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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언론법 여론 독과점 허용해선 안된다

    여야는 언론법을 100일의 사회적 논의를 거쳐 표결처리하기로 그제 합의했다. 언론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일어난 것은 한나라당이 제안한 방송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여론의 독과점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었다. 여야 합의로 파국을 막은 것은 다행이나 언론법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재벌과 보수 언론에 방송을 줌으로써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이다. 개정될 언론법은 여론의 독과점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여론의 다양성을 기초로 성립한다. 이는 현대사를 통해 절절이 입증되어 온 교훈이다.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회기 중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물러선 것은 작은 진전이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아직도 재벌이 종합편성이나 보도전문 뉴스채널에 진출할 길이 열려 있으며, 신문사 특히 보수 신문은 지상파 방송도 지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자본과 권력의 지배를 받거나 지배하는 언론이 여론 시장을 좌우하면 소수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태롭게 될 것이 틀림없다. 헌법재판소가 2006년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일간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미디어 수단이므로 이 두 수단의 융합은 언론의 다양성 보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고 지적한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 한다. 사회적 논의가 의미 있으려면 여야가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참고만 한다.”느니 “자문만 하면 된다.”면서 그 의미를 격하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야 모두 사회적 논의기구의 활동을 국민 여론 수렴의 좋은 기회로 삼기 바란다.
  • [열린세상] 새 경제팀 달라야 한다/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총장

    [열린세상] 새 경제팀 달라야 한다/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총장

    새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새 경제팀의 수장인 윤증현 장관은 뚝심 있게 원칙을 지키고 오랜 경험과 강한 추진력을 가진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난 경제팀의 잘못을 과감히 시정하고 올바른 정책을 신속하게 펴서 경제흐름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경제팀은 100일 액션플랜을 추진 중이다. 재정지출효과 극대화, 서비스산업 선진화, 민간투자활성화 등 세 가지이다. 재정지출효과의 극대화는 경기부양 효과가 직접적인 재정지출의 속도를 높여서 경제회복 효과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방송통신, 광고, 컨설팅 등의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민간투자활성화는 민간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자금 지원, 수도권 규제완화, 세금혜택 등 가능한 모든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플랜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실업대란이 일고 있는 위기상태에서 경기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적절한 대책이다. 그러나 위기를 일단 극복하자는 응급조치이지 부실한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신산업을 수혈하는 새 정책기조는 아니다. 따라서 정책이 소진되면 경제가 더 심각한 위기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새 경제팀은 경제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답부터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지난 경제팀의 잘못이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 명확히 답해야 한다. 경제정책기조를 그대로 둔 채 영혼 없는 충성자로 역할만 한다면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지고 경제는 다시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에 빠진다. 윤증현 장관은 환란 때 금융정책실 책임자였다. 당시 정부가 왜 환란을 방치했으며, 왜 막지 못했는가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고 이번 금융위기를 해결한다고 한다면 국민은 안도 대신 불안을 느낀다. 더 나아가 윤증현 장관의 과거 행적은 관치금융을 주도했던 직책을 많이 맡았다. 관치주의자인지 시장주의자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니면 정치논리에 따라 잘못된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다음, 새 경제팀은 경제흐름을 올바르게 진단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금융과 실물이 맞물려서 주저앉는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 이를 감안하여 실효성 있는 위기극복대책을 내놔야 한다. 강만수 경제팀은 지난 한해 경제위기 극복대책을 무려 73건이나 내놓았다. 필요한 자금 투입도 39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돈은 안 돌고 경제는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들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실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으로 바꿔야 한다. 한편, 경제정책은 속도전이 능사는 아니다.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과 신중히 해야 할 것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규제혁파, 공공부문 개혁, 구조조정 등은 관련자들의 이해를 떠나 신속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과 그린벨트 규제완화, 비정규직 기간 폐지, 방송통신 융합 등 국론이 분열되어 있는 정책들은 여론을 수렴하여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급하고 답답하다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이면 경제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릴 수 있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심리적 반전이다. 경제가 극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태에서 새 경제팀이 경제살리기 청사진을 다시 제시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 경제의 주체인 국민들은 하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앞을 다투어 따라나선다. 따라서 급할수록 느리게 가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 경제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보여준 것과 같이 적의 화살로 적을 이기는 새로운 발상의 전략을 펴야 한다. 또한 국민에게 미래를 여는 희망을 불어넣어 사기를 드높이고 우리 민족의 무한저력에 불을 붙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총장
  •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한국이 가장 먼저 경제위기 극복할 것”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한국이 가장 먼저 경제위기 극복할 것”

    ● 박근혜 前 대표도 위기땐 협력할 것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분야의 화두로 올린 것은 방송법 개정이었다. 이 대통령이 원탁대화를 통해 방송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함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방송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패널들의 질문에 “세계는 미디어 융합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무궁무진한 기술력이 생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 “IPTV만 봐도 5년 전엔 우리가 먼저 시작했지만 법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유럽 후발기업이 앞서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시간이 없다.”, “급한 문제다.”라고 강조하며 정치권을 향해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법 개정이 ‘방송 장악을 위한 의도’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이 악법으로 몰아치지만 민주화된 시대에 어느 정권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무조건 반대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면 어쩌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방송을 소유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비판논조가 흐려진다든지 위험이 예상될 경우 지분소유가 가능한 수치를 더 낮게 하는 등 대화로 풀면 될 문제”라며 야당의 저지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집권 2년차 내각 인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인사의 핵심은 누가 적임자고 일을 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인사문제에 대한 지적을 다 감안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번 인사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탕평인사에 빗대 비판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이 입각해서 일이 되겠나.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미국 수준이었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2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오찬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알려진 만큼 서먹한 관계가 아니다.”면서 “박 전 대표도 정치하는 분이니까 위기 때 협력하는 자세를 취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압박으로도 들린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삐라 뿌려서 북한 자극 할 필요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초강경 성명 발표 등 경색된 남북 관계와 관련, “북한이 근래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며 “앞으로 남북통일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지만 60년 분단 중 정상화를 위해 1년 경색된 것은 있을 만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균형을 잡아 정당하게 출발해야 깨지지 않고 결과가 좋다.”면서 “대한민국이 열린 마음으로 북한에 애정이 있다는 것을 북한이 이해해 주길 기대하며 오래지 않아 남북관계 협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한국이야말로 북한을 생각하고 애정을 갖고 도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가 막연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으며 조만간 대화의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남북관계 경색 해소를 위한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이 대통령은 “특사를 보내는 시기도 봐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제기된 특사 파견론을 당장 수용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현 단계에서는 특사를 보낼 실익이 별로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북에 삐라(전단)를 뿌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가능하면 하지 않도록 강하게 건의하고 있으며 사소한 문제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통미봉남’과 관련, 이 대통령은 “한·미간 신뢰가 없을 때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면서 “(미국과의) 신뢰가 회복됐고 동맹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남북문제, 동북아 평화문제는 반드시 한국과 협의해서 하겠다.’고 했다.”면서 “한국이 역할을 크게 해주길 바란다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인책부터 한다면 공직자 일하겠나 이명박 대통령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원인규명이 우선돼야 한다. 정치적으로 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에 대해선 “앞뒤 가리지 않고 인책부터 한다면 어떤 공직자들이 일을 하겠냐.”면서 “(우선)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용산 사건은 잘잘못을 떠나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발방지를 위해선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의 갈등을 해결할 합의기구 신설이란 카드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10~15%의 세입자들은 늘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면서 “당사자끼리 해결하려니 폭력단체나 조직에 의존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용산 참사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사과 요구는 일축하고, 정당한 법집행이었음을 강조했다.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는 “법을 위반하는 사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경찰을 앞뒤 가리지 않고 징계한다면, (경찰이)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내정자의 거취에 대해선 “이전 장관들이 (임기를) 6개월도 채우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해 내정 철회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복지예산이 줄었다는 패널의 지적에 대해선 “일자리를 만들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며 ‘일하는 복지’를 강조했다. 교육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나친 평준화를 지양하고 교육의 다양화를 꾀하겠다고 답했다. “자립형 사립고를 늘리고 입학생의 30%를 소외계층에서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면서 “농어촌 학교에 기숙사 시설을 지어주는 등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를 끊겠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나눔의 문화 확산 부자들이 돈 써야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경제위기와 관련, “올해는 작년보다 어려워질 수 있고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지만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IMF나 세계은행은 한국이 가장 먼저 4.2% 이상으로 가장 높게 경제를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우리도 이것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지만 자신감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또 4대강 살리기 사업 논란과 관련,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의 일도 해야 하고 미래의 기회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4대강 정비 사업이 지금 당장은 토목 사업으로 (일용직 등의) 급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만 다 만들어진 다음에는 관광 스포츠 레저 등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은 생태계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수질 개선을 위해 매년 5조 2000억원을 쓰는데 5년이면 25조원이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14조원을 투입하면 이 예산이 대폭 줄고 그 강에 대해서는 기후 변화에 대비가 되고,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수질을 높일 수 있으며 지역균형발전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 실업과 관련,“올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이에게 도전하라고 하고 싶다.”면서 “지방에도 가고 중소기업에 가서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면서 “서울대를 나와 직장을 못 구한 사람에게 지방 중소기업에서 일하라고 하면 안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인턴 자리를 7만~8만명까지 뽑게 될 것”이라면서 “녹색산업 등 신성장 동력에서 젊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만들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 대책과 관련,“정부 힘으로 다 막을 수 없는 만큼 종교단체나 기업에서 나눔의 문화가 확산돼야 하지 않을까 부탁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있는 사람은 평소처럼 돈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구조조정 정책과 관련, “외환위기 때는 부도나 죽은 기업이 많아 쉽게 판단이 됐고 그래서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했으나 지금은 살아 있어도 어려운 기업들이 많고 이들을 평가하고 있어 구조조정 작업이 만만하지 않다.”면서 “(구조조정을) 앞으로 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속도를 내고 냉정하고 과감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패널 송곳질문에 조목조목 반박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밤 10시부터 10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시종 여유만만하게, 간혹 미소를 띠며 패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일부 패널의 ‘송곳 질문’에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행사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용산 참사와 미디어 관련법, 경제정책 등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 특유의 다변(多辯)을 쏟아냈다. 조국 서울대 법학부 교수,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탤런트 박상원씨 등 4명의 패널과 원탁에서 이뤄진 대화는 당초 경제활성화와 국민통합의 큰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북한 조평통의 남북합의 파기 선언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가 첫 주제로 올랐다.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대화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감안, 경제활성화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당초 예정된 90분을 10분 정도 넘긴 대화 가운데 경제활성화에 40분 남짓의 시간이 배분됐다. 이 대통령도 자신의 전공으로 자처하는 경제 분야의 질의 응답에서 제스처를 써가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녹색뉴딜 사업, 부동산 규제완화, 고용문제, 지방경제 살리기 등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 인식 차이를 의식한 듯 정책을 설명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용산 참사 문제에 대한 패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한 국가가 질서를 잡으려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법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기회는 만드는 사람에게 있다.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본다.”면서 “국민들도 신뢰를 가지고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또 여권의 중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정치인들은 길거리에 나갈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토론해서 결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9시10분쯤 목동 SBS 사옥에 도착, 영접 나온 윤세영 SBS 회장 등과 인사를 나눈 뒤 바로 6층 스튜디오로 이동해 사회자·패널들과 환담을 나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 김인종 경호처장, 이동관 대변인 등이 수행했다. 스튜디오에서는 시민토론단 30여명이 대화를 지켜봤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뉴스 다큐 시선] 서커스를 통해 본 세상

    [뉴스 다큐 시선] 서커스를 통해 본 세상

    세상은 서커스다. 반토막난 펀드, 문자메시지로 전해진 해고통지서, 아이 신발값이 없어 자살한 어머니…. 서커스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일어난다. 오히려 진짜 서커스는 세상의 아픔을 잊게 하는 작은 몸짓이다. 사람들은 유행이 한참 지난 서커스를 보면서 힘겨운 세상을 잠시라도 잊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커스단 동춘서커스의 단원들은 물었다. 얼굴을 순식간에 바꾸는 기술인 ‘변검’을 하는 우리의 얼굴이 더 빨리 변하는가, 아니면 위정자들의 얼굴이 더 쉽게 변하는가. 우리의 외발자전거타기가 위태로운가, 불황 속을 걸어가는 서민들의 삶이 더 위태로운가. 지난 11일 동춘서커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충남 천안시 신당동의 한 마트 옆 공터에 높이 17m의 천막이 드리워졌다. 낡은 비닐을 몇 장 들추고 들어가자 서커스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멈춰선 듯한 무대는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단절돼 있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노인들과 아이들이 별천지로 들어왔다. 마트에서 5000원짜리 할인권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성인 1만 5000원·아동 1만원이라는 가격표는 그저 표일뿐 가격은 아니었다. 빨간 플라스틱 의자 145개 사이로 세 대의 전기난로와 드럼통으로 만든 석탄난로 한 대가 안간힘을 썼지만 영하 10도의 찬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0여명의 관객들은 난로 주위로 몰려들었다. ●서커스에서 찾는 추억들 공연이 시작되자 단원들의 열연에 추위는 점점 녹았다. 할아버지의 마술쇼를 시작으로 접시돌리기·외발자전거·공중그네까지 1시간반짜리 공연은 쉴새 없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원통 위에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맘보’ 곡예를 보면서 “어~어!”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공중그네를 타는 곡예사는 작은 몸짓으로도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의자로 탑을 세운 뒤 8m 높이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의자탑’이 완성되자 관객들은 마냥 기뻐했다. 서커스발레는 흡사 동서양 문화융합처럼 느껴졌고, 남사당 줄타기는 지금이 조선시대인가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들은 넋을 놓은 채 탄성을 질렀고 어른들은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길완기(41·회사원)씨는 “천안 거래처에 다녀오다가 들렀는데, 초등학교 때가 생각난다.”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면 표를 못 구해 천막 틈으로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짜여진 영화보다 때론 실수를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 맡은 역할을 계속하는 서커스가 우리네 인생과 더 닮았지요.” 손선심(58·여)씨는 “어릴 적 강원도 동해 묵호읍 부곡마을에 살 때 서커스단이 오면 단막극을 못볼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이상일(58)씨는 “중국에서 본 서커스에 비해 짜임새나 기술 모두 뒤질 게 없는데 시설이 너무 안 좋다.”고 착잡해했다. 외국인 영어교사 에릭커스(34)씨는 “열정적인 남성 아크로바틱팀이 인상적이었는데 한국의 서커스가 명맥을 잃고 사라져 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은 서커스단은 동춘서커스·한국곡예예술단·서울아트서커스 세곳뿐이다. ●“관객과 통하고 싶다” 무대 뒤에서 만난 서커스 단원들은 많이 지쳐 있었다. 밤 12시까지 연습하고 무대 가설까지 해야 하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단원들이 정말로 참기 힘든 것은 자신들을 불쌍하게 쳐다 보는 시선이다. 11세 때 서커스를 시작한 양종근(27) 곡예사는 “공중그네를 지탱하는 철탑이 위태로울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면서도 “불쌍한 눈빛을 보내는 손님들이 늘어날수록 기술을 점점 숨기게 된다.”고 말했다. 무대에 아이들이 나오자 관객들의 눈빛은 더 측은해 보였다. 송모(55)씨는 “공부하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무대에 아이들을 내세우면 반응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커스와 관객의 대화가 끊긴 탓이다. 얼굴 모습을 재빨리 바꾸는 ‘변검’은 중국에서 건너온 힝강따오(21)씨의 몫이었다. 그는 “중국에서는 서커스를 예술로 보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아이들이 원해서 서커스를 시작하는 데도 오해를 한다.”면서 “아이들을 학대하고 식초를 먹여 몸을 유연하게 한다는 유언비어는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곡예사들은 관객들이 서커스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애초 한국 서커스는 다른 나라의 서커스와 달리 완급을 조절하고 희로애락이 가득찬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하지만 점점 기예로 전락하고 있다고 단원들은 걱정했다. 중국 서커스는 기술이 뛰어나고 서양 서커스는 화려한 옷이 볼 만한데 비해 우리나라 서커스는 광대의 유머가 단연 으뜸이었다. 한 곡예사는 “이제 스릴과 화려함을 찾는 시대가 됐다.”면서 “사람들을 웃기고 위로하는 ‘서민 서커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서커스를 죽였나 10년 전 외환위기와 최근의 경기침체는 단원들이 무대를 떠나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김영희(44) 곡예사는 “외환위기 이후 손님이 뚝 끊겼고, 막노동을 하면 돈을 더 번다는 소리에 단원들이 그만두기 시작했다.”면서 “입장료를 2000원까지 내려 보기도 했지만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설붐도 서커스를 위축시켰다.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필요했고, 공중곡예사는 스카우트 대상 1순위가 됐다. 단원들은 요즘 불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10년 전에는 서커스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한 회 공연에 4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50명을 넘기기가 어렵다. 곡예사의 명맥도 끊길 위기다. 돈을 벌기 위해 단원들은 밤무대나 찜질방으로 떠난다. 결국 2000년부터 중국기예단의 단원들을 데려왔다. 지금 단원의 70%가 중국인이다. 동물 단원(?)들도 조련사가 떠나면서 힘들어졌다. 제때 보살피지 못해 죽어가는 동물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전성기였던 70년대 동춘서커스단은 단원이 200명이었고, 코끼리·타조·독수리·호랑이·비단뱀 등 창경원 다음으로 동물이 많았다. 오락가락 뒤바뀌는 정책도 그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1996년 서커스 활성화 8개년 계획이 마련됐지만 1999년 백지화됐다. 1998년에는 서울시와 문화부에서 서커스를 10대 관광사업으로 선정했지만 서울시장이 바뀌자 유야무야됐다. 부천시 원미구에 들어서기로 했던 동춘서커스 상설공연장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예술로 떳떳이 인정받는 시대 곧 온다” 단원들의 월급은 3개월치가 밀려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집중육성자금은 비보이팀과 뮤지컬팀으로만 흘러갔다. 올해부터는 1년에 3000만~4000만원씩 나오던 문예진흥기금도 없어졌다. 정부의 설명은 연극·뮤지컬·무용 등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자는 한 달에 1억원씩 쌓인다. 관객이 증가하는 5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어떤 단원도 예측하지 못했다. 단원들은 최근 국내에서 공연한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를 부러워했다. 이 서커스단은 1984년 캐나다 정부가 140억원을 지원해 설립했고, 현재 투자금을 다 회수하고도 연 1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단원들은 “그들의 10분의 1만 투자해 줘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영희 곡예사는 “인생이 계속 되듯 서커스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37년을 공중에서 살아온 그는 20대 시절 안전망도 없는 그네에서 떨어져 5일간 혼수상태였다. 골반뼈가 부스러졌고, 한 달 동안 깁스를 했다. 의사는 서커스를 할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그는 다시 그네에 올랐다. 해외서커스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때도 우리나라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아니어도 다음 세대는 서커스 자체가 예술로 떳떳이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공중그네를 타는 중년 여성의 마지막 소원이다. 글·사진·동영상 박성국 이민영 오달란기자 psk@seoul.co.kr ■ “마술의 부활 보며 힘얻어… ‘서커스=예술장르’ 인정을” 박세환 동춘서커스 단장의 호소 “서커스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 주세요.” 박세환(64) 동춘서커스 단장의 호소는 애절했다. 그는 1950~70년대의 전성기가 다시 오기를 바라진 않았다. 하지만 서커스가 예술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굳건했다. 62년 동춘서커스에는 배삼룡·서영춘·백금녀·남철·남성남·이봉조 등 최고의 스타들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3일마다 바꿨고, 회당 1500명의 손님이 몰렸다. 그는 “당시에는 국악이나 농악은 형편이 어려워 김덕수씨도 한때 동춘서커스에 몸을 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박 단장은 61년 19살의 나이로 동춘에 발을 들였다. 유망주로 꼽혔지만 생활고로 10년 뒤 부산에 내려가 극장에 취직했고, 생필품 도매상도 운영했다. 75년 인천 간석동에 있던 서커스 천막과 장비들이 태풍을 맞아 쓰러져 동춘서커스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산에 있던 그는 곧바로 올라가 소액의 돈만 내고 나머지는 추후에 벌어서 갚기로 하고 동춘을 인수했다. 그는 우리 서커스가 중국·라스베이거스·워커힐 쇼처럼 멋진 포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돈이 없다. 서커스 한 달 운영비는 1억여원에 달한다. 천막을 세울 땅 300여평의 임대료만 1000만원에 이르고, 무대 장비를 옮기기 위해 매번 11t 트럭 14대를 빌려야 한다. 박 단장은 “요즘 5만명에 이르는 마술동호회를 보면서 서커스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면서 “다른 공연예술처럼 국가나 대기업이 후원을 해 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 @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20년후…‘내고향산촌’엔 공동묘지만… ☞신동아도 풀지 못한 ‘K 미스터리’ ☞합법적 고스톱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구?’ ☞’우리 만수’ 다음 ‘윤 따거’는 ☞마이스터·자사·국제·외고…우리 애 어디로 ☞ “필리핀 원정토익 사기 조심하세요” ☞설 대목 재래시장 “손님 구경도 힘들어요” ☞교육계 ‘서남표식 개혁’ 신드롬
  • [뉴스다큐 시선] 서커스를 통해 본 세상

    세상은 서커스다. 반토막난 펀드, 문자메시지로 전해진 해고통지서, 아이 신발값이 없어 자살한 어머니…. 서커스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일어난다. 오히려 진짜 서커스는 세상의 아픔을 잊게 하는 작은 몸짓이다. 사람들은 유행이 한참 지난 서커스를 보면서 힘겨운 세상을 잠시라도 잊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커스단 동춘서커스의 단원들은 물었다. 얼굴을 순식간에 바꾸는 기술인 ‘변검’을 하는 우리의 얼굴이 더 빨리 변하는가, 아니면 위정자들의 얼굴이 더 쉽게 변하는가. 우리의 외발자전거타기가 위태로운가, 불황 속을 걸어가는 서민들의 삶이 더 위태로운가. 지난 11일 동춘서커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충남 천안시 신당동의 한 마트 옆 공터에 높이 17m의 천막이 드리워졌다. 낡은 비닐을 몇 장 들추고 들어가자 서커스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멈춰선 듯한 무대는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단절돼 있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노인들과 아이들이 별천지로 들어왔다. 마트에서 5000원짜리 할인권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성인 1만 5000원·아동 1만원이라는 가격표는 그저 표일뿐 가격은 아니었다. 빨간 플라스틱 의자 145개 사이로 세 대의 전기난로와 드럼통으로 만든 석탄난로 한 대가 안간힘을 썼지만 영하 10도의 찬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0여명의 관객들은 난로 주위로 몰려들었다. ●서커스에서 찾는 추억들 공연이 시작되자 단원들의 열연에 추위는 점점 녹았다. 할아버지의 마술쇼를 시작으로 접시돌리기·외발자전거·공중그네까지 1시간반짜리 공연은 쉴새 없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원통 위에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맘보’ 곡예를 보면서 “어~어!”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공중그네를 타는 곡예사는 작은 몸짓으로도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의자로 탑을 세운 뒤 8m 높이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의자탑’이 완성되자 관객들은 마냥 기뻐했다. 서커스발레는 흡사 동서양 문화융합처럼 느껴졌고, 남사당 줄타기는 지금이 조선시대인가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들은 넋을 놓은 채 탄성을 질렀고 어른들은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길완기(41·회사원)씨는 “천안 거래처에 다녀오다가 들렀는데, 초등학교 때가 생각난다.”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면 표를 못 구해 천막 틈으로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짜여진 영화보다 때론 실수를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 맡은 역할을 계속하는 서커스가 우리네 인생과 더 닮았지요.” 손선심(58·여)씨는 “어릴 적 강원도 동해 묵호읍 부곡마을에 살 때 서커스단이 오면 단막극을 못볼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이상일(58)씨는 “중국에서 본 서커스에 비해 짜임새나 기술 모두 뒤질 게 없는데 시설이 너무 안 좋다.”고 착잡해했다. 외국인 영어교사 에릭커스(34)씨는 “열정적인 남성 아크로바틱팀이 인상적이었는데 한국의 서커스가 명맥을 잃고 사라져 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은 서커스단은 동춘서커스·한국곡예예술단·서울아트서커스 세곳뿐이다. ● “관객과 통하고 싶다” 무대 뒤에서 만난 서커스 단원들은 많이 지쳐 있었다. 밤 12시까지 연습하고 무대 가설까지 해야 하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단원들이 정말로 참기 힘든 것은 자신들을 불쌍하게 쳐다 보는 시선이다. 11세 때 서커스를 시작한 양종근(27) 곡예사는 “공중그네를 지탱하는 철탑이 위태로울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면서도 “불쌍한 눈빛을 보내는 손님들이 늘어날수록 기술을 점점 숨기게 된다.”고 말했다. 무대에 아이들이 나오자 관객들의 눈빛은 더 측은해 보였다. 송모(55)씨는 “공부하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무대에 아이들을 내세우면 반응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커스와 관객의 대화가 끊긴 탓이다. 얼굴 모습을 재빨리 바꾸는 ‘변검’은 중국에서 건너온 힝강따오(21)씨의 몫이었다. 그는 “중국에서는 서커스를 예술로 보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아이들이 원해서 서커스를 시작하는 데도 오해를 한다.”면서 “아이들을 학대하고 식초를 먹여 몸을 유연하게 한다는 유언비어는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곡예사들은 관객들이 서커스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애초 한국 서커스는 다른 나라의 서커스와 달리 완급을 조절하고 희로애락이 가득찬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하지만 점점 기예로 전락하고 있다고 단원들은 걱정했다. 중국 서커스는 기술이 뛰어나고 서양 서커스는 화려한 옷이 볼 만한데 비해 우리나라 서커스는 광대의 유머가 단연 으뜸이었다. 한 곡예사는 “이제 스릴과 화려함을 찾는 시대가 됐다.”면서 “사람들을 웃기고 위로하는 ‘서민 서커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서커스를 죽였나 10년 전 외환위기와 최근의 경기침체는 단원들이 무대를 떠나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김영희(44) 곡예사는 “외환위기 이후 손님이 뚝 끊겼고, 막노동을 하면 돈을 더 번다는 소리에 단원들이 그만두기 시작했다.”면서 “입장료를 2000원까지 내려 보기도 했지만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설붐도 서커스를 위축시켰다.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필요했고, 공중곡예사는 스카우트 대상 1순위가 됐다. 단원들은 요즘 불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10년 전에는 서커스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한 회 공연에 4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50명을 넘기기가 어렵다. 곡예사의 명맥도 끊길 위기다. 돈을 벌기 위해 단원들은 밤무대나 찜질방으로 떠난다. 결국 2000년부터 중국기예단의 단원들을 데려왔다. 지금 단원의 70%가 중국인이다. 동물 단원(?)들도 조련사가 떠나면서 힘들어졌다. 제때 보살피지 못해 죽어가는 동물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전성기였던 70년대 동춘서커스단은 단원이 200명이었고, 코끼리·타조·독수리·호랑이·비단뱀 등 창경원 다음으로 동물이 많았다. 오락가락 뒤바뀌는 정책도 그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1996년 서커스 활성화 8개년 계획이 마련됐지만 1999년 백지화됐다. 1998년에는 서울시와 문화부에서 서커스를 10대 관광사업으로 선정했지만 서울시장이 바뀌자 유야무야됐다. 부천시 원미구에 들어서기로 했던 동춘서커스 상설공연장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예술로 떳떳이 인정받는 시대 곧 온다” 단원들의 월급은 3개월치가 밀려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집중육성자금은 비보이팀과 뮤지컬팀으로만 흘러갔다. 올해부터는 1년에 3000만~4000만원씩 나오던 문예진흥기금도 없어졌다. 정부의 설명은 연극·뮤지컬·무용 등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자는 한 달에 1억원씩 쌓인다. 관객이 증가하는 5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어떤 단원도 예측하지 못했다. 단원들은 최근 국내에서 공연한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를 부러워했다. 이 서커스단은 1984년 캐나다 정부가 140억원을 지원해 설립했고, 현재 투자금을 다 회수하고도 연 1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단원들은 “그들의 10분의 1만 투자해 줘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영희 곡예사는 “인생이 계속 되듯 서커스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37년을 공중에서 살아온 그는 20대 시절 안전망도 없는 그네에서 떨어져 5일간 혼수상태였다. 골반뼈가 부스러졌고, 한 달 동안 깁스를 했다. 의사는 서커스를 할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그는 다시 그네에 올랐다. 해외서커스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때도 우리나라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아니어도 다음 세대는 서커스 자체가 예술로 떳떳이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공중그네를 타는 중년 여성의 마지막 소원이다. 박성국 이민영 오달란기자 psk@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해미 ”경기불황 속 티켓값 거품 없애야 한다”

    박해미 ”경기불황 속 티켓값 거품 없애야 한다”

    배우 박해미가 뮤지컬 티켓값의 거품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해미는 9일 오후 3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 시연이 진행된 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공연은 지난 해 공연에 비해 달라진 것들이 있다. 지난번 공연때 실수를 했거나 부족했던 부분들을 연출가와 상의하고 수정했다.”며 “항상 공연을 끝내고 나면 후회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더 줄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날 박해미는 창작뮤지컬의 필요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박해미는 “현재 우리는 외국공연처럼 기나긴 시간이 걸려서 제대로 된 작품을 올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심정으로 무대에 선다.”면서 “계속 외국 것(뮤지컬)만 할 수 없어서 하나하나 열정을 갖고 무대에 선다. 그런 열정들이 우리의 창작뮤지컬이 살아갈 수 있는 기초 자산이 된다. 우리 한국만의 뮤지컬을 갖겠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솔직히 요즘에 경제불황이라 티켓값을 낮추고 거품을 없애자고 했다. 하지만 제작여건상 2주동안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하기위해서는 티켓 값을 내릴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정적인 것 보다 동적인 걸 전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 많은 기운을 북돋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대배우 박상면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박해미는 “박상면은 다른배우들과 융합이 좋다. 자신의 개런티 반을 술 마시는데 쓴다. 총 40~50명을 되는 배우들과 전국의 주점을 다니면 서 술과 함께 인생의 진리를 나누고 있다. 그 덕분에 무대위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잘 맞춘다.”면서 “다만 밤을 새워 술을 마시니까 다음날 배우들이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다 갈라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는 2008년 6월 초연해 100회 이상 공연이 매진기록을 달성하며 흥행을 기록했다. 70,80년대를 대표하는 하이틴 영화 ‘진짜진짜 좋아해 시리즈’를 모티브로 학창시절의 꿈, 낭만, 첫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작품이다. 박해미, 박상면 등 초연멤버에 김선경 조갑경 홍수아 민영기 등의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한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는 1월 8일 첫막을 올린 후 오는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kr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미FTA “先비준” “상정 무효”, 금산 분리 “완화를” “규제 유지”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두고 극한 대치를 하는 가운데 각 상임위원회마다 쟁점 법안들이 잠자고 있다.한나라당은 무조건 연내 처리 입장을,민주당은 반드시 저지한다는 방침을 각각 정해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가장 뜨거운 상임위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다.뜨거운 쟁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나라당은 미국 의회 상황과 무관하게 선(先) 비준을 강조하고 있다. ●정무위 최대 격전장으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미 의회 상황도 지켜보며 이 기간 대책 마련을 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비준안을 기습 상정한 뒤 논란은 비준안 상정의 적법성으로 옮겨 붙었다.민주당은 박진 위원장이 전체회의 시작 전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상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일단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비준안 심의에 착수한다는 입장이어서 원만한 합의는 쉽지 않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금융관련 법안이 집중된 정무위도 최대 격전장으로 떠올랐다.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은행법 개정안,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인 쟁점법안이다. 보험·증권지주회사의 제조업 자(子)회사를 허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기업의 은행지분 소유를 현행 4%에서 10%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 등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민주당이 “온 몸으로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시위때 복면착용 금지´ 이견 미디어 관련 법안이 산적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도 민감한 현안이 놓여 있다.한나라당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을 위한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이라도 처리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신문,방송,인터넷이 융합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49%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미디어산업 활성화를 위한 경쟁력 제고 법안”이라고 주장했다.반면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여론의 독과점 현상을 심화시켜 여론의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는 ‘악법’으로 규정,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정안전위의 경우 여야 대립이 가장 첨예한 법안은 시위시 복면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불법시위에 참가한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을 금지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과 과거사위원회 통폐합법 등도 쟁점법안이다.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급하지도 않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법을 제대로 준비도 않은 채 상정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3인조’ SS501, “팀분열 아닌 ‘성장분열’”

    ‘3인조’ SS501, “팀분열 아닌 ‘성장분열’”

    10대 용어로 ‘간지나는’ 이 그룹, SS501(더블에스오공일). 순정만화에서나 볼법한 키와 외모를 갖춘 SS501은 데뷔와 동시에 ‘꽃미남 그룹’이란 수식어를 꿰차며 소녀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이상 ‘비디오형 그룹’으로 기억되길 원치 않는다. 2008년 12월, ‘데뷔 4년차’에 이른 SS501이 ‘성장 분열’을 택했다. 정확히 말하지면, ‘팀 분열’이 아닌 ‘성장을 위한 분열’이다. 기존 5인조에서 3인조(김형준, 김규종, 허영생)로 탈바꿈한 SS501은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로 변모하고 있었다. 지난 11월 말 한층 음악성을 높인 스페셜 앨범 타이틀 곡 ‘유 아 맨(U r Man)’을 발표한 ‘3인조 SS501’은 무서운 기세로 차트권에 진입, 연말 가요계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잠시 무대를 떠난 김현중과 박정민은 오랜 꿈이었던 연기에 날개를 달았다. 리더 김현중은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박정민은 뮤지컬 ‘그리스’에 도전하며 자신 안에 잠재된 또 다른 재능 캐내기에 여념이 없다. 불화설에 휩싸인 ‘3인조 SS501’의 진실, 그들에게 직접 SS501이 ‘분열 해야만 했던’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들었다. ◇ 웬 불화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SS501이 컴백했다. 그런데 3인조다.’는 뉴스을 접한 대중들은 ‘불화설’을 제일 먼저 떠올리더라.”는 기자의 말에 SS501은 웃음을 머금었다. 질문은 무거워도 대답은 가벼웠다. “에잇, 벌써 5-6년이나 붙어 있었잖아요. 지긋지긋해~(웃음). 좀 떨어져 지내고 해야 애틋함도 생기죠. 효과요? 벌써 있어요! 컴백 무대 후 쪼르르 달려와 다 같이 축하 자리도 갖고, 정민이 뮤지컬 ‘그리스’ 응원도 가고…. 참, 현중 형도 드라마 촬영 전, 몰래 와서 공연 보고 갔다던대요! (형준)” 사실 SS501은 데뷔 때부터 ‘멀티그룹’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워낙 색깔이 다른 다섯 재능꾼을 모아두고 나니 ‘한 방향’이 잡히지 않았던 것은 당연지사. 소속사 매니저는 “달라도 너무 달라 갈피가 잡히지 않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같은 듯 다른 이 다섯 남자들은 어떻게 모이게 된걸까. SS501 탄생 배경에는 놀랄만한 에피소드가 숨어 있었다. 바로 소속사 측이 ‘순정 만화 주인공’ 다섯 캐릭터를 선정하고 이에 딱 맞는 인물들을 찾아냈다는 것.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렇게 들었어요. 소속사 이사님이 평소 염두하고 있던 독특한 만화 주인공 5명을 그대로 옮긴 듯한 그룹을 만들고 싶으셨대요. 그래서 길쭉한 키도 비슷하고 이미지도 닮았나봐요.(웃음) 그런데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격도, 개성과 재능도 모두 달라요. (규종)” ◇ 다툼? 4년간 딱 한번.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덕에 ‘융합’은 쉽고 ‘갈등’은 없었다. ‘툭 터 놓고 말해서 4년간 몇 회 정도의 다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SS501은 이구동성 “딱 한번!”을 외쳤다. ”태국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김)현중 형이 지각해서 스케줄이 어긋날 뻔한 적이 있었어요. 평소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박)정민이가 ‘다음부터 늦지 말자’고 얘기했는데, 사정이 있었던 현중 형은 마음이 상했던 거죠. 화해요? 몇 시간도 못가요~. 벤에 올라타서 다시 배시시 웃고…. 으이그, 줏대 없는 사람들! (규종)” 뮤지컬 ‘그리스’ 공연으로 바쁜 박정민은 SS501의 돈독한 우정이 지금껏 금가지 않는 이유를 ‘겹치지 않는 캐릭터’에서 찾았다. “팀원들의 캐릭터가 겹치면 팀 전체로서는 뒤쳐지는 결과를 불러와요. 한 명쯤 빼도 상관없겠다, 혹은 팀 내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방황하게 되는 거죠.” “SS501은 이게 강점이에요. 다르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이 중요하고, 그래서 단 한명도 뺄 수가 없어요. 제일 좋은 점은 서로 질리지 않는다는 점예요. 말은 맨날 ‘지긋지긋 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스킨쉽도 마다하지 않더라고요. 팬들 오해할라…!(웃음) (정민)” ◇ ‘SS501’로 영원히, 소중한 ‘우리 이름’ 바꿀수 없죠! ‘3인조’지만 팀명은 그대로 쭉 ‘SS501’로 간다. 프로젝트 그룹 발표 당시 ‘3명’이란 변화에 초점을 맞춰 ‘트리플 에스’라는 활동명이 물망에 올랐지만, 김형준, 김규종, 허영생은 ‘SS501’이란 이름을 고수키로 결정했다. 멤버들과의 대화 중 모두가 ‘SS501’이란 팀명에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멤버 허영생은 그 이유를 ‘SS501’이란 팀명의 어원에서 부터 풀어냈다. “SS501은 다섯 멤버의 소중한 약속을 지니고 있어요. Super Star(수퍼 스타)가 될 때까지 ‘5’명이서 ‘0’영원히 ‘1’하나가 되자는 뜻이에요. 즉, ‘다섯이서 끝까지 함께 가자!’는 맹세를 담고 있죠. (영생)” “‘트리플에스’란 이름에 팬 여러분의 아쉬움이 컸어요. 기존 팀명의 속 뜻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죠. 행여 그 약속이 깨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셨나봐요. 사실 저희도 내심 속상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잠시 따로 활동할 뿐이지, 우리 이름은 우리가 가져 갈겁니다. (규종)” 새 타이틀곡 ‘유 아 맨(U r Man)’의 첫 방송 무대를 지켜 본 나머지 두 멤버(김현중, 박정민)의 반응이 궁금했다. 멤버들은 “바쁜 척,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컬러링까지 ‘유 아 맨’으로 해뒀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밝게 웃었다. “현중 형도, 정민이도 서로 자기 빠지니까 안될 줄 알았대요~.(웃음) 방송 후 전화가 왔어요. 함성 소리가 2배는 큰 것 같다고 부러워하면서도, 자기네 현장도 국내 팬들에 일본 팬들까지 초반 러시(Rush)가 장난이 아니라고 막 자랑하던대요! (형준)” SS501이 꿈꾸는 미래의 청사진에는 가깝게나 멀게나 늘 ‘다섯 명’이 함께 있었다. “10년차 그룹 신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희가 그리는 밑그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10년, 20년이 지나도 다섯 명 모두가 가치있게 기억되는 그룹 SS501로 남고 싶어요. 저희 노래 ‘유 아 맨(U r Man)’의 노랫말처럼 영원히 ‘팬 여러분의 SS501’이 되겠습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 / 사진 = 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문학·과학기술의 만남과 미래

    인문학·과학기술의 만남과 미래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World Class University)‘프로젝트는 내년부터 국내 대학에 5년간 해마다 1650억원씩을 투자하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인데, 해외 저명 학자들을 초빙하여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융합 학문과 융합 기술을 육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상아탑에서 본격적인 지식 대융합 시대의 막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 융합에 대해 참조할 만한 문헌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안타깝다는 관련 교수들이 적지 않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어떻게 만나고 섞여서 어떠한 연구 분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살펴본 지식 융합의 개론서이다. 1부에는 인지과학과 지식융합의 이모저모가 소개된다. 인공지능을 놓고 여러 분야의 이론가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논쟁과 함께 행동경제학 등 융합 학문을 살펴보았다.2부는 뇌 과학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출현한 학문을 집대성한 것이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월드사이언스 포럼’에서 ‘뇌 연구, 학문의 벽을 허문다’는 제목으로 특별 강연한 내용을 녹취하여 보완한 글이다.3부는 진화론이 사람 마음의 연구에 적용되면서 주목 받게 된 진화심리학 등 융합학문의 세계로 안내한다.1부(인지과학),2부(뇌 과학),3부(진화심리학)가 마음의 연구에 관한 지식의 융합이라면 4부는 자연현상과 관련된 복잡성과학과 융합학문을 다룬다. 복잡계 경제학, 네트워크 과학, 인공생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끝으로 5부에서는 융합기술을 살펴보면서 환경과 에너지 문제도 빠뜨리지 않았다. 융합기술이란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정보기술, 인지과학 등 4대 분야(NBIC)가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독자들이 지식융합의 전모를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게끔 ‘지식 융합 도표’를 별도로 그려놓았다. 또한 국내에서 지식 융합을 위해 여러분이 이룩해 놓은 성과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에필로그’에 우리나라의 지식 융합 역사를 정리해 두었다. 에필로그의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이 없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비바람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한 점 조각배를 타고 물고기 떼의 뒤를 쫓는 늙은 어부의 막막한 심경을 헤아려 보곤 했다. 식견과 지혜가 모자란 사람이 거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융합이라는 이름의 황금 물고기를 건져 올려 보겠다고 무모한 모험에 나선 것은 아닌가 싶어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이 책은 지식 융합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각 학문 분과에서 지식 융합의 세밀한 지도를 작성할 때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특히 융합사회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고즈윈 펴냄)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 ‘별들이 탄생’하는 무지개 빛 순간 포착

    ‘별들이 탄생’하는 무지개 빛 순간 포착

    지구에서 21만 광년 떨어진 소마젤란성운(SMC)에서 별들이 탄생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우주과학 웹사이트인 스페이스닷컴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스피처 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해 소마젤란성운의 중심부에 위치한 NGC 346이라는 성단에서 총천연색 빛깔을 내는 별 탄생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10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막스 플랑크 우주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Astronomy)의 디미트리오스 가우리어미스 연구원은 “NGC 성운 중심부에는 거성들은 밀집되고 작은 별들은 서로 흩어져 있어서 열핵융합을 일으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은 “빛의 파장이 서로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켰다.”며 “다양한 파장 데이터를 분석해 다른 성단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가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국감현장] 문방위 국감 또 파행… ‘YTN감사’ 못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국정감사가 ‘경찰 배치’ 문제를 놓고 또다시 파행을 빚었다. 당초 문방위는 구본홍 YTN 사장의 임명과 이를 반대하는 노조에 대한 해고사태 등을 집중 감사하려 했으나 여야는 초반부터 막말을 주고받는 신경전을 벌이다 ‘본 게임’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정회했다. 이날은 방송통신위 국감이 열리는 회의장 앞에 4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된 게 화근이 됐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회의장에 전의경이 배치돼 있는 대단히 심각하고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군사정권을 방불케 하는 편파 국감으로서 신성한 국감장에 경찰이 동원돼 국감을 해야 할지 자괴감이 들고 분노가 든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경찰병력을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요청했는지, 아니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요청했는지 진상을 규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의원도 “대한민국이 유신국회도 아니고 말이지…”라며 혀를 찼다. 한편 방통위 건물 주변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 앞에 YTN 노조원들이 수십명 와 있다.”며 “그것을 보고 이 지역을 관리하는 경찰서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4명의 요원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를 알고 (회의장 앞의 경찰병력을) 철수해 달라고 해서 철수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고 위원장도 “일부 노조원들의 항의시위가 있을 것 같아 국회 경위과에 보호를 요청해 몇 명이 배치돼 있지만 경찰 문제에 대해서는 보고 받은 게 없다.”며 회의를 진행시키려 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책상을 내리치며 “국회가 이렇게 농단 당했는데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고 위원장도 “조용히 하라.”며 호통쳐 회의장은 일순간 위기감이 감돌았다. 앞서 한 인터넷 언론의 생중계 허용 문제를 놓고도 여야간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인터넷 방송의 중계를 허용하지 않자 “정보통신 강국으로서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술로 접근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무엇이 무서워 생중계를 막고 국민에게 회의가 전달되는 것을 막느냐.”고 따졌다. 이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장내 질서와 관련된 문제로서 국회인 만큼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 한다.”며 “생중계를 안해도 다른 방송국의 카메라가 많이 있어 공개돼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하자 고 위원장은 11시50분께 정회를 선포했으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오후 경찰청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문방위는 지난 7일 한국관광공사 국감에 이어 두 번째 파행 사태를 맞았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인재의 용광로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인재의 용광로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아일랜드는 대대적인 외국 자본 유치로 20년 만에 유럽의 경제강자로 떠오른 대표적인 나라다. 외국인에 대해 차별없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면 글로벌 인재들의 능력과 자본을 사회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국인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는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주거단지와 전세계 화교 자본을 이끄는 차이나타운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사회적 개방성 확대 전략을 살펴봤다. |홍콩 박홍환특파원|중국의 건국기념일(국경절)인 지난 1일 오후,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20여분이 지나자 고급 리조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택단지가 나타났다. 홍콩에서 공기와 경치가 가장 좋다는 란타우섬의 동쪽 연안에 자리잡은 ‘디스커버리 베이’(愉景灣). 뒤로는 커다란 산이 병풍처럼 막아서 있고, 앞에는 탁트인 바다가 펼쳐진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입지다. 산기슭에 세워진 30여층의 고층 아파트군이 잇따라 보이더니 해변가에는 단독 호화빌라가 죽 늘어서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선버스와 작업용 차량 외에는 지나다니는 택시나 자가용이 없다. 골프카트만 오갈 뿐 주차장에도 차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민 2만여명 중 절반이 30개국서 온 외국인 버스 종점인 광장에 내려서자 더욱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파란 눈의 백인부터 갈색 피부의 동양인, 아프리카 어디 쯤에서 온 듯한 흑인까지 마치 인종전시장을 연상시키듯 온갖 사람들이 오간다. 편한 차림새로 장바구니를 들거나 아이들 또는 애완견들과 동행한 것을 보면 주민들인 듯싶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설명으로는 전체 주민 2만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3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한다. 우리 동포도 100여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150여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 홍콩 어디서든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유난히 밀도가 높은 편이다. 주택 가격도 홍콩섬의 중심지인 센트럴(中環) 주변지역 못잖게 비싸다. 평당 3000만∼4000만원대를 호가한다. 차량 소유가 금지돼 있어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무슨 이유로 홍콩, 아니 디스커버리 베이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터를 잡게 되었을까. 이곳 주민들의 상당수는 센트럴 지역으로 출근한다.20∼30분 간격으로 하루종일 운행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30분안에 센트럴 부두에 닿고, 넉넉하게 1시간이면 사무실 책상에 앉을 수 있다. AIG홍콩법인에 근무한다는 영국인 제임스 콘라드(45)는 “자연친화적이고, 모든 생활방편이 갖춰져 있는 데다 인종차별도 없고, 훌륭한 국제학교까지 있어 불편이 없다.”고 이곳 생활에 만족해했다. 법률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미국인 홀리 사이먼(53)도 “비록 차가 없지만 홍콩 어디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서 “현지근무 경험을 토대로 5년 전 아예 홍콩에 정착했고, 이곳을 주거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베이는 홍콩으로 돌아오는 외국인들의 ‘이상향’이 된 듯했다. 1997년 홍콩의 중국반환을 전후해 불안한 마음에 떠났던 외국인들이 잇따라 돌아오고 있다. 반환 이후 오히려 중국과의 거래에서 오는 혜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특히 2004년 중국 정부가 홍콩·마카오와 맺은 경제협력강화약정(CEPA·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은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콩이나 마카오 기업의 ‘본토’에 대한 수출 및 용역제공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줌으로써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유리하게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외국기업이라도 유령회사만 아니면 혜택이 주어진다. 집 또는 채권을 사거나 기업을 세우는 데 650만홍콩달러(약 10억원)만 투자하면 취업이나 자녀진학 등을 보장하는 투자이민제도도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캐나다나 호주 등과는 달리 거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10억원 투자하면 취업 등 보장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스위스, 독일, 한국 등 세계 각국의 국제학교 6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국제학교에서는 영어와 푸퉁화(표준 중국어)의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진다. 게다가 홍콩 정부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협약을 맺어 우리 돈 50만원 정도면 가정부 등 ‘헬퍼’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등 여성 고급인력이 홀가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오랫동안 외국인들과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인종편견도 전세계인들의 홍콩행 발걸음을 재촉한다.‘외국인 100만명 시대’이지만 투자자나 고급인력이 아닌 3D업종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가 상당수인 우리 현실과 비교해볼 만한 대목이다. 홍콩 아이리걸캐피털 대표 안연재(44)씨는 “홍콩은 모든 게 경제원리로 결정되는 데다 시스템이 투명하고, 언어까지 통하니 사업하기 최적의 입지를 갖춘 셈”이라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을 선택하게 하는 매력, 다시 말해 시스템이나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콩총영사관의 조원형 공보관도 “외국인 입장에서 불편없이 살 수 있는 것이 홍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stinger@seoul.co.kr ■ 한국사회 개방성 높이려면 - 단일민족 ‘텃세문화’ 벗어나야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여전히 외국인에게 유·무형의 차별을 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난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 사회도 다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사회·문화·교육 분야에서 이에 걸맞은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21세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우수 외국인 인력의 국내 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텃세문화’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대학 총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로버트 러플린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2004년 취임 뒤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던 것도 세계화의 거센 조류에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배타성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 임원을 10명 이상 고용한 곳이 전무하다. 명목상 1∼2명 일하거나 아예 한국인 만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어렵게 유치한 외국인들마저 자녀교육, 언어불편 등 인프라부족을 이유로 계약만료와 동시에 한국을 떠나는 사례가 태반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아직은 외국인 인재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액 연봉에 대한 정서적 반감, 국적법을 비롯한 갖가지 규제로 인해 외국인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에미레이트 항공 성공비법 - 다문화 직원들 함께 숙식 차별 없는 기업문화 지향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인 여승무원 A씨는 자신이 일하는 항공사 자랑에 여념이 없다.“항공사 직원이 대부분 외국인이다보니 오히려 인종차별이 없다.”면서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하고 쉴 수 있는 것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국인 승무원 B씨는 “이 항공사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직원들로 ‘인종의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면서 “우리가 두바이 정도로 개방적이었더라면 벌써 세계 최고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드는 ‘인재 허브’ 두바이에 자리잡은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인종융합 정책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 항공사는 서울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0만명 남짓의 도시국가 두바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61개국 101개 도시에 취항하며 승객수 2120만명, 매출 108억달러(2007∼2008 회계년도 기준)를 달성해 세계 10위권 항공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순익률 세계 항공업계 3위의 ‘알짜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에미레이트 항공사가 인구 기반이 취약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전 세계 출신 직원을 차별없이 대하는 융합정책 덕분이었다. 현재 1만여 직원의 대부분은 두바이 출신이 아닌 10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한국인도 620여명(2008년 10월 기준)으로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숫자를 차지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직원간 ‘팀워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100여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한데 섞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어울려 지내도록 하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는 인종차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오픈 마인드’(open mind)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사 홍보담당 정경륜 대리는 “매년 20% 넘게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큰 문제 없이 회사가 운영돼온 것은 직원들간 유연함을 강조하는 평등지향적 문화 덕분”이라며 “한국 여성들이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회사의 정책에 부합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대기업 투자유도… 中企소외 아쉬워

    대기업 투자유도… 中企소외 아쉬워

    22일 발표된 ‘대한민국호 미래성장 청사진’은 민(民)·관(官)이 6개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내놓은 합작품이다. 사실상 신(新)엔진 발굴을 책임진 민간기업의 투자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대기업 편중 시비를 막고 중소·벤처기업의 혜택 공유 및 동반 육성 유도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디지털TV 탈락…선정기준은? 정권 출범 직후인 3월28일 민간 중심의 신성장동력 기획단(단장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을 구성했다. 이어 콘텐츠코리아추진위원회(위원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발족했다. 각계 4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체 분석과 민간 수요조사,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 등을 거쳐 63개 항목을 추렸다. 이어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에너지·환경(6개) ▲수송시스템(2개) ▲뉴IT(5개) ▲융합신산업(4개) ▲바이오(1개) ▲지식서비스(4개) 6대 분야 22개로 최종 압축했다. 서남표 단장은 “성공 가능성, 파급 효과, 경제·사회적 문제해결 측면을 주된 잣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디지털TV와 홈네트워크 등 참여정부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됐던 일부 품목은 “민간이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기초 연구개발(R&D) 위주에서 사업화 가능성을 보완한 점도 ‘참여정부 성장동력’과는 차이점으로 평가된다. ●‘대기업 프렌들리’ 시선은 부담 신산업분과위원장을 맡은 한민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과거 정권때는 부처간 알력으로 민간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부 간섭이 없었다.”고 전했다. 과거 3개 부처가 주도권을 다퉜던 로봇이 대표적 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민간 참여는 큰 의미”라며 즉각 환영 논평을 냈다. 하지만 그린카·선박 등 수송 분야와 이동통신, 임플란트 등 대기업이 기술 우위를 갖고 있거나 특정기업이 이미 선점한 품목이 대거 포함돼 선정의 적정성 시비와 ‘대기업 프렌들리(친화)’ 지적도 나온다. 특정 기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금지조항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보편적 지원이면 WTO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대·중소기업 공동사업 추진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기업 혜택 시비를 막겠다.”고 해명했다. ●민간투자 유도 ‘경제엔진´ 핵심 91조원이나 되는 민간 투자분이 차질없이 실현될지가 가장 큰 변수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발전차액제도 개선, 영리형 병원 허용 등 (성장엔진별로)법과 제도를 개선해 민간 투자여건을 적극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우뭇가사리 등을 이용해 만드는 해양 바이오 연료의 경우, 서울시 면적의 3배에 해당하는 양식장(19만㏊)과 995만t의 해조류 바이오매스가 필요하다.‘이산화탄소 회수 및 자원화’는 자원화 과정에서 또 다른 이산화탄소가 엄청나게 배출돼 성장엔진 타당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로봇, 방송·통신융합시스템 등 과거 정권때부터 지속적으로 키워왔으나 성과가 미진한 품목과 신소재등 선진국에 크게 뒤처진 품목이 신성장엔진으로 다시 선정된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 (3) 언론관계법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 (3) 언론관계법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18대 국회의 최대 격전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공방을 비롯해 KBS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문제, 현 정부의 언론장악·종교편향 논란 등 대부분이 매머드급 사안이다. 그만큼 여야의 대립각이 날카롭다. 한나라당은 미디어 정책을 ‘언론’에서 ‘산업’으로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규제 완화와 인터넷·포털 뉴스를 언론에 포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미디어 정책을 ‘언론 장악 음모’라며 저지 각오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야 ‘문화 전투’의 최전선에서 창과 방패로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지상대담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 보았다. 1 낙하산 인사 공방 ▶이번 정기국회에서 언론관계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말해 달라. 나경원 의원 한나라당 미디어 정책의 핵심은 규제완화와 경쟁의 활성화다. 미디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과도한 통제와 시장의 왜곡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은 80년 언론통폐합으로 형성된 기형적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왜곡되다 보니 효율성과 생산성이 지나치게 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제는 산업적·미디어적 관점에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언론의 공공성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나치게 국가가 시장에 개입했던 측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다양성은 민주주의 근간인 만큼, 시장의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정책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병헌 의원 정부·여당의 언론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경제적으로는 지나치게 산업적이며, 사회적으로는 지나치게 후진적이다. 신문과 방송의 보수·우경화를 통해 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꾀하고, 재벌들의 새로운 수익 창출을 관철시키며, 보수신문의 항구적인 여론 영향력 증대를 노리는 것이다. 보수적 성격의 권력과 언론, 재벌의 카르텔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여론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며 시민사회, 학계, 종교계 등 모든 양심세력과의 연대도 모색해 나갈 것이다. ▶KBS,YTN 등 언론기관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 및 낙하산 인사문제로 정부·여당의 언론정책이 불신을 받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만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는가. 나 의원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분들이 어떤지부터 살펴 봐야 한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KBS 구성원 대부분의 반대와 여론의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재신임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 사장 재임 동안 KBS의 경영은 부실해졌고 방송의 공정성은 약화됐다. 그러므로 정 사장 해임과 신임 사장 임명은 KBS를 다시금 국민과 KBS 구성원의 품으로 돌려 주기 위한 일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언론 기관 인사에 대해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론 정상화의 수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 신문·방송 겸영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겸영이 매체 융합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정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간지의 지상파 방송, 보도 및 종합편성 PP(방송채널 사용업자, 프로그램 공급자)에 대한 소유 완화를 불러와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있다. 나 의원 지상파 방송은 콘텐츠 생산 능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꾸준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문은 콘텐츠 경쟁에서도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방송의 영향력은 58.7%인 반면, 신문의 영향력은 11.9%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막연한 우려와 추측에 근거해 특정 신문의 영향력을 과장·왜곡하는 논리가 있다고 본다. 방송의 영향력이 압도적이고 신문의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에서 지상파도 아닌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PP 진출을 허용한다고 해서 여론 독과점이 심화된다고 보지 않는다. ▶작은 신문사에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종합편성 및 전문보도 PP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야당은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사의 신문시장 진출은 허용하면서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출은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 아닌가. 전 의원 메이저 신문들의 방송 진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서 , 규모가 작은 신문사들의 기회 운운하는 것은 본심을 감추기 위한 위장논리에 불과하다. 일정한 시장점유율 기준을 두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한다면 정책취지는 사라지게 된다. 현재 신문의 경영 상태를 보면 극히 제한된 신문사만 진출여력을 갖고 있다. 독자적으로 방송진입 초기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데 부족함이 많다. 정부여당은 대기업의 진출 제한을 완화해 콘텐츠(기사)와 자본의 결합을 통한 방송진출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방송사와 신문사의 소유구조는 다르다. 방송사는 공적재원으로, 신문사는 사적재원으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일간신문과 다른 지상파방송, 종합유선방송에 대한 교차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신문법 개정 관련, 이미 합헌으로 결정난 사안까지 개정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입법권 행사라는 비판이 있다. 나 의원 헌법재판소가 신문방송 겸영 제한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것은 정책적으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헌재는 위헌적 요소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할 뿐이며, 고도의 전문적인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마치 정책적 타당성을 인정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는 합헌 결정의 의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3 1공영 다민영 도입 ▶현행 다공영 1민영 체제가 왜곡됐다며 공영방송의 정체성 회복 방안으로 1공영 다민영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은. 전 의원 KBS2나 MBC는 87년 민주화 항쟁을 겪으면서 방송의 공공성을 스스로 개척해 나갔다. 그런 정신이 지금의 공영방송 체제에 녹아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단순히 재원조달 방식으로는 설명이 될 수 없다. 공영방송을 올바르게 세우고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집권을 했다고 초법적인 압력을 행사해 임기제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사실보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재정적·정치적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 4 인터넷·포털 규제 ▶인터넷·포털에 대한 규제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칫 개방의 정신을 담고 있는 인터넷의 장점을 위축시키고 인터넷 강국의 위상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보는 의견에 대한 견해는. 나 의원 우리 인터넷 문화가 건강하지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인터넷과 관련된 법제도에 미비점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분야의 핵심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 중에서 일부 규제강화와 관련된 부분만 부각되고 이 부분이 정치적으로 해석돼,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정부 정책은 언제나 산업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털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존중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나. 동의한다면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전 의원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출한 정보통신망법 전부개정안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실질적인 권리의 침해여부와 관계없이 침해가능성이나 침해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권리자의 요청에 의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게시물에 대해 삭제나 임시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이용자에게 사전검열의 효과를 주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방식이 ‘선 규제·후 표현의 자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피해구제 제도는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우선 인정하는 기준 내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5 언론기관들 통합 ▶문화체육관광부는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재단, 신문유통원을 하나의 기구로 통합하는 방안을 한나라당에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 합의로 만든 기구를 통·폐합할 경우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 의원 문광부의 통폐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현 제도가 가진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지원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기구를 줄인다고 해서 지원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통폐합을 통해 신문사에 대한 지원을 개선하면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부분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신문 시장 독과점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본다. 통폐합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면 결과적으로 오히려 신문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방송광고시장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 구조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고 경쟁체제를 위해 민영미디어랩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광고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전 의원 코바코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거나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코바코 체제였기 때문에 가능한 순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편성과 광고판매의 분리를 통해 프로그램 제작의 독립성이 보장됐다. 지역·종교방송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그램의 상업화를 막고 낮게 책정된 방송광고 요금체계는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의 민영미디어랩 도입은 방송계 전체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다. 정리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
  • 유료방송 불공정 마케팅 제재… 방통위, 내년 상반기 규정 마련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1일 유료방송시장의 불공정 마케팅 등을 근절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유료방송시장의 불공정 행위와 시청자ㆍ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해 방송법상 금지행위 규정을 도입하고, 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ㆍ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윤규 방송채널정책과장은 “방통위 소관분야인 통신, 방송, 융합서비스(IPTV) 관련법에서 방송분야만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와 제재조항이 없다.”면서 “내년 상반기 중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융합+실용’ 빛 발한 獨프라운호퍼·막스플랑크 재단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융합+실용’ 빛 발한 獨프라운호퍼·막스플랑크 재단

    |뮌헨·가르칭·자브리켄(독일) 박건형특파원|‘만능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가장 근접했던 역사상의 인물은 누구일까? 나라나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독일인들은 주저없이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1787∼1826)를 꼽는다. 프라운호퍼선(線)을 발견한 과학자이자, 광학렌즈를 개발한 발명가였고, 로열글래스라는 회사를 세워 사업가로도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는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독일인들이 꼽는 최고의 ‘융합형 인간’이었다. ●기업주문따라 다양한 연구진 함께 작업 “프라운호퍼재단은 독일에만 56개의 연구소에 1만 3000여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초대형 연구소입니다.1년 예산이 1억 3000만유로(약 2054억원)에 달하며 예산집행의 가장 큰 원칙은 융합과 실용입니다.” 독일 뮌헨의 재단 본부에서 만난 마리안 호프만 국제협력담당 이사는 ‘철저한 실용주의와 학문간 융합’이 전세계 최고의 연구소를 자부하는 프라운호퍼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초단계 연구부터 제품화·사업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실용을 최우선시하는 ‘프라운호퍼의 정신’이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프라운호퍼가 수행하는 전체 연구의 40% 이상을 산업계 과제가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태평양 담당 모니카 브라운 이사는 “기초와 응용 단계에서 생긴 아이디어를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함께 연구해 완제품을 만들어내고, 기업은 경제성과 시장성을 검토한다.”면서 “특히 기업의 주문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연구소 내에서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팀이 만들어지는 등 사실상 연구 분야간의 경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프라운호퍼는 매일 2개씩의 국제특허를 양산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브라운 이사는 “프라운호퍼 산하 연구소들은 외부 연구진과의 벽을 없애기 위해 대학, 다른 연구소와 함께 클러스터(군집)를 이뤄 운영된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이같은 강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전체 예산의 20% 이상을 학제간 연구 등 융합 연구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고, 오히려 전문분야가 아닌 사람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면서 “재단 본부가 할 일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잘 조직해 융합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사과정 50% 외국인… 유연한 시각 도입 프라운호퍼가 실용주의를 추구한다면,‘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막스플랑크 연구재단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독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게르하르트 에르틀 막스플랑크 프린츠하버 교수는 막스플랑크가 배출한 18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라고 하면 흔히 과학연구소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모든 학문을 포괄한다. 막스플랑크 재단은 생물학·의학 분야의 32개, 화학·물리학 분야의 30개, 예술·인문 분야의 17개 연구소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연구 집단이자 ‘학문의 전당’이다. 베르톨드 나이젤트 막스플랑크 정책담당 이사는 “막스플랑크는 학술적인 탁월성과 완벽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최종 학문의 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막스플랑크는 최근 박사과정 학생의 50%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우면서 다양한 시각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막스플랑크 산하 플라스마물리연구소에 재직 중인 유정하 박사는 “실패 가능성이 큰 학문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한번 고용하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막스플랑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kitsch@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의 무차별 살인 공포/ 박홍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의 무차별 살인 공포/ 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은 최근 잇단 무차별 살인에 겁에 질려 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도리마(通り魔·길거리 악마)’의 출현이 잦아진 탓이다. 올 들어 벌써 8차례다.8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 도리마는 범행 동기도, 대상도 따로 없다. 죄책감도 없다.“누구라도 좋다.”는 게 범인의 공통적인 진술이다. 섬뜩하기 그지없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지난 22일 도쿄 하치오지의 한 서점에 도리마가 나타나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살해했다. 손님도 찔렀다. 지난달 8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도쿄 중심지인 아키하바라의 무차별 살인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다. 또다시 경악했다. 일본의 무차별 살인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아니다.10년 동안 무려 67차례나 일어났다. 하지만 요즘 눈에 띄게 늘었다. 사회를 향해 조롱하듯 적의를 드러내는 경향도 강해졌다. 사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짙지만 무시할 수만도 없다. 심각성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행위가 정당화될 여지는 전혀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보행자 천국이라는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일본 속에서 꿈틀대던 사회적 병폐를 고스란히 담아 냈다. 낙오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비정규직, 빈부 격차, 학력지상주의, 사회 부적응, 가족 해체 등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다만 개별적 요인들에 의한 폭발이 아닌 서로 뒤섞여 융합한 결과다. 일본은 사건 때마다 재발방지, 예방책을 모색했다. 무차별 살인의 고리는 당연히 끊어야 한다. 문제는 뾰족한 처방전이 없다는 점이다. 하치오지 사건도 아키하바라 사건이 터진 뒤 휴대용 흉기의 구입·판매를 제한하거나 관리를 강화하던 차에 일어났다. 결정적인 수단으로서는 미흡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 일용직 파견제도 금지하는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 모순이나 폐해로 지적되는 부분부터 고쳐나가려는 의도다. 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방편인 만큼 맞다. 그러나 사회의 근저까지는 건드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일본 역시 신자유주의의 정글 법칙이 상존한다. 거품 경제가 깨지면서 더 두드러졌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긴자와 진자라는 이분법적인 원칙이 철저하다. 절망감과 좌절감 속에서 소외된 진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 구조다. 도리마로 낙인찍힌 범인들은 대체로 자기 주장은 부족했지만 평범했다. 때문에 최후·최악의 수단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교수는 “일본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조직을 우선시하는 구조 속에서 개인은 묻힐 수밖에 없다. 불만·분노를 발산할 분출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실제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습성이 오히려 무관심으로 잘못 엇나간 면도 없지 않다. 단적인 예이지만 열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신고조차 않거나 흉기에 찔린 피해자들을 휴대전화로 태연히 촬영하는 ‘기계 사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전반적인 사회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인간 관계의 회복이다. 학교·직장·사회·가정의 실질적인 네트워크 복원이 요구되고 있다. 연결고리 찾기다. 특히 교육을 통한 대처는 당연하다. 새삼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인(人)’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사회의 담당자라는 ‘시민 교육’도 한 방안이다. 그렇지 않는 한 도리마의 등장을 막을 수 없다.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너무 비싼 대가임에 틀림없다. 사회적 비용이다. 분명한 점은 무차별 살인이 이웃나라의 엽기적인 사건으로 지나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묻지마 살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한국은 이미 팍팍한 사회의 길로 들어섰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 [대한민국 60돌 미래로 세계로] (3) 경제대국을 향해 뛴다

    [대한민국 60돌 미래로 세계로] (3) 경제대국을 향해 뛴다

    건국 60년의 경제는 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된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이적인 기록은 한국 경제의 저력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압축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는 또다른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도전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60년간 우리 경제의 변천과 산업현장의 주역들인 기업의 눈부신 업적 등을 되돌아 보고 글로벌의 파고를 넘는 ‘60년의 미래’를 짚어본다. ■ 소비자물가·경제규모로 본 과거 60년 달걀 1개면 서울시내에서 버스를 5.5번 탈 수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달걀이 아주 귀했던 1948년 건국 시절의 얘기다. 당시 달걀 1개의 가격은 24.8원(圓)으로 서울 시내버스 요금 4.5원(圓)의 5.5배였다. 건국 60년을 맞은 2008년은 어떨까. 2008년에는 거꾸로 달걀을 5.5개를 모아야만 서울서 버스 한번 탈 수 있다. 달걀 한개 가격이 2008년 현재 163원, 서울시내 버스비는 900원으로 역전됐기 때문이다. 달걀은 60년 전에 비해 6572배(두 차례 화폐개혁 반영해 2008년 가격×1000)가 올랐지만, 서울시내 버스비는 달걀 상승분보다 3배 이상 더 올라 20만 배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신문이 19일 한국은행에 요청해 1948년 건국 이후 60년 간의 생필품 가격변동을 살펴본 결과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60년 동안 1만 121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5만 2920배·쌀 1만 7943배 올라 상품별로 쇠고기(500g)는 255.8원(圓)에서 5만 2920배가 오른 1만 3537원이다. 돼지고기는 237.5원(圓)에서 8458원으로 올라 3만 5612배가 뛰었다. 쇠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오른 것이다. 한은 물가통계국은 “1945년에는 쇠고기는 15.8원인 반면 돼지고기는 21.7원으로 더 비쌌다.”면서 “일하는 소가 먹는 소로 인식이 바뀌면서 1948년부터 가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소주는 83원에서 942원으로 1만 1349배, 밀가루는 102.1원에서 1454원으로 1만 4241배,80㎏ 쌀은 8875원에서 15만 9242원으로 1만 7943배 올랐다. 금 1g은 1401.6원에서 3만 1489원으로 2만 2466배 올랐다. 특히 광복부터 건국까지 3년간은 주요 생필품이 약 11배(1000%)가 올라,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고통받았던 서민들의 애환을 짐작할 수 있다. 주식인 쌀은 3년간 286.5원에서 8875원으로 약 31배가 상승했고, 서울시내 버스요금도 0.16원에서 4.5원으로 28배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살펴보면 1945년부터 ‘광복 60년’간 소비자물가는 약 11만배 상승했지만,1948년부터 ‘건국 60년’은 1만 2000배로 대폭 축소된다. 이 역시 건국 직전 3년간의 인플레이션을 짐작하게 한다. ●1인당 국민소득 1만9053배로 확대 건국이후 60년간 경제규모는 1만 9053배(달러 기준으로는 746배)로 확대됐다.6·25 전쟁이 끝난 해이자 통계작성 시점인 1953년 473억원(13억달러)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7년에 901조 1886억원(9699억달러)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1인당 국민소득도 1953년 67달러에서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했고,2007년에는 12년 만에 2만달러를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됐다. 경제성장률은 1954년 5.6%였고 2007년에는 5.0%였다. 자동차 총보유대수는 2008년 5월 현재 1667만대로 1945년의 7326대와 비교해 2200배가 증가했다. 자동차 생산 대수는 1955년 7대에서 2007년 408만 6308대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선박 건조량은 1만 8955대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교수가 보는 미래 60년 지역마다 고부가가치 산업 분산 통해 4만달러 시대로 “우리나라 휴대전화가 세계 ‘넘버 원’인 것은 국내의 소비자들이 가장 깐깐하기 때문입니다. 시민과 업체가 끊임없이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찾은 결과죠. 이는 집중을 통해 ‘2만달러 시대’를 맞이했다면 다양한 목소리들의 분산을 통해 4만달러 시대로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모든 유행어는 시대의 조류를 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88만원 세대’라는 표현이 유행어로 떠오른 것은 20대 비정규직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전직 말지 기자인 박권일씨와 함께 저서 ‘88만원 세대’를 내놓으면서 시대의 화두를 던진 경제학자다. 우 교수는 지난 60년의 한국 경제를 ‘압축성장’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지만 경제적인 불균형이란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불균형을 푸는 게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라고 우 교수는 지적한다. 이는 유럽의 예와 같이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이 경제 활동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크게 국가가 운영하는 경제와 시장 중심 경제로 구분한다면 스위스나 덴마크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협동조합 등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4만달러 시대’를 맞았습니다. 자원투입형 경제는 이미 ‘과거의 유산’이라는 뜻이죠.”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에서,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한국 경제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물량을 투입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기존의 구조는 불가능하다는 게 우 교수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 교수는 기존의 양을 늘리는 ‘집합의 경제’가 아닌 질을 높이기 위한 ‘분산의 경제’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좋은 국민경제’의 틀을 갖추는 것은 이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분산의 경제는 구나 동 등이 실제로 한 단위가 돼 경제 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 경제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 충분한 사회적 투자가 진행돼야 하죠. 그러나 부동산 투기로 3∼4년 만에 몇 배의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하고 연구하겠습니까. 결국 독점과 투기를 줄이지 않고서는 좋은 국민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규모를 키워 2만달러 시대를 맞았다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의사소통을 활발히 진행시켜야 4만달러 시대로 갈 수 있습니다.” 우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조언한다.90년대 초부터 10년 동안의 헤이세이 공황을 겪었지만 교토 등 지역 경제는 중앙과 달리 탄탄하게 유지됐다. 그래서 다시 안정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이 중심이 된 분산의 경제는 자연스레 대규모 공장 대신 경쟁력 있는 소규모 공장 체제로 재편된다. 이때의 자원은 석유가 아닌 지식과 문화다. 우 교수는 “우리는 훌륭한 전통을 물려받은 문화국가인 데다 지난 30년 동안 공업을 발전시켜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 “스위스의 시계브랜드인 스와치 등과 같이 지역에 맞는 정밀기계나 소재, 정밀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킨다면 전 국토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성장 중시<60·70년대>→세계화·IMF체제<90년대 초·중반>→분배<2000년대 전후> 경제 패러다임 변화 ‘성장, 분배, 그리고 세계화.’ 우리나라 경제의 60년을 농축하고 있는 키워드다. 1960년대 경제 개발은 성장을 위한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였다고 볼 수 있다.1·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경제도약의 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1970년대는 중화학공업과 수출 중심의 정책이 추진됐다. 지역간 균형발전을 목표로 새마을운동이 도입된 것도 이 때다. 매달 대통령의 수출확대회의 주재,10대 종합상사 설립 등 전폭적 지지로 10년간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46%였다. 지난 77년에는 수출 100억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수출지상주의는 대기업이 재벌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성장이 이데올로기화되면서 정치·사회발전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고,1·2차 석유파동과 만성적인 물가상승 등으로 ‘복부인’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10·26사태 직후인 1980년 경제성장률은 -2.1%,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7%였다. 자연스레 안정성장에 초점이 맞춰졌고, 연 평균 물가성장률을 5%의 틀로 만든 것도 이때부터였다.80년대에는 북방외교 추진, 과거 공산권 국가와의 교류 및 교역확대, 해외투자 증가 등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무리한 성장정책과 노동력 착취 등은 노사분규를 태동시키는 요인이 됐다. 1993년 등장한 문민정부는 ‘세계화’의 흐름이 경제정책을 주도했다.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고 우리나라는 다음해인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이에 따른 외환규제 완화는 외환위기를 부르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외환위기는 경제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확 바꿨다. 전면적 구조개혁이 이어졌고 무리한 성장정책은 안정적인 성장으로, 한편으로는 ‘성장의 그늘’로 여겨진 소외계층에 대한 분배정책이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분배정책에 치중했던 참여정부는 2003년 경제성장률이 3.1%로 뚝 떨어지면서 저성장 논란에 휩싸였다. 동시에 성장과 분배, 그리고 세계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놓고 적잖은 논쟁을 불러왔다. 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성장과 글로벌 경제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연평균 7% 경제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7대 경제강국을 의미하는 ‘747공약’도 이런 토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섬유·가전으로 성장…반도체·車로 글로벌 기업 배출 80년대 이후 수출 효자 ‘선박’ 대표기업 수출품 변천사 1980년대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한 식당 주인에게서 변상 요구를 받았다. 세탁기가 막혔으니 물어내라는 요구였다. 서비스팀이 출동해 조사해보니 배수관에 감자 껍질이 무수히 쌓여 있었다. 세탁기에 감자를 넣고 돌리면 껍질이 잘 벗겨진다는 경험담이 입소문을 타면서 식당 주인들이 너도나도 감자를 ‘빤’ 것이다. 처음엔 “황당한 요구”라며 실소하던 삼성전자는 그러나 결국 세탁기를 고쳐줘야 했다. 제품 설명서에 ‘빨랫감 외에는 넣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년 뒤 미국에서 애완고양이를 목욕시킨 뒤 털을 말리려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고양이를 잃은 할머니에게 이 전자레인지를 수출한 일본 가전업체가 수억달러를 물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역시 ‘음식물 외에는 넣지 말라.’는 경고를 빠뜨린 탓이었다. 일련의 이 사건들은 삼성을 비롯해 앞만 보고 내달리던 국내 기업들에 ‘소비자의 권익’을 의식하게 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 책임’을 고민하게 했다. ●철광석·포목·오징어로 버텼던 ‘기업 태동기’ 한국 기업의 역사는 1896년 서울 배오개 고개에 둥지를 틀고 옷감 등을 내다팔던 박승직상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의 두산그룹 효시다. 구인회상점(1931년,LG 모태), 삼성상회(1938년, 삼성 모태), 현대토건사(1947년, 현대 모태), 선경직물(1953년,SK 모태) 등도 잇따라 태동했다. 하지만 근대 기업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것은 1950년대 중반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미국 달러화에 의지한 ‘원조 경제’ 시대였다. 김성수 경희대 교수는 이 시기 경제의 특징을 “돈벌이 자체에 집착한 천민형 자본주의”라고 정의했다. 주된 수출품도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였다. 지식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1961년 수출 1,2위 상품은 철광석(530만달러)과 중석(510만달러)이었다. 오징어(5위)와 활선어(6위)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섬유·가발·가전 꽃피운 ‘고도성장기’ 70년대 들어 한국 경제는 질적으로 도약했다. 중공업 비중이 1975년 처음으로 경공업과 같아지더니 이내 역전했다.‘국산 1호’ 타이틀을 건 치약, 라디오, 전화기, 흑백TV, 세탁기, 자동차 등이 줄줄이 쏟아졌다. 중동 특수가 일면서 건설업도 급성장했다.70년대가 LG(당시 금성)의 시대였다면 80년대는 현대의 전성기였다. 그래도 수출 저변은 섬유·의류산업이 떠받쳤다. 1970년 섬유는 단일품목으로 무려 3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며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그 유명한 가발(3위) 수출도 이 때 이뤄졌다. 정부 주도 ‘계획경제’의 빛과 그림자가 심화된 것도 이 무렵이다. ●반도체·자동차·선박 앞세운 ‘글로벌 성장기’ 80년대 말의 3저(低) 호황과 88서울올림픽 개최에 힘입어 정부와 기업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노사분규도 급증했지만 ‘고도성장’에 묻혔다.1995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27.7%)과 영업이익률(11.3%)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최고 기록이다. 산업구조에도 또 한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반도체, 선박, 컴퓨터, 철강 등이 수출 주력상품으로 전면 부상했다. 반도체는 1992년 수출 1위 품목(68억달러)으로 처음 올라선 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도 ‘포니 신화’를 연 지 20년 만인 1995년, 연간 100만대 수출을 돌파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경제가 크게 휘청댔다. 재계 판도도 바뀌었다.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서열 1위(자산 기준)는 현대(54조원)였다. 삼성은 52조원으로 2위였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올 4월, 삼성(144조원)은 현대차(74조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혔다. 롯데가 ‘빅5’로 올라선 것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해서다. 반면, 대우, 한라, 진로, 고합, 해태 등 10개가 넘는 재벌그룹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벤처 버블 붕괴’의 고통도 뒤따랐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해외 현지생산 확대 등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고 주주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것은 이 시기의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IT 경쟁력으로 中 추격 막아야” 미래 성장모델은 “회사가 10년,20년 후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5년 전에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으로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5년간을 여러분(임직원)이 그냥 까먹었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망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에 대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실행역량을 강화하라.”(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미래를 걱정하는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에는 한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냉혹한 ‘비즈니스 정글’의 생존명제가 녹아있다. 멈추는 순간 쓰러지고마는 굴렁쇠처럼 진화의 노력을 계속하지 않는 기업은 언제건 과거의 영화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변화·혁신 없인 지속적 성장 어려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55년 국내 100대 기업에 들었던 곳 가운데 50년이 흐른 2005년에도 순위에 들어있는 곳(상호변경 포함)은 CJ,LG화학, 현대해상, 한진중공업, 대림산업, 한화, 한국전력 등 7개에 불과했다. 기업집단으로 따지면 64년 10대그룹 중 지금도 10대그룹인 곳은 삼성과 LG뿐이다. 변화와 혁신은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특히 앞으로는 한국기업 고유의 성장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따라 배울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았다. 미국식이나 일본 또는 유럽식 경영모델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해 따라가면 됐다. 실제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런 벤치마킹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김신(경희대 교수) 한국기업경영학회장은 국내기업에 특징적으로 부과된 과제를 ▲소유와 경영에서 어떠한 기업행태를 만들어 내느냐 ▲한국기업이 처한 기업지배구조를 어떠한 방식으로 선진화하느냐 ▲초일류 기업으로서 어떠한 글로벌 경영전략을 수립하느냐 ▲이제까지 세계가 보지 못했던 혁신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느냐 ▲선도기업으로서 국제가격과 기술주도권을 어떻게 획득하느냐 ▲한국형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로 요약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발전상을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의 장점과 단점,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철저히 분석하고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이라는 변수들을 집어넣어 우리만의 새로운 기업모형과 경영이론을 창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활용도에 미래경쟁력 달려 이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첫머리에 꼽는 것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활용이다.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중국의 맹추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명확히 구분해 강점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 전망에 따르면 현재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이동통신장비, 디지털TV, 냉연강판 등은 2010년 중국 우위로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MP3플레이어 등에서는 이미 2004년을 전후로 중국에 역전을 허용한 상태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지칭하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을 필두로 베트남·인도네시아·터키·멕시코 등이 꼽힌다.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비상하고 있는 중동 등 산유국도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쟁취해야 하는 주력시장이다. ●규모 큰 세계시장에 집중 투자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세계시장 규모가 큰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도 중요하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품·서비스와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등의 결합·융합 부문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 분야의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에너지, 헬스케어, 환경 등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연료전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산업, 건강과 장수의 꿈을 실현하는 생명산업, 개인과 기업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부티크·투자은행 등이 유망분야로 꼽힌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신문희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신문희 교수

    깐깐 오월에 미끈 유월이라! 해가 길어 일하기 지루해 ‘깐깐오월’이라면, 보리 거두고 모 심고 할 일 많아 미끄러지듯 지나간다고 해서 ‘미끈유월’이다. 정열을 퍼붓듯 유월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지난주, 서울 강남의 노천 카페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유럽에서는 동양의 훌륭한 성악가, 또 지도력이 뛰어난 젊은 성악교수로 잘 알려진 여인이다. 국내에서는 비록 ‘대중스타’는 아니지만 노래를 한번쯤 들은 사람은 특유의 음색과 창법에 귀가 절로 솔깃해진다. 이날따라 비도 오는데 여인에게 노래부터 한 곡 청했다. 잠시 주저하더니 ‘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난 행복한 내가 아니냐∼’ 대중음악, 드라마음악, 국악의 여운을 담으면서 파워넘치는 성악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제목이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다. 노랫말에는 우리 민족,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녹여냈다. 우리나라의 자긍심을 심어줄 만한 노래로 ‘애국가’ 외에는 많지 않아 새로 곡을 만들었다. 여인은 특히 여창가곡의 인간 문화재 홍원기 선생한테 가곡을 전수받았다. 하여, 한 곡 더 부탁했다.‘어이∼, 아흐∼’라고 하면서 ‘꺾음새’와 ‘시김새’의 장단을 손바닥으로 무릎팍을 탁탁치면서 뱉어낸다. 그러다가 여인은 쏟아지는 비를 보더니 “비를 엄청 좋아하는데….”라고 흥에 겨워했다. 장난끼가 발동돼 여인에게 뚱딴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 내리는 비가 몇도인 줄 혹시 아시나요?” “???…, 아마 좀 차갑겠죠.” 대답 대신 노래를 불렀다. “비가 오도다, 비가 오도다∼.” 여인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썰렁한 ‘개그’를 하면서 기자생활을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이쯤해서 화제를 옮겼다.1981년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미국의 전설적 포크음악 가수 존 덴버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당시 둘은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를 1∼2소절씩 나누거나 함께 부르거나 하면서 각자의 개성과 영역을 잘도 넘나들었다. 당대 최고 음악가의 목소리에다 ‘사랑이란 아마도∼’의 서정적인 노랫말과 멜로디로 전 세계인의 가슴을 휘어잡았다. 마국차트 59위, 영국차트 32위까지 올랐다. 지금은 ‘파페라’라는 말이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성악가와 팝가수가 함께 노래한다는 것은 최대의 사건으로 여전히 회자된다. 이후 성악가가 팝뮤직을 부르고 팝가수가 성악을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대중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3년 ‘하여가’라는 제목으로 2집 앨범을 발표할 때 국악과 랩을 잘 조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성악가 조수미씨가 TV드라마 ‘명성황후’의 주제가 ‘나 가거든’을 불러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크로스오버 음악’이란 서로 다른 장르를 넘나들며 교차시킨다는 뜻이다. 완전히 뒤섞어서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르를 결합하면서도 장점을 잘 살려내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융합’의 의미인 ‘퓨전’과는 조금 다르다. 요즘 ‘크로스오버 음악가’로 한창 이름을 날리는 여인, 앞서 대화를 나눴던 바로 우크라이나의 오데사국립음대 신문희 교수. 지난 2004년 국내에서 ‘무니’라는 이름으로 크로스오버 음악 1집 앨범(The Whispering of the Moony)을 발표하면서 이 분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자임했다. 그가 최근 4년 만에 2집 앨범(The Passion)을 냈다.‘아름다운 나라’ 외에 1962년 나온 피터 폴&메리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500마일(500 Miles)’,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Voi Che Sapete)’, 그리고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간다고 하지마오’ 등 동서양,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총 10곡을 내놓았다.1집이 월드뮤직에 비중을 많이 뒀다면 이번에는 우리 가사의 비중도를 높였다. 이에 대해 “크로스오버 장르에 익숙지 않은 대중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받는 까닭도 이같은 정열적 ‘시도’에 있지만 가곡과 성악을 전공하고 유럽 굴지의 음악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크로스오버 음악세계’로 뛰어들었다는 점이 더욱 이채롭게 다가온다. ▶크로스오버 음악가로 나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우리나라는 현재 크로스오버 음악의 초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이 보수적으로 계속 머물지 말고 이제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러던 차에 성악가 조수미씨의 동생이 매니저를 맡아 2004년 제1집을 내게 됐지요. 평론가들은 ‘숨은 명반’이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홍보가 잘 안돼서 그런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또 한국적인 크로스오버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한국인이 소름끼치도록 좋아하는 음악, 그런 생각에 ‘아름다운 나라’에 굿거리장단도 삽입했지요.” 크로스오버 음악이 국내에 채 도입되기 전 그가 1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국내외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이로 인해 국내 모 언론사에서 정한 ‘한국을 빛낸 여류인사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크로스오버란 어떤 것인가요. “이미 세계 음반계는 클래식과 팝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IT산업의 발달도 이를 거들고 있지요.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로 두 음악을 초월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서로의 장점과 정체성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파페라와 퓨전음악과는 분명 다릅니다.” ▶원래부터 음악적 재능이 탁월했나요. “열두살때 CM송을 죄다 따라부를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음악선생이 저한테 ‘여창가곡’을 해보라며 권했고 인간문화재 홍원기 선생한테 추천을 해줬습니다. 그러다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공연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성악으로 돌아섰지요.”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법대에 진학하라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성악가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친척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국제정치학 교수로 있어 다른 나라보다 영국행이 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음악적 연고가 없었던 그는 무작정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왕립음악학교에 찾아가 명성이 높았던 줄리 케너드 성악과 교수에게 제자를 삼아줄 것을 여러번 간청, 결국 허락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이 부분에 이르자 언론에 대한 일부 불만도 털어놨다. 자신의 이력 중 ‘왕립음악학교’와 관계된 부분인데 첫 인터뷰때 왕립음악학교 졸업으로 기사가 잘못 나가는 바람에 수정이 잘 안돼 신경이 거슬린다는 것. 성악은 왕립음악학교에 재직 중인 줄리 캐너드 교수를 사사했을 뿐 졸업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꼭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후 신 교수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중앙음악학교에 입학, 성악 정규 코스 및 피아노과정을 3년만에 이수했다. 졸업 후에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오데사국립음대 교수에 최초의 동양인이자 역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특히 세계적인 콜로라투라 성악가 조앤 서덜랜드가 심사위원을 했고, 또 성악가 조수미씨가 입상했던 빈센조 벨리니 콩쿠르(이탈리아 시칠리아)에 2002년 최연소 심사위원이 됐던 점이 유럽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평균 연령이 6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0대의 최연소 심사위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그가 이제 막 시작단계나 다름없는 국내 ‘크로스오버 음악계’에서 성악과 국악, 가요 등을 넘나들면서 어떻게 새로운 분야를 이끌어갈지 사뭇 기대된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이렇게 말했다.“한국이란 사회에서 대중적 이름이 없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자 외로움이지요. 하지만 열심히 활동해서 우리나라의 음악발전은 물론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겠습니다.” 오는 11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리는 세계요트대회에 초청돼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다운 나라’ 등을 열창한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 서울 출생 ▲1985년 창덕여고 1학년때 인간문화재 홍원기 여창가곡 사사 ▲87년 창덕여고 졸업 ▲90년 영국 왕립 음악학교 줄리 케너드 교수 성악 사사 ▲96년 이탈리아 중앙음악학교 졸업, 동 대학에서 성악·피아노 정규과정 이수 ▲2000년 우크라이나 오데사 국립음대 최초 동양인·역대 최연소 교수 ▲01년 오데사 국립 오페라단 지도교수 ▲02년 이탈리아 빈센조 벨리니 국제 콩쿠르 최연소 심사위원 ▲03년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한국-캐나다 이민 40주년 기념공연 ▲04년 미 국회의사당 초청 최초 성악가 ▲05년 호암예술상시상식 단독 초청공연, 크로스오버 앨범 제1집 ‘더 위스퍼링 오브 더 무니´(The Whispering of the Moony) 발표 ▲07년 우크라이나 정부 동양인 최초 교육공로상 수상 ▲08년 한국인 우주인탄생 기념공연 스페이스 2008 오프닝·피날레 공연 ▲08년 5월 크로스오버 앨범 제2집 ‘더 패션´(The Passion) 발표 ▲현재 오데사 국립음대 교수,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 최시중號 출발부터 파열음?

    최시중號 출발부터 파열음?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형태근 전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내정함으로써 방통위 라인업이 갖춰졌지만, 방통위원으로서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4명의 상임위원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27일 전후로 대통령의 임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대는 초대 방통위 인적 구성은 위원회 업무 정상화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7일께 대통령 임명 받을 듯 지난 18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각각 송도균 전 SBS 사장과 이경자(경희대)·이병기(서울대) 교수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다. 대통령 몫의 상임위원으로 내정된 형 전 통신위 상임위원 및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5명의 상임위원 구성이 완료된 셈이다. 최 위원장 내정자를 빼면 여야는 방송(송도균·이경자)과 통신(형태근·이병기) 분야에 각각 한 명씩을 안배했다. 송 전 사장은 방송 3사를 모두 거쳐 최고 경영자에까지 오른 40여년 경력의 방송 전문인이고, 이경자 교수는 한국방송진흥원 원장과 방송개혁위원회 위원,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형 전 상임위원은 정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통신분야 전문관료이고, 이병기 교수는 1997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회원 최고 등급인 펠로(fellow)로 선정되기도 한 전기통신 전문가다. 이들의 방통위원 내정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정치적 성향보다 해당 분야 전문성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을 내놓는 배경이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아예 “전문성만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방송과 통신을 균형 있게 아우르는 인물이 아니라 자기 전문 분야에 치우친 인물들을 선정, 자칫 방통위가 영역간 싸움판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지적할 정도다. ●언론노조, 단체행동까지 불사 계획 반면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쪽에서는 상임위원 구성을 “정체성이 모호한 인선”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산업적 시각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공공성 수호’라는 관점에서는 선뜻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민주당 추천 인사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의 ‘방송통신위원 심사추천위원회’에 참여했다가 추천 막바지에 위원회에서 배제당한 시민사회측 시선이 유독 따갑다. 이들은 이경자, 이병기 두 교수의 경우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신문·방송 겸영 규제완화, 공영방송 민영화 등을 막아내기보다 오히려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면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통신 분야에서 두 사람의 전문성은 ‘학자적·이론적 전문성’일 뿐 최근 급변하는 방송통신융합 정책 및 업계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현장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방통위 상임위원은 임명 뒤에 공부한다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최시중 위원장 내정자와 4명의 상임위원이 대통령 임명을 받을 경우 당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5월 단체행동까지 불사하는 반대 투쟁으로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인적구성을 둘러싼 끝없는 논란은 출범 전부터 난기류에 봉착한 ‘최시중 체제’의 표류를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문영 강아연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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