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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공단 재가동 원칙 합의] 12회 접촉 16시간 밀고당기다 새벽 4시 합의

    [개성공단 재가동 원칙 합의] 12회 접촉 16시간 밀고당기다 새벽 4시 합의

    개성공단 재가동의 ‘불씨’를 살려낸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실무회담 합의는 6~7일 이틀에 걸친 16시간의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이뤄졌다. 남북 대표단은 지난 6일 오전 11시 50분부터 전체회의를 포함해 모두 12차례 접촉을 갖고 마침내 7일 새벽 4시 5분 합의서 채택에 성공했다. 실무회담은 시작부터 통신 설비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쳐 1시간 50분 늦게 시작되는 등 진통 속에 진행됐다. 남북 당국회담이 ‘격’ 문제로 무산되는 등 남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열린 만큼 양측 간 긴장도 팽팽했다. 북측의 한 회담 관계자는 남측 공동취재단이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에게 회담 진행 계획 등을 묻자 “어디 감히 미리 승인도 안 받고 단장에게 말을 거느냐”고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우리 측 회담 관계자에게는 “안내를 잘하라”고 따졌다. 극도로 예민하고 긴장된 분위기는 오전 전체회의 자리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우리 측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박 부총국장은 서로를 ‘회담 전문가’라고 치켜세우며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첫 만남을 시작했지만 막상 카메라가 철수한 뒤 본 회담에 들어가자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날카롭게 대립했다.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북측의 일방적 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남북 간 합의는 물론 개성공업지구법도 위반한 것으로 남북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초반부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북측은 이를 묵묵히 듣고는 재발 방지 등에 대한 언급 없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 반출은 허용할 수 있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원·부자재 반출은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의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에 대비해 원·부자재를 ‘담보’로 잡겠다는 것으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측은 이례적으로 통일각에서 우리 대표단에 점심식사를 제공했지만 남북이 한자리에서 식사하지는 않았다. 오후 8시쯤 3차 수석대표 접촉이 끝난 뒤에는 회담이 난항을 겪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어 4~6차 접촉이 모두 5~10분 만에 짧게 끝나면서 협상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양측 수석대표 접촉은 날짜를 바꿔 가며 7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역점을 두면서도 장마철 개성공단 시설 점검과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등 긴급하면서도 비교적 합의가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가닥을 잡고 협상에 속도를 높였다. 북측도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대(大)전제에 공감하며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막판 진통 끝에 남북은 4개 항의 합의서를 도출하고 오는 10일 후속 회담까지 약속하며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정중동’ 朴대통령

    ‘정중동’ 朴대통령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5일 공식 일정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날까지 닷새간 박 대통령이 소화한 공식 일정은 3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2개는 호주의 국방·외교장관과 인도 총리특사를 접견하는 외교 일정이었던 만큼 여성주간 행사에 참석한 것이 이번 주 대외 공식 일정의 전부인 셈이다. 주말인 6~7일에도 이렇다 할 공식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하지만 공식 일정이나 외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청와대 측은 강조하고 있다. 주말에는 주로 관저에 머물며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업무보고서 등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외적인 일정이 없을 뿐이지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보여주기식’ 일정이나 형식적인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기보다는 막후 조정하는 역할에 더 충실하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이 대표적이다. 통일부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원 보이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원칙론이 전제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응한 것과 관련, “북한이 대화에 응한 것은 순리”라고 강조했다. ‘순리’라는 표현에서는 남북관계에서 일정 부분 주도권을 잡았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러한 ‘잠행’에 대해 “통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박 대통령이 정책 추진을 위한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지나치게 멀리한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정치 부재, 정치 실종 상태”라면서 “박 대통령이 드러나는 대외 활동, 특히 정치 행보를 좀 더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北 “지도자·체제 모독 탈북자 제거할 것”

    북한이 19일 국내 탈북 매체의 보도를 문제 삼아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체제를 비판하는 탈북자들을 제거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보안부는 이날 특별담화에서 “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 탈북자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을 내세워 우리에 대한 모략선전과 비난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현 당국자들, 악질적인 보수 언론매체들도 무자비한 정의의 세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김정은, 히틀러 ‘마인캄프(나의 투쟁)’ 고위간부들에게 선물”이란 제목으로 탈북자 매체 ‘뉴포커스’가 보도한 기사를 문제 삼았다. 이 매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생일을 맞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저서를 간부들에게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민보안부는 “(김 제1위원장을)감히 비하하고 먹칠하는 만고대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보도 내용을 우회적으로 부인한 뒤 우리 정부를 향해 “막후에서 탈북자들을 ‘북한문제 전문가’들로 둔갑시켜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전의 앞장에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 “최고지도자 존엄·체제 모독 탈북자 제거할 것” 경고

    북한이 19일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체제를 비판하는 탈북자들을 ‘제거’하겠다며 강하게 위협했다. 북한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청에 해당)는 이날 특별담화에서 “’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 탈북자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인민보안부는 탈북자들을 내세워 “우리에 대한 모략선전과 비난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현 당국자들, 악질적인 보수언론매체들도 무자비한 정의의 세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이 이처럼 강도높은 위협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날 국내 탈북자 매체의 언론보도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1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탈북자들이 만든 매체 ‘뉴 포커스’를 인용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 부장급 간부들에게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매체들도 WP를 인용해 이 소식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인민보안부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후대 사랑, 미래 사랑의 뜨거운 위인적 풍모에 대해 감히 비하하고 먹칠하는 만고대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를 두고 “막후에서 탈북자들을 ‘북한문제 전문가’들로 둔갑시켜 그들을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전의 앞장에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보안부는 “(탈북자들이) 현 남조선 괴뢰패당과 날강도 미제의 비호조종을 받으며 그들과 함께 대결광대극의 주역을 놀아대면서 우리 존엄과 체제를 함부로 중상모독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스쳐 지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북대화 무산 경색국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해법은 ‘中 카드’

    남북대화 무산 경색국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해법은 ‘中 카드’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당국대화 무산으로 경색 국면으로 돌아선 남북관계 해법을 위해 ‘중국 카드’를 꺼내들 전망이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변곡점이다. 지난 7~8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주요 2개국(G2)의 강력한 의지가 확인되면서 북한 문제 해법을 위해 한·미·중 3국의 3각 공조가 보다 힘을 받을 수 있는 구도가 됐다. 중국과 미국의 중간에서 한국이 역할을 확대하며 대북 문제 해결에 주도권을 쥘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14일 박 대통령이 방한 중인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75)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 면담을 가진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탕 전 국무위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지만 사실상 한·중 정상회담 의견 조율을 위해 청와대가 초청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탕 전 국무위원은 박 대통령에게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 (李克强) 총리의 안부를 전한 뒤 “중국은 커다란 기대를 갖고 박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성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탕 전 국무위원은 또 “북한의 핵 보유 정책이나 핵실험은 중·북 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탕 전 국무위원은 외교분야 실무사령탑인 국무위원직을 마칠 때(2008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 온 인물이다. 현재 중국국제관계학회 회장으로서 막후에서 외교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6차례 만났다.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측의 기류를 전달하고 박 대통령의 의중을 탐색하기에 적임자인 것이다 그는 “중국 측은 커다란 기대를 갖고 박 대통령의 국빈 방중이 순조롭고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준비하고 있다”며 “한·중 정상회담은 최근 중·러, 중·미 정상회담과 함께 중국에 가장 중요한 3대 정상회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최근의 남북대화 무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형식이 상대방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인 만큼 내용을 지배할 수도 있다”며 “남북한 간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방중 당시 감기에 걸렸을 때 탕 전위원의 도움을 받았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제가 감기가 잔뜩 들어서 고생할 때 위원님께서 콜라와 따뜻한 물을 섞은 특효약을 소개해 주셔서 중국에서도 먹고, 한국에도 그 소식이 널리 알려져 다른 사람들도 실험을 해보고 그랬다”면서 “위원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오래 기억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탕 전 국무위원은 “이것은 서양약과 한의약을 결합하는 특효라고 할 수 있다”고 화답해 웃음꽃이 피었다는 후문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남북회담 무산 이후] ‘김양건 수석대표’가 무산 이유?… 남북 ‘서로 네 탓’ 진실 공방

    [남북회담 무산 이후] ‘김양건 수석대표’가 무산 이유?… 남북 ‘서로 네 탓’ 진실 공방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기까지 지난 9~1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실무접촉 협상 과정의 막전막후가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1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회담 무산 전모를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고, 우리 측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진실 공방전을 벌였다. 남북의 주장을 종합하면 우리 측은 합의서 초안을 교환할 때부터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설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남측이 당중앙위원회 비서(김양건)의 이름을 합의서 초안에 북측 대표단 단장으로 박아넣는가 하면, 개성공업지구 잠정 중단 사태에까지 연결 지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거론하며 북측 수석대표로 김 부장을 지목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 조치도 김 부장 명의로 한 것인 만큼, 김 부장이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다는 예시를 들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무접촉 최종 합의서에 남북 당국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로 명시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라는 표현도 합의문 초안에는 빠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평통은 “남측이 합의서 초안에 회담 의제인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정상화·재개’라는 표현을 빼고 애매모호하게 해놓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일부 인정했지만 “모호하게 하려 한 게 아니라 단순히 기술적 표현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당국회담의 일정과 관련해선 우리 측은 1박 2일을, 북측은 적어도 2박 3일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질적 협의와 무관한 참관 등을 하지 않고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1박 2일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평통은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고 화해와 신뢰를 쌓아 가려는 태도가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남북 당국회담 예정일 하루 전인 지난 11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연락관 접촉 뒷얘기도 공개됐다. 판문점에서 남북이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 명단을 교환한 당일 오후 1시쯤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은 평양에서 출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평양을 출발하려던 차에 남측으로부터 이번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통일부 차관으로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서울에 나가는 것을 부득불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평통은 “남측이 실제로 통일부 장관을 내보낼 의향이라고 몇 번이고 확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개최되기 직전 수석대표를 아래 급으로 바꿔 놓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통일부 장관을 직접 지목하며 확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북한은 역대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여했던 북측 수석대표들이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이었고, 부국장이 그동안 통일부 차관을 상대해 왔다고 밝혔다. 남북 당국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내세웠던 강 국장이 이보다 높은 급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총 21차례의 남북 장관급 회담에 북측 단장으로 참여했던 인사는 전금진, 김령성, 권호웅 등 3명이다. 이들의 직함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또 조평통 서기국에 대해 “명실공히 북남 관계를 주관하고 통일사업을 전담한 공식기관”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정부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 제의] 北 ‘패키지 대화’ 제의…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 화해 제스처

    [정부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 제의] 北 ‘패키지 대화’ 제의…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 화해 제스처

    남북 간 당국자 대화가 무르익어 가면서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올 2월 3차 핵실험 강행으로 긴장이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6월 한 달 동안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개최되면서 북핵 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 북한으로서도 남북 대화를 통해 한반도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전략적 포석의 의미도 있다. 북한이 6일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문제 전반의 의제에 대해 ‘패키지 대화’ 제의를 한 것은 당국 간 회담을 계기로 난마처럼 얽힌 남북 관계를 전면적으로 풀어 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으로서도 당장 개성공단 정상화가 최대 현안이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지난 5년 동안 경색됐던 남북 관계를 풀려면 그동안 쌓인 현안을 모두 다루는 포괄적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배후에는 북한의 경제난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박봉주 내각 총리를 지명하며, 경제 활성화와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섰지만 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특히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북한의 대외 신용 회복이 급선무인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정상화로 일정 부분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후 5년 가까이 중단됐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자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외국 자본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경제개발구 설치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투자 유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대화 패키지’에 끼워 넣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한 여론의 감성을 자극해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뿐만 아니라 매번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해 왔기 때문에 남북 화해 분위기를 실감하는 의미도 크다. 당국 간 합의만 되면 올 추석까지는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체 구도에서 보면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는 지난달 22~24일 김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방중 후속 조치로도 풀이된다. 이번 대화 제의 시점이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직전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 직전 남북 대화를 제의해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중국의 부담을 덜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한반도 주도권을 쥐면서 중국에 힘을 실어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막후에 있던 중국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제시하거나 미국이 북한을 한층 조이고 나서는 국면으로 진입하면 북한으로선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도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 등이 북한의 유화 제스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6자회담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중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급박하게 상황 관리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이동통신 3사 사활 건 총성 없는 주파수 전쟁의 막전막후

    [주말 인사이드] 이동통신 3사 사활 건 총성 없는 주파수 전쟁의 막전막후

    하늘을 보라. 푸른 하늘이나 구름 또는 내리는 빗줄기가 전부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가롭게 보이는 이 하늘길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짐꾼들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바로 전파(전자파·electric wave)다. 우리는 눈을 떠서부터 잠들 때까지 전파의 도움, 때로는 공격을 받고 살아간다. 뭐든 무선이 대세가 돼 버린 지금, 전파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힘들다. 선이 없이 작동되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전파의 힘을 빌리고 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은 물론 편히 소파에서 늘어질 수 있도록 돕는 TV 리모컨, 출근길 버스에서 듣는 라디오, 심지어 목청의 진동이 만들어내는 목소리나 물체를 구별하게 해주는 가시광선까지도 크게 보면 전파와 원리가 같다. 최근 정보통신업계에서 새 논란거리로 떠오른 주파수는 쉽게 말해 이 전파가 다니는 길이다. 각 전파는 진동수, 파장, 진폭 등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구리 전선 대신 주파수라는 길을 지나며 정보를 전달한다. 라디오, TV, 휴대전화 등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무선 기술은 정해진 대역의 주파수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또 해석하는 기술이 기본이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대역(band)이다. 주파수가 길이라면 대역은 도로의 폭이다. 길이 나 있다고 해서 사람과 자동차, 우마차, 비행기가 한꺼번에 다닐 수 없듯이 주파수 대역도 애초에 정해진 용도로만, 허락받은 사람들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통사고, 즉 ‘혼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같은 전화번호를 여러 사람이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정부는 주파수를 공공재의 하나로 관리하며 대역별로 정해진 사용자가 정해진 용도로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주파수에 관한 핫이슈인 ‘황금 주파수’ 1.8㎓ 논쟁은 이 대역을 누가 사용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1.8㎓는 해외 주요 업체들이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으로 로밍 서비스 활용 등이 쉬워 탐나는 주파수로 통한다. 국내에서도 LTE 사업 용도로 할당된 이 주파수를 두고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사운을 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누가 이 대역을 가져가느냐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결정에 따라 LTE 시장, 더불어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특히 1.8㎓ 구간 내 10㎒(1.83~1.84㎓) 대역을 KT에 줄 것인가, 말 것인가다. 현재 이동통신 3사 중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총 40㎒, KT가 총 50㎒ 정도의 주파수를 LTE 용도로 가지고 있다. 이렇게 통신 3사가 비슷한 LTE 주파수 대역을 가진 상황에서 이번 주파수 할당 대상의 하나로 거론되는 ‘1.83~1.84㎓’ 구간은 특히 KT로서는 ‘길을 하나 더 확보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광대역’(broadband)의 실현 때문이다. 광대역은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주파수 대역이라는 뜻이다. 즉 드넓은 정보의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문제의 1.8㎓ 내 구간이 유독 KT에만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건 해당 구간이 KT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주파수 대역에 인근한 ‘인접 대역’이기 때문이다. LTE는 주파수 대역폭과 무관하게 통신 속도가 일정한 3세대 통신과는 달리 대역폭이 곧 속도를 결정하는 성질이 있다. LTE에서는 대역폭이 2배가 되면 통신 속도 역시 2배로 빨라지는데 현재 업체들이 LTE 광대역이라고 말하는 40㎒ 폭 주파수 대역으로 LTE 서비스를 하면 최고 통신 속도가 150Mbps가 된다. 그러면 현재 LTE 속도인 75Mbps보다는 2배, 유선 통신 최대 속도인 100Mbps보다도 1.5배 더 빠른 통신이 가능한 것이다. KT 입장에서는 이 인접 대역을 할당받으면 최소 비용을 들여서 2배로 넓고 2배로 빠른 고속도로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문제의 대역이 계륵 같은 존재다. 두 회사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주파수 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 문제의 1.8㎓ 내 대역을 가져가도 쓸모가 없다. 그렇다고 남을 주기는 아까운 상황인 셈이다. 일단 이 대역의 할당 여부를 두고 SK텔레콤·LG유플러스 대 KT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 모양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3위 LG유플러스는 이 대역을 절대 KT가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KT는 애타게 이 대역을 원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양 사는 만약 미래부가 문제의 대역을 KT에 할당해 버리면 정책적 판단이 일종의 ‘특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접 대역을 KT에 할당하면 KT는 5000억원을 투자해 반년 이내 광대역 전국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반면 다른 회사들은 약 28개월 동안 최대 3조 3000억원을 쏟아부어야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일단 인접 대역은 놔두고 다른 주파수를 할당해 3사가 비슷한 시기에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근거로 “KT에 1.8㎓ 인접 대역을 할당하면 3사 전체의 고용 유발 효과는 2만 9000명,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조원 정도지만 공정한 광대역 할당을 하면 고용 유발 효과는 4만 5000명,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조 7000억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KT는 ‘자원 효율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인접 대역을 할당하는 것이 공공재인 전파의 파편화를 막고 효율성을 극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LTE 트래픽이 증가하는 시점에 광대역 LTE 시대를 더 빨리 열 수 있으며 손쉬운 해외 로밍 등의 이점이 있다고 한다. KT 관계자는 “이제 주파수 정책은 사업자의 취약점을 일일이 맞추기보다는 전체 산업 활성화 측면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이미 해외 주요국은 광대역 주파수 할당을 완료하고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부는 3가지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논란이 되는 인접 대역을 제외한 3개 블록을 할당하거나 ▲3개 블록을 대상으로 3사 경매를 부치거나 ▲인접 대역까지 포함해 할당·경매하는 안 등이다. 미래부는 다음 달 최종안 발표를 목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미래부는 3개 안을 제시한 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 내부에서 검토 중이고 결정된 바가 없어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바깥에서는 무선통신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주파수 전쟁’을 멈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업체들은 ‘주파수 할당 중장기 계획’을 요구한다. 이번 1.8㎓뿐 아니라 이후 새로 개간해 할당할 주파수 대역, 또 광대역 LTE를 위한 장기적인 주파수 회수·재할당 계획을 미리 제시하면 눈앞에 놓인 먹잇감을 두고 벌이는 과열 경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어 주파수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업체들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파 공유는 경쟁 체제에 있는 회사들에게 한 공장을 주고 나눠 쓰라는 격”이라며 “우선 정서적 문제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주파수 전쟁’의 진짜 문제는 전파의 혜택을 받아야 할 소비자들이 결국 볼모 역할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 3사는 각 기업의 이해관계를 ‘고객 만족’이라는 말로 포장해 왔다. 이번 1.8㎓ 논쟁 역시 LTE 시장점유율, 시설 투자비, 사업 선점 등을 두고 서로를 견제하는 기업들의 논리가 바닥에 깔려 있다. 고객들이 가장 예민해하는 요금에 대한 언급은 없다. 황금 주파수의 할당에 대한 미래부의 최종 결정은 오는 8월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나 만지작거리며 고래들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새우의 처지다. 이러는 사이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 간 경쟁은 차후 광대역 LTE 요금을 높이는 데 일조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텅 빈 하늘을 바쁘게 달리는 전파도 결국 오랜 주파수 전쟁에 치여 온 ‘고객’의 땀이 서려 있다고 보면 괜한 생각일까.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공단도, 대화도, 출구도… 남북관계 ‘0’

    공단도, 대화도, 출구도… 남북관계 ‘0’

    개성공단에 남았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우리 측 인원 7명이 3일 오후 모두 귀환하면서 2004년 공단 가동 후 9년여 만에 남북 협력의 ‘상징 지대’인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국면에 돌입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5·24 대북 제재 조치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남북을 이어 온 개성공단은 극적 회생으로 가느냐, 사망 판정을 받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남북 모두 상생보다는 한반도 주도권을 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 결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북한에 미수금 명목으로 1300만 달러(약 142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측 근로자의 3월 임금 730만 달러, 2012년 회계연도 소득세 400만 달러, 통신·폐기물 처리 등의 수수료 170만 달러를 합친 금액으로 당초 협의된 것으로 알려진 1000만 달러보다는 늘었다. 남북 간 금전적 정산이 완료되면서 개성공단의 남측 체류 인원은 처음으로 ‘0명’에 머물게 됐다. 지난 3월 27일 북측의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 차단 후 유일한 연락 접점이었던 개성공단 관리 채널마저 끊기면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은 표면적으로 모두 단절됐다. 남북관계의 출구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 두 체제의 경제협력 실험이었던 개성공단에 정치 논리가 작용한 건 향후 교류·협력 관계에도 상당한 생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주력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가 장기적인 교착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 위기의 막후 중재자인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랭된 상황에서 오는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중 3국 간 조율이 있었고, 향후 북·중 대화가 열릴 수 있다”며 “한반도를 교차하는 대화 구도 속에서 개성공단 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프로야구] 한화 13연패… 역대 개막후 최다 연패 수렁

     프로야구 한화가 역대 개막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썼다.  한화는 14일 대전에서 LG에 0-8로 지면서 13연패 늪에 빠졌다. 팀 개막후 최다 연패(2008년 5연패), 김응용 감독의 개인통산 최다 연패(2004년 삼성 시절 10연패)를 이미 넘어선 한화는 이날 패배로 팀 최다 연패(2009년 12연패)는 물론 역대 개막후 최다 연패(종전기록은 2003년 롯데 12연패) 기록마저 경신했다. 이제 프로 통산 최다 연패 기록인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  연패 부담감이 연패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연패를 끊기 위해 마운드를 총동원하다 보니 개막 2주 만에 선발 로테이션이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13일 LG전에서 외국인 선발 이브랜드가 구원 등판한 데 이어 이날도 불과 이틀 전 선발이었던 김혁민이 다시 선발로 나섰다.  결과는 참혹했다. 김혁민은 1회초부터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뒤 이대형의 희생번트 타구를 악송구로 연결, 불과 공 2개를 뿌리고서 1실점했다. 이후 볼넷에 포일까지 나오면서 1사 2, 3루가 됐고 이진영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로 내줬다.  김혁민은 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되찾나 했지만 3회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내줬다. 이어 1사 1, 2루 상황에서 이진영에게 3점홈런까지 얻어맞았다. 4회 마운드를 마일영에게 넘긴 김혁민은 3이닝 동안 4피안타 2피홈런 3볼넷 2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다.  피로가 쌓일대로 쌓인 불펜 역시 허약했다. 5회 2사 1, 2루에서 등판한 김일엽이 손주인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내준 데 이어 제구 난조로 후속타자 현재윤의 헬멧을 스치는 공을 뿌려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곧바로 정주현에게 볼넷을 허용, 밀어내기로 추가 1실점했다.  타선 역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회말 맞은 무사 1, 3루 기회에서 잇따라 삼진과 뜬공으로 물러나며 살리지 못하는 등 안타 5개가 산발하며 뼈아픈 영봉패를 당했다. 한화를 13연패로 몰아넣고 3연승을 달린 LG의 수훈갑은 선발 우규민이었다.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완봉승을 거둔 우규민은 안타를 5개 맞고 삼진을 7개 잡으며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창원 마산구장에서는 NC가 9회말 박으뜸의 끝내기 스퀴즈번트로 SK에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에 이어 홈 2연승, 올시즌 3승째를 올리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北변화 먼저’서 대화 모드로… 남북 물밑채널 있나

    ‘北변화 먼저’서 대화 모드로… 남북 물밑채널 있나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선(先) 변화를 요구한 기존의 입장과 달리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사실상 제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대화 제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종의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지난 11일 발표된 대북 성명서는 류 장관의 청와대 방문 직후 나온 만큼 박 대통령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밤 상황에서 성명서의 내용이 ‘대화 제의냐, 아니냐’는 혼선이 빚어지자 청와대가 막후에서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남북 간 ‘강(强)대강’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남북 간 물밑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12일 “청와대 쪽에서 물밑 접촉의 움직임과 흐름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류 장관의 성명도 이런 흐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 가동마저 중단된 현재 상황에서 남북 간 물밑 접촉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오히려 출구 전략을 찾는 미국과 중국의 대화 움직임에 박 대통령이 사전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이날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북 대화 제의와 관련해 한·미 간 ‘공조 채널’이 가동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최첨단 무기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미국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계획을 연기하는 등 ‘무력 시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그동안 중재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한반도 안보 위기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홍콩서 中공산당원 18만명 활동”

    홍콩에서 암약하는 중국 공산당원이 무려 18만명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이 발행하는 잡지 보쉰은 최근 발간된 3월호에서 홍콩·마카오 공작협력 소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홍콩에 잠복한 공산당원 수는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다. 보쉰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16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반(反)중국 정서가 강해 당의 통제 범위 아래 두고자 대규모 지하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 내 지하 당원 18만명 중에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넘어간 이민자 출신이 7만~8만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에 공산 정권이 수립된 1949년 이후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까지 홍콩으로 넘어간 중국 대륙 이민자는 최소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당원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홍콩 정착 이후 당과 연락을 끊고 당비도 납부하지 않았다. 당헌에 따르면 공산당원의 당비 납부가 6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당원 자격이 소멸된다. 다만 공산당은 이들의 신상 자료인 당안을 보유하고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고 있었다. 2003년 7월 홍콩에서 50만명의 시민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공산당은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당원 출신 이민자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임의 탈당을 하고 당비를 납부하지 않은 전력을 모두 사면해 줬다. 당은 100만명의 이민자 중에서 선별을 거쳐 7만∼8만명을 재입당시키고 당의 업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홍콩 반환 뒤에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법률제도·생활양식을 허용) 원칙에 따라 홍콩을 통치하고 있다.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에 따라 2017년부터 홍콩인들이 수반인 행정장관을 직접 선출하도록 보통선거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후에서 홍콩을 통제하기 위해 친중국계 인사가 홍콩장관이 돼야 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홍콩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차오샤오양(喬曉陽) 전국인민대표대회 법률위원회 주임(위원장)은 지난 24일 한 세미나에서 “중국 정부에 맞서는 반대 진영 인사는 홍콩 행정장관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 회동·연기 숨가빴던 ‘데드라인’… 30여 차례 만에 마침표

    여야 모두 17일을 정부조직법 협상 ‘데드라인’으로 봤다. “이날마저 타결에 실패한다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국회에 감돌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 30분 여야 원내대표을 포함한 4자 회동이 예고되면서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오전 회동이 갑자기 오후 2시로 연기되면서 “타결이 또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요청으로 연기한 것”이라고 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 쪽에서 의견이 먼저 와서…”라며 각각 상반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오후 2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가 먼저 “그동안 양보해왔는데, 합의가 다 되려고만 하면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원안고수를 주장해 왔다”면서 “오늘은 문 닫아놓고, 청와대 결심 받아오고 이런 것 없기”라며 신경전을 펼쳤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오늘 김연아 선수가 우승했잖아요. 그 기념으로 기분 좋게 사인(서명)합시다”라고 답하자, 박 원내대표는 “안방에서 한가하게 그거 보신거냐”라며 핀잔을 줬다. 때문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운영위원장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협상 1시간이 지나고 ‘합의문’이라고 적힌 서류를 든 관계자들이 들락거리면서 협상타결 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이날 4자 회동이 ‘최종 합의문 작성’ 차원이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후 4시 15분 국회 귀빈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합의문에 서명했다. 30여차례 넘도록 진행되며 ‘지리멸렬’하다는 비판을 받은 정부조직법 협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장편 정치역사 소설 ‘1987’낸 하창수

    [저자와의 차 한잔] 장편 정치역사 소설 ‘1987’낸 하창수

    1987년은 실로 많은 사건이 발생한 해이다. 1월 14일, 서울대 학생인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질식해 세상을 떠났다. 6월 10일, 수많은 사람이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연세대 학생인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고 사경을 헤맸다. 이어 6·29 선언이 나왔다. 8월 29일, 국내 한 종교집단에서 32명이 집단으로 자살한 변사체가 발견됐다. 8월 31일, 정당 대표들이 모여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자는데 합의했다. 10월 12일, 국회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6공화국 헌법을 통과시켰다. 11월 29일,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여객기가 미얀마 근해인 안다만 상공에서 공중 폭파돼 탑승객 115명이 전원 사망했다. 12월 26일,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 그리고 또….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시간의 멱살을 잡고 늘어지고 분탕질을 치고 욕설을 뱉을 수는 있지만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예전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또 전혀 새로운 일들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1987년은 그 멈추지 않는 시간의 한때였고, 그 이전의 미래였고, 그 이후의 과거였습니다.” 장편 소설 ‘1987’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 하창수(53)씨의 10번째 장편 소설로 원고지 3000매라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속에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1987년을 중심으로 이전 10년과 이후 10년을 주축으로 하면서 3대에 걸친 가족사와 현대사를 다룬 정치역사 소설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을 바탕에 깔면서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가’라는 물음표를 들고 ‘나는 누구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중심 축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표면적 주제는 적론(敵論)이다. ‘도대체 적은 누구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소설적 답변이 647페이지를 관통한다.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다’는 작중 인물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처절하다. 이 작품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6·29 선언, 3당 합당 등을 먼 배경으로 삼아 정치적 공기를 깔고 시작된다. 하지만, 작가는 암시만 줄 뿐 시대적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주요 사건에 연루돼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바라본다.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소설가 윤완, 테러리스트 선우활 등 2명이다. 윤완은 소설가의 감각으로 선우활의 개인사에 대해 강렬한 작가적 흥미를 느낀다. 그가 주목한 것은 권력층이 정치적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용하는 조직이다. 여기에는 정보기관 등 권력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조직과 대척점에 있는 반정부 조직이 운영하는 비밀 테러단체의 존재다. 폭력적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위장한 채 각계각층에 잠복해 있다. 이 두 개의 조직은 상생의 관계에 놓여 있다. 적이자 동지이다. 이런 것들을 지켜본 윤완은 소설로 쓰려 하지만 시대가 허용하지 않는다. 현대 정치의 흑막과 미스터리한 상황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면서 추리적 긴장감으로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였습니다. 3당합당의 막전막후에 대해 다시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문민정부가 과연 민(民)이 세운 정부인지. 군부독재의 연장선상인지 궁금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 1980년대, 70년대, 60년대, 한국전쟁,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아버지의 아버지 시대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펜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완성하기까지 13년 걸렸네요.” 책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인간의 세계는 비밀로 지탱된다. 비밀을 영원히 깊디깊은 암흑 속에 가두려는 자와 어떻게든 그것을 까발리려 공개하려는 자 사이의 긴장, 이 정치적 관계가 결국 인간 사회를 유지하게 하였다고 하면 억측일까.’ 이 소설이 주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정체성 찾기”라고 대답한다. 저자는 1987년 계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당선작 ‘청산유감’으로 등단했다. 1991년 작가의 군대체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조선시대 이단 화가들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그린 ‘그들의 나라’, 정신병적 기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함정’ 등 25년 동안 10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김천식 前차관 “남북관계 막장으로 가고있다”

    김천식 前차관 “남북관계 막장으로 가고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비밀 접촉을 주도했던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이 14일 이임식을 끝으로 28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통일정책을 둘러싼 당파적 갈등에 일침을 놨다. 그는 이임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었다면서 “통일 문제라는 의미의 수준에 맞는 비평이 없는 것은 아니나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고 파(派)와 당의 잣대로 사리에 맞지 않게 국익을 재단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것에 동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 포용 정책을 주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대북 강경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 간 극심한 정치적 갈등으로 5년 내내 소모적 논쟁을 벌여 온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정책, 교류 협력, 회담 등을 섭렵했고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도우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5년간 대북정책의 최전선에 섰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른바 ‘K 실장’이란 이니셜로 대북 비밀 접촉 주역으로 활동했고 북한이 2011년 5월 폭로한 중국 베이징 비밀 접촉 당사자로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현 남북 관계에 대해 “분단 질서가 녹슬어 푸석거리고 있다. 현실 속에서 시퍼렇던 분단 대결은 이제 무대 위에 올려진 소극(笑劇)이 됐고 지금은 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혀끝 부패’/최광숙 논설위원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10년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로부터 15만 유로에 달하는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자 한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로레알의 대주주인 릴리앙 베탕쿠르의 별장에 갔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생각해 봐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른 손님들 앞에서 돈을 받았다는 거냐”고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자금이 오가는 무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식사 자리다.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한 한명숙 전 총리 역시 한 기업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지목됐던 곳이 삼청동 총리 공관의 오찬 자리였다. 한국 정치사를 보면 3김(金)들이 막후 정치를 펼친 무대는 다름 아닌 고급 한정식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밥 자리에서의 장외정치가 없었더라면 YS(김영삼)·DJ(김대중)는 대통령이 되지도, JP(김종필)는 정권의 2인자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정치 세계에서 실세들 간에 물밑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곳도 바로 식사 자리다. 종종 검은 거래의 창구로 활용되는 곳 또한 밥 자리다. 화기애애한 식탁에서 민원과 청탁은 요리 다음의 코스다. 곧이어 돈 봉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YS 시절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던 장학로씨가 하루에 두 번, 세 번이나 점심을 먹으며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공직 감찰 활동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고급 음식점과 골프장이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민원인들의 식사 접대와 골프 접대가 눈에 띄게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감찰 결과 뇌물·비리로 적발된 공무원들의 대다수는 음식점에서 현금과 상품권 등을 받다가 걸렸다고 한다. 최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혀끝의 부패’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정협 위원인 차이다펑 푸단대 교수는 “부패는 식사 접대에서 시작되는 만큼 혀끝의 부패를 뿌리 뽑지 않으면 사회 부패 고리를 끊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투젠화 충칭시 공상연맹 부주석도 “혀끝의 부패는 반드시 사치와 낭비로 직결된다”며 공직자들의 공금 사용내역 공개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얼마 전 구로구에서 민원인과 공무원이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할 수 있는 2000원짜리 ‘청렴식권’이 등장한 바 있다. 민원인의 접대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이 청렴식권이 머지않아 중국에도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새정부 첫 총리 김용준 지명] 정치색 옅고 안정적이지만 강력한 조정자 역할은 글쎄

    [새정부 첫 총리 김용준 지명] 정치색 옅고 안정적이지만 강력한 조정자 역할은 글쎄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인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한 책임총리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책임총리는 부처 간 관계에 적극 개입해 갈등을 조정, 통합하고 때로는 각종 정치적 외풍의 방패막이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원장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표면에 나서기보다 막후에서 박 당선인의 말을 듣고 사안을 조율하는 조용한 행보를 해 왔다. 이 같은 점에서 전문가들은 김 후보자의 책임총리 역할 수행 여부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24일 “앞으로는 책임총리로서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놓고 잡음과 비판이 있고 복지공약에 대한 수정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잘 조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현재까지는 책임총리에 걸맞은 조정력 등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임총리로서의 역할보다는 법질서를 강조하고 인수위의 연장선이라는 의미를 크게 반영한 인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백 교수는 박 당선인 측근 인사가 포진하는 데 대해 “이번 기회에 시대정신에 맞고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된 인재를 폭넓게 구할 수 있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김 후보자가 안정적인 인사라는 점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 백 교수는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 오랜 공직생활을 거친 분이라 검증을 거쳤다는 장점이 있고 개인적 인품이나 청렴도, 소신 판결 등에선 점수를 높이 살 만하다”고 평했다. 가 교수는 “국정 기조를 잘 아는 사람을 기용하려는 것”이라며 “박 당선인이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법질서를 강조하는 법조인을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성이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라 무난한 인사를 선택함으로써 안정 기조를 보여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신화가 된 남자 만화로 만난다

    역사소설가 에드워드 베르는 “햇빛에 비추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비추면 신화가 된다”라고 말했다. 한 인간의 생애를 들여다볼 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많은 의미들이 내포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2년 전인 2001년 3월 21일, 인간 정주영은 너무나 많은 신화와 전설을 간직한 채, 또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사라졌다. 하여 딱히 어떤 인물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굳이 설명한다면 그가 남긴 어록 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나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나한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낙관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장애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엎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가면 된다.” 소 한 마리 판 돈으로 굴지의 대기업 현대그룹을 일으킨 고(故) 정주영 회장이 남긴 말들에는 그의 철학과 기업가 정신이 오롯이 배어 있다. 때로는 소탈하면서도 때로는 강인한 신념을 엿보게 한다. 한국경제의 거목으로 우뚝 서기까지 그는 “나는 확고한 신념과 불굴의 노력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했다. 신간 ‘만화 정주영’(백무현 글·그림, 서울신문사 펴냄)은 정주영 회장의 철학과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주영 회장과 관련된 책은 여러 권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례적으로 만평 작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린 만화라 눈길을 끈다. 두 권짜리 ‘만화 정주영’은 제1권 ‘담대한 도전자’ 편에서 고향인 강원도 통천의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신용으로 넘겨받은 쌀집’ ‘현대의 태동과 한국전쟁’ ‘박정희와 5·16’ ‘경부고속도로와 조선대국의 신화’ 등 인간적인 면모와 불굴의 의지,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 등을 흥미진진하게 버무리고 있다. 제2권 ‘민족의 이름으로’ 편에서는 20세기 최대 공사로 일컬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산업항 공사 수주의 막전 막후를 시작으로 시련기라고 할 수 있는 ‘10·26과 5·17’ ‘삼성과의 광고전쟁’ ‘기업통폐합’ ‘정치보복’, 그리고 ‘올림픽 유치’와 ‘통일 대통령의 꿈’ 등을 많은 자료와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눈으로 정주영을 보고자 했고, 국민의 눈으로, 언론인의 눈으로 관찰하고자 했다. 따라서 정주영의 일대기에 기대기보다 박정희,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 사료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의 방대한 저작물들을 두루 섭렵해야만 했다”고 집필 과정을 설명한다. 소 판 돈을 훔쳐 집을 나온 소년, 28개 대기업을 키우고 거느렸던 재벌 총수, 전경련 회장, 전 세계 37대 부호, 세계 제1의 조선소를 지은 인물, 소떼 방북 드라마의 주인공, 대규모 간척사업, 한국 경제사를 새로 썼던 역사의 인물 등이라는 많은 수식어와 함께 8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파노라마처럼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해양·과기·정통 부서 등 ‘헤쳐 모여’… 소부처 신설·부활 예고

    해양·과기·정통 부서 등 ‘헤쳐 모여’… 소부처 신설·부활 예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내년 2월 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자세가 어느 당선인보다도 확고하고, 일관적인 데다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여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공약 실현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정부 조직개편의 방향과 부처의 분위기를 알아봤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대부처’들에 통합돼 있던 일부 전문 부처들을 떼어내 ‘소부처’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융합과 종합보다는 집행과 책임성에 더 무게를 뒀다. 해양수산과 과학기술, 정보통신, 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일 “이들 부처를 전담하는 소부처들의 신설 또는 부활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그동안 해양수산부 부활과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을 전담하는 부서의 신설 등을 몇 차례 공약했다. 방식은 ‘최소 개편’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기구 개편을 예고한 셈이다. 앞서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5년 전 부처 통폐합을 단행해 15부 18청의 대부처 구조를 유지해 왔다. 내년 2월 말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정부 조직을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조직으로 나눠 끌고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기존의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가 1차적인 조직 개편 타깃이다. 해양수산부가 부활하면 국토해양부는 신설 5년 만에 사라지고, 예전처럼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체제로 운영된다. 해양수산부 부활에는 부산·경남권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정치적 배려가 있었던 만큼 세종시가 아닌 부산에 갈 가능성도 높다. 과학기술 업무는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로 확대된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미래전략 기능까지 가져갈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결정할 몫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예전처럼 교육 분야에만 집중하거나 혹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육 기능을 떼어내 교육부로 이관시켜 교육체육부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정보통신과 미디어를 관할하는 ‘정보방송통신부’를 만들겠다고 밝혀 왔다. 행정안전부 정보화기획실로 넘어갔던 전자정부 및 개인정보 보호 업무 등도 돌아오고, 지식경제부에 흡수됐던 우정사업본부 등도 정보방송통신부로 귀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와 같은 방송통신위원회 체제로는 급변 상황에서 적응하고 적절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 내기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지식경제부는 산업 통상을 담당하는 산업자원부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는 옛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IT) 산업 정책 및 우정 분야까지 흡수해 방대한 조직과 산하기관을 거느린 공룡부처로서 모든 공직자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공약에는 없지만 금융위원회에 기획재정부의 일부 기능을 합쳐 ‘금융부’로 확대하는 방향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에서 금융 부분은 떼어내고 예산 기능만을 남긴다는 복안이다. 금융위 산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덩치를 불려오면서 사실상 독자 기관으로 행세하며 정책 실패를 거듭해 온 ‘금융권의 갑’ 금융감독원은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정부 내에서 힘센 부처로 불리는 행정안전부도 새 정부에서는 대폭적인 조직 개편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난안전기능은 새로 생길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옮겨지고, 전자정부 기능 등은 정보통신방송부로 각각 이관될 처지다. 행안부는 중앙인사위원회와 비상기획위원회의 기능까지 갖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책임총리제 실시다. ‘의전 총리’, ‘대독 총리’로 불리던 총리 역할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 보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 아래의 임명제 총리로서의 역할은 제도적으로보다는 인물과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행안부가 갖고 있는 부처의 정원 관리와 조직 운용권 등을 이관해야 총리실의 기능이 강화될 것이란 논의도 오가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의 칼자루는 인수위원회가 쥐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부처들 간에는 막후 흥정과 비밀 교섭 등 사활을 건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전 세계가 주목하는 ‘두 입’… 美국무부 vs 中외교부 대변인

    전 세계가 주목하는 ‘두 입’… 美국무부 vs 中외교부 대변인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세계 언론은 이들의 입에 주목한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대변인이다. 지구촌 현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24시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실상과 이면을 심층 취재했다. “자, 이제 여러분의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해보세요.” 빅토리아 뉼런드(왼쪽)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매일 낮 정례 브리핑을 이 말로 시작한다. 대변인의 부드러운 말과 달리 기자들은 굶주린 사자떼처럼 대변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첫 질문은 AP통신 기자가 맡는 게 불문율이다. 이어 다른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데 대변인은 주로 브리핑 초반엔 미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고 후반에 외국 기자들에게 기회를 준다. 질문의 범위는 그야말로 전 세계를 망라한다. 중동의 시리아에서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기자들의 관심사가 모두 질문에 오른다. ‘아무리 대변인이라도 어떻게 매일 저 많은 현안을 다 파악해 답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하다. 한편으로는 ‘도대체 미국 대변인이 저렇게 많은 나라의 현안에 일일이 답해야 할 의무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변인은 고위 외교관… 보좌관 대동·직원 수십여명 하지만 국무부 대변인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1시간 가량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답한다. 간혹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대변인은 “나중에 확인한 뒤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 위기를 모면한다. 브리핑이 끝나고 몇 시간 뒤 이메일로 보충 답변이 기자들에게 전달된다. 대변인이 “그럼 오늘 브리핑은 여기서 마치겠다.”고 끝인사를 한다고 해서 바로 짐을 싸는 기자들은 없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들은 수첩을 들고 단상 위 대변인에게 우르르 몰려간다. 방송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대변인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좀 더 솔직하게 답하는 ‘막후 브리핑’이 20여분간 뒤따르기 때문이다. 대신 대변인이 이 자리에서 하는 언급은 익명으로 보도한다는 ‘약속’이 대변인과 기자 사이에 있다. 국무부 대변인은 전 세계의 현안을 두루 챙겨야 하는 만큼 대변인실 직원은 수십여명에 이른다. 대변인실 입구에 안내 데스크가 따로 있고 미로처럼 생긴 직원 사무실을 한참 거쳐야 대변인 방이 나온다. 대변인실은 담당 지역별로 업무영역이 나눠진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지역별로 현안을 점검해 주요 이슈를 챙긴다. 그리고 매일 오전 10~11시쯤 대변인이 지역 책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브리핑 전략이 수립된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이렇게 답하시라.”는 식의 구체적인 답변 전략이 건의되는 경우도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렇게 회의를 해도 세계 각지에서 수시로 업데이트된 현안이 올라오기 때문에 브리핑 시간에 늦기 일쑤다. 그래서 브리핑 시간이 보통 ‘12시 30분’이라고 고지되도 막상 대변인이 브리핑룸에 나타나는 시간은 1시가 다 되거나 넘길 때도 있다. 그래서 대변인의 인사말은 “늦어서 미안하다.”이다. 요즘엔 아예 브리핑 시간을 ‘12시 30분’으로 못 박지 않고 ‘12시 30분 이후’라고 여유 있게 고지한다. 국무부 대변인은 아무래도 미국 기자들과 더 교류가 잦고 외국 기자들에게는 문턱이 높은 편이다. 한 외국 기자는 몇 년 전 대변인과 드디어 점심식사를 하는 데 ‘성공’했는데 무려 1년 넘게 ‘애원’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었다. 그마저도 대변인은 “식사 자리에서 한 얘기는 오프더레코드(비보도)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다른 외국 기자는 대변인을 조르고 졸라 겨우 인터뷰 기회를 얻었는데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보고가 들어오는 바람에 20분 만에 인터뷰를 끝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대변인 크롤리 대학행사서 실언 후 옷벗어 국무부 대변인은 차관보급 고위 외교관으로 늘 보좌관을 대동하는 막강한 자리다. 하지만 입 한번 잘못 놀리면 바로 옷을 벗어야 하는 ‘파리 목숨’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당시 대변인이던 필립 크롤리는 한 대학 행사에서 “국방부가 위키리크스에 국무부 전문을 유출한 혐의로 수감 중인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구금을 말도 안 되게 비생산적이고 어리석게 다뤘다.”고 언급한 것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됐고 그 후 1주일도 안 돼 사임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소식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타전된 지난 12일 오전 11시 7분(현지시간).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 격인 신문사(司·우리의 국 해당)는 즉시 아주사(아시아국) 등 부처 내 관련 국들과의 공조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이날 브리핑 당번인 훙레이(洪磊·오른쪽) 대변인은 각 국에서 자료를 받아 팀원들과 함께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파악하고 정례 브리핑 때 나올 만한 예상 질문들을 뽑아 브리핑 준비에 나섰다. 오후 3시 5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외교부 별관 건물 3층 란팅(廳) 브리핑룸. 파란 배경의 무대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온 그는 마지막 기자의 질문에 답할 때까지 30여분간 중국 입장을 설명했다. 긴박한 반나절이었다. ●팀 10여명 구성… 모니터링 등 상시 대비 이와 같은 돌발 상황이 아니더라도 외교부 대변인은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11월 한 달간 브리핑에서 나온 질문에 등장한 국가만 30여 개국이다. 각종 국제 이슈에 중국의 입김이 미치는 탓에 대변인은 글로벌 뉴스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물론 혼자서 하는 일은 아니다. 신문사 총책임자인 친강(秦剛) 사장(국장) 겸 대변인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의 대변인은 한 명이 아니라 한 개의 팀이자 24시간 가동되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대변인은 훙레이·화춘잉(華春營) 부사장 두 사람이다. 하지만 10여명으로 구성된 신문사 팀원들이 뉴스 모니터링과 각 국 간 협조, 원고 정리 등을 맡고 있어 방대한 양의 브리핑이 가능하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브리핑이 주 5회로 늘어났고 올 7월부터는 주말에도 전화나 이메일로 질문을 받는 등 상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변인은 국내외에서 브리핑 시스템을 견학하러 오는 손님들도 맞는다. 방문객 수는 매해 평균 1000명 이상이다. 대변인은 웃는 얼굴로 방문객들과 포즈를 취하며 사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친 대변인은 “외교부 정례 브리핑제의 발전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과 관련이 있다.”면서 “사안이 크든 작든, 중국과 상관이 있든 없든, 국제사회는 이제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중국의 입장과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며 대변인 제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외교부 대변인제는 중국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외교부의 첫 공식 브리핑은 1982년 3월 26일 중·러 관계 회복과 함께 이뤄졌다. 당시 첸치천(錢其琛) 신문사(국) 사장(국장)이 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중·러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짤막한 세 문장으로 말한 것이 시초다. 하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1983년 3월 1일부터 주 1회 브리핑을 공식적으로 실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가능해진 것은 1988년부터다. 한때는 중국어로만 질문을 받았고 시간 제한도 뒀지만 지금은 중국어나 영어로 모두 질문을 받고 마지막 사람의 질문에까지 모두 답한다. 단, 대변인은 중국어로만 말하되 답변이 진행되는 동안 영어로 동시통역이 제공된다. ●1988년부터 질문받아… 여성 대변인 5명 배출 브리핑 장소도 진화했다. 1983년에는 외교부 건물이 아닌 차오양구의 국제구락부호텔에서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현재 외교부 별관의 란팅 브리핑룸은 6개 국어 동시 통역 시스템을 갖춘 국제회의장으로 격이 높아졌다. 대변인직은 출세길로 통한다. 첸치천은 대변인 이후 외교부장을 역임했고, 첸치천의 첫 브리핑 때 영어 통역을 담당했던 리자오싱(李肇星)도 대변인을 거쳐 외교부장에 올랐다. 여성 대변인도 많다. 지난 11월 새로 부임한 27대 대변인 화춘잉 부사장까지 총 5명의 여성 대변인이 배출됐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곤란한 상황은 인권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공격성 질문이 나올 때다. 이럴 경우 기자회견장은 논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 중국 외교 정책과 방향을 전달하는 공적인 자리라는 원칙을 내세워 대응한다. 이 때문에 대변인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광경이 종종 펼쳐진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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