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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 뽑으랴 땔감하랴 힘든 시골살이… 그런데 행복하다

    풀 뽑으랴 땔감하랴 힘든 시골살이… 그런데 행복하다

    화려한 도시에 사는 일은 24시간 편의점을 이용하는 것처럼 편리하다. 대신 소음과 매연, 복잡함, 부산스러움, 소통을 빙자한 소란스러운 인간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반면 시골살이는 파 한 단, 두부 한 모를 사기 위해 족히 30여 분 차를 몰고 나가야 할 만큼 불편하지만, 푸른 숲과 예쁜 꽃, 텃밭의 매운 고추와 상추, 고적을 뚫고 들리는 새 울음소리가 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시골살이의 진실을 알려주면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게 하는 ‘어른용’ 만화책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22년차 만화가 홍연식(오른쪽·42)이 그린 ‘불편하고 행복하게 1·2’(재미주의 펴냄)이다. 홍 작가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학습지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좋은 만화를 그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의 부인(왼쪽)은 그에게 삽화 그리기를 배웠던 제자(?)로 동화책 작가를 꿈꾼다. 5년 전 쯤 서울의 비싼 전세비를 감당하지 못한 홍 작가 부부는 경기 포천시 내촌면 죽엽산의 전원주택으로 이주했다. 밀레의 만종과 같은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꿨으리라. 도낏자루가 썩어나가는 복숭아밭의 신선놀음? 시골살이에 그런 것은 없다. 죽엽산에서도 학습지 만화를 그려야 했던 홍 작가는 출판사의 끝없는 만화 수정요구와 마감 독촉전화에 찌들고 있었다. 짬짬이 마당의 풀도 뽑아야 하고, 땔감도 마련하고, 익숙지 않은 시골살림도 힘들다. 거기에 그의 집 앞을 거치는 도시의 등산객은 집 앞에 무단주차를 하고, 마당에 일궈놓은 텃밭에서 싱싱한 오이며 고추를 제멋대로 따먹으며, 함부로 쓰레기 투기까지 일삼는다. 깜깜한 밤에는 무섭고 두렵다. 홍 작가의 스트레스 수치는 하늘을 뚫고 올라가더니 귀촌한 첫해 겨울 감기·몸살을 모질게 겪고, 체중 감량에 이르렀다. 행복이 무엇일까 고민도 된다. 생계에 휘둘리며 ‘내 만화’를 뒤로 미루던 홍 작가에게 부인은 번개처럼 가슴에 꽂히는 말을 한다. “눈앞의 시급한 일을 하지 말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말이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1·2’는 홍 작가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에 접근했던 그 결과물이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이 두 단어는 병립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두 단어야말로 시골살이의 묘미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만화는 속삭인다. “도시 사람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겁니까?”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싸이, 브리태니커 사전에 등재

    싸이, 브리태니커 사전에 등재

    ‘월드스타’ 싸이(36·본명 박제상)가 영미권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됐다. 1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온라인판에 따르면 싸이는 ‘한국의 가수 겸 래퍼’(South Korean singer and rapper)로 소개됐다. 브리태니커는 “싸이는 한국에서는 논란이 많고 풍자적인 힙합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2012년 유머러스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면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10억건을 기록해 신기록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기를 그린 만화책 ‘페임: 싸이’도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동시 출간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싸이 일대기 담은 만화책 미국서 나왔다

    싸이 일대기 담은 만화책 미국서 나왔다

    국제 가수 싸이가 이제는 ‘위인’이 될 모양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명 만화 제작사 ‘블루워터 코믹스’가 싸이의 일대기를 담은 만화 전기를 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루워터 코믹스’가 이번에 출간한 싸이 전기는 세계적인 유명인들을 주인공으로 옮긴 만화 ‘페임’(Fame) 시리즈 중 일부로 과거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팝가수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 등이 등장한 바 있다. 싸이 만화의 첫장은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아났나?”(Has he fallen from the sky? Has he risen from the earth?)라는 글로 시작해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나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그의 등장을 그렸다.   또한 만화 속에는 세계를 ‘평정’한 그의 활약상에 대한 설명은 물론 과거 대마초 혐의로 구속된 어두운 뒷이야기도 담아냈다. 블루워터 코믹스 측은 “만화 속에는 싸이가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말춤’을 가르쳐주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춤’을 추는 모습도 묘사돼 있다.” 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블루워터 코믹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온달전’에 빠진 늦깎이 日 대학생, 韓 학사모 쓰다

    ‘온달전’에 빠진 늦깎이 日 대학생, 韓 학사모 쓰다

    “춘향전, 바보온달전이 모티프가 된 판타지 만화 ‘신(新)암행어사’를 보고 한국 고전에 푹 빠졌어요. 온달전을 좋아해서 열심히 리포트를 썼더니 교수님이 우수작으로 뽑아 학생들에게 돌려 읽히시더군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일본인 오쓰카 사유리(37)는 들뜬 얼굴로 유창한 한국말을 쏟아냈다. 오쓰카는 국어국문학과 09학번. 유학생으로 동기들보다 14~15년 늦게 대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원섭섭한데, 솔직히 말하면 공부하면서 힘든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시원한 마음이 좀 더 크다”고 말했다. “똑같은 걸 읽는 데 다른 친구들보다 서너 배는 시간이 더 걸렸어요. 한국어 공부는 좋지만 졸업을 하기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어 수업도 고역이었죠. 그래도 졸업이라니 신기해요.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걸요.” 서른살이 되던 해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 데는 한 권의 만화책이 결정적이었다. 어느 날 남동생이 툭 하고 던져준 윤인환 작가의 만화 ‘신암행어사’였다. “바보온달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어요. 지위 높은 공주가 바보 남편을 위해 헌신한다는 건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온달과 평강의 유대감에 감탄하면서 살아생전 이런 연애를 꼭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1시간에 3000엔(약 3만 5000원)을 주고 한국어 과외를 받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좀 더 생생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2007년 2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시작한 한국어 공부는 서울대 입학으로 이어졌다. “서울대에 입학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전혀 연고 없는 곳에서 시작한 대학 공부는 쉽지 않았어요. 수업에서나 대화할 때 느껴지는 뿌리 깊은 반일 감정 때문에 마음 아팠던 적도 많았지요.” 그는 앞으로 한국에 머물면서 문화교류를 통해 한·일 양국의 이해를 돕는 일을 할 계획이다. “물론 나이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서울대 졸업생이라는 걸 보고 반기다가도 제 나이를 말하면 금세 조용해지거든요. 하지만 포기는 없어요.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④ 교육 마이너리티의 그늘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④ 교육 마이너리티의 그늘

    국내 학교의 교실에는 4만 9000명의 ‘반쪽’ 한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새 터전으로 삼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탈북자) 학생들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국내 다문화·새터민 아동·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인 동시에 ‘화약고’다.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잘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유일한 해답이다. 23일 오전 10시 서울의 한 다문화 청소년 대안학교. 중학교 2학년인 민아(13·가명)양은 보충수업을 하며 교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재잘거리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중생이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민아는 일반 중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깜둥이”라는 폭언과 조롱에 시달렸다. 참다 못한 아이는 칼로 손목 등 온몸을 자해했다. 부모는 아이를 대안학교로 전학시킬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보통 학생들의 왜곡된 시선이다. 철없는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친구를 ‘잘못된 사람’으로 여기고 차별하고 따돌리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쳤던 한 교사는 “중국 출신 엄마를 둔 여학생에게는 ‘중국년 꺼져’라고 하며 의자를 빼 넘어뜨리고, 몽골 출신 엄마를 둔 아이에게는 ‘너네 나라에 가서 말이나 타라’며 조롱하고 때리는 등 심각한 일을 겪었다”면서 “다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 수를 늘리는 등 양적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아동·청소년보다 더 큰 문제를 겪는 학생은 한국말이 서툰 중도입국 자녀다. 결혼·취업 등을 위해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입국했지만 언어나 문화장벽 탓에 입학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희영 다애 다문화학교장은 “현행법상 중도입국 학생 입학은 조건 없이 받아야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학생과 학부모에 부담을 줘 입학을 사실상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문화 부모들도 당장 살림살이 걱정에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한다. 충청 지역에 사는 민수(12·가명)군의 부모가 그렇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민수는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초콜릿’이라고 불리며 놀림당하기 일쑤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성적도 신통치 않다. 하지만 부모는 먹고살기 빠듯한 탓에 아이 교육은 ‘나 몰라라’다. 의욕적인 교사가 학부모 상담을 요청했으나 민수 엄마는 기본적인 한국어조차 못해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눴다. 지구촌 사랑나눔 이사장인 김해성 목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여러 부처가 다문화 학생을 지원하지만 중구난방”이라면서 “실질적 지원을 위한 체계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터민 학생들도 다문화 학생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봄 중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진학한 김재진(가명·13)군은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심리 적성검사 결과 김군의 자살 충동 지수가 교내에서 가장 높게 나온 게 계기였다. 충격을 받은 김군의 어머니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김군은 학교를 옮겼다. 김군은 북한에서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에 등록했지만 생계 때문에 거의 다니지 못한 채 한국에 왔다. 특히 영어는 전혀 배운 적조차 없어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다. 새터민 아이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어려움도 겪는다. 만화책이나 연예인이 뭔지 모르는 김군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영양 부족으로 또래보다 체구도 작아 2~3살 어려보였다. 무엇보다 담임교사 역시 김군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 조금 더 자란 대학생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정재인(24·가명)씨는 17세 때인 2006년 한국에 들어온 뒤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 게 버겁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12년간 정규 교육을 받은 한국 학생들과 견줘 기초 지식에서부터 떨어지기 때문이다. 취업 과정에서 이들이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크다. 높은 어학 점수나 자격증, 대외활동 등 ‘스펙’으로 무장한 한국 학생들과의 취업 경쟁에서 밀려날까봐 불안하다. 장학금은 받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스펙 관리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격차가 벌어져 고용 격차로 고착화되면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고 소외받는 새터민의 불만이 커져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강주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팀장은 “탈북 청소년을 받은 일선학교에 이들을 위한 교육 체계 및 전문 인력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교사들도 우왕좌왕하는 현실”이라면서 “일선학교 및 대학에서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및 재능기부 프로그램 등을 확충해 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마호메트 조롱 만평’ 佛 주간지 이번엔 ‘전기 만화’ 출간 공언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조롱하는 만평을 게재해 무슬림들을 분노케 했던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번에는 마호메트의 전기를 만화책으로 출간한다고 공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샤르보니에 샤를리 엡도 편집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무슬림이 편집했기 때문에 이슬람교에서 공인한 전기”라면서 무슬림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화책을 제작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샤르보니에 편집장은 “(마호메트에 대해) 비웃기 전에 그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예수에 대해 아는 것에 비해 마호메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만화책이 연구 및 교육용임을 강조했다. 마호메트의 전기를 담은 만화책은 2일 발간될 예정이며 ‘지네브’라고만 알려진 튀니지계 프랑스인 연구자가 편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에서는 마호메트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그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하곤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마호메트를 모욕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으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로 확산될 당시 이 주간지가 마호메트 누드 만평을 게재하면서 무슬림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무슬림의 대규모 시위 가능성을 우려해 20여개 이슬람 국가에 있는 대사관 및 학교의 문을 닫는 등 긴급 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리 엡도의 판매 부수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마호메트 풍자 만화가 실린 해당 잡지는 몇 시간 만에 품절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블룸카의 일기(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펴냄) 독일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어린이 인권운동가 야누시 코르착의 실화. 코르착은 1912년 4월, 폴란드 크로흐말나 거리에 고아의 집을 짓고 30년간 이끌었다. 이곳에 머물던 7~14세 어린이들은 서로 존중하고 책임지며 성장했다. 그리고 1942년 8월, 어린이 200여명과 코르착은 수용소로 침묵 속의 마지막 행진을 벌였다. 1만 6800원. ●나의 특별한 장소(패트리샤 맥키삭 글, 제리 핑크니 그림, 이향순 옮김, 북뱅크 펴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50년대 미국 남부의 한 마을. 흑인소녀 트리샤 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그곳’에 가보고 싶어 안달한다. 앤은 혼자 힘으로 그곳에 가기로 하고, 시내버스의 ‘흑인 지정석’에 앉는다. 백인만 출입할 수 있는 호텔에 잘못 들어갔다가 수모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뚫고 어렵게 그곳에 도착한 곳은 ‘공공도서관’ 섬세하고 풍부한 색감의 수채화와 트리샤를 따라 ‘자유의 문’으로 들어간다. 1만 1000원.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원작, 오돌또기 그림, 사계절 펴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220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황선미의 장편 동화를 만화책 3권으로 엮었다. 양계장을 탈출한 엉뚱 발랄한 암탉 잎싹이와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기 오리 초록이, 수다쟁이 야생수달 달수 등이 극을 이끈다. 초록이는 잎싹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지만 점차 자신과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각권 1만 2000원.
  • 슈퍼맨 태어난 크립톤 행성, 실제로 찾았다

    슈퍼맨 태어난 크립톤 행성, 실제로 찾았다

    만화 캐릭터인 슈퍼맨의 고향으로 등장하는 외계행성 크립톤이 실존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ABC뉴스, 폭스뉴스 등 해외언론이 6일 보도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 헤이든 천체투영관의 닐 드그라스 타이슨 관장은 슈퍼맨 새 시리즈 오픈을 앞두고 있는 DC코믹스의 요청에 따라 크립톤과 가장 유사한 행성을 찾는 작업을 실시했다. 천체물리학자이기도 한 타이슨 관장은 원작에서 묘사하는 크립톤행성의 위치와 크기, 성질, 특징 등을 고려해 크립톤과 가장 유사한 행성을 찾아냈다. 적색왜성의 이 별은 LHS 2520이라 부르며 지구에서 27.1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태양보다 더 작고 온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며 적경(赤經: 천구 상에서 별의 위치를 표시하는 적도 좌표) 12시 10분 5.77초, 적위(赤緯: 적경과 함께 천체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 -15도 4분 17.9초이다. 원작의 크립톤행성은 지구에서 50광년 가량 떨어져 있으며 질량과 중력의 힘 역시 지구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슈퍼맨은 이 행성에서 태어났지만 행성이 멸망하기 전 아버지에 의해 지구로 보내진 뒤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슈퍼맨이 지구에서 강한 힘과 비행능력 등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은 중력과 질량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며, 때문에 크립톤행성에서 나온 광물인 크립톤나이트에 접근하면 힘을 잃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타이슨 관장은 “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슈퍼맨을 도울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슈퍼맨은 오랜 시간동안 이 도시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고 재미있는 소감을 남겼다. DC코믹스 측은 타이슨 관장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 7일 공개되는 슈퍼맨 만화책 14편 “밝은별, 빛나는 별‘(Star Light, Star Bright)에서 슈퍼맨을 돕는 경찰 이름에 ’타이슨‘을 썼다고 밝혔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국 15개 재래시장서 ‘도로명주소 엽서’ 보내기

    추석 준비로 바쁜 재래시장에서 도로명주소 이벤트가 펼쳐진다. 행정안전부는 24일부터 서울 광장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성남 모란시장, 전주 남부시장 등 전국 15개 재래시장에서 ‘도로명주소로 가족 사랑 엽서 보내기’ 행사를 시작한다. 억척스럽고 힘겨운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재래시장에서 모처럼 얼굴 볼 가족과 추석인데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보낼 수 있도록 엽서를 나눠 준다. 여기에 도로명주소를 쓰면 장바구니까지 무료로 나눠 준다. 이 밖에도 추석 연휴 첫날인 29일에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도로명주소를 소개하는 만화책과 홍보물을 배포한다. 2014년 1월부터 도로명주소가 유일 법정주소로 전면 시행되는 만큼 실생활에서의 활용도를 더욱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경기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 경기 용인시 수지의 한 주택가. 세련된 회색 건물로 다가갈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진다. 건물 외벽에 쓰인 문구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느티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경쟁보다 먼저 어울림을 배우기를 바랐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첫인상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 문을 열면 책보다 먼저 동아줄로 연결된 그네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 뒤 정면에, 책들이 가득하다. 벽마다 서고가 있다. 높은 천장으로 받아들이는 햇빛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구석구석, 퍼질러 앉을 수 있는 공간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다. 자연과학 서적을 즐겁게 읽고 만화책을 보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아이 책 따로, 어른 책 따로 두지 않고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각각 1·2층에 배치했다. 아이가 어른 과학책을 읽어도 되고, 어른이 아이 그림책을 읽어도 좋다. 책을 읽는 데는 남녀노소, 경계가 없다. “이 책을 읽어라, 청소년에게는 이런 책이 좋다는 식으로 추천 목록을 두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모인 ‘책사이’나 ‘비행클럽’, 추리소설 모임인 ‘미스클럽’ 등 11개 동아리가 활동하면서 읽을 만한 책을 모아둔 곳이 있어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되면 이 책꽂이를 참고하면 되고요.” 천서영 서비스2팀장의 설명이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카운터 높이는 1m도 안 된다. 덕분에 아이들도 편하게 사서나 자원활동가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일반 책에 점자 필름을 붙인 도서를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체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심에 뒀다. “보통 장애인용 승강기는 한쪽 구석에 있어요. 장애인들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마치 오지 못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네요.”(천 팀장) 이곳의 유일한 수익사업 공간은 지하 1층 카페 ‘전기요금’이다. 이름처럼 수익은 모두 도서관 전기요금을 내는 데 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는 헌책장터에서 버는 돈 역시 운영비로 사용한다. 헌책장터, 저자와의 만남, 책 전시회, 책 읽어주기 등 책을 매개로 한 모든 일들이 전체 면적 1000여㎡가 조금 넘는 이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없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한다는데 실로 그럴 만하다.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은 계단 밑 사랑방에 퍼질러 앉아 수다를 떨고, 남학생들은 2층 영화방에서 만화영화를 보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할 일’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이 이곳에 있다. 하루 평균 102명이 오가고 543권이 대출되는,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런 역할 변화를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2007년에는 서울 신림동 난곡주민도서관 새숲을, 2008년엔 부산 화명동 맨발동무도서관과 대전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을 친구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매달 책구입 예산비 100만~200만원을 지원하고, 운영자·사서 워크숍을 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 성북구청과 달빛마루도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광선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무국장은 도서관 운영 비결에 대해 “책만 많이 꽂아놓으면 도서관이 자연히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국장이 지적하는 부분은 ‘사람’과 ‘장서’에 대한 개념이다. 특히 사서가 중요하다. 사서를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도서관법 시행령 제4조 1항에 공공도서관은 면적(330㎡당)과 장서(6000권당) 기준으로 사서 직원을 채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곽철완 강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조사한 ‘공공도서관 사서직 인력 현황’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경기 광주시 등 1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공도서관은 2008년 59개관에서 2011년 95개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서 채용률은 2011년 현재 도서관 1곳당 1.1명 수준에 불과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윤남 관장을 포함해 직원 10명(인턴 2명·순회 사서 1명 포함)이 운영한다. 사서 7명에 자원활동가가 무려 250명이다. 황 국장은 “작은 도서관을 수십개 만드는 양적 팽창보다 앞으로 도서관 운영에 대한 질적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사서를 제대로 기용·배치하고 예산 확보 등을 도서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100년 전통 ‘뉴욕공공도서관’ 1911년 개관해 100살이 넘은 뉴욕공공도서관(NYPL)은 ‘지성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다. 시 예산과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이용자가 연간 1600만명에 이른다. 책을 빌려주는 전통적 도서관 범주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서관 사서들은 단순히 책만 찾아주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찾는 책을 보고 필요한 상담자나 의사를 소개하는 등의 ‘시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NYPL이 좋아서 이사를 못 간다.”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다. NYPL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NYPL 측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비밀을 들어봤다.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에서 변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 -지난 100년 이상 우리 도서관은 수백만 이용자의 지식 원천이었다. 앞으로도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의 전설을 이어갈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쉼 없이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변신의 바탕에는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열정적으로 도서관을 지역사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책과 아이디어, 서비스, 각종 공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서관과 시민 생활을 이어주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우리는 작가, 연구원, 이민자, 학생 등 우리의 고객들에게 각종 행사와 전시회, 온라인 검색 등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도서관을 직접 찾거나 온라인으로 방문하는 이용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다. →지나친 변신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는데. -이용자 중에는 책, CD, DVD 대여 등 전통적 도서관 역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리서치를 위해 온라인으로 자료를 빌리고, 사진을 얻으려고 ‘디지털 갤러리’를 찾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행사나 강좌 등을 통한 주민 간 상호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NYPL이 제공하고 있는 ‘시민 밀착형’ 서비스는 무엇인가. -‘교육 및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영어, 수학, 미술, 컴퓨터 교육은 물론 교사 준비 과정 과목도 있다. ‘문자해독과 대(對)시민 서비스’ 프로그램에는 성인교육대학, 다문화 문학, 여성과 리더십, 젊은이와 도서관 연결, 학생 보충학습 등이 있다. 특히 우리는 평소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정부지원을 덜 받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맨해튼과 브롱크스, 스태이튼 아일랜드 등 지역사회에 제공한다. →사서들의 전문성 제고 등 자질 향상을 위한 재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는 본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공부를 원하는 사서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사과정은 물론 석·박사 학위 과정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 직책에 연관된 비(非)학위 학습 프로그램 비용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사서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도서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NYPL이 재개발 계획을 통해 현재 300만권에 달하는 서고 중 절반을 뉴저지주 창고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수년간 이용해온 최첨단 서적 보호시설이 있다. 늘어나는 서적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려는 조치는 당연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앞으로 100년 뒤 NYPL의 모습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 -100년 뒤를 상상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분명히 지역사회와 테크놀로지가 변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과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에게 교육과 오락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밝고 명랑한 건 유치해서 극사실 애니메이션 만듭니다…‘창’ 감독 연상호

    밝고 명랑한 건 유치해서 극사실 애니메이션 만듭니다…‘창’ 감독 연상호

    학원폭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계급문제를 건드린 19금(禁) 잔혹 스릴러 ‘돼지의 왕’(①)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이었다. 1억 5000만원의 저예산에 한 번,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란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넷팩(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콜라주상을 휩쓸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초청받았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이후 시드니영화제와 뉴욕 아시안필름 페스티벌을 찍고, 지난 9일 몬트리올 판타지아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상인 사토시 콘 어워드를 수상했다. 첫 장편임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성과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 잉크가 마를 사이도 없을 텐데 연상호(34) 감독은 중편 애니메이션 ‘창’(②)을 뚝딱 만들었다. 오는 23·26일 CINDI(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창’은 최전방 철책근무를 서는 군부대에서의 구타사건을 다뤘다. 동시에 사이비 종교를 다룬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③)의 대본을 끝냈다. ‘돼지의 왕’을 본 관객이라면 두 작품 모두 연상호답다며 고개를 끄덕일 것. 할리우드나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 어디에도 없던 소재를 어떤 실사영화보다 사실적인 터치로 표현하는 연 감독을 지난 16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다짜고짜 일벌레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쉬지 않고 일을 맡아야 회사(스튜디오 다다쇼)가 굴러간다.”며 웃었다. “‘돼지의 왕’을 끝내고서 ‘사이비’까지 몇 달이 남더라. 예전에 내가 글을 쓰고 (‘습지 생태보고서’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려 옴니버스 인권만화책에 실었던 ‘창’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29분짜리 ‘창’은 자전적 이야기다. 군기가 ‘빡센’ 최전방 철책근무 부대에 ‘관심사병’ 홍영수 이병이 들어온다. 어느 날 홍 이병이 잔머리를 굴려 군장을 꾸린 사실이 적발돼 분대 전체가 얼차려를 받는다. 분대장 정철민 병장은 홧김에 구타를 하고, 홍 이병은 자살을 시도한다. 정 병장은 연 감독의 과거다. “제대 한 달 전까지 구보 인솔하고 군가 똑바로 안 부른다고 윽박지르고 그랬다. 그런데 고문관 이등병이 들어오면서 틀어졌다. 아무것도 안 하려던 친구에게 폭력이 가해졌고, 얼마 뒤 이등병은 자살을 기도했다. 그때 비로소 내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 최전방 철책, 구타, 자살시도… 선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알리려고 관객은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 마련. 하지만 ‘창’은 반대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관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정 병장에게 공감할지도 모른다. 연 감독은 “기존에 인권을 말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었다. 가해자·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가 싫었다. 거대 조직 혹은 시스템 속에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때론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인권 영화를 보는 사람은 자신은 착하다고 착각한다. 그런 면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당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고, 또 관객이 가해자가 되는 기분을 느껴 보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 사건으로 연 감독은 보름 동안 군 감옥에 갔다. 그는 “뒤늦게 후회했다. 조직 논리에 파묻힌 내가 선이라고 생각한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또 조직에 충성한다고 해서 개인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군대(‘창’)와 학교(‘돼지의 왕’)란 배경은 다르다. 하지만 계급(혹은 권력)과 폭력, 먹이사슬의 하부구조인 약자끼리의 반목 등 감독의 주제의식은 여전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권선징악이 명확한 구조보다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불분명한 딜레마 상황에 끌렸다.”면서 “밝고 명랑한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하록선장(‘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애꾸눈 선장)의 극장판 ‘아르카디호의 비밀’이나 ‘에어리어88’, ‘아키라’, ‘공각기동대’ 같은 작품을 좋아했다.”며 웃었다. # 박찬욱·봉준호 정도가 아니면 파리 목숨… 아직은 실사보다 애니가 좋아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의 꿈을 키웠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은 뒷전. 2학년 때 “‘야메’(뒷거래)로 (애니메이션 제작용) 프로그램을 익혀 가면서” 옥탑방과 친구 집 차고 등을 전전하며 습작을 했다. 데뷔작인 클레이(점토) 애니메이션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 풍경’은 이처럼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었다. 졸업 후 1년쯤 월급쟁이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2004년 애니메이션 창작집단 스튜디오 다다쇼를 설립했다. ‘돼지의 왕’의 성공으로 9억원짜리 프로젝트가 된 ‘사이비’는 연상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돼지의 왕’은 (표현수위가) 센 작품이란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사이비’는 내가 봐도 세다. 잔혹한 진실을 일깨우는 쓰레기 같은 남자와 현실을 호도한 채 점점 나아질 거라고 거짓말을 하는 목사가 대립한다. 어떤 쪽에 감정을 이입할지 관객들이 헷갈릴 거다. 심지어 정의가 이기는데 그 결말을 받아들이기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약점으로 곧잘 스토리텔링(이야기)의 부재가 꼽힌다. 하지만 연 감독 작품은 실사로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서사가 탄탄하다. 그는 “실사영화를 찍자는 제안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찬욱·봉준호 감독 정도가 아니면 영화 한 편을 온전히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애니메이션에는 대체할 수 있는 감독이 많지 않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내가 지금 실사영화를 찍는다면 투자·제작자에 휘둘리는 파리 목숨 신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애니메이션이 좋다. 실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이 꿈꾸는 큰 그림이 궁금했다.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 같은 공포·좀비물 등 장르영화를 하고 싶다. 사회파 감독으로 이미지가 굳을까 걱정이다. 소재를 제한받을 수도 있다. 지금도 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작품을 한다면 투자·제작자들은 ‘연상호가 변했어? 왜 그런 걸 해’라고 나올 텐데 그건 싫다는 얘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중국통신] 타이완 ‘대도’ 만화책 발간 “전 총통에 주고파”

    장기형을 선고 받고 복역, 얼마 전 출감한 타이완(臺灣)의 ‘대도’가 감옥에서 쓴 만화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타이완 언론인 핑궈르바오(애플데일리) 20일 보도에 따르면 ‘타이완 대도’(大盜)로 불리는 헤이진청(黑金城, 56)은 타이완 거대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자 전문 금고털이범으로 ‘공공의 적’이 되었다. 보석과 예술품 절도 혐의 등으로 수감과 출감을 반복하기를 수차례. 1988~1989년 2년 동안에만 200건 이상, 피해 규모 무려 4억 타이완달러(한화 약 150억원)에 달하는 절도 행각을 벌이며 ‘베이다오(北盜)’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이후 12년이라는 장기형을 선고 받고 독방에 수감되었던 헤이진청의 유일한 낙은 독서와 만화 그리기. 특히 헤이는 만화그리기에 남다른 재미를 느꼈고, 지난 해 6월 출소한 뒤 복역 기간 중에 그렸던 만화를 엮어 ‘넋두리’라는 뜻의 만화집 ‘라오사오(牢騷)’를 발간했다. 헤이진청은 “감옥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고 만화를 그리며 넋두리를 했다.”고 소개했다. 헤이는 그러면서 “감옥에서 천수이볜(타이완 전 총통)과 같은 방을 쓴적이 있다.”고 천 전 총통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며 “천수이볜에게 만화책을 주고싶다.”고 덧붙였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만화는 내 사랑] (14)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

    [만화는 내 사랑] (14)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

    어린 시절 만화방에서 번데기를 먹으며 통행금지 시간이 다가오는 것도 잊은 채 무수한 작품을 독파했던 그다. 지금도 기억에 또렷한 것은 김산호의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다. 비현실적인 공상과학(SF)이어서 그럴까. 정말로 ‘라이파이’에는 50년 전 당시엔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 넘쳐 났다. 최광식(59)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래서 “만화는 모든 이에게 꿈을 주는 이야기”라는 자기 말에 더욱 확신을 갖는다. “만화는 마음대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 좋아요. 다른 장르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만화에서는 가능하죠. 만화 같은 소리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만화는 비현실적이라는 의미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만화가 꿈과 상상의 나래를 먼저 펼쳐 놓으면 다른 문화 장르가 이를 받아 다양하게 확장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 신문을 펼쳐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이 김성환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이었다. ‘고바우 영감’만 보면 당시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특히 머리 벗겨진 모습이 비슷해 아버지 별명이 고바우였다고 웃음 짓기도 했다. 지금은 서른 살 넘게 장성한 두 아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만화책을 뒤적이다 “애들 말려야지 철없이 같이 보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최 장관은 이때 접했던 일본 만화 두 편을 기억해냈다. ‘슬램덩크’와 ‘갤러리 페이크’. 대학 시절 농구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그는 ‘슬램덩크’에 묘사된 농구 경기의 세밀함에 놀랐고, 미술 관련 지식과 정보가 풍성한 ‘갤러리 페이크’에 감탄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 장관은 우리 만화는 그림 그리는 재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의 힘은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최 장관은 요즘 읽은 작품 가운데 이야기의 힘이 돋보였다는 주호민의 ‘신과 함께’로 대화를 옮겼다. “작가가 우리 전통 문화와 신화에 대해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을 느꼈죠. 적어도 몇 년은 공부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현대식으로 풀이한 게 더욱 마음에 들었죠. 다음에는 우리 도자기의 미학을 만화로 풀어 냈다는 호연의 ‘도자기’란 작품을 보려고 합니다.” 역사학자(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출신)인 그에게 좋은 만화 소재를 추천해 달랬더니 정년 뒤 희곡을 써 보려고 번역해 놨다는 ‘삼국유사’를 비롯해 ‘장화홍련전’, ‘심청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버릇이 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보탠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신과 함께’에 대해 최 장관이 찬사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옛날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서는 재미가 없겠죠. 현대적으로 새로 고치면 더 실감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심청전’에서 전통적인 모티프를 따와 해양 세계 등 현대 과학 분야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최 장관은 특히 만화계가 우리 전통을 법고창신 정신으로 많이 담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류 드라마 가운데 성공한 것을 살펴보면 퓨전 사극이 많아요. ‘대장금’의 경우 우리 음식, 우리 집, 우리 옷 등 옛날 우리가 어땠는지 이해하기 쉽게 담겨 있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독특하고 특색 있게 다가가죠. 모든 만화가가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작품도 많이 해줬으면 해요.” 문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당부가 이어졌다.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만화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가족끼리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요. 부모와 자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느끼고 알게 되면 세대 차이도 줄어들겠죠.” 그는 작가들의 처우와 창작 환경, 콘텐츠 유통 과정, 수익 배분 등의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수출 활로의 모색 등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할 수 있는 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 만화 시장처럼 연관 산업이 힘 있게 받쳐주지 못해 파급효과가 크게 비쳐지지 않을 뿐이지 우리 만화의 한류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어요. 만화 한류의 불씨를 정책적으로 잘 뒷받침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만화가들이 상상력을 더 발휘해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3)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만화는 내 사랑] (13)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정민석(51)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주변에선 괴짜로 통한다. 달리 말하면 개성이 한껏 넘친다.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 것도,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것도, 직접 종이에 인쇄해 만든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도 정형화된 교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그는 만화를 그리는 교수로 유명하다. 그림체는 엉성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문적이다. 그가 그리는 만화는 해부학, 의대 생활 등을 소재로 한 과학만화이기 때문이다. 개인 홈페이지(www.anatomy.co.kr)에서 그가 그려온 ‘해랑 선생의 일기’, ‘꽉 선생의 일기’ 등 모든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처음엔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쉽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람은 웃으면 오래 기억하는데 만화는 웃음을 줄 수 있잖아요. 또 일반인에게 의대의 속살을 보여주며 거리를 좁히고 싶었죠. 자기 분야를 쉽게 풀어 전달하는 것도 전문가가 해야할 일들 중 하나라고 봐요. 그러려면 만화 만한 매체가 없죠.” 정 교수가 만화를 그리는 데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꺼벙이’로 유명한 길창덕 화백이다. 길 화백의 작품을 보고 깔깔거리던 어린 시절,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부모의 반대로 꿈을 접고 의대에 진학했지만, 임상 의학 대신 기초 의학 교수의 길을 걸으며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가 명랑체로 만화를 그리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웃음을 준 길 화백의 영향이다. 그 다음으로 영향을 준 사람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다. 정 교수는 “만화를 빌려 보는 데 익숙했던 한국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화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게 한 작품”이었다고 ‘먼나라 이웃나라’를 평가했다. 그가 처음 그린 해부학 만화도 형식을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따왔다. 정 교수는 우스이 요시토의 ‘짱구는 못말려’(일본명 크레용 신짱)도 영향받은 작품으로 꼽으며 “어른들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낱낱이 해부하는 심리학 만화”라고 평가했다. 200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주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교수가 할 일이 없어 그러느냐’, ‘의사 체면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그림이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그의 만화 작업에 연구비를 지원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임상 쪽으로 훌륭한 국내 의학만화는 없느냐고 했더니 의사 신문 ‘청년 의사’에 연재되는 ‘쇼피알’을 추천했다. 현직 의사가 글을 쓰고 만화가 정훈이가 그리는 작품이다. “요즘 과학만화는 많아도 과학인이 그린 것은 거의 없어요. 기껏해야 감수 정도했을 뿐이죠. 과학인이 진짜 좋은 과학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과학만화를 그리는 여러 과학인들이 나와 경쟁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미국 출판사와 접촉하는 중이다. 이미 해부학 만화 등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해부학 만화를 교육 관점에서 분석한 그의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해부 과학 교육’(ASE)에 실리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여러 가지 문화 중에 만화만큼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없죠.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만화를 보며 그 나라 문화에 엄청나게 빠져들잖아요. 저도 만화를 그리다 보면 미국, 일본과는 다른 우리 것을 담게 돼요. 제 만화가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문 만화가들이 보다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쉬워요. 도전을 두려워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IT플러스] 만화잡지 ‘윙크’ 아이패드용 앱 출시

    LG유플러스는 출판사 서울문화사와 함께 이 회사의 만화 잡지 ‘아이큐 점프’와 ‘윙크’의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 앱은 오프라인에서 만화책을 읽는 느낌을 주기 위해 3D 책 넘김 효과, 가로보기 기능 등을 탑재했다. 앱 다운로드 비용은 무료이며 이들 잡지의 최신 발행본도 무료로 제공한다. 단 일부 콘텐츠는 유료다.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2) 대학 만화 교육을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2) 대학 만화 교육을 말하다

    어린이날 즈음이 되면 동대문운동장이나 남산공원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애꿎은 만화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불태우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가 어린이 정서에 얼마나 해로운지 보여주겠다는 관 주도의 과격한 퍼포먼스였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기리라 예견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만화 교육 열풍이 국내에 찾아왔고 지금은 해마다 1000명 이상의 만화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다. 특정 스승을 찾아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던 선배들과 달리 지금의 젊은 만화가 지망생들은 대학에서 길을 찾으며 한국 만화를 풍요롭게 살찌우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만화 선진국에서는 대학 내에 만화학과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역사는 오래됐다. 이미 1950년대에 관련 강의가 개설됐을 정도다. ‘만화왕국’ 일본에서 유일하게 만화학부를 둔 교토세이카대는 1973년에 2년제 만화 전공 코스를 개설한 뒤 1979년 4년제로 전환해 현재 대학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전국 대학 10여곳에서 만화 교육을 하고 있으나 전문 직업학교 에콜의 역할이 더 크다. 우리나라는 20년가량 늦었다. 만화를 저급 문화 또는 불량 식품으로 취급하던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만화를 학문 영역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만화 관련 공식 교육기관이 처음 생긴 것은 1990년이었다. 공주전문대(현 공주대)에 만화예술과가 개설됐다. 그러나 대학 만화 교육의 봇물이 터진 것은 그로부터 5년 뒤다. 출판만화 시장이 커지며 만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가 만화를 문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부의 뒷받침과 지역 사학 설립 붐이 맞물려 만화 및 애니메이션 학과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1995년 공주영상정보대, 경민대 등 2년제 전문대학에 잇따라 만화학과가 들어섰다. 이듬해 세종대와 상명대가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만화학과를 만들었다. 1997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만화학과가 개설됐다. 김병수 목원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만화학과는 지난해 기준으로 20개 정도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게임, 디자인 등 관련 학과의 부분 전공까지 합치면 140여개 대학에서 만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내 학과 설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중고교 미술 교과서에 만화에 대한 내용이 처음 포함됐다. 1999년에는 아현직업학교에 만화학과가 생겼고 이듬해 만화 특성화 고교인 한국애니메이션고가 문을 여는 등 중고교 과정에도 만화 교육이 뿌리를 뻗게 된다. 그러나 대학 만화 교육은 벌써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적 차원의 진지한 고민보다는 산업적 측면만 고려한 채 양적 팽창이 급속도로 이뤄진 결과다. 그동안 학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자리를 다지기보다는 인력 양성에 안주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만화계의 중론이다. 우선 대부분 미대 입시 형식을 빌려 온 입시 전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만화학과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입학할 수 있어도 만화를 좋아하거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입학이 불가능하다. 그림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내용도 함께 보는 방식으로 입시 체계가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커리큘럼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림을 그리는 기술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 창조적인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있는 작가를 키워내기에는 미흡한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만화 기획이나 비평, 문화, 산업 등을 공부하는 이론 과목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에서 만화의 학문적 위상이 자리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 양성도 중요하지만 만화를 학문으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학술·연구자들도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연구자들이 대학 강단 외에는 설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학부는 실기 위주인 반면 대학원은 학술·연구 위주인 불균형 구조도 개선 대상이다. 뉴미디어 등 매체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현재 대학에서 만화를 배우는 학생들이 5~6년 후 사회의 주류가 되기 때문인데 실제 대학 교육은 변화에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만화 교육은 학원과는 다른 ‘대학다운’ 차별점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당장의 창작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미학적, 문화적, 나아가 과학적 맥락을 장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의미가 생긴다.”(김낙호 만화 평론가) 현재 만화학과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취업 대책이다. 가장 잘 풀린 경우가 작가로 데뷔하는 것. 이 밖에 게임 회사나 일러스트레이션·동화 삽화 프리랜서, 만화학원 강사, 초·중·고 방과 후 예술 강사 등이 만화학과 졸업생의 진로가 된다. 그런데 취업자 규모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게 현재 정부 방침이다. 만화학과는 취업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 학교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부실 대학 지정으로 퇴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요즘 학교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려 할 때 만화학과가 1순위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만화학과 졸업생들이 연재를 하고 단행본을 낸 작가가 되더라도 4대 보험이 없으면 취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학과에 견줘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화학과가 졸업생들에게 인턴으로라도 취업하라고 권하는 등 직장인 양성에 목매는 상황이 벌어진다. 장기적으로 만화 교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화 전공 내에서 교직 이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초중고에서 만화 교육은 예술강사 제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도 임시직 성격이어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다. 예술강사들의 신분 안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만화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에 스태프 지원 제도, 1인 창조기업 활성화, 연구소 설립을 비롯해 연구 사업 활성화 지원을 포함시키는 등 교육계와 현장의 벽을 허무는 방안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김병수 목원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만화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1)만화 비평서 냈던 시인 함성호

    [만화는 내 사랑] (11)만화 비평서 냈던 시인 함성호

    만화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집이나 사무실로 찾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책장에 어떤 만화책이 꽂혀 있나 눈길을 주게 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함성호(49) 시인의 집이자 사무실인 소소재(素昭齋)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웬걸, 서재에서 만화책을 찾아보기 힘든 게 아닌가. “만화는 만화당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냄새 퀴퀴한 소파, 라면 끓이는 냄새와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이중 책장, 복작복작한 분위기에서 봐야 제맛이죠.” 그런데 만화당이라니? 그가 나고 자란 강원도 속초에서는 만화가게를 만화당으로 불렀다고 했다. 함 시인의 추억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만화책을 뒤적이다 저절로 한글을 깨우쳤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약주를 드신 아버지가 늦게 귀가해 만화책을 빌려 오라고 하면 밤길을 달려 만화당에 갔어요. 영업이 끝난 가게 문을 두드려 주인을 깨우곤 했죠. 하도 꼼꼼하게 고르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던 적도 많아요.” 그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아버지가 특히 좋아했던 김기태 작가의 칼싸움 만화와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이근철 작가의 전쟁 만화를 꼽았다. “당시에는 만화가들의 그림체가 지금보다 더 개성 넘치고 다양했어요. 이근철 작가는 인물 얼굴을 길쭉하게 그리는 모딜리아니나 뒤뷔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정말 독특한 그림을 보여줬죠.” 함 시인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허영만 작가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깊이가 있고 독자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취재가 잘된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전세훈·전인호 작가의 관상 만화 ‘신의 가면’을 좋은 작품으로 추천했다. “사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만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만화가 황당무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에는 만화만 봐도 웬만한 교양을 다 습득할 수 있잖아요.” 그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웹툰도 많이 본다. 새로운 표현 방법과 만날 때마다 열광한다고. 그는 정병식 작가의 ‘가족 사진’에 대해서는 스크롤에 따라 변화하는 시선 처리에 정말 감탄했고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의 경우 처음엔 몰랐던 감동이 해가 갈수록 서서히 생겨나게 하는 진정성이 엿보인다고 소개했다. “요즘 한국 만화는 일본과는 다른 범주로 다양하게 나가고 있어요. 한국만의 독특한 게 있지요. 우리 만화는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데 아주 탁월하다고 봐요. 기록화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고 당시 삶을 가늠하듯 요즘 우리 만화가 나중에 대단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순수미술이 하지 못하는 일이죠.” 그는 창작에는 비평이 따라 줘야 하는데 우리 만화에 대한 비평이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함 시인은 만화 비평서를 낸 얼마 되지 않는 국내 글쟁이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회화적인 시각에서 만화를 바라본 ‘만화당 인생’을 2002년에 냈다. 우리 만화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작품까지 다뤘다. 잘 안 팔려 ‘저주받은 걸작’이 됐다고 하는 그에게 비평서를 또 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부정적인 반응이다. “평생 즐겁게 만화를 봤는데 만화 보는 자체가 일이 되니까 가끔 짜증도 나더라고요. 올 초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만화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파업으로 중단하게 되니 너무 좋은 거 있죠. 허허허.” 그 대신 ‘페이퍼’ 등 대중잡지에 그렸던 카툰을 모아 작품집을 하나 낸다고 슬며시 말을 꺼낸다. 어쨌든 역시 만화 사랑 인생이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9) 소설가 성석제

    [만화는 내 사랑] (9) 소설가 성석제

    “제게 고우영과 도스토옙스키, 베토벤은 동급이죠.” 소설가 성석제(52)에게 인생의 책을 꼽으라고 했더니, 고전 명작을 제쳐 두고 고우영의 ‘삼국지’를 골랐다. 고등학생 때 갓 개통한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고 등교하며 스포츠신문을 통해 접했던 고우영의 ‘삼국지’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했다. “이전까지 읽었던 만화나 무협지는 모두 제 눈높이였어요. 그런데 고우영 삼국지는 경지가 달랐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 있었고, 밀도가 높고 문학적이고 창의적이었어요.”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 얘기를 듣는 것도 쉽지않던 어린 시절, 누이가 빌려온 만화책은 성석제에게 세상을 향한 통로가 되어 주었다. 다섯 살 즈음으로 기억한다. 집안 곳곳에 숨겨져 방치됐던 돈 꾸러미들이 귀신이 돼 사람을 괴롭히는 내용의 만화였다. 글도 만화책으로 익혔다. 아홉 살 위 형이 이정문의 ‘설인 알파칸’을 사갖고 왔다. 국내 SF만화 초창기 작품이다. 그림은 알겠는데, 글을 모르니 약이 바짝 올랐다. 오기 때문이었는지 한나절 만에 글을 깨우쳤단다. 초등학교 때는 만화보다 무협지에 빠져 살았지만 곧 만화를 벌컥벌컥 들이켤 기회가 찾아왔다. 중학교 입학 무렵 가족이 경북 상주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다른 형제들은 먼저 가고 성석제만 1년을 더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 남았다. 읍내 만화가게를 싹쓸이하던 시기였다. 10~20원에 하루 종일 만화를 볼 수 있었다. 무협지로 단련한 속독 솜씨를 발휘해 앉은 자리에서 수백권을 읽어 젖혔다. 당시 재미있었던 만화로 2차 세계대전 소재 전쟁물을 주로 그렸던 이근철의 작품 등을 꼽았다. “돈 몇 푼 내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만화가게 주인에겐 밉상이었겠죠. 한 번은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서 서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 만화를 보다가 큰 소리로 웃었더니 ‘여기가 너네 안방이냐’며 쫓겨날 뻔한 적도 있어요.” 어른이 된 뒤에도 김수정, 허영만, 박재동, 주완수 등의 작품을 만나며 만화의 진화를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만화 걸작들을 보면 다른 예술 장르와 견줘도 뒤질 게 없어요. 만화가 갖고 있는 힘과 특성, 이런 게 완성됐다고 봐야 하니까 우열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죠.” 바둑을 좋아하는 그에게 박수동의 ‘만방 아저씨’, 일본의 ‘고스트 바둑왕’ 등 바둑 소재 만화를 읽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그러나 무협 만화들은 아무리 봐도 만족스럽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무협만큼은 만화로 봤을 경우 환상이 덜한 적이 많았다는 것. 50세가 넘은 지금도 성석제는 여전히 만화를 본다. 좋은 만화가 있다는 소문이 산 넘고 물 건너 끊임없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만화를 볼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여동생 집은 ‘만화 아지트’ 역할을 한다. 만화를 워낙 좋아하는 매제가 폐업을 앞둔 만화 대여점에서 ㎏당 가격을 매겨 만화책을 수천 권 넘게 구입했다. 무엇이 계기가 되든 한 번 발동이 걸리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읽는다. 최근 인상 깊었던 것은 굽시니스트의 작품. 함부로 흉내내지 못할 자기만의 문법으로 풍자를 넘어서 철학에 가까운 관점을 보여 주는 게 인상 깊다는 설명이다. 그의 소설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화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그의 작품이 만화로 그려진다면 어떨까. “그럴 만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정말로 감사할 일이죠.”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토끼와 원숭이’ 만화책 문화재 1호 되나

    국내 최초로 만화책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한국만화박물관은 21일 “국내 첫 만화 단행본으로 알려져 있는 고 김용환 화백의 ‘토끼와 원숭이’를 지난 4월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1946년 5월 조선아동문화협회가 발간한 이 책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연말까지 등록 문화재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만화박물관은 고 김종래 화백의 ‘엄마 찾아 삼만리’(1958년) 육필 원고도 함께 문화재로 등록할 계획이다. 등록 문화재는 국가가 엄격한 규제를 통해 보존하는 국보·보물·사적 등 지정 문화재와 달리 생성 연도가 크게 오래되지 않아 역사적·학술적 가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보존 및 활용 가치가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현존 최고(最古)의 영화 필름인 ‘청춘의 십자로’(1934년) 등이 등록 문화재로 올라 있다. ‘토끼와 원숭이’는 그동안 기록으로만 존재해 왔으며 실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문 32쪽짜리인 ‘토끼와 원숭이’는 마해송 원작의 동화를 김 화백이 만화로 옮긴 작품으로 그림과 글이 분리된 삽화체 형태다. 일각에서는 김 화백의 또 다른 작품인 ‘홍길동의 모험’이 1945년 후반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단행본 효시로 보기도 한다. 원로 만화가 박기준 화백은 “‘토끼와 원숭이’는 당대 최고의 화가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림이 뛰어나고 예술적 가치가 높다.”면서 “의인화된 동물을 소재로 한 점은 당시 일본보다 우리 만화가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7) ‘건축가 부부’ 임형남·노은주씨

    [만화는 내 사랑] (7) ‘건축가 부부’ 임형남·노은주씨

    ‘달토끼’라는 만화가 모임이 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함께 모여 사람 사는 풍경을 크로키로 옮긴다. 박재동, 이희재, 오세영 등 대선배부터 젊은 후배까지 여러 세대가 만나 정신적 교류를 하고 봉사 활동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임형남(51)·노은주(43) 가온건축 공동대표도 이 모임의 일원이다. 박재동 화백의 권유로 건축가의 상상력과 만화가의 상상력을 나눈 지 벌써 일년 반이 넘었다. 개근은 못 했지만 만화가를 꿈꾸는 큰딸도 열심히 데리고 다닌다. “좋은 분들을 뵙는 것 자체가 훌륭한 공부죠. 대가들이라 잘 그리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건 둘째치고 정말 열심히 그리세요. 조금이라도 쉬면 손에 녹이 슨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은 말만 앞서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노은주) 짜장면 한 그릇 값인 300원에 어린이 만화잡지를 즐겨 보던 순간, 책이 고무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만화방을 드나들던 순간, 나갔다 들어오면 돈을 다시 내야 하기 때문에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오줌을 꾹꾹 참았던 순간…. 누구나 만화에 대한 추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만화는 그저 추억 속에 머무는 게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으로 만화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고2·중3 두 딸과 함께 온 가족이 서울 남산에 있는 ‘만화의 집’을 자주 찾는다. 웬만한 만화책은 소장하고 있는 만화 도서관이다. 김혜린을 좋아하는 엄마는 순정만화 중심의 잡식성, 고우영을 최고로 치는 아빠는 명랑만화파로 이상무의 독고탁 시리즈가 공통분모다. 딸들에겐 박소희의 ‘궁’을 비롯해 일본 만화 ‘원피스’나 ‘강철의 연금술사’가 인기다. 요즘 만화도 접하고 옛 만화도 들춰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대 차가 없어지고 동등한 입장이 된다. 서점에서 소설과 시집을 구입하고 만화를 고르는 시간도 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요즘 아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크게 보면 게임, 연예인, 만화예요. 우리 부부는 게임은 안 되고 요즘 노래도 따라잡기 힘드니 만화는 아이들하고 저희를 이어주는 끈이자 소통하는 통로죠. 비용도 가장 덜 들고 중독성도 적고 정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노은주) “숙제는 했냐, 요즘 성적은 어떠냐 정도를 빼면 공통 화제가 별로 없죠. 만화를 통해서는 시사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화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들에게 시 못지않게 창조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바로 만화죠.”(임형남) 만화 예찬은 계속된다.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삶을 접하기 힘든 게 분명한 사실. 만화는 영화, 연극을 보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는 게 부부의 지론이다. 더욱이 만화는 그림과 그림 사이, 칸과 칸 사이를 상상으로 메워 볼 수 있다. 노 대표는 학창 시절 ‘아르미안의 네 딸들’ 같은 대하 순정만화를 보다가 세계사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사회 일각에선 만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는 것을 안다. 올 초만 해도 일부 웹툰의 폭력성이 거론되며 사전 심의 논란까지 일었다. “부모로서 그런 걱정 많이 하죠. 그런데 20~30년 전에도 칼싸움, 총싸움이 난무하던 홍콩 영화를 많이 봤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가치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게, 걸러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노은주) 온 가족이 만화 마니아지만 역시 부모는 부모다. 아이들이 만화를 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따금 걱정도 된다며 웃었다. 그럴 때면 엄마가 아이들에게 한마디 던진다고 한다. “얘들아! 공부는 하고 만화 보는 거니?”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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