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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학법 vs 주택법 격돌

    사학법 vs 주택법 격돌

    2월 임시국회는 ‘사학법 재개정’과 ‘주택법 개정’을 놓고 정치권의 씨름판이 될 것 같다. 한나라당은 1년 이상 당력을 쏟아온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시킨다는 각오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민간택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한, 사학법 재개정 위해 삭발도 한나라당은 사학법 문제와 국회 운영의 연계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소속 의원 집단 삭발, 여야 장로의원 8인 모임 등을 통해 범여권을 겨냥한 다각도의 압박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원내부대표인 김충환·신상진·이군현 의원 등 3명은 26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삭발을 강행했다. 당의 사학법 재개정 관철 의지를 알리기 위한 극단 처방이다. 의원들이 종교·사학 단체들의 삭발 행렬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여야 장로의원 8인 모임을 주선하며 국회 내 공감대 확산에도 나섰다.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한 사학의 자율성 확보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여권 내의 동조세력 규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사학법 재개정 불가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2월 임시국회가 ‘만신창이 국회’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주택법 개정안’ 반드시 관철 열린우리당은 ‘주택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가 핵심인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질 게 뻔하다는 우려에서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반값아파트’ 주장은 어디에 두고 주택법 개정을 저지하고 있느냐.”면서 “겉 다르고 속 다르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2004년 총선 직전 분양원가를 민간부문까지 전면 공개하겠다고 했고 언론이 대서특필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당 일부 의원들 주장’이라고 했다. 챙겨 먹고 나서는 딴소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7일 ‘마지막 고위 당정협의’를 갖고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와 관련한 원내대책을 논의한다. 전광삼 황장석기자 hisam@seoul.co.kr
  • [비하인드 뉴스] 판공비 공개 ‘시름’ 덜어준 박농림

    [비하인드 뉴스] 판공비 공개 ‘시름’ 덜어준 박농림

    ●소신있게 사용 판공비 1등 도맡아 요즘 과천정부청사가 농림부 덕에 판공비 ‘시름’을 덜었다. 이야기인 즉슨 이렇다. 장·차관 판공비를 인터넷에 매월 공개하기 시작한 뒤 각 부처 장관 비서실과 총무과장은 수시로 다른 부처와 ‘정보 교환’을 하며 판공비 수위를 조절해왔다. 판공비 지출에서 1등을 하면 아무리 떳떳하게 썼더라도 주목을 받는 등 다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한 정부부처의 공보관은 “서로 1등을 하지 않으려 하는데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오면서부터 걱정이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인 출신인 박 장관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판공비를 소신있게 쓴다. 그러다 보니 장관 판공비 1등은 으레 농림부가 도맡아 한다는 것. ●우리은행장 후보 박해춘씨 급부상에 내부 반발 조짐 최근 공모 절차가 마무리된 우리은행장 자리에 박해춘 LG카드 사장이 ‘다크호스’로 부상, 이종휘 수석부행장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등과 함께 3파전을 이루고 있다. 박 사장은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손꼽히는 인물. 이미 청와대의 ‘재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금융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 사장은 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손꼽힌다. 서울보증보험,LG카드 등 한때 ‘만신창이’가 됐던 회사들을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정상화했다. 반대로 포용력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금융 내부의 반발도 심상찮다.23일 우리은행 노조 집행부는 삭발을 단행하고,“낙하산 인사에 대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일부 고위직들은 국민이 소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을 마치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행시 23회, 차관부터 과장까지 ‘한지붕’ 아래 근무 행시 23회의 동기 ‘수직 관계’가 화제다. 재정경제부의 김석동 차관을 비롯해 산업자원부의 오영호 차관 등 행시 23회 중 8명가량이 차관급에 발탁됐다. 그러나 동기들 중에 부이사관 승진에서 누락된 ‘과장 말년’들도 적지 않다. 재경부에 김 차관의 동기는 김교식 홍보관리관 등 국장급 외에 과장 말년이나 보직대기 등도 4명이나 된다. 금융감독위원회에도 김용환 감독정책2국장, 정채웅 정책홍보관리관이 행시 23회다. 금감위의 한 과장은 “과거처럼 후배나 동기가 승진했다고 옷벗는 관행은 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곳은 상권 상가가 많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다?구글에 올려진 ‘경영통계’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별 아파트 값에 미치는 요인은 상권, 복합문화시설, 지하철, 학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31일 25개 각 구의 평균 평당 매매가격과 요인들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쇼핑 등 상권이 0.88로 가장 높았다. 영화관 등 복합문화시설은 0.79이며 지하철 역이 0.71로 학교 수 0.64보다 상관관계가 높았다. 반면 인구밀도는 -0.39로 다소 낮을수록 집값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보험학자 적어 보험업 뒤떨어진다? 금융산업 중 보험이 은행·증권 등에 비해 뒤처져 있는 이유는 보험 전문가와 학자가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험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14개 대학인데 수도권에는 경기 화성의 협성대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부산, 경남,, 충청, 호남, 강원도 등 지방에 있다.14개 대학에서 매년 300명이 배출되는데 이들 중 보험 관련 회사에 취직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추산된다.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보험전공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우주인 후보에게 코디네이터 배치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받을 한국 첫 우주인 후보에게 코디네이터가 배치된다.28일 러시아로 출국,1년간 우주인 훈련에 들어가는 한국 우주인 후보 고산(30), 이소연(28)씨를 뒷바라지할 남녀 1명씩이다. 코디네이터들은 모두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으로 러시아어 통역은 물론 훈련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고 기록해 훈련일지를 작성한다. 경제·산업부
  • 혼돈의 고려대 어디로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5일 전격 사퇴한 것은 다른 대학과 달리 학내 문제에 강력한 영향을 지닌 교우회의 압박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총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재단 반응과 규정에도 없는 ‘신임 투표’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지만 40%에도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교우회와 재단, 교수사회 3중 압박으로 사퇴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교우회는 이날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에 대해’라는 회보 기사를 통해 “이 총장은 물론 전체 고대 사회가 입은 상처가 만신창이라고 할 만큼 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이 대내외적으로 총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박종구(삼구그룹 대표이사) 교우회장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우회의 한 관계자는 “교우회장을 비롯,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이 총장이 무리하게 버티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한 빨리 파문이 수습되기를 기대했던 재단도 이 총장이 상의 없이 신임투표를 제안한 데 대해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현승종 이사장이 지난 12일 “학술적인 문제를 인기투표로 해결해야 했나.”라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이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이는 등 내분이 있었던 것도 사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한 교수는 “며칠 전부터 일부 처장들이 용퇴를 직언했다. 외부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던 이 총장으로선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었다.”고 설명했다.●총장 지명제 도입 논란 일 듯 이 총장의 전격 사임으로 102년 역사의 고려대는 한동안 표류하게 됐다. 대내외적인 이미지 손상도 치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승종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더 이상 혼란과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김호영 교무부총장과 처장단 13명의 사표는 반려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행정공백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선 김 부총장에게 직무대행을 맡긴 뒤 별도의 총장 서리를 임명, 새 총장 선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 이사장은 “현재의 간선제나 직선제 총장 선출제 모두 문제가 많다.”면서 “재단이 총장을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갈등도 예상된다. 고려대가 총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현재의 간선제로 변경했던 2002년 12월 당시 교수 사회의 강한 반발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단의 개선방안은 교수들과 재단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아 보인다. 한편 이 총장의 사표를 공식 수리하고 새로운 총장 선출제도를 논의할 재단 이사회는 오는 23일 열린다.●교수사회 자성의 목소리 이중호(전북대 윤리교육과)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논문표절 진위를 떠나 학교 갈등의 시비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로나 개인으로나 사퇴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교수사회도 자성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전국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은 “당초 학문적 차원이 아닌 권력게임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결국 논문의 진위 규명이 아닌 총장 자리를 둔 정치싸움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과학기술대 H교수는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총장도 깨달은 것 같다. 고려대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대 N교수는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놓고 파문의 본질인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새 정치 외치는 헌 정치인들의 줄탈당

    열린우리당의 탈당사태가 개별탈당을 넘어 집단탈당, 심지어 기획탈당이라는 해괴한 행태까지 벌어질 지경에 다다랐다. 이르면 내주 초 20∼30명이 떼 지어 탈당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불과 사흘 전까지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가 동료들에게 탈당을 부추기고, 새 원내대표는 이를 뜯어말리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정책위원장을 지낸 인사는 의원회관을 들락거리며 ‘행동(탈당)을 통일한다.’는 내용의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참한 의원도 다수라고 한다. 조폭도 아니건만 무슨 행동 통일이며, 같이 살고 같이 죽자는 건가. 명분이나 염치는커녕 혼자 나갈 용기도 없다는 건가. 탈당했거나 탈당하려는 의원들은 대체로 중도실용노선의 통합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어불성설이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 노선이 무엇이었기에 중도정당인가. 열린우리당이 진보좌파정당인가. 그래서 민심을 잃었다고 보는가. 그런 진단이라면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쟁해 노선을 돌려 놓든가, 아니면 진작 뛰쳐나왔어야 옳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정책노선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정책노선이 불분명하고 갈팡질팡했으며 민의를 제대로 읽고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당 대열에 오른 인사들의 무소신과 기회주의적 행태가 지금 열린우리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직접적 원인인 것이다. 집권여당을 만신창이로 만든 책임을 나눠 지어야 할 인사들이 새 정치 새 정당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대연합 운운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자신들이 뛰쳐 나온 민주당과 다시 모양새 좋게 합쳐 민심을 얻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일뿐더러 자칫 지역구도로의 회귀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지금 여당이 할 일은 화장 고치고 옷 갈아 입는 게 아니다. 국정을 챙기고 민생을 살피는 일이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정치놀음을 중단해야 한다.
  • [환경·생명] 정선 ‘자연생태 우수마을’ 르포

    [환경·생명] 정선 ‘자연생태 우수마을’ 르포

    “천혜의 자연 환경이야말로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입니다.”강원도 정선,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 흐르는 사행천(蛇行川) 동강 100리 길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곳저곳 시멘트 길이 뚫리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긴 했지만 그래도 하늘이 내려준 자연환경을 고이 간직한 지역이다. 지난 4일 주민 모두가 ‘환경 파수꾼’임을 자처하는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용탄2리와 신동읍 운치3리 ‘자연생태우수마을’ 주민들을 만나봤다. 가리왕산 휴양림 아래 마을인 용탄2리 달뜨락 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 40여명은 빈병·폐자재 등을 마을 창고로 옮기느라 바삐 움직였다. 마을회관에서는 부녀회원들이 수다를 떨면서 청정재배한 콩으로 웰빙 메주를 쑤느라 시끌벅적했다. 달뜨락은 명산으로 알려진 가리왕산(1561m) 아래 동네로 해발 300∼500m의 고원청정 마을.123가구 339명 주민은 회동계곡과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쾌적한 환경에서 숨쉬고 있다. 그러나 훌륭한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기까지는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어름치와 노닐고 청정 나물밥에 별 세고 주민들은 회동계곡이 동강 지류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는 천연 기념물인 어름치, 멸종 위기에 있는 수달, 비오리, 사향노루 등이 서식하고 있다. 고철호 이장은 “휴양림과 동강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팔을 걷어붙였다.”면서 “환경감시대를 구성, 회동계곡과 가리왕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해마다 야생조수에게 먹이 500㎏을 뿌려주고 있으며, 불법수렵 감시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동시에 주민들은 농토를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인 폐비닐을 회수하는 데 나섰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만 6130㎏을 걷어냈다. 마을에 재활용품 분리수거함 5개, 영농폐기물 분리수거함 2개를 설치하고 농약 등 빈병은 따로 모으고 있다. 집집마다 모은 재활용품은 마을 창고에 모아 한꺼번에 팔아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한다. 마을 오수는 모두 처리시설을 거치고 축산 농가는 별도의 폐수처리시설을 갖췄다. 고 이장은 “개발을 억제하고 보존을 강조하다 보니 처음에는 주민 반발도 많았지만 소득사업을 시작하면서 한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콩·옥수수·감자 등 청정재배한 농산물을 마을 공동으로 가공판매해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5억원의 자금도 지원받았다.”고 자랑했다. 전형희 부녀회장은 “살기 좋은 생태우수마을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한몫 했다.”고 한다. 다른 농촌과 달리 이 마을 주민은 19세 미만이 15%나 된다. 마을 초등학교에는 병설유치원까지 설치됐다. 관 주도형의 개발억제·보존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자연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동시에 소득도 올리는 바람직한 친환경 마을을 가꾸고 있다. ●동강 할미꽃 지키며 소득도 올리는 마을 고성산성에서 내려다본 운치리 풍경은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절경 그대로다. 백운산 아래로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1급 청정수 동강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벽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강마을 산마을이다. 공해 오염물질을 내는 시설이 없어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숨쉬는 곳이다. 그러나 운치리 사람들이 없었다면 동강 비경 등 천혜의 자연환경은 벌써 뽑히고 파헤쳐져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동강을 지키는 데 목숨 걸었다. 동강 주변의 야생 동식물을 보존하고 널리 보급하는 데도 열정적이다. 주민들은 동강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동강 환경을 자율 감시하고 관광객들에게 환경보호계도 활동을 펼치는 것이 주된 업무다. 동강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마을 주민이 모두 참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집중호우 피해를 입어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마을 청년 4명은 이날도 강 건너 모래밭에 묻힌 쓰레기를 캐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동강은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동강 할미꽃과 연잎 꿩의 다리, 충층 둥글레 등 희귀 식물 군락지다. 자생 식물을 보존·보급하기까지는 안재현 마을 환경보전 위원장의 노력이 컸다. 안씨는 “대학과 직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왔던 마을을 잊지 못해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야생화 키우는 데 푹 빠져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멸종 위기에 있는 동강 자생 식물을 보전하고 증식하기 위해 3000평짜리 야생화 농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동강 할미꽃 등 100종을 길러 야생화 축제를 벌이는 동시에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는 동강할미꽃 1만본을 증식해 훼손지역에 심고, 남은 것은 팔아 마을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마을에는 산딸나무·모감주 등 자생 수목 2만여 그루, 대추·사과·감 등 유실수, 복분자 등을 키우는 농장도 각각 2000평이나 된다. 농약을 치지 않고 황귀, 장뇌, 산머루, 뽕나무를 가꾸는 친환경 농업도 이 마을의 자랑이다. 집집마다 오폐수 정화조가 묻혀 있는 것은 기본이다. 마을에서는 야생화·유실수 농장, 가공식품 공장 등을 묶어 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유병용 정선군 환경관리담당은 “겨울 농한기 주민들이 동강 할미꽃 등을 키우고 친환경 가공식품을 공동 판매해 소득도 짭짤하다.”고 전했다. 정선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 성내천 악취만 나던 서울 강동구 성내천이 주민 휴식공간으로 살아났다. 성내천은 30여년 동안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물이 말라 하천 곳곳에 고인 물이 썩으면서 모기떼가 들끓고 악취가 풍기던 죽어 있던 하천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2002년 5.6㎎/ℓ였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지금은 3.5 이하로 내려갔다. 수량도 하루 2만t이 흐르고 각종 수중 생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 자연학습장으로 변했다. 환경부는 최근 성내천을 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송파구는 먼저 성내천을 살리기 위해 연중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을 갖췄다. 지하철 용출수를 활용해 벽천을 만들고, 올림픽공원 호수 공급용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풍납동 취수구에서 마천동 복개도로 끝까지 한강물을 끌어와 하류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4계절 물이 흐른지 5년 만에 자연생태하천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천이 살아나고 주민들이 모여들자 자전거 도로, 음악 분수, 조깅로 등의 시설도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종합 레저공간으로 바뀌었다. 현재 성내천에는 쇠뜨기·환삼덩굴·갈대·부들 등 식물 189종이 서식하고 있다. 할미새·왜가리·청둥오리·꿩 등 8종의 조류와 붕어·미꾸라지 등 물고기도 살 정도로 생기가 넘친다. 평소 하루 자전거 도로 및 조깅로를 이용하는 주민이 5000여명에 이르고, 여름철에는 물놀이장에 2만여명이 모일 정도다. 성내천을 살리기까지는 예산 뒷받침도 중요했지만 뭐니뭐니해도 환경운동연합 송파생활실천단 등 9개 환경단체와 지속적인 자연정화 활동을 편 주민 1200명의 공이 컸다. 송파구와 주민·환경단체는 책임구역을 정해 관리하고 각종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살아 있는 하천으로 복원된 성공적인 사례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자연생태·생태복원 우수마을은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제도는 우수한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고 주민들의 노력으로 자연친화적 생활양식을 이끌어가는 마을을 찾아 지원하는 사업이다.‘자연생태복원우수마을’은 이미 망가진 생태계를 친환경 공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되살린 곳을 말한다. 환경 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만들어 엄격한 현장 심사를 거쳐 지정된다. 환경부는 올해 강원도 정선 달뜨락마을 등 19곳을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서울 송파구 성내천을 생태복원우수마을로 각각 지정했다.2001년 제도를 도입 이후 생태우수마을 60곳, 복원우수마을 18곳이 지정됐다. 환경부는 이들 마을에 지정서를 주고 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지자체는 마을 공동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우수마을로 지정되면 관광객이 몰리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팔 수 있어 주민 소득 증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환경기초시설 설치 사업 등을 지원받는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신출귀몰 도굴꾼…11년간 무덤 300기 도굴

    신출귀몰 도굴꾼…11년간 무덤 300기 도굴

    “전문적인 도굴꾼 행세를 하려면 적어도 국가 문화재의 명칭과 위치,등급,제작 연대 등은 줄줄이 꿰고 있어야죠.이를 바탕으로 ‘국가 고묘(古墓·고대 무덤)유적지 분포 현황’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참고하라고 건네줬습니다.” 중국 대륙에 10년 이상 고대 무덤 수백기를 흔적도 없이 도굴,신출귀몰한 솜씨를 보여주던 전문적인 유적 도굴단이 붙잡혀,그들의 무자비한 문화재 훼손 행위가 낱낱이 공개되는 바람에 충격 속에 휩싸였다.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등지에서 2500년 전인 춘추전국 시대부터 진(秦)·한(漢)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묘 수백기를 무차별 도굴한 혐의로 중국 최대 규모의 전문 도굴 조직이 공안당국에 체포됐다고 화상보(華商報)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 전문 도굴단은 지난 11년 동안 산시성 옌안시·웨이난(渭南)시·인촨(銀川)시 등 3개시 8개구·현을 넘나들며 300기 이상의 고묘를 무자비하게 도굴해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특히 이들 도굴단은 고묘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담긴 ‘고묘 유적지 분포 현황’이라는 소책자를 자체 제작해 배포,도굴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경악케 했다. 전문 도굴단의 총책은 장무(張木)씨와 판광샹(范光祥)씨.이들은 휘하에 25명의 전문 도굴꾼들을 거느리고 무차별 고묘를 파헤쳐 턴 도굴단 보스들이다.고종사촌인 이들중 장씨는 옌안시에 번듯한 골동품 가게를 열어놓고 도굴품을 사들인 뒤 시장에 밀매해왔으며,판씨는 도굴 유적지를 지정한 뒤 휘하 도굴꾼들의 도굴을 총지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옌안시 공안분국에 따르면 이들 전문 도굴단은 지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옌안시 황링(黃陵)현·웨이난시 바이수이(白水)현·인촨시 등 3개시 8개구·현에 있는 춘추전국시대∼진·한나라시대의 고묘 300기 이상을 도굴,국가급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밀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부터 국가 2급 문화재 3건,18건의 국가 3급 문화재 등 모두 71건의 국가급 문화재를 압수했다.이들은 고묘를 도굴한 뒤 동정(銅鼎)·동검(銅劍)·청동수(靑銅獸) 등 국가 보호 주요 문화재들만 전문적으로 도굴해왔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공안분국은 전했다. 더욱이 이들 도굴단은 ‘고묘 유적지 분포 현황’이라는 고묘 유적지 전문 책자를 만들어 돌려보며 도굴 대상을 선정했을 정도로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300쪽 분량의 이 책자는 일련번호 별로 명칭,상세한 위치,제작 연대 및 국가보호 문화재 등급 등 5∼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산시성내 270개 주요 고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완벽하게’ 실려 있다. 이들이 거둔 가장 ‘혁혁한 전공’은 지난 2004년말 도굴건이다.판씨는 휘하 3명을 데리고 고묘가 곳곳에 산재돼 있는 옌안시 황링현으로 찾아갔다.승용차 기름이 떨어져 산등성이 위에 있는 주유소에 들렀다.판씨는 주유소를 빠져나와 일망무제로 펼쳐진 주위를 둘러보며 심호흡을 하던중 문득 근처에 한나라시대의 유명한 고묘가 있다는 떠올리고는 ‘한탕’하기로 작정했다. 날이 어둡기를 기다린 이들 4명은 어슬렁어슬렁 고묘 쪽으로 다가갔다.이들은 쇠꼬챙이 등으로 고묘를 탐측한 결과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감을 잡았다.땀을 뻘뻘 흘리며 3∼4m쯤 고묘를 파내려간 이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곳에는 동정·동검 등 국가보호 문화재 들이 쏟아져 나왔다.이들이 몇 시간 동안 도굴,밀매한 문화재의 가격만도 5만 위안(약 600만원)이 넘었을 정도다.이때부터 이들은 “산 위에 재물이 있다.”는 조직 모토를 만들어 이에 충실하고자 하는 맹서까지 했다.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완벽하게 도굴해오던 이들이 꼬리를 잡힌 것은 실로 우연한 일이었다.옌안시 공안당국이 지난해 10월 공안당국 주요 인물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자,11월 초 한 라오바이성(老白姓·시민)이 장젠(張劍) 정치위원회 국장에게 제보해왔기 때문이다. 공안당국은 즉각 을 장 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TF팀을 구성,특별 수사에 나섰다.1개월여에 걸친 정밀 수사 끝에 이들 전문 도굴단의 실체를 포착,체포했다. 장 국장은 “이들 도굴단의 무자비한 도굴로 옌안시의 지하 고묘들중 훼손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을 정도로 옌안시의 문화재가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며 “고묘가 있는 어떤 산은 도굴 구멍이 1000여개 이상이 나 있어 만신창이가 돼 있으며,어떤 고묘의 경우 600∼700m 깊이까지 파내려가 도굴하는 솜씨를 발휘,수사팀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도굴돼 훼손 된 산에는 도자기 등 고대 문화재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으며,2000년전의 시체들도 곳곳에 흩어져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춘추 전국시대의 황량한 전쟁터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판씨는 “지금부터 11년전 동네 주민 한 사람이 도굴해 짭짤한 재미를 보길래 ‘다른 사람이 도굴하는데,나는 왜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도굴에 발을 들여놓아 결국 ‘도굴 인생’이 시작됐다.”며 “처음 도굴을 시작했을 때는 겁이 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간이 커져 무서운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많은 고묘를 도굴했는데,범법 행위가 되는 줄 몰랐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물론 범법행위인줄을 알았지만,너무 오랫동안 잡히지 않다보니 범죄라는 사실에 대해 감정이 무뎌졌다.”고 덧붙였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새해 초 ‘국회는 없다’ ?

    새해 초 ‘국회는 없다’ ?

    대선이 열리는 새해 벽두부터 국회 일정과 민생·개혁 법안이 정치논리에 밀려나게 됐다. 정치권 일각의 ‘1월 부동산 임시국회’제안은 국회의원들의 무더기 외유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국회법상 매 짝수달 1일 소집하도록 돼 있는 임시국회도 열린우리당의 ‘2·14 전당대회’일정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새해 첫 국회는 2월 중순 이후에나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야간 정쟁으로 해를 넘긴 로스쿨법, 사법개혁관련법,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 등 주요 민생·개혁 법안은 또다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게다가 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대선 샅바싸움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래저래 새해 국회는 만신창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연말 모처럼 정치권에 생산적인 정책 경쟁을 가져온 ‘부동산 해법’논의도 탄력을 잃게 됐다.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여야는 1월에 조속히 임시국회를 열어 각당을 대표하는 부동산 관련 법안을 놓고 서민과 중산층의 내집마련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닷새전 “본격 대선국면과 3,4월 이사철을 앞둔 1월에 부동산 정책을 다룰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에 화답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여야를 통틀어 절반 이상이 입법활동에 참고한다는 명분으로 속속 외유길에 올라 ‘1월 부동산 국회’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이날 “현실적으로 1월 국회는 불가능하고, 과거에 1월 국회가 열린 적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2월 임시국회도 우리당 전당대회 이후인 20일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아! 어머니”

    “아! 어머니”

    하이응우옌은 지난 9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녀의 손에는 600달러와 아들이 LA 인근 샌타애나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봉투, 빛바랜 아들의 옛 사진 1장이 쥐어져 있었다. 남편이 공산당에 살해되자 하이응우옌은 “너는 살아야 한다.”며 16살 된 맏아들 투안을 밀항선에 태웠다. 배가 난파되면서 말레이시아까지 쫓겨간 투안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미국에 정착했다. 아들은 4년 전 시계 수리공으로 일한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그녀는 2001년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2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자 수술과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삶이 연장될수록 잃어버린 아들을 찾겠다는 소망은 커져갔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에 온 그녀는 아들의 옛 주소지부터 찾았다.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녀는 매일 수㎞ 이상을 걸었다. 유일하게 아는 영어인 ‘소리(sorry)’를 외치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전단도 뿌렸다. 오래지 않아 여행 경비도 떨어졌다. 그러나 아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얘기는 베트남인들이 모여 사는 LA 웨스트민스터의 ‘리틀 사이공’에 알려졌다. 지역 라디오에도 사연이 방송됐다.1000달러의 성금이 모아졌다. 웨스트민스터 경찰은 투안이 강도를 저질러 수감된 뒤 석방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교도소에 있으면서도 어머니에게 ‘잘 지낸다.’는 편지만 보낸 것이다.LA를 헤매던 그녀에게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너제이에서 아들을 봤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하이응우옌은 새너제이 거리의 노숙자들을 뒤졌다. 지난달 19일 담요를 뒤집어 쓴 채 식당에서 구걸을 하던 한 노숙자를 찾아냈다. 바로 아들이었다. 하이응우옌이 껴안으려는 순간 아들은 “왜 노숙자를 안으려고 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투안은 초점이 흐린 눈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의 주머니에는 단돈 69센트가 들어 있었다. 하이응우옌은 현재 아들과 새너제이의 한 베트남 사원에 머물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아들을 병약한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 돌보고 있다. 하이응우옌은 비자가 만료되는 내년 1월 전에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에 돌아갈 계획이다. 정신이 혼미한 투안은 그녀를 처음에는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녀의 눈엔 뜨거운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투안과 생활한 지 5일이 지난 날 하이응우옌은 지난 20년 동안 간절하게 원했던 목소리를 들었다.“어머니”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상처만 남기고 끝난 전효숙 파문

    정국 파행의 핵이었던 전효숙 파문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철회로 종지부를 찍었다. 노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내정한지 103일, 그리고 임명 절차가 문제가 돼 국회가 파행을 겪기 시작한지 82일 만이다. 이 짧지 않은 기간 국정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초유의 헌법재판소장 공백사태는 물론 사법개혁, 국방개혁 등 국가운영의 미래와 직결된 현안들이 꽁꽁 묶였다. 노 대통령의 전효숙씨 지명 철회는 한나라당의 실력저지에 막혀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막다른 상황에서 그나마 국정의 숨통을 트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노 대통령과 여야의 잘잘못을 지금 따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편법 인사와 한나라당의 물리력 행사의 문제는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 왔다. 전효숙 파문의 본질은 이런 절차의 잘잘못을 떠나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양측의 정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을 뿐더러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그 궁핍한 정치철학이 정국을 이런 몰골로 이끈 것이다. 전씨 지명이 철회되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부당한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만시지탄으로, 정부는 백배사죄하라.”고 했다. 게다가 이번 지명 철회와 청와대의 여야정치협상회의 제안에 응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 된 처지로 보기 민망하다. 여야 모두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백배사죄할 일이건만 여전히 이들 눈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전효숙 파문이 일단락됐지만 정국에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 임명 논란 등 또다른 걸림돌이 놓여 있다. 노 대통령은 전씨 지명철회로 할 일 다했다는 자세를 가져선 안 된다. 후임 헌재소장에 여야가 함께 수긍할 인사를 지명함으로써 정파를 아우르는 국정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도 겸허한 자세로 국회 정상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 철회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 철회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끝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 8월16일 헌재 소장으로 지명된 이래 3개월 11일 동안 정치적 상흔만 남긴 채 ‘전효숙 카드’를 접은 셈이다. 따라서 지난 1988년 헌재 출범 이래 첫 여성이자 최연소 소장을 꿈꿨던 전 소장 후보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만신창이가 돼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노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지명철회라는 기록을 남겼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은 오늘 오후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로부터 지명철회 요청을 받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방적 지명철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 소장 후보의 요청에 따른 지명철회’의 수순을 밟은 것이다. 전 소장 후보의 지명철회는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 등 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소장 후보는 이날 오후 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부담을 덜고 헌법재판th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전 소장 후보는 또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글을 통해 “이유가 어떠하든, 더 이상 헌법재판소장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므로 제가 후보 수락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17회)인 전 소장 후보의 지명은 처음부터 ‘코드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지명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 논란과,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재판소법의 위배 여부 등 법적 하자 문제로 번지면서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한나라당의 국회의장 단상점거로 두차례에 걸친 국회 본회의의 임명동의안 상정은 무산됐다. 지루한 정치적 공방이 계속되다 결국 노 대통령이 아닌 전 소장 후보의 결단으로 사태의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 “국정혼란을 피하고 파행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결정”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코드에만 집착한 인사관행을 과감히 탈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민주노동당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청와대가 나름대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공급 늘리되 ‘세금폭탄’은 유지

    공급 늘리되 ‘세금폭탄’은 유지

    현 부동산 정책팀이 마침내 손을 들었다. 집값 폭등, 정책의 신뢰성 상실, 정치·경제·사회 불안 초래 등을 단순한 주택정책 실패로 국한하지 않고 현 정부의 총괄적인 정책 실패 공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민심을 받아들여 노무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주는 동시에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국 타개책으로도 해석된다. 이들의 퇴진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도 된다. 추 장관과 정 보좌관은 각각 행정부와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책임자여서 형식은 사의를 받는 것이지만 사실상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추궁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퇴진을 계기로 주택공급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운영의 주도권을 건설교통부와 청와대에서 재정경제부로 넘기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참여정부에서 수요억제 정책에 눌려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던 공급확대 정책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추병직 장관은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1∼2년 동안 민간부문의 공급량이 줄고 주차장법 강화 등으로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줄었다.”면서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른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공급확대 정책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하지만 재건축규제와 세제강화 같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새 부동산 정책팀이 만신창이가 된 부동산 정책 난맥상을 제대로 풀고 시장을 연착륙시킬지는 미지수다. 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공공택지확보 등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 건설 등과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을 무리없이 추진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새 부동산 정책팀에 거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문은 다양하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왕 공급 대책으로 선회했다면 앞으로 나올 신도시는 분당 신도시보다 생활환경이나 기능 측에서 더 낫게 지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단기 집값 안정을 위해 무리한 정책으로 시장을 거스르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게 도와 주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류찬희 주현진기자 chani@seoul.co.kr
  • [씨줄날줄] 엘니뇨 경제

    기후가 역사를 바꿔 놓았다면 믿을 수 있을까.‘엘니뇨-역사와 기후의 충돌’의 저자인 로스쿠퍼 존스턴은 중국 명나라의 멸망은 1641년에 발생한 엘니뇨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당시 명나라에는 엘니뇨에 의한 혹독한 가뭄으로 굶어 죽는 백성이 속출하는 바람에 몰락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이어 들어선 청나라의 멸망도 1878년에 발생한 엘니뇨가 대기근을 몰고 온 게 결정타였다고 한다.1812년과 1941년에 각각 러시아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폭설과 혹한에 갇혀 참패한 원인도 결국 엘니뇨 탓이란다. 엘니뇨는 전 대륙에서 혁명·대이주·식량부족 등의 원인을 제공해 역사의 줄기를 바꿔놓았다는 존스턴의 주장은 그럴듯하며 상당한 근거도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페루 인근지역에서 주로 시작되며 바닷물의 온도가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방해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1973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세계 1위이던 페루의 수산업을 몰락시키고 이 나라 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페루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안초비(멸치류의 작은 물고기)는 가축의 사료용이었는데, 이게 떼죽음을 당하자 미국의 축산 농가들이 콩을 대체사료로 대거 사들이는 바람에 한국도 한바탕 콩값 파동을 겪었을 정도였다. 역사를 바꿀 만큼 무서운 엘니뇨가 올 연말과 내년 초 사이에 또 발생할 것이란 예보다. 그래서 나라마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는 물론이고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벌써 투기자금은 국제곡물시장에 몰려들고, 밀과 옥수수 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곡물 수입의존도(73%)가 높은 우리나라는 불황에다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까봐 걱정이다.1998년과 2003년에도 엘니뇨 때문에 경제가 고전한 터라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엘니뇨가 있었던 1998년에 GNP 9조달러의 11%인 1조달러가 날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산업의 70%가 날씨 영향권에 있다는데, 변변한 엘니뇨 전문연구기관 하나 없으니 올해도 꼼짝없이 당해야 할 신세다.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련 극복 ‘오뚝이’ 문동환 선발로…중간 계투로…

    문동환(34·한화)에겐 ‘회춘’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부상으로 버림을 받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그의 야구 인생은 한 편의 소설이나 다름없다. 올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당발’처럼 뛰는 그의 모습에서 프로 초년병 시절의 파괴력마저 느낄 수 있다. 문동환은 올 정규리그에서 무려 16승(9패1세)을 챙겼다. 팀 후배인 ‘괴물 루키’ 류현진(18승)에 이은 다승 2위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에선 그의 진가가 더욱 빛났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 루키임을 감추지 못한 채, 기대를 저버린 사이 문동환은 중간계투로 변신해 고비마다 승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역시 큰 경기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문동환은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했다. 초반에는 선발로 두 차례 나왔지만 신통치 않았다. 첫번째는 5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승패없이 물러났고, 두번째는 무려 방어율 15.00을 기록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이후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꿔 팀 승리의 방정식을 만들었다.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구원승을 올렸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4차전에서도 2와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그리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3과3분의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버텼다. 중간계투로 3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0’다. 문동환은 생애 첫 챔피언 등극을 꿈꾼다. 롯데 시절인 1999년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지만 ‘새가슴’이란 오명으로 1패만을 기록, 우승 문턱에서 돌아선 아픈 기억이 있다. 시련이 길었던 탓에 문동환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1997년 프로에 데뷔해 순탄한 출발을 이어갔다. 프로 2,3년차에 각각 12승과 17승을 쌓으며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0년 팔꿈치 부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 해 인대 제거수술에 이어 2년 뒤에는 인대 접합수술을 받아 팔은 만신창이가 됐다. 결국 2003년 롯데로부터 버림을 받아 야구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한물갔다.’는 평가와 함께 ‘퇴물’로 취급받던 그는 2004년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거듭났다.‘재활공장’이라는 김인식 감독을 만난 것도 그에겐 큰 행운이었다. 지난해 10승을 올리면서 보란 듯이 일어선 문동환은 정규리그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눈부시게 활약, 진가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것. 한화가 우승을 일궈낸다면 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승부의 분수령인 삼성-한화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25일 오후 6시 대전구장에서 열린다. 삼성은 하리칼라, 한화는 최영필을 선발로 예고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靑 U턴에도 식지않는 ‘전효숙 공방’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인준을 둘러싼 국회 갈등이 청와대의 ‘U턴’ 이후에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청와대의 인사청문 요청서 제출이 합의처리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보다 여야간 명분과 실리쌓기의 빌미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법 절차의 하자를 바로 잡기 위해 헌재재판관으로서의 전효숙 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청와대는 “재판관 청문회 이후 헌재소장 청문회를 다시 실시할지는 국회의 몫”이라고 밝혔다.“인물의 평가는 표결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종전 원칙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의 청문 요청서 제출 이후에도 여야간 셈법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의 ‘헌재재판관’ 청문회가 한나라당의 반대 등으로 파행을 겪게 되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30일간 국회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다음달 11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도 예정대로 치러질 수 없다는 것이다.인사청문회법 제6조는 헌재재판관 청문요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국회가 부득이한 사유로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는 최장 10일간 유예기간을 둔 뒤 바로 헌재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사위 청문회가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의 사회 거부 등으로 난항을 겪게 되면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과 표결 처리’라는 강경 기류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우리당 원내 관계자는 밝혔다. 청와대의 ‘U턴’ 이전에 세웠던 ‘9월말 이전 처리’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람의 문제는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표결에 임하지 않고 ‘그 사람은 안 된다.’라는 것은 국가 기초를 흔드는 억지”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현 지도부의 논리를 공식 지지하는 등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국 엔지니어링클럽 협회 초청 강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자진사퇴나 지명철회가)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헌법을 지키는 것을 생명으로 생각해야 하는 헌법재판소가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하면 되겠느냐. 지금은 (헌재가)만신창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중재역을 자임한 군소 3당 내 미묘한 기류도 변수로 떠올랐다. 원내 11석으로 3당인 민주당이 표결 처리를 주장하는 민노당과 다른 기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 대표단회의에서는 “청와대가 청문회를 다시 요청한 것은 정당하지만, 자질 문제는 그와 별개”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유종필 대변인은 “표결처리되더라도 헌재소장이 임기 내내 법절차 위반 시비에 휘말려 헌재의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자진사퇴가 맞다.”면서 “법사위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표결 참석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박홍기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포항건설노조 파업,83일간 상처만 남기고…

    경북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사태가 20일 마침내 종결됐다. 지난 6월30일 파업 이래 83일째 만이다. 포항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남구 근로자종합복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지난 19일 노사간에 타결된 ‘새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67.6%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김진배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참가 노조원 1633명 중 찬성 1104표, 반대 519, 기권 10표로 최종 집계됐다.”며 합의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파업으로 중단됐던 포항제철소내 34개 공사현장이 21일부터 정상화된다. 시민들도 추석전 막판 타결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합의 내용은 최대 분회인 전기·기계분회의 경우 임금 5.2% 인상과 재하청 금지, 시공사참여제도 폐지 등 지난달 12일 잠정합의안에다 ‘조합원 우선채용’ 조항을 추가해 6개항에 합의했다. 토목분회도 ▲1일 8시간 근로 ▲일당 3000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 ●파업의 상처는 노사는 물론 포스코와 지역상인 등 포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무엇보다 포항은 이번 파업으로 ‘파업도시’로 각인됐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됐다. 포스코는 노조원에 의한 초유의 본사점거로 발생한 직접 피해액만도 16억 3278만원에 달한다. 파업기간 하루 46억원의 기회손실 비용이 발생, 총 350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다 대외신인도 하락과 이미지 추락 등 무형의 손실도 막대하다. 횟집 등 식당과 업소는 물론 생계형 자영업자까지 ‘여름특수’ 실종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파업 근로자도 피해가 커 노조원 1명 사망과 68명이 구속됐으며, 시위 과정에서 노조원과 경찰 수백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포항전문건설협회 업체들도 노조원들의 장기파업으로 인해 부도위기로 몰리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남긴 과제는 무엇보다 이번 파업으로 시민과 노조원들 사이에 큰 불신이 쌓였다. 노조원들은 ‘시민들이 지나치게 몰아붙였다.’고 불만인 반면 시민들은 ‘노조원들의 불법파업으로 포항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비난하고 있다. 노·노간의 갈등도 본격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노조 집행부에 반발한 상당수 노조원들이 한국노총 계열의 새로운 노조를 출범시킬 예정이어서 노조간 헤게모니 쟁탈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측도 기존의 특정업체 공사발주 방식에서 벗어나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측이 주장하는 하중근씨 사망원인 규명과 구속자 석방, 포스코의 손배소 철회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데스크시각] 그래도 씨름은 계속돼야 한다/김민수 체육부장

    모래판이 또 진흙탕으로 변질됐다. 최근 한국씨름연맹이 천하장사 출신의 이만기 인제대 교수에 대해 ‘영구 제명’이라는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이 교수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씨름판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물론 모래판의 내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민속씨름이 조금이나마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터라 씨름을 아끼던 팬들의 실망은 분노로 치달았다. 씨름판은 이제 곪아 터지기를 수차례 반복, 결국 극단의 메스를 가해야 할 결단의 국면을 맞은 셈이다. 이번 사태는 씨름연맹이 지난 4일 이 교수가 연맹을 부정하고 유사단체인 한민족씨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역모(?)’를 꾀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재기 연맹 총재의 명예를 실추시켜 영구 제명의 징계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씨름판이 잘 되라고 쓴소리를 한 것뿐”이라며 분개했다. 이어 천하장사 타이틀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이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민속씨름동우회의 이봉걸, 김칠규, 이승삼 등 왕년의 스타들도 가세해 파장은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모두 씨름판을 벼랑으로 몰고간 ‘공범’이라는 생각이다. 민속씨름은 23년 전인 1983년 닻을 올렸다. 거구들을 무 뽑듯 번쩍 들어올리는 놀라운 힘과 현란한 기술로 단숨에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했다. 당시 모래판 중심에는 ‘전설’이나 다름없는 이번 사태의 당사자 이만기가 있었다.‘인간기중기’ 이봉걸과 펼치는 ‘다윗과 골리앗’의 한판 승부는 팬들을 매료시켰고 아직도 ‘백미’로 꼽힌다. 화려한 유년기를 보낸 씨름이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더니 90년대 말 ‘IMF사태’로 프로팀들이 도미노처럼 해체돼 위기에 내몰렸다. 게다가 씨름계는 ‘네탓이오.’라며 자중지란의 모습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습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국기(國技)인 씨름이 결코 방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안주했다. 급기야 장래는 물론, 생계의 위협까지 느낀 일부 선수들이 이종(異種)격투기로 무대를 옮기기 시작했다.‘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의 K-1 진출은 충격이었다. 천하장사 출신인 그가 샅바를 버리고 링에 올라 발과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당시 팬들은 찬반 양론으로 들끓었지만 최홍만은 단호했다. 씨름판이 더 이상 밥을 먹여줄 수 없고, 선수 생명이 짧은 만큼 뭉칫돈이 절실했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강변했다. 최근 전격 프라이드로 진출한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이 던진 충격은 더했다. 한 달도 채 안돼 데뷔전에 나선 그는 생전 한번 써보지 않던 주먹을 어설프게 휘두르다 만신창이가 됐다. 이 교수는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맹이 모래판을 망친 탓에 간판스타가 엉뚱한 곳에서 뭇매만 맞았다는 것이다. 연맹의 무능도 문제지만 이 교수 등 재야 씨름인들 또한 목소리만 높였을 뿐,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속씨름동우회는 관계자와 언론, 팬들까지 망라해 씨름 부활을 위한 공청회를 열자고 수차 제안했다. 연맹은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릴 것을 우려했는지 이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김 총재는 지난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려할 만큼의 내분이 아니다.”며 파문을 가라앉히는 데 급급했다. 연맹과 재야씨름인의 이번 갈등과 반목은 결국 집행부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게 사실이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이 모래판에서 재현된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무엇보다도 천하장사를 꿈꾸며 모래판에서 구슬땀을 쏟는 꿈나무들의 시선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씨름 관계자 모두 그들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씨름판을 살릴 묘수 찾기에 골몰해주길 기대한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인 씨름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수 체육부장
  •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X들의 종착역은

    “세상에,이보다 더 나쁜 XX들이 있을까.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입을 막기 위해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버렸다고?” 중국 대륙에 3명의 건달들이 어린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공안(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두려워 수십m 절벽 아래로 밀어뜨렸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주변 사람들이 이들의 짐승같은 행위에 치를 떨고 있다. 중국 징룽(睛隆)현 화궁(花貢)진에 살고 있는 3명의 왈패들이 이 동네 여중생을 성폭행한 다음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뜨려 살해했다가 붙잡혀 살인죄·강간미수죄 등의 혐의로 쇠고랑으로 찼다고 광주일보(廣州日報) 인터넷 신문인 다양(大洋)망이 최근 보도했다. ‘희대의 나쁜 놈들’로 통칭되는 장본인들은 루즈훙(陸志洪)·즈신(志新)·지쑹(志松) 등 세 사람.이들 3명의 왈짜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못되고 나쁜 짓만 골라 저지르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로부터 ‘내놓은 자식’이라는 말을 듣고 있을 정도로 나쁜 X들이다. 사건은 지난 1월6일 오후 6시쯤 발생했다.이들 건달 3명은 이날 술막에서 불콰하게 마신 다음 즈신이 모는 오토바이에 즈훙과 즈쑹이 타고 대낮부터 기분을 내며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녔다. 이들은 이웃 마을로 접어드는 녹음이 우거진 산모롱이에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한바탕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이때 앞쪽에서 여중생 두 명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본 순간 이들 세 명은 갑자기 사악한 기운이 몸에 뻐쳐 2명의 여중생에게 다가갔다.이들 여중생은 장(張)모양과 천(陳)모양으로 이웃 마을에 놀러갔다가 되돌아오는 길이었다.이들 왈패는 일단 여중생을 정지시킨 다음,이들 소녀를 욱대겨 바로 뒤쪽 녹음이 우거진 숲속을 끌고 갔다. 숲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자,잡혀가던 두 명은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엿봤다.틈을 노리던 두명의 소녀는 건달들이 자기들끼리 키덕키덕 거리며 한눈을 파는새 냅다 뛰었다.하지만 천양은 운좋게 도망할 수 없었지만,장양은 결국 잡히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이들 왈패는 장양을 데리고 가 성폭행을 자행했다.그녀가 죽을 힘을 다해 반항을 해보았지만 허사였다.세 명의 장정을 어떻게 당해내겠는가. 성폭행한 뒤 이들은 장양을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면 공안에 신고할 것이라고 판단,입을 막기 위해서는 살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해서 천하에 못된 XX들은 성폭행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장양을 질질 끌고 절벽 위로 올라가 아래로 밀어버렸다. 그러나 모든 일이 사필귀정이듯,이들의 악랄한 죄상도 영원히 비밀이 될 수는 없는 법.이들 세 명의 정말 나쁜 X들은 자신들의 마수를 탈출한 천양의 신고로 끝내 ‘은팔찌’를 차게 됐다.주범인 즈훙은 사형,종범인 즈신과 즈쑹은 각각 징역 13년과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온라인뉴스부
  • [사설] 학생 200대 때리는 교사 형사처벌 해야

    대구의 어느 고교에서 교사가 보충수업에 늦게 온 3학년 학생들을 교편(敎鞭)으로 100대씩 매를 때렸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학생은 머리카락이 학교규정보다 길어 100대를 더 맞아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교육을 위한 체벌이라지만 이는 사회통념을 한참 벗어난 폭력에 다름아니다. 교육을 빙자해서 학생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가 여전히 교단에 서 있다는 현실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체벌을 가한 박모(35) 교사는 평소에 학생들을 심하게 때렸다는 데도, 동료 교사나 교감·교장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박 교사가 이 학교 재단이사장과 교장의 동생이어서 주변 교사들이 주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이를 방치한 것은 교육자로서, 사도(師道)를 걷는 스승으로서, 명백하고도 집단적인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박 교사의 상습폭력이 입소문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과연 정상적인 학교인가. 학생 체벌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우리는 순수한 교육적 목적이면 적정 수준의 체벌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학생의 잘못이 엉덩이가 만신창이되도록 두들겨 맞을 정도로 컸는지,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처사다. 대구시교육청이 진상을 조사 중이고 박 교사가 사과와 함께 처벌 감수를 밝혔다고 하나, 이와는 별개로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폭력교사’에게는 교단 퇴출은 물론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16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지도 61년이 흘렀다. 두 세대를 넘겨 지속되고 있는 이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문제는 늘 우리 사회의 중심 담론이 되어 왔다. 광복 61주년을 보내며 최근에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저서를 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우리의 분단체제에 관해 생각해 본다.   ●문화 예술 36.5(EBS 오후 10시5분) 새로운 문화예술 단지로 떠오르고 있는 장흥 아트파크. 극단 사다리와 함께 동화 구연도 하고, 가족과 함께 가구 만들기 체험 등 문화 예술 공간에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장흥 아트파크를 찾아가 본다. 또 90년대 말 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을 받은 소설가, 김영하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돌아와요 순애씨(SBS 오후 9시55분) 순애는 현우가 초은이 문제로 상의할 일이 있다고 연락을 하자 가슴이 뛴다. 하지만 순애는 현우가 자신을 누나로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자 자신을 몰라보는 현우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한편, 순애는 초은이 스튜어디스 경력직 모집에 원서를 제출하자 찬이와 집안살림은 어떻게 할 거냐며 따진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상미는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심사위원들 앞에서 춤추고, 렉스는 무심히 낙서만 하고 있다. 렉스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고, 최사장과 곡 선정 문제로 말다툼한다. 상미를 중간평가에 합격시키라는 최사장의 말에 렉스는 얼굴이 굳어버린다. 상미는 최사장이 렉스를 협박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사채업자들의 횡포 탓에 만신창이가 된 주리는 창안을 찾아와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고민끝에 선영의 병실까지 찾아 가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돌아선다. 한편, 진진의 뒷조사를 통해 집안을 알게 된 영규어머니는 진진을 만나 돈을 줄테니 그만 떨어지라고 말하는데….   ●수요기획(KBS1 오후 11시40분) 네팔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스물아홉 신랑 이승복과 스물여섯 신부 이정여. 결혼하자마자 네팔로 4개월간의 신혼여행을 떠난 그들의 목적은 여행이 아니라 봉사다. 허니문의 달콤함보다는 앞으로 함께 할 인생설계를 신혼여행의 목적으로 선택한 별난 젊은이들. 그들의 신혼여행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드림팀 매직쇼

    미국 남자농구는 서울올림픽에서 전설적인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가 이끄는 러시아에 일격을 당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대니 매닝과 데이비드 로빈슨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선 데다 다른 나라를 몇 수 아래로 깔보았던 그들의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사보니스를 비롯, 미프로농구(NBA)에 숱한 선수들을 공급해 온 유럽농구의 강자가 바로 구 소련에서 분리된 인구 343만명의 리투아니아다. 리투아니아와 미국의 악연은 제법 질기다.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 2점차 접전을 펼쳐 ‘드림팀’을 피마르게 했고,4년뒤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선 94-90으로 눌러 미국의 자존심을 뭉개 버렸다. 비록 3·4위전에서 미국이 승리해 체면치레를 했지만 실추된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꼭 2년 만에 두 나라가 한국땅에서 만났다. 공식대회가 아닌 친선경기 성격이 강했지만 자존심이 걸린 탓에 세계선수권 못지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경기는 끈적끈적한 수비를 앞세운 미국의 압도적 우세로 진행됐다. 미국은 2년 전의 미국이 아니었다. “40분내내 풀코트프레스(전면강압수비)를 쓸 수도 있다.”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의 말은 흰소리가 아니었다. 미국수비는 앞선에서 상대 포인트가드에게 찰싹 달라붙어 공격밸런스를 무너뜨렸고, 외곽에서도 슈터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슛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공격에선 무리한 돌파보다는 번갈아 경기조율을 맡은 커크 하인릭(10점)과 드웨인 웨이드(14점 4어시스트)가 공들여 ‘작품’을 만들어갔다. 리투아니아는 최고 수준의 센터진을 구축한 팀이지만 미국은 파워포워드들의 협력수비로 상대 침투를 봉쇄했다. 결국 리투아니아는 철저하게 외곽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설상가상 3점슛의 성공률(29%)마저 저조했다. 되레 미국은 13개의 3점슛(성공률 46%)을 상대 림에 쏙쏙 집어넣어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미국이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비타500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에서 리투아니아를 111-88로 대파,‘아테네의 치욕’을 씻었다. 또 다가온 세계선수권(8월19일∼9월3일·일본)의 강력한 우승후보임도 입증했다. 유난히 가벼운 몸놀림으로 웨이드와 ‘짝패’를 이룬 카멜로 앤서니(19점)는 팀내 최다득점을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한편 한국은 세계랭킹 6위 이탈리아를 맞아 이규섭(16점)과 김주성(10점 6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61-96으로 패했다.3일 연속 경기를 치른 탓인지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무려 23개의 턴오버를 범하는 등 집중력까지 흐트러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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