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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석의 서울살이] 한양도성을 위한 변명

    [노주석의 서울살이] 한양도성을 위한 변명

    “그럴 리가?.”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불발됐다는 뉴스를 접한 순간 말문이 막혔다. 등재 추진 과정에서 생긴 행정력 부족이나 외교력 부재인가. 아니면 “혹시?”라는 의문마저 똬리를 틀었다. 우리나라는 모두 1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문화유산을 통틀어 한양도성을 세 손가락 안에 꼽고 싶다. 등재 여부나 등재 순서와도 무관하다. 1396년에 세워져 620년 넘게 한 나라 수도 도심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 유일무이의 성곽이 세계유산 반열에 오르지 못하다니. 도성의 축조와 해체는 조선과 운명의 수레바퀴를 함께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때 궁궐을 짓고, 종묘와 사직에 고하고, 도성 경계를 쌓았듯이 일제는 경복궁 안에 조선총독부를 지어 법궁을 헐었다. 종묘를 창덕궁과 분리해 훼철했고, 사직단 제사를 폐했다. 또 도성 성곽과 성문을 뜯어냈다. 건국의 역순으로 멸국시킨 것이다. 애당초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을 때 한양도성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의 결핍이었다. 한양도성은 일제강점기에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파괴 공작에 의해 만신창이가 됐고, 산업도시화 과정에서 외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조선 초 10만명의 도시가 1980년대 들어 인구는 100배, 면적은 30배 급팽창한 코스모폴리스가 되면서 중세 봉건도시의 성벽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심을 둘러싼 4개의 산능선을 따라 지어졌기에 그나마 온존했고, 지금 70%가 원형 유지 또는 복원·중건된 것만 해도 거의 기적에 가깝다. 세계유산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소속 전문가 14명은 사전심사에서 한양도성에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렸다. 우리가 걱정하던 진정성이나 완전성 그리고 보존·관리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와 행정 시스템 구비 미흡 때문이 아니었다. “탁월(outstanding)하며, 보편적(universal)이고, 뛰어난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터무니없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600여년간 유지됐지만 행정적으로 관리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볼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도 보탰다. 승복할 수 없다. 심사 과정에서 한양도성의 차별성과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점은 우리가 반성하고 곱씹어 봐야 하겠지만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없다는 논리는 가당찮다. 중국이나 일본식 평지성(平地城)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식 축성 문화의 독창성을 시기하는 ‘국제적 음모론’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양도성의 등재 신청을 둘러싸고 역사 도심 보전과 개발의 논리가 부딪친 게 사실이다. 사대문 안 도심 건축물의 높이 규제와 성곽마을 개발 규제의 명분으로 작용했고, 문화사대주의 주장과 함께 등재 신청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번에 한양도성이 당한 ‘국제적 수모’에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 문화 자긍심의 문제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2019년 신청, 2020년 등재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교체기다. 등재를 추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도 2018년 5월로 끝난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바뀐 뒤의 일을 점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양도성에 심심한 위로와 다짐의 말을 건네고 싶다. “도성아! 비록 너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지만, 가치가 없다는 엉터리 평가는 반드시 바로잡으마. 진심으로 미안하다.”
  • [지금, 이 영화] ‘분노’, 믿고나서 배신 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지금, 이 영화] ‘분노’, 믿고나서 배신 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영화 ‘분노’는 제목처럼,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포스터 문구에 쓰인 대로, “믿음 불신 그리고 분노”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 작품은 분노라는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보는 것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뒤에는 이런 물음-‘무조건적인 타인의 환대는 가능한가?’라는 명제가 놓여 있다. 분노가 솟구치는 사례 중 하나는 타인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누군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우리에게 묻는다.첫째, 지바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3개월 전 가출한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윤락업소에서 일하다 만신창이의 상태로 발견된다. 그런 딸을 겨우 찾아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 요헤이(와타나베 켄)의 마음은 착잡하다. 동네 사람들은 아이코를 뒤에서 손가락질하지만, 항구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 다시로(마츠야마 겐이치)만은 그러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런데 요헤이는 자기 자신을 자꾸 숨기려드는 다시로가 수상쩍다.둘째, 도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회사원 유마(쓰마부키 사토시)는 게이 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에게 함께 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나오토는 고개를 끄덕인다. 유마는 어딘지 불안하고 애처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나오토에게 호감을 가졌고, 나오토도 본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유마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마는 나오토가 어떤 여자와 카페에서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런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나오토를 보며 유마는 혼란에 빠진다. 셋째, 오키나와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무인도에 놀러 간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와 다츠야(사쿠모토 다카라)는 그곳에 머물고 있는 배낭여행자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와 만나게 된다. 친절한 다나카에게 이즈미와 다츠야는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얼굴에 언뜻언뜻 드리우는 그늘, 다나카는 뭔가 비밀을 가진 남자처럼 보인다. 세 개의 에피소드가 교차되는 가운데, 경찰에서 공개한 살인 용의자 사진이 뉴스에 보도된다. 어찌 된 까닭인지 다시로·나오토·다나카가 그와 닮았다. 슬금슬금 모두의 마음에 의심이 깃든다. 재일 한국인 3세 이상일 감독은 “‘분노’는 스릴러 장르를 따르기는 하지만, 핵심에 있는 건 범인 찾기나 추리가 아닌 ‘믿는다는 것의 어려움’ 혹은 ‘사람을 의심해 버린 어둠’”이라고 밝히고 있다(원작을 쓴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도 후반부를 쓸 때까지 범인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분노가 치미는 사례 중 다른 하나는 타인을 끝까지 믿지 않았다가 낭패를 당했을 경우다. 그때 분노는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로 향한다. 믿고 배신당하느냐, 의심하고 고통받느냐, 그것이 분노를 둘러싼 문제다.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7년 내전 만신창이 시리아 “축구로 대동단결”

    7년 내전 만신창이 시리아 “축구로 대동단결”

    28일 한국과 7차전 ‘고춧가루’ 주의보 7년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얼마 전까지도 프로축구 경기를 다마스쿠스와 라타키아 두 도시에서만 열어야 했다. 월드컵 예선 홈 경기를 중립지인 말레이시아에서 치르는 나라가 갈수록 매운맛을 선보이고 있다. 잘나가는 나라에 언제 ‘고춧가루’를 뿌릴지 모른다.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말라카의 항제밧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1-0으로 이긴 시리아 얘기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오마르 카르빈이 담대하게도 파넨카킥으로 골문을 열었다. 시리아는 최종예선 여섯 경기에서 2득점 2실점 짠물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시리아는 승점 8로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과 대륙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다툴 수 있게 됐다. 28일 상암벌을 찾아 중국전 0-1 ‘창사 참사’로 시무룩한 한국(승점 10)과 7차전을 벌이는데 이미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슈틸리케호에 0-0 무승부를 선물했던 터라 요주의 대상이다. 리처드 콘웨이 BBC 라디오5 기자는 경기장을 찾아 관전한 뒤 카르빈의 파넨카킥을 “대표팀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그런 담대한 결정을 내린 것은 시리아의 정신력과 기질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왔다는 시리아인 5명이 우즈베키스탄 응원단 350여명에 주눅 들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 시리아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행을 뛰어넘어 자신들을 국가 단합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뭔가 기뻐할 일을 하나라도 안겨 주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글썽인 아이만 하킴 감독은 “시리아 국민의 승리”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대표팀 선수들이 내전을 피해 해외 리그에 몸담았다. 주장 아마드 알살리흐는 중국 슈퍼리그 헤난 지안예 소속이고 피라스 알카티브는 예전 알쿠웨이트에서 뛴 베테랑이며 카르빈은 중동에서 가장 이름난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힐랄의 멤버다. 그의 사촌 오사마 오마리는 다마스쿠스에 연고를 둔 알와흐다 소속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자랑한다. 오마리는 군에 징집된 뒤 국방부 산하 축구 클럽인 알와흐다에 몸담았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종예선 10경기를 치르는 숙박, 항공권 등의 비용으로 200만 달러(약 22억 4000만원)를 지원하는데 턱없이 모자라 아껴 쓰는 버릇을 들였다. 타렉 자반 코치는 자신의 월급이 100달러(약 11만 2000원)를 밑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라디오스타’ 군대 간 광희, 폭로전으로 만신창이? “관심 없다”

    ‘라디오스타’ 군대 간 광희, 폭로전으로 만신창이? “관심 없다”

    가수 광희가 입대 전 고별 방송으로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 진땀을 흘렸다. 22일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추성훈, 광희, 이지혜, 정다래가 출연해 군입대를 앞둔광희의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서 추성훈은 “갑자기 뭐 사달라고 하는 거예요. 명품관에서 만나자고”라며 광희의 사생활을 폭로했다. 광희는 손을 내저으며 부인했지만, 이어 이지혜도 “사업가 딸을 좋아했다더라. 생수 쪽 비지니스하는 집안의 딸을 좋아했던 걸로”라고 폭로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다래는 광희의 입대에 대해 “관심도 없다”라고 무표정으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늘(22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라디오스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X박형식, 더 달콤해진 로맨스… 상처 보듬는 따뜻한 위로 ‘심쿵’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X박형식, 더 달콤해진 로맨스… 상처 보듬는 따뜻한 위로 ‘심쿵’

    ‘멍뭉커플’ 박보영-박형식이 안방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17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7회에서는 박보영-박형식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순수 괴력녀’ 도봉순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끊임없이 협박을 당하는 안민혁을 지키고 도봉동 연쇄 실종사건 목격자로서 신변 보호를 위해 그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지내고 있던 상황. 도봉순과 안민혁의 동거는 위기의 상황 때 빛을 발했다. 도봉순이 강력한 프라이팬 한 방으로 안민혁을 공격하려 침입한 두 명의 괴한을 잡아낸 것이다. 괴력으로 협박범을 잡은 도봉순의 매력은 또 한 번 폭발했다. 자신을 괴롭혀왔던 협박범이 그토록 믿었던 둘째 형이란 사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안민혁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한 것. 도봉순은 놀이동산으로 그를 이끌고 슬픔에 빠진 안민혁에게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민혁을 따뜻하게 위로해줬다. 안민혁 또한 ‘괴력녀’ 도봉순의 힘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그녀를 도와 본격적으로 힘 조절 훈련에 돌입했다. 도봉순은 적당히만 쳐도 바둑알이 TV 브라운관을 뚫어버렸고, 샌드백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봉순은 힘 조절에 성공했고, 결국 안민혁의 개인 경호원이 아닌 ‘아인소프트’ 기획개발팀 직원이 되는 꿈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도봉순 안민혁 두 사람의 설렘 가득한 장면이 곳곳에 등장했다. 놀이동산 데이트 장면에서는 커플 머리띠까지 한 채 실제 연인 뺨치는 달달 분위기가 형성됐고, 힘 조절 훈련 과정에서는 링 위에 쓰러져 서로 마주보며 초밀착 상태가 되자 두 사람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다. “아무도 모르게 하자”라는 안민혁의 의미심장한 대사는 시청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한 발짝 더 다가서며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높인 박보영 박형식.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은 각각 내면의 아픔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박형식은 협박범의 정체를 알게된 뒤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박보영 역시 오열연기로 뭉클하게 만들었다. 엄마 황진이에게 “나는 막 치고 막 때리면 안 아픈지 알아? 나도 아파. 몸은 안 아파도 마음은 아프다고. 남들보다 힘 센 대신에 내 심장은 10배, 20배 더 아프다. 엄마는 왜 맨날 봉기(안우연 분)만 감싸고 도는 건데”라며 그동안 감춰왔던 울분을 토한 것. 와르르 쏟아지는 도봉순의 눈물에 시청자들도 짠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박보영 박형식은 핑크빛 로맨스로 설렘지수를 높이는 동시에, 임팩트 강한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한편 극 초반 긴장감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민혁 협박 사건의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 ‘힘쎈여자 도봉순’에는 도봉동 연쇄 실종사건 만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범인의 얼굴과 소름끼치는 범행이 낱낱이 공개된 뒤 심장 쫄깃한 스릴러로 긴장감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가운데 각성한 도봉순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 8회는 오늘(18일) 밤 11시에 JTBC에서 방송 된다. 사진=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여기는 남미] 성당 고양이 잡아먹은 남자, 징역 6개월

    [여기는 남미] 성당 고양이 잡아먹은 남자, 징역 6개월

    동물사랑이 남다른 콜롬비아에서 상습적으로 고양이를 잡아먹은 남자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현지 언론은 "콜롬비아 북서부 아마가에서 고양이를 훔쳐 잡아먹은 혐의로 기소된 남자에게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드레스 플로레스(31)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동물학대. 콜롬비아에서 동물학대로 형사처벌을 받는 건 플로레스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플로레스는 길고양이를 무단으로 잡아먹은 건 물론 이웃의 고양이를 훔치기도 했다. 또한 고양이를 잡아먹기 전 잔혹행위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남자에게 동물학대, 잔학행위, 절도 등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플로레스가 성당에서 키우는 고양이까지 훔쳐 잡아먹어 성당 어린이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반드시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로레스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자택에서 발견된 고양이뼈와 가죽 등을 경찰이 증거로 들이대자 "고양이를 잡아먹은 게 맞다"고 자백했다. 동물을 아끼는 정서가 남다른 남미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콜롬비아는 동물사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월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동물을 '감정이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법률을 공포했다. 동물을 감정과 정서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콜롬비아 형법에 따르면 동물에 대한 잔혹행위의 경우 가해자는 최고 징역 3년, 벌금 1만2000달러(약 139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남미에서 야생동물이 출연하는 서커스를 선도적으로 금지한 국가도 콜롬비아였다. 지난해 콜롬비아는 서커스에서 구출한 사자 9마리를 아프리카로 돌려보냈다. 서커스 곡예에 시달린 사자들은 이빨이 부러지고 발톱이 빠지는 등 만신창이 상태였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사설] 분열 아닌 통합의 길 가는 역량 보여 주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 짓고 오늘 오전 선고한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1일 만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헌재의 선고 결과는 당장 정치 일정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하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짓 짧아지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은 물론 ‘국민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탄핵이 기각돼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탄핵 정국 후유증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촛불’과 ‘태극기’로 쪼개진 민심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 다시 통합의 길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향유하는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제국주의의 강점과 6·25 전쟁에 이은 남북 분단으로 만신창이가 된 나라를 다시 세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놀라워하고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흘린 피의 대가다. 지금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뜻을 합쳤던 결과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오늘 헌재 선고에 승복하느냐, 불복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수십 년 전으로 뒷걸음질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으로 돌아간다. 서울 재동의 헌재 청사 앞에서 벌어지는 탄핵 찬반 진영의 시위는 선고가 다가올수록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어제도 헌재 정문 앞에서는 “탄핵 각하”를 외치는 시민들이, 그 맞은편에서는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양측은 치열한 설전을 넘어 언제라도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찬반 진영은 오늘 이곳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선고 이후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지금은 힘을 합쳐도 나라를 정상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뼈를 깎는 노력이 더해지더라도 탄핵 소추 이전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안보 및 경제 환경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헌법 가치를 부정하며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면 대한민국호(號)는 결국 항해 불능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 [新전원일기] 묵히면 돈 되는 늙은 호박… 넝쿨째 굴러온 방문객

    [新전원일기] 묵히면 돈 되는 늙은 호박… 넝쿨째 굴러온 방문객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물방울 무늬가 가득한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가 쓴 ‘호박에 대하여’라는 글의 일부이다. 오랫동안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시달렸던 그는 호박죽을 먹으면서 몸을 회복했고, 이러한 경험은 호박에 대한 찬미와 호박을 주제로 삼은 여러 뛰어난 작품의 창조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고 했던 현해탄 너머의 설치미술가 못지않게 호박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농부가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운산리에 위치한 ‘참샘골 호박농원’의 최근명(64) 대표다. 서산시가 공인한 ‘호박 명인’이기도 한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늙은 호박의 변신은 가히 예술적이라 말할 만했다.# 4전 5기 끝에 만난 복덩이 호박 한 덩이 충남 공주 출신의 최 대표가 서산에 처음 터를 잡게 된 계기는 1980년 ‘참샘골 목장’을 설립하면서다. 그는 군 복무 시절, 부대 근처에 있던 젖소 농장에서 소젖을 짜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제가 1970년대에 군 복무를 했는데 그 시절만 해도 우유를 먹는다는 게 굉장히 생소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우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당시 서산에는 ‘상아목장’이라는 큰 목장이 있었다. 제대 직후 그곳에 취업한 그는 3년 동안 낙농 기술을 배운 후 독립했다. 동네의 유명한 샘 이름을 따다 지은 ‘참샘골 목장’이라는 이름은 현재 ‘참샘골 호박농원’의 전신이 되는 셈이다. 낙농업이 유망한 산업이 되리라 생각했던 청년 최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1980년대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유 소비가 늘어났다. 송아지 5마리로 시작한 그의 목장은 젖소 50마리까지 늘어났다. 10년간 승승장구하던 그의 목장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실시되면서였다. 저렴한 수입 우유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많은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었다. 사료값도 못 건질 정도로 우유값이 떨어지자 목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 개방과 상관없는 산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토종닭 사육이었다. ‘참샘골 토종닭’을 설립해 토종닭을 방사해 키웠다. “여름에는 토종닭 장사가 괜찮았어요. 그런데 겨울이 되니 닭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더라고요. 저 혼자 하는 영세업체라 유통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려웠고요. 결국 1억원 정도 손해를 보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세 번째로 도전한 우렁 양식업에서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대형 수조 설비를 갖추고 우렁을 잘 키우는 데에만 주력한 나머지 판로 개척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통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었던 거죠.” 최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네 번째 도전이었던 느타리버섯 재배도 겨우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농업환경 변화가 큰 이유였다. “1995년부터 느타리버섯에 갈반병이라는 병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더이상 버섯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 생긴 병이래요. 첨단 무균 재배 설비를 갖춰야 앞으로 계속 버섯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저 막막했죠. 이미 앞서 세 번이나 실패했던 탓에 가진 돈이 없었거든요.”수차례 실패 끝에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갈반병이 든 것을 추려내고 얼마 남지 않은 버섯을 팔아치운 다음 농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느타리버섯을 팔러 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늙은 호박 한 덩이가 그의 인생을 역전시켜 줄 복덩이가 됐다. “가락동 시장에서 호박 장수를 만났는데, 늙은 호박 한 덩이에 1만~2만원씩 파는 거예요.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물었더니 가을철에 한 개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호박이 봄과 여름철이면 값이 열 배, 스무 배까지 치솟는다고 하더군요. 저장이 어려워서 그렇대요. 호박 장수가 ‘누가 호박 저장 기술만 개발하면 그 사람은 떼돈 벌 텐데’라고 지나가는 말로 던진 한마디가 제게는 구원의 종소리처럼 들렸어요. 그래 이거다. 내가 그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는 선견지명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첫해 ‘참샘골 호박농원’에서 재배한 호박은 다 썩어버려 폐기처분을 해야 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수년간의 연구 끝에 1998년 호박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했을 때 최 대표는 천하를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온도 10도 내외, 습도 60%의 건습 상태, 에틸렌 가스농도 0.02ppm 이하, 그가 찾아낸 최상의 호박 저장 환경이다. 전국 최초로 호박 저장법을 개발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는 참샘골 농원의 호박 저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향긋한 호박 냄새가 165㎡ 규모의 저장실 전체에 감돌았다. 수천 통의 굵직한 호박들이 층을 지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자동 조절 시스템을 통해 잘 관리된 호박들은 겨울을 지나 초봄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단단하고 싱싱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노란색 늙은 호박은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해 ‘맷돌호박’이라고도 불리는데, 비타민과 식이섬유,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60대에 접어든 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의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1990년대 농업인들 사이에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무지하던 시절에 그는 이미 ‘참샘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이후 업종을 바꾸면서도 참샘골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0년 농촌진흥청에서 무료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준다는 공고가 떴을 때에도 가장 먼저 신청해 ‘농업인 1호 홈페이지’를 구축했다.“그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인터넷 시대가 되고, 호박도 쇼핑몰을 통해 팔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든 후에도 1년이 훨씬 넘도록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다. 그럼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주문 내역을 확인했다. 첫 주문이 들어온 것은 홈페이지 개설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조금씩 소문이 나고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각 가정에 인터넷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쇼핑몰 매출도 폭증했다. “쇼핑몰에서 호박을 판매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고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게시판을 통해 고객들이 남긴 의견을 꼼꼼하게 읽고 소통했죠. 그 과정에서 다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호박즙과 호박죽 등 호박 가공식품 생산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고객의 요청 때문이었다. 2002년 한 여고생이 ‘호박 달인 물이 여성 미용, 다이어트, 부기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호박즙을 만들어 달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호박 미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호박즙이 대박을 내면서 2차 산업으로의 진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후 2005년 한서대 식품공학과와 산학협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레토르트 고구마호박죽’을 개발했고, 2012년에는 임신부의 배 뭉침과 조산을 막아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호박손달인물 액상차’를 개발해 출시했다. 모두 고객들의 요청에 따른 제품 개발이었다. # 농원매출 6억 중 가공품 판매 85% 차지 지난해 참샘골 호박농원의 매출은 6억여원, 그중 85%가 호박 가공품 판매에서 거둔 수익이다. 이제 호박 농사보다 가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호박 저장 시설을 잘 구축해 놓은 덕에 연중 내내 호박 가공품을 일정하게 생산할 수 있다. “참샘골 가공식품이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인 호박이 맛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황토땅에서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란 참샘골 호박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계약 재배 중인 농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죠.” 모든 제품을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는 참샘골 호박농원의 홈페이지 회원 수는 2만여명에 이른다. 연간 80~100t 규모의 호박이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쓰인다. 최 대표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어서 지역농민 여러 가구와 10만㎡ 규모로 재배 계약을 맺어 수매한 호박을 재료로 쓰고 있다. 참샘골 호박이 유명해지면서 인근 지역에서 호박을 재배하는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최 대표에게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더 늘어서 맷돌호박이 서산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맷돌호박하면 서산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해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호박을 보고, 체험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겠지요. 이 마을을 대한민국 최고의 호박 테마파크로 키우는 것이 제 꿈입니다.” # 호박체험관 운영… 마을주민과 수익 나눌 것 그동안 최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10년 전부터 일본을 오가며 3차 산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일본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현을 방문했을 때 소바(메밀국수) 만들기 체험을 하는 것을 보고 호박 따기 체험뿐 아니라 호박칼국수, 호박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3차 산업은 문화와 체험을 파는 일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앞으로 6차 산업의 시대가 올 거라는 최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갔다. 마을 주민들과 합심해 노력한 결과,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았고 호박체험관을 지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최 대표는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제1회 6차 산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5000명 정도다. “체험관을 지으면서 3차 산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은 마을 사람들과 모두 나누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3차 산업 수익이 점점 더 커지겠지만, 그건 제 몫이 아니에요.” 향긋한 호박향이 가득한 농원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랴’라는 속담이 참으로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호박이 수박보다 못할 이유도, 호박이 수박이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호박은 호박 나름의 개성, 달콤한 맛과 향이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어폴로지’ 충격 증언, 차오 할머니 “애 낳자마자 죽여야 했어”

    ‘어폴로지’ 충격 증언, 차오 할머니 “애 낳자마자 죽여야 했어”

     “애를 둘 낳았어, 딸 하나 아들 하나. 낳자마자 목 졸라서 죽여야 했어. 위안소에서 생긴 아이니까 어쩌겠어…” 다큐멘터리 영화 ‘어폴로지’가 공개한 특별영상 속 차오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끌려갔을 때의 기억을 생생하고 담담하게 증언했다. 할머니는 “아이가 죽었을 때는 말도 못하게 충격이었어. 일본군 놈 아이를 가진 거잖아…”라며 아이를 버려야만 했던, 충격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 영화 ‘어폴로지’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와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삶을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중국의 차오 할머니는 여섯 자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나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그곳에서 몸이 만신창이가 된 후로 더는 임신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런 차오 할머니에게 입양한 딸이 하나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딸에게 조차 자신의 과거를 함구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차오 할머니는 “애를 낳을 때, 까딱하면 죽을 뻔했어. 상상이 돼?”라고 묻는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낸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물음이다. 차오 할머니를 비롯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누군가의 딸이었을 이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은 영화 ‘어폴로지’는 오는 3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세 관람가. 105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서울광장] ‘전주행’ 국민연금서 뛰쳐나가는 이들/안미현 부국장 겸 금융부장

    [서울광장] ‘전주행’ 국민연금서 뛰쳐나가는 이들/안미현 부국장 겸 금융부장

    한국은행 출신으로 외국환 중개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분이 있다. 그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채권을 다루는 책임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직(離職) 운운했다고 한다. 점잖은 품성의 그였지만 회사 기강도 있고 해서 “그래? 우리도 그런 사람 필요 없다”며 호기롭게 사표를 받았다. 그래도 내부 단속은 해야겠다 싶어 채권팀 운용역들을 회식에 불러모았다. 그의 솔직한 고백이 재미있다. “내 딴에는 온갖 멋진 말 동원해 가며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이왕지사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 회사 채권팀의 명예를 걸고 똘똘 뭉쳐 잘해 보자’ 뭐 이런 얘기였다. 한은 같았으면 다들 숙연하게 듣고 있다가 비장하게 파이팅을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놈이 ‘사장님, 저희는 명예니 자부심이니 그런 거 몰라요. 인센티브 얼마 주시느냐가 관심일 따름이죠’ 하는 거다. 말문이 탁 막혔다.” 결국 그 팀원들은 단 한 명도 안 남고 모두 떠났다고 한다. ‘○○○사단’ 식으로 몰려다니는 이직 관행도 작용했을 터다. 그 사장은 “한은식으로 하다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며 “이 동네에는 이 동네만의 룰이 있었다. 철저히 돈으로 움직이는 세계인데 기본을 충족시켜 주지 않고 사명감만 운운했으니 먹힐 리 만무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국민의 노후 자금을 다루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30여명이 사표를 쓰더니 올해도 벌써 30명가량이 이미 그만뒀거나 사의를 밝힌 상태다. 전체 운용역(220명)의 25%가 넘는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550조원을 굴리는 전담 조직이다. 한 푼이라도 알토란처럼 불려야 하기에 주식이든 채권이든 대체투자든 각 분야의 난다 긴다는 실력자들을 나라 안팎에서 부단히 영입해 왔다. 그런데 이런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보따리를 싸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행’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5일 전북 전주시로 옮겨 가야 한다. 공단의 전주행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13년 6월 말 국회를 통과해서다. 몸통 격인 본사는 2015년 여름 이미 이사를 갔다. 운용역들의 심상찮은 이탈에 놀라 뒤늦게 달래기도 하고(성과급 인상), 으름장(정보 유출 징계)도 놓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정도로 떠난 마음이 돌아설 리 만무하다. 한옥마을 전주가 아무리 매력적인 도시여도 ‘머니 게임’이 생업인 이들에게는 정보도, 돈도, 인적 네트워크도 빈약한 그저 ‘시골 촌구석’일 따름이다. 게다가 조직은 이미 만신창이다. 1인자인 이사장과 2인자인 기금운용본부장이 공개 혈투 끝에 1인자가 석연찮게 내쳐진 게 재작년이다. 이후로도 내내 시끄럽더니 요즘에는 ‘삼성물산 합병 특혜’ 의혹에 휘말려 특검에 불려다니는 신세다. 그러니 도미노 인력 이탈이 그리 충격일 것도 없다. 이런 사태는 공단의 전주행이 추진됐을 때부터 예견됐다.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남기자는 주장이 대두됐지만 ‘머리 없는 몸통은 안 받겠다’는 전주시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의 가세, 그리고 정부의 무책임 속에 전주행은 ‘플랜B’도 없이 굳어졌다. 당시 주무 장관이었던 A씨는 이런 비판에 억울해했다. “정부는 그때 기금운용본부 독립 등을 담은 법안을 세 번이나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가 쳐다보지도 않았다. 본부 독립은 법 개정 사안이었기 때문에 국회가 꿈쩍 안 하면 정부도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법안을) 밥상에 올려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대안을 강구하나.” 그렇다고 지난 수년간 손 놓고 있던 정부의 방임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기금운용본부는 따로 떼내 독립시켜야 한다. 우수 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연금 운용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정부와 국회는 배신감에 치를 떨 전주시민 앞에 솔직히 사죄하고 치유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전주도 약속과 다르다며 무조건 반발할 일은 아니다. 우수 인재가 떨어져 나가 공단 위상이 약해지면 전주도 결국 손해다. 국제금융에 밝은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돈을 풀어대 이제는 돈 가진 사람이 차고 넘친다. 돈 싸들고 오는 사람만 맞았다가는 불량 고객 만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현실은 냉혹하다. hyun@seoul.co.kr
  • [사설] 감동 없는 ‘자유한국당’의 새 출발

    새누리당이 어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감동을 주기는커녕 관심을 끌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 세력들을 품을 보수 정당으로서의 새로운 면모라기보다는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것으로 비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은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바꾼 당명을 5년 만에 폐기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만신창이 신세가 됐다. 지금 판세로는 차기 대선의 승리는 언감생심이고, 향후 당의 존립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근혜당’의 색채를 털어 내고자 고육지책으로 당명 교체라는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앞으로 한국당의 위기탈출 여부는 오로지 당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려면 무엇보다 최순실 사태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참회가 선행돼야 한다. 오늘부터 과거 ‘천막 당사’의 정신을 계승해 ‘버스 당사’를 운행해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전국을 돌며 ‘반성 투어’를 하겠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취한 행보일 게다. 하지만 이인제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을 비롯해 윤상현, 조현진, 김진태 등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탄핵 정국에 숨죽여 있다가 태극기 민심에 올라타 보수층 결집으로 당의 지지율을 올려 보겠다는 꼼수에 보수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지금 보수 세력은 찍을 만한 대선 후보나 정당이 없어 고민이다. 새누리당에서 뛰쳐나간 바른정당 역시 개혁 보수를 표방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한국당이라도 건전한 보수 세력의 마음을 붙잡도록 환골탈태해야 하거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야당에서 당명 교체를 두고 “호박에 줄 긋기이고, 도로 친박당일 뿐”이라며 비웃을 만하다. 당명 교체가 수세에 몰린 국면 타개를 위한 정치적 카드가 아니라 백년 지속 가능한 보수 정당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되려면 보수 정당의 정체성 재확립, 웰빙당의 체질 개선, 패거리 정치 등 적폐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개혁·혁신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 줘야 한다.
  • [월드피플+] 잠든 이웃 모두 살린 뒤 숨져…中 ‘초인종 영웅’

    [월드피플+] 잠든 이웃 모두 살린 뒤 숨져…中 ‘초인종 영웅’

    중국에도 ‘초인종 의인’이 있었다. 새벽시간 불길에 휩싸인 건물에 뛰어 들어 잠든 이웃 전원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전신 98%의 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 지 136일 만에 숨을 거뒀다. 중국은 그를 ‘2016년 중국을 감동시킨 인물’로 선정하고 ‘영웅’이라 불렀다. 지난 9일 중국 국영방송 CCTV는 그를 ‘중국을 감동시킨 인물’로 선정하고, 그의 아내에게 상패를 전달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한 남성의 숭고한 희생에 중국대륙은 그를 ‘영웅’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2002년부터 투표를 통해 중국사회를 감동시킨 10인을 선정해 ‘감동중국(感动中国)’ 인물로 지정하고 매년 초 시상식을 연다. 왕씨의 의로운 행동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칭송되며 중국대륙을 눈물짓게 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 ‘영웅왕펑’으로 제작되어 지난달 9일 그의 고향에서 첫 상영되었다. 지난해 5월 새벽 1시 쯤 허난성(河南省) 난양시(南阳市)의 한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다. 자욱한 연기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고,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이 건물을 집어 삼킬 듯 거세게 번졌다. 화재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건물 1층에 세 들어 살던 왕펑(王锋·38)씨였다. 그는 우선 가족들을 외부로 대피시킨 뒤 곧바로 3층 건물로 다시 뛰어들었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잠들어 있던 사람들을 깨웠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가도 누군가 안에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또 다시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 생존자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들락거리기를 세 번, 불길은 더욱 거세졌지만 그는 남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결국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구출되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왕씨는 전신 98%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졌다. 머리는 모두 타버렸고, 까맣게 그을린 모습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급히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호흡기까지 타버린 상태였다. 병원 치료가 시급했지만 치료비는 왕씨 가족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바닥에 남겨진 그의 피 묻은 발자국이 사진으로 찍혀 언론에 공개되었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정신으로 버티며 불길 속으로 뛰어든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동정 여론이 들끓었다. 6일 만에 모인 기부금이 200만 위안(약 3억3000만원)을 넘었다. 사람들은 “강한 정신력이 그를 다시 살릴 수 있다”면서 기적을 바랐다. 그는 입원 후 55일 동안 4차례의 대수술을 수술을 받으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시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살려야 한다며 그를 비행기에 태워 베이징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중국 최고의 의료진들은 4차례에 걸쳐 피부이식술을 했다. 그의 아내와 친구 7명이 자원해서 피부를 제공했다. 전국 각지에서 격려와 지원이 쏟아졌다. 다소 상태가 호전된 그가 마침내 침대에 누워 손을 흔들었고, 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마지막 손짓이 되고 말았다. 이튿날인 10월 1일 갑자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그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병원에 입원한 지 136일 만이었다. 중국 사회는 슬픔에 잠겼다. 그의 장례식은 10월4일 오전 베이징 빠바오산(八宝山) 공동묘지에서 거행됐다. 정부 지도자들과 의료진,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석해 ‘영웅’과 마지막 작별을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5일자 신문에서 ‘영웅의 희생 없이 국가의 강성(强盛)도 없다’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영웅 왕펑’에게 바친다고 발표했다. 10월 16일에는 그의 유골이 고향 난양시 팡청현(方城县)으로 옮겨졌다. 영구차가 이동하는 도로변에는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나와 플래카드를 들고 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의 아내는 “그의 행동에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그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놀랐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전했다. 왕씨의 부친은 “아들은 자신의 생명으로 많은 생명을 살렸으니, 헛되이 살지 않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장례 행렬서 폴댄스 춘 사연은?

    장례 행렬서 폴댄스 춘 사연은?

    대만의 한 정치인 장례식 행렬에서 여성 50여 명의 섹시댄스가 펼쳐졌다. 3일(현지시간) 대만신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만 자이현의 한 도로에서는 여성 폴댄서 50여 명이 지프차 위에 올라 섹시 댄스를 추는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14일 향년 7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대만 자이현의 전 의회의장 동상(董象·76)의 장례 행렬이었다. 이날 장례행렬을 담은 영상을 보면 수십 명의 폴댄서들이 한국 걸그룹 씨스타의 곡 ‘쉐이크 잇’(Shake it)과 EXID의 곡 ‘위아래’에 맞춰 길가를 두 열로 가득채운 지프차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이런 독특한 장례 행렬은 생전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고인이 하늘나라에서도 즐겁고 행복하도록 고인의 아들이 기획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사진·영상=페이스북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설] 특검, 법치 바로 세우겠다는 초심 잃지 않기를

    지금 국민의 관심을 가장 뜨겁게 받는 사람은 박영수 특별검사일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파헤칠 박 특검은 임명된 즉시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했다. 그 첫 일성을 국민들은 외우고 있다. 박 특검의 분명한 수사 방침에도 기대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을 반드시 직접 대면조사하고,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검찰과 달리 뇌물죄를 밝히는 쪽으로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선언했다. 빠듯한 특검 수사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기겠다는 박 특검의 의지도 사뭇 결연해 보인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당장 수사팀을 가동하겠다고 하니 며칠 안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듯하다. 특검의 성패는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통한 뇌물수수 혐의 적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진실 규명도 결코 이에 밀리지 않을 중대 쟁점이다. 박 특검은 국민이 가장 큰 의혹으로 제기하는 문제인 만큼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한 일이다. 세월호 7시간은 단순히 박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다.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비선 정치로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참담한 실정(失政)의 문제다. 온 국민이 특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과 기대를 모아 주는 이유는 하나다. 검찰이 들추지 않았거나 못했던 의혹을 샅샅이 뒤져 실체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 주길 바랄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검찰이 끝내 건드리지 않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정 농단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을 묵인한 의혹이 짙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다. 파견 검사 선발 과정에서부터 ‘우병우 라인’을 철두철미하게 걸러 내 공평무사한 수사 결과물을 내놓아야만 할 것이다. 이 모든 국민적 요구를 충족시키기란 결코 쉬울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에서 또 한번 자신의 혐의들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 성공의 전제 조건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확고한 증거 확보다. 검찰 수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이 만에 하나 또다시 조사를 회피한다면 강제 수사를 불사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번 특검 수사는 헌정 사상 열두 번째다. 주말마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촛불로 진실 규명을 외치는 특검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이 부끄러운 국정 혼돈을 벗어나 국민 가슴에 평정을 되돌려 줄 특명을 특검이 짊어졌다. 그뿐인가. 만신창이로 허물어진 법치를 추슬러 세우는 시대적 사명도 특검의 몫이다.
  • [사설] 박 대통령 ‘퇴진’ 담화… 정치권 해법 찾아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발표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문에서 처음으로 퇴진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동안 버티기로 일관했던 상황에서 성난 민심을 일부 수용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5차례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조건 없는 퇴진’이란 국민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측면도 있다. 어제 정치권이 보인 반응 역시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아무런 반성과 참회가 없다. 한마디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꼼수 정치’로 규정한 뒤 “대통령은 촛불의 민심과 탄핵의 물결을 잘라 버리는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야권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거론한 임기 단축 문제는 개헌을 전제로 한 사퇴로 볼 수 있다. 5년 단임제나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려면 국회의원 3분의2의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험난하고 지난하다. 현재의 분열된 정치 구도 속에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야당이 즉각적으로 탄핵 추진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도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 마련을 위한 여야 협상을 요구하면서도 내달 9일 이전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여야가 합의에 나서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곧바로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정치권에 개헌이 전제조건인 대통령의 임기 단축과 진퇴 문제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조차 최씨와 공범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반성도 없다는 것은 스스로 탄핵 회피용이라는 의심을 샀다.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 진행의 초점을 흐리려는 목적이 있다면 국민적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의심을 받는 건 당연하다.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는 등 시간을 끌면서 지지 세력을 결집해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당성과 도덕성 모두를 상실한 상태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이다. 지지율 4%로 추락할 정도로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지난 한 달간 400만명(주최측 추산) 안팎이 촛불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대통령의 퇴진 압력은 거세다. 혹시나 박 대통령이 성난 민심에 맞서 분열된 정치권에 기대 권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있다면 더 큰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자괴감을 덜어 주고 만신창이가 된 국격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은 정치권의 분열과 무능을 우려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와중에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하다가 즉각 퇴진으로 선회하는 등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제1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철회 소동까지 일어났다. 야 3당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싸고 당리당략에 따른 혼돈의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막기 위한 ‘질서 있는 퇴진’은 퇴임 시한을 못박고 국회와 정부에 질서 있게 권력을 인계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어제 밝힌 대국민 담화에는 퇴임 시한을 못박지 않아 되레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졌다.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진 여권은 반목과 갈등으로 구심점도 없고 야 3당은 책임총리 하나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분열돼 있다. 당장 박 대통령 퇴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제나 거국내각 구성 등을 논의해야 하지만 여야 모두 내부적 갈등이 심각하다. 여당은 친박 지도부와 비박계가 반목 대립하며 분당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야당 역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정치권은 5차례 촛불 집회에서 표출된 민심을 바라보며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치권 합의만으로 대통령의 진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으면서 국민을 설득할 정치적 해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것이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에게 요구할 퇴진 시점과 책임총리 추천 문제, 대통령 퇴진 이후의 정치 일정에 대한 합의부터 이뤄야 한다. 5차례 촛불 시위에서 보여 준 국민의 단합된 힘을 정치적으로 승화시키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질 경우 그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야권은 수권 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면 분노하는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의 분열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고 시도할 경우 결국 탄핵 절차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 국정농단에 멈춰 선 정부

    해외 투자기관들 ‘차가운 시선’ OECD “韓 내년 성장률 0.4%P↓”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으로부터 비롯된 국정농단과 그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가 한 달을 넘겼다. 국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부정당하고, 국회의 대통령 탄핵 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경제·사회적 위기 대응의 중심이 돼야 할 정부마저 멈춰 서 버렸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국제기구와 해외 투자자의 시선도 점차 차가워지고 있다. 28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이 있고 각종 연설문이 저장된 최씨의 태블릿 PC가 공개됐던 지난달 24일 이후 많은 정책들이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노동 4법 개정, 성과연봉제 등 이번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내걸고 추진했던 핵심 정책들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본격적인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다음달 2일이 통과 기한인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인 ‘400조 슈퍼 예산안’의 심의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최순실 예산’이란 꼬리표가 붙은 각 부처의 예산이 삭감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이렇게 줄어든 예산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역 민원성 예산으로 둔갑하고 있다. 또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의 칼자루를 쥔 거대 야당의 누리과정 예산 증액 요구에 이렇다 할 대응도 못 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 사업인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는 만신창이가 됐다. 대회가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계획상 지출은 2조 8000억원, 수입은 2조 4000억원으로 4000억원 정도 예산이 부족하다. 하지만 최씨가 주도해 설립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함으로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이상 스폰서 계약 등의 출연을 꺼리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재검토를 통해 892억원을 자진 삭감하면서 올림픽 지원에 쓰일 예산까지 깎여 나갈 판이다. 수출 마이너스 행진에도 우리 경제를 ‘안정적’이라고 평가해 왔던 국제 사회의 태도도 싸늘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내년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보다 0.4% 포인트 낮춘 전망치다. OECD가 우리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11월(2.7%) 이후 8년 만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부처 종합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평창’을 어찌할꼬/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평창’을 어찌할꼬/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마지막 구절에 빗대면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사리사욕의 마수가 천산만락(天山萬落) 아니 뻗친 데가 없다. 그러니 ‘평창동계올림픽’이라고 무사할 리 있겠는가. 지금까지 드러난 짓만으로도 최순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자신과 가족의 돈 놀이터쯤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경험이 전혀 없는 더블루케이가 외국(스위스) 업체를 끌어들여 개·폐막식장 건설을 수주하려 했고, 그것도 모자라 12개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1500억원 규모의 임시구조물인 ‘오버레이’까지 독식하려 했다. 그뿐인가. 조카 장시호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유소년 선수 육성과 은퇴 선수 일자리 창출이란 허울로 국민 세금 6억 7000만원을 챙겨 먹었다. 경기장 사후 운영 이권을 노리고 김종 전 차관을 앞세워 스포츠토토 빙상단도 창단했다. 자신들의 이권 사업에 걸림돌이 된 조양호 조직위원장을 문체부 장관을 앞세워 몰아냈고, 개·폐회식 총감독(송승환)이 고른 연출자들까지 모조리 거부하고 자기 사람들을 앉혔다. 이런 식으로 최순실과 그의 하수인들이 국가 대사이자 지구촌 축제까지 농단한 것이 드러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까지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와 여건으로 보면 누구도 성공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올림픽 성공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하려면 탄탄한 인프라와 원활한 대회 운영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홍보는 필수다. 여기에 국민적 관심과 참여,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있어야 올림픽의 열기가 산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된 문화체육관광부는 눈치만 보고 있고, 조직위는 사명감과 열정을 가진 조양호 위원장 사퇴 이후 스포츠 문외한들이 간섭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덜컹거리고 있다. 말만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이라고 외치고 있지, 그에 걸맞은 콘텐츠 하나 아직 없다. 석 달 후면 IOC에 개막식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하는데, 청와대와 문체부의 간섭으로 현장을 지휘할 총연출자로 뜬금없이 디자이너가 오더니 그나마 지금은 공석이다. 차은택이 최순실의 위세를 등에 업고 만들었다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동영상은 또 얼마나 한심한가. 외국인들 봤다고 생각하면 민망해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흑자’ 올림픽도 옛말이다. 올림픽 거품 빼기를 열심히 한 브라질 리우도 6조 7000억원의 적자로 도시가 파산 상태에 빠졌다. 평창올림픽에도 정부와 강원도가 이미 3조원이나 투입했다. 내년에도 경기장과 진입도로 건설, 홍보, 분위기 조성을 위해 4000억원을 써야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파장으로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도 몸을 사리고 있어 올해 말까지 후원 계약 목표액 9400억원의 9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현재로서는 허망해 보인다. 강원도만 애가 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5일부터 세계 90여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5500여명, 방송과 기자단 4500여명, 자원봉사자 2200여명이 참가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이벤트’가 열린다. 경기장과 대회운영, 선수 참여, 자원봉사자 활동 등을 미리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한 행사다. 그러나 분위기 조성에 가장 중요한 국민의 관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경기 입장권 예매율이 20%도 안 된다.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우리나라가 또 한번 세계적인 망신을 살 수도 있다. 어떻게 따낸 개최권인데. 시국이 어지럽고, 타락의 극치를 보인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크다고 ‘나 몰라라’ 할 것인가. 평창동계올림픽은 최순실 가족의 운동회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축하연도 아니다. 자칫 온갖 농간으로 그렇게 될 뻔한 것을 막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썩은 것은 잘라 내고 비뚤어진 것은 바로잡으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 선수 모두 마음과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야말로 무너진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저력이 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1년 2개월 후다.
  • ‘불야성’ 유이, 이요원에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한것 실수였어” 독기 장전

    ‘불야성’ 유이, 이요원에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한것 실수였어” 독기 장전

    첫 방송을 시작한 ‘불야성’이 더욱 쫄깃한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다. 21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불야성’(연출 이재동, 극본 한지훈, 제작 불야성문화산업전문회사) 1회는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한층 더 기대감을 모으는 2회 예고 영상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불야성’은 1회 방송에서부터 믿고 보는 배우들의 하드캐리 열연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전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 연출이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꿀잼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방송 말미에 공개된 40초 분량의 예고 영상은 본방송 못지않은 강렬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회 방송에서 극중 이경(이요원 분)은 세진(유이 분)에게 한 시간만 자신의 대역을 해달라며 부탁했고, 세진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았다. 이날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는 창고에 갇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유이와 “함정인 걸 뻔히 알면서도 보냈다. 소모품 역할을 다했으니, 나머진 알아서하겠죠”라는 차가운 이요원의 대사가 맞물려 긴장감을 높였다. 특히 만신창이가 된 채 이요원 앞에서 “잠깐이라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내 실수였어”라고 말하며 분노에 찬 눈빛을 보내는 유이의 달라진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어 이요원은 자신 때문에 죽을 뻔 했던 유이에게 오히려 당당하게 “지금 기회를 주는거다. 다른 사람 흉내 따위는 집어 치우고 진짜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유이 역시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날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VIP 자선행사에서 악연으로 이어진 마리(이호정 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 유이의 반전 모습과 이런 유이에게 어서 일어나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이요원의 모습이 그려져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기대를 모았다. 또한 “회장님 외아들이면 만만치 않은 상대죠. 어떻게 제거하시려고요?”라고 말하는 이요원의 대사와 동시에 극중 이경의 12년 전 첫사랑인 건우 역의 진구의 모습이 겹쳐져 12년 전 사랑을 뒤로하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였다. ‘불야성’의 제작관계자는 “2회에서는 더욱 촘촘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며 당부했다. 불야성’은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 그 빛의 주인이 되려는 이들의 치열한 전쟁을 담은 드라마로 보이지 않는 부(富)의 꼭대기에 올라서기 위해 권력과 금력의 용광로 속에 뛰어든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2회는 오늘(22일) 밤 10시에 방송.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수요 에세이] 홍보가 기가 막혀/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신문방송학 박사

    [수요 에세이] 홍보가 기가 막혀/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신문방송학 박사

    가수 육각수의 노래 ‘흥보가 기가 막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해지는 겨울 들녘 스며드는 바람에 초라한 내 몸 하나 둘 곳 어데요~ 아~~ 이젠 난 어디로 가나”…(중략)…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이제 나는 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나를 떠밀면 이제 난 어디로 가나.” 최순실 게이트로 사면초가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온 국민을 참담하고 허탈하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리에 연루된 자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이 나라를 반듯하게 다시 세우고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 응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분야별로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고 교훈을 얻어 국정을 일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순실 게이트는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 온 홍보와 소통이라는 차원에서도 큰 아쉬움과 개선해야 할 점을 보여 주었다. 국가 홍보는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국가 홍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과 정부는 존재 의의가 없다.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작금의 국민적 요구가 이를 잘 보여 준다. 국가 위기 관리 측면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사전 대처 미흡을 가장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소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문고리 3인방 논란 등 사전에 위기 징후가 수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다. 더더욱 기가 찬 일은 사태 발생 후 대통령과 청와대의 조치가 분노하고 있는 민심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증폭시키는 악수를 두어 왔다는 점이다. 위기 관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조직이 반드시 지켜야 할 대표적인 원칙으로 꼽는 것들이 하나같이 지켜지지 않았다. 첫째, 신속(Quick)하지 못했다. 둘째, 일관성(Consistent)이 없었다. 셋째, 개방적(Open)이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시종 타이밍이 맞지 않는 늑장 대처를 했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 SNS 시대에는 위기 발생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대처를 해야 한다. 청와대 측은 사태 발생 초기에 부인만 하고 적절한 대응 메시지를 내보내지 못했다. 언론의 계속되는 고발 보도와 각종 루머가 난무하자 뒤따라 해명하기 급급했다. 위기 관리 국면을 전혀 리드해 나가지 못했다. 위기 시 일관성이 강조되는 것은 ‘한목소리’를 내야 그나마 수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한목소리를 내는 데도 실패했다. 비서실장과 수석, 관계 비서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콩가루 집안처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 청와대의 신뢰할 만한 ‘입’이 누구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 측은 위기 앞에서 개방적이지 않았다. 개방적이라는 것은 솔직해야 함을 말한다. 모든 정보를 100% 공개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미디어와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실을 공개했어야 했다. 청와대가 입장 표명을 하면 언론이 바로 반박하고 부인하는 상황은 국민 불신을 가중시켰다. 대통령의 두 차례 사과 역시 국민적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위기 전문가들이 효과적인 위기 대처를 위한 시스템과 매뉴얼을 강조하지만, 조직 최고 책임자가 여론을 읽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이 없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최순실 사태는 생생히 보여 준다. 결국 위기 관리의 성패는 리더가 좌우한다.
  • “누가 이기든… 美정치 ‘추악한 민낯’에 만신창이”

    동맹에 대한 수호의지 의심받고 평화적 정권교체 우려까지 제기 오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69)이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0) 중 누가 승리하든 간에 미국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과정에서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과 함께 클린턴 재단의 부패 의혹 등이 불거졌다. 트럼프는 선거조작과 성희롱, 대선불복 등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과연 대선 후보로 적합하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신문은 이런 이유로 8년 전 흑인인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인종차별의 역사와 상처를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미국이 이번에는 추악한 정치의 이면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판과 공격을 받은 적은 많다. 이라크 전쟁 이후 이런 양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미국 정치 시스템 자체가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된 경우는 드물다. 신문은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나 해외직접투자 순위 상위권에서 미국이 밀려났지만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 이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가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대선으로 ‘미국’이라는 브랜드가 입은 타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어렵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의 논쟁을 중재하는 데 익숙했던 미국 외교관조차 선거조작설이 사실인지를 묻는 다른 나라 외교관의 질문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 차관을 역임했던 니컬러스 번스는 “다른 나라 선거에 미국이 감시단을 보내 모니터를 하던 그런 역할을 더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은 다르다는 인식을 더는 하지 않는 현상이 만연한다는 것이다. 레바논 일간지 안나하르의 워싱턴 주재 특파원인 히삼 멜헴은 “중동에서 반미정서가 가장 고조됐을때도 미국을 높게 보고 미국에 유학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상당수가 미국을 발전과 계몽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유럽이사회 대외관계부문 책임자인 제러미 샤피로는 “EU는 자신들이 극우세력 때문에 시달리지만 미국이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안정된 기반이 되길 바란다”면서 “하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하게 된 근본 원인은 내부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문은 한때 확고부동한 사실로 여겨졌던 ‘미국의 위대함’이 지금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데다 동맹에 대한 수호 의지가 의심받고 최초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질지 우려가 나오는 것들이 이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패션 홍보사를 운영하는 루스 번스타인은 “미국이라는 브랜드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고 이것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선거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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