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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아의 일상공감] 하던 일 안 하기, 안 하던 일 하기

    [배민아의 일상공감] 하던 일 안 하기, 안 하던 일 하기

    마음의 짐처럼 다이어트라는 숙제를 안고 살다가 해 볼 만하다 싶어 최근 시작한 게 간헐적 단식, 시간 제한 다이어트다. 하루 두 끼 식사 후 16시간의 공복이 쉽지는 않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취침이 포함된 시간이고, 아침 한 끼만 거르고 잘 버티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어 도전했다. 시작한 지 이틀도 안 돼 공복의 위통과 속쓰림이 의지를 흔들었다. 그동안 허기란 걸 모르고 세 끼에 간식까지 꼬박 챙겨 먹었으니 위가 놀랄 만도 했다. 쓰린 위의 고통으로 포기할까 생각하던 열흘 정도 후 놀랍게도 위가 음식물 섭취 주기에 적응을 하고 본격적으로 간헐적 단식이 시작됐다. 간헐적 단식은 영양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식사 습관을 고치고, 몸에 저장된 지방이 공복 시에 에너지원으로 소비돼 다이어트 효과도 주면서 소화기관에도 휴식을 주는 방법이다. 모든 다이어트의 기본이 그렇듯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할진대 운동에는 게으르고, 16시간의 공복보다는 하루 두 끼 식사에 방점을 두다 보니 결과적으로 간헐적 단식이 아닌 간헐적으로 폭식을 하는 실상이지만 하루 두 끼만 먹는 행위 자체로 의외의 실용적인 효과가 있어 꾸준히 실천 중이다. 두 끼 식사로 바꾸며 가장 좋은 일은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고, 먹고, 치우는 일련의 과정이 아무리 간편식을 선택하더라도 꽤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는 일인데 그 대신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아침 뉴스를 챙기거나 미뤘던 집안일을 돌아보게 됐다. 늘 하던 걸 안 하므로 안 하던 걸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물론 전통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으로 알려져 있기에 성장기의 자녀가 있거나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경우는 하루 세 끼가 철칙이므로 영양 과잉으로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던 이에게만 해당되는 매우 개인적인 사례임을 양해하시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한창이다. 만남을 자제하고, 외부 행사가 취소되고, 비대면 접촉이 늘며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습관처럼 해 왔던 일에 변화가 오면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또 어떤 것은 긍정적이다. 하던 것을 안 하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안 하던 것을 하게 된다. 지인들의 SNS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얻은 나만의 시간에 누구는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하고, 누구는 옥상 장독대를 정리했다 하고, 봄맞이 텃밭을 일구었다 하고, 셀프 인테리어 중이라고도 한다. 대규모 종교 집회를 대신한 가족끼리의 인터넷 예배로 색이 다른 감동과 은혜를 맛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지금은 때마침 기독교의 절기로 사순절이다.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간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생각하며 절제와 금식, 회개와 기도, 명상과 경건의 생활을 통해 수난의 길에 동참하는 때이다. 매년 사순절 기간이면 신앙이 돈독하셨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도 하루 한 끼 정도의 금식을 권면하셨던 것을 기억하면 시작의 동기는 다소 불순하지만 본의 아니게 지금 간헐적 단식으로 금식과 절제에 동참하게 된 요즘이다. 종교의 유무, 종류와 관계없이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며 늘 하던 것을 절제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계인의 건강을 기원해야 할 때다. 특히 최근 사회 곳곳에서 해악을 끼치는 그릇된 종교의 모습에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사순절을 맞는다. 모두를 살려 내기 위한 몸부림으로 하던 것을 멈추고, 안 하던 것을 해야 하는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이겨 내자. 사순절의 끝에서 부활절을 맞는 것처럼 부디 죽음을 이기고 생명이 움터 오는 4월에는 모두가 건강한 웃음을 되찾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바다거북은 왜 플라스틱을 먹을까?…원인은 먹이 냄새 솔솔

    바다거북은 왜 플라스틱을 먹을까?…원인은 먹이 냄새 솔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에서 새끼 바다거북 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삼킨 것이 화근이었다. 죽은 거북의 내장에서는 104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쏟아져 나왔다. 과거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일대에서는 죽은 7종의 바다거북 102마리 모두에서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바다거북은 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는 걸까. 9일(현지시간) 미국 전문가들이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 생물학과 케네스 로흐만 교수와 ‘붉은바다거북연구프로젝트’ 소속 조 팔러 박사는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는 건 ‘냄새’ 때문이라고 말한다.연구팀은 15마리의 바다거북에게 물과 진짜 먹이, 바닷물에 담가뒀던 플라스틱, 깨끗한 플라스틱을 제공하고 섭식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물과 깨끗한 플라스틱 냄새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바다거북은 진짜 먹이는 물론이고, 바닷물에 담가뒀던 플라스틱까지 먹이로 착각해 삼키려 했다. 특히 먹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연신 코를 물 밖으로 내밀고 탐색하는 전형적인 특성도 보였다. 바다거북이 먹이로 착각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닷물에 잠긴 동안 표면에 플랑크톤이 쌓이면서 특유의 ‘먹이 냄새’를 풍겼다. 연구팀은 이 냄새 때문에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모양이 해파리와 비슷해 먹이로 착각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기존 추측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2016년 바닷새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바닷새가 반응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먹이인 크릴새우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다이메틸 설파이드’(dimethyl sulfide)가 검출된 것이다. 다이메틸 설파이드는 플랑크톤이 방출하는 화학 물질 중 하나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플랑크톤이 쌓여 ‘먹이 냄새’가 배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밴 플랑크톤 냄새가 바다거북을 유인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태평양 곳곳의 쓰레기섬이 바다거북의 무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먹이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섬에 각종 해양 포유류와 물고기, 새들이 몰려들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또 쓰레기가 일단 바다로 유입되면 완전히 수거하지 않는 이상 먹이 냄새가 배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면서, 해양 동물을 살릴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800만 톤에 달하며, 이미 흘러들어간 것만도 1억 톤이 넘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김상조 “건강하면 마스크 자제해야…서양에선 그렇게 안해”

    김상조 “건강하면 마스크 자제해야…서양에선 그렇게 안해”

    “미국이나 서구에선 마스크 권장하지 않아”“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는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마스크는 의료진처럼 오염 가능성이 큰 환경에 있는 분들이 쓰거나 감염됐을지 모르는 호흡기 질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노약자 등이 주로 쓰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사람을 배려해줘야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분들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마스크는 오염된 환경에 있어 감염될지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고자 쓰는 경우가 있고, 자신이 감염됐을지 모르니 다른 사람을 보호하려고 쓰는데 보통 전자의 이유로 마스크를 쓴다”며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양에서는 ‘내가 독감에 걸렸을지 모르니 내게 가까이 오지 마라’라는 표시로 마스크를 쓴다”며 “그래서 미국이나 서구의 질병본부가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스크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대만도 마스크 공급이 부족했지만 ‘나는 오케이, 당신 먼저’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며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는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보건용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인 MB 필터를 중국이 많이 생산하는 등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외에 근거 없는 소문도 마스크 수급을 악화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여러 악소문, 가짜 뉴스 때문에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을 만들어놓으니 정말 더 대처하기가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마스크를 다 줘버려서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난달 26일 공적 판매 조치 시행 후 사실상 중국으로 가는 물건은 없다”면서 중국으로 보내는 마스크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근로자와 교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크 공급은 계획경제여서 영세한 생산업체 140개의 생산현황, 원료 공급 문제, 유통구조 등을 고민해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국가 사회주의의 계획경제가 왜 성공하기 어려웠는지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실장은 전날 ‘KBS 뉴스9’에 출연해 마스크 생산과 관련해 “의료인들이나 대구·경북에 계신 분들, 취약계층 등에 필수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물량을 빼면 일주일 생산량이 5000만장 남짓으로, 국민 모두에게 일주일에 1장 정도 드릴 수 있는 생산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보급 시스템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평하게 짜겠다는 계획을 말씀드렸지만, 모든 국민에게 일주일에 2장씩 드릴 수 있다고 약속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일본 정부가 한국인 등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심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려면 국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공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아르헨서 나치 1만 2000명 명단, 유대인 자금 찾을 길 열릴까

    아르헨서 나치 1만 2000명 명단, 유대인 자금 찾을 길 열릴까

    1930년대 남미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독일 나치 1만 2000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특히 이번 명단에 크레디트스위스의 전신인 스위스 은행으로의 자금 흐름이 다수 발견돼 유대인들이 나치에 빼앗겼던 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인 시몬 비젠탈 센터에 따르면 최근 아르헨티나 연구자들이 자국 내 나치 명단을 발굴해 센터와 공유했다. 이 문서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래된 창고의 한 방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은 이 나라에 이주한 나치 인사들이 본부로 삼았던 건물이다. 아르헨티나에는 1930년부터 1938년까지 친나치 성향의 군사정권이 들어섰는데 본 페페(Von Pepe)란 별명으로 유명했던 호세 펠릭스 우리부루와 후계자 아구스틴 페드로 주스토가 대통령을 역임했다. 친나치 성향 호세 펠릭스 우리부루 정권이 들어선 1930년대 이주한 나치 인사들이 본부로 쓰던 건물이었다. 나치의 2인자이며 홀로코스트를 입안하고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도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아르헨티나로 달아나 숨었다. 파시즘을 옹호하는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나치 인사들에게 안전한 도피처로 여겨졌다. 1938년 반나치 로베르토 오티스 정권이 들어선 후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아르헨티나 내 나치 현황을 조사해 이 명단 등을 작성했는데 1943년 군사 쿠데타로 다시 들어선 친나치 정권이 관련 자료들을 폐기했다.그랬는데 당시 파기되지 않았던 명단이 이번에 페드로 필리푸치가 주도하는 조사팀이 발굴한 것인데 크레디트스위스의 전신인 ‘Schweizerische Kreditanstalt’으로의 자금 흐름이 다수 발견됐다고 시몬 비젠탈 센터는 설명했다. 과거 스위스 은행들은 비밀을 엄격히 지켜준다며 유대인의 계좌를 나치로부터 보호했지만 동시에 나치 독일이 약탈한 유대인 재산 가운데 상당수도 스위스 비밀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치는 1935년 유대인 재산을 빼앗을 수 있도록 법을 만든 뒤 5년 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시작하며 엄청난 양의 재산을 약탈했다. 이에 따라 시몬 비젠탈 센터는 크리스티안 쿵 크레디트 스위스 부총재에게 명단 가운데 휴면계좌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센터 측은 은행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들 계좌에 유대인 희생자들로부터 빼앗은 자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은행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크레디트 스위스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1997∼1999년 이미 볼커 조사(Volcker inquiry)라 불리는 유대인 휴면계좌 찾기에 협조했다면서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BBC는 친절하게도 당시 보고서를 링크 걸었다. 아이히만은 1960년까지 잘 숨어 지내다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 등에 의해 납치돼 1961년 예루살렘 법정에 세워져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中 코앞까지 온 4000억 메뚜기떼… 10만 오리부대로 진압한다

    中 코앞까지 온 4000억 메뚜기떼… 10만 오리부대로 진압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메뚜기떼가 중국 전역을 ‘맹폭’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주위에 풀 한 포기 없을 정도로 초토화시키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에서 인도·파키스탄 등을 거쳐 중국 대륙을 향해 총진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이들 메뚜기떼는 지난 1월 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홍해를 건너 2월에는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남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돼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접근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은 지난 3일 ‘메뚜기떼 예방통제’에 관한 긴급통지문을 통해 “메뚜기떼가 이미 아프리카 동부에서 인도·파키스탄으로 번져 중국도 메뚜기떼 침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피해지역과 인접한 접경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해충 중 하나로 꼽히는 메뚜기는 몸길이가 6~7cm, 무게는 2g 정도이다. 3~6개월 동안 생존하는데,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300개의 알을 낳고 2~5세대에 걸쳐 메뚜기를 번식한다. 이에 따라 현재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메뚜기수만도 무려 4000억 마리에 이른다고 FAO는 밝혔다. 아프리카에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떼가 나타난 것은 70년 만에 처음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때문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고 지적했다.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으면서 메뚜기떼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에 앞으로 수주간 비를 더 퍼부을 것으로 예상돼 메뚜기떼는 오는 6월까지 500배 이상 폭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지난해 6월 예멘에서 처음 출발한 메뚜기떼는 일부가 아프리카 동쪽으로, 일부는 인도와 파키스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메뚜기떼는 바람을 타고 하루에 200㎞ 날아간다. 계절풍을 탄다면 해발 2000m 산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FAO에 따르면 메뚜기떼는 하루 8800인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운다. 코끼리 10마리 분량의 식량은 순식간에 동난다.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나라는 10개국이 넘는다. 예멘과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 등에 이어 사우디,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약 167억 8875만평)가 초토화돼 100억 루피(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30개 이상의 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FAO는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국가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메뚜기떼는 항공기의 안전도 크게 위협한다. 지난 1월 에티오피아에서는 엄청난 수의 메뚜기떼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여객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메뚜기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해 발생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ASF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만신창이 지경에 이른 탓이다. 중국 정부는 ASF 때문에 공식적으로 119만 3000마리의 돼지를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SF 사태로 전체 사육두수(약 4억 3000만 마리)의 40%에 해당하는 돼지가 살처분돼 중국 내 전반적인 육류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치솟은 상태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양계농장들이 사료 부족에 시달리는 바람에 내다팔기 어려운 영계 1억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더군다나 메뚜기떼 피해는 수천 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데다 이번에는 그 규모마저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명나라의 관료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메뚜기떼의 재난, 즉 황재(蝗災)를 집계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25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BC 770~BC 476년) 294년 동안에 벌어졌던 메뚜기떼 재난은 111회에 이른다. 3년에 한 차례씩의 혹독한 메뚜기떼 재난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황제가 메뚜기떼 박멸운동에 나섰다는 기록도 있다. 당나라의 극성기인 628년 가뭄과 함께 메뚜기떼가 수도 장안을 뒤덮었다. 백성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그나마 맺힌 곡식을 갉아먹는 메뚜기떼를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광경을 목도한 태종이 외쳤다. “사람은 곡식으로 살아간다. 너희가 먹어대면 백성에게 해가 된다. 백성에게 허물이 있다면 짐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너희가 신령스럽다면 차라리 짐 심장을 갉아먹어라.” 그러면서 태종은 “메뚜기의 재해가 짐에게 옮겨지기를 바라는데 어찌 병을 피하겠느냐”라면서 꿀꺽 삼키는 돌발행동을 벌였다. 그러자 메뚜기떼 재해가 뚝 끊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탄황’(呑蝗)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당태종의 정치문답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온다.미국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성장한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대지’(大地)에는 이런 대목이 보인다.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깜깜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졸지에 잎사귀를 볼 수 없는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들은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에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떼와 싸웠다.” 중국 메뚜기떼 피해의 유구한 역사는 현대 들어서도 여전하다. 세계 기후변화와 수리공사의 부실, 농업 및 환경 생태계 돌연변이 영향 등으로 1980년대 이후에만도 하이난성, 산둥성, 허난성, 허베이성, 톈진 등 중국 10여개 농작물 생산지역에서는 해마다 460만㏊ 규모의 논밭이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1985년에는 메뚜기떼로 손해를 입은 농작물 면적 규모가 무려 2000여만㏊에 이른다. 1998년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초원에서 수백만㏊가 피해를 입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메뚜기떼가 2000만무(畝·약 40억 3200만평) 규모의 초원을 황폐화시키는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중국은 ‘메뚜기떼와의 전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농가에 메뚜기떼 주의보를 발령했고 지난달 21일엔 전문가로 구성된 퇴치팀을 파키스탄에 파견했다. 10만 마리의 오리부대도 조직 중에 있다. 중국 중앙TV방송(CCTV) 산하 국제방송 CGTN은 “4000억 마리의 메뚜기떼가 중국으로 접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10만 오리 부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부대 임무는 메뚜기떼를 사정없이 먹어 치우는 것이다. 오리는 닭보다 식성이 좋아 메뚜기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 퇴치를 위해 훈련된 오리는 단숨에 400마리 이상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오리부대는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신장자치구에 메뚜기떼가 창궐해 380만㏊에 피해를 입히자 70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동원해 진압했다. 중국 재정부는 메뚜기 등 해충의 예방과 통제를 위해 14억 위안(약 2767억원)의 긴급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khkim@seoul.co.kr
  • [아하! 우주] 인터스텔라로 간 보이저 2호, 정상 회복…어떻게 고쳤을까?

    [아하! 우주] 인터스텔라로 간 보이저 2호, 정상 회복…어떻게 고쳤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서 깊은 심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에 탑재된 5개의 과학 기기가 모두 정상 상태로 회복되어 작동을 재개했다. 이 기기들은 지난 1월 말 전력 초과 사용으로 인해 자체 보호 시스템에 의해 작동이 중단된 지 1개월 만에 과학 데이터 수집을 재개하기 시작했다고 NASA 관계자가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 우주선의 문제 해결은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느리게 진행된다. 전파로 보내는 명령 신호가 보이저 2에 도달하는 데만도 17시간이 걸리므로 명령 수행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거의 하루 반이 걸리기 때문이다. NASA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보이저 2는 지난 1월 25일 이례적인 상황에 빠진 후 정상 운영으로 돌아왔다”고 밝히면서 “우주선의 자체 보호 시스템에 의해 전력 공급이 중단된 과학 기기 5개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과학 데이터 수집을 재개했다”고 보고했다. 보이저 2는 쌍둥이 보이저 1과 마찬가지로 1977년 8월 발사되어 지금까지 꼬박 43년째 심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광범위한 우주 탐사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따라서 NASA는 최대 가성비를 거두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주선이 예상 수명을 훨씬 초과함에 따라 특히 엔지니어들은 전력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주선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탑재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다. 그러나 40년이 넘은 이 발전기는 꾸준히 성능이 떨어져 전력 공급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보이저 팀의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과학 미션 수행에 관련이 없는 기기와 히터를 끄고 우주선의 전력 절감에 나섰다.1월의 사고는 보이저 2가 자기장 기기를 교정하기 위한 스핀 조작을 실패함으로써 발생했다. 이 고장으로 전력 소비가 많은 2개의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을 중단했다. 우주선은 상황의 위험을 인식하고 사전 프로그래밍 된 오류 방지 모드에 들어갔다. 그 이후로 미션 엔지니어는 전력 과다 사용 시스템을 끄고 보이저 2의 나머지 과학 기기 5개를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기기들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우주 거품인 헬리오스피어 너머 일어나는 상황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 보이저 2는 2018년 11월 헬리오스피어를 떠나 성간 공간으로 들어갔다. 현재 보이저 2의 위치는 지구-태양 간 거리의 124배(124AU), 184억km 떨어진 우주공간이다. 빛으로도 17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여기는 남미] 전설의 마약왕 키우던 하마…개체수 급증에 골칫거리

    [여기는 남미] 전설의 마약왕 키우던 하마…개체수 급증에 골칫거리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세상을 떠난 지 근 30년이 되어가지만 그의 잔재는 여전히 콜롬비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에스코바르가 남긴 하마의 수가 해마다 불어나면서 콜롬비아의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그달레나 강에 서식하고 있는 일명 '에스코바르의 하마'는 최소한 60여 마리. 1980년대 에스코바르가 3000헥타르 규모의 대저택에 동물원을 지으면서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하마는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 등 모두 5마리였다. 4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개체수가 무려 12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마들을 방치하면 30년 내 개체수가 10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들이 늘어나도 피해가 없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마들이 서식하는 마그달레나 강은 안데스산맥과 카리브의 중간 지역을 가르며 흐르는 콜롬비아의 젖줄이다. 이 강을 생명줄로 삶고 있는 생물만도 2700여 종에 이른다. 1마리 하마의 배변을 통해 해마다 육지에서 강으로 옮겨지는 탄소와 영양분은 750kg에 달한다. 지리적, 수문학적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은 "하마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엄청난 생태계의 변화로 토종 생물이 살기 힘들게 되고, 자원의 가용성까지 훼손돼 심각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시급한 건 현황 파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콜롬비아에 살고 있는 하마의 수명과 번식률 등을 조사해 정확한 자료부터 확보해야 대책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물론 남미 마약세계의 전설로 불리는 에스코바르는 1993년 군까지 동원된 기습작전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의 대저택 내 동물원에 갇혀 있던 동물들 대부분은 콜롬비아 각지의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마들은 예외였다. 워낙 덩치가 커 운반비용이 적지 않았던 데다 '유지비'도 높아 동물원들이 받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친 탓이다. 하마들은 대저택의 동물원에서 나가 막달레나 강에 새 터전을 잡았다. 콜롬비아 대학들은 지난해 공동으로 마그달레나 강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하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민들은 통제되지 않는 하마들이 농사를 망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당국에 대책을 주문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오늘도 마스크 구경 힘들어요”…서울 지역 새달 초부터 풀릴 듯

    “오늘도 마스크 구경 힘들어요”…서울 지역 새달 초부터 풀릴 듯

    특단의 마스크 대책에도 28일 서울 시내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는 앞서 26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하루 마스크 생산량의 절반인 500만장을 전국 약국과 농협, 우체국 등 공적 기관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철썩같은 약속은 이틀째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동대문구, 중구, 종로 등의 약국에서는 정부가 공급한 마스크가 보이지 않았다. 한 약국 약사는 “어제도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고 오늘도 정부에서 연락받은 것은 없다”며 “마스크 입고부터 시켜주고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데 뉴스부터 내보내고 입고는 감감무소식이니 현장에서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오전에 마스크 도매상으로부터 마스크 공급이 이번 주는 힘들고 다음 주에나 (공급이) 가능할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정부 발표 때문인지 어제부터 마스크 찾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공급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불만도 크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명동의 약국을 찾았던 60대 여성은 “오늘부터 약국에 마스크가 공급된다는 기사를 보고 약국에 왔는데 황당하다”고 말해다. 30대 남성은 “정부 발표를 보고 약국에 왔는데 없다고 하니 실망스럽다”며 “정부가 좀 더 준비한 다음 발표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마스크 등 시장교란행위 방지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가 26일 발효됨에 따라 26일 생산된 마스크가 이르면 27~28일부터 순차적으로 유통된다”며 “최단 기일 내 공급체계 구축을 마무리하고 판매처별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계획을 공지해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도심 지역의 경우에는 2만4천여개 약국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판매하고, 우체국은 코로나 특별관리지역이나 읍·면 지역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판매 우체국은 대구·청도 지역의 89개 우체국을 포함해 전국의 읍·면 지역 1406곳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그리고 메뚜기떼의 맹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그리고 메뚜기떼의 맹폭?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메뚜기(蝗蟲)떼가 중국 전역을 ‘맹폭’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주위에 풀 한 포기가 남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에서 인도·파키스탄 등을 거쳐 중국 대륙을 향해 총진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메뚜기떼가 지난 1월 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홍해를 건너 2월에는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강타하면서 남아시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중국 대륙까지 몰려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현재 중국과 인접한 파키스탄과 인도에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닿아 있는 중국은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남부와 윈난(雲南)성 서부 국경이 네팔, 미얀마에 각각 잇대 있다. 다급해진 야오징(姚敬)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는 18일 마크둠 쿠스로 바크타아르 파키스탄 식량안전연구부 장관을 만나 “중국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심각한 메뚜기떼 재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며 파키스탄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해충 중 하나로 꼽히는 메뚜기는 몸길이가 6~7cm, 무게는 2g 정도이다. 3~6개월 동안 생존하는데,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300개의 알을 낳고 최소 2~5세대에 걸쳐 메뚜기를 번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메뚜기수만도 무려 4000억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떼가 나타난 것은 70년만에 처음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때문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고 지적했다.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으면서 메뚜기떼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수 주간 이 지역에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로 메뚜기 떼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오는 6월까지 그 수가 500배 이상 폭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예멘에서 처음 출발한 메뚜기떼는 일부가 아프리카 동쪽으로, 일부는 인도와 파키스탄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메뚜기떼는 바람을 타고 하루에 200㎞씩 날아간다. 계절풍을 탄다면 해발 2000m 산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FAO에 따르면 메뚜기떼는 하루 8800인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운다. 코끼리 10마리 분량의 식량은 순식간에 동난다. 이제껏 피해를 입은 나라는 10개국이 넘는다. 예멘과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 등에 이어 예멘, 사우디,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약 167억 8875만평)가 초토화돼 100억 루피(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30개 이상의 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FAO는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국가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메뚜기떼는 항공기의 안전도 크게 위협한다. 지난 1월 에티오피아에서는 엄청난 수의 메뚜기떼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여객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으로 선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중국 당국이 메뚜기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해 발생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ASF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만신창이 지경에 이른 탓이다. 중국 정부는 ASF 때문에 공식적으로 119만 3000마리의 돼지를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SF 사태로 전체 사육두수(약 4억 3000만 마리)의 40%에 해당하는 돼지가 살처분돼 중국 내 전반적인 육류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치솟은 상태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양계농장들이 사료 부족에 시달리는 바람에 내다팔기 어려운 영계 1억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더군다나 메뚜기떼 피해는 수 천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데다 이번에는 그 규모마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명나라의 관료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메뚜기떼의 재난, 즉 황재(蝗災)를 집계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25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BC 770~BC 476년) 294년 동안에 벌어졌던 메뚜기떼 재난은 111회에 이른다. 3년에 한 차례씩의 혹독한 메뚜기떼 재난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황제가 메뚜기떼 박멸운동에 나섰다는 기록도 있다. 당나라의 극성기인 628년 가뭄과 함께 메뚜기떼가 수도 장안(長安·陝西성 西安)을 뒤덮었다. 백성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그나마 맺힌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메뚜기떼를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광경을 목도한 태종이 외쳤다. “사람은 곡식으로 살아간다. 너희가 먹어대면 백성에게 해가 된다. 백성에게 허물이 있다면 짐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너희가 신령스럽다면 차라리 짐 심장을 갉아 먹어라.” 그러면서 태종은 “메뚜기의 재해가 짐에게 옮겨지기를 바라는데 어찌 병을 피하겠느냐”라면서 꿀꺽 삼키는 돌발행동을 벌였다. 그러자 메뚜기떼 재해가 뚝 끊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탄황’(呑蝗)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당태종의 정치문답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온다. 미국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성장한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대지’(大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깜깜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졸지에 잎사귀를 볼 수 없는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들은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에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떼와 싸웠다.”중국 메뚜기떼 피해의 유구한 역사는 현대에도 여전하다. 세계 기후변화와 수리공사의 부실, 농업 및 환경 생태계 돌연변이 영향 등으로 1980년대 이후에만도 하이난(海南)성,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허베이(河北)성, 톈진(天津) 등 중국 10여개 주요 농작물 생산지역에서는 해마다 460만㏊ 규모의 논밭이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1985년에는 메뚜기떼로 피해를 입은 농작물 면적 규모가 무려 2000여만㏊에 이른다. 1998년에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초원에서 수백만㏊가 피해를 입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메뚜기떼가 2000만무(畝·약 40억 3200만평) 규모의 초지를 황폐화시키는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중국은 ‘메뚜기 떼와의 전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농가에 메뚜기떼 주의보를 발령했고 21일엔 전문가로 구성된 퇴치팀을 파키스탄에 파견했다. 10만 마리의 오리부대도 조직 중에 있다. 중국 중앙TV방송(CCTV) 산하 국제방송 CGTN은 “4000억 마리 메뚜기떼가 중국으로 접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10만 오리 부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오리부대 임무는 메뚜기떼를 사정없이 먹어치우는 것이다. 오리는 닭보다 식성이 좋아 메뚜기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 퇴치를 위해 훈련된 오리는 단숨에 400마리 이상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오리부대는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신장자치구에 메뚜기떼가 창궐해 380만㏊에 피해를 입히자 70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동원해 진압했다. 중국 재정는 메뚜기 등 해충의 예방과 통제를 위해 14억 위안(약 2767억원)의 긴급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집콕’… 자연에서 뛰놀아야 행복감 커진대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집콕’… 자연에서 뛰놀아야 행복감 커진대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3월 개학이 일주일 늦춰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달리 10대 이하 아동, 청소년들의 감염 사례들도 속속 나타나면서 부모들의 걱정은 더해집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못하도록 하다 보니 학교 가는 때가 늦춰졌다고 해도 아이들은 즐거움이나 기쁨보다는 답답함이 더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도 휴원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어야 하니 지루함을 이해할 만도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악의 경우는 4월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사람들의 생각처럼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료 시점이 더 늦어질 수도 있지만 더 빨라질 수도 있겠지요. 봄꽃 가득하고 나뭇잎이 짙어지는 시기까지는 계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실은 연구 결과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멕시코 소노라공과대(ITSON), 소노라대 심리·커뮤니케이션학과 공동연구팀은 자연을 자주 접하는 아이들이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적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고 행복감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를 실험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 2월 26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북서 멕시코 지역에 거주하는 9~12세의 남녀 어린이 296명을 대상으로 평소 야외에서 뛰어노는 횟수와 한 번 나가서 노는 시간을 조사한 뒤 자연에 대한 생각, 생태환경적 행동, 절제력, 이타심, 배려심, 행복감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 항목들은 ‘사람은 자연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거나 ‘나는 빈 병을 분리해서 버린다’와 같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적절히 조정됐습니다. 연구팀은 한 달에 네 번 이상이거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자연에 나가 뛰어노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생태보호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물론 이타성과 절제력, 배려심이 우수했으며 행복감은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면서 교실에서 배우지 않더라도 환경, 생태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체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자연을 접하면서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행복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부수적인 효과이지만 행복감이 높은 아이들은 학업성취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여러 긍정적 효과 때문에라도 아이들이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라우라 베레라 에르난데스 ITSON 박사(환경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뛰놀게 하면 인간의 삶이 자연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미래 지구의 관리인’으로서 책임감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아동심리학자와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마음껏 놀아 본 아이들이 창의력과 사회성도 높고 나중에 행복한 어른이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놀게 해줘야지’라는 마음을 먹더라도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망설입니다. 그런 망설이는 모습은 아이를 통해 자신의 소망을 이루려는 부모의 욕심 때문일까요, 아이들까지도 경쟁에 내몰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 때문일까요.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둘 다 ‘어른들이 문제’란 결론입니다. edmondy@seoul.co.kr
  • 모리셔스서 귀국한 신혼부부들 “한국 확진자 2위라며 격리시켜”

    모리셔스서 귀국한 신혼부부들 “한국 확진자 2위라며 격리시켜”

    숙소 샤워실 공용… 교민들이 라면 끓여줘 “영사들 확실한 답변없이 기다리라고만 해”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창궐하는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강제 출국당한 신혼부부들이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모(33)씨 부부 등 모리셔스에서 출발한 신혼부부 30명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에미리트항공 EK322편을 타고 이날 오후 5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임모씨는 “공항에서 갑자기 여권을 빼앗고 한국인들을 한 곳에 모으더니 4∼5시간씩 검사를 진행했다”면서 “14일간 격리 후 몸에 이상이 없으면 그 후 여행을 진행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니 격리 조치를 이해해 달라고 현지 당국자가 말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열악했던 격리 상황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김씨는 “2개 건물에 각각 16명, 14명씩 나뉘어 숙소가 배치됐는데 모기 같은 벌레에 많이 물렸다”고 토로했다. 유모(41)씨는 “숙소 샤워실은 공용이었고 선풍기는 4대뿐이었다. 수건도 2명이 한 장을 나눠 써야 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했다. 우리 외교 당국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씨는 “현지 교민들이 라면을 끓여 줘서 먹었고, 대사관에서는 해준 게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사들이 신경을 쓴다고 쓴 것 같은데 확실한 답변을 해주지 않고 기다리라고만 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모리셔스공항의 입국 심사 단계에서 입국이 거절된 신혼부부 5쌍(10명)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김모(30)씨는 “모리셔스에 7일간 머물 예정이었는데 공항에만 6시간 있다가 돌아왔다”면서 “마실 물을 요청해도 무시당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만 앉아 있어야 했다”고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모리셔스서 귀국한 신혼부부들 “한국 확진자 2위라며 격리시켜”

    모리셔스서 귀국한 신혼부부들 “한국 확진자 2위라며 격리시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창궐하는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강제 출국당한 신혼부부들이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모(33)씨 부부 등 모리셔스에서 출발한 신혼부부 30명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에미리트항공 EK322편을 타고 이날 오후 5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임모씨는 “공항에서 갑자기 여권을 빼앗고 한국인들을 한 곳에 모으더니 4∼5시간씩 검사를 진행했다”면서 “14일간 격리 후 몸에 이상이 없으면 그 후 여행을 진행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니 격리 조치를 이해해 달라고 현지 당국자가 말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열악했던 격리 상황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김씨는 “2개 건물에 각각 16명, 14명씩 나뉘어 숙소가 배치됐는데 모기 같은 벌레에 많이 물렸다”고 토로했다. 유모(41)씨는 “숙소 샤워실은 공용이었고 선풍기는 4대뿐이었다. 수건도 2명이 한 장을 나눠 써야 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했다. 우리 외교 당국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씨는 “현지 교민들이 라면을 끓여 줘서 먹었고, 대사관에서는 해준 게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사들이 신경을 쓴다고 쓴 것 같은데 확실한 답변을 해주지 않고 기다리라고만 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모리셔스공항의 입국 심사 단계에서 입국이 거절된 신혼부부 5쌍(10명)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김모(30)씨는 “모리셔스에 7일간 머물 예정이었는데 공항에만 6시간 있다가 돌아왔다”면서 “마실 물을 요청해도 무시당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만 앉아 있어야 했다”고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통근자K] 공영쇼핑 마스크 방송에 40번 넘게 전화했더니

    [통근자K] 공영쇼핑 마스크 방송에 40번 넘게 전화했더니

    [편집자주] ‘통근자K’는 세종시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통근자’ 강주리(K) 기자의 출퇴근길 공유하고 싶은 순간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통근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기원합니다.세종에서 서울로 KTX를 타고 출퇴근하는 K는 이번 한 주 재택근무가 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신문사에서 선제적 대응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본 교인들 가운데 일부 확진자들이 기차를 타고 이동한 것이 확인되면서 매일 통근 수단으로 이용하는 밀폐된 기차 안은 살벌한 공간이 됐다. 헛기침은커녕 물을 마시다 사레라도 들리면 마치 ‘세균’이 된 듯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K는 며칠 전 퇴근길 기차에서 배가 고파 삶은 달걀을 먹은 적이 있는데 긴장 속에 먹다보니 목에 걸려 기침이 나오려 했다. 민폐가 될까 두려워 꾸역꾸역 계란을 목 안으로 밀어삼켰다(TMI). KTX 출퇴근, 금세 동난 KF94 마스크… 위기의 나날들 007작전하듯 구매 대기했지만…온라인몰 마스크 특판 접속도 안돼마트, 약국 전전 겨우 눈물의 마스크 5장K와 마찬가지로 모든 통근자들은 매일 같이 마스크를 써야 했으리라. 비단 통근자만 그럴까. 집에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 줘야 하는 주부들과 조부모들, 방학 중 학원을 가야하는 수많은 수험생(예비 고3)들과 학생들도 매한가지일 터. 그렇다보니 예전에 미세먼지 때문에 사놓은 그 흔하디 흔했던 ‘KF(Korea Fiter)94’ 일회용 마스크는 금방 동이 났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마스크 특별 판매를 예고한 온라인 쇼핑업체에 기를 쓰고 예정된 시각보다 훨씬 앞서 앱을 깔고 (다소 귀찮은) 회원가입을 마친 뒤 실시간 ‘새로 고침’을 하며 007작전하듯 대기했지만 판매 개시 5분도 안돼 품절이 뜨는가 하면 접속 폭주로 연결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끝이 났다. 역시 통근자인 배우자도 함께 구하려 애를 썼지만 모두 실패했다. 허탈하고도 허탈했다.인터넷사이트에는 마스크업체들과 정부 대응을 원망하는 글들이 도배됐다. 시간과 개인정보만 고스란히 빠져 나간 것 같아 피가 거꾸로 솟고 업체에 우롱 당한 기분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해당 쇼핑몰에서 회원 탈퇴하고 앱마저 지워 버렸다. 대형마트와 약국, 편의점을 전전했지만 재수가 좋아야 겨우 5장을 구할 수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처럼 명동서 줄서서 박스째 사재기 했어야 했나”지난 1월 신문사에서 가까운 서울 명동에서 박스째 ‘사재기’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봤을 때 같이 줄서서 동참했어야 하나 하는 급후회가 밀려 왔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의 대응은 좀 다를 줄 알았다. 이 와중에 마스크를 구하려 사투를 벌이는 시민들의 ‘귀한’ 마스크 비용을 가지고 뒤통수를 치는 파렴치한 악덕업체들과 사기꾼들, 보이스피싱 업자들이 기승을 부렸다. 서울역을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 오갔지만 역내 약국에서 그때마다 하나씩만 사뒀더라도 이렇게 불안했을까. 물론 약국의 KF94 마스크는 한 장에 3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온전히 K의 출퇴근용으로만 쓴다는 생각으로 한 달 치를 사면 9만원.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것도 살 수 있을 때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 두 달 전만 해도 홈쇼핑 등을 통해 장당 700~800원에 저렴하게 대량 구매가 가능했던 마스크였다. 지금 온라인쇼핑몰에서 3000원은 그나마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현지주민 A씨가 “중국에서 KF94 마스크가 장당 5000~6000원에 팔아도 살 수가 없다”더니 한국이 딱 그 상황이 된 형국이다.공영쇼핑 게릴라 마스크 생방… 40번 넘게 전화했지만 연결조차 맞벌이 통근자는 꿈도 못 꿀 게릴라 방송 접선“대체 누가 마스크 살 수 있었던 것인가” 좌절이러던 중 기회가 온 듯했다. 재택근무를 하던 이날 낮 12시 25분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적 공급업체로 지정한 공영쇼핑(TV홈쇼핑)에서 마스크 4000여세트(1인 1세트)를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말로만 듣던 마스크 ‘게릴라’ 방송을 실제로 만난 것이다. K같은 통근자들은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 하는 TV 방송을 무한 대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 가정에서도 ‘종일 TV만 보면서 대기하란 말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공영쇼핑 측은 홈페이지에 “모바일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배려해 자동주문, 상담원 전화주문으로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판매시간을 공개하거나 모바일 접속이 가능해지면 접속자가 폭주해 시스템이 마비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만원대의 ‘노마진’을 내세운 마스크 제품은 한 세트(30장)로 제한됐지만 겨우 4000여세트. 때에 따라 판매량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 합쳐봤자 마스크 12만~13만장 정도다.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 휴원 중인 아이를 봐주시는 시어머니는 이미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화를 걸어 대기하고 계셨다. 모바일앱 주문이 익숙지 않아 모바일앱 구매는 엄두를 못 내시는 분이다. 때마침 점심 시간을 활용해 K도 방송이 끝날 때까지 수차례 전화를 돌렸지만 통화음조차 들리지 않은 채 0초 만에 전화연결이 끊겼고 시어머니는 결국 40통이 넘게 전화를 돌린 뒤에 매진됐다는 방송 자막을 보고는 좌절하셨다. 대체 누가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는 말인가. 게릴라 마스크 본방을 사수한 데 대한 일말의 부푼 기대는 여지 없이 산산조각 났다. 기회인가 기만인가… 온오프라인에 소비자 불만 폭주, 대공감 “온 가족이 대기했는데 소비자 우롱하느냐”“불과 4000여세트…진짜 판거 맞느냐”아니나 다를까. 이날 공영쇼핑 마스크 방송이 언급된 기사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한 댓글에는 “소비자 기만도 적당히 하라”면서 “온 가족이 시간에 맞춰 준비하며 대기했는데 아무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진짜 마스크를 판매하기는 했느냐”, “정부가 연다는 판매 창구에서 고작 4000세트를 판다니 기가 찬다”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이거나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이라면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독과점이 횡행하거나 고액의 뒷돈 거래가 판을 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찰에 적발된 수많은 마스크 사기꾼들이 이를 방증한다. 알음알음으로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비선’을 가동하거나 일일생산량(1200만개, 기획재정부 26일 발표)의 절반을 좌지우지하는 정부(공무원) 내부에 줄을 대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단순히 음모론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비를 맞으며 마트가 문 여는 3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못 구하는 평범한 사람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대거 나와 감염 우려에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시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식약처 “본인 마스크 오염 정도 따라 재사용 가능”… 시민들 원성 “오염 판단 기준도 없이 무책임”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새롭게 교체할 마스크가 없는 경우에는 마스크의 오염 정도를 본인이 판단해 본인이 사용한다는 전제조건에서 일부 재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은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기본적으로 권장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식약처는 본인 사용 등 일정한 조건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오염 기준을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마저도 오염 여부를 확실히 알기 어려운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정부에 대한 원성을 쏟아냈다.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에는 새 마스크 수백만장을 보내면서 정작 국민들한테는 마스크가 없으니 쓰던 마스크를 아껴서 또 쓰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세종시에 사는 30대 주부 이모씨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자주 쓰다보니 입김으로 내부가 축축해지는데 감염 방지 효과가 있는게 맞느냐”면서 “유치원에서는 하루종일 끼고 있는 아이들 침 때문에 교체용으로 2개씩 보내달라고 했는데 보내주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60대 김모씨는 “한 장이라도 아끼기 위해 외출을 못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구하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면서 “재사용에 대한 기준도 없고 방역 당국자의 발언으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정부, 27일부터 350만장 공급… 편의점은 발표됐다가 빠져 빈축 농협·우체국·약국 등서 판매…1인당 5장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감안한 듯 27일부터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을 통해 매일 350만장씩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에는 100만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다. 편의점은 이날 오전 기재부가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공적 판매처 대상에 포함됐다가 이후 식약처 발표에서는 빠지면서 부처간 엇박자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내에서 당일 생산되는 마스크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결정하고, 공적 물량으로 확보한 마스크는 농협·우체국과 약국, 편의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다. 정부가 밝힌 구매 가능 수량은 1인당 마스크 5장이다.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우정사업본부는 3월초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체국쇼핑몰 등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한때 마비 사태를 겪기도 했다. 공영쇼핑은 이날 씨앤투스성진, 화진산업 등과 상생협약식을 갖고 저가로 납품해주는 마스크 공급업체를 10여곳으로 늘렸다.文 “정책적 상상력 제한두지 말라”…지자체서 각 가정 공급도 논의돼야 첫 확진 이후 37일 만에 확진자 1261명사망자 12명…하루새 확진 284명 증가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확진자 수는 1261명, 사망자 수는 12명이다.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7일 만에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루 만에 284명이 증가한 수치다. 감염 우려 때문에 발이 묶인 수많은 통근자들과 위험을 감수하고 통근하고 있는 통근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오늘도 무사히’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소중한 한국 국민이다.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가 터진 지 이미 한 달이 넘도록 예고된 마스크 대란을 막지 못한 건 정부의 실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자치센터 등을 통해 각 가정에 인원 수만큼 마스크를 공급(유상 포함)할 수 있도록 해 마스크 대란에 따른 불안감과 부담을 덜어 달라는 시민들의 요청도 참고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정책적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진심이라면 그 범주 안에서 마스크 부족에 허덕이는 시민들이 바라는 모든 것들이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미국·대만에 일본마저 “한국 여행 자제”…중국은 ‘강제 격리’

    미국·대만에 일본마저 “한국 여행 자제”…중국은 ‘강제 격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과 대만, 일본 등 평소 인적 교류가 많은 국가가 잇따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했다. 중국은 일부 지역에서 한국인 입국자를 강제로 격리 조처하고 있다. 미국, 한국에 3단계 여행경보…다른 국가에 영향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22일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린 지 이틀 만에 다시 조정한 것이다. 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유발된 호흡기 질환 발생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며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CDC의 경우 세계 각국이 자국민 여행경보 발령에 참고하고 있어 다른 국가의 여행경보 상향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CDC는 미국인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각국 보건 상황을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미국 입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일본·대만·호주·캐나다도 일제히 상향 조정 일본 외무성도 25일 대구·경상북도 청도군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를 중국 전역에 적용한 것과 같은 ‘레벨2’로 상향하고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만도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국외 여행지 전염병 등급을 가장 높은 3단계로 격상하고,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호주는 지난 23일 대구·청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총 4단계)로 올렸다. 대구·청도를 제외한 한국 전역에 대한 경보는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했다. 뉴질랜드도 호주와 같이 대구·청도 3단계, 한국 전역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24일 여행경보를 가장 낮은 1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했다. 폴란드는 총 4단계의 여행경보 중 한국을 2단계(특별주의)로 분류했으며 주한폴란드대사관은 ‘한국 여행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바레인, 베트남, 이탈리아, 독일, 필리핀, 싱가포르 등도 한국이나 대구·청도 지역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중국, 한국과 협의 없이 강제 격리 조처 중국은 일부 지역에서 한국에서 입국할 경우 국적 불문하고 강제 격리 조치한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는 위챗(중국 SNS 메신저) 계정을 통해 25일부터 일본과 한국 등에서 웨이하이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강제 격리한 뒤 14일 후에 귀가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웨이하이 공항에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3명은 전원 격리 조처됐다. 격리된 이들 중에는 한국인 19명도 포함됐다. 중국의 이번 격리 조처에 대해 한국과 전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는 이날 한국에서 선양으로 들어온 항공편에 탑승한 이들에 대해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 결과,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14일간 자택이나 지정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상 없어도 입국 금지…병원 이송해 검사 한국에서 출발한 경우 무조건 입국을 막거나 격리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25일 오후 8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한 곳은 총 24곳이다.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투발루, 마이크로네시아, 나우루, 홍콩, 바레인, 이스라엘, 요르단, 쿠웨이트, 미국령 사모아, 모리셔스 등 12개 지역은 입국을 금지하거나 한국에서 출발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입국하도록 하고 있다.싱가포르, 마카오, 태국, 베트남, 대만, 영국,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공화국, 오만, 카타르, 우간다 등 12개 지역은 검역을 강화하거나 입국 즉시 격리하는 등 까다로운 입국 절차를 추가했다. 몽골 정부는 지난 23일 대한항공을 타고 몽골에 입국한 국민 중 대구 거주자 6명을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몽골 국립감염센터로 이송했다. 스리랑카는 지난 23일부터 한국 입국자의 건강 상태를 14일간 모니터링하고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검역 조건을 강화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코로나에 재선충병·구제역까지… ‘유행병과의 전쟁’ 나선 경북

    코로나에 재선충병·구제역까지… ‘유행병과의 전쟁’ 나선 경북

    경상북도가 각종 유행병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급격히 확산되는 가운데 소나무재선충병, 구제역 등 사람은 물론 동식물을 위협하는 각종 유행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들 유행병은 초기 방역작업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지기 때문에 도는 대대적인 방역·방제 전쟁에 나섰다. ●버스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 집중 소독 경북도는 최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염되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확진환자 격리·치료에 도 전체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도내 코로나19 확진환자는 지난 19일 영천, 청도에서 5명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불과 5일 만인 이날 오후 4시 현재 200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23개 시군 가운데 16곳에서 확진환자가 발생, 지역사회로 전파되고 있다. 따라서 도는 정부로부터 코로나19 확진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도록 포항·안동·김천 도립의료원 3곳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오는 28일까지 의료원 전체를 소개해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해 치료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한 청도 대남병원을 확진환자 격리치료병원으로 전환,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진과 호흡기내과 전문의 등을 투입해 코로나19를 진료한다. 대남병원에서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총 111명의 확진환자가 나왔다. 이와 함께 도는 코로나19 방역에 예비비 등 150억원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시군도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도내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청도군은 지난 21일부터 대남병원 및 인근 지역을 집중 방역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로당을 비롯한 공공시설물 대부분을 폐쇄했다. 청도역과 군청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했고, 버스터미널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에는 방역·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시군도 확진환자가 방문한 시설물을 잠정 폐쇄하는 한편 공공시설물을 긴급 방역하고, 담당 마을별 직원을 동원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외출 자제 등을 전화로 안내하고 있다.경북도는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리는 재선충병과의 전쟁도 치르고 있다. 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의해 빠르게 확산되고, 감염된 소나무는 치료약이 없어 100% 말라 죽는다. 도내 소나무재선충병은 2001년 구미시 오태동에서 처음 발생한 뒤 현재 18개 시군으로 확산됐으며, 감염 피해목만도 10만 6000여 그루에 달한다. 도는 재선충특별대책팀을 설치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선 하루 1300여명의 방제인력을 투입, 매개충이 유충상태로 월동하는 다음달까지 피해 고사목 제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포항·경주·안동·구미시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차 방제를 했고, 다음달까지 2, 3차례 반복 방제해 피해 고사목을 완전히 제거할 계획이다. 김택동 경북도 재선충특별대책팀장은 “4월부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이미 나무를 탈출하기 시작한 뒤라서 고사목을 치우는 방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문화재구역 등 주요 소나무림 1128㏊에는 예방나무주사 사업을 하고, 7522㏊에서는 항공 및 지상방제를 한다. 재선충병 감염목의 무단 이동 차단을 위해 주요 도로변에 단속초소 14곳도 운영된다. 아울러 시군 산림공무원과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을 총동원해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 내 목재 취급업체 및 난방용 화목 사용 농가를 수시 점검한다. 단속되면 관련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재선충은 선충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성충으로 자란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 잎을 갉아먹을 때 나무 속에 침입해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도는 가축방역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ASF는 지난해 9월 파주에서 첫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의 광역 울타리 밖에서 포획된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되면서 양돈 농가로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역 울타리는 야생 멧돼지의 남하를 통한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 파주부터 강원 고성까지 접경지역의 동서를 가로질러 설치한 울타리다.●돼지열병 남하 대비 거점 소독시설 운영 이에 전국 3위 규모의 양돈지역인 경북도는 지난해 9월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울릉을 제외한 22개 시군에 거점소독시설을 운영해 축산차량이 오갈 때 소독하도록 하고 양돈농가가 밀집한 단지 입구에는 통제초소를 설치했다. 도내 양돈 농가 740여곳에는 담당관을 지정해 전화 예찰을 강화하고 24시간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농가 자체 방역도 강화하고 취약 농가에는 소독을 지원하는 한편 다른 시도의 분뇨 도내 반입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ASF의 매개체로 알려진 야생 멧돼지의 농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엽사 759명으로 포획단을 구성해 집중 포획하고 있다. 김규섭 경북도 동물방역과장은 “ASF는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구제역 유입 방지를 위해 특별방역 대책도 추진한다. 중국과 미얀마 등 인접 국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다 최근 인천 강화 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 감염(NSP) 항체가 잇따라 검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는 지역의 모든 소와 염소에 백신접종을 하는 등 방역대책을 강화했다. 도축장과 가축분뇨, 사료공장 등 축산시설도 매달 환경검사를 한다. 축산농가들에 모임과 구제역 발생 국가 방문을 자제하고 축산물 불법 반입을 금지하는 등 예방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소, 돼지, 양, 염소, 순록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에 발생하는 급성전염병으로, 일단 감염되면 고열증상을 보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죽는다. 도는 전국에서 AI 항원 검출이 잇따라 철새도래지 차단 방역도 강화했다. 구미 해평, 포항 형산강, 김천 감천, 안동 낙동강, 영천 자호천, 경산 금호강 남하교·하양교 등 철새도래지에 대해 방역 차량을 총동원해 매일 소독하고 있다. 철새도래지 인근 농가 예찰과 방역에도 힘을 쏟고 있다.●철새도래지 AI 차단 방역도 대폭 강화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축산차량 출입으로 오염 가능성이 높은 도계장, 거점 소독시설, 통제초소, 계란 유통센터 등 관련 시설도 소독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경산시 금호강을 비롯해 도내 철새도래지 278곳에서 야생조류 분변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모두 저병원성 AI로 확진됐다. 그렇다고 철새가 돌아가는 시기인 다음달 중순에서 하순까지 절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내에서 각종 유행병의 확산 및 유입 차단을 위한 전선이 확대되면서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으나, 지역민들의 각별한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이동이 병의 확산 요인이 되는 만큼 관계 당국의 통제 및 행동요령 준수 등에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분당서울대병원,인공지능 스피커로 병실 안내 서비스

    분당서울대병원,인공지능 스피커로 병실 안내 서비스

    “아라아,진단서는 어떻게 받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병실에 설치하고 환자 안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4일 발혔다. SK텔레콤과 헬스커넥트, SK플래닛 등과 협력해 작년 하반기부터 관련 컨텐츠를 개발해온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간호본부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입원 기간 동안 부족했다고 느꼈던 정보나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 무엇인지 수집해 서비스에 반영했다. 환자가 “아리아, 병원에서 주차비는 얼마야?”라고 물어보면 주차장 요금 및 위치, 진단서 발급 절차 등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아리아,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어디야? 채혈은 어디서 해?”라고 병원 내 장소를 물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정보제공 외에 날씨나 미세먼지 지수 등 인공지능 스피커가 제공하는 일반적인 생활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는 일부 병실에만 설치돼 운영 중인 시범 서비스이지만, 1차로 제공되는 서비스 가짓수만도 246개에 이르고 환자 호응이 높을 경우 기능을 확대하고 전 병동으로 배치를 늘리는 등의 고도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백롱민 병원장은 “환자와 보호자분들께서 입원 생활 동안 매번 간호사를 찾아가거나 호출해서 확인해야했던 다양한 질문들을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어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료진 역시 환자의 요청사항에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글로벌 인재 빨아들이는 ‘천인계획’… 中기술굴기에 칼 빼든 美

    글로벌 인재 빨아들이는 ‘천인계획’… 中기술굴기에 칼 빼든 美

    세계적 석학 연구비 전폭적 지원 특허 등 中지식재산권 ‘국적 세탁’ 10개 첨단 분야 기술자립 등 목표 우수인재 중국계 미국인 8000명 中본토로 돌아와 첨단 산업 부흥 2022년 ‘1만 인재’ 스카우트 목표찰스 리버 미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의 연구비를 받고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한 사실을 숨기다가 미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분자생물학 분야의 석학인 리버 교수는 ‘나노 테크놀로지의 아버지’라 불리며 노벨 화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미 검찰은 “리버 교수가 국방부와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1800만 달러(약 212억원)를 지원받아 기밀 프로젝트 연구를 주도하면서 천인계획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숨겼으며,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이공대에 연구과정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174만 달러를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에서 연구하던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우한이공대로 빼돌린 대가였다. 리버 교수는 우한이공대를 대신해 특허를 등록하고 관련 논문을 본인의 이름으로 내거나 국제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중국 지식재산권 ‘국적 세탁’에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생물학과 융합한 나노기술을 중국에 넘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中첨단기술 선도국 도약에 위협받는 美 미국이 중국 정부의 해외 우수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을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첨단 기술 선도국이 되려는 중국을 최우선적인 전략적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한 주요 통로인 ‘천인계획’의 와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 검찰은 이날 예옌칭(葉燕靑) 보스턴대 연구원을 기소했다. 인민해방군 중위인 예 연구원은 군인 신분을 숨긴 채 2017~2019년 로보틱스·컴퓨터과학에 전문 지식을 가진 미 과학자들의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중국군을 위해 문서와 정보를 몰래 빼돌린 혐의다. 정자오쑹(鄭松) 미 하버드대 베스이스라엘디코니스의학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스턴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의 수하물에서 양말로 포장한 암세포 시료 21개가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와 비슷한 180여건의 지식재산 유출 사건이 미국 전역 70여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발생해 미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기술굴기’를 상징하는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첨단 의료기기와 바이오 의약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첨단기술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달성해 제조업 선진국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美석학, 中연구비 받고 특허물질 등 반출 세계 최고 암전문병원인 미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는 NIH로부터 5명의 교수에 대한 조사를 요청받았다. 이들 5명의 교수 가운데 한 명은 중국 인사에게 특허 테스트 물질을 보내려 했고 다른 한 명은 천인계획에 따라 7만 50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연구자료 제공을 중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에는 미 애틀랜타의 에모리대에서 중국계 연구진 2명이 천인계획에 따라 자금을 지원받아 해고됐고 그해 9월 나노학자 타오펑(陶豊) 캔자스대 교수는 중국 대학과 미국 양쪽에 적을 두고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해 오다 기소됐다. 이에 따라 미 교육부는 지난 11일 하버드대와 예일대를 상대로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 불법 기부금을 받았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미국 대학들이 중국과 사우디 등 외국으로부터 받은 자금 65억 달러(약 7조 7000억원)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 에너지부는 직원은 물론 미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연구자에게 ‘중국 등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정부가 후원하는 인재유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 행정부 내 과학기술 부문 핵심 부처인 에너지부는 기초과학부터 핵무기 성능 개선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원한다. 17개 국책 연구소를 관리하며 1만 5000여명의 연방정부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연구자만도 10만명에 이른다. 에너지부는 외국 정부가 미 연구자들에게 적게는 수십만 달러, 많게는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정부가 후원하는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NIH는 1만 개 이상의 연구기관에 연방 보조금 수령자가 외국 정부나 외국 단체와의 제휴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미 정부가 정조준하고 있는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2008년 시작한 해외 인재 영입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미 연구자뿐 아니라 다른 외국 국적의 연구자들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미 에너지부가 천인계획 프로그램에 경계령을 발동한 배경이다. 천인계획에 참여하는 해외 우수 과학자들에게는 높은 연봉과 주택, 의료서비스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WSJ는 단기 계약 해외 과학자들에게는 초기 자금으로 7만 4000달러, 장기 계약 과학자들에게는 70만 달러 이상의 보상이 지급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간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 정상급 과학자를 중국으로 데려왔다. 대부분은 미국 거주 중국계 과학자였고 외국인 과학자도 30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인재들에게는 생활 보조금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원)을 비롯해 각종 명목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 시행 첫해인 2009년만 해도 귀국 인재가 122명에 불과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귀국한 우수 인재는 8000명을 돌파해 목표를 4배나 초과 달성했다. 이들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금융 등 중국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AI 권위자 정착… 中선진과학 기술 이끌어 안면인식 AI 기술로 유명한 스타트업 상탕커지(商湯科技·sensetime)의 창업자 탕샤오어우(湯曉鷗)가 대표적이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천인계획에 따라 중국과학원 선전기술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귀국했다. 텅쉰(騰訊·Tencent)에 영입됐다가 최근 사직한 장퉁(張潼) AI 수석책임자도 천인계획을 통해 귀국했다. 미 스탠퍼드대 박사로 IBM, 야후 등 글로벌 기업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연구한 그는 AI 관련 특허 60개를 보유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신경과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푸무밍(蒲慕明)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장으로 영입됐다. 푸 소장은 1999년부터 미중 두 나라를 오가며 협력 연구를 했지만 2017년 미 시민권을 반납하고 귀국했다. 중국 양자암호통신 기술로 2017년 네이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판젠웨이(潘建偉) 중국과학기술대 부총장도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한 인물이다.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에 안주하지 않고 ‘만인계획’(萬人計劃)도 도입해 우수 인재 스카우트에 힘을 쏟고 있다. 2022년까지 각 분야의 고급 인재 1만명을 뽑아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이 중 1000명은 노벨상 수상자급 인재로 키운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미 방산업체 ‘SOS인터내셔널’의 중국 전문가 제임스 멀버넌은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200개에 이르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라며 “천인계획에 참여해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미국 과학자가 3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인계획 참여자들은 중국 정부의 비용으로 중국을 방문해 그들에게 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중국의 기술적 이해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다시 미국의 ‘기지’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khkim@seoul.co.kr
  • 김남국 “조국 수호, 검찰 개혁” 등판… 지도부는 ‘조국 내전’ 부담

    김남국 “조국 수호, 검찰 개혁” 등판… 지도부는 ‘조국 내전’ 부담

    “금태섭 비겁… ‘조국 수호’ 프레임에 숨어” 김해영 “金, 청년정신 실현했나” 공개 비판 박용진 “4년 전 새누리 공천 논란 반면교사” 강선우 前 민주 부대변인 신청도 변수로‘조국백서’의 필자로 참여한 김남국(왼쪽) 변호사가 1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서울 강서갑 경선에 나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해 온 금태섭(오른쪽) 의원과 맞붙기로 결정했다. 김 변호사는 추가 공모 마감날인 이날 오후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강서갑 공천 신청을 완료했다. 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서갑 경선은 이미 ‘조국 대 반(反)조국’의 프레임으로 굳어졌고, 이 구도가 수도권 총선 전체를 덮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금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너무 비겁하다. 현역 의원이 왜 권리당원 하나 없는 청년의 도전을 두려워하느냐”며 “비겁하게 ‘조국 수호’ 프레임 뒤에 숨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많은 국민과 저희 민주진보 진영의 당원들은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읽고 이해한다”며 “금 의원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조 전 장관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 온 금 의원을 직격했다. 당 지도부는 ‘강서갑 내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 정치에서 생물학적 나이보다 중요한 건 청년 정신”이라며 “김 변호사가 스스로 정치 영역에서 청년의 정신을 실현해 왔는지 되물어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고 공개 비판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총선을 앞두고 조국을 소환하는 건 결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의 빠른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추가 공모 결과 김 변호사 외에도 당 부대변인을 지낸 강선우 총선기획단 위원이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논란거리가 터지자 중도층 이탈을 우려한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공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혹시 우리 당이 민심을 대하는 균형 감각을 잃지는 않았는지 2016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당시 새누리당의 패인이었던 ‘진박(근혜) 공천’ 논란이 ‘진문(재인) 공천’ 논란으로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의 프레임 짜기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민주당 경기 남양주병 전략공천 후보인 김용민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반대쪽, 야당 혹은 일부 언론이 그런 프레임으로 자꾸 규정지으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또 예산처, 또 서울대, 또 고시… 칸막이 여전한 기재부

    또 예산처, 또 서울대, 또 고시… 칸막이 여전한 기재부

    국장급 이상 간부 46명 중 44명 고시파 35·36회 24명이 주축… 순혈주의 강화 서울대 경제·경영학과 등서 30명 배출 예산처 라인, 1급 직위 6개 중 4개 차지 “재경부 출신, 예산실 가도 승진 힘들어” 33~36회 대거 이탈로 인재 협소 반론도 우리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에서 ‘인사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올해 실시한 간부급 인사에서 기획예산처 라인 중용과 서울대 편중, 비고시 홀대 등이 또다시 나타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강조한 탕평 인사는 ‘그저 립서비스 차원이었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재부 국장급 이상 간부 46명(장차관 포함)의 입직 경로 등을 보면 44명(95%)이 행정고시 출신으로 집계됐다. 비(非)고시 출신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외부 인사에게 돌아가는 황인선 민생경제정책관(한국은행 출신)과 성인용 비상안전기획관(군 출신)밖에 없다. 행시 기수로는 35회(13명)와 36회(11명)가 주축이다. 과거에는 구색 갖추기로라도 주요 보직에 7급 출신을 국장으로 발탁했지만 ‘고시 순혈주의’가 강화된 셈이다. 출신 학교는 46명 가운데 30명(65.2%)이 서울대 출신이다. 연세대 출신이 9명(19.6%), 고려대 출신이 4명(8.7%)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한양대(홍 부총리)와 건국대, 육군사관학교가 각각 1명이다. 단일 학과로는 ‘성골’로 불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17명(37%)이다. 1990년대 경제학과와 통합한 국제경제학과(무역학과) 출신까지 포함하면 21명(45.6%)이며, 서울대 경영학과(8명), 연세대 경제학과(5명)가 뒤를 이었다. 2년 전에는 연세대 경제학과(11명)가 서울대 경제학과(13명)의 아성을 넘보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에 다시 서울대 경제학과의 독주로 돌아온 셈이다. 46명 가운데 여성은 김경희(행시 37회) 행정국방예산심의관 1명에 불과했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에 이어 홍 부총리도 비(非)서울대 출신이지만 정통 고시 관료 출신이다. 정부가 다양한 인재의 수혈을 강조해도 기재부에선 진입 장벽이 높다는 방증이다. 비고시 출신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기재부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서기관 승진 인사 11명 가운데 비고시 출신이 한 명도 없다고 규탄 성명서를 냈다. 기재부 노조 관계자는 “같은 과에서 점심식사를 해도 비고시 주무관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다반사”라며 “국장들도 비고시 출신 부하들을 챙기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산처 라인의 요직 장악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해 출범한 기재부는 크게 1차관 라인(세제, 경제정책, 국제금융 등)과 2차관 라인(예산, 공공정책 등)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재경부, 후자는 예산처의 후신 성격이 짙다. 특히 예산처의 전신은 경제기획원(EPB)이며 김 전 부총리와 홍 부총리가 모두 EPB·예산처 출신이다. 현재 기재부 1급(차관보·실장) 6개 직위 가운데 공석인 국제경제관리관과 임재현(34회) 세제실장을 제외한 4개 직위가 모두 예산처 출신으로 채워졌다. 예산실장(안일환·32회)과 재정관리관(양충모·34회)은 예산처 몫으로 여겨졌지만, 거시정책을 관장하는 차관보도 예산처 출신 방기선(34회) 차관보가 맡고 있다. 대외협력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조정실장에도 예산처 출신 문성유(33회) 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의 뒤를 이어 다시 예산처 균형발전팀장을 역임한 백승주(34회) 실장이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 전 부총리와 홍 부총리가 연이어 기재부 수장을 맡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나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데 기획과 예산에 정통한 예산처 출신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지만 결과적으로 장관이 그쪽이라 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행시 33~36회의 유능한 재경부 출신 인재들이 기재부를 대거 나갔기 때문에 재경부 출신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장급 인사에서는 출신별 칸막이를 없애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다. 재경부 출신 이용재(35회) 국장과 김경희 국장이 각각 예산실 복지안전예산심의관, 행정국방예산심의관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예산처 출신은 재경부 라인의 여러 주요 보직을 거쳐 승진가도를 달리는 반면 재경부 출신은 예산실을 그냥 찍고 온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예산실 경험이 승진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가 이러한 조직 문제를 추스르면서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을 잘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꼰대 이미지 벗자?… 새롭게 등장한 ‘밀레니얼 핑크’

    꼰대 이미지 벗자?… 새롭게 등장한 ‘밀레니얼 핑크’

    ‘변신’ 전략 안철수 측 신당은 오렌지색 민주당은 ‘파란 일으키자’ 파란색 유지 ‘따뜻한 정당’ 표방 정의당 노란색 사용당명뿐 아니라 상징색도 정당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상징색은 선거철에는 유권자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요소로 선거전 흥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은 상징색을 ‘밀레니얼 핑크’로 정했다.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써 온 빨간색 계열은 유지하면서도 강성 이미지를 탈피해 중도까지 외연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겼다. 이미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이 색깔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원색이 아니라 선거전에 도움이 안 된다”, “예비후보들이 이미 빨간색을 쓰고 있는데 바꾸기가 어렵다”는 등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통합 주체들이 뜻을 모은 만큼 상징색을 다른 계열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색은 당을 대표하는 시각적 이미지이기 때문에 비슷한 상징색을 쓰는 다른 정당이 있을 경우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 최근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전 의원 측과 민중당 간에 ‘오렌지색·주황색’ 논란이 일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전 의원 측이 4년 전 국민의당 시절 쓰던 초록색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오렌지색을 택한 것은 상징색 교체를 통한 이미지 변신 전략으로 풀이된다.17일 통합을 앞둔 옛 국민의당 계열 3개 정당의 당색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청록색, 대안신당은 진녹색, 민주평화당은 녹색을 쓰고 있다. 3당의 공통 기반을 고려하면 녹색 계열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호남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색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치권에서는 당색 변화를 통해 낡은 이미지를 깨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2012년 새누리당은 수십년간 보수를 상징해 왔던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입었고 그해 총선과 대선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남겨 둔 파란색을 채택했고 19대 대선에서 ‘파란을 일으키자’는 선거문구에 활용하기도 했다. 노란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열린우리당 이후 명백이 끊어진 노란색은 지금은 ‘따뜻한 정당’을 표방한 정의당이 사용하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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