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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키라’ 실사판 구체화 ‘메모리즈’ 16년 만에 개봉

    ‘아키라’ 실사판 구체화 ‘메모리즈’ 16년 만에 개봉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메모리즈’는 단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인 작품 ‘아키라’(1988)를 만든 거장의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아키라’는 ‘어둠의 경로’로만 유통됐다. ‘아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겔리온’(1997)에 앞서 묵시록적인 세계관을 담은 사이버펑크 만화의 효시로 꼽힌다. 훗날 숱한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가 ‘아키라’의 아이디어를 대놓고 베꼈다. 최근 ‘아키라’와 오토모 가쓰히로(58) 감독 팬들을 흥분시키는 소식이 거푸 들려왔다. ●영화 ‘아키라’ 연출 ‘언노운’의 세라 감독 워너브러더스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아키라’의 실사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있다. ‘오펀’ ‘언노운’의 하우메 콜렛 세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가네다 역에 ‘트론’의 가렛 헤드룬드가 확정됐다. 내년 초 촬영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라’는 과학기술은 급격하게 발달했지만, 인간의 삶은 여전히 소외된 2019년 (20세기 말 알 수 없는 지각변동으로 파괴된 후 원래의 도쿄와 구분하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네오도쿄가 배경이다. 10대 폭주족의 리더 가네다와 그의 친구 데쓰오가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정부의 의학실험 대상으로 끌려갔던 데쓰오의 잠재된 초능력이 걷잡을 수 없이 튀어나오면서 문명을 파괴하게 된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원작자 또한 할리우드로 날아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더 부풀리고 있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16년 만에 ‘메모리즈’가 한국에서 정식 개봉된다는 사실이다. 29일 개봉하는 ‘메모리즈’에서 오토모 가쓰히로는 총감독이면서 세 번째 에피소드 ‘대포도시’를 직접 연출했다. ‘그녀의 추억’ ‘최취병기’ 또한 원작자는 그다. 수입배급사인 에이원엔터테인먼트의 민철환 대표는 “우연히 이 영화를 봤는데 HD로 리마스터링된 버전이 있으면 요즘 관객이 봐도 무리가 없겠더라. 수소문 끝에 일본 반다이비주얼에서 판권을 갖고 있고 마침 블루레이로 출시하려고 리마스터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 시장을 어린이용 혹은 가족용 작품들이 장악한 게 현실이다. 시장을 키우려면 청소년과 성인들이 볼만한 작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즈’는 SF와 호러, 판타지, 블랙코미디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첫 번째 에피소드 ‘그녀의 추억’은 2092년을 배경으로 기계문명을 이용해 만든 가상세계가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상황을 섬뜩하게 묘사했다. ‘최취병기’는 옴진리교 사건(1995) 이후 일본인에게 팽배한 생화학전에 대한 공포를 재치 있게 드러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신약이 외려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설정과 경직되고 무기력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한국영화 ‘괴물’ ‘연가시’와 겹친다. 마지막 에피소드 ‘대포도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철모를 쓰고 대포를 발사하는 일에 종사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유럽의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독특한 펜 터치가 돋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교도소서 ‘폭력·음란 출판물’ 퇴출

    법무부가 성인 수용자라 하더라도 폭력과 음란 수위에 따라 ‘19세 미만 구독 불가’ 출판물의 구독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최근 ‘수용자의 서신을 검열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서신 검열을 기본적으로 금지하는 법률 개정 작업과는 배치된다. 법무부가 22일 입법예고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수용자의 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저해하거나 시설의 질서를 어지럽힐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문 등에 대해서도 구독을 불허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 등’에는 신문과 잡지, 도서 등이 포함된다. 현재 법무부는 같은 법률에 따라 유해 간행물은 수용자가 구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 등급의 출판물도 음란성·폭력성 등을 따져 구독을 금지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같은 성인이고 같은 ‘19세 미만 구독 불가’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성인과 수용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법이 시행되면 법무부에서 이를 담당할 심의위원회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이와 관련, 종합일간지보다는 잡지, 만화 등이 주로 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 활동가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교정시설의 서신 검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국가의 검열을 제한하는 추세에 반해 국가가 검열 권한을 갖고 매체 내용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심플 라이프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심플 라이프

    어린 타오를 입양한 양부모는 그녀를 지켜 주지 못했다. 전쟁을 거치면서 그녀는 량씨 집안의 가정부로 일하게 됐다. 그리고 60년 세월이 흘렀다. 량씨 집안의 후손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홍콩에는 로저만 남아 타오와 둘이 산다. 영화 제작자인 로저는 본토와 홍콩을 오가며 날마다 바쁘게 보내고, 거동이 불편한 타오는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다. 중풍에 걸린 타오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낸다. 바쁜 중에도 로저는 병원에 들러 타오를 보살핀다. 중풍에 폐기종까지 겹쳐 찾아온 타오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실화를 영화화한 ‘심플 라이프’의 메가폰을 쥔 쉬안화(許鞍華)는 저평가된 감독이다. ‘호월적고사’를 연출해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로 떠올랐던 그녀는 이후 현실의 인물에서 의미를 구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 그것이 바로 쉬안화 드라마의 특징이다. 그런 드라마의 담백한 맛은 오래 곱씹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심플 라이프’는 ‘여인사십’ ‘남인사십’ 등에서 시간과 인간의 관계를 가볍지 않게 다뤄 온 쉬안화가 칠순 가까운 나이에 도달한 경지를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하인, 집사, 가정부는 주인이 누리는 삶의 주변부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을 영화의 소재로 다루는 건 가능하지만, 그것을 위대한 드라마로 승화시키는 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예를 들어 저택 내에서 고용인으로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인 ‘비잉 데어’나 ‘남아 있는 나날’이 성공을 거둔 데는 이유가 있다. 뛰어난 원작이 뒷받침됐다는 것, 그리고 각기 우화성과 로맨스에 큰 부분을 기댄 덕분이었다. 이와 달리 ‘심플 라이프’는 제목 그대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가정부의 삶에 바탕을 둔다.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빨래를 걷고, 주인이 바깥에서 돌아오기를 창가에서 기다리는 게 그녀 삶의 전부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부모로 둔 쉬안화는 주변의 삶을 그릴 줄 안다. 그녀는 늙은 가정부의 마지막 나날을 현미경처럼 해부하는 대신 로저와 타오가 나누는 교감을 포착한다. 쉬안화의 무기는 음식과 표정이다. 타오가 준비하는 음식이 로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심플 라이프’는 인물들이 마음을 나누는 순간마다 음식을 중심에 배치한다. 음식이 냄새로 인물에게 다가가듯이 영화는 갖가지 표정으로 관객을 주무른다. 때론 안타까움으로, 때론 함박웃음으로 인물의 곁에서 표정을 만들어 낸다. ‘심플 라이프’를 본다는 것은 쉬안화가 지은 밥 냄새를 맡고 그녀가 짓는 표정에 반응하는 것과 같다. 현대 도시는 외로운 사람들의 공간이다. ‘심플 라이프’는 노령화 사회의 문제를 넘어 도시에서 고립된 삶을 유지하는 이들의 처지에 주목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곁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쓸쓸한 휴일을 함께 보낼 누군가도 절실한 법이다. ‘심플 라이프’는 휴일에 같이 걷던 산책길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장했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다. 믿고 의지할 대상이 있었기에 타오의 마지막은 덜 외로울 수 있었으며, 타오의 정성에 진심으로 보답했기에 로저는 인간적인 남자로 기억된다. ‘심플 라이프’의 엔딩은 작은 기적처럼 빛난다. 불을 밝히며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당신의 보물임을 잊지 말라. 22일 개봉. 영화평론가
  • 오달수 “연기하는 이유 나랑 다르니까”

    오달수 “연기하는 이유 나랑 다르니까”

    “내년에 올리는 우리 극단(신기루만화경)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려고 했는데 (동이향)연출이 써주질 않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농담을 질렀다. 영화 속 감초, 코믹 이미지로 잘 알려진 터라 이 모습이 익숙했는데, 연극판 얘기로 돌아서자 사뭇 진지하다. 한 해 개봉작 너덧 편에 얼굴을 비추는 빠듯한 일정에도 매년 연극 무대를 거르지 않았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했으니 올해로 연극 무대 데뷔 22년째인데 “연극은 훈련 삼아서라도 꼭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연극계는 2000년대 들어 해마다 (1920년대에 시작된) 신극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을 들고 있다. 재미있고 작품성 있는 연극이 많아져야 연극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무게감 있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지난 20일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한 극장에서 만난 배우 오달수(44)는 시종 예상을 깨는 답변으로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이끌어갔다. 그가 29일부터 첫 출연하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지난해 6월에 초연한 일본 번안극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개성 있는’ 얼굴의 소유자인 그는 이번 연극에서 아이돌 스타 미키짱의 팬클럽의 맴버로 닉네임이 기무라 다쿠아인 역을 맡았다. ‘다쿠아’의 실제 모델은 잘생긴 일본 스타 기무라 ‘다쿠야’이다. 다쿠아는 미키짱이 죽은 지 1년이 되는 날, 열혈 광팬들을 모아 추모식을 주선한다. 또 미키짱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고 비밀을 풀어나간다. 광팬인 다쿠아는 냉철하지만 미키짱에 대한 이야기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흥분하는 다혈질 캐릭터다. 주인공과 성격이 닮은 건가. “다혈질도 아니고, 솔직하지도 않고, 안으로 삭이는 스타일이라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작품이나 인물에 대한 ‘공감’을 바탕에 깔고 작품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그는 굳이 접점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나를 집어넣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나와 비슷하면 연기가 잘 안 된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연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기는 그야말로 연기’라는 말이다. 그는 만화 ‘유리가면’을 들어 설명했다. “연극은 유리가면을 쓰는 것이라고 해요. 그것이 깨지는 순간 자기가 드러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거죠.” 대신 그가 넣는 노력은 “최대한 오달수스럽게”이다. 그래야 관객이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도 이질적이고, “굉장히 힘이 넘치는 작품이라 연습할 때 힘이 달려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 심지어 이해제 연출은 오달수가 작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초연이 아니니….”라며 말렸다고 했다. 그런데도 출연을 결심한 것은 작품의 매력이 컸다. “제목만 접하고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2011년 공연을 보고 나서 끌렸다.”며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를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감동이 있는 소동극”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연극을 자주 보지 않죠.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이 연극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야 해요. 연극을 처음 볼 때 재미있어야 계속 보죠.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이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키사라기 미키짱 29일부터 서울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오달수를 포함한 키사라기팀를 비롯해 미키팀, 짱팀 등 3개 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3만~4만 5000원. 1544-1555.
  • 영화 ‘26년’ 마침내 베일 벗다

    영화 ‘26년’ 마침내 베일 벗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족들의 복수극을 그린 문제작 ‘26년’이 22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 작품은 현대사를 바탕으로 전직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데다 수차례 제작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터라 안팎으로 관심을 모았다. 대선이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최근 개봉한 ‘남영동 1985’와 함께 어떤 영향력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26년’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대사에 대한 시대정신과 치밀한 복수 액션극이라는 오락적 요소 사이에서의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계엄군에게 학살된 희생자 2세들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얻은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에 대해 공분을 느끼고 역사적인 단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과감한 상상력 더한 ‘그 사람’ 향한 복수극… 29일 개봉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면서 시작된다. 이 장면을 통해 당시 가족을 잃은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는 효과를 일으킨다. 미술감독 출신으로 처음 연출에 도전한 조근현 감독은 “기존에 1980년 광주를 다룬 영화가 많은데 도입부에 애니메이션을 넣어 차별화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조직 폭력배 곽진배(진구),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한혜진), 현직 경찰 권정혁(임슬옹) 등이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이경영)와 그의 비서 김주안(배수빈)에게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장광)을 타깃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전직 대통령이 예우를 받으며 철통 경호를 받고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인 연희동 저택의 침투 과정과 겹겹이 쌓여 있는 완벽한 경호를 뚫기 위한 주인공들의 다층적인 암살 계획이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전개된다. 여기에 뚜렷하고 개성적인 인물 캐릭터들도 눈길을 끈다. 거칠지만 정감 있는 성격의 행동대장 진배, 마음의 상처 때문에 한없이 차가워진 저격수 미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혁 등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극초반 다소 이음매가 헐거운 부분이 있지만 주인공들이 결국 ‘그 사람’과 대면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확실한 긴장감을 준다. 특히 연희동의 집단 결투 장면과 크레인에 오른 미진의 원거리 저격 장면 등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전 감독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사과를 스스로 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단죄라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서 상식적인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의미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년간 수차례 제작시도 번번이 무산 이 영화가 처음 제작 시도를 한 것은 지난 2008년. ‘29년’이라는 제목으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촬영 준비를 마쳤지만 촬영 열흘 전 갑자기 투자가 취소되면서 끊임없는 외압설에 시달렸다.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당시 소문으로만 떠돌던 청와대 외압설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개봉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공교롭게 대선과 시기가 겹치게 됐다.”면서 “대중들이 역사적 실체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26년’은 순제작비 46억원이 대기업이 아닌 개인 투자자로 이뤄졌고 그 가운데 7억원이 관객들이 제작비를 모으는 제작두레 방식을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배급 역시 대기업 계열이 아닌 중소 배급사 인벤트 디를 통해 진행한다. 제작 과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최 대표는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촬영을 하고자 유족 측의 동의를 얻었지만 관계 당국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배우가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은 정치적인 선입견보다는 영화 자체의 본질에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4년 전 ‘29년’에 이어 ‘26년’에도 출연을 확정한 진구는 “이 영화는 선동용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아픈 과거를 잊지 말자는 내용으로 교육용 영화에 가깝다.”면서 “정치색보다는 오히려 슈퍼 히어로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혜진은 “이 작품이 운명으로 다가왔고, 유가족들의 아픔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면 더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2AM’의 임슬옹은 “가장 현실적이고 색깔 있는 캐릭터로 그동안 갈고닦은 연기력을 펼쳐볼 수 있는 기회였고 또래인 10~20대 관객에게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사람’ 역의 장광은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자료화면을 보면서 흡사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 “5·18과 8·15를 헷갈린다는 요즘 세대가 잊혀진 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최근 관객층의 주류로 떠오른 3040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만한 소재로 당시 복수극으로서 카타르시스 효과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새로운 관객들에게 정치 의식을 심어주기는 힘들겠지만 30~40대에게는 잊혀진 과거에 대한 기억과 시대 의식을 충분히 일깨워 주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울버린 발톱’ 가진 괴생명체, 말레이시아 출몰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울버린’의 갈고리를 닮은 발톱을 가진 괴생명체가 말레이시아에서 출몰했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울버린’은 휴 잭맨이 주연으로 등장한 만화 원작 영화로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날카롭고 긴 갈고리를 무기로 가진 돌연변이의 명칭이다. 15일 말레이시아의 영자 일간 ‘보르네오 포스트’는 “이달 초 서로 다른 마을에 사는 75세 농부와 외국인 농장 노동자가 정체불명의 생명체로부터 공격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카풍 파온가핫(Kampung Paon Gahat)에 사는 농부 아리스 쿠나(75)는 당시 정오쯤 자신의 고추 밭을 돌보다가 그 괴생명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당시 그는 근처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인근 정글 속에서 이상한 울음 소리를 듣고 확인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이 공격을 했고 그는 풀을 헤치기 위해 들고 갔던 정글도를 마구 휘둘렀다고 한다. 그는 잠시 뒤 바닥에서 죽은 동물과 잘려나간 앞 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는 1주일 뒤인 오전 9시쯤 인근 카풍 바잉(Kpg Baing)에 있는 기름야자 농장에서 생과 더미를 수집하다가 그 동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그는 그 동물이 뒷다리로만 일어서며 공격을 해와 들고 있던 낫으로 방어를 하다가 그 동물을 죽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습격한 동물을 각각 곰과 멧돼지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그 노동자가 가져온 동물의 주검과 사진을 본 동료들과 마을 주민들은 그 동물의 크기가 약 60cm 정도되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정확한 정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그 동물은 죽은 지 불과 수시간 만에 악취가 나서 사체는 소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은 “이건 희귀종이다. 주민 중 누구도 그 동물을 보고도 식별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 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두 남성의 행동은 정당방위였기 때문에 처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한편 일부에서는 그 희귀동물이 농업 등의 지역 개발 때문에 정글이 개방됐고 이 때문에 다시 출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전통신화에 인생 담은 만화 ‘신과 함께’ 완간

    한국 전통 신화와 3년간 동고동락하던 만화가 주호민(31)의 ‘신과 함께 3부-신화편’(왼쪽·애니북스 펴냄) 단행본이 마침내 나왔다. 2010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신과 함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였다. 직장인 대상 만화도 아니었는데 30, 40대 남녀 네티즌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부 저승편(전 3권)은 물론 2부 이승편(전 2권), 3부 신화편(전 3권)까지 고루 사랑받았다. 그 인기를 타고 2010년 1월에 내놓은 1부 저승편은 단행본만 각 권 2만 5000부씩 모두 7만 5000부가 팔렸고 이듬해 나온 이승편도 1만권씩 2만권이 팔렸다. 권당 가격은 1만원이 넘는다. 올해 각종 문학상과 상금을 휩쓴 소설가 정영문이 내놓은 소설 10권을 합쳐도 1만권이 채 팔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화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1부 저승편이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다. 망자가 저승으로 가면서 이승에서 지은 죗값에 따라 벌을 받는 장면이 7단계로 나와 있다. 작가는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1단계를 넘지 못하고 걸려 넘어질 것이다. 자신이 죄를 짓는지도 모르는 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게 됐다. 단순한 권선징악인데 감동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는 것이 독자들의 고백이다. 2부 이승편은 ‘용산 참사’를 배경으로 해 재개발과 강제 이주의 문제점을 가택신을 중심으로 그렸다. 가택신은 집터를 지키는 성주신, 부엌을 가꾸는 조왕신, 화장실을 점령한 측신, 된장·고추장·간장 맛을 관장하는 철융신 등 이제는 낯설어진 전통신들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의 터를 지키려는 신들의 악전고투가 눈물겹다. 우리 가택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며 고속성장의 뒤안길을 돌아보게 했다. 3부 신화편은 일종의 프리퀄(전편들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1, 2부의 신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경기, 제주 신화 등을 참고해 일부는 각색하고 일부는 창작했다. 이를테면 대별소별전에서 대별왕이 하늘의 태양을 파괴하는 내용은 모든 백성이 참여하는 것으로 각색했다. 작가는 “영웅보다는 개인의 참여가 중요하고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참정권 등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생을 살아봐야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앞으로도 그리겠다.”고 했다. ‘성인만화가’ 선언이다. 저승편은 영화 ‘광해’를 제작한 리얼라이즈 픽처스에서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내년에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고우영 ‘십팔사략’ 컬러판 출간 만화가 고우영(1938~2005)이 그린 ‘십팔사략’(오른쪽·전 10권)이 컬러판으로 새로 나왔다. 중국의 역사를 만화로 축약한 것인데 1990년대 초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언어 표현이 돋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허영만 화백 “노숙인에 관심 더 높아지길”

    허영만 화백 “노숙인에 관심 더 높아지길”

    “차가운 바닥을 피해서 잠을 잡시다. 건강을 지켜야 내일이 있지요.” 만화 ‘식객’의 허영만(64) 화백이 올겨울에도 노숙인의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아름다운재단에 방한 매트와 세면도구를 전달했다. 아름다운재단은 20일 ‘노숙인을 위한 겨울나기 물품 전달식’ 행사를 갖고 허 화백이 방한 매트와 세면도구를 1000개씩 기증했다고 밝혔다. 허 화백은 2004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노숙인을 위해 방한용품을 기부해 왔다. 그의 선행은 2003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에서 비롯됐다. 추위와 싸우며 잠을 청해야 했던 당시의 경험이 노숙인들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허 화백은 자신의 기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세상에 남모르게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것에 비하면 티끌만 한 일 하면서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양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지요. 그래도 이런 소식이 전해져 조금이라도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네요.”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뉴스가 저작물이라는 인식 저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영화, 음원 등에 비해 뉴스 콘텐츠가 저작권 보호대상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디지털 뉴스 콘텐츠 시장과 저작권>을 발간 한국언론진흥재단 최민재 연구위원이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뉴스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콘텐츠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 뉴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평균 3.0점(5.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뉴스콘텐츠가 네티즌의 글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평균값을 보였다. 영화의 경우 평균 4.1점, 음악 콘텐츠 평균 4.1점, 만화 평균 4.0점, 사진 평균 3.9점, 방송프로그램 평균 3.8점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임을 인식하는 정도가 뉴스콘텐츠보다는 높았다. 뉴스 저작권에 대한 이러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뉴스 콘텐츠가 언론사의 재산이라는 인식(평균 3.6점 ; 5.0점 만점) 보다는 사회적 공공재라고 인식(평균 4.1)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스가 사회적인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재이기는 하지만, 언론사가 사회적 공적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에서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뉴스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 모색이 시급함을 시사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셧다운제 1년 명암] (하) 스마트폰 게임 대책

    [셧다운제 1년 명암] (하) 스마트폰 게임 대책

    “스스로 조절이 안 돼서 공부할 때는 강제 차단 앱을 사용하고 있어요. 시간을 설정해 차단하고 공부하고 그래요.” “학교에서 아침 조회 시간에 휴대전화를 걷어 가거나 배터리를 빼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휴대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요. 기숙사생에게는 밤에 즐길 여가거리를 주거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복도에 놓아 주면 좋겠어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청소년 23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인터뷰를 한 결과 청소년 자신들도 과다 사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는 20일 시행 1주년을 맞았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대한 모바일 셧다운제는 관련법에 따라 내년 5월 20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셧다운제에 대한 청소년의 반감은 게임시간 선택제를 홍보하는 만화 캐릭터 ‘민국이 엄마’를 선정적으로 희화화한 수많은 패러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스마트폰용 게임 ‘위너뱃’ ‘던전앤파이터’, 태블릿PC용 게임 ‘아스팔트 7:히트’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등 게임 100여종에 대한 중독성 평가가 이뤄졌다. 평가된 게임은 인터넷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 도중 얻는 게임머니나 아이템 등이 다음 게임을 수행할 때 그대로 남아 있어 연속성이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지 점수를 매기는 작업은 끝냈지만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물 평가에 청소년 게임중독 실태조사를 더해 내년 2월 모바일 셧다운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가부는 이날 완료된 게임물 평가에서 기준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자 평가 기준을 대폭 수정했다. 예를 들어 ‘우월감·경쟁심 유발’ ‘뿌듯한 느낌’ ‘도전과제의 성공’ 등의 문항을 모두 삭제했다. ‘게임을 하면서 같이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 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구조’는 ‘게임이 끝이 안 나거나, 또는 원래 끝이 없는 구조로서 오랫동안 계속해야 획득한 아이템이나 다른 보상을 잃지 않고 유지 또는 강화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변경했다. 반면 게임 평가지표에 따르면 인기 모바일 게임인 ‘애니팡’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여가부는 ‘애니팡’은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공표, 스스로 정책의 효율성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니팡은 인터넷망에 접속해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이용자와 컴퓨터 간의 대결 방식이라 처음부터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여가부 측의 설명이다. 셧다운제는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 상대가 1명 또는 여러 명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 게임에 한해서 적용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3200살 나무와 사람 ‘환상 조화’…“소인국 같네”

    ‘걸리버 여행기’ 또는 소설 속 소인국을 연상케 하는 자연과 사람의 신비로운 모습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작가 마이클 니콜스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세쿼이아국립공원서 2주에 걸쳐 찍은 마치 만화 속 세상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 사진에 등장하는 나무의 이름은 ‘프레지던트’(Thd President)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 3200년 된 세쿼이아 종이다. 이 거대한 나무의 높이는 75m에 달하며, 둘레는 성인 남성 수 십 명이 에워싸야 할 정도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프레지던트’의 위엄을 단번에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무의 작은 가지에 매달린 사람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만화 속 소인국을 연상케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연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니콜스와 함께 작업에 참여한 작가 데이비드 쿠아멘은 “‘프레지던트’는 비록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아니지만 인근에 있는 아메리카삼나무(redwood)나 유칼리나무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눈에 띄는 4개의 큰 가지가 있으며 각각의 크기는 역시 상당한 크기의 나무 한 그루 정도만하다.”면서 “나뭇잎의 수는 20억 개 정도 되며 지금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가와 작가가 함께 소개하는 ‘프레지던트’의 역사와 아름다운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블룸카의 일기(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펴냄) 독일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어린이 인권운동가 야누시 코르착의 실화. 코르착은 1912년 4월, 폴란드 크로흐말나 거리에 고아의 집을 짓고 30년간 이끌었다. 이곳에 머물던 7~14세 어린이들은 서로 존중하고 책임지며 성장했다. 그리고 1942년 8월, 어린이 200여명과 코르착은 수용소로 침묵 속의 마지막 행진을 벌였다. 1만 6800원. ●나의 특별한 장소(패트리샤 맥키삭 글, 제리 핑크니 그림, 이향순 옮김, 북뱅크 펴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50년대 미국 남부의 한 마을. 흑인소녀 트리샤 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그곳’에 가보고 싶어 안달한다. 앤은 혼자 힘으로 그곳에 가기로 하고, 시내버스의 ‘흑인 지정석’에 앉는다. 백인만 출입할 수 있는 호텔에 잘못 들어갔다가 수모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뚫고 어렵게 그곳에 도착한 곳은 ‘공공도서관’ 섬세하고 풍부한 색감의 수채화와 트리샤를 따라 ‘자유의 문’으로 들어간다. 1만 1000원.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원작, 오돌또기 그림, 사계절 펴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220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황선미의 장편 동화를 만화책 3권으로 엮었다. 양계장을 탈출한 엉뚱 발랄한 암탉 잎싹이와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기 오리 초록이, 수다쟁이 야생수달 달수 등이 극을 이끈다. 초록이는 잎싹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지만 점차 자신과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각권 1만 2000원.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내가 고백을 하면… ’ 담백한 로맨스 따스한 행복감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내가 고백을 하면… ’ 담백한 로맨스 따스한 행복감

    영화의 단평을 쓰는 건 꺼림칙한 작업이다. 단평을 빌려 영화와 평자와 관객은 찰나로 만난다. 그 순간, 몇 마디 글이 영화의 진실과 동떨어질까 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간혹 짧은 글이 감독에게 긴 쓴소리로 작용할 때도 있다. 연전에 필자는 조성규의 데뷔작 ‘맛있는 인생’에 별점 반 개를 주었다. 그는 신작 ‘내가 고백을 하면...’(15일 개봉)의 도입부에서 그것을 인용한다. 평론가 역할의 박해일이 목소리로만 등장해 필자의 별점과 단평을 읊고 여주인공 유정 역할의 예지원이 단평의 뒷부분을 대사로 옮기기까지 한다. 스크린을 대하는 내내 뜨끔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여전히 ‘맛있는 인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맛있는 인생’과 긴밀하게 연결된 ‘내가 고백을 하면...’에는 호감이 생기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감독이 자기 모습과 삶을 반영한 이런 작품을 보면서 종종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실재의 인물 때문에 영화의 인물을 왜곡하는 것이다. 조성규가 얄미워 ‘맛있는 인생’을 싫어한 게 아니듯 ‘내가 고백을 하면...’이 좋다고 해서 조성규란 사람이 인간적으로 성숙했다고 단정해 버리면 곤란하다. 영화 속에서 만나는 인물은 엄연히 허구의 인물이다. 조성규는 ‘맛있는 인생’에서 자기 생활을 단순하게 반복하고 복제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바에야 영화적 순간, 영화적 이야기를 창조해야 한다. ‘맛있는 인생’에는 그게 없다. 인물은 조성규가 사랑하는 도시인 강릉과 그 주변에서 먹고 노니는 여정을 되풀이하고 무리하게 따라붙은 곁다리 이야기가 무슨 멜로라도 되는 양 들려준다. 전자는 지루하고 후자는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다. 벌거벗은 인물을 보면서도 진실함이 가슴에 닿지 않은 건 그래서였다. 조성규는 자신을 포장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처럼 보였다. 반면 ‘내가 고백을 하면...’은 평범한 일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깃든 색깔과 냄새와 박동을 포착한다. 자연스레 허구의 이야기를 힘들이지 않고 직조해 낸다. 감독의 삶에서 출발했으면서도 그와 떼 놓고 봐도 상관없는 이야기의 묘미를 선사한다. 서울에서 번잡하게 생활하는 영화인 인성은 머리를 식힐 겸 주말마다 강릉에 간다. 강릉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유정은 문화 생활을 누리고자 주말이면 서울로 향한다. 둘의 이야기인 ‘내가 고백을 하면...’은 일상에 발붙인 이야기 위로 담백한 로맨스를 얹어놓은 작품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갓 전해 들은 듯 이야기에 활력이 넘치고 소박한 숨결 속으로 착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무엇보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건 몇 번의 영화적 순간이다. 인성과 후배 작가가 유정의 아파트에서 각본 작업을 하다 실제 관계와 허구의 사랑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멀리 인성의 아파트에선 유정이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으며 아련히 속삭이는 사랑을 꿈꾼다. 세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자세로 잠든 모습을 차례로 바라보는 다음 장면의 행복감은 문학작품을 읽는 깊은 밤의 마법에 버금간다. 백석의 시처럼 눈이 ‘푹푹’ 내린 밤을 그린 엔딩은 또 어떠한가. 참 사랑스러운 영화다. 이 영화의 제목에는 점이 세 개 있다. 세 개의 점은 감독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을 닮았다.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구경하기보다 진심으로 터득했기에 가능한 발걸음이다. 영화평론가
  • 여야 국회의원, 만화 서포터스 결성

    여야 국회의원, 만화 서포터스 결성

    국내 만화계가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 한국 만화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국회의원들이 뭉친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발대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간다. 대중문화와 관련한 의원 서포터스가 만들어진 것은 영화 분야에 이어 만화가 두 번째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과 부천시장 역임 시절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초석을 다진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는 등 의원 32명이 만화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은다. 지난 여름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는 등 국내 만화가 미래 전략 콘텐츠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라 더욱 주목된다.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국내 만화계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꾸려 만화 발전에 힘을 보태는 한편, 만화를 통한 사회 기여 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프랑스나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만화가 예술의 한 장르로 대접받고 만화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면서 “정치 갈등이 자주 빚어지는 여야도 만화를 통해 머리를 맞대면 부드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대식에는 이현세, 김수정, 박재동, 김동화, 이희재, 윤태호, 주호민 등 국내 인기 만화가 10여 명이 참석해 의원들과 만화계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다음은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 명단 김경협(민주통합당), 김광진(〃), 김상희(〃), 김영주(〃), 김용익(〃), 김윤덕(〃), 김을동(새누리당), 김장실(〃), 김재윤(민주통합당), 김희정(새누리당), 도종환(민주통합당), 박수현(〃), 박창식(새누리당), 배기운(민주통합당), 백재현(〃), 신학용(〃), 심윤조(새누리당), 오제세(민주통합당), 우상호(〃), 원혜영(〃), 윤관석(〃), 이명수(새누리당), 이목희(민주통합당), 이상민(〃), 이재영(새누리당), 이주영(〃), 장윤석(〃), 전해철(민주통합당), 정병국(새누리당), 정희수(〃), 최민희(민주통합당), 홍의락(〃)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프리뷰] ‘바람의 검심’

    [영화프리뷰] ‘바람의 검심’

     19세기 후반 거대한 파도가 일본을 덮쳤다. 1858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러시아·네덜란드·프랑스 등과 차례로 통상조약을 맺었다. 무력을 앞세운 서양의 개국 압박에 겁을 먹은 에도 막부(幕府) 지도자가 조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일이다. 이에 천왕 복권을 지지하는 반(反)막부 세력은 봉기했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 끝에 700여 년을 내려오던 막부 집권은 1867년 막을 내렸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개항 요구부터 1877년 부국강병을 기치로 한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기까지 과정이 이른바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다.  영화 ‘바람의 검심’의 배경은 유신 체제가 본격화한 1878년이다. 막부에 몸담았든, 메이지유신을 지지했든 사무라이들은 더는 쓰임새가 사라졌다. 폐도령(廢刀令)이 내려져 칼을 몸에 지니는 것조차 불법이 됐다. 한때 유신 세력의 킬러로 활약했던 발도재는 살인에 환멸을 느끼고 10년 전 세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칼등에 날이 있어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들고 히무라 겐신이란 이름으로 방랑한다. 하지만 발도재를 사칭한 사무라이가 민간인부터 경찰까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니는 걸 알게 된다. 또한 가짜 발도재를 고용한 사업가 다케다 간류는 아편 장사로 모은 돈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낭인들을 고용해 쿠데타를 계획한다. 다케다에게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마저 위협받자 결국 발도재는 칼을 뽑아 든다.  전 세계에서 5400만부가 팔렸다는 와쓰키 노부히로의 만화 ‘바람의 검심’을 실사로 만들었다. 유명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은 원작 팬의 외면을 받기 쉽지만 ‘바람의 검심’은 지난 8월 일본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프로메테우스’ 등을 끌어내리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뛰어넘는 35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영화의 매력이 넘치는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던 신인 감독 오토모 게이시의 솜씨는 제법이다.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칼을 뽑기까지 히무라의 고뇌와 감정의 흐름을 잘 살렸다. 특수효과를 자제한 마지막 25분의 액션 장면도 볼만하다. 만화 원작을 둔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과 슬랩스틱, 분할 편집을 절제한 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다.  물론 ‘바람의 검심’ 원작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요인은 주인공 히무라의 모습을 놀랄 만큼 완벽하게 재현한 꽃미남 배우 사토 다케루다. 원작자는 “히무라의 매력은 죄의식을 등에 지고서도 열심히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걸 사토 다케루가 정확하게 연기했다.”며 흡족해했다. 이와이 슌지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에서 청순 미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아오이 유우의 캐스팅도 흥미롭다. 히무라의 보호를 받는 여주인공 가미야 가오루가 아닌 비밀을 간직한 섹시한 여성 캐릭터 메구미로 등장한다. 22일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스펀지밥?…육식하는 신종 ‘하프 스펀지’ 발견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하프를 닮은 신종 육식성 해면동물이 발견됐다. 10일 미국 NBC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몬터레이만 수족관 연구소(MBARI)의 로니 런드스텐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인근 해저 3.5km 지점에서 기이한 모습의 신종 육식성 해면동물을 발견했다. 이 해면동물은 외형이 하프나 리라(고대 현악기 수금)와 닮았다고 하여 ‘하프 스펀지’로 불리며, 학명은 ‘콘드로클라디아 리라’(Chondrocladia lyra)로 붙여졌다. 우리에게는 ‘스펀지밥’이라는 만화 캐릭터로 친숙한 해면동물은 일반적으로 해수 속에 있는 박테리아와 미세한 유기물을 걸러 먹지만, 이 ‘하프 스펀지’는 심해의 ‘포식자’(프레데터)라고 한다. 이들 하프 스펀지는 하프의 현처럼 생긴 수많은 촉수에 미세한 갈고리가 촘촘하게 달려있는데 이 부분에 게나 새우와 같은 소형 갑각류가 걸리면 잡아먹는다. 이는 낚시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연구진은 카메라가 달린 무인 잠수정을 이용해 이 같은 해면동물을 채집했다. 이 과정에서 잡힌 첫 번째 하프 스펀지는 두 개의 하프가 붙어 있는 것처럼 두 날개만이 달려 있었지만, 추가 탐사 과정에서는 중심부에서 사방으로 6개의 날개가 달린 것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해면의 ‘정교한 촛대’ 같은 구조는 마치 ‘부채산호’처럼 해류에 노출되는 표면을 증가시키려는 방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하프 스펀지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 기이한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실 육식성 해면의 발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약 12년 전부터 해양생물학자들은 십여 종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연구에 대한 논문은 무척추동물 생물학회지(journal Invertebrate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르고’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르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절대 권력을 누리던 팔레비 국왕은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를 싸고도는 미국에 맞서 민간인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한다. 이 와중에 민감한 골칫거리가 불거져 나온다. 6명의 영사관 직원들이 몰래 빠져나간 것이다. 캐나다 대사관저로 도피한 그들의 존재를 이란이 알게 되면 국제 문제로 비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들을 구출하려고 중앙정보국(CIA)의 인질 구출 전문가 토니 멘데즈가 선택되고 그는 영화 ‘혹성탈출’에서 영감을 얻은 작전을 구상한다. 멘데즈는 가짜 영화의 촬영이 이란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꾸민 다음 직접 적진에 들어가 기상천외한 계획을 진행한다. 현실이 영화적일 때가 있다. ‘아르고’(10월 31일 개봉)의 소재인 인질 구출 작전이 그 예다. 멘데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봄 직한 작전을 구사한다. 이란에 숨어 있는 미국인 여섯 명의 신원을 캐나다인으로 바꾸고 그들이 영화 스태프로 행세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생사가 걸린 문제였기에 당사자들은 목숨을 걸고 작전에 임했으며 CIA와 할리우드의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작전을 뒷받침해야 했다. 20년 가까이 기밀에 부쳐진 사건의 전모는 21세기에 이르러 공개됐다. 할리우드가 놀랄 만한 소재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여기에 성공적인 감독 경력을 쌓는 중인 벤 애플렉이 투입돼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 영화 같은 사건은 한 편의 영화로 묘사된다. 시대와 사건의 사실적인 재현보다 영화적 표현에 더 치중했다는 말이다. 실제 사건에 대한 정보 없이 ‘아르고’를 보면 198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정치 스릴러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으로 죄어 오는 이란 측의 손길과 억류된 인질을 교차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시선이 바깥으로 흐르지 않도록 복잡한 정치 상황 대신 사건 자체에 관심을 집중한다. 사실과 재현의 차이, ‘아르고’는 그것을 십분 활용한다. 출국을 기다리는 미국인들을 도마 위의 생선처럼 다루는 클라이맥스는 실로 효과적이어서 보다 까무러칠 정도다. ‘아르고’의 장점은 역사적 사건을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느끼게 한 데 있다. 비교적 긴 상영 시간의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영화가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는지는 의문이다. 극 중 작전은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담과 다를 바 없이 전개되며 이야기는 철저하게 작전 당사자의 시선 안에 머물러 있다. 인질 억류 사건의 역사적 의미는 거론되지 않거니와 때때로 이란 측을 야만스럽게 묘사해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장르 영화였다면 눈을 감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1980년대 사건을 지금 불러냈을 때는 더욱 냉정하고 정직한 태도가 요구된다. 배우로 익숙한 애플렉은 ‘가라, 아이야, 가라’와 ‘타운’을 연출해 감독으로서도 호평을 들었다. 두 사회물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설득력 있는 것이었고 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세 또한 좋았다. 애플렉은 ‘아르고’를 통해 영화를 장악하는 능력이 일보 전진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동료 배우인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을 때 그렇듯 이번에 애플렉은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인물에 대한 진심이 재미와 과욕에 묻힌 점은 아쉽다. 그에게 필요한 건 기교보다 인간에 대한 원숙한 이해다. 영화평론가
  • 슈퍼맨 태어난 크립톤 행성, 실제로 찾았다

    슈퍼맨 태어난 크립톤 행성, 실제로 찾았다

    만화 캐릭터인 슈퍼맨의 고향으로 등장하는 외계행성 크립톤이 실존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ABC뉴스, 폭스뉴스 등 해외언론이 6일 보도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 헤이든 천체투영관의 닐 드그라스 타이슨 관장은 슈퍼맨 새 시리즈 오픈을 앞두고 있는 DC코믹스의 요청에 따라 크립톤과 가장 유사한 행성을 찾는 작업을 실시했다. 천체물리학자이기도 한 타이슨 관장은 원작에서 묘사하는 크립톤행성의 위치와 크기, 성질, 특징 등을 고려해 크립톤과 가장 유사한 행성을 찾아냈다. 적색왜성의 이 별은 LHS 2520이라 부르며 지구에서 27.1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태양보다 더 작고 온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며 적경(赤經: 천구 상에서 별의 위치를 표시하는 적도 좌표) 12시 10분 5.77초, 적위(赤緯: 적경과 함께 천체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 -15도 4분 17.9초이다. 원작의 크립톤행성은 지구에서 50광년 가량 떨어져 있으며 질량과 중력의 힘 역시 지구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슈퍼맨은 이 행성에서 태어났지만 행성이 멸망하기 전 아버지에 의해 지구로 보내진 뒤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슈퍼맨이 지구에서 강한 힘과 비행능력 등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은 중력과 질량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며, 때문에 크립톤행성에서 나온 광물인 크립톤나이트에 접근하면 힘을 잃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타이슨 관장은 “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슈퍼맨을 도울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슈퍼맨은 오랜 시간동안 이 도시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고 재미있는 소감을 남겼다. DC코믹스 측은 타이슨 관장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 7일 공개되는 슈퍼맨 만화책 14편 “밝은별, 빛나는 별‘(Star Light, Star Bright)에서 슈퍼맨을 돕는 경찰 이름에 ’타이슨‘을 썼다고 밝혔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현대판 ‘머털도사’ 새달 방송

    애니메이션 채널 애니맥스는 오는 12월 현대판 ‘머털도사’를 방송한다. 이두호 화백의 원작만화를 각색한 현대판 ‘머털도사’는 1989년 ‘머털도사’를 처음 선보인 유성웅 감독의 딸 유정주 ㈜꽃다지 대표가 제작했다. 애니맥스는 “원작의 전통적인 정서와 소재는 유지하면서 30여종의 캐릭터를 추가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애니맥스는 이외에 인기 추리물 ‘명탐정 코난’과 사춘기를 다룬 ‘중2 병이라도 사랑을 하고 싶어’도 방영할 예정이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

    ‘늑대소년’은 단편 ‘남매의 방’과 장편 데뷔작 ‘짐승의 끝’으로 평단의 지지를 받은 조성희 감독의 신작이다. 시공간을 짐작할 수 없었던 조성희의 전작은 신화나 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늑대소년’의 공간도 한국의 옛 시골 분위기를 풍길 뿐 구체적인 배경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이번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의 기억이 47년 전을 더듬는 데서 힌트를 얻어 대략 1960년대 중반쯤이란 시간표를 붙일 수 있다. 1965년 한국, 조성희는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간에 감히 말을 건넨다. ‘늑대소년’의 전반부는 낙원의 나날에 대한 찬가다. 때를 벗고 인간 곁으로 다가온 늑대소년과 아이들은 시골의 땅과 공기로부터 양식을 얻는다. 엄마 아빠가 식사하러 오라고 부를 때까지 그들은 전원에서 뛰논다. 그러나 순수와 야만의 엷은 경계를 즐겨 다룬 조성희가 영화 전체를 회고적 감성으로 채울 리 없다. 순수로 채색된 아름다운 세계는 이내 곤경에 처하고 두 주인공 순이와 늑대소년은 낙원이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늑대소년’은 한국판 ‘실낙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낙원을 앗아 갔는가. 늑대소년은 (반공과) 근대화 이데올로기가 탄생시킨 유령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기가 만든 괴물과 싸워야 했듯이 근대화 이데올로기는 자신의 창조물인 늑대소년을 처단하려 한다. 괴물에 맞서는 인물이 부잣집 도령, 대령, 교수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 즉 재벌, 군부, 학계는 한국 근대화 이데올로기의 산실이 아니던가. 1965년은 박정희 군사정부가 내놓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정점에 오른 때다. 오직 ‘잘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자들은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사람을 비정상적인 존재, 즉 괴물로 취급했다. 극 중 두 번에 걸쳐 늑대소년 안의 괴물이 비집고 나온다. 비근대적인 공동체가 억압당하고 죄 없는 영혼이 파괴되는 지점에서 괴물은 여지없이 포효하며 정체를 드러낸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슬픈 울부짖음에 그치고 만다. ‘늑대소년’의 비극은 거기에 있다. 오직 정상적인 것만이 생존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것을 쉽게 버리고 만다. 하긴 누군들 괴물로 남고 싶었겠나. ‘늑대소년’은 과연 누가 진짜 괴물이었는지 묻는다. 왜 순수는 보호받지 못했는지 묻는다. ‘늑대소년’의 주제는 ‘돌아오다’이다. 순이가 늑대소년에게 다짐한 말, 그것은 순수의 땅을 떠나는 자가 남긴 약속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괴물로서 살아남았듯이 순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마침내 할머니가 되어 돌아온 순이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아서 미안하다’고 오열한다. 먹고사는 게 무에 죄가 되겠나. 죄는 그러면서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마다 새겨지는 것이다. ‘늑대소년’에서는 돌아온 자가 다시 돌아간다. 너무 먼 길을 떠난 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며 스스로 괴물이 된 자는 잃어버린 낙원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조성희는 그만의 판타지를 붙든다. 눈 쌓인 땅에 남은 점 하나, 눈사람 하나. 그것은 오래전에 두고 온 순수라는 괴물을 기억하게 한다.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잊을 수는 없다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영화평론가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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