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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캐릭터 세상 속으로

    게임 캐릭터 세상 속으로

    엔씨소프트 ‘스푼즈’ 웹툰·애니·문구·이모티콘 등 변신 넷마블 캐릭터 상품 판매 정식 매장 오픈… 워너원과 제휴 넥슨 ‘네코제’ 2015년부터 콘텐츠 공유 축제로 자리잡아 캐릭터 통해 비이용자 게임 접근성 손쉽게 높일 수 있어‘비티, 신디, 디아볼, 핑, 슬라임…’ 앙증맞은 이름의 이 캐릭터들은 발트해 한가운데에 있는 스푼 모양의 섬 ‘스푼즈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는 ‘스푼즈’ 친구들이다. 두 귀가 축 처진 양(비티), 입을 헤벌리고 있는 아기 용(핑) 등으로 저마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과 베리 타르트, 푸딩 같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뒹굴뒹굴 유유자적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 녀석들이 1020세대 관람객들로 붐비는 영화관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23일 찾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관람객들의 손에 들려진 팝콘 컵에 스푼즈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새겨져 있었다. 영화 티켓을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는 벽면에서 손을 들고 인사하는가 하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자 좌석 헤드 레스트(머리 받침)에서도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스푼즈’는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지난 5월 내놓은 캐릭터 브랜드다. 민트색과 분홍색, 하늘색 등 파스텔톤의 산뜻한 색감에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1020세대의 취향에 꼭 맞아떨어진다. ‘리니지’, ‘블레이드 앤 소울’ 등 기존 게임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선 굵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개발하는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캐릭터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토이 박람회 ‘아트토이컬처 2018’에서 데뷔한 스푼즈는 편의점 디저트와 문구류, 이모티콘 등으로 변신해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협업한 ‘스푼즈 크림모찌’에 이어 ‘스푼즈 촉촉대환장 초코칩쿠키’가 출시됐으며 에코백과 티셔츠, 피규어, 배지, 스티커 등 스푼즈 캐릭터를 입힌 의류와 문구류, 잡화류가 판매되고 있다. 롯데시네마와도 제휴해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 ‘스푼즈 상영관’을 열었다. 영화 티켓을 출력하고 팝콘을 구입해 상영관에 들어가기까지 스푼즈 캐릭터들과 만날 수 있게 꾸며졌다. 벌써 해외에도 진출했다. 중국의 위챗 등 해외 모바일 메신저에 이모티콘으로 출시돼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1000만 건에 육박한다.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는 스푼즈의 이야기를 담은 4컷 만화가 연재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게임’으로도 개발돼 전 세계 이용자들과 만날 계획이다.스푼즈는 최근 게임 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식재산권(IP)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 업계는 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 등을 웹툰과 애니메이션, 굿즈 등으로 확장해 콘텐츠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게임의 브랜드 가치와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콘텐츠 상품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기 게임 캐릭터에 기반한 캐릭터 상품을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거나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는 등의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올해 들어 게임 업계 IP 사업의 판이 커지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롯데 엘큐브에 게임 IP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넷마블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가 아닌 정식 매장을 연 것은 게임사 중 최초다.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 넷마블의 인기 게임에 기반한 피규어와 양말, 퍼즐, 쿠션, 머그컵 등 캐릭터 상품 30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는 ‘모두의마블’ 5주년을 맞아 아이돌그룹 워너원과 제휴 이벤트를 열고 방문 고객들에게 워너원 포토 쿠폰을 제공했다. 이벤트가 열린 일주일 동안 1만 2000여명이 매장을 찾았다.넥슨은 이용자들이 창작한 콘텐츠들을 공유하는 축제 ‘네코제’를 지난 2015년부터 열고 있다. 그림과 액세서리, 피규어 등 캐릭터 상품은 물론 넥슨 게임의 배경음악을 새롭게 편곡한 음악 공연까지 게임 이용자들이 재능과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용자들이 만든 창작물들은 넥슨의 자체 브랜드 상품들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 ‘네코제 스토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넷마블스토어’가 입점한 롯데 엘큐브에 지난 6월 문을 연 네코제 스토어는 1년간 운영될 계획이다. 잘 키운 게임 IP는 북미와 중국 등 ‘난공불락’ 시장의 벽을 넘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국내 게임 업계의 IP 사업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게임으로는 드물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장기 흥행에 성공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의 원작자인 로버트 커크먼이 이끄는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의 지휘 아래 코믹스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재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피규어 브랜드 펀코(Funko)는 컴투스와 계약해 서머너즈 워의 대표 캐릭터를 피규어와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할 계획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업계의 ‘IP 파워’는 1년 반이 넘도록 국내 게임의 진출을 막고 있는 중국 시장의 빗장도 풀고 있다. 중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웹젠의 ‘뮤’ 시리즈는 오는 27일부터 중국에서 웹툰으로 연재된다. 중국의 창판 웹툰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중국의 주요 웹툰 플랫폼 15곳에서 동시에 연재되는 ‘뮤’ 웹툰을 통해 중국에서 ‘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게 웹젠의 전략이다. 기존 게임의 IP를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새로운 캐릭터 브랜드를 내놓으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캐릭터 브랜드를 키워 캐릭터 산업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다. 엔씨소프트의 스푼즈가 겨냥하는 대상은 10대와 여성 등으로,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의 주 이용자층에서 비껴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게임의 이용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로 기획한 것이 스푼즈”라면서 “게임과 애니메이션, 굿즈 등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역시 자체 캐릭터 브랜드인 ‘넷마블프렌즈’를 런칭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넷마블 기업 로고에 등장하는 뿔 달린 노란 공룡 ‘ㅋㅋ’를 비롯해 ‘토리’, ‘밥’, ‘레옹’으로 구성된 넷마블프렌즈는 2016년 넷마블 공식 페이스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최근에는 핸디 선풍기와 양말, 마우스패드 등 캐릭터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기존 넷마블 게임의 이용자가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캐릭터”라면서 “넷마블이라는 기업을 알리는 대표 얼굴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우리 모두 좀비가 됐다’는 진단에 격렬히 저항하고 싶지만…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우리 모두 좀비가 됐다’는 진단에 격렬히 저항하고 싶지만…

    올여름 극장가에서는 좀 뜸했다. 좀비 영화 말이다. 쌍천만을 이끈 ‘신과 함께’와 혼자서 ‘열일’하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등 블록버스터 사이로 보이는 좀비 영화라고는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지만, 보통의 관객들에게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나름 선방했던 좀비 영화가 슬며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올여름 좀비 영화가 사라진 이유를 알려 주는 책이 일본의 문예평론가 후지타 나오야의 ‘좀비 사회학’이다. 책의 부제는 ‘현대인은 왜 좀비가 되었는가’이다. 그렇다면 좀비 영화가 안 되는 이유가 우리 모두가 좀비가 됐기 때문인 건가. 저자에 따르면 21세기 좀비는 “사람을 덮치지 않고, 지능을 가지기도 하며, 인간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는 존재다. 어디 그뿐인가. “귀엽고 창량감 넘치는 2차원 미소녀”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나 비디오게임에 등장하는 20세기 좀비, 즉 ‘근대 좀비’와 달리 21세기 좀비는 발걸음이 더디지도 않고, 물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났으니 진화·발전한 것은 어쩔 수 없을 터. 이 대목에서 저자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의 사투가 투영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좀비가 발전하는 이유가 생존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듯 21세기를 살아 내는 인간 역시 궁극의 목적도 모르면서 단지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가는 좀비와 같다는 것이다. 2010년 처음 출간되면서 인기를 얻은 일본 만화 ‘산카레아’의 여주인공은 스스로를 좀비라고 부르지만 썩지 않았고 이성도 있다. 감염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도 있는 존재들인 ‘미소녀 좀비’는 21세기 좀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미소녀 좀비’로 대표되는 현재 일본의 좀비 캐릭터는 만화, 게임 등 미디어 사이를 자유롭게 횡단하며 활동 영역을 확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좀비가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저자 표현을 들어 보자. “미디어를 횡단하여 연결하는 매개로서 ‘캐릭터’가 온 거리에 흘러넘치는 이 상태는 우리가 캐릭터와 정서적인 관계를 맺는 사회 속에 산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실제로 그렇다. 드라큘라 백작 같은 흡혈귀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좀비는 이제 일상다반사다.저자는 “좀비 같은 인간을 관리하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쇼핑몰을 설계하는 사람은 “보행자의 흐름을 조작”해 어떻게든 상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빅데이터를 획득함으로써 숱한 사람들을 자신들의 영향 아래 둘 수 있다. 게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외 문화 콘텐츠로 명명된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21세기 좀비이자 미소녀 좀비인 셈이다. 우리 모두가 좀비인 이상 좀비를 막기 위한 커다란 장벽을 세울 필요는 없어졌다. 오히려 저자는 ‘현대인이 가진 불안과 공포의 원인이 되는’, 즉 ‘자신의 위협과 공포와 불안이 진짜 어디에서 왔는지 찾는’ 길을 권한다. 우리 모두는 좀비가 됐다는 말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싶지만, 어쩐지 고개가 자꾸 주억거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국가는 왜 그토록 출산율에 집착할까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국가는 왜 그토록 출산율에 집착할까

    가족과 통치/조은주 지음/창비/376쪽/1만 8000원“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외치던 시대에 나고 자라,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겠다면 독신세를 거두겠다”는 위협 속에 늙고 있다. 내용은 달라도 개인의 삶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만은 수미일관하고 있는 가운데를 관통하며 살아내고 보니 이 책이 말하는 바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둘만 낳아 잘 기르라는데 하필이면 둘째이면서 “또 계집애”로 태어나 장남의 대를 끊어놓은 나는 의도치 않게 봉건적인 친척들의 복잡한 심사를 견뎌내야 했는데, 이제 와서는 ‘정상가족’의 밖에서 사회제도에 편승하려는 이기주의자로 눈총을 받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다시 말해, 이 책의 부제대로, “인구는 어떻게 정치의 문제가 되었나.” 사회학을 공부하고 생산과 재생산의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저자는 “가족은 이 시대 최대의 격전지이자 각축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가족이 국가와 개인, 젠더와 계급이 부딪치는 첨예한 현장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 원인으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1960~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벌였던 가족계획사업이다. 국가권력을 근대적으로 재편하는 일은 우리 삶의 근간이라 할 만한 가족 차원에서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저자는 이때 생긴 ‘정상가족’의 이미지가 우리 현실의 직접적인 기원이라고 지목한다. 박정희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가족의 상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변화를 맞으며 위기에 부딪쳤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 가족계획이 산아제한을 핵심으로 두었다면, 요즘 국가는 출산율 증가를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직접 맡고 있는 여성의 삶은 고려하지 않는다. 2016년 가임기 여성 수를 헤아려 지방자치제에 순위를 매긴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여성들에게 모멸감을 줄 정도였다. 맹목적이고 안이하다. 저자는 지금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지 짚어 본다. 가족이 붕괴되고 개인이 재생산 단위가 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한국의 출산율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는 증상이자 징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제 인구문제를 통치의 도구로 활용할 때는 지났다는 말이다. 다시 질문할 때가 되었다. ‘정상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장점은 풍부한 자료다. 80쪽이 넘는 미주(尾註)를 통해 제시하는 자료의 목록은 풍성하게 넘친다. 사진으로, 만화로, 통계로, 정책에 대한 기록으로, 기사의 발췌로 가까이 다가서서 들여다보고 멀리 떨어져서 분석하기를 반복하며 저자는 역사의 생생한 궤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 [열린세상] 대통령 독서 유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 독서 유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얼마 전 대통령이 독서하는 사진이 모 일간지 일면에 크게 실렸다. 망중한의 대통령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 같았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통령처럼 한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책 볼 시간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 바쁜 시간에 책 한 권에 매달리지 말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가장 좋은 독서법은 그 책의 저자를 만나 직접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시간 안에 웬만한 책은 다 뗄 수 있다. 굳이 시간을 많이 들여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책이든 한 문장 혹은 몇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책도 그 핵심만 추리면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같은 어려운 고전도 ‘꿈은 소망 충족의 발현’이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주제에 대해 알고 싶으면 대통령은 책을 읽을 필요 없이 그 분야의 저자들을 만나 강의를 듣고 토론하면 된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우리 평민(?)들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철인(哲人)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국민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책 한 권에 매달리는 것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물론 내가 책 읽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런데 책에 대한 오해가 상당히 많다. 앞의 대통령 독서와 관계해 말한다면 조용히 앉아서 숙독해야 하는 책은 종교 경전이나 고전, 혹은 어려운 전문서 정도밖에 없다. 다른 책들은 굳이 정신을 집중해 읽을 필요가 없다. 물론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 같은 것은 예외다. 그다음은 가장 잘못된 독서에 대한 정보다. 가끔 보면 “반드시 읽어야 할 교양서 백선(百選)”과 같은 기사가 신문에 난다. 그 목록을 보면 ‘논어’나 ‘자본론’ 등 과거 인류의 휘황찬란한 책들이 망라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정말로 잘못된 것이다. 이 목록은 사람들에게 공연한 열등감만 갖게 한다. 이 목록을 본 사람이 ‘나는 저 100권의 책을 읽지 못했으니 교양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터이니 말이다. 이런 식의 제안은 철폐돼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책은 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루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책은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분야 것만 보면 되지 그 외의 책은 볼 필요가 없다. 자기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은 그게 교양 100선에 있다고 해도 읽을 필요가 없다. 자기가 좋아한다면 그게 만화책이든 철학책이든 관계없다.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뒤에 남은 부분이 얇아지는 게 아쉬운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책에만 안주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다음 작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로 그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편식을 넘어서는 것이다. 일례로 나는 대학 시절 에리히 프롬을 아주 좋아해 그의 책을 다 읽었는데 그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은 프로이트와 칼 마르크스, 스피노자였다. 이 중에 나는 뒤의 두 사람은 제치고 프로이트만 팠다. 그렇게 가다가 보니 켄 윌버까지 오게 됐다. 그다음은 절대 ‘베스트셀러 읽지 마라’는 것이다.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내 관심 영역이 아니면 전혀 볼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은 읽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안 되는 책은 보아서는 안 된다. 하나도 안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노선을 굳건히 지키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어려운 책 보지 마라’는 것이다. 책을 어렵게 쓰는 사람은 대부분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이다. 자기가 쓰려는 내용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어떤 주제든 쉽게 쓸 수 있다. 어려운 책은 과감히 집어던져도 된다. 그걸 이해 못한다고 열등감 가질 필요 없다. 지금 나에게 맞는 책은 항상 있으니 그것부터 읽기 시작하면 된다.
  •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만화 속 주인공처럼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참가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어디로 사라졌지?’ 경기 중 없어진 소프트볼 공

    ‘어디로 사라졌지?’ 경기 중 없어진 소프트볼 공

    소프트볼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주머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만화 같은 장면이 포착된 건 미국 아칸소주 워싱턴카운티 프레리 그로브에서다. 미국 스트리밍 동영상 기업 주킨미디어가 지난 21일 소개한 이 영상은 여자 소프트볼 경기가 진행 중인 모습으로 시작한다. 야무지게 배트를 잡은 선수가 투수의 공을 기다리며 긴장감이 흐르던 그 순간, 투수가 던진 공이 갑자기 사라진다. 모두가 어리둥절하던 그때, 타자는 자신의 후드티 앞주머니에서 공을 꺼낸다. 그렇게 몸에 맞은 볼로 출루하는 선수도, 지켜보던 관중도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이 영상은 지난해 촬영된 것으로, 최근 주킨미디어가 소개해 누리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영상=RM Video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금성 라디오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금성 라디오

    라디오가 거의 유일한 오락 수단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무렵 라디오 프로그램 중 ‘재치문답’이 큰 인기를 모았다. 주요 출연자로는 소설가 정연희, 산부인과 의사 한국남, 만화가 두꺼비 안의섭 등이 있었다. 출연자들을 ‘박사’로 부르며 재치 있는 입담을 즐겨 듣곤 했다. 일요일 저녁마다 청취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던 재치문답은 스무고개 형식으로 진행된 퀴즈 프로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퀴즈 정답은 ‘고기인 줄 알고 씹어 먹은 된장 덩어리’다. 식구 많은 집에서 어머니가 저녁 식탁에 된장찌개를 준비한다.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소고기 몇 점을 투하한다. 식탁에 둘러앉은 형제들 사이에 ‘낚시 전쟁’이 벌어진다. 고기를 먼저 건져 먹기 위해 젓가락 신공이 펼쳐지는 것. 젓가락 끝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고기다. 재빨리 낚아채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어금니로 깨무는 순간 아뿔싸, 고기인 줄 알았더니 된장 덩어리를 씹은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모두가 공감하면서 청취했던 퀴즈 게임이다. 권투, 레슬링 경기도 라디오 중계로 들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시각적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임택근 아나운서(가수 임재범, 탤런트 손지창의 아버지)와 이광재 아나운서가 당시엔 최고 인기였다. 임택근이 중후하고 차분한 톤이었다면,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이광재의 애국심 가득한 중계는 곧잘 격앙된 톤으로 이어지곤 했다. 권투 시합을 이광재 중계로 듣다 보면 한국 선수가 이긴 줄 알았다가 뜻밖에 상대방의 승리로 끝나는 때도 있었다. 흥분한 나머지 우리 선수 공격 장면을 강조하다 보니 청취자로서는 오판할 수밖에. 많은 가정에 금성 라디오가 있었다.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시인 김수영은 1966년 9월 금성 라디오를 처음 장만했다. 일시불이 아니고 일수(日收)로 대금을 치렀다. 가난한 살림이라 라디오 값을 매일매일 나누어 갚은 것이다. 뒷마당에 닭을 길렀으니, 달걀을 팔아 일수 대금을 치렀을까? 그에겐 라디오도 사치품이었다. 시인은 자신이 타락했음을 괴로워한다. “금성 라디오 A 504를 맑게 개인 가을날/일수로 사들여온 것처럼/500원인가를 깎아서 일수로 사들여온 것처럼/그만큼 손쉽게/내 몸과 내 노래는 타락했다.”(‘금성 라디오’) 도시 이곳저곳에는 지금도 금성 라디오의 가난한 흔적이 남아 있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美 산불 뚫고 달리다… ‘불길 지옥’ 통과한 자동차 (영상)

    美 산불 뚫고 달리다… ‘불길 지옥’ 통과한 자동차 (영상)

    “영화 속 지옥이 따로 없네.” 자동차를 타고 화마에 휩싸인 숲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부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주인공은 저스틴 빌튼과 그의 아버지 찰리(70)로, 두 사람은 지난 12일 와이오밍 주(州)에서 몬타나 주의 글레이셔 빙하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여행 과정에서 거대한 산불을 만났다. 미국 중부에서 시작된 산불은 12일 글레이셔 빙하 국립공원까지 번졌고, 빌튼과 그의 아버지는 렌트카를 빌려 해당 지역을 지나던 중 산불이 급속하게 번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은 차량 내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차량 밖으로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숲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마치 영화나 만화, 상상에서나 등장할 법한 ‘불길 지옥’의 모습이 따로 없다. 영상 속 빌튼은 아버지에게 “만약 차가 폭발하면 어쩌죠?” 라고 걱정스럽게 묻고, 아버지는 “그렇다면 우린 죽겠지. 하지만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지나치게 빠르게 가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우린 괜찮을 거다”라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들 부자의 바람과는 달리 창밖 풍경은 갈수록 험악해졌고, 빌튼과 아버지는 차량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불이 붙어 쓰러진 나무에 발이 묶이는 상황도 발생했다. 결국 찰리가 방화 장갑을 착용한 채 나무를 밀쳐냈고, 두 사람은 몇 시간이 흘러서야 불길이 잠잠한 인근 호수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호수에서 공원 직원의 배를 타고 탈출했으며, 불길 지옥을 지나는 부자(父子)의 동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한편 이번 화재로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관광객뿐만 아니라 상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산불 연기 때문에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부천 만화&필름 피칭쇼 국내외 100개사 참여 ‘한국만화 글로벌 진출 물꼬’

    부천 만화&필름 피칭쇼 국내외 100개사 참여 ‘한국만화 글로벌 진출 물꼬’

    19일 폐막하는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한국국제만화마켓을 비롯해 만화&필름 피칭쇼, 만화발전 도모 콘퍼런스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쳐 ‘대한민국 대표 만화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18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한국국제만화마켓&해외저작권 합법유통 교류회에는 국내 60개사와 해외 7개국 40개사 콘텐츠 기업이 참여했다. 지난해보다 해외에서 참가한 기업이 2.7배 증가한 역대 최대규모다. 또 불법만화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자 영상진흥원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우리 콘텐츠의 해외 저작권 합법유통을 지원하고 나섰다. 국내 콘텐츠기업의 해외 수익을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두 번째인 만화&필름 피칭쇼에서는 만화 IP를 활용한 융·복합 콘텐츠 개발 설명회가 진행됐다. 모두 11개 작품 피칭쇼가 이어진 뒤 1대1 비즈니스 상담을 가져 해외 진출을 위한 물꼬를 텄다. 이어 마련된 ‘한국웹툰 장르! 다양성을 위한 출구전략’ 주제의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웹툰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장르의 다양성 부족을 꼬집었다. 또 한국웹툰의 독특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웹툰장르 유형화에 대한 학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 ‘Content-Platfoem’ 구조가 초래한 장르 편중성을 극복해 웹툰이 대형 콘텐츠 원천IP가 되는 만큼 장르 다양성을 강구해 새 웹툰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열린 뒤 막을 내린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 중 한국국제만화마켓&해외저작권 합법유통 교류회에서 국내외 기업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 [그 책속 이미지] 만화 덧입은 세계 명화들

    [그 책속 이미지] 만화 덧입은 세계 명화들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 명화 여행 박우찬 지음/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그림/지에이북스/168쪽/1만 3000원백마에 올라탄 꼬마 세볼레옹의 눈은 졸린듯 반쯤 감겼다. 오른손을 들고 ‘나를 따르라!’고 외치지만 말마저도 웃긴 모양이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자크루이 다비드의 명화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이 이렇게 재밌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브라질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는 1983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감상하다 전 세계 명화에 자신의 만화를 덧입히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책은 명화 51점에 그의 만화 ‘모니카와 친구들’ 캐릭터를 입힌 그림을 담았다.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 미라의 마스크’를 따라 만든 ‘치칸카멘’부터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바꾼 ‘모니카 비너스의 탄생’ 등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김홍도의 ‘서당’과 신윤복의 ‘단오풍정’도 실었다. 원본이 된 명화들에 관한 해설도 놓치지 않았다. 브라질에서 열기 시작한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 명화 여행전’은 세계 8개 도시를 순회하며 관람객 150만명을 모았다. 한국 전시회가 다음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다. 자녀와 보러 가는 것도 좋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자서전 쓰기 열풍이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기록해 보는 일은 바람직하다. ‘지(知)의 거인’으로 불리는 저자는 여기에 ‘역사’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역사적 사건을 투영해 개인사를 살펴보란 이야기다. ‘자기 역사 연표’를 비롯해 철저한 취재와 분석법을 담은 글쓰기 방법도 큰 도움이 된다. 309쪽. 1만 7800원.읽거나 말거나(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봄날의책 펴냄)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서평집. 전방위적인 독서 편력을 자랑하는 그가 1967년부터 2002년까지 읽고 감상평을 쓴 책 138권을 다룬다. 춘향전과 삼국지 등도 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지성으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는 순수한 ‘애호가’로서 면모가 잘 드러난다. 460쪽. 2만원.헌법의 현장에서(김선수 지음, 오월의봄 펴냄) 대법관 취임 전 변호사를 폐업해 화제가 됐던 김선수 대법관이 그동안 맡은 12개의 헌법재판 변론을 묶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에 담긴 그의 고군분투기가 생생하다. 신임 대법관이 된 그가 이야기하는 헌법재판소의 한계와 개선 방향은 무엇일까. 392쪽. 1만 8800원.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이소영 지음, 모요사 펴냄) ‘명필은 붓을 안 가린다’고 하는데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화가들은 당대 최신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는 데 누구보다 앞선 ‘얼리어답터’였다. 금속과 암석, 심지어 벌레를 달걀과 기름에 섞어 물감으로 만들어 낸 괴짜들 덕분에 미술도 한 발 나아갔다. 304쪽. 1만 7500원.우리 괴물을 말해요(이유리·정예은 지음, 제철소 펴냄) 드라큘라, 토미에, 기생수, 블러드 차일드, 워킹데드. 만화책,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이다. 우리가 만들어 낸 괴물을 우리는 왜 두려워할까. 인간의 내면이자 시대의 내면이 이들에게 투영됐기 때문 아닐까. 292쪽. 1만 6000원.왜 그러세요, 다들~(전국 중고등학생 89명 지음, 창비교육 펴냄) ‘초췌하고 해쓱해질 때, 표정이 어둡고 지쳐 보일 때…약보다는 축구’. 역시나 어른의 생각과는 다르다.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제작한 1011종의 학급 문집에서 글 94편을 가려 엮었다. 청소년들의 꾸밈없는 생각과 진솔한 마음이 글에 드러난다. 212쪽. 8500원.
  • [데스크 시각] 기무사 문건과 진주만 공습/김상연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기무사 문건과 진주만 공습/김상연 정치부장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무지몽매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몽매한 이성이 집단화하면 얼마나 허망하게 공동체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배우는 데 일본의 진주만 공습보다 더 적절한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지금보다 정보유통 수준이 열악한 시대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감히 미국이라는 거인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을까. 그 동인(動因)은 일본 육군의 무지몽매함이었다. 전쟁이 일상인 군국주의 국가 일본에서 권력은 군대에 있었고, 그 핵심은 육군이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연승한 데 이어 중일전쟁으로 대륙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 인도차이나까지 유린하자 일본 육군은 속된 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면 사자성어로 ‘간출외복’(肝出外腹)이라고 하자. 물론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한 번 간출외복이 되자 일본 군부와 정부에서 온건론은 설 자리를 잃는다. 국민 여론도 덩달아 간출외복이 돼서 온건론은 곧 배신자로 간주되는 광적인 분위기로 치닫는다. 그런데 일본군 중에서도 해군은 미국과의 전쟁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속성상 해군은 육군에 비해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하고 원시적 인력(人力)에 의존하기보다는 첨단 무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국제 정세에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군 내 마이너리티였던 해군은 육군이 주도하는 전쟁의 광기에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었고, 무지몽매의 기관차는 파멸을 향해 폭주했다. 지금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에 국민 다수가 어이없어하는 것은 형법상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는지와 같은 거창한 문제 이전에 그 문건에서 배어 나오는 몽매함 때문이다. 설령 실행문건이 아니라 검토문건이라고 치더라도 ‘광화문에 공수부대 투입’, ‘언론 통제 보도검열단 운영’, ‘표결 차단 위해 국회의원 구속’ 등의 문구는 유치하다 싶을 만큼 시대착오적이다. 국민은 인터넷이 날아다니는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문건 작성자들은 흑백 TV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나 할까. 이 명랑만화 같은 문건을 주도한 사람들은 육군, 그중에서도 육군사관학교 출신들로 드러나고 있다. 당시 관련 라인에 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경호실장, 육군참모총장, 기무사령관 등이 모두 육사 출신 선후배 사이인 것은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합참 계엄과가 맡아야 할 계엄 문건을 기무사가 만들고,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참총장으로 상정한 것은 비육사(3사) 출신인 당시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사 출신끼리 뭔가를 도모하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5·16, 12·12, 5·17 등 육사 출신이 도모한 정변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눈부신 추억’에 젖어 단체로 간출외복을 한 것은 아닐까. 해·공군에 비해 폐쇄적으로 흐르기 쉬운 것은 육군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런 육군에서도 특정 조직(육사)으로 좁게 뭉치면 이성은 자폐적으로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호두 껍데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여길 수 있다”고 햄릿은 자신했지만, 평범한 인간은 호두 껍데기(조직)에 갇혀 있으면 호두로 썩어 갈 뿐이다. 물론 육사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폐쇄성을 스스로 경계하지 않고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면 이성은 무지몽매와 간출외복으로 마비되기 십상이다. 손에는 첨단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도 사무실 책상 위에서는 이상한 문건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carlos@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모더니즘 소설가와 신여성의 결혼 이상·정지용 기상천외 축하 방명록

    1934년 10월 24일 모더니즘 소설가 박태원과 신여성 김정애의 결혼식은 식민지 조선과 경성 문화계의 일대 사건이요 화제였다. 하객의 명단을 보면 이상, 이무영, 이태준, 김기림, 정지용, 조용만, 조벽암, 김상용 등 구인회 동인과 김진섭, 안석영, 안회남, 유엽, 이석훈, 이하윤, 정인택 등 작가들의 이름이 보인다. 화가로는 김규택, 윤희순, 이승만 등이 축하 휘호를 남겼다. 양장본 형태의 스케치북이 결혼식 방명록을 대신했는데 하객 30명 전원이 기상천외한 축하 글과 그림을 남겼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당대 문단, 경성 문화계의 풍속을 보여 주는 특별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유족들이 기증한 자료를 모아 ‘구보 결혼’이라는 소장유물자료집을 펴냈다. 방명록의 첫 페이지는 절친 시인 이상이 장식했다. 이상은 ‘면회사절 반대 이상(以上)/결혼은 곧 만화에 틀림없고/ 만화의 실연(實演)에 틀림없다/만화실연의 진지미(眞摯美)는 또다시 만화로-윤회한다’라는 5줄짜리 글을 적었다. ‘以上’(이상의 필명 중 하나)은 만화처럼 결혼하는 구보가 자신을 만나 주지 않을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함께 월북한 경성제일고보 동기 정인택도 휘호를 남겼는데, 그의 미망인은 북한에서 구보와 재혼한 권영희이다. 그녀는 실명한 구보의 구술에 의지해 박태원의 후기 대표작 ‘갑오농민전쟁’을 완성했다. 방명록에서 정지용은 ‘太和(태화)/꽃 피였으니/열매 맺고/뿌리는 다시/깊히!/지용’이라는 시를 바쳤다. 이태준은 ‘1+1=1’이라는 수식을 적은 뒤 봉숭아를 한 개 그려 놓았다. 박태원의 결혼식은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를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어머니 남양 홍씨의 소원을 이뤄 준 셈이다. 양가 모두 한약방을 운영하는 넉넉한 집안답게 전통혼례와 신식을 절충한 시끌벅적한 잔치였다. 서울미래유산연구팀
  • 부천국제만화축제
  • 핫 웹툰테이너 ‘기안84’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흥행 홍보대사로”

    핫 웹툰테이너 ‘기안84’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흥행 홍보대사로”

    웹툰 ‘패션왕’과 ‘복학왕’으로 인기인 웹툰작가 ‘기안84’가 경기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로 활동해 흥행몰이에 나선다. 아시아 최대의 만화 전문 축제인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만화축제)는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과 부천영상문화단지에서 열린다. 올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웹툰테이너(웹툰작가+엔터테이너) 기안84가 함께한다. 기안84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친숙한 이미지로 전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만화축제에서 기안84는 15일 오후 5~6시 한국만화박물관 1층에서 사인회에 나선다. 이어 오후 7시부터 열리는 개막식에서 홍보대사로서 함께할 예정이다. 축제 개최 전 그는 부천 일대에서 축제 공식 트레일러를 촬영해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모았다. 홍보대사 위촉식 현장에서 그는 “본업이 만화가이기 때문에 만화나 웹툰 산업에 홍보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생각해 열심히 활동해 볼 생각”이라고 홍보대사 선정 소감을 밝혔다. SBS플러스 ‘축제로구나’에 출연 중이며 영화 ‘신과 함께’ 원작자인 주호민 웹툰작가는 15일 축제 첫날 방문부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신과 함께 2: 인과 연’ 특별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다. 부천만화축제는 15일 오후 7시부터 1부 VIP입장과 개막공연, 시상식, 불꽃놀이에 이어 2부에는 만화X이상봉패션쇼 순서로 치러질 예정이다. VIP입장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장덕천 부천시장과 이상봉 디자이너, 기안84, 만화가 이현세·이두호·박기정, 탤런트 홍석천, 배우 김규리 등이 참석한다.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 그 너머’를 주제로 만화의 가능성과 예술성·융합성을 조명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www.bicof.com)나 축제사무국(032-310-3072)으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이기간 국내 최대 국제 규모의 제2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이 한국만화박물관 및 부천영상문화단지에서 열린다. 코스프레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코스프레 퍼레이드, 애니송 콘서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기간에 전 세계 인기 캐릭터가 총 집합한 코스프레 퍼레이드가 매일 계속된다. 15~17일과 19일 한국만화박물관과 야인시대 캠핑장 일대에서 깜찍한 캐릭터 플로트카와 함께 순회하는 축제 행사장 코스프레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18일 부천시청 인근 길주로 1.8km를 순회하는 부천코스프레 퍼레이드에서는 국내외 유명 전문 코스플레이어와 군악대 및 시민 공연단의 퍼포먼스가 펼쳐져 만화 도시 부천의 면모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中 학교 보안관이 성폭행 파문...농촌에 번지는 성교육

    [특파원 생생 리포트] 中 학교 보안관이 성폭행 파문...농촌에 번지는 성교육

    “색깔은 검정의 정반대이고, 속옷에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뭘까요?” “정액? 아니라고? 질 분비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1700㎞ 떨어진 간쑤성 캉셴현 바이바 마을의 중학교 교실에서 진행되는 성교육 내용이다. 대부분 농부나 농민공의 자녀들인 이 마을 학교에서 성은 금기시되는 주제였고, 제대로 된 성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궁벽한 시골마을에서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성교육에 나섰다고 보도했다.지난해 시민단체인 소녀 보호 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379건의 미성년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이 공개됐으며 3분의 2는 도시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서 알려지지 않은 아동 성폭력은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허난성 마구이톈 마을에서 일어난 12살 소녀 러러(가명) 사건은 중국 인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학교 보안관의 성폭력으로 아이를 갖게 되었으며 9살 때부터 성적 학대에 시달렸다고 어머니에게 고백했다. 러러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농민공이었고, 그녀의 어머니는 정신적 장애가 있었다. 캉셴제2중학교의 교사 바오톈톈(35)은 “우리 마을에서 성은 언급하기 부끄러운 소재로 대부분의 학부모는 농민이거나 농민공(이주노동자)들이다”라며 “이들은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농촌여성 개발 기금과 같은 시민단체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성교육 프로그램 ‘니워’(너와 나란 뜻)에 참여해 교육받은 바오와 같은 교사들의 열정으로 성교육이 시작됐다. 농촌 성교육에는 교사뿐 아니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13~14살의 아이들은 가능한 많은 단어를 맞추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터부시 되는 성관련 단어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베이징 임업대의 팡강 교수는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아직 교육자원이 부족한 농촌 지역이나 발달이 뒤처진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난감이나 음식을 주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겠느냐는 설문조사에서 97%의 농촌 아동들은 그렇다고 대답해 1%의 응답률을 보인 도시 아동과 큰 격차를 보였다. 농촌 지역의 성에 대한 편견도 성교육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 바오도 처음에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장은 중학교에서 먼저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바오는 “내가 중학생일 때는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중학생들이 그 나이 때 알아서는 안될 나쁜 걸 배울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1096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니워’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16개 지역의 벽촌에서 성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도 500회 이상의 성교육이 중국 전역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6~12세와 13~18세로 나이에 따라 교육 내용을 달리 해서 10분간 만화 영화를 본 뒤 게임과 토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눈뜰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니워’를 이끄는 쉬원은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농촌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걸 발견했다”며 “한 남학생이 자위를 돕는 기구인 ‘마스터베이션 컵’에 대해 질문해 교사들이 배우는 등 성에 대한 지식을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과연, 한 컷 한 컷이 명작일세

    [그 책속 이미지] 과연, 한 컷 한 컷이 명작일세

    붉은 말/백성민 지음/파란미디어/296쪽/2만 2000원네 발을 당당하게 편 붉은 말은 두 눈을 힘껏 치켜들었다. 코에서는 뜨겁고 세찬 바람이 나올 듯하다. 그 위에 올라탄 장수 김유신이 창을 든 오른손을 힘껏 치켜들었다.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바람에 뜨겁고 세차게 나부낀다. 강하면서도 섬세한 붓 터치, 수묵의 농도 조절이 더할 나위 없다. 붓이 주는 매력을 한껏 살린 그림은 가히 압도적이다. 만화의 한 컷이라 하기엔 아쉬울 정도다. 신간 ‘붉은 말’은 ‘장길산’, ‘싸울아비’ 등 역사 만화 거장 백성민 화백이 낸 이야기 그림집이다. 네이버 웹툰 한국만화 거장 전에서 2013년 선보였던 ‘붉은 말’과 2016년 냈던 ‘고래’를 비롯해 ‘쇠뿔이와 개똥이’ 등 모두 23편을 실었다. 신화와 전설, 전래동화 등에서 가져온 소재를 백 화백이 재해석했다. 민초의 삶을 꾸준히 그려 온 그답게 정겹고 소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붓의 매력을 한껏 살린 그림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한 컷 한 컷이 작품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평화의 대명사, 바이킹 후손들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평화의 대명사, 바이킹 후손들

    바다의 늑대/라스 브라운워스 지음/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352쪽/1만 7000원바이킹이 어떤 이들인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내심 바이킹이 친숙하다. 우리는 만화 ‘아스테릭스’에서 싸우는 바이킹을 만나고, 영화와 게임에서 그 울룩불룩한 근육질의 남자들을 마주친다. 어렸을 때 놀이동산에서 비명을 지르며 탔던 배 모양의 놀이기구 이름 또한 바이킹이다. 그 배의 이름이 ‘롱십’인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름들이 낯익은 것은 다 그러한 공기 같은 문화 때문이다. 토르, 오딘, 라그나로크, 블루투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바이킹의 이미지는 피해자들이 만든 것이다. 바이킹 자신은 거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이킹이 야만인이라고만 못박을 수는 없다. 그들은 대부분 나무를 재료로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교회를 세웠기에 그들의 유산이 오랜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의 문자인 ‘룬’은 역사의 기록을 남기기보다 주문이나 푯돌에 더 적합했다. 이 책은 파편화되고 대상화된 바이킹의 이미지를 온전히 세운다. 여성의 권리가 서구의 기독교 사회보다 훨씬 많았던 곳. 외모에 무척 신경을 쓰고 위생관리에 철저했던 사람들. 혹독한 처벌을 통해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자세. 문화인이라면 당연히 음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믿음. 잔치를 베풀거나 손님 접대하는 일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문화. 저자는 이 책에서 구체적인 사람들을 소개한다. 라그나르 로드브로크, 에리크 피도키왕, 하랄 하르드라다…. 그들이 단지 약탈자만이 아니라 서사시인, 영웅, 여행자였음을, 훌륭한 상인이자 탐험가였음을 말한다. 그들이 휩쓸고 간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는 달랐다. 그들은 새로운 창조의 밑바탕이 되는 ‘파괴’를 맡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살육과 약탈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것을 포함해 바이킹의 역사는 입체적으로 다시 쓰인다. 저자는 무엇보다 가장 훌륭한 바이킹의 특성으로 그들의 놀라운 적응력을 든다. 자신이 가닿은 지역의 전통을 흡수하고 새롭게 결합시키는 능력. 저자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바이킹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느 면에서 그들이 정말이지 적응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들의 고향이었던 오늘날의 북유럽 국가들을 보라. 안정감, 질서, 침착한 시민들로 유명한 모범적인 국가들. 바이킹의 후손들은 이미 평화의 대명사가 돼 있다.
  • 추억은 적자만 남기고… 문닫는 만화방·오락실

    추억은 적자만 남기고… 문닫는 만화방·오락실

    “금일부로 ‘휴업’하게 됐습니다. 사랑해주신 마음 깊이 가슴에 묻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만화방 ‘한양툰크’ 문 앞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1999년부터 운영돼 온 만화 마니아들의 성지가 약 20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매장이 손님으로 꽉 찬 모습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이삿짐을 싸던 사장 조경자(58)씨는 “요즘에는 만화를 전자책이나 웹툰 등 인터넷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만화방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만화책을 10% 이상 더 싸게 팔지 못하다 보니 물량이 많은 대형 매장이나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을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남편 김기성(59)씨도 “이제 매장을 접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만화책을 판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양툰크가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은 모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소설가 이주용(32)씨는 “홍대 앞에 약속이 있으면 늘 이곳에서 기다렸고, 데이트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오던 곳이라 추억이 참 많은데 없어진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씨 부부는 “어렸을 때부터 왔던 손님들이 들러서 힘내라며 선물을 주고 간다”면서 “자주 이용해 적립금이 많이 쌓여 있는 가수 자우림 김윤아 부부에게도 폐업 소식을 전해야 한다”며 씁쓸해했다. 오프라인 만화방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만화임대업 매장은 2006년 6518곳에서 2016년 3650곳으로 10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0년 529억원에서 2017년 4283억원으로 7년 만에 8배로 껑충 뛰었다. ‘추억의 오락실’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케이드 오락실 게임 애호가 사이에서 ‘숭겜’으로 불리던 동작구 숭실대 앞 ‘숭실 게임랜드’도 지난 5월 31일 폐업했다. 이 오락실 사장은 “7년 정도 유지했는데,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면서 “오락실의 ‘오’ 자도 꺼내기 싫다”고 토로했다. 오락실 아르바이트생 장모(23)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즐겨 찾던 곳이었고 게임이 좋아서 알바도 하게 됐는데 추억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케이드 오락실은 PC방 활황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완전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오락실은 2000년 2만 5341곳이었지만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 800곳만 남아 있다. 카세트테이프나 CD를 파는 음반 산업도 음원 시장에 자리를 내줬다. 음반 매장은 2000년 5832곳에서 2016년 282곳으로 약 20분의1로 줄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위안부 삶 그린 만화 ‘풀’ 원화 13~19일 성남시청서 특별전

    위안부 삶 그린 만화 ‘풀’ 원화 13~19일 성남시청서 특별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그린 김금숙(47) 작가의 장편 만화 ‘풀’ 원화전이 오는 13~19일 경기 성남시청 로비에서 열린다. 성남시는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을 기념하고 힘겹게 살다 세상과 작별한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다. 8월 14일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풀’의 10장 미자 언니(본명 하옥자) 편에 나오는 원화 37점과 김 작가가 직접 취재한 피해자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제목은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민중, 풀처럼 강한 우리 할머니들을 상징한다. ‘풀’은 할머니들을 피해자로만 여기던 소극적 시각에서 벗어나 삶에 대해 주체적인 의지를 갖고 전쟁에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평화운동가, 인권운동가로 살아가는 존재로 관점을 변화시켰다는 데 의미를 둔다. 성남시 관계자는 “작품들을 보면 할머니의 삶과 아픔을 느끼게 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 뼛속까지 쓰리다. 시에선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펼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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