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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학규·정동영 이번엔 천정배 충돌

    복지재원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번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또 충돌했다. 이번 보선에 출마하려는 당내 후보군이 잇따라 등장한 게 도화선이 됐다. 손 대표는 후보 난립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많은 후보가 나오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며 공정한 경선 관리를 강조했다. 양측의 대립각은 천정배 최고위원이 시장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과 당직 사퇴를 발표한 뒤 최고조에 이르렀다. 손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좀 더 겸손하고 신중하게 임해 주길 당부한다.”면서 “천정배 최고위원이 고심 끝에 의원직 사퇴를 결정한 걸로 알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 의석 한 석이 아쉽고 중요하다.”며 천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다. 이에 대해 천 최고위원은 “국민들에게 사퇴를 약속한 마당에 이 순간에도 사퇴 번복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를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데 제가 걸림돌이 된 것 같다.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쏘아 붙였다. 천 최고위원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도 “후보가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다행이고 행복으로 봐야 한다.”면서 “당은 즉각 공정한 경선 관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공방을 재·보선 이후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다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손 대표는 후보 선출 과정을 야권 통합 국면으로 전환해 차기 주자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반면 비주류 측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추대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출마를 선점해 경선 구도를 만들고 이 과정을 통해 세력 결집을 도모하려는 의중으로 읽힌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교육감선거 돈거래 파문] 민주 “그냥 넘어갈 일 아니다”

    민주당은 28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여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밤 손학규 대표가 주재한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충격에 빠진 당내 기류를 그대로 드러냈다. 당초 심야 지도부 회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를 결정한 천정배 최고위원을 만류하려는 자리였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손 대표도 “매우 심각하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만 하더라도 이번 수사의 시기와 대상을 놓고 ‘정치 수사’,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곽 교육감과 선을 긋고 일정하게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닥칠 후폭풍 때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돈의 대가성 여부는 사법적 판단에 맡긴다 하더라도 코앞에 닥친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은 너무도 큰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대가가 있고 없고는 곽 교육감 본인의 생각이다. 국민이 이것을 용납할 수 있겠느냐.”면서 “선거에 영향이 있겠지만 당으로선 당당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싸늘한 여론을 의식했다. 자칫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도가 도덕성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치 사건이 아니라 교육 문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민주당으로선 무상급식 이슈를 무상 복지 이슈로 확장해 보궐선거에 임하려 했던 전략이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야권 연대 과정에서 다른 야당이나 진보진영에서도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 있고 여권은 야권 후보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질 것”이라며 진퇴양난에 빠진 처지를 걱정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내는 문제도 걱정이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10·26 재·보선은 복지와 현 정부 심판론, 야권 연대가 주요 변수인데 이번 수사로 선거 논점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교육감 선거가 야권 단일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야권 연대 자체도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곽 교육감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은 뒤로 미뤘다.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원칙적 방침만 정하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곽 교육감을 민주당이 직접 지원한 것도 아니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섣부르게 판단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눈치다. 곽 교육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도 민주당의 추후 방침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9일 야 5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국회에서 반값 등록금 연대 모임 결성식을 갖기 앞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버스 안 ‘노인 폭행’ 흑인 1시간 만에 풀려나

    버스 안 ‘노인 폭행’ 흑인 1시간 만에 풀려나

     만원 버스 안에서 60대 한국 남성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 28일 새벽 1시쯤 경찰에 체포된 미국인 영어강사 H(24)씨가 곧바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지난 27일 밤 11시쯤 119번 성남 시내버스 안에서 선모(61)씨를 폭행한 H씨를 체포한 지 1시간여 만에 풀어줬다고 전했다. 경찰은 H씨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려 했으나 관할 내 통역관이 없어 정상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국인등록증으로 H씨의 체류 자격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신원 보증을 세운 뒤 풀어줬다.  이 관계자는 “국내법상 외국인 피의자가 입건되면 반드시 외국인 통역관 입회하에 조사하게 돼있다. 하지만 관할 내 통역관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을 뿐더러, 민간과 계약이다 보니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거나 아무런 통보 없이 이사를 가 연락이 안 될 때가 많아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분당경찰서는 목격자들을 조사하고, 버스 안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한편, 통역관이 수배되는 대로 30일 오전 중에 피의자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은 문제의 장면을 담은 ‘흑인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다. 28일 오후부터 급속도로 퍼져 나간 동영상은 버스 안의 다른 승객이 촬영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에서 선씨는 큰 소리로 전화통화하는 H씨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격분한 H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선씨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욕설을 퍼붓고 조롱했다. 레게 머리를 한 거구의 H씨는 선씨에게 계속 ‘shut up(닥쳐)’, ‘don’t talk to me(나한테 말 걸지마)’ 등 고함을 치며 때릴 것 같은 위협적인 동작을 취한다. 한국인 승객들은 “아저씨가 참아”, “하지 마”라며 말렸지만 H씨는 오히려 낄낄거리며 한국말로 “야 이 개XX야”라고 욕설을 한다.  또한 자신을 말리는 여성 승객에게 여자를 비하할 때 쓰는 ‘bitch’라고 부르면서 팔을 잡아당겨 여성이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H씨는 자신의 뺨을 때리는 시늉을 하더니 “한번 때려보라”고 소리친 뒤 급기야 주먹으로 선씨를 폭행했다. 이에 승객들이 버스 기사에게 “내리게 해요”, “경찰서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누리꾼들은 격렬한 반응을 내놨다. “경찰에 넘겨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과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약 한 것 아니냐?” 는 의견, 또 “당시 버스 내 주변 사람들은 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나?”라는 의견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선씨의 말을 H씨가 흑인 비하 발언으로 오해해 벌어진 일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말다툼을 벌이던 선씨가 “니가 자리에 앉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H씨가 ‘니가’를 ‘Nigga(흑인을 비하하는 표현)’로 잘못 알아 들은 게 소동의 발단이 됐다는 풀이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오세훈 조기 사퇴 유력

    오세훈 조기 사퇴 유력

    오세훈(얼굴) 서울시장이 이르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저녁 오 시장과 단둘이 회동, 조기 사퇴를 만류했으나 오 시장은 금명간 사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당 차원의 논의 과정을 거친 다음 사퇴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으나 오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측근도 “일단 당 차원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지만 조만간 오 시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르면 26일, 늦어도 29일까지는 기자회견 형태를 통해 시장직 사퇴의 뜻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지역 현역의원 및 원외 당원협의회위원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한 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오 시장의 거취에 대한 당의 의견을 정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 시장이 이미 조기 사퇴의 뜻을 굳힌 이상 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오 시장은 홍 대표와의 회동과 별개로 황우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도 전화를 걸어 조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주민투표율 25.7%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득표율보다도 높은 수치로, 보수층의 결집이 확인된 만큼 여세를 몰아 10월에 선거를 치르면 야권을 이길 수 있다.”며 조기 사퇴 입장을 밝혔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의 전화를 받고 조기 사퇴를 만류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오 시장에게 설득당하고 말았다.”며 “오 시장이 조기에 사퇴하려는 이유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딱히 반박할 명분과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오 시장이 9월말 이전에 사퇴할 경우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0월 마지막주 수요일인 26일 실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정국이 급속히 선거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여야의 가파른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오 시장의 조기 사퇴로 10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18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파행될 수밖에 없고, 여야 간 건곤일척의 승부가 불가피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배를 가르게 될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주민투표의 승기를 몰아 유리하다는 전망도 있지만 투표율 25.7%로 보수 결집이 확인된 만큼 한나라당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광삼·강병철기자 hisam@seoul.co.kr
  • 보선 시기… 한나라 두마음

    보선 시기… 한나라 두마음

    오세훈 서울시장이 금명 퇴진할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도 사실상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실시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양상이다. 24일에 이어 25일에도 당 지도부가 나서서 오 시장에게 ‘결단’을 늦추고 당과 사퇴 시점을 조율하자고 종용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실상 오 시장 설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의 조기 사퇴로 10월 보궐선거는 이제 여야 모두에 발등의 불이 돼 가는 양상이다. 주민투표 개함 무산으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추스를 여유도 없이 곧바로 보선 체제로 돌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전날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오 시장을 만나 시장 사퇴를 만류한 데 이어 25일 저녁에도 따로 오 시장을 만나 퇴진 시기를 늦출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 시장이 사퇴할 경우 주민투표 이후 미처 당의 전열을 정비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오 시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 시장은 “사퇴 시기를 늦추거나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 비난의 화살이 나뿐 아니라 당 전체로 향할 것”이라며 “주민투표에서 드러난 여론의 지형을 감안할 때 당으로서도 10월 보선이 한번 해 볼 만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이 조만간 시장직을 던질 경우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홍 대표로서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0월 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만큼 자칫 선거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당장 지도부 책임론에 휘말리게 된다. 선거 정국 형성과 함께 여야의 가파른 대치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산적한 국회 현안을 처리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무엇보다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총선 공천 논의 과정에서 당 대표로서 주도권을 행사하며 입지를 강화할 여지도 상당부분 잃게 된다. 당 관계자는 “지금 가장 답답해하는 사람은 오 시장도, 박근혜 전 대표도 아닌 홍 대표다.”라고 했다. 홍 대표와 달리 서울지역 현역 의원들은 다수가 ‘차라리 10월 보선 실시가 낫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계산을 하며 사퇴 시점을 늦추면 오히려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표심을 면밀히 분석해 볼 때 보수층의 견조한 결집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표밭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도 담겨 있다. 이혜훈 의원은 “당에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 명분과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장광근 의원은 “사퇴 시기를 늦추면 정치적 신임투표에 이어 물러나는 시점도 정략적으로 접근했다는 눈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10월에 먼저 선거를 치르면 총선까지 여유기간이 6개월이 남지만, 4월 총선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함께 하면 ‘줄 투표’로 여당 후보들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정치적 저지선’ 25% 넘어… 그의 승부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정치적 저지선’ 25% 넘어… 그의 승부 끝나지 않았다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함이 끝내 열리지 않으면서 오세훈 시장이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9개월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복지 포퓰리즘 논쟁도 일단 야권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 전쟁’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오 시장은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며 주민투표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에서는 “오 시장이 무호하게 주민투표를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포퓰리즘과 맞서는 보수의 ‘낙동강 전선’이라고 규정지으며 전선을 넓혀 나갔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 문제를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로 부상시킬 정도로 당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갔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계속됐고,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당이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오 시장에겐 더 강한 자극제가 필요했고, 결국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고, 오 시장은 결국 청와대와 당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장직’을 던져 버렸다.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 2004년 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2년 만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처럼 제2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와 잘 조율해 가며 시정을 이끌었다면 더 큰 정치인으로 도약했을 텐데, 단기적인 승부수가 결국 정치 수명을 단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오 시장이 이번 패배로 무대 뒤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록 투표함 개봉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투표율 25.7%는 보수층의 결속이 단단하다는 것을 방증했고, 오 시장이 ‘접착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향후 ‘보수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215만 7744명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208만 6127표보다 많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투표 보이콧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나쁜 투표’ 프레임이 먹혀들었고, 이에 반발하는 보수결집 효과도 만만치 않게 나타난 투표”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이 언제 사퇴할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그가 여전히 ‘태풍의 눈’임을 짐작할 수 있다. 24일 밤 청와대와 한나라당, 오 시장 측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 시장은 밤 9시 긴급 참모회의를 갖고 주민투표 분석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10월 이후에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을 종용했다. 청와대도 “일단 대통령이 귀국한 뒤 상의하자.”며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10월 1일 이전에 사퇴해 10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대통령의 레임덕과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여론도 ‘10월 이후 사퇴’가 다소 높다. 당장 사퇴했다가는 서울시장직을 야당에 빼앗길 수 있고, 갓 출범한 당 지도부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즉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의원은 “우리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데 유불리를 따지며 시기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큰 역풍이 분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무상급식 주민투표] 한나라 패배 위기감에 ‘총력 지원’

    [무상급식 주민투표] 한나라 패배 위기감에 ‘총력 지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한나라당은 일단 ‘표정’을 바꿨다. 투표일까지 오 시장을 총력 지원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당내 불협화음이 주민투표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투표율이 33.3%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퇴로’ 확보도 서두르는 모습이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 시장이 홍준표 대표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것을 둘러싸고 당내 찬반 양론이 여과 없이 표출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자간담회를 전격 취소했던 홍준표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남은 이틀 동안 투표 참여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일단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려 힘썼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투표율이 33.3%가 안 될 경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서울시장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주민투표에서 패하더라도 오 시장의 사퇴를 막기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회의에서는 최고위원들 간에도 이견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오 시장도 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구하자.”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전날까지 오 시장을 성토했던 유승민 최고위원도 회의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남경필 최고위원이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오 시장의 거취는 당과 재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오 시장의 독선적인 결정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주민투표를 앞두고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 최고위원은 주민투표 때 국회의원도 투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나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은 지방의원과 달리 투표 운동을 못 하게 돼 있는데 이를 허용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당 부담스러워 말렸는데…” 與 불만… 靑 침묵속 당혹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자 여권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 속에 온종일 어수선했다. 무엇보다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의 의견을 오 시장이 끝내 뿌리쳤다는 점에서 향후 오 시장과 한나라당, 그리고 한나라당 내부 강온파 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홍대표, 돌연 회견취소 불만 표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으로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1시간여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이는 오 시장의 ‘주민투표와 시장직 연계’ 결정이 알려진 직후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됐다. 홍 대표는 전날 오 시장을 만나 “시장직을 걸면 중앙당에서 지원할 수 없다.”고 압박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전화통화에서도 “당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는 오 시장이 사퇴할 경우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당론으로 ‘주민투표 적극 지원’을 결정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도 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오 시장에 대한 제명설이 거론되는 등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靑 “대통령에 부담 될라…”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오 시장의 결정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 여당 내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성수·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8·16 검찰 인사 후폭풍…”겉으론 인사실험, 속으론 퇴출명령”

    “겉으로는 조직안정이라는 명분과 핵심들이 주요 보직을 챙긴 실리 인사로 보이지만 ‘나갈 사람 나가라’는 식의 등 떠미는 인사다.” 17일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단행된 법무부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검사 52명에 대한 인사를 ‘겉과 속이 다른 인사’라며 매몰차게 평가했다. 외형적으로 승진 누락자들에게 사퇴를 종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속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알짜 보직에 대한 편중과 후배 기수를 보임해 상명하복과 기수문화가 특징인 검찰에서 사실상 ‘퇴출 명령’을 내린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인사평이다. ●14기 검사장 일부 용퇴 고심 당장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법연수원 14기 검사장들의 줄사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검 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김영한(54·14기) 수원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난 이재원(53·〃) 서울동부지검장이 사의 표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검 형사부장으로 옮긴 곽상욱(52·〃) 부산지검장도 ‘인사 실험’을 견딜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동기인 채동욱(52) 대검 차장검사에게 지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울산지검장이 된 2기수 후배인 조영곤(53·16기) 검사장이 겸직했던 자리에 나란히 배치된 탓이다. ●법무장관·검찰수뇌부, 사퇴 적극 만류 법무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검장 승진에서 빠지거나 후배가 맡았던 자리로 전보된 연수원 14~15기 검사장이 추가로 사퇴할 경우 적어도 2~4자리의 공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권재진 법무장관과 검찰 수뇌부는 이와 관련, 이들의 사퇴를 적극 만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한상대 검찰총장 체제 출범의 첫 인사가 자칫 반발에 부딪혀 모양새가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인사를 앞두고 일선 검사장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실세 장관과 검찰총장의 파워를 보여준 인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선 지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에 대한 후속인사는 이르면 22일쯤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안석기자 hot@seoul.co.kr
  • 오시장 “낙인감 방지법 처리 왜 미루나” 민주 “투표 자신없으니 괜한 법 들먹여”

    오시장 “낙인감 방지법 처리 왜 미루나” 민주 “투표 자신없으니 괜한 법 들먹여”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친정’인 한나라당 여의도당사를 찾았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오 시장은 9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오랜만에 당사를 찾은 오 시장의 첫 화두는 일명 ‘낙인감 방지법’으로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서둘러 달라는 요청이었다. 개정안은 학부모의 경제력이 학교에 알려져 급식아동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가 학교 대신 동네 주민센터를 찾아가 급식비를 포함한 교육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입만 열면 낙인감 때문에 전면 무상급식을 하자는 정당이 법안 처리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정치권이 천문학적 규모의 무상복지를 쏟아내고 있는 이때, 국회에서는 부자복지, 세금복지가 아니고서도 해결 가능한 제도 개선안이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이 열심히 도와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애써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번의 투표를 치른다는 것에 대한 부담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총선에 미칠 영향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네거티브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제는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최근 서울지역 의원들을 삼삼오오 만나 식사를 하며 지원을 부탁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전 대표가 자활과 자립을 강조했다는 소식에 오 시장은 화색을 띠며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말씀을 해 줬다.”고 반가워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말씀이 제 생각과 맥락을 같이한다. 복지에 대한 문제점을 잘 알고 파악한 상태에서 나온 가장 바람직한 언급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와 큰 틀에서 복지 철학을 같이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친박 진영의 더딘 움직임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시장은 투표결과에 따른 시장직 연계에 대해서는 “당내 분위기는 만약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주민투표 결과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돼서 혹시라도 사퇴하게 되는 경우, 보궐선거에서 승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바탕으로 너무 큰 모험이 아닌가 하며 만류하는 입장도 있다.”면서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의 “투표율 25% 미만이면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길섶에서] 디지털치매/임태순 논설위원

    올 여름 유난스러운 비는 휴가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틀째 강원도 깊은 산속까지 동행했던 짓궂은 비는 사흘째 되는 날 물러갔다. 반짝 해가 떠 이때다 싶어 등산화를 조여맸다. 아내가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만류했지만 물 한 병에 간단한 요깃거리만 챙겨들고 산행에 나섰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휴대전화로 연락하면 되지 않겠냐는 믿음에서였다. 등산로는 아직 물기가 흥건했지만 시원하고 상쾌했다. 숲길을 지나던 뱀이 인기척에 놀라 자취를 감출 만큼 산길은 호젓하고 한적했다. 이따금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며 발길을 재촉했다. 한창 걷다 보니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험해졌다. ‘생명의 끈’이 될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산속이라 금방 소모된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휴대전화를 껐다. 아내 전화번호를 떠올리자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단축키로만 통화한 탓이다. ‘디지털 치매’다. 유사시에 대비해서라도 가족이나 친구 휴대전화 번호 몇 개는 외워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무상급식 격돌 본격화] 野 “아이들 밥상 갖고 정치하나” 與 “진정성 보였다… 총력 지원”

    [무상급식 격돌 본격화] 野 “아이들 밥상 갖고 정치하나” 與 “진정성 보였다… 총력 지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야당은 “아이들 밥상을 갖고 정치를 하느냐.”며 주민투표 철회를 촉구하는 등 맹비난했다. 반면, 여당은 “진정성이 전달됐다.”며 총력 지원을 다짐했다. 민주당은 주민을 압박하는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를 ‘진정성 없는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오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우리는 그를 대선주자감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이어 “투표율 미달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자 온갖 벼랑끝 전술로 서울시민을 위협하는 정치적 승부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 시장의 정치쇼에 분노하며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는 주민 투표를 중단할 것을 선언하고 수해복구에나 전념하라.”고 비판했다. 무상급식대책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대권놀음의 부적절한 선동정치”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노동당은 “불법 선거를 끝까지 강행하려면 시장직을 걸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오 시장이 이번 ‘대선만 불출마’ 선언으로 실속을 차렸다고 보고 있다. 유력한 여당 대권주자 1위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내년 대선에서 뒤집을 수 없다고 보고 차차기 대선 보험을 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임기제인 서울시장직을 놓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영향력과 대중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오 시장을 경계하며 주민투표에 소극적이던 한나라당 친박 진영 등 범여권을 결집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반면 한나라당은 오 시장의 회견에 힘을 보탰다.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은 “점진적 무상급식을 내세운 오 시장의 진정성을 확실히 본 것”이라면서 “‘오세훈 대권 전략’의 일환이라는 민주당 주장이 허구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대권 프로젝트’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야당 공세를 차단하면서 여권 내 결집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성립을 위한 투표율 33.3%를 넘기기 위해 주말 당협별 당원 교육을 실시하고 핵심 지역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주민투표 지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오 시장이 회견을 앞두고 시장직을 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자 11일 밤부터 이를 적극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남친과 싸우다 달리는 버스에…CCTV 포착

    남친과 싸우다 달리는 버스에…CCTV 포착

    길거리 한복판에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던 여성이 홧김에 달려오는 버스를 향해 몸을 내던지는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중국 안후이성TV의 보도에 따르면, 아찔한 순간을 담은 동영상은 지난 8일 새벽 5시경 닝보시의 한 대로변을 달리던 버스의 앞 유리에 장착된 CCTV에 녹화된 것이다. 버스가 커브를 돌아 직진도로에 진입하자 멀리서 다소 격앙된 몸짓으로 싸우는 남녀가 카메라에 잡힌다. 버스가 두 사람에게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말다툼 중이던 여성이 만류하는 남자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버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운전기사는 놀란 나머지 급하게 차를 세운다. 다행히 강한 충돌은 면했지만, 여성은 약간의 상처를 입고 곧장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 조사 결과, 타지 출신인 이 여성은 남자친구와 격하게 말다툼하다 분을 참지 못해 달리는 버스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교통법상, 이번 사건은 교통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면서 “버스와 부딪히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美 ‘부채 합의안’ 하원 통과…나라 위해 개인 던진 두 여성의원의 결단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 상한 인상 법안이 1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표결을 앞두고 격렬한 반대가 표출됐지만,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건강과 소신을 뒤로 한 두 여성 의원의 결단이 찬성표가 대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관련 법안이 2일 상원을 통과하면 미국의 정부 부채 상한 인상은 최종 확정된다. ■ ‘총상치료’ 기퍼즈 의원 한표 “표결 불참으로 경제붕괴 부를 수 없기에…” 이날 저녁 7시쯤 미국 하원 본회의장. 정부 부채 상한 합의안 표결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중 갑자기 회의장이 술렁였다. 지난 1월 괴한으로부터 머리에 총격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민주당의 개브리엘 기퍼즈 의원이 나타난 것이다. 의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민주·공화당 구분 없이 일제히 일어나 기퍼즈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그녀는 아직 완쾌되지 않은 듯 야윈 얼굴이었지만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회의장엔 잠시나마 삭막함이 가셨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퍼즈 의원에게 표결 참석을 권유하지 않았으며 그녀 스스로 판단해 참석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퍼즈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표결 참석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퍼즈는 성명을 통해 “나의 표결 불참으로 행여 우리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기게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그녀는 “그동안 부채 상한 문제를 놓고 중앙정치에서 벌어진 일들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국민을 위한 초당파적 협력이 당내 정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오랜만에 본 의사당이 아름다웠다.”면서 “오늘 밤 나의 본분을 수행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찬성표 펠로시 민주원내대표 “사탄의 샌드위치라도 나라 위해선 삼켜야”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부 부채 상한 협상 타결 사실을 발표한 직후 여야 지도부 대부분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의 든든한 지지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녀는 “동료의원들과 합의안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만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펠로시가 막판 협상과정에서 소외됐으며, 따라서 그녀가 반대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1일 동이 트자 민주당 의원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모두가 리더인 펠로시의 입을 주시했다. 이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펠로시는 ‘시류’에 정면으로 맞서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매뉴얼 클리버 민주당 의원이 합의안을 ‘꿀 발린 사탄의 샌드위치’라고 혹평한 데 대해 펠로시는 “그의 말이 맞다. 사탄의 감자튀김까지 곁들여진 사탄의 샌드위치다.”라면서도 “디폴트(국가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표결을 앞두고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민주당의 가치를 담고 있지 않은 이 합의안이 달갑지 않지만 나라를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합의안은 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 66명이 반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 95표, 반대 95표로 팽팽했다. 만약 펠로시가 반대로 기울고 의원들이 동조했다면 법안이 부결되면서 미국이 디폴트에 빠졌을 수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추태 부린 일본인 3人…남의 나라 공항서 ‘선거운동’

    추태 부린 일본인 3人…남의 나라 공항서 ‘선거운동’

    울릉도 방문을 강행하려던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 3명이 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 9시간 만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자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법무부 당국자의 입국 금지 통보를 받고서도 버티다 일반 불법체류자와 함께 재심사무실에 수용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고서야 오후 8시10분 일본행 마지막 항공기에 올랐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개인 자격을 내세워 방한을 강행한 자민당 중의원의 신도 요시타카와 이나다 도모미, 참의원의 사토 마사히사 의원은 일본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이 미미한 인물들로 이번 영토문제 부각으로 국내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도 의원은 김포공항 도착 직후 우리 정부가 입국을 불허하자 “우리가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한국 국경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대사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설득을 무시한 채 공항 내 재심사무실에 머물던 이들은 무토 마사토시 일본대사가 직접 나서 “마지막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이후 상황은 대사관도 책임질 수 없다.”고 설득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중국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밤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압박하자 결국 포기하고 일본행을 결정했다. 오후 7시였다. 이들의 돌출행동으로 한·일 정부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응당한 조치를 취했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안 될 것이며, 일본 측도 잘 알 것”이라면서 “일부 야당 의원의 행동인 만큼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발간될 일본 방위백서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문구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하는 등 예년과 같은 수위에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외무상도 이날 오후 신각수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자민당 의원들의 입국을 한국이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12일로 예정된 독도에서의 국회 독도특위를 열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일본 정치권에서는 자민당 의원들의 방한 강행을 두고 국익보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취해진 ‘돌발 행위’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 지역구 출신인 신도 의원은 4선이긴 하지만 당내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의 위원장 대리를 맡는 등 주로 영토 관련 분쟁을 부각시켜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쿠이현 출신 2선인 이나다 의원은 국정 활동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미화하는 등 극우적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참의원 초선인 사토 의원은 자위대 학교주임 교관 등을 지내다 2007년 퇴직한 뒤 참의원 선거에 비례대표로 당선돼 자위대를 대변하는 우익 인물로 꼽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서울 김미경·김동현기자 jrlee@seoul.co.kr
  • 한화그룹 30년새 자산 50배 키워

    한화그룹 30년새 자산 50배 키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일 취임 30주년을 맞는다. 부친인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개로 20대에 그룹 총수에 올랐던 김 회장은 지난 30년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검찰 수사 등의 위기를 맞았지만 한화그룹의 자산을 50배 키워내며 재계 10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시켰다. 3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1일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김 회장은 1981년 한국화약그룹(현 한화그룹) 설립자인 김종희 회장이 타개하자 29세의 나이에 그룹 총수가 됐다. 김 회장 취임 이후 한화는 금융과 전자, 유통, 레저 등 3차산업을 강화하면서 제2의 창업기를 맞았다.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규모와 내실을 키웠고, 첨단산업 분야에 진출하면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이에 따라 1981년 자산규모 5000억원, 매출 7300억원, 계열사 19개에 불과하던 한화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4조 5000억원(금융자산 포함 때 81조원), 매출 34조원, 계열사 44개의 재계 순위 10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한화그룹이 순조로운 항해만 계속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1990년대 초반 세계화 물결에 따라 추진했던 해외투자 등이 발목을 잡았고, 1999년 알짜배기 계열사였던 한화에너지(현 인천정유)를 울며 겨자먹기로 현대정유에 넘겨야 했다. 야심차게 진행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스스로 물러섰다. 김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제2차 석유화학 파동으로 경영난에 빠진 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을 전격 인수,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키웠다. 지금은 그룹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한 대한생명 역시 인수를 강행했다. 주위의 만류가 빗발치던 M&A건이었다. 최근에는 그룹의 주력 신사업인 태양광 분야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8월 세계 4위 규모의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 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변경하고 태양광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 취임 30주년 대신 내년 10월 그룹 창립 60주년에 초점을 맞춰 각종 기념식이나 행사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검찰총장 청문회 앞두고… 한상대 13기 동기들 결국 일괄사퇴 ‘반기’

    한상대(52)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한 후보자의 검찰 내 사법연수원 동기생들이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한 후보자의 연수원 13기 동기생들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인 다음 달 2일에 동시에 퇴임식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4일이다. 검찰 내 한 후보자 동기는 차동민(52)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박용석(56) 대검차장, 조근호(52) 법무연수원장, 황교안(54) 부산고검장, 황희철(54) 법무차관 등 모두 5명이다.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한 후보자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차 고검장은 다음 달 2일 중앙지검과 같은 청사 내 서울고검 15층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하기로 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박용석 차장은 업무 공백을 고려해 퇴임 시점을 늦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고검장들의 줄사퇴로 발생하는 행정 공백과 검찰의 뿌리 깊은 기수문화를 없애기 위해 사퇴를 만류했지만, 이들은 예정대로 사표를 내기로 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홍병희 성균관대 교수 서울대로 자리 옮길 듯

    반도체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성균나노과학기술원의 핵심 인력인 홍병희(40)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가 서울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홍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그래핀’ 개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와의 산학협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홍 교수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서울대로 옮기는 것으로 확정됐다.”면서 “당초 나노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화공생명학부가 논의됐지만 여의치 않아 화학과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고, 시기를 놓고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반도체 업계에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과 관련된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홍 교수의 이직은 올해 초부터 추진됐으며, 성대 측은 여러 차례 만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대 측은 “결정되지는 않았으며, 잘 마무리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성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홍 교수가 왜 이직을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세계적 옻칠예술가 전용복

    [김문이 만난사람] 세계적 옻칠예술가 전용복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00여년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도료나 아교 등으로 덧칠을 해 놓아 원래의 ‘모나리자 미소’를 잃은 지 오래다. 만약 무덤에서 다빈치가 일어나 그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장탄식을 하겠다. 좀 더 오래가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을 놓고 후회막급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고민하는 다빈치에게 우리 전통의 옻칠을 얘기해 주자. 1500년 전의 고구려 벽화나 700여년 전의 팔만대장경 글씨가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 조상의 옻칠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 그저 산에 나는 옻을 사용했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참에 제대로 보여 주고 싶다. 그만큼 옻칠은 나무의 결이나 그림을 고스란히 살려 주는 동시에 장구한 세월을 견디는 생명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옻이란 무엇인가. 옻을 잘 모르는 사람도 ‘옻오리탕’ ‘옻닭도리탕’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또 ‘옻이 올랐다’는 얘기도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알기 위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옻칠 예술가 전용복(58)씨를 만나러 간다. 인터뷰에 앞서 유명한 일화를 떠올렸다. 지난해 7월이었다. 문화재청이 주최한 ‘전통공예의 산업화·세계화 심포지엄’에서 전씨는 직접 옻칠한 손목시계를 선보였다. 옻을 입힌 제기와 상, 장롱 등은 수없이 보았으나 손목시계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확 주목을 끌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손목시계는 8억원과 3억원짜리 1개씩, 그리고 5000만원짜리 30여개. 4년 전 세이코 시계 회사의 주문을 받아서 시계 금박에 옻칠을 해 영원 불멸의 작품을 만들었던 것. 또 있다. 1991년 11월 13일. 도쿄 시내의 국보급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1920년대 일본의 고급 문화를 담은 호텔, 연회장, 예식장으로 쓰인 복합 건물)이 오픈되는 날이다. 거기엔 이례적으로 태극기가 휘날렸다. 전씨가 3000여명에 달하는 일본 옻칠 장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3년 만에 완벽하게 복원해 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60년 전 조선의 장인들이 나라 잃은 울분을 삭이며, 피와 땀을 흘렸던 과거의 한을 떠올리며 대역사를 재현해 내 일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이다. 미술관 엘리베이터나 사계절 산수화 등의 창작품에는 전씨의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음은 물론이었다. 서울 화양리 네거리에 위치한 ‘전용복 옻칠예 아카데미’. 자리에 앉으면서 “옻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거봐요, 기자라는 사람이 저러니 참으로….”라고 야단부터 맞았다. “옻은 만년의 신비를 갖고 있습니다.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지요. 첫째, 옻칠은 지구상에서 그 어떤 물질보다 오래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둘째, 옻칠은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이므로 자연 친화적이며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생성합니다. 셋째, 옻칠은 아름다움을 가장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 줍니다. 옻칠만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움은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지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수액을 제공하는 옻나무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 4월 중국 문화부 중외문화교류중심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전용복 칠화전’을 가졌다. 이때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신해혁명 100주년을 맞는 중국 땅에서 서양인들이 선망해 오던 칠공예를 아시아 문화 발신의 기점을 만든 전용복 선생에게 큰 기대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걸어간 거대한 발자국이 드디어 대륙 땅에 찍히는 순간 옻칠은 다채롭고 찬란한 아침 햇살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에서 24년을 살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가 당당히 중국 문화부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진 무대였으니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중국 문화부 관계자 뤼진은 “이번 전시는 만년의 빛이라는 테마로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전시를 얘기하는 전씨에게 요즘 무슨 일로 바쁜지 물었다. “서양 가구에 옻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크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지요.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옻칠을 갖고 우리의 생활공간에 어떻게 아름답게 접목할까 하는 것입니다. 4년 전부터 연구해온 것을 구체화하고 있지요. 한국의 전통 옻이 친환경적 소재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전씨는 또 “옻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옻을 이용한 작품 개발 등 순수 예술도 있지만 이제는 일반 서민들도 옻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중화해야 한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화에도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얘기를 하나 꺼낸다. 다름 아닌 오는 11월 세계 유네스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방한할 때 세계 문화재 보존을 위한 전 세계 투어 전시회 협약을 맺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일대와 미국 남미 등에서 옻예술 전시회를 갖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의 전통 옻예술이 서양 세계를 향해 떠나는 최초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본에서 귀국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소식을 듣고 한 수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들 중 몇몇이 선발돼 ‘옻칠예 아카데미’에서 작품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수제자로 할 만한 사람은 15명. 전씨는 현재 세 가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창작 전시 작품, 두 번째는 주거공간에 쓰이는 생활작품, 그 다음에는 후진 양성을 위한 일이다. 그는 얼마 전 부산 영산대 석좌교수로 초빙을 받았고 올가을 학기부터는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가구 회사인 바로크C&F와 협약을 맺어 서양 가구에 우리의 전통 옻을 입히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완성된 물건이 1만년 가는 것은 옻밖에 없습니다. 살균력이 좋고 전자파도 잘 흡수합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산업 부문에도 적용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예술적 접목도 다양할 때가 됐지요. 젊은 작가와 젊은 디자이너, 그리고 우리 공예를 지켜온 사람과 결합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실험작품을 내놓았다. 앞서 얘기한 옻칠한 금속시계뿐만 아니라 비올라·첼로 등 악기에도 옻칠을 했던 것. 특히 피아노의 경우 음향판에 옻칠을 했더니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완성된 물건에 옻은 어떻게 칠할까. 오묘한 색깔은 어떻게 빚어낼까. “옻나무 수액을 처음 채취했을 때에는 막걸리 색깔과 비슷합니다. 이에 열을 가하면 맥주병 색깔로 변하지요. 이런 정제 과정에서 돌가루를 적당히 섞어 가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옻을 음용하다 보니 옻나무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요즘에는 중국에서 수입해야 할 형편입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신 많은 1년에 70t 정도 사용하고 있지요.” 그는 6·25전쟁이 끝날 무렵 부산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살림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길거리에서 과일과 국화빵 장사를 했다. 연탄 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동네 어귀마다 자리한 나전칠기 가구나 장롱을 만드는 곳이었다. 화가가 되는 꿈도 꾸었다. 소나무 판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또 손재주가 좋아 목재소에서 헌 나무토막을 주워 와 토끼집이며 개집을 직접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을 견디며 청년이 돼 해병대에 입대했고 전역한 뒤 목재 회사에 입사했다. 1978년 당시 월급은 57만원. 솜씨가 워낙 좋아 회사로부터 특별 배려를 받았다. 열정과 패기까지 있어 젊은 나이에 기획실장과 디자인 회사 재정까지 맡았다. 잘나가던 그에게 어느 날 ‘전용복식 가구’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회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기 마석에 예린공예사를 차렸다.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공예품을 만들어 내려는 뜻에서 예린(藝鱗)이라고 했던 것. 이후 그의 작품은 서울에 있는 고급 가구상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향인 부산으로 옮기면서 가구공방 운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활로를 모색하던 중 도자기 위에 옻칠을 한 ‘와태칠 기법’을 생각해 냈다. 독학으로 1200년 전의 기술을 익히면서 옻칠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가구와는 점점 멀어졌고 순수한 옻칠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로 탈바꿈했다. 1986년 한국현대공예미술전에 와태칠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거머쥐는 등 타고난 실력을 발휘했다. 얼마 후였다. 일본인 무역상이 오래된 ‘오젠’ 밥상 하나를 들고 와 수리를 부탁했다. 그 일본인은 도쿄예술대학에서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밥상 윗부분에는 고운 빛깔의 나전으로 두 마리의 학이 아름다운 자태로 입혀져 있었다. 전씨는 새것처럼 깔끔하게 수리를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메구로가조엔 복원 작업에 참여했고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일본 교과서에 실렸으며 한때 귀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옻칠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혼의 정수(精髓)이자 영원불멸의 유산입니다. 일본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나는 조선의 옻칠장이’라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 땅의 옻칠 문화를 되살리는 데 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전용복씨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1년 일본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을 3년에 걸쳐 복원해 내 세계적인 옻칠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23년 동안 일본에서 살다가 1년 전 귀국했다. 지난 4월 중국 정부 초청으로 전시회를 가져 그의 진가를 새삼 입증했다. 그의 이력은 이렇다. 1980년 예린 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83년 일본 한국문화원 초대 전시회, 1986년 한국 현대미술전 대상 수상, 일본 이와테 현 미술공방전 특상(1988),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통령 표창장 수상(2000), 이와테 현 가와이무라 약사도칠예관 명예관장(2000), 대통령 표창 수상 기념 개인전(2001), 이와테 칠예미술관&동관대표 취임(2004), APEC기념작품전시회(2005), 세계 최고급 옻칠 시계 발표(2008), 온스타일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공동 기획 아트도네이션 작품 기증(2009) 등이다. 현재는 서울 화양리에서 제자들과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활공간에 어떻게 옻을 적용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 정부, 검찰 13기 줄사퇴 만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임박해지면서 한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 고검장들이 다음 주 일괄 사퇴를 예고하자 정부가 적극 만류하고 있다. 기수 서열이 강한 데다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 특성상 총장 후보자가 내정되면 동기들이 줄사퇴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다소 이례적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나서 13기 고검장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차동민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13기 고검장들의 줄사퇴를 만류하고 있다.”며 “이들이 사퇴하지 않더라도 7~9명가량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는 다음 주쯤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사퇴 만류는 당장 검찰 행정의 공백이라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13기로는 박용석 대검찰청 차장, 황희철 법무부 차관 등 5명이 검찰과 법무부 요직에 있다. 총장이 공석인 데다 대검 차장마저 빌 경우 당분간 막내 검사장인 기조부장이 총장 권한 대행을 해야 할 형국이다. 정부는 검찰의 뿌리 깊은 기수문화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관행이라지만 동기들이 모두 사퇴하는 것은 검찰 조직의 조로화(早老化)와 능력 있는 검사들의 퇴출로 이어져 일하는 조직 문화의 정착을 해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동기 총장이 나오면 모두 줄사퇴하는 것보다 능력 위주로 일하는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데서도 이 같은 뜻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5명 모두를 잔류시키기보다는 최소한 한명이라도 남겨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고검장들의 용퇴로 검사장 승진 폭이 넓어지면 일선 부장검사들의 업무 부담도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검장들의 사퇴 도미노를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직전에 사표를 내지 않으면 마치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도 “동기 총장의 지휘권을 위해서 사표를 내는 게 관례였고, 이번에도 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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