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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거래? / 강금원씨 용인땅 거래 해명 안희정씨 ‘심부름’ 내용 관심

    이기명씨의 용인 땅 매매의혹에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까지 등장함으로써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과의 1차 계약에 그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1차 계약의 해약 사유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안씨는 6일 강 회장과의 계약에 개입했다는 보도와 관련,“심부름을 좀 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강 회장을 만난 사실도 인정하면서 “지금 나서면 시끄러우니 만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안씨가 단순한 ‘심부름’만 했는지,강 회장 말대로 ‘아름다운 거래’라면 굳이 1차 계약자를 밝히라는 거센 요구에 끝까지 강 회장을 ‘보호’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정치자금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박종희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자신의 채무를 상환하려고 강 회장에게 땅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돈을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안씨는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인데 빚 갚느라고 한 것이 어떻게 정치자금이냐.”고 반문했다.빚갚느라고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았을 경우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해약 사유도 석연치 않다.한전 송전탑 때문이라는 노 대통령의 해명은 “특혜 시비가 일 것 같아서”라는 강 회장의 진술과 다르다.송전탑은 등기부등본뿐 아니라 매매계약서에도 “한전과의 계약은 매수인이 승계한다.”고 명시돼 있어 더는 고집하기 어려운 논리가 됐다.이에 따라 실제 해약 사유로 이씨와 불화를 빚었을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다.강 회장은 생수회사 장수천의 정리나 진영 땅 매입 요구를 줄곧 거절해오다 사게 된 땅인데다 복지사업을 계획했었다고 밝혀 땅을 쉽게 포기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강 회장은 이씨의 2차 계약 추진을 불쾌해 했으며 가등기 해제 자금 10억여원의 부담 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노출,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한편 청와대측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계약서가 이씨가 갖고 있는 계약서 사본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강 회장은 자신이 팩스로 청와대에 보내줬다고 말해 ‘원본’의 추가 공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경기자 olive@
  • 여권내 권력투쟁 암시하나 / 강금원씨 발언에 일부 당혹

    용인 땅 거래를 둘러싼 부산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의 해명과 관련,여권내 권력투쟁설이 제기되자 당사자들은 당혹속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4일 “정치하는 놈은 모두 도둑놈”이라고 했던 강 회장은 5일에도 “정치권이 정신차리라는 의미이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초강경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홍위병처럼 행동하지 마라.”고 강조했는데,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부산인맥’들을 주로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노 대통령이 정신적 지주라고 얘기한 송기인 신부,부산 정개추 위원장인 조성래 변호사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그 범주에 든다. 그는 송 신부는 신부답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고,조 변호사는 “전라도 나가라.”고 한 대목을 비판했다.문 수석의 경우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다고 지적했다.반면 안희정씨에 대해서는 “착한 사람이다.권력 욕심없다.”며 옹호했다.나라종금 수사로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입은 안씨의 처지를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됐다.이같은 강 회장의 발언에 대해 당사자들은한결같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조 본부장은 “내가 전라도 사람들 나가라고 했다는데 그런 적 없다.”면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선거 때 특정인을 지지하려는 강 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류한게 있는데 그것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서로 잘해보자는 뜻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안희정씨도 자신이 용인땅 거래에 개입했다거나 문 수석과의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다.명예훼손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권내 권력다툼이 우회적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강 회장이 꼬집은 문 수석은 민주당에서 개혁신당 창당을 외치는 강경파 의원들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다.강 회장이 부산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해온 호남권의 대표적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최근의 ‘호남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조기은퇴 ‘빨갱이목사’ 홍근수씨 부부 / 육필로 쓴 ‘목회활동 34년’

    요즘 한국 기독교계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빨갱이 목사’ ‘통일 목사’로 불려온 홍근수(65) 향린교회 담임목사의 조기 은퇴다. 88년 KBS 심야토론에 출연,친북발언을 한 뒤 ‘빨갱이 목사’로 낙인됐고,줄곧 통일과 민족 자주를 외쳐 ‘통일 목사’로 인식돼온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진보적 인사. 그만큼 그의 거취는 비단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이 일반화된 한국 개신교에서 70세 정년보다 5년 앞선 조기은퇴는 목회자들에게 훨씬 더 강한 메시지로 다가간다. 오는 8일로 예정된 홍 목사의 은퇴가 회자되는 가운데,향린교회가 그의 걸어온 길을 정리한 자서전(한울출판사)을 사회에 내놓아 눈길을 끈다. ‘나의 걸음’이란 홍 목사의 글과,그의 반려자인 부인 김영(춤추는 교회 담임) 목사의 자서전 ‘좋은 것을 깨는 여자’를 한 권에 나란히 묶었다. 우선 ‘나의 걸음’에서 홍 목사는 은퇴와 관련해 이렇게 소박한 심경을 밝혔다.“남이 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 위해 조기은퇴하거나 설교 밑천이 다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65세에 자원은퇴가 시작되고 70세에 법적으로 은퇴하게 되어 있는 것은 평소의 소신에 따라 일종의 생의 복무 연한과 같다고 여기는 사람으로서,복무 연한이 끝나는 65세에 은퇴한다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나며 진보적인 목회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가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도 세상물정을 아는 ‘제대로 된 신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다.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한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미국 유학을 거친 그는 34년간의 목회활동을 통해 향린교회를 한국 최고의 진보교회로 우뚝 세웠다. 향린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목회활동을 하던 초기,진보적 성향 때문에 교회 고위직 간부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켜 목회활동을 그만두려 했으나 교인들의 간곡한 만류로 담임목사를 계속했던 그다. 그의 대미관은 미국 유학 길에 오를 때까가지는 평균 장로교 목사로서의 그것이었다.‘친미’를 넘어 ‘호미’목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12년 반을 산 뒤1986년 말에 영구 귀국할 무렵 그는 이른바 ‘반미 목사’가 되어 있었다.‘반미 목사’로 바뀐 과정을 그는 이렇게 밝힌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믿었으나 실은 예수를 덮어놓고 믿고 신학을 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제국주의성,야만성,국가이익을 위해서는 민주주의는 물론 도덕도 정의도 인권도,심지어는 어떤 기독교의 이상도 모두 뒷전으로 미루어두는 정체를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민족자주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전국 민중연대’의 공동대표인 홍 목사.‘오늘은 지금까지 산 나의 생애의 마지막 날이고 남은 여생의 첫날이다.’를 좌우명으로 삼아 살아왔다는 그는 은퇴후,교회 담임 때문에 실상 제대로 일을 못했던 이 일들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했다. 한편 부인 김영 목사는 ‘좋은 것을 깨는 여자’에서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자신을 찾지 못하다가,주위 사람들의만류를 뿌리치고 목회자의 길을 택한 사연 등 험난한 목회의 과정을 시 형식으로 정리한 것도 흥미롭다. 이화여대 재학시절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는 김 목사의 가부장제를 위시한 관습의 질곡에 대한 비판,종교적 헌신 등이 곳곳에서 읽힌다. 김 목사는 특히 “‘좋은 게 좋다’는 말이 나를 얼마나 억압했던가.무조건 순종하고 의미없이 침묵하는 것을 나의 영혼은 견디지 못했다.”고 목회자가 된 배경을 술회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합의안 발표직전 실무진에 ‘통보’ “NEIS 잠시중단”… 또 말바꾸기 / ‘원칙’없는 尹교육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지난 26일 발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최종 결정에 대해 뒷말이 많다.또 윤 부총리가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합의안 실무진에 뒤늦게 통보 윤 부총리는 NEIS의 재검토 결정 사실을 차관을 비롯,실·국장들에게 발표 당일인 26일 오전 8시쯤에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부총리는 지난 25일 밤 10시쯤부터 1시간10분가량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미경 민주당 의원,차상철 전교조 사무처장 등 5명과 만나 최종 합의안을 작성했다. 합의를 이룬 윤 부총리는 교육부로 돌아와 차관실에서 발표문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던 차관과 실·국장들에게 “의견 접근이 어렵다.”라고만 짧게 말하고 협의 내용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당시 실·국장들은 부총리의 ‘어렵다.’는 발언으로 미뤄 기존 방침대로 가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윤 부총리는 발표일인 26일 아침 8시쯤 차관과 실·국장들에게 합의 내용을알려준 뒤 8시30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청와대에서 돌아온 뒤 윤 부총리는 고건 국무총리에게도 보고했다. 합의 내용을 확인한 실·국장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윤 부총리에게 재고하도록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윤 부총리는 실·국장들의 만류에도 불구,11시40분쯤 합의문을 발표했다. 윤 부총리가 교육부 간부들에게 제때 합의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 일각에서는 “윤 부총리가 취임사에서 밝혔듯 교육부의 조직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부총리 발언,혼란스럽다 일선 고교 정보화담당교사들은 28일 윤 부총리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6개월 동안 NEIS의 민주적이고 제도적인 운영 방안을 만들겠다.내년부터 CS로 돌아간다고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말바꾸기’가 아니냐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D여고의 한 교사는 “특정집단에 교육부가 워낙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제 어떤 발표를 해도 신뢰가 가지 않아 학사 관련 행정업무가 일시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K고교의 교사는 “일단 어느 한 쪽을 정했으면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데 오락가락하니 무척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여권 반응 / 청와대 ‘당혹’ 신주류 ‘씁쓸’ 구주류 ‘환호’

    한화갑 전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 내 반응은 ‘당혹 속 비판’과 ‘찬성’으로 엇갈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전 대표 뜻대로 하는 것 아니냐.”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 분리원칙에 따라 신당에 관해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론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청와대측은 27일 민주당 의원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초청,청와대에서 만찬을 갖기 전 30분 정도 노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단독면담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귀띔하며 기자회견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신·구주류가 상반된 의견을 나타냈다.정대철 대표는 “민주당 정신을 계승하려는 분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신주류 강경파인 천정배 의원은 “개인적으로 내 선배(목포고·서울대)다.노 코멘트”라고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반면 재야파인 이재정 의원은 “당 대다수가 찬성한 마당에 이런 얘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면서 “임시전당대회 소집과 새 지도부 구성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며 도움이 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김성호 의원도 “특정인 배제 등 몇 사람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데서 비롯된 반작용으로 나온 것 같은데 서로 충분히 대화하면 한 전 대표도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신당논의는 한 전 대표의 개인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대세이고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사람이 중단하라고 중단할 신당이 아니다.(이강래 의원)”,“장고 끝에 악수(이종걸 의원)”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구주류측은 일제히 환호했다.당 사수파인 박상천 최고의원은 “한 전 대표가 민주당 해체에 반대하고 민주당 정통성 수호에 뜻을 같이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균환 원내총무도 “한 전 대표는 한국 민주주의와 중도 개혁주의를 몸으로 실천해온 분으로 오늘 판단은 그에 합당한 것으로 본다.”고 치켜세웠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유치원생도 할머니도 ‘새만금 지키기’ 합류 / 삼보일배 수행단 57일만에 서울 입성

    “57일 만에 서울 땅을 밟았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백지화를 주장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기도수행단’이 23일 오전 경기 과천과 서울의 경계인 남태령을 넘었다.31일 서울 시청앞 대규모 집회를 목표로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겼다. ●31일 시청앞서 대규모 집회 지난 3월 28일 전북 부안에서 출발한 이후 선두에서 묵묵히 수행단을 이끌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문규현 신부의 눈에서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문 신부는 지난 21일 피로 누적으로 쓰러진 뒤 병원측의 만류에도 휠체어에 몸을 싣고 수행단에 합류한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기독생명연대 사무처장 이희운 목사와 ‘새만금 생명 살리는 원불교사람들’ 대표 김경일 교무 등 300여명의 수행단은 ‘목숨을 건 수행’을 이뤄냈다는 감격에 서로 어깨를 토닥거렸다.이들은 “새만금 갯벌을 꼭 살려내자.”고 다짐했다. ●“새만금 지키러 엄마 손 붙잡고 왔어요” 서울지역에서는 일반인의 수행단 참여도 허용됐다.때문에 유치원생부터 60대 할머니까지 각계각층의 시민이 수행단에 합류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아들 경희(7)군을 데리고 상경한 주부 김은희(38)씨는 “자연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미국인 데이비드 몰리(24·영어 강사)는 “외국인이지만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새만금 갯벌 개발을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수행단에 합류했다. 아침 일찍부터 수행단에 가세한 서울대 김인걸 국사학과 교수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왔다.”면서 “절을 할 때마다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빌고 있다.”고 말했다. 수행단은 25일 여의도에서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범종교인 기도회 및 삼보1배 행렬맞이 대회’를 갖는다.이어 신촌,서울역,명동 등을 거쳐 31일 시청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만금 사업 중단 결정 촉구대회’를 열 계획이다. ●논란만 낳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대책은 없나.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전북 부안과 군산 사이의 바다를 33㎞의 방조제로 막아 1억 2000만평의 토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그러나 처음부터 사업 효과 등이 면밀히 고려되지 않아 착공 8년만인 지난 99년 5월부터 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됐다.지금까지 1조 4000억원이 투입,방조제 공사만 7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98년부터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또 지난해 새만금 간척지의 4.5배에 해당하는 13만㏊의 농경지를 축소한 정부가 지역 정서를 의식,이 사업을 강행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농림부와 전북도는 완공을 앞둔 방조제를 다시 허물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한해 농사만 망쳐도 700만섬의 쌀 생산 감소가 불가피한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간척사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의 길’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높다.일단 방조제 건설을 멈춰 갯벌을 살리는 대신 다른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다.명지대 김석철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방조제를 그대로 두고 항만,생명공학 등 5개 분야의 특화 구역으로 이뤄진 해양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한편 이날 새벽 5시35분쯤 수행단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삼보일배 홈페이지’(www.3bo1bae.or.kr)와 환경연합 홈페이지(www.kfem.or.kr)가 해킹당해 통신이 두절되고 자료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이두걸기자 douzirl@
  • 공무원·전교조 투쟁 강경대처 안팎 / 盧 “罰은 예고되고 실천될것”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벌은 사전에 예고되고,(또)실천에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인권침해 소지를 주장하며 연가투쟁을 선언한 전교조에 대해 강력 경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국무회의는 3시간 동안 계속됐다.NEIS에 대한 보고와 토론이 이어지면서,당초 토론의제였던 화물 연대파업에 대한 토론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李문화·池여성 강경대응 만류 교사 출신인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과 시민단체 출신인 지은희 여성부장관은 강경대응을 만류했다.또 이 장관과 지 장관은 전교조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듣지 않았다.노 대통령이 전교조의 행태를 불쾌해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노 대통령은 NEIS의 폐기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노 대통령은 전날에는 한총련의 5·18 시위사태에 대해 ‘난동자’라며 단호한 대처를 지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정권은 권력을 찬탈한 부도덕한 정권이 아니다.많은 비판이 있으나여론조사에서 60∼70%의 지지를 아직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은 “대통령이 최근 문제들에 대해 몹시 기분이 상한 것 같더라.”고 국무회의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창동 장관은 “전교조는 위험한 단체가 아니라,교단의 자성(기회)을 마련해준 순기능으로 작용했다.너무 과민반응하는 것에 대해 (다시)고려해달라.”면서 “전교조에 대해 처벌을 강하게 하면 (전교조 지도부에)비협조적인 조직원도 동조하게 된다.”고 강경대응을 만류했다. 그러나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 “전교조 지도부가 지난 80년대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대한 투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권위주의적 정부가 아니므로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이어 “반미교육과 관련,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시각이 외교부를 어렵게 만든다.”라고 전교조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시 이창동 장관이 나서 “전교조 홈페이지에 반미관련 내용이 있지만 전교조 교사 모두가 반미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지은희 장관은“80년대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이 장관을 거들었다.특히 지 장관은 “참여정부에 대한 전교조의 기대가 높으므로 (전교조와)파트너십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그만큼 기분이 나쁘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존 입장 선회 조짐 역력 정부가 국무회의와 긴급 부지사회의 등을 통해 전교조의 연가투쟁과 공무원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해 관련자 처벌 등 강경대처 입장을 밝힌 것은 그동안 공무원노조,전교조 등과 대화노선을 유지해온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이는 물류대란,한총련 5·18 기습시위와 관련해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곧 있게 될 ‘춘투(春鬪)’에 대한 정부 대응의 방향타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가 강경방침으로 선회한데에는 참여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동계와 대학생 그룹 등의 요구가 이미 정도를 벗어났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청와대내에서는 과거의 지지층에 크게 신경쓰지 말고,정책을 제대로 펴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종락·문소영 기자 hyun68@
  • ‘北核추가조치’ 협상 내막 / 美 “모든 방안 동원” 주장… 韓 ‘만류’

    15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 미측의 강경입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 양측의 물밑 협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으며,그 절충점에서 성명이 나왔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추가조치’ 문구가 협상 핵심 미국은 성명 내용을 한국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모든 선택 방안들이 테이블 위에 있다.(All options are on the table)”는 조항을 넣자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우리측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발언이 담겨야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도 모두 담겨야 하며,단순카드라 할지라도 한국민이나 언론들엔 군사공격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논리로 미측을 설득했다.양측은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인 끝에 ‘한반도 평화·안정 위협 증대 경우 추가적 조치 검토’를 명시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3자회담 한국참여도 논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3자회담’에 대해서도 미측은 한국·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우리측은 한국의 참여 문제로 회담 자체가 무산돼서는 안된다고 맞섰다.실랑이 끝에 ‘참여한다’(participate)는 표현이 빠지고 “다자외교를 통한 성공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에 있어 한·일이 필수적”이란 말로 절충했다. 주한미군 제2사단 배치 문제와 관련,미측은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가 한·미 방위능력 제고를 전제로 이뤄지면 대북 억지능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라며 조기 이전을 주장해 어렵게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신중하게 추진한다.’는 쪽으로 조정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최종찬건교 한때 ‘사의 표명’

    최종찬 건교부 장관이 15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사의를 표명했으나 고건 국무총리가 즉각 만류했다.그러나 최 장관은 17일 미국에서 돌아오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실제 사표를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건교장관 사의 반려 최 장관은 이날 낮 국회 건교위 전체회의에 출석,한나라당 조정무 의원이 “정부의 위기 대처에 문제가 많은데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묻자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책임지고 사표를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최 장관은 이어 고 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의를 밝혔다. 이에 대해 고 총리는 “이제 수습하려는 참인데 주무장관이 그래선 안된다.”면서 “지금까지 수습도 건교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했으며,해야 할 일도 많은 만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려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도 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사태해결 및 수송대책 마련에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할 사람에 대한 사퇴 논란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건교부,4차례 정책건의 묵살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화물연대가 올 초부터 파업에 돌입하기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건교부에 정책 건의와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건교부가 이같은 요구를 일방적으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최 장관은 “(그런 공문이 오갔는지)모르고 있었다.”고 말해 건교부 실무자들이 화물연대측의 요청을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건교부 관계자도 “외부 민원에 대해서는 부처 내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과장이 전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특히 화물연대측이 건교부에 미리 제시했던 요구사항이 이날 타결된 화물연대 파업 노·정 합의에 대부분 포함돼 있어,건교부가 사전에 적극 조정했다면 물류대란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자민련 송광호 의원도 “다단계 알선업체의 폐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강도높게 지적했던 일”이라며 “국회의원들이 목터지게 얘기해도 개선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또 “이번 사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로 건교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삼기자 hisam@
  • “다음엔 꼭 우승”/ 시각장애 러년 보스턴마라톤 5위

    “다음엔 꼭 마라톤 우승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시각장애 여자 육상선수 말라 러년(34·미국)이 마음을 다잡았다.러년은 22일 새벽 열린 제107회 보스턴마라톤 여자부 풀코스(42.195㎞)에 출전,2시간30분28초로 5위에 올랐다.두번째 풀코스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비록 러년은 만족스러운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데뷔전인 지난해 11월 뉴욕대회(2시간27분10초·4위)보다 기록과 순위 모두 좋지 않았다.그러나 러년은 우승을 향한 집념을 더욱 불태웠다. 우승과 함께 25분대 진입을 노린 러년은 “다리 경련과 더운 날씨 등으로 만족스런 레이스를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대회를 경험삼아 다음엔 더욱 강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러년의 5위는 93년 대회에서 킴 존스가 2위에 오른 이후 미국 여자선수로서는 10년만에 기록한 가장 좋은 성적이다. 9세 때 망막퇴행성 질환으로 법적인 시각장애인이 된 러년은 원래 1500m가 주종목인 트랙선수.2000시드니올림픽에 미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지난해부터 마라톤에 관심을 보인 러년은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만류했지만 불굴의 투지로 마라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데뷔전인 뉴욕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회조직위가 파견한 운영요원의 자전거를 탄 채 코스와 음료수대 등을 안내했다. 중반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며 우승의 꿈을 부풀린 러년은 그러나 섭씨 20도가 웃도는 날씨로 후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져 결국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여자부 우승은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자카로바(2시간25분20초)에 돌아갔고,로버트 체리요트(케냐)는 2시간10분11초로 남자부 정상에 올랐다. 박준석기자
  • ‘마약수사 대부’ 유창종 검사장 사표

    “‘조직의 안정’이라는 선·후배 검사들과의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는 물러나야지요.” ‘마약수사의 대부’로 불리는 유창종(柳昌宗·사진·사시14회) 대검 마약부장이 21일 오후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유 검사장은 지난 89년 초대 대검 마약과장으로 우리나라 마약수사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그 뒤로도 서울지검 강력부장,대검 마약·중수부장과 서울지검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유 검사장은 그러나 지난달 검찰인사에서 대검 중수부장 때 지휘했던 ‘이용호게이트’의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 문제로 서울지검장에서 대검 마약부장으로 좌천됐다. 유 검사장은 퇴임 뒤 로펌에 몸담을 예정이다.다음은 일문일답. 퇴임 소회는. -이미 마음에 불편한 것들은 다 털어냈다.그런데 즐겁지가 않아서 떠나려고 한다. 선·후배들이 많이 만류했는데. -제일 곤혹스러웠던 부분이었다.특히 후배검사들이 ‘우리들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도 못 참느냐.’고 정색할 때는 안타까웠다. 뒤늦게 퇴임을 결정한 이유는. -같이 행동하자던 검사장들은 ‘도저히안되겠다.’며 내게 사과전화를 한 뒤 사표를 냈다.또 송광수 검찰총장 아래 검찰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후배들과의 약속도 지켰다.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열린세상] “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

    3월28일,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오전에,전북 부안의 한 갯가에 좀 별난 사람들이 모였다.스님들이 있고,가톨릭 신부도 개신교 목사도 있고,원불교 교무도 있다.마침 우리나라를 찾았던 세계적 명성의 평화운동가-걷기 명상의 시인 선사(禪師) 틱낫한 스님도 모임을 격려하는 손님 자격으로 모습을 보였다.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였다.‘새만금과 온 세상의 생명? 평화를 염원하는 三步一拜’가 거기 적힌 글자다.세 발짝 걷고 한번 절한다는 ‘三步一拜’(3보1배) 네 글자만으로 플래카드는 가득 찼다. 여기서 말하는 절 한번은 이른바 ‘오체투지(五體投地)’다.두 무릎,두 팔에 이어 이마까지,온 몸을 땅에 던진다.가장 완전한 경례법이고 기도이며 그 수행이다.새만금 갯벌에서 서울의 조계사까지 305㎞,거의 800리 가까운 길이다.하루 8시간씩 60일 동안 3보1배로 가겠다고 한다. 잠은 지니고 가는 텐트를 치는 노숙이다.3보1배를 하루만 해도 몸살로 앓아눕는다는데,죽기를 각오하지 않고는 이런 두 달 고행은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함께 가는 길동무들은새만금 갯벌 간척사업 반대운동에서 오랜 동반 관계인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에,개신교의 이희운 목사,원불교의 김경일 교무 등이 가세했다.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도 동행한다.범 종교적이고 범 세계적이다.철저한 묵언(默言)도 이들의 약속된 수행이다. 3보1배가 이번이 세 번째인 문 신부는 ‘죽으려는 것이냐.’며 눈물로 만류한 많은 이들에게 ‘편지’를 남겼다.“제 귓전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로 희생된 죽음들과,생명을 빼앗긴 새만금 갯벌과,죄 없는 이라크 인들의 고통이 같은 울림으로 메아리칩니다.이것들은 연민과 사랑을 잃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죄악입니다.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별개의 사건 같지만 모두 야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 똑같습니다.” 이들이 새만금에서 3보1배에 나서기 하루 전인 27일,청와대 경제정책 조정회의에서는 ‘선 경기회복,후 개혁’이라는 중대한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경제가 어렵다.’는 불안 심리 앞에서 환경,지역균형,소득재분배,재벌·금융 개혁 등 이제까지 겨우겨우 지켜왔고 앞으로 지켜가야 할 국가경영의 중요한 가치와 논리들이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경제 핑계면 못할 일이 없다.지금 최대의 국가적 의제인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지와 파병 문제도 따지고 보면 경제가 배경이다. 미국의 북한 공격설,주한 미군 철수설 등 한국 경제와 신용 전망에 치명타를 가하는 불안 요소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부시에게서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푼다.”는 한마디를 얻는 것이 급했던 것이다.명분 없고 부도덕하고,설혹 불법적인 침략이라 한들 ‘미국 지지’와 ‘파병’을 서둘러 선언하지 않을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논리,‘국익’이 거기 있다. 흔히 ‘불가피하다’고 하는,또는 지역의 개발욕구라는 현실논리 위에 새만금의 오늘도 들어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친환경적’이라는 수사를 달아 생명 아닌 개발쪽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미 ‘새만금이라는 정치적 늪’에 빠졌다는 쓴 소리를 듣는다.명백하게도,새만금은 생명의 논리 아니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세상에는 불가피하다고 하는 현실논리보다 더 우선하는 중요한 가치도 있는 법이다.다소 불편해도,좀 천천히 가도,비록 손해를 보더라도,참고 견디고 이겨내는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과 성장이 더 가치 있는 목표여야 한다. “무기를 동원하고 총성이 울려야만 전쟁은 아닙니다.우리는 전쟁터가 된 새만금 갯벌의 헐떡이는 숨소리에서 이라크 어린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듣습니다.저 무고한 갯벌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서 눈앞의 이익을 채우려는 우리의 차가운 가슴은 바로 이라크의 죄없는 시민들을 희생하여 우리의 국익을 챙기겠다는 수치스러운 행위와 맞닿아 있습니다.” 문 신부는 ‘기어서라도’ 가겠다고 한다.불행한 사고가 없다면,3보1배 고행은 5월 말쯤 서울에 닿을 것이다. 정 달 영 assisi61@hanmail.net
  • [수평사회를 만들자] 제2부 학벌타파 1.학벌문화의 원인.실태-간판을 거부한 젊은이들

    공부를 잘 하면 당연히 일류 명문대를 가야 한다고 교사나 학부모들은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권한다.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수없이 들으며 ‘세뇌’되다시피 한다.자연스럽게 학교든,학부모든 아동 교육부터 학벌을 염두에 둔 교육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모든 교육의 지향점은 좋은 학벌을 갖기 위한 것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다.적성이나 소질은 고려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학벌의 굳은 틀을 깨고자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보았다. ◈긴 방황끝 영화학과 입학한 임경진군 “앞으로 학벌에 얽매이는 그런 선택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중앙대 영화학과 03학번 새내기 임경진(林敬眞.24)군은 최근 4년간의 경험을 떠올리며 거듭 다짐했다.‘학벌문화에서의 탈출’ 이것은 임군의 소망이다. 그에게 중앙대는 세번째 대학이다.대전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지방의 J대와 서울 D대를 전전한 지 4년만의 선택이다.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선택한 두 대학의 학과에서도 모두 수석이었다.하지만 임군에게 4년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진학벌문화에 방황하던 시기’일 따름이었다. 중3 때였다.공부를 곧잘하던 임군은 당시 전국적으로 일던 외국어고 진학 열풍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담임 교사부터 외국어고 진학을 적극 권했다.이른바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이유였다. 담임 교사의 뜻을 어기고 진학한 일반고도 다를 바 없었다.고교는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전장(戰場)’일 뿐이었다.‘명문대' 진학을 위한 특별반이 별도로 운영됐고,철저하게 수치화되는 성적에 친구는 경쟁자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제 자신은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엄청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성과는 상관없이 공부에만 매달린 것 같아요.꼭 기계처럼요.” 취업 걱정으로 J대를 1년 다니고 다시 들어간 D대는 새로운 학벌문화와의 만남이었다.대학측이 마련해준 고시반 생활은 더욱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고시만이 신분 상승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지 성공을 위해 젊음을 몽땅 바치는 선배들을 보고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지요.” 마침내 임군은 지난해 고심 끝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임군의 실력은 ‘명문대’에 충분히 갈 수 있었지만 영화를 선택했다.하고 싶어도 가정 형편 때문에 엄두도 못냈던 진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더이상 학벌문화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예술대학에서 수석도 차지했다. “실력이 있어도 학벌 때문에 사회적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부터 죽는다면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주위에서도 만류했지만 제 결정이 옳다고 믿습니다.” 임군은 최근 삭발을 했다.정형화된 틀에 맞춰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안성 김재천기자 patrick@ ◈포항공대 김석범·김현수군 포항공대 김석범(金錫範·기계공학과)군과 김현수(金賢洙·신소재공학과)군은 스물한살 동갑내기 2학년이다.기숙사 룸메이트이기도 하다.둘다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합격하고도 포항공대를 선택했다. 석범군은 비평준화 지역인 경기도의 B고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성적이 뛰어났다.학교에서도,집에서도 진학할 대학은 ‘서울대’라고 얘기했다.예상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잘 나왔다.서울대 자연과학부와 포항공대에 동시에 붙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서울대를 권하더군요.취업도 보장되고 성공의 길도 넓다고요.쉽게 살 수 있다면서요.” 석범군도 서울대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왔다.서울대의 힘이나 학벌의 ‘위력’을 저절로 느꼈다.하지만 포항공대를 택했다. “고민 끝에 매끄럽게 닦아놓은 길을 가기보다 새로운 길을 닦고 싶었어요.설립된 지 20년도 채 안돼 인맥도 적지만 연구와 노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석범군은 아직도 고교 동창들이 “너 서울대 다니지.”라며 당연한 듯이 여길 때 오히려 곤혹스럽다고 말했다.부모님도 가끔 “집에서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고생도 덜하고…”라며 서운함을 표시한다고 귀띔했다. “대학의 이름만 보고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에 가는 선후배들을 적지 않게 봤지만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았어요.적성에 맞춰 하고 싶은 일은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잖아요.지금의 대학생활에 만족해요.” 석범군의 설명이다. 경기도 신도시의 B고 출신인 현수군도 대학 선택 과정은 석범군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현수군은 2002학년도 대입에서 모집단위 군별로 서울대 자연과학부·포항공대·순천향대 의대를 모두 합격했다.학교에서는 서울대를,집에서는 의대를 ‘실속’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권했다. 현수군은 “당시 전망만 밝다고 맞지도 않는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제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석범군과 현수군은 요즘 많은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1주일에 한 두차례 밤 11∼12시까지 각자의 전공실습에 매달리는데다 수업 시간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서로 열심히 하자는 격려는 잊지 않는다. 박홍기기자 hkpark@ ◈학벌주의 뿌리는 학벌 문제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보면 몇 가지의 부정적 측면이 문제가 된다.첫째 간판주의다.이른바 ‘명문대’라는 브랜드에 과도한 가치가 주어지는 탓에 수요자들도 오로지 대학 간판,즉 브랜드 파워를 선택의 제일 가치로 여긴다. 둘째는 서열의식이다.장유유서를 따지는 유교적 영향 때문에 조직이나 인간관계에서 나이나 밥그릇 수에 따라 서열을 따지는 의식은 매우 뿌리깊다.학벌도 출신교의 서열 체계상의 위치에 따른 서열의식이 추상같다. 셋째로 파벌주의다.대학마다 호화판으로 지어대는 동문회관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출신교가 같다는 것에 대단한 동류의식을 느끼며 각종 크고 작은 폐쇄적 서클을 만든다.자기들끼리 상부상조하며 집단이기주의를 강화해 나가는 탓에 지금의 학벌사회라는 것이 조선시대 문벌간 당파싸움의 재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학벌주의의 부정적 측면은 열린 시민사회의 도래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체현상으로 볼 수 있다.그리고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간관이 깔려 있다.한마디로 ‘파시즘적 인간관’이다.우리 헌법이 선언하는 인간 존엄의 핵심적 가치는 인간능력의 다양성과 잠재성에 대한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학벌주의 인간관은 인간을 단일한 기준으로 서열화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차별이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해마다 80만명의수험생이 한날 한시에 같은 문제로 객관식 시험을 치르고 컴퓨터가 채점한 점수에 따라 역시 칼같이 서열화된 대학과 학과에 배치되는 대입 시스템은 우리 사회가 교육의 측면에서는 철저한 전체주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체제가 유지된다는 것은 그 배후에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고등교육이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사회적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국가가 선도기능(?)을 가진 국립대를 직영하고 사립대들도 손아귀에 넣어 질식시키는 국가독점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이로써 국립 우위,서울 소재 우위의 고착된 대학서열체계가 성립하고 국가독점관리의 수능시험 제도와 맞물려 지금의 학벌체제가 유지되는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학벌타파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했지만 청와대 장·차관급 비서관의 83%,국무위원의 62%를 국립 서울대 학벌이 차지하는 ‘학벌 일당독재’의 실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혼란을 느낀다. 유수 사립대에서 우리 학교 출신도 한 자리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우리 학벌주의의 핵심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한마디로 ‘국가의 사당화(私黨化)’다.국가가 특정 국립대를 통해 국가 엘리트를 후계자그룹으로 육성하고 그 출신이 국가 학벌을 이루어 국가를 사당화함에 따라 다수의 민간학벌이 생존차원의 대항 학벌을 형성하는 구도라고나 할까. 김 동 훈
  • ‘두주불사’ 미덕은 옛말 관료사회 주당시대 ‘끝’

    한때 경제 부처에서 ‘술 권하는 문화’가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너나 할것없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을 남다른 장점으로 여겼고,그래서 ‘두주불사’란 별명을 싫어하는 관리들이 없었다.장·차관들의 프로필에 ‘두주불사형’으로 소개되면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했다.세월이 바뀐 탓일까.요즘 관리들은 ‘두주불사’라는 말을 듣기를 거부하고 있다.두주불사는 술만 마시고 일을 게을리하는 무능력한 관리로 오해받기 때문이다. 새 정부들어 경제부처 고위 관리들의 면면을 보면 ‘주당의 시절’이 막을 내렸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신임 차관들이 대표적이다.재정경제부 김광림(金光琳) 차관은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재경원 시절 공보관 재직 때 술 한잔 하지 않으면서도 기자들과 너무 가까이 지낸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당시 술 못마시는 관리를 공보관으로 보내면 실패할 것이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후임 공보관으로 김 차관을 천거했다고 한다.이번 김 차관의 임명에도 김 부총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도 두주불사형은 아니다.주위에서는 이 부위원장이 술을 즐기는 인물은 아니지만,술자리에 마주 앉아 분위기를 맞출 정도는 된다고 말한다.통솔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위원장에 왔으니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조학국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도 술과는 거리가 멀다.꼼꼼하고,치밀한 성격 탓이라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장관들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김진표 부총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탄애호가’란 별명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들어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애주가라고 보기는 어렵다.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도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때는 술 못마시면 일도 못한다고 핀잔받기도 했다.”며 “그러나 새정부들어 우연인지는 몰라도 술을 잘 마시는 고위 간부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병철 손정숙기자 bcjoo@
  • 정균환 “마음은 상했지만…”특검법 공포 5일만에 당무 복귀

    “마음은 상했지만…” 민주당 정균환(사진) 원내총무가 19일 돌아왔다.지난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 결정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지 꼬박 닷새만이다. 그는 최근 행보와 관련,“오래 전부터 잡혀 있던 의정보고대회 때문”이라며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들었다.그러면서 여야 협상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방문 등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배제된 데 대한 불편한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첫 공식 일정으로 의원총회에 참석,“이번 특검제 처리를 보면서 절차,결과,배경 등 모두에 대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정 총무는 일단 당무에는 복귀했지만,특검법 수정을 위한 대야 협상에는 직접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아직 앙금이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의총장에서도 이 대목은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때 사퇴설이 나돌았던 원내총무직은 그대로 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한 관계자는 “정 총무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총무직을 사퇴할까도 생각했으나,주변의 다른 의원들이 극구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이라크戰 초읽기/“후세인 축출 성공이후 이라크 대혼란 빠질것”

    미국의 사담 후세인 축출작전이 성공하더라도 이후 이라크 내부는 종족갈등 등으로 극도의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여기에 쿠르드족 문제 등은 인접국까지 포함한 이해당사자가 많아 중동 정세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질 여지도 있다.향후 이라크에 들어설 정권과 관련,주변국들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통해 1년내 이라크의 재건을 이루겠다고 천명했다.그러나 ‘최대한 빨리’ 이라크에서 민주정부를 세우려는 미국의 구상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주둔과 이에 따른 영향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주변국은 전쟁 이후 미군의 장기적 이라크 주둔을 희망한다.이라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차기 정권을 장악할 경우,같은 시아파 이슬람국인 이란과 연대해 수니 왕정인 사우디 등의 정치불안이 가속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후세인 정권의 핍박을 받아온 이라크 내 시아파 무슬림들은 이란의 지원 속에서 반정부 활동을 계속해왔다. 만약 이라크가 시아파와 수니파,쿠르드족 자치국가로 분리된다면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터키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된다. 이런 점들은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서와는 달리,이라크에서 ‘대안 세력’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한편 이 곳이 영국이나 오토만제국의 강점 등 외세에 강하게 반발해왔던 역사를 돌이켜볼 때,미군은 전쟁이후 거센 철군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이스라엘 변수 터키는 전쟁이 터지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두었다.터키는 이라크 위기가 자국의 남부 쿠르드 거주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자극하는 한편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의 국내 유입이 증가,불안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이스라엘은 이라크가 지난 91년처럼 연합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을 공격한다면,이번에는 참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당시에는 미국의 만류로 반격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되면 다른 중동국가의 반발을 불러와 전쟁은 역내로 확산될 여지도 없지 않다. ●꿈틀대는 이라크 내부 이라크내 시아파는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정적인 후세인 정권을 적극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이런 이유로 수니파들은 후세인 정권이 전복되면서 자신들이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그다드에 상주해온 서방의 한 고위 외교관리는 “정치적 목적에 종교나 종족의 문제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으며,정치적으로는 누구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특히 ‘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진 중산층의 권력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 타임지의 보도 내용이다.전쟁의 후폭풍은 맨먼저 이라크 내부로부터 회오리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이지운기자 jj@
  • 제조업 脫부산 러시… 산업空洞化 우려

    부산지역의 제조업체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건설 관련 자재를 생산하는 부산의 한 중소업체였던 T사는 지난해 5월 경남 김해지역으로 공장을 옮겨갔다.이 회사는 당시 700여평에 불과하던 공장부지가 협소해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했으나 부산에서는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자 김해로 눈을 돌렸다.10여년전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서 창업을 한 이 회사 박모(50) 사장은 공장을 김해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었다고 회상한다.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며 흐뭇해하고 있다. 현재 그의 공장 대지는 1만 7000여평,당시 평당 15만여원에 땅을 매입했다.박 사장은 부산에서는 웬만한 공장부지의 경우 평당 60만∼70만원을 줘야하기 때문에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여기에다 건축비 등을 포함하면 공장을 짓는데만 수십억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었다는 것. 부산에서 김해공장까지의 출·퇴근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지만 땅값이 부산보다 훨씬 싸고 김해시가 취득세·등록세를 면제해주는 혜택까지 받았기 때문에 대단히 만족해 한다. 최근 경남 양산시 어곡동 지방산업단지로 옮겨간 접착제 제조업체인 K사의 김모(54) 사장도 앞의 박 사장과 같은 생각이다. 부산에서 양산의 공장까지는 불과 1시간 남짓 소요되지만 출·퇴근 등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공장 규모도 전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그도 역시 사세 확장으로 더넓은 공장부지가 필요했지만 부산에서는 마땅한 공장부지를 찾지 못했다.이와는 반대로 부산으로 이전해 오는 업체도 더러 있으나 떠나는 업체보다 들어오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형편이다.제조업체의 역외 이전은 자칫 부산지역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어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왜 부산지역 기업체들이 부산을 등지고 있는 걸까.한마디로 말하면 부산에서 기업하기가 힘들고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왜 떠나나 기업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장부지와 땅값이다.웬만한 공업용지의 경우 평당 60만∼70여만원을 호가해 1000평 규모의 공장을 지을 경우 땅값만6억원에 이른다.이같은 액수는 양산이나 김해에 비해 3∼4배 비싼 셈이다.또한 부산에는 과학산업단지,정관지역,신호·녹산공단 일부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공업용지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앞으로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분양예정인 과학산업단지(27만평),정관지역(15만평) 등 모두 합해봐야 가용부지는 43만여평에 불과하다.이들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공장수는 300∼400여개에 불과하다.그렇다보니 대부분 중소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부산 인근지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이 때문에 시는 부지난 해소를 위해 신호배후단지와 명지산업단지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안을 구상중이다. ●지역 분포도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타 시·도로 옮겨간 기업체는 모두 296개.이는 2001년(251개)에 비해 17.9% 늘어난 수치다.2000년 기준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로 90년의 30%보다 크게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양산과 김해가 201개로 67.9%,서울 24개(8.1%),울산 20개(6.8%),창원·마산 10개(3.4%)등으로 양산과 김해지역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현재 부산에는 8000여개의 제조업체가 등록돼 있다.업종별로는 대체적으로 용지를 많이 차지하는 제조업(190개)의 이전이 전체의 64.2%를 차지한다. 이들 이전지역이 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의 공장부지 확보가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반면 2002년에 부산으로 전입해온 업체는 166개로 전해에 비해 40개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부산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산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제조업체로는 르노삼성자동차,한진중공업,연합철강 등이 손꼽힐 정도다.10여년전 동국제강이 떠난 자리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또 지난해 11월 삼성그룹의 모태가 됐던 CJ㈜(옛 제일제당)도 부산진구 부전2동 현 공장을 인근 양산으로 옮겨가겠다고 밝혀 부산시와 관련단체가 적극 말리고 나섰다.다행히 CJ측은 시의 만류에 따라 가급적 부산시역 안에다 새 공장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마땅한 대체부지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체의 역외 이전은 부산의 실업률을 높이고 산업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실례로 김해로 옮긴 K업체의 경우 30여명의 종업원들 중 절반 정도는 현지인을 채용했다고 밝혀 부산의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지역경제 변화분석’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체가 일방적으로 빠져나가기만 했지 대체산업이 육성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부산지역 총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금융 등 대도시형 산업보다는 도·소매,음식·숙박 등 소비성 위락업종의 비중이 크게 높다.제조업이 물러간 자리에 다른 산업이 메우지 못해 부산이 소비성 향락산업 중심 도시로 자리잡게 됐다는 지적이다. ●대책은 없나 제조업체의 역외 이전이 부산지역의 산업 공동화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최근 항만을 끼고 있는 이점 등으로 부산으로 이전해 오는 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부산지역 경제계는 부가가치가 높은 IT관련 사업의 육성과 조선기자재,자동차 부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또한 떠나는 업체를 막고 업체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여건을 조성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부산시는 이와 관련해 산업단지 개발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운전자금 지원,산업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시책을 마련,추진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강병중 회장은 “부족한 공업 용지난을 확보하고 싼값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신호 및 명지 배후단지 인근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해제조치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대검 형사부장 ‘인사개혁’ 정면비판 “파격인사가 정치검찰 초래”

    한 검찰 간부가 검찰 인사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원치(金源治·사진·사시13회) 대검 형사부장은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검찰인사개혁의 정체성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과거 ‘파격인사’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격(格)을 깨뜨리는 인사야말로 검찰을 정권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장은 진행 중인 인사개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그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인사안을 협의하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임을 강조했다. 김 검사장은 “합리적 원칙없이 서열과 기수를 무시한 인사가 이뤄진다면 검사의 신분보장이 형해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적정절차가 무시된 인사는 검사들도 승복하지 않고 인사권자의 정치적 영향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검찰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도 ‘정치검사’를 만든 검찰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만 “속물적 형태의 동기와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정치권력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진퇴문제는 차기 총장 인선 문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그는 원칙과 정도에 어긋나는 총장 인선이 이뤄진다면 “결연히 이에 저항할 것이며 검찰청법에 보장된 정년까지 남아 있어야 할 치욕을 선택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이런 결심 배경에 대해 김 검사장은 “지난 28년간 검사생활을 되돌아 볼 때 한 점 부끄럼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개혁대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김 검사장의 글이 통신망에 올려지자 ‘낙락장송이 기울면 우리 같은 못다핀 꽃들은 어찌합니까.’ 등 그의 퇴임을 만류하거나 입장을 지지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랐다. 조태성기자
  • 盧대통령.평검사 공개토론/“어쩌다…” 충격의 검찰

    ‘어쩌다 반개혁 세력으로 몰렸나.’‘진작 물러났어야 했다.’ 9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이 끝난 뒤 김각영 검찰총장이 끝내 사퇴하자 검찰 수뇌부부터 평검사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충격과 당혹감에 술렁였다.고위 간부들은 김 총장이 퇴진을 안타깝게 여긴 반면 소장층에서는 좀 더 일찍 과감한 결정을 내렸어야 옳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자괴감 감추지 못하는 간부들 대다수의 검사들은 노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표시한데 따른 결과로 받아들였다.일부 간부들은 “결국 이렇게 반개혁적인 세력으로 낙인찍혀 물러가는 것인가.”라고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특히,평검사들조차 ‘정치검사를 솎아내야 한다.정치권에 빌붙는 선배들을 찍어내야 한다.’고 발언한 데 큰 충격을 받았다.간부들은 “할 말도 면목도 없다.”며 자괴감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며 한탄했다. ●피할 수 없지만 비통하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충격적이다.검찰이 왜 이렇게까지 전락했는지….”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는 “총장의 임기를 보장키로 했음에도 또다시 깨지게 됐다.”고 말했다.지방의 한 평검사는 “대통령이 총장을 노골적으로 불신임한 마당에 사퇴가 당연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평검사와 법조계는 총장 퇴진을 계기로 검찰 조직을 일신,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토론을 지켜본 한 평검사는 “김 총장과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회의에서 총장 거취문제도 언급이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재경지역의 지청장은 “평검사들의 지나친 요구가 결국 검찰 수뇌부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임 발언을 낳았던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임기제 총장임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의 발언도 지나친 감이 있었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부부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강 장관이 임명됐을 때 총장 이하 수뇌부들은 (사퇴)결심을 했었어야 했다.”고 했다. 대검의 한 과장은 “비통하다.사실 개인적으로 총장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TV토론에서 검찰 수뇌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그걸 원인으로 물러나는 형식은 검찰로서는 파격인사 이상의 타격이다.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토론회가 결국 검찰 수뇌부 탄핵용으로 쓰여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4시간 동안 고심 공개 토론 전 “검찰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검사들의 충정이 잘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던 김 총장은 토론이 끝난 뒤 내내 굳은 표정으로 말문을 닫고 있었다.김 총장은 4시간여 동안 집무실에 남아 대검 간부들과 거취 표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간부들은 총장의 퇴진을 만류하고 “총장 및 수뇌부의 거취에는 입장 변화가 없다.”며 회의를 정리했으나 김 총장이 퇴근한 일부 간부들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사태가 긴박하게 흘러갔다.김 총장은 오후 7시30분쯤 퇴임사를 구술,이를 기획과장이 정리했으며 김 총장은 청와대와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김 총장은 “인사권 통제에 대한 항의로 사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이번 인사안이 부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안동환 조태성 홍지민기자 sunstory@ ◆네티즌.각계 반응 사상 유례없는 대통령과 평검사간 거침없는 설전과 논쟁에 네티즌과 시민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생중계된 토론시간 내내 정제되지 않은 용어와 격앙된 어투가 오가자 네티즌도 열띤 사이버 대리전을 펼쳤다. ●네티즌,대통령 손 들어줘 9일 토론회를 전후해 청와대와 법무부,대검찰청 등 관련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등에는 수천∼1만여건씩 의견이 폭주했다.토론 직후에는 한꺼번에 접속이 몰려 청와대 등의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글을 올린 대다수 네티즌이 검찰을 질타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격려했다.이들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 실망스럽다.”“기회주의적이며,자질이 의심스럽다.”“평검사도 무소불위의 권위적 발상에 사로잡혔다.”며 검찰을 난타했다.일부 네티즌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10여건의 리플이 한꺼번에 달리는 글도 있었다. 소수이긴 하지만 파격인사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평검사의 주장이나 논리를 지지하는 글도 떠올랐다. ‘공명정대’라는 네티즌은 청와대 게시판에 “대통령의 인사권한에 정면 도전하는 검사들의 목소리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분개한다.”고 밝혔다.‘옳은이’는 대검찰청 게시판에 “대통령을 범죄인 취조하듯 협박성 발언으로 대들었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반면 ‘김홍삼’은 “검사만 쫓아내는 것이 원칙이고 개혁인가.”라고 반박했다.한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서 ‘kod4395’라는 네티즌은 “너무 파격적인 인사가 단기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검사들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며 평검사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각계 다양한 반응 시민단체는 “검찰개혁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개혁을 위한 후속조치를 당부했다.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상명하달 폐지,재정신청권의 전면 확대,특검제 상설화 등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검찰 인사위원회 구성이 당장은 가능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의 인사권을 인정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대 법대 안경환 학장은 “젊은 검사들이 소신을 밝힌 것은 사명감의 발로이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검사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평검사들의 인사권 이관 요구에 반대했다. 이석호(26·서강대 신방과4)씨는 “인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공무원 인사권이 훼손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 행정부처 고위공무원은 “검찰의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의 표출과 옹호,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구혜영 유영규 이두걸기자 koohy@
  • 주주소송은 늘고 배상보험 가입은 적고 벌거벗은 이사님

    얼마전 국내 모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제의를 받은 대학교수 C모씨는 고민에 빠졌다.많은 주변 사람들이 수락을 만류하고 나섰기 때문.동료들은 사외이사가 예전엔 책임질 것 없이 기업경영을 체험할수 있는 ‘유익무해한’자리였다면 요즘엔 월급 수백만원을 받지만 책임은 큰 ‘요주의 포스트’로 변모했다고 충고했다.정 하고 싶으면 회사측에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을 꼭 요구하라는 것이었다. 이사회 결정 사항에 대한 책임추궁은 날카로워져 가는데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이 여전히 저조,이사들이 온갖 대내외 리스크에 알몸으로 노출되고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D&O)이란 말그대로 임원들이 물어내야 할 손실을 보험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보험.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거나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을때 엄청난 손해배상금액을 임원 개인이 물어내려다간 알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임원발령나면 집과 재산을 부인명의로 돌려놓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엄청난 손배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고 감방에도 가야 한다.임원배상책임보험은 불의의손배 위험에서 임원들의 신변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안전판인 셈이다. 더욱이 올해 집단소송제 도입 등으로 임원들이 책임질 분야는 더욱 늘어난다. 그런데도 임원 책임보험의 가입자 증가율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1997년 14건,총 보험료 수익 25억원에 그치던 시장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98,99년에만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을뿐 해마다 신규가입건수 성장률이 10%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의 90% 이상을 재보험 받고 있는 ‘코리안리’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임원배상책임보험의 가입건수는 380건,총 보험료 수익은 650억원에 불과하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이 가운데 300여 군데가 상장사,나머지가 등록 등 기타 형태 회사”라고 말했다. 900여개 상장사 가운데 3분의 1정도만 보험에 들었을 뿐이다.이는 대부분의 상장사가 보험에 가입한 미국은 물론 홍콩(50%)에 비해서도 아주 낮은 수치.800여개에 가까운 등록사를 비롯해 비상장 회사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시장 성장속도가 현저히 더딘 것은 제도와 인식미비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겹친 탓이다.주권에 대한 개념자체가 취약한 우리 시장에서 기업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거나 패소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그러다보니 기업측에서 굳이 돈들여가며 보험을 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000년 말 소액주주들로부터 손배소를 당한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해 1000억원 가까운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있지만 이에 대해선 아직도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현대투신 124억,LGCI 200억,금강파이낸스 50억원 등 손배소를 당한 또다른 사례들도 결심판결이 나려면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삼성화재보험 관계자는 “손배소가 제기돼도 3심재판까지 5∼6년은 끄는데다 대부분 중간에 합의돼 버리는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만만찮은 비용부담도 가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업종과 신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험료는 통상 최우량 기업의 경우 보험금의 1%,정상기업은 2%,신용도가 낮거나 재무구조가 불량한 기업은 3% 정도로 책정된다.보험금 100억원짜리에 가입하려면 임원 1명당 해마다 2억∼3억원씩을 지출해야 하는 기업이 수두룩한 셈이다. 순익 몇십억원에 불과한 영세 기업체로는 감당하기 어렵다.임원 과실을 회사가 무조건 보험처리 해주다보면 경영진이 ‘모럴 해저드’에 빠져버리는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O시장에 대한 손보사들의 공략은 계속될 전망이다.포화상태에 다다른 보험시장에서 기업환경의 변화와 관련,D&O가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경우 이사회 결의의 전후사정도 잘 모른채 형식적으로만 서명했다가 향후 문제가 불거지면 책임은 똑같이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면서 “때문에 최근에는 D&O 가입을 사외이사직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기업인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D&0에 한푼도 가입하지 않았던 대우 계열사가 지난해 거액 보험에 집단으로 가입했던 것도 사외이사들의 적극적인 요구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올들어 A산업,B전기부품업체 등의 경우 CEO의 취임과 함께 D&0에 가입했다.”면서 “CEO 사고의 혁신과 이사들의 적극적인 권리찾기가 맞물려야 D&O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해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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