기능을 강조하는 국내 업체의 마케팅 전략을 참고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무전기처럼 둔탁한 외양에 치중했던 모토롤라가 한국 시장을 강화한 것은 한국 업체들의 첨단 신기술·디자인 탑재 제품들을 원용, 중국·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면서 “그동안 축적한 상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 노하우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때리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판화가 롭스·뭉크 19세기 시각으로 본 ‘남자와 여자’

    여자를 보는 눈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고, 사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19세기 말 유럽문화계는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기말 악마주의가 만연해 있었고, 여자에 대한 시각도 이를 비켜갈 수 없었다. 당시 활동했던 미술가 중 특히 벨기에의 풍자만화가이자 판화가인 펠리시앵 롭스(1833∼1898),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는 남자를 파멸시키고 악을 퍼뜨리는 ‘팜므 파탈’로 여자를 묘사한 대표적 작가들이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남자와 여자’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롭스·뭉크 2인전’은 ‘어쩌면 이렇게 철저히 여자를 악의 근원으로 여길 수 있나.’란 의문이 절로 들 정도로 여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롭스는 잡지와 책의 삽화를 그리는 데 큰 관심을 가졌는데, 그의 뛰어난 묘사력은 에칭과 석판화 기술에 힘입어 크게 부각되었다. 그는 많은 작품에서 여성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였다. 특히 여자, 어리석음, 그리고 죽음에 의해 주도되는 ‘팜므 파탈’의 세계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 보들레르의 대표시집 ‘악의꽃’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대표작 ‘창부정치가’는 벌거벗은 창녀가 눈을 가린 채 돼지의 인도를 받고 있는 천박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또다른 작품 ‘꼭두각시를 든 부인’은 남자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존재로 여자를 묘사했다. 뭉크는 화가로서 유화뿐만 아니라 수많은 판화를 남겼다. 아버지의 우울한 성격과 어릴적 겪은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 자신의 잦은 병치레 등 그의 유년시절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행했던 기억’과 작가의 병적인 상태는 오히려 그의 독특한 작품 생산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여자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의 이미지를 담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대표작 ‘마돈나’는 뭉크의 여성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사랑하는 여인은 마돈나이면서 메두사였으며, 사랑스러우면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또 죽은 누이의 모습을 그린 ‘병든 아이’는 뭉크가 유화와 판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었던 소재로서, 어릴적 경험한 누이의 죽음이 얼마나 강렬했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밖에 롭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춘기’, 성적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표현한 ‘흡혈귀’ 등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역동적으로 흐르는 곡선을 반복해 윤곽선을 대신한 뭉크 특유의 표현기법과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롭스의 판화 61점, 뭉크의 판화 37점 등 총 100여점.10월22일까지. 관람료 일반 4000원, 학생 2000원.(02)2022-0612.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광복절 연휴… ‘문화피서’ 어때요

    광복절 연휴… ‘문화피서’ 어때요

    ‘무더위도 피하고, 문화도 즐기고….’광복절과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남산 화관무, 인사동선 판소리 중구(구청장 정동일)는 14일 남산 팔각정에서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제15회 통일기원 남산봉화식’을 개최한다. 오후 8시 평화통일 기원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즉석 장기자랑과 화관무의 화려한 춤사위가 펼쳐진다. 종로구(구청장 김충용)는 15일 종로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국악 한마당을 진행한다. 이은관, 정옥향, 한진자 등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대거 출연해 배뱅이굿, 판소리, 남도민요, 가야금병창 등을 선보인다. 태극기를 활용한 행사도 풍성하다. 강북구(구청장 김현풍)는 광복절 태극기 게양률이 90% 이상인 아파트를 선정,‘태극기 달기 우수 아파트’ 동판을 달아주고 표창한다.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14일 서울놀이마당에서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 캠페인을 벌인다. 지역주민 500여명이 직접 만든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차량용 태극기 5만기도 무상 배포한다. ●‘로보트 태권V’ 보며 피서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야외전시장에서 ‘2006 로봇 전시회-신나는 로봇 여행’ 행사를 개최한다. 추억의 로봇 영웅인 마징가Z와 우주소년 아톰, 기동전사 건담, 터미네이터 등 로봇 모델 80여점을 2∼4m 크기로 재현했다. 로봇 역사관, 만화·영화 속 로봇관, 체험 프로그램 등 8개 테마관으로 구성된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어린이 6000원. 서울산업통산진흥원은 27일까지 중구 서울애니시네마에서 ‘로보트 태권V’디지털 복원필름을 상영한다.‘로보트 태권V’의 탄생 3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행사에는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전시실 관람, 작가와의 만남 등도 마련된다. 1976년 개봉돼 서울에서만 1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이 영화는 국산 SF 애니메이션의 효시로 꼽힌다. 한때 원본 필름이 사라져 팬들의 기억 속에 묻힐 뻔했지만 최근 디지털 필름으로 복원돼 향수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됐다. 특히 광복절인 15일 오후 1시에는 김청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벤트(예약문의 3455-8315)도 준비된다. 마포구(구청장 신영섭)에서는 14일 저녁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마포구청 후원, 마포문화원 주최로 지난 5월 개봉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재난영화 ‘포세이돈’이 상영된다. 영화 상영을 위해 가로 12m, 세로 6m의 대형스크린이 마련될 예정이며, 별도의 좌석 없이 3000여명이 잔디밭에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강동구(구청장 신동우)는 같은 날 오후 7시 한강 시민공원 광나루지구에서 ‘한여름밤 강변 음악회’를 연다. 정은주 강혜승기자 ejung@seoul.co.kr
  • 미야자키 고로 감독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

    미야자키 고로 감독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

    1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은 스튜디오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애정을 가진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그렇듯 자연과 인간, 성장과 조화에 대한 풍요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제 감독은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에게는 그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게드전기’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팬터 소설로 꼽히는 ‘어스시의 마법사’ 중 3번째 책 ‘머나먼 바닷가’가 모태. 마법이 사라지는 세상을 구원하려는 대현자 하이타카(게드),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정체를 찾는 왕자 아렌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약이 판을 치고, 노예매매가 성행하는 바닷가의 마을 ‘호트타운’에 머문 그들은 악의 근원에 맞서 진실한 이름을 찾아낸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사물의 진실한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상을 구원하고(‘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파괴된 자연에 생명을 부여하며(‘원령공주’),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센과 지히로의 행방불명’) 등 미야자키 감독의 전작들과 닮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어스시의’에 매료된 것이 무려 20여년전. 원작자 어슐러 르귄에게 영화화를 요청했지만 계속 거절당하면서도 그는 이 소설에 대한 애착을 그의 작품 속에 꾸준히 녹여왔다. 어찌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작품의 밑바탕이 된 이 영화가 가장 나중에 개봉한 셈이다. 영화화의 배경은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섬세하지 않은 투박한 그림체가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눈에 어떻게 비칠지 미지수다. 아들의 의지를 믿어보기로 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참고하라며 준 그의 초기작 ‘슈나의 여행’을,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너무 적극적으로 반영한 탓일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전 작품과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터치가 거칠다. 긍정적인 시선을 주자면 가장 ‘만화영화다운’ 애니메이션이라고나 할까. 게드전기를 보며 애니메이션 안팎에 놓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토록 영화화하고 싶었던 작품을 그의 아들에게 맡긴 것은 모험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게드전기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의 후계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위트 앤 비트

    [공연리뷰] 위트 앤 비트

    음악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의 ‘위트앤비트’(Wit&Beat)는 퍼포먼스의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난타’가 요리를 소재로 한 타악 퍼포먼스로 관객의 심장을 두드리고,‘점프’가 무술에 코미디를 가미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면 ‘위트앤비트’는 동화적인 팬터지로 감동을 이끌어낸다. ‘위트앤비트’는 시각장애로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세상을 상상하는 이야기를 연결고리 삼아 네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손을 이용한 핸드 마임으로 갖가지 이모티콘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거대한 실과 종이컵으로 애잔한 선율을 연주하고, 여러개의 고무줄로 밤하늘의 별자리를 만들어 소년의 상상속 팬터지를 현실로 재현해 놓는 과정은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위트앤비트’의 가장 큰 즐거움은 폴리에틸렌 파이프, 화공 약품통, 자동차 알루미늄 휠, 전선 등 볼품없고 쓸모없는 산업 폐자재들이 훌륭한 악기로 변모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공상과학 만화에나 나올 법한 기괴한 모양의 악기에서 트로트곡 ‘어머나’‘남행열차’의 멜로디가 흘러나오고,‘에델바이스’가 연주될 때 객석에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위트앤비트’는 연극, 연주, 마임, 코미디 등 장르적 요소들을 두루 갖추면서도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공연을 지향한다. 때문에 무대위에는 온갖 다양한 실험적 요소들이 넘쳐난다. 어떤 실험은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하지만 어떤 실험은 미숙한 도전으로 비치기도 한다. 가능성을 확대하고, 미숙함을 줄여나가는 일은 장기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위트앤비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노리단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하자센터의 공연단이다.2년전부터 배우의 몸과 산업 폐자재를 활용한 음악퍼포먼스로 활동해온 노리단에 ‘점프’의 최철기 프로듀서와 백원길 연출이 가세해 ‘위트앤비트´를 만들어냈다.‘2006서울아트마켓’의 해외진출 지원작으로 선정됐고, 내년 에든버러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다.9월24일까지 문화일보홀.(02)2677-9200.
  • 3인의 젊은 작가 ‘발칙한 상상’ 품다

    3인의 젊은 작가 ‘발칙한 상상’ 품다

    ■ 사성비 ‘B브랜드 런칭 - 욕망의 놀이’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은 반전과 오버랩에서 오는 걸까?최근 국내 젊은 작가들의 전시에 가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기법과 기발한 상상력, 생뚱맞은 조합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회화와 판화, 조각 등 장르와 재료를 불문하고 이들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매력은 낯선 듯하면서도 속웃음을 자아내는 발칙·발랄함이 넘친다는 것. 서울 서초1동 세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성비의 ‘B 브랜드 런칭-욕망의 놀이’전에선 어린 시절 소녀들의 인형놀이 팬터지에 시대적 사회현상을 오버랩시킨 작품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우선 가벼운 필름이나 종이로 의복과 장신구들을 만든다. 여러 형태의 모자를 무늬로 한 새로운 모자와 핸드백 무늬의 새로운 핸드백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B브랜드’라는 로고를 부여한다. 바닐라비, 발리, 부르주아 등 명품 로고의 이니셜들을 모아 만들어진 B로고는 매우 권위적이며 풍자적이다.B급이란 의미의 차용도 읽혀진다. 굳건하게 형성된 명품의 세계를 얇고 부서지기 쉬운 필름과 종이로 대체시킨 것은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처럼, 손에 넣는 순간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욕망의 허상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 B브랜드의 종이옷과 핸드백, 모자들은 요술공주 밍키와 세리 같은, 어릴적 만화속 주인공의 옷갈아입는 행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주기도 한다.‘이같은 기억이 결국 어른이 된 후 명품 브랜드 구매 욕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게 작가 상상력의 핵심이다.10일까지.(02)583-5612. ■ 판화가 김현주 ‘Neo - Flowers’ 삼청동에 최근 오픈한 갤러리 자인제노에선 판화가 김현주가 가장 관련성이 없을 것 같은 신문지와 꽃을 하나의 이미지로 엮은 ‘Neo-Flowers’전이 11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신문지가 일상의 사건들을 의미한다면 꽃은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소망을 상징한다. 현대인들이 어차피 활자 공해속에 살 수밖에 없다면, 결국 그에 맞는 현대적 아름다움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작가의 고민이고, 이번 전시는 그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법이다. 신문지와 꽃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이를 컴퓨터상에서 드로잉 작업을 하고, 이를 인쇄해 판화(석판화)로 완성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02)735-5751. ■ 박주욱의 ‘Antistar’ 관훈동 갤러리 도스에서 열리고 있는 ‘박주욱:Antistar’전은 일상의 풍경과 이미지들을 네거티브 필름 형식을 빌려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네거티브 필름이나 TV의 반전 영상을 연상케 하는 회화작품들을 통해 자연환경 파괴에 따른 음울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밤인지, 낮인지 모를 풍경과 생김새를 알 수 없는 인물들, 깊은 어둠과 붉은 색으로 채색된 나무와 공간 등등. 아름다운 자연도 뒤집어보면 낯설고 어둡고 불안정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작가는 ‘반전’기법을 통해 강력히 발언하고 있다.13일까지.(02)735-4678.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삼성 ‘명품 휴대전화’비결 뭘까

    삼성 ‘명품 휴대전화’비결 뭘까

    한 모델로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한 삼성전자의 초대박폰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1000만대 판매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명품 휴대전화는 지금까지 모두 3종.2002년 ‘이건희폰’이 1000만대 시대를 처음 열었다.2003년에 ‘벤츠폰’이 뒤를 이었다.2004년 출시된 ‘블루블랙폰’은 판매량 1600만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명품 4세대격인 ‘울트라에디션’을 출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명품 탄생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건희폰은 삼성전자 명품 폰 1세대다. 이 회장이 제품 디자인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사 관계자는 3일 “이 폰은 유럽시장에서 수요를 맞추기가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북미·중국시장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이건희폰은 작고 얇은 휴대전화가 주류이던 당시에 넓고 사용하기 편한 컨셉트로 휴대전화 시장의 트렌드를 바꿨다. 비기계적인 컬러와 질감, 감성코드를 통해 고감각 디자인으로 인정받았다. 벤츠폰은 2003년 8월 독일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1년 5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섰다. 총 1100만대를 팔아 이건희폰 기록을 깼다. 벤츠폰은 애초부터 삼성전자가 명품 폰 개발을 목표로 크게 공들인 제품.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31만화소 내장카메라와 26만 2000컬러 LCD를 장착하고, 동영상 촬영과 64화음 멜로디 지원 등 최첨단 기능을 두루 갖췄다. 특히 세계 최초의 안테나 내장 폴더형 카메라폰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명품 3세대인 블루블랙폰의 성공 비결은 삼성전자가 구축한 뛰어난 기술력. 블루블랙폰 디자인팀은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1∼2년 전부터 유행하는 색을 조사했다. 결론은 검정색이었다. 문제는 검정색을 차별화하는 것. 디자인팀은 검정색과 다른 색을 섞어본 끝에 삼성의 상징색이자 어느 디자인하고도 무난히 어울리는 파란색을 택했다. 그 결과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색인 ‘블루블랙(BlueBlack)’이 탄생했다. 블루블랙폰은 유럽시장에 최초로 선보인 슬라이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울트라에디션은 명품 계보를 잇기 위해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휴대전화다. 간편한 슬림 스타일과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감각적인 디자인, 사용하기 편리한 사용자 환경 등을 구현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새영화] 다세포소녀

    [새영화] 다세포소녀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시작부터 끝까지 쉼없이 다양하게 미각을 자극할 줄 아는 영화라면 일단은 합격점을 줘야 할 것 같다.10일 개봉하는 ‘다세포 소녀’(제작 영화세상)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만화원작을 토대로 한 코믹 청춘드라마.“상상하는 것 이상의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감독의 연출 변은 근거 있다. ‘정사’‘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통해 성(性)의 사회적 통념을 보기좋게 흔들었던 이재용 감독. 왜 인터넷 원작을 선택했는지 그 의도를 분방하게 노출한, 도발적이고 맹랑하고 엉뚱하고 낯선 무정형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운을 떼는 영화의 품새부터가 불량하기 짝이 없다. 이름조차 ‘무쓸모’인 남녀 공학 고교의 수업 풍경은 한마디로 대책없다. 성병에 걸린 선생님이 결근하자 그와 관계를 맺은 학생들이 줄줄이 조퇴를 해버린다. 원조교제 약속이 있어서 조퇴해야겠다는 여학생의 말에 선생님이 정색을 하고 “효녀”라고 칭찬하는 오프닝 장면들에선 허를 찔린 관객의 폭소가 이어질 만하다. 결론부터 말해 이 영화를 만끽하려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일반화된 사회규범을 적용시키려는 엄숙주의는 아예 접어둬야 한다. 드라마의 주체인 10대들은 교복의 제도적 껍데기에 한 순간도 갇혀 있지 않는다. 감독의 도발적 상상력으로 불려나온 캐릭터들은 기성세대가 넘어오지 말라며 그어놓은 선을 ‘밥먹듯’ 넘어다닌다. 제멋대로의 쾌락에 빠진 학생들 사이에서 주인공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는 유일하게 이질적이다. 병 든 엄마(임예진)를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조교제를 할 뿐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사는 캐릭터이다. 한눈에 반한 남자친구 안소니(박진우)에게 신분의 벽 때문에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데, 정작 안소니는 학교 왕따 ‘외눈박이’(이켠)의 예쁜 남동생을 좋아한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청춘스타 김옥빈이 ‘가난 인형’을 등에 업고 다니기도 하는 영화는 차라리 팬터지에 가깝다. 장르를 못박을 수 없는 무정형의 드라마 자체에 덕담과 비난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거침없이 개방된 성 의식, 무질서한 인터넷 세태와 가난에 갇혀 미래가 없는 이들을 부각시킨 풍자정신이 시종 유머감각을 견지하며 드라마를 지탱한다. 하지만 상식에서 동떨어지기로 작정한 듯한 설정이나 대사는 보기에 따라선 허무개그처럼 난감하다. 미처 영화의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지나친 키치적 감수성이 거북스러워 팔짱을 끼고말 관객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리 귀띔. 발칙하고 도발적인 주제를 질척대지 않고 산뜻한 장면들로 은유한 화면들은 재치있다. 덕분에 받은 관람등급이 15세 이상.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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