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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장례문화학회 정경균 회장

    한국 장례문화학회 정경균 회장

    살아가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두루 관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가족계획이나 전통적인 매장(埋葬) 문화 등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의식을 바꾸는 활동에 나서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장례문화학회 정경균(鄭慶均·70·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회장은 보건사회학자로 평생을 인구문제, 가족계획,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퇴치 등에 앞장섰고, 현재는 장묘문화를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고건 전 총리와 이세중 변호사, 김재순 전 국회의장 등이 참여하는 ‘동숭 포럼’을 만든 사람으로, 고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던 때 ‘조언 그룹’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묘문화 바꾸려 명예퇴직 그가 장묘문화 개선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9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을 마치고 1년간 ‘안식년’을 보내며 쉬고 일을 때다. 당시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고 전 총리가 “시장으로서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매장 전통을 고집하는데 더 이상 (서울 시민이 죽으면 묻힐) 땅이 없다.”며 도움을 요청, 장묘문화 개선 운동에 나섰다. 그는 “고 총리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동안 죽음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너무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당시 화장은 ‘불행한 죽음’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고, 수백년 역사를 이어온 매장 전통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사단법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안식년이 끝났지만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주변에서는 “서울대 교수직이라는 ‘철밥통’ 생활을 집어던지고 간 사람은 서울대가 생기고 처음이다. 좋은 일도 아니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왜 하려고 하느냐.”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고집은 적중했다.98년 당시 30%를 밑돌던 전국 화장률은 6년이 지난 지금 현재 60%를 넘어섰다. 매장을 고집하던 국민의식도 크게 바뀌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3명 중 2명이 화장에 대해 찬성을 하는 등 화장에 대한 거부감도 엷어졌다. 그는 장묘문화뿐만 아니라 남들이 꺼려하는 문제에 오히려 적극 나섰다. ●우직한 외길인생 그는 60∼70년대 대한가족계획협회와 국립가족계획연구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거치는 동안 가족계획운동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출산율이 1.17명으로 전세계 최하위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출산율이 6.0명에 이르는 등 인구문제가 심각했다. 그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가족계획에 대해 설명하면 ‘남의 집 씨를 말리러 왔다.’며 문전박대를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매를 맞고 쫓겨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앞으로 저출산·노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데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 교육, 세제 등과 연결돼 있다.”면서 “과거 정부가 인구조절을 위해 취했던 정책을 반대로 하면 저출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에이즈 퇴치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93년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회장에 취임하는 등 에이즈 퇴치에 앞장섰다. 에이즈 초기 확산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서상목 당시 복지부 장관에게 이 문제에 대해 수차례 건의했고, 결국 에이즈 확산을 크게 둔화시켰다. ●원로 모임인 ‘동숭포럼’ 창립 주도 그는 지난 3월 고건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면서 주목받았던 ‘동숭포럼’의 창립을 주도한 사람이다. 동숭포럼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고 전 총리의 이웃 사람들끼리 만든 친목모임이다. 한 동네에 살던 사람들끼리 차나 한 잔 하면서 살아가는 얘기나 나누자는 취지로 만들어져 어느덧 20여년을 이어왔다. 구성원은 이세중 변호사와 김재순 전 국회의장, 이창희 전 독일대사, 이영로(식물학자) 전 이화여대 교수, 정문호 서울대 교수, 신원식 학산장학회장, 하영수 대구 경일대 이사장 등 비슷한 연배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원로다. 그는 “78년 대학로로 이사를 가면서 인사차 동네 사람 12명을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한 것이 동숭포럼의 시작이었다.”면서 “이후 ‘심지뽑기’로 모임을 주최할 사람을 정해 한달에 한번꼴로 자주 모였고,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 전 총리는 초기 멤버는 아니었지만 부친인 고형곤 박사가 초창기 멤버여서 자연스럽게 모임에 참석했다.”면서 “과거에는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은 건강이나 취미활동, 가정 대소사 등이 주요 화제”라고 덧붙였다. 모임은 ‘밀다원’(샘터출판사 자리)이 없어지면서 이세중 변호사의 부인이 운영하는 마로니에 공원 뒤편 ‘모짜르트’라는 카페에서 갖는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억새풀에 비유한다.“중국에서 태어나 14살 때 한국으로 건너왔고, 중학교 때는 남대문 시장에서 서울신문을 팔면서 학비를 마련했다.”면서 “어려웠던 어린 시절은 남들이 꺼리고 싫어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일이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조언을 해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고 활짝 웃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일협정 문서 내년 공개

    청와대와 6개 정부부처가 지난 1965년 한·일 정부가 맺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협정)의 문서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월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팀장으로 외교통상부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국무조정실 등 6개 정부 부처 관계자들로 ‘한일협정 문서공개 태스크포스’를 꾸렸으며 최근까지 수차례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둘러싼 양국간 외교적 갈등이 커지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한일협정 체결 40주년과 해방 60주년을 앞두고 양국간의 해묵은 과거를 분명하게 밝혀 속죄할 것은 속죄하되 관련 피해자들에 대해 양국이 공동 책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번 문서공개팀 구성과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간 외교의 틀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향후 북·일 수교교섭에서 청구권 문제 등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일본이 협정문서 공개를 만류했기 때문에 외교 관례상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만일 한국 쪽에서 문서를 공개할 경우 일본은 ‘김대중 납치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서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월13일 일제강점 피해자 99명이 한일협정 관련 57개 문건 공개를 요구하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일부 승소 판결이 난 뒤 자진 공개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재판에 불복해 곧바로 서울 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또 다시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일본측에 ‘한일협정 문서 공개 문제가 소송중이고, 판결 결과에 따라서는 공개가 불가피하며 일본 정부도 그런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 공개팀은 7차에 걸친 한일협정 회의록과 관련자료 원본 공개등을 논의중이다. 진경호 이지운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욘사마 여성팬 10여명 다쳐

    |도쿄 이춘규특파원| 26일 사진집 홍보차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욘사마’ 배용준을 보려고 몰려나온 일본 팬들이 뒤엉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았지만 1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난 것은 이날 아침 배용준이 숙소를 나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숙소인 뉴오타니 호텔 앞으로 몰려든 1000여명의 여성팬들을 못본 채 할 수 없었던 배용준은 사고를 우려해 곧장 회견장으로 가달라는 일본 경찰과 호텔측의 만류에도 불구, 승용차를 타고 팬들 사이를 지나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승용차가 움직이면서 일부 흥분한 팬들이 차를 에워싸는 과정에서 엉키면서 넘어졌고 10명이 병원으로 실려가게 된 것. 배용준은 이날 오후 예정대로 도쿄 도심 롯폰기힐즈 52층 기자회견장에 나타났지만 시종일관 안색이 어두웠다. 말문을 좀처럼 열지 못하던 그는 “가볍게 눈인사라도 하고 싶었고 그분들과의 약속이 있어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안좋은 일들이 발생해서 가족분들이 다치고 넘어졌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taein@seoul.co.kr
  • 아버지에게 듀얼 간이식한 두딸 이나영·종은씨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를 받았지만,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두딸이 빈혈과 건강이 상할 우려를 무릅쓰고 간을 이식,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규봉(54)씨 3부녀. 간경화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씨는 지난 17일 두 딸로부터 간을 절반씩 이식받은 뒤 서울아산병원 무균실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씨가 받은 수술은 ‘2대 1(듀얼)이식’으로, 기증자인 딸들의 장기 용량이 적어 두 사람의 장기를 절반씩 나눠 이식받았다. 충남 논산에서 딸기농사를 짓던 이씨가 B형 간염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봄.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던 이씨는 치료를 받으면 곧 나아질 것으로만 생각하고 꾸준히 병원을 다녔지만 상태는 점차 악화됐고, 지난해 가을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6월에는 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통보를 들었다. 그러나 이씨의 부인은 마른 체형에 키가 작았고, 세딸 중 막내딸은 몸무게가 40㎏도 되지 않아 간을 이식할 만한 건강 조건이 되지 못했다. 큰딸 나영(26)씨도 적격 검사 결과 간 크기가 너무 작았다. 그러자 빈혈증세로 이식이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던 둘째딸 종은(23)씨가 언니와 힘을 합쳐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나섰다. 가족의 간 이식을 만류하던 이씨는 병세가 악화돼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뒤였다. 시간을 다투며 시작된 수술은 국내 ‘듀얼 이식술’의 권위자인 이승규 교수의 집도로 20여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큰딸 나영씨는 회복실에서 “아버지가 빨리 완쾌돼 온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지난 8월 대학을 졸업한 종은이가 수술 때문에 취업을 포기했는데 이제 하루빨리 직장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영씨가 근무하는 인천공항세관은 수술 소식을 듣고 전 직원이 모은 성금 1900만원을 이날 이씨에게 전달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자식·시어머니 거부하는 아내

    [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자식·시어머니 거부하는 아내

    아이 하나를 데리고 재혼한 지 4년 된 남성입니다. 결혼 1개월 만에 아내는 빚이 있다며 한사코 직장엘 나가더니 일을 핑계로 매일 자정이 넘어 술취해 들어옵니다. 결혼할 때 몰랐는데 아내는 신용불량자더군요. 어린 아이를 밤 늦게까지 내버려 둘 수 없어 할머니에게 보냈습니다. 자식이 생기면 달라질까 싶어 둘째를 낳았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는군요. 첫아이가 아빠를 그리워해 데려오고 싶지만, 아내는 펄펄 뛰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강기환- 세상에 재혼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초혼보다 몇십배, 몇백배 더 어려운 것이 재혼이라고 하지요. 누구나 시작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추고 있었던 본성(?)이 나타나 상대를 실망시킵니다. 사람 마음이 처음과 끝이 같다면 더 바랄 게 없으련만 이중성을 가지고 상대를 기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는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그래서 있나 봅니다. 기환씨, 아내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두고 왔다면 두고 온 자식들 생각에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 마음은 너나할 것 없이 똑같을 터인데 전실 자식에게 어찌 그토록 매정할 수 있을까요.TV에서 방영된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 덩치 큰 사자에서부터 손바닥보다 작은 참새에 이르기까지 자식 사랑이 눈물겹도록 헌신적이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자식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많은 반성을 하게 되더군요. 재혼한 아내가 결혼 1개월 만에 자신이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다니던 직장을 다시 나가겠다고 해 함께 천천히 갚아가자고 만류했지만 듣지 않고 직장을 다시 나갔다고 했지요. 아내가 신용불량자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당신이나 숨기고 결혼한 아내를 보면 결혼 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재혼했던 것은 아닌지요. 상대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겠으나 깊이 살피지 못했던 점은 본인 책임입니다. 재혼은 살아온 과거가 있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기에 자녀문제와 재산문제가 얽혀 있기 마련이지요. 결혼 전 모든 것을 숨김없이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혀야만 뒤에 탈이 생기지 않는 법인데 상대에게 좋은 점만 보여주려는 거짓된 마음이 결국 탄로가 나서 불행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잘살아 보자는 다짐만 가지고는 성공된 재혼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외롭다고 해서, 혹은 상대가 마음에 들고 좋다는 생각만 가지고 재혼을 하게 되면 얼마 못가서 그 결혼은 실패하고 맙니다. 빚을 갚기 위해 직장에 나가는 아내는 고객관리다, 회식이다 해서 거의 날마다 자정이 넘어서야 만취되어 돌아오고 집안 살림은 시어머니께 맡긴 채 나몰라라하고 있어 남편이 한마디 하면 속 좁은 사람으로 몰아치며 큰소리치며 대들고….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해 홀어머니를 분가시켜 드렸는데 한동안 세상 만난 듯 좋아하더니 또다시 예전의 무질서한 생활로 돌아가고…. 돌봐줄 할머니마저 없는 아이가 밤 10시까지 홀로 있는 것이 안쓰러웠겠지요. 애를 낳으면 마음이 달라지겠다는 아내 말에 솔깃하여 아이를 가져봤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지요. 홀로 남은 큰아이가 불쌍해 할머니께 보냈는데 1년6개월 동안 아빠와 떨어진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는지 이상해져 가고 있어 다시 데려 오든가 아니면 가까운 곳에 이사를 시켜서 당신이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펄펄 뛴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이가 그릇된 길로 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당신의 각오에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 묻고 싶다고 했는데 신은 천륜을 버리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실 자식, 시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다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아내는 당신이 인륜, 천륜을 저버리고 자신만을 택해 주길 바라는가 봅니다. 인생살이는 돌고 도는 것인데 뉘라서 앞날을 장담할 수 있을까요. 아내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덕목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춤 향한 열정 ‘父子대결’

    아버지는 전통을 지키고, 아들은 전통을 발판으로 창작의 불을 지핀다. 스타일은 달라도 춤을 향한 열정만은 닮은꼴인 춤꾼 부자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화제다. 승무 인간문화재인 정재만(56·벽사춤아카데미 이사장)과 젊은 무용가들의 프로젝트 그룹 ‘무사(無士)’의 리더인 용진(28) 부자. 정재만은 오는 23·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전국 남성 명무전 ‘묵언의 꽃’(02-516-1540)을, 정용진은 20일 숙명여대 르네상스홀에서 세번째 정기공연 ‘몽, 미인’(02-710-9114)을 공연한다.‘묵언의 꽃’에는 정재만의 ‘허튼 살풀이’, 임이조의 ‘한량무’, 지희영의 ‘산조춤’, 김일환의 ‘즉흥무’ 등이 선보인다. 아들 용진씨도 ‘승무’로 아버지의 무대에 선다. 2001년 창단한 ‘무사’는 전통의 호흡을 뿌리로 현대적 춤을 추는 그룹. 정용진은 전통무용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제4대 벽사춤 계승자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회 정재만류 승무 이수자이기도 하다. 전통 장단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분위기속에서 젊은 춤꾼들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美 CIA 내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포터 고스 신임 국장측과 기존 간부들간의 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갈등은 CIA 내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CIA와 백악관의 관계 악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대자라면,CIA는 부시의 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지난 6월 조지 테닛 전 국장 사임 후 국장직무대행을 맡았던 존 맥롤린 부국장이 12일 사임했다. 맥롤린 부국장은 사표를 내기 전 고스 국장에게 패트릭 머리 비서실장의 전횡으로 간부들의 항의성 사직이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또 해외공작 총책인 스티븐 캡스 작전국 부국장도 머리 비서실장과 충돌한 후 사표를 냈다. 캡스 부국장은 고스 국장과 백악관측의 만류로 15일까지 최종 결심을 미루기로 했으나, 이들 외에도 여러 간부급 비밀요원들이 CIA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CIA의 내홍은 이미 선거전부터 예견돼 있었다.9·11테러,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등과 관련한 ‘정보 실패’ 때문에 의회로부터 대개편을 주문받은 CIA는 대통령선거 때 부시 대통령에게 불리한 비밀 문서를 언론에 집중적으로 유출해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백악관은 CIA와의 정보교류를 중단한 상태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CIA 출신으로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내다 CIA 국장에 임명된 고스 국장은 역시 CIA 출신인 의회 보좌진을 비서실장과 인사, 예산 등의 핵심 부서장으로 기용해 기존 간부들과 마찰이 계속돼 왔다. dawn@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진실게임(SBS 오후 7시5분) 12억원짜리 다리 보험에 든 스타킹 표지 3대 모델의 1억원짜리 다리, 간드러진 목소리와 화려한 무대매너를 자랑하는 제2의 하춘화,7살로 대한민국 최연소 가수, 한국에서 35시간 동안 춤을 춘 기네스의 주인공 등이 등장한다. 진짜 기록의 보유자 단 1명을 찾아낸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미니홈피와 블로그. 최근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개인 미디어, 즉 1인 미디어다.2000만명 이상이 미니홈피나 블로그라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1인 미디어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해 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아이들의 통신언어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인터넷 언어를 반대하는 모임이 생기는가 하면, 일선 학교에서는 조례시간에 바른 글 교육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통신 언어를 되짚어 보고, 집 또는 학교에서 이를 어떻게 잡아줄 수 있는지 해결책을 찾아본다. ●생방송 한기찬의 금요토론(iTV 오후 8시30분) 일부 사립학교들의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교육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학개혁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집중토론해 본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MBC 오후 7시20분)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아야 했던 두 자매. 얼마 후 어머니마저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언니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동생을 떼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찾으려 했을 땐 이미 동생은 입양되어 떠난 후였다.40년이 지난 지금, 과연 동생을 만날 수 있을까?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사고로 남편을 잃고 두 딸을 키우며 살고 있던 지원과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살던 태수의 재혼.10살 연하라는 태수의 나이와 약사인 지원에 비해 변변치 않은 태수의 직업이 문제가 됐지만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딸들의 반대와 태수 전처의 방해로 생활은 엉망이 된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희수는 진국이 처한 위기가 박 부장 때문은 아닐까 하고 의혹을 품는다. 영란은 영화제작을 위한 것이라며 은수가 쓴 원고를 읽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것을 영란에게 보여준 은수의 행동에 정희는 충격을 받는다. 재민은 대석의 만류에도 불임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데….
  • NASA연구프로젝트 참여’ 남극 가는 박나희씨

    NASA연구프로젝트 참여’ 남극 가는 박나희씨

    별을 사랑하고 우주를 동경했던 소녀는 이제 20대 예비 물리학자로 성장해 별과 우주가 손에 잡힐 듯한 남극으로 간다. 듣기에도 생소한 우주선(宇宙線·Cosmic ray)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남극행의 목적이다. 오는 12일 미국·이탈리아 연구진 20여명과 함께 뉴질랜드를 거쳐 남극의 맥머도 기지로 가게 될 박나희(26·이화여대 대학원 물리학과 박사과정)씨의 마음은 벌써 극점에서 마주할 우주로 향해 있다. ●‘과학소녀’ 남극 간다 연구진은 그곳에서 50일 동안 머물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인 우주선의 원소 성분을 파악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암호명은 ‘크림(CREAM·Cosmic Ray Energetics And Mass·우주선의 에너지와 성분 분석). 부산에 살던 어린 시절 박씨는 밤하늘의 별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올랐다고 했다. 밤이 되면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별들과 얘기를 나눴고,‘천체관측회’라는 이름이 내걸린 행사는 장소와 시간을 따지지 않고 쫓아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천체망원경을 사달라며 6개월 동안 부모와 실랑이를 벌였다. 한 과학잡지에서 본 예쁜 ‘별나라’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부모 만류에도 꿈 버리지 않아 어린시절 아버지 박삼석(54)씨와 어머니 이경자(53)씨는 “여자 애가 그런 거 사서 뭐하려고 그러냐.”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잡지를 내밀며 망원경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딸에게 결국 두 손을 들었다.8일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난 박씨는 “돌이켜보면 장난감 수준의 망원경이라 별을 관찰하는 건 꿈도 못 꾸고 겨우 달이 약간 크게 보일 정도라 실망이 컸다.”면서 “하지만 그 망원경이 과학도로서 출발점이 됐다.”고 싱긋 웃는다. 고등학교 때는 진로문제로 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딸에게 자나깨나 의대가 ‘최고’라고 고집하는 부모, 하지만 딸은 ‘죽어도’ 의대는 싫다고 버텼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박씨의 집념을 꺾지 못했다. ●만만치 않은 과학 현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과학도의 꿈을 나누던 친구들은 힘겨운 현실에 꺾여 방향을 틀고, 하나둘 직장을 구해 나갔다.2001년 기초작업이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에 같은 학과 친구 5명이 참여했으나 박씨 혼자 남았다. 박씨도 반도체를 이용한 실리콘 검출기로 우주선 원자에 반응하는 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해 낙담에 빠지는 나날을 보냈다.“하늘 보고 별만 보면 밥이 떨어지냐.”고 비아냥도 적잖이 들었다. 박씨는 “친구가 하나 둘씩 떠나 홀로 남았을 땐 ‘나도 졸업하면 뭘 하나.’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땀이 결실로… 하지만 1년 남짓 흘렸던 땀은 이듬해 10월 그 결실을 맺기에 이른다. 실험으로 만들어낸 센서를 스위스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 가속기 연구실에서 5일 동안 임상실험한 결과, 센서가 마침내 원소 입자를 감지했다는 전기신호를 보낸 것이다. 박씨는 “그 순간 ‘내가 하는 일이 저렇게 신기한 결과를 내는구나.’라며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싹 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뒤돌아봤다. 결국 박씨는 국내 연구진을 대표해 남극 실험에 참여하게 됐다. 박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리콘 검출기를 운영,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씨는 “우리는 우주가 신비롭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우주의 비밀은 많은 부분 벗겨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우주선 분야를 계속 연구해 신비로 덮인 우주 구성의 기본 원리와 실체를 밝혀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 이게 이렇게 되는 거구나.’라며 ‘생각하는 즐거움’을 즐기는 과학도라면 열악한 우리의 과학 환경도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며 별과 우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보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4시간의 웰빙산행-설악 흘림골

    4시간의 웰빙산행-설악 흘림골

    단풍이 끝난 가을산은 겨울 채비를 하고있다. 낙엽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바람이 불면 ‘사사∼삭’하고 힘없이 떨어지는 나뭇잎,10월의 그 빛나던 단풍은 잊혀졌다. 나뒹굴고 있는 낙엽은 그저 자신이 최고인 양 살고있는 ‘덧없는 우리의 삶’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아름다움은 없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거나, 삶에 지쳐 위로받고 싶다면 가벼운 배낭을 매고 단풍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11월의 산으로 떠나라. 마침 20년의 자연휴식년제를 마치고 울창한 원시림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설악산 흘림골이 제격이다. 설악산 오색지구에서 맛있는 산나물정식, 칠성장어를 먹고 오색탄산온천에 몸을 담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세파에 지치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말끔히 치료받을 것이다. 진정한 웰빙을 꿈꾸는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산행이다. ●20년 만에 드러낸 아름다움 산은 좋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간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몰상식한 인간들은 그의 몸을 파헤치고 병들게 했으며 거대한 쓰레기만을 남겨주었다. 그래서 그는 20년 동안이나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을 거부하고 황폐해진 자신을 추스렸다. 지난 9월20일, 건강해진 자신을 드러내 보였다.‘내가 당신들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들도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와 달라.’는 당부와 함께. 그래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더욱 설다. 아주 오래 전에 헤어진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콧노래를 부르면 양평, 홍천을 거쳐 인제를 지나고 한계령으로 접어들었다. 한계령 정상에서 2㎞를 양양쪽으로 내려오자 오른쪽에 ‘흘림골 개방’이란 현수막이 보였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조금 지났다. 국립공원입장료 1600원을 내밀며 표를 달라고 하자 직원이 “오후 2시면 입산통제를 한다.”며 한사코 만류했다. 계곡에는 해가 일찍 지고 등산로가 평탄치 않아 사고가 일어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막무가내로 표를 끊고 산행을 할까 생각하다 ‘산에 대해서 자신하거나 만용을 부리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말이 스쳐 지나가 고집을 꺾었다. 그랬다.20년 만에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한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가 있는 오색약수 쪽으로 내려왔다. 다음날 오전 10시.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산행을 시작했다.“산행이 아니라 트레킹코스로 생각하면 돼요.2시간30분 정도로 코스도 가볍고….”사람들은 그렇게 말해줬다. 그 말만 믿고 카메라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물도 챙기지않은채 산을 올랐다.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시작되는 오르막길. 약간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봤다. 바위에 붙어살고 있는 진초록의 이끼들, 곳곳에 쓰러져 있는 커다란 나무, 등산로 위로 넘어져 고개를 숙이고 통과하게 만드는 고사목,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거대한 주목들이 늘어서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나도 모르게 ‘헉헉’소리를 내며 걸었다.“이렇게 험한 길을 누가 트레킹 코스라고?” 혼잣말을 하며 40분을 넘게 걸었다. 오른쪽에 나타나는 여심(女深)폭포. 여성의 성기에 비슷하게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여심폭포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1960∼70년대에는 신혼여행객들의 필수방문코스였다고 한다. 여기서 등선대(登仙臺)까지는 300m. 일명 ‘깔딱고개’다. 급경사를 이루는 구간으로 올라가는데 보통 30분이 넘게 걸린다. 아예 구슬땀이 흘러내린다. 돌계단 또한 흙이 깔려있어 미끄럽다.‘야 이거 장난이 아닌데, 어제 오후에 들어왔으면 고생했겠네.’하는 생각이 든다. 뚝뚝 이마에서 볼을 타고 구슬땀이 흐른다. 손수건도 없어 맨손으로 땀을 훔치며 올랐다. 오르막의 끝에는 약간의 평지가 나온다. 바로 내려가면 십이폭포를 거쳐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으로 10여 분을 올라가면 등선대로 오르는 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등선대에서 설악의 비경은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왼쪽으로 올랐다. 길이 좁고 험하다. 밧줄을 잡고 바위 오르기를 두차례. 드디어 등선대에 올랐다. 일단 눈이 시원하다. 해발 1004m의 등선대는 사방이 트여 있다. 역시 흘림골이 자랑하는 멋진 풍경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남설악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방에 뾰족한 바위로 덮인 산들이 이어진다. 가히 천하절경이다. 설악의 정상인 대청봉, 한계령 휴계소, 점봉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어느 화가가 그림을 그린들 이렇게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잠시 숙연해진다. 사람들이 4∼5명이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간인 등선대에 잠시 앉아 땀을 식히고 내려온다. 아차 발을 잘못 디디면 바위 밑으로 내팽겨질 것같았다. 주말에는 등선대 정상은 좁고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아 1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등선대에서 12폭포로 하산하는 길은 철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다.10여분 내려오자 오른쪽 조그만 바위틈에 빨간 바가지가 놓여 있다. 졸졸 흐르는 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었다. 물이 시원하고 맛있다. 오래간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어지는 돌계단과 바위에 걸려 몇 번 넘어질 뻔했다. 계곡을 따라 약 1시간을 걸으니 작은 오르막이 나온다. 그런데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물소리였다. 이제부터는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이다. 물이 깨끗하다고 해도 이렇게 투명할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물도 마시고 얼굴을 씻으며 약간 계곡물을 오염시킨 채 12폭포로 향한다.2시간20분만에 도착한 12폭포는 아기자기한 소와 담이 이어진다. 계곡 주변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침만 흘리고 물로 배를 채우고 서둘러 하산한다. 용소폭포에서 금강문을 거쳐 도착한 선녀탕. 아름다운 계곡에 눈이 커진다. 정말 사람들만 없으면 옷을 벗고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갔다. 그리고는 머리를 들었다. 지금 이순간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아름다운 설악을 온몸으로 느꼈다는 것이 뿌듯했다. 10분을 내려가니 제 2약수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톡 쏘는 약수를 마시고는 용소폭포에서 1시간만에 오색약수 매표소에 도착했다. 출발한 지 4시간 만이다. 밥을 먹고 오색그린야드호텔 온천에서 씻고 서울로 출발했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산행팁:보통 3시간30분에서 4시간을 잡으면 넉넉하다. 흘림골에서 오후 2시 이후에는 통제를 한다. 오색으로 올라오는 길은 오르막이 계속되므로 흘림골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편이 좋다. 또 11월 중순부터는 산불 위험때문에 통제를 할 수 있으므로 확인 후 떠나는 것이 좋다.(033)636-7702. ■자연송이 힘이 송송 칠성장어 건강 쑥쑥 남설악 오색지구는 산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모여있다. 그중에서 통나무집식당(033-671-3532)이 잘한다.35년째 같은 자리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이 집은 ‘통나무집정식’(1만3000원)이 주메뉴다. 인근 산에 채취한 산나물 8가지와 북어구이, 된장찌개가 나온다. 특히 3개월을 숙성시킨 동치미는 이집의 별미. 얼음이 둥둥 떠 있고 아작아작 배추가 씹히는 맛이 최고다. 뚝배기에 오색약수로 지은 밥은 꿀맛이다. 오색지역의 별미는 ‘칠성장어’. 남대천에서 비가 많이 오는 8월에 주로 많이 잡힌다. 입쪽은 거머리처럼 생겼고 몸통은 일반 장어와 같다.남설악식당(672-3159)이 맛있다. 꼼장어처럼 갖은 야채와 고추장 양념에 졸여 먹는데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것이 일품이다. 요즘은 잘 잡히지 않아 가격이 비싼 것이 흠. 마리당 3만원. 산채정식이나 약수정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향긋한 자연산 송이를 맛 볼 수 있는 곳은 양양송이마을(672-0072)도 괜찮다. 오색그린야드호텔 지하에 있다. 오색그린야드호텔(672-8500)은 가족끼리 묵기에 좋다. 우리나라 최초의 콘도형 가족호텔로 호텔급의 서비스에 객실에서 콘도처럼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 좋다. 가격도 일반 펜션보다 훨씬 저렴하다.25평은 주중 7만원, 주말 9만원. 또한 지하에 있는 탄산온천도 유명하다. 중탄산과 탄산가스를 주성분으로 각종 광물질이 많이 녹아있어 피부병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입장료 7000원. 이밖에도 호텔에는 온천물을 이용하는 국제규격의 실내 수영장, 전자오락실, 실내골프연습장,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룸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목회자5명 이라크서 또 ‘위험한 선교’

    한국인 목회자 5명이 이라크에 무단입국했다가 귀국을 권유받고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8일 항공기편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시리아를 거쳐 요르단에 도착한 뒤 500달러를 내고 이라크행 장거리 택시를 탔다. 29일 새벽 요르단-이라크 국경에 도착한 이들은 “위험하니 아침에 들어가라.”고 만류하는 국경 책임자의 말을 무시하고 이라크로 진입했다. 이어 모술에 도착, 현지 지인으로부터 “한국인이 온다는 정보가 테러 세력들에게 널리 퍼져 있어 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바로 잡힐 테니 당장 바그다드로 돌아가라.”는 경고를 받았다. 특히 “당신들은 물론 모술 내의 다른 목회자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택시에서 내리지 말고 당장 돌아가라.”는 이라크인 기독교 목회자의 권고가 주효했다. 이에 바로 차를 돌려 오후 바드다드로 되돌아온 이들은 3곳의 호텔로부터 잇따라 숙박을 거부당했다. “한국인 숙박을 허용했다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들키면 한국인의 목을 자를 것이며 우리도 위해를 당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같은 것을 알게 된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측은 이날 밤 어렵사리 호텔을 구한 이들을 찾아가 신변 보호를 위해 처소를 대사관으로 옮겼다. 이들은 대사관측으로부터 귀국을 종용받고 입국 3일 만인 31일 오후 현지를 떠났다. 이들은 입국 이후 ‘우리가 죽으면 시신을 실험용으로 써달라’ ‘순교자 000’이라고 쓰인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정부는 이들이 이라크 재입국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출국을 금지하는 한편, 출입국관리법 위반죄 적용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 중 2명은 지난 4월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됐던 목회자 7명과 일행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여권법을 개정, 정부 방침이나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지난 1일자 기사에서 “한국인은 새로운 곳에 가면 교회를 세우고 중국인은 식당을 열고 일본인은 공장을 세운다는 말이 있다.”면서 “한국인이 중동에서 공격적인 기독교 선교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43)

    破竹之勢(파죽지세) 儒林 205에는 破竹之勢(깨뜨릴 파/대나무 죽/어조사 지/형세 세)가 나오는데, 이 말은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라는 뜻으로 ‘맹렬한 기세’ ‘세력이 강대하여 적대하는 자가 없음’ ‘무인지경을 가듯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진군함’을 가리킨다. 破자는 ‘皮’(가죽 피)와 ‘石’(돌 석)이 결합되어 ‘돌을 깨다.’라는 뜻을 나타내었다.‘石’은 ‘암벽 언덕 아래에 돌덩이가 걸쳐 있는 형상’을 본뜬 象形(상형) 글자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한 덩이의 돌’을 형상한 글자라고 한다.‘皮’는 말린 짐승 가죽을 씌워 만든 방패를 손에 들고 있는 모양이다. 竹자는 두 줄기의 대나무 가지를 그린 것이다. 탄생 이후 변함없이 ‘대나무’라는 본뜻으로 쓰이고 있다. 관악기는 대개 대나무로 만들었기에 ‘관악기’를 뜻하기도 한다. 之자는 ‘止’(지)와 ‘一’(일)을 합친 글자이다.止는 본래 발을 뜻하였으나 점차 ‘그치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렇게 발을 나타내는 止 아래에 출발선 또는 지면을 가리키는 一을 넣어 ‘어디론가 가다.’라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勢자에 관련해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권세’ ‘권력’을 뜻하였지만 후대로 오면서 ‘상황’ ‘기세’ ‘기회’ ‘고환’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破竹之勢’는 晉書(진서) 杜預專(두예전)에서 유래한 故事(고사)다. 魏(위)나라의 權臣(권신) 司馬炎(사마염)은 元帝(원제)를 폐하고 왕이 되자 杜預한(두예)에게 吳(오)나라 침공을 명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武昌(무창)을 점령한 두예는 일격에 오나라의 都邑(도읍)까지 진격(進擊)하고자 하였으나, 여러 장수들이 氣候(기후)와 風土(풍토)를 들어 挽留(만류)하였다. 두예는 이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우리 군사들의 士氣(사기)는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破竹之勢)’와 같소. 대나무란 처음 두세 마디만 쪼개면 그 다음부터는 칼날이 닿기만 해도 저절로 쪼개지는 법. 어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버린단 말이오.” 두예는 곧바로 휘하의 전군을 휘몰아 오나라의 도읍으로 殺到(쇄도), 단숨에 공략하여 오왕의 항복을 얻어냈다. 破자와 관련이 있는 故事成語(고사성어)로는 ‘破竹之勢’ 외에도 ‘破鏡’(파경:사이가 나빠서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破廉恥’(파렴치: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뻔뻔함),破天荒(파천황) 등이 있다. ‘破天荒’(깨뜨릴 파/하늘 천/거칠 황)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混沌(혼돈)의 상태인 天荒(천황)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인재가 나지 아니한 땅에 처음으로 인재가 나거나,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놀랄 만한 일을 해냄’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北蒙碎言(북몽쇄언)’에 전하는 고사의 要旨(요지)는 다음과 같다. 唐(당)나라 때 荊州(형주)라는 지방은 文人(문인)이 많은 지방이었다.500년 동안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합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형주를 ‘天荒’의 땅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劉稅(유세)라는 사람이 그 금기의 벽을 넘어 마침내 科擧(과거)에 合格(합격)하였다. 사람들은 유세를 가리켜 천황을 허물었다고 하여 ‘破天荒’이라 일컬었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표해록/최부 지음

    조선 성종 때인 1488년, 제주도에서 추쇄경차관이라는 관직을 맡고 있던 최부는 부친상을 치르기 위해 제주를 떠나 고향 나주로 향한다. 최부를 포함한 43명의 일행은 날씨가 궂으니 배를 타지 말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나선다. 출항 이틀째, 최부 일행은 결국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뱃길을 잃고 대양을 표류하는 신세가 된다. 표류 14일째, 최부 일행은 가까스로 중국 저장성 영파부 연해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구의 출몰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이 최부 일행을 왜구로 간주한 것이다. 그들은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왜구의 혐의를 벗은 뒤에는 군리(軍吏)의 인도를 받으며 항저우를 출발, 운하를 따라 베이징에 이른다. 명나라 황제까지 만난 최부 일행은 요동반도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제주를 떠난 지 6개월 만에 마침내 한양으로 돌아온다. 성종을 알현한 최부가 성종의 명으로 중국여행 등에서 겪고 들은 일을 일기체로 지어 바치니 이것이 바로 ‘표해록(漂海錄)’이다.15세기 중국 기행문학의 금자탑 ‘표해록’은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불행의 결실이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만 논의되던 ‘표해록’이 도서출판 한길사가 펴내는 ‘한길그레이트북스’의 하나로 완역돼 나왔다. 서인범·주성지 두 명의 동국대 강사가 번역하고 2000여개의 방대한 각주를 달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중국 명나라의 해안방비 상황과 지리, 민속, 언어, 문화, 조선·명 관계사 등 중국 문헌에도 잘 나오지 않는 귀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표해록’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9세기 일본승려 엔닌(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3대 중국여행기의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儒林(205)-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儒林(205)-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극도의 혼란은 끊임없는 약육강식의 전쟁을 불러일으켜 천하통일을 꾀하는 패왕들을 탄생시켰는데, 공자가 진나라에 입국하였을 때의 강자는 오나라의 오왕이었던 부차(夫差)였다. 공자가 진나라에서 한 해쯤 머물러 있을 때 부차는 직접 군사를 몰고 와서 세읍을 점령하고 돌아갔다. 부차는 또한 오늘날의 절강성(浙江省)의 소흥현(紹興縣)인 회계(會稽)에서 월왕 구천(句踐)을 격파하는 등 파죽지세로 전국시대의 최고 강자로 부상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잠깐 오왕 부차와 월(越)왕 구천 사이에 얽힌 인연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춘추전국시대 때 가장 드라마틱한 일화 중에 하나인 부차와 구천간의 복수극은 원래 오나라와 월나라간의 오래된 원수지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몹시 사이가 나쁜 사이를 일컬어 ‘오월지간(吳越之間)’이라고 하거니와 원수끼리 같은 운명이 되어버린 것을 ‘오월동주(吳越同舟)’라고 하는 것처럼, 복수를 하고 또 되갚음을 하는 숙명의 라이벌이 바로 오나라와 월나라의 사이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 두 나라간의 그 유명한 복수극은 먼저 오왕 합려가 월왕 구천을 공격하였던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월왕이었던 윤상(允常)이 죽고 그 뒤를 이어 구천이 즉위하자 그 혼란기를 노려 대대로 원수국이었던 월국을 정복하기 위해서 합려가 친정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구천의 군사는 합려의 군사를 무찔렀을 뿐 아니라 독화살을 맞은 합려는 그 손가락의 상처가 악화되는 바람에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 마침내 임종 때 합려는 태자인 부차에게 반드시 구천을 쳐서 원수를 갚아달라고 유언을 했고 부차는 이 유조를 지킬 것을 맹세하였다. 마침내 왕이 된 부차는 부왕의 유명을 한시도 잊지 않으려고 ‘섶 위에서 잠을 자고(臥薪)’, 자기 방을 드나드는 신하들에게 방문 앞에서 부왕의 유명을 다음과 같이 외치도록 명령하였다. “부차야, 결코 월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차야, 결코 복수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때마다 부차는 복수를 다짐했다. 이처럼 이를 갈며 준비하기를 3년, 드디어 때가 왔다. 부차의 복수심을 경계한 월왕 구천이 참모 범려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제공격에 나섰다가 도리어 오나라의 군사에 대패하여 회계산으로 도망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구천은 자결을 하려 하였으나 ‘참으십시오. 오나라의 재상 백비는 탐욕스러운 인물입니다. 이익을 미끼로 그를 유혹하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수치는 잠깐이지만 참으면 반드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범려의 말을 듣고 굴욕적인 군신간의 예를 맺음으로써 간신히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때 오나라의 중신 오자서(伍子胥)가 이 기회에 구천을 죽이고 월을 멸망시켜 뒤탈이 없도록 할 것을 진언하였으나 부차는 월나라로부터 뇌물을 받은 재상 백비의 말을 좇아 구천의 투항을 받아들여 살려주었던 것이다. 기사회생(起死回生). ‘죽은 사람을 되살려준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는 바로 부차가 원수인 구천을 용서한 일에서 탄생된 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월왕 구천은 이후 항상 곁에 곰의 쓸개를 놓아두고 앉든지 눕든지 바라보면서 먹거나 마실 때에는 반드시 쓸개를 핥아 ‘그 쓴맛을 맛보았다.(嘗膽)’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다음과 같은 말로 질타하였다. “너는 회계산의 치욕을 잊었는가.” 그뿐 아니라 구천은 몸소 밭을 갈고, 부인도 직접 옷감을 짰으며, 식탁에서는 육류를 없애고, 의복에는 색깔을 삼가는 한편 자신의 의지를 굽히고 현인에게는 자신을 낮추었으며, 빈민을 구제하기에 힘쓰고 죽은 사람을 조상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파란하늘. 비가 온 후 가을하늘은 파랗다 못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럴 때는 하늘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항공 레포츠의 메카라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어섬으로 갔습니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약 5만명이 항공레포츠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초경량 항공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파란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초경량 항공기에 도전했습니다. 어땠느냐고요?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자, 이제 파란 하늘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안전벨트 매시고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출∼발. 아름다운 10월 초순, 날개클럽의 윤청(43)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뜻 윤회장은 “언제든 오세요. 하늘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을 느끼기엔 하늘이 최고죠.”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며칠간은 새가 부럽지 않았다.‘나도 너희들처럼 푸른 하늘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야!’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난다는 것은 원초적인 본능인가. 내가 도전할 종목은 초경량항공기. 속도는 다소 느리고, 위험해 보이지만 온몸으로 푸른 하늘의 신선함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울트라 라이터 모터,ULM이다. D-데이는 14일. 내 들뜬 마음을 시샘하듯 전날 저녁무렵부터 뇌성벽력과함께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졌다. 날씨때문에 밤잠을 설치다니….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아무 시름없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돌아간듯 행복감이 밀려왔다. 늦게 잠든 탓인지 평소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창가로 달려가보니 아침햇살이 눈부셨다.“아자, 하늘이 나를 기다리는구나!” 한껏 흥분을 누르고 취재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은 차에서 김밥으로 때운채 막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자 전화기가 울렸다.“바람이 심상치 않아요. 비행이 어려울 것…”황급히 나는 윤회장의 말을 잘랐다.“안돼요. 전 오늘 꼭 타야해요.”내 굳은 결심이 느껴졌는지 윤회장도 더이상 만류하지 않았다.“일단 어섬에서 만납시다. 오후엔 바람이 잘 수도 있으니까….” 어섬엔 바람이 먼저 도착해있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초짜’가 이런 날씨에 비행이라∼.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난 후에도 바람은 잠잠해질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오후 4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더 늦으면 사진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어쩌랴. 일단 하늘의 뜻에 맡기고 어섬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4시, 윤회장과 일행들은 어섬의 마산포 비행장 활주로로 나가 바람을 체크했다. 내 침 넘어가는 소리가 소음처럼 내 귀를 울렸다. 순간 윤회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야 바람 좋다!”나도 모르게 “야!”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기 격납고로 이동해 우선 ULM 조립에 들어갔다. 윤회장, 김용진(42)총무, 한윤진(33) 패러글라이딩 교관 등 세명이 능숙한 솜씨로 조립했다. 행글라이더보다 두배정도 큰 날개를 만들고 그 밑에다 엔진을 결합했다. 그리고 손으로 줄을 당겨 시동을 걸었다.‘쿠릉쿠릉’소리를 내며 시동이 걸렸고,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막상 비행체를 보니 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말이 좋아 초경량 비행기이지 행글라이더에 모터를 부착해 시속 120㎞까지 낼 수 있다지만 덮개는커녕 손잡이도 없는 게 아닌가. 오직 안전벨트만으로 몸을 고정한다는 것이다.‘혹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불안한 생각, 아들과 아내, 부모님 생각까지 났다. 망설여졌다. 순간, 하늘을 날고싶다는 욕심을 접고 싶어졌다. “빨리 헬멧 쓰고 무전기 테스트하고 준비하세요. 곧 해가 질 텐데….” 먼저 조종석에 앉은 윤회장이 채근하는 통에 ULM에 올랐다. 윤회장의 뒤편에 앉으니, 무전기를 통해 윤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혹시 엔진이 꺼져도 행글라이딩이 가능한 안전한 비행체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수백번 비행을 했는데도 이렇게 멀쩡합니다!!!””“넵!”내 불안한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큰소리로 답했다. 출발이다. 윤회장은 엔진 출력을 높이는가 ‘부∼릉 부∼릉 왕∼’소리가 들렸고, 몇m를 달리는가 했더니 순간 맞바람을 맞으며 기체가 솟구치듯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황홀했다.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발아래 펼쳐지는 시화호, 햇살을 맞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했고 저기 멀리 물결치는 황금들녘과 작은 산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바로 이거구나, 자유. 목숨을 바쳐서라도 느끼고자 했던 것이구나.’갑자기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그만 날개가 녹아버려 목숨을 잃은 이카루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트 형제등 하늘을 나는 꿈을 꿨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엔진이 퍼득 퍼득 소리를 내며 꺼지는가 싶더니 비행체가 10여m 아래로 쑥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으악!”‘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몇 초에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윤회장의 허리를 꽉 잡았다.“하하하.”윤회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엔진을 꺼도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많이 놀라셨죠.”그가 장난을 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엔진 시동을 걸었다.‘휴∼’한숨이 나왔다. 시화호 일대를 몇 바퀴 돌고 나는 내려왔다. 사진촬영을 위해서다. 이번에는 김총무가 모터패러를 타고 이륙했다. ULM의 경우는 가속기를 밟으면서 행글라이더의 컨트롤 바를 위로 치켜들면 기체가 하늘 위로 치솟았고, 당기면 아래로 한없이 떨어진다. 좌우 방향 조정도 마찬가지로 간단해 보였지만 모터패러는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일단 패러글라이더를 한손으로 조정하고 다른 손에는 가속기를 손으로 누르며 속도를 조절해야 하므로 이륙하기가 더 어렵다. 패러글라이딩을 완전히 마스터한 사람만이 모터패러를 탈 수 있다했다. 사진장비를 챙겨 어섬 활공장으로 올라갔다. 밑에서 무전으로 한윤진씨가 교신을 하며 도와주었다. 몇 차례 사진을 찍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그때 거위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는 소녀 안나 퍼킨과 거위 떼의 환상적인 비행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포스터가 생각났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붉은 노을과 날고있는 사람들…. 너무 아름다웠다. 허리둘레 34인치의 ‘아저씨’, 내 눈에 눈물이 흘렀다. 땅에서 아둥바둥 살고있는 내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봤고, 지는 해를 배경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초경량비행기란 자체 무게가 225㎏ 이하, 연료용량 38ℓ 이하의 비행기를 일컫는다. 방향타를 이용해 조종하는 타면조종형과 몸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체중이동형으로 나뉘는데 초경량 항공기로는 국내 가장 먼저 도입된 ULM(울트라 라이트 모터의 약자, 행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 모터패러(패러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와 흔히 말하는 조그마한 경비행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보다 엔진의 힘을 이용하는 비행체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씨와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연료를 한번 채우면 보통 시속 70∼80㎞로 2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 이곳에서 배우세요 ●배울 곳:항공레포츠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칠 곳을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사항 등을 미리 체크하는게 좋다.날개클럽(02-927-0206)은 항공 레포츠의 대표주자. 체험비행은 물론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 무동력 부문과 ULM, 모터패러 등 동력 부문 모두를 체계적이고 책임있게 교육한다.(www.nalgaeclub.co.kr) ■ 버섯집서 별헤는 밤 시골밥상에 인심도 흠뻑 어섬은 시화호를 끼고 있는 항공 레포츠의 메카.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등 다양한 항공 레포츠뿐 아니라 원드서핑, 카이드 서핑,MTB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 바다를 끼고 있어 계절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와 고급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즐길 게 집약된 곳이다. ●버섯모양의 집, 해피하우스 해피하우스에 들어서면 만화 ‘스머프’의 마을이 연상된다. 집을 버섯모양으로 만들어 연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 나무로 지어진 펜션은 하나하나 독채라 다른 사람의 방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이 가수 서태지가 시화호에서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고 하루를 묵고 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섯집은 원룸형태로 되어 있으며 보통 4∼5평 수준으로 실내에 싱크대와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가족들은 독채에 묵는 편이 좋다. 운영자의 아내가 시인이라 펜션 곳곳에 자작시를 써놔 운치를 더 해준다. 바비큐 시설과 족구장까지 갖춰져 있다.(031)357-3908,www.ehappyhouse.com. ●시골집 밥상 어섬에서 송산쪽으로 10여분을 나가다보면 오른편에 간판이 있다. 점심은 12시부터 2시까지 저녁은 6시 30분터 7시30분까지, 식사때만 영업한다. 말 그대로 시골밥상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 반찬도 매일 바뀐다. 주문할 필요도 없이 앉으면 밥을 가져다 준다.5000원.(031)357-1859 ●어심 어섬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집. 계절에 맞는 음식을 판다. 지금은 한창 대하를 많이 판다. 굵은 소금을 깔고 그 위에 올려 구운 대하를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1㎏ 보통 30미 정도에 3만 5000원. 요즘은 농어도 많이 난다. 농어회는 3만원. 이집의 별미인 얼큰해물칼국수는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바지락, 새우 등 해물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룬 별미. 메뉴에는 없고 특별주문하는 사람들에게만 끓여준다,5000원.10월 말부터는 굴밥도 판다. 자연산을 고집하는 주인 때문에 평소에는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믿음직스럽다.(031)357-2109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하프타임] 두산 거포 김동주 전격 은퇴선언

    프로야구 두산의 간판타자 김동주(28)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두산은 19일 김동주로부터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 새 인생을 찾아보겠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산은 김동주가 현재 서울을 멀리 떠나 있으며 돌아오는 대로 구단을 찾아 은퇴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지만 적극 만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李총리 “조선·동아 역사 반역자” 취중진담?

    李총리 “조선·동아 역사 반역자” 취중진담?

    ●베를린서 특파원과 술자리 헝가리 진보정상회담에 이어 유럽을 순방 중인 이해찬 총리가 “조선·동아는 역사의 반역자” “조선·동아는 내 손 안에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용납할 수 있어도 조선일보는 용납할 수 없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조선·동아일보를 강도높게 비판해 파란이 일고 있다. 19일 연합뉴스와 이데일리 등에 따르면 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 현지 특파원과의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총리는 술을 약간 마신 상태에서 보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친 표현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 어지럽히고 국민 호도” 이 총리는 “조선·동아일보가 정권을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철저하게 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동이 심지어 나라의 인사를 좌지우지한 일도 있으며, 박정희 시대엔 안기부(중앙정보부를 잘못 말함)의 정보로 특종하기도 했으나 한 번도 역사의 발전에 기여한 일은 없다.”면서 “그러나 이젠 ‘밤의 대통령’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약간 우파적’이라고 자평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ㆍ동은 나나 정부를 용공이나 부패로 몰려 하고, 수도 없이 공격하면서 나라를 어렵게 하고 국민을 호도시켜왔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 한나라당식대로 하면 북한에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는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역사발전에 기여해야지 자기를 위한 역사왜곡은 안된다.”며 야당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총리는 자리를 끝내면서 “타협해서 보수세력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로도 절대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절대로 보수언론의 왜곡 보도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리했다. 이 총리는 7박8일간의 유럽순방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한다. ●한나라 “술깨고 귀국하시지…” 한편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19일 ‘술 취한 총리, 술 깨고 귀국하시지요’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총리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처신인데, 이런 것이 참여정부가 말하는 개혁이고 진보의 실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총리가 비판언론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하고 언론을 권력실세의 손바닥 안에 있는 조약돌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29) 병원 첫 수출 박인출 예치과 원장

    [삶과 경영 이야기] (29) 병원 첫 수출 박인출 예치과 원장

    병원법인 ‘메디파트너’의 박인출(54) 대표는 최고경영자(CEO)로 성공한 치과의사만이 아니다.병원은 병만 고치는 곳이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병원은 환자에게 만족을 주며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며,환자는 의사의 일방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 선택권을 지닌 고객이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운동가다.의료시장의 문이 굳게 닫힌 우리나라에서 국내 병원을 처음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중이다. ●의사 한명이 하루 10명 환자 진료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교회 맞은 편의 예치과 강남점.꽃과 나무,유리로 둘러싸인 4층짜리 건물이다.‘메디파트너’의 모태이자 국내 최초인 병원 프랜차이즈의 1호점이다. 원장인 박인출 대표의 안내를 받아 병원 안에 들어서자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병원 1층의 주제는 봄이다.환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나 진료수속을 밟는 데스크 모두 오렌지색 등 아늑한 느낌을 주는 파스텔 빛깔로 꾸며졌다.박 원장은 “엘리베이터는 환자 전용”이라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2층의 주제는 여름.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로 시원을 느낌을 주는 마사지실,미용관리실,보철진료실 등이 있다.3층은 엷은 밤색 계열의 나무 무늬로 가을 분위기를 연출한다.개별 진료실은 원형으로 배치돼 있다.각 진료실에는 의자에 누운 환자의 시선이 ‘웹 TV’에 고정되도록 했다.잔잔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온다.치료중인 환자를 배려한 것이다.웹 TV에선 메디파트너가 자체 제작한 방송이 전국 54개 체인점에 동시에 방영된다.4층은 겨울이다.흰색과 유리로 꾸며 진료실 안을 환하게 했다.병원 내부 전체에 꽃과 그림,주변에 어울리는 장식품들이 즐비하다.‘병원냄새’가 아닌 은은한 비누향이 물씬 풍긴다.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여느 병원과 확연히 다르다.우선 병원 이름이다.‘예’는 ‘예,그렇습니다.’처럼 긍정을 표시하는 우리말 ‘예’자와 환자를 떠받든다는 뜻에서 한자어 ‘예(禮)’에서 따왔다고 한다.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면,‘서비스 코디네이터’가 진료 접수를 도와주며 환자를 대기실인 ‘카페’까지 안내한다. 예치과 강남점의 의사 15명과 직원 65명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90억원.의사 1명이 하루 평균 10명의 환자만을 돌본다.30∼4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다른 병원들과 비교하면 양질의 진료가 나올 수밖에 없다.그렇다 보니 진료비는 다른 병원에 비해 3배 가량 비싸다. 전국 54개 치과와 성형외과,한방병원이 ‘예’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며 이같은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에 ‘수출 치과병원’ 1호점이 개설됐다.내년 3월에는 두 곳이 더 생길 예정이다. ●간호사의 담배 심부름에 충격 박 대표는 부모가 이북 출신이라고 소개했다.그는 “아버지는 평양에서 의사를 하다 6·25전쟁 때 월남했는데 평소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네가 커서는 진료에다 미용개념까지 지닌 치과나 성형 의사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박 대표는 “대학 교수인 어머니는 여성운동에도 적극적인 분”이라고 말했다.“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는 아버지에게서,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부분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듯하다.”고 스스로 정리했다.그는 “발 재간이 있는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데려다 축구부를 꾸리던 중학교 시절,나는 시험을 치르고 입학한 유일한 축구선수였다.”고 회고했다.동네 기원에서 혼자 터득한 바둑 실력은 대학에 들어가 대표선수가 될 정도였다.조정 경기나 보컬그룹 활동도 적극적이었다고 자랑한다. 박 대표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돈은 벌지만 기계적인 의사생활’을 바꾸고 싶어 미국행을 결심했다.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던 중 “갑자기 맹장수술을 받게 돼 병원에 입원했는데 나를 일깨우는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병실의 옆 침대에 암에 걸린 노인이 있었는데,그 노인이 어느날 간호사에게 돈을 주며 담배를 사다달라고 요구했다.간호사가 의사의 충고를 전하며 흡연을 만류했으나 노인은 막무가내였다.간호사는 고집에 눌려 담배를 사다 주며 “조금만 피우라.”고 간곡히 당부했다.박 대표는 “암 환자에게 담배를 전하는 행위가 정당한지를 따지기 전에 우리나라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담배 심부름을 할 수 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귀국후 3년 동안 치과대학 교수생활을 하다 1986년 서울 압구정동에 15평짜리 병원을 차렸다.그는 “아파트를 팔고,돈도 빌려 차린 첫 병원이어서 서둘러 돈을 벌고 싶었지만 미국에서 터득한 교훈과 평소 생각하던 이상형의 병원을 조금씩 실천했다.”고 말했다.누구나 오기를 꺼리는 치과병원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병원을 병원 같지 않도록 꾸몄고 환자의 호소를 진득하게 들으며 궁금한 점을 해소해 주었다.직원들에게도 가족처럼 대했다.그랬더니 우습게도 ‘이빨을 아프지 않게 뽑는 치과’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업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75평짜리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자본금이 모였다.새 병원도 ‘튀는 병원’으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몰렸고,예쁜 인테리어 때문에 여성잡지에도 소개되었다. ●병원은 호텔 접대에서 유래 박 대표는 본격적인 새 병원문화를 만들기 위해 치과대학 동기생 4명과 ‘공동병원’ 설립에 뜻을 모았다.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선 ‘의사들이 동업하면 2년안에 돈 날리고 동료마저 잃는다.”면서 말렸다.그는 “6개월 이상을 동기생들과 그 가족들까지 어울려 만나면서 반드시 성공해 뜻있는 병원문화를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당시의 각오를 전했다.92년 동업 형태의 공동병원인 강남점의 개설이 두번째 변신이다.이 공동병원은 동업을 뛰어넘어 훗날 ‘프랜차이즈 병원’으로 발전하게 된다. 박 대표는 “환자들은 자신이 병원의 최대 고객이라는 점을 병원의 횡포에 눌려 잊고 살았다.”면서 “병원(hospital)의 영어 어원은 호텔(hotel)과 접대한다(host)라는 단어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병원이 번창가도를 달리던 99년 세번째 변신을 시도했다.‘예’라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는 회원사들에 병원운영 건설팅과 소프트웨어 개발,고객만족 프로그램 공유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프랜차이즈 회사를 설립한다.회원 의사들의 학술 모임이 자신들은 물론 치의학의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우사에게서 배운다 박 대표는 고객접점(MOT·진실의 순간)이라는 개념을 중시한다.박 대표는 “MOT란 원래 투우에서 쓰이던 용어로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 서비스를 크게 강화해야만 전체적인 질 향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뜻”이라면서 “고객이 존중돼야 할 이유를 이보다 잘 설명하는 예는 없다.”고 단언했다.즉 투우사가 소의 정수리에 정확히 칼을 꽂아야만 소를 한방에 쓰러뜨릴 수 있지,만약 실수로 자칫 칼이 빗나가면 화가 난 소에 도리어 투우사가 들이받힐 위험에 처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소와 만나는 어느 한 순간에 정확한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진실의 순간’이라고 설명했다.예치과는 90년대 초반에 이미 발 마사지 서비스를 병원에 도입했고,입 냄새를 기계가 측정해 수치화하는 ‘헬리미터’를 도입함으로써 치주질환 환자들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는 또 이상적인 공동병원의 모델을 찾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각국 병원의 특징과 의사들의 관계를 나름대로 정리했다.“미국 병원은 합리적인 계약이 중심이어서 병원 체인이 자연스럽게 운영됐지만 의사 선후배가 무시되는 수평관계가 문제”라고 전했다.“일본은 수직체계로 한 사람의 보스가 아랫사람들을 인간적으로 잘 챙겨주지만 개인의 창의적 발상과 참여가 억눌렸다.”고 말했다.그는 “마침내 찾은 병원이 싱가포르의 ‘테이앤드파트너스’라는 병원 체인으로 서양의 합리적인 의료 시스템과 동양의 인간미가 조화를 이룬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아울러 국내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는 농업분야의 최근 쌀 협상에 의료개방 문제를 빗대 “시장개방이 아직 멀었다고 반대하는 이들의 시각이 답답하다.”면서 “그들의 말처럼 시기상조라면 개방이 미뤄지는 동안에 훗날의 개방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와 변신이 필요할 텐데,아무것도 진척되는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낸다.”고 강조했다.박 대표는 이어 “가장 힘든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아이디어를 잊도록 하는 일”이라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박인출 원장은 박인출(54) 예치과 대표 원장은 훤칠한 키에 호감을 주는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녔다.무슨 일이든 나서길 좋아해 하는 일도 많다.병원법인 메디파트너 대표이사,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벤처협회 회장,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외래교수.‘환자도 고객이다’(1999년·창현) 등의 저서도 냈다. 동업병원을 세운 지 12년 만에 한해에 90억원씩 버는 치과병원을 만들었다.3년전 ‘튀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자 국세청 조사관 11명이 들이닥쳤다.23일 동안 병원을 뒤졌으나 영수증 한장 빼놓지 않고 매출의 40%를 세금으로 꼬박꼬박 낸 것으로 확인돼 오히려 그해말 모범 납세자상을 받았다. 그 자신도 ‘틀림없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그의 꿈은 국내 최초의 병원 지주회사를 만들어 중국 등에 한국 의료진과 병원을 수출하는 것이다.
  • [토요영화]

    [토요영화]

    ●버티칼 리미트(MBC 오후 11시30분) 마틴 캠벨 감독의 200년작.K2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 오도넬 주연의 산악 스릴러물. 최고의 산악인 로이스는 아들 피터와 딸 애니,그리고 대원들과 함께 암벽 등반을 즐기던 중 사고를 만난다.대원들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이들 세 명이 자일 하나에 몸을 지탱하게 된다.자일 하나로는 세 명이 지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로이스는 자신의 자일을 끊도록 요구하고,피터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든다. 3년 후.부유한 사업가인 엘리엇은 자신이 운영하는 항공사 홍보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등반 코스인 K2 등정을 계획한다.사고 이후 은둔한 사진작가로 사는 피터는 다큐멘터리 방송 팀으로 등반대에 합류하게 된 애니와 만나게 된다.껄끄러운 남매의 상봉도 잠시,애니는 등정을 만류하는 피터를 차갑게 외면한다.산악 전문가 몽고메리 윅은 정복 날짜를 정하고 무모한 일정을 잡은 엘리엇 일행을 비난하지만,계획대로 다음날 등반은 시작된다.오랜만에 나타난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K2는 평온한 모습으로 이들을 맞이하지만,곧 산의 분노가 시작된다.130분. ●도성4(iTV 오후 11시30분) ‘지존무상’,‘정전자’,‘도신’ 등을 연출한 왕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직접 출연까지 한 액션물.지존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이는 도박세계를 담고 있다.지존을 향한 사나이들의 집념과 근성있는 도전,폭력과 술수가 난무하는 도박세계를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평.일인자가 되기 위해 친구를 배신한 악당과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면서까지 도전장을 내민 무명(장가휘)의 한판 대결이 중심 축.‘도성’ 주성치를 대신해 무명이 새로운 도신으로 나서 마음내키는대로 카지노를 휘젓는다.10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35)한국 ‘미스터피자’의 성공담

    [차이나 리포트 2004] (35)한국 ‘미스터피자’의 성공담

    ‘피자 맛의 황무지’인 중국에서 한국인의 손 맛으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미스터 피자’의 성공은 단연 돋보인다.중국에서도 80년대 후반부터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맥도널드와 피자헛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점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피자를 즐기는 인구는 0.1%안팎.미스터 피자는 지난 2000년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해마다 1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해왔다.미스터 피자 허준(45) 사장에게 중국진출 5년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베이징 이효연특파원|“일단은 고객의 눈길을 끌고,이왕 들어온 손님은 확실한 서비스로 왕처럼 모신 다음,미스터 피자의 맛을 정통피자 맛으로 각인시킵니다.” 허 사장이 한결같이 지켜온 성공 노하우다.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원칙적인 소신 하나로 그는 올 상반기 베이징시내 6개 점포에서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했다. ●매장 위치와 서비스로 고객 시선 끌어 피자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비싼 매체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장의 위치.허 사장은 피자를 잘 모르는 중국인들이 발품 팔아가며 피자를 먹으러 올리 없다고 생각하고 매장을 대로주변의 ‘로드숍(road shop)’ 위주로 개장했다.오피스텔과 대사관 밀집 지역에 자리잡은 1호점 젠궈먼(建國門)점,젊은 입맛을 겨냥해 대학가에 문을 연 우다오커우(五道口)2호점,그리고 지난 6월 문화광장 지하 2층에 개장한 6호 시단점까지 미스터피자 점포는 모두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다. 눈에 잘 띄면 찾아오는 손님도 많은 법.일단 매장 안으로 발길을 돌린 손님은 그 때부터 미스터 피자만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 지난 6월10일 오후 친구와 함께 왕푸징의 미스터피자 동방광장점을 찾은 비페이쭈안(25)은 점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매우 놀랐다.점원들의 낭랑한 인사소리에 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선 그는 직원 30여명이 일렬로 줄을 서서 허리를 90도로 구부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담당 점원 쑨추이(孫翠·21)는 그를 자리에 안내한 뒤 무릎을 꿇듯 앉아 메뉴를 상세히 소개해주고 주문을 받는다.쑨추이는 뭘 시켜먹을지 꾸물대는 그에게 포테이토피자 레귤러를 추천했다.쑨추이는 손님이 식사 중에도 부족한 것은 없는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살핀다. 이 같은 광경은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고객 중심의 서비스 인식이 부족한 중국에선 매우 낯선 모습이다.비페이쭈안은 “종종 집근처의 피자 뷔페를 갔었는데 미스터 피자 맛이 더 나은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점원들이 친절해 기분좋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10∼30위안이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중국에서 55위안짜리 레귤러 피자 한판은 비싼 값이기 때문에 손님이 대접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스터 피자의 서비스 교육은 매우 철저하다.6개 점포 직원 250여명은 매일 아침 8시30분∼9시30분,오후 3∼4시,저녁 10시30분∼50분까지 세차례 서비스 교육을 받는다.시중에 선보인 10여가지 피자의 맛과 특징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점원 모두가 손님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받아보는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실전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늘 손님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항상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허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 아닌 ‘정통피자’브랜드로 인식되고파 “우리에게도 피자는 낯선 서양음식일 뿐이었습니다.13억 중국인 모두가 좋아하는 피자 맛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맛의 비교대상이 없는 중국인들에게 미스터 피자는 ‘한국의 피자’가 아닌 ‘정통 피자’라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허 사장이 미스터 피자가 한국브랜드임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미스터 피자는 지난 90년 일본과 기술제휴로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초기 6년 동안은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했지만 지금은 순수한 한국회사다.한국인의 노하우로 서양의 맛을 빚는 셈이다.미스터피자는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맛의 비법을 계량화해 중국에서도 똑같은 ‘수타 피자’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피자 원재료도 지난해부터는 100% 현지에서 공급하고 있다.한국에서 건너온 것은 피자 맛의 비법과 경영철학,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킬 한국인 3명뿐이다. “베이징에는 피자 매장이 겨우 28개입니다.한국의 매장이 약 600여개 달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미스터피자의 경영철학과 손맛은 황무지 중국 시장 개척의 모범답안이다.허 사장은 풀어야 할 문제와 그 풀이법을 손에 쥐고 13억 중국인 입맛에 ‘정통 피자’의 맛을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belle@seoul.co.kr ■ 우리銀 김범수 베이징지점장 |베이징 이효연특파원|지난 7월25일로 개점 1주년을 맞이한 우리은행 베이징지점.현지사무소도 개설하지 않고 바로 지점을 오픈하는 모험을 했지만 틈새시장 개척과 투철한 서비스 정신,현지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인력관리로 올 상반기 49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취재팀은 지난 6월8일 오전 베이징 현대밀레니엄빌딩 7층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에서 김범수(48)지점장을 만났다.그는 우리은행 중국 진출 1년 성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올 한해 80만∼90만달러의 흑자를 내는 것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첫 단계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고객으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자동차부품업체,제조업,정보기술(IT)관련 업체 등 우리은행 고객의 90%가 한국기업이다. 김 지점장은 한국인 변호사,회계사와 함께 매 월 한차례 법인설립과 금융업무 등 초기진출 기업에 꼭 필요한 설명회를 열어 고객들에게 우리은행의 신뢰감을 쌓아간다. 김 지점장은 “중국계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마다 외환관리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본점과 네크워크를 구축,한국기업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송금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한다. 우리은행이 중국계 은행과 또 다른 차이점은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 있다.전화는 친절하게 받고 고객의 질문에 “모른다.”라고 답하지 않는 것이 철칙.김 지점장의 이런 생각은 철저한 서비스 교육으로 이어진다. 우리은행 전 직원은 매주 목요일 아침 8∼9시 은행 업무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한다.송금,수수료,이자율,대출 등 고객이 궁금해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지 함께 토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타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어떠한 고객의 질문에도 자신감있게 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는다.서비스 교육 초기에는 중국계 은행에서 온 현지 경력직원들의 반발도 있었다.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한 그들은 고객이 자신의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김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은행업무의 본질은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거듭 설득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지직원과의 관계다.우리은행 베이징지점의 총직원은 16명.그 중 중국인은 12명이다.김 지점장은 그들의 습관과 룰을 존중하며 직원 개개인에게 깊은 관심을 쏟는다. 직원의 경·조사는 반드시 챙기고 그들의 가족을 만났을 때는 직원의 업무능력을 칭찬하는 등 체면을 세워준다.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을 생각해 회식 때에도 방에 앉아 식사하는 장소는 피한다. 김 지점장은 우리은행 베이징 지점의 발전과 더불어 중국 현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그는 지난해 3월 현지 직원 공채 때 1000여명의 중국 엘리트들이 몰려온 것을 기억한다.한 차례 서류전형을 치르고 두 차례 영어면접으로 최종 8명을 선발했다.김 지점장은 이들이 훌륭한 은행원으로 성장하는데 우리은행이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현지직원들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을 만류하지 않습니다.다만 이들이 우리은행에서 사회인으로서의 기초를 닦았다는 자부심만 잊지 않는다면 이들은 우리은행에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김 지점장은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늘수록 우리은행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한국기업과 중국기업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우리은행의 중국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중국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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