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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 특별인터뷰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 특별인터뷰

    기획예산처가 혁신 선도부처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가운데 팀제를 가장 먼저 시범·도입하는 등 혁신에 관한 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말해주듯 정책품질 및 고객만족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재정혁신을 위해 예산처 안에 ‘재정학교’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은 20일 취임 후 서울신문과 가진 첫 특별인터뷰에서 “올해는 혁신성과가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면서 “일반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있어야 정부의 재정혁신 노력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풍토를 마련하고 불필요한 야근문화를 없애기 위해 ‘10시 소등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맨’답게 여러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변 장관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다. ▶지난해 예산처는 혁신 선도부처로 선정됐다. 올해의 혁신방향부터 설명해 달라. -올해는 지난해부터 확산된 혁신 마인드를 토대로 예산처의 정책품질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 혁신성과가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일과 혁신의 융합을 통해 혁신활동이 단편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기관운영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예산처의 유전자를 본질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핵심 혁신요소인 10대 중점 혁신과제를 발굴해 추진해 나가겠다. 예산처는 장관 대면보고를 전자보고로 바꿨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차관 시절인 지난해 하반기 대면보고 방식을 전자보고 방식으로 전환한 이후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관으로서 하루에 30건 이상의 보고를 받고 있다. 건당 10∼20분이 소요되는 대면보고 방식이었다면 보고를 받는 데에만 5∼10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전자보고는 건당 2∼3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보고서 내용은 보다 집중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다. 직원들도 전자보고 방식으로 장관 보고를 위한 시간 예약, 대기 등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매뉴얼화’를 강조한 바 있다.213개 공기업 감독권이 있는 예산처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지난해 10월 변화선도를 위한 기획예산처 혁신 핸드북을 만들었다. 공기업과 산하기관에도 핸드북과 함께 경영혁신지침을 시달했다. 앞으로도 이들 기관의 인력, 예산, 청렴도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얼마 전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방지 등을 위해 민간위원만 참여하는 사장추천위 등 대책을 제시했는데. -원론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 검토하거나 입장을 정리한 것이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과 각 부처 직원들의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보는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예산처 및 각 부처 직원들이 재정혁신의 방향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게다가 일반 국민들도 정부의 재정혁신 노력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예산처는 재정혁신 내용의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올해 예산처 안에 ‘재정학교’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재정학교에는 수요 및 토요 재정강좌가 설치된다. 수요 재정강좌는 재정 전반의 주요 이슈와 재정 혁신과제에 대해 국민들과 각 부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월 2∼3회 개최하는 것이다. 토요 재정강좌는 예산처 직원을 대상으로 월 2회 전문 재정교육을 실시해 최고의 재정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1월 말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삼성을 배운다.’는 주제로 간부 혁신연찬회를 개최했는데. -간부 혁신연찬회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경영혁신 노하우를 직접 전수 받아 초일류 재정부처로 발돋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의 고객중심 경영, 윤리 경영, 성과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심도있는 학습을 통해 예산처의 부족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혁신연찬회를 통해 예산처의 업무상 고객인 정부 부처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재정기획실·예산실을 통합한 ‘재정운용TF’를 구성했다. 예산처 직원들이 지켜야 할 구체적인 클린 자율실천규약 제정, 자체 점검시스템 마련 등을 추진하는 계기도 됐다. 15개 재정운용TF의 성과와 반응은 어떤가. -지난해에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총액배분 자율편성제도 도입 등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재정기획실, 지출한도는 예산실에서 담당하는 등 기존 조직형태와 업무수행 방식을 유지해 왔다. 결국 각 부처는 업무협의 과정에서 예산처내 여러 실·국을 상대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랐다. 하지만 종전의 재정기획실·예산실을 통합한 재정운용TF를 구성하니까 각 부처가 신속하게 예산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업무중복이 없어지고 예산의 연계가 강화되는 등 보다 높은 품질의 재정운영이 가능해지고 있다. 올해 재정운용에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 -상반기 내수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주요 재정사업의 59%인 100조원을 상반기에 집행하고 있다. 또 하반기부터는 BTL(건설 후 임대방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예산 총액배분 자율편성제도’도 보완해 정착시킬 것이다. 공공부문 재정운영의 성과관리를 위해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정사업의 성과를 평가해 예산에 환류할 수 있도록 재정사업 자율평가제도도 도입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나라살림 12개 분야별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는데 토론결과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물론 재정운용에 적극 반영할 것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안과 2006년도 예산기금 지출한도안을 설정하는 데 활용할 생각이다.4월 말 개최될 국무위원 재원배분 토론회에서도 중요한 판단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5∼6월 중에도 추가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한다. 대담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스타 감독도 경쟁시대

    ‘사령탑도 스타 전쟁.’K-리그도 스타 사령탑 경쟁 시대가 막을 열었다. 지난해 수원을 K-리그 챔피언에 올려 놓은 차범근 감독에 맞서, 전남에서 FC 서울로 말을 갈아탄 이장수 감독과 98년 이후 다시 전남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이 도전장을 던진 것. 올해 그라운드를 수놓을 스타 감독들의 지략 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스트라이커 출신 차 감독은 올해 6관왕을 공언한 상태. 벌써 A3챔피언십과 수퍼컵 등 2개의 타이틀을 챙겼다. 스피드를 앞세운 ‘템포 축구’로 지난해 챔피언 왕관을 머리에 얹으며 한국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했고, 송종국 김남일 등을 보강하며 그 여세를 올시즌에도 몰고갈 전망이다. 차 감독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많은 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의 별’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 감독은 중국에서 돌아온 지난해 전남을 맡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성공적인 연착륙을 예고했다. 새로 맡은 서울은 지난해 김은중 김동진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었으나, 이민성 이기형 등 노장 선수들을 보강해 노련미를 보태며 수원에 맞설 팀으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서울-수원 전통 라이벌전의 열기는 더욱 불을 뿜게 됐다. 한국축구대표팀 수석코치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보좌했던 허 감독의 복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차 감독 못지않은 스타감독으로 자상한 지도 스타일이 팀의 융합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 핵심 김남일이 수원으로 이적했지만, 고종수가 재기한다면 이를 채우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 감독은 이 감독이 전남에서 경질된 뒤 선임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서울과 전남의 대결은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이밖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이안 포터필드 부산 감독과 브라질청소년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신임 감독 등 외국인 지도자 ‘투톱’이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김정남 울산 감독, 박종환 대구 감독 등 노장 투혼과 김학범 성남 감독, 장외룡 인천 감독 등 새내기 돌풍도 2005년 최고 감독 등극을 꿈꾸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되돌아본 2004] ②정보통신기술 부문

    [되돌아본 2004] ②정보통신기술 부문

    ●수출 목표 700달러 넘어서 정보통신분야는 휴대전화 단말기 수출 호조 등으로 당초 계획 700억달러를 웃도는 75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전체 산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지난 11월에는 단말기가 반도체를 처음으로 앞질러 ‘반도체 수출신화’가 ‘단말기 신화’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IT부문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키우려는 발걸음을 바삐한 한해였고 안방에서 돈을 벌던 통신업체들의 해외진출도 변화의 큰 흐름이었다. ●통신업계 해외시장 개척 분주 통신업계에서는 올해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국내시장의 포화로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시도다. KT는 2년전 베트남 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지난 7월 태국에 초고속인터넷을 수출하는 등 해외시장 투자를 보다 강화했다. 태국에 초고속인터넷망 5500회선을 개통했고 앞으로도 인터넷망 확장을 통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해외진출도 특히 주목을 받았다.SK텔레콤은 처음으로 미국 컬러링 시장에 진출, 선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고, 베트남 시장에서도 ‘S-Fone’ 1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해외사업의 순항 기미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의 유력 통신사업자 버라이존에 컬러링(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제공했고, 중국에 합작법인 UNISK도 설립했다. ●단말기 세계시장 점유율 30%내로 휴대전화 단말기의 수출 기세는 놀라웠다. 삼성전자,LG전자, 팬택계열 등 ‘빅3’는 올 한해 세계시장을 마음껏 누볐다. 세계시장 3분의1이 한국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8600만대,LG전자는 4300만대를 팔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카메라폰 전쟁’으로 불릴 만큼 디카폰은 올해 내내 화두였다. 하반기에 들어 300만화소급, 최근엔 삼성전자가 500만화소급 카메라폰을 출시, 디지털 카메라업계를 긴장시켰다. 특히 삼성전자의 500만화소폰 출시는 300만화소급에 그치고 있는 일본의 ‘디카폰 자존심’을 무너뜨린 쾌거로 평가된다.LG전자가 유럽시장에 3G(3세대) 단말기 300만대를 허치슨을 통해 공급한 것도 대단한 성과다. 삼성전자는 3·4분기에 모토롤라를 제치고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고,LG전자도 올해 5위 업체로 부상했다. 단말기의 약진은 기술개발과 디자인, 해외시장 수요분석 등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로 지난 11월 수출에서는 단말기가 전통의 수출 1위였던 반도체를 밀어내고 수위를 차지했다. ●융합(컨버전스)시대 막올라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차세대 융합서비스도 그림들이 구체화된 해였다. 시속 60㎞ 속도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은 KT,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3사가 사업을 신청해 놓고 있으며 2006년에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SK텔레콤은 위성DMB 사업용 위성인 ‘한별’을 일본과 함께 쏘아올렸다. 내년 상용화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밖에 이동통신 업계는 1월부터 시작된 번호이동성제도 실시로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다. 시장점유율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은 올 한해 번호이동성에서 제외되면서 6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어 가장 행복한 업체가 됐다. 지난해 가입자는 480만명이었다. 정책적으론 5∼10년 후 먹을거리 산업을 준비할 ‘IT 839 전략’이 여문 해였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CEO 칼럼] 프로와 非전문가/류춘수 이공건축 회장

    [CEO 칼럼] 프로와 非전문가/류춘수 이공건축 회장

    음악이나 미술 콘테스트의 심사위원 중에 해당 분야의 권위있는 예술가나 전문가가 아닌 분은 있을 수 없지만, 건축을 평가하고 자문하는 이들 중에는 행정관료나 타 분야의 예술가나 기술자들이 의외로 많다. 건축은 행정이 수반되는 기술적 산물이며 종합적 예술이기에 얼핏 당연한 듯 보이고, 건축은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다는 통념이 깔린 탓이기도 하다. 최근에 작은 보석점포의 인테리어 설계를 한 적이 있는데, 건축주는 내게 강의에 가까운 설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 말들은 혹 맞는 듯하지만 사실은 안목없이 ‘코끼리 만지는 장님’의 견해일 뿐임을 그들은 모른다. 수십만명의 아마추어가 수십년 공부를 한 뒤 한꺼번에 이창호 한 사람과 바둑을 두어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비전문가의 10년이 프로의 한나절 생각보다 결코 나을 수 없음을 사람들이 아직 인정을 못하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예술분야에서 권위와 명성을 쌓은 분들이 공식적 자문에서 던진 한마디가 때론 좋은 건축을 크게 방해할 수 있음이다. 두 가지 경험적 사례가 있다. 하나는 서울 월드컵경기장 설계에 당선돼 실시설계를 시작할 때였다. 상상해 보라. 그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심의와 자문위원회가 있었겠는가. 건축가에게 때로는 이런 위원회가 설계보다 힘들게 넘어야 하는 거대한 산이 된다. 전직 장관을 지낸 문화계의 거물이 어디서 듣긴 들었는지 “건축에서 두 가지 재료를 쓰는 것은 나쁜 디자인이다.”라며 막구조 지붕 양측에 달린 유리 지붕을 떼라고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상 VIP석은 지붕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그 권위 앞에 묵살 당한다. 결국은 내 뜻대로 했지만, 나는 이것을 문화인이 가장 반문화적일 수 있는 사례로 꼽는다. 헌법재판관을 현란한 지식으로 매도한 유명한 철학강사나, 그 권위있는 문화인이 헌법이나 건축에는 보석상 주인과 다름없는 비전문가일 뿐이다. 그러나 사회에 미치는 해독은 그 분들의 명성에 비례해 커진다는 데 있다. 또 하나는 근년에 설계한 어떤 공연장 건축을 자문받을 때였다. 어느 권위있는 음악가가 내 건축을 한국적 기와지붕으로 고쳐야 한다기에 나는 감히 이렇게 답했다.“만약 제가 선생님의 연주에 이 음을 길게 혹은 강하게 고치라 하고 또는 플루트 대신 대금을 쓰라고 하면 따르시겠습니까.” 건축도 이와 다름없이 아무나 설계하고 아무나 간섭할 상식적 작업이 아니다. 어떤 예술과 다름없이 작가의 피나는 고뇌의 산물임을 이해해야 한다. 거기에다 각 분야의 기술적 융합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안팎의 공간에 사는 이들의 생활을 지배하며 동시에 인류의 유산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좀더 경건히 받아들였으면 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덕분에 서울경기장을 설계한 나도 덩달아 영광스럽게 훈장을 받았다. 훈장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귀하는 국민 체위 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바 크므로 대한민국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 훈장을 수여함/체육훈장 백마장/2002년 11월 27일’ 꼭 2년 전의 일이다. 히딩크나 홍명보라면 몰라도 내게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문안이다. 이것을 나는 형식적이며, 반개혁적이며 반성없는, 그러기에 반문화적인 ‘관료 한국’의 현실적 증표라고 본다. 그 반문화적 훈장은 왜 받았냐고? 한 반세기 지나면,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나라에서 혹 문화훈장으로 바꾸어 줄지 모른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은★이루어진다. 류춘수 이공건축 회장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3)물마루의 세계, 바다미륵의 세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3)물마루의 세계, 바다미륵의 세계

    비행기에서 내려서자 후끈 습한 열기가 숨을 막는다.무더위 속에 박제된 듯한 육지와 달리 선들거리는 해풍이 불긴 불었으나 여름이 제주도라고 피해가지는 않는 모양이다.덥다.그러나 제주의 신화 속에 발을 담그면 어느새 더위를 잊게 된다.우선 구전되는 신화에 귀를 열자. 오래 전,북제주 김녕에서의 일이다.이곳에 사는 어부 윤동지가 고기를 낚으려고 물 깊이 천근수를 내렸더니 커다란 돌덩이가 걸려 올라왔다.이상하다싶어 돌을 내던지고 다시 그물을 내렸지만 똑같이 돌덩이가 걸려 올라왔다.장소를 바꿔서 그물을 내려도 마찬가지였다.사흘째도 돌이 올라오더니 드디어 그날 밤 꿈에 현몽하였다.“나를 곱게 모셔주면 자식 귀한 사람들이 자식을 얻도록 해주겠다.” 윤동지는 ‘조상이 내게 오셨구나.’싶어 그 돌을 가져다 미륵으로 모셨다.그러나 애기가 울어대고,강아지가 짖어대는 바람에 미륵을 편히 모실 수가 없게 되자 지금의 미륵당으로 옮겨 따로 모셨다고 한다.말하자면 ‘바다에서 온 미륵’인 셈이다. 이렇듯 ‘바다 미륵’에 관한 전설은 북제주군 곳곳에 남아있다.김녕의 미륵당은 서문 하르방당,윤동지 하르방,미륵보살 하르방으로도 불린다.옛날 김녕에 동·서문이 따로 있었는데,서문 밖으로 미륵당을 옮기면서 서문하르방당이 되었다.윤씨하르방이란 윤씨가 바다에서 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 ●북제주군 곳곳에 하르방 남아 있어 김녕미륵은 일주도로변 아름다운 해변에 좌정하고 있다.바닷가로 흘러내린 용암과 백색의 모래사장이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파란 바닷물과 조화를 이룬 곳.바람막이 돌담을 거느린 미륵이 바다를 향해 정좌해 있고,작은 나무 두어 그루가 해풍을 막아서 있다.제주도에는 널린 용암 자연석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를 굳게 미륵이라고 믿고 신봉한다.이 서문하르방은 기자와 미륵신앙이 하나로 결부된 산육신(産育神)인 셈이다. 북제주 삼양에도 비슷한 전설이 남아 있다.김첨지라는 이가 어느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화들짝 잠을 깼다.미륵먹돌이 선몽한 꿈을 꾼 것.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서둘러 꿈에 보인 곳을 찾아가 낚싯줄을 던지니 먹돌 하나가 걸려 올라왔다.김첨지는 먹돌을 품고 집으로 돌아와 알가름의 팽나무 아래에다 미륵으로 모시고 서물날(음력 11일과 26일)마다 제를 올렸다. 그 후 첨지 집안은 우환이 사라지고 복이 넘쳤는데,이를 전해들은 동민들도 그를 따라 미륵먹돌을 모셨다.서물날 이 미륵돌을 건져 서물당이 되었으며,이 때문에 서물 물때에 맞춰 제례를 올렸다.지금도 나무가 우거진 돌담 안에는 제단이 놓여져 있고,미륵먹돌은 제단 밑에 묻혀 있다. 북제주 화북의 미륵 역시 바다에서 태어났으나 약간 다른 점이 있다.바다에서 건져 ‘나에게 태인 조상’이라고 믿고 조상신으로 모셨더니 동지벼슬도 얻고 부자가 된 것까지는 같다.그러나 마을 청년들이 소용없는 짓이라며 미륵을 당 밖에 내버리고 불을 지르려고 했다.그러자 돌미륵이 제 발로 걸어 나왔으며,이 와중에 미륵의 몸 곳곳에 상처가 났다.이 상처는 동민들에게 피부병으로 나타나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뛰늦게 이를 깨달은 동민들이 다시 미륵을 정중하게 모시자 피부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전한다.피부병을 다스리는 미륵불인 셈이다. 필자는 10여년 전,작은 책 한권을 준비하면서 민중의 삶에 유전되는 미륵을 ‘마을미륵’으로,특히 제주도 마을미륵을 ‘바다미륵’으로 규정했었다.바다미륵의 출현은 확실히 ‘제주도적’이어서,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육지미륵의 원조는 역시 백제 무왕이 건설한 익산 미륵사.미륵사 미륵은 삼존불이 솟구치면서 현현하였다.이렇듯 육지의 미륵은 거개가 땅에서 솟구쳤다.미륵출현의 기이(奇異)는 대단히 비의(秘儀)적이라 꿈에 현몽하여 당신의 존재를 알린다.그런데 제주 미륵은 땅이 아닌 바다에서 올라왔다. 알다시피 미륵은 ‘미래불’이다.석가모니 불타가 2500년 전에 중생을 제도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열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도솔천 용화수 아래에서 중생제도를 행할 삼회를 기다리는 ‘마스터 플랜’이 그것이다.불교가 개창된 이래 미륵신앙은 하나의 운동,즉 미래불을 향한 기다림이었다.그 미륵이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이 땅의 민중이 미륵신앙을 대하는 모습은 포괄적이었다.목잘린 불상,목만 남은 불상,내력도 모른 채 밭을 갈다가 얻은 불상,더 나아가 단순한 돌덩이일 뿐인 바위,그것을 민중은 미륵이라고 믿어 왔다.미륵불의 현신이 이처럼 다양한 나라가 또 있을까.제주도 미륵은 이 다양성에다 ‘바다’를 보탰다. 땅과 달리 바다에서 미륵이 출현하는 방식은 해양문화사나 불교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녀 가히 ‘물마루의 세계관’이라 이름할 만하다.물마루는 수평선을 뜻한다.수평과 수직의 세계관은 다르다.한국문화의 기본 신앙 격인 산신신앙의 산은 수직적이다.단군 할아버지가 신단수로 ‘내려온다.’고 했을 때,당수나무에 빌면서 ‘설설이 내리소서.’ 했을 때도 수직적 강신은 금방 확인된다.제주도에도 한라산에 오르면 이런 산신이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제주미륵 신화 그러나 바닷가는 다르다.바다의 민중은 물마루를 보며 산다.물마루는 희망이자 절망이다.외지 물화를 가득 실은 배도 물마루에 오를 때는 돛대 끝자락부터 모습을 드러낸다.벌떼처럼 들이닥치는 왜구의 선단이 이 물마루에 돛대를 들이밀면 이곳 사람들은 서둘러 산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느낀 점이지만,바다 위에 뜬 섬은 물마루에 홀연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져 이내 망망대해로 변하곤 한다.거기에 섬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있다.이처럼 제주도의 바다미륵에는 평생동안 물마루를 지켜보면서 일상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섬 사람들의 수평적 세계관이 층층이 잠복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확인한 재미있는 점은 제주도의 바다미륵이 모두 북제주 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생각컨대,이는 육지로부터 전래된 불교가 북쪽에 먼저 선을 보인 결과이리라.바닷가에 흔한 해수관음 신앙보다 바다미륵을 받아들임으로써 독자적인 민중적 신앙체계를 구축한 제주사람들의 면모가 새삼 돋보인다.당래하생(當來下生)을 서원했던 제주사람들의 꿈이 바다미륵으로 구현된 셈이다. 살펴 보면,제주 불교는 민간적 토속신앙과 결탁하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절 가듯 당(堂)에 가고,당 가듯 절에 가는’ 식이었으니 가히 비승비속(非僧非俗)이요,무불융합(巫佛融合)의 전형인 것이다.수많은 불교신앙 중 미륵만이 유일무이하게 신당(神堂)과 결부돼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물마루의 수평적 질서는 우리나라만의 내림이 아니다.음력 7월14일,올해로 따져 8월29일 일본 오키나와의 하테루마지마(波照間島) 주민들도 어김없이 미륵제를 지낼 것이다.이들은 해마다 풍년을 기원하며 미륵보살을 앞세워 축제를 벌인다.미륵신앙이 멀리 바다를 건너 머나먼 섬까지 파급된 것이다.일본 본토의 이토(伊豆)반도 같은 해안가에도 미륵신앙이 전래돼 풍요와 다산의 주술을 담당한다.오키나와의 수많은 불교신앙 중 미륵이 차지하는 위상은 단연 돋보인다.그 미륵은 엄숙하게 사찰에 모셔지지 않고 마을민의 축제에 불려다니고 있는 중이다.이런 마당에 해상교류 강국이었던 옛 유구국 사람들의 물마루적 세계관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일본 오끼나와까지 파급된 제주 미륵신앙 이런 바다미륵을 말하자면 제주읍성의 동·서문 밖에 1기씩 남아 있는 미륵을 빼놓을 수 없다.바로 지금의 제주시 동편 건입동과 용담동 한두기(大甕浦口)가 그곳이다.마을에서는 이 미륵을 일러 미륵돌미륵,미륵부처,혹은 서자복미륵,동자복미륵 등으로 부른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해륜사(海輪寺)를 일명 서자복사,만수사(萬壽寺)를 일명 동자복사라고 부르고 있는데,여기에서 미륵명칭이 유래됐음직하다.지금은 민가에 둘러싸여 있지만 제주시 한두기포구와 제주항이 굽어보이는 건입동 쪽에 위치해 지금까지 거친 제주 바다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망망대해를 오가면서 배를 기다리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물마루에 모인다.물마루에 배가 떠올라야 그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기 때문이다.누구나 미술시간에 수직과 수평의 구도를 배웠으리라.바다에서는 물마루의 수평선 하나가 다른 모든 구도를 압도한다.그 수평은 평온한 것 같지만,태풍이라도 거느리면 노도로,해일로 거칠 게 없는 ‘파문’을 일구기도 한다. 이런 ‘물마루의 철학’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바다를 이해하는 첩경이다.세계의 수많은 모험가와 항해자들이 목을 매면서 지켜보았을 그 물마루를 바라보면서 제주민중은 바다미륵을 건지고 있었던 셈이다.
  • CF·드라마·영화 이종격투기 열풍

    인기 스포츠로 막 자리잡는가 싶던 ‘이종(異種)격투기’가 어느덧 대중문화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답답한 링(철조망)을 박차고 나와 영화나 TV드라마,CF,뮤직 비디오 등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 것.인터넷 동호회를 통한 실전 체험이 유행하는가 하면 선수들의 싸우는 모습을 보며 식사를 하는 이색 레스토랑까지 생겨났다.내년부터는 ‘상아탑’ 내 전공학과도 생겨나 학문으로까지 다뤄지게 됐다. 예전 같으면 ‘막싸움’으로나 치부됐을 법한 이 ‘이종격투기’가 이젠 스포츠 차원을 넘어 실생활에서 하나의 문화코드가 돼버린 것이다.하지만 ‘이종격투기’ 본래의 ‘무도정신’을 도외시한 채 ‘껍데기 동작’만 차용한 상업적 시도가 늘면서 반짝 거품으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중문화 장르와의 융합 최근 국내 극장가엔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지난달 21일 개봉한 국산 영화 ‘클레멘타인’과 오는 11일 개봉하는 태국영화 ‘옹박’이 대표적인 예.‘클레멘타인’에서 할리우드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은 이종격투기 선수로 등장해 태권도 유단자인 이동준과 대결을 벌인다.‘옹박’은 이종격투기의 대표 종목인 ‘무에타이’를 소재로 한 작품.기존 액션 영화의 관습인 와이어·스턴트와 컴퓨터그래픽을 완전히 배제한 채 100% ‘리얼 격투 신’을 선보였다. 안방극장에도 이종격투기는 주요 소재.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에서 주인공 김민준은 이종격투기 선수다.드라마는 주인공이 일본과 동남아 등지를 돌며 이종격투기를 연마하는 모습을 화려한 액션과 함께 보여준다.MBC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하우스’에서는 얼마전 이종격투기 경기를 그대로 본뜬 ‘이중격투기CFC(Comedyhouse Double Fighting Championship)’란 이름의 코너를 선보였다.CF와 가요시장에서도 이종격투기가 유행이다.‘머리를 써라’라는 카피로 잘 알려진 SK텔레텍의 ‘스카이’ CF에서는 양손에 글러브를 낀 두 남녀가 건물 옥상 위에서 킥복싱 성대결을 펼친다.가수 이승환은 오는 10월 발매 예정인 8집 음반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로 제작키로 했다. ●거품 걷혀야 제자리 잡아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스포츠인 이종격투기가 대중문화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지금의 과정에 상당한 ‘거품’ 또는 ‘착시현상’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스포츠인 이종격투기가 대중문화 장르와 융합되는 과정에서 상업적 의도가 개입,대중에게 왜곡된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지금의 대중문화 속 이종격투기 붐은 이내 사그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대중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삼았지만,무술 고유의 외적 ‘동작’은 물론 내적 ‘정신’의 철저한 고증 없이 대충 겉 이미지만 차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일반 대중은 물론 이종격투기 마니아층마저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종격투기란 이종(異種)격투기는 문자 그대로 종목의 제한 없이 전 세계 각종 무술·격투기 유파에 속한 선수들이 한데 뒤섞여 승부를 겨루는 것을 말한다.도박꾼들이 돈벌이를 위해 철조망 속에 두 남자를 넣고 싸움을 붙인 것이 효시로,90년대에 일본에서 주류 스포츠로 격상됐다. 선수가 맨 몸으로 링에 올라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상대를 쓰러뜨리며,급소 가격,눈 찌르기,깨물기 등 몇 가지 외에는 모든 싸움 기술이 허용된다.크게 선 채로 경기를 벌이는 ‘입식 타격기’와,바닥에 누운 상태에서도 공격이 가능한 ‘그래플링(Grappling:엉켜 싸우기)’ 혹은 ‘MMA(mixed martial arts:종합격투기)’로 구분한다. 입식타격기 이종격투기로는 93년 일본에서 창시된 ‘K-1(K는 가라테,킥복싱,쿵후 등의 알파벳 첫 글자를 의미)’이 대표적이다.세계 각 대륙을 돌며 진행되는 이 대회는 올 7월부터는 MBC-ESPN 주최로 서울에서도 경기가 열린다.국내 대회로는 스트라이킥이 있다.반면 그래플링 또는 MMA는 타격 기술에 링에 넘어져서도 상대를 ‘잡고 꺾고 던지는’ 유술까지 혼합한 격투기다.미국의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와 일본의 프라이드 FC가 대표적인 경기.국내 경기로는 스피릿MC,네오파이트,K.O.Kings 등이 있다. ●실생활 파고든 이종격투기 이종격투기가 유명 선수들만의 몫이거나,대중이 영상을 통해 간접 체험하던 시대는 지났다.경북과학대는 내년부터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사회체육계열 내에 이종격투기과를 신설한다.학교측은 “이종격투기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그 저변이 엄청나게 확대될 정도로 생활 속의 스포츠가 됐다.”고 설명했다.지난달 2월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지하에 문을 연 ‘김미파이브(Gimme Five)’는 이종격투기를 실제로 보면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격투기전문 카페’.매일 3∼4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하루 평균 1000명의 관람객이 찾고 매상이 3000만원을 상회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인터넷 동호회의 활동은 실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종격투기 동회회 회원 규모는 최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이종격투기’ 관련 사이트가 700여개나 개설돼 있다.이 가운데 회원수 13만여명을 거느린 대표적인 동호회 카페 ‘쌈박질 클럽’ 등은 오프라인에서도 주기적으로 만나 이종격투기를 직접 체험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美전문가 ‘7가지 교훈’ 제시-‘북핵 해결’ 中 활용하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1994년 협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7가지 교훈’을 제시했다.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대사와 조엘 위트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대니얼 포맨 전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이 함께 쓴 ‘첫번째 북핵 위기’의 발췌문을 간추린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둬라 핵심 쟁점에 합의한다면 상호 병행적인 행동이 고려돼야 한다. ●당근과 채찍을 융합시켜라 당근만 제시하면 미국이 절박하다고 여길 것이고 채찍만 쓰면 얻을 게 없다고 판단,북한은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이다. ●다자적 구도를 활용하라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를 동원하라.중국은 특히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외교적 대안 위해 양자회담을 벌여라 다자간 접근은 각국의 이해관계 등으로 핵심을 비켜갈 수 있다.반면 양자회담은 다자간 틀에서도 미국의 인식을 전달하는 방향타가 된다. ●한국의 지지가 북핵 해결에 중요하다 한국의 입장이 자주 바뀌고 10년 전보다 한·미 관계의 확고함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만 한국은 북핵 해결에 큰 영향력을 지녔다. ●북한 흔드는 중국을 최대한 이용하라 1994년에도 중국은 유엔의 제재를 막지 않겠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냈다. ●속임수가 될지라도 협상에 의한 합의가 미 국익에 도움이다 미국이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나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mip@˝
  • [월드이슈-커지는 中·日 갈등] ‘센카쿠 상륙자’ 체포…대륙 분노 폭발

    중국과 일본간 마찰음이 크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로 생긴 불협화음이다.24일 센카쿠 열도에 상륙한 중국인을 일본당국이 체포함으로써 불에 기름을 부었다.수습은 커녕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특히 대륙쪽 분노가 거세다.지도부와 인민들 감정이 불같다.반면 열도쪽은 ‘야스쿠니 분쟁’,센카쿠 소동이 조용히 가라앉아주길 기다리는,소극적 분위기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정월 초하루,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를 찾았다.신사를 참배하는 게 “정월의 일본 전통의식”이라는 까닭을 들었다.그는 2001년 4월 취임한 뒤로 4년째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중국쪽 반발은 급기야 일본 정상의 방중을 거부하는 움직임으로 표현됐다.정상 방문을 ‘노’할 만큼 민감한 외교사안인 중국에 비해 일본쪽 감도는 다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단에게 이렇게 말했다.“중국이 내 방문을 바라지 않을 때 갈 필요가 없다.” 중국측이 듣기에 불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그는 “(중국과의)무역분야에서 교류가 이어져 무역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양국 경제가 잘 되고 있는 만큼 큰 문제 없다는 인식이다. 지난 3년간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영국,한국 등 주요국 방문 외교를 펼쳤지만 중국에는 가지 못했다.중국 지도부가 고이즈미가 총리로 있는 일본을 찾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아사히 신문은 “외교감각에 큰 의문이 든다.”고 지적할 만큼 고이즈미 총리는 대중(對中),대한(對韓) 외교에 무신경이다.도쿄대의 다나카 아키히코 교수 같은 식자들이 “외교적 손해”라고 자제를 당부하는데도 그의 고집은 꺾일 줄 모른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집착증’은 유난하다.뿌리를 찾자면,2차대전 당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로 출전해 사망한 아버지 친척이 있다는 정도다.총리가 되기 전 자주 찾은 곳이 특공대의 발진기지 지란(知覽)비행장이 있던 가고시마였다.아버지 고향이기도 한 그곳 박물관에 들러 특공대원 유서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보수세력 결속과 지지율 확보 속셈이라는 설 등도 분분하지만,그는 한번도 자신의 집착에 대해 딱 부러지게 피력한 바 없다. 그의 야스쿠니 행으로 속이 타는 건 여당 지도부와 외무성이다. 2003년 5월로 예정됐던 고이즈미 총리의 방중이 같은 해 1월의 세번째 참배로 연기되면서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수뇌부의 중국을 찾는 발길이 바빠졌다.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간 자키 공명당 대표와 면담한 공산당 간부는 일본과 독일,프랑스가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고속철과 일본,프랑스가 유치를 다투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부지 선정에 대해 야스쿠니와 연계한 협조를 암시하기도 했다. 순조롭지 않은 중·일관계는 고속철이 아니더라도 막 경기회복에 접어든 일본에 경제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세계의 공장’ 중국이 일본 제조업을 삼킨다며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대륙 때리기를 일삼던 보수언론조차 슬그머니 ‘일본 경제 견인론’으로 바뀌면서 중국시장을 강조하기 시작한 터다. 수치를 살피면 중국의 중요성은 자명하다.작년 일본의 무역상대국 중 수출에서는 미국(24.5%)에 이어 중국이 2위(12.1%)를 차지했다.수입면에서 볼 때는 미국(15.3%)을 제치고 중국은 단연 1위(19.6%)로 올라섰다.산케이 신문은 “중국이 일본경제의 성장센터가 되고 있는 실태로 볼 때 중국위협론은 난센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중국을 치켜세웠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도약대로 한 경제의 지속발전을 위해 일본의 협력이 중요하고,이런 사실을 일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야스쿠니로 티격태격해도 경제교류는 잘 되고 있다고 강변하는 고이즈미 총리 발언의 근거가 이런 데 있다.6자회담과 납치문제에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일본이다.그래서 외무성과 주중 일본 대사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중·일의 야스쿠니 분쟁은 참배 중단과 강행(일본측),참배 불용과 인정(중국측)이냐 하는 양자택일밖에 없는,단순해 보이면서도 풀기 어려운 외교 방정식이다.양국 정상의 상호방문도 연계돼 있다.한때 일본 정부 내에 간담회까지 만들어 기세를 올리던 야스쿠니 대체 추도시설 건립도 보수우익들의 맹렬한 반대로 쏙 들어간 상태다. 해결은 쉽지 않다.별 악재가 없는 한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경우 고이즈미 정권은 탄탄한 장기집권 체제로 들어선다.고이즈미 총리는 틈만 나면 “내년에도 참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973년 국교정상화 이후 정상 방문을 몇 년째 끊은 채 야스쿠니를 놓고 신경을 곤두세운 외교전을 벌이는 불편하고 어색한 중·일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arry04@seoul.co.kr˝
  • 생명공학계의 거두 황우석 서울대 교수

    ‘하늘을 감동시키자.’ 생명공학계의 거두인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51) 교수의 좌우명이다.황 교수는 며칠 전 미국 시애틀에서 최고 권위의 ‘사이언스’지를 통해 인간의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연구결과를 발표,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감동’과 ‘놀라움’은 비단 생명공학계뿐만이 아니다.그의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놀랄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생명공학과는 전혀 다른 서울대 미식축구부의 지도교수를 2년반 동안 맡고 있다.또 19년째 홀로 강화도 전등사를 찾아 대웅전에서 400배 이상 참배해오고 있다.국선도 수준이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살아 있는 국선도의 전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범상치 않은 ‘일’들을 그는 지니고 있다. 여기에 1년 365일 가운데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연구생활’에 몰두하는 부지런함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다.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미국에서 돌아오는 이튿날 새벽에도 그는 방진복을 걸쳐 입고 연구현장에 복귀할 정도로 장인정신으로 무장돼 있다.아마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황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도 10년 넘게 하루 서너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고,연구팀 전원이 3년째 휴일과 명절을 반납한 덕분”이라고 말한다.그렇게 연구원들은 연중 무휴로 제각각 동물난자 채취,체외성숙,탈핵,체세포 핵이식,세포융합 및 활성화,체외배양,대리모 이식·착상 등에 몰두해왔단다.만일 주말에 쉬거나 자칫 정전이라도 되면 난자 채취나 체외성숙 등에 지장이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처럼 ‘하늘을 감동시킬’ 제2,제3의 쾌거는 언제쯤이냐고 성급하게 물었더니 황 교수는 “세계 최초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다들 연구에 미쳐 있다.”며 웃었다. ●미국서 귀국 다음날도 실험실 달려가 지난 23일 이른 아침 충남 돼지농장의 실험현장으로 떠나기에 앞서 서울대 연구실에서 황 교수를 잠시 만났다.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오나라∼가나라∼’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교수님,세계적 과학자께서 어떻게 장금이를?”하고 물었더니 황 교수 왈,“벨소리는 연구실 여직원이 다운받아준 것이고,요즘 방송이나 신문에 인터뷰를 해도 뭐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낸다.”며 ‘미소년’ 같은 웃음을 활짝 지어보였다.그저 앉으나 서나 오로지 ‘소,돼지’ 생각뿐이란다. “미식축구요? 2년반 전쯤 어느날인가 그래요.서울대 미식축구부 졸업생들이 벌떼같이 몰려오더니 다짜고짜 ‘미식축구부 지도교수로 선임됐다.’고 하더군요.부탁도 아니고 그냥 자기네들끼리 투표를 해서 그렇게 결정했다는 통보였습니다.” 생명공학에 몰두하던 그는 졸지에 미식축구부 지도교수가 된다.1965년 서울농대 미식축구부 창단 이래 비전공자가 지도교수가 되기는 처음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미식축구부 멤버들의 끈끈한 인간애에 감복하면서 점점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시합에서 승리했을 때 그 영광을 남에게 돌리는 양보정신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단다. 황 교수는 “사회 일각에서,서울대 출신을 부정적 에고이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미식축구부원들은 그 한계를 극복하고 배려와 양보·봉사의 정신 등 사회성까지 갖춘,정말이지 의리의 친구들이다.”고 치켜세웠다. 미식축구부의 자랑은 더 이어진다.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쫓아가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경기의 전술·전략 등에서는 문외한이라 ‘코치역할’은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그러나 승패에 관계없이 선수들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격려가 황 교수의 소중한 역할이다. 지난해 2월 OB(졸업생)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미식축구부원들의 가정형편이 대부분 넉넉하지 못한 데다 다른 체육부 학생들처럼 장학제도의 혜택도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황 교수는 장학금 5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그러자 ‘범서울대 동문’ 차원에서 시동이 걸렸고 곧 이어 서울대 미식축구부 사상 처음으로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바쁜 연구생활로 (경기에)자주 참석을 못해 아마 3월 새 학기가 되면 (지도교수직에서)‘잘릴’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19년째 전등사로 가는 까닭은’ 황 교수는 미국 출국 3일 전에 전등사를 찾아 예불을 올렸다.또 다녀온 뒤인 지난 22일 새벽 4시에 전등사를 찾아 400배를 올렸다.이번 ‘쾌거’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5대 프로젝트’(소,돼지,애완동물,백두산 호랑이,줄기세포)의 성공적 연구를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연구팀원들의 건강을 빌었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19년 전 건강이 지독하게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절망적인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권유를 받았다.그는 우리나라 산 중에서 가장 기(氣)가 세다는 강화도 마니산의 전등사를 찾아 108배의 예불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건강이 조금씩 회복됐다. 생명의 존귀함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이후 매월 한차례씩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전등사를 꼭 찾는 버릇이 생겼다. 2년 전 2월 어느날 전등사에 갔을 때였다.참배를 끝내고 대웅전을 막 나오는데 한 스님이 다가와 황 교수가 아니냐고 불쑥 물었다.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스님은 (전등사의)주지스님이 황 교수에게 곡차를 한잔 대접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생명공학자와 득도한 주지스님과의 만남이 우연히 이루어졌다.‘19년째의 전등사행’ 가운데 유일하게 만난 사람이었다. 황 교수에게 연구철학의 바탕에는 불교의 윤회사상이 담겨 있지 않느냐고 불쑥 물었다.“아마,그렇게 봐도 맞을 것”이라면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담긴 글을 접할 때 가장 감명을 받는다.”고 대답했다. ‘전등사행’이 시작되면서 내친김에 그는 ‘국선도’를 배우기 시작한다.깊은 명상과 호흡,스트레칭….연구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의 건강회복을 위해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 국선도에 빠져들었고 19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동네 대중목욕탕에 들른 뒤 5시면 어김없이 국선도장을 찾는다.그가 ‘국선도의 전설’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릴적 가족 먹여살린 소에 보답하려 수의대 선택 그는 서울 논현동 35평 전세 아파트에서 전업주부인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요즘에는 군에서 막 제대한 아들이 합류해 한 식구가 더 늘었다.얼핏,35평 전세가 전 재산이라는 말에 세계적 업적을 남기려면 생활도 풍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돌아오는 답변이 의외였다.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국가에서 봉급을 주고,또 아이들 교육까지 시켜주는데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또 “풍요 속에 나태가 오는 법이며 가용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연구비 없어 연구 못하는 그런 시대는 아니란다.봉급이 얼마냐고 슬쩍 물었더니 “내가 관리 안 해서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다른 교수들의 말을 빌리면 대략 수당까지 합쳐 연봉 8000만원쯤으로 추정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충남 부여의 ‘깡촌’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6살 때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초등학교 시절 방과후 가족의 재산목록 1호이기도 했던 소에게 풀을 먹일 때마다 ‘장차 소를 연구해야지.’ 하고 꿈을 키웠다. 그러다가 가끔 너무 배가 고프면 ‘소를 잡아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어머니는 어린 황 교수를 볼 때마다 “너는 면사무소 서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소 3마리가 우리 식구를 먹여살렸지요.나중에 꼭 소에 대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대전고 3학년 때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의대 진학을 권유받았다.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릴 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대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이 때부터 그는 ‘소와의 춤’이 시작됐다.대학 시절 미팅 한번 하지 않았다.대신 도축장이나 가축병원에 드나들면서 소의 항문에 손을 집어넣어 장기를 만져 소의 상태를 진단하는 ‘직장검사’를 셀 수도 없이 했다.아마 국내에서 황 교수보다 직장검사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소를 키우는 전국의 어지간한 농장 주인들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의 연구실과 집에는 농민들로부터 ‘우리 소가 아프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도 자주 걸려온다.그때마다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소를 키우는 축산농가 사람들은 그런 황 교수를 보고 ‘정말로 쇠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일본 유학 중 연구비와 생활비가 모자랐을 때 결정적 고비를 넘기게 해준 이들도 그를 아끼는 농민이었다. ●‘이공계 기피’ 정부 안이하게 사회는 과도하게 우려 87년 일본에서 돌아온 그는 23명의 연구팀을 구성,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이후 최근 10년간 그는 줄기세포 추출 외에 국내 최초 시험관 송아지(93년),슈퍼젖소(96년),복제젖소와 복제한우(99년),세계 최초 광우병 내성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2003년) 생산에 잇따라 성공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연구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주치의인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의 영향도 컸다.안 교수는 평소 황 교수에게 “세포를 복제하는 방법만이 장기이식시 타인의 면역거부를 완전히 해결하는 길”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화제를 잠시 돌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치유책을 물었다.그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너무 과장해서도 안되고 또 덮으려고 해서도 안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 조류라고 할 수 있지요.기피현상을 ‘암’으로 비유하면 사회에서는 ‘4기암’으로,정부에서는 ‘1기암’으로 각각 바라보고 있습니다.저는 ‘3기암’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올해가 새로운 전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애정’이 있어야 모든 병이 빨리 완치되듯이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서도 국가든 사회든 ‘애정’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다행히 최근 분위기로 볼 때 기피현상이 상승의 변곡점에 있으며 5년 후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그는 치유책으로 ▲세제 ▲병역특례 ▲공직진출 등의 제도적 개선을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면서,과학기술의 진흥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5년쯤 뒤엔 노벨상도 해낼것” 황 교수는 미국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직후 ‘노벨상 감’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그러나 황 교수는 “우리가 지금 노벨상을 받을 때도 아니고 받아서도 안된다.”면서 “연구결과를 더욱 심화시켜 실용화할 수 있는 확인작업이 더욱 중요하다.바로 그것을 이룬 사람이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연구팀의 실력으로 봐서 5∼10년 후 정도면 반드시 그런 성과를 이룩할 것으로 장담했다. 그는 또 “새로운 학문에 대해 훨씬 더 전문성을 갖추고 전세계의 추이를 파악하고 역량도 뛰어난 후배교수 서너명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지휘봉을 넘겨야 우리 연구팀이 다음 단계로 점프 업할 수 있다.”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그 지휘봉을 이어받을 후배교수들 가운데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황 교수는 갖고 있다. 앞으로 시급히 해야 할 과제에 대해 그는 “전세계에는 정말 이 순간에도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난치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들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한민족의 얼로 상징되는 백두산호랑이를 복제하는 데 꼭 성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입각설과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선정위원 명단과 관련,그는 “현재 전국의 13개 대학 184명의 분야별 연구진이 또다른 ‘세계 최초’의 개가를 올리기 위해 리더로 혼신의 힘을 쏟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 그가 걸어온 길 ▲1953년 12월 출생 ▲72년 대전고 졸 ▲77년 서울대 수의학과졸 ▲79년 동대학원 졸 ▲82년 서울대 수의학박사 ▲86∼97년 서울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 ▲96∼97년 대한수의학회 학술위원장 ▲97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현) ▲99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자문위원(현) ▲2000년 일본수의학회 학술위원(현) ▲10년간 그가 이룩한 결과는 줄기세포 추출 외에 국내 최초 시험관 송아지(93년),슈퍼젖소(96년),복제젖소와 복제한우(99년),세계 최초 광우병 내성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2003년) 생산 등이다. 김문기자 km@˝
  • 기고/법이 윤리적 책임 면제 않는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데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3년여간 각계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왔던 법안에 대해 국회가 거의 일방적으로 생명공학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니,이 법률 제정 과정에서 많은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관심을 가져왔던 필자로서는 매우 허탈한 심정이며,나아가 큰 걱정이 앞선다. 생명과학기술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면서 생명과학기술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안이 안고 있는 주요 쟁점은 단 한가지,곧 인간 배아의 지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이다.희귀·난치병 등의 질병 치료를 위해 인간 배아를 활용할 수 있고,필요한 경우에는 배아 복제의 방법을 통해 배아를 만들어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치료라는 미명으로 동물의 난세포와 인간 체세포를 결합하여 괴물배아를 만드는 것까지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배아는 당연히 생명을 지닌 인간 개체로 존중받아야 한다.이미 인간 배아에서부터 인간 생명의 모든 프로그램이 내재되어 있으며,이 배아가 자율적인 유기체로 발달하여 하나의 완전한 태아가 될 온전한 인간 생명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국가가 이러한 인간 생명을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합법화한 것이다.희귀·난치병 등의 질병치료를 위해 온전한 인간 생명인 배아를 만들고 또 희생시켜도 좋다는 발상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약한 사람은 이 세상의 강자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는 식의 논리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은 매우 유용하고 또 긴급하지만 그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이루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필자는 법으로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그 목적으로 내세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오히려 인간 생명을 물질화하면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유물론(唯物論)을 고착시키게 될 것이고,인간 존중의 사회는 한층더 멀어지고 말 것이다. 또 이 법안이 목적으로 하는 인간 생명의 안전 확보를 결코 신뢰할 수가 없다.인간 배아를 재료로 하여 시도되는 여러 실험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신뢰할 만큼의 안전을 제공한다는 연구결과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인간배아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가 아직 임상에 적용된 예가 전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는 것이나,동물의 난자와 인간의 체세포가 핵융합되어 나타나는 괴물배아가 안전하다는 얘기를 아무도 하지 않는 이 현실에 아예 귀를 막아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게다가 배아 복제의 허용이 수많은 여성의 난자를 대량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한다는 의미인데,이로 인해 나타날 여성의 소외,여성에 대한 불의와 차별,건강 문제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겠는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난치·희귀병의 치료 방법으로 성체줄기세포 치료법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출산후 제대혈 등 태아 추출물을 보관하는 태반은행이 생겨나고,골수를 이용하여심근경색증 등의 치료에 성공했다는 임상결과가 심심치 않게 발표되는 것이다.소위 성체줄기세포 치료법으로서 이는 인간 배아를 이용한 치료 방법과 비교할 때 같은 효과를 지향하면서도 윤리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확대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인간 배아 실험이나 파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인간의 생명을 물질적으로 취급하고,또 상업적인 이익이나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이동익 가톨릭대 교수 신부
  • 책 / 뉴욕의 역사

    프랑수아 베유 지음 / 문신원 옮김 궁리 펴냄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이 오가는 센트럴 파크,수많은 무명 예술가들이 색소폰을 불고 일인극을 펼쳐 보이는 워싱턴 광장,저항문화의 중심 그리니치 빌리지….거대 도시 뉴욕의 모습은 화려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하지만 스파이크 리의 영화가 전형적으로 보여주듯 뉴욕의 뒷골목은 차별과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미국이 지닌 가장 강력한 잠재력의 진앙지 뉴욕은 하나의 거대한 스튜디오다. ●뉴암스테르담이 훗날 뉴욕으로 프랑스의 역사학자 프랑수아 베유가 쓴 ‘뉴욕의 역사’(문신원 옮김,궁리 펴냄)는 허드슨 강가의 평범한 도시에서 오늘날 세계 제일의 신화적 도시로 자리매김한 뉴욕의 역사를 살핀다.여행책자에 소개된 글이나 간추린 역사가 아니라 뉴욕의 어제와 오늘,빛과 어둠을 총체적으로 다룬 본격 역사서란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뉴욕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유럽의 식민지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탐험에 나선 유럽인들은 대서양 북서 항로를 찾던 중 거대한 자연항을 발견한다.섬들이 촘촘히 흩뿌려진 거대한 만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다.그들은 사유재산의 의미를 알 리 없었던 인디언들에게 단돈 60길더(24달러)를 주고 맨해튼을 사들인다.인디언들의 이름없는 정착지에서 훗날 대서양 무역의 중심항이 된 뉴욕의 역사는 그렇게 문을 열었다.하지만 그때까지도 뉴욕은 보잘 것 없는 촌락에 불과했다.최초의 식민지 총독 페테르 미누이트는 언제 침입할지 모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막기 위해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사령부를 세우고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명명한다.그후 뉴암스테르담은 신세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서양 무역의 중간항 구실을 하며 성장해간다. 그러나 신세계의 패권을 놓고 영국과 경쟁하던 네덜란드는 1664년 영국인들에게 뉴암스테르담을 빼앗기고 만다.새 영토의 주인이 된 영국왕 찰스 2세는 왕위 계승자이자 요크 공작인 동생 요크에게 버지니아와 뉴잉글랜드 사이에 있는 모든 땅을 선물로 준다.요크 공작의 소유가 된 뉴암스테르담은 곧 새 주인을 기리는 뜻에서 ‘뉴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했다 뉴욕에 관한한 ‘시작은 어설펐으나 끝은 창대하다’라는 말은 그대로 들어맞는다.뉴욕은 1776년 독립전쟁 당시 국왕파의 최후 보루였지만 결국 미국이 승리하고 조지 워싱턴은 당당히 뉴욕에 입성한다.독립 이후 최초의 미국 수도로,워싱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1790년대 이래 수도로서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뉴욕은 여전히 미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 역할을 다하고 있다.교외를 포함해 1600여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뉴욕은 미국 내에서도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는 독특한 도시다.대서양 항로의 서단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무역항이며,1920년대 이후에는 런던을 대신해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됐다.1946년 국제연합 본부가 건립된 후에는 국제정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뉴욕의 ‘당당한’ 역사 저편에 해적행위로 부를 쌓은 부끄러운 과거 또한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식민지 시대 뉴욕의 무역은 혹독한 경쟁 상대였던 필라델피아나 보스턴,찰스턴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뉴욕 무역상들은 필라델피아의 곡물도,보스턴이 갖고 있는 상선이나 런던과의 강력한 커넥션도 없었다.심지어 남부 농장의 풍부한 쌀과 인디고 수출에 힘입은 찰스턴 항의 무역보다도 뒤처졌다.그런 뉴욕의 상대적 약점은 불법적인 거래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다.1690년대 뉴욕은 밀수품 거래와 해적행위를 통해 이윤을 얻은 해적들의 피난처이자 밀수꾼들의 모항(母港)이었다. ●9·11 테러는 예견된 비극 뉴욕은 다문화주의의 축도다.“뉴욕은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여전히 생성중인 도시”라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말처럼 지금도 끝없이 새로운 이주민들을 끌어들이고,그 이주민들은 다시 자신들의 에너지를 뉴욕에 불어넣고 있다.저자는 뉴욕의 경제와 산업,문화의 위력을 실감하며 뉴욕의 미래를 낙관한다.하지만 그것은 뉴욕이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를 어떻게 융합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21세기 뉴욕은 어떤 얼굴로 기록될까.저자는 “20세기는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뉴욕에 가르쳐줬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이같은 역사의 교훈을 조금만기억했더라도 미국은 ‘9·11 테러’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영화속 특수효과의 기원 ‘스팀펑크’/음침함·아련함 두 얼굴 지닌 수증기

    미국 영화 속 어두운 도시의 밤거리.배트맨류의 야행성 영웅이나 갱들이 나올 듯한 장면에는 으레 음침한 분위기를 북돋우는 ‘장치’가 있다.맨홀이나 길바닥 틈을 통해 솟아오르는 하얀 수증기(steam).이 김의 정체는 물론 도시 지하의 난방용 파이프 같은 데서 나오는 수증기다.그런데 이 수증기가 어떻게 갱스터영화나 SF·공포영화 등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수단이 된 것일까. ●스팀펑크 “수증기의 원조는 나” 평론가들은 그 음습한 수증기의 기원을 스팀펑크(Steampunk)라는 어둡고 기괴한 대체역사물의 한 갈래에서 찾는다.대체역사는 역사의 한 시점에서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기존 역사와는 다른 가상세계를 펼치는 기법.G M 트레이빌리언이 1907년 발표한 에세이 등 역사학자들의 저작에서 먼저 발견된다. 대체역사 기법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역시 SF 장르.‘만일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시간여행’이라는 SF의 전통적인 장치와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최초의 SF장르 대체역사물로 간주되는 L 스프라그 드 캠프의‘암흑이 안 왔더라면’(1939년)도 6세기의 시간여행자가 로마시대로 돌아가 ‘암흑시대’(중세)의 도래를 막는다는 내용이다. ●스팀펑크가 뭐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물이다.과학기술이 막 대중화되는 시대의 사람들에게는,마녀의 묘약이나 과학자의 증기기관이나 신비롭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런 만큼 스팀펑크 속의 수증기는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과학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의 신비스러운 원천이다.스팀펑크에는 여기에 중세의 마법,초자연적인 괴물들,고대의 유산 등을 두서없이 등장시켜 음침하고 혼돈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SF작가 마이클 무어콕이 1971년에 쓴 ‘공중의 장군’이 최초의 스팀펑크물로 간주된다.그러나 스팀펑크는 출생지보다는 미국에서 더 각광받았다.팀 파워,브루스 스털링,윌리엄 깁슨 등 이미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에 익숙했던 미국 SF 작가들은 대체역사라는 ‘가상시간’ 개념에도 쉽게 적응한 것.그래서 80년대 미국 SF계는 어두운 런던 밤거리를 헤매는 늑대인간과 우주인,고대문명의 유산들과 최첨단 과학무기들로 넘쳐났다. ●스팀펑크, 만화로 영화로 스팀펑크는 만화·영화·게임 등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서도 활발히 차용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도 온갖 초자연적·환상적인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동명만화 ‘이상한 신사들의 리그’가 원작이다.TV시리즈와 영화로 유명한 ‘스타트렉’이 과거의 지구 이야기를 언급할 때처럼 스팀펑크 기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예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주로 애니메이션·게임 분야에서 스팀펑크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는데,과거에 대한 향수·애수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해냈다.애니메이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천공의 성 라퓨타’‘붉은 돼지’ 등의 예처럼 마법과 과학이 기묘하게 융합된 19세기풍의 세계지만,기존의 음침함보다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여기에서의 스팀(수증기)은 건강한 노동과 발전,역동성의 상징처럼 변용되어 쓰인다. 물론 ‘자이언트로보’처럼 첨단과학과 수호지 영웅들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세계관에서는 금기시된 힘(원자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역시 일본에서의 스팀펑크는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라스트 엑자일’,게임 ‘파이널 팬터지’ 시리즈처럼 ‘…라퓨타’풍의 어딘가 아련한 팬터지 세계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오피니언 중계석/참여정부시대 방송법 개정 방향

    방송위원회는 지난 7월23일 방송법 개정안 시안을 발표했다.그러나 방송위안은 여러가지 전향적 조항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에 대한 제어 방안 미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들이다.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언론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린다.성공회대 최영묵교수의 ‘참여정부 시대의 방송법 개정 방향’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요약한다. 2000년에 만든 현행 방송법은 방송의 독립성,공익성 강화,뉴미디어 시대 대비,시청자 권익보호 등이 이념의 근간이었다.그러나 방송 관련 총괄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는 독립된 기구로 보기가 어려웠다.방송위원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나 국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또한 공영과 민영,무료 지상파와 유료 유선 방송 등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공익성’을 적용하는 바람에 방송사업자들의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방송위의 규제나 처벌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취약한 시장경쟁 조정 기능,제한적인 시청자 주권 및 참여,미흡한 사업자 제재 등도 방송법의 한계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새 방송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방송영상정책과 관련해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토록 했던 부분을 ‘협의’토록 하는 등 방송위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그러나 한국방송학회는 방송위의 개정안과 관련,지상파 광고 시장의 연장과 중간광고를 허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독과점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특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새로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데이터 방송과 ‘별정방송사업’ 등 신규사업 영역에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업 이외의 진입을 막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또한 방송위원회의 권한 강화는 일반 시청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는 점,지역방송 문제 대책 결여,위원회의 기능과 도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권한 위임조항의 신설,정부와 국회 등의 의견 수렴 결여 등도 지적했다.전체 방송 구도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뒷받침하는 ‘지상파지원법’의 인상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시청자단체에서는 현행 방송법의 모호성과 책임 소재의 불분명으로 4년간 소모적인 공방을 낳았다며 시청자주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청자 의견 반영 ▲간접광고·협찬고지 규제 강화 ▲방송위원 추천사유 공개 ▲시청자 영역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해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현행 방송법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관계 법령의 통합과 정비를 추진하되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특히 방송의 공익적 측면이 통신의 산업논리에 의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행 방송법은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지상파와 뉴미디어 방송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디어별로 규제를 차별화해야 한다.예컨대 사적 소유 구조이지만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는 SBS와 같은 상업방송에 대해서도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중앙행정기구이자 합의제 행정기구,독립규제위원회의 위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권한과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해 관련부처와의 쓸데없는 갈등과 마찰을 줄여야 할 것이다. 넷째,위성방송사업자(Sky Life)가 지난해부터 지상파방송사의 위성방송 재전송을 요구하고 있는데,재전송을 승인하면 지역방송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지역 민방의 생존 차원의 정체성과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다섯째,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 편성 조항과 시행령을 정비하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다.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시청자에게 방송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밖에 방송위원과 KBS이사회,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EBS사장 등 주요 공영방송 책임자 선임에 있어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도덕성 등이 검증될 수 있도록 추천 기준과 사유를 법제화해야 한다.
  • [실크로드를 가다] ①서역 가는 관문 ‘둔황’

    중국 시안(西安)에서 로마까지.일찍이 수많은 여행자들이 목숨을 걸고 다녔던 기나긴 이 길을 후세 사람들은 ‘실크로드’라고 부른다.이 길을 통해 교류된 문명의 씨앗은 동서에서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바닷길 발달 이후 쇠락했지만,당시의 눈부신 흔적은 지금도 전세계 여행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동서 문명 교류의 중심축인 실크로드를 ‘둔황’ ‘투루판·우루무치’ ‘카스’ 등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둔황(중국) 글·사진 임창용 특파원|‘성대하게 번성한다.’란 뜻을 지닌 둔황(敦煌)은 동서문화가 최초로 교류한 장소.시안을 출발해 현재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를 의미하는 서역(西域)으로 넘어가는 관문이었다. 둔황에 들어서니 도심 한복판 네거리에 서 있는 톈뉘상(天女像)이 불교예술의 도시임을 새삼 일깨워준다.둔황은 수·당시대에 전성기를 이루었다.이 때 동서의 승려들이 모여 화려한 불교예술을 꽃피웠다. 둔황에 온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500여개의 굴이 뚫려 있는 모가오쿠(莫高窟)·룽먼(龍門)·윈강(雲崗) 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며,중국 불교미술의 보고(寶庫)다.예전엔 굴 앞에 설치한 목조계단을 통해 굴을 드나들었다고 하는데,지금은 송대에 만든 것만 남아 있고 대부분 나중에 만든 콘크리트 계단이다. 모가오쿠는 지정된 가이드를 따라 허가된 곳만 구경할 수 있고 사진·비디오 촬영은 할 수 없다.개방된 굴은 모두 192개.그 중 시기별로 몇 개씩 돌아가며 관람을 허용한다. 한국의 기자를 맞이 한 자오쥔화(趙俊華·45) 둔황시장은 “불상과 벽화 훼손을 막기 위해 보다 엄격한 관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각 굴엔 통풍과 온도 조절장치까지 설치돼 있다.”고 말한다. 한국역사를 연구한다는 중국인 가이드 리신(李新·35)씨를 따라 나섰다.먼저 들어간 곳은 당나라 말기 만들어진 제17호 장징쿠(藏經窟).모가오쿠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00년 장경굴 내 벽에 숨겨져 있던 또하나의 굴(16호)에서 수많은 문서가 발견되고부터다.불교경전은 물론 천문·지리·문화·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문서가 발굴됐으며,신라 때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여기서 발견됐다. 한 두개도 아니고,수백개의 굴 모두에 이토록 다양한 불상과 벽화가 있다니!.입이 딱 벌어질 따름이다.이곳 석굴들은 20세기 들어 서양의 도굴꾼들에 의해 상당부분 훼손됐음에도 그 규모와 다양함,뛰어난 예술성 등으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입장료는 86위안.일부 굴은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 모가오쿠를 나와 서북쪽으로 20분쯤 가니 모래산이 끝없이 펼쳐진 밍사산(鳴沙山)이다.바람이 불면 모래가 춤추며 우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밍사산 입구에서 10분쯤 걸어서 들어가면 3000년 동안 마른 적이 없다는 샘 웨야취안(月牙泉)이 나온다.크기가 동서 약 220m,폭은 40m에 이른다.‘사르르 사르르’ 나는 모래 소리가 투명한 호수에 비친 누각과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낸다. 부드러운 촉감을 만끽하기 위해 맨발로 산에 오르려니 얼마 못가 숨이 턱턱 막히고,푹푹 빠지는 통에 더이상 오르기 어렵다.임시로 설치돼 있는 나무 계단으로 정상에 올랐는가 싶었는데,앞에 더 높은 산이 가로막는다.밍사산은 이렇게 모래산 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진다.그 길이와 폭은 각각 40㎞,20㎞. 계단을 통해 산을 내려가니,20위안을 내라고 한다.나무 계단을 이용했기 때문이란다.장삿속이 얄밉지만 어쩔 수 없는 일.밍사산에선 낙타 타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보통 몇 개의 모래산을 에둘러 돌아오는데,요금은 코스에 따라 20∼50위안이다.여행자를 태우고 길게 줄지어 가는 낙타들은 모래산과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예전 캐러밴들이 사막을 가로지르던 모습도 아마 이랬을 것이다. 시간이 허용한다면 둔황구청(敦煌古城)과 위먼관(玉門關)도 둘러볼 만하다.둔황구청은 송나라 때의 고성.둔황 시내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황량한 대지 위로 성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바로 둔황구청이다.1987년 중·일 합작영화를 찍기 위해 고성과 거리를 실물 그대로 재현했다. 위먼관은 흉노족으로부터 서역을 지키기 위해 한무제의 명령으로 지어진 둔황 서북쪽 관문.동서 길이 24m,남북 길이 26m,높이 9.7m의 흙벽 건축물이다.2000년 이상이흘렀음에도 흙벽에선 견고함이 느껴진다. sdargon@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한무제때 뚫려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한무제 때의 장군 장건(張騫)에서 유래를 찾는다.흉노족 정벌을 위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지나간 루트가 이후 실크로드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당시 장건은 시안을 출발해 둔황,투루판,우루무치,톈산(天山)산맥을 지나 인도방면으로 넘어갔다가 카스,쿤룬산맥,둔황을 거쳐 돌아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길을 따라 중국에선 비단을 유럽으로,유럽에선 향신료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를 중국에 전해주었다.특히 불교는 인도에서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에 전해진 뒤 한국·일본까지 전래됐다.루트를 따라 흩어져 있던 소수민족들은 문화융합에 큰 역할을 다해왔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실크로드엔 크고 작은 길이 무수히 많지만,주요 루트는 3개다.먼저 톈산산맥을 경계로 북과 남으로 나뉜다.북쪽길인 톈산북로(天山北路)는 둔황∼하미∼투루판∼우루무치∼카자흐스탄∼로마,남쪽길인 톈산남로는 투루판∼쿠처∼아커쑤∼카스∼파미르고원∼로마 코스다.나머지 하나는 타클라마칸 사막 남쪽의 시위남로(西域南路)로 둔황∼러우란∼허톈∼카스를 거쳐 톈산남로로 합류한다. ◆가이드 ●항공편 현재 실크로드 가는 길은 멀고 불편하다.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을 거쳐 우루무치나 둔황으로 가야 하기 때문.대기시간까지 합치면 오고 가는 데 이틀을 온전히 보내야 한다.그러나 중국 신장항공사가 오는 5월1일부터 인천∼우루무치 직항로에 주1회(목) 비행기를 띄워 실크로드 길이 한나절권으로 짧아진다.비행시간은 5시간 정도.직항노선은 10월 말까지 운영된다.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는 항공편(1시간30분)이 빠르나,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오아시스의 도시 투루판 등을 거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투루판엔 가오창구청과 훠옌산 등 세계적 유적들이 즐비하다.물론 투루판이나 하미에서 1박해야 한다.둔황 시내엔 철도역이 없고 2시간 떨어진 류위안에 둔황역이 있다.역에서 둔황까지 가는 미니버스가 자주 출발한다.시내는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먹거리 말로만 듣던낙타발 요리를 둔황에서 맛보자.모양은 도가니 수육 비슷한데 고소하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3성급 호텔 둔황빈관에서 코스요리 ‘둔황연’을 시키면 낙타발 요리를 비롯한 17가지 고급요리가 순서대로 나온다.값은 300위안(4만 5000원).상당히 비싸지만 한번쯤 호사를 부려볼 만하다. 모가오빈관의 쓰촨요리점에선 매운 닭고기 냄비(35위안)를 맛볼 수 있고,둔황 시내 사저우 바자르(시장)의 노점식당에서 양고기 꼬치구이나 만두,군고구마,조린 달걀 등을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다.10위안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둔황,투루판,카스 등 신장자치구 지역은 양고기 음식 일색.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고역을 치르기 쉽다.감수할 자신이 없다면 김치,고추장 등 밑반찬을 준비해가자. ●시차 및 환율,물가 한국보다 1시간 늦다.환율은 100위안에 1만 5500원.물가는 상당히 싸다.시장에서 실크 스카프 30위안,수공 동(銅)화병 20위안 정도.물건을 살 때 일단 3분의1 가격으로 후려쳐 깎은 가격으로 흥정을 시작해야 후회가 없다. ●숙박 및 여행상품 3성급 이하호텔만 있다.둔황빈관 ,둔황다주뎬이 비교적 고급스럽다.380위안부터.배낭여행자가 이용할 만한 호텔로는 페이톈빈관이 좋다.숙박료는 280위안.공동침실을 쓰면 침대 하나당 20∼30위안으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우림여행사가 5월1일부터 인천∼우루무치 직항편을 이용해 기존의 200만원대가 넘던 실크로드 상품가격을 50만원 정도 줄인 상품을 선보인다. 우루무치∼둔황∼하미∼투루판(6박8일) 129만원,우루무치∼이닝∼둔황∼하미∼투루판 149만원.실크로드상 중국 마지막 도시인 카스를 넣은 우루무치∼이닝∼카스 상품은 159만원이다.(02)771-8366.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1부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⑤ 정치개혁

    ◆권력구조 개편 한국의 대통령제는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파행적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이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내각제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이번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처음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기했고,노무현 당선자도 집권 2기에는 내각제에 가까운 분권형 대통령제를 운영할 것임을 밝혔다.최근에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 권력구조 문제는 당분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내각제보다 대통령제 선호 KSDC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5%가 대통령제를 선호했다.내각제를 선호하는 응답자는 20.7%에 불과했다.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는 과거 제2공화국 시절 내각제 운영의 실패 경험과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다는 만족감 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에 너무 커다란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을 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장단점 여론조사 결과보다 중요한 기준은 각각의 권력구조가 가져올 제도적 효과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분석이다.이론적 차원에서 내각제와 대통령제(순수 대통령제)간 차이의 핵심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 여부이다. 대통령제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구조적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반면,내각제는 두 곳의 긴밀한 연결과 융합을 강조한다.대통령제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구성원인 의원을 별도의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출하는 반면,내각제는 국민이 의원을 뽑으면 의회에서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행정부의 수반인 수상 혹은 총리를 선출한다.내각제에서는 자연스럽게 의회내 다수당(혹은 다수 연합)의 우두머리가 총리가 되며,다수당의 중진 의원들이 내각 구성원이 된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이론적 장점은 입법·행정간 권력의 철저한 분리와 상호 견제를 통한 독재의 예방이다.그러나 경험적으로는 분리와 견제가 실현되기보다는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대통령)의 일방적 통제에 의한 권위주의 정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내각제는 대통령제에 비해 운영하기 쉽다.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은 거의 보장되기 때문에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 높다.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만,내각제에서는 국정의 책임 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책임정치의 구현이 용이하다. 내각제의 또 다른 장점은 정당정치의 활성화다.대통령제는 대통령 개인에게 엄청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필연적으로 정당이라는 정치집단보다는 특정 정치인을 부각시킨다.내각제는 선거과정과 국정운영에 있어 정당과 정당의 정책을 강조하며,이는 자연스럽게 정당정치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KSDC 조사 결과,대통령제를 선호한 사람 중 53.2%가 현행 5년 단임제를 지지했다.4년중임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46.3%이다.이는 과거 20여년 동안 익숙해진 5년단임 대통령제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권형 대통령제 고려할만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대통령 직위는 유지한 채,의회에서 선출한 수상이나 총리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보다 현실성 있고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일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내각제로의 전면적인 변화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노 당선자가 언급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도입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다만 최근 인수위에서 언급하고 있는,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은 매우 불충분하다.총리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한 총리의 권한 강화는 제한적이고 형식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실현은 의회에서 독자적으로 선출된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대폭 이양할 때만이 가능하다.KSDC 조사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한 사람 중 이원집정제 성격이 강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지지는 59.9%로 나타났다.순수내각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36.7%로 다소 낮다. ◆초당적 정치개혁 목표 설정 정치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전환시키는 종합예술이다.한 사회의 정치수준은 바로 그 전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남북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동서갈등,세대갈등,계층갈등 등 갈등과 분열의 요소가 극대화돼 있는 상황이다.이대로 가서는 한국사회의 국제경쟁력은 급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정치가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먼저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과거 한국정치가 갈등과 분열적인 요소를 오히려 극대화시키고,무책임하며,국민을 경시해 왔다면,미래의 한국은 국민통합,책임,여론,국민존중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그럴 때만이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민주적 권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선거제도,정치자금제도,정당제도,의회제도 등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면서 각 부분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은 정치영역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에서 마음을 비우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의 모범사례를 만들자 1993년 뉴질랜드의 선거제도 개혁은 개혁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10년에 걸쳐 범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인내와 노력이 있었다.학계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랜 기간 영국식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 익숙해져 있는 유권자들이 좀더 복잡한 독일식 혼합형 비례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대한매일과 KSDC는 정치제도 개혁에 관한 두 차례의 기획특집을 통해 정치개혁의 7대 목표와 기준을 설정하고,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권력구조,선거,정당,국회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7대 목표는 ①권력의 분립과 분산 ②생산적 국회정립 ③정당간 경쟁의 공정성 ④정당 민주화와 원내정당화 ⑤선거공영제의 확립과 정치자금의 투명화 ⑥유권자의 효과적 참여보장 ⑦여성과 소수집단의 대표성 제고 등이다. ◆선거공영제의 조건 지난해 7월 중앙선관위가 선거공영제를 골자로 한 선거개혁 방안을 발표했을 때 여야 정치권은 ‘총론 찬성,각론 검토’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큰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선거공영제 법안의 처리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무산되면서 올해 다시 공론화될 상황이다. 선거공영제는 정치자금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것이다.정치권은 재정적 이익을 보지만 국가와 국민의 부담은 커진다.따라서 선거공영제의 확대는 정치권의 자성과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고 선거비용을 줄여 정치자금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때문에 선거공영제 확대는 정치자금법과 관련된 개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을 투명화하자 선거 때 각 정당에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은 선거공영제의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를 통해 후보자가 지출하는 선거운동 비용의 61.3%(16대 총선 지역구 후보 기준)를 국가가 보전하고 있다.선거보조금까지 합치면 실제 16대 총선 후보 1040명이 신고한 선거비용(약 655억원)의 99.9%를 이미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계산이 나온다.즉 선거보조금을 공영제 자금으로 전환하면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선거보조금을 폐지한 선관위의 의견은 올바르다. 정치자금의 법적 정의도 명확히 해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법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현행 정치자금법 제3조는 정치자금을 당비,후원금,보조금 등과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기타 물건’으로 정의한다.정치활동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에게 생활비를 보조하고 차를 사줘도 현행 정치자금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따라서 정치자금을 ‘정치인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제공되는 모든 금품’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비용을 포함한 모든 정치자금이 하나의 계좌를 통해 나가고 들어오게 하고 항상 수표를 사용하게 해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정치인에게 많은 돈을 주는 사람이나 정치인들이 공개를 꺼리는 것은 그만큼 순수한 돈 거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후원회의 소액 다수 모금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500만원으로 정한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집회를 통해 모금하는 후원회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운동 방법의 현대화 선거비용의 축소를 위해 인력 중심의 선거운동을 매스컴,인터넷,홍보물 위주의 선거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무엇보다 고비용·저효율 정치의 대명사인 정당연설회는 완전히 없애야 한다.정당연설회는 저질선동,인신공격,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고 16대 총선 당시법이 허용한 횟수의 50% 가량이 취소될 정도로 이미 비효율적이다. 선거에 임박해 정당활동과 의정보고회가 열리는 것도 전근대적이다.이는 정치불신을 자극하는 요소이자,막대한 선거자금이 소요되는 고비용 요소이다.신진과 기성 정치인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요소이자 선거공영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따라서 정당활동 금지기간을 선거개시일 60일 전으로 확대하자는 선관위 개정의견을 고려할 만하다. ●선거범죄를 엄벌하자 우리 국회의원들의 ‘진실성’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선거범죄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처벌이 선거공영제 확대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이러한 엄벌주의 모델의 핵심은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후보자의 법정 친족 등의 선거범죄가 중할 경우 그 책임을 후보자에게까지 물어 당선을 무효화하는 연좌제의 적용이다.현행 선거법 제 265조의 연좌제 규정을 강화하고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범죄를 확대하여 부정선거의 대가가 가혹하다는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선관위의 조사권을 확대하고 허위자료와 증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선거비용에 대한 실사가 정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선거비용 실사의 투명성,정확성,실효성 등이 선거공영제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것이다. ◆선거제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당선 후 처음 가진 국민과의 TV 토론에서 내년 총선후에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담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제를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줄 것을 정치권에 제안했다.즉,중대선거구제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대폭 도입해서 어느 지역도 한 정당이 70%든 80%든 그 이상 석권하지 못하는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다. KSDC 조사 결과,우리 국민들은 지역구에서 1명의 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응답자의 51.5%가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한 반면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 응답자는 40.3%에 그쳤다.우리 국민이 그만큼 익숙한 제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호남권에서만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가 48.2%로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의견(42.1%)을 앞서고 있다.노무현 당선자가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추진하는 데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압도적 우세를 보였던 호남권의 특성을 감안한다면,호남권에서도 중대선거구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비례대표 의원의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62.4%의 응답자가 “특정 정당이 특정지역의 의석을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여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제보다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대선을 통해 악화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역구와 비례구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가장 많은 35.8%가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다음으로는 28.7%가 중대선거구제와 지역비례대표를 선호한 반면,현행 선거구제(소선거제 + 전국구 비례대표)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20.1%였다.중대선거구제와 전국구 비례대표 방식은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이 15.3%로 가장 낮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혼합이 다수 여론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물론 국민여론이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할 수는 없지만,정치권이 국민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가 59.9%에 달해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적 호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273명이고 지역구 의석(227명)과 비례대표 의석(46명)의 비율은 5.5대1이다.46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로 배분하기에는 그 수가 지나치게 적다. 소선거구와 1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총 656명의 연방하원의 경우,지역구와 비례구 의석 비율이 1대1이다.일본의 경우,총 480석의 중의원 중 지역구(300명)와 11개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180명)간의 비율은 1.7대1이다.만약,우리나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한다면 제도의 효율성을 위해 비례대표 의석의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96년 총선에서는 299명이었는데 지난 2000년 총선에서는 273명으로 축소되었다.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24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로 계산하면 우리 국회의원 정수는 570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사실 의원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따라서,의원정수를 다소 늘려 나가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간의 비율을 최소한 2대1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8개 권역(서울,인천·경기,강원,충청,호남,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제주)으로 배분하는 선거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지방선거의 광역의회 비례대표의 경우,특정 지역에서 한 정당이 3분의2 이상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이 제도를 원용하여 특정 권역에서 특정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70%를 이상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권역별 비례대표 상한제’를 채택하여 2000년 총선시 정당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100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8개 권역으로 나누어 보면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민주당은 영남지역에서 21.4%(6석),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에서 4석(33.3%)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충청지역에서는 한나라당 3석(30%),민주당 3석(30%),자민련은 4석(40%)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의 경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1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2000년 총선 자료가 아니라 2002년 대선 자료를 사용하면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이와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의석을 확대하여 권역별로 배분하는 선거 제도를 채택할 경우,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지역 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방법은-소선거구제 혼합형 불가피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정략적 발상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당 차원의 뚜렷한 개혁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과반수 의석을 가진 원내 제1당으로서 현행 선거제도의 유지에 무게를 두겠지만,한나라당역시 정치개혁의 큰 흐름과 목표를 부정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또 현행 전국구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한 현실임을 감안할 때,결국 한나라당도 중대선거구제와 경쟁하는 제도적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국민통합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제도적 목표와 여야의 현실적 입장을 고려할 때,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면서 전국구제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는 방안이다.현역 의원들이 타협적 대안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1인2표제’ 혼합형의 최대 장점이라는 것을 특별히 상기할 만하다. 1인2표제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효과적 참여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대안이기도 하다.1인2표제 혼합형 선거제도는 현역 의원들의 선호와 소선거구제에 익숙한 국민정서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소선거구제와 비례제의 단점을 결합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우리 정치현실에서는 지역구의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높이는 장점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최소한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중도적 안전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식이냐 일본식이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독일식 연동 혼합형이냐,일본식 산술 혼합형이냐에 따라 제도적 효과는 달라진다.독일식 연동형은 특정 정당 A가 전국에서 얻은 정당투표율에 비례해 A정당의 총 의석수를 결정하고,다시 A정당의 권역별 득표수에 따라 권역별 의석을 배분한다.이렇게 해서 만약 갑이라는 권역에서 A정당이 총 15석을 배정받고 갑 권역내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A정당이 8석을 획득했다고 가정할 경우,A정당의 갑 권역 정당명부에서는 7번(15석-8석) 순위까지 당선된다. 반면 일본식 산술 혼합형은 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분받는 단순한 방식이다.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비례의석수와 소선거구에서 얻은 지역구의석을 합산하면 각 정당의 총의석수가 된다.만약 A정당이 갑 권역내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8석을 얻고 갑 권역 비례명부에서 5번 순위까지 당선시켰다면,A정당은 갑 권역에서 총 13석(8석+5석)을 얻는 결과가 된다. 독일식은 다소 복잡한 의석 배분방식이지만 전국적인 정당투표율에 따라 정당의 의석률을 정하기 때문에 투표율과 의석률의 비례성이 매우 높은 제도이고,일본식은 단순한 대신 소선거구제의 낮은 비례성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에 그친다.따라서 비례성이 높은 독일식에서는 소정당과 소수 그룹에 유리한 제도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반면,일본식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정수 그대로 둘 것인가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독일식과 일본식에 대한 선택 이외에도 두 가지 중요한 선택이 필요하다.우선 현재 227명의 지역구 의원과 46명의 전국구 의원을 합쳐 273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둘 것이냐 아니면 비례대표 의원수가 늘어나는 만큼 의원수를 늘리느냐는 문제가 있다.독일식을 도입할 경우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의원수를 50:50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현행 소선거구수를 대폭 줄이거나 의원수를 늘리는 선택이 불가피하다. 일본식의 경우에도일정 수준 이상의 비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의원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사실 우리나라는 의원수가 적은 편에 속하지만 우리 국민정서가 의원수 증원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273명 국회의원들에게 지출되는 예산의 총액을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의원 1인당 지출을 줄여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대안일 것이다. ●공천방식의 민주화 선행돼야 다음은 공천방식의 선택이다.명부식 비례제의 도입을 비판하는 견해들은 대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후보를 공천하느냐는 부분에 초점을 둔다.또 우리 정당이 보스 중심의 비민주적 사당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에 공천 문제에 대한 비판이 특별히 설득력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야의 정당개혁이 정당의 민주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방식의 구체적 골격이 마련될 전망이다.따라서 권역별 비례제의 공천 역시 상향식 공천의 틀에서 민주성 요건을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획의도 및 필진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는 ‘수평사회를 만들자’란 연중 기획의 첫 시리즈로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를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보도하고 있습니다.이번 다섯번째 주제는 ‘정치개혁’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KSDC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전국의 만20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입니다. 이번 기획물의 대표집필진은 이남영 숙명여대 정치학과 교수(KSDC 소장)와 김형준 명지대 객원교수(KSDC 부소장),안순철 단국대 정외과 교수,김욱 배재대 정외과 교수입니다.
  • 中자금성 ‘투란도트’ 화려한 서울 나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오페라는 많다.최고의 출연진을 자랑하며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오페라 공연도 적지 않다.그러나 오페라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큰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을 들라면 ‘투란도트’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유럽에서 가장 빈번하게 공연되는 인기 레퍼토리의 하나이다.그러나 ‘투란도트’가 비로소 가치를 발한 곳은 본고장이 아니라,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이었다.불과 4년전의 일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모가 피렌체 오페라극장의 초청을 받아 처음 ‘투란도트’를 연출한 것은 1997년이었다.중국을 소재로 한 오페라의 연출을 실력이 검증된 중국인 영화감독에게 맡긴다는 피렌체극장의 아이디어는멋들어지게 성공을 거두었다. 1998년 9월 주빈 메타의 지휘로 이루어진 자금성 공연은 피렌체의 성공을바탕으로 ‘동서양의 융합’이라는 아이디어를 더욱 진전시킨 결과였다. 전설 속의 중국 궁전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를 그대로 명·청의 왕궁에서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1000여명이 출연하고,210억원이 제작비로 투입됐다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1200달러(140여만원)나 되는 관람료에도 8회 공연의 표가 모두 팔린 것도 기록이었다.첫날 공연이 끝나자 3500명의 관람객은 8분 동안이나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자금성의 투란도트’는 곧바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푸치니의 미완성오페라가 완벽한 모습으로 다시 탄생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푸치니는 3막의 마지막 이중창을 완성시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나머지는 제자 프랑크 알파노가 완성했다. ‘자금성의 투란도트’는 1999년 제작과정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여세를 몰아 2000년에는 일본 NHK홀에서 4차례 공연되어 입장수입 200억원이라는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푸치니와 장이모의 합작오페라가 내년 4월15일부터 20일까지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된다.자금성을 연상케하는 높이 25m,길이 80m의 초대형 세트가 만들어진다.1500여벌에 이르는 의상과 각종 소품은 중국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이 공연은 한국 오페라 역사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남길 것 같다.먼저 한국오페라 공연 사상 가장 많은 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3만명이 관람하는가운데 축구경기장에서 오페라가 열리는 것도 처음이 될 것이다. 한국공연에서는 600여명이 출연한다.6관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140명,합창단이 160명,무용단이 60명 등이다.이밖에 제작스태프만 해도 400여명이 동원될 것이라고 한다. 공연을 주관하는 한강오페라단과 한전아츠풀센터는 한국과 중국·이탈리아를 순회하며 출연진에 대한 오디션을 이미 끝냈다.투란도트 역은 소프라노마리아 드라고니와 데마이오 카프릴로,칼라프 역은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와 알베르토 쿠피도 등 이탈리아 출신들로 주역을 구성했다.한국인은 함부르크오페라에서 활약하는 베이스 양희준이 티무르역을 맡은 것이 유일하다. 장이모 감독과 지휘를 맡을 이탈리아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칼라프역의테너 쿠피도는 23일 서울 소피텔 앰버서더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겸한 기자회견을 가졌다.이들은 “서울공연이 자금성보다 화려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동철기자 dcsuh@ ◆연출자 장 이 모 감독 “오늘 공연장으로 예정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둘러보았습니다.자금성에서의 공연 수준을 이곳에서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자금성 공연을 연출한 장이모(51) 감독은 서울공연을 앞두고 “상암경기장은 월드컵 대회를 통하여 한국인들을 빛나게 한 의미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장 감독은 이날 특유의 무뚝뚝해보이는 표정에 평소의 굵직하고 느릿느릿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서울 공연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데는 추호의 의심도 없는 듯 자신만만했다. 그는 “한국·중국·이탈리아 세 나라 사람이 모여 어떻게 조화를 이루겠느냐.”는 중국기자의 질문에 “이탈리아와 중국에,이번에는 한국문화까지 결합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세 가지를 조화시켜 4년 전 자금성 때의 공연수준을 넘어서는 ‘투란도트’를 보여주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장 감독은 “큰 공연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하지 않겠느냐.”는우려에는 “한국 사람들은 뭐든지 빨리빨리하는 만큼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좋은 ‘품질’의 공연이 나오도록 한국 스태프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 인간복제 징역10년

    인간복제를 시도할 경우 징역 10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과학기술부는 인간복제를 막고 줄기세포연구의 허용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간복제금지 및 줄기세포연구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고 18일 밝혔다. 과기부는 인간복제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을 막기 위해 과기부장관에게 ‘자료제출명령', ‘현장검사 및 시료채취' 등의 권한을 부여했으며,이를 어길 경우 연구자에게 징역 10년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과기부는 그러나 법적으로 금지될 예정이던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한 배아복제 및 이종간 교잡연구의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생명과학윤리·안전위원회’의 심의자문을 거치도록 해 허용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복지부도 인간복제를 금지하되 체세포와 핵융합연구시 국가생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중복입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지난 15일 생명윤리 관련 공청회를 통해 체세포 배아복제 및 종간 교잡 금지 방침을 밝혔으나 법안에는 심의를 거치도록 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기부 및 복지부가 별도로 총리실에 제출한 법안은 국무조정실의 조정작업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함혜리기자 lotus@
  • [씨줄날줄] ‘不死 인간’

    인간복제에의 끈질긴 집념으로 유명한 미국의 클로네이드사가 비밀리에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했고,이 회사에 10명의 한국인이 인간복제를 신청했다고 한다.클로네이드 대표 클로드 라엘은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종교집단을 만든 사람인데 지난해 방한,한국이 인간복제를 실행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열 명의 한국인은 어떤 마음에서 인간복제를 신청했을까.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출생시키는) 인간복제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똑같은 물건을 기계로 대량 찍어내듯 같은 사람을 줄줄이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인간복제는 이를 막는 윤리적·법적 금제에 걸려 아무도 시행해 보지는 못했지만(최소한 공식적으로) 이것이 사라지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1997년 복제 양 돌리 탄생으로 동물복제는 성공했다.지난해 11월 체세포를 통한 인간 배아(胚芽)복제가 성공했다는 뉴스로 세계가 떠들썩했다.수정후 14일 미만의 수정란을 배아라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불임 부부들의 시험관 임신 시술때 나오는 냉동 수정란을 녹여 복제하는 데 그쳤다.복제라기보다는 자궁 밖에서 일정 기간 배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미국 ACT사가 최초로 성공한 체세포 핵이식법 배아복제는 성숙한 체세포를 핵 제거 난자와 융합시킨 것으로 완벽한 인간배아 복제다.복제 양 돌리를 만들 때 사용한 방법으로,개인의 혈액이나 살점에서 체세포를 떼어내 복제한 만큼 체세포 핵을 제공한 사람과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이 회사는 당시 6개 세포단계로 분열시키는 선까지만 배아복제를 실시했다.배아가 세포분열을 지속하면 줄기세포가 되는데 이 세포는 210여개의 장기로 자라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복제된 배아를 실험실에서 계속 배양해 장기로 키우지 않고,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말 그대로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모든 연구가 이 선에서 그치고 있다.그러나 계속했다고 해도 이 인간복제에서 나온 인간은 나와 똑같이 생겼을 수는 있지만,결코 똑같은 인격을 가진 개체일 수는 없다.그것은 ‘마음’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정보가 동일한 또 다른 개체를 만드는 데 그친다. 즉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만드는 편법이지, 결코 내가 영원히 사는 불사의 비법은 아닌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제1부 (1)군도 성역일 수 없다

    ▲제1부 이곳이 부패 취약분야 (1)군도 성역일 수 없다. 군 관련 정보는 그동안 국가안보라는 명분하에 철저히 베일에 싸여왔다.이 때문에 부패의 여지가 많았고 그만큼 내부고발도 많았던 분야이다.지난 92년 이지문 중위의 군대 비민주적 부재자 투표 고발과 지난해 차원양(車元洋)소장의 군인사 비리 관련 공익제보,이밖에 백두사업,전자전 장비 보강등에 대한 익명의 공익제보들이 이어지고 있다.그 결과 국민혈세 낭비 사실 등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진실은 국민들 눈앞에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의 잡음] 오는 9일 차세대 전투기(FX)기종 선정 1단계 평가가 마무리된다.그러나 평가방식과 절차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또 하나의 공익제보’가 기대되는 부문이다. 차기 전투기 40대를 사들이는 이번 입찰에는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인 유러파이터의 타이푼과 프랑스의 라팔,미국의 F-15K,러시아의 SU-35 등 4개 기종이 참여했다.지난달 미국 부시 대통령 방한 주요 목적중 하나가 한국에 F-15K의 구매압력행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기종이 가장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익제보로 드러난 군전력 증강사업 관련 비리]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집권 말기에 계약이 체결된 백두사업과 금강사업,전자전 장비사업 등 8대 사업에 던져지는 의혹의 눈길은여전히 뜨겁다.군전력 증강사업은 거액의 국방 예산이 소요됨에도 국민들에게는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의사결정 및사업추진의 과정이 투명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K1전차 포수조준경 관련 부품인 볼트를 국제시세(3. 92달러)의 6배가 넘는 개당 25달러에 구입했다.이같은 사실은 지난 99년 한 익명의 공익제보자의 고발에 의해 알려졌다.국방부는 대통령선거 직적인 지난 97년에 인도네시아산 중형수송기인 CN-235기 도입계약을 서둘러 체결하고 3500만 달러를 선금으로 지불했다.4년이 흐른 지금까지 CN-235기는 한대도 들어오지 않았고 계약금 환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백두사업의 ‘린다 김 로비사건’은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과 황명수 국회 국방위원장등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미모의 로비스트에게 놀아나며 구매결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음을 보여준다. [인사비리 폭로] 차원양 전 소장은 지난해 9월 “육군의 진급인사가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글을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렸다.국방부는 차소장을 보직해임시키는 중징계를 내려 불명예 전역을 시켰다.시민단체들은이에 대해 군의 발전과 개혁을 요구하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고 있다. [국방행정도 투명화해야] 국가안보를 이유로 폐쇄적인 국방행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지난 2000년 ‘린다 김 로비사건’에서 드러났듯 모든 로비스트들이 뻔히 알고 있는 내용조차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오광진(吳光鎭) 간사는 “막대한 세금이 소요되는전력증강사업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알 권리,감시할 권리를막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투명한 국방행정을 위해서는 ▲자의적으로 작성·운영되고 있는 ‘대외비’ 분류기준 및 보안업무규정을 합리적으로 고칠 것 ▲일정규모 이상의 예산이드는 국방계약의 결정 과정에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부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것 ▲밀실로비를 막을 수 있도록 ‘로비스트 등록법’을 제정할 것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佛라팔 1차평가 최우수.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사업과 관련,프랑스의 라팔이 공군시험평가단의 1차 평가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음으로써 공군 조종사들이 원하는 기종은 첨단의 라팔인 것으로 드러났다. 30년 전인 72년 이미 첫 비행을 시작한 미국의 F-15는 ‘구식’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라팔은 5개 평가항목 중에서 공중작전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일반 성능면에서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의 유러파이터와 함께 ‘우수-’를 받았다.반면 미국의 F-15와 러시아의 Su-35는‘보통+’로 평가됐다. 무장능력과 항공전자 장비는 라팔만이 ‘우수-’를 받았고나머지 3개 기종은 ‘보통+’에 그쳤다.기체에 대한 신뢰성·가용성·정비성에서도 라팔은 ‘우수’를 받았으나 유러파이터와 F-15는 ‘우수-’로 평가됐다.군수지원 체계인전력화 지원요소 등에서는 라팔과 F-15가 나란히 ‘우수’,유러파이터가 ‘보통’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은 공군 교범에 따라 우선 ‘우수’ ‘보통’ ‘미흡’ 등 3단계 점수를 부여한 뒤,이를 다시 ‘상(+)’‘중(0)’‘하(-)’로 구분해 모두 9단계로 평가했다. 공군평가단은 특히 F-15에 대해 “전체적인 외형과 공대지중무장 상태가 상대적으로 커서 레이더 피(被)탐지율이 높은 데다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융합 기능이 없어 상황 판단을위한 조종사의 작업량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조종사와 정비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공군평가단은 2000년8월부터 12월까지 4개국을 돌며 전투기 성능 등을 평가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번에 임무수행능력(가중치 34.55%) 분야를 주로 다뤘다. 현재 나머지 ▲수명주기비용(35.33%) ▲군 운용 적합성(18. 13%) ▲기술이전 계약조건(11.99%) 등 3개 항목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다른 3개 기관이 각각 평가중이며,4개 항목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합산해 기종별로 종합평가한다.이때기종간의 점수차가오차범위(3%) 이내면 다시 한·미 연합방위능력 등을 고려한 2차 평가가 실시된다. 한편 라팔은 지난 2월초 마감한 국방부와의 최종 가격협상에서 41억달러(약 5조 3000억원)을 제시해 F-15의 44억 5000달러,유러파이터의 51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운기자 kkwoon@
  • [IT 빅뱅 긴급점검] (1)통신시장 재편

    정보기술(IT)업계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파워콤 민영화 등으로 국내 통신시장이 빅뱅(big bang·대폭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있다.세계 IT시장도 경기침체로 위기에 처해 한국이 IT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IT산업의 현주소를긴급 점검해본다. 국내 통신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올초 ‘통신 3강체제’개편을 선언한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짜맞추기에 그칠 지,화학적 융합을 통한 체질강화로 이어질지미지수다. ■3강체제 윤곽= 정통부가 구상하는 3강체제의 중심은 LG텔레콤이다.LG텔레콤이 하나로통신과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동기식(미국식)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3강체제가 가닥이 잡혔다.파워콤,두루넷,데이콤도 참여키로 해 제3의 통신사업자군에 편입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유선 철수’를 선언했다.이로써 무선통신의 최강자인 SK텔레콤,KTF와 KT아이컴을 거느린 유·무선의 한국통신그룹,유선의 후발사업자들과 연대한 무선의LG텔레콤 등 3각체제가 정리됐다. ■3강이냐,2강1중이냐= LG텔레콤은 동기식 사업권을 사실상확보하면서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정통부가 비동기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차별적으로 규제하는‘비대칭 규제’로 견제하면서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LG텔레콤은 동기식 컨소시엄에 참여한 1,200여개사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했다.676개의 SK텔레콤,640여개의 한국통신보다 유리하다.IMT-2000 서비스에서 한발 앞선 무선데이터 서비스 능력을 앞세워 ‘빅3’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LG텔레콤이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한국통신은 시내와 시외전화에서 99.5%와 83.8%라는 독점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또 국제전화 47.6%,초고속인터넷 44.7%,이동전화 27.5% 등 막강한 유무선 사업자다.SK텔레콤은 지난달 말 현재 SK신세기통신과합쳐 1,396만5,000여명의 이동전화 가입자(시장 점유율 49. 75%)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전화업계의 최강자다. ■지분구조 빅뱅= 정부는지난달 28일 보유중인 한국통신 지분 중 17.78%를 해외 주식예탁증서(ADR)로 전량 매각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31.13%(국내 매각분)도 팔아야 한다. SK텔레콤 역시 보유 중인 하나로통신 지분 6.12%를 매각한다.데이콤도 하나로통신 지분 7,48% 매각을 검토 중이다. 민영화를 앞둔 파워콤 지분매각도 변수다.한국전력이 보유한 지분 중 매각할 30%를 둘러싸고 인수경쟁이 치열하다.하나로통신이 국내외 업체들로 컨소시엄을 구성,전량 매수하겠다고 선언했다.LG텔레콤도 10%를 인수키로 했고 소프트뱅크,두루넷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초고속 인터넷업체인 드림라인을 인수하기위해 다음주부터 실사에 들어간다.SK텔레콤이 철수하는 ‘싱크로드’도 인수할 계획이다. ■이제 막 걸음마= 사업자들간에는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종연횡의 성공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게다가 ‘제3강’에 편입될 후발사업자들은 대부분 약체다.약체들의 짝짓기만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하나로통신은 파워콤 지분인수를 추진 중이나 경영권 문제등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되는 데다 절차 등이워낙 복잡해 컨소시엄 구성전망 조차 불투명하다.모회사인한국전력이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인수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편에선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시장원리를 왜곡시킬 수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대출기자 dc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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