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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잊혀졌던 전통사경의 맥을 잇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잊혀졌던 전통사경의 맥을 잇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

    흔히 사경(寫經)은 그저 불교경전을 베껴 쓰는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따져 보면 한국의 전통 사경은 세계문화사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요란하게 자랑할 만한 우수한 문화유산이다.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 외길 김경호(54)씨는 조선시대 이후 600년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고려 전통 사경의 우수성에 눈떠 그 원형 복원에 천착해 사는 한국의 독보적 전통 사경 전문가이다.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만들어 최근까지 이끌면서 잊혀졌던 불모지대의 전통 사경을 힘겹게 국내외에 알려 전통예술의 한 분야로 인식되게 한 주인공이다. →사경은 일반적으로 불교 경전 베껴 쓰기쯤으로 인식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나. -사경은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불교 교리의 전파와 교육의 핵심이었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그런 기능은 점차 인쇄술에 넘어갔고 사경은 공덕을 쌓는 신앙 행위이자 수행의 방편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 일환으로 금자경, 은자경 같은 고귀한 것들이 나오게 됐다. →사경의 문화사적인 가치를 들자면. -한국은 현존 최고의 목판인쇄물(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속활자인쇄물(직지심체요절)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인쇄문화의 종주국인 셈이다. 인쇄술이 사경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개발됐으니 세계 문명문화사 속 한국 사경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는 세계 불교문화예술사에서 최고 성취를 이뤘다는 점이다. 고려시대에는 중국에 전문인력을 역수출한 유일한 분야였다. 원(元)의 지배를 받던 시기 중국의 요청으로 여러 차례 고려의 사경전문가들이 100명씩 파견돼 금은자경을 제작해 주고 돌아왔고, 원나라에서 감독관을 보내 금은자대장경을 제작해 갔다. →사경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일반의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일천한가. -사경은 억불숭유정책을 기조로 삼았던 조선왕조 500년 동안 묻혀 있었고 이후에도 최근까지 100년 이상 잊혀졌다. 600년 이상 전통이 단절되었던 탓에 전문 연구자조차 전무하다. 사경 연구에는 불교경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서예이론 및 실기에 대한 천착이 기본이다. 동양미술사 및 불교미술사, 역사 전반에 관한 깊은 지식과 사경의 역사적 전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 크다. 지금으로선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게 왜 어렵다는 말인가. -고용노동부에서 전통 기능 중 단절 우려가 있는 종목을 선정, 기능전승자(숙련기술전수자)를 지정해 계승자 육성 차원의 교육비를 한시적(3~5년)으로 지원하는 게 고작이다. 내가 2010년 전통 사경 종목의 유일한 기능전승자로 지정된 게 국가 차원에서 전통 사경 종목을 처음으로 신설한 것이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는 지원이 지속적인 데 비해 기능전승자는 지원이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전문 연구자 부족도 문제이다. 전통 사경 연구 학자들이 늘어나 집단적으로 전통 사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증폭되리라고 생각한다. →불교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사경이 이뤄지나. -넓은 의미의 사경까지 포함할 때 현재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도 200점이 넘는다.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수의 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셈이다. 현재 기독교의 성경 필사(사경), 원불교의 교전 사경 등 종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소한 300만명 이상이 사경을 한 번쯤 해 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전통 사경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과거 찬란했던 전통과 수행으로서의 체계적인 사경은 안 되고 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지금 전통 사경을 연구하는 단체가 있나. -조사나 연구, 홍보 등 종합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는 한국사경연구회가 유일할 것이다. 2~3개 단체가 간헐적으로 전시회를 갖는 등의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이다. 문제는 사경 관련 단체 지도자들이 전통 사경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서예가들이란 점이다. 전통 사경 기법과 동떨어진 금니, 은니를 제각각의 기법으로 사용해 지도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고려사경의 전통을 계승해 창작 사경을 하는 단체는 한국사경연구회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경연구회는 어떤 단체인가. -2002년 전통 사경 개인전을 계기로 당시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 스님, 동국대 역경원장 월운 스님, 동국대박물관장 고 장충식 교수를 고문으로 모시고 한국사경연구회를 발족했다. 초대회장을 맡아 최근까지 이끌어 왔으며 지금 10회째 회원전을 열고 있다. 미국 뉴욕, LA 등 해외전을 3회 열었고 동국대박물관과 뉴욕 플러싱타운홀, LA한국문화원 등 국내외 초대전을 5회 열었다. 회장을 맡아 활동한 14년 동안 한국 전통 사경의 가치와 의의, 예술성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그 때문인지 원광대 서예학과와 대학원에 사경과목이 개설됐고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선 사경전이 3회 열렸다. 고용부 기능전승자 지정이 이뤄졌고 현재 몇몇 공모전에서 사경을 정식 부문으로 채택하고 있다. →사경 작업은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라고 들었는데. -최고의 사경 작품은 붓끝 0.1㎜, 아니 어쩌면 0.01㎜에 집중한 채로 수백, 수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눈만 한 번 깜빡여도 선이 삐뚤어지고 숨만 한 번 크게 쉬어도 선이 흔들린다. 금니와 은니를 사용하는 장엄경을 제작할 경우 온도는 최소한 35°C 전후, 습도는 70% 이상이어야 좋다. 습식 사우나 같은 작업실을 생각하면 된다. 높은 온도와 습도의 작업 환경 탓에 어금니가 모두 빠지고 앞니까지 빠지는 경험을 했다. →사경 연구와 작업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학자도 공식 연구자도 아니기 때문에 사경 유물 조사의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고 선행 연구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 특히 재료, 도구 사용법 관련 자료는 전무해 일본 자료와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자료는 고려 사경유물이었다. 고려사경을 직접 조사한 후 실험을 거듭하며 접근해 갔다. 경전의 저본 또한 큰 어려움 중 하나이다. 사경을 하려면 경전의 신뢰할 만한 저본을 여러 종 구해 정밀한 대조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현재 발행되는 경전은 오·탈자가 너무 많다. 한자 음을 한글로 표기할 때도 통일된 규정이 없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고려사경의 조사, 연구부터 홍보까지 모든 경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도 컸다. →미국을 포함해 오히려 외국에서 전통 사경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2005년 뉴욕에 진출해 10년 동안 15회에 걸쳐 한국 전통 사경과 관련한 특강, 전시, 사경법회, 제작시연회, 워크숍 등을 진행해 왔다. 2012년 뉴욕시 랜드마크라는 플러싱타운홀 건립 150주년 기념행사로 한국사경연구회원전이 개최되었는데 이때 뉴욕 퀸즈 자치구 의장은 전시 개막일을 ‘외길 김경호의 날’로 선포했다. 뉴욕시 감사원장, 뉴욕주상원의원, 뉴욕주의회의원, 뉴욕시의회의원 등으로부터 표창장과 뉴욕시민 자격을 인정한다는 성명서를 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전시 기간(12주) 내내 연속 보도했고 데일리뉴스는 전면기사로 다뤘다. 이 초대전은 종합문화공간인 타운홀에서 수년 동안 개최한 각종 문화행사 중 가장 성황을 이룬 성공한 행사라는 찬사를 받았고 시민들로부터 정성 어린 선물도 받았다. 한국 전통 사경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경 전문 연구가의 입장에서 어떤 점이 가장 눈에 거슬리나. -고려 전통 사경은 세계사적 의의와 가치를 갖고 있고 최고 성취를 이룬 예술이다.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다. 기복적인 불교가 깊이 뿌리박힌 탓이다. 폰트체로 인쇄된 사경본을 펜으로 베껴 쓰는 정도의 하향평준화를 지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사찰에서 사경법회가 빈번하게 열려 대중적인 신앙행위가 되어 가고 있지만 전통과 다른 엉터리 행사가 대부분이다. 전각과 불상에는 엄청난 돈을 들이면서도 핵심인 사경은 주먹구구식으로 사성된 사경이 봉안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저급한 사경 교재들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팔아 수익만 얻으려는 사경법회가 판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할 사경 진흥책이 있다면. -사경 분야 종사자들이 안정되게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고려시대 때 중국을 월등히 추월해 사경을 역수출할 수 있었던 건 국가기관인 사경원 때문이다. 국가적 지원을 통해 많은 사람이 사경으로 성인의 말씀들을 접하고 행한다면 사회적인 화합과 양보의 미덕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무형문화재 지정으로 격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선정된다면 전통 사경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고 문화적 자부심도 갖게 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지난 10년간의 미국 활동을 발판 삼아 뉴욕을 중심으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성경 사경과 코란 사경 그리고 만다라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작품을 창작해 한국 전통 사경을 세계인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시키겠다. 불교문화 속에는 인간 정신 활동의 극점인 삼매 속에서 행해지는 아름다운 수행이 있다. 수행 결과로 얻어지는 사경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예술이자 가치 있는 정신세계의 산물임을 인식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영문 작품집을 편집 중이다. 사경수행의 표준이 될 교본 시리즈(현재 전통 사경 교본 4종과 한지사경본 2종이 발행되었다)와 이론서도 계속 발간할 예정이다. 새로운 작품 서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은 전북 김제 출생으로 전북대와 동국대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한 등단 시인·시조시인 겸 서예가이자 한국 전통 사경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어려서부터 서예를 연마하면서 한문에 친숙해졌고 학창 시절 불교학생회를 통해 불교와 인연을 맺어 집중적으로 불교 교리를 공부했다. 경전과 게송들을 세필로 필사하면서 불교 서적을 닥치는 대로 구해 섭렵했으며 고교 시절 선승들의 선문답에 취해 생사를 초탈하는 선승이 되고자 출가하려 3번이나 야간열차를 탔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번번이 실패했다. 대학, 대학원 시절 여초 김응현 선생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실장, 동국대 미술사학과 장충식 교수 등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고려 전통 사경에 매달리게 됐다. 2002년 첫 사경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사경연구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아 지난해 말까지 이끌었으며 국내외 전통 사경 개인전 및 초대전을 15차례 열었다. 특히 미국 LA 카운티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의 전통 사경 특강과 전시, 제작시연을 통해 한국 전통 사경의 우수성과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예총회장상(1984), 국방부장관상(1988), 교육부장관상(1996)을 받았고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전통 사경 첫 기능전승자로 지정됐다. 그가 펴낸 사경 개론서 ‘한국의 사경’을 비롯해 ‘전통 사경 교본’ 4종과 ‘한지사경본’ 2종은 사경 연구자, 창작자들에겐 필독서로 꼽힌다.
  • [오늘의 눈] 최몽룡 사퇴와 국민 알 권리/김기중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최몽룡 사퇴와 국민 알 권리/김기중 사회부 기자

    국사편찬위원회가 다음달 7일쯤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한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국정 교과서 제작도 본격화한다. 가장 논란이 됐던 집필진은 여태 단 2명만 공개됐다. 그 중 한 명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신문이 지난 3일 대표 집필진에 들어 있다고 단독 보도한 뒤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최 명예교수의 이름을 공개한 까닭은 단순히 기사에 대한 기자의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교육부가 명단 공개를 꺼린다는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 확정고시 때 “집필부터 발행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태도를 바꿔, 결국 대표 집필진 2명만 공개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먼저 최 명예교수의 이름을 공개해 ‘애써 감춰도 비밀은 결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기자로서의 오기가 작용했다. 최 명예교수의 이름이 나간 직후 관심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최 교수는 제자들의 만류에 따라 기자회견장에 나서질 못했다. 상황도 급변했다. 일부 여기자들에게 했던 부적절한 언행이 보도됐다. 그는 결국 대표 집필진을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예상외였던 것은 최 명예교수 사퇴 이후 교육부의 태도다. 최 명예교수의 사퇴를 이유로 “적절한 시점에 집필진을 공개하겠다”고 사실상 비공개 방침을 아예 공언해 버린 것이다. 언론의 관심이 과도하고 이에 따른 비난이 이어지면 집필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대표 집필진이 알려지면 국정 교과서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 명예교수의 사퇴가 또 다른 비밀주의의 명분이 돼버렸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최 명예교수가 자진 사퇴한 것은 그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이다. 언론이 이름을 공개하고 집요하게 따라붙어 사달이 난 것처럼 책임을 돌리는 일은 부적절하다. 나아가 ‘집필진이 공개되면 시민사회단체 등의 압박이 뒤따른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름을 공개했을 때 반대가 강하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정당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교육 당국은 더더욱 집필진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알 권리라는 용어는 미국 AP통신사의 이사인 켄트 쿠퍼가 1945년 한 강연에서 “시민은 완전하고 정확하게 제시되는 뉴스에 접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말에서 나왔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가 없는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추진의 주체는 정부다. 하지만 그 권한과 책임은 국민에게서 받았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깃든 민주주의의 원리다. 명단 비공개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정화의 주체는 정부이지만, 알 권리의 주체는 국민이다. 이런 이유에서 교육부가 밝힌 ‘적절한 시점’은 될 수 있으면 빠른 시점이 돼야 한다. gjkim@seoul.co.kr
  •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한번 명복 빌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발인 예배가 끝난 뒤인 오후 1시 5분쯤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빈소에 도착했다. 이병기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현기환 정무수석이 함께했다. ●김현철 “많이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 대통령은 빈소 밖에 대기 중인 영구차 옆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도열병이 관을 운구차에 싣는 모습을 지켜보다 영정 사진이 다가오자 목례했다. 관을 실은 영구차의 트렁크가 닫힌 뒤 고인의 차남 현철씨 등 유족들과 함께 영구차 앞으로 다가가 거듭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두 손으로 현철씨 손을 잡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한번 명복을 빌고 영결식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라며 위로했고 현철씨는 “몸도 불편하신데 와 주시고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례했다. 박 대통령은 현철씨로부터 다른 유족을 소개받고서는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유족들은 “편찮으신데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박정희 前대통령 발인 때와 ‘오버랩’ 박 대통령은 영구차가 움직일 때 마지막으로 고인을 향해 목례하고 영구차가 장례식장을 벗어나 국회 영결식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길지 않은 8분여의 시간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때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발인제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것과 오버랩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야외 활동 자제를 권유한 주치의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병원 방문을 결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 행렬이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인 서울대병원에 다시 가서 김 전 대통령과 영결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위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7박 10일간의 순방에서 지난 23일 귀국한 지 엿새 만인 29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등에 참석하기 위해 5박 7일간의 해외 순방길에 다시 오른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건강 악화’ 朴대통령, 영결식 참석 끝까지 고심

    박근혜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26일 국회에서 거행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열흘간의 다자회의 해외순방 강행군으로 감기와 체력 저하 증세가 나타나 청와대 참모진들이 영결식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5일 “해외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점심과 저녁도 거른 채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등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됐고, 감기 증세가 크게 악화됐다”면서 “영하권 날씨에 1시간 30분짜리 야외 영결식은 무리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을 포함해 이번 주 예정된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23일 새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날 낮 빈소를 찾았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첫 국가장인 데다 현직 대통령들이 전직 대통령의 서거 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결식에 참석해 온 점을 들어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국회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다만 같은 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분위기가 격앙되자 노 전 대통령 측이 참석을 만류했다. 2006년 10월 최규하 전 대통령의 서거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빈소에 이병완 비서실장을 보내 유족과 직접 통화하며 위로의 뜻을 전했으나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국민장 영결식에는 직접 참석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진흙탕 같은 현실… 다시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

    진흙탕 같은 현실… 다시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진보경(43)이 첫 소설집 ‘게스트 하우스’(실천문학사)를 냈다. 얼핏 보면 진흙탕 같은 현실에 발목이 빠져 굴복당하는 듯하지만 넘어진 자리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집엔 표제작 ‘게스트 하우스’를 비롯해 등단작 ‘호모 리터니즈’, ‘금성의 시간’, ‘러닝타임’, ‘세 번째 토끼’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제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소설 속 인물들이 순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들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아요. 종국에는 독하게 일어서거든요.” 과거의 시간에 묶여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금성의 시간’은 주목할 만하다. 작품 속 아버지는 아들을 잃어버린 시간에 갇혀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잃어버린 어두운 시간의 터널을 빠져나와 현실에 막 적응해 나가려 한다. ‘무언가를 상실한 우리들에게 지구의 시간은 너무 빠르다’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금성은 자전과 공전 속도가 비슷해 금성에서의 하루는 1년과 같다고 해요. 금성의 시간은 아버지의 시간으로 설정했어요. 소설 속 아버지는 양복점을 운영해요. 어렸을 때 제 아버지도 양복점을 했어요. 양복점에서 일하시며 땅따먹기 같은 놀이를 하는 저희 삼남매를 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요. 그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요.” ‘게스트 하우스’는 이번 소설집에서 유일한 연애소설이다. 남자 주인공은 원어민 강사가 쏟아지면서 어학원 영어 강사 자리를 잃고 사귀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진다. 지인 소개로 제주도의 한 게스트 하우스 관리자로 간다. 그곳에서 게스트 하우스 주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속에 품은 유부남이 있다. “세상엔 많은 연애가 있어요. 도덕적으로 어떤 관계는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봐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고결한 것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최근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갔다. 서로 다른 시간을 품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분투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소설집엔 희생당하고 짓눌린 사람이 많은데 장편소설에선 음지에서 불법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려 해요.” 2010년 서른여덟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2013년 졸업했다. “등단 전까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어요. 대학에 가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등단했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느냐며 만류했어요. 소설가는 전혀 다른 삶이에요. 소설가의 길을 오래도록 꾸준히 걷기 위해선 밑거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 이전과는 좀 달라졌어요. 글을 쓸 때 제 안에 뭔가 자양분이 채워진 느낌이 들어요.” 그는 “아버지께서 국가유공자여서 대학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 면제받지 않았다면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파병됐다. 고엽제가 살포되는 현장에도 있었다. 60세 때 전립선암이 발병해 2006년 돌아가셨다. 국가보훈처에서 고엽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병이라며 뒤늦게 국가유공자로 인정,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등단 소설이 실린 신문을 들고 현충원을 찾았어요. 이번 소설집을 들고도 찾아뵐 거예요.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거예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뉴스 분석] 北의 반기문 카드는 벼랑끝 ‘매력 공세’

    [뉴스 분석] 北의 반기문 카드는 벼랑끝 ‘매력 공세’

    “Charm Offensive (매력 공세).” 정부 고위당국자는 18일 최근 북한의 대외전략을 이렇게 평가했다. 시도 때도 없는 대남 비난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일상화하던 북한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주변국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북한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며 지난 8·25 접촉 이후 중단된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을 계속 갖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대외전략을 볼 때 ‘매력 공세’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에 대한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 관계자를 인용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오는 23일 이뤄진다고 보도했다. 비록 유엔 대변인이 다음주 반 총장의 방북 일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반 총장에 대한 북한의 구애를 어느 정도 확인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 17일에도 불법 입북한 우리 국민 이모씨를 송환하는 등 이전보다 유화적인 대남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금강산)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 전시회(개성)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평양) 등 그동안 경색됐던 민간 협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이런 전향적 자세의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 주요국들에 자신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짙다. 북한은 지난 10월 노동당 창당 70돌을 맞아 4차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천명했지만 중국의 강력한 만류와 기술적 문제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의 노동당 창당 행사에 국가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하는 등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경색됐던 북·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외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무리해서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최근 권력 안정화로 들어서면서 당면 과제인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을 통해 대외적 고립도 풀고 자국의 민생 안정이나 경제를 재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선 직후 대북 정책의 중요도를 비핵화→지역안정→대화 순으로 정했으나, 최근 비핵화와 지역안정의 순서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뤄지자 시진핑의 대북정책은 ‘비핵화’가 핵심이었으나 최근 ‘지역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북·중 혈맹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결국 북·중, 남북 관계 모두 다 우호적으로 가져가야 할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구애는 더 뜨겁다.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이 지난달 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7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17일에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앞으로도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유엔 수장인 ‘반기문 카드’를 통해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의도로 접근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북한의 ‘매력 공세’가 핵 포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는 점에서 전술적 ‘숨 고르기’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진흙탕 같은 현실을 이긴 사람들 이야기 ‘게스트 하우스’

    진흙탕 같은 현실을 이긴 사람들 이야기 ‘게스트 하우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진보경(43)이 첫 소설집 ‘게스트 하우스’(실천문학사)를 냈다. 얼핏 보면 진흙탕 같은 현실에 발목이 빠져 굴복당하는 듯하지만 넘어진 자리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집엔 표제작 ‘게스트 하우스’를 비롯해 등단작 ‘호모 리터니즈’, ‘금성의 시간’, ‘러닝타임’, ‘세 번째 토끼’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제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소설 속 인물들이 순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들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아요. 종국에는 독하게 일어서거든요.”  과거의 시간에 묶여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금성의 시간’은 주목할 만하다. 작품 속 아버지는 아들을 잃어버린 시간에 갇혀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잃어버린 어두운 시간의 터널을 빠져나와 현실에 막 적응해 나가려 한다. ‘무언가를 상실한 우리들에게 지구의 시간은 너무 빠르다’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금성은 자전과 공전 속도가 비슷해 금성에서의 하루는 1년과 같다고 해요. 금성의 시간은 아버지의 시간으로 설정했어요. 소설 속 아버지는 양복점을 운영해요. 어렸을 때 제 아버지도 양복점을 했어요. 양복점에서 일하시며 땅따먹기 같은 놀이를 하는 저희 삼남매를 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요. 그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요.”  ‘게스트 하우스’는 이번 소설집에서 유일한 연애소설이다. 남자 주인공은 원어민 강사가 쏟아지면서 어학원 영어 강사 자리를 잃고 사귀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진다. 지인 소개로 제주도의 한 게스트 하우스 관리자로 간다. 그곳에서 게스트 하우스 주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속에 품은 유부남이 있다. “세상엔 많은 연애가 있어요. 도덕적으로 어떤 관계는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봐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고결한 것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최근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갔다. 서로 다른 시간을 품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분투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소설집엔 희생당하고 짓눌린 사람이 많은데 장편소설에선 음지에서 불법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려 해요.”  2010년 서른여덟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2013년 졸업했다. “등단 전까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어요. 대학에 가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등단했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느냐며 만류했어요. 소설가는 전혀 다른 삶이에요. 소설가의 길을 오래도록 꾸준히 걷기 위해선 밑거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 이전과는 좀 달라졌어요. 글을 쓸 때 제 안에 뭔가 자양분이 채워진 느낌이 들어요.”  그는 “아버지께서 국가유공자여서 대학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 면제받지 않았다면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파병됐다. 고엽제가 살포되는 현장에도 있었다. 60세 때 전립선암이 발병, 2006년 돌아가셨다. 국가보훈처에서 고엽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병이라며 뒤늦게 국가유공자로 인정,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등단 소설이 실린 신문을 들고 현충원을 찾았어요. 이번 소설집을 들고도 찾아뵐 거예요.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거예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동철 KB감독 다시 코트로

    서동철 KB감독 다시 코트로

    “코트에 있을 때가 역시 제일 마음 편하더라고요.” 서동철(47) KB스타즈 감독이 병상에서 돌아온다. 서 감독은 지난 7월 십이지장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더뎌 병원과 자택에서 몸을 돌봐 왔다. 2015~16 KDB생명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를 박재헌 코치가 대신 지휘하며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중계로 지켜봐 왔다. 서 감독은 1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조금만 마무리를 잘하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장면을 보고 안타깝기도 하고 머리도 아파 산책을 나가곤 했다”며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돼 이달 말 코트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나간다고 당장 팀이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제 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단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보고 조금 더 시간을 갖는 게 어떻겠느냐며 만류했다. 황성현 사무국장은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왔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다시 안 좋아지면 어떡하느냐고 말렸는데 집에 있는 게 더 스트레스’라며 고집을 부리더라”면서 “의사와 상의해 2주 뒤쯤 복귀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는 지난 15일 우리은행과의 춘천 경기를 앞두고 “감독님이 우리 팀 경기뿐 아니라 다른 팀 경기도 보고 특정 선수는 왜 안 나왔느냐고 물어보신다. 그러느니…”라고 답답함을 대신 전했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16일 경기 부천체육관으로 불러들인 신한은행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66-63으로 이겼다. 하나은행은 3승2패로 삼성생명과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29살에 할머니된 여성, 아들은 14살에 아빠

    29살에 할머니된 여성, 아들은 14살에 아빠

    10대에 엄마, 20대에 할머니가 된 여자가 언론에 소개돼 화제다.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자신처럼 여자의 자식도 10대에 아기를 가졌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주의 산라파엘에 사는 루시아 데시레는 올해 만 29살이 됐다. 또래의 여성 중에는 아직 미혼인 경우도 많지만 데시레는 벌써 할머니가 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장남이 아빠가 되면서다. 데시레는 "(일찍 부모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르쳤지만) 첫 아들이 일찌감치 아빠가 됐다"면서도 "청소년기에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이른 나이에 자식을 기르게 됐지만 창피하진 않다"면서 "오히려 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데시레는 몇 살에 엄마가 됐길래 벌써 할머니가 됐을까? 아빠가 된 자식은 몇 살일까? 데시레는 철없던 15살에 첫 아기를 낳았다. 이후 3명의 자식을 더 낳아 4남을 둔 가정을 꾸렸다. 그는 "나이가 어린 탓에 (4명 자식의 아빠인) 지금의 남편과 아이들을 키우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식들에게 일찍 부모가 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장남이 엄마보다 1살 어린 14살에 아빠가 되면서 데시레의 바람은 깨졌다. 장남은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 중학교에 다니는 장남과 아기의 엄마는 각각 부모와 살고 있다. 데시레는 "아들에게 동거를 하라고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은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아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는 일단 엄마가 키울 예정이다. 데시레는 별거(?)하면서 자식을 키우게 된 아들과 예비며느리를 끝까지 돌볼 예정이다. 그는 "30살이 넘어 결혼을 해도 자식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서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운 엄마로써 아들과 예비며느리를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TN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세종로의 아침] 어떤 퇴진/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어떤 퇴진/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최근 두 거물의 퇴진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예사롭지 않은 두 퇴진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극명하게 교차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됐다가 성추행 의혹으로 이틀 만에 자진 사퇴한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국 고별 무대를 환호 속 눈물로 장식한 발레리나 강수진(48)이 그 엇갈린 명암의 주인공들이다. 한평생 한길을 걸으며 쌓아 온 업적과 명성이 상반된 평가로 마무리되는 두 퇴진의 극적인 대비가 안타깝다. 최몽룡 교수가 한국 고고학계에서 인정받는 역사학자라면 강수진은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로 추앙받는 무용인이다. 최 교수는 노태우 정부 때 고교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뒤 2011년까지 사용된 마지막 국정 교과서의 고대사 집필을 맡았고 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7년 편찬한 고교 역사 교과서에선 상고사 집필을 맡았다. 일부 학계에선 검증되지 않은 고고학 발굴 성과를 성급하게 교과서에 수록한 사례를 들어 최 교수를 비판한다. 하지만 최 교수는 서울대에서 30년 넘게 후학을 가르치며 고고학계를 지탱해 온 역사학자로 평가받는다. 강수진은 15세 때 모나코로 발레 유학을 떠나 1985년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은 데 이어 이듬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최연소 무용수로 입단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로 활동하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장을 맡아 무용가와 발레단 대표의 역할을 병행해 왔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궈 왔던 화려한 이력의 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 교수는 부끄러운 성추행의 불명예를 안았다. 국정 역사 교과서 대표 집필진 선정 사실이 알려진 뒤 자택으로 찾아간 일간지 여기자에게 성적 농담과 신체 접촉을 했다는 추문의 끝이다. 여기자 추행에 앞서 최 교수는 동료 학자들과 제자들로부터 “집필진을 맡지 말라”는 목소리를 감내해야 했다. 집필진 사퇴 압력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까진 좋았지만 어처구니없는 추행으로 막다른 길을 자처한 셈이다. 그 불명예는 최 교수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일 수 있다. “‘올바른’ 역사 교과서 편찬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집필진에서 사퇴한다”는 뜻을 전한 노학자가 안고 살아야 할 여생의 멍에가 안타깝다. 그런 반면 발레리나 강수진은 떠나는 순간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선보인 ‘오네긴’ 전막 공연에서였다. 내년 7월 이 작품의 독일 공연을 끝으로 30년간의 현역 발레리나 인생을 접고 은퇴하기 앞서 고국 팬들에게 선사한 마지막 공연. 공연이 끝난 뒤 2200명의 관객이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강수진은 고별 무대를 마무리한 뒤 이런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끝이지만 시작입니다.” 흔히 마지막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고들 한다. 이른바 ‘유종의 미(有終之美)’다. 그런데 아름다운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만류했던 동료 학자와 제자들 말을 더 잘 들을 걸 그랬다. 사필귀정인가 보다.” 노학자의 뒤늦은 토로가 왜 이렇게 허허로운가. kimus@seoul.co.kr
  • [사설] 국사 교과서 신뢰성, 집필 독립 보장이 관건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면서 온 나라가 역사전쟁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린다. 국정 교과서 문제 말고는 모든 사안이 무화(無化)되는 블랙홀에서 도무지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확정 고시를 앞당긴 정부는 교과서 집필 작업에 작정하고 ‘나홀로’ 가속을 붙이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 여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들을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야당은 야당대로 강경 일변도의 반대 투쟁에 나섰다. 국정 교과서의 부당함을 알리는 투쟁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국정화 불복종 운동을 하자며 대국민 홍보에 들어갔다. 해결의 기미는커녕 산 넘어 산에, 어제보다 오늘 더 암담해지는 상황이다. 교과서보다 중요한 나랏일은 없는 것인지 참담하다.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는 어제 새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을 공개하고 집필 방향을 설명했다. 확정 고시 하루 만의 속전속결 행보다. 국편은 대표 집필자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빙했다고 밝혔다. 다음주 초까지 집필자를 공모하는 동시에 학계 중진과 현장 교사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20~40명의 집필진을 투입해 내년 11월까지 진행될 집필 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한다.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외통수만 남은 현실이라면 최대 관건은 양질의 집필진 구성이다. 다양한 시각을 갖춘 유능한 학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교육부와 국편이 장담하는 ‘올바른’ 교과서는 나올 방법이 없다. 걱정되는 것은 벌써 그 장담이 빈말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제 국편이 집필진을 공개한 자리에 최몽룡 교수는 나오지도 못했다. 여론을 의식한 제자들이 만류해서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이런 지경인데 무슨 수로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탄탄한 집필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그나마 공개된 대표 집필진도 논란의 핵심인 근현대사가 아니라 상고사와 고대사 전공자들이다. 주요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와 학회들이 교과서 제작 불참을 선언한 마당이다. 이달 중순까지로 예정된 집필진 구성 일정을 늦춰서라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걱정이 없도록 균형 있는 필진을 짜야 한다. 좌든 우든 극단적인 이념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집필진에 포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밀실 집필의 우려를 걷어 내려면 집필진 명단도 낱낱이 알려야 한다. 그것이 국론 분열을 감수하고서 국정화를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자 최소한의 도리다. 집필 과정의 투명한 공개는 말할 것도 없다. 고시 강행까지 교육부가 제대로 여론 수렴을 했다고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속전속결 일방통행으로는 온전한 교과서가 나올 수도 없을뿐더러 교과서 배포 이후에도 논란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국정 교과서의 신뢰는 집필 독립권에 달렸다. 집필 기준이 정해진 다음에는 외부 입김이 닿지 않는 장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바뀔 교과서에 국력이 허비되지 않는지, 이념의 덫에 걸리지 않는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국회도 벼랑 끝 논쟁보다는 집필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 나는 고척돔 1호 [ ]다

    나는 고척돔 1호 [ ]다

    “플레이볼!” 4일 오후 6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온 국가대표 김광현(SK)이 구심의 신호와 함께 힘차게 공을 뿌렸다. 김광현의 초구는 국내 첫 돔구장 고척돔의 공식 개장을 알린 역사적인 공이었다. 지난 9월 완공된 고척돔은 이날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한국과 쿠바 대표팀 간의 평가전을 통해 첫 공식 경기를 치렀다. 9월 15일 이벤트 형식으로 여자 국가대표와 서울대가 5이닝 경기를 벌인 적이 있지만 프로 선수가 관중들을 모아 놓고 그라운드 위에 선 건 처음이다. 평일임에도 1만 4039명이 경기장(1만 8076석)을 찾아 국내 최초의 돔구장에서 야구를 즐겼다. 구장 내 온도는 외부(오후 8시 기준 15도)보다 6도나 높은 21도로 측정됐다.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각종 행사가 열려 고척돔의 ‘탄생’을 축하했다. 대표팀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양준혁(은퇴) 등 한국 야구를 빛낸 50여명의 전·현직 스타들이 팬사인회와 핸드프린팅을 펼쳤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와 가수 지헤라는 그라운드에서 공연을 하며 흥을 돋웠다. 이날 시구는 육종암(팔다리 뼈와 근육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이겨내고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는 경남 창원 사파초등학교 6학년 위주빈(12)군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위군은 2013년 11월 갑작스럽게 육종암을 앓았으나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로 힘겨운 항암 치료를 이겨냈고, 지난해 10월 치료가 끝나자 의료진과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 한편 KBO는 경기 전 돔구장에서만 필요한 몇 가지 규칙을 미리 정했다. 천장에 맞고 떨어진 타구를 야수가 포구하면 아웃으로 규정했다. 야수가 잡지 못했을 때는 타구가 천장 어디에 맞았는지에 따라 판정이 갈린다. 파울 지역 천장에 부딪혔다면 파울, 내야 페어 지역이었다면 인플레이가 선언된다. 또 외야 페어 지역에 맞은 타구는 홈런으로 인정된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대체로 고척돔의 시설에 만족감을 보였지만 열악한 주차 시설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다래(30)씨는 “조명이 밝고 시야 확보가 잘돼 경기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인근 구일역 출입구 공사가 빨리 끝나야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불편이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고척스카이돔 옆 안양천에 국내 야구사(史)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야구 기록의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록의 거리에는 박찬호, 선동열 등의 핸드프린팅과 한국 프로야구 출범, 부문별 최초 기록 등이 전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8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준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 다시 아들 알아본 치매 노모 “이 반지라도 가져가라” 오열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 다시 아들 알아본 치매 노모 “이 반지라도 가져가라” 오열

    “코트 주고 싶어.” 아흔여덟의 아버지는 감기에 걸렸는지 기침하는 아들에게 코트도, 목도리도 다 내줬다. 다행히도 아버지와 키가 비슷한 아들에게 검은색 코트는 꼭 맞았다.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 이석주(98) 할아버지는 60여년 만에 만난 아들 리동욱(70)씨에게 따뜻한 옷을 주면서도 더 줄 것이 없는지 찾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에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게. 자식들이 봉양 잘하면 130세까지 충분히 살아”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할아버지는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아들과 다시 함께하고픈 마음에 “오래오래 살아야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 가져가라. 갖다 버리더라도 가져가라.” 치매로 앞에 앉은 아들조차 인식하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던 김월순(93) 할머니는 작별 상봉에서 다시 아들을 알아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김 할머니는 오랜 시간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북측에 두고 온 장남 주재은(72)씨에게 건넸다. 재은씨는 한사코 사양했으나 김 할머니는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일 수도 있는 반지를 아들의 손에 꼭 쥐여 줬다. 김 할머니는 상봉 첫날인 지난 24일 재은씨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다 25일 개별 상봉 때 잠시 알아보기도 했지만 이후 열린 공동 중식과 단체 상봉에서는 “이이는 누구야?”라며 다시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 상봉 마지막 날인 이날 아들과 기나긴 이별을 준비하려는 듯 다시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살아 있는 거 알았으니 원 없어. 생일날 미역국 계속 떠 놓을게. 걱정 말고 잘 가슈.” 65년 만에 만난 남편과의 작별 상봉에서 한음전(87)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며 한 말이다. 만남 내내 담담해 보였던 남편 전규명(86) 할아버지도 끝내 무너졌다. 황해북도 개풍군이 고향인 전 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끌려갔다가 남쪽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결혼한 지 2년 된 곱디고운 아내와 뱃속의 아들을 북에 두고 온 채였다. 어느덧 주름이 깊게 팬 아내가 “나 시집올 때 기억나?” 하고 묻자 남편은 “예뻤지. 그러니까 결혼했지”라며 꿈같은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전 할아버지도 이내 회한에 찬 목소리로 읊조렸다.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싶어. 만나질 않았으면 이렇게 금방 헤어지지 않는 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형진(95) 할아버지도 북측의 딸에게 주려고 메모지에 짧은 글을 쓰다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최 할아버지는 1·4 후퇴 때 피난을 오면서 어쩔 수 없이 딸과 헤어졌다. 최 할아버지는 옛날 생각에 ‘어머니한테 내가 왔다가 가구(가고), 또 미안하다고 꼭’이라고 쓰려다 ‘꼭’이라고 마무리하지 못하고 ‘꼬’라고만 쓴 채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오대양호’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둔 이복순(88) 할머니 역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걱정돼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남측 배순옥(55)씨는 북측의 조카 배은희(32)씨에게 “고모가 선물 줄게. 우리는 많아”라며 금반지를 끼워 주고 목걸이도 걸어 줬다. 이때 지켜보던 순옥씨의 남측 오빠 상석(60)씨가 “만나게 해 주세요. 서로 편지 주고받게 해 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북측 행사지원 요원들이 몰려들어 “그만하시라”며 만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2시간에 불과한 상봉이 “작별 상봉을 끝마치겠습니다”라는 북측의 안내방송과 함께 끝나자 울음은 결국 오열로 변했다. 특히 북측 가족들을 남겨 둔 채 버스에 오르는 남쪽 가족들은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이번 상봉단의 남측 최고령자인 이석주(98) 할아버지를 태운 구급차가 출발하자 북측 가족 한 명은 창문에 붙은 채 울기도 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남북 이산가족 상봉] 65년 기다려 겨우 12시간… ‘다시 만납시다’ 야속한 노랫말

    [남북 이산가족 상봉] 65년 기다려 겨우 12시간… ‘다시 만납시다’ 야속한 노랫말

    “건강하슈, 오래 사슈….” 65년 만에 만난 남편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별을 앞둔 이순규(85) 할머니가 말했다. 이 할머니는 신혼 6개월 만에 헤어졌다가 주름 가득한 얼굴로 나타난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의 넥타이를 만져주며 잠시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 할아버지는 “부모 잘 모셔야지, 아들도 잘 키우고. 맘은 크게 먹고…”하며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아내는 “알았슈” 하고 답했다. “(당신) 닮은 딸을 못 놓고 왔구나….” 오 할아버지는 회한을 담아 읊조렸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배 속의 아들은 어느새 장성해 “아버지, 건강한 아들로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하고 의젓하게 말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만수무강하세요” 하며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는 아래턱을 떨 정도로 눈물을 흘리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1회차 상봉의 마지막 날인 22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가족들은 마지막 만남인 ‘작별상봉’을 가지며 눈물을 쏟았다. “우리 다시 만나자. 통일은 꼭 됩니다”, “100세까지 사세요. 꼭 다시 만나요.” 이날 남측 상봉단 389명은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상봉단 141명과 일정 마지막 순서인 ‘작별상봉’을 진행했다. 이전 상봉 행사에서는 작별상봉이 1시간이었으나 이번에는 남측의 요청을 북한이 받아들여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2박 3일간 단 6번, 12시간의 짧은 만남으로는 양측 가족들의 켜켜이 쌓여간 슬픔을 달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순간이었다. 비는 그쳤지만 흐린 날씨로 약간 쌀쌀한 가운데 시작된 작별상봉에서 가족들은 짧은 만남 이후 예정된 긴 이별의 아픔에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고 깊이 흐느끼기만 했다. 가족들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려 사진이나 가계도를 함께 보면서 마지막 정을 나눴다. 북측 남철순(82) 할머니는 여동생 순옥(80)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 통일 되면 가족들이 다 같이 큰 집에서 모여살자. 이런 불행이 어디 있니”라며 이별을 애달파했다. 남측 이춘란(80) 할머니도 언니 리란히(84) 할머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내가 열다섯에 언니랑 헤어져서 이제 겨우 만났는데 헤어지면 언제 만나려고…”라고 슬퍼했다. 상봉단의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마지막 날 특성상 남측에서 동행한 의료진은 이전보다 더욱 집중해 고령 상봉자의 건강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염진례(83) 할머니는 건강 상태 악화로 전날 상봉 행사에 불참했지만, 마지막 날에는 오빠 진봉(84) 할아버지를 꼭 만나고자 진통제를 먹고 상봉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또 북측 도흥규(85) 할아버지 사촌인 남측 박종안(79) 할아버지가 가벼운 건강 문제로 의무실에 누워 치료를 받기도 했다. 상봉 종료를 예고하는 마감 10분 전 방송에 이어 상봉장에 울려 퍼지던 노래 ‘고향의 봄’이 ‘다시 만납시다’로 바뀌었다. 예정된 이별에 먹먹하고 초조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북측 안내원들이 순회하며 북측 가족들이 탑승해야 할 차량 번호를 알려줬다. 이윽고 북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상봉장을 떠날 시간이 되자 가족들의 슬픔은 극에 달했다. 가족들은 제각기 버스로 흩어져 “어딨어, 어딨어”라며 먼저 탑승한 북측 가족들을 찾느라 순간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각자 창문을 두드리며 “건강해”, “사랑해”라고 외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작은 창문 사이로 내민 손을 부여잡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북측 관계자의 만류에도 북측 가족들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남측 가족들을 연신 불렀다. 가까스로 열린 차창으로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며 어떻게든 가족의 온기를 기억하려 애썼다. 이로써 60여년 만의 감격적인 상봉 일정을 2박 3일 만에 모두 마무리한 남측 상봉단은 오후 1시 30분 금강산을 떠나 육로를 통해 오후 5시 20분쯤 속초로 귀환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씨줄날줄] 캣맘 사건과 인간의 호기심/이동구 논설위원

    온 국민이 걱정스럽게 지켜봤던 캣맘(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 사망 사건이 초등학교 어린이의 호기심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이웃이나 반려동물을 미워하며 고의로 저지른 혐오 범죄는 아니었다는 데는 안도하면서도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캣맘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기 때문이다.더구나 아이들이 과학 시간에 배운 물체 낙하 실험을 직접 해 보다가 사고를 낸 데다 14세 이하의 형사 미성년자여서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9일 동안이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그저 허탈할 뿐이다.오늘날 일궈 낸 과학 발전의 대부분은 인간의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뉴턴이 만류인력의 법칙을 찾아낸 것도 사과나무 아래서 생긴 호기심이 발단이 됐고, 갈릴레이는 이번 용인 어린이들의 놀이처럼 피사의 사탑에서 낙하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벽돌이 아니라 금, 납, 구리 등 좀 더 과학적인 소재이었을 뿐 별반 차이가 없다. 16~17세기에 시작된 이 같은 물체 낙하 실험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1971년 아폴로 15호의 우주인이었던 스콧은 달에서 망치와 깃털을 낙하시킨 뒤 동시에 달 표면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갈릴레이는 옳았다”고 소리쳤다고 하니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인류의 욕망을 짐작할 수 있다.어쩌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인간의 갈망은 갈수록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신비롭지만 결코 이뤄지지 못할 것 같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 또한 이제 현실 세계처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사진으로 물을 발견하면서 생명이 살고 있다는 믿음도 점차 커진다. 공상과학소설로만 여겨져 왔던 일이 실현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션’이란 영화는 화성에서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화성에 홀로 남아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우주인의 이야기로 화성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호기심도 언젠가는 채워지리라는 믿음을 주고자 하는 것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아닐까.어린아이들의 무한한 호기심을 나무랄 수는 없다. 호기심이 없다면 이미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해 어른들이 말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잘못된 호기심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몰카범죄도 잘못된 호기심이 원인이다.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번 일과 같은 모방 사고가 이어질까 우려된다. 차제에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과 타인의 안전과 인격을 해친다면 범죄가 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웃지 마, 진지해”...’귀차니즘’ 코알라들의 도로변 혈투

    “웃지 마, 진지해”...’귀차니즘’ 코알라들의 도로변 혈투

    나무에 매달린 채 꾸벅꾸벅 졸거나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씹어 먹는 등 얌전한 모습으로 잘 알려진 코알라들이 서로 씨름하듯 싸우는 광경을 담은 보기 드문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은 7일(현지시간) 아침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던 호주 남성 이안 프로빈과 그의 지인이 함께 우연히 목격, 촬영한 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이다. 영상 속 코알라들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서로 격렬하게 드잡이를 하고 있다. 두 마리의 힘이 서로 거의 대등한 듯, 어느 한쪽이 제압되는 일 없이 계속해서 겨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들은 충분히 진지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일 테지만 코알라 특유의 동그랗고 폭신한 겉모습과 평소의 유순한 이미지 때문인지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짐승들이 다칠 것을 우려했는지 영상 속 여성은 “(코알라들을) 떼어내 볼까?”라고 말하지만 촬영자인 이안은 “나라면 그러지 않겠다”며 여성을 만류한다. 어째서 이 코알라들이 삼림도 아닌 도로변에서 혈투(?)를 벌인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웃지 마, 진지해’…도로변에서 싸우는 코알라 2마리 (영상)

    ‘웃지 마, 진지해’…도로변에서 싸우는 코알라 2마리 (영상)

    나무에 매달린 채 꾸벅꾸벅 졸거나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씹어 먹는 등 얌전한 모습으로 잘 알려진 코알라들이 서로 씨름하듯 싸우는 광경을 담은 보기 드문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은 7일(현지시간) 아침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던 호주 남성 이안 프로빈과 그의 지인이 함께 우연히 목격, 촬영한 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이다. 영상 속 코알라들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서로 격렬하게 드잡이를 하고 있다. 두 마리의 힘이 서로 거의 대등한 듯, 어느 한쪽이 제압되는 일 없이 계속해서 겨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들은 충분히 진지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일 테지만 코알라 특유의 동그랗고 폭신한 겉모습과 평소의 유순한 이미지 때문인지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짐승들이 다칠 것을 우려했는지 영상 속 여성은 “(코알라들을) 떼어내 볼까?”라고 말하지만 촬영자인 이안은 “나라면 그러지 않겠다”며 여성을 만류한다. 어째서 이 코알라들이 삼림도 아닌 도로변에서 혈투(?)를 벌인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서울광장] 김일성 父子의 유훈, ‘중국을 믿지 마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일성 父子의 유훈, ‘중국을 믿지 마라’/오일만 논설위원

    1994년 중국이 대북 농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당시 흉년에 직면한 자국민들을 위한 조치였지만 식량난에 허덕이던 북한은 분개한다. 2년 전인 1992년 8월 김일성 주석의 강력한 반대에도 전격적으로 한·중 수교를 단행했고, 이듬해인 1993년엔 관행이던 우호국 결제를 폐지해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줬다. 북한 인민들 사이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죽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는 말이 돌아다녔다. “ 중국을 믿지 마라.” 김일성 사후인 1995년 북한은 100년 만의 홍수와 연이은 큰 가뭄으로 이른바 고난의 행군(1996~2000년)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 대략 300만명 안팎의 아사자가 발생하지만 혈맹국 중국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수준의 교역만을 유지했다. 중국에 대든 김정일 정권에 ‘교훈’을 주기 위함이다. 이때부터 혈맹의 신뢰 관계가 결정적으로 금이 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정일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유언을 남긴다. “중국을 믿지 마라.” 북한은 근본적으로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의 대국주의를 체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에도 북한은 중국과 소련의 패권주의에 반발해 등거리 외교로 자주성을 드러냈고,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을 수정주의자로 몰아붙였다. ‘2002 아시안게임’ 개최지를 선정한 1995년 당시 북한은 대만을 지지해 중국을 경악시켰다. 중국의 최우선 정책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보란 듯이 깨버린 것이다. 핵실험을 말리던 중국을 향한 도발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2006년 10월 9일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16기 6중전회 관련 회의를 주재하던 중 핵실험 30분 전에 통보를 받았다. 극도로 분개한 중국은 “제멋대로”(悍然)라는 표현으로 북한을 성토했다. 이런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머리는 참으로 복잡할 것이다. 자신의 당 총서기 등극 직후인 2012년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국가 주석 등극 직전인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해 시 주석의 체면을 구긴 북한이다. 2012년 12월엔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중파 핵심인 장성택을 처형했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은 장성택과 중국 지도부의 밀접한 관계를 의심했다고 한다. 중국이 망명 중인 자신의 이복형 김정남을 비밀리에 돕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북한 내부에 정치적 변고가 생길 경우 친중 정권을 세우려는 의도로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을 파견하기로 한 대목에서 시 주석의 고민이 읽힌다. 김정은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권력 세습과 부도덕한 통치 행태에 불만도 많지만 북한 정권의 존속으로 남북한 세력 균형을 꾀하면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을 깨야 하는 3중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2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세계를 양분한 중국과 미국은 서로 ‘핵심이익’을 존중하면서 국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자고 했다.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북한 문제를 풀어 가야 하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처럼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수 없는 입장이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전승절 70주년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떨떠름한 미국을 설득한 논리도 ‘중국 역할론’이다. 북·중 간 뿌리 깊은 불신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성질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신의 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북한과 새로운 관계 구축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장 시 주석은 류윈산 상무위원을 보내 북한의 10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저지시켜 한국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자신들이 주창한 신형대국관계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할 것이다.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일정 수준 회복해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유지하려고도 할 것이다. 공짜 없는 세상에 중국의 경제적 비용이 어느 정도가 될지도 포인트다. oilman@seoul.co.kr
  • [새누리 내홍 봉합 이후] ‘일단 지켜보자’ 靑의 기류는…오해와 해명 사이

    청와대는 앞으로는 총선 공천룰에 관한 언급은 내놓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당내 특별기구를 설치해 공천룰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기구 밖에서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들이다. 2일 전반적인 기류를 볼 때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에 분명한 ‘합의’가 도출된 듯 보인다. 김 대표도 전날 오후 “청와대와 공방을 벌일 생각이 전혀 없다. 이제 안심번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논란이 빠르게 진정된 것은 갈등의 지속으로 이득을 취할 주체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서는 야당으로부터 ‘공천 개입’ 공격을 받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 대표도 청와대가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는 ‘룰’의 문제로 충돌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당·청은 무엇보다 ‘총선 룰’이 국정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의 흡입력은 갖고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노동개혁 후속조치와 교육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할 때의 후유증이 어떠할지도 잘 알고 있다. 정권의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있어 올 하반기를 결정적인 시기로 보고 있다. 각종 정책에서 일정한 성과를 도출해 내지 못할 때는 내년 총선도 비관적이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이날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 쪽으로 다시 에너지를 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청와대는 이번 갈등이 ‘공천주도권 경쟁’이나 ‘계파 간 지분 다툼’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는 해명하려는 모습이었다. “국민은 공천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를 해주는 사람을 원한다”거나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제도로는 내년 총선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정치개혁을 위한 제도가 아니므로 이를 만류한 것으로, 공정하며 이길 수 있는 개혁공천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이라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당 대표 때인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고, 2006년 지방선거 때도 광역단체장만 중앙당에서 (공천)했고, 나머지는 전부 시·도당에 위임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면서 항간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런닝맨 홍진영, 김종국과 핑크빛 러브라인… 이광수 “이제보니 난 곁다리였어!” 분노

    런닝맨 홍진영, 김종국과 핑크빛 러브라인… 이광수 “이제보니 난 곁다리였어!” 분노

    런닝맨 홍진영, 김종국과 핑크빛 러브라인… 이광수 “이제보니 난 곁다리였어!” 분노 ‘런닝맨 홍진영’ ‘런닝맨’ 이광수가 김종국과 홍진영의 핑크빛 러브라인에 분노를 드러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예능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홍진영, 은혁, 임주환 등이 게스트로 출연해 ‘해피 추석 레이스’ 특집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김종국과 홍진영은 핑크빛 모드를 자아내며 돈까스를 선택했다. 이광수가 돈까스를 선택하려고 하자 다른 출연진은 “눈치도 없다”며 이를 만류했다. 이에 이광수는 “이제 보니 난 곁다리였어”라고 분노했다. 이광수는 “셋이 몇 번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난 곁다리였다. 둘이 만나기 어색하니 지금까지 날 이용한 거였냐. 난 네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SBS ‘런닝맨’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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