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막대기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타우러스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아산병원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구걸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 한강변
    2026-04-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12
  • 오이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오이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작년에 오이 모종을 여남은 수 사다가 심어놓고 줄을 타고 올라가도록 막대기를 어른 키만큼이나 비스듬히 세우고 그물망을 씌웠다. 자식을 기르는 심정으로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다른 집 오이처럼 쭉쭉 자라주질 않았다. 본래 오이란 놈은 넝쿨식물이라 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이놈은 어찌된 셈인지 도무지 줄을 탈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방향을 모르나 싶어서 앞줄기를 잡아서 끌어다 놓았지만 하루가 지나면 또 방향을 밑으로 틀었다. 급기야는 모가지에 줄을 묶어 당겨서 그물 쪽으로 유도했지만, 줄을 타는가 싶으면 다시 꺾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또다시 매달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답답한 마음에 대가리를 더 세게 잡아 묶어서 줄을 당기니 넝쿨째 들려 올라왔다. “이놈아 내일까지 안 올라가기만 해봐라.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거야.” 며칠이 지나 가보면 그놈은 여전히 대가리를 거꾸로 처박고 아래로만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어쭈, 그래 좋다. 해보자 이거지?” 오기가 발동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지쳐버렸다. 어차피 물건 못 될 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나의 오이 넝쿨은 청춘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비극적 운명 앞에 놓이게 되었다. ”불쌍한 오이야, 잘 가소. 다시는 이 세상에 오이로 오지 마라. 그리고 부디 나를 원망 말아라.” 오이 넝쿨에 낫을 댔는데, 그 순간 넝쿨을 잡은 손에 묵직한 느낌이 왔다. 넝쿨 밑에 뭔가 소불알만 한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참외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참외와 오이가 구분이 모호해도 참외 모종을 오이라고 판 모종집 아주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말 못 하는 참외의 목을 비틀었던 나의 무지도 무지지만 그 고통을 묵묵히 당해야 했던 참외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거다. 네가 아무리 모가지를 비틀어봐라. 그래도 새벽은 온다. 머쓱해진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놈.”
  • [Beijing 2008] 쌍란, 그녀의 아름다운 변신

    쌍란(桑蘭·27)은 12일 베이징올림픽스포츠센터를 찾아 중국남자체조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생생히 지켜봤다. 휠체어에 앉아 박수를 쳤고, 마치 자신의 금메달인 양 환호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꼬박 10년 전인 1988년 7월22일, 제4회 굿윌게임이 열린 미국 뉴욕. 중국 체조의 기대주로서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2년 뒤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을 딸 꿈에 부풀던 쌍란(당시 17세)은 굿윌게임에 참가, 도마 종목을 연습하다가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머리부터 떨어지며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선수 생명은 물론, 설령 목숨을 건지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미녀 체조선수 쌍란’은 그때 좌절은커녕 ‘밝은 쌍란’으로 새로 태어났다.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국내·외의 애정과 관심을 받았다. 뉴욕시장,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가수 셀린 디옹 등이 쌍란을 격려하고 재활의 성공을 빌어줬다. 쌍란 역시 재활과정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 13억 중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고, 컴퓨터 키보드를 치기 위해서는 손에 막대기를 고정시켜야 할 정도로 손가락이 굽었지만 쌍란은 결코 낙담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1999년 미국 뉴욕스포츠위원회에서 ‘용감한 선수상’을 받았고,2000년 장애인체육대회에서 성화 점화를 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베이징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공부를 계속했고, 비록 체조선수로서는 아니지만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공식사이트의 기자가 돼 여러 경기장을 오가며 ‘베이징올림픽 도우미’로 맹활약 중이다. 이미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쌍란은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성화 점화자로도 거론됐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쌍란의 블로그(http://blog.sina.com.cn/sanglan)에 들어가 그가 올린 사진과 글들을 보면 쌍란의 유쾌하고 밝은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설령 중국어를 몰라도 마찬가지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佛 ‘음주 운전과 전쟁’ 약물복용 테스트 실시

    |파리 이종수특파원|앞으로 프랑스 운전자들은 길거리에서 음주운전 검사는 물론 약물복용 테스트까지 받아야 한다. 정부가 ‘음주 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음주운전 단속에 적극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약물 복용 테스트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경찰은 11일(현지시간) 남동부 해안 도시 안티베에서 미셀 알리오-마리 내무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약물 복용 테스트를 실시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운전자의 침을 시험용 막대기에 묻힌 뒤 양성반응이 나오면 경찰트럭으로 데려가 혈액 및 소변 검사로 약물 복용 여부를 정밀검사한다. 시험장비를 갖추고 의사가 상주하는 경찰트럭은 단속장소에 배치된다. 약물 복용 테스트 대상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다. 경찰은 “주로 나이트클럽 주변에서 단속하겠지만, 불시 테스트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오-마리 내무장관은 이날 일간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1년전부터 테스트 장비를 준비했다.”면서 “올해 여름에 5만여개의 검사기를 전국 경찰에 나눠줬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약물 복용자의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알리오-마리 장관은 “지난해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을 하다 일어난 교통사고로 모두 230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 테스트를 확대 실시하면 약물복용자 운전에 따른 사고 피해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vielee@seoul.co.kr
  • [발언대] 여름철 물놀이사고 예방하려면/박옥수 광주 동부소방서 지산119안전센터

    [발언대] 여름철 물놀이사고 예방하려면/박옥수 광주 동부소방서 지산119안전센터

    국민소득 증가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가족단위의 레저문화를 즐기는 인구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수욕장이나 강, 계곡을 많이 찾게 된다. 물놀이를 할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사고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물놀이 사고는 피서객들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 불감증에서 시작된, 사고의 빈번한 발생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물놀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영금지 지역에서 절대로 물놀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밥을 먹고 바로 수영하지 말고, 손·발 등의 경련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고, 어린이가 물놀이할 때는 어른들과 함께 하거나 보이는 곳에서 물놀이를 하게 해야 한다. 너무 깊은 곳이나 아주 차가운 물에서 절대 수영을 해서는 안 되며 하천바닥은 굴곡이 심하고 깊이를 모르는 곳에서 갑자기 깊은 곳으로 빠질 수도 있으므로 안전구역 내에서만 수영을 해야 한다. 보트장이나 풀장에서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르고, 강이나 계곡에서는 다이빙을 삼가고, 비가 오거나 천둥·번개가 칠 때에는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물놀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지체없이 119로 신고해야 한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는 큰소리로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무작정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들지 않아야 한다. 익수자를 구할 때는 로프나 튜브, 긴 막대기 등으로 구조하고 부득이 접근시에는 수영에 익숙한 자가 익수자 뒤에서 구조해야 하며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같이 물놀이 사고 예방을 위한 몇 가지 안전수칙과 대처요령을 숙지하여 올여름 피서철에 한건의 물놀이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피서를 가면 술을 마시고 수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음주수영은 심장마비의 위험이 커 반드시 피해야 한다. 모두 물놀이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사고를 예방,‘안전한 한국’을 실현해야 한다. 박옥수 광주 동부소방서 지산119안전센터
  • 서커스, 예술이고 환상이다

    서커스, 예술이고 환상이다

    대나무 막대기 끝에서 100개의 접시가 핑글핑글 돌아간다. 각기 다른 무늬와 색의 회전은 마치 꽃밭이 펼쳐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중에는 칠흑 같은 밤 유성이 떨어지듯 365개의 공이 날아다닌다.1만 2000개의 코르크 마개가 한여름 시원한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린다. 공중으로 치솟았던 배우들은 하늘이 삼켜버린 듯 훌쩍 사라진다. 캐나다 대표 서커스단체인 서크 엘루아즈의 하늘 3부작 ‘노마드´ ‘레인´ ‘네비아’가운데 ‘네비아´(이탈리아어로 안개라는 뜻)가 9∼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화려하게 선보인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초연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우리나라를 찾는다. ‘네비아’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44)는 이번 작품에서 작·연출·조명 등 1인 3역을 맡았다. 스위스 출신인 파스카는 체조를 배우면서 서커스에 첫발을 내디뎠다. 안무가·곡예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서정적인 이야기와 조명을 이용한 극적 효과 연출이 주특기.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지난해 ‘퀴담’으로 국내 공연 흥행1위를 기록한 태양의 서커스의 최신작 ‘코르테오’(2005)를 연출하기도 했다. 4일 오후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곡예는 역사의 여명에서 시작된 오래된 예술이자 신을 향한 인간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보도의 가장자리를 걷거나 뛰어오르는 것도 서커스의 원형이죠.” 대형 뮤지컬이 득세하고 있는 공연시장에서 ‘서커스’는 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파스카는 이에 대해 “현재의 서커스는 과거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커스는 새로운 변혁기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프랑스에서 시작돼 캐나다를 거쳐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죠. 새로운 무대 메커니즘과 애크러배틱 퍼포먼스로 과거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의 서커스 성공 요인은 예술적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때문이지요.” ‘네비아’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 곤잘로가 기억에서 건져올린 유년기의 친구, 연인들에 대한 단상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었다. 죽은 친구는 살아나고, 물고기는 날고, 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진다. 그의 공연에는 유독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 사용되는 코르크 마개 외에도 그간 감자가루, 깃털, 눈 등을 사용했다. 그는 “영감의 근원은 꿈에서 온다.”고 말했다. 유독 꿈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비행, 하늘과 관련된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 증조부 때부터 사진사였던 집안 내력 때문에 빛에 대한 감식안도 남다르다. 암실을 놀이터 삼았던 연출가는 “어린 시절의 시각적 경험과 상상력이 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있을 때 안개가 끼면, 현실이 아닌 환상적인 장소로 이동하는 것 같았어요. 안개만 끼었을 뿐인데 꿈이 현실로 이뤄진 듯한 느낌이 들었죠.” ‘네비아’는 과연 한국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까. 그는 “한국 관객은 로맨틱한 감수성을 지녔다.”면서 이 점이 ‘네비아’와 맞닿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아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가족과 조상에 대한 기억이 매우 선명하고 가족과의 연결이 매우 강합니다.‘네비아’는 유년기의 기억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와 꼭 맞을 거라는 기대가 드네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촛불 참가 학생에 “자퇴하라”

    촛불 참가 학생에 “자퇴하라”

    촛불집회에 참여해 자유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을 체벌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 K상고에 재학중인 정모(17)군은 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5일 국제상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자유발언을 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막대기로 허벅지를 두 차례 때리는 등 체벌했다.”면서 “선생님이 내게 앞으로 자신의 수업은 듣지 말고 자퇴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군은 “선생님이 체벌할 당시 같은 반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때리는 모습을 찍으라고 지시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정군에 따르면 교사 이모씨는 수업 중 정군에게 다가가 1년간 대한민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질문한 뒤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 2000명이며 광우병으로 죽을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많아야 5∼6명”이라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경제가 산다.”고 다그쳤다. 이씨는 또 정군에게 “대한민국 축사에 가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고 “한국 축사도 냄새 나고 더럽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좀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일단 해당 교사가 교원의 품위를 실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적절한 사과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5월은 ‘동물 수난의 달’

    5월은 ‘동물 수난의 달’

    가정의 달인 5월이 동물원 동물들에게는 잔인한 계절이다. 폐사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동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갑자기 늘어나는 행락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29일 서울대공원이 발행한 야생동물 전문 연구집 ‘2008 Korean Zoo biology’(한국 동물원 생태도감)에 따르면 월별로는 5월에, 계절별로는 봄에 동물원 동물들의 폐사가 집중됐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 550마리의 폐사시기 등을 분석한 결과 5월에 죽은 동물의 수가 모두 66마리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5월 폐사 점유율이 무려 12%로, 가장 적게 희생된 9월의 2배 수준이었다. 월별 평균 폐사율(8.3%)과 비교해도 크게 높았다. 전체 폐사동물 중 10%가 10월에,9.8%가 4월에 각각 희생당했다. 이렇듯 특정 시기에 폐사가 몰리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추정됐다. 동물원의 최대 성수기인 봄(4·5월)가을(10월)에 갑자기 관람객이 몰리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우리 안의 동물들이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이 시기가 동물의 발정기로 짝짓기 과정에서 서로 다퉈 다치는 동물이 많은 점도 이유의 하나다. 환절기의 질병에 취약한 것도 이유로 추정된다. 계절별로는 봄철에 가장 많은 동물이 죽음을 맞고 있다. 봄(3∼5월)에 희생된 비율이 28.2%였다. 계절별 평균인 25%보다 3.7%포인트나 높았다. 요일별로는 월요일에 폐사된 채 발견된 동물이 가장 많았다.92마리로 16.7%였다. 이는 직원이 절반만 근무하는 주초에는 관리자의 세밀한 손길이 덜 미치기 때문이다. 주말 관람객이 늘어 동물이 스트레스를 많이 겪은 영향에 관리미비도 함께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물원 동물들이 주말에 수난을 겪는다는 통계는 외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서울대공원측은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동물의 토요병’으로 불린다. 김영섭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은 “동물원 입장에선 죽음의 통계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폐사의 원인을 알아야 살아있는 동물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자료는 좋은 사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육사들은 관람에도 매너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광구 육식팀장은 “동물이 자거나 움직임이 뜸하면 소리를 질러 깨우거나 막대기로 건드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 “동물도 사람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는 존재이므로 남의 집처럼 동물들이 사는 곳에 잠시 다녀간다는 생각으로 관람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죽은 게 뭐야? 왜 그냥 누워 있어?”

    “얘는 뭐 해? 그냥 누워 있는 거야?” “죽은 거야.” “죽은 게 뭔데? 왜 그냥 누워 있어?” “나도 죽어? 그럼, 엄마 아빠가 슬퍼할 텐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울프 닐손 글, 에바 에릭손 그림, 임정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천진하게 쓱 꺼내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쥐어 주는 그림동화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우연히 죽은 벌을 땅에 묻어 주기로 한 꼬마 셋. 나무막대기로 십자가까지 만들어 벌의 장례식을 멋지게 치러준 꼬마 녀석들은 내친김에 장례회사를 차린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으로 불쌍하게 죽은 동물들을 돕고 싶어서이다. 한 아이는 무덤을 만들고, 또 한 아이는 추모시를 짓고, 나머지 아이는 무덤 앞에서 울기로 했다. 반쯤 장난으로 시작된 일에는 갈수록 진지한 감정이 실린다. 하지만 시종 경쾌한 톤을 견지한 책은 죽음의 어두운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않으려 애썼다. 까만 겉옷과 넥타이를 챙겨 입고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모든 동물들에게 근사한 장례식을 해주겠다는 엉뚱한 욕심으로 덫에 걸린 쥐, 냉장고 안의 생선까지 뒤져대는 광경에 폭소가 연발할 듯.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실컷 웃다 보면 어느새 죽음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신통한 재주를 부리는 스웨덴산 그림책이다. 초등저학년까지.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밥 할머니’ 이어 ‘호떡 할머니’도 “맞았다”

    서울시 용역직원의 ‘김밥 할머니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호떡을 파는 한 할머니도 “노점 단속시 폭력행사가 심하다.”고 주장,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밥 할머니 폭행 사건’은 청계광장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를 서울시 용역직원이 마구 때리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포되며 세간에 알려졌다.이후 서울시가 대시민사과문을 발표할 정도까지 파장은 커졌다. 이번에 새로 논란이 되고 있는 ‘호떡 할머니’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노점상 단속을 나올 때마다 으레 (폭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림동에서 옥수수와 호떡을 팔고 있다는 이 할머니는 “용역직원들이 단속 나오면 구청직원들이 단속할 때보다 더 심하다.”며 “쇠막대기로 리어카를 다 부수고 물건을 싣고 간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어 “지난 3월 2일 구청직원이 단속을 나와 실랑이를 하는 도중에 넘어져서 12번 척추가 나갔다.”며 “그 직원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5분동안 얘기했지만,카메라로 리어카 사진만 찍고서 그냥 가버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할머니는 “구급차가 늦게 와서 경찰차에 실려 병원에 갔는데 구청직원이 자신의 팀장과 함께 찾아왔다.”며 “팀장이 내게 ‘공무방해를 해서 벌금 300만원이 나갈 것’이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를 해서 보상을 받길 원했던 게 아니라 그 직원에게 ‘미안하다’란 한마디를 듣기 원했다.”며 “팀장한테 전화를 하니까 해당직원에게 연락을 하라고 해서 그 해당직원과 통화하니 욕을 하면서 ‘고소하라니까 왜 안하고 귀찮게 전화를 하냐.’고 했다.”고 밝혔다. 이 ‘호떡 할머니’는 해당 관청으로 관악구청을 지목하며 “‘김밥 할머니’도 많이 다쳐서 못 나온 것 같다.관악구만해도 이런 식으로 다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편 ‘김밥 할머니 폭행’ 피의자 박씨는 경찰에 자진 출두해 범행 사실을 인정했지만,피해 할머니가 나타나지 않아 수사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0) 도성의 기와집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0) 도성의 기와집

    김홍도의 그림 ‘기와 이기’다. 이 그림은 아주 재미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은, 각각의 맡은 역할이 다른 데다가 인물의 행동이 개성 있게 그려져 있다. 예컨대 지붕에 앉은 사람이 손을 내밀어 기와를 받으려고 하는 장면을 보라. 기와가 공중에 떠 있지 않은가. 그림 오른쪽에는 이 기와집의 주인, 좀 거창하게 말해 기와집을 발주한 사람이 막대기를 짚고 기와 이는 모습을 보고 있다. 머리에 사방관을 쓴 것으로 보아, 꽤나 지체가 높은 사람인 듯하다. 자, 이제 기와 이는 사람들을 보자. 먼저 집. 이 집은 어떤 용도의 집인지 알 길이 없다. 지금 기와를 올리는 지붕과 기둥만 둘이 보일 뿐 벽도 없다. 집의 구조가 무척 단순해 보인다. 앞으로 벽도 치고 방도 넣을 예정인지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떤 집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감독하는 주인 양반이 나와 있고, 초가가 아닌 기와집을 사람 여럿을 불러 짓고 있으니, 상것들이 사는 집과는 사뭇 다른 고급한 용도로 쓰일 집인 모양이다. ●조선시대 건축노동 그린 유일한 작품 이 그림의 핵심은 기와를 올리는 것이다. 먼저 마당을 보자. 맨 왼쪽의 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사내는 기와를 손에 쥐고 지붕 위로 던져 올리려는 참이다. 사내의 앞에는 앞으로 던져 올려야 할 기와가 남아 있다. 그 오른쪽의 사내는 지붕에 올릴 진흙을 뭉쳐서 줄에 매달고 있는 참이다. 그 줄을 지붕 위의 사내가 막 당겨 올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올라간 진흙이 지붕 위에 널려 있다. 기와를 덮기 전에 진흙을 먼저 놓고 그 위에 기와를 덮는다. 이제 기와를 덮는 사람이 남았다. 이 사내는 오른손을 뻗어 아래서 던진 기와를 막 잡으려 한다. 기와는 공중에 떠 있다. 왼손에는 진흙덩이를 다듬을 때 쓰는 귀얄(?)을 쥐고 있다. 숙련된 솜씨다. 이 사내는 들창코로 그려졌는데, 얼굴 생김새가 앞서 역시 김홍도가 그린 ‘타작’에서 나왔던, 시무룩한 표정으로 타작을 하고 있던 그 친구와 흡사하게 생겼다. 타작을 했지만 세금이니 소작료니 하여 다 뜯기고 나서 집 짓는 노동에 나온 것인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면 기둥 옆에 한 사내가 실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줄에 매달린 시커먼 물건은 먹통이다. 곧 줄을 곧게 치는 도구다. 오른쪽 눈을 감고 수직의 줄과 기둥을 견주어보고 있는 중이다. 기둥이 비뚤어지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 사내의 아래에는 목수가 있다. 널판을 대패로 반반하게 미는 중이다. 아래에는 곱자, 톱, 자귀 등의 목공에 필요한 물건이 있다. 이 그림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기와를 이는 것은 단원 당시 일상적으로 목도하는 일이었을 터이고, 그래서 별로 주목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일들은 우리의 의식이 감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가. 기와를 올리는 일상의 풍경, 그것도 가장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천한 이들의 노동 현장을 이렇게 꼼꼼하게 옮기다니, 김홍도의 머리는 달리 작동하는 것이었나 보다. 이 그림은 건축 노동을 그린 유일한 작품이다. 말이 난 김에 기와집 이야기를 좀 해 보자. 기와를 얹으려면 기와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경국대전’ 이전(吏典)을 보면 경관직 종6품아문에 와서(瓦署)란 관청이 있다. 기와와 전(塼)을 만드는 일을 맡는다. 종6품 관청이고, 또 이런 관청이란 수공업을 지휘감독하기에 별로 끗발이 없는 자리다. ●기와 거칠게 만들면 중죄로 다스려 이 와서에는 와장(瓦匠) 40명과 잡상장(雜象匠) 4명이 소속되어 있다. 와장은 기와를 만드는 장인이다. 잡상장은 궁궐 같은 큰 기와집 지붕 끝에 보면 여러 가지 동물 모습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일종의 진흙 조각가로 보면 된다. 와장은 원래 조선초기에는 승려들 중에서 뽑아서 시켰고, 또 각 지방에서 뽑아 올렸다. 이런저런 변화를 거쳐 뒤에 와서의 정원으로 정해졌던 것이다. 와장은 기와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건축할 때 지붕에 기와를 얹는 사람은 또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 장인을 개장(蓋匠)이라 한다. 조선시대 때 토목이나 건물을 짓는 일을 맡은 선공감(繕工監)이란 관청에는 개장이 20명이 소속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경국대전’ 공전(工典) ‘잡령(雜令)’에 “기와를 거칠게 만들어 법대로 하지 아니한 자는 중죄로 논한다.”란 조항이다. 이것은 와장이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기와를 만들 때는 대충 만들고, 개인적으로 기와를 만들 때는 제대로 만들기 때문에 생긴 법이다. 조선시대의 수공업을 맡은 장인들은, 해마다 일정한 날수를 국가의 여러 기관에 소속되어 일을 해야 했고, 그 외의 날에 대해서는 세금을 바치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무슨 흥이 나서 관청 일을 하겠는가. 불량기와를 만들 수밖에. 기와집은 잘사는 집, 초가집은 가난한 집으로 안다. 사실이다. 가난한 살림에 무슨 기와집을 짓는단 말인가. 1904년 호주의 사진가 조지 소로스가 찍은 서울의 풍경(자세히 보면 왼쪽 상단에 남대문이 보인다)을 보자. 기와집은 몇 되지 않고 대부분 초가집이다. 한데 조선시대 내내 초가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시대마다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태종 초년에 스님 해선(海宣)이 아이디어를 냈다. 새 도읍인 서울의 모든 집이 초가집이어서 중국 사신이 와서 볼 때 아름답지 못하고, 또 거기에 화재가 두렵다는 것이다. 도시의 미관, 특히 수도의 미관은 국가의 이미지와 관계된다. 거기에 띠집, 초가집은 불이 나기 쉽다. 해선의 말로 조선이 서울로 수도를 옮긴 후 상당 기간 동안 초가집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선은 자기에게 기와 굽는 기관을 만들어 맡겨준다면,10년 안에 서울 시내를 모두 기와집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 말을 듣고 별와요(別瓦窯)를 설치하고, 팔도에서 와장과 중을 뽑아 소속시킨다(‘태종실록’ 6년(1406) 1월28일). 별와요 사업은 성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중단되었다. 세종 6년 7월7일 해선은 여전히 기와집이 부족하다면서 다시 아이디어를 낸다. 즉 자신이 면포 3000필을 내겠으니, 그것으로 ‘보(寶)’를 만들자는 것이다.‘보’는 요즘으로 치면 재단이다. 해선은 ‘기와 만들기 재단’을 설립하고자 한 것인데, 조정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뒤의 기록을 검토해 보면,‘기와집 만들기 재단’의 효과가 금방 나타났던 것은 아니었다. 성종 7년(1476) 8월9일조의 ‘실록’ 기사에 의하면 성종은 별와요의 기와가 권력층에게만 팔린다고 하여 별와요를 폐지하고 싶다고 하자, 신하들이 법만 제대로 지킨다면 좋은 법이라 해서 폐지하지 않는다. 성종은 법대로 집행해서 “수년 내에 성안이 모두 기와집이 되게 하라.”고 명한다. ●조선 후기 접어들며 건축 수준 후퇴 이 명령이 어떻게 수행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간접적으로는 추론이 가능하다.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웠던 학봉 김성일(金誠一)의 문집을 보면,‘풍속고이’란 글에서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란 중국 책이 조선의 문화를 왜곡한 것에 대해 일일이 변론하고 있는데,“조선 사람들의 집은 모두 초가집”이라는 부분에 대해 “도성의 인가는 대개 기와집이고, 외방 역시 그러하다. 오직 초야의 사람들만 모두 초가집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한 증거가 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선전기 사회의 경제적 능력과 부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리어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치른 뒤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건축의 수준도 후퇴한 것이 아닌가 한다. 조선후기 중국에 들어간 조선 사람들에게 다가온 최초의 충격은, 바로 건물이었다. 벽돌과 기와를 사용한 견고하고 깨끗한 건물, 큰 규모와 합리적 공간 구성은 조선 사신단을 충격에 빠뜨렸다. 홍대용이 그랬고, 박지원과 같은 실학자들은 모두 벽돌과 기와로 집을 짓자고 주장하였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벽돌과 기와를 개혁과 문명의 동의어로 썼을 정도다. 유형원은 고을마다 기와를 굽는 와국(瓦局)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익은 기와집은 지을 때 비용이 많이 들지만 튼튼하고 오래가므로 초가집이 쉽게 썩고 무너지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고 말하고 기와집을 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실현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여기서도 절감한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9) 대장간의 추억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9) 대장간의 추억

    김홍도의 그림 ‘대장간’이다. 대장간은 지금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장간에서 만들어 내던 물건이 사용되는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장간에서 만들었던 물건들은 대개 농업사회에서 쓰던 물건들이다. 호미, 낫, 괭이 등의 농기구가 그렇지 않은가. ●인간적 친밀감 짙게 배어 있는 수공업 대장간은 이따금 티브이 방송에 사라지는 ‘풍물’쯤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 프로그램에는 산업화된 사회에서 거의 사라지고 없는 수공업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수공업이 갖는 인간적인 친밀감이 짙게 배어 있다. 대장간 그림은 이 그림 말고 김득신의 ‘대장간’이 남아 있는데, 한쪽이 다른 한쪽을 모본으로 삼은 것일 터이다. 아마 김득신 쪽이 뒤에 그린 것으로 보인다. 솜씨로 보자면 나는 역시 김홍도 쪽에 한 표를 던지겠다. 김홍도의 ‘대장간’을 보자. 먼저 그림의 위쪽을 보면, 흙으로 쌓아 올린 화로가 있다. 높이가 어른 키보다 높은 것이 흥미로운데, 요즘은 이런 화로를 볼 수가 없다. 지금의 대장간에서도 이런 방식의 화로는 없을 것이다. 화로의 앞쪽에 화구가 있다. 그 속에 쇳덩이를 넣어 온도를 높인 뒤 꺼내어 두드리는 것이다. 화로 뒤에 고깔을 쓴 소년이 막대기를 잡고 있는데, 풀무질을 하고 있다. 풀무는 바람을 불어 넣어 불을 지피는 데 사용하는 도구다. 손으로 밀고 당기고 하는 손풀무가 있고, 발로 밟는 발풀무가 있다. 이건 손풀무다. 소년이 막대를 아래로 당겼다 놓으면 그때 바람이 화로로 들어간다. 풀무질을 계속해 주어야 화로 속의 온도가 쇠를 달굴 정도로 높아진다. 한 사람이 집게로 달군 쇳덩이를 잡고 있고,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메질을 한다. 이렇게 치는 도구를 쇠메, 치는 동작을 메질이라 한다.‘메’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 사람도 있는데, 찰떡을 만들 때 안반에다 찹쌀밥을 해 놓고 커다란 나무 몽둥이로 내리친다. 그 나무 몽둥이를 떡메라고 하는데, 나무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대장간에서는 쇠로 만든 쇠메를 사용한다. 다시 그림을 보면 쇠메 하나는 벌건 쇳덩이를 막 내려치고 있고, 다른 쇠메는 다시 힘껏 치기 위해 먼 곳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앉아 있는 대장장이는 집게로 벌건 쇳덩이를 꽉 집고 있다. 벌건 쇳덩이를 손으로 집을 수 없으니, 이 집게 역시 대장간의 필수품이다. 쇳덩이는 쇠메를 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요령껏 돌려야 한다. 사내 앞에는 긴 쇠자루가 있는데, 앞이 꼬부라진 것으로 보아 화로에 재를 긁어내는 물건일 것이다. 불에 불린 쇳덩이가 놓인 곳은 모루다. 쇳덩이를 메질해야 하니 모루 역시 쇠로 만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렇게 해서 메질을 한 뒤 다시 물에 집어넣어 급격히 식히는 담금질을 한다. 담금질과 메질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물건의 형태가 잡히는 것이다. 그림의 아래쪽에는 한 젊은이가 숫돌에 낫을 갈고 있다. 지게가 뒤에 있는 것으로 보아 농사꾼이 분명하다. 대장간은 연장을 새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이처럼 날이 무뎌진 연장을 벼려주기도 하였다. ●18세기 후반 관청의 속박에서 벗어난 대장장이 이 그림은 대장장이가 메질과 담금질을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고, 정작 쇠를 만드는 곳은 아니다. 쇠를 만드는 곳을 야장(冶場)이라 하는데,‘경국대전’ 공전(工典)의 철장조(鐵場條)를 보면, 여러 고을의 철이 나는 곳에는 야장(冶場)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장부를 만들어 공조와 해당 도(道)와 고을에 비치한 뒤, 농한기에 쇠를 만들어 상납하도록 하였다. 국가에서 필요한 쇠를 농민을 동원하여 만들어 바치게 한 것이다. 물론 모든 농민이 쇠를 만드는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고, 특별히 쇠를 만드는 기술자가 있다. 이 사람이 수철장(水鐵匠)이다. 수철은 무쇠다. 처음 야장에서 얻은 쇳덩이를 판장쇠라 하는데, 이 판장쇠를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다양한 물건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쇠는 강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이규경(李圭景·1788∼?)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연철변증설(鍊鐵辨證說)’에 의하면, 쇠를 처음 불려 광물을 버리고 부어서 기물을 만드는 것을 생철(生鐵), 곧 수철(水鐵)이라고 했다. 수철은 무쇠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경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때리면 쉽게 부서진다. 그래서 녹여서 틀에다 부어 물건을 만든다.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곧 ‘주물’로 만드는 것이다. 수철을 불리면, 곧 불에 달구어 탄소를 제거하면 숙철(熟鐵·시우쇠)이 된다. 이규경은 불린 쇠를 모두 숙철이나 시우쇠로 말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탄소함량이 0.035∼1.7%인 것은 강철,0.035% 이하인 것은 연철(시우쇠, 순철, 단철)이라고 한다. 연철은 너무 물러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가 아는 호미와 괭이 등의 농기구, 칼 창 따위의 무기는 모두 강철로 만든다. 이 그림에서 지금 막 달구어 두드리는 것은 강철이다. 대장장이는 청동기를 사용하면서부터 생겼을 것이다. 청동기를 이어 나온 철기는 인류의 문명을 크게 바꾸어 놓았으니, 대장장이는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예컨대 대장장이 출신의 석탈해가 신라의 네 번째 왕이 되기도 했으니, 대장장이의 위세를 알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조선시대로 오면, 대장장이는 천한 신세가 된다. 그들은 대개 기생이나 무당과 같은 부류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들은 꼭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하게 여겨졌다. 지배층은 그들의 기능과 노동을 남김없이 짜냈다. 조선시대의 수공업자로서 일정한 일수를 의무적으로 국가를 위해 노동을 해야 했고, 일을 하지 않는 날은 대신 세금을 바쳤다. 예컨대 대장장이는 서울에서는 공조, 상의원, 군기서, 교서관, 선공감, 내수사, 귀후서 등에, 지방에서는 관찰사영, 병마절도사영, 수군절도사영, 그리고 기타 지방관청에 자기 이름을 올리고는 무보수로 일을 해야 하였다. 관청에서 일을 하지 않는 날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었으나, 그 대신 높은 세금을 내어야만 했으니, 대장장이의 삶이란 고달프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에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즉 대장장이를 비롯한 수공업자들은 관청에 모두 이름을 등록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 제도가 없어진 것이다. 여기에 수공업자들로부터 받는 세금 역시 점차 없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변화로 대장장이는 국가와 관청의 속박에서 벗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하기야 관청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대장장이의 삶이 전보다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겠지만, 벼락부자가 되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대장장이의 힘찬 메질 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필자가 어릴 때 대장장이는 드물지 않았다. 나는 대장간 앞에 쪼그리고 앉아 풍로의 세찬 바람에 괄하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쇳덩이를 집어내어 꽝꽝 하고 두드리는 대장장이의 모습을 넋이 빠져라 쳐다보곤 했다. 그 쇳덩이는 이내 칼이 되고 호미가 되었다. 단단한 쇳덩이를 맘대로 주무르는 대장장이가 정말이지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도시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군 소재지, 읍 소재지에서 무슨 공작소니 철공소니 하는 이름에서 겨우 그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대장장이의 힘찬 메질 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인가. 대장간에서 만들었던 칼과 호미가 기계로 매끈하게 뽑아낸 칼과 호미로 바뀐 것처럼, 사람 역시 그렇게 제품화되지 않았을까.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김광규 ‘대장간의 유혹’) 정말 그렇다. 나는 이미 규격화된 상품이 된 것이다. 다시 대장간을 찾아가 다시 단 한 사람의 나로 단련되고 싶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를 보면 아내는 물레로 실을 뽑고 있다. 무명을 짜기 위해서다. 무명을 짜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다. 조선 후기 양반이 아닌 상민은 16세부터 60세까지는 군역을 지고, 직접 군대에 가는 대신 군포를 바쳐야 한다. 백성들에게서 군포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했던지,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니 젖먹이 어린아이도 군포를 내라는 황구첨정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남편은 양반이니, 아마 군포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른쪽 아랫부분의 자리를 짜는 남자다. 자리와 돗자리는 같다고 해도 그만이지만, 굳이 구별하면 할 수도 있다. 돗자리와 자리의 재료가 왕골이거나 골풀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돗자리는 베를 짜듯 날줄을 미리 걸어두고 바디를 움직여 짠다. 자리는 고드랫돌에 날줄을 감아두고 왕골 가닥을 더하고 고드랫돌을 앞뒤로 옮겨가며 짠다.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와 김득신의 그림 ‘병아리 훔치기’는 모두 고드랫돌이 보이니, 돗자리가 아닌 자리 짜기인 것이다. ●조선 후기로 오며 경제적 기반 잃은 양반 속출 각설하고, 자리를 짜는 사람은 사방관을 쓰고 있다. 사방관은 양반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양반이 웬일로 노동을 하고 있는가. 양반 노릇을 하자면, 한문을 읽고 쓸 줄 알고, 좋은 풍경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한시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성리학을 이해해야 하고 ‘소학’을 익혀 점잖은 말과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여기에 봉제사(조상의 제사를 지냄), 접빈객(손님 접대)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양반다움을 실천하려면, 토지와 노비 소유라는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토지와 노비가 없으면, 자연히 양반 행세를 할 수가 없다. 한데 조선 후기로 오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양반이 속출하였다. 대부분의 양반은 육체적 노동을 기피하였지만, 이 그림에서 보듯 일하는 양반도 있다. 당연히 이 자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리를 짜는 데 생계가 달려 있을 것이다. 양반이 자리를 짜는 그림은 김득신의 ‘병아리 훔치기’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자, 마루에서 자리를 짜고 있던 남자가 담뱃대를 휘두르며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마당에 자빠져 있는 것은 이 사내가 짜고 있던 자리다. 사내의 오른손 아래에 있는 검은 물건은 바로 사내가 쓰고 있던 사방관이다. 역시 양반으로서 자리를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원익이 귀양살이 하며 짠 자리 영의정 되자 보물로 생각이 트인 양반들은 자리를 짜는 것을 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원익은 훌륭한 재상으로 알려진 분이다. 광해군 때 영의정으로 있다가 인목대비를 폐하자는 이이첨 일파에 대해 반대하다가 쫓겨났다. 심심하니 할 일이 없다. 이원익은 정치가이지 학자가 아니다. 이미 벼슬이 오를 대로 올랐고, 책도 읽을 만큼 읽었다. 귀양살이는 한편으로는 오랜만의 휴가다. 이 휴가에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리를 짜기 시작한다. 노동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으니, 솜씨랄 것도 없다. 한심한 작품이 나왔으나, 손수 노동한 결과물이라 소중하기 짝이 없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받기는 했지만, 그 한심한 물건을 즐거이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한데,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이원익이 다시 재상이 되자, 그가 짰던 한심한 물건은 영의정이 짠 자리가 되어 보물처럼 여겨졌다는 것이 아닌가. 자리도 누가 짜는가에 따라 이렇게 보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떤 분에게 듣고 과연 그랬을까 했는데, 장현광의 문집 ‘여헌집’에서 “완평(完平, 이원익)은 여주 호장(戶長)의 집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자리를 짜고 있다.”는 기록을 보고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이런저런 기록을 보면 양반들이 생활고에 몰리면 더러 자리를 짜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인인 김낙행은 공부를 많이 한 분인데,‘직석설(織席說)’이란 글 한 편을 남기고 있다. 번역하자면,‘자리 짜기의 이로움’ 정도의 뜻이 된다. 어느 날 김낙행의 아내는 남편이 그저 밥만 축내고 하는 일이 없다면서 형제간을 돌며 왕골을 얻어와 자리를 짜란다. 이웃 영감까지 불러 짜는 방법까지 전수시킨다. 아내의 말을 이기는 남편은 드문 법. 내키지 않았지만 해 본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갈수록 손이 익고 재미가 난다. 이런저런 고민을 아주 잊고, 밥을 먹거나 소피를 보거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아니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자리 짜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자리 짜기의 찬미자가 되어 자신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짜겠노라 선언한다. 급기야 자리 짜기의 여섯 가지 이로움을 설파한다. 첫째, 자리 짜기란 노동을 하기 때문에 공밥을 먹지 않는다. 둘째, 집 밖으로 공연히 나들이하는 일이 줄어든다. 셋째, 무더운 여름날 졸음을 잊을 수 있다. 넷째 공연한 근심거리에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섯째, 잘 짠 자리는 늙으신 어머니께 올려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고, 좀 거칠게 된 것은 자신과 아내, 아이들이 깔기도 하고, 또 어린 계집종에게 주어 흙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하게 한다. 여섯째,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자신처럼 살림살이가 딱한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리로 인한 깨달음인데, 아주 괜찮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다시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로 돌아가자. 자리를 짜고 있는 남자 위쪽에 아이가 글을 읽고 있다. 큰 책을 펴 놓고 작은 막대기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고 있다. 이제 막 글자 공부에 들어간 꼬맹이인 것이다. 서당에서 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소리 내어 다시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이가 아랫도리를 벗고 있다. 아마 가난 때문일 것이다. 자리 짜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벗은 아이라. 이 그림처럼 조선후기 양반사회의 분화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가난한 양반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짜게 되었다. 하지만 양반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사방관을 쓰고 있다. 벌거벗은 아들의 독서는 아직 양반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람들의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던 교육열은 양반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자리를 짜던 아버지, 길쌈을 하던 어머니의 열망에서 혹시 나온 것은 아닌가. ●정조 때 자리 짜던 장인들 열에 여덟·아홉은 유랑민으로 지금 세상은 자리 또는 돗자리라는 것을 쓸 기회가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자리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지금은 맨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서 지낸다. 또 결혼식 등의 의식이 있어도 모두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조선시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 바닥에 앉아 생활하고, 의식이 있어도 모두 바닥에서 한다. 앞서 김낙행의 글에서도 보았지만, 노비의 경우 흙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이 예사였으니, 자리가 생활필수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리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역시 국가와 왕실이었다. 고려와 조선은 장흥고란 관청을 두고 국용(國用)·왕실용 자리를 관장했다. 관장한다는 것은, 지방에 공물로 배정한 자리를 받아들여 보관하고 사용할 때 내어주고 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장흥고에 바치는 자리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세종실록’ 7년 8월 22일조에 의하면,1년에 5148장을 바치고 1년에 소용되는 것은 2216장이라고 하였다. 자리는 모든 지방에서 다 바치는 것이 아니었다. 주로 경상도 안동 일대, 즉 순흥·예천·영천(榮川)·영천(永川)·풍기·의성·용궁 일대가 자리의 주 생산지였다. 여기서 매년 2월,8월에 장흥고와 상의원에 자리를 바쳤던 것이다. 장흥고가 일반 자리를 받는 곳이라면, 상의원은 꽃무늬를 넣은 매우 고급스러운 자리, 예컨대 용문석이나 만화석 등을 거두는 곳이었다. 그런데 안동 일대에서 자리를 짜서 바치면 장흥고나 상의원에서 퇴짜를 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자리를 짜는 석장(席匠)들이 땅을 팔고 집을 팔아 열에 여덟, 아홉이 유랑민이 되었다고 한다(‘정조실록’ 5년 12월28일조). 돗자리에도 이렇게 슬픈 역사가 어려 있다. 한데 요즘은 중국산 수입 자리 때문에 자리 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하니, 더 딱한 일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돌리고 돌리고”…봉술 뽐내는 곰

    돌리고, 돌리고~ 최근 일본의 한 동물원에서 현란한 봉술(棒術)을 보여주는 곰 한마리가 있어 화제다. 히로시마(広島) 아사키타(安佐北)구에 위치한 아사동물원의 클라우드(수컷·6)는 최근 들어 무척 바빠졌다. 자신의 막대돌리기 묘기를 보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 아시아흑곰(Asiatic black bear)종의 클라우드가 목이나 무릎을 사용해 긴 나뭇가지를 돌리기 시작하면 관람객들은 놀란 눈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특히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지면 클라우드의 봉술은 한층 현란해져 사육사들의 걱정을 사기도 한다. 이처럼 클라우드가 봉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1살때던 지난 2003년. 먹이였던 너도밤나무(Japanese Beech)나 벚꽃의 나뭇가지에 달린 잎을 따먹은 후 나뭇가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성장하면서 점점 돌리는 횟수가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11월 다시 봉을 휘두르기 시작, 최근에는 거의 매일 봉술 연습에 나서고 있다. 아사동물원의 한 사육사는 “엄마없이 외톨이로 자라 혼자놀기에 익숙해진 것 같다.”며 “특히 날씨가 좋은 오전 중에 관람객들이 많이 놀러오면 막대기를 잘 돌린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마존 돌고래 ‘구애 쇼’ 한다

    아마존 돌고래 ‘구애 쇼’ 한다

    “아마존 돌고래도 ‘작업’한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화려한 옷이나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처럼 아마존의 돌고래 수컷들도 암컷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나뭇가지와 잡초 등 작은 도구를 가지고 쇼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전문 웹사이트인 라이브사이언스닷컴(www.livescience.com )은 지난 26일(현지시간)“스코들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연구팀이 아마존 돌고래 수컷들의 행동을 수백 차례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보투’나 ‘분홍 강돌고래’라고 불리는 아마존 돌고래의 수컷들이 암컷 주위에서 막대기나 진흙덩어리 같은 소도구를 입에 물고는 느리게 물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머리를 쳐들기도 하며 돌면서 물속으로 자맥질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런 행동은 암컷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다. 이런 쇼를 벌일 때 수컷들은 평소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다른 수컷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수컷들은 암컷보다 몸집이 더 크고 분홍빛도 더 진하다. 연구진을 이끌었던 행동 생태학자인 앤서니 마틴은 “구애 행동이 수상 포유동물에게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수백만년 동안 격리돼 살아온 오리노코강의 돌고래에서도 이런 행동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동은 유전 아니면 오랜세월에 걸쳐 진화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아마존 돌고래는 몸길이 1.8∼2.5m, 몸무게 90∼150kg으로 세계 5대 희귀동물 중의 하나로 꼽힌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내 모습 돌려줘”…피부병 걸린 와인하우스

    “내 모습 돌려줘”…피부병 걸린 와인하우스

    지난 2월 그래미상 5개부문을 석권해 화제를 모은 영국출신의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24)가 또 한번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얼마전부터 앓은 피부병이 악화돼 얼굴상태가 심각해졌기 때문. 와인하우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북런던 감옥에 있는 자신의 남편 블레이크(Blake)를 만나러 가다가 이같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와인하우스는 자신의 좋지않은 피부상태를 가리려는 듯 두꺼운 팬스틱(기름 성분의 막대기 모양의 분)으로 상처 위를 덧칠하고 두꺼운 눈화장으로 퀭해진 눈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그녀는 피부질환의 하나인 세균성 농가진(고름집이 생겼다가 딱지가 앉는 피부병)을 앓고있으며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계속 복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녀의 피부병이 점점 심각해지자 언론과 측근은 다시 와인하우스가 알콜과 약물에 손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녀의 가까운 지인은 “영국에는 와인하우스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주변사람들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약물복용을 암시했다. 또 다른 측근은 “다시 재활시설로 돌아가 약물치료를 받을지도 모른다.”며 “조만간 소속사측이 그녀를 남아프리카나 이스라엘에 있는 재활시설로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와인하우스의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치료를 위해 도움을 받길 바란다. 당신을 잃고싶지 않다.”(아이디 Alison) “주변사람들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게 아니라 와인하우스 자신의 탓일 것”(Elizabeth) 라고 말하는 등 그녀의 건강을 우려했다. 사진=BIG PICTURES(사진 왼쪽은 지난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모습·오른쪽은 최근의 모습)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다이어트 후유증?…빼빼 마른 조디 포스터

    다이어트 후유증?…빼빼 마른 조디 포스터

    지성파 배우 조디 포스터(Jodie Foster)가 마른 모습으로 나타나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자신의 최신작 님스 아일랜드(Nims Island) 홍보차 호주 퀸즈랜드에 방문한 포스터가 예전보다 무척 수척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난 것. 이 날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포스터는 쇄골뼈가 훤히 들어다보일 만큼 가슴팍이 마르고 볼살이 들어가 지난해 12월에 찍힌 사진(사진 오른쪽)과 현저히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양 손에 도드라진 핏줄과 주름이 운동중독증에 걸린 안젤리나 졸리나 마돈나의 손과 비슷해 지나친 다이어트의 후유증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있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조디 포스터가 너무 야위어서 끔찍할 정도”(Leann Carlton) “매력적인 배우였는데 막대기로 변한 것 같아서 슬프다.”(G.Reed)며 그녀의 건강을 우려했다. 그러나 몇몇 네티즌들은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보이는 것 뿐이다. 손에 핏줄이 보이는 것은 노화때문”(M) “사진상 말라보이는 것 뿐”(S Thomas)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포스터는 지난해 한 영화시상식장에서 영화 제작자 시드니 버나드(Cydney Bernard)와의 관계를 고백,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힌 바 있다. 사진=NEWS.com.au(사진 왼쪽은 최근의 모습·오른쪽은 지난해 12월의 모습)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여야 공천, 텃밭부터 갈아엎어야

    여야의 총선 공천 물갈이 작업이 당내 역풍을 맞고 있다. 그제 경기지역 공천에서 5명의 현역의원을 탈락시킨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불만으로 들끓고 있다. 금고이상의 전과 전력자를 공천신청에서 배제한 통합민주당에서도 해당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두 당 모두 텃밭격인 영·호남 공천을 앞두고 있다. 겨우 물줄기가 잡힌 ‘개혁 공천’ 흐름이 이런 반발에 부딪혀 역류해선 안 될 것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의 하나가 지역주의였다. 이른바 ‘3김(金)정치’가 퇴조한 근래에도 영남에선 한나라당, 호남에선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너무 쉽게 당선되는 풍토가 문제였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판이니, 상당수 의원들이 국민에게 눈길을 주기보다 당내 실력자에게 줄을 대는 데 급급했다. 이들에겐 텃밭 선거구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지역구’나 마찬가지였다. 한국 정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이런 ‘철밥통 지역구’부터 깨야 한다. 그러려면 이렇다 할 의정실적도 없이 지역에 안주해 선수만 쌓아온 인물들을 솎아내는 공천을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희망적 조짐도 보인다. 현재 여야 할 것 없이 당지도부가 텃밭에서 30% 이상의 물갈이를 공언하고 있다. 비리 전력자를 공천에서 예외없이 배제키로 한 민주당은 이를 50%까지 상향조정하려는 기미도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주말 이후 최대 물갈이 대상인 영남지역 공천을 앞두고 폭풍 전야의 분위기다. 친이-친박 간 경합지역이 많아 결과에 따라 내홍이 깊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그런 장애를 뛰어넘어 공천 혁명은 여야 공히 텃밭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공천과정에서부터 후보자의 역량뿐만 아니라 도덕성이란 잣대를 더욱 엄격히 들이대야 한다. 계파의 이해에 연연하는 구시대적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 [열린세상] 한국에 정당은 있는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국에 정당은 있는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미국에서는 대선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중순 ‘마틴 루터 킹의 날’을 앞두고 힐러리는 마틴 루터 킹이 흑인 인권운동을 했지만 정작 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존슨 대통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바로 민주당을 극한 대치상태로 몰아넣었다. 오바마측은 힐러리가 흑인운동가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대신 백인 대통령 치적을 부각시켰다며 강력 비판했다. 힐러리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흑인표가 크게 이탈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민주당의 단합을 위한다며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대선이 끝났다.1792년부터 출발했다는 미국의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 속에서도 위상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의 전통야당이라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단일화를 극력 피하더니 달랑 1%의 표만 얻었다. 그런 민주당이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합당은커녕 후보단일화마저 반대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대선에서 참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대통령 경선후보를 당의 대표로 모셨다. 그러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측은 분당도 고려할 수 있다며 시위 중이다. 분당 위험은 한나라당에도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후보 한 사람은 자신의 계파가 공천에서 밀리면 분당도 불사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봉합하고 있지만 공천 뚜껑이 열리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이란 원래 비슷한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과연 그러한 정당이 있는가? 한국의 정당이란 비슷한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합집산한다. 어느 한 정당만 이념이나 정책과 상관없이 단세포 아메바처럼 뭉치고 헤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모든 정당이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정치문화의 수준이 된다.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문화가 아니라 뿌리없고 원칙없는 이합집산이라는 정당정치의 천박한 문화다. 기성정당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신생정당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이라곤 없다.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이념정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시베리아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종북주의니 평등주의니 서로 삿대질하며 탈당과 분당을 거론한다. 기성정치와 얼치기 개혁정당을 매몰차게 비판하면서 비타협적인 대선 캠페인을 펼쳤던 창조한국당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심하다. 선거비용 처리와 당내 비민주주의 때문에 당이 쪼개질 판이다. 새로운 정당에 기대를 걸었던 소박한 백성들의 가슴을 마구 후벼대는 일이다. 한데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미스터 쓴소리’가 이번에는 정당코미디의 완결판을 선보였다. 언제나 입바른 소리와 꼬장꼬장한 원칙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으로 입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통야당 당수의 후손으로 수십 년을 버틴 미스터 쓴소리가 경제살리기와 한·미동맹 강화가 자신의 소신이라며 한나라당행을 선언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미스터 쓴소리의 입당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막대기를 꽂아도 이길 기세인 한나라당은 너무 많은 출마 희망자들이 몰려 교통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가의 쓴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100일 정도 남은 총선을 앞두고 더 유치찬란하고 황당무계한 탈당, 분당, 이합집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언제쯤 이 땅에는 백성들을 무서워하는 정당이 생길 것인가? 언제쯤 이 땅에는 미국의 민주당처럼 200살이 넘은 정당의 위신을 서로 애지중지하는 날이 올 것인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등장인물 남자, 여자, 아들, 모(母), 부(父) 배경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오후, 외딴 산 속, 폐가, 마당 한가운데 튀어나온 바위 하나, 지붕과 마당·헛간에 낙엽 1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고요히 폐가를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가서 봉당에 앉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여자와 아들이 들어온다. 여자 : 아이구 다리야… 이 먼 데를 오자고…. 남자 : …. 아들 : 평소에 운동 좀 하세요. 많이 걸어야 건강하대잖아요. 요샌 웰빙이라고 다들 일부러도 많이 걸어요.(다리를 주물러 주며) 미국에서도 저녁만 되면 파크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 많아요. 세상이 아무리 살기 좋아지면 뭐해요, 내 몸이 건강해야지. 여자 : 우리 아들 미국 갔다 오더니 유식해졌네. 그래도 건강하자고 이 산골을 오니? 남자 : …. 아들 : 좋은데요… 아버진 여기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그 놈의 별방, 별방, 술만 먹으면 말 안 하디? 아들 : 별방… 아버지 회사 이름… 이 동네 이름에서 따오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뭐 좋은 기억이라고… 이 산 구석에서 살았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대나 뭐래나. 저래 뵈두 니 아버지가 감상적인 데가 있다. 아들 : 자기 뿌리를 잊지 않는 건 좋은 거죠. 전 미국에 가 있으니까 도리어 조국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나를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요. 엄마는 어린 시절이 그립지 않으세요? 여자 :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뭐 그리울 게 있어. 그런 건 빨리 잊어버려야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쓸 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아들 : …아버지. 별방이 무슨 뜻이에요? 남자 : …. 아들 : 별… 방…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어쨌든 느낌이 좋아요. 왠지 별이 내려와 쉴 것 같은… 아랫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단풍 한 장 줍는다) …아버지. 아까부터 왜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남자 : …조금 피곤해서. 여자 : 그렇게 한 번 와 보자더니. 와 봐야 뭐 있어. 그냥 폐가지. 근처에서 놀다 가자니까. 기어이 끌고 와서는… 다리만 아프지.…어머니도 어떻게 이런 데서 사셨을까…. 아들 :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같이 오고 좋았을 텐데…. 남자 : …. 여자, 뒤란으로 간다. 여자 : (소리) 웬 우물이래… 어머 대추 좀 봐. 아들, 뒤란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손에는 대추 몇 알. 아들 : 이것 좀 드세요. 달아요. 남자 : …. 남자, 먹는다. 아들 : 달죠? 남자 : 그래…. 아들 : 어렸을 땐 많이 드셨겠네요. 남자 : 가을마다…. 여자, 나온다. 가방을 뒤진다. 아들 : 뭐 찾으세요? 여자 : …. 아들 : …놔두세요. 다람쥐들 먹게. 여자 : 두면 뭐해, 어차피 썩을 거. 아들 : 엄마…. 여자 : 시장 가서 사려고 해 봐. 얼마어친데. 여자, 두리번거리더니 막대기도 찾아서 뒤란으로 간다. 아들 : 엄마… 짐승 먹게 둬요…. 아들, 뒤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남자 :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휴가 왔습니다. 아들이 미국 유학 갔다가 잠시 귀국해서요. 가족끼리 단풍 구경 왔습니다. 예… 우리가 고비 한 두 번 넘겼나요… 곧 결제하겠습니다. 아들 : 누구…? 남자 : 거래처. 결제해 달라고. 아들 : …요새 건설 경기 많이 안 좋다던데. 남자 : 밥걱정은 안한다. 아들 : …중견 건설회사 몇 개 무너졌다고. 남자 : 아버진 아직 괜찮아…. 아들 : …. 아들, 바위로. 바위를 발로 툭툭 찬다. 아들 : 마당 한가운데 바위라니… 흉물스럽게. 이거 왜 안 뽑았어요? 남자 :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아들 : 뽑아 봤어요? 남자 : 할아버지가. 너무 깊어서 다시 덮었대. 아들 : 어디… (뽑으려고 한다. 바위는 끄떡없다) 정말이네. 남자 : …. 아들, 바위에 걸터앉는다. 침묵 아들, 뭔가를 발견했다. 헛간 쪽으로 걸어간다. 동화책을 줍는다. 아들 : (툭툭 턴다) 동화책이에요… 전래동화.(넘겨본다) 아버지 건데요….5의 1 박상철…. 남자, 다가온다. 아들 : 기억나요? 남자 : …. 아들 : …. 남자 :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거야. 아들 : …. 남자 : …. 남자 봉당에 앉는다. 아들도 옆에 앉는다. 아들, 책을 읽는다. 뒤란에서 대추 터는 소리. 아들 : …밑줄이 있어요. 남자 : …. 아들 : (읽는다) 바위를 들추자 눈앞이 훤히 트이며 별세계가 펼쳐졌다… (뒤진다) 여기도 있어요.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별세계에 와 있었다… 별세계… 별방… 별세계란 뜻이에요? 남자, 동화책을 받아서 넘겨본다. 아들, 바위로. 아들 : 어디, 다시 한 번. 힘을 준다. 꿈쩍 않는다. 남자가 온다. 아들 : 해보시게요? 남자, 바위로. 남자가 힘을 주려고 할 때 여자의 비명. 여자가 뛰어온다. 아들, 여자에게. 아들 : 왜요? 여자 : 쥐…. 아들 : 난 또…. 남자 : …. 여자 : 흰쥐였어…. 남자 : …. 아들 : 흰쥐가 이런 데? 남자 : …. 여자 : 여보. 남자 : …. 여자 : 뭐 해요? 아들 : 그게… 동화책. 여자 : 동화책? 아들 :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 바위를 들추면… 남자가 바위를 힘껏 들춘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백색의 햇살. 차차 빛이 사라지며 시간과 공간이 응고된다. 남자 : (소리) 밤마다 꿈을 꿨어. 자고 있으면 누가 날 자꾸 깨워. 일어나 보면 흰쥐가 한 마리 서 있어.…따라가 보면 하얀 길이야. 사위는 캄캄한데 멀리서 불빛이 한 점 보여… 어릴 때 학교 갔다 늦게 올 때면 엄마가 처마 밑에 달아놓고 나를 기다리던 불빛 같아… 엄마가 있나 싶어 걸어가면 자꾸만 내가 녹아내려서… 더 걸을 수가 없었어… 내 가슴 한 복판에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던 것이 자꾸만 녹아내려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어… 눈을 뜨면 나는 이 바위 앞에 와 있었어… 여기서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남자, 쓰러진다. 암전 2 밤 같은 장소 남자가 바위 앞에 쓰러져 있다. 흰 옷을 입은 모가 방에서 나온다. 모 : …누구? 남자 : …. 모, 다가온다. 모 : …누구세요? 모, 깨운다. 남자, 정신을 차린다. 모 : …괜찮으세요? 남자 : 여보…? 모 : …. 남자 : 승우는…. 모 : …. 남자 : …우리 아들 못 보셨나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모 : 누구… 같이 오셨어요? 남자 : 예… 아들하고 아내하고…. 다들 어디 갔나요? 모 : 못 봤어요.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까… 이렇게…. 남자 : 소리가 나서…. 모 : 예… 큰 소리가 났어요…. 남자, 주위를 둘러본다. 남자 : 그럼… 여기 계셨단 말인가요? 모 : 예… 우리 집이니까…. 남자 : 우리집… 그럼 아직도 사람이… 분명히 폐가였는데…. 모 : 폐가였어요. 그런데 바깥양반이…. 남자, 주변을 돌며 찾는다. 남자 : (큰소리로) 여보… 승우야…. 모, 화급히 남자에게 다가가서 모 : 애기가… 남자 : …. 모 : 애기가 깨요…. 남자 : …. 모 : 방에 애기가 있어요. 남자, 방문을 열어본다. 남자 : …방금까지 여긴 아무도 없었는데…. 모 : (근심) 애기가… 남자 : 예…. 남자, 집밖으로. 돌아와서 뒤란으로 갔다가 다시 마당으로. 손에 대추 한 알. 대추알을 씹어본다. 남자 : 그대로야…. 남자, 돌로 간다. 뽑으려고 한다. 안 된다. 남자 : 이걸 들었는데… 이걸…. 다시 힘을 준다. 모 : 안 뽑혀요. 바깥양반도 뽑으려고 했다가…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모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모 : …왜? 남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헛간으로. 뒤란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한 번 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봉당에 가서 쓰러지듯 앉는다. 남자, 고개를 숙인 채 긴 침묵. 모, 부엌으로 가서 냉수 한 그릇 떠 온다. 모 : 이거…. 남자, 모를 빤히 바라본다. 냉수를 받아서 마신다. 한동안 말이 없다. 남자 : 이 물 맛… 기억나요. 어떻게 잊겠어요…. 모 : …. 남자 : …흰쥐를 따라서 왔었어요…. 모 : …. 남자 : 밤마다… 여길 왔어요…. 모 : …. 남자 : 꿈을 꿨죠…. 모 : …. 남자 : 어쩌면 이것도 꿈일지도 모르죠…. 모 : …. 남자 : …믿지 못하시겠지만… 전 아주 먼 데서 왔어요…. 모 : 먼 곳… 어디? 남자 : …아주 먼 데요…. 모 : …. 남자, 모에게 그릇을 준다. 모 그릇을 가지고 부엌으로. 남자, 마당을 거닌다. 모가 나온다. 남자 : 아버지는… 아니, 바깥 분은요? 모 : …아직 산에요…. 남자 : 그러시겠죠… 오늘도 찬합에 술빵을 넣어서 가셨나요? 모 : 그걸 어떻게? 남자 : 달이 중천은 지나야 돌아오시겠죠…. 모 : …. 남자 : …당신은 상철일 재워놓고 처마밑에 앉아서 기다리셨을 테고…. 모 : 어떻게 우리 애 이름을?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 절 보세요. 모 : …. 남자 : 자세히 보세요. 누굴 닮았는지…. 모, 남자에게 가까이.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모 : (떨림) 닮았어요… 아버님? 남자 : …그런가요?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닮았을 테니까…. 모 : …. 남자 : …. 모 : 그렇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셨어요… 형제도 없으시고….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마당을 걷는다. 남자 :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꿈이 아니라면… 아니, 꿈이라 해도…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있고… 당신이 꾸는 꿈이든 내가 꾸는 꿈이든…. 모 : …. 남자 : …간절히 바랐어요. 꿈이어도 좋으니까… 꼭 한 번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남자, 모를 본다. 남자 : 늙으신 어머니 대신, 이렇게 젊은… 우리 어머니를 만나다니…. 모 : …. 남자 :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주신 동화책 속에나 나오는 얘기가… 애기 적 나를 키우는 어머니를 만나다니…. 남자, 바위로. 돌을 들추려고 한다.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자, 다시 힘을 준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모 : …그러니까, 당신이 내 아들이란 말인가요? 남자 : …어머니께서 오십 년 넘게,…십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사십 년 넘게 키운 아들이… (다시 돌에 힘을 준다) …이걸 들추고…. 남자,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진다. 모 : …. 남자 : …. 모, 남자를 본다. 침묵 모 : …밤마다 같은 꿈을 꿨어요…. 남자 : …. 모 : …놀라서 잠을 깨면… 포대기에 싸둔 애기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문밖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어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기가 먼 길 다녀온 사람처럼 지친 어깨로 서 있었어요….…얼굴이 늙어 있었어요…. 남자 : …. 모 : 늙은 애기가… 밤마다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빌었어요…. 말도 못하는 우리 상철이가…. 남자 : …. 모 : …어떻게 이런 일이…. 침묵 모 : …그게 사실인가요? 남자 : …. 모 : …상철이가 빌었어요… 용서해 달라고…. 남자 : …. 모 : …돈이 필요했다고.…아니면 식구들 데리고 자기가 죽었을 거라고…. 남자 : …. 모 : …우리 상철이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끔찍한 짓을… 모, 손으로 입을 막는다. 모, 남자 옆에 쓰러지듯 앉는다. 침묵 모 : …애들은 몇이나 돼요? 남자 : …. 모 : …몇이나 돼요? 남자 : 하나…. 모 : …공부는 잘 해요? 남자 : …. 모 : …건강하고? 남자 : …. 침묵 모, 남자 쪽으로. 모 : …손 한 번만 잡아 봐도 돼요? 남자 : …. 모, 천천히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모 : …이상해요.…정말 내 아들인 것 같아요…. 모, 남자의 손을 더 따뜻하게 쓰다듬어 준다. 천천히 머리로, 어깨로. 남자, 벌떡 일어선다. 헛간으로. 도끼를 찾아서 쥔다. 남자, 방으로 뛴다. 모 : 안 돼! 남자, 문 앞에서 멈춘다. 모 : …그 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 애를 죽이는 건 나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남자 : …. 모 : (손을 내민다) …어서. 남자 : …. 모 : 이리…. 침묵 모 : 어서…. 남자, 도끼를 떨어뜨린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도끼를 들고 밖으로. 남자, 힘없이 주저앉는다. 모, 빈손으로 돌아온다. 침묵 모 : …진지는? 남자 : …. 모 : …들어가세요. 남자 : …. 모 : …시장하실 텐데…. 남자 : …. 모 : 어서…. 모, 부엌으로. 주루막을 둘러멘 부(父) 들어온다. 남자와 부, 마주본다. 모, 나온다. 세 사람, 그 자리에. 암전 3 방안 호롱불 켜져 있고 세 사람 밥상에 둘러앉아 있다. 한쪽에는 포대기에 덮여 잠든 애기. 부 : …잡수세요…. 남자 : …말씀을…. 부 : …. 모 : …. 남자 : 말씀을 낮추셔야…. 부 : 그래도 어떻게…. 남자 : …. 모, 젓가락으로 더덕을 집어서 남자에게. 모 : …이것 좀…. 남자 : 이 귀한 걸…. 남자, 더덕을 집어서 모에게. 다시 한 젓가락 집어서 부에게. 모 : …. 남자 : …내다 파시지…. 부 : 또 캐면 되니까…. 부, 한 젓가락 집어서 남자에게. 남자 : …돌아가면 매일 먹을 텐데…. 남자, 한 젓가락 집어서 모에게. 모 : …. 남자 :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매일 먹으니까…. 모 : …. 남자 : …고기도 매일…. 모 : …. 모, 남자에게 한 젓가락. 남자 : …. 부 : 귀한 손님인데…. 모 : 어서…. 남자, 망설이다가 한 입 떠 넣는다. 남자 : …두 분도…. 부 : …. 모 : …. 남자 : 두 분이 드셔야 저도…. 부모 : …. 부모 각자 한 숟가락씩 뜬다. 모, 숟가락을 놓는다. 남자 :…. 모 : 입맛이…. 침묵 남자, 수저를 놓는다. 부, 밥상을 옆으로 치운다. 침묵 남자, 지갑을 꺼낸다. 지폐를 꺼낸다. 부모, 손사래. 남자 : 전… 돌아가면 또 있으니까…. 남자, 다시 건넨다. 실랑이. 부, 돈을 받는다. 돈을 들여다보다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남자 : …. 모, 남편 가까이 와서 돈을 내려다본다. 모 : …. 부 : …. 남자, 돈을 다시 지갑 속으로. 침묵 남자 : …정말 그리 가면 돌아갈 수 있을까요? 부 : …가보기는 해야지요…. 모 : 옛날에도 그 굴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고…. 남자 : …. 부 : …온 뜻이 있으면 가는 뜻도 있을 테니…. 모 : …. 부, 일어선다. 부 : …한시라도 빨리…. 남자, 엉거주춤 일어선다. 모, 따라서 일어선다. 부 : 당신은…. 모, 애기 옆으로. 남자 : …어머니…. 남자, 절한다. 모, 어정쩡한 자세로 맞절. 남자, 일어선다. 남자 : 그럼…. 모 : …저기. 남자 : …. 모, 보따리를 내민다. 모 : 이걸…. 남자 : …. 모 : …승우를 만나면…. 남자 : …. 모,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모 : …다 잊고… 남자 : …. 모 : …우린 괜찮으니까…. 남자 : …. 모 : …승우를 생각해서…. 부와 남자 밖으로. 모, 마당으로 나와 둘이 사라진 쪽을 본다. 암전 4 같은 장소 황혼 여자와 아들 마당에. 남자, 집밖에서 들어온다. 보따리를 들었다. 여자 : 여보…. 아들 : 아버지.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 여자 : …당신 얼굴이… 머리에 웬 흰머리가? 남자 : …. 여자 : 그건 웬 보따리예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푼다. 더덕, 약초 등. 여자 : …이게 얼마어치야?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어머니가…. 여자 : …. 남자 : 나… 당신한테 할 말이…. 아들 : …. 여자 : …. 남자 : …십년 전… 어머니 아버지 그 사고…. 여자 : 여보. 아들 : …. 남자 : 사실은…. 여자 : 여보! 아들 : …. 침묵 여자 : …너는 먼저 내려가. 아들 : …. 여자 : 어서. 아들 : 아버지. 하실 말씀이…. 여자 : 내려가라고. 아들 : …. 여자 : 아버지랑 내려갈 테니까. 아들, 밖으로. 남자 : …못 믿겠지만…. 여자 : 지나간 일이에요. 남자 : …. 여자 : 잊어요. 남자 : 당신…? 침묵 여자 :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 : …. 여자 :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남자 : …. 여자 : 우리 여길 떠나요. 남자 : …. 여자 : …승우가 있잖아요. 남자 : …. 여자 : 먼저 내려가 있을 게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챙겨서 밖으로. 남자 그 자리에. 남자, 마당 한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를 본다. 막
  • [Let’s Go] 해맞이 명소 ‘간절곶’

    [Let’s Go] 해맞이 명소 ‘간절곶’

    매일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1월1일에 뜨는 해는 특별하다. 단순한 또 하루의 시작이 아닌, 새해에 거는 기대와 희망을 듬뿍 안고 새벽을 열기 때문이다. 동해에서 남해로 이어지는 7번 국도와 31번 국도 변에는 일출명소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울산의 간절곶은 의미가 조금 더 남다른 곳.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느 여행과 달리 해맞이 여행은 희망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수평선을 희롱하며 솟는 해오름의 장관을 지켜보며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해 보자. #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간절곶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 울산 지역 읍지(邑誌)에 실려 전해오는 문장이다. 울산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의 새벽이 열린다는 뜻. 간절곶은 동해의 맨 아랫자락, 남해와 만나는 귀퉁이다. 부산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 울산 조금 못 미쳐 서생면 해안에 불룩 솟아 있다. 바다에서 보면 ‘긴 간짓대(막대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간절곶(艮絶串)이라 이름 지어졌다. 간절곶은 몇 년 전만 해도 언덕 위에 등대 하나 서 있던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새 천년이 시작된 지난 2000년 겨울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이제 매년 1월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해맞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일출 명소가 됐다. 울산기상대가 전망하는 2008년 1월1일 일출시간은 오전 7시31분 26초. # 겨울 아침의 출발점 간절곶은 자그마한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거센 파도가 쉴 새 없이 부딪치는 바다 끝자락 해안엔 운치 있는 벤치를 마련해 두었다. 언덕 위에는 간절곶 등대가 서 있고, 아래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다는 신라충신 박제상 부인 석상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이 소망을 담아 쌓아올린 돌무더기 뒤로는 소망우체통이 우뚝 서 있다. 오전 7시쯤 막 밝아지기 시작한 바다 위로 붉은 기운이 더해 갔다. 해오름이 시작되기 40분 전부터 수평선에 붉은 띠가 깔리더니 1분이 멀다 하고 하늘과 바다 빛이 색깔을 달리했다. 서서히 해가 오르면서 바다 또한 붉게 달아올랐다. 가슴 벅찬 광경. 오메가(Ω) 모양의 태양은 아니었지만, 감동은 그에 못지않다. # 해맞이 행사도 마련 곶이란 바다로 돌출한 육지의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간절곶은 예전부터 태평양을 향해 열려 있는 중요한 뱃길이었다. 지금도 원유를 실은 유조선,LPG 수송선, 자동차를 싣고 가는 컨테이선 등 많은 화물선과 어선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주요한 항로였던 까닭에 등대도 일찌감치 들어섰다.1920년 3월 임무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87년째다. 울산 앞바다에 서 있는 등대는 모두 3개.1905년 세워진 울기등대는 북동쪽 항로,1983년 세워진 화암추등대는 울산항 앞바다 그리고 간절곶 등대는 남동쪽을 비춘다. 울산시는 간절곶 해맞이 공원에 쥐띠 해를 형상화한 작품과 지구본 형태의 희망의 빛 등 다양한 상징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31일 오후 3시∼새해 1월1일 오전 11시에는 해맞이 축제도 연다.31일 제야 행사에는 비보이팀 댄스배틀, 세계 코믹 서커스 등이, 다음날 해맞이 행사는 소망지 걸기, 상징 조형물 제막식, 가수 공연 등이 펼쳐진다. 간절곶항로표지관리소 052)239-6313). # 우체통에 소망 실어 보내고 지난해 12월 간절곶 등대 아래 세워진 ‘소망우체통’은 관광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전국적인 명물이 됐다. 높이 5m, 폭 2.4m로 국내에서 가장 큰 우체통. 선거법 위반 시비로 진통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남울산우체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체국 관계자에 따르면 새해 일출을 보러온 시민과 전국의 관광객들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에게 아름다운 사연을 적어 보낼 수 있도록 무료 관제엽서 1만 500장을 늦어도 19일 이전에 비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정에 대한 건의 등 민원사항과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수취인 지정엽서 1만 2000장도 함께 비치할 계획이다. 보낸 엽서는 하루 한 번 수거된다. # 경포대, 정동진:강릉 경포대에서는 3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해맞이 행사가 1일까지 이어진다. 정동진에서는 31일 오후 11시45분부터 회전시계 회전식이 열린다.1일엔 해돋이 모닝콘서트가 뒤를 잇는다. 강릉시 관광개발과.033)640-5127∼8. # 동해시 추암:동해시는 촛대바위로 유명한 추암해수욕장과 두타산, 묵호일출공원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연다. 동해시 문화관광과 530-2472. # 영덕:경북 영덕 삼사해상공원에서는 31일 달집태우기 등 전야제 행사가 열린다. 새해 1월1일에는 2008개의 헬륨 풍선을 하늘로 띄워 보내고, 떡국과 과메기 등의 시식행사도 연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 전남 해남:땅끝마을 갈두산은 해넘이와 해맞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예년처럼 해남군고공연 등 해넘이제와 띠뱃놀이 등 해맞이제가 갈두항 등에서 열린다. 땅끝관광지 관리사무소 061)533-9324. 글 사진 울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주변 관광명소 경주의 대왕암이 문무대왕이 누운 곳이라면 울산의 ‘대왕암’은 문무대왕 비가 누운 곳. 대왕암 공원에는 100년 가까이 되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사이사이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울기등대와 고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장생포 고래박물관 등도 둘러볼 만하다. 박물관 건너편에는 대대로 고래 고기를 취급해온 맛집들이 늘어서 있다. 울산시청 052)229-3854.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언양분기점→언양·울산고속도로→14번국도→진하해수욕장→간절곶, 또는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언양분기점. # 숙소 간절곶 주변에는 숙박할 곳이 없다. 간절곶에서 4㎞정도 떨어진 진하해수욕장 주변에 모텔들이 몰려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