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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댓글 수사’ 檢 특수팀, 김용판 사건도 맡았다

    검찰이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병합, 수사에 착수했다.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등과 함께 김 전 청장의 ‘부당 수사 개입’ 여부도 본격 수사에 나서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경찰 윗선이 수사팀에 수사 축소·은폐를 지시했다는 경찰 간부의 폭로와 관련해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서울지검 형사3부에서 수사하던 김 전 청장 고발 사건도 특별수사팀에서 수사하기로 했다”면서 “수사 지휘 관련 경찰 내부 지침 등 경찰 수사 과정 전반을 조사해 한 점 의문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댓글녀’ 수사 초기 실무 책임자였던 권은희(현 송파서 수사과장)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경찰 수뇌부 부당 수사 개입 발언 내용과 당시 수사 기록,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경찰의 보도자료 등을 비교 검토한 뒤 권 전 과장 등 핵심 당사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지난 2월 김 전 청장을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6일 대선 3일 전에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조사 결과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청장이 직권을 남용해 수서서에 진실과 다른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 기자단과의 티타임에서 “권 전 과장 발언의 배경과 관계없이 권 과장이 주장하는 내용과 관련해 필요하면 진상조사를 해볼 생각”이라며 “경찰청 감사관실 주관으로 진상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권 전 과장의 주장에 잘못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 권 과장에 대한 감찰을 고려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이날 “지난 1월 14일 여직원 재소환 당시 윗선에서 전화를 걸어와 ‘(언론에)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했다”며 부당한 수사 개입에 대한 추가적인 정황을 밝혔다. 또 “애초 하드디스크 분석 당시 78개 관련 키워드를 서울청에 건넸고 개수를 줄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분명히 거절했다”면서 “상의하에 추렸다는 서울청의 표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20일 장애인의 날… 하반신 마비 8살 수민이의 일기

    20일 장애인의 날… 하반신 마비 8살 수민이의 일기

    20일은 33회 장애인의 날이다. 초등학교 1학년 수민(가명)이는 태어나면서 소아암에 걸려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활동보조인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어른스러운 수민양의 일상을 통해 장애복지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안녕하세요. 전 서울 강동구 A초등학교 1학년 수민(가명)입니다. 올해 8살이 됐죠. 태어나자마자 신경모세포종이라는 소아암 진단을 받았고 15번의 항암치료 끝에 완치됐죠. 하지만 암세포가 척추를 눌렀던 후유증으로 걸을 수 없어요. 전 4살 때부터 학교에 가는 게 꿈이었어요. 친구들이 뛰어노는 시간에 전 책을 읽고 시도 쓰면서 초등학생이 되기를 기다렸죠. 학교에 가면 교실에서 선생님한테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니까요. 엄마는 절 평범한 애들이랑 한 반에 넣으셨어요. 특수반은 머리가 아픈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서 공부는 잘 안 배우거든요. 저도 몸은 불편하지만 공부는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입학하고서는 이모(활동보조인)와 함께 학교에 다녔어요.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나라에서는 사람을 보내 주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라는 걸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저 같은 ‘2급 장애인’도 지원해 주거든요. 지난해엔 하루 종일 누워 있는 1급 장애인들만 도와줬는데 돈이 많이 남았대요. (지난해 지원제도 예산은 800억원이 남아 올해로 이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애인 24시간 돌봄서비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모는 참 고마운 분이셨어요. 친구들이 뛰어다니는데 혹시 제 휠체어가 넘어질까 봐 잡아 주기도 하고 하루에 두 번씩 제 도뇨(소변을 기구로 뽑아내는 일)도 꼬박꼬박 도와주셨죠. 떨어진 지우개도 집어 주셨어요. 그런데 2주 있다가 휴가를 내셨어요. 절 들어서 옮기거나 휠체어를 미는 게 힘들어서 몸살이 나셨대요. 허리 보조기까지 하면 제가 30㎏이나 되거든요. 수업 시간 내내 저 같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의자를 놓고 수업을 듣는 것도 부끄러우셨대요. 이틀 있다가 오신다던 이모는 다시 오지 않으셨어요. 이모부가 관두라고 하셨대요. 지금은 도뇨는 집에서 할머니가 와서 해 주시고요. 학교에선 친구들 방해 안 되게 무조건 조용히 있어요. 제가 넘어지면 담임 선생님이 불편하시잖아요. 엄마는 한달째 전화통을 붙잡고 계세요. 복지관이랑 서울시랑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이제 엄마랑 제 이름을 척 아실 정도죠. 저처럼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나 많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은 활동보조인 구하기가 힘들대요. 그분들이 거의 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서 힘든 일은 잘 못 하신대요. 전 복잡해서 잘 모르겠는데 엄마가 이렇게 전해 달래요. “활동보조인의 업무 강도를 감안하지 않고 지금처럼 장애 정도에 따라 월 사용 시간만 정해 주면 수민이 같은 중증 지체장애인들은 계속 소외받을 수밖에 없다”고요. 나라에서 전 한달에 72시간짜리 서비스 대상이라고 정해 줬거든요. 그런데 이모들은 한달 내내 한 사람만 보고 싶어 한대요. 제가 생각해도 차비도 안 주니까 직장이 하나인 게 좋을 거 같아요. 엄마가 또 한숨을 쉽니다. ‘저 장애인 처지가 딱하니 네 몸이 망가지더라도 좀 돌봐 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요. 시간이 아니라 제가 얼마나 학교에 잘 다니고 싶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지를 재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세계는 지금(KBS1 토요일 밤 10시 30분) 히틀러와 나치를 추종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단체, ‘네오나치’. 최근 독일에서 청년들의 ‘네오나치’ 가입률이 늘어나고 있다. ‘네오나치’는 10년간 터키 출신 이민자 10명을 살해하는 등 인종차별적 성향으로 독일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 온 단체이다. 그런 이들이 독일에서 세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는데…. ■최고다 이순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준호는 미령이 순신을 가르치는 데 뭔가 꿍꿍이가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일도의 말실수 때문에 이정을 그만두게 하려 순신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정애는 옷을 차려입고 미령을 찾아갔다가 길자를 찾아가 서러움을 토해낸다. ■OBS 스페셜(OBS 토요일 밤 8시 15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고급육은 몸에 해로운 고지방육에 불과했다. 이번 시간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에서는 소고기 마블링 속에 숨어 있는 거짓과 담합, 자본의 암투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한국의 식 문화와 소고기 생산구조, 환경 문제까지 한눈에 살펴본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올해 서른여덟 살인 양미정씨에게는 뇌병변을 앓고 있는 딸 열네 살 허주민양이 있다. 딸뿐만 아니라 미정씨에게도 뇌병변 장애와 시각 장애가 있다. 게다가 주민이를 낳고 왼쪽 편 마비가 온 미정씨. 주민이는 실제 나이는 열네 살이지만 뇌병변 장애 때문에 한 살짜리 어린아이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 ■문화 책갈피(KBS1 일요일 밤 11시 30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들이 불러 놀라운 감동을 불러낸 아리아가 있다. 그중 폴 포츠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 ‘네순 도르마’. 우리에게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음악이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금나와라 뚝딱(MBC 일요일 밤 8시 45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 대역으로 가게 된 몽희. 현수에게 유나의 평소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지만, 평소 성격이 불쑥 튀어나오며 현수를 조바심 나게 한다. 한편 영애를 무시하는 듯한 가족들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현태는 현준과 싸운다.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15분) 어느 순간부터 어떤 사람들은 특정 물건에 집착하며, 그 물건이 쌓여 있는 틈바구니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사거나 주워 와 집안 가득 축적하는 행위를 호딩이라 일컬으며,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호더라 부른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최근 호더들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 수원시, 지구의 날 기념 21일 ‘차 없는 세상’… 이색자전거 30여종과 산책 즐겨요

    수원시, 지구의 날 기념 21일 ‘차 없는 세상’… 이색자전거 30여종과 산책 즐겨요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는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차 없는 세상’을 가정한 이색 행사가 마련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8일 “21일 종로사거리∼장안문 정조로(800m)와 화서문로(350m)에서 9월 행궁동 일대에서 펼쳐질 ‘생태교통 페스티벌’ 예비 행사를 겸한 ‘카프리 선데이’(Car-Free Sunday)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카프리 선데이는 자동차 도로로 단절된 건너편의 이웃집을 걸어다니던 기억을 찾아줄 것”이라며 “자동차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줄이고 사람 중심의 생활환경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6시간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정조로 구간은 남문 방면 하행선 2개 차선의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시민들은 도로에서 자동차 운행을 제외한 모든 놀이를 할 수 있고 자동차에 내줬던 도로를 천천히 산책할 수도 있다. 시는 생태교통 페스티벌 기간에 사용할 이색 자전거 30여종을 선보인다. 곳곳에는 간이 공연장이 설치돼 팬터마임, 연주 등 예술인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버리기 아까워 이웃과 나누고 싶은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는 벼룩시장도 선다. 도로에 선을 그어 놓고 사방치기를 하거나 고무줄놀이, 줄넘기를 해도 되고 분필로 도로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아스팔트 드로잉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중국 반달부추만두, 인도네시아 마르타박 등 지구별 간식 부스가 설치되고 스트리트 가든에서는 아스팔트에 깐 잔디에서 맨발 체험을 하며 화분 등 텃밭 상자를 살 수 있다. 프로그램은 수원의제21추진협의회, 행궁동레지던시, 자전거시민학교,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환경운동센터, 시장과 사람들, YWCA 등 시민단체가 주관해 시민참여 축제 의미를 더한다. 행사 지역인 행궁동 주민들은 이날 생태교통 국제전문가 그룹과 함께 9월 행사 준비와 관련한 거리회의를 연다. 한편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화석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설정, 자전거 등 비동력과 무탄소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미래도시 모습을 재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9월 한 달간 행궁동 일대에서 개최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세계 지방정부(ICLEI)에 가입한 75개 국가, 1250개 회원 도시 단체장,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하는 세계총회와 각종 국제회의가 이어지는 등 세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40년 전통유기 외길 이종오 ‘안성맞춤 명장’

    40년 전통유기 외길 이종오 ‘안성맞춤 명장’

    19일 밤 7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전통 유기 장인 이종오(55·안성맞춤 유기명장 1호)씨를 만난다. 전통 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대22의 비율로 섞어 만든 그릇을 말한다. 경기 안성시 현수동에 있는 작업장에서 만난 이종오 장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시작하게 된 전통 유기 제작을 40년 넘게 해 오고 있다. 유기를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장인은 전통 유기 제작을 위해서는 재료의 비율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릇이 하나 만들어지기까지는 꽤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만들고자 하는 그릇의 본을 넣고 암틀과 수틀을 만든다. 틀을 만들 때는 개흙을 쓴다. 본을 빼낸 틀에 주석과 구리 녹인 물을 부은 뒤 식히면 본과 똑같은 형태의 그릇이 만들어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잡티 하나라도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만들어진 그릇은 또 불에 달구고 물에 넣어 담금질을 해야 깨지지 않고 단단해진다. 거기에 깎고 연마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하나의 그릇이 완성된다. 전통 유기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이종오 장인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일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더럽고 힘들다고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아요. 배운다고 왔다가 금방 그만두지요.” 다행히 요즘은 군대에 간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해서 한숨을 놓았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TV 쏙 서울신문’은 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주도 맞춤형 관광’을 소개한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객이 직접 관광지와 숙박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는 관광 가이드가 동행해 관광지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곁들여 준다. 더욱이 5~6개국 이상의 여행객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관광 이외에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족도 엄연한 나의 몸이라고 말하는 양태범(68)씨도 만났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아파트 경비원인 양씨는 2010년 12월 폭설을 치우다 미끄러져 의족이 망가지고 두 다리를 다쳤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측은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며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법적 소송까지 제기한 양씨의 사연을 영상에 담았다. 이 밖에 ‘헬스talk’에서는 뇌졸중에 대해 들어 본다. ‘톡톡SNS’에서는 미국 보스턴 폭탄테러 등과 관련한 다양한 반응을 전한다. 성민수 PD globalsms@seoul.co.kr
  • 기간제 교사 4만명인데 검증 절차는 전무

    학생을 마구 때리고 교내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직 기간제 교사의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기간제 교사의 자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늘어나는 기간제 교원의 숫자에 비해 채용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한 만큼, 채용 때 정규 교원에 준하는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 교원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채용만 까다롭게 할 경우,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원들이 더욱 소외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 2만 5410명이던 기간제 교원은 지난해 3만 9401명으로 2년 만에 55.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정규 교원은 39만 3009명에서 39만 3072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정규 교원과 기간제 교원 간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은 육아휴직 교사가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정규 교원 중 육아 휴직자는 2010년 2만 5806명에서 지난해 3만 9974명으로 2년 새 54.9%가 증가했다. 이는 전체 기간제 교원 증가율 55.1%와 거의 같은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학교를 중심으로 정규 교원들이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면서 담임교사를 기피해 기간제 교원이 이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기간제 교원 중 45.9%가 담임을 맡았고, 전체 담임교사 중 기간제 교원의 비율은 7.6%에 이른다. 하지만 기간제 교원은 전적으로 학교장 책임 아래 채용되고 있어 채용 절차 및 교사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공무원 신분인 정규 교원 임용 채용과정에는 인성평가나 수업시연 등이 포함돼 있지만 기간제 교원은 단기간 대체인력으로 여겨 이런 검증 절차가 전혀 없다.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문 과목 기간제 교사 A(55)씨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달에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담임교사가 자기 반 학생들에게 통장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기간제 교원이 증가하면서 현장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의 무시를 견디다 못한 기간제 교사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또 정규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를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등 사례도 있다. 교육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장기적으로 정규 교원을 늘리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또 기간제 교원 선발 절차 역시 정규 교원에 준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인성과 건전한 심성을 심어주는 기간제 교사를 뽑도록 교육당국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역시 “기간제 교사 모두가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하지만 부적합 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기간제 교사 4만명인데 검증 절차는 전무

    학생을 마구 때리고 교내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직 기간제 교사가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기간제 교사의 자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늘어나는 기간제 교원의 숫자에 비해 채용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한 만큼, 채용 때 정규 교원에 준하는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 교원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채용만 까다롭게 할 경우,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원들이 더욱 소외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 2만 5410명이던 기간제 교원은 지난해 3만 9401명으로 2년 만에 55.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정규 교원은 39만 3009명에서 39만 3072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정규 교원과 기간제 교원 간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은 육아휴직 교사가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정규 교원 중 육아 휴직자는 2010년 2만 5806명에서 지난해 3만 9974명으로 2년 새 54.9%가 증가했다. 이는 전체 기간제 교원 증가율 55.1%와 거의 같은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학교를 중심으로 정규 교원들이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면서 담임교사를 기피해 기간제 교원이 이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기간제 교원 중 45.9%가 담임을 맡았고, 전체 담임교사 중 기간제 교원의 비율은 7.6%에 이른다. 하지만 기간제 교원은 전적으로 학교장 책임 아래 채용되고 있어 채용 절차 및 교사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공무원 신분인 정규 교원 임용 채용과정에는 인성평가나 수업시연 등이 포함돼 있지만 기간제 교원은 단기간 대체인력으로 여겨 이런 검증 절차가 전혀 없다.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문 과목 기간제 교사 A(55)씨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달에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담임교사가 자기 반 학생들에게 통장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기간제 교원이 증가하면서 현장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의 무시를 견디다 못한 기간제 교사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또 정규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를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등 사례도 있다. 교육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장기적으로 정규 교원을 늘리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또 기간제 교원 선발 절차 역시 정규 교원에 준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인성과 건전한 심성을 심어주는 기간제 교사를 뽑도록 교육당국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역시 “기간제 교사 모두가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하지만 부적합 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中企 84% “블랙컨슈머에 속수무책”

    모피코트를 생산하는 중소 의류업체 A사는 겨우내 입다가 봄이 되자 실밥이 느슨하다며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냉동만두 생산업체 B사는 “만두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며 치료비에다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지 않으면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소비자의 협박성 요구를 결국 들어줘야만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 203개사를 상대로 ‘블랙컨슈머’(고의적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83.7%가 ‘고의성을 알고도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고 17일 밝혔다. 악성 민원의 유형은 ‘사용 후 반품·환불·교체 요구’가 58.6%로 가장 많았고 ‘보증기간 이후 무상수리 요구’(15.3%), ‘과도한 금전 보상 요구’(11.3%), ‘허위사실 유포 위협’(6%), ‘폭언 등 업무 방해’(4.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당한 요구의 빈도는 ‘월평균 1∼2회’가 43.8%로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 90.0%가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를 들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얼굴 절반 털로 덥힌 희귀병 소녀의 사연

    얼굴 절반 털로 덥힌 희귀병 소녀의 사연

    얼굴 절반이 털로 덥힌 희귀병 소녀가 자선 단체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네팔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마녀’ 혹은 ‘괴물’로 불린 소녀의 이름은 올해 9살의 바와나 타미. 한참 아이들과 뛰어놀 나이의 소녀는 그러나 흉측한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해 항상 외톨이로 지냈다. 아빠는 특히 아이 스스로 얼굴을 보지 못하게 거울을 주지 않을 정도. 암으로 커질 수 있는 희귀 피부병을 앓고 있는 소녀는 그러나 가난한 살림에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병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던 소녀에게 희망이 싹튼 것은 1년 여 전. 한 외국 기자가 우연히 마을을 방문했다가 타미의 외모를 보고 깜짝 놀라 취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보도 이후 전세계에서 타미를 돕자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고 지난 2월 소녀는 수도 카트만두에 위치한 종합 병원 수술대 위에 누울 수 있게 됐다. 최근 언론에 모습이 공개된 소녀는 과거에 비해 깔끔해진 얼굴로 웃음을 되찾았으며 앞으로 2차례 수술을 더 받으면 정상인과 차이 없는 얼굴을 갖게 될 전망이다. 타미의 아버지는 “수술받고 마을로 돌아온 이후 이웃들이 우리 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면서 “이제 타미는 아이들과 뛰어놀고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 며 기뻐했다. 사진=수술 전 타미의 모습 인터넷뉴스팀 
  • ‘악취 만두소’서 제초제 검출

    지난 1일 전북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 마을에서 발생한 ‘악취 만두소’ 사건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제초제 성분이 검출됐다. 진안경찰서는 10일 “농약 냄새가 난다는 만두소의 국과수 분석 결과 ‘스톰프’라는 제초제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마을주민들 간 원한 관계를 조사하는 등 고의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만두소에 제초제를 넣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70대 이상 노인들이기 때문에 실수로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구글 창업자 만나려 2500㎞ 달려… 몽상가라고요?”

    “구글 창업자 만나려 2500㎞ 달려… 몽상가라고요?”

    “구글(Google) 창업주와 만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저를 몽상가라고 부르지만 말이죠.” 서명중(45·명중꿈코치연구소 대표)씨는 자신을 꿈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멘토라고 소개했다. 돌고 돌아 자전거 여행가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진 그는 한 달여간 미국 자전거 일주를 마치고 지난달 19일 귀국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부터 구글 본사가 있는 새너제이 실리콘밸리까지 2500㎞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다. 여행의 목표는 분명했다. 구글의 공동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 자신이 구상한 ‘드림포스트박스 프로젝트’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싶은 바람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선(善)한 영향력을 주라’는 가치를 지향했던 구글의 공동창업자라면 자신의 계획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드림포스트 프로젝트는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꿈을 가져야 한다는 희망에서 시작됐다. 편지지에 자신이 원하는 꿈을 적고 그것이 이뤄졌을 때를 가정해 다시 미래의 자신에게 축하편지를 쓴다. 이렇게 쓴 축하편지를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 한 사람의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다. 서씨는 “자신의 꿈을 정해 많은 사람에게 말하고 또 응원을 받으면 결국 이뤄지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꿈을 통해 전 세계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기업 컨설턴트였던 그는 5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꿈에 다가서기 위한 계획을 짰다. 일단 실현 가능성을 보여 주려고 미국에서 자전거 일주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꿈 편지를 받았다. 그렇게 모인 편지가 120여 통에 달한다. 한인 유학생들, 스탠퍼드·버클리 대학 등의 재학생들,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은 자신의 꿈을 적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며 꿈을 나눴다. 편지 속에는 “오스카 상을 수상하게 된 것 축하한다” “유명 프로듀서가 돼 K팝 아이돌을 만나게 되다니 놀랍다”는 등의 꿈들이 가득 찼다. 미국 대학 등 하루 80~100㎞씩을 일주하며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모인 ‘꿈 편지’가 구글 본사에 전달됐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 서씨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타인의 눈으로 평가해 포기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누군가는 허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얼마 가지 않아서 만기가 두고 온 벼랑길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러나 잡도리해 두었다는 네 필의 당나귀는 만기가 버리고 온 장소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이 시겟짐을 등에 붙인 채로 한가롭게 서 있었다. 한 마리는 비게질을 한답시고 나뭇등걸에 엉덩이를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절음 난 나귀 역시 무사했다. 다만 어마지두 놀란 만기가 경황 중에 벗어던진 쪽지게만 벼랑길에 곤두박여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 해서 무작정 달려가서 나귀들의 고삐를 낚아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복한 산적들이 나귀들을 미끼로 유인하여 순식간에 일행을 덮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은 나귀들을 코앞에 두고 사위의 정황을 살피기로 하였다. 계곡 아래로 몸을 납작 엎드려 매복하면서 숨을 죽였다. 까치 서너 마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면서 소리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경솔하게 뛰어들었다가 놀란 나귀들이 혼비백산하여 뒤죽박죽 뛰기라도 한다면, 시겟바리가 계곡 아래로 굴러 일이 커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귀들조차 부상을 입을 가망도 없지 않았다. 산적이 매복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든, 나귀들이 놀라지 않게 시간을 끌며 지켜보든, 모두가 신중하지 않으면 위기와 마주칠 수 있었다. 지루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제야 행수가 잡목숲에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일어서긴 했지만 한동안 미동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산적이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 모습을 드러낼 차례였고, 나귀들이 놀라지 않았다면 저들의 주인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고 뛰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한 사태들을 예견할 수 있는 안목이 행수인 그에겐 있었다. 그는 드디어 천천히 다가가 나귀들의 고삐를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뒤따르던 수하 동무들 역시 다가와 길바닥에 곤두박인 지게를 수습하였다. 소란을 피우던 까치 소리도 가까스로 멎었다. 그렇다면 만기와 마주쳤다는 길손은 도대체 본색이 무엇인가. 달아난 노비를 추쇄하던 작자인가. 아니면 육로행상으로 자처하고 나선 적탈민인가. 아니면 관아의 재물에 포흠을 저지르고 도망하던 구실아치인가. 그렇지 않으면 만기가 낮도깨비를 보았다는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푼전의 삯전을 받고 발품을 팔던 보행꾼인가.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으나 도무지 이렇다 할 짐작이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행수는 만기가 보았다는 사람의 형용이 이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고삐를 수하 동무에게 건네고 난 뒤 벼랑길 위쪽에 있는 바위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 녹지 않은 눈 위로 낙엽과 눈이 서로 엉켜 어수선하게 흩어진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차가운 눈 위에 코를 박고 쓰러진 채로 혼절한 한 사내를 발견하였다. 위인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볼기짝을 드러낸 채 코를 박고 널부러져 있었다. 굴뚝에서 빼놓은 족제비 꼴인 사내를 발견하는 순간, 동무들을 부를까 하다가 그만두고 앞으로 엎어진 사람을 바로 눕힌 다음 진맥부터 해보았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손바닥에 가느다란 맥박이 가물가물 집혀왔다. 그때까지 명줄이 붙어 있다는 것은 천행이었으나, 강시나 다름없는 사람의 행색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염하다가 내다버린 사람처럼 형용이 흉칙하였다. 입성이란 것을 걸치고 있긴 하였으나, 콧등이 베어나갈 듯한 혹한에 배자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시뻘건 동저고리 바람인데 그 또한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누더기가 겨우 거웃을 가리고 있을 뿐 사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긁히고, 찍히고, 파이고, 멍들어서 전신에 앵혈 같은 자국투성이인 것으로 보아 그가 이 산속에서 겪은 경난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괴나리봇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나 개호주를 만나 욕을 당한 것인지도 몰랐다.
  • ‘서강학파’ 보은인사 ‘4대천왕’ 사퇴할 듯

    4일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내정된 것은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정권 창출에도 기여한 인수위 출신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금융권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홍 내정자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을 지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이날 사임한 데 이어 금융 당국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향해서도 공개적으로 퇴진 압박을 넣어 ‘4대 천왕’의 줄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 내정자는 국제금융 부문에서 이름을 쌓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창립 회원이기도 하다. 대학 동문인 박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인 경제·금융 정책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분석에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보·기술(IT) 제품의 얼리어댑터(Early adopter·새로운 제품을 먼저 구입하는 소비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금융실무 경험이 전무한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인수위원과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겸직했다가 논란이 일자 그만두기도 했다. 인수위 시절 숱한 기행(奇行)으로도 유명했다. ‘뻗치기’(무작정 취재원을 기다리는 것) 중인 기자들에게 귤을 나눠줘 ‘귤 아저씨’로 불렸는가 하면 “팔 잡지 마라. 성감대다”라는 성감대 발언으로 눈총을 샀다. 청명한 날씨에 우산을 펴고 출근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낸 전성빈 서강대 교수가 부인이다. 산은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관계자는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산은이라는 거대 조직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만큼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산은금융지주 회장 발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팔성 회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잘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주문했다. 우리금융 회장의 적임자를 묻는 말에는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철학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이라고 답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과 관련해 신 위원장은 “오는 6월까지 민영화 방식을 정할 것”이라며 “일괄매각이든 분할매각이든 전체적으로 다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금융은 무조건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공공 측면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이 특정 인사나 계층의 소유물로 인식돼선 안 된다”면서 “금융권에 투신해 은행장도 하고 지주사 회장도 하는 ‘스타’가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선 “(역할이 너무 약하거나 강한) 극단에 치우쳐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해 재선임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통령 퇴임 후 더 바쁜 카터, 네팔서 총선 감시

    퇴임 후 ‘해비탯’(사랑의 집 짓기 운동) 등 각종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미 카터(89)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총선이 예정된 네팔의 선거 감시 활동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주 네팔에 도착해 수도 카트만두에서 정치권 지도부와 정부 고위 관료들을 만나 선거 문제를 논의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비영리기구 카터센터를 통해 네팔 지도자들로부터 선거 감시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터센터는 2008년 네팔 총선도 감시한 바 있다. 네팔 주요 정당은 지난달 대법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 구성과 6월 총선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과도정부에 참여하지 못한 일부 정파는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정부를 다시 구성하지 않으면 총파업 돌입 등으로 선거를 방해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선거 일정을 잡지 못해 총선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선거가 6월 마지막 주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선거위원회와 정부가 세부적으로 결정하겠지만 몬순(우기) 이후인 11월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 명부를 작성하던 선거 관리 공무원들이 야당 지지자들에 의해 일시 구금되기도 했다”면서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이런 위법 행위는 네팔 국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쌓아 온 노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네팔은 왕정을 폐기하고 공화정을 도입해 2008년 제헌의회를 구성했으나 의회가 공전하면서 헌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난해 5월 의원 임기가 끝났고 이후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터 전 대통령이 네팔에서 민주적 총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활동에 나서면서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네팔 정부를 상대로 티베트 난민의 유입을 저지하라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네팔에는 현재 약 2만명의 티베트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인재풀 25%’ 굴레 벗자/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재풀 25%’ 굴레 벗자/오승호 논설위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저자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9년 그린 포럼’에서 “한국으로선 천연자원이 없는 게 오히려 행운”이라고 역설적 주장을 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땅을 파서 발전하려고 하지만,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두뇌를 개발해 앞서갈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혁명을 시도해야 할 시기이며, 한국은 두뇌 개발로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어떤 부처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몇몇 부서 명칭에서 ‘녹색’이라는 용어를 빼버리기는 했지만, 여하간 우리나라 인재(人材)의 우수성을 극찬한 예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예로 들며 미국의 교육 개혁을 강조하곤 했다. 2009년 3월에는 “미국의 어린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매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가량 적다”고 지적했다. 미국 교육 개혁의 본보기로 한국을 거론했다. 우리 교육이 입시 및 주입식 위주 등 개선할 점이 적지 않지만 외국인들은 우리의 교육 열정을 부러워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김용)를 한국인이 맡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공직사회에도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 있다. 지금 장차관급들이 20대였을 때는 공무원들의 인기가 더했다. 그런데 왜 정권이 바뀌면 인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곤 할까. 인재들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고위공무원 A씨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에 맞춰 청와대를 나와 지금은 놀고 있다. 일을 잘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됐건만 이젠 공무원 신분이 언제 없어질지 모를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로 파견됐기에 원래 근무 부처에서 ‘초과 인원’에 해당된다고 한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약삭빠른 공무원들이 정권 후반기 청와대 파견을 기피하는 이유다. 묵묵히 일하는, 정무직도 아닌 일반공무원이 정권 교체로 하루아침에 이방인 취급을 받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게 돼 있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충성을 다한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사람으로 낙인찍는다면 공무원을 정치적 인물로 만들기 좋은 토양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이러다가 공직자 출신들이 외국계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라도 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인사는 대선이 끝나자 일찌감치 사의 표명을 한 선배 공무원으로부터 “미리 사표를 던지지는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러나 기관장 자리를 좀 지키다 스스로 물러났다. 일반 대기업에서는 임원이 먼저 사표를 쓰겠다고 하는 것이 총수를 배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총수가 먼저 그만두라고 하기 이전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공직사회는 알아서 사표를 쓰는 것이 미덕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공기업 인사 태풍이 예고돼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좌불안석이고, 직원들의 관심은 CEO 교체 여부에 쏠려 있다고 하니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인력 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재풀의 모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구분하면 인재풀은 어림잡아 절반으로 줄어들고, 다시 계파를 따지면 4분의1, 즉 전체의 25%로 쪼그라든다. 우수한 두뇌들이 아예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인적 자원의 낭비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인사 난맥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연임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 실적이나 전문성, 도덕성 등에서 문제가 없다면 임기를 채우게 하고, 후임자는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임명하는 식으로 인사를 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osh@seoul.co.kr
  • 행시수석 25명 중 16명 차관급이상…기업·정계로 돌려 제2 인생 걷기도

    행시수석 25명 중 16명 차관급이상…기업·정계로 돌려 제2 인생 걷기도

    고시에 수석합격하면 더 출세할까, 아니면 별 차이가 없을까? 역대 합격자들의 진로를 파악한 결과 행정고시의 경우 수석 합격자 대부분은 차관급 이상의 공직에 진출했다. 1963년 1회 행정고시부터 1981년 25회까지의 수석합격자 25명 중 16명이 차관급 이상 공직에 진출했다. 이 중 7명이 장관급 공직에 올랐다. 장관급에 오른 이들은 심대평(4회, 총리실 행조실장) 전 충남도지사, 강만수(8회, 기획재정부 장관) 산은금융지주 회장, 윤진식(12회, 산업자원부 장관) 새누리당 의원, 이윤호(13회, 지식경제부 장관) 주러시아특명전권대사, 박명재(16회, 행정자치부 장관) 경운대 석좌교수, 최중경(22회, 지식경제부 장관) 동국대 석좌교수, 임태희(24회, 대통령실장) 전 국회의원 등이다. 차관급은 허만일(1회, 문화부) 전 차관, 신만교(2회, 과학기술처) 전 차관, 박삼규(3회, 공업진흥청) 전 청장, 김태연(5회, 노동부) 전 차관, 조일호(7회, 농림부) 전 차관, 김영룡(15회, 국방부) 전 차관, 박병원(17회, 청와대 경제수석) 전국은행연합회장, 김대유(18회, 청와대 경제수석) 전 통계청장, 엄종식(25회, 통일부) 전 차관 등이다. 중간에 공직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도 적지 않다. 9회에 수석합격한 서경석 GS 부회장은 재무부 국장을 거쳐 GS그룹으로 옮겨 LG투자증권 사장, GS홀딩스 사장 등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있다. 10회 수석인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내무부 관료를 거쳐 민선 충주시장,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광역단체장에 올랐다. 20회에 수석 합격한 권선택 전 의원도 내무부와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거쳐 정치로 진로를 바꿔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1회 수석합격자인 정만원 SK그룹 부회장은 통상산업부 과장 때 SK로 이직해 현재의 지위에 있다. 1979년에 시행된 23회 수석합격자인 고승덕 변호사는 같은 해 제13회 외무고시에도 합격했으며, 그 전 해인 1978년 20회 사법시험에도 합격했다. 판사, 변호사를 거쳐 정치에 눈을 돌려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베트남서 시집 온 김영미씨 8년차 결혼생활 ‘봄·여름·가을·겨울’

    [주말 인사이드] 베트남서 시집 온 김영미씨 8년차 결혼생활 ‘봄·여름·가을·겨울’

    충남 금산군 금성면 하신리 김영미(31·본명 레 티후에)씨는 아이가 셋이다. 딸 둘(8살, 6살)에 막내아들(5)이 있다. 영미씨는 “손아랫동서가 아들을 낳았는데 시부모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라며 한국의 남아선호 사상을 놀라워했다. “그랬는데 둘째도 딸을 낳은 거예요.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몰라요.” 영미씨는 “그래서 하나를 더 낳아 아들을 얻었다. 너무 좋았다”고 웃었다. 영미씨가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것은 2005년 3월이다.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서 멀지 않은 따이닌에서 농부의 1남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한국인 회사에 취직했다. 사장 딸과 어울리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2년 후 그 회사를 그만두고 국제결혼 통역으로 일했다. 그때 남편 이병일(45)씨를 만났다. “국제결혼을 하려고 베트남에 온 신랑이 ‘저 여자가 아니면 결혼 안 하겠다’는 거예요.” 영미씨는 “그래서 얼떨결에 결혼했다”고 하더니 “신랑 첫인상이 좋았다”고 빙긋 웃었다. “한국 남자와 결혼은 꿈도 안 꿨다”는 그는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남편 이씨는 7동의 비닐하우스에서 깻잎을 기른다. 논도 있고, 밭농사도 한다. 한국에 오니 베트남과 비슷하거나 다른 점이 있어 신기했다고 한다. 먼저 ‘12간지’다. 영미씨는 “베트남에도 띠가 있는데 한국과 순서가 같다”며 “다만 소는 ‘물소’, 양은 ‘염소’, 토끼는 ‘고양이’ 띠로 세 개만 다르다”고 재미있어했다. 사촌끼리 나이로 따져 ‘누나’나 ‘오빠’라고 부르는 것도 생소했다. 베트남에서는 부모형제 간 서열이 사촌 간 서열까지 결정한다. 영미씨는 “베트남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 누나인 고모의 네 살배기 아들에게 ‘오빠’라고 불렀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린 뒤 “사촌 간 서열은 한국이 맞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영미씨는 남녀 학교가 따로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베트남은 모두 남녀공학이다. 베트남도 추석·설 명절과 제사가 있지만 보고 싶은 사람을 불러 음식을 나눠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게 다르다고 영미씨는 전했다. 하지만 한국의 농사는 녹록지 않았다. 영미씨는 “베트남에서는 물을 빼낸 논에 새싹이 돋은 나락을 뿌려놓고 잡초 몇 번 뽑아주면 수확하는데, 한국은 모를 길러 일일이 손으로 심고…”라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베트남 농사는 10월 말에서 12월 말 사이를 제외하고 3모작을 해도 크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영미씨는 “40도까지 올라가는 베트남에서는 아침 일찍 논에 나가 오전 10시쯤 집에 들어오고, 오후 2~3시에 다시 나가 저녁 때 모기가 들끓면 귀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사시사철 깻잎 농사까지 지어야 해 더욱 힘들다고 했다. 영미씨는 “처음에는 임신한 상태에서 갓난아기를 업고 농사를 지으려니 여간 힘이 들지 않았다. ‘베트남으로 도망갈까’하고 수없이 결혼을 후회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 행복해졌다”고 귀띔했다. 아이들이 희망이라고 자랑한다. 큰딸 나영이는 금계초등학교 2학년이다. 같은 학년 6명 중 2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다. 둘째 딸 규리와 아들 봉규는 금계초 병설 유치원에 다닌다. 셋이 집에서 200m쯤 떨어진 학교에 같이 등교한다. 영미씨는 “아이들이 친구들한테 ‘너희 엄마 베트남 사람이지’라는 놀림을 당할까 봐 요즘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한다”면서 “어려서인지 아직 따돌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한다. 그는 아이들이 오히려 친구들한테 엄마 자랑을 늘어놓는다고 전했다. ‘우리 엄마 베트남 사람인데 한국말 잘해. 이름도 한국 이름으로 바꿨어’, ‘너희들 베트남 가 봤어’, ‘베트남말 할 줄 알아’와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영미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베트남 과자를 만들어 들려보내기도 한다. 그녀는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친구들이 베트남 과자 되게 맛있다고 해’라고 말하면 마음이 놓인다”고 조심스러운 심정을 내비쳤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 셋만 의사놀이 등을 하며 논다. 마을에 아이들이 없어서다. 영미씨는 “다른 마을에서 친구나 친척 또래들이 놀러 오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형편도 넉넉지 않아 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피아노나 영어 학원을 못 보내는 것도 늘 마음에 걸린다. 사실 한국에 시집 온 뒤 친정나들이도 딱 한 번뿐이었다. 3년 전 중매를 서 베트남에 갈 때 아이들까지 데리고 갔다. 영미씨는 “베트남에서는 한국에 딸을 시집보내면 ‘딸 덕에 비행기 탄다’고도 하지만 ‘딸을 팔았다’는 말도 많아 친정 부모를 생각하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녀는 “친정 부모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 달려가려고 돈을 모으는데 잘 안 된다”며 “돌아가신 다음에 가면 뭐 하겠느냐”고 가슴 아파했다. 고향을 못 가는 그리움은 한국에 시집을 온 막내 여동생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달랜다. 막냇동생은 영미씨가 셋째를 임신했을 때 하신리에서 여덟 달 동안 언니를 몸조리해주다 마을 청년과 눈이 맞아 결혼했다. 막내가 ‘농사짓기는 싫다’고 해 회사원을 골랐다. 막내도 네 살배기 딸 하나를 두고 대전 아파트에서 산다. 영미씨는 “한국 남자들이 처자식 먹여 살리려는 책임감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남편 이씨도 자상하고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 그는 “사람들은 만난 지 얼마 안 돼 결혼하고 나이 차가 많아 사랑 없이 산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살다 보니 참사랑을 느낀다. 내 몫은 이만큼이다고 해야 행복해진다”고 나름의 생각도 전했다. 부부싸움이나 고부갈등도 거의 없다. 그래도 남편은 “저녁에 마실을 못 가게 한다”고 살짝 불평을 늘어놓았다. 동네 주민들이 만나면 “외국인 새댁이 많이 도망가는데 위암 걸린 시어머니 모시고 애들 셋 키우느라 고생한다. 장하고 고맙다”고 다독여 주는 것도 위로가 된다. 반면 한국에 시집 온 외국인 새댁이 살해됐다는 뉴스에 “돈 보고 왔으니 죽어도 할 말이 없지”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척 아리다고 영미씨는 찌푸렸다. 영미씨는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난다. 아이들에게 밥을 해 먹여 등교시킨다. 된장찌개 등 못하는 한국 음식이 없다. 오전 8시 30분쯤부터 저녁 때까지 깻잎을 딴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빨래와 집 안 청소를 하다 보면 밤 10시가 넘어 잠에 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다. 토요일만 시아버지(80)를 따라 교회에 잠깐 다녀올 뿐 쉴 틈이 없다. 그는 지난해 3월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이름을 지었다. ‘영미’라는 이름은 가장 듣기 좋아서고, 성은 이름과 제일 잘 어울려 붙였다고 했다. 사시사철 더운 나라에서 자란 그는 “겨울이 너무 춥다. 옷을 다섯 겹이나 껴입어도 그렇다”면서 “찬물에 손을 담그면 손톱이 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봄을 가장 좋아한단다. 봄에 새싹이 돋는 것처럼 영미씨는 아이들에서 희망을 보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고교나 대학교에 가면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무시당하지 않을까, 취직할 때 또는 입사해서도 차별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만 한국인 부부 자녀들을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소망이 거창하지 않다. 영미씨는 “큰딸은 가수, 둘째 딸은 간호사, 아들은 소방수가 꿈이라고 엄마에게 말하곤 하는데 다른 거 없다. 그저 건강하고 자기 힘으로 살 수 있을 만큼만 자라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글 사진 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사령관이 전투중 집 갈순 없다”

    “사령관이 전투중 집 갈순 없다”

    사의를 표명한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은 29일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강 회장은 “공직자는 항상 해야 할 일을 그만두는 날까지 해야 한다”면서 “전투하다가 사령관이 집으로 갈 수는 없는 만큼 후임이 올 때까지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을 성장시키기 위해 기업공개(IPO)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처럼 대주주인 정부의 신용을 업고 자율경영을 하는 방식이 세계적 추세”라면서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정부로부터 증자받을 가능성이 없다면 시장에서 증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50%에 한 주를 더한 과반수만 가지고 시장을 통해 자금을 동원해 국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의 창조경제를 위해서도 그런 역할을 해줄 기관(산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다이렉트 뱅킹을 시작했고, 그 성격이 우리은행의 영업점 비즈니스와 상충된다”면서 “정부에서 정하겠지만 산은 입장에서는 소매금융이 순조롭게 가고 있기 때문에 지점을 많이 가진 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금융기관 수장들이 잇따라 바뀌는 현실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외국계 금융기관에 있는 친구가 ‘외국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좋은 실적을 낸 당신을 스카우트할까봐 주주들이 붙잡았을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지배구조 문화가 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옷 훔쳐간 강도, 사이즈 바꿔달라고 옷가게 찾아와

    옷 훔쳐간 강도, 사이즈 바꿔달라고 옷가게 찾아와

    강도를 맞은 옷가게 주인이 결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폐업을 결심하게 된 건 강도사건의 충격 때문이라기보다 사건 후 겪은 황당한 교환요구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교 킬메스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다니엘은 최근 악몽 같은 강도를 당했다. 매장에 밀려들어온 강도들은 권총으로 사장과 종업원을 협박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카운터의 돈을 몽땅 챙긴 강도들은 옷까지 주섬주섬 챙겨 도주했다. 황당한 일은 사건 발생 며칠 뒤 일어났다. 한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더니 옷을 한 벌 내놓고 “교환해 달라.”고 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인이 옷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니 강도들이 훔쳐간 옷 중 한 벌이었다. 기막힌 일을 당한 주인은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주인은 “이젠 올 때까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기로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셔터를 내린 옷가게는 최근 8개월 동안 3번이나 권총강도를 당했다. 옷가게 주인은 “종업원 3명만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면서 “치안이 불안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사진=나시온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세종로의 아침] 소인기(小忍飢)하라/임창용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소인기(小忍飢)하라/임창용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조선 광해군의 난정(政) 때 한 선비가 집에서 친구들과 바둑을 두며 놀았다. 그 부인이 친구들을 위해 수제비라도 끓이려고 했다. 그런데 땔나무가 없어 궤짝을 쪼갠다는 것이 그만 칼로 가슴을 찍고 말았다. 비명에 나갔던 선비는 들어오면서 ‘가난이 죄’라고 탄식했다. 이를 두고 한 친구는 가난이 원수인 줄 이제 알았느냐면서 나간 뒤 다시는 그 집에 오지 않았다. 몇 해 뒤 그 선비는 뜻을 바꿔 벼슬길에 나갔고, 반정 때 역적으로 몰려 죽게 되었다. 수레에 실려 형장으로 가는데 숲 속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 잠시 멈추게 했다. 이어 닭 한 마리와 술병을 내놓고 함께 나누었다. 그 친구의 말이 자네가 새삼스레 가난을 탄식할 때 나는 자네 마음이 변한 줄 알고 발을 끊었다고 했다. 죄인은 수레에 다시 올라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탄식하였다. ‘소인기(小忍飢), 소인기하라’고. 위 고사는 시인 조지훈의 수필 ‘지조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생뚱맞게 옛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새 정부의 공직 후보자들이 한 사람씩 낙마할 때마다 이 고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사퇴했다. 벌써 공직 후보자로서 일곱 번째 낙마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듣기에도 민망한 성 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공직을 마감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무기중개상을 위해 일한 죄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무분별한 처신과 재산 축적 의혹으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들 병역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뜻을 접었다. 낙마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살아오면서 작은 욕망과 유혹을 참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욕망이고 유혹이다. 조금만 사려깊다면 피할 수도 있었다. 재산을 해외에 남모르게 보관하고 싶은 유혹, 무기중개상이 주는 고문료를 받는 짭짤함,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로 받아 마음대로 쓰고픈 달콤한 유혹, 귀한 아들을 험한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 등등. 이런 욕망과 유혹에 넘어가는 게 떳떳하지 못함을 후보자들이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이들은 선비처럼 궁색하지도, 처지가 곤란하지도 않았다. 이미 남부럽지 않은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 정도의 유혹을 물리치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들은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계속 버티다가 여당마저 외면하면 그제서야 손을 들었다. 그만두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반성보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내심 ‘조금만 더 참았으면, 조금만 더 사려깊었으면’ 하는 마음이 어찌 없을까. 가난을, 배고픔을 조금만 더 참았으면(小忍飢) 하고 선비가 후회했듯이 말이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엘리트들의 자기관리 소홀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 후보군에 들 만한 부류는 그리 많지 않다. 관료,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학자, 언론인 등이 고작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큰 뜻을 품고 있다면, 항상 되뇌면 좋겠다. 소인기, 소인기하라고.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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