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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일 보는 남자 옆에서 아줌마가 쓱쓱 청소한다. 왜? 유령이기 때문!

    볼일 보는 남자 옆에서 아줌마가 쓱쓱 청소한다. 왜? 유령이기 때문!

     화장실에 서서 일보는 남자들의 가랑이 사이로 청소 노동자들이 밀대를 쓱쓱 밀어 넣어가며 청소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청소 노동자들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인 아줌마라서’란 설이 그동안 우세했다. 하지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아고라 펴냄)는 청소 노동자들이 다름 아닌 유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홍명교(28)씨는 요즘엔 ‘거의 씨가 말랐다’는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2003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2005년 경영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홍씨는 지난 31일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에서 “첫 강의 시간에 교수가 ‘우리 학교 왔으면 벤츠 정도는 타줘야지, 안 그래?’라고 말해 너무 충격먹었다. 그 뒤로 수업에 잘 안 들어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너무 많았다. 경영대란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술자리와 모임에 빠지지 않았더니 어느새 학생회장이 되어 있더라.”며 웃었다.  ‘이명박 라운지’(고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기부한 돈으로 조성한 공간)에서 공부하다가도 한발짝만 벗어나면 마주치게 되는 노동자들의 삶에 괴로웠다는 그는 결국 4학년 때 학교를 도망쳐 나왔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공부 중이다.  ‘자발적 퇴교’ 선언을 했던 김예슬씨는 그의 대학 후배. 홍씨는 신문에서 김씨의 대자보 내용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청소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야말로 대학생 자신, 20대 자신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홍씨가 청소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새내기이던 2003년 ‘뼈 빠지게 일했더니 월급 54만원 웬말이냐’는 내용의 교내 플래카드를 보고서였다. 플래카드를 건 측은 ‘불철주야’(불안정노동 철폐를 주도할 거야)란 학생모임이었다. ‘불철주야’에 참여하면서 홍씨는 ‘유령’이 아니라 내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청소 노동자들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후 학교 내의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 활동을 폈다.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으며 불안정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것은 홍익대 청소 노동자 170여명이 집단 해고를 당한 사건 때문이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홍익대 사건은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 세력’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평소 마주쳤던 청소노동자들의 울분을 가슴속 어딘가에 담고 있다가 홍대 사태를 보고 ‘빵 터졌다.’”며 농성에 가세했다. 이를 계기로 ‘소셜테이너’(socialtainer·사회참여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생겨났다.  홍씨는 소셜테이너에 대해 “침묵하고 지켜보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노동자운동이 어떻게 대중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새롭고 대단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우며 한계지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란 위치에서 바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의 기억인 자신의 책 ‘유령 ?’이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책에는 홍씨의 글뿐 아니라 박건웅, 심흥아, 전지은씨의 단편만화 3편이 같이 실려 불안정한 21세기 청춘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한때 ‘실천하는 젊은 지성’으로 불렸던 대학생은 이제 ‘스펙쌓기의 노예’로 폄하된다. ‘유령?’은 각 세대의 불행을 전제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세대론’을 경계한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동시에 아프지 않은 것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한다.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챔프’ - 진부한 소재 빛낸 ‘차태현의 재발견’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챔프’ - 진부한 소재 빛낸 ‘차태현의 재발견’

    근래 말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제작 지원에 나섰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유별난 일이다. ‘씨비스킷’ ‘드리머’ ‘세크러테리엇’ 등이 흥행에 성공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제작된 ‘각설탕’이나 ‘그랑프리’는 출연한 스타의 이름이 무색하게 관객 몰이에 실패했다. 게다가 영화의 성취를 따져 봐도 그리 득이 될 게 없는 장르다. 스포츠영화의 하위 장르로서 딱히 개성을 자랑할 구석이 없다. 이야기는 핸디캡을 지닌 기수나 말이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두는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고, 촬영 내내 가족영화의 순진한 눈높이에 맞추도록 애써야 한다. ‘챔프’를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별스럽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은 ‘각설탕’에 이어 기수와 경주마의 이야기에 재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승을 구가하던 기수 승호(차태현 )는 자동차 사고로 아내를 잃는다. 3년 후 그는 경마장의 음지에서 실의의 나날을 보낸다. 귀여운 딸 예승(김수정)과 응급구조사 윤희(박하선)가 그를 응원하지만 승호에겐 말에 오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경주에 나선 그는 도박단의 미움을 사 제주도로 피신하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그는 경주마 우박이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승호와 같은 자동차 사고 탓에 우박이도 갓 낳은 새끼를 먼저 떠나보냈던 것. 그 상처로 사람이 타는 걸 한사코 거부하던 우박이는 남다른 애정으로 접근하는 승호에게 점차 마음을 연다. 승호와 우박이는 극적으로 경주에 출전하게 되지만 다리가 아픈 경주마와 시력을 거의 상실한 기수에게 우승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다. 이 감독은 인간과 동물이 일체가 되어 빚는 감동의 드라마에 매혹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감동으로 관객이 눈물 흘리기를 원한다. ‘챔프’를 보노라면 눈물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의 힘이라기보다 인간의 자동 반응에 가까워 긴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카메라에 담는 기술은 나쁘지 않다. 적어도 소재에 대한 성의는 갖춘 셈이다. 문제는 ‘챔프’가 이전 영화의 단점을 반복하는 데 있다. 단순한 이야기에 비해 너무 많은 인물이 들락날락하느라 바쁘고,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을 넘기면서도 알맹이가 빠진 듯 진행이 덜컹거리며, 후반부의 신파가 너무 과해 스크린 앞에서 지치게 한다. 물론 관습적인 이야기를 끌어들인 건 잘못이 아니다. 어수룩하게 되풀이하는 게 잘못이다. 그럼에도 ‘챔프’를 거론하고 싶은 이유는 차태현이라는 배우 때문이다. 영화의 역사는 코미디 배우가 당대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음을 증언해 왔다. 차태현도 마찬가지다. 그가 언제 큰 연기상을 받은 적이 있던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차태현은 코미디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계속했고, 근래 출연한 영화를 통해 코미디 배우로서 성숙한 모습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 슬픔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희극 배우는 완성된다. 한때 스타 배우였다가 슬럼프를 겪은 차태현의 얼굴에서 흐릿한 슬픔이 감지되는 순간, 나는 그를 배우로 인정해야만 했다. 언제부턴가 차태현은 같은 세대의 배우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그와 그들 사이의 틈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배우 차태현의 행복은 더욱 커지리란 생각이다. 7일 개봉. 영화평론가
  • [新 베트남 기행] (하) 끝없는 남진정책이 낳은 사회상

    [新 베트남 기행] (하) 끝없는 남진정책이 낳은 사회상

    여정의 첫 기착지인 수도 하노이의 날씨는 무덥고 습했다. 중부의 고도 후에의 햇살은 모든 것을 숨 막힐 듯한 무시간의 정적 속으로 몰아넣는 강렬한 것이었다. 그러나 옛 월남의 수도 호찌민의 밤은 예상 밖으로 서늘했다. 상하의 나라 베트남의 날씨는 이렇게 지역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안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까지 장장 1750㎞에 걸쳐 길게 뻗쳐 있는 나라이니 이와 같은 기후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기후 차이가 서로 다른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또한 역사적으로 독특한 지역 문화와 전통을 일구어 낸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했다. 10세기 경, 천년에 걸친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했을 때 베트남의 영토는 홍하(紅河) 델타를 중심으로 한 북부에 국한되어 있었다. 중부에는 문화 전통이 다른 참파 왕국이 약 천년 동안 존속해 왔고, 남부는 앙코르와트에 수도를 두었던 캄보디아에 속해 있었다. 독립 왕조를 세운 이후 베트남은 남쪽으로 영토를 넓혀 나가는 남진 정책에 힘을 쏟았다. 그리하여 15세기 무렵 중부를 병합하고 이어 300년 뒤인 18세기에는 마침내 남쪽 기름진 메콩 강 델타를 영토에 편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북·중·남부를 포괄하는 베트남 최초의 통일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가장 큰 과제는 지방 분권화의 줄기찬 요구를 다독거리는 것이었다. “남북은 일가”라는 명제는 호찌민의 정치적 구호이기에 앞서 19세기 응우옌 왕조가 통치 이념으로 이미 강조했던 것이다. 응우옌 왕족의 건국이 1802년이고, 왕국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이 1859년이니, 전통시대 베트남의 통일된 역사는 실제로 반세기에 불과했다. 정치적 통일을 이룬 오늘의 베트남을 말하면서 사회문화적 혼종성(hybridity)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적으로는 ‘일가’를 이루었지만 북·중·남부 지역은 여전히 독자적인 지역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에서 중부 후에와 호이안을 거쳐 남부의 호찌민까지 종주하는 이번 여정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유교문화가, 참파 왕국과 푸난(扶南)왕국이 있었던 중남부는 인도의 영향이 짙은 불교문화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진다. 특히 남방문화에는 힌두교의 색채도 가미되어 에로틱한 힌두교의 비슈누와 가네슈의 신상도 호찌민의 역사박물관에서는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혼재하는 서로 다른 문화 전통에 식민지 시대에 유입된 프랑스 문화가 뒤섞이면서 베트남은 한층 다채로운 하이브리드 문화를 창출해 냈다. 베트남의 건축물에서도 이 점을 엿볼 수 있었다.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에서는 폭이 좁고 긴 세장형의 토지 위에 3~4층으로 쌓아올린 튜브 하우스 스타일의 집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중부의 후에나 남부의 호찌민에는 그런 양식의 집은 그렇게 많지 않고 오히려 주황색 오지기와를 얹은 유럽풍의 집들이 종종 눈에 띈다. 중부의 고도 후에에 자리한 응우옌 왕조의 황궁 태화전은 중국의 자금성을 모방한 것이지만, 궁성의 외곽에는 유럽의 성채를 모방한 해자가 설치되어 있다. 후에를 가로지르는 향강(香江)의 북안에 산재해 있는 왕릉에서도 토착 양식과 외래 양식이 동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응우옌 왕조의 2대 황제였던 민망 황제의 장중한 왕릉의 경우 건물은 중국식이지만 내정의 정원은 서양식이었다. 이 기묘한 절충과 조화는 마지막 황제 바오 다이가 선황제를 기려 건설한 화려한 카이 딩 왕릉에서는 독특한 예술미로 표출된다. 묘소로 오르는 109개의 계단 양편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용의 형상에 압도된 관람객의 눈앞에 펼쳐지는 왕릉의 내부는 서양의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타일, 유리 및 녹색의 옥으로 장식된 화려한 벽면, 그 사이사이를 수놓고 있는 다양한 주제의 벽화, 그리고 거대한 천장화로 한 편의 만화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독특한 혼성 양식의 건축물이 보존되어 있는 후에는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후에에서 다낭을 거쳐 호이안에 이르는 해안에는 백사장이 줄곧 이어진다. 넘실대는 짙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과 야자수 그늘이 피곤한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해안을 따라 곳곳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리조트, 콘도,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특히 다낭의 해변에 건설되고 있는 휴양단지는 엄청난 규모여서 사회주의 체제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념과 실용주의의 이와 같은 절충 또한 하이브리드 문화의 한 단면이다. 글 사진 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바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바다’

    수희는 여자 헤비급 복서다. 코치를 사랑하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모른다. 그녀는 잘생긴 그가 자기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문득 수희는 자살을 결심한다. 진이는 룸살롱의 호스티스다. 웨이터로 일하는 남자와 살림을 꾸미고 임신까지 했는데, 바람둥이인 그는 다른 호스티스에게 치근덕댄다. 홧김에 진이는 그 호스티스의 차를 몰고 달아난다. 태성은 눈이 먼 소년이다. 보지 못하는 세상과 사람을 그림으로 표현하던 소년은 바다를 보러 길을 나선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바다’는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태성이 진이의 차에 치이고, 수희가 진이의 차에 뛰어든다. 그리고 세 사람은 바다를 향해 떠나기로 마음을 모은다. 요즘 많은 영화들이 인물에게 무책임하다.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건 예사고 죽음마저 함부로 행사한다. 폭력을 묘사하는 것과 인물에게 폭력적인 건 다른 문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신조차도 피조물에게 책임을 느낀다. 왜 종교가 존재하겠는가. 작가는 인물에게 무자비한 삶을 강요하면 안 된다. 근래 개봉한 두 작품 ‘제7광구’와 ‘블라인드’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두 영화는 공히 익숙한 인물을 재활용한 경우다. 하지만 전자가 인물을 무성의하게 방치한 반면, 후자는 어미가 자식을 돌보듯 인물에게 성의를 다한다. 관객이 후자에 더 공감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다행스럽게도 ‘바다’는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다.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하다. 게다가 스타라곤 없는 영화다. 관객 앞에 선 ‘바다’는 콤플렉스를 품을 법하다. 그러나 ‘바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는 상심한 인물을 따뜻하게 보듬기로 한다. 주변의 삶을 사는 세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그들의 여행에 동참하나 부산을 떨지 않는다. 때론 심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바다’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아웃사이더들이 잠시 일탈하는 순간에 대단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인물과 편안하게 랑데부한 덕분이다. 미소로 상대방을 다독이는 태성은 귀여우며,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지인은 사랑스럽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고수희가 연기한 수희다. 수희는 착하고 연약한 두 친구를 위해 싸우는 인물이다. 그녀가 폭력적인 세상에 대항하는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방식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면 웃음이 나오고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 영화를 보다가 바다에 가보고 싶을 때가 있다. ‘바다’를 보다 그랬다. ‘바다’로 데뷔한 윤태식 감독은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감성을 선보인다. 슬랩스틱의 경쾌함과 애니메이션의 엉뚱함, 그리고 로드무비의 여백이 만나면 이런 영화가 나올까. 더욱이 윤 감독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생략할지 알고 있다. 쓸데없는 설명은 과감히 버리고 진심어린 장면에선 길게 매달린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웨스턴’이 연상되는 결말부가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거슬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미워하기 힘든 데뷔작이다. 영화평론가
  • “어려운 와인 쉽고 착하게 소개합니다”

    “어려운 와인 쉽고 착하게 소개합니다”

    “제가 책에서 언급한 신·구대륙의 와인을 찾아 여행하는 꿈을 실현시키고 어렵고 복잡한 와인을 쉽고 착한 가격에 선보이고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베스트셀러 교양만화인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덕성여대) 교수가 LG트윈와인과 손잡고 ‘이원복 와인 셀렉션’을 진행한다. 2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교수는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으로 와인에 대한 이론을 섭렵했다면 이번 ‘이원복 와인셀렉션’은 직접 마시며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와인 애호가인 이 교수가 각국 와이너리를 발로 뛰며 생생하게 그린 와인 소개 만화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은 50만권 이상 팔려 와인서적의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이 교수는 “와인에 대한 취향은 이성에 대한 취향만큼 제각각이라 어떤 와인이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에 선보이는 와인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정한 최고의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원복 와인 셀렉션’을 통해 ‘간택’된 와인은 칠레산 ‘비냐 마이포’와 스페인산 ‘리오하 베가’ 전 제품. 등급에 따라 가격은 1만원대에서 2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와인 전 제품에는 이 교수의 그림이 들어 있는 공식 엠블럼과 이 교수의 추천 문구, 제품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는 투명필름이 부착된다. 투명필름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와인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년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현재 장학법인 ‘꿈 나눔터 먼나라 이웃나라’를 준비 중이다. 자신이 독일 유학 시절 받았던 도움을 한국에 온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원복 와인 셀렉션’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 전액을 장학사업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윈와인은 와인 대중화를 위해 2008년 말부터는 만화 ‘식객’의 저자 허영만 화백과 ‘와인 식객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문화예산 50% ↑

    정부와 한나라당은 22일 당정회의를 갖고 문화·예술분야 내년 예산을 50% 확대해 전체 예산의 1.5%인 5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당정은 정부 공약인 문화재정 2% 달성을 위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임해규 정책위 부의장이 밝혔다. 당정은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3D 등 차세대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글로벌 콘텐츠펀드 조성 등 투자환경 개선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신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국 이미지 개선을 적극 지원키로 하고 한글학교 활성화, 한글강사 파견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전통문화를 활용한 지역별 신관광자원 개발을 유도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나설 방침이다. 당정은 이 밖에 고용창출 효과가 큰 문화 콘텐츠, 여가문화 분야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속 지원하는 한편 문화예술인 복지지원 강화, 문화·체육·관광 바우처의 저소득층 지원도 추진키로 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프랑스인 티에리는 1980년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옷가게를 운영해 돈을 버는 한편 비디오카메라에 재미를 붙인다. 스스로 집착이라 부를 만큼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줄곧 테이프에 담았다. 1999년 프랑스에서 ‘스트리트 아트’를 목격한 그는 새로운 문화의 중심으로 진입한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라 불리는 인물들과 그들의 작업을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것. 급기야 신비에 싸인 인물 뱅크시와 우연히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반체제적 예술운동의 기록자를 자처하던 티에리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이름의 예술가로 거듭난다. 데뷔 전시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제2의 앤디 워홀’로 평가받는다.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연출한 뱅크시는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가 평소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까닭에 영화의 정체가 우선 흥미를 끈다. 한 한량의 엉뚱하고 유쾌한 성공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고 있으나 영화가 과연 진실한 기록물인지 의심스럽다. 티에리의 행적은 너무 수상해서 가공의 인물로 느껴지며, 목소리와 얼굴을 가린 채 출연하는 뱅크시가 진짜인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후드를 뒤집어쓰고 변조된 목소리로 말하는 뱅크시는 티에리와 동일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전체가 거짓말로 들리기에 결말부의 주제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만약 영화를 본 뒤에 ‘가짜가 판치고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미술의 위기’를 운운한다면 그것은 뱅크시의 농담을 생각 없이 뒤따라 하는 철부지 행동이다. 티에리와 뱅크시는 정반대 성향의 인물이다. 극비리에 작업한 다음 현장에서 재빨리 사라지는 뱅크시와 반대로 티에리는 노출과 유명세를 적극적으로 즐긴다. 기성 질서와 문화에 저항하는 뱅크시의 스텐실 작업이 ‘반달리즘’의 상징인 것과 비교해 티에리의 작품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급급한 자의 단순 복제품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正)과 반(反)에 해당하는 두 존재는 양극에서 밀고 당기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운동 주체로 기능한다. 뱅크시의 목소리만 반영됐다면 ‘선물가게를’은 쥐 그림 하나 그려놓고 우쭐대는 얼치기 예술가의 자기 자랑에 그쳤을 것이다. 뱅크시의 작품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상품이 된 지금, 뱅크시는 본인의 딜레마를 티에리라는 인물에게 투영한다. 그리고 순진하고 단순한 인물에게 고민거리를 슬쩍 넘겨버리는 영악함을 발휘한다. ‘선물가게를’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창작의 진정한 주체를 따지는 데 있다. 티에리와 뱅크시의 판이한 성향이 부딪치듯이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각기 준비한 결과물 또한 충돌한다. 카메라를 팽개친 티에리는 붓을 들고, 뱅크시는 스프레이를 잠시 놓아두고 카메라를 잡는다. 영화는 뱅크시가 티에리의 기록을 손보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니까 극 중 영상은 대부분 티에리의 손을 거친 것이고, 편집과 효과 등을 담당한 건 전문 스태프들이다. 감독이 손을 댄 부분은 과연 어디일까. 뱅크시의 질문은 관현악단에서 지휘자의 무용론이 대두되던 때를 연상시킨다. 뱅크시는 자기를 희생양으로 삼아 감독의 ‘보이지 않는 손’을 도마에 올린다. 현대미술의 이단아가 돈에 놀아나는 영화시장을 고운 시선으로 보았을 리 없다. ‘선물가게를’은 국외자의 조소다. 영화평론가
  • 中초등생 위한 ‘성교육 교재’ 선정성 논란

    중국 베이징시에서 처음으로 초등학생을 위해 발간된 성교육 교재(시험안)가 논란에 휩싸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내용과 삽화가 너무나 적나라 하다는 것. 실제로 이 교재에 실린 성행위 관련 표현은 상당히 상세하다. 교재에는 “인류가 자손을 남기려면 남녀의 공동작업이 필요한데 정자가 난자에 붙도록…(이하 생략)” 등 아기를 만드는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또 일본 고전 만화캐릭터를 본뜬 듯한 삽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삽화 역시 기재된 내용에 못지않게 묘사가 상세하다. 이 교재의 편찬을 담당한 르웨이홍은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된 적절한 정보를 어릴때 부터 교육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쉽게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얻게된다.” 고 발간 의도를 밝혔다. 또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부터 성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도 있다.” 며 “중국도 아이들의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교재를 둘러싼 중국네티즌들의 찬반 논란은 거세다. 네티즌들은 “초등학생에게도 두리뭉실한 표현이 아닌 자세하게 성교육을 해 줄 필요가 있다.” 는 의견과 “초등생을 위한 성교육 교재인지 포르노 잡지인지 구분이 안간다.”는 비난이 팽팽히 맞붙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강남 ‘청렴 온라인 카페’ 떴다

    강남 ‘청렴 온라인 카페’ 떴다

    Q: 공용물인 TV와 세탁기를 자택에서 사용하면? A: 예산으로 구입한 기관의 자산을 개인이 자택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공용물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 위반입니다. ‘청렴 최우수 도시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청렴운동을 펴고 있는 강남구가 17일 청렴 문화 정착을 위해 인터넷 청렴 카페 ‘다산회’(cafe.naver.com/cleangangnam)를 개설했다. 이날 첫선을 보인 온라인 커뮤니티 ‘다산회’는 청렴에 관한 정보와 고민을 나누는 곳으로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만든 것이다. ●청렴위반 사례·청렴 이야기 소개 커뮤니티의 자랑은 웹툰(webtoon·인터넷 만화)을 활용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꾸며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청렴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각종 청렴위반 사례를 만화로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다. 또 ‘역사속의 청렴이야기’ 코너에서는 “나라 재산이라면 바늘 하나라도 탐내지 말라.”고 외쳤던 조선 청백리 이약동(1416~1493) 제주목사의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에 얽힌 이야기도 사진과 함께 글로 실었다. 웹툰과 청렴 이야기 등은 회원 가입 없이도 볼 수 있지만 새내기방과 구민감사관방 등 뜻이 맞는 회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전용게시판을 따로 두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도록 했다. 구는 직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속의 청렴 이야기’ 원고도 모집한다. 채택된 직원에게는 ‘청렴마일리지’를 부여하고 우수자는 연말에 표창할 방침이다. ●공직자 비리신고센터도 마련 특히 청렴마일리지는 개인과 부서의 청렴도 평가에 반영하고, 청렴소식과 역사속 청렴이야기, 공무원 행동강령 사례 등을 묶어 매월 웹진(webzine·인터넷 잡지)을 발간하기로 했다. 구는 ‘공직자 비리신고센터’와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직원 청렴학습 동아리 ‘다산회’는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생가를 탐방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청렴이야말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다. 청렴하지 않은 자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다산의 뜻을 기리며 청렴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 신연희 구청장은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다산회’가 청렴한 공직사회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청렴 최우수 도시를 목표로 주민이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네크워크 시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네크워크 시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네트워크 이론의 거장인 바라바시 교수는 저서 ‘링크’에서 복잡한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파악하려면 대상을 조각 내서 하나하나 분석하는 환원주의 방법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된 전체를 유기적으로 통찰하는 그물망식(Web-based) 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디지털 시대에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구글의 전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색엔진으로는 후발주자인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용자들이 찾으려는 정보와 가장 관련이 높은 결과를 순위를 매겨 빠르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웹페이지 간의 연결 관계를 분석할 뿐 아니라 웹페이지에 포함된 모든 단어와 이용자 행태 간의 관계를 통합 분석한 결과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도 구글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일 것 같은 사람들을 알아서 찾아 추천하고,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이 쓴 글을 실시간으로 배달하는 편리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역시 이러한 미디어 트렌드에 들어맞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종이신문이라는 제약을 넘어서려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바일 앱 초기화면을 띄우면 ‘이 시각 주요 뉴스’와 함께 섹션별 주요 뉴스 제목이 바로 나타난다. 작은 화면을 고려해서 설계한 탓인지 화면 배치가 이용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기사 끝에는 관련 기사 목록과 SNS와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종이신문 기사에 페이스북 주소(facebook.com/me.onekorea)를 달아 연계성을 강조한 ‘나와 통일’이라는 연재기사도 스크린 간의 연동을 고려한 좋은 사례다. 그렇다면, 기사와 기사 간의 관계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스마트폰의 모바일앱에서 ‘아이폰5 vs LTE폰 9월 대전’(8월 15일)이라는 기사를 확인해 본다. 제목 아래 두 기종의 특징을 비교한 표는 종이신문보다 더 선명해 가독성이 좋다. 그런데 기사 끄트머리의 관련기사에는 ‘갤럭시S2 화이트모델 17일 첫선’이라는 기사 하나만 보인다. 같은 날짜의 관련 기사만 제공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듀얼코어’, ‘LTE’와 같은 전문용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아쉽지만 내가 검색한 기사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을 독자는 원한다. 앞에서 소개한 ‘나와 통일’이라는 기사를 검색해 보자. ‘나와통일’이라고 검색창에 쓰면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검색 방식으로는 뉴스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이러한 작은 불편함은 또 있다.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되어야 할 포토 뉴스에서 글씨 크기는 조절되지만 정작 사진 크기는 조절되지 않는다. 게다가 ‘카라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홍보대사 위촉’(8월 11일)이라는 포토 뉴스의 제목은 종이신문에는 ‘K팝’으로 다르게 되어 있어 연동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카라’라는 제목으로 기사검색을 해 본다. ‘저자와 차 한 잔, 첫 수필집 ‘유소유’ 펴낸 고세진 교수’(8월 13일)라는 기사와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에일리언 비키니’(8월 12일)라는 기사가 결과로 나온다. 기사 내용에 ‘메카라는’과 ‘모니카라는’이 들어 있기에 생긴 일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시대에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자신이 원하는 뉴스정보를 정확하게 찾아주는 똑똑한 서비스를 미디어 고객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가 네트워크 사회의 특성을 얼마나 잘 반영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갈수록 편리함에 익숙해진 독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신문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 [어린이 책꽂이]

    ●아기장수 우투리(서정오 글, 서선미 그림, 보리 펴냄) 온전하게 살린 옛이야기에 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과 공들인 그림을 넣은 ‘꼬불꼬불 옛이야기’ 시리즈.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을 영웅을 기다리는 백성의 바람이 민화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색의 그림으로 살아났다. 1만 2000원. ●진짜 영웅(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이정선 옮김, 베틀북 펴냄) 올여름 개봉한 공룡 만화영화 ‘고 녀석 맛있겠다’의 원작자 작품. 못생긴 바라랑맨과 잘생긴 스페셜맨이 대결을 펼친다. 웃음과 재미, 감동이 어우러진 다쓰야의 탁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1만원. ●밖에 나가 놀 거야!(모 윌렘스 글·그림, 김혜경 옮김)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을 세 차례나 받은 윌렘스의 대표 그림책. 걱정쟁이 코끼리 코보와 말썽꾸러기 꿀꿀이 피기의 우정 이야기 시리즈다. 8500원. ●신기한 사과나무(박윤규 글, 박해남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칠성골 사람들에게 불쑥 나타난 능금동자와 사과나무. 더불어 사는 삶을 일깨워 주는 잔잔하고 맑은 그림책이다. 1만원.
  • 최규석씨 ‘울기엔 좀 애매한’ 올해 부천만화대상 대상에

    최규석씨 ‘울기엔 좀 애매한’ 올해 부천만화대상 대상에

    올해 8회를 맞은 부천만화대상의 최고 영예는 최규석 작가의 ‘울기엔 좀 애매한’(사계절출판사)에 돌아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11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으로 최 작가의 ‘울기엔’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학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는 우리시대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 미술학원 강사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이 투영됐다. 세련된 펜 그림에 붓으로 색깔을 입혀 컴퓨터 채색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사계절출판사가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주제로 기획한 ‘1318 만화가 열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출판됐다. 한국적 소재를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울기엔’과 함께 대상을 놓고 경합했던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애니북스)은 우수이야기만화상에 선정됐다. 카툰상에는 박기소 작가의 ‘박기소의 아이디어’(거북이북스), 어린이만화상에는 최신오 작가의 ‘영산강 아이들’(거북이북스)이 뽑혔다.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역임한 김동화 작가가 공로상 수상자로, 암투병 중에도 연재를 중단하지 않았던 고(故) 김지은 작가가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작가상은 ‘꼬마 니콜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장 자크 상페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부천국제만화축제 폐막식 때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내가 만든 게임들 내 아이에겐 안 권한다”

    “내가 만든 게임들 내 아이에겐 안 권한다”

    게임이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전직 게임회사 대표가 직접 생체실험을 통해 고발한다면 충격적이면서도 그야말로 효과적이다. ‘게임 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한얼미디어 펴냄)의 저자 고평석씨는 모바일게임 회사 지오스큐브를 차리고, ‘이달의 우수 게임’에 선정되어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 게임 테스터 지원자들 무기력한 모습에 회의 그러다 2008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내가 만든 게임을 내 아이에게 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저자가 게임회사 대표가 된 배경에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어려웠던 고씨는 1999년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친척 이모로부터 뭔가를 배우고자 했던 것. 그런데 재미교포 마이클 양의 무료 강연을 듣고 인터넷 사업의 가능성을 깨치게 된다. 게임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친구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호의적으로 여기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한 친구가 그의 딸에게 다른 친구들의 직업은 변호사, 의사, 연구원 등으로 소개하며 “존경스럽지?”라고 덧붙였지만, 고씨에게는 “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아저씨라고 말하기 좀 그렇다.”고 했단다. 게다가 주요 게임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시간을 뺏긴다는 이유로 거의 게임을 안 하는 데다, 게임 테스터(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미리 해보는 사람)를 하겠다고 회사에 온 10~20대의 무기력한 모습에 더욱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 5개월간 중독실험… “넉달째 놀아달란 아들에 짜증도” 게임 사업을 정리한 그는 직접 게임의 폐해를 느껴보고자 게임 중독 실험을 시작했다. 2010년 10월 축구게임을 시작한 고씨는 점점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게임 회사를 차리긴 했지만, 실제 그는 ‘청교도’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실험 시작 두 달 만에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석 달째 되자 게임을 더 재미있게 잘하고자 돈을 주고 게임 아이템을 사게 됐다. 넉 달째가 되자 하루라도 게임을 안 하면 불안해지고, 놀아 달라는 아들에게 짜증을 내는 지경이 됐다. 벌건 대낮 업무 시간에도 짬짬이 게임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게임 중독 실험을 끝낸 다섯 달째에는 두통 외에 손목과 목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고씨는 ‘바보상자’라고 폄하되던 TV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에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언론에서 게임을 콘텐츠 산업의 선두주자라고 표현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야기, 메시지, 감동이 모두 빠져 있는 게임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시간 때우기 도구’란 것이 그의 결론이다. ●게임서 사회성·경제관념 배워? 게임회사 홍보일 뿐 게임을 하면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성이 길러지며, 경제관념을 배울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게임업계의 홍보전략일 뿐이라고 고씨는 잘라 말한다. 방학을 맞아 게임에 푹 빠진 자녀가 안타까운 부모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볼 만하다. 저자는 자녀를 게임의 늪에서 끌어올리는 방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먼저 부모가 게임을 함께하면서 학습만화, 여행, 운동, 사진 등으로 관심을 돌려 보라고 조언했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촌철살인 만평’ 백무현 화백을 만나다

    ‘촌철살인 만평’ 백무현 화백을 만나다

    “정곡. 재미있는데, 웃을 수 없는…. ‘여보’라고 부르신 분들. 대답 좀 해보세요.” ‘@laein1224’이 10일 오전 트위터에 올린 촌평이다. 이날 아침 서울신문 2면의 ‘서울만평’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침대에서 일본 여인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가슴에 태극기를 그려넣은 여인이 침실 문을 열며 “여보!”라고 외치자 오바마는 “누구예요?”라고 묻는 품 안의 여인에게 “모르는 여자야. 신경 꺼!”라고 말한다. 만평을 그린 백무현(48) 화백이나 트위터 이용자나 기지와 재치에서 막상막하인 셈이다. 1998년부터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세상사의 한 단면을 펼쳐 보이는 백 화백이 12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을 통해 민낯(?)을 공개했다. 짙은 눈썹의 호남형 외모를 지닌 백 화백은 매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사이에 3.3㎡도 안 되는 자리에서 피말리는 마감 전쟁을 치른다. 손목시계를 10분 당겨놓고 마감시간과 씨름한다.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겨드랑이에 땀이 흥건히 젖기도 하고 맨 정신으로 귀가할 수 없어 술에 의지하기도 한다. 소주잔 기울이는 서민들 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소재를 찾는 것은 물론, 이를 비틀어 해학이란 양념을 치는 것도 선술집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고 했다. 백 화백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때 ‘전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일이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건의 이면에 숨어 있는 것들을 발빠르게 포착해야 하는 데 나도 인간이니까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본의 아니게 이해 당사자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있는 데 잘못을 인정한 뒤 다음 작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이겠다.’ ‘사장에게 얘기해 없애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은 부지기수이고 총리나 장관들도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곤 한다.”고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만화 전두환-화려한 휴가’ ‘만화 박정희’를 내놓은 백 화백은 매일 만평을 채우느라 지칠 법도 한데 ‘만화 정주영’을 목하 작업 중이다. 11월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위에선 ‘좌파’라고 눈총을 보내는데 그런 그가 재벌 회장을 만화로 그리는 이유도 털어놓는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침수된 수입차 주의보, 여름철 피부 지키는 방법, 자장면값 1500원 말 돼?, 신문이 재래시장 바꾼다, 스튜디오 초대-오일만 경제부 차장의 세계경제 진단, 건강몸매 만들기 5 등이 방영된다. 글 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올해 부천만화대상 대상작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올해 부천만화대상 대상작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올해 8회를 맞은 부천만화대상의 최고 영예는 한국 리얼리즘 만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최규석 작가의 ‘울기엔 좀 애매한’(사계절출판사 펴냄)에게 돌아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11부천만화대상의 대상작으로 최 작가의 ‘울기엔… ’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학 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는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우울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 미술학원 강사로 일했던 최 작가의 경험이 투영됐다. 세련된 펜 그림에 붓으로 색깔을 입혀 컴퓨터 채색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사계절출판사가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주제로 기획한 ‘1318 만화가열전’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출판됐다. 최 작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함께 내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특별전을 열고, 축제 메인포스터를 그리는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완결된 작품을 대상으로 만화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만화계 인사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작을 엄선했다. 두 차례 선정회의를 거치며 압축된 5편을 놓고 최종심사가 진행됐고, ‘울기엔… ’과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애니북스 펴냄)이 대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김형배 우리만화연대 회장, 오태엽 대원씨아이 본부장,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등 5명이 최종심에 참여했다.  오 본부장은 “잡지나 온라인 연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단행본으로 출간된 ‘울기엔… ’이 기획의 참신함과 사회 현실에 대한 차분하면서도 리얼한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면서 “‘습지생태보고서’ 등 전작을 통해 다져온 창작 역량을 고스란히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적 소재를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신과 함께… ’는 우수이야기만화상에 선정됐다. 이밖에 카툰상에는 박기소 작가의 ‘박기소의 아이디어’(거북이북스 펴냄)가, 어린이만화상에는 최신오 작가의 ‘영산강 아이들’(거북이북스 펴냄)이 뽑혔다.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역임한 김동화 작가가 공로상 수상자로, 암투병 와중에도 연재를 중단하지 않았던 고(故) 김지은 작가가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작가상은 ‘꼬마 니콜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장 자끄 상뻬에게 돌아갔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14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폐막식(21일) 때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에일리언 비키니’

    2010년 프랑스 칸영화제의 마켓에 나온 ‘로드 투 노웨어’와 감독주간에 출품된 ‘광란의 타이어’는 각기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양측은 자기 영화가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찍은 첫 장편영화라고 우겼다. 하지만 그들이 몰랐던 것은 한국에서 이미 스틸 카메라로 촬영한 전계수 감독의 ‘뭘 또 그렇게까지’라는 작품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이 초래한 변화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어느덧 영화를 만드는 자와 배급하는 자, 관람하는 자 중 누구도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위에 언급한 모 회사의 DSLR 카메라가 저예산 영화 촬영의 대세로 평가받는 요즘, 이 카메라로 찍은 또 한 편의 영화가 등장했다. 지난해 ‘이웃집 좀비’로 호평을 얻은 영화창작집단 ‘키노망고스틴’이 두 번째로 제작한 ‘에일리언 비키니’다. 영건은 ‘바른 생활’을 신조로 살아가는 30대 남자다. ‘도시 지킴이’를 자처하는 그의 직업은 봉사활동이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봐 넘기지 못하고, 위험에 처한 여자를 돕지 않고는 못 배기며, 음주와 금연 캠페인을 열심히 한 그다. 언제나 도시의 밤 풍경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도시와 지구를 어떻게 지킬지 걱정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남자들에게 쫓기던 여자를 구해 집으로 데려온다. 모니카라는 이름의 그녀는 얌전을 떨다 점점 야성적으로 변한다. 외계인의 정체를 숨긴 그녀가 갑작스럽게 키스하자 그의 순정은 흔들린다. 순결 서약을 지키려는 지구 남자와 종족 번식을 위해 지구로 잠입한 외계인의 하룻밤 결투는 그렇게 시작된다. ‘에일리언 비키니’의 만듦새가 빈곤하다고 생각한다면 1950년대 전후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B급 공상과학(SF) 영화를 기억할 일이다. ‘짧은 상영 시간, 조악한 세트, 과장된 연기, 엉성한 플롯, 세세한 것에는 관심 없다는 투의 뻔뻔함’이 특징인 B급 SF 영화는 생각보다 긴 생명력을 지녔다. 폭넓은 지지를 구하진 못했으나 세계 곳곳에서 잊힐 만하면 한 번씩 흥미로운 작품이 등장하곤 한다. 그 계보에 놓일 ‘에일리언 비키니’는 가까이에 두 편의 선배 작품을 두었다. B급 영화 특유의 발칙한 정신을 발휘했다는 점에선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 자장 아래 있으며, 제작 여건의 한계를 치열한 노력으로 돌파한 방식은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2010)과 궤를 같이한다. 제도권 영화보다 외양은 초라할지 모르지만 획일화된 영화 사이에서 엉뚱하게 상상하고 과감하게 시도한 영화는 오히려 빛난다. ‘이웃집 좀비’에서 오영두 감독은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간소한 인물이 등장하는 두 개의 에피소드를 담당한 바 있다. 그런 특성은 ‘에일리언 비키니’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은 남자의 궁색한 방에서 두 인물이 옥신각신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자칫 1980년대 에로영화를 밀실 SF 영화로 변신시켰다고 착각할 법하다. ‘불청객’에 비해 주제는 빈약하고 기상천외한 재미도 부족하다. 반면 ‘에일리언 비키니’는 SF 호러라는 장르에 순수한 태도로 임한다. 시시한 교훈 따위는 팽개친 채, 할 수 있는 한 장르적 표현에 매진한다. 드라마, 코미디, SF, 호러의 단계에 맞춰 차례로 탈바꿈하는 영화를 따라가노라면 장르적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태도와 마음이다. 25일 개봉. 영화평론가
  • 스필버그 제작 등 드림팀 투입된 ‘카우보이&에이리언’ UP & DOWN

    스필버그 제작 등 드림팀 투입된 ‘카우보이&에이리언’ UP & DOWN

    19세기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 한복판. 정신을 잃고 누워 있던 사내가 눈을 뜬다. 복부의 상처가 고통스럽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왼쪽 손목에 채워진 육중한 기계장치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가까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정체가 드러난다. 현상수배범 제이크 로너건. 그런데 보안관이 그를 이송하려는 순간, 괴비행체가 나타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주민들을 납치한다. 11일 개봉한 ‘카우보이&에이리언’은 1997년부터 영화화가 논의된 프로젝트다. 원안을 내놓았지만 늘어지는 일정에 지친 스콧 미첼 로젠버그가 2006년 같은 제목의 만화책을 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제작진은 드림팀 수준. 스티븐 스필버그와 론 하워드가 제작자로 나섰다. 여기에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 감독과 대니얼 크레이그, 해리슨 포드가 뭉쳤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개봉한 미국에서의 평단 반응과 흥행은 모두 신통치 않았다. 1억 6000만 달러가 투입된 수상한 블록버스터 ‘카우보이&에이리언’의 실체를 파헤쳐 봤다. [UP] 파격 퓨전 스필버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파브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인 로베르토 오시를 데려다 존 웨인의 서부극 ‘수색자’(1956)와 자신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1977)를 보여줬다. 서부극과 공상과학(SF) 장르의 변종 교배가 키워드란 의중이었다. ‘짝퉁 속편’ 같은 제목을 단 것도 이질적인 두 장르의 결합을 관객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던져놓고 시작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막상 영화는 서부극의 공식에 충실하다. 선량한 이들을 괴롭히는 서부 무법자가 외계인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로너건(대니얼 크레이그·오른쪽)과 달러하이드(해리슨 포드) 대령이 외계인의 뒤를 쫓고,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이야기 구조는 서부극에서 낯설지 않다. 무뚝뚝한 데다 제멋대로이지만 싸움 솜씨는 끝내주는 주인공은 존 웨인이나 율 브리너를 떠올리게 한다. 제작진이 로너건 역에 크레이그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가 ‘황야의 7인’의 브리너를 닮았기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이 많은 달러하이드 대령이 보안관의 외손자나 인디언 부하와 맺는 유사 부자 관계 역시 서부극의 단골 설정이다. 또 다른 매력은 ‘인디애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젠 동의어가 된 두 배우에게서 나온다. 권총 대신 첨단무기를 장착한 카우보이(로너건)나 미확인물체(UFO)에 권총으로 맞서는 무모한 전직 군인(달러하이드)이란 설정이 그다지 황당하지 않은 것은 두 배우가 만들어온 이미지 덕분이다. 실제로 달러하이드 대령과 로너건의 캐릭터는 존스와 본드의 개성과 여러 면에서 겹쳐진다. 제작진의 노림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금껏 에일리언 하면 어두침침한 우주선에서 끈적한 타액을 흘리고 다니는 놈들을 떠올릴 터. 하지만 파브로 감독은 대낮에 사막을 휘젓고 다니는 외계 생명체를 떼로 드러낸다. 그만큼 크리처(Creature) 디자인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DOWN] 과유 불급 풍부한 상상력은 좋은 영화의 근간이지만 지나치면 관객과의 소통을 방해하기도 한다. ‘카우보이&에이리언’이 바로 그런 경우다. 영화는 고전적인 서부극과 최첨단 공상과학(SF)의 결합이라는 참신함을 내세웠지만, 결국 이질적인 두 장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말았다. 물론 수많은 블록버스터와 슈퍼히어로의 등장에 지친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영화적인 완성도가 갖춰진 뒤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우선 내용 전개가 세밀하지 못하고 구성도 지루하다. 모든 기억을 잃고 사막에 떨어진 주인공 제이크 로너건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가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은 긴장감을 주지도, 흥미를 자극하지도 않는다. 한 시간 남짓 다소 지루한 서부 영화가 이어진 뒤 에일리언과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는데, 복선도 제대로 깔려 있지 않고 치밀하지 못한 구성 탓에 영화가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느껴진다. ‘하이테크 카우보이’라는 색다른 슈퍼히어로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앞뒤 설명 없이 의문의 기계를 하나 찬 카우보이는 신비감도 없고, 감정 이입을 할 만한 요소도 부족하다. 물론 서부극 장르의 팬이거나 에일리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흥미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나 스펙터클에서 별다른 차별성이 없고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이 계속 이어져 얼마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T와 에일리언을 합쳐 놓은 듯한 외계인의 생김새는 독특하고 움직임도 상당히 날렵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인지 SF적인 요소가 잘 살아나지 않아 전체적으로 다소 식상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대니얼 크레이그는 전작에서의 섹시한 이미지를 벗고 진중한 ‘하이테크 카우보이’를 연기했지만, 평면적인 캐릭터 탓에 연기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와 함께 반격에 나서는 달러하이드 대령 역의 해리슨 포드도 입체감이 떨어진다.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아쉬움을 키운다. 한마디로 소문 난 잔치였지만 먹을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구청장들의 남다른 책 사랑

    구청장들의 남다른 책 사랑

    “요즘 책 읽느라 잠을 못 잔다.” 성북구 직원 L씨는 9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책 읽는 구청 공무원이 부쩍 늘고 있다. ‘동네 왕’인 구청장이 일주일에 많게는 2~3권씩 책을 읽기 때문이다. 몇몇 민선 5기 구청장은 직접 과장·팀장들과 그룹회의 등을 많이 하는데 그 자리에서 자신이 최근에 책을 읽으며 얻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든지,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편지를 보내면서 책 읽기를 권한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책을 읽는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는지 “구청장이 일도 많이 시키는데 책까지 읽으라고 하다니 못 참겠다, 하지 마시고 책 속에 삶의 지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술 취해 새벽에 들어와도 거의 매일 1시간 정도 책을 읽는다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교육과 복지, 문화 등 5개 부문의 과장들과 생활구정회의를 1주일에 한 차례씩 하는데 그때마다 책을 읽어 알게 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사회적기업과 관련해서는 박원순 변호사가 쓴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의 한 대목을, 요즘 공동체사회 복원 등 마을 만들기와 관련해서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등의 한 구절을 이야기한다. 그저 실용서만 읽는 게 아니라 역사, 경제, 사회, 철학 분야 등으로 독서 폭이 넓어 직원들은 쫓아가기 바쁘다며 혀를 내두른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거의 매달 한 권씩 직간접적으로 책 읽기를 권한다. 매달 한 번씩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여기에는 꼭 책 한 권이 소개돼 있다. 지난해 8월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쓴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인데, 청소년과 장애인 동성애 노동자에 얽힌 국내외 영화를 소재로 한 것이라 편견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교수가 쓴 ‘헌법의 풍경’은 덤으로 소개했다. 9월에는 박시백 화백의 역사 만화 ‘조선왕조실록’과 역시 샌델의 ‘정의~’를 추천하고 직접 쓴 독후감도 남겼다. ‘공감의 시대’와 관련해서는 “750쪽이나 돼 읽기를 권하기는 너무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시대는 확실히 경쟁과 적자생존에서 협력과 평등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독일 하랄트 슈만과 크리스티아네 그레페가 쓴 ‘글로벌 카운트 다운’을 지난 6월 직원들에게 읽기를 권유했는데 금융위기의 불안이 찾아온 지금 시점에서 다시 훑어볼 만하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운명’은 성북구청장과 노원구청장 모두가 권유한 책이다. 특히 문 전 실장의 ‘운명’은 두 구청장이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누군가 읽을 책을 찾으면 “고전(古典)을 읽어라.”라고 조언하고, 딱 집어서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논어’를 권유한다. 유 구청장은 “고전은 짧게는 수백년, 길게는 2000년 이상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힌 책으로, 기성의 사고방식과 양식에서 탈피해 비약적인 혁신을 이뤄낸 천재들의 저작”이라며 “이 책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과 사고력 등 지혜를 갖춘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은하철도999’의 메텔 닮은 ‘메텔 콘테스트’ 화제

    ‘은하철도999’의 메텔 닮은 ‘메텔 콘테스트’ 화제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아시나요? 일본의 한 업체가 과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닮은 모델 콘테스트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메텔은 만화 속에서 검은 옷을 입고 노란색 머리카락의 모습을 한 신비의 여인으로 그려졌던 캐릭터다. 이번 미스 메텔 콘테스트는 지난 8일 시작됐으며 총 30명의 미녀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는 30명 후보자들의 자세한 이력과 수영복 사진 및 동영상이 올라있으며 마음에 드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각 후보자들은 메텔과 같은 모습의 다양한 일상생활을 사진 등으로 사이트에 올려 다른 후보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번 우승자는 ‘미스 메텔’이라는 칭호와 함께 한 주간지의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佛주재 日문화원 직원 30명 vs 佛한국문화원 직원 8명

    [이제는 공공외교다] 佛주재 日문화원 직원 30명 vs 佛한국문화원 직원 8명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에 위치한 일본 문화원은 평일이라 그런지 직원들을 빼고는 한적했다.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일본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처럼 꾸며 놓았다. 책꽂이에는 일본 언어와 역사를 비롯해 각종 만화책들이 빼곡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책꽂이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헝가리어로 돼 있는 책들이라는 점이었다. 헝가리인 직원에게 헝가리어로 된 일본 관련 책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200권이 넘는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헝가리어로 된 한국 관련 책은 현재 15권이 안 된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올해 초 발간한 ‘재외 한국문화원 현황’에 따르면 한국문화원은 지난해까지 설립된 16곳을 통틀어 현지어 도서 비율이 10.7%에 불과하다. 그나마 비영어권은 더 열악하다. 영국과 미국에 소재한 문화원을 제외한 12곳 평균은 7.0%에 그친다. 역사적 요인으로 번역본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까지 빼면 3.9%로 떨어진다. 베트남,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는 아예 한 권도 없고, 폴란드도 0.6%뿐이다. 심지어 교역량 1위를 차지하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한국문화원도 중국어 도서 비중은 각각 4%와 2%여서 충격을 더한다. 프랑스 주재 일본문화원의 경우 전체 인력은 30명이 넘고 이 가운데 3분의1이 현지 채용이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은 원장 포함 8명(현지인 5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문화원 원장실은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지만 한국문화원장실은 지하 1층에 그것도 물건이 잔뜩 쌓인 복도 끝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굳이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였다. 일본국제교류기금 한국 사무소 혼다 오사무 소장은 “한국 소설을 외국에 소개하려면 해외 한국문학전공자와 좋은 번역자가 필요하다.”면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장점은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나 때론 (정책도) 서둘러 바꾸려 하다 보니 문화 외교가 꽃피기 전에 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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