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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의 세계 100대 베스트셀러는 ‘수학의 정석’

    국내 유일의 세계 100대 베스트셀러는 ‘수학의 정석’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대의 돈을 책 사는 데 써라. 황금과 지성을 얻을 것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책처럼 나쁜 평가를 찾아보기 힘든 존재도 없다. TV와 게임이라면 기겁하던 부모들도 책을 읽는 자식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책을 읽는다고(물론 수업시간에 교과서 이외의 책을 보는 것은 예외다) 혼나는 경우도 드물다.  책은 하나의 활자로 똑같이 찍혀 나오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수도 없이 달라지는 독특한 존재다. 책을 통해 성공의 실마리를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뒤적이는 사람이 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책을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책에는 ‘베스트셀러’라는 왕관이 씌워진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와 유행이 반영된다. 1980년대 초반 시(詩)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에는 경영학 책이 각광받았고 최근에는 인문학책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상인터뷰 ‘Who & What’(후 앤드 왓) 이번 회에서는 어느 직장 여성의 서재에 꽂혀 있는 베스트셀러들이 새로운 친구를 맞게 되면서 벌이는 소동을 희곡 형식으로 풀어 봤다. 출간 당시에 주목 받은 책들이 실제로는 어떤 애환을 겪는지, 또 시간이 흘러가며 잊혀지는 책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들어 봤다.    ========================================================================  ●등장인물  -장혜진. 책을 좋아하는 32세 직장 여성. 빌려서 보기보다는 직접 사서 소장하는 스타일    ●등장도서  -정의란 무엇인가(정의)/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아프니까 청춘이다(청춘)/ 김난도/ 쌤앤파커스/ 2010  -셰익스피어 4대 비극(비극)/ 찰스 램/ 성우/ 1984  -곰돌이 푸(푸)/ 앨런 밀른/ 아름드리/ 1995  -시간의 역사(시간)/ 스티븐 호킹/ 청림출판/ 2000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김영사/ 1994  -신의 물방울(물방울)/ 기바야시 신/ 학산문화사/ 2007  -오만과 편견(오만)/ 제인 오스틴/ 민음사/ 2003  -호밀밭의 파수꾼(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문예출판사/ 199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세계)/ 김우중/ 김영사/ 1989  -수학의 정석(정석)/ 홍성대/ 성지사/ 1992  -성경/ 모세 외/ 성서원/ 2008  -해리포터 시리즈(포터)/ J.K.롤링/ 문학수첩/ 1999  -홀로서기/ 서정윤/ 청하/ 1987  -그 외 책들    ●시간=2011년 5월 15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 1시 무렵    ●장소=책장 여럿과 책상 하나로 가득 찬 좁은 방. 책장은 빼곡히 차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1  저녁 7시. 외출을 다녀온 혜진이 방으로 들어서며 불을 켠다. 손에 든 종이가방에서 책(정의, 청춘)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어 책장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혜진/ 책을 더 이상 꽂을 공간이 없잖아. 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네. 다음 주에 회사에서 바자회를 한다는데 좀 내놔야겠네.    손에 종이가방을 든 채로 불을 끄고 방을 나간다.    #2.  밤 11시. 천천히 불이 켜진다. 책장에서 책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새로 온 책들 쪽으로 다가간다.  ▲포터/ (촐싹대며) 또 왔어. 어떻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새 책을 사 갖고 오냐. 내일이면 누군가 쫓겨나겠는데.  ▲정의/ (천천히 일어서 주변을 둘러본 후 딱딱한 목소리로) 서점에 나가는 순간 입양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하루 만에 팔려오다니. 안 그래, 청춘?  ▲청춘/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생각보다는 책이 많네. 주인이 책을 좋아하나 봐. (포터를 쳐다보며) 거기 안경 낀 학생. 이 집 분위기는 어때?  ▲포터/ (순간 멈칫하며) 학생이라니. 이래 봬도 당신보다 열살 이상 위라구. 뭐 아무튼 살을 부대끼며 계속 살게 될 테니 그 정도로 하고. 이 집 주인은 회사원인데,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우. 보아하니 당신들이 정의와 청춘인 모양인데 요새 계속 산다산다 하더니 결국 왔구먼.  ▲정의/ 그런데 서 있을 곳도 없어 보이네.  ▲포터/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서 당신들을 마음껏 반길 수 없는거유. 새로운 책이 오면 여기 중 누군가는 방을 빼야 한다는 거지.  ▲청춘/ (화들짝 놀라며) 그래요?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이때 구석에서 초라하고 늙은 모습의 ‘비극’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온화한 모습이다.    ▲비극/ 아무도 자네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네. 마음의 양식이라는 둥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둥 우리를 떠받드는 것 같지만, 책 팔자는 주인 맘이라오. 많이 팔린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오래됐다고 책장에서 밀려나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 이 집에 왔던 재테크 서적은 베스트셀러라고 뻐기더니 이틀 만에 재미 없다고 어디론가 사라져 갔지.  ▲정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난 좀 다를 거유. 한국에서만 100만권이 넘게 팔렸거든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얘기는 들어보셨나 모르겠네. 소설이나 재테크 책처럼 날 취급하면 안되죠.    여기저기서 키득키득대는 소리가 들린다.    ▲포터/ (한쪽으로 뛰어가더니 ‘시간’을 두드려 깨운다) 형님 등장하실 시간이에요. 강적입니다.    ‘시간’이 천천히 일어난다. ‘정의’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드러누워 잠든다.    ▲정의/ (얼어붙은 목소리로) 저 분이 누구신데요?  ▲비극/ 스티븐 호킹 교수가 쓴 ‘시간의 역사’라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린 친구지. 저 친구의 유일한 문제는 어렵다는 거야. ‘역사상 가장 안 읽힌 베스트셀러’라는 칭호까지 얻었지. 주인도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고는 저 상태로 계속 잠만 자고 있어. 똑같은 과학책이라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화려한 사진 때문인지 열심히들 읽었는데. 쯧쯧.  ▲정의/ 그럼 처음부터 사질 말았어야죠.  ▲비극/ 어허.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도구가 아니라네. 사는 사람의 허영이나 욕망도 반영하고 있는 존재지. 남들이 읽었다면 읽어보고 싶고, 남들이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원하기도 하지. 내 보기엔 자네의 정의론도 호킹의 물리학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네만.    ‘정의’, 갑자기 시무룩해져 주저앉는다. 이때 ‘청춘’이 나선다.    ▲청춘/ 그럼 여기 계속 있는 책은 공통점이라도 있는 건가요?  ▲비극/ 그거야 주인 따라 다르긴 한데. (‘포터’를 가리키며) 저 친구는 형제 23명이 이 집 책장에 있어. 워낙 유명해진 덕분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개봉 때마다 주인이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난다며 다시 꺼내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오만’을 쳐다보며) 저 숙녀분 역시 형제들이 다 이 집에 있지.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제인 오스틴이거든. (‘청춘’에게 귓속말로) 오스틴이 사실은 글을 정말 못 썼고, 편집자가 엄청나게 고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주인이 상심하기도 했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여기 이 친구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인데. ‘청춘’ 자네의 조상쯤 되지. 물론 이 집 주인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실제로 성공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네. 여기 이 날씬한 친구는 ‘홀로서기’라고 아주 감성이 예민해. 한때 한국에도 시집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산증인이야.  ▲청춘/ (가장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분은요? 같은 분들이 여럿인데요?  ▲비극/ (‘청춘’을 손끝을 따라가다가 황급히 눈을 내리깐다) 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기본적으로 몇 개씩 갖게 된다는 ‘성경’이라는 분이야.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책이신데, 최소한 60억권 이상은 팔리셨다더군. 겉표지부터 가죽이신데다 지퍼로 몸을 감싸고 계셔서 대화는 주인하고만 하시지.    ‘비극’이 힘들어하며, ‘포터’를 향해 손끝을 까닥인다.    ▲포터/ 저 옆에 하얀 표지에 두꺼운 분은 ‘정석’인데, 한국 고등학생들의 필수 참고서 같은 거지. 근데 전 세계 100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 아니야. 4000만권쯤 팔렸고, 아직도 매년 100만권 가까이 팔리지. 머리쪽에 때가 많이 탄 것은 사람들이 매번 새로운 마음 어쩌고 하면서 처음 부분만 집중적으로 봐서 그렇대. (‘세계’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아니 저 분도 아직 계셨네. 한국 자서전의 시조쯤 되는 분인데, 대기업 회장님이 쓰신 책이지. 근데 그 기업이 망하고 그러면서 절판됐다던데. 그 옆에 우울한 표정의 친구는 ‘파수꾼’. 그냥 성장소설일 뿐인데, 테러범이나 사이코패스들의 범행현장에 자꾸 발견되는 통에 괜한 오해를 사고 있는 불운한 책이지.  ▲청춘/ 저기 곰돌이 그려진 책은요?  ▲포터/ ‘곰돌이 푸’.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친구들은 다른 집에서는 애들이 크면 다 버리던데, 이 집 주인은 시집올 때 가져왔거든.  ▲청춘/ 저런 동화책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그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뻔한 얘기만 해도 다들 예뻐라 하잖아요.  ▲포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고. 쟤 결말이 크리스토퍼 로빈이 크면서 더 이상 푸와 숲속 친구들을 찾지 않게 되는 거더라고. 사실 백설공주도 원래는 왕비를 데려다가 뜨거운 불판에서 맨발로 춤을 추게 했다나 뭐라나.    이 때 ‘정의’가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정의/ 다 좋은데 쟤는 도대체 뭡니까. (정의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물방울’이 있다.) 만화책 나부랭이는 왜 있는거죠?  ▲포터/ (‘물방울’ 쪽으로 뛰어가 앞을 가리고 ‘정의’를 향해 혀를 내민다.) 너도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책의 가치는 주인이 정하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와인에 대한 어떤 책도 얘만큼 많은 정보를 주진 못했다구. 니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팔리는 순간 니 운명은 주인 맘이야. 주인이 외면하면 넌 그냥 종이쪼가리라니까.    이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책들 황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순식간에 암전된다.    #3.    잠옷 차림의 혜진 들어와 불을 켠다. 책장을 살핀다.    ▲혜진/ 잠이 안 오는데 책이나 읽어야지. (구석에서 ‘시간’을 발견한다.) 이 책이 아직도 있었네. (웃음) 오랜만에 한번 다시 도전해 볼까. 뭐 읽다 보면 잠이라도 오겠지.    혜진 불을 끄고 시간을 들고 퇴장한다. (끝)    ※도움말 주신 분 :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북마스터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지구촌 출판 흐름 한눈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세계 주요 국가의 출판산업과 문화를 살펴보는 ‘세계 출판 컬렉션’(전6권)을 출간했다. 출간의 직접적 의도는 국내 출판 경영자와 실무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의 일환이다. 해외에서 출간된 우수한 출판 관련 도서를 엄선해 해외 출판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돕고자 제작됐다. 출판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전자책 시장의 현황, 세계적 베스트셀러 추이, 독서의 경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의 사례를 망원경, 현미경을 번갈아 들이대며 정리한 각국의 알짜배기 책을 기획, 번역했다. 특히 한국 출판계와 가장 많이 닮은 일본 출판계에 대해서는 전자출판과 만화산업으로 주제를 구체화해서 각각 따로 출간했다. ‘일본 전자출판 들여다보기’(우에무라 야시오 지음, 김기태·김정명 옮김)와 ‘일본 만화산업 들여다보기’(나카노 하루유키 지음, 문연주 등 옮김)다. ‘영국 출판산업 들여다보기’(자일스 클라크·앵거스 필립스 지음, 박영록 옮김)와 ‘미국 출판문화 들여다보기’(테드 스트리파스 지음, 이문성 옮김)는 출판 선진국인 두 나라의 디자인, 기획, 판매·유통, 시장 반응까지 출판 생태계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전한다.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 국·공립대학 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등에 배포된다. 비매품.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식민지 조선의 강요된 ‘명랑화 운동’

    대략 2년 전쯤의 일이다. 소래섭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는 1930년대 작가인 박태원과 김기림의 작품 속에 ‘명랑’(明朗)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 교수는 이후 일제강점기 신문과 잡지를 탐색해 ‘명랑’의 문화사적 의미 변화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명랑’의 끝자락에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유쾌하고 활발하다.’는 뜻의 평범한 단어 하나에 놀라운 역사적 역설이 숨겨져 있었던 것.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명랑이란 단어에 주목해 우울한 근대를 읽어낸다. 총독부와 근대 자본주의가 강요한 명랑의 홍수 속에서 1930년대는 웃음이 넘쳐난 시대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다수 지식인과 예술가, 학생, 노동자들은 우울에 젖어갔다. 저자는 일제가 당시 조선에선 잘 쓰이지 않던 ‘명랑’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앞세우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총독부가 벌인 ‘대경성 명랑화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경성이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보건 위생과 치안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자, 총독부는 이를 바로잡겠다며 도시 명랑화 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압하고 체제순응형 인간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경성에 ‘명랑’이란 감정이 이식되기 시작했다. 학교는 ‘언행일치의 명랑한 인격’을 양성하라는 지침에 따라 ‘모범 인간’ 양성에 나섰고, 주류 언론들은 퇴폐적이고 저속한 유행가 대신 명랑한 유행가를 현상 공모하기도 했다. 산책 즐기는 남자를 부축해주는 ‘스틱 걸’과 당구장에서 손님과 함께 게임을 하는 ‘빌리어드 걸’, 주유소의 ‘가솔린 걸’ 등 화려한 용모와 미소로 명랑을 꽃피우는 온갖 ‘걸’들이 출현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러한 ‘강요된 명랑’의 잔재는 ‘명랑화 운동’이나 ‘사회 명랑화 캠페인’ 등을 통해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명랑화’라는 말은 자취를 감췄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순응만을 강요하는 명랑화는 ‘행복화’나 ‘쿨’ 등의 레토릭으로 대체된 채 여전히 살아있다고 꼬집는다. 88만원 세대의 ‘쿨’ 또한 1930년대 ‘명랑 가면’의 21세기 버전에 불과하다는 것. 저자는 만화 명랑소녀 캔디를 통해 ‘외로워도 슬퍼도’식 명랑화로부터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진정한 명랑이란 자신의 진실한 감정과 대면하고 슬픔까지 껴안을 수 있을 때만 찾아오는 것이니, 바늘로 허벅지 찔러가며 쿨한 척 애쓰지 말고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되라.”고 말이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계간 ‘시인수첩’ 야심찬 첫발 ‘문학수첩’ 전철 밟지 않기를

    [문화계 블로그] 계간 ‘시인수첩’ 야심찬 첫발 ‘문학수첩’ 전철 밟지 않기를

    677, 151, 463, 125, 101, 93, 66…. 그리고 28과 1. 언뜻 규칙성을 찾기 힘든 숫자의 나열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문학 전문 잡지들의 통권 호수(號數)다. 1955년 창간한 월간 현대문학은 이달 677호를 냈다. 그 뒤 숫자는 계간 창비(1966년 창간), 월간 문학사상(1972년 창간), 계간 문예중앙(1978년 창간), 계간 실천문학(1985년 창간), 계간 문학과사회(1987년 창간), 계간 문학동네(1994년 창간)의 ‘훈장’이다. 오랜 세월, 정치·경제적 등의 이유로 정간과 휴간의 곡절을 겪으면서도 버텨온 한국문학사의 증거 숫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8과 1은? 28은 2003년 창간해 2009년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에 들어간 계간 문학수첩의 통권 호수이다. 1은 그 계간지를 냈던 같은 이름의 출판사 문학수첩이 최근 선보인 시 전문 계간지 ‘시인수첩’ 창간호(여름호)다. 발행인은 김종철 문학수첩 대표가, 편집위원은 장경렬 서울대 교수,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허혜정 한국사이버대 교수가 맡았다. 333쪽에 이르는, 제법 두툼한 창간호 어디에도 상업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만화와 시, 사진과 시, 그림과 시 등 시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가 눈에 띄게 도드라진다. 앞으로도 ‘시인수첩’에서는 광고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재 20억원을 선뜻 출자한 김종철 발행인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광고나 외부 도움 없이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인들에게 “정당한 원고료도 지급하겠다.”고 했다. 시를 싣고도 원고료를 주지 않거나 1년 정기구독권으로 대체하는 식의 비뚤어진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선언이다. 그 자신이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에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 발행인은 “시인과 평론가들끼리만 서로 칭찬하거나 헐뜯는 풍토를 뛰어넘어 시를 사랑하는 사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분파주의’와 ‘패거리주의’라는 한국 문단의 고질적 병폐를 창간사에 정확히 적시하고 있는 점도 주변의 기대를 부풀린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발행인은 2003년 계간 문학수첩을 창간할 때도 “출판사 영리와 연계시키는 기존 관행을 배격하고 순수하게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6년 뒤, 무기 휴간을 전격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변화의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종합 계간지 형식보다는 장르 특성을 담보할 전문지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폐간 선언이었고, 그 배경에는 누적되는 적자가 실질적 이유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시인수첩에 딴죽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계간 문학수첩의 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를, 그래서 한국문학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교육플러스]

    강남구·진학사 무료 입시정보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은 입시업체 진학사와 함께 무료로 대학 입시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12 쉽게 보는 입시’ 특강을 개설했다. 특강은 입시정보가 부족한 지방 중소도시나 검정고시, 특성화고에 다니는 수험생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기존 입시설명회에서 다루기는 어렵고 복잡한 입시 정보를 입시용어 해설, 대입 주요 변화, 수시전형 이해하기, 입학사정관제 알기, 정시 전형 이해하기 등 총 5강으로 구성해 알기 쉽게 풀이했다. 마포 초·중 학부모 아카데미 비상교육 교육 컨설팅 연구소 ‘공부연구소’가 마포구청과 함께 초·중등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부모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마포 학부모 아카데미는 양질의 자녀 교육을 통해 학부모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고, 마포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로 개설됐다. 공부연구소의 박재원 소장이 강연을 맡는다. 천재교육 초교 사탐교재 출시 천재교육은 탐구활동 강화에 대비할 수 있는 초등 3∼6학년 대상 교재 2종을 출시했다. ‘교과서 사회탐구’는 지식전달 위주의 암기식 정보가 아니라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만화와 사진을 활용해 사회과목을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교과서 실험관찰’은 과학적 사고력과 창의력 향상을 위해 교과서의 모든 탐구 과정을 집에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생활 속의 소재를 활용해 주위에서 과학 원리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 조윤선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과거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세계화로 나아가는 데 가장 앞서가는 미래형 정치인이라고 확신한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이사회 의장 “문화를 통한 사랑과 나눔을 국내외 곳곳에서 실천하며 그늘진 곳에 밝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전 이대총장 “그녀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남성이 갖지 못하는 뛰어난 예술적 감성으로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백선엽 장군/ 대한민국육군협회 회장   “평생을 온 몸으로 살아온 예술가들의 삶과 성취를 ‘사회적 기억’으로 남기겠다는 조 의원의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 -장민호 원로 연극인 “예술의전당, 대법원, 국립도서관을 잇는 21세기 서울의 ‘샹젤리제’를 실현할수 있는 정치인” -김석철 건축가/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원장 “생색 나지 않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진정성을 가진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씨네2000대표   “멀리서 볼 때는 예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배희숙 전 여성 벤처기업협회 회장/이나루티엔티 대표   “그의 정치는 시끄럽지 않으나 꼭 필요한 자리에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만화를 얘기할 때는 여고생 같고, 예술가들의 삶을 얘기할 때는 정 많은 누이 같다.” -이현세 만화가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내 정치를 말한다] (1)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내 정치를 말한다] (1)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4·27 재·보궐 선거 이후 여야 정치권이 요동치며 세력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 말까지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군과 계파 수장, 고위 당직자 등 권력자들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주목할 만한 신예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내 정치를 말한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여야의 신예 정치인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왜 정치를 하는가’를 독자들에게 직접 설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 정치의 원동력은 문화다. 사람들은 나에게 “문화와 예술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고상한 척하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있다. 나는 말한다. 문화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고. 정치는 반대자까지 강제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갖고 있지만, 문화는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나는 국민이 강제력보다는 영향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믿는다. 바른 영향력을 가진, 바른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번씩 다짐한다. 경제수치로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하지만 진짜 선진국을 가르는 기준은 삶의 질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린 아직 멀었다. 인류의 발전은 문명의 수준을 높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수혜자를 소수에서 다수로 넓혀나갔던 데에 있다. 나는 3월 국회에서 국립발레단의 ‘지젤’ 공연을 주최했다. 지난해 11월 첫 대정부질문에서는 ‘행복한 청소부’라는 그림 동화책을 활용했다. 모두 정치와 문화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였다. ‘말’ 대신 ‘문화’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실험이기도 했다. ‘지젤’ 공연 이후 국립 발레학교 설립 준비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그림 동화책을 통한 대정부질문 이후 만화진흥법 제정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문화와 예술에 눈을 돌리기 전, 나는 늘 나와 남을 비교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할 뿐이다. 작가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세대는 경제를 했다. 아버지 세대는 정치를 했다. 이제 우리 세대는 문화를 할 때다.” 경제는 ‘효율’을 추구하고 정치는 ‘평등’을 추구한다. 둘 다 남과 비교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문화는 ‘자기 충만’을 추구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문화만이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할 수 있다. 문화가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가장 경제적인 수단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인의 길을 걸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정권마다 문화예술에 대해 편가르기식 지원을 하는 모습을 볼 때였다. 정권에 따라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주체’가 정부냐, 민간이냐로 나뉠 수는 있지만 지원받는 ‘객체’가 달라지는 것은 옳지 않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이념과 정책수행 방향이 크게 달랐다. 그러나 문화정책에 온 힘을 기울였다는 점은 똑같았다. 그것이 지금 두 나라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나는 달항아리처럼 균형 잡힌 사회를 위해 ‘문화 정치’를 계속할 것이다. [Q&A] “정치인 후회·자부 교차… 3選 이상은 안 한다” →왜 정치를 하게 됐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금융기관장들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당시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이었다. 선진화에 동참하고 싶었다. →정치인으로서 행복한가. -후회와 자부가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한다. 국회의원으로 가장 좋은 것은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를 하면서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 -문화 예술계 인사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은 족쇄도 될 수 있지만 날개도 될 수 있다. →문화가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역사가 증명한다. 귀족 정치가 무너지고 근대 국가가 등장하면서 종전에는 왕족과 귀족만 누렸던 문화를 평민들도 누리게 됐다. 물론 투쟁을 통해서지만. →여권과 불교계의 화합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데. -우리가 뭘 갑자기 한다고 해소가 되겠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전통문화 보존 등 다양한 대책을 입법화해야 한다. →소위 권력욕이라는 ‘정치적 근육’이 있다고 보나.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근육이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이런 추진력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한나라당과는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답하기 힘들 정도로 구성원이 다양하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는 사회’라는 가치와 ‘만인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사회’라는 가치가 있다면 한나라당은 전자가 주가 되고 후자가 보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최장수 여성 대변인 기록을 세웠다. 무엇이 힘들었나. -거대 여당이 힘으로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야당과 선명하게 싸우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이 들었다. →분당을 재·보선 출마 권유가 많았는데. -대변인 시절 3개월 동안 당 대표로 모셨던 분(강재섭 전 대표)과 공천 경쟁을 한다는 게 명분이 없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도전한다면 어디로 나갈 생각인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른 당 후보와의 경쟁은 자신 있는데, 당내 동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참 고통스럽다. →최근 당내 쇄신파 연합체에 이름을 올렸는데. -누구를 탓하지 말고 당장 행동해서 성과를 보여 줘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길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나. -2002년 대선 때 잠깐 당 선대위 대변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박 전 대표와 지원유세를 많이 다녔는데, 애국심이 몸에 밴 분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가능할까. -대통령은 남자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이미 해소됐다. →입각 제의가 있다면 어떤 장관을 하고 싶은가. -당연히 문화부 장관이다. →서울시장에도 관심이 있나. -서울 토박이로서 매력적인 일이다. 서울의 외형이 아닌 내용을 채우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84학번이면 시대적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학생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나서는 사람이나 나서지 않는 사람이나 그 시절 학생들은 모두 힘들었다. 민주화를 위해서 싸우고 희생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이 크다. →언제까지 정치를 할 것인가. -3선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글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조윤선은 ▲1966년 서울 출생 ▲세화여고, 서울대 외교학과, 미 컬럼비아대 법학대학원 ▲사법시험 33회 ▲변호사 ▲16대 대선 한나라당 선대위 공동대변인 ▲미국 연방항소법원 근무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겸 법무본부장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 대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외원조 홍보대사 ▲국립오페라단 법률자문 ▲서울변협 정책자문특위 위원 ▲저서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 서울지역 대학들 경기도로 몰린다

    서울지역 대학들 경기도로 몰린다

    서울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들이 미군기지 반환이 예정된 경기도로 몰려들고 있다. 미군반환공여지에 대한 지원 특별법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토지를 매입할 수 있고, 수도권에 위치하는 등 입지 조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 성균관대, 서강대, 동국대 등 서울 지역 14개 대학이 경기 지역에 캠퍼스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토지보상 문제로 국방부와 이견을 보였던 이화여대가 토지 매입과 관련해 긍정적인 재협의에 나서면서 유명 대학들의 유치에도 청신호를 켜고 있다. 현재 국방부는 이화여대 파주 캠퍼스가 들어설 월롱면 영태리의 미군기지 캠프에드워드 29만 9000㎡에 대한 땅값 재감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방부는 이화여대 파주 캠퍼스와 관련, 해당 부지 땅값을 1750억원으로 평가하고, 그 이하로는 매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화여대는 지난해 2월 감정평가를 시행한 뒤 652억원 이상으로는 매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양측 간 갈등이 지속됐다. 주한미군기지의 대표 도시인 동두천시의 경우 첫 번째 반환공여구역 사업으로 상패동 일원에 침례신학대학교 동두천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을지대학교는 의정부시 금오동 일원 의정부 캠퍼스에 대한 TF를 구성하고 도시기본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남양주시 호평동 일원에 추진 중인 상명대학교 남양주 캠퍼스는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동국대는 이미 일산에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 건립 공사를 완료해 지난 3월 2일 문을 열었다. 반환공여지역 지원법에 따른 각종 혜택과 수도권 인재 영입이 유리하다는 게 큰 매력이다. 동국대는 경기 북부 이전을 통해 약학대학 설치를 인가받았으며,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기술(HT) 고속화사업 공모(전국 2개대학)에 선정되는 등의 혜택을 받았다. 연극코메디과, 만화게임영상과 등 4개과가 이전할 예원예술대도 관련 분야 업체로부터 스튜디오 설치 등 협력 제의가 개교 이전부터 들어오고 있다. 동국대 약대의 경우 지역 고교 특례입학제를 통해 정원의 20%를, 을지대와 침례대는 입학 정원 10% 이상을 우선 선발할 계획이어서 지역민의 뜨거운 호응도 얻고 있다. 남양주시는 서강대를 유치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서울대 국제캠퍼스유치를 구체화하고 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뽕똘’

    이용철의 영화만화경]‘뽕똘’

     지난해 말 전북독립영화제에 들렀다가 ‘어이그, 저 귓것’이란 영화를 보았다. 제목부터 신기했다. 궁금해 물어보니 제주도 사투리로 ‘어휴 저 바보 같은 녀석’을 뜻한다고 했다. 사투리가 너무 심해 한글 자막이 없으면 알아듣기가 힘든 영화지만, 향토적 특징들은 ‘어이그, 저 귀것’의 재미를 오히려 배가시킨다. 노는 아저씨 세 명이 좌충우돌하면서 보내는 이야기가 너무 웃겨서 연신 배를 움켜쥐게 된다.  그런데 그냥 재미있기만 했다면 오멸(감독)이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게다. ‘어이그, 저 귓것’은 소소한 웃음 곁으로 가슴 뭉클한 순간을 터뜨릴 줄 아는 영화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인 만큼 ‘지역영화’로서의 가치도 적지 않다. 게다가 믿을 수 없는 사실 몇 가지를 전해 들었다. ‘어이그, 저 귓것’의 제작비는 고작 800만원. 오멸이 몇 달 만에 500만원으로 두 번째 장편 ‘뽕똘’(사진)을 내놓았다는 거다(오멸은 현재 세 번째 장편 ‘이어도’를 끝낸 상태다).  6일 폐막하는 전주영화제에서 ‘뽕똘’을 보았다. 뽕똘은 제주 모슬포에 사는 백수건달이다. 그는 ‘똥파리’에 감명을 받아 감독과 배우로 거듭나기로 한다. 제작비는커녕 카메라나 각본도 없으면서 영화를 찍겠다는 그를 보면 기가 찬다. 그는 폐허가 된 건물의 모퉁이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 배우 오디션을 연다.  오디션이라고 해 봐야 참가자는 감독 본인을 포함해 달랑 세 명에 불과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셋 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휴식 차 서울에서 내려온 남자와 지능이 의심스러운 동네 처녀와 뽕똘은 영화 제작을 개시한다. ‘뽕똘’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뽕똘’은 ‘어이그, 저 귓것’과 느슨하게 연결된 영화다. 중심 인물이 다시 등장하고(당연히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 전편에서 음악에 매달렸던 인물이 갑자기 영화 쪽으로 관심을 돌리며, 산간 마을의 이야기와 바닷가 동네의 이야기가 대구를 형성한다. 오멸은 주변의 평범한 것에서 낯설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도록 하는 귀한 재주를 지녔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평소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통해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생기발랄한 이야기를 보여 주고 들려준다.  만약 ‘한량영화’라는 게 있다면 그 장르에서 오멸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나는 오멸의 영화에서 프랑스의 알랭 기로디와 뤼크 뮐레, 일본의 나카에 유지가 만든 영화의 여유, 행복, 에너지, 웃음의 전복성을 함께 느낀다. 생산과 효율을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 오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전혀 풍요롭지 않은 인물들이 뿜어내는 풍요의 기운이 실로 대단해서 탁 트인 정서를 제공한다. 낙원이라고 두둔하진 않겠지만, 도시의 삶이 잃어버린 가치를 일정 부분 회복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전편에서 비 맞으며 돌아오는 인물의 뒷모습이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면, ‘뽕똘’에선 삼방산 전설을 아날로그 판타지로 꾸민 장면이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멸 영화의 내용보다 형식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영화의 엄숙주의와 중압감에서 벗어난 자유분방한 태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드라마, 궁핍함이 꽃피운 아름다움, 신선한 슬랩스틱 연기 등은 피곤에 찌든 기성 영화를 해방시킨다. 개봉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 [뮤지컬 리뷰] ‘젊음의 행진’

    [뮤지컬 리뷰] ‘젊음의 행진’

    40~50대에게 추억의 ‘세시봉 다방’이 있다면 1980년대에 태어나 만화 ‘영심이’를 즐겨 본 20~30대에겐 ‘젊음의 행진’이 있다. 바투 잡아맨 머리에 빨간 리본 끈을 동여맨 채 붉은 동그라미 무늬의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던 만화 속 영심이는 어느덧 ‘8090 콘서트 젊음의 행진’ 기획자로 성장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젊음의 행진’ 얘기다. 영심이를 졸졸 따라다니던 일편단심 ‘왕경태’는 의젓한 직장인이 됐다. 만화 속 못생긴 왕경태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그는 라식수술을 했고,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미남이 되어 나타났다. 캐스팅 별로 편차는 있지만 평균 신장도 180㎝다. 서른세 살의 오영심. 천방지축에 정신없고 실수가 잦은 건 어린 시절과 다를 게 없다. 왕년의 유명 가수인 형부 ‘이상우’와 함께 기획한 콘서트 리허설 도중 대형 정전 사고를 겪는다. 이때 전력회사에 다니는 왕경태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는 멋진 흑기사처럼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준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10년 만에 확인하게 되는데…. 전형적인 ‘주크박스(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기계) 뮤지컬’인 ‘젊음’은 1980∼90년대 히트곡들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영심이가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공부합시다’(윤시내)를 비롯해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김건모의 ‘핑계’,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등이 쉼 없이 무대를 달군다. 흥미로운 점은 주연보다는 조연이 무대를 장악하며 이끌어 간다는 데 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림하이’에 나왔던 전아민은 효성여고 퀸카 ‘이상남’으로 등장한다. 남자이지만 치골(골반뼈)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여자보다 더 섹시하게 춤을 춘다. 그가 한쪽으로 늘어뜨린 머리를 음악에 맞춰 상큼하게 뒤로 넘길 때마다 객석은 자지러진다. 그러다 보니 주연인 오영심과 왕경태가 묻히는 느낌이다. 연기와 가창력이 수준 이하인 몇몇 배우들도 아쉬움을 키웠다. 6월 26일까지. 3만~7만원. (02)738-8289.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길섶에서] 어린 예술가들/최광숙 논설위원

    출퇴근길에 지나치는 광화문 지하철역. 최근 역 주변이 예쁜 설치미술품으로 장식됐다. 독도를 주제로 한 아기자기한 작품이다. 손바닥만 한 골판지 위에 그려진 그림들을 모아 놓은 것이 마치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작품 같다. 3×3인치의 작은 캔버스나 나무틀 같은 것에 다양한 그림과 기호 등을 그려 넣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강익중 말이다. 유심히 들여다봤다. 독도를 아끼는 동심이 저마다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독도 주변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등에는 태극 마크가 선명하다. 만화 주인공 뽀로로도 태극 모자를 쓰고 용감하게 독도를 지킨다. 예쁜 꽃과 식물들도 독도 지킴이로 변신했다. 그림 위에 영어로 ‘독도는 내것’이라는 쓴 글귀도 눈에 띈다. 그림 하나하나에서 어린이들의 독도에 대한 그윽한 마음과 우리 땅을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가 배어 나온다. 그 어느 홍보물보다 진한 감동을 준다. 어쩌다 어린이들까지 그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됐는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슈퍼맨 美 시민권 포기 선언 논란

    슈퍼맨 美 시민권 포기 선언 논란

    만화 속 슈퍼맨이 미국 시민권 포기를 선언해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28일(현지시간) 타임워너 계열 만화 출판사인 DC 코믹스가 발간한 슈퍼맨 액션 만화 900호에서 슈퍼맨은 유엔 본부 앞에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발표한다. 슈퍼맨은 “내 행동이 미국 정책을 돕는 수단으로 해석되는 게 지긋지긋하다.”라고 속내를 밝힌 뒤, 이내 “세상이 너무 좁고 지나치게 서로 연결돼 있다.”라면서 이전보다 훨씬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암시했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미국의 영웅’ 슈퍼맨의 시민권 포기 논란은 보수 논객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출판사 측은 성명을 통해 “슈퍼맨이 그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악과의 싸움에서 국제적인 문제를 좀 더 중요하게 다룰 뿐 슈퍼맨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DC 코믹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루나무 밤풍경’ 고흐 그림 보는 듯

    ‘미루나무 밤풍경’ 고흐 그림 보는 듯

    “흐흐흐. 거지처럼 살죠, 뭐.” 허은숙(46) 작가는 간단히 웃어넘겼다. 5월 17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갤러리에서 ‘미루나무 이야기’전을 여는 허 작가는 3년 전 경북 청송으로 들어갔다. 청송에 무슨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홀아버지와 살 곳으로 청송을 골랐다. “여기 사람 말을 빌리자면 ‘연기 나는 굴뚝 하나 없는 곳’이 청송이에요. 자연을 찾아서, 그렇게 내려온 거죠. 사는 게 도시랑 달라서 나무 심고 밭 매고 그러고 살아요.” 목소리가 밝다. 주된 소재는 미루나무인데 정작 청송엔 미루나무가 없다. 다른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생명이 짧고 경제수종이 아니다 보니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럼에도 미루나무를 택한 것은 어릴 적 꿈 때문이란다. “그 노래 부르고 자랐거든요.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하는 동요. 그걸 못 잊어서 선택한 게 미루나무예요.” 미루나무의 사계절, 미루나무에 걸린 밤하늘 같은 그림들이다. 언뜻 고흐가 떠오른다. 고흐는 사이프러스 나무나 밤 풍경을 성난 불꽃처럼 그렸다. 허 작가 그림도 마찬가지. 밝고 환한 원색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때론 물감을 쏟아붓고 덕지덕지 발라 도드라지도록 했다. 때론 한지를 써서 더 입체적이다. “청송이 산골짜기도 아닌데 하늘이 무척 좁게 보여요. 달이 밤 11시에 뜰 때도 있거든요. 그 짧은 시간에 홀려서 미친 듯이 그리는 거죠. 고흐와 비슷하다니, 작가가 밤하늘을 보고 느끼는 감성이 비슷하구나 싶습니다.” 작가 이름 뒤에 붙는 익숙한 명칭은 사실 ‘만화가’다. 소방방재청 의뢰를 받아 어린이 안전을 위한 만화책을 그렸다. 국방일보 4컷 만화도 그리고 있다. 가정형편상 미술 전공은 꿈도 꿀 수 없었기에, 그림에 대한 열망과 호구지책의 절충점으로 만화를 찾아냈다. 부끄럽다거나 하진 않다. “미술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뭐랄까, 순수성을 잃어버린 셈이죠. 그런데 전 어린이 안전이나 환경에 대해 소신이 있어요. 화가 못지않게 만화가도 중요해요.” 전시에 만화 작품도 함께 내건 이유다. 초조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여년간 작업해 왔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생활이나 주변 여건이 전반적으로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전시해 보겠다 했는데, 그게 자꾸만 미뤄져서…. 이번 전시가 저에겐 아주 중요한 계기예요. 이젠 본격적으로 해 보려고요. 올해 개인전만 두어번 정도 더 해 볼 생각이에요. 지금은 청송에서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02)742-708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자신만의 블루칩 찾는 당당한 비주류

    흔히 ‘아웃사이더’를 낙오자에 비유한다. 사회 내의 주류 시스템에 속한 인사이더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치열하게 ‘스펙’ 경쟁을 하는 이유도 사회의 주류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하며 너도나도 ‘스펙’을 쌓는다. 하지만 주류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세상은 인사이더와 그렇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아웃사이더로 산다는 것은 정말 낙오자일까. ‘인사이더를 이기는 아웃사이더의 힘’(김창남 엮음, P당 펴냄)은 표지 글처럼 ‘빽도 후광도 스펙도 없이 비주류의 길을 가고 있는 10명의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돈 안 되는 인디음악을 제작하며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모색하는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고건혁, 서울대와 행정고시 합격이라는 ‘스펙’을 내던지고 개그맨이 된 노정렬, 사회적 의사 표현을 통해 진정성을 좇는 배우 문소리, 만화학원비 몇 푼 달랑 들고 노숙생활을 하며 미친 듯이 만화를 그려낸 만화가 윤태호, 1인 출판인 윤명미 등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문화평론가이자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엮은이는 이들을 통해 “스펙 같은 것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불루칩을 찾을 것”을 권한다. 외부의 힘이 아닌 자신의 날개를 개발하고 날아야 한다는 것. 그는 서문에서 “요즘 대학생들은 우리 세대가 겪었던 선택의 문제는 벗어났지만 오히려 그보다 무거운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서 존재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창의력을 갖고 자신만의 이유를 찾으며 그 길을 꾸준히 걷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자신의 삶을 얘기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로 이어진다. 창의적인 삶을 살면서 자신의 룰을 세우고 이미 주어진 길 대신 다른 길을 걸으려 애썼다는 것이다. 또 학벌과 토익 점수로 현재의 자리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성취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진정성이 스펙을 이긴다.’고 강조하는 문소리,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만화가의 길을 걷는 나를 믿는다.’라고 말하는 윤태호, 색깔과 성깔을 죽이지 않고 제 그릇대로의 빛을 내며 살아간다.’고 표현하는 노정렬의 얘기 등 눈길 끄는 사연들이 많이 담겼다. 1만 3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사랑을 카피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개봉된다. 이 작품은 부산영화제에서 ‘증명서’(원제:Copie Conforme, Certified Copy)라는 한심한 제목으로 상영된 바 있는데, 다행히 영화 수입사는 ‘사랑을 카피하다’라는 더 산뜻한 제목을 새로 지었다. 키아로스타미는 드물게 이란 바깥으로 나가 ‘사랑을’을 찍었고, 근래 실험적 영화 형식을 탐구해 오던 자기의 이야기 세계를 다시 방문했다. 바뀐 건 없다. 자연과 모방, 진실과 허구, 현실과 재현을 주제로 삼아 온 키아로스타미는 예술에 관한 질문을 계속한다. 영국 작가 제임스 밀러의 신작이 이탈리아에서 출간된다. 출판사 초대로 이탈리아를 찾은 그는 토스카나 지방에서 강연한다. 강연을 듣던 프랑스 여자가 그에게 메모를 남긴 후, 둘은 그녀의 골동품 가게에서 만난다. 그녀의 교외 드라이브 제안에 9시 열차 출발 전에 돌아오면 괜찮다고 대답한다. 둘은 ‘원본과 복제품’을 다룬 그의 책을 주제로 논쟁을 벌인다. 그런데 카페 여주인이 밀러를 그녀의 남편으로 오해하면서 묘한 일이 벌어진다. 밀러와 여자는 결혼한 지 15년 된 부부처럼 행동하기 시작하고,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은밀한 감정을 교환한다. 이윽고 시계 종소리가 여덟 번 울리면서 그가 떠난다. ‘사랑을’에 영감을 준 여타 작품들을 열거하는 건 유의미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랑을’이 복제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평자들이 예로 드는 작품을 살펴보면,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둘의 관계는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를 떠올리게 하고, 반나절을 보내며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의 이야기라는 점에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과 유사하며, 작가와 한 여자의 짧은 해후에서 착안해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셋’이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가장 먼저 호명해야 할 작품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이다. 키아로스타미는 멀리 장 뤽 고다르의 ‘경멸’에서부터 가까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브로큰 임브레이스’에까지 직접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 여행’을 불러낸다. 헤라클레스 상과 다비드 상, 운전 중 나누는 대화, 낯선 곳에서 실감하는 어색한 사이, 영국인 남자와 비영어권 여자, 호텔의 층수 등은 두 영화를 연결하는 수많은 부분 중 일부다. 심지어 ‘이탈리아 여행’에서 여자가 “함께 수년을 살았으면서도 서로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자 남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흥미롭지 않을까.”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하는 건 ‘사랑을’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예술이 자연, 진실, 본질에 얼마나 가까운지 고민하는 건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랑을’은 복제의 한계를 지닌 영화의 또 다른 복제성을 창조적으로 해석한다. 여주인공 역의 줄리엣 비노쉬는 성악가이자 비전문배우인 윌리엄 쉬멜과 상대해야 하고, 배우들은 때때로 관객을 향해 말하고 있으며, 인물은 조작된 현실과 사실 같은 허구를 술술 넘나든다. 키아로스타미는 고도의 단순한 양식으로 혼란을 유발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랑을’은 예술이 자연을 모방한다는 평범한 정의 자체에 농담을 거는, 놀랍도록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가능성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5월 5일 개봉. 영화평론가
  • [김문이 만난사람] 새달부터 국내외 투어 나서는 해금 연주가 강은일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새달부터 국내외 투어 나서는 해금 연주가 강은일 교수

    수필가 고(故) 피천득 선생은 5월에 대해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다.’라고 노래했다. 여기에다 아카시아가 짙어지는 계절을 덧붙여 본다. 휘영청한 달밤의 그 향기는 목소리가 곱다던 꾀고리마저 기절시킨다. 천지 사방이 농염하게 유혹하는 계절이다. 그렇다면 5월의 소리를 어떻게 들어볼거나. 딱히 생각이 안 나거들랑 해금을 떠올려 보자. 왼손의 마디에서 심장을 타고 흘러 오른손 마디로 전해진다. 하여 가슴을 후벼 판다. 그래서 ‘어찌 해(奚)의 금(琴)’이다. 최근 들어 새롭게 창작된 퓨전음악과 대중음악 중에서 국악기를 사용하는 곡이 늘어나 해금의 소리가 자주 등장한다. ‘동이’와 ‘추노’ 같은 인기 드라마나 영화, 광고에서도 그렇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자유로운 음악적 조율도 있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음색이 단연 압권이다. 애절함이 있는가 하면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시원함도 갖추고 있다. 한의 눈물도 담겨 있다. 바야흐로 21세기는 해금의 시대다. 고려 시대인 1116년에 해금이 처음 등장한 이래 현대에 이르러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 여인이 있다. 손마디가 갸냘프다. 하지만 활대질(Bowing)은 천년의 한을 토해 낸다. 열정의 소리가 가슴 가득한 아카시아 향기로 울려 퍼진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쥐락펴락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음색이 압권 국악계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해금 연주가로 손꼽히는 강은일(44)씨. 요즘 뜨고 있는 신세대 해금 연주가 꽃별의 스승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교수이자 해금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푸른 5월을 시작으로 해금을 들고 국내외 투어 공연에 나선다. 5월 20일 경북 울진 공연을 시작으로 26일 경기 고양, 6월 24일 경북 문경, 26일 서울, 8월 27일 경북 울주로 국내 공연이 이어진다. 또 9월 미국, 10월 터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의 해외 공연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6월에는 4집 앨범 ‘해금 랩소디’까지 나온다. 강씨는 자신이 이끄는 소리 그룹 ‘해금플러스’를 비롯해 미국의 가수 바비 맥퍼린, 일본의 전통 악기 샤미센 연주자인 요시다 형제, 일본 NHK체임버오케스트라, KBS국악관현악단 등 국내외 유명 연주자 및 오케스트라, 국악관현악단 등과 많은 협연을 해 오고 있다. 또한 영화감독 김기덕, 일본의 피아노 연주자 유키 구라모토 등과의 작업을 통해 해금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가느다란 두줄의 활대 움직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아지경의 소리를 추구하면서 말이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포이동 연습실에서 강씨를 만났다. 우선 5월 공연의 의미를 물었다. “싱그러운 5월입니다.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 주제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솔리스트인 저를 비롯해 ‘해금플러스’ 단원들과 함께 국악과 서양 악기가 합쳐진 동·서양의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무대에 등장하는 악기들은 해금 외에 가야금, 장고, 꽹과리, 건반, 드럼, 기타 등이다. ‘해금플러스’는 창단 12년째다. ●장르를 넘나드는 국악기로 인정 받아 “요즘 들어 해금이 많이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공연할 때마다 찾아 주시는 관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TV드라마에서도 그렇고 그림이나 사진 등에서도 해금이 자주 등장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국악기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금 연주가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지요.” 1986년 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양대에서 해금을 전공했으니 올해로 해금 인생 25년째를 맞는 셈이다. 대학에서는 4년 동안 장학생으로 다녔고 졸업 후 KBS국악관현악단을 거쳐 프로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등의 굵직한 행사에서 기념 공연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해금이란 무엇일까. “처음에는 갸냘픈 두줄의 해금이었다가 지금은 ‘해금플러스, 그리고 무엇’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위대한 악기로 존재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나갈수록 더욱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해금은 천변만화(千變萬化), 즉 천번을 변하고 만번을 이룬다고 합니다.” 1990년 ‘타악기의 천재’로 불리던 음악인 김대환(2004년 작고)씨와 함께 한 일본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10여 차례 해외 공연을 가져 일본과 유럽에서는 그의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중동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차례 이상씩 공연을 해 왔다. 강씨는 김씨를 추억하면서 “나의 멘토였다. 흑우(黑雨)라는 음반도 같이 냈다.”고 말했다. 해외 공연 때의 에피소드도 많을 터. 한두 가지만 얘기해 달라고 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일본에서 바로크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는 텔레만 앙상블과 협연할 때였지요. 공연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 연습하다가 줄 부분이 깨져 무척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부랴부랴 수소문해서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관계자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해금을 급히 구해 무대에 올랐지요. 그 사정을 관객들에게 미리 얘기해 주었고, 공연이 끝나자 한 관객이 다가와 혈관을 타고 흐르는 전율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사할린 공연 때는 관객들에게 ‘어떤 좋은 자동차라도 돈으로 살 수 있지만, 해금의 소리는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프랑스 리옹오페라극장과 벨기에 유럽의회에서의 공연, 미국 디즈니홀 공연과 일본 도쿄돔에서 인기 배우 배용준과 함께한 공연 등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악과 산조, 창작 음악으로 대별되는 전통 기악에서 그동안 해금의 위상은 보잘 것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 들어 해금의 가능성은 확 달라졌습니다. 무용, 문학, 영화, 클래식, 재즈, 세계 민속음악 등과 접목해 세계화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지요.” ●창작곡 위주로 관객과 소통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공연 때마다 주제를 정한다. 예를 들어 ‘오래된 미래’ ‘불광불급’(不狂不及) ‘미래의 기억’ ‘활의 노래’ ‘나비가 되어’ ‘고요한 아름다움 愛’ ‘멘토’ 등이다. 그때그때의 관객층과 계절, 공연 장소에 맞는 음악적 특색으로 차별화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창작곡 위주의 공연이다. 우리의 전통 음계인 ‘황 태 중 임 남’을 통해 애간장을 녹이는 온갖 오묘한 소리로 신들린 듯 연주하면서 관객들과 무아지경에서 만난다. 원래 그는 연극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가야금을 배우고 싶어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입학 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가야금 과목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부르더니 “그러면 해금이나 하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당시에는 해금을 배우려는 학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야금보다 더 선호하는 인기 종목이 됐다고 말한다. 18~19세기에 거문고, 20세기에 가야금이었다면 21세기에는 ‘해금이 대세’라며 웃는다. 이는 강씨와 같은 해금 연주가들이 전국을 돌며 대중들과 부지런히 만나 온 결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해금 소리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한다.”며 보람을 찾는다. 2000~2003년에는 모색 단계였다면 2003년부터 크로스오버 등을 통해 본격적인 대중화와 세계화에 나섰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강사준 선생님을, 대학 때에는 김천흥과 심인택, 이기설 선생님 등을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지금 박사 과정에서는 김영재와 이기설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파가니니가 되는 것입니다.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면서 해금의 예술적 지평을 꾸준히 넓혀야 한다는 그런 소명으로 말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강은일 교수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6년 국립국악고등학교를 나와 1990년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1990~1998년 KBS국악관현악단 단원, 경기도립국악단 해금 수석을 역임했다. 2006~2010년 숙명여대, 경희대 겸임교수로 있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있다. 1998년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에 국회 대중문화&미디어대상과 KBS국악대상 등을 받았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6년), 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2005년), 기독교 문화예술원 ‘기독교문화대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주요 앨범으로는 ‘오래된 기억’ ‘미래의 기억’ ‘선물’ 등이 있으며 그동안 미국, 유럽,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180여회 순회 및 초청 공연을 가졌다. 올해 들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초청 공연으로 신년음악회를 열었고 지난달에는 대만국립극장에서 초청 공연을 했다. 다음 달 20일 울진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하며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터키, 에스토니아 등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아쟁과 사물놀이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
  • 또 빛난 ‘트위터의 힘’

    또 빛난 ‘트위터의 힘’

    이번 4·27 재·보선에서도 ‘트위터의 힘’이 빛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투표 독려운동이 투표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타고 퍼진 투표 독려운동은 부재자 신고기간이었던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 ‘4월 8~12일은 부재자신고기간’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트위터에 넘쳐났으며, 한 만화가가 그린 ‘투표종결자 김대리’라는 만화가 네티즌들 사이에 ‘리트위트’되기도 했다. 선거 당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온통 선거 관련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른 아침부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들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이날 오전 트위터 이용자 ‘familizer’는 “‘기권’은 ‘권리를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자기의 뜻을 꼭 밝혀 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트위터에 “재보선 지역에 사시는 이웃분들, 투표 하실거죠? 투표 안 하실 이웃은 저를 언팔해주세요.”라며 네티즌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화제를 모았던 투표 인증샷은 이번 선거에서 네티즌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 미투데이 이용자는 “비루한 얼굴이지만 투표를 독려하고자 만행을 저질렀다.”며 투표소 앞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아내와 함께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도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 제게 투표확인 멘션이나 인증샷을 100분 이상 보내오시면 다음 대중강연 때 막춤을 추겠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제 투표 독려 메시지를 한꺼번에 전송하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트위터의 ‘투표참여 트윗나눔’ 프로그램은 이용자들의 계정을 통해 투표 마감시간을 두 시간 앞둔 오후 6시에 “4·27 재보궐선거! 투표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일괄적으로 전송하는 ‘입소문 캠페인 프로그램’이다. 이날 오후 4시까지 70여명의 이용자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어린이날 낀 5月 자치구마다 행사 풍성

    어린이날 낀 5月 자치구마다 행사 풍성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시내 곳곳에서 온 가족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도봉구는 다음 달 5일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차 없는 거리, 아이들 세상’ 행사를 개최한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쌍문동 도당길 발바닥공원 앞 도로 400m 구간의 차량을 통제해 놀이마당과 체험마당, 먹거리마당, 공연마당 등을 열 예정이다. 강서구는 5일 박물관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양2동 허준박물관에서 오전 10시 한방과자 만들기와 인형극, 한방차 무료시음 등이 준비된다. 가양1동 겸재정선기념관에서는 손수건 염색과 내 그림으로 부채 만들기, 겸재와 사진 찍기, 겸재현장답사 등이 열린다. 앞서 4일엔 우장산공원에서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동요 부르기 등 어린이 솜씨 경연대회가 열려 재롱을 뽐낼 수 있다. 성동구는 5일 오후 2시 왕십리 광장에서 ‘꿈나무 축제, 와글와글’ 행사를 진행한다. 꿈나무 체험부스에서는 딸기우유 만들기와 솜사탕 만들기, 비눗방울 체험 등 신나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오후 3시 30분 청소년 동아리단의 댄스와 노래, 비보이 공연이 ‘우리들 세상’을 꾸민다. 식구끼리 함께할 수 있는 가족 레크리에이션과 게임 등 재밌는 공연도 준비했다. 영등포구는 5일 어린이 경제교육 뮤지컬 ‘재크와 요술 저금통’을 공연한다. 10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로 춤과 노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웃음코드를 접목한 구성이 돋보인다. 당산동 3가 영등포아트홀에서 5일 오후 2시와 4시 공연한다. 양천구는 5일 양천·신월·목동 구민체육센터 수영장과 계남다목적체육관 배드민턴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수영장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보호자를 동반한 어린이 70명씩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중구는 5일 오전 10시부터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지역 어린이집 어린이와 학부모 9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날 대축제’를 연다. 구는 만화주인공 캐릭터와 사진 찍기, 나무 호루라기 만들기, 널뛰기와 윷놀이 등 9개 놀이마당을 마련했다. 먹거리 장터와 알뜰장터를 마련해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5~6일 강동구청 앞 디자인서울거리에서는 인형극과 캐릭터퍼레이드 등 ‘착한놀이&박람회’가 열린다. 3000㎡에는 15개 부스의 놀이체험관이 조성돼 상상자동차 만들기, 낚시놀이, 인형극, 나무창작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주변 음식점 50여곳에서는 어린이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또 암사동 선사주거지에서는 어린이 물놀이와 마당극 등 ‘어린이날 기념 축제’가 개최된다. 전쟁기념관에서는 5일 13세 이하 어린이 2500명에게 입장 순으로 장난감과 책, 문구 등을 선물하고 특전사 장병들의 특공무술 시범과 군악대와 의장대 행사, 연예병사 사인회 등 ‘나라사랑 어린이 문화축제’로 하루를 달군다. 서울시는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와 함께 보신각 타종을 하는 ‘어린이날 희망타종’을 5일 오전 11시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터에서 개최한다. 인터넷 접수자 12명과 현장 접수자 12명 등 24명에게 타종 기회를 준다. 시는 다양한 인기 공연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여성행복객석’도 운영한다. 판타지 댄스 뮤지컬 ‘프린세스 콩쥐’가 4일 오후 8시와 5~8일 오후 2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A석 입장료는 5000원이다. 또 마술과 그림자쇼인 ‘찰리아저씨의 매직 콘서트’가 5일 오후 2, 4시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1만원이다. 시청팀 huyn68@seoul.co.kr
  • 28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영화밥상

    28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영화밥상

    봄이면 전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급증한다. 세 부류쯤 된다. 꽃놀이와 식도락을 겸한 상춘객, 프로농구팬(KCC 연고지가 전주다), 그리고 영화 마니아들이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8일부터 새달 6일까지 열린다. 총 38개국 190편이 상영된다. 한술 뜨면 숟가락을 놓기 어려운 전주식 성찬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셈. 놓치면 후회할 영화 8편을 추려봤다. ●‘불면의 밤’에 만날 보석들 올빼미 관객이라면 자정부터 동 틀 때까지 쉬지 않고 영화를 보는 ‘불면의 밤’ 섹션을 주목할 것. 새달 1, 4일 ‘불면의 밤’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영화잡지들이 꼽은 최고의 영화 10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카를로스’(오른쪽)를 만날 수 있다. 1970~80년대 악명을 떨친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재칼(본명 일리치 라미레즈 산체스)이 1973년 첫 테러부터 199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까지를 5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담았다.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과 미국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멕시코의 호르헤 미셸 그라우 감독의 데뷔작 ‘우린 우리다’도 두고 볼 만하다. 인육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저주받은 가족을 그린 호러 영화. 초저예산으로 찍은 탓에 화면에서는 ‘빈티’가 나지만, 고만고만한 뱀파이어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오늘의 거장과 내일의 거장들 올해 독일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남녀주연상을 휩쓴 아스거르 파르허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 별거’(왼쪽)가 개막작으로 국내 첫선을 보인다. 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 간다.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거짓말의 윤리적 문제, 종교, 성(性)과 계급 등 이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담아낸다.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스릴러 ‘이센셜 킬링’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체포된 이슬람교도가 북유럽 눈덮인 산에 버려진 뒤 추위와 굶주림, 고독, 공포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상영시간 내내 별다른 대사 없이 죽도록 고생하는 갈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친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한 ‘파란만장’으로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금곰상을 받은 박찬경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를 출품했다. 20여년 전 안양 봉제공장 화재로 22명의 여공이 사망한 사건을 따라가면서 도시개발의 문제, 기억과 망각 등 중첩된 질문을 던진다. 뱅크시 감독의 ‘선물가게를 지나는 출구’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이다. 영국의 그라피티 예술가로 신분과 얼굴을 밝히지 않은 채 세계 곳곳에서 작업하는 뱅크시의 첫 장편영화다. 올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만화 혹은 만화원작 소품들 1960~70년대 일본의 청춘들에게 좌표를 제시한 복싱만화 ‘내일의 조’는 극영화 버전으로 상영된다. ‘조’ 역은 아이돌 스타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맡았다. ‘야마삐’(야마시타의 애칭) 팬이라면 원없이 몸매를 감상할 기회이니 놓치지 말 것. 고속촬영으로 재현된 조의 주특기 크로스카운터(일부러 상대에게 주먹을 허용하다가 빈틈을 노려 맞받아치기)도 인상적이다. 실뱅 쇼메 감독의 ‘일루셔니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내공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실직한 늙은 마술사와 소녀와의 우정을 다뤘고,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마법 같은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가장 행복했던 기억 얘기하고 싶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 얘기하고 싶었다”

    “이게 9번째 장편만화인데 모두 영화 계약을 했죠. 그런데 ‘그대를 사랑합니다’ 빼고는 모두 다 망했어요. 껄껄.” 만화가 강풀(37·본명 강도영)이 커다란 덩치와 우락부락한 얼굴이 무색하게, 또한 웹툰 만화계 최고 스타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순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짐짓 껄껄거리지만 수줍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작품은 그려내는 족족, 좀 더 정확히는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는 족족 영화·연극계 등에서 눈독 들이며 채갔다. ‘아파트’가 그랬고, ‘바보’ ‘순정만화’ ‘타이밍’ 등이 그랬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흥행에 제대로 성공한 것은 이순재·윤소정·송재호·김수미 주연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강풀 징크스’란 말까지 생겨났다. 강풀은 앞서 “(‘그대사’도) 개봉 둘째 주에 퐁당(교차 상영)에 들어가기에 끝났구나 싶었는데 입소문 등에 힘입어 순항하는 걸 보고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었다.”면서 “진정성은 통한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대사’는 관객 150만명을 돌파하며 지금도 상영되고 있다. 그가 ‘순정만화 시즌 4’를 표방하며 최근까지 인터넷에 연재해 온 ‘당신의 모든 순간’(이하 ‘당모순’, 재미주의 펴냄)을 책으로 묶어 내놓고 25일 서울 대학로 갤러리 이앙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당모순’ 역시 이미 제작사 청어람을 통해 영화화 계약이 끝났다. 강풀은 자신이 내놓는 작품마다 영화, 연극, 드라마 등으로 앞다퉈 변주되는 이유에 대해 “재미있으니까”라고 능청을 떨다가 금세 “영화산업이 검증된 콘텐츠를 찾기 때문이기도 하고 네티즌에게 홀리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겸손 모드’로 전환했다. 그의 작품에는 줄기차게 착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고전적인 권선징악식 선악 구도 또한 없다. 심지어 악인조차 그 근본은 선하고, 그렇게 변질될 수밖에 없는 사연을 품고 있다. “저도 사실은 한때 그것 때문에 많이 고민한 적 있었어요. 별로 착하지도 않은 제가 착한 사람들 얘기만 하고 있으니…. 아마도 성선설을 믿는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사람들이 나와 얽혀 살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아요. 앞으로도 이런 것만 그릴 것 같아요.” 신작 ‘당모순’에는 무시무시한 좀비가 등장하고 잔혹스러운 장면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좀비들도 전형적인 좀비가 아니다. 뇌리에 박혀 있는 ‘마지막 순간, 마지막 행복의 기억’으로 돌아가지 못해 괴로워하는 존재들이다. 강풀은 “보통 좀비 영화를 보면 사랑하는 이나 부모 자식이라도 좀비로 변하면 죽여 버리잖아요?”라고 반문한 뒤 “죽어가는 순간 떠오르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 가장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번 작품은 ‘호러물’이 아니라 ‘순정만화 시리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만화가가 되기는 쉬워졌지만, 만화가로 살아남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간담회 끄트머리에 “또래에 비해 돈을 많이 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강풀은 “그렇다고 후배들에게 수입이 좋으니 너희들도 만화가 하라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다.”며 여전히 열악한 웹툰 만화가의 처지를 토로했다. ‘착한 만화’를 즐겨 그리는 만화가지만 만화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착하지 못하다는 ‘수줍은 항변’처럼 들려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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