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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셔요] 방화사상 처음 「레즈비언」 연기한 윤연경(尹姸景)양

    [안녕하셔요] 방화사상 처음 「레즈비언」 연기한 윤연경(尹姸景)양

    『동성연애…. 아휴 땀뺐어요』 - 병아리「스타」 윤연경양(21)의 촬영소감. 최근 제작을 끝낸 『비전(秘殿)』 (이형표(李亨杓)감독)에서 그녀는 김지미(金芝美)양과 함께 「방화사상 최초」로 「레즈비언」을 연기했대서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있다. 무표정에 야단맞아…영화보니 가슴철렁 영화 『비전』 은 고려왕조를 배경으로 궁정의 「섹스」에 촛점을 댄, 이를테면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사극 영화다. 정사(情事)장면으로 시작되는 첫「신」부터 사련의 파멸을 그린 「라스트·신」까지 수없이 번복되는 정사「신」으로 영화전편에 「섹스·무드」가 질펀하게 깔려있다. 윤연경양은 이 영화에서 왕비 김지미의 시녀 「버들」로 출연했다. 왕이 궁녀의 침실에서 사랑놀이에 탐닉하다 죽고난 뒤에 주인을 잃은 수많은 젊은 여인들의 성적고민이 「버들」윤연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 하나가 왕후 김지미와의 동성연애. 『저는 수동적인거니까 격정적인 연기는 안해도 되는줄 알았죠. 잠자코 지미언니가 「리드」하는대로 있으면 된다… 그런데 감독님이 무표정하다고 막 야단치지않아요』 김지미와의 「베드·신」얘기를 더 캐물어보자. - 영화를 보았는지? 자기작품을 볼때의 심경은? 『연기할 때의 생각과 전혀 딴판으로 나왔어요. 입만 딱딱 벌리는 내모습에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작년 『무영탑(無影塔)』데뷔…타사(他社)작품에 첫출연 - 그 입표정연기가 퍽 「섹시」하다는 평이던데? 「러브·신」연기가 아직은 생소한 신인배우다. 「스크린」에 펼져진 자신의 「핑크」빛 연기에 스스로 부끄럼을 타는 처녀 「스타」. 윤연경이 「스크린」에 첫선을 보인것은 69연도의 『무영탑』(김수용(金洙容)감독)에서다. 그녀는 세기(世紀)상사가 모집한 신인배우 공개 「콘테스트」에서 2천3백명중 3명의 합격권에 들어서 『꿈에도 그리던』 「스타」의 문을 「노크」하게됐다. 그런데 이 1년동안 그녀가 해낸 영화는 위의 『무영탑』과 『6인의 난폭자』(권영순(權寧純)감독)를 세기에서 했을 뿐이고 타사작품으로 『비전』에 나오게 된 것. 「데뷔」당시의 화려한 각광에 비해서는 극히 저조한 활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예는 윤연경뿐만 아니라 김명진(金明珍) 고상미(高想美) 오수미(吳樹美)등 세기상사의 배우 동창생 4명에게 똑같이 나타난 현상이다. 저조의 원인이 이들 신인배우에게 있는것 같지는 않다. 신인공모사상 가장 많은 경쟁자를 물리친 이들 네 아가씨들은 개성 미모 연기력에서 모두 그나름의 유망주로 평가되었다. 이들의 「데뷔」작(김명진은 『렌의 애가(哀歌)』, 오수미는 『어느 소녀의 고백』, 고상미는 『잃어버린 태양(太陽)』)은 한결 같이 흥행에 실패했으나 배우로서 이들 네 신인의 가능성만은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까다로운 전속조건 5년간 묶여 큰고민 문제는 이들에게 뒷받침이 될만한 작품이 주어지지 않은데 있다. 신인을 발굴만해놓고 육성은 외면하는게 방화계의 큰 통폐인데 이들의 전속사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그 구체적인 예로 이들의 전속사 세기상사는 이들을 온갖 까다로운 조건 아래 「5년 전속」으로 묶어 놓았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방화제작에서 슬슬 손을 빼고 있다. 묶어놓고나서 일할 자리를 없애버린 것이니까 자연 사장될 밖에. 이들 신인배우는 다른 영화사 작품에 나갈 경우 출연료의 절반이상을 전속사에서 가로채간다는 소문이다. 전액을 다 빼앗겼다는 얘기도 있다. 이것이 모두 「까다로운」 계약조건에 의한 것이라니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신인배우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전속기간이 5년이라면 여배우가 누릴 가장 활동적인 황금기다. 이제 1년이 지난 이들은 앞으로 4년을 어떻게 견뎌내느냐로 한결같은 고민이다. 「꿈의 공장」에 대한 동경이 이런 식으로 망쳐진 이들은 이미 의욕상실에 걸려있다. 그중 한두명은 『배우 그만두고 시집이나 가겠다』고 호소할 정도. “전속관계 말못해요” 출연계획 아직없고 영화 『비전』은 윤연경을 이런 의욕상실에서 구제해냈다는 점에서 색다른 의미를 갖고있다. 그녀는 전속사와의 관계를 묻자 『그런 문제는 말할 수 없어요』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출연료를 전속사가 가로채간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저는 그런거 몰라요』-. - 앞으로 출연할 영화는? 『아직 없어요. 제가 하고싶다고 되는건 아니니까요』 “단역주기엔 아까와” 서울토박이 둘째딸 윤연경을 처음 「스크린」에 「데뷔」시킨 김수용감독은 그녀의 용모가 『다른 배우에게서 찾을 수 없게 신선미를 풍긴다』면서 『몇작품만 해내면「톱·스타」가 될수 있다』고 말했다. 『비전』에서의 이형표감독은 『연기 「센스」가 있다. 조금만 지나면 진짜 연기자가 될 수 있다』고 극구찬양. 당초 단역 정도로 생각했던 윤양을 정작 「카메라」앞에 내세우고보니 『너무 아까와서』30여 「신」의 중요역할을 주었다는 얘기다. 순 서울토박이인 윤연경의 본명은 윤 영(尹映), 아버지 윤덕창(尹德昌)씨와 어머니 김신자(金信子)씨의 2남1녀중 둘째. 정신(貞信)여고를 졸업했고 「클래식」감상이 취미. 1백62㎝의 키와 33-22-34의 몸매. - 앞으로의 소망은? 『누구나 말하듯 좋은 배우가 되는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조급히 서두르진 않겠어요. 나이가 어리다는 잇점이 있으니까요. 착실히 공부하겠어요』 눈모습이 유달리 귀여운 윤양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로마의 휴일(休日)』에서본 「오드리·헵번」. <권(權)> [선데이서울 70년 10월 11일호 제3권 41호 통권 제 106호]
  • [열린세상] 말은 미래다/차동엽 신부

    [열린세상] 말은 미래다/차동엽 신부

    흔히 ‘그 사람의 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말’을 만들고,‘말’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그 사람의 말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어느 자매와 대화를 나누던 중 심히 우려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그 자매의 말인즉 일본 만화 ‘데스노트’를 본뜬 소위 저주 노트라는 ‘빨간 일기장’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는 것이다. 평소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필자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한 권에 3000원 정도에 팔린다는 이 노트의 선전문구는 ‘이 일기장에 이름이 오른 사람은 무시무시한 주문에 걸리게 된다.’라는 식의 표현을 아무렇지 않은 듯 사용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저주용 ‘부두 인형’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이것은 저주하고자 하는 상대의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인형에 넣고 주문을 외워 저주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이 아이들의 부정적 심리를 이용하여 빚어낸 끔찍한 상업전략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데 있다. 토마스 만은 “말은 문화 그 자체이다.”라고 했다. 문화는 한 사회를 삼투하고 지배하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저주의 말을 빌려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의 부정적 심리를 자극하는 이러한 문화의 유행은 실로 심각한 폐해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미래 세대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그런 상술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쉽게 모방하고 쉽게 유행을 좇는 아이들의 습성이 공격하고 저주하는 등의 부정적인 언어습관도 학습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아이들이 자라서 미래에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입술을 통해 나오는 말이 현재의 나를 반영한다. 나아가 미래의 나를 만든다. 말은 감정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행동이 삶의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는 말이 어떻게 한 사람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 발명왕 에디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디슨은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었다.‘주의결핍장애’로 인해 학교 선생님은 그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었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도 “에디슨의 머리는 뒤죽박죽이야.”라고 말하며 그를 철저히 무시했다. 항상 엉뚱한 생각만 일삼던 에디슨은 선생님에게서나 친구들에게서 ‘뒤죽박죽’이라고 불리는 괴상한 아이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시대를 뛰어넘는 위인이 될 수 있었을까. 바로 그의 어머니가 해준 ‘말’ 때문이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이 ‘뒤죽박죽’이라는 부정적인 닉네임이 주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녀는 집에서 직접 에디슨을 교육하며 아들의 천재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넌 반드시 큰 사람이 될 거야.”라며 격려해주었다. 에디슨은 정말 그 말대로 되었다. 이처럼 큰 인물들 뒤에는 그들을 먹여 키운 격려의 말이 있다. 우리의 미래는 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민족적 비전이 말에 달려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졸저 ‘무지개 원리’ 일곱 가지 가운데 다섯째 원리로 ‘말을 다스리라’를 꼽고 있는 것이다. 미움의 말, 저주의 말, 부정적인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의 미래는 어둡기 마련이다. 반면에 사랑의 말, 축복의 말, 긍정의 말을 습관화한 사람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온갖 사회 환경적 오염에 노출되어 있는 현 시대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사랑이 담긴 축복의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맑고 밝은 무지갯빛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어른이 먼저 본을 보이자. 차동엽 신부
  • “정책광고로 칸 광고제 가고 싶어”

    잘 나가는 대기업 광고회사의 유일한 여자 부장이었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13년 정든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국무조정실 유영실(37)홍보지원팀장. 공무원으로 이름을 바꾼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 그가 아직 ‘광고쟁이’의 꿈을 버리지 못해서일까. 최근 광고평론집 ‘세계는 이 광고에 놀랐다.(커뮤니케이션 북스)’를 펴냈다. 책에는 칸, 뉴욕, 클리오 광고제 등 유명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해외 광고들이 그의 맛깔스러운 글과 함께 소개돼 있다. 광고회사를 다닐 때 인터넷에 칼럼으로 썼던 글을 모아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그가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의 광고쟁이 인생에 쉼표를 찍고 본격적으로 그만의 ‘블루오션’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바로 정부의 정책광고,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처음 그가 광고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2004년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라는 정부의 정책광고를 수작으로 꼽았다. 저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둔 광고로 광고업계에 있을 때부터 눈여겨 보았다고 했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광고도 크리에이티브가 살아 있지 않으면 안 돼요.‘관제’냄새가 나면 바로 국민들에게 외면당해버리죠. 정부 광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화려한 기교보다는 진솔하고 정직함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는 현재 국정홍보처,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국가브랜드를 하나로 통합·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광고는 교과서보다 강하다.’라는 그의 지론처럼 그에게는 남다른 욕심이 있다. 바로 칸 국제광고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 “기회가 된다면 영화가 아닌 잘 만든 정책광고나 국가이미지 광고로 칸 국제광고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정세균 “6·14까지 통합 안돼도 그만두는 것 아니다”

    정세균 “6·14까지 통합 안돼도 그만두는 것 아니다”

    “2·14 전당대회 후 한 달까지…”→“5월 말까지…”→“5·18에서 6·10 사이에…”→“6월14일 이후에…” 지난 100일 남짓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내놓은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 데드라인 관련 말의 ‘변천사’다. 전대 이전 당의장 단독 추대를 앞두고 있던 정 의장은 “전대 후 한 달만 지켜봐달라.”며 탈당설이 나도는 의원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한 달 후 통합작업에는 가시적 진척이 없었다.3월15일 정 의장은 “내가 언제 한 달 안에 신당을 완료하겠다고 했느냐. 한달 안에 신당을 추진할 태세가 안 보이거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탈당하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5월 말까지 신당이 출현해야 한다는 게 내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하지만 취임 2개월째인 4월15일 정 의장은 다시 “오는 5월18일에서 6월10일 사이에 대통합신당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며 데드라인을 고무줄로 만들었다. 그후 ‘2·14전대에서 통합시한으로 설정한 6월14일’이 정치권에서 회자되자 정 의장은 25일 다시 “6월14일은 지도부에 통합을 원만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한 기간이지, 그때까지 안 하면 그만두는 시점이 아니다. 통합작업은 6월15일에도,7월1일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라며 고무줄을 늘였다.6월14일까지 대통합신당에 성과가 없더라도 지도부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로 해석된다. 데드라인이 계속 늦춰지면서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갈수록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고 서혜석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정 의장이 무한정 고무줄을 늘일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선관리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려면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관위에 경선 신청을 해야 하는 선거법상의 규정 때문이다. 그 전에 창당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범여권 각 정파는 각자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 뒤 대선에 임박한 오는 12월쯤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방식’을 말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비노 “굳이 이때…” 친노 “일상적인 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에 범여권의 반응은 정파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열린우리당내 비노 진영은 유 장관의 사퇴명분이 충분치 않은 만큼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며 당내 분란을 우려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개각이나 중점사업 완료 등 장관을 그만두게 되는 뚜렷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 시기에 유 장관이 복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세론을 밝혔지만 대통합을 반대하는 의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유 장관을 보내 당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라고 경계했다. 반면 옛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과 의정연(의정연구센터) 소속 친노 진영 의원들은 유 장관의 복귀는 정치인 장관의 일상적인 일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갑원 의원은 “본인의 역할을 마치고 복귀하는 것을 두고 구구한 억측은 적절치 않다.”면서 “특히 유 장관의 복귀를 노 대통령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유기홍 의원은 “장관하다 당에 돌아온 사람이 한두명이냐.”면서 “일상적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지리멸렬한 범여권 통합논의에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면서 “유 장관의 사퇴는 노 대통령의 대선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전위부대 역할을 하는 한편 차기 대선후보로 발돋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시끄러워질지는 몰라도 정계개편이나 통합에 변수로 작용할 거라고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끝까지 하겠다던 유 장관이 통합논의가 진행되는 마당에 복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정치 관여 의사를 비친 것”이라고 평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연대 농구부 ‘학점과 우승컵 잡기’

    미국에서는 의사·변호사 출신 스포츠계 프로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간단한 수학문제 하나도 풀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다수이다.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 이는 시험장에 들어선 운동 선수들이 아무것도 쓸 수 없을 때 답안지에 쓰고 나오는 내용으로, 학원 스포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KBS 시사기획 쌈’이 21일 오후 11시30분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프로에서 올해 1학기 일반학생과 똑같이 수업에 참여하며 운동을 병행하는 연세대 농구부를 동행 취재한다. 이를 통해 학원 스포츠의 모순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한다. 현재 스포츠계는 1970년대부터 운동 성적만으로 대학 진학 특전을 부여하는 ‘체육특기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선수들은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경쟁에서 탈락하면 이들은 아무런 준비없이 곧바로 사회 하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연세대는 이러한 현실에 반기를 들고 올해부터 ‘대학스포츠 정상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운동부 학생들에게 공부와 운동을 병행토록 한 것. 하지만 무리한 일정을 견디지 못한 선수단 전원이 숙소를 이탈하는가 하면, 일부 선수들은 희망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농구를 그만두기도 했다. 카메라는 상황이 어려워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대회 우승을 향해 도전하는 연세대 농구부의 도전을 차분히 따라간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딱 100원만…” 잔돈만 구걸하는 희한한 중국 걸인

    오직 1위안(元·약 120원)만 받습니다.거스름 돈이 없어 10위안을 주는 분에게는 반드시 9위안을 거슬러줍니다.” 중국 대륙에 1일 8시간 구걸·1위안 받기 등 나름대로 ‘구걸 원칙’으로 정해 이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천하는 30대 안팎의 한 남성 거지가 등장,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허핑(和平)구에 사는 劉(유)모씨는 하루 꼭 8시간동안만 구걸하고 반드시 1위안만 받는 등 다른 거지와 달리 ‘구걸 원칙’을 정해 손을 벌리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인(奇人) 거지’로 불리고 있다고 화상신보(華商晨報)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10일 오전 9시쯤 선양시 허핑구 성리베이(勝利北)가의 한 대로상.소아마비를 심하게 앓는 한 30대 안팎의 사내가 손을 벌리며 구걸에 나서고 있었다. “나는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아 몸이 불편합니다.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중병을 앓아 누워계십니다.딱 1위안만 적선하십시오!” 이곳을 지나던 한 40대 남자가 잔돈이 없다며 10위안을 건네주자 그는 잽싸게 바지 주머니에서 9위안을 꺼내 거슬러줬다.류씨는 왜 1위안만 받느냐고 묻자 “1위안은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준다.”면서 “1위안 이상을 받으면 주는 사람도 부담이 생겨 그냥 가버리는 사람이 더많기 때문”이라고 밝혀,‘1위안 받기’가 일종의 ‘마케팅 전략’임을 내비쳤다. 그가 다른 걸인과 다른 점은 이 뿐이 아니다.같은 사람에게 절대로 두번 손을 벌리지 않는다고.류씨는 “시민들이 한 두번은 주지만,세번 이상은 손을 벌리면 대부분 주지 않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매일 낮에 하루 8시간만 구걸한다는 점도 여느 거지와 다르다.걸인 생활에도 직장 개념을 도입했다.그래도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어 굳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류씨의 하루 ‘수입’은 대략 40위안(약 4800원).구걸을 시작한 1개월여가 됐는데 지금까지 벌써 1500위안(약 18만원)을 모았다고.그는 “구걸을 오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지금의 생각으로는 5000위안(약 60만원)만 모으면 그만두고 부모가 있는 고향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또 하나의 ‘무간도’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제목인 ‘상성-상처받은 도시’가 영화의 내용을 상징적이면서도 압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약자에게는 지나치리만치 잔인한 사회현실과 부패한 경찰, 그리고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는 복수심 등 영화가 보여주는 홍콩의 상처들은 결코 그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공감이 우리를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 속 “술은 입에서 느끼는 쓴 맛 때문에 마시는 것”이라는 대사는 어찌보면 우리 인생을 잘 집약한 은유이기도 하다. 중년의 연륜이 느껴지는 양조위의 악역 연기와 조각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금성무의 힘있는 연기 또한 영화 전편을 무리없이 잘 이끌어 간다. 여기에 유위강·맥조휘 감독의 전작 ‘무간도’ 시리즈처럼 이 영화도 미국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선·후배 형사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유정희(양조위)와 아방(금성무). 하지만 아방은 여자친구가 자살한 충격에 경찰을 그만두고 입에 대지도 않던 술에 절에 살아간다. 이후 유정희는 마카오 출신 재벌가의 딸과 결혼하지만 3년 뒤 유정희의 장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곧바로 용의자 두명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건은 단순살인사건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유정희의 아내 숙진(서정뢰)은 경찰수사를 믿지 못하고 남편의 친구이자 사설탐정이 된 아방에게 재수사를 의뢰한다. 아방은 조사를 시작하면서 뜻밖에 유정희가 이번 사건에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당연히 둘의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유정희를 둘러싼 갖가지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며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간다. 홍콩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위강·맥조휘 감독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무간도’보다는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아내는 病을 넘고 나는 산을 넘었죠”

    “아내는 病을 넘고 나는 산을 넘었죠”

    “아내는 병(病)을 넘고, 난 산을 넘는 일만 남았다.”는 출사표를 던졌던 한국산악회 실버원정대의 김성봉(66) 등반대장이 18일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8848m) 정상을 밟아 부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한국산악회는 이날 오전 7시10분(현지시간) 김성봉 등반대장이 네팔쪽 남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3월24일 네팔 카트만두로 출발한 지 50여일 만이다. 전날 밤 해발 8000m 지점에 마련한 마지막 캠프를 나선 그는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 10시간 사투를 벌인 끝에 정상을 밟았고 1시간 뒤에는 이장우(63·전 경북경찰청 경감) 대원이 같은 자리에 섰다. 당시 에베레스트 정상은 바람이 약간 부는 쾌청한 날씨였으며 김 대장 등은 건강한 상태라고 등반대는 전했다. 실버원정대의 이번 쾌거는 이틀 전 남서벽 원정대의 참변으로 슬픔에 빠진 한국 산악계에 희망과 의지를 안겨주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41년 2월1일생인 김성봉 대장은 지금까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한국인 74명 가운데 최고령으로 종전 기록은 2004년 한국산악회 소속 천병태씨의 47세였다. 세계적으론 2004년까지 2249명의 에베레스트 등정자 가운데 최고령은 일본인 아라야마 다키오의 70세. 고산 등반 경험이 거의 없는 김 대장은 지난 2월 설암(舌癌) 수술을 받은 부인의 투병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겠다고 약속했다. 한때 훈련을 포기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말을 하지 못하게 된 부인이 써서 건넨 ‘우리 같은 노인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란 메모였다. 등산 전문 케이블방송인 마운틴TV의 대표인 그는 2003년 한국산악회의 등산학교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는 등 늦은 나이에 등반 기술을 배웠다. 한국산악회가 지난해 9월 모집한 실버원정대원으로 차재현(75)씨 등과 함께 선발돼 6개월 간 지리산과 한라산, 설악산 등에서 20㎏짜리 배낭을 진 채 걷기 훈련과 암벽과 빙벽 훈련, 고소적응 훈련 등을 소화했다. 지난해 2월 초에는 한라산 등반 중 눈사태에 휩쓸려 8명 대원 모두가 죽을 고비를 넘겨 이들은 “우린 생일이 모두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기도 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딱 100원만…” 잔돈만 구걸하는 희한한 걸인

    “오직 1위안(元·약 120원)만 받습니다.거스름 돈이 없어 10위안을 주는 분에게는 반드시 9위안을 거슬러줍니다.” 중국 대륙에 1일 8시간 구걸·1위안 받기 등 나름대로 ‘구걸 원칙’으로 정해 이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천하는 30대 안팎의 한 남성 거지가 등장,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허핑(和平)구에 사는 劉(유)모씨는 하루 꼭 8시간동안만 구걸하고 반드시 1위안만 받는 등 다른 거지와 달리 ‘구걸 원칙’을 정해 손을 벌리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인(奇人) 거지’로 불리고 있다고 화상신보(華商晨報)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10일 오전 9시쯤 선양시 허핑구 성리베이(勝利北)가의 한 대로상.소아마비를 심하게 앓는 한 30대 안팎의 사내가 손을 벌리며 구걸에 나서고 있었다. “나는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아 몸이 불편합니다.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중병을 앓아 누워계십니다.딱 1위안만 적선하십시오!” 이곳을 지나던 한 40대 남자가 잔돈이 없다며 10위안을 건네주자 그는 잽싸게 바지 주머니에서 9위안을 꺼내 거슬러줬다.류씨는 왜 1위안만 받느냐고 묻자 “1위안은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준다.”면서 “1위안 이상을 받으면 주는 사람도 부담이 생겨 그냥 가버리는 사람이 더많기 때문”이라고 밝혀,‘1위안 받기’가 일종의 ‘마케팅 전략’임을 내비쳤다. 그가 다른 걸인과 다른 점은 이 뿐이 아니다.같은 사람에게 절대로 두번 손을 벌리지 않는다고.류씨는 “시민들이 한 두번은 주지만,세번 이상은 손을 벌리면 대부분 주지 않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매일 낮에 하루 8시간만 구걸한다는 점도 여느 거지와 다르다.걸인 생활에도 직장 개념을 도입했다.그래도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어 굳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류씨의 하루 ‘수입’은 대략 40위안(약 4800원).구걸을 시작한 1개월여가 됐는데 지금까지 벌써 1500위안(약 18만원)을 모았다고.그는 “구걸을 오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지금의 생각으로는 5000위안(약 60만원)만 모으면 그만두고 부모가 있는 고향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성동구 ‘한사랑회’ 독거노인·장애인들에게 점심·목욕 봉사

    성동구 ‘한사랑회’ 독거노인·장애인들에게 점심·목욕 봉사

    “봉사도 해본 사람이 합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을 돕는 모임인 ‘한사랑회’ 박기영(55) 회장의 얘기다. 봉사활동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마음은 있어도 실제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한사랑회는 어떤 모임이기에 이런 얘기를 할까. 한사랑회는 서울 성동구 성수2가 3동의 전·현직 통·반장이나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등이 2001년 10월에 결성한 모임. 당시 통장일을 하던 박 회장 등이 “동네를 위해 일을 해온 만큼 그만두고도 지역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말에 공감해 만들어졌다. 창립회원은 박기영·이광현·김명순·장봉림·정지근·김태근·김진수씨 등 7명. 지금은 회원이 40여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동네로 이사 간 회원들도 모임에는 꼬박꼬박 참여한다. ●연간 1500여명 점심 제공 이들이 맨 처음에 한 일은 한 달에 두 차례 홀로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은 장애인, 셋째주 목요일은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수가 늘었다.2005년에는 연간 1200명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450명이나 됐다. 올해는 4월 말 현재 400여명이 한사랑회원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이처럼 많은 수의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오은용(55)씨 역할이 크다. 성수2가동에서 라성뷔페를 운영하는 오 사장이 자신의 뷔페에서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초기엔 한사랑회에서 음식값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오 사장은 사양했다. 매번 점심 때마다 노인들은 70여명, 장애인들은 50여명이 찾는다. 오 사장은 “이 모든 일은 한사랑회에서 하는 일“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17일에도 라성뷔페에서는 어르신들 70여명이 한사랑회 회원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한사랑회는 점심 제공 외에도 노인의 날이나 장애인의 날에 별도 행사를 갖고 기념품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 40여명과 충남 아산에 온천여행도 다녀왔다. 조직도 커지고 회원도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는 경로시설에 대한 목욕봉사 등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박 회장은 “다음달부터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장학사업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욕심내지 않고 나눔 실천” 대신 장학사업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중·고등학생 1∼2명을 대상으로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금이 어느 정도 마련되면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모임의 회비는 매월 2만원이다.“이 돈으로는 학생들을 돕기가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광현 총무는 “지금까지 회비로 모임을 운영해온 적은 없고, 어려울 때마다 회원이나 독지가들의 성금으로 꾸려 왔다.”면서 “초기에 욕심내지 않고 하다 보면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정년연장시 1인당 월30만원 지원

    내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 주는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고령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퇴직할 경우 소득 감소분의 일부를 연금으로 지원하고 실업자가 취직과 훈련을 거부하면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월 발표한 ‘2년 빨리,5년 더 일하기 전략(2+5)’ 가운데 인적자원 활용 분야의 세부 추진계획을 17일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 내년 1월부터 근로자 정년을 연장한 사업주에게는 연장 기간의 절반 동안 월 30만원씩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조기 은퇴를 막기 위한 유인책이다. 사업주가 고용보험기금에 내고 있는 고용보험계정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으로 정부 예산은 추가로 소요되지 않는다. 점진적인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부분연금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정 연령에 이르면 회사를 바로 그만두는 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퇴직하면 소득 감소분의 일부를 연금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년퇴직자 계속고용장려금’과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제도’와 연계하면 근로자 정년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하면서 연금을 받는 ‘재직자 노령연금’과 55세 이상부터 받는 ‘조기노령연금’의 지급 기준을 현재 월소득 156만 6000원 미만에서 연내 188만∼235만원 수준으로 올리거나 구간별 급여액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업자의 재취업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취직과 훈련을 거부하는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감액하기로 했다. 현재 실업급여 지급정지제도는 도입됐지만 유명무실해 법 조항이 사문화한 실정이다. 아울러 6월까지 고용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법제화 방안을 마련하고 공무원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모집과 채용시 연령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종합대학을 가지 않고도 취업이 가능하도록 ‘전문계고교-전문대-산업체-지방자치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일자리를 연계하는 ‘산학협력 취업약정제’를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에 44개 사업장에서 1500여명에게 106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아름다운 동행] 칠순제자 팔순스승

    [아름다운 동행] 칠순제자 팔순스승

    40년 교직 생활에 퇴직 후 또다시 19년. 반세기를 훌쩍 지난 세월이었다. 이제는 크고 작은 일들이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었다. 이런 그에게 올해 스승의 날은 “남다르다.”고 했다.‘해준 것 없는’ 자신을 스승이라며 56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찾아 준 제자들 때문이다. 주인공은 서울 방이동에 사는 김두호(84)씨. 그는 지난해 여름 편지 한 통을 받았다.‘대구 수성구 상동 박춘복.’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누굴까?’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김씨의 주름진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래, 옛날 그 아이, 춘복이, 춘복이…. 맞아.’ 제자였다. 무려 56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였다. 김씨가 그동안 고이 간직해온 빛바랜 앨범을 뒤져 찾아낸 흑백 사진 속의 춘복이는 여전히 초등학생이었다. 그런 춘복이가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세로로 써내려간 붓글씨 편지는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건강 걱정으로 가득했다. ●팔순의 스승 “해준 것 없는 날 찾아줘 감격” 지난해 10월 김씨는 춘복이를 만났다. 혼자가 아니라 1951년 졸업한 경북 예천 보문초등학교 6회 졸업생들 가운데 연락이 닿은 16명이었다. 선생님의 야단을 무서워하던 ‘까까머리’ 남자 아이들은 이제 머리가 벗겨지고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칠순이 돼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집을 못 찾을까봐 떨어진 기력을 되살려 직접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 역까지 마중을 나왔다.“저기! 우리 선생님 오신다!”“그래 맞네. 똑같으시네.” 56년 만에 스승과 제자들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시작했다. 김씨에게 이들은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6세에 처음 교편을 잡고 만난 아이들이었다. 제자들에게도 김씨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선생님’이었다.6·25전쟁 통에 학교가 폐쇄되자 한곳에 불러모아 놓고 수업을 계속하신 선생님이었다. 방과후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숙직실에서 먹고 자면서 밤늦게까지 가르쳐 주시던 분이었다. 박춘복(71·여)씨는 “6·25때 아무런 이유 없이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를 죽인 것을 보고 상처를 받아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는데,‘지하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학교는 꼭 졸업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선생님 덕분에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강홍원(73)씨는 “선생님의 열성이 대단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선생님이)생각했던 것을 다 하지 못하면 심하게 꾸중하셨다.”며 아련한 추억을 더듬었다. 지금은 만났지만 60년 가까운 세월만큼이나 선생님을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2004년 고향을 떠난 졸업생들이 동창회를 만들어 모이다 선생님 소식이 궁금해 찾아 나섰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1년여 동안 수소문한 끝에 아직 건강하다는 소식과 함께 주소와 연락처를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 ●칠순의 제자들 “선생님 건강 제일 큰 걱정” 스스로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칠순의 제자들이지만 이들에게는 팔순이 넘은 스승의 건강이 여전히 걱정인 듯했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씩 만나기로 했지만 올 3월에는 노환을 앓고 있는 선생님을 모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진기(70)씨는 “선생님의 건강이 제일 큰 걱정”이라면서 “제발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속 모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상임 전국위원 표단속 ‘비상’

    상임 전국위원 표단속 ‘비상’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은 13일 경선룰 중재안을 둘러싼 내분사태의 분수령이 될 1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앞두고 ‘강(强) 대 강’의 극한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김학원 전국위 의장은 이날 “이미 상임전국위는 소집해 놓은 상태”라며 상임전국위 연기설을 일축한 뒤 “앞서 얘기했던 대로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은 두 대선주자가 합의하지 않는 한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5일 상임전국위가 예정대로 소집될지는 불투명하다. 강 대표가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도 그만두겠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은 이재오 최고위원과 김무성 의원을 각각 내세워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경선룰’ 논란과 관련,“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지난번 중재안을 수용했을 때 우리는 이미 경선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면서 “유일한 해법은 박 전 대표 측이 중재안을 수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퇴 배수진을 친 강 대표에 대해 “더 이상 대선주자간의 협상을 시도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낸 최종 중재안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을 촉구한 뒤 15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에서 중재안을 처리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임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날 여의도 박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대표의 (경선룰) 중재안은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며 상정을 절대 저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 대표가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투표율을 높이려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면서 “그러나 당헌의 틀을 바꾼다거나 (국민참여비율 하한선) 67% 보장을 강제화하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며 중재안의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한편 양 진영은 15일 상임전국위에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표 대결에 대비해 자파 상임전국위원들에 대한 단속에 나서는 한편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물밑 세 확산에 주력했다. 당 관계자는 “표 대결에서 지는 쪽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자칫 대선 행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두 주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씩 물러나 대타협을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20년만에 서울대 돌아온 트로트 가수

    서울대를 중퇴한 뒤 20여년만에 재입학한 무명 트로트 가수 양미정(42·예명 현자)씨가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한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재입학한 이 학교 소비자아동학부 3학년 양씨가 오는 20일 MBC ‘가요큰잔치’와 21일 KBS ‘가요무대’ 녹화방송에 출연한다. 그는 1984년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1년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기에 큰 어려움 없이 밤무대에 섰고,20여년을 무명가수로 활동했다. 양씨의 가창력은 2004년 1집 음반을 내고 이듬해 2집 음반을 내면서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탤런트 박웅씨가 운영하는 ‘웅기획’에 스카우트됐고,KBS 전국노래자랑의 ‘딩동댕 아저씨’로 유명한 작곡가 박성훈씨로부터 타이틀곡 ‘사랑을 몰랐네’를 받았다. 지난해 재입학한 그는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매진, 평점 학점 3점대를 받았다.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로 5년 동안 교제해온 예비신랑(47)과 올 가을 화촉을 밝힌다.그는 “가을 축제 전후로 교내에서 조그만 콘서트를 열어 나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익금을 나눠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연합뉴스
  • 만두 한 접시

    만두 한 접시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 무렵, 뜨끈한 칼국수 생각이 나서 지하철역 근처 분식집을 찾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학생인 듯한 아가씨와 중년의 아주머니가 따로 앉아 칼국수를 먹고 있었고, 나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칼국수 하나 주세요.”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또 손님이 들어왔다. 동남아에서 온 까무잡잡한 남자와 한국 여자 그리고 등에 업힌 어린 아기였다. 얼른 자리를 잡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낯설어하자 주인이 “그리 앉으세요” 한다. 주인이 가리킨 테이블에 앉으며, 여자는 등에 업은 아기를 앞으로 안았다. 두 사람은 벽에 붙은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만두 1인분을 주문했다. 얼른 보아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차림새와 음식 주문하는 모습에 식사를 하던 세 사람의 눈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왜 어른 두 사람이 와서 만두 1인분을 시켰을까? 나만이 아니라 먼저 와서 식사를 하던 중년 여인도 자꾸 그쪽으로 눈을 주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여자는 자기 앞에 만두 접시를 놓고 먹었고, 남자는 아기를 건네받아 품에 안고서 젓가락으로 만두를 잘게 잘라서 아기 입에 넣어주었다. 남자는 아기가 흘린 것은 입에 넣으면서도 다른 만두는 먹지 않았다. 갈등이 일었다. 그 가족에게 만두를 더 주문해주고 싶었지만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러는 사이 먼저 들어왔던 두 사람이 나갔고, 남자는 만두 한 개를 다 먹이고 나서 또 한 개를 잘라 아기에게 먹였다. 아빠를 닮아 눈이 동그란 아기는 만두를 맛있게 먹으면서 아빠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일어났다. 계산대 앞으로 가 주인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 사람들 만두 값도 함께 계산해주세요.” “아까 먼저 나가신 아주머니가 벌써 계산하셨는데요.” “그럼 만두를 한 접시 더 갖다 주세요.”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국수를 먹느라 흘린 땀이 저녁 바람에 시원하게 느껴졌다.
  • 유튜브 네티즌 “비 패러디…미국식 농담일 뿐”

    유튜브 네티즌 “비 패러디…미국식 농담일 뿐”

    ”내 현대차에 올라타. 김치도 먹고~” 미국의 한 코미디언이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가수 비를 풍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비)는 한국말로 노래를 부른다’(He’s Singin’ in Korean)란 제목의 이 영상물은 코미디언 스테판 콜버트가 자신의 토크쇼에서 최근 비가 타임(TIME)지 설문조사에서 1위를 한 결과를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이다. 가수 비는 최근 타임(TIME)지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0인’ 인터넷 투표에서 1위를 한 바 있다. 콜버트는 “비가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데 나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 아마추어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자. 이제 네가 비(rain)를 맞을 차례다.”며 조롱했다. 이어 프로그램 말미에는 “내 현대차에 올라타. 김치도 먹고~”로 가사를 바꾼 히트곡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를 내보냈다. 이 동영상이 UCC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오자 이틀만에 7천건의 조회수가 오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이디 byul1232은 댓글에 “그냥 웃어보자는 것인데 한국 네티즌들은 왜 쓴 웃음을 짓는지?”라고 적었다. rtet3428는 “미국식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신경쓰인다.”고 밝혔다. 또 versatilesmiless는 “비에 대해서 더 알게 돼 좋았다.”라는 의견도 있었으며 teknicolorsushi는 “재미있기는 한데 비의 소녀팬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나우뉴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노랑자두나무 아래서

    노랑자두나무 아래서

    이사 오던 해, 꽃이 소담하고 맛이 좋다는 노랑자두나무를 사왔다. 땅을 파보니 자갈 지천이어서 어린 나무가 뿌리 내리기 수월치 않아 보였다. 스테파노 대부님과 정채봉 대형님께 드릴 자두라고 남편을 달래 무릎 깊이의 구덩이를 팠다. 밑동을 다독거리며 남편이 중얼거렸다. “대부님과 형 오실 즈음엔 자두가 열려야 할 텐데….” 우리 심정은 아랑곳없이 나무는 새잎만 두어 개 쏘옥 내밀었다가 후딱 거두어갔다. 과수 노릇이나 할지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그해엔 두 분 다 바빠서 캐나다 여행을 나서지 못했다. 다음 해에는 영양제와 거름을 듬뿍 주었다. 잎이 무성해지고 둥치가 굵어져 갔다. 그러나 열매는 달리자마자 이슬방울처럼 똑도그르 떨어져 버렸다. 남편의 걸음새가 바지런해지고 한숨이 깊어갔다. 한동안 뜸하던 대부님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위암으로 입원, 악화… 위독, 별세. 남편은 밤내 잠 못 들고 나무 밑을 서성거렸다. 3년째, 제법 어깨 떡 벌어진 청년을 방불케 하는 나무가 송알송알 흰 꽃망울을 매달았다. “대부님, 이화梨花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보고 계시죠?” 꽃송이 진 마디가 도드라졌다가 봉긋해지면서 동그란 구슬을 토해놓자 남편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다 나무 밑에 수북이 떨어진, 꼭지 빠진 풋열매를 보고 실망을 했다. 여름을 나면서 열매는 숫자를 헤아릴 만큼만 남았다. 어서 볕 따가운 가을이 왔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정채봉 씨 투병 중’이란 기사가 실렸다. 눈가가 벌그레진 남편이 매달 부쳐오는 <샘터>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채봉이 형 드릴 자두가 지금 살지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나무 밑에 영글지 못한 자두알이 뒹굴었다. 바다 멀리 병상에서 사투하고 있는 형을 그저 지켜보아야 하듯 나무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남편의 기도시간이 길어졌다. 자두 열다섯 알이 개미들의 침해와 바람의 심술을 견디며 노랗게 익어갔다. 어느 일요일, 성당을 다녀와 보니 자두 몇 알이 없어졌다. 제일 이쁘게 물들어가던 건데, 어느 녀석이 훔쳐갔는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남편이 팔을 걷어붙였다. 한 시간이 안 되어 나와보니 또 몇 알이 없어졌다. 아직 초록빛이 가시지 않은 다섯 알이 달려 있을 뿐이었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이미 사라진 자두를 추적할 길은 없고, 남아 있는 자두를 따서 형 몫으로 한 알을 바구니에 담아두고 이웃집에 한 알씩 나누었다. 자두알은 노오랗게, 바알갛게, 새빨갛게 기다림을 익혀갔다. 그러나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고 새들해졌다. 그리고 ‘정채봉 씨, 엄마 만나러 하늘나라 가다’라는 신문기사가 날아들었다. 남편은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 자두나무는 남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가지도 안 치고 병충해 약도 주지 않았는데 열매가 열렸다. 제법 노릿노릿해지자 뜨락에 으깨진 열매가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한 입 베어먹은 것도 눈에 띄었다. 떨어진 것 중 상처가 덜 난 걸 씻어 입에 대보니 향기가 뭉긋 풍기며 달큼한 과즙이 주루룩 흘렀다. “여보, 당신 형님 자두를 너구리가 다 따먹네. 얼른 나와봐요.” 후다닥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다람쥐며 너구리가 나무에 뛰어오르지 못하게 박스 가운데를 뚫어 나무 정강이에 끼워두고 다시 골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박스는 찢겨 나뒹굴고 자두는 어제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과 동물의 지혜 겨룸이 계속되었다. 나무둥치에 끈적이풀을 바르거나 큰 비닐을 나무에 덮어도 헛수고. 심지어 철망을 베일처럼 씌웠는데도 짓밟혀 있고 나뭇가지가 두세 가지나 찢기는 대참사만 났다. ‘자두나무 사수 작전’을 철회했다. 화사한 날, 나무 아래에 의자를 내놓고 책을 읽었다. 떨리는 잎 사이로 얼핏 동그란 눈동자가 스쳐 지나갔다. 장난기 가득한 눈. 어디서 봤을까? 아! 술 한잔 얼큰해지면 남편의 얼굴에 침을 바르며 “동상, 자네는 인자 내 것이여, 잉” 하던 채봉 형. 차돌처럼 윤기 나던 그 눈동자! 그가 다녀간 걸까. 이제 다람쥐가 발치에 와서 자두를 한 입 베어먹고 내던지는 장난을 해도 쫓지 않는다. 의뭉한 너구리 가족이 나무 둥치를 할퀴고 잎줄기를 주루룩 훑어놓아도, 곰이 나무를 통째로 흔들어 자두를 다 떨어뜨려도 속이 상하지 않는다. 매년 이맘 때면 대부님과 대형이 곰과 새가 되어, 혹은 다람쥐와 너구리가 되어 노랑자두를 맛보러 먼 길을 다녀가시는 것이리라.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공룡’ 제보 봇물

    “귀금속 제조업자로 L면세점과 홈쇼핑에 입점하려고 계약을 진행 중인데 수수료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홈쇼핑은 40∼43%이고, 면세점은 55% 이상입니다. 제품원가에 수수료를 덧붙이니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겁니다.” “서울 D타워 내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는데, 수수료는 25%이지만, 월 관리비 400만∼500만원, 용역비 등을 포함하면 결국 수수료가 40% 정도나 됩니다.” “수입업자인데 홈쇼핑은 제품가격의 48∼50%가 수수료입니다. 정상적인 제품으로는 납품이 어려워 주요 성분을 빼고 만들어 납품하게 됩니다.” 서울신문 5월8일자에 기획시리즈 ‘경제불평등 이제 그만’의 1회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 공룡’ 보도가 나간 뒤 유통업체의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제보가 기자에게 잇따라 들어왔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TV홈쇼핑이나 대형 할인마트, 대형 쇼핑센터에 대한 불만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고율의 수수료와 판촉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제조사와 소비자가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행복지기’라고 밝힌 한 독자는 “야채도 23∼25%의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린 기사의 댓글에도 불만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 ‘줄리맘’은 L백화점의 ‘반성’에 대해 ‘무늬만 반성’이라고 지적하며 “그 백화점의 한 영업점에서는 최근 주말행사 권리를 공개 입찰하는데, 매출 규모를 많이 써낸 거래처로 행사를 몰아준다고 하더라.”면서 “입점업체에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옷장사를 한다는 한 네티즌은 “본사 브랜드 보증금을 1000만원 걸고, 인테리어비를 반반 내기로 하고 입점해서 매출 3000만원을 올려도 인건비 450만원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백화점에서 7∼8년 장사했지만 결국은 깡통만 차고 백화점 담당자하고 싸움한 뒤 장사를 접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백화점 중 L·H백화점이 제일 심하다.”면서 “영세업체는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다 업체카드나 영업사원 카드로 가(가짜)매출 찍다가 밀려난다.”고 했다. ‘솔향기님’은 “기사에 공감한다. 나 또한 20년 넘게 백화점 폭리에 시달리다 다 거덜나고 접었다.”면서 “진작 그만두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약자의 설움을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웃으며 살자’는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내온 독자는 “여러 가지 문제되는 불공정거래나 강요 사항이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장사하는 기간 동안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얼마 전에는 유사한 업종의 가게 2곳이 쫓겨났는데 권리금은커녕 부대시설비도 제대로 못받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경우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불공정 사례 제보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공정위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사를 계기로 입점업체들이 피해사례를 적극 제보하기를 기대하며 공정위도 올해 유통업체에 대한 서면실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정조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아름다운 기업들] 현대모비스

    [아름다운 기업들] 현대모비스

    얼마 전 현대모비스 한규환 부회장과 임직원 10명은 서울 양천구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도배와 빨래·청소를 대신 해 줬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사회봉사 활동이었다. 현대모비스는 개별적으로 진행돼 온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2003년부터 ‘나눔의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9일 “모든 임직원이 동참하는 전사적 봉사활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회사라는 점에 착안해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거나 1급 이상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데도 정부나 사회단체의 지원을 못 받는 청소년들을 선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장학금을 준다. 올해 지원대상은 41명이다. 장학금은 매년 1억여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해 조성되는 ‘모비스 기금’으로 운용된다. 기부금은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떼어낸 우수리 돈과 회사에서 내놓는 동일 액수의 돈으로 마련된다. 또 2003년부터 각 사업장 인근의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하고 매주 현장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32개 시설이 회사측과 인연을 맺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재활용품을 수집해 ‘아름다운 가게’에 전달하기도 한다.2003년 이후 모인 재활용품이 4만점이 넘는다. 2002년부터는 문화행사 지원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와 오페라 ‘라보엠’,‘투란도트’,‘나비부인’을 비롯해 조수미·조지 윈스턴 공연 등을 지원했다. ‘강아지 똥’,‘김치꽃 만두’ 등 동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어린이 연극공연 지원 등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문화생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 과학영재 육성을 위해 사업장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습 위주의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주니어 공학교실’도 운용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중국 장쑤 법인은 매월 1회 이상 인근 고아원·지체 장애아 수용시설·양로원 등을 방문해 생활필수품 전달, 장애아동에 대한 수술비 지원 등 활동을 펴고 있다.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슬로바키아 법인은 공장 인근의 고아원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해당지역에 재해가 났을 때 성금을 모아 전달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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