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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별 이야기] 은하 역사를 알기 위한 망원경 경쟁/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은하 역사를 알기 위한 망원경 경쟁/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3월 미국 천문학회 학술지에 우주 나이가 6억년이었을 때 은하를 ‘알마’(ALMA)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현재 우주의 나이인 138억년을 100살이라고 한다면 우주의 나이가 4살 때의 은하를 발견한 것이다.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니, 이 은하는 지구가 있기 훨씬 이전에 존재했다. 천문학자들은 빛의 속도를 이용해 과거를 본다. 빛은 1초 동안 약 30만㎞를 이동한다. 태양 표면에서 출발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분이다. 그러니 우리 눈에 들어온 태양의 모습은 8분 전의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인 해왕성의 경우 우리는 약 4시간 전 모습을 보고 있는 셈이다. 만화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만년 전 모습이다. 이번에 학술지에 발표된 은하는 약 130억년 전에 출발한 빛이 지금 지구에 도달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멀리 떨어진 은하의 거리를 알 수 있을까? 거리를 알아야 은하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간다. 이 사실은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밝혀내 ‘허블 법칙’이라고 불리며 현대 빅뱅 우주론의 근간이 됐다. 허블 법칙에 따라 은하의 속도를 알면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은하의 속도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쉽게 측정한다. 기차역으로 접근하는 기차의 기적 소리는 멀어져 가는 기적 소리보다 작게 들린다. 이는 멀어져 가는 기적 소리의 파장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천체에서 오는 특정한 파장이 얼마나 길어졌나를 재면 그 천체가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천문학이 궁극적으로 답하려고 하는 질문은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다.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멀리 보기 경주를 하고 있다. 멀리 볼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생성 초기를 봐야만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같은 밝기의 천체라도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어두워진다. 2013년에 완성된 알마 망원경은 지름이 12m인 50개 안테나를 동시에 사용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어두운 천체들을 관측하고 있다. 현재 지상에 건설된 가장 큰 망원경은 직경이 10m 정도이다. 2022년 완공 예정인 거대한 마젤란 망원경의 직경은 25.5m나 된다. 두 거대 망원경 사업 모두 한국이 참여하고 있다. 멀리 보기 경주에 동참한 한국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기원에 관한 좋은 연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확신한다.
  • 만화가 오세영의 책상을 만나다

    만화가 오세영의 책상을 만나다

    박재동 화백은 조문(弔文)에서 ‘우리 만화계의 보물, 사람들은 몰라도 아는 사람은 아는 우리 문화계의 국보, 수많은 그림쟁이의 스승, 세계 대가급 중의 한 사람’으로 그를 이야기했다. 가장 한국적인 리얼리스트라고 평가되는 만화가의 손때가 가득한 책상이, 그가 입원하기 전까지 열심히 작업하던 원고가 올려진 그 상태 그대로 만화 팬들과 만난다. 만화가 오세영(1955~2016)의 1주기를 맞아 ‘오세영전(展)’이 경기 부천 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2일부터 7월 9일까지다.오세영은 늘 예술로서의 만화를 추구하며 낮은 시선에서 바라본 민초들의 삶을 만화 컷 속으로 옮겨 온 작가다. 특히 우리네 얼굴과 표정, 말본새, 체취, 삶의 풍경 등을 생생하고 구수하게 담아내며 일가를 이뤘다. 오세영은 일제강점기나 산업 근대화를 이루기 전 민중들의 진실한 모습과 사회상을 후대들에게 남겨주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문예 만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주옥같은 우리 소설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번 추모전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작업실 전시다. 번잡한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2005년 경기 안성 쌍령산 기슭에 꾸렸던 작업실을 거의 통째로 옮겨 왔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만화로 옮겨지던 곳이다. 오랜 세월 오세영과 함께한 책상과 각종 화구에서부터 각종 자료와 만화책이 빼곡한 책장 10개, 일반 벽지 대신 만화책 낱장을 도배지로 사용했던 작업실 벽면과 작품 설정자료를 걸어 놓은 빨랫줄까지 고스란히 재현했다. 실제 작업실 사진과 비교하며 작가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5월 5일 세상을 뜰 때까지 그의 이름처럼 딱 30년 걸어온 만화가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이 3m, 가로 12m짜리 ‘작품 맵’도 돋보인다. 그의 작품 중 50편을 시대와 만화, 문학과 만화, 인물과 만화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빅데이터 그래픽 형식으로 펼쳐 놨다. 마지막 작업이 되어버린 ‘삼국지’ 유고 원고를 비롯한 작품 원화들도 전시된다. 연필 데생으로 80쪽가량 작업한 ‘삼국지’ 원고는 10쪽 정도 펜화가 더해졌다. 또 석정현, 차성진, 송동근 등 후배 작가 14명이 오세영과 얽힌 인연과 에피소드를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도 곁들여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5월 골든위크…구청은 이색 축제에 빠졌데이] 중구, 명동에선 ‘서울 만화 거리 축제’

    [5월 골든위크…구청은 이색 축제에 빠졌데이] 중구, 명동에선 ‘서울 만화 거리 축제’

    어린이날 서울 명동에서 만화 축제가 열린다. 중구는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제6회 서울 만화의 거리 축제’를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재미로 일대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연다고 1일 밝혔다. ‘캐릭터 어벤저스 축제-캐릭터 대통령을 뽑아요’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행사에서는 국산 캐릭터 중 관람객 투표로 ‘캐릭터 대통령’을 선발하는 이벤트도 마련된다.축제 기간 캐릭터 퍼레이드, 코스프레 퍼포먼스, 버블·매직쇼, 각종 전시 및 공작 체험, 팬시마켓 등 온 가족이 즐길 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명동역 3번 출구 앞 소공원부터 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진 재미로에서는 캐릭터 인형과 코스프레 공연자의 퍼레이드가 열린다. 행사 기간 내내 매일 2차례(낮 12시·오후 3시) 진행되는 퍼레이드는 재미로를 지나 명동 중앙로를 거쳐 눈스퀘어까지 이동한다. 애니메이션센터 특설무대에서는 코스프레 그룹들의 댄스 공연, 애니메이션 삽입곡(OST) 재즈공연, 버블쇼, 마술쇼, 뽀로로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통해 명동을 가족 단위로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국보급 만화가의 책상을 만나다···오세영 1주기 추모전

    국보급 만화가의 책상을 만나다···오세영 1주기 추모전

    박재동 화백은 조문(弔文)에서 ‘우리 만화계의 보물, 사람들은 몰라도 아는 사람은 아는 우리 문화계의 국보, 수많은 그림쟁이의 스승, 세계 대가급 중의 한 사람’으로 그를 이야기했다. 가장 한국적인 최고의 리얼리스트로 평가되는 한 만화가의 손 때 묻은 책상이, 그가 입원하기 전까지 열심히 작업하던 원고가 올려진 그 상태 그대로 만화 팬들과 만난다. 국보급 만화가 오세영(1955~2016)의 1주기를 맞아 ‘오세영 전(展)’이 경기 부천 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5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다.오세영은 늘 예술로서의 만화를 추구하며 낮은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 민초들의 삶을 만화 컷 속으로 옮겨온 작가다. 특히 우리네 얼굴과 표정, 말본새, 체취, 삶의 풍경 등을 생생하고 구수하게 담가 내며 일가를 이뤘다. 오세영은 일제 강점기나 산업 근대화를 이루기 전 민중들의 진실한 모습과 사회상을 후대들에게 남겨주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문예 만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주옥 같은 우리 소설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에도 적극적이었다. 미완의 대표작 ‘토지’에서 해방 전후 시대의 옷이나 건물, 풍광 등을 철저하게 고증해 재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화 장르를 탐탁치 않게 여겼던 원작자인 박경리 선생이 탄복했을 정도다. 이번 추모전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작업실 전시다. 여느 전시처럼 만화가 책상 하나만 덜렁 가져다 놓는 수준이 아니다. 번잡한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2005년 경기 안성 쌍령산 기슭에 꾸렸던 작업실을 거의 통째로 옮겨 왔다. ‘토지’가 만화로 옮겨지던 곳이다. 오세영의 손때가 가득 묻은 책상과 각종 화구에서부터 각종 자료와 만화책이 빼곡한 책장 10개, 일반 벽지 대신 만화책 낱장을 도배지로 사용했던 작업실 벽면과 작품 설정자료를 걸어 놓은 빨랫줄까지 고스란히 실어 날랐다. 실제 작업실 사진과 비교하며 작가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지난해 5월 5일 세상을 뜰 때까지 그의 이름처럼 딱 30년 걸어온 만화가의 삶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높이 3m, 가로 12m짜리 ‘작품 맵’도 돋보인다. 그의 작품 중 50편을 시대와 만화, 문학과 만화, 인물과 만화 세 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빅데이터 그래픽 형식으로 펼쳐놨다. 우리나라 리얼리즘 계열의 독보적인 만화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인간진화론’, ‘점’, ‘돈’, ‘불’, ‘쏴쏴쏴쏴 탕’, ‘김노인 경행록’, ‘부자의 그림일기’, 그리고 ‘고샅을 지키는 아이’와 ‘14세 소녀의 봄’에서부터 문학과 만화의 예술적인 만남을 이뤄낸 이태준, 박태원, 안회남 등 월북작가 단편 순례, 교과서에도 실린 이효석과 김유정, 채만식의 단편, 박경리의 ‘토지’가 만화 지도에 올랐다. 오세영이 필생의 역작으로 여겼던 ‘토지’는 사실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커지며 1부 7권에서 멈춘 채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했다. 작가는 이 때 건강을 잃었고, 출판사는 결국 다른 만화가의 힘을 빌려 17권으로 완간했다.주로 어른을 위한 작품을 그려오던 오세영은 어린이 잡지 ‘보물섬’을 통해 세계 위인 30명 이야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 중 12명이 한국 위인으로 고선지, 최무선, 장영실, 허준, 김홍도, 전봉준, 김구, 신돌석, 한용운, 김좌진, 방정환, 윤봉길이다. 여느 위인전 목록과는 달랐던 오세영의 안목을 작품 맵에서 느낄 수 있다. 오명천 선생의 문하로 만화계에 입문했지만 스승의 그림체에 얽매이지 않고 크로키와 데생에 열중하며 한편으로는 미술 해부학을 독학해 자신만의 그림체, 단군이래 최고의 데생력을 일궈낸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작품 맵의 특징이다. 모처럼 컨디션도 좋고 집중력도 살아났다며 즐거이 열중했으나 마지막 작업이 되어버린 ‘삼국지’ 유고 원고를 비롯한 여러 작품의 원화들도 전시된다. 연필 데생으로 80쪽가량 작업한 ‘삼국지’ 원고는 10쪽 정도가 펜이 입혀졌다. 또 석정현, 차성진, 송동근 등 후배 작가 14명이 오세영과 얽힌 인연과 에피소드를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들도 곁들여진다.큐레이션을 맡은 이상홍 만화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시대가 오세영을 낳고 시대가 오세영을 데려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1980년 중반 어른을 독자층으로 한 만화의 시대가 열리며 세계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작가를 탄생시켰지만 성인 만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입지가 좁아진 채 급속히 웹툰 시대로 넘어오며 이러한 작가를 키워내지 못한 시대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실수’ 저승사자·‘소심’ 드라큘라… 재미·교훈 주는 어린이 만화 팡팡

    ‘실수’ 저승사자·‘소심’ 드라큘라… 재미·교훈 주는 어린이 만화 팡팡

    진정한 나를 찾아 우주여행을 떠나는 포포, 딸꾹질만 하면 커다란 아기로 변신하는 김깡깡, 단 한 번의 실수로 9급으로 강등된 저승사자 낭낭, 엉뚱초등학교로 전학 간 소심 드라큘라 모기라, 가시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고슴도치 밤토토….●명랑만화 침체기에 반가운 등장 5월, 그간 접하기 쉽지 않았던 순수 창작 어린이 만화가 쏟아진다. 1980년대까지는 명랑만화로 대표되는 어린이 만화가 큰 인기였지만 게임과 학습 만화 등에 독자를 내준 지 오래다. 요즘은 어린이 만화 하면 학습 만화를 떠올리기 쉬운 상황이라 순수 창작 어린이 만화의 잇단 출간이 반갑다. ●보리 ‘포포와 코로코’ 등 5권 선보여 보리출판사가 순수 창작 어린이 만화 5권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보리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를 통해 꾸준히 어린이 만화를 연재해 온 흔치 않은 출판사다. 개똥이네 만화방 시리즈 타이틀을 달고 출간한 단행본만 스물네 권. 이번에는 연재 작품을 묶은 게 아니라 신인 작가부터 학습 만화와 어른 만화를 그리던 기성 작가까지 모두 다섯 명의 작가와 함께 1년의 작업 기간을 거치며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완성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웃음과 재미, 교훈을 주는 작품을 그렸다. ‘포포와 코로코’(송성진), ‘김깡깡이 나타났다!’(김한조), ‘9급 저승사자 낭낭’(윤남선), ‘드라큘라 모기라’(신명환), ‘아얏아얏욧욧’(한나빵)이다. 보리출판사는 어린이날 경기 파주 출판단지 사옥에서 출간 기념행사 ‘만화가랑 놀자’도 연다. ●만화영상진흥원 3년째 활성화 지원 이번 출간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2015년부터 꾸리고 있는 어린이 만화 활성화 지원 사업의 결과물이다. 첫해에는 진흥원 자체적으로 작가들과 매칭해 작품을 출판했고, 지난해부터는 민간 출판사를 공모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보리와 함께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사계절과 이락에서도 이달 안으로 5권씩 어린이 만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 영화] ‘목소리의 형태’,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마음이 말을 건다

    [새 영화] ‘목소리의 형태’,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마음이 말을 건다

    이미지만 보면 전형적인 학원 청춘물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내용과 주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작품이다. 왕따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해 망망대해의 외딴섬처럼 살아가던 한 소년이 진정한 용서를 통해 세상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두 번째 기회를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다.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 청각 장애를 지닌 소녀 니시미야 쇼코가 전학 온다. 니시미야는 노트 필담을 통해 새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이내 따돌림을 당한다. 그저 평범한 장난꾸러기 소년이었던 이시다 쇼야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니시미야를 골리는 데 앞장서다가 일이 커지며 왕따 사건 가해자로 공개 낙인 찍힌다. 그토록 친했던 친구들에게 책임을 전가당하고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된 이시다. 트라우마를 지닌 채 친구를 거부하는 외톨이 고등학생이 된 이시다는 살아가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마음에 품지만 5년 만에 니시미야와 마주치게 되고, 둘의 삶에 변화가 인다. 지난해 9월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지기는 했으나, 소규모로 개봉했음에도 큰 인기를 끌며 2016년 일본 박스오피스 톱 10에 올랐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시대를 선도하는 작품으로도 평가됐다. “색감도 연출도 아름답다. 흉내내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신카이 감독의 극찬이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케이온’을 담당했던 야마다 나오코가 연출했다. 원작도 유명하다. 오이마 요시토키의 오리지널 단편은 2008년 주간 소년지 만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만화 천국 일본에서도 소화하기 쉽지 않았던 민감한 소재였던 탓인지 작가가 다른 작품으로 인기를 얻은 이후인 2011년 2월에 가서야 새롭게 개작돼 잡지에 실렸고 이 리메이크 단편이 큰 반향을 일으켜 2013년 12월부터 장편 연재가 이루어졌다. 단행본 누적 판매량이 360만부를 넘는다. 원작의 큰 줄기를 가져온 애니메이션은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넘지만 이시다와 니시미야 두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세부 설정이 바뀌거나 이야기가 축약되고 빠진 에피소드들도 있다. 그래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대목이 있는데 전 7권으로 완간된 원작을 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됐다.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 질병과 싸운다

    [고든 정의 TECH+]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 질병과 싸운다

    -배터리 없이 몸 안에서 작동하는 센서 개발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에 적용된 신기술 가운데 무선 충전 기술이 있습니다. 매번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스마트폰을 충전기 옆에 둬야 하는 건 별로 변한 게 없다는 지적도 있죠. 이는 현재까지 무선 전송 거리가 짧기 때문입니다. 만약 무선 전력 기술이 수십cm가 아니라 수 미터에 걸쳐 안전하게 전력을 전송할 수 있다면 그 응용범위는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블 없이 연결하는 가전 기기는 물론 도로에 매립하는 방식의 무선 충전 장치로 전기 자동차가 배터리 걱정 없이 다닐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의료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연구자가 우리 몸 안에서 병을 찾아내는 마이크로 센서나 병변을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 질병이 있는 장소에만 약물을 투여하는 스마트 약물 등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가능한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입니다. 일단 기기가 몸 안에서 작동하려면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되는 캡슐 내시경도 배터리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만약 배터리를 생략할 수 있다면 더 작고 삼키기 쉬운 캡슐 내시경이 가능할 것입니다. 동시에 몸 안에서 소화되거나 녹아 사라지는 로봇을 개발할 때도 배터리가 없다면 한결 더 쉬워질 것입니다. MIT, 브리검 여성 병원, 찰스 스타크 드랩퍼 연구소 등 다기관 연구팀은 돼지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식도, 위, 대장에서 10초마다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이 센서는 30mW의 저전력으로 작동하며 장기간 몸 안에 있으면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센서가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100-200mW의 전류를 몸속 2-10cm 안쪽까지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이를 테스트했습니다. 몸속으로 계속해서 전력을 공급한다면 걱정되는 것은 거리뿐만이 아니라 유해성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어떤 조직 손상이나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전송 거리를 더 늘릴 필요도 있고 사람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도 더 필요하지만, 사람 몸 안에서 작동하는 마이크로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나 만화에서 우리 몸 안에서 종양이나 병원균과 싸우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상상의 존재지만, 이런 신기술의 도움을 받아 언젠가는 이것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 “어른도 장난감 좋아해”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 “어른도 장난감 좋아해”

    이달 초 호주 멜버른의 한 쇼핑센터에 문을 연 레고 놀이공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레고의 실내 놀이공원인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가 17세 이하의 아이를 동반하지 않는 성인의 입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전 세계에 17개의 센터가 있는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는 3~10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며 모든 센터가 성인 입장과 관련한 동일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알지 못했던 호주의 성인 레고 팬들이 표를 사고도 입장하지 못하자 이는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덜트 천국 美·日 시장 규모 20조원 ‘멜버른 레고랜드 사태’는 호주의 레고팬, 더 나아가 어른도 때로는 아이의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전 세계 키덜트의 공분을 샀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신조어인 ‘키덜트’는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고와 같은 장난감이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처진 편견이 됐다. 영국 리서치 업체인 민텔이 지난해 12월 미국의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장난감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성인을 위한 장난감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8%, 자신을 위해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2%였다. ●신흥 강자 한국, 피규어 매출 1년 새 127%↑ 키덜트 시장 규모가 각각 6조원, 14조원에 달하는 일본과 미국은 ‘키덜트의 천국’으로 꼽힌다. 두 나라 모두 전 세계에 엄청난 규모의 팬을 거느린 만화와 애니메이션·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파생된 프라모델(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장난감)과 피규어, 레고 등은 키덜트의 대표 아이템이다. 프라모델은 1930년대 후반 영국군이 차량 식별 교육용으로 고안했다가 장난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본이 1980년대에 만화 ‘건담’의 프라모델(일명 건프라) 붐을 일으키면서 국내에도 ‘건덕후’(건담 프라모델 마니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미국은 월트디즈니의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스타워스’, ‘아이언맨’, ‘배트맨’, ‘슈퍼맨’ 등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SF 영화와의 합작을 통해 캐릭터 상품이나 피규어, 레고와 같은 장난감 등으로 전 세계 키덜트를 매혹하고 있다. 한국은 키덜트 시장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에 달하며,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에는 1조원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드론과 피규어는 2016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21%, 127% 급증했다. 키덜트 시장의 후발 주자인 중국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아이템으로 ‘어른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중국 키덜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드론이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94%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글로벌 최대 소형 드론 업체인 DJ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등산·여행을 다니면서 셀프 카메라 사진을 찍기 편하도록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드론과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데 쓸 수 있는 드론 등 키덜트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느낌이 강한 드론의 개발은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드론 수리 전문가·아트토이 디렉터 각광 키덜트 문화가 전 세계적인 시류로 자리 잡으면서 다채로운 변화도 생겨났다. 키덜트를 위한 소형 드론이 인기를 끌면서 드론 수리 전문가가 등장했고, 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그림을 입히거나 디자인을 변형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하는 아트토이 디렉터 등의 직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장난감 업체는 키덜트의 ‘장바구니’를 노리고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쫓고 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겨냥하거나 이를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레고는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휠체어를 탄 레고 피규어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 장난감 업체인 토이저러스는 장난감에 남녀용 표시를 없앴다. 미국의 또 다른 장난감 업체인 ‘토너 돌 컴퍼니’는 아예 트랜스젠더 인형을 선보였다. 다 큰 성인이 아이들의 장난감과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각박한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장난감이나 만화, 캐릭터 등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단박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용이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20~40대의 탄탄한 소비력이 키덜트 시장의 꾸준한 성장 동력이 됐다. 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혼술’, ‘혼밥’과 같이 혼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의 문화 콘텐츠 소비가 가족을 대신해 힐링과 휴식의 존재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huimin0217@seoul.co.kr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어린이날 맞이 ‘캐릭터 어벤저스 축제’ 개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어린이날 맞이 ‘캐릭터 어벤저스 축제’ 개최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부터 성인들에게도 인기만점인 라바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참여하는 ‘캐릭터 어벤저스 축제’가 5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남산 만화의 거리 ‘재미로’, 명동 일대에서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캐릭터 축제는 라바, 코코몽, 뽀롱뽀롱 뽀로로, 안녕, 자두야, 로보카 폴리, 꼬마버스 타요 등 다양한 캐릭터가 참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우선 선거철을 맞아 어린이들도 캐릭터 후보들에게 투표하며 직접 선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이색행사가 마련된다. ‘캐릭터 대통령을 뽑아요’ 행사는 만화의 거리 재미로에서 열리며 반지, 어썰트, 폴리, 어리, 쫑알이, 포포, 좀빌, 코코몽, 자두, 꽁지, 필로, 라바 등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12개의 캐릭터가 어린이들의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투표에 참여한 후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각 캐릭터들의 홍보부스로 재미를 더했으며 실제 대통령 투표 시 활용하는 선거부스를 제공하여 생동감을 준다. 행사 기간 동안 시간대별 공연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야외무대에서는 애니퀴즈 팡!팡!, 코스프레 댄싱, 다함께 놀자, 캐릭터 버스킹 등이 진행되며 애니시네마에서는 어린이 창작뮤지컬과 어린이 난타, 상상애니매직쇼 등이 진행돼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예정이다. 실내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애니센터에서는 캐릭터 뱃지 만들기를 비롯해 캐릭터 피자·쿠키 만들기, 상상보드게임, 페이퍼토이·클레이아트, 만화영화 성우 체험, 코스프레 스튜디오, 그림자체험 등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외에도 캐릭터 명동-재미로 퍼레이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다양한 먹거리, 플리마켓, 페이스 페인팅, 청결한 거리조성 캠페인 등 보고 맛보고 즐기는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캐릭터어벤져스 축제 외에도 7월 ‘가족캠핑 애니메이션 상영회’와 10월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를 통해 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4월과 5월, 7월, 그리고 10월까지 총 10회가 운영될 캐릭터 퍼레이드는 지난 4월 22일과 29일 진행되어 하루에 약 6만여 명, 총 12만 명의 시민이 명동에서 캐릭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흥겨운 브라스 밴드 마칭 퍼포먼스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캐릭터 퍼레이드가 명동에서 계속돼 시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황금연휴, 당신의 선택은

    황금연휴, 당신의 선택은

    보통 설, 추석 연휴는 단기간 관객이 집중되는 극장가 대목이다. 올해 설 연휴 나흘간 전국 총관객수는 583만명, 지난해 추석 연휴 닷새간은 622만명이었다. 이를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5월 대목을 앞두고 극장가가 달뜨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달 대통령 선거까지 휴일이 징검다리 형태로 이어져 최장 12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 극장 대전의 막이 오른다. 영화계에서는 적어도 1000만명에서 많게는 1500만명까지 극장 나들이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특별시민’(15세 관람가)과 ‘임금님의 사건수첩’(12세), ‘보안관’(15세) 등 국내 작품과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12세), ‘보스 베이비’(전체) 등 할리우드 작품이 빅5로 꼽힌다. ●연기 9단 최민식 vs 이선균·안재홍 ‘케미’ ‘특별시민’과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지난 26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영화가 오랜만에 쌍끌이 흥행하며 기선 제압한 상태다. 정치극 ‘특별시민’은 정치인의 추잡한 권력욕과 선거판의 이전투구를 그린 작품이다. 연기 9단 최민식이 정치 9단을 연기한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 또 곽도원, 문소리, 라미란, 심은경, 류혜영 등 연기파들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믹 수사극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추리 마니아 조선 예종과 엄벙덤벙 신입 사관 윤이서가 콤비를 이뤄 대역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기존 사극의 리듬에서 벗어난 이선균과 안재홍의 앙상블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워낙 두 캐릭터를 잘 빚어놔 어느 정도 흥행만 된다면 시리즈화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국내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대선 기간과 맞물려 개봉한 ‘특별시민’이 우세하게 출발했지만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가족 관객에 더 강점이 있다”면서 “올해 초 ‘더 킹’과 ‘공조’의 경우처럼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달 3일 개봉하는 ‘보안관’도 코믹 수사극이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전직 형사가 동네 지킴이를 자처하며 우여곡절 끝에 대형 마약 사건을 해결한다. 믿고 보는 이성민과 조진웅의 연기 대결에 김성균, 조우진, 김종수, 배정남, 김혜은, 주진모, 김홍파, 김병옥, 김광규 등 신스틸러 군단이 양념을 듬뿍 뿌렸다. 사투리 잔치는 덤이다. 선 굵은 남성 영화를 선보이는 윤종빈 감독의 제작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의 합작품이다. 일부 소품에서부터 액션 장면, 배경 음악까지 홍콩 누아르의 걸작 ‘영웅본색’을 오마주하고 있어 ‘아재’ 관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웃기는 이성민 vs 아웃사이더 반란 vs 아기 능청 2일 전야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가 한국 영화의 최대 대항마다. 그다지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 아웃사이더들이 뭉쳐 우주를 또다시 구한다. 2014년 7월 개봉한 전편은 ‘명량’에 밀려 누적 관객 130만명에 그쳤지만 이번엔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주얼과 액션은 더 강력해지고 화려해졌으며, 캐릭터들의 입담과 OST로 쓰인 1970~80년대 팝 음악들은 더 구수해졌다. 특히 베이비 그루트 캐릭터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서 개봉을 앞두고 평단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3일 개봉인 ‘보스 베이비’는 5월 애니메이션 중에서 최대 흥행작으로 꼽힌다. 북미 시장에서는 ‘미녀와 야수’의 아성을 깨고,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등장하기 전까지 극장가를 주름잡은 작품이다. 동생이 생긴 아이들의 불안 심리를 모티브로 해 결국은 형제애로 훈훈한 결말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가정의 달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능글맞은 표정과 행동, 능글맞은 목소리(앨릭 볼드윈)를 내다가 어른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해지는 아기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옥새’ 담보로 군사·군마 빌려간 손책…후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옥새’ 담보로 군사·군마 빌려간 손책…후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손견은 우연히 우물에서 옥새를 건진 후 병을 핑계로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속셈을 알아챈 원소의 추격에 손견은 대부분의 병사를 잃고 겨우 목숨만 건진다. 전열을 정비한 손견은 복수를 위해 형주로 쳐들어갔으나 오히려 목숨을 잃고 만다. 손견의 유품은 오로지 옥새 하나. 원술의 식객으로 지내며 권토중래를 꿈꾸던 손책은 옥새를 담보로 원술로부터 군사 3000명과 500필을 빌린다. 그리고 그 군사를 이끌고 강남과 강동 81주를 점령한다. 고토(故土)를 회복한 손책은 원술에게 ‘빌린 군사와 군마를 10배로 갚을 테니 옥새를 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원술은 배은망덕이라며 이를 거절하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 손책이 아버지인 손견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옥새 하나뿐. 하지만 현실적으로 손책에게 옥새는 아무런 쓸모없는 돌덩이에 불과하다. 결국 손책은 옥새를 담보로 원술로부터 군사와 군마를 빌린다. 손책에게는 옥새보다 고토를 회복할 군사가 더 절실했던 것. 이때 손책의 나이 불과 20세 전후. 손책은 군사를 빌려 가고도 아무런 말이 없다가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자 옥새의 반환을 요구한다. 통상 빌린 것이라면 이자와 반환 시기 등을 정하게 되는데, 그런 약정도 없었다. 원술로서는 말로만 빌린다고 한 것이고 실제로는 군사와 옥새를 교환한 것이라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옥새를 담보물로 군사를 빌린 것일까, 아니면 옥새와 군사를 교환한 것일까. 또 계약 당시 손책의 나이가 미성년이었다면 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일방적 취소 안 돼… 새 계약 성립해야 일상적인 거래에서도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내용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명칭은 말 그대로 명칭에 불과할 뿐이다. 손책과 원술의 계약을 분석해 보자. 손책은 ‘옥새보다는 우선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 원술에게 ‘군사를 빌려주면 옥새를 맡기겠다’고 제안한다. 원술도 ‘이것을 지닌 자는 천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손책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 돌려줄 때 군사와 군마의 수는 얼마로 할 것인지 전혀 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군사와 군마를 전장에 투입해 손책이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되면 원술이 빌려준 것을 돌려받을 방법이 전혀 없게 된다. 원술로서는 그렇게까지 위험을 부담하면서 옥새를 잠시 동안만 보관하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또 손책과 원술은 한동안 군사를 돌려주겠다거나 옥새를 돌려주겠다는 말이 전혀 없었다. 결국 겉으로는 ‘빌린다’고 했지만, 실상은 옥새와 군사를 바꾼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에 맞아 보인다. 계약이 체결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 손책과 원술의 교환 계약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손책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원술에게 ‘10배의 군사와 군마로 갚을 테니 옥새를 돌려 달라’고 한 것은 기존의 교환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환 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원술은 손책의 청약(請約)을 거절했다. 새로운 교환 계약은 성립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원술이 청약을 승낙해 새로운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 한 손책은 옥새를 돌려받을 수 없다. ●계약 성립 좌우하는 요소, 계약자 나이 손책이 미성년자라면 사정은 다르다. 미성년자는 행위능력(行爲能力)이 없어서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 즉 만 19세가 되지 않았다면 계약을 하기 위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었다면 미성년자나 법정대리인은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5조). 계약이 취소되면 처음부터 무효인 것이 돼 서로 교환했던 물건을 돌려주어야 한다. 이 경우 교환했던 물건이 파손됐다면 어떻게 될까? 미성년자는 그냥 파손된 상태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민법 제141조). 손책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옥새를 교환했다. 손책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펄펄 뛸 일이다. ‘남편이 그 옥새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것을 넘겨주다니.’ 손책의 어머니가 이를 알았다면 손책을 불러 크게 질책할 일이다. 이 경우 손책의 어머니는 스스로 또는 손책을 시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손책이 전쟁에서 대패해 군사를 대부분 잃었다고 해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손책은 살아남은 군사만 돌려주고, 옥새를 돌려받을 수 있다. ●억울한 원술, 구제 방법은 없나 원술은 억울하다. 손책처럼 늠름한 젊은이가 미성년자일 수도 있다니. 게다가 전쟁에서 패하면 남은 군사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물건을 빌려준 원술에게는 여간 황당한 일이 아니다. 옥새만 아니라면 그런 계약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방은 매우 불안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민법은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원술은 손책의 법정대리인에게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계약을 추인(追認)할지 물어볼 수 있다. 기간 내에 답을 하지 않으면 추인한 것으로 보아 더이상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만약 손책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계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원술은 법정대리인의 추인이 있기 전까지 먼저 의사표시를 철회해 불안정한 상태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손책이 주민등록증이나 부모의 동의서를 위조해 보여 주는 등 원술에게 적극적으로 속임수를 쓴 경우에는 교환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민법 제17조). 이 경우에도 손책을 보호해 준다면 원술에게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라도 용돈처럼 부모에게 처분을 허락받은 재산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민법 제6조). 하지만 옥새처럼 중요한 물건은 부모의 허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미성년자에게 의무를 부담시키지 않고 권리만 부여하는 행위도 단독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술이 손책에게 고토를 회복하라며 아무런 조건 없이 군사와 군마를 주었다고 치자. 손책의 입장에서는 옥새를 넘겨주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군사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손책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냥 넙죽 받기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손책이 미성년자라도 혼인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성년자라도 혼인하면 성년으로 본다(민법 제826조의2).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손책이 19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원술과 계약할 당시 결혼을 한 상태라면 취소할 수 없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 클릭] ■청약(請約):계약의 성립을 목적으로 확정적으로 제안하는 내용의 의사표시. ■행위능력(行爲能力):단독으로 계약 등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 ■추인(追認):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해 취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의사표시.
  • 미소녀들의 코스튬 플레이

    미소녀들의 코스튬 플레이

    코스튬 플레이한 팬들이 26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중국 국제 만화 &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무살 된 ‘부천국제만화축제’ 공식 포스터 마일로작품 공개

    스무살 된 ‘부천국제만화축제’ 공식 포스터 마일로작품 공개

    국내 최대의 만화전문축제인 경기 부천국제만화축제(운영위원장 박재동) 공식 포스터가 공개됐다. 27일 공개된 공식 포스터는 ‘제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제인 ‘청년’에 걸맞게 청년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이번 포스터 디자인은 2016 부천만화대상 수상자인 마일로 작가가 작업을 맡았다. 푸른 잔디밭을 산책하는 활기찬 청년들과 신작 ‘극한견주’ 속 반려견의 모습이 ‘20회’를 상징하는 숫자 ‘2’위에 펼쳐 있다. 목욕탕을 형상화한 ‘0’안에는 대표작 ‘여탕보고서‘의 등장인물들이 익살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제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청년’을 주제로 오는 7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 동안 박물관과 부천 일대서 열린다. 올해는 우리 만화의 미래와 함께 꿈을 향한 ‘청년’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만화적 시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부천국제만화축제는 2년 연속 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됐다. 올해 만화축제는 올해 2016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인 마일로 작가의 ‘여탕보고서전’을 비롯해 오이마 요시토키의 ‘목소리의 형태전’, ‘VR웹툰전’ 등 다양한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만화콘퍼런스나 특설만화마켓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이 밖에 ‘어린이드림툰존’을 신설해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 선발작품을 전시하고 체험행사도 운영한다. 한편,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회는 다음달 28일까지 제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할 자원활동가 120명을 모집한다. 자세한 사항은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www.bicof.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교회 크게 세우려면 돈 필요해 신도 모으려 달콤한 설교하죠… 이 편법이 진리를 왜곡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교회 크게 세우려면 돈 필요해 신도 모으려 달콤한 설교하죠… 이 편법이 진리를 왜곡합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장애인 특수학교 교남학교. 이 학교 1층 강당은 매주 일요일이면 학교가 아닌 예배당으로 변신한다.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새맘교회의 주일 예배 장소. 예배당 없는 이 교회가 1주일에 한 번씩 빌려쓰는 특수한 공간이 되는 셈이다. 강당 맞은편 장애인 시설 3층이 교회 사무실 겸 전임 박득훈(65) 목사의 집무실. 사무실에서 만난 박득훈 목사는 “작은 교회야말로 지금 목회자들이 진지하게 새겨야 할 목회 터”라고 힘주어 말했다.이 땅에는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사실상 작은 교회의 시초격인 새맘교회는 특이하다.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교회에서 흔한 담임 대신 전임 목사가 교회를 이끈다. 아니 ‘이끈다’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 90여명의 신도들이 모두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교회 행정의 방향을 정해 실천한다. 전임 목사나 장로도 3년에 한번씩 재신임 절차를 거쳐 유임시키거나 다시 뽑는다. 예배 시간에 헌금을 걷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대신 예배당 앞에 헌금함을 마련해 신도들이 임의껏 보탠다. 예배 전용 공간으로서의 예배당을 결코 갖지 않는다는 그 작은 교회는 무엇을 지향할까. 박 목사의 말대로라면 지금 이 땅에 흔한 대형교회들은 전부 악일까. “교회는 차를 오래 세워놓는 주차장보다는 에너지를 채우는 주유소의 개념이 강한 곳입니다. 힘을 얻은 뒤 세상에 흩어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신성한 공간이지요.” 예배당은 교회의 다양한 사역활동을 위한 편의시설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은 예배당을 건물 중심의 교회로 착각하기 일쑤이다.“교회의 머리는 당연히 예수님입니다. 담임목사나 특정인이 권력을 행사한다면 예수님 자리를 찬탈하는 셈이지요.” 교회가 작아져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교회를 크게 세우려면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의 헌금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겠지요. 그들의 힘과 부에 편승해 교회 건물과 시설을 비롯한 으리으리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교회가 손쉽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신도를 많이 모으려면 즐겁고 달콤한 설교가 필요하고 그 편법이 기복신앙을 부추겨 기독교의 진리를 왜곡한다고 말한다. 박 목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바이블칼리지에서 신학을, 더램대학교에서 기독교 경제윤리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귀국한 독특한 신학자이다. “한국 개신교에 두 번 놀랐다. 하나는 교회의 눈부신 급성장이고 또 하나는 유례없이 빨리 전락하는 부패상이다.” 바이블칼리지 유학시절 신학을 배웠던 교수에게 들은 이 한 마디가 가슴에 콕 박혔다고 한다. 귀국 후 4년간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성터교회에서 공동목회를 했던 박 목사가 2011년 장충동에서 소수의 교인들과 함께 시작한 게 새맘교회의 시초. 불교계가 운영하는 우리함께빌딩의 한 층을 빌려 예배를 드리다가 영등포구 당산동의 시민단체 사무실로 옮긴 뒤 2015년 6월부터 교남학교의 강당을 빌려 쓰고 있다. “교종과 추기경 등 집중된 부패권력에 대항해 일어선 종교개혁의 빛이 소멸했어요. 중세교회의 교황처럼, 지금 한국에는 교회마다 교황이 1명씩 있는 것 같아요.” “구원은 한 사람의 영혼을 건져내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하나님 나라의 뜻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 구원론의 끝에 예수님이 실천했던 작음의 의미를 털어놓는다. “예수님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아주 작은 존재로 사셨고 가장 작은 존재로 십자가에서 마무리했다는 점입니다.” 마구간의 말 밥통(구유)에서 아주 작은 존재로 오셨고 십자가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모욕당하고 조롱당한 채 처절하게 처형됐다는 예수의 작음은 다름 아닌 큰 것에 대한 저항이자 약한 이들을 향한 사랑이다. 그 작음의 뜻을 가꾸는 실천은 요즘 종교계에 흔한 기복 개념을 바꿔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라 한다. “눈물 흘리는 약자 곁에 가서 움직이고 숨 쉴 때 하나님을 가장 뜨겁게 만날 수 있습니다. 붐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사람이 더 들어설 수 있도록 한걸음 뒷걸음질치는 배려의 실천이지요.” 박 목사는 오는 8월쯤 은퇴를 앞당길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새맘교회는 새 전임목사를 청빙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65세면 많이 했지요. 요즘 일반인들은 50대 중반이면 일을 그만두기 일쑤잖아요. 목사랍시고 오래 자리 보전하는 것도 미안하고….” 후임을 위해 조기 퇴진하겠다는 목사는 평생의 지론으로 기자를 배웅했다. “작아지려 할 때 이웃과 자연, 세상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지금까지 교회 개혁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살아낼까 합니다. 저술이나 강의, 후배 양성 뭐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kimus@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당신의 ‘키덜트’ 아이템은?

    [송혜민의 월드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당신의 ‘키덜트’ 아이템은?

    이달 초, 호주 멜버른의 한 쇼핑센터에 문을 연 레고 놀이공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레고의 실내 놀이공원인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가 17세 이하의 아이를 동반하지 않는 성인의 입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17개의 센터가 있는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는 3~10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며 모든 센터가 성인 입장과 관련한 동일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알지 못했던 호주의 성인 레고 팬들이 표를 사고도 입장하지 못하자 이는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멜버른 레고랜드 사태’는 호주의 레고팬, 더 나아가 어른도 때로는 아이의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전 세계 키덜트의 공분을 샀다. 아이(kid)와 어른(adult)를 합친 신조어인 ‘키덜트’는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고와 같은 장난감이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쳐진 편견이 됐다. 영국 리서치 업체인 민텔이 지난해 12월 미국의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장난감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성인을 위한 장난감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8%, 자신을 위해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2%였다. #‘키덜트 천국’ 일본·미국, ‘신흥강자’ 한국, ‘드론 강국’ 중국 키덜트 시장 규모가 각각 6조원, 14조원에 달하는 일본과 미국은 ‘키덜트의 천국’으로 꼽힌다. 두 나라 모두 전 세계에 엄청난 규모의 팬을 거느린 만화와 애니메이션·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파생된 프라모델(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장난감)과 피규어, 레고 등은 키덜트의 대표 아이템이다. 프라모델은 1930년대 후반 영국군이 차량 식별 교육용으로 고안했다가 장난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본이 1980년대에 만화 ‘건담’의 프라모델(일명 건프라) 붐을 일으키면서 국내에도 ‘건덕후’(건담 프라모델 마니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국은 월트디즈니의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스타워즈’, ‘아이언맨’, ‘배트맨’, ‘슈퍼맨’ 등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SF 영화와의 합작을 통해 캐릭터 상품이나 피규어, 레고와 같은 장난감 등으로 전 세계 키덜트를 매혹하고 있다. 한국은 키덜트 시장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 대에 달하며,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에는 1조원 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드론과 피규어는 2016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21%, 127% 급증했다. 키덜트 시장의 후발주자인 중국은 첨단 IT가 접목된 아이템으로 ‘어른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중국 키덜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드론이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94%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중 글로벌 최대 소형 드론 업체인 DJ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등산·여행을 다니면서 셀프 카메라 사진을 찍기 편하도록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드론과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데 쓸 수 있는 드론 등 키덜트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느낌이 강한 드론의 개발은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키덜트 문화의 배경, 그리고 변화 키덜트 문화가 전 세계적인 시류로 자리 잡으면서 다채로운 변화도 생겨났다. 키덜트를 위한 소형 드론이 인기를 끌면서 드론 수리 전문가가 등장했고, 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그림을 입히거나 디자인을 변형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하는 아트토이 디렉터 등의 직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장난감 업체는 키덜트의 ‘장바구니’를 노리고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쫓고 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겨냥하거나 이를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레고는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휠체어를 탄 레고 피규어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 장난감업체인 토이저러스는 장난감에 남녀용 표시를 없앴다. 미국의 또 다른 장난감업체인 ‘토너 돌 컴퍼니’는 아예 트랜스젠더 인형을 선보였다. 다 큰 성인이 아이들의 장난감과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각박한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장난감이나 만화, 캐릭터 등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단박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용이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20~40대의 탄탄한 소비력이 키덜트 시장의 꾸준한 성장 동력이 됐다. 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혼술’, ‘혼밥’과 같이 혼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의 문화 콘텐츠 소비가 가족을 대신해 힐링과 휴식의 존재가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어쩌다 어른’이 되었을 때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어쩌다 어른’이 되었을 때

    어느새 나이를 밝힐라치면 적지 않은 숫자에 놀라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아이를 키운다고 완연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님은 매순간 실감하고 허덕입니다. ‘어쩌다 어른’이 됐지만 ‘어떤 어른’이 돼야 할지에 대해선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죠.출입처 지인이 한 학자에 대해 하던 얘기도 생각납니다. “이 바닥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잖아. 그런데 ○선생님은 권위라곤 하나도 없어. 사고가 열려 있으니 젊은 애들이랑도 격의 없이 다 통하지.” 대체 그런 어른이란 어떤 어른일까, 신선함을 넘어 의구심마저 일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다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태도와 자격을 갖춰야 하는 걸까. 이 물음에 길을 내주는 이야기들을 최근 만났습니다. 10여년간 ‘성공한 인생’이라 인정받는 유명인 200여명을 만나 만화로 옮긴 일본 만화가 야마다 레이지가 쓴 ‘어른의 의무’입니다. 세대 갈등은 새삼 환기할 필요도 없겠죠. 야마다 레이지는 이런 현실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어른’이 사라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지적합니다. 1979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속 상관 람바 랄은 ‘참어른’의 전형입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후배의 성장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 몸소 모범을 보이며 ‘책임은 내가 진다’는 각오가 내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어른은 ‘없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저자는 이를 어른들이 ‘어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만 강조해 젊은이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죠. 그가 이들에게서 도출해 낸 어른의 의무는 간명합니다. 자신이 움켜쥐어 온 기득권이 젊은 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나 돌아보라고, 기성세대의 정치가 낳은 경제, 환경 등 갖가지 문제를 떠넘기고 도망가지 말라고,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즐거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고요. 지난달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에선 ‘어른의 자격’을 수행하는 어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나사) 최초의 여성 엔지니어를 꿈꾸지만 지레 발을 빼려는 메리 잭슨에게 상사는 “폴란드계 유대인인 나도 여기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시대”라며 꿈을 독려하고요. 천재 수학자 캐서린 잭슨이 유색인종 화장실을 이용하느라 화장실 한 번 갈 때마다 800m, 왕복 40분을 달음박질치고, 백인 직원들이 손대기도 싫어하는 ‘유색인종용 커피포트’만 써 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상사 알 해리슨은 폭발합니다. 유색인종 화장실 팻말을 사정없이 때려 부수고 그는 외치죠. “이제 유색인종 화장실은 없어. 나사에선 다 같은 색 오줌을 눈다고!” 영화의 방점은 물론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나사에서 겹겹의 장벽을 뚫어낸 흑인 여성들의 고군분투에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세대 간 대립각이 유독 뾰족한 현실 때문일까요. 주인공들이 포기에 가까워지려는 순간 응원의 손길을 내밀며 엄혹한 시절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돼 주는, 번번이 진로를 가로막는 장벽에 문을 내는 ‘어른’들은 유독 찬란해 보였습니다. 조직을 넘어 시대 전체를 지배하는 부당한 관성을 깨부술 줄 아는 용기는 단지 나이만 먹는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 내귀에캔디2 박은빈, “소설 통해 유사연애 경험은 해봤지만..”

    내귀에캔디2 박은빈, “소설 통해 유사연애 경험은 해봤지만..”

    ‘내귀에캔디2’ 박은빈이 이성과 전화통화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고 고백했다. 22일 방송된 tvN ‘내 귀에 캔디 2’에서는 박은빈과 제작진의 인터뷰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박은빈은 솔직한 매력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박은빈은 “이성과 전화 통화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미팅도 못 해봤다”고 고백했다. 이어 “만화나 소설을 통해 유사연애 경험은 해봤지만 실제랑은 많이 다르더라. 그냥 로망만 많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백성현은 박은빈에게 벚꽃을 보여주기 위해 경주로 향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암살교실: 졸업편’ 예고편 공개…강지영 등장 ‘눈길’

    ‘암살교실: 졸업편’ 예고편 공개…강지영 등장 ‘눈길’

    마츠이 유세이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암살교실: 졸업편’이 살선생의 과거를 드러내는 30초 예고편을 공개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암살교실: 졸업편’은 정체불명의 문어 모양 괴물 선생과 낙오자 취급을 받는 3-E반 학생들의 좌충우돌 암살 이야기를 담은 액션 코미디다. 2015년 개봉한 ‘암살교실’의 속편이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살선생’이 어떻게 초생물 괴물이 되었는지 그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담겨있다. 여기에 걸그룹 카라의 전 멤버 강지영의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암살교실: 졸업편’은 누적 발행 부수 2500만 부를 돌파한 ‘암살교실’을 원작으로, 전편에 이어 일본 청춘 배우 야마다 료스케, 시이나 깃페이와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강지영이 출연했다.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암살교실: 졸업편’은 4월 중 개봉 예정이다. 118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시진핑을 ‘변태고추’로 풍자... 중국 反체제 시사만화가, 언론자유상 받아

    시진핑을 ‘변태고추’로 풍자... 중국 反체제 시사만화가, 언론자유상 받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중국 공산당을 신랄하게 꼬집는 만평으로 유명한 망명 반체제 시사만화가 왕리밍(王立銘·44)이 영국 국제 언론자유상을 받았다. 21일 BBC 중문망에 따르면 ‘변태고추(變態辣椒)’라는 필명의 왕리밍이 영국 인권 단체 ‘인덱스 온 센서십’이 주는 국제 언론자유상을 수상했다. 단체는 “왕리밍이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중국 언론에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왕리밍은 “나는 만화를 통해 중국 정부가 조성한 완벽한 허상을 타파해왔다”면서 “나의 펜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왕리밍은 2009년부터 웨이보 등 인터넷에 중국 지도자들의 행태를 비꼬는 시사만화를 실어 주목을 받았다.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는 왕리밍이 일본의 사주를 받는 ‘친일분자’라고 매도하며 그를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2014년 5월 왕리밍 부부는 일본에 3개월 일정으로 관광차 왔다가 귀국 후 탄압을 우려해 그대로 눌러앉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을 비판하고 능멸하는 것이 서방의 언론자유상 기준이 됐다”면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중국에서 도태된 작가가 일본에서 연명하기 위해 조국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선균 “첫 사극 도전… 홈런 터질 때 됐죠”

    이선균 “첫 사극 도전… 홈런 터질 때 됐죠”

    배우 이선균(42)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변신했다. ‘비현실적으로 멋진 외모’를 일컫는 평소 의미와 다소 거리가 있기는 하다.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 도전했다. 마흔이 넘어 첫 도전한 사극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이다. 오는 26일 개봉한다.다재다능한 괴짜 왕 예종과 한 번 본 것은 또렷이 기억하는 새내기 사관 이서(안재홍)의 티격태격 콤비 플레이가 영화의 뼈대다. 당연히 정통이 아니라 여러 장르가 섞인 퓨전 사극이다. 이러한 코믹 활극 콤비는 ‘조선명탐정’에서의 김명민-오달수, ‘봉이 김선달’의 유승호-고창석 등이 선점하며 익숙한 설정이기는 한데 이선균, 안재홍의 남다른 연기 리듬이 차별화된 앙상블을 연출한다. 임금과 사관의 거리가 ‘오보’에서 ‘삼보’로 좁혀지는 과정에서 군신 간 법도가 깨어지고 깨알 웃음이 솟아난다. “초반에만 익숙하지 않았지 굉장히 즐거웠어요. 용포를 입고 연기하는 건 정말 힘들던데요? 톤 앤드 매너를 많이 고민했는데 대신들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기존 사극 톤으로, 재홍이와 연기할 때는 그런 것을 떠나 편하게 하려고 했죠. 극중에서 어울려 다니는 형, 동생 같은 사이다 보니 실제로도 친해지고 편해지려고 노력했어요. 홍상수 감독님 작품 때문에 원래 알던 사이였는데 덕분에 더 돈독해졌죠.” 이선균이 빚어낸 예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의 장기인 까칠함은 기본 탑재되어 있고 추리 마니아에 다방면에 걸쳐 두루 학식을 갖췄다. 조선제일검이라고 허세를 떨고, 어리바리한 이서를 골려먹는 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대전을 벗어나면 체통과 위엄은 멀리 던져버리는데 그 허허실실 속에는 왕권 확립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엉덩이를 붙인 채 어명을 내리는 것보다는 직접 행동한다는 것. 이선균은 까불어야 할 때와 진지해야 할 때의 밸런스, 강약 조절에 무척 신경 썼다고 말했다. “잘 재단된 기성복 같은 느낌의 캐릭터였어요. 잘 입고 상대 배우랑 잘 놀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야기도 술술 넘어갔어요. 안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시나리오였죠.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젊은 꽃미남 배우에게 가야 할 책인데 저에게 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드렸어요. 빨리 도장 찍자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죠. 하하하.” 제작비가 제법 들어간 작품이다. 70억원을 넘겼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가장 많다. 흥행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라는 배우를 믿어 준 것이기 때문에 일단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건데, 요즘 영화가 되는 건 잘되고 안되는 건 겁이 날 정도로 안되니까 걱정도 있기는 해요. 그래도 그간 타율이 좋았어요. 대부분 손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영화를 계속 찍고 있겠죠. 이제 홈런이 터질 때가 됐는데…. 껄껄껄.” 부인 전혜진이 출연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다음달 열리는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부인을 에스코트해 칸에 가게 되지는 않을까. “(임)시완이와 (설)경구형이 가겠죠. 가더라도 (김)희원이 형까지가 아닐까요. 설마 전혜진씨까지 데려가겠어요? 저도 칸만 가 보면 3대 영화제 다 가 보는 건데…. ‘끝까지 간다’가 초청받았었는데 당시 세월호 참사가 터져서 감독님만 갔어요. (전혜진씨가 가게 되면) 저도 영광스럽죠. 전혜진, 좋겠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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