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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아침에] 화해자/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미국의 대선이 끝났다. 숨 막히는 접전이어서 지구촌 모든 나라가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렸다. 부시냐, 케리냐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부시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다른 쪽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우리를 정작 놀라게 한 것은 케리가 의외로 빨리 승복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시나 케리 모두가 선거를 통해 분열된 미국의 민심을 치유하자고 제안한 점이다. 이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권력이란 어차피 기싸움이고 막말정치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대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열할 정도로 상대방을 공격했고 지나칠 정도로 막말을 퍼부었다.“미국도 별수 없구나. 과연 미국에도 희망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분열된 미국의 민심을 치유하자는 두 후보의 제안은 미국 민주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했다. 요즘 우리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정치는 기싸움과 막말로 가득 차 있다. 최근 국회에서 쏟아진 국회의원들의 질문이나 답변대에 선 국무총리의 발언은 기싸움과 막말정치의 전형이다. 정책은 없고 정략만 보인다. 합리적이고 옳은 제안인가를 따지기보다 누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막말을 하는가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서로 마주하고 달리는 기차와 다를 바 없다. 안전하게 빨리 가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대형 사고를 치나 내기하는 꼴이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소리는 있어도 양심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개인은 있어도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돌격 부대와 같다. 집안에서 부모가 싸우면 자식들은 불안해 집을 나가고 싶어한다. 정치는 목회와 같다. 유연성과 융통성이 중요하다. 정치는 예술과 같다. 창의성과 모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는 목회와 같다. 치유와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경영과 같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이혼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민족이 사분오열하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동적이고 환희에 넘치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마태복음 5장 9절에서 기막힌 단어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화해자’라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싸움과 분열과 미움을 화해와 일치와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상대방의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보는 사람이다. 화해자는 방관자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이다. 동시에 화해자는 고발자도 아니다. 상대방의 실수와 허물을 물어뜯는 사람이 아니라 보완하는 사람이다. 화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비난뿐이다. 때로는 격렬한 비난도 받고 배신자라는 말도 듣는다. 때로는 손해볼 수도 있고 버림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난 때문에 회복과 치유가 일어나고 찢어졌던 것이 싸매어진다. 우리 사회는 능력 있고 강한 사람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화해시키는 화해자가 필요하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싸우고 분열하는 1등보다는 사랑하고 하나되는 2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임영숙 칼럼] “사쿠라가 그립다”

    [임영숙 칼럼] “사쿠라가 그립다”

    ‘사쿠라’로 불리는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싫어한다. 요즘은 잘 들리지 않지만 박정희 유신 이후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는 정치권에서 사쿠라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 여당에 협조적으로 보이는 야당 인사에게는 어김없이 붙는 꼬리표였다. 벚꽃의 일본말인 사쿠라는 변절한 정치인, 지조없는 정치인 등을 지칭한다. 유진산 이철승씨 등 1960∼70년대 야당의 거물들은 물론 80∼90년대 정치인들도 이 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사쿠라에 대한 향수가 솔솔 피어 오르는 것 같다. 지금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염려하며 차라리 사쿠라들이 정치판에 여유를 가져다 주었다고 회고하는 이들을 가끔 보게 된다. 한 저명한 정치평론가는 사쿠라의 원조로 불리는 유진산씨를 ‘한국 현대사에서 재평가가 가장 필요한 정치인 중 한명’으로 꼽기도 한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시작된 국회파행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차떼기당’‘좌파정부’‘깽판총리’‘수구꼴통’로 이어지는 막말을 주고 받은 여야는 극한대립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나친 강경론에 제동을 걸었던 양쪽 온건파의 목소리는 ‘적전 분열’‘등 뒤에 총질하는 것’‘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삿대질에 움츠러들고 말았다.“싸우다 죽더라도 끝까지 가야 한다.”“정기 국회가 아니라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파의 채근에 밀린 한나라당은 급기야 의원들의 지역구별 투쟁과 규탄집회 등 볼썽사나운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총리의 유럽 순방 중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술자리 발언에서 비롯된 여야 대립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 제공자인 총리가 먼저 유감표명이나 사과로 풀어야 할 것을 강공으로 맞선 것이 잘못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이 끝나도록 진흙탕에서 뒹굴며 산적한 민생문제와 경제난을 외면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 국민은 짜증스러움을 느낀다. 사쿠라가 그립다는 것은 이처럼 경직된 한국 정치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이다. 정치를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만 접근할 뿐, 설득과 절차를 통한 타협과 공존의 정치를 모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시절의 밀실정치·부패정치 소산으로 여겨졌던 부정적인 의미의 사쿠라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소생시키는 완충지대·중간자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완충지대·중간자의 역할은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 개혁과 반개혁의 극단적 편가르기와 적대적 대립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 모든 곳에 필요하다. 경제정책,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서도 명분에 얽매이는 이분법적 대립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실과 사실에 주목하는 실사구시의 유연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내편도 네편도 아닌 중간자가 더 많다. 이쪽이 잘못했지만 저쪽도 책임이 있다는 사람들, 이쪽에 공감하지만 저쪽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결국 여론의 향배를 결정한다. 이들을 무시한 정치는 민심을 잃는다. 우리네 삶 자체가 단순하게 흑백으로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선거때만 기억하는 듯하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마침 한국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음미할 만하다.“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는 서로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만 합니다. 또 모든 나라들과 모든 공동체의 미래는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용서의 정신과 상호의존의 원리를 깨닫기 바랍니다.” 주필 ysi@seoul.co.kr
  • 한나라 “막말 李총리 해임” 장외투쟁 돌입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여야 극한 대치가 일주째 지속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급기야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3일 소속 의원들을 지역으로 내려보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도록 하는 한편 각 지역 의원 사무실에 “더이상은 못참겠다. 막말 총리 사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장외 대국민 홍보전을 펼쳤다. 저녁에는 방송기자 출신인 심재철 기획위원장, 아나운서 출신인 이계진 당 방송국장 등을 내세워 네티즌들과 토론회를 갖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 총리 해임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한나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주요당직자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날 대국민 홍보전에 이어 4일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총리 해임 촉구 및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말을 극도로 아낀 대신 김덕룡 원내대표가 “국정의 파행사태가 온 것은 이 총리의 망동 때문”이라며 “여당도 입법부의 일원인 만큼 이 총리를 감싸안기만 할 게 아니라 국정 정상화의 걸림돌인 이 총리의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해임건의안 제출 등 향후 대응프로그램은 이후 여권의 태도와 정국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정국 정상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총리는 자신의 자리가 대권 주자로 가는 0순위라거나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방패 노릇을 해준다거나 혹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 말살정책을 집행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총리가 국회를 파행으로 만든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미디어와 지식인의 올바른 역할/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기호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사회가 적대적 집단과 우호적 집단이라는 이항대립(二項對立.binary opposition) 속에 있음을 주목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이항대립이라는 고질적 구조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좌파정권’과 ‘차떼기당’에 이르는 팽팽한 대립전선이 국민을 짜증과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분열과 불신 속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곧잘 구성원의 가치관을 오염시키는 바이러스가 된다. 이로 인해 여론은 굴절되고 역사의 진전은 더뎌진다. 승리 이데올로기뿐이니 공동체는 무너지고 휴머니즘이 사라지게 된다. 영국 소설가 월폴의 표현처럼 대중은 질병과 치료라는 양쪽 집단 모두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사회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얽혀서 작동하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탓에 애당초 설정된 의제 밖의 다양한 사건과 담론에 의해 재구성된다. 그래서 미국의 문화연구가 로런스 그로스버그는 권력과 일상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역사의 키워드라고 말한다. 이런 차이를 발견해 연결시키고 접목하는 것이 역사다. 인간의 본성은 유동적이다. 늘 보편적이지 않다. 그래서 거듭된 토의가 토론의 마당으로 이어지면서 역사의 능선을 넘어선다. 그런데 역사가나 지도자는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와 지식인의 중계를 필요로 한다. 이 중계자는 뒤틀린 것을 펴는 단초를 제공하고 매듭을 푸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미디어와 지식인은 그 역할이 부족한 듯하다. 이와 관련, 언론 현장에서도 자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언제부터인지 기자의 말이 무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무기는 혼돈을 정리하는 지성의 날카로움이 아니다.‘너의 진영’을 겨냥한 ‘나의 진영’의 화살과 창으로 번득인다.”(기자협회보 10월6일자 ‘우리의 주장’) 미디어는 이제 진정한 쌍방향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열린 담론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 속으로 들어가 대안을 발굴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신문의 11월1일자 기사 “‘막말정국’ 위험수위 넘었다”(5면)는 사안을 비판과 토론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여과장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와 반대로 최근 핫이슈로 부상한 고교등급제와 관련해서는 ‘고교 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10월18일자 4,5,6면)라는 기획기사 및 외부 필자의 기고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 줘야’(16일자)와 그에 대한 반론(20일자), 재반론(21일자)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또 이 사안과 관련된 ‘독자의 소리’와 ‘발언대’(10월26일자)를 통해 독자담론의 멍석을 깔아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도 이런 토론마당이 상시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차제에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미디어면도 되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사이기주의 경향이 강한 타 신문의 편집구도를 탈피, 독자대중이 서울신문은 물론 모든 미디어를 뒤집어 읽고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단, 미디어면을 활성화하고 여론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부 지식인의 주문생산자방식(OEM) 지식 팔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160년 전 에머슨이 한 말처럼 사회 거울로서 지성,‘생각하는 사람’일 때 미디어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 [서울광장] 초선의 반란 기대한다/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초선의 반란 기대한다/김경홍 논설위원

    세상만사는 다 때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일들도 부지기수다. 농사만 해도 그렇다. 땅을 갈아엎을 때가 있고, 씨를 뿌릴 때가 있고, 김을 맬 때가 있고, 마지막으로 제때에 거둬들여야 한다. 어느 한 과정이라도 때를 놓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다. 때를 맞춰 부지런히 일했다고 하더라도 행여 태풍이 들이닥치면 어찌할 것인가. 농부의 몸과 마음은 수확을 손에 쥐기까지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농사도 그러한데 하물며 국사는 오죽할까. 먹고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민심, 시시각각 진로가 변하는 국제정세의 태풍들은 미리 대비하고 제때에 막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자초할 뿐이다. 이라크 파병문제를 보자. 파병이 미국과 동맹관계 등을 고려한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거나,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듯 침략전쟁에 참여할 명분이 없었거나, 논란이 있었다면 양단간에 제때에 결정했어야 했다. 질질 끌다가 결국은 파병하고, 생색도 내지 못하고, 남들은 돌아올 준비를 하는데 이제 또 파병연장 문제로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지금 정기국회 회기중이다. 그런데 이해찬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막말을 했고, 한나라당은 이 총리 파면을 요구하며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해서 온통 진흙탕이다. 결국 정기국회 100일 회기 가운데 1일까지 5일째나 놀면서 까먹고 있다. 얼마나 더 싸울지는 당사자들밖에 모른다. 이깟 일들로 국정을 팽개쳐도 되는지 분통이 치밀 일이다. 개혁이니, 상생이니, 민생정치니 하는 약속들은 ‘막말’이나 ‘색깔’만 등장하면 한순간에 사라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교과서에도 나와있듯 3권분립 체제하에서 정부감시와 입법, 예산심의는 국회의 의무이자 존재이유다. 그런데 싸움질로 의무를 팽개치는 것은 당연히 직무유기다. 새해예산안의 규모는 일반회계 기준으로만도 130조원이 넘는다. 정기국회 회기 내내 따지고, 챙긴다고 하더라도 모자라는 시간이다. 의정활동비가 적다고 아우성치는 의원들이 나라살림 정도는 우습게 보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국무총리가, 정당이,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고 공전시킨 ‘직무유기’를 범했다고 해도 당장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시민들에게는 국회의원 소환권도 없고, 정당 불신임권도 없고, 국무총리 해임요구권도 없다. 일 안하는 국회의원을 징계해 달라는 국회윤리위 제소권도 없다. 한번 뽑아 놓으면 4년동안 속수무책이다. 불과 반년 전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돈 먹지 말고, 싸우지 말고, 일 좀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시절 돈 좀 먹고, 잘 싸우던 사람들 상당수가 떠났다.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도 힘을 좀 줄 테니 개혁과 생산적인 정치를 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무엇보다 초선의원이 전체의석의 62.5%나 차지한 것은 새정치를 기대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원내 발언에는 면책특권이 있고, 회기중에는 불체포특권도 누린다. 기차도 공짜로 타고, 골프장에서조차 회원대우를 받는다. 일하라고 주는 특권이다. 싸우라고 주는 특권이 아니다. 지금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 국정을 팽개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구시대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초선의원들이라도 과감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정파를 초월해서 초선들이 힘을 합쳐 ‘상쟁정치’를 추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3년도 넘게 남은 17대 국회도 희망이 없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막말정국’ 가열…與 단독 대정부질문 시사

    ‘막말정국’ 가열…與 단독 대정부질문 시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다.”고 맹비난,‘막말정국’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왜 정부·여당을 좌파, 반미라고 얘기하느냐.”면서 “그것은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것이고,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어 “우리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나를 포함해 정부와 여당 안에 좌파나 주사파가 포진하고 있다면 당장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하라. 얼마든지 고문당해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대표에게는 분단·냉전·독재의 박정희 시대가 최고의 시대로 기억돼 있고, 머릿속에 70년대 이후밖에는 없다.”면서 “그런 역사인식으로는 우리 역사인식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장은 간담회 뒤 파문을 우려한 듯 ‘박 대표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있다.’는 표현만은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기자들에게 요청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발 기류를 감안할 때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으로 촉발된 여야간 대치는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일 속개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진행되거나 아예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주말 한나라당측과 접촉을 가졌으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접촉을 갖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협상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에 대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여당에 대한 색깔공세부터 중단하라.”는 입장을 고수해 여전히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협조를 받아 3당만으로 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거나, 하루 이틀 더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의 반발 기류가 거세 국회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경 원내대표 공보실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중요하므로 한나라당이 끝내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하겠다.”고 말해 단독 진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국회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이 총리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1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 등에 대한 추가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 강경대응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막말정국’ 위험수위 넘었다

    여야의 ‘막말 대치’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꼬인 정국이 풀리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에 이어 31일에는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으로부터 “고문을 못해 안달”이라는 ‘박근혜 때리기’가 보태어졌다. 여야간 감정싸움으로 생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대치 정국은 당분간 해법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쉽사리 국회 의사일정 거부방침을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장외투쟁’쪽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는 모습이고, 국정을 책임진 열린우리당 역시 한나라당을 돌려세우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막말정국’이 ‘막가는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 이부영의장 “박대표 고문못해 안달”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작심한 듯 맹비난하고 나섰다. 기자간담회에서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문을 못해 안달났다.”는 극언을 퍼부었다. 이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와 집권여당을 반미·친북·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야당이 그 얘기를 시정하지 않고는 대화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왜 근거없이 색깔론을 벌여서 국민 속에 불화를 일으키고 외국자본이 투자를 못하게 방해를 하느냐. 좌파 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외국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못하게 하고 경제를 계속 악화시켜 이 정권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성공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 의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우 커머셜리즘(안보상업주의)’이 나타나는 나라”라며 “이번에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조심스레 이해찬 총리의 유감표명을 촉구하던 것과 정면 배치된다. 주말을 거치면서 여권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대해 ‘색깔론 중단’을 앞세워 사실상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 여권은 지난 30일 이 총리와 이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가 회동해 대치정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당분간 국회가 파행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이념공세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언론관계법 제·개정,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기본법 제정 등 ‘4대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어차피 한나라당과의 이념공방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의 이념공세가 ‘정략에 따른,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이 의장의 발언은 내부에서 수위를 조율한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나라당의 반발과 이에 따른 국회 파행을 불 보듯 뻔히 알면서도 야당과의 가파른 대치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국면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10·30 재보선 패배 등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4대 입법’마저 무산된다면 더이상 정국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절박감이 야당에 대한 강공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한나라 “더이상 못참는다” 강경일색 한나라당이 요즘 전례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미묘한 입장차를 견지해온 주류·비주류가 한 목소리로 ‘총리 파면’을 외치고 있고, 틈만 나면 튀는 목소리를 내던 일부 소장파도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당이 일시적으로나마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은 ‘공동의 적’인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등 극단적인 발언 파문이 나온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1일에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박근혜 대표를 향해 “과거와 같은 고문을 못해 안달이 나 있다.”고 거칠게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준 이하의 막말 정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격앙된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일 대정부질문도 보이콧하기로 했다. 대신 같은 시각에 ‘이해찬 총리 국정농단 보고회’라는 이름으로 의원총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박형준·박재완·최경환 의원 등이 5분 발언 형식으로 ▲수도위헌 결정 불복종 ▲총리 취임 후 국정 파탄 등을 집중 성토할 계획이다. 또 총리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임태희 대변인은 이날 “정치는 대화 채널이 있기만 하면 제자리에서라도 굴러가게 마련인데, 지금은 그런 채널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국회 정상화가 그만큼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에서도 총리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거기에 대고 야당이 먼저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 총리가 “한나라당이 먼저 좌파 공세를 사과하라.”고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런 강경 일색의 당론 가운데 고민 섞인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계속 국회를 공전시킨 채 여권만 성토하다간 국민이 또 등을 돌리게 될 부담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병국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총리 해임결의안을 빨리 상정해 자연스럽게 국회가 열리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 “그래야 명분도 없는 4대 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지금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총리의 망언을 그대로 용인하고 국회를 운영하자니 야당을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결례이고, 그렇다고 맞붙어 같이 싸우자니 수준이 맞지 않아 당 지도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사설] 누구를 위한 진흙탕 싸움인가

    ‘막말 논쟁’에서 비롯된 국회파행과 여야의 강경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비난한 이해찬 국무총리는 한나라당이 먼저 ‘좌파 공세’에 대해 사과하라고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를 파면할 때까지 국회 활동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재에 나서야 할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고 나섰다. 정치권이 뒤엉켜 진흙탕에서 뒹구는 형국이다. 나라꼴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국민된 처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나라밖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고, 중국의 금리인상은 우리의 수출전선에 비상을 걸었다. 나라안 서민들은 경기회복과 민생안정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고작 정부와 정당의 지도자들이 국가전략과 민생안정을 팽개치고 당파적 힘겨루기만 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국민들은 돈도 안 되고 밥도 안 되는 ‘색깔 논쟁’이나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총리쯤 되는 최고지도자가 야당을 극도로 자극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 제1야당이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내외 정세는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국가지도자들이 싸움할 때가 아니고 머리를 맞댈 때다. 상생정치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나라가 거꾸로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이 총리나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은 국가지도층으로서 직무유기임은 물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이 총리와 한나라당은 무조건 국회파행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국정에 임해야 한다.
  • 한나라, 李총리 파면요구…정국대치 심화

    한나라, 李총리 파면요구…정국대치 심화

    이해찬 국무총리까지 가세한 여야 정치권의 ‘막말 정쟁’으로 정국 대치가 심화되면서 ‘정치권 전체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했지만, 정작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지루한 정쟁의 연속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예정된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 파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 총리 발언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가시적 조치가 없는 한 대정부질문뿐 아니라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될 상임위 활동까지도 전면 거부하기로 해 대치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다만 여야 내부에서 국회 파행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데다 열린우리당의 ‘4대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 모두 무작정 국회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여야간 직·간접 절충이 이뤄질 이번 주말과 휴일이 파행 정국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이틀째 공전한 가운데 여야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소집,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이념 공세를 맞비난하는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확대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가 야당을 모독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했다.”며 노 대통령에게 이 총리 파면을 요구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 총리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고,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위헌적 언론관을 보였으며, 정략적 목적으로 야당을 공격해 정국 파탄을 초래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이 총리 문제가 결론날 때까지 일체의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이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에 대해 선거법 9조(공무원 중립의무)와 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국 불안의 근본 원인은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색깔공세에 있다.”고 맞비난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이 총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정부에 대한 근거없는 좌파공세를 사과해야 한다.”고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반미·친북정권이라는 음해를 중단하고, 총리도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하는 선에서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여야 대화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촉구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발언들을 하고 있지만 국회를 버릴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같은 정국 대치에 대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논평에서 “민생·개혁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거대정당들의 이같은 추태는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이 총리의 사과와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네티즌 ‘존경’도 서울신문 홈페이지 댓글을 통해 “여야 의원들은 말로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 부르지 말고, 진정 국민들을 받드는 자세로 존경받을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여당도 ‘조선·동아 때리기’

    이해찬 국무총리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이어 “한나라당이 나쁜 건 세상이 다 안다.”며 한나라당도 거세게 비판한 것과 관련,20일 여당은 이 총리에게 동조하며 힘을 실어줬고, 야당은 “여권 지도부가 막말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부영(얼굴)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 당의 개혁입법 추진과정에서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시대적 추세를 거스르고 다시 냉전·분단시대로 흐름을 되돌리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햇볕을 막으려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의장은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은 되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면서 “이 총리의 발언도 있었지만 조선·동아일보의 시대착오적인 여론 오도를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분단 냉전시대에 조성된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몸부림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 사회는 쉼없는 개혁으로 나가야 하는데 다시 퇴행적인 기득권 시대로 되돌리려는 자세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는 24일로 자유언론 실천운동 30주년이 되는데 당시 조선·동아는 유신권력과 손잡고 자유언론 실천운동을 언론 홍위병이라고 몰아세우고 수많은 언론인을 쫓아냈지만 사과한 적이 없다.”면서 “일제 식민당국, 유신독재 권력과 손잡고 기득권을 누렸던 동아·조선은 해직 언론인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마치 대한민국은 자기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양 오만불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제 시대적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임을 동아·조선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총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대통령이나 총리, 여당 의원까지 이 정권은 왜 특정 신문과 야당에 이토록 피해 망상증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 1년 7개월 만에 국가 경쟁력이 11단계 떨어졌는데도 남의 탓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논평에서 “특정 언론에 대해서 사감을 가지고 편향적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되고 정당에 대해서는 더더욱 균형감각을 가져야 되는 총리가 외국에서 언론과 야당을 원색 비난한 것은 고의적 도발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상연 박지연기자 carlos@seoul.co.kr
  • 남대문시장 찾은 千대표 ‘성난 민심’에 곤욕

    “장사도 안 되는데 뭣 하러 왔냐?” 추석 체감경기를 점검하기 위해 24일 오전 남대문시장을 찾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상인들의 ‘예기치 못한’ 공격에 뜻하지 않은 곤욕을 치렀다.천 대표는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박영선·오영식 의원 등과 함께 상인들과 간담회도 가질 겸 시장을 둘러봤으나 상인들은 곳곳에서 성난 민심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천 원내대표 등은 적잖이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상인들 불만 노골적 표출 천 대표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재래시장육성특별법 제정에 힘쓴 열린우리당의 노력도 ‘홍보’할 작정이었으나,되돌아온 것은 시장상인들의 성난 목소리와 ‘정치 냉소’였다. 대부분 상인들은 “경기가 너무 안 좋다.”며 상가를 방문한 천 대표를 ‘썰렁’하게 맞았다.일부 상인들은 천 대표가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등 뒤로 막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등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의류업을 하는 상인 대표 송득두(61)씨는 천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경제가 안 좋아 상인들이 아우성이고 민심도 바닥”이라고 전제,“꼬박꼬박 세금내는 서민들이야말로 실질적인 애국자”라면서 “과거사 청산도 좋지만 서민경제를 적극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가게운영 자체가 적자”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민규(46)씨는 “사는 게 아니라 단순히 안경을 보러 오는 손님들도 뚝 끊겼다.예전에는 하루 매출액이 100만원은 너끈했는데,요즘은 30만원 채우기도 허덕인다.”면서 “가게 운영 자체가 적자”라고 하소연했다.박씨는 천 대표에게 “힘들어 죽겠으니 국회에서 제발 싸우지만 말고 우리를 살려달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40대 여성 상인도 물건을 고르는 천 대표에게 다가가 “금배지 오셨네.어디 (금배지) 좀 보자.”고 말한 뒤 액세서리 가게 주인에게 “(물건값을)10배로 받아.경기 좀 살리게.”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그는 “장사가 안 돼 죽겠다.”며 “맨날 쌈박질만 하고 정말 지겹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성토했다. ●“정치권 쌈박질 정말 지겹다” 역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중반 여성은 취재기자들에게 “정치가 바로 돼야 시장 사람들도 잘 되는데 정부가 너무 어수선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40대 후반 여성 상인도 “올해는 추석대목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이에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해프닝에 불과할 뿐”이라며 “재래시장육성법을 만들겠다던 총선 전의 약속을 지킨 것이고,시장상인들도 ‘정치인이라 약속을 안 지킬 줄 알았는데,지켰다.’고 고마워했는데….”라며 이날 시장 내 분위기가 썰렁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스위스대사 면담중 “이명박 나와”

    열린우리당 ‘서울시 관제데모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장영달) 소속 의원들이 22일 오전 ‘행정수도 이전 반대 궐기대회에 예산을 편법 지원한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스위스대사와 면담 중인 이명박 시장에게 막말을 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범해 물의를 빚었다. 이날 장 위원장과 김영춘 부위원장,우원식 간사 등 의원 10명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해명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시장실로 향하는 과정에서 명영호 서울시의회 수도이전반대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시의원 5명이 제지,심한 몸싸움이 빚어졌다. 서울시의원들은 “국회의원이면 중앙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해야지 왜 서울시 일까지 챙기느냐.”고 따지며 의원들의 시장실 진입을 막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시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시장실에 들어가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상대로 서울시의 ‘관제데모’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일선 구청이 작성한 관련 문건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김병일 대변인은 ‘정치는 여의도에서’라는 제목의 항의성명에서 “데모대처럼 무작정 (의원들이) 찾아온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시대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항의했다. 또 “이 시장이 오는 10월 말 이임하는 크리스천 뮬레탈레 스위스 대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일행이 시장실을 박차고 들어와 ‘이명박 어디 있어,나와.’라고 고함을 치는 등 폭력배와도 같은 행동을 취해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 알면서도 국회의원의 위치를 내세워 군림하는 자세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다음 핫이슈 토론] “지하철 역이름 판매 거부감” 57%

    [다음 핫이슈 토론] “지하철 역이름 판매 거부감” 57%

    |미디어다음 정환석기자|서울지하철공사는 지하철의 안전대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역명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핫이슈토론에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지하철역 이름 판매’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총 참여자 2308명중 57.4%(1325명)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반면 긍정적 의견은 40.9%(945명)에 그쳤다.지하철공사는 2007년까지 전동차 내부를 불연재로 바꾸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시행하는데 약 2조 80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측은 “지하철 역 이름은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 민간업체에 판매(임대)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교통요금을 섣불리 인상할 수도 없는 만큼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지하철 역명에 특정업체의 이름을 넣어 상업성을 띠면 시민들이 정서상 거부감을 나타낼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한편 현재 지하철 역명을 제정 혹은 개정하려면 향토 사학자나 교수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 지명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이에 따라 ‘역명 판매’를 위해서는 심의기준을 바꾸거나 별도의 역명 제정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100자 의견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황봉알님 독산역은 코카콜라역이냐? SK1번역 SK2번역 LG2번역 삼성SDS역 삼성전자역….김선달이 배울게 너무 많아. ●사람들의 정서 또한 현실적 이유 작은사랑님 저도 이번 정책에 대한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돈 많은 사람이나 기업의 돈을 사회로 환원하자,그래서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자. ●국민에게 전가? 미스마루님 기업체에서 역사명을 임대해서 그에 따른 수입으로 안전시설 확충과 운영재원 마련을 한다고 하면 기뻐해야 할게 당신들 서울 시민들이야. ●우리의 아름다운 ‘이름’ ㈜로맨스™님 아름다운 이름 앞에 붙는 상업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쓰라린 명명.과연 지하철을 오르며 이름을 보며 웃음지을 수 있을까요? ●먼 문제가 있나 torpedo2001님 막말로 지하철 역에 사람 이름 붙어 있으면 어때! 안전한 지하철만 될 수 있다면 환영! ●반대만 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말해야 정제우님 실제적으로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그럼 대안들을 제시하라. ●음모론 제기 김돌이님 좀 더 지나면 마을 이름까지 판다고 하겠군.서울까지 봉헌했는데 마을 이름 정도야! ●평등의 자유마저 돈으로 판매하는 시대라니! 별빛이(^☆^)님 순수한 역사의 이름마저 판매를 하여 시민의 어지러움을 더하고 참!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 라하트님 이러니깐 우리나라가 싫다니깐….무조건 돈돈돈∼.이러다 역사도 팔겠군. ●반대 영감님 지하철역 이름은 정말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할 것입니다.그렇지 않다면 역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죠?
  • [대학 구조 대수술] ‘대학혁신포럼’ 총·학장-안부총리 난상토론

    “입학정원 채우기도 힘든 지방대에 정보 공시는 치명적입니다.” “부담스럽겠지만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니 따라와 주세요.” 대학 정보공개와 구조조정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혁신방안에 대학 총·학장들은 대부분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추진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이에 대해 교육부는 양해를 구하면서도 단호한 혁신 의지를 밝혔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4 대학혁신포럼’에는 산업대와 교대,전문대 등을 포함한 전국 350여개 대학의 총·학장이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적 불신 초래 등 대내외적인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과 함께 대학 스스로도 위기를 감지,변해야 한다는 인식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와 경상대,전남과학대,한동대 등의 혁신사례 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총·학장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진주 경상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창원대 김현태 총장은 “두 학교의 같은 전공 교수가 겹치면 막말로 ‘목 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확실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이에 안 부총리는 “혁신의 목표는 경쟁력 강화이기 때문에 교수를 줄일 생각은 없다.”면서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북 김제의 벽성대 류재경 총장은 “농촌지역의 전형적인 소규모 대학이라 학생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대학정보공시제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피력했다.안 부총리는 “심리적인 부담을 드려 죄송하지만 정보 공시는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고,대학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종택 회장은 “학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안 부총리는 “교육과정의 유연화는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4년제 대학이 너무 많다.”면서 “전문대의 4년제화는 당장은 그럴듯하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경기 화성의 협성대 백석기 총장은 “교수회,학생회,직원회,대학평의원회 등의 조직 구성이 개선방안에 포함돼 있는데 특별한 구성원이 싸움을 격화시키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안 부총리는 “대학평의원회는 교수,직원,학생,지역인사 등이 고르게 참여,중장기적인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기구”라면서 “주요 현안을 일상적으로 다루는 기존 교무회의의 기능과 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부총리는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의 대학 상황은 어렵지만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타개할 수 있다.”면서 “굉장히 부담스럽겠지만 시대의 흐름임을 잊지 말고 힘을 합쳐 풀어가달라.”고 당부했다. 유지혜 김효섭기자 wisepen@seoul.co.kr
  • [여성 & 남성] ‘음주 6단’의 여성들

    소개팅에서 만난 20대 여성이 “소주나 한잔….”이라는 상대 남자의 제안에 냉큼 따라나서기는 했지만,그야말로 소주 한잔을 앞에 놓고 두시간이 넘도록 ‘경건’한 자세로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그것은 술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앞에 앉은 남자가 알딸딸한 기분이 되어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맨정신으로 기다려 보겠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서울신문 여성팀은 지난 11∼12일 자신을 이 시대의 표준형이라 생각하는 20대 여성 15명과 직격 인터뷰를 했다.그 결과 평균 주량이 소주 1병이 넘는 것은 물론 1.5∼2병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고,심지어 “나의 주량에는 한계가 없다.”고 큰소리치는 주당도 있었다. ■ 20대 15명 직격 인터뷰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인 시인 조지훈(1920∼1968)은 ‘술은 인정이라’는 수필에서 “술마시는데도 엄연히 등급이 있다.”며 주도유단론(酒道有段論)을 폈다.술을 마셔보면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술을 가까이한 연륜까지 그 자리에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 결과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이 술을 즐기는 품격은 남성들의 그것보다 휠씬 높게 평가해야 마땅한 것으로 나타났다.“좋은 사람들과 즐기기 위해서….”라는 우리 여성들의 음주관은 조지훈 선생에 따르면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낀다는 6단 석주(惜酒)에 해당한다. 물론 술꾼의 마지막 단계로,술 때문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9단 폐주(廢酒)의 수준에는 당연히 못미친다. 하지만 기껏 취미로 술을 마시는 1단 애주(愛酒)에서 술에 미쳐가는 4단 폭주(暴酒)에 머무르는 남성들보다는 훨씬 단수가 높다. ‘나이가 들어’ 몸이 잘 안따라주어서 그렇지 주량이라는 말을 모를 만큼 한계가 없다는 회사원 배인혜(27)씨는 ‘주로 누구와 술을 마시느냐.’는 질문에 “좋은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했다.소주 한병에 맥주 3000㏄가 주량이라고 밝힌 학원강사 박서연(26)씨는 “좋은 사람과 술자리를 한다면 술값,시간,나아가 내 몸하나 아끼지 않는다.”는 다소 ‘과격한’표현도 서슴지않았다. 20대 여성들은 사회생활 과정에서 수반되는 술자리를 굳이 피하지는 않지만,‘내숭’을 떨지않아도 되는 여자들만의 술자리에서 훨씬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회사원 조윤주(26)씨는 여자들끼리 마시는 술자리의 장점은 “무엇보다 예쁜 척 안해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박미우(25)씨는 “여자들끼리라면 취했을 때도 믿을 수 있고 안심이 된다.”고 했다.역시 대학원생인 이수진(26)씨는 “억지로 마시거나,지나치게 마시지 않아도 된다.”면서 “한마디로 편하다.”고 공감했다. 남자들은 여자를 술집으로 이끌 때 특히 안주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도 이번 인터뷰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여자들은 좋아하는 술로 소주와 요즘 유행을 타는 약주류를 들었다.남성들의 술취향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자들은 술을 고르기보다는 분위기와 안주를 보고 술집을 선택했다. 사무직 황미란(26)씨는 “여자끼리 술집에 가면 한마디로 먹고 싶은 안주를 많이 시켜서 실컷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남자들과 마시면 술만 많이 마시고 안주에 굶주린다는 것이다.박서연씨는 “장시간 수다를 떨려면 편안한 소파가 있고,안주가 맛깔스러우면서,인테리어가 깔끔해야 한다.”고 술집선택 취향을 설명했다.정부투자기관의 일본주재원인 송은경(29)씨는 “여자들은 삼겹살처럼 옷에 냄새가 배는 안주보다는 깔끔한 음식을 고른다.”면서 “그렇지만 많이 마시고 싶은 날 여자들은 일찍 도망가려고 해 재미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자들끼리는 무슨 얘기를 나눌까.대학원생 전지현(23)씨와 회사원 이성희(27)씨 등 많은 이들이 “그저 편하게 수다를 떤다.”고 입을 모았다.대학원생 곽영진(26)씨와 배인혜씨는 “어떤 남자친구를 만나야하고,결혼은 어떻게 하고 등 미래에 관한 얘기가 주요 화제”라면서 “아마 많은 여자들의 공통된 화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그런가하면 회사원 이신혜(29)씨는 “살아가는 소소한 것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한 반면 황미란씨는 ‘사회적인 문제에 침 튀기며 토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들은 ‘음주철학’도 건전했다.황미란씨는 ‘한 말을 마셔도 취한 척 하지 말고 집으로 가 곧바로 쓰러지자.’,회사원 이진선(24)씨와 송은경씨는 “꼭 식사를 한 다음 기분좋게 마신다.’,직장인 한은정(29)씨는 ‘술마시고 깽판쳐서 분위기 깨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다.특히 ‘술을 즐기되 사람부터 즐긴다.어디서든 분위기 맞출 만큼은 마신다.’는 회사원 오주혜(24)씨의 음주철학은 교과서에 실어도 될 수준이다. 여성들은 술이 훌륭한 ‘중매장이’의 역할을 했음을 숨기지 않았다.박미우씨는 “그리 가깝지 않았던 사람과 소주 2병반을 마시고 집까지 걸어오면서 한 얘기 또하고,한 얘기 또하고 주정부리면서 친해졌다.”고 남자친구를 만든 과정을 공개했다.“사랑과 우정 사이의 애매한 인연은 술의 힘으로 솔직해진다.”는 송은경씨의 ‘격언’은 많은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됐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판국에,아무리 여성이 음주 6단이라도 실수는 피할 수 없는 법.이수진씨는 “친구랑 과실주 10병을 마시고 나오는 길에 미끄러져 대자로 뻗은 적이 있다.”면서 “온 몸에 멍이든 것보다 무지하게 X팔렸다.”고 기억했다.황미란씨는 “귀여운 친구하나가 아이스크림가게가 자기 집인 것처럼 신발까지 벗고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알고보니 신발과 가방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 자고 있었다.”고 어이없어 했다. 한은정씨는 “친구집에서 마신 술이 지나쳐 화장실 문을 잠그고 1시간 넘게 잔 적이 있다.”고 털어놓고는 “볼일이 급했다는 친구의 남편은 지금도 나를 볼 때마다 술 좀 그만마시라고 놀린다.”고 얼굴을 붉혔다. 그런가하면 오주혜씨는 “어느날 술자리에서 ‘야자타임(반말대화)’을 하자고 하길래 그대로 믿고 선배에게 막말을 했다가 석달동안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이후 어떤 감언이설에도 넘어가지 않고 예의를 지킨다.”고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효용 이재훈기자 utility@seoul.co.kr˝
  • [딸기·장미 로열티 비상] 24년째 딸기농사 짓는 이만석씨

    [딸기·장미 로열티 비상] 24년째 딸기농사 짓는 이만석씨

    “로열티(품종사용료)를 물어야 된다는 소문을 듣고 딸기 농사도 이제 끝장이구나 생각했어요.” 올해로 24년째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이만석(62·전남 담양군 봉산면 삼지리)씨는 지난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갔다가 로열티 얘기에 심란했다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이씨는 59명으로 이루어진 딸기 작목반 ‘봉산공선회’를 이끄는 회장이다.그는 올해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6동에서 딸기를 수확했다.작황이 별로 안좋아 지난해보다 적은 300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씨가 심은 딸기는 일본산 품종인 레드펄드(한국명 육보)다.딸기의 때깔과 당도가 뛰어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다.우리나라 딸기의 60%쯤은 이 품종이라고 보아도 좋다고 한다. 이씨는 “아직 로열티를 놓고 드러내놓고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미가 로열티를 물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씨는 국산 품종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몇해전 국산 ‘매향’을 심었더니 일본산보다 열매가 빨리 검어져 상품 가치가 떨어졌고 자잘한 일손이 더 가서 그만뒀다.”고 털어놨다.이웃 농가도 이 품종을 심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시장에서 우리 품종은 인식도가 낮아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얼마 전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자체 배양한 모종을 보급했으나 농가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외면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딸기는 포기 번식을 하지만 3∼4년이 지나면 열매가 적게 달리고 당도가 떨어지는 퇴화현상으로 모종을 바꿔야 한다.”며 “막말로 포기당 100원이라면 모르지만 그 이상을 내고는 경쟁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작목반원들은 “농민들이 마음 놓고 딸기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국산보다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담양 남기창기자 kcnam@
  • [딸기·장미 로열티 비상] 24년째 딸기농사 짓는 이만석씨

    “로열티(품종사용료)를 물어야 된다는 소문을 듣고 딸기 농사도 이제 끝장이구나 생각했어요.” 올해로 24년째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이만석(62·전남 담양군 봉산면 삼지리)씨는 지난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갔다가 로열티 얘기에 심란했다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이씨는 59명으로 이루어진 딸기 작목반 ‘봉산공선회’를 이끄는 회장이다.그는 올해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6동에서 딸기를 수확했다.작황이 별로 안좋아 지난해보다 적은 300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씨가 심은 딸기는 일본산 품종인 레드펄드(한국명 육보)다.딸기의 때깔과 당도가 뛰어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다.우리나라 딸기의 60%쯤은 이 품종이라고 보아도 좋다고 한다. 이씨는 “아직 로열티를 놓고 드러내놓고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미가 로열티를 물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씨는 국산 품종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몇해전 국산 ‘매향’을 심었더니 일본산보다 열매가 빨리 검어져 상품 가치가 떨어졌고 자잘한 일손이 더 가서 그만뒀다.”고 털어놨다.이웃 농가도 이 품종을 심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시장에서 우리 품종은 인식도가 낮아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얼마 전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자체 배양한 모종을 보급했으나 농가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외면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딸기는 포기 번식을 하지만 3∼4년이 지나면 열매가 적게 달리고 당도가 떨어지는 퇴화현상으로 모종을 바꿔야 한다.”며 “막말로 포기당 100원이라면 모르지만 그 이상을 내고는 경쟁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작목반원들은 “농민들이 마음 놓고 딸기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국산보다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담양 남기창기자 kcnam@
  • [사설] 총리 후보 자격시비 지나치다

    여야간 국무총리 후보 자격시비가 뜨겁다.열린우리당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유력한 총리후보로 거론하면서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 찬반이 50대 30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김 전 지사의 총리불가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김 전 지사의 총리카드를 고집한다면 상생정치의 앞날은 어둡다.”고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리후보를 내정해 국회인준 절차를 밟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막말까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여야가 상생정치를 다짐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힘겨루기에 나서는가.우리는 총리후보 문제가 상생정치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거나,정쟁의 대상이 될 만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총리는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행정부를 이끌어가는 자리다.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전적으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총리직을 야당의 입맛에 맞춘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국회는 다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격을 검증하고,표결을 통해 찬반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김 전 지사를 한나라당이 못마땅해 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발목을 잡고 협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한나라당은 지난 정부 때 수적 우위만으로 두차례나 총리인준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이제 시대가 바뀌었는데 내정도 되지 않은 총리 자격시비로 힘겨루기를 시도한다면 과거와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상생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앞세우지만 법과 원칙마저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마음에 들면 대화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팽개치는 것은 상생정치가 아니라는 점을 한나라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 [씨줄날줄] 특권 가방/신연숙 논설위원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외면일기’에는 매년 1월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처 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리는 기이한 가방 경매 이야기가 나온다.가방들은 루프트한자 항공사 여객들이 분실하고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무기나 마약 등 위험물이 들어있지 않다는 경찰의 확인을 거쳐 밀봉 보관됐던 가방들은 밀봉된 상태 그대로 무게만 알려진 채 경매에 오른다.그러나 구입이 결정되면 가방은 즉시 개봉돼 낄낄대는 관중 앞에 그 내용물이 쏟아지는데 투르니에는 이를 ‘도깨비상자’라고 표현했다.‘도깨비상자’의 내용물들은 가방 주인의 인생과 관련된 각종 단서들로 가득 차 있다.관중들은 이를 통해 한 사람의 과거와 어렴풋이 만나게 된다. 22일 새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국회사무처에서 의원등록을 마치고 받았다는 검정 가방은 문득 투르니에의 가방 이야기를 생각나게 했다.투르니에의 가방이 과거의 한 순간을 가둬 두었던 ‘도깨비상자’였다면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검정 가방은 미래의 한 장면을 준비하고 있는 ‘도깨비상자’라고나 할까.검정 가방 속에는 공직자 재산등록 서류 등 각종 사무 서류와 함께,금배지를 비롯해 기차·비행기 무임승차 등 국회의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 특권 및 특례 수혜를 위한 서류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그런 점에서 이 가방은 ‘특권 가방’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특권 가방’ 앞에 어색해 하는 심상정,단병호 두 당선자의 인상적인 사진도 보도되었다. 국회의원이 되면 100가지 특권이 따라온다고 한다.과거에는 국회의원 한 자리가 200억원짜리 사업에 해당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특권 남용이 심각했다.돈뿐인가.면책특권,불체포특권에 편승한 비리의원 보호,막말,방탄국회 등은 16대 국회까지도 비일비재했다.특권과의 대척점에서 평생을 투쟁했던 민노당의 국회입성은 그런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민노당은 총선 직후 거대특권은 물론이고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등 관행적 특권까지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마침 다른 당들도 한목소리로 국회의원 특권 제한을 약속하고 있다.‘특권가방’을 가져 간 17대 국회 당선자들이 어떻게 다른 그림을 그려 내 놓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신연숙 논설위원˝
  • [4·15 한국의 선택] 관심 지역구

    ■한나라 텃밭의 ‘빛나는 1석’ -부산 하사을 조경태 부산의 한나라당 바람 속에서 힘겹게 건져올린 1석.사하을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조경태 후보의 당선은 그래서 더욱 값진 ‘1석’으로 평가된다. 당초 우리당 부산시당에서는 영도구 김정길 후보,부산진갑 조영동 후보,북·강서갑의 이철 후보 등 적어도 3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그러나 이번에도 지역구도를 깨는데 역부족이었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탄핵바람에 힘입어 7∼8석까지 노렸으나,보수성향이 강한 부산시민의 정서와 ‘박근혜 바람’,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져나간 게 패인으로 분석된다.조 당선자는 부산지역 우리당 후보 중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었다.여·야 모두 현역인 박종웅 의원의 아성을 깨뜨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그러나 박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조 당선자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됐다.노인폄하 발언 이후 부산지역 대다수 선거구에서 우리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추월당했지만 조 당선자만은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공안검사’대 ‘사형수’의 한판 승부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 북·강서갑에서는 공안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가 우리당 이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이곳은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탄핵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이 후보가 앞서 갔으나,우리당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과 박근혜 대표의 바람몰이가 시작되면서 팽팽한 승부처로 변했다. 이 후보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낙후한 이 지역의 발전을 이끌려고 했는데….유권자들이 머리로는 지지하면서도 몸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싱겁게 끝난 ‘노량해전’ -‘리틀盧’ 물리친 박희태 법무부장관과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후보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한 열린우리당의 김두관 후보가 맞붙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노량해전’ 은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났다.이로써 김 후보는 16년을 별러온 ‘리턴매치’에서도 분루를 삼켜야 했다. 노량해협을 사이에 둔 경남 남해·하동선거구는 5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은 선거구. 당초 예상과 같이 선거전은 피를 말릴 정도였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선거 초반 불어닥친 탄핵정국은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됐다. 탄핵반대 열기가 한창일 때 무려 10% 포인트를 앞서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박희태도 이젠 끝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그러나 이 지역에서 4선을 기록한 박 후보의 저력은 대단했다. 형편없는 지지율에도 ‘큰 인물론’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4선을 지낼 동안 ‘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는 깨끗한 인물을 국회의장으로 만들자는 설득이 주효했다.여기에 ‘박근혜 바람’이 탄핵역풍을 잠재우면서 처음 배 이상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를 좁혔다.이들이 처음 대결을 벌인 것은 지난 88년 13대 총선.당시 부산고검장으로 민정당의 영입 케이스로 출마한 박 후보는 대학을 갓 졸업한 무명의 김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그러나 김 후보는 지난 95년과 98년 실시된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박 후보가 내세운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군수로 당선,간접적으로 설욕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盧오른팔’ 우여곡절뒤 재기-태백·영월·평창·정선 이광재 한나라당과 박빙의 대결을 펼친 끝에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서 당선된 열린우리당 이광재(39)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어오다 청와대까지 함께 입성했던 이 당선자는 이후 당·정간의 갈등과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 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얻은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길지 않은 몇 달이었지만 온갖 루머와 소문을 뒤로하고 평창 등의 고향산천을 돌며 마음을 정리한 뒤 이번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재기에 성공한 것. 선거전은 순탄치 않았다. 선거 초반 이 지역 최대 이슈인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한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열린우리당 중앙당에서 동계올림픽 유치 공약을 강원도에서 빼고 전북지역에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이후 우리당 중앙당 공약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내용을 삭제하고 강원도당 공약에 포함시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당선자는 보수성향이 강한 두메산골 고향사람들이 지지해준 이유를 잘 알고 있다.피폐해져 가는 폐광지역 고향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희망이라는 것도 잘 안다.그는 “다시 찾은 고향을 돌아보며 가슴 아린 경험도 많이 했다.”며 “제발 우리를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소리를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새로운 고향을 꿈꾸며 열심히 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앞으로 4년간 노무현 대통령의 지킴이로서,강원도 전체를 위해 땀으로 온 몸을 적시며 일하겠다.”면서 “부모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고향을 위해 애정과 책임감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 ■한솥밥 먹던 ‘거함’ 격침-서울 강동갑 김충환 피를 말리던 ‘강동대전’은 한나라당 김충환 후보의 극적 승리로 끝났다.정치적 스승이며 이번 총선 전까지 같은 당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거함’ 열린우리당 이부영 후보를 막판에 격침시킨 것이다. 김 당선자는 이 후보의 서울대 정치학과 12년 후배.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민주당에 잔류했다가 한나라당에 이 후보와 함께 입당한 뒤 강동구청장을 3연임할 동안 줄곧 한 배를 탔다.하지만 이 의원이 지난해 7월 탈당하면서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겨냥,김 당선자를 대항마로 띄우면서 정치적 결별을 하게 됐다.이후 이들은 서로 넘어야 할 산이었다. 탄핵정국 이전만 해도 ‘김충환 대 이부영’의 싸움은 강동에서 3선 구청장을 지낸 김 당선자의 일방적 승리가 점쳐졌다.강남권인 강동갑은 한나라당 강세지역이고 10년 동안 구청장직을 수행하면서 쌓아놓은 크고 작은 치적과 조직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지형을 완전히 뒤바꾼 탄핵정국이 달아오르면서 둘의 싸움은 완전히 역전되는 형국이었다.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당선자는 이 후보에게 크게는 30% 이상 뒤져 ‘싸움이 끝난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기도 했다.이런 상황은 선거막판까지 이어져 정치적 스승이며 동지였던 이 후보의 낙승이 예견되기도 했다.서울시장을 노리는 김 당선자의 숨겨둔 야망이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최용규기자 ykchoi@ ■ ‘女多의 섬’ 제주 첫 여성의원-민노 비례대표 현애자 ‘여다(女多)의 섬’ 제주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민주노동당 비례대표 6번인 현애자(42·남제주군 여성농민회장) 후보다.선거기간중 민노당 지지세가 올라가고 특히 제주지역 여성계가 그를 지원하면서 그의 원내 진출 가능성은 조용히 점쳐졌었다.경계선에 머물지 않을까 조바심났던 것도 사실이다.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의정활동으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당선 인사후 그는 “농업과 농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들어가 전문성과 정체성을 살려나가겠다.해고노동자 복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철폐를 위해 당소속 의원들과 힘을 합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남편 이태권(44)씨와 2남1녀. 제주시·북제주갑 선거구에 출마한 정치초년생인 열린우리당 강창일(52) 후보는 학교와 정치 대선배인 5선의 백전노장 한나라당 현경대(65) 후보를 누르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두 사람은 오현고·서울대 선후배인데다 지난 81년 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강 당선자가 1년 6개월동안 비서관으로 일했었다.당시 현 의원은 그의 3선개헌 반대,서울대제주학우회 발기,민청학련 사건으로 인한 구속 등 자질과 역경을 높이 샀다.이런 인연도 선거 앞에서는 철저히 무시돼 지난 방송토론 때는 “사람을 잘못 가르친 것 같다.” “비서관으로 있었던 것을 후회한다.”는 막말까지 오갔을 정도였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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