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만두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드롬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모닝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법정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 빅뱅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134
  • 10대 성매매 강요… 화대 600만원 갈취

    경남 김해 서부경찰서는 10일 가출한 중학교 중퇴생을 성매매시킨 뒤 화대를 가로챈 최모(20·택배 기사)씨, 김모(19·음식 배달원)군 등 2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알게 된 중학교 중퇴생 박모(14)양을 최씨 등에게 소개한 고교생 최모(18)양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와 김군은 지난 3월 8일부터 4월 15일까지 박양과 함께 부산 지역 여관 등에서 생활하며 인터넷과 휴대전화 채팅 사이트에 박양의 얼굴을 비롯한 신체 정보를 올려 성매매를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성매수 남성이 나타나면 박양을 렌터카에 태워 성매수남이 기다리는 여관 등지로 데려다 주고 대가로 받은 돈 6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박양이 받은 화대 10만~15만원을 소개료, 차량 렌터비, 여관비, 식비 명목으로 대부분 빼앗았고 식당에서 먹은 밥값도 박양에게 떠넘겨 30만원의 빚까지 지게 했다. 최씨 등은 박양이 성매매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폭행을 하는 등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성매수 남성 40여명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김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서늘한 눈빛·질펀한 언어가 만든 ‘판타지’

    서늘한 눈빛·질펀한 언어가 만든 ‘판타지’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국립극단 연극 선언문) ‘넙이’ 역을 맡은 3년차 배우 임성미(27)씨에게 “왜 연극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오른손 검지로 연습장 정문을 묵묵히 가리킨다. 식사 뒤 정담을 나누던 ‘아낙들’역의 여성 연기자들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다. 아낙들 중 최고참인 10년차 진문영(36)씨는 “경제적 어려움은 과정일 뿐 (인생에)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1년에 120만원 벌기 힘들어, 가족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연극을 그만둔 후배를 떠올리며 던진 질문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하게 가라앉았다. 아낙들을 선동하는 무당 ‘검네’ 역의 이용이(54)씨는 “(내가)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 1000배는 힘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공연을 하고 싶어도 대관해줄 극장이 없어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연극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 (후배들에게) 그만두라 해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35년차 연기자다. 남편은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고 김일우씨, 오빠는 영화배우 이대근(69)씨다. 딸도 대학 졸업 뒤 연극무대에 투신, 무대에 올리는 불화(佛?)를 그리고 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아들은 군 복무 중이다. ‘연극가족’인 셈이다. 지난 6일 밤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연습장은 연극 ‘꽃이다’에 출연한 배우들로 북적였다. 서늘한 눈빛 연기로 섬세함을 표현한 ‘수로’ 역의 여배우 서영화(44)씨와 동아연극상을 받은 ‘득오’ 역의 이승훈(43)씨, ‘순정공’ 역의 김정호(41)씨 등 출연진 모두 이름 석자만 대도 알 만한 베테랑들이다. 서씨는 올해 영화 ‘더 먼 곳’의 주연을 맡아 영화와 연극판을 오가고 있다. 질투 어린 표정으로 극 중 바닷가 처녀 ‘아리’를 쳐다볼 때는 전율이 느껴진다. 요란스럽고 희한하고 예리한 팜파탈의 연기를 신비롭도록 조용히 해냈다. 수로의 시샘을 받는 ‘아리’ 역의 이서림(36)씨는 “(나는) 삼국유사에는 없는 창작된 인물”이라며 “뒷부분에 배역이 더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극단 풍경의 대표인 연출가 박정희씨는 이 같은 선 굵은 연기자들의 조화에 초점을 뒀다. 박씨는 “배우들과 개념을 공유하며 한 번씩 끊어 가니 힘들지 않더라.”며 활짝 웃어 보였지만, 이미 한 달을 넘긴 고된 연습과정이 그대로 얼굴에 배어 있었다. ‘꽃이다’는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이야기. 타고난 미모 때문에 강릉 앞바다 용왕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수로부인 설화에 서스펜스와 판타지를 결합해 몽환적 정치극으로 각색했다. 용왕의 수로부인 납치가 조작됐다는, 기발한 발상의 전환이 극을 이끈다. 군부대 이전 부지를 넘겨받아 지은 허름한 연습장. 조명도 없이 이어지는 리허설이었지만 연기자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온다, 온다, 온다 살길 따라 온다. 서러운 사내들 이내 품에 돌아온다~.”는 아낙들의 노랫가락에 실려 시작된 연극은 신라시대 최고 미인이라는 수로가 남편 순정공을 따라 강릉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마을 사람들은 성벽 공사를 위해 징발한 2000명의 장정을 내놓으라며 농성을 벌이고, 이렇게 이어지는 백성과 권력자의 대결은 운율에 담긴 대사와 독특한 리듬감을 타고 전해진다. 연습장 뒤켠에 내걸린 흰색 천에는 한글과 한문으로 번갈아 ‘꽃’(花)자가 적혀 있다. 배우들은 그 앞에서 “세상 수컷들 오금을 저리게 하거라.”, “용용 죽겠지의 용?” 등의 언어유희를 펼친다. 이번 무대에 오르기 위해 배우들은 10대1의 오디션을 통과했다. 무사와 별동대 등의 역을 맡은 남자 연기자들은 검도 등의 특기 경력까지 감안됐다. 이렇듯 꼼꼼한 준비 덕분에 난장 속 카타르시스라는 극적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배우들은 아직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무대에 올려져 공연 중인 첫 번째 이야기 ‘꿈’과 곧바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8시간씩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오후 6시 잠시 틈을 낸 선후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섬주섬 챙겨 온 도시락과 반찬을 꺼내 놓고 저녁 식사를 했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연습. 땀 냄새가 진동했다. “20세기의 역사는 삼국유사가 구약성서에 졌다. 지금부터 주몽이 모세를 능가하는 판타지가 나와야 한다.”던 고 백남준 선생의 뜻에 따라 국립극단은 올해 ‘삼국유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꽃이다’는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공연된다. 1만~3만원. 1688-5966.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그런 놈들 북한으로 보내 버려야 돼. 정신교육에 그만한 데가 없다니까.” 양육 미혼모들을 다룬 백연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쓰마마’에 나오는 네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장지영(31)씨가 ‘비정한 아빠’에게 던지는 뒷담화다. 혼외출생 1만명 시대, 무책임한 남자와의 사랑 없는 결혼 대신 아이와 자신의 삶을 선택한 ‘미쓰마마’들을 만났다. 최형숙(41)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서(7)의 엄마다. “미혼이 아니라 모(母)가 중요하다.”는 최씨는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질문에 아들 이름부터 입에 올린다. 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낙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엄마를 이상하게 여긴다. TV 속 미혼모들의 삶이 늘 모자이크 뒤에 가려져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엄마라는 게 부끄럽지 않은 최씨는 ‘생얼’을 드러내는 데 인색하지 않다. “어두운 시사프로그램 대신 버라이어티쇼에 나가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출산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씨는 오랫동안 연애하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준서를 임신했다. 임신 사실은 헤어진 뒤에야 알았다. 처음엔 낙태를 고민했다. 못할 짓이다 싶어 낳았지만 가족들은 입양을 강요했다. 마지못해 준서를 시설에 보냈다. 밤새 울다 다음 날 아이를 찾으러 다시 시설에 갔다. 갑작스러운 임신이었지만 억지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씨는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최씨는 미혼보다는 비혼(非婚·결혼할 의지가 없음)에 가깝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 생긴 장점도 있다. 최씨에게는 눈치 볼 시댁이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집안일을 강요하는 남편도 없다. 최씨는 “월급만 가져다주고 아빠 노릇 다했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다. 혼외출생을 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혼전임신을 했을 경우 미혼남성(20~44세)의 21.5%, 미혼여성(20~44세)의 16.6%가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답했고, 미혼남성 56.6%, 미혼여성 60.7%는 ‘가능하면 낳아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남녀 모두 혼전임신이라도 출산은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항목에서는 미혼남성의 36.4%, 미혼여성의 36.5%만이 찬성(전적으로 찬성+대체로 찬성)했다. 이미 생긴 아이는 낳는 게 좋지만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출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많음을 보여 준다. ●“칙칙한 시사프로 대신 버라이어티쇼 나가고 싶다” 백 감독은 이에 대해 “가부장적 편견과 모순의 집결체가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과거 미혼모라는 사실을 수군대는 회사가 싫어, 입사 사흘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네살짜리 딸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김현진(29)씨는 “미혼모라면 무조건 문란하고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장지영(31)씨가 “드라마에 나오는 미혼모는 왜 항상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구제받지? 혼자 애 키우면서 살아가면 안 되나?”라고 불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구제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또 다른 미혼모 원미현(가명·35)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지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냉정하게 낙태수술 예약을 잡더라.”고 8년 전 일을 회상했다. 원씨는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았지만 차마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고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 친부는 ‘혼인신고를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통보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원씨는 “당당한 싱글맘으로 살려해도 ‘사생아’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를 보며 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처럼 현실 속의 양육은 오롯이 여성들 몫이다. 통계청이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총가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여성은 16만 6609가구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남성 1만 8118가구에 비해 크게 앞섰다. 미혼여성이 13만 3234가구, 미혼남성이 9218가구였던 2005년 조사보다 ‘싱글대디’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차이는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사회규범적 의식과 현실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성들은 ‘나는 낙태하라고 했는데 네가 좋아서 낳은 거니까 책임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결혼하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원하게 하는 등 법적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양육의 1차적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강하다.”면서 “모유 수유 등의 측면에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혼외출생에 대한 편견은 미혼모 자신에게 그치지 않는다. 미혼모의 부모와 자녀도 똑같은 편견에 시달린다. 김씨는 “부도덕한 미혼모를 만든 부모도 똑같다고 여기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최씨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연을 끊자.”고 했다. 경상도 출신인 최씨의 아버지는 다음 날 변기통을 부여잡고 남몰래 펑펑 울었다. 김씨는 “솔직히 엄마는 평생 내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해 주는 건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도 “출산을 반대하던 오빠가 지금은 ‘내가 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미혼모부터 검색해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엄마,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해?”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지만 미혼모들이 사회인으로 홀로 서기를 하기란 여전히 벅찬 게 현실이다. 정부는 가족관계법·한부모가족지원법 등에 따라 혼외출생자들을 지원하고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양육 미혼모의 54.7%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다. 자녀가 18개월 미만일 경우 월평균 63만원을, 36개월 이상은 3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취업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미혼모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신, 출산과 관계없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퇴사 등 불이익을 겪는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혼모의 95%가 ‘임신 이후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혼모라는 이유로 채용에서의 불이익도 크다고 적었다. 여성가족부는 ‘미혼임산부 및 미혼모에 대한 직장에서의 차별금지’를 추진 중이다. 비양육 미혼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법안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미혼모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대외정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비슷한 처지의 양육 미혼모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용감한 컵케이크’에서 제빵 일을 돕다 얼마 전 그만뒀다. 최씨는 직장 탓에 집에 늦게 돌아오는 날도 많다. 준서는 그런 엄마를 두고 “왜 안 놀아주느냐.”며 울먹인다. 사회적 지원이 부실한 상황에서 미혼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울먹이던 준서는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하냐.”고 묻는다. “빨리 일 끝내고 와서 놀아달라.”며 보채는 것이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김씨는 용감한 컵케이크를 떠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에 창업 지원 자금을 신청했다 지난 4일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씨는 “혼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좀 떨어지긴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포기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룩을 판매하는 의류 매장을 운영할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양육 미혼모뿐만 아니라 사실혼이나 동거관계에 있는 신가족들도 결혼을 기준으로 짜여진 사회 제도 속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실혼·동거 관계 역시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비롯, 세제혜택과 상속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청약을 실시하는 보금자리주택은 혼인신고를 한 가족에게만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도 다자녀가구, 3세대 가구 등 대가족에게 우선권을 준다. 사실혼 관계라 해도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도 부양가족에 대한 인적공제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편견과 차별로 엄격하게 대하기보다는 생활과 양육에 필요한 지원을 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한편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정부나 기성세대들은 ‘그렇게까지 지원해야 하나.’고 되묻는다.”면서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변화의 산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은 혼외출생, 이혼, 비혼(非婚) 등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들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혼외출생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자 2006년부터 법적부부의 출산과 혼외출산을 구별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자녀를 양육하는 자체로 가족수당, 양육수당을 받고 출산·육아휴직 등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는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정연구소 소장은 “프랑스는 정식부부보다 혼외출생에 대한 지원·혜택이 더 잘돼 있다.”면서 “그래서 결혼보다 동거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초래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아동부양비와 양육수당, 교육유지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미혼모들에게 주택·건강·부모교육·고용훈련 등을 제공하는 슈어스타트(Sure Star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독일도 최저생계비·부모수당을 지급하며 모성보호법 등에 근거해 10대 미혼모의 교육권까지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조은지·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가 ‘당한’ 정황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된 신문 기사를 읽는 당신, 현장 검증에 나선 범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웃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는 당신,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심지어 물리적 거세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당신. 열흘 사이 나타난 이 뜨거운 관심과 우려, 지탄과 자조, 법률과 제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현실은 어느 정도 ‘인간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공이 확대되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까. 이 모습들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 시선을 파묻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지 않았는가.‘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도서출판 강 펴냄)을 쓴 김용언(36)도 그랬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밤새 읽고 동네 책방에 선 채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어낸 소녀. 부모는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뜯어말렸지만 그럴수록 추리나 미스터리, 탐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10여년 이름있는 영화잡지사에 다닐 때에도,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을볕이 좋았던 6일 낮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언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정처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홈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부르주아지 탐정, 점잖고 범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수집가이자 산책자, 과학적인 기계로서의 탐정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드보일드 형사(또는 탐정)로 변신하는 과정과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들춰보니 깊이가 간단치 않다. 범죄소설의 이데올로기를 파헤친 에르네스트 만델과 프랑코 모레티, 기호학으로 뜯어본 움베르토 에코, 독자들이 이들 장르에 빠져드는 과정을 펄프픽션과 다임노블(‘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통해 톺아본 애런 스미스와 마이클 데닝, 법의학과의 연관성을 짚은 로널드 토머스 등이 등장해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추리소설)에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하드보일드소설)로 독자들의 궁금증이 전이되는 과정, 사회가, 도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과정을 돌아본다. “6년 전 그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글로 번역된 것들이 전혀 없어 외국 문헌을 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3~4개월 정도 웹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 아무도 빌려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책장을 들춰 가닥을 잡았다.” 2년 전에야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양의 두 배로 늘리고 부록(연표와 국내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소개) 등을 보완해 지금 내놓았다.” 김용언은 ‘터프가이’로 통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홈스와 달리, 부패된 사회구조 속에서 허우적대고 몸부림치는 것을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로 해석하는 뜻밖의 시도를 했다. 그는 “19세기의 비관적인 엔트로피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것처럼, 그들도 자본주의 대도시에서의 범죄가 빚어내는 혼돈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형상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라고 대변했다.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사회의 범죄 관련 논의들을 꺼내 보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어느 한 요소만 갖고 전체의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며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무라카미는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를 낸 1년 뒤, 가해자들과 만나 속편을 낸 적이 있다.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범죄의 뒤안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있다. 그렇기에 전체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화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배경 같은 걸 설명해주는 글 찾아보고 읽는 걸 워낙 좋아했다. 당연히 추리물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을 읽다보면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된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다. 그나마 번역된 세 권 정도가 있었는데 전권이 이런 분석에 바쳐진 책은 아니었고 어떤 주제를 갖고 여러 학자가 쓴 것 중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답답해서 영어권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검색을 하자마자 몇 백 권이 뜨고 논문은 말도 못하게 많았고요. 깜짝 놀라서 일단 유명한 학자들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런 걸 나만 알기는 아깝고, 추리소설 팬들도 많고 하니까 나누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시 주변이나 추리소설 동호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건 있었나.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인터넷 서점 같은 데 가봐도 리뷰는 없고. 추리소설 동호회 중 유명한 ‘하우 미스터리’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도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게시판을 많이들 이용하는데 거기 운영자가 이런 책이 나온다며 기대된다고 써놓았더라. 다음 주나 돼야 후기가 올라올 것 같다. →국내 애호가들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장르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호, 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많이 갈린다. 추리소설만 읽는 쪽이 있고 하드보일드 쪽만 읽는 친구들이 있고 또 셜록티언이라고, 셜록 홈즈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매량이 좀 떨어졌다고 하는데, 한때는 일본 책들이 엄청 많이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쪽이 다 한 묶음으로 묶이지도 않는 편이고. →책을 읽어보니 에드먼드 윌슨 얘기가 곧잘 나온다. 주석에 ‘와, 세상에’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건 본인이 쓴 것인지. -굉장히 고급예술에 관심 있는, 고급지성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다. 그 글을 읽어보니 굉장히 심하게 욕을 했더라. ‘당신들이 추천해 이것도 읽었고 저것도 읽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들은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항의하겠지만. 그것도 너희들이 속물이고 내용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미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책의 추천사를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써줬는데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를 가져온 한국 소설 가운데 이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읽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문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했다. 그 옛날에 썼던 (윌슨의) 글이 아직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에 속 상했다. →2006년에 쓰기 시작해 3~4개월 만에 가닥을 잡았다고 했는데 출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고를 썼는데 생각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전혀 그 쪽에 관심없던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출판사를 알아본다, 어쩐다 했는데 취직도 하고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2년 뒤 완성했는데 대학원을 휴학하고 다시 취업하고 하면서 또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낸) 강 출판사의 전 편집장과 출간에 합의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양이 너무 적어 2배로 늘리고, 내용도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게 쓴 부분들이 많아서 보충하고 내용 늘리느라 작년 말에야 정리가 다 됐다. →그런데도 8개월이 더 소요됐다.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이 있었으니까. 2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많은 걸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풍부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이 책을 보고 관심있는 분들이 그 문헌을 직접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비평가가 쓴 책 ‘블러디 머더’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굉장히 쉽게 쓰고 백과사전처럼 연대기를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은 감춰두고 내가 써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이 이런 점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에서 나온 이론서들을 살펴보면 한 시점에 한 주제에 대해 다룬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은 찾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 시절에 대해서만 집중 분석을 하거나 미국의 하드보일드만 다루거나 했다. 그래서 난 이 둘의 갈라진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합 지점을 관심있게 보시고 이런 생각을 갖고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 이 장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는 취지로 엔트로피 이론을, 문학계에서 과학 이론을 가져다 적용해보는 시도가 있는데 엔트로피 이론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검증받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정유정 작가와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초고를 쓸 때도 이런 쪽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없었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안 가는 식이어서, 그 쪽 친구들도 없고. 순전히 혼자서 그 생각을 했고 사실 걱정을 했다. 나 혼자서 이런 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전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봐주시고, 재미있다 해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팬들에게도 정보가 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어서, 리뷰가 올라오면 그런 확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국내 추리소설이 어떻게 도입돼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할 필요는 있지 않은지. 예를 들어 책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고심했고 우리 추리문학이 처한 위치와 지위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면서 붙인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인쇄돼 나오기 3~4일 전에야 겨우 출판사와 책 제목을 합의할 정도로 많이 싸웠다. 난 조금 추상적인 제목을 원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워낙 장르가 탄탄하다보니까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붙여도 독자들이 딱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Figure on the Carpet’이란 표현이 있다. 카펫 위의 형상, 다시 말해 시신을 가리키는데 서구에서나 그 제목만 써도 아 시신에 관한 얘기구나 아는데 한국에서야 그런 걸 해봐야 누가 알겠나. 굉장히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했고, 그런데 또 난처한 것이 19세기 셜록 홈즈랑 하드보일드 두 개를 다 다루다 보니까 둘을 아우르는 제목을 놓고 계속 출판사와 실랑이를 했다. 출판사 쪽에서는 범죄소설이란 말이 잘 안 쓰이는 말이니까, 그냥 추리소설이다, 하드보일드다 이렇게 쓰니까 이 용어 자체도 낯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읍소를 해서 겨우 이런 제목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향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전혀 한국 쪽 얘기를 안 다뤘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 쪽에서 그런 얘기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것을 읽어보면서 만약 그것들과는 다른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한국의 작가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문제는 있지만 80년대 들어와서 김성종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이상우 도 김성종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정유정 작가는 ‘이건 추리소설이야’라고 표방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장르에 익숙한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해 좋았다. 얇은 층 내에서도 한번 엮어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건 북유럽 쪽 도서들이 요즘 번역이 많이 되고 있다. 이들의 문학은 영국이나 미국의 것과 또 다르다. 60년대부터 형성된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는데 그들의 콘텍스트, 예를 들어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쪽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자료가 없어서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역사도 배워야 한다. 사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차마 그런 능력은 안돼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다. 북유럽 소설의 영문 번역판은 물론이고, 그들의 소설의 특성에 대해 서술한 자료들도 방대하다. →하필 아동 성폭행범이 잡힌 다음날 책이 출간됐다. -때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그 범인도 게임 중독이다, 술을 마셨다,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런 이유들로 그가 악마였다는 해석을 늘어놓더라. 나주 성폭행범 이전도 그랬고, 무슨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자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원인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범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자랐다.. 왜 그런 책들만 읽느냐고,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야단을 치셨거든요. 그런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게 사실 쉽고 간편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담은 책이 있다. 특히 옴진리교에 몸 담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빨려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따져 ‘쳐죽일 놈들’ 하고 만다. 그 앞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쉽게 결론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같은 대단한 작가가 자신을 ‘죽이고’(가치 재단을 최대한 자제) 인터뷰만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그 당시 선정적인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옴진리교 사건이 95년 일어났는데 1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 1권이 나왔고 그로부터 딱 1년 뒤 옴진리교쪽 사람들 만나 들은 얘기를 쓴 것인데 2권은 작년에야 국내 번역돼 나왔다.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라고 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자전거 묘기의 신’ 맥어스킬 환상 곡예 화제

    ‘자전거 묘기의 신’ 맥어스킬 환상 곡예 화제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는 놀라운 동영상 한편이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대니 맥어스킬(26)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소에서 벌인 ’스트리트 트라이얼’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전거 묘기의 신’으로 추앙받는 그는 유튜브를 통해 자전거 수리공에서 전세계적인 스타가 된 인생역전 케이스다. 이번에 공개된 맥어스킬의 자전거 묘기도 탄성을 자아낸다. 바퀴를 들고 거침없이 거리를 달리는 것은 물론 벽을 타거나 나무를 오르는 등 변함없는 실력을 선보인다. 맥어스킬은 “항상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거리를 보고 싶었다.” 면서 “자전거를 타면 다른 모습의 거리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묘기를 부릴 때는 항상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100% 집중 해야한다.” 면서 “물이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더 강하게 묘기를 부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맥어스킬은 지난 2009년 친구가 찍어 유튜브에 올린 5분 짜리 자전거 묘기 동영상 한편으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이후 그는 자전거 수리공을 그만두고 CF 출연 및 할리우드 영화의 스턴트맨으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파이널 데스티네이션?…한 커플의 아이러니한 죽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한 커플의 아이러니한 죽음

    무려 5년간이나 세계 곳곳의 위험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여행을 즐긴 커플이 고향집으로 돌아와 사고를 당해 숨졌다. 해외언론이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이라는 할리우드 영화 제목을 붙인 이들 커플의 이름은 스위스 출신의 38살 동갑내기 다니엘라 바이스와 다니엘 오엘터. 이들 커플은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지역을 여행하며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긴긴 여행을 끝내고 안식처인 그렌헨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온 커플은 지난 8월 말 집 인근을 지나던 기차에 치여 숨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 안고 있는 상태에서 기차 선로를 지나다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스의 모친은 “내 딸이 여러 위험한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매일 매일 걱정했다.” 면서 “집으로 돌아와 이제 걱정을 덜었는데 바로 문 밖에서 죽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만 골라 여행한 딸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며 눈물을 떨궜다. 한편 이들 커플은 지난 2005년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 직장도 그만두고 함께 세계 여행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뉴스팀 
  • [런던패럴림픽] 아테네 2관왕 김영건, 8년만에 금빛 스매싱

    [런던패럴림픽] 아테네 2관왕 김영건, 8년만에 금빛 스매싱

    “그때 그만두지 않기를 잘했어요.” 아테네패럴림픽 2관왕이었던 김영건(28·광주시청)은 대회 직후 운동을 그만둘까 걱정했다. 메달을 따도 포상금도 없고 연금은 비장애인 선수의 절반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이징 대회부터 포상금도 생기고 연금도 동등하게 적용돼 훈련에 몰두했다. 그러나 지나친 훈련량이 발목을 붙잡았다. 오랫동안 휠체어에 앉아 훈련하다 보니 피부가 휠체어에 쓸려 화상 진단을 받았다. 그 바람에 베이징 대회에선 무관에 그쳤다. 중학교 1학년 때 척수에 염증이 생겨 뇌와 팔다리를 잇는 신경이 손상되는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훈련 중 휠체어에 피부 쓸려 화상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운동을 포기할 수 없었다. 17살 때 탁구 라켓을 처음 잡고 스무살이던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2관왕을 달성하며 장애인탁구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런 김영건이었기에 4년 전의 좌절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홍콩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자신감을 회복한 김영건이 3일(현지시간)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 탁구경기장에서 열린 런던패럴림픽 남자 탁구 단식 클래스4 결승에서 장얀(중국)을 3-1(14-12 11-9 12-14 11-9)로 제압하고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세 번째 금메달을 딴 그는 6일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도 나가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2008 베이징대회에서 양궁 여자 70m 더블 세계신기록(614점)을 세우며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화숙(46)은 4일 런던 왕립 포병대대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개인 리커브 스탠딩 결승에서 얀휘리앤(중국)에게 세트 스코어 4-6(0-2 2-0 0-2 2-0 0-2)으로 져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北 림주성 자유형 50m 예선 탈락 한편 사상 첫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북한은 유일하게 출전한 수영 남자 자유형 50m S6 예선 2조 경기에서 림주성(17)이 47초 87의 기록으로 6위에 그쳐 예선 탈락하며 조기 마무리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사설] 지자체 ‘무늬만 국제교류’는 그만두라

    이른바 ‘세방화’(世方化)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와 지방화를 합친 신조어로, 지역중심 시대를 맞아 지방과 세계가 직접 교류함으로써 지역사회를 국제환경에 적응시키고,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지방자치가 제5기에 들어섰고, 그동안 지자체들은 국제교류를 통한 지역발전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펴낸 ‘지방자치단체 국제교류현황 자료집’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전국 225개 광역·기초단체가 무려 65개국 946개 도시와 1183건의 교류협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별로 평균 4.87곳의 외국 도시와 교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부지기수다. 우선 교류 결연 국가가 중국(475건), 일본(172건), 미국(130건)에 집중(777건, 66%)돼 있다. 심지어 대구·광주·대전 등 10개 지자체는 중국 선양시와 동시에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지자체가 중복교류 중인 외국 도시만도 120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지자체별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주먹구구식 중복교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특정 외국 도시에서 배울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으나, 생각도 없이 남이 하니까 줄줄이 따라가는 행태는 고질적인 문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류를 구실로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이 해외 나들이를 한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많다. 단체장이 실적용으로 추진했다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래서는 행정력을 낭비하고 혈세만 갖다 버리고 말 것이다. 시대 조류에 맞춰 지자체들은 특성에 따라 문화·관광, 경제, 행정,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펼쳐야 한다. 전문가를 영입·육성하고 특정 분야에서 모범적인 외국 도시를 고르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교류에 앞서 지역발전과 주민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교류 도시가 1000곳에 육박하는 지금, 지역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투자나 관광객 유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두 도시의 관계자들이 지역행사 등에 축하사절로 그저 왔다 갔다 하는 ‘무늬만 교류’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다.
  • 공부 스트레스에… 학생 40% “학교 그만두고 싶다”

    공부 스트레스에… 학생 40% “학교 그만두고 싶다”

    우리나라 학생 10명 중 4명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학업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학교생활이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많았다. 교사 10명 중 8명은 학생들의 더불어 사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함께 실시한 ‘인성교육 대국민 설문조사’와 학교 현장에서 진행한 ‘2012 인성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대국민 설문조사에는 네이버와 교과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8만 3608명이 참여했고, 실태조사는 전국 500개 학교 학생·교사·학부모 5만 7902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학생·교사·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성교육 설문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대국민 설문 결과 국민들은 ‘신뢰·협력·참여 등 학생들의 더불어 사는 능력’에 대해 75.6%가 낮거나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53.7%가 더불어 사는 능력이 낮다고 답한 반면 학부모는 64.2%, 교사는 80.3%가 낮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삶의 태도와 관련된 대부분의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학생들이 삶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0.4%가 ‘아니다’ 또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고 ‘학생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51.1%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특히 인성교육 실태조사에서 학생 응답자 중 40.3%는 ‘평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학업성적’(41.8%) 때문이라는 답변이 제일 많았고 ‘재미없는 학교생활’(22.1%), ‘친구관계’(13.5%), ‘선생님과의 문제’(6.1%) 등의 순이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그만두고 싶다는 대답이 많았다.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상담하는 대상은 학생의 43.1%가 친구를 꼽았다. 부모와 의논한다는 학생이 30.1%였고 혼자 고민한다는 대답은 18.2%였다. 교사에게 상담한다는 학생은 2.8%에 머물러 학생과 교사 간의 신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성 형성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학생은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33.4%)과 폭력적인 또래문화(25.2%)를 들었다. 학부모는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27.6%)과 부모의 잘못된 교육관(18.5%)을, 교사는 부모의 잘못된 교육관(45.6%)과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21.0%)을 꼽았다. 교과부는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말까지 중·장기적인 인성교육 비전을 수립, 추진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도덕·사회·국어 등 관련 과목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식 위주의 학습으로는 한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종교·경제 단체 등이 참여해 실제 사례나 프로젝트 위주의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아침 해수욕장에서 버젓이 성관계한 젊은 커플

    “엄마, 저기 어떤 여자가 남자 위에 올라타 있어요” 신사의 나라 영국의 한 해변에서 날이 훤한 아침시간에 성관계를 가진 커플이 있어 피서객들이 경악했다고 데일리메일, 더 선 등 현지 언론들이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하순 영국 브라이턴의 한 해변에서 산책을 나온 가족단위 휴양객들은 묘한 여성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목격자 중 한명인 사이먼 커민스(30)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백사장에서 한 젊은 금발여성이 남성의 몸위에 올라타 교성을 지르며 성행위를 하고있었다. 그들은 약물에 취한거 같지는 않았지만 조카들을 데리고 온 나로서는 정말 당황스럽고 역겨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당황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다른 쪽으로 데리고 갔으며 일부 남성들은 다가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성행위 커플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식스 경찰에 체포됐으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분노한 일부 부모들은“그 커플은 그만두라는 주위의 말도 무시하고 행위를 계속했다. 그들은 감옥에 가둬야 한다”며 경찰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인터넷 뉴스팀
  • [Weekend inside] 여보, 주말마다 어디 가?… “야구 하러”

    [Weekend inside] 여보, 주말마다 어디 가?… “야구 하러”

    야구는 인기 스포츠다. 국가대표나 프로 선수가 다이아몬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열광하고, 나도 한번 그라운드에 서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야구는 선뜻 하기 어려운 스포츠이기도 하다. 웬만한 실력이 없으면 경기를 제대로 즐길 수 없고, 돈도 많이 든다. 야구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1905년이지만, 지난 100년간 실제로 야구를 즐긴 사람은 많지 않다. 경기장을 찾거나 혹은 TV를 통해 선수들의 플레이를 응원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보는 야구’에서 ‘하는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변성욱(45)씨가 야구에 처음 입문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서울 선일초로 전학을 갔는데 야구부 유니폼이 멋있어서 덜컥 가입했다. 유격수를 맡아 해 질 녘까지 공을 쫓아다니고, 신나게 배트를 돌렸다. 그러나 또래보다 작은 키로 인해 프로의 꿈을 접었고 중학교부터는 글러브를 끼지 않았다. 변씨가 야구와 다시 만난 것은 20년이 지난 서른두 살 때.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게 되자 사회인 야구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야구에 미쳤다. 1년간은 일도 하지 않은 채 1주일 내내 야구만 했다. 매일 오전 6시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어깨가 아플 때까지 공을 던졌다. “지금은 4개 팀에서 1주일에 6경기를 합니다. 토·일요일에는 각각 2경기, 평일인 화요일과 목요일에도 1경기씩 뛰죠. 한해 평균 150경기 가량 뜁니다. 프로야구 선수보다 많은 경기를 나가는 거죠.” 변씨는 지난해 아예 팀을 하나 창단했다. 팀명은 ‘FLIGHT 1’. 스포츠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자신의 회사 이름을 그대로 야구팀에 붙였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 야구에 미친 듯이 몰두한 변씨는 팀에서 제일가는 ‘실력자’다. 포지션은 초등학교 때처럼 유격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한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가 언젠가 서울 목동구장에서 구속을 측정했는데, 시속 98㎞가 최고였다고 한다. 110㎞는 던져야 괜찮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선수 출신은 130㎞도 던지는 것을 감안하면 많이 모자란 스피드다. 그럼에도 변씨 책상에는 ‘평균자책점 왕’ ‘최우수선수상’ 등 상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끝없는 노력으로 프로 못지않은 제구력을 길렀기 때문입니다. 7회를 던지면 볼넷을 1~2개 정도밖에 주지 않아요. 언제든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슬라이더가 제가 자랑하는 무기입니다.” 변씨 같은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사람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에 등록된 팀(클럽)은 현재 6236개, 회원은 14만 8177명에 이른다. 2008년에는 5만 5488명(2435팀)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10만 710명(3357팀)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해마다 1만명 이상 늘고 있다. 16개 시·도 193개 시·군·구가 지역연합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리그 수는 209개에 달한다. 전국야구연합회에 등록하지 않은 팀과 회원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회인 야구 동호인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인 야구에 정통한 정태화 대한체육언론인회 사무차장은 “전국적으로 2만 여개의 팀이 있고 40만~50만명이 활동 중”이라고 추정했다. 사회인 야구는 국가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이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각각 금메달과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크게 확대됐다. 김광복 전국야구연합회 사무처장은 “연예인으로 구성된 천하무적 야구단이 방송에 나오면서 일반인들도 ‘보는 야구’보다 ‘하는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프로야구가 6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끈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야구는 특히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경기를 해야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야구 경험이 있는 사람이 팀에 1~2명이라도 속해 있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경기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0-0, 30-0으로 점수가 벌어지면 리드를 하는 팀과 당하는 쪽 모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사회인 야구는 1~4부 리그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국야구연합회가 정한 ‘2012년 사회인 야구 리그 규정 표준안’에 따르면 1부는 선수 출신 3명까지 출전할 수 있고, 선수 출신이라도 만 40세 이상은 출전 제한이 없다. 2부는 선수 출신 1명만 출전 가능하고 역시 만 40세 이상은 무제한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수 출신이란 고교야구 경험 여부를 말한다. 봉황대기와 황금사자기 따위의 대회에 출전했다면 선수 출신으로 구분된다. 사회인 야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는 3부와 4부로 나뉜다. 3부는 고교야구 선수출신, 4부는 중학교 야구 경험자까지 출전을 금지한다. 다만 만 45세가 넘었다면 상관없다. 프로야구 SK와 삼성에 몸담았던 카도쿠라 켄(39)이 최근 일본 사회인 야구에 입단해 화제가 됐는데, 국내에도 프로 출신 사회인 야구 선수가 종종 있다. 삼성의 투수였던 이상목(41)이 ‘탑건설’ 팀에서 뛰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사회인 야구의 인기가 높다 보니 대회 주관도 점차 늘고 있다. 넥센이 프로구단 중에서는 최초로 ‘넥센 히어로즈배 사회인 야구대회’를 1일부터 두 달간 개최한다. 일반팀 100개와 초청팀 20개, 연예인팀 8개 등 총 128개 팀이 출전하는 대규모 대회다. G마켓과 하이트, AJ렌터카, EA스포츠 등 여러 기업이 최근 사회인 야구 대회를 개최했고, 지난해에는 봉황대기의 이름을 건 대회도 열렸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은 가족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평일에는 직장, 주말에는 야구장에 가는 탓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최근 평일에도 경기를 나가게 됐다는 한 동호인은 “아내에게 차마 말할 수 없어 비밀로 하고 있다.”며 “대신 주말에는 경기가 끝나면 회식 없이 바로 귀가해 집안일을 돕고 외식을 시켜주는 것으로 잃은 점수를 만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인프라는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간한 ‘2011년 전국야구장백서’에 따르면, 전국의 야구장 수는 161개(211면)에 불과하다. 43개(53면)가 경기도에 몰려 있어 나머지 15개 시·도는 평균 8개가 채 되지 않는다. 정규 야구장은 15개뿐이고 공원 형태 구장이 117개로 대다수다. 외야에 잔디(인조 포함)가 깔린 구장은 전체의 40%가량인 65개뿐이다. 일본이 공식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야구장만 546개를 갖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러다 보니, 경기를 가질 야구장 찾는 게 주말 골프장 부킹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경기장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리그에 가입하려면 팀당 200만~35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한 리그에서 보통 13~14경기를 치르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당 20만원 이상씩 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도 시간 제한이 있어 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대부분 사회인 야구 경기는 1시간 50분이 지나면 새 이닝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어 정규 이닝인 7회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경기장을 알선해 준다는 꾐에 빠져 돈을 뜯긴 사기 피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회인 야구를 제대로 즐기려면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야 한다고 경험자들은 충고한다. 무턱대고 경기에 나서면 오히려 크게 다칠 수 있다. 일반인은 프로와 달리 연습량이 불규칙하고 기술이 부족해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로 공을 계속 던지면 어깨와 팔꿈치에 부상을 입을 수 있고, 동료와 충분한 연습 없이 경기를 뛰면 수비 시 충돌할 우려가 높다. 야구는 매우 복잡한 규칙을 갖고 있는 만큼, 기본 룰을 숙지하는 것은 필수다. 사회인 야구에서 수 년간 활동한 한 경기기록원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등의 룰도 모른 채 항의를 해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방용진 봉황대기 사회인야구대회 운영위원장은 “사회인 야구를 2~3년 열심히 하면 중학교 1~2학년 선수 정도의 실력은 쌓을 수 있다.”면서 “최근 야구장이 많이 지어지고 있지만, 흙이나 펜스까지의 거리 등 내부 시설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칭기즈칸에게 딸이 없었다면 몽골제국도 없었다

    몽골의 여러 부족을 통합하고, 철저히 능력 중심의 인사와 종교적 관용 정책을 편 인물. 보편적인 문자와 지폐를 유통시키면서 근대세계체제의 기반을 만든 인물. 바로 칭기즈 칸이다. 미국 매칼래스터대학 인류학과 교수인 잭 웨더포드는 2004년에 쓴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 펴냄)에서 “유럽 문명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몽골제국의 창조물”이라고 주장하며 칭기즈 칸을 현대로 불러왔다. 이번에는 칭기즈 칸의 후예, 그중에 딸들에 집중했다. ‘칭기스 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불러낸 딸들은 칭기즈 칸의 영토 확장에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제국의 지배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인물들이다. 책은 성별과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능력을 인정하는 칭기즈 칸의 통치관을 상징할 만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칭기즈 칸의 어머니 후엘룬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늘 환대했던 터라 낯선 타타르인도 천막 안으로 맞아들였다. 이 타타르인이 칭기즈 칸의 막내 아들 톨루이의 심장에 칼을 꽂으려는 순간 소녀 알타니가 그를 제압하고 톨루이를 구해냈다. 사건 후 경비병들이 자신의 공적이라 내세웠지만 칭기즈 칸은 알타니를 진정한 영웅으로 밝히고 줄곧 칭송했다. 칭기즈 칸은 딸들에게도 제국 안에서 수행할 역할과 국가·정부의 개념, 부부의 평등 등을 강조하면서 책임감과 주체성을 심었다. 딸들은 결혼을 씨족 지배자가 되기 위한 동맹으로 인식했다. 알라카이의 결혼은 영토 확장의 시작이다. 칭기즈 칸이 “조력자이자 발 빠른 말이 돼야 한다.”면서 키운 알라카이는 고비사막 너머 중국 옹구드족 통치자와 결혼했다. 이후 이 지역은 몽골이 중국의 여러 왕국을 정복하는 병참기지가 됐다. 딸 알-알툰은 결혼 후 위구르 왕국을 지배하며 몽골이 실크로드를 장악하는 열쇠가 됐다. 그러나 무능한 아들들은 칭기즈 칸의 사후 누이들을 숙청하고 영토를 빼앗았다. 딸들의 빈자리를 며느리들이 채웠지만,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옹립하기 위한 복수극을 일삼았다. 쇠락해진 몽골 제국에 영웅으로 등장한 인물이 만두하이 왕비다. 만두하이는 후대에 “칭기즈 칸의 현생”이라고 불리면서 몽골의 영광을 재현했다. 누이들을 시샘한 아들들이 몽골역사서 ‘몽골비사’에서 위대한 딸들의 이야기를 없애면서 딸들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저자는 칭기즈 칸의 연구를 위해 머물던 몽골 아바르가에서 만두하이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비사’에서 생략된 이름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역사적 사실을 밝혀냈다. “칭기즈 칸에게 딸들이 없었다면 몽골 제국 역시 없었을 것이다.” 칭기즈 칸의 딸들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특히 아버지의 후광으로 영광을 누리는 대신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벗고 현실에 맞는 통치방식으로 백성을 지켜낸 강인함과 주체성, 지혜는 여성의 정치력이 부각되는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그들이 온다, 축제는 계속된다

    그들이 온다, 축제는 계속된다

    지난 여름 팝 팬들은 행복했다.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록페스티벌에서 마음껏 소리지르고 발을 굴렀다. 록페스티벌이 끝났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9월에는 영국과 미국의 대표 음악상인 브릿어워드와 그래미어워드의 신인상을 받고 월드스타가 된 뮤지션의 내한 공연이 이어진다. 지난해 그래미 신인상은 전 세계 오빠부대의 우상 저스틴 비버가 찜을 한 줄 알았다. 하지만 트로피를 챙긴 건 재즈 베이시스트 겸 가수 에스페란자 스팔딩(28)이었다. 53년 그래미 역사상 재즈가수가 신인상을 차지한 건 그가 처음이다. 스팔딩은 1984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스스로 그곳을 ‘게토’(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격리구역)라고 떠올릴 만큼 끔찍한 동네였다. 다섯 살 때부터 독학으로 바이올린을 배웠고, 재즈 기타와 오보에, 클라리넷도 곁눈질로 익혔다. 14세 때 콘트라베이스의 깊은 울림에 끌려 재즈의 매력에 빠진 스팔딩은 학교를 그만두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 고졸 검정고시 격인 ‘GED’를 통과한 뒤 19살 때 버클리음대를 졸업했고, 곧바로 모교 강단에 섰다. 스팔딩은 특히 라이브에서 빛을 발한다. 찰리 헤이든, 팻 메스니, 마커스 밀러, 패티 오스틴 등 거장들이 함께 무대에 서기를 원하는 까닭이다.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축하무대에 오를 아티스트로 그를 꼽아 노르웨이에 동행하기도 했다. 노래와 연주, 모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실력인 데다 예쁘기까지 한 그가 새달 7일 서울 악스코리아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9만 9000~11만원. (02)563-0595. 팝록 밴드 마룬5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브렌우드고교 동창생 애덤 리바인(보컬·기타), 제스 카마이클(키보드), 미키 매든(베이스 기타), 라이언 더식(드럼)이 1995년 결성한 스쿨밴드 카라스 플라워에서 비롯됐다. 2002년 메이저 데뷔앨범 ‘송 어바웃 제인’은 ‘하더 투 브리드’, ‘디스 러브’, ‘선데이 모닝’, ‘시 윌 비 러브드’ 등 4곡이 히트하면서 전 세계에서 1000만장이 팔려나갔다. 2005년 그래미어워즈에서 최우수신인 등 3개 부문을 휩쓴 것은 당연했다. 록밴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면 이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비트에 리바인의 섹시한 목소리가 얹혀진 마룬5의 승승장구는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함께 부른 ‘무브스 라이크 재거’로 팝 시장을 강타했고, 지난 6월 정규 4집 ‘오버익스포스드’로 차트를 석권했다. 마룬5가 2008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내한공연을 한다. 새달 14일 부산 사직체육관, 15일에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국내에서 2회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제이슨 므라즈와 마룬5 정도다. 6만 6000~13만 2000원. 1544-1555. 얼터너티브록 밴드 킨은 1997년 영국 이스트석세스의 작은 마을 배틀에서 결성됐다. 동네친구 혹은 기숙학교 동창생의 인연으로 엮인 팀 라이스 옥슬리(피아노·베이스)와 톰 채플린(보컬·기타), 도미닉 스콧(기타), 리처드 휴스(드럼)가 의기투합했다. 2001년 스콧은 런던정경대(LSE)에서 학업을 계속하려고 탈퇴했고, 3인조로 데뷔 앨범을 녹음했다. 2004년 대표곡 ‘에브리보디스 체인징’이 담긴 ‘호프스 앤드 피어스’로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듬해 영국의 그래미상 격인 브릿어워드에서 최우수 앨범상과 최우수 신인상을 휩쓸었다. 밴드들이 기타를 전면에 앞세우는 데 비해 킨은 건반(혹은 피아노)을 내세우는 새로운 스타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언더 더 아이언 시’(2006)와 ‘퍼펙트 시메트리’(2008)에 이어 4집 ‘스트레인지랜드’까지 모든 정규앨범을 영국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올 초 베이스와 퍼커션 담당 제시 퀸을 영입해 4인조로 재편한 킨의 모습은 새달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 9만 9000~12만 5000원. (02)3141-3488.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와 여자 처음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와 여자 처음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여자가 처음으로 만났다. 세계 기네스 위원회 측은 최근 다음달 13일 발간 예정인 2013년 판 기네스북 출간을 기념해 올해 초 촬영된 두 ‘소인’의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는 네팔에서 온 54.6cm의 찬드라 바라두르 단기(72)다. 그는 카트만두에서 400km 떨어진 산골에서 한평생 살았으며 작은 키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특히 그의 다섯 형제들은 모두 정상적인 키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여자는 올해 18살의 인도 소녀 조티 암지로 현재 그녀의 키는 62.7cm다. 암지는 연골 형성 부전증으로 첫번째 생일 직후 성장을 멈췄으며 뼈가 쉽게 부서져 가족의 보살핌 없이는 살기 힘들다.  암지는 “기네스북에 오른 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 영화에도 출연했다.” 면서 “세계 여러나라를 방문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한평생 산골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단기도 “내 이름이 책에 실리게 돼 너무나 기쁘다.” 면서 “가족과 함께 여러 마을과 나라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을 모델로 내세운 기네스 위원회 측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기네스 위원회 마르코 프리가티 감독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녀가 한 방에 함께 있는 것은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면서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흘렀으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암지와 단기는 서로 별다른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타이틀을 존중해 주며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사진=기네스북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광장] 일본의 죄, 친일 윤 군수의 죄/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본의 죄, 친일 윤 군수의 죄/육철수 논설위원

    나치 비밀경찰 출신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전범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교수형에 처해진 인물이다. 유대인이주국을 총괄했던 관료로서 600만명 학살 현장을 지휘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아르헨티나로 도주했다가 이스라엘 요원에게 체포돼 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모든 행적을 순순히 자백했지만, “한 사람도 직접 죽여본 적이 없고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까지도 반성이나 후회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나치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여성 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고 이를 바탕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유명한 책을 남겼다. 그는 저서에서 아이히만에겐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으며, 자신에게 떨어진 명령이 유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성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무사유(無思惟)가 단순히 ‘생각이 없다’는 데서 더 나아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 불능이나 거부’이며, 이것이 악의 본질이라고 했다. 보름 전, 친일인사의 손자라고 밝힌 독자 윤석윤(55)씨가 사죄의 편지를 서울신문사에 보내와 관심있게 읽어보았다<서울신문 8월 15일 자 1면 보도>. 그는 친일인명사전에서 일제 강점기에 군수를 지낸 할아버지의 이름과 한 문단 분량의 행적을 확인하고 마음이 착잡했다고 한다. 윤씨는 “할아버지가 관비유학생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선각자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일제의 앞잡이였다니 실망이 컸다.”고 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공직을 그만두지 못한 걸 궁금해하던 차에 아렌트의 ‘무사유’를 읽고 그 해답을 찾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다수 친일파들은 조직에 순응한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민족과 역사 앞에 ‘무사유의 죄’를 지었고, 할아버지의 죄도 바로 그것”이라고 썼다. 그는 “독립유공자와 순국선열, 그리고 그 자녀들에게 친일파의 손자가 가슴 깊이 사죄한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런 가족사를 밝히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양심적이라 가슴 뭉클하다. 윤씨는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없어 할머니가 산파 일을 하면서 아버지 형제들을 어렵게 키웠다.”고 했다. “생전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할아버지의 인생을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솔직히 감정적으로는 (친일 사실이) 다가오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할아버지의 친일 기록은 민족적·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졌고,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미안함이 오히려 나를 더 짓눌렀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참담한 고통을 안겼던 일제와 그 후손들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그제는 노다 요시히코 총리까지 나서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는 없다.”며 또 망언을 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이젠 아예 전직 총리들이 마지못해 표명한 사과까지 모조리 뒤집어 엎을 태세다. 아렌트의 지적처럼 저들은 여전히 ‘반성 불능’이요, ‘반성 거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작 ‘무사유의 죄’를 따진다면 마땅히 일본에 먼저 묻는 게 순서일 것이다. 친일 후손 윤씨의 사죄가 돋보이고 연민을 자아내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친일인사들을 감싸안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호구책으로 일제의 하수인이 됐거나, 항거할 용기가 없어 순종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게다. 일제 치하의 항일·반일은 총칼 앞에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내놓는 것이었다. 식민세대에게 깊은 사유와 성찰이 없었다는 지적은 너무 모진 질책일지도 모른다. 죄가 있다면 나라 잃은 죄와 시대를 잘못 태어난 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침 오늘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지 102년째 되는 날이다. 요즘 벌어지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망동과 동북아 신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렌트의 ‘사유의 책무’를 다시 떠올려 본다. ycs@seoul.co.kr
  • 박덕흠 “운전사에 건넨 1억은 빌려준 것”

    박덕흠(59) 새누리당 의원이 4·11 총선 이후 운전기사 박모씨에게 건넨 1억원에 대해 ‘퇴직금→빌려준 돈, 정리 차원에서 준 돈’ 등 상이한 해명을 해 1억원의 성격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검찰의 박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는 총선 당시 야당 후보의 운전기사 오모씨가 박씨의 취중 발언을 녹취해 검찰에 제보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의원이 대표로 재직 중인 W업체 소속이었던 박씨는 4·11 총선을 앞두고 회사를 휴직, 자원봉사자로 박 의원 카니발 승용차를 몰다 지난 6월 30일 퇴직했다. 박 의원은 박씨에게 퇴직 전후인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 1억원을 건넸다. 검찰은 이 돈이 선거 운동 대가 및 당선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고, 박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지난 6월 건넨 5000만원은 박씨가 개인 빚이 많아 빚을 갚는다고 해서 빌려 줬다.”면서 “차용증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7월에 준 5000만원은 박씨가 6월 말에 퇴직하면서 개인택시라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동안 박 의원 운전기사로 수고했기 때문에 정리 차원에서 줬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퇴직금 1억원을 회사법인으로부터 본인의 계좌로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씨는 총선 이후 야당 후보 운전기사 오씨와의 술자리에서 “총선 승리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 박 의원의 불법 정치 자금 내용을 수첩에 적어 놨다.”는 등 박 의원과 관련된 내용을 오씨에게 털어놨고, 오씨가 이를 녹취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안 박씨는 오씨에게 전화해 “네가 나랑 나눈 이야기를 녹취해서 검찰에 고발한 게 사실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박씨 소환 조사에서 공갈·협박 부분도 조사했다. 박 의원 측은 “박씨가 술김에 없는 내용을 부풀려 말했고, 이에 대해 박씨도 박 의원에게 죄송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세종학당 올 43개국 90곳 운영… 현지 맞춤형 교재·교수는 태부족

    마카오대학의 한국어 강좌 폐지와 백윤씨에 대한 해고는 해외 한국어 보급 사업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류 열풍 덕에 한국어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교육이 초·중등 수준의 강좌에서 벗어나 한국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고등교육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해외 초·중등학교는 2009년 522개교이던 것이 올해 29개국 717개교로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 중인 세종학당도 2009년 6개국 17곳에서 올해는 43개국 90곳으로 늘었다. 세종학당은 대부분 대학에서 한국어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등 고등교육 수준에서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 정치, 한국 역사를 중심으로 한 해외 대학의 한국학 교수직 설치와 한국인 학자 파견, 한국 관련 학술회의와 연구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어 보급과 관련된 지원은 각국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나 해외 한국어전공 대학원생, 교수·강사 등의 한국 연수 지원 등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효율적인 해외 한국어 보급 사업 추진을 위해 총리실 주관으로 교과부, 문화부,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이 참여한 ‘한국어 국외 보급 사업 협의회’를 구성했지만 1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중복 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회가 해체돼 현재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어 교사들은 현지 실정에 맞는 맞춤형 교재의 보급과 교수 요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황모(28·여)씨는 “제대로 교육받은 강사가 거의 없어 유학생들이 주로 수업을 맡는다.”고 말했다. 한국어 교재가 부족해 유아용이나 초등학생용 교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어 강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도 문제다. 백씨는 “급여가 적어 한두 달만 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어반자카파 콘서트 ‘셉템버’ 9월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지난 5회의 서울 공연을 전석 매진시킨 실력파 혼성 R&B 그룹 어반자카파가 젊은 감성과 젊은 음악을 선보인다. 5만 5000~7만 7000원. 1544-1555. ●용감한 녀석들 콘서트 ‘용기백배’ 9월 9일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용감한 녀석들이 펼치는 등록금 기부 콘서트로 아이유, 비스트, 포미닛, 씨스타, 카라 등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전석 2만원. (02) 780-9766. 연극·뮤지컬 ●연극 ‘닥치고 청춘’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서울 연건동 김동수플레이하우스. 입시학원으로 변모해 가는 황폐한 공교육 현실 속에서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을 가꾸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열일곱 사고뭉치 오만두와 정신적 멘토인 담임교사, 육체적 멘토인 킥복싱 관장이 꾸미는 경쾌한 감동. 1만~3만원. (02)3675-4675. 국악·클래식 ●국악 ‘와룡풍류’ 10월 30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서울 와룡동 창덕궁 소극장. 화요상설에는 경북 안동 하회별신굿 이수자 류필기가 퇴계 이황의 사랑이야기를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마당극 ‘류필기와 하회탈’이, 목요상설에는 가야금 소리와 전통 춤사위 등이 어우러진 ‘오정’을 올린다. 1만 5000~3만원. 010-9021-8155. 미술·전시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 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전 28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 이중섭 작품을 모아온 수집가 안병관 유니온약품그룹 회장의 사재를 털어 마련한 서울미술관 개관전이다. ‘둥섭’은 이중섭의 이름을 서북지방 방언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중섭 외에도 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응성 등 근대 작가 6명의 73점을 선보인다. 이중섭의 ‘황소’가 진본으로 공개된다. 9000원. (02)395-0217. ●박대조 ‘회귀의 눈’전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 신사동 박영덕화랑. 비단천에다 사진의 이미지를 새기는 방식으로 인물 감정의 다원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02)544-8481.
  • 코브라에 물린 농부, 코브라 물어 죽여 ‘복수혈전’

    한 남자가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뱀 중의 하나인 코브라를 물어 죽인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약 200km 떨어진 바당가에 사는 농부 모하메드 살모 미야(55)는 논에서 일하는 도중 하얀색 코브라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직후 미야는 즉각 응급처치에 성공, 맹독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막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자신을 죽일 뻔한 독사에 화가 난 미야는 참지 못했다. 즉시 막대기를 들고 씩씩거리며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한 것. 얼마 후 코브라를 찾아낸 미야는 막대기로 두들기기 시작했고 기절(?)한 독사에 분이 안풀린 그는 직접 이로 물어 죽였다. 마치 ‘이에는 이’로 처절한 복수혈전을 한 셈. 미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화가나 참을 수 없어 뱀이 죽을 때까지 물어 뜯었다.” 면서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잘 받지 못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① 자살까지… 성폭력에 울고 있다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① 자살까지… 성폭력에 울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 이모(23)씨가 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당하고도 고용 불안에 속앓이를 하는 비정규직 여성이 부지기수다. 정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짓밟힌 인권 실태와 대책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등록금 때문에 하소연도 못 해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빵집에서 일하던 대학생 윤모(23·여)씨는 제빵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제빵사는 윤씨와 둘만 있을 때를 노려 윤씨에게 신체를 밀착한 뒤 “뽀뽀는 해 봤느냐. 안 해 봤으면 나랑 한번 해 보자.”며 노골적으로 성추행했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었던 윤씨는 제빵사를 마주치면 무시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그러자 제빵사는 적반하장으로 “윤씨가 일을 게을리하니 내보내자.”며 윤씨를 모함했고 사장도 이를 받아들여 윤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1년 뒤 제빵사는 결국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성추행하다 적발돼 해고됐다. 아르바이트생의 인권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 특히 여성은 성폭력과 성추행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손님부터 고용주까지 지위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게 근무 시간 외 만남을 요구하거나 근무 중 성희롱과 성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성희롱 상담 264건 가운데 아르바이트직(시간제·계약직)의 상담 건수는 175건(66.3%)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이 넘었다. 이 가운데 사장 및 상사에 의한 성희롱 비율이 87.8%로 가장 높았다. 김민호 충남 비정규직 지원센터 상임대표는 “업주의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상담 신청도 한달에 한건 정도씩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 사례도 피해자가 고교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올봄 서울의 한 유학업체에서 청소와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등학교 3학년 김모(18)양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김양의 고용주였던 사장이 상습적으로 김양을 성추행한 것이다. 김양은 “지시를 내릴 때마다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허벅지를 만졌다. 또 ‘너 아직도 남자 경험이 없어?’, ‘애인 해주면 시급을 두배로 올려 줄게’ 등의 말을 서슴없이 꺼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서 “돈 받기 전이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방에서 서울의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한 손모(21·여)씨는 지난해 용돈을 마련하려고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매니저 김모(28)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김씨는 “일 끝나고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며 강요해 손씨를 데리고 나간 뒤 억지로 성관계를 가지려다 손씨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손씨는 다음 날 사장에게 항의했지만 김씨는 “사귀는 사이에서 벌어진 일인데 괜히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오히려 손씨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김씨를 경찰에 고발하려던 손씨는 이후 김씨가 잘못을 인정하자 고발은 하지 않았지만 트라우마가 생겨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폭력 가해자가 아르바이트생의 평균 연령이 정규직에 비해 낮다는 점, 언제든지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마땅히 신고할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형근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고용주가 강자이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횡포를 부리기 쉽다.”면서 “부당한 처우가 있어도 저항하거나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인데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간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의 적발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성폭력 관련 법을 엄격히 적용해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용주의 부당한 요구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서울 명희진·배경헌·이범수기자 mhj46@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