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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지막 여름방학/김수은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지막 여름방학/김수은

    “아이구, 우리 이쁜 오수리 밥 먹으끄나. 잘 먹고 쑥쑥 커야제.” 오소리 밥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는 할머니 표정이 내 눈에 아주 익숙하다. 내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했던 말과 표정이 똑같았다. 어쩜 저럴 수가. “오수리가 아니라 오소리거든요.” 나는 퉁퉁거리며 소리쳤다. 온통 새끼 오소리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할머니는 내 말도 못 듣는 눈치다. 할머니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때도 그냥 주는 법이 없다.“오메, 꿀꿀이 검은 털이 아주 멋지구만. 코는 또 얼매나 튼튼한지 몰러. 저기 꼬꼬들한테 가서 마늘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라이.” 여름방학 동안에 엄마와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나는 할머니 집으로 내려왔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출장 갈 때면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이번에도 할머니가 올라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새끼 오소리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방학이 시작된 날 우리 가족은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 집은 마을과는 좀 떨어져 있는 산자락 아래에 있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한 엄마 아빠는 뒷산 너럭바위를 가리키며 빠르게 말했다. “저 산은 절대로 혼자 가면 안 된다. 늑대가 있는 산이야!” “어디를 가든 할머니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다. 알았니?” 아빠는 황구를 꼭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할머니가 나를 반가워한 건 딱 첫날뿐이었다. 다음 날부터 할머니의 관심은 동물들에게로 옮겨갔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새끼 오소리였다. 나는 매일 할머니의 심부름, 그러니까 동물들의 시중을 드느라 바빴다. 내가 할머니 집으로 오겠다고 한 건 무엇보다 할머니의 무한 사랑 때문이었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먹는 것은 물론 오줌을 싸는 것까지 장하다고 손뼉을 쳐주던 할머니의 요란한 칭찬. 그리고 그때마다 한없이 부풀어 오르던 기분 좋은 느낌을 말이다. 가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쟁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나중에 시골에 가서 할머니랑 살 거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새끼 오소리 하나 때문에 인기 서열에서 밀려나 버리다니. 이럴 바엔 집이 더 나을 뻔했다. 인터넷 게임도 하고, 마트에 들락거리며 달고 시원한 것들을 입에 물고 지내다 보면 한 달이 금방 갈 텐데. 그래도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인데, 뭔가 좀 아쉬웠다. 무엇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내 후원자인 할머니의 마음이 영 돌아설 것 같지 않다는 절망감이 더 컸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꼼짝없이 엄마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안개로 둘러싸인 산은 해가 떠오른 다음에야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다니는 길 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아침이면 계곡으로 크고 작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텅텅, 계곡을 울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할머니의 하루는 동물들의 먹이 만드는 일부터 시작됐다. 맨 처음에 할머니가 살피는 건 새끼 오소리였다. 그 다음은 황구, 양양이, 돼지, 닭들 순이었다. 또 울타리 밖 후박나무에 사는 박새도 있었다. 할머니는 후박나무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쯤이면 울타리 앞에서 휘익, 길게 새소리를 냈다. 박새들이 날아와 할머니 손에서 곡식을 물어 가면, 닭들도 샘 부리듯 꼬꼬댁거리며 뛰어올랐다. 파닥거리는 닭들의 짧은 날갯짓은 정말 우스웠다. 할머니는 깔깔대고 웃는 나를 보며 검지를 세워 입에 댔다. “쉿, 닭들은 니가 흉보는 줄 안다니께.” 오늘도 어김없이 할머니의 칭찬이 이어졌다. “횡구는 먼 데서 나는 소리도 겁나게 잘 듣지야? 횡구가 있어서 얼메나 든든한지 몰러. 저 살랑거리는 꼬리 좀 봐라이.” “황구라고요, 횡구가 아니라니까요.” “우리 양양이는 냄새도 기가 막히게 잘 맡지야. 이렇게 동그랗고 이쁜 눈으로 창고에 쥐가 들어가는지 잘 봐라이.” “꿀꿀아, 네 목소리는 아주 힘차고, 씩씩해. 들으면 힘이 나는 소리여, 고맙다 고마워.” 할머니는 어느 녀석에게나 맞는 말을 잘도 찾아냈다. 아마 온종일 칭찬을 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녀석들도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꼬리를 흔들며 뛰어왔다. “저 오소리 새끼는 어디서 왔어요?” “두어 달 전쯤 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놈을 주워 왔제.” “어쩌다 새끼 혼자서요?” “그때가 어스름 했제. 그냥 뒀다가는 큰 짐승에게 먹힐 것 같았응께.” “어미가 안 찾아요?” “그라제 어미가 찾고말고. 우리 손자 야무진 것 좀 봐라. 눈맹울은 또 얼매나 또렷또렷한지 몰러.” 칭찬은 분명 할머니 특기였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차올라 고개가 절로 세워지면서도 슬쩍 긴장됐다. 일을 시키기 전에는 늘 칭찬부터 쏟아내는 할머니의 실체를 열세 살이 되어서야 알다니. 아무튼, 할머니의 말은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오수리에게 지렁이를 멕여야 쓰것는디. 우리 손주가 지렁이 좀 잡아 봐야제?” 이렇게 해서 내가 하루에 하는 일 중 지렁이 잡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나 버렸다. 할머니는 오소리 코가 아주 민감해서 냄새로 자기 식구들을 알아본다고 했다. 어미가 새끼를 찾을 수 있게 다음 주부터는 산에 데리고 다닐 거라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주둥이가 뭉툭해서 돼지를 닮은 오소리 새끼는 인형같이 귀여웠다. 특히 얼굴의 검고 흰 줄무늬는 마치 물감으로 그려 놓은 것 같았다. 자라면 크고 날카롭다는 발톱도 아직은 만져 볼만해서 사납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깡통을 손에 들고 나가면 황구와 닭들이 앞장을 섰다. 황구는 닭들이 땅을 헤쳐 놓으면 나를 향해서 짖어댔고, 나는 그렇게 지렁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새끼 오소리가 지렁이를 먹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할머니가 나와 황구를 불렀다.  “이제 오수리를 돌려보내야 쓰것는디.”  “어미가 어디에 있는데요?”  “그거는 모르제.”  “네?” “지금 에미가 새끼를 엄청나게 찾을 것 아니여, 에미가 새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안 쓰것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새끼 냄새를 맡아야 에미가 새끼를 찾아올 것 아니여.”  “아하, 그렇겠네요.”  “그란께, 이제부터 네가 새끼를 데리고 매일 저기 너럭바위까지는 다녀와야 쓰것다.”  “네? 엄마가 산은 위험하다고 했는데요.”  “괜찮어, 횡구가 있잖냐.”  할머니는 아침이 되자 배낭에 새끼 오소리를 담았다.  “너럭바위까지 가는 도중에 서너 번은 오수리를 꺼내서 오줌을 누게 해라이. 그래야 에미가 새끼 냄새를 맡을 것이여. 오수리는 뎀비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 거여. 그래도 새끼를 보면 흥분할 수가 있응께, 냄새만 흘리고는 빨리 데리고 와야 쓴다. 횡구, 너는 주변 냄새를 잘 맡어야제.”  할머니는 내 키만 한 막대기를 건넸다.  “오수리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제. 그래도 만일 오수리가 뎀비기라도 하면 이 막대기로 내리쳐라. 오수리는 꾀가 많아 먼저 죽은 체할 것이여. 그때는 지체 말고 도망을 쳐야 헌다.” 나는 황구랑 산으로 향했다. 우리는 계곡에 늘어진 왕 버드나무를 지나 붉은 소나무 앞에서 한 번 쉬었다. 새끼 오소리는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오줌을 쌌다. 양양이는 바위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따라왔다.  우리가 계곡을 벗어나 산 중턱까지 왔을 때였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황구가 어느 길로도 성큼 나서지 않아 우리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럭바위는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길은 바위를 피해 산봉우리를 돌아서 나 있는 길과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로 나뉘어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나는 새끼 오소리를 배낭에서 꺼냈다. “야 인마, 너희 가족이 사는 굴이 어디야? 너 때문에 우리가 이게 뭔 고생이냐고.” 새끼 오소리는 우리 주변만 뱅뱅 돌뿐 더 나가지는 않았다. 갑자기 황구가 하늘을 보고 컹컹 짖어댔다. 박새 떼였다. 황구가 반갑다는 듯 펄쩍 뛰었다. 박새가 무리 지어 바위로 난 길 위에서 뱅뱅 돌았다. 우리는 박새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너럭바위까지 갔을 때는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었다. 황구가 너럭바위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바위 사이 여기저기 냄새를 맡던 황구가 갑자기 바위 밑을 향해서 짖기 시작했다. 바위 밑은 무성한 풀로 가려져 있었다. 황구가 바위 밑에서 짐승들 냄새를 맡은 게 분명했다. 나는 등이 오싹해졌다.  산속은 빨리 어두워진다는 할머니 말이 생각나 곧장 돌아섰다. 내려오는 길은 갈 때보다 훨씬 쉬웠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할머니는 계곡 아래 냇가에서 고둥을 잡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손뼉을 짝짝 치며 두 팔을 크게 벌려 반겼다.  “우리 손자가 오늘 큰일 해브렀네이. 니는 이 일이 얼매나 큰일인지 아적은 모를 것이여. 암은 큰일이고말고.”  나는 또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고, 황구가 바위 밑 굴을 냄새로 찾아낸 일, 양양이가 멀리서 우리를 든든하게 잘 지켜준 것, 박새가 길 안내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신이 나서 떠들었다.  “맞어, 바로 그것이여. 무슨 일이든 다 힘을 합해서 한 거라는 것을 잊지 말어야 혀!”  이틀 후, 두 번째 산을 오를 때는 몸이 훨씬 가벼웠다. 나는 배낭을 지고도 황구를 따라 빨리 걸을 수가 있었다. 새끼 오소리도 자기 오줌 눈 자리를 잘도 찾아냈다.  사흘 후, 우리는 세 번째 길을 떠났다. 바위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에 왔던 길이 아닌 곳을 골라서 새끼 오소리를 내려놓았다.  “오소리, 너도 이제 염치가 있으면 너희 가족이 사는 굴을 좀 찾아봐라.”  황구는 새끼 오소리가 움직이면 어쩔 줄 몰라서 낑낑거리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멀리서 양양이도 야옹거렸다.  다음 날 할머니는 마루 위에 있던 새끼 오소리 집을 담장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오소리 집 문을 살짝 열어 두었다.  어스름 해 질 무렵이었다. 박새가 유난히 시끄럽게 짖어댔다. 할머니는 집안 곳곳에 있는 불을 모두 끄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손님이 오실지도 모른다. 혹시 무슨 소리가 나도 밖에 나오지 마라이.”  나는 어둠 속에서 창문으로 오소리 집을 지켜봤다.  계곡에서부터 시작된 어둠은 산 전체를 휘감았다. 어둠을 뚫고 마침내 오소리 가족이 찾아왔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였다. 오소리들은 오소리 새끼의 똥구멍을 서로 비벼가며 냄새를 맡았다. 가족 확인이 다 끝났는지 오소리는 새끼를 데리고 집을 떠났다. 어둠 속이었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다 보였다.  오소리가 집을 떠난 그 날 밤은 참으로 이상했다. 황구나 양양이, 닭과 돼지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됐을 때 오소리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돌담 안으로 빛이 넘쳐 들었다. 나와 황구는 목을 길게 빼고 빈 오소리 집을 들여다보았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새끼 오소리 밥그릇에 아침 햇살이 가득 찼다.  나는 울타리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산을 올려다보았다. 햇빛이 계곡으로 흘러들어 물과 만나고 있었다. 쏴,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댔다. 나도 나무가 되어 두 팔을 벌렸다. 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계곡 가득 울려 퍼졌다.  그 후론 할머니는 오소리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해가 질 때면 할머니는 여전히 손에 모이를 쥐고 울타리 앞에 서서 새소리를 냈고, 박새는 후박나무와 할머니 손 위를 오가며 날았다.  아침마다 할머니의 칭찬은 이어졌지만, 나는 전처럼 그렇게 기분이 들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엄마가 전화해온 건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 열두 달 품고 간 붉은 해

    열두 달 품고 간 붉은 해

    ●흑두루미 등 겨울철새 찾아든 순천만습지 봄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4월 초 암컷 흑두루미 한 마리가 순천만습지에서 3㎞가량 떨어진 야생동물구조센터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부리를 옭아맨 플라스틱 조각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해 비쩍 마른 상태였다. 구조센터 직원이 발견해 치료에 힘썼지만 흑두루미는 며칠을 못 버티고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한동안 수컷 흑두루미 한 마리가 센터 주위를 떠나지 못했다. 동료들이 모두 시베리아로 떠난 뒤에도 홀로 남은 수컷은 일본에서 겨울을 난 흑두루미떼가 순천을 거쳐갈 때서야 무리에 합류해 북쪽으로 날아갔다. 올가을 순천에 날아든 2500여마리 중에 일찌감치 도착한 수컷 한 마리가 센터 근처를 맴돌기도 했다. 순천만에서 흑두루미를 연구하고 있는 이승희 순천시 주무관은 이런 일화를 들려주며 “지난봄 수컷 흑두루미와 같은 개체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흑두루미는 일부일처를 고집하는 새다. ●‘2019 순천 방문의 해’… 빛으로 단장한 순천만국가정원 ‘2019 순천 방문의 해’를 앞두고 전남 순천을 한발 앞서 돌아봤다. 순천만습지에는 천연기념물(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겨울 철새 수만마리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낙안읍성의 고요한 아침 풍경과 와온해변 앞바다의 낙조, 그리고 내년 봄이 기다려지는 선암사의 정취까지 각양각색의 볼거리가 많았다. 별빛축제가 막을 올린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시내의 순천역과 순천종합버스터미널 등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에 동천을 끼고 112만㎡(34만평)의 거대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폐막한 자리에 조성된 시설로 2015년 9월 국내 유일의 국가정원이 됐다. 서문으로 입장해 하늘정원을 오른다. 봄여름 정원보다 풍성할 수는 없지만 서울보다 한결 온화한 순천의 12월 정원에는 붉은 동백이 너도나도 꽃망울을 터뜨리며 여행객을 맞는다. 발 아래로 보이는 물새놀이터에는 쿠바홍학, 칠레홍학, 유럽홍학 등 색색의 홍학 수십마리가 한가로이 거닌다. 정원 내 동천을 가로지르는 꿈의다리를 건너며 동심 가득한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다리 동쪽에는 중국·프랑스·독일·멕시코 등 12개국 테마정원이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순천시내 부근 지형의 축소판인 호수정원 작은 동산들이 시내를 둘러싼 산을 의미하고 호수 위로 난 다리가 동천을 상징한다는 게 재미있다. 내년 2월 6일까지 계속될 별빛축제가 지난 21일 개막했다. 이 기간 정원은 빛의 세계를 표현한 ‘라이트가든’으로 단장해 밤 9시까지 방문객을 맞는다.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순천만습지로 직행하는 스카이큐브(PRT)를 탄다. 정원에서 직선거리로 4㎞가량 떨어진 습지 부근 문학관까지 한 번에 닿는 하늘길이다. 시속 40㎞ 속도로 달리는 스카이큐브 위에서 동천 갈대밭 등 경치를 공중에서 내려다본다. PRT 문학관역에 내려 문학관에 잠시 들른다. 순천 출신 소설가 김승옥과 동화작가 정채봉의 일생과 작품들을 훑어볼 수 있는 곳이다. 문학관을 나와 동천을 따라 걷는다. 새들이 수십, 수백마리씩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 게 보이면 순천만습지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군락을 보금자리 삼아 날아든 철새들이 겨울을 난다. 볍씨를 뿌려놓은 마른 논에선 흑두루미떼가 날갯짓을 하고 강에서는 각종 오리떼가 자맥질에 분주하다. 오리류만 2만 3000여마리에 이르는 등 셀 수 없이 많은 철새들이 있지만 경계심 많은 철새를 코앞에서 보기는 힘드니 망원경을 준비해가면 유용하다. ●와온해변 해넘이·낙안읍성 해맞이 장관 순천의 낙조를 볼 차례다. 순천만습지 또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차로 25분가량 걸리는 와온해변은 순천의 해넘이 명소다. 에코비치캐슬 펜션 앞에서 바다를 향하면 작은 솔섬인 사기도 뒤로 붉은 해가 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너른 개펄 위로 칠게잡이를 위한 막대기들이 줄지어 꽂혀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튿날 해넘이에 이어 해돋이를 보려고 일찍 나선다. 해 뜨기 전의 냉기가 외투 사이로 파고든다. 시내에서 서쪽으로 40분간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낙안읍성이다. 조선 중기에 쌓아올린 석성 내부에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아담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사극 안으로 들어온 듯 100여 가구가 전통 초가 모양의 집에서 살고 있다. 푸른 새벽 어스름을 깨고 오봉산 위로 말간 해가 솟아오를 무렵 어딘가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초가 위로 낮게 깔린다. 마지막 목적지인 선암사로 향한다. 신라 때 창건된 천년고찰 선암사는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내 7곳의 사찰 중 하나다. 보물 제395호 선암사 삼층석탑과 보물 제1311호 대웅전 등 중요문화재를 품고 있다. 절로 향하는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강선교와 그 옆 승선루가 만드는 풍경이 신비롭다. 조금 더 가면 둥근 연못 삼인당이 운치를 자아내고 하마비 맞은편엔 스님들이 가꾸는 야생차밭이 자리하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목탁 소리가 울려퍼지는 절 내부로 들어간다. 사찰 전각의 돌담길 위로 마른가지를 드리운 매화, 벚나무들이 빼곡하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쓸쓸하기보다 머지않아 찾아올 봄을 미리 상상하게 하는 마법 같은 장면이다. 땅 위로 넓게 가지를 편 와송과 독특한 외관의 ‘뒤깐’은 다른 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암사의 명물이다. 절을 내려갈 때는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전통야생차체험관에 꼭 들러보자. 저렴한 가격에 차 선생님이 직접 우려내는 향긋한 녹차를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순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안녕? 자연] 1만m 마리아나 해구에도 쓰레기가…플라스틱의 역습

    [안녕? 자연] 1만m 마리아나 해구에도 쓰레기가…플라스틱의 역습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곳, 인간의 발길이 닿지않는 그곳에도 인류가 버린 쓰레기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최근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마리아나 해구 속을 조사한 결과 이미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유럽지구화학학회에 발행하는 학회지(Geochemical Perspective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의 바다를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사실로 증명한다. 연구 대상인 마리아나 해구는 서태평양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다. 마리아나 해구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비티아즈 해연(1만 1034m)과 챌린저 해연(1만 863m)이 있는 곳으로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심해생물이 살고있다.    특히 지난 5월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JAMSTEC) 연구진은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 1만898m 심해에서 비닐봉지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 비닐봉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해양 쓰레기 중 가장 깊은 곳에서 찾은 것으로, 버려진 지 30년 정도가 흐른 것으로 추정됐다.이번에 중국과학원은 한발 더 나아가 마리아나 해구 2500~1만1000m, 5500~1만1000m 깊이의 여러 지역에서 저층수와 침전물 샘플을 채취해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중 가장 오염된 지역의 경우 1리터 당 2000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또한 가장 깊은 1만903m의 심해 속에서도 리터당 11.43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섬유질이며 막대기 같은 모양으로 대부분 파란색, 빨간색, 흰색, 녹색 등이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에도 미세플라스틱이 가라 앉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다로 버려진 전체 플라스틱 조각 수는 5조 개가 넘을 것으나 예측된다. 이렇게 바다로 모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1억5000만톤이 현재 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플라스틱이 물고기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미세입자로 이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거북과 바다새 등 수많은 생물이 이렇게 파편화된 각종 플라스틱 찌꺼기를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다. 물론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다시 인간에게 돌아와 궁극적으로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프랑스 불평등에 분노한 ‘노란 조끼’ 시위…마크롱 비상대책회의

    프랑스 불평등에 분노한 ‘노란 조끼’ 시위…마크롱 비상대책회의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등 고유가 정책과 물가 인상, 경제 불평등 심화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2일(현지시간)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중심가의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총리와 내무장관 등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내무장관에게 향후 추가 폭력 사태에 대비해 주요 도시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는 야당 지도자들과 ‘노란 조끼’ 대표단을 만나 해법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1일 샹젤리제와 개선문 등 파리 번화가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는 일부 복면을 쓴 무리가 금속으로 된 막대기와 도끼 등을 들고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파리 중심가 튈르리 공원의 철제펜스를 시위대가 밀어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깔려 다쳤고, 이 중 1명이 중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진압에 대비해 일부 시위대는 방독면과 스키 고글까지 착용하고 나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샹젤리제 거리 인근 상점과 레스토랑, 은행 등의 진열창이 산산조각났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파리에서만 287명이 연행되고 110명이 다쳤으며, 시위대의 방화로 190여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이날 파리의 상징 중 하나인 개선문에는 ‘노란 조끼가 승리할 것’, ‘우리가 깨어나고 있다’, ‘마크롱 퇴진’ 등의 낙서로 얼룩져 문화재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낙서를 지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파리 외의 프랑스 전역에서 고유가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총 7만 5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란 조끼’라는 집회의 별칭은 운전자가 사고를 대비해 차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는 형광 노란 조끼를 집회 참가자들이 입고 나온 데서 붙여졌다. 대부분 평범한 프랑스 시민들로, 프랑스 정부의 잇따른 세금 인상 등에 항의하며 한 달 전부터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돼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지난 1년 간 유류세를 경유는 23%, 휘발유는 15%를 인상했으며 내년 1월에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프랑스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인상 폭과 시기를 국제유가와 연동해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시민들의 고유가 정책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날 유럽 1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현재의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고] 여청수사·실종팀을 아시나요/김재영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기고] 여청수사·실종팀을 아시나요/김재영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한 남성이 실종된 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확인해 직접 딸을 찾아 나선다는 신선한 소재로 입소문을 탄 끝에 관객 300만명을 동원한 ‘서치’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실종 사건은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실종팀이 전담합니다. 여성과 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전담수사체계를 구축하고자 지난 2015년 신설됐고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아동 및 노인 학대·실종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최근 방배서 여청수사·실종팀은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오빠가 6년 전 실종됐다’는 신고 접수 후 끈질긴 추적 끝에 실종자를 발견해 신고자로부터 “암투병 중인 부모님께 오빠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부부가 쇠막대기와 당구큐대로 초등학생 자녀를 폭행한 사실을 접수하고 즉시 수사 후 아동보호 사건으로 송치해 부부가 자신들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미투 사건,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 리벤지포르노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정폭력과 스토킹 사건까지 여청수사·실종팀은 그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동시에 업무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맞는 인력 증원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청수사·실종팀은 24시간 3교대(팀당 4명)로 근무하는데 가정폭력·실종 사건의 경우 신고 접수 시 반드시 현장에 출동하고 있어 신고가 많은 날은 다른 수사를 할 시간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실제 여청수사·실종팀에서 근무하다가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찰관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다루는 여청수사·실종팀은 전문성이 필수적입니다.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경험 많은 경찰관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가정불화와 학교폭력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본다는 사명감으로 매일매일 근무하고 있지만 민감한 이슈들로 가득한 현장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과 동료들의 체력과 감수성이 소진되는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이제는 사명감에 앞서 인력과 예산이 늘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약자 보호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 원시적 생존 도구로 2주 만에 수영장 만든 남성 화제 (영상)

    원시적 생존 도구로 2주 만에 수영장 만든 남성 화제 (영상)

    두 남성이 현대기술의 편리함을 과감히 버리고 원시적인 도구로 천재적 솜씨를 발휘해 화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캄보디아 출신의 두 남성이 현대식 기계 하나 없이 자연에 있는 재료와 원시적 생존 도구로 2주 만에 수영장을 만들어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두 남성은 뾰족한 나무 막대기를 들고 땅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나무 도끼로 팬 대나무를 울타리처럼 세워 수영장 가운데 지하 벙커를 만들었다. 불에 직접 구워 단단하게 만든 석판에 지역 하천에서 가져온 진흙과 모래를 섞어 바른 뒤, 이를 바닥과 벽에 붙였다.그리고 벙커 주위에 네모난 통로를 내는 작업을 거쳐 수영장 물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수영장 주위를 크고 작은 돌로 일일이 쌓아 담과 아치형 입구도 만들었다. 그 결과, 두 사람만의 독창적인 수영장이 완성됐다. 마무리 손질을 본 남성들은 직접 만든 수영장에 뛰어들어 휴식을 취했다. 년 전 부터 유튜브 채널(Primitive Survival Tool)을 통해 뛰어난 건축술을 공개해온 이들은 “우리는 야생에서의 건축에 대한 영상을 만든다. 다른 사람들도 보고 배울 수 있다”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구조물을 짓는데 원시적 생존 도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여주는 게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영상은 이미 조회 수 9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이는 원시적인 생존이 아니라 원시적인 사치다”, “주택 시장에 위기가 찾아오면 이 방법을 사용해야겠다”라거나 “매우 독창적인 사람들이다. 이제 마을을 만들어 팔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유튜브 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하늘 위 8m 급유봉 미세조작…공중급유기·전투기 ‘주유 작전’

    하늘 위 8m 급유봉 미세조작…공중급유기·전투기 ‘주유 작전’

    한국 공군의 첫 공중급유기 ‘A330 MRTT’가 12일 김해공군기지에 드디어 도착함에 따라 공중급유기가 F15K와 KF16 등 전투기에 어떤 식으로 공중급유를 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공군에 따르면 두 가지 급유 방식으로 나뉜다. 유럽에서 쓰이는 ‘프로브 앤드 드로그’(Probe and Drogue) 방식은 급유기 날개 쪽에서 나오는 유연한 형태의 급유 호스를 이용해 주유하는 방식이다. 호스 끝에 달린 배드민턴 셔틀콕 모양의 드로그를 전투기에 장착된 프로브에 연결해 급유한다. 다른 하나는 급유기 동체 후미 밑쪽에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긴 막대기 형태의 붐(급유봉)을 전투기 주유구에 꽂아 급유하는 ‘플라잉 붐’(Flying Boom) 방식이다. 한국에 도입된 A330 MRTT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중급유기의 급유 대상인 우리 전투기 F15K와 KF16, 내년에 도입 예정인 K35A와 조기경보기 E737은 플라잉 붐 방식으로만 급유할 수 있다. 플라잉 붐 방식은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전투기는 대부분 미국 기종이기 때문이다. 우리 전투기가 비행에 나서 작전활동을 하게 되면 연료가 소진되기 전에 공중급유를 시도하게 된다. 공중급유기가 일정 고도에서 최대 약 8m에 달하는 알루미늄 합금 성분의 붐을 내리고 주유 준비를 하면 전투기가 급유기 후미 대각선 아래에서 정해진 속도로 함께 일직선 저속 비행을 한다. 이 과정에서 급유기 후미 쪽에 탑승한 전문 조작요원이 전투기와 교신하며 전투기의 위치를 조정한다. 전투기가 급유가 가능한 각도에 위치를 맞추면 조작요원이 급유봉의 각도와 거리 등 미세조작을 하고 전투기 주유구에 꽂아 넣는다. 따라서 주유 시 조작요원의 기술이 중요하다. 급유봉이 주유구에 삽입되면 분당 최대 3600㎏에 달하는 급유가 시작된다. 급유기 비행과 전투기 급유를 위한 연료는 날개와 동체에 최대 111t이 혼재 탑재되며 그 중 약 95t 정도가 전투기 급유에 사용된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주유 중 급유기와 전투기가 충돌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문요원이 전투기와 지속적으로 교신하며 안전 상황을 충분히 확보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최근 우리 군도 플라이 붐 방식을 위해 전문요원의 사전 교육을 마친 상황이다. 공중급유가 이뤄지면 우리 전투기의 공중 작전시간도 1시간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24년 숨겨둔 한라산 비경…김정은 답방 맞춰 열리나

    24년 숨겨둔 한라산 비경…김정은 답방 맞춰 열리나

    지난 10일 오전 10시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남벽탐방로 입구 초소 앞에는 ‘출입금지, 무단으로 입산 시 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 한 명이 딱 버티고 길을 막았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라산 방문 땐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할 것인지 현장을 둘러보고 25년째 폐쇄 중인 남벽탐방로를 점검하러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와 동행, 남벽탐방로를 따라 한라산에 올랐다. 남벽탐방로는 한라산 백록담 바로 밑 해발 1600m 남벽 분기점에서 동릉 정상까지 이어지는 800m 구간으로 1986년 5월 개설됐지만 이용객 증가로 8년 만에 등반로 일부가 붕괴되면서 1994년 6월부터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남벽분기점 초소를 지나 24년 전 남벽탐방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날 좁은 탐방로는 한라산을 장악한 조릿대로 인해 보일 듯 말 듯했다. 조릿대 속을 헤치며 구불구불 300여m를 오르자 부서진 암석이 흘러내린 탐방로와 만났다. 한 발짝 딛자마자 화산석인 송이가 산 아래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옛 탐방로 주변에는 군데군데 크고 작은 낙석의 흔적이 목격됐다. 온전하지 않지만 예전 돌계단 탐방로도 남아 있었다. 무너진 돌계단 주변에는 돌계단을 조성할 때 쓰인 콘크리트 덩어리도 보였다. 녹슨 음료수 깡통 등 24년 전 누군가 버린 쓰레기도 그대로였다. 무너져 내린 돌더미를 조심스레 딛고서 가파른 남벽 정상부 부근에 이르자 경사면을 가득 메운 복구용 녹화마대가 불쑥 나타났다. 이곳 남벽 정상부는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곳으로 20여년 전만 해도 식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지경이었다. 동행한 지경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공원보호과장은 “훼손됐던 정상부 토양이 안정되면서 이젠 복구용 녹화마대 틈새로 깔끔좁쌀풀이와 백리향, 제주양지꽃, 구름떡쑥, 바늘엉겅퀴 등 키작은 한라산 고산식물이 자라나는 등 옛 모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마대를 고정시키기 위해 촘촘히 꽂은 막대기는 자연을 무참히 훼손한 인간의 횡포에 떼를 지어 항의하고 있었다. 남벽탐방로를 따라 정상으로 가는 풍광은 가히 압권이었다. 정상으로 오르다 잠시 돌아보면 멀리 서귀포 바다 섭섬과 문섬이 손에 잡힐 듯했고 시야가 좋은 날이면 가파도를 비롯해 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한 등산객은 “10여 차례 한라산에 왔지만 최고 풍광을 자랑하는 탐방로가 오래 폐쇄돼 아쉽다. 과태료 30만원을 내더라도 남벽을 타고 정상을 꼭 밟고 싶다”며 웃었다. 현재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유이한’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에만 탐방객이 집중된다. 한라산 경치를 볼 수 없는 지루한 숲길이 많은 데다 정상까지 오래 걸린다. 하지만 남벽탐방로는 어리목·영실·돈내코 탐방로에서 남벽분기점을 거쳐 정상 등반이 가능한 데다 탁 트인 서귀포 바다와 그림처럼 펼쳐지는 한라산 남쪽 절경을 즐길 수 있어 최고의 코스로 불린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오랜 숙고 끝에 일부 구간 데크 설치, 정상부 탐방로 일부 구간 우회 등 방안을 마련해 올해 3월부터 남벽탐방로 재개방을 결정했지만 환경단체 등이 한라산 보전관리 정책의 후퇴라고 맞서자 유보했다. 당시 도는 재개방되면 정상탐방로 다변화로 탐방객들을 분산시키고 탐방로별 휴식년제도 가능해 한라산 보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2020년부터 한라산 전 탐방로에 대한 사전예약제를 도입한 후 남벽탐방로 재개방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원 지사는 “김정은 위원장 방문 기대감으로 한라산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남벽탐방로를 성판악 코스 정상인 동릉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보존을 우선으로 한다는 관점에서 전문가, 산악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재개방 여부를 신중히 다루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등산객은 “전국에서 남벽 개방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탐방객을 몰고 올 게 뻔해 자연을 훼손시킬 터여서 아쉽기는 해도 재개방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김 위원장 방문에 대해서는 “백록담 분화구 안에 헬기를 착륙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백두산 천지 물과 합수하고 다시 올라올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니면 기존 성판악 코스 착륙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새대가리라 욕하지 마’…도구 만들어 먹이 꺼내는 앵무새 (영상)

    ‘새대가리라 욕하지 마’…도구 만들어 먹이 꺼내는 앵무새 (영상)

    앵무새가 먹이를 꺼내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할 줄 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비엔나수의과대학 연구진은 실험 전 인도네시아산 수컷 앵무새들을 대상으로 막대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도록 훈련을 시켰다. 이후 연구진은 투명한 상자 안에 먹이를 주고 앵무새가 이를 어떻게 꺼내는지 관찰했다. 상자 속 먹이는 앵무새의 입이 닿기엔 너무 멀고, 앵무새가 상자로 직접 들어갈 수 없는 매우 작은 구멍만 있는 상태였다. 이에 실험에 이용된 앵무새 중 한 마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먹이가 비교적 먼 곳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두꺼운 종이를 날카로운 입으로 잘게 자르고 끝을 구부려 긴 손잡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좁고 길게 만든 종이를 먹이가 있는 상자 안으로 밀어 넣어 떨어뜨리려는 시도를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먹이가 비교적 가까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역시 두꺼운 종이를 짧게 자른 뒤 먹이에 닿도록 밀어 넣었다. 연구진은 먹이와의 거리가 각기 다른 총 3번의 실험을 통해 앵무새가 도구를 자르고, 더 나아가 이를 구부릴 안다는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첫 번째 종이가 먹이에 닿기에 짧다는 것을 느낀 후에는 종이의 길이를 조절할 줄 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나뭇가지나 밀랍 같은 다른 재료로도 이러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에서는 총 4가지 재료 중 3가지를 상황에 맞도록 적절히 잘라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비엔나수의과대학의 앨리스 아우어슈페르크 박사는 “앵무새가 종이 판지를 찢어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종이에 비해 도구로 사용하기 더 쉬운 재료를 줬을 때, 새의 인지능력이나 도구를 만드는 전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연구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7일자)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여기는 중국] 7살 의붓아들 식물인간으로 만든 계모…징역 20년 받을까?

    7살짜리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리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가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 29일 산시성 웨이난현 린웨이 지방법원에 선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계모는 고의적인 폭행과 학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중국 언론매체인 더페이퍼가 보도했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따르면, 계모는 2016년 10월 펭펭(가명)의 아버지와 재혼한 후 대나무 막대기와 밧줄을 사용해 아이에게 주기적인 폭행을 가했다. 벌을 준다며 철사로 아이를 묶어 오랜 시간 동안 서 있게 하거나 무릎을 꿇게 했다. 펭펭은 지난 3월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사는 “아이의 두개골 4분의 3이 골절되면서 다발성 뇌출혈을 일으켰다. 갈비뼈도 부러졌고 영구적인 시력 손상도 입었다”며 “앞니가 다 빠지고 피부궤양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펭펭의 심각한 부상은 계모의 폭력적인 신체 학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는 결국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이러한 사실은 중국 언론을 통해 보도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현재 펭펭은 병원에서 2명의 전문 간병인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 간병인은 “작고 어린 아이가 큰 고통을 받고 있으니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아이 아버지는 한 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친모도 재혼한 상태라 자주 안온다”고 밝혔다. 펭펭에게 드는 매월 5500위안(약 90만원)의 치료비는 온라인 모금 행위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자선 단체 ‘콜링 펭펭’은 펭펭의 옷과 음식, 간병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는 중이며, 지금까지 200만 위안(약 3억 27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단체 설립자는 “죄 없는 펭펭에게 구원의 손길이 쏟아졌다. 이번 사건은 정말 비극이다. 가엾은 이 아이를 아무도 돕지 않았다면 벌써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 가정폭력은 2016년 불법이 되었지만 아동학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은 아직 없는 상태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나무 꼭대기 올라가 셀카찍는 여장 남성

    나무 꼭대기 올라가 셀카찍는 여장 남성

    분홍색 원피스의 잠옷을 입고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셀카를 찍는 ‘남성’이 화제다. 지난 17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최고의 셀카샷을 찍기 위해 다소 엉뚱한 상상을 실천한 한 젊은 남성을 소개했다. 영상은 검은 단발머리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고목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여장 남자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주인공은 필리핀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살고 있는 프린스 조카메(Prince Jocame·23)라는 인물이다. 그는 마을 근처 9m가 넘는 나무 꼭대기에 로프를 이용해 올라갔다. 그리고 셀카용 막대기를 사용해 주위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다소 엉뚱한 모습을 한 껏 뽐냈다. 그는 이 영상 속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난 이렇게 완벽한 셀피를 찍을 수 있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며 “약간 두렵긴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 나무에서 한 번에 내려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용감한 남성이 왜 분홍색 원피스 잠옷을 입고 여장을 했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진 알려지지 않았다.사진 영상=바이럴프레스/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단단한 등껍질이 쩍… 거북이 손쉽게 삼키는 악어

    단단한 등껍질이 쩍… 거북이 손쉽게 삼키는 악어

    거북이를 점심으로 선택한 악어에게 거북이의 단단한 등껍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등껍질이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 외신은 배고픈 악어 한 마리가 거북이를 덮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은 팀 톰슨이라는 남성이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악어를 발견하고 촬영한 것이다. 당시 악어가 길 한 가운데에 나와 있는 것을 본 팀은 야생동물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차를 멈추고 잠시 기다렸다. 팀은 “10분 정도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아서 긴 막대를 들고 나왔다. 막대기로 악어를 움직여 길을 계속 가려고 차에서 나왔는데, 악어가 거북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악어가 이미 거북이를 입에 물고 있는 상황부터 담겼다. 악어는 거북이를 입안에서 한번 굴리더니 이내 커다란 입을 닫고 꽉 깨물어버린다. 그 순간 ‘딱’ 소리와 함께 단단한 거북이의 등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악어는 턱을 계속 움직이며 비슷한 소리를 내더니 이내 거북이를 꿀꺽 삼켜버린다. 팀은 “정말 충격적인 광경이었다”면서 “악어들은 보통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번개같은 속도로 공격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영상=케이터스 클립스/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막대기와 각도기 하나로 지구 크기를 측정한 사람

    [이광식의 천문학+] 막대기와 각도기 하나로 지구 크기를 측정한 사람

    2300년 전 막대기와 각도기 하나로 지구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해낸 기막힌 천재가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으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관장을 지낸 에라토스테네스였다. 헬레니즘 시대에 활약한 이 사람은 르네상스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겨룰 만한 다재다능한 인물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지리학자, 역사가, 철학자였다. 말하자면 당대의 통섭(通涉)이었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아는 것이 많다는 뜻인 베타(β)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첫번째는 플라톤이라 한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천문학사에서 최초로 한 천체의 크기를 측정한 인물로 불멸의 이름을 남겼는데, 그가 측정한 천체는 물론 지구였다. 천문학에서 측정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절대적이다. 모든 물리량은 측정될 때야 그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측정은 우주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며, 천문학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인류가 오랫동안 지구 중심의 우주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지구 바깥 세계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라토스테네스 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서 살고 있었던 그들은 체험적으로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멀리 수평선에서 들어오는 배를 보면 먼저 돛대 끝이 보이고 차차 배의 몸통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곧 바다의 표면이 휘어져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 곡률은 생각보다 커서 1km에 75cm나 된다. 그러니까 10km 떨어진 거리의 바다 수면은 눈의 수평 시각선보다 7.5m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이 곡률대로 연장해나가면 지구 둘레 길이가 계산되는데, 그 답은 약 4만km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 크기를 측정하는 데 사용했던 도구는 너무나 단순한 각도기와 작대기 하나였지만, 그가 사용한 방법은 가히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어느 날 에라토스테네스는 도서관에 있던 파피루스 책에서 ‘남쪽의 시에네(지금의 이집트 아스완) 지방에서는 하짓날인 6월 21일이 되면 수직으로 꽂은 막대기의 그림자가 없어지고 깊은 우물속 물에 해가 비치어 보인다’는 문장을 읽었다. 이는 곧 시에네가 북위 23.5도인 북회귀선 상에 있다는 뜻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실제로 6월 21일을 기다렸다가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워보았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막대 그림자가 생겼다. 이는 지구 표면이 평평하지 않고 곡면이라는 뜻이다. ​에라토스테네스가 파피루스 위에 지구를 나타내는 원 하나를 컴퍼스로 그렸을 순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수학적 개념이 정확한 관측과 결합되었을 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확인해주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다. 그림자 각도를 재어보니 7.2도였다. 햇빛은 워낙 먼 곳에서 오기 때문에 두 곳의 햇빛이 평행하다고 보고, 두 엇각은 서로 같다는 원리를 적용하면, 이는 곧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거리가 7.2도 원호라는 뜻이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간의 거리는 약 925km로 알려져 있었다. 그 다음 계산은 간단한 것이다. 925x360/7.2 하면 약 4만6250이라는 수치가 나오고, 이는 실제 지구 둘레 4만km에 약 15%의 오차밖에 안 나는 것이다. 2300년 전 고대에, 막대기 와 각도기 하나로 이처럼 정확한 지구의 크기를 알아낸 에라토스테네스야말로 위대한 지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하여 인류 최초로 한 천체의 크기를 알아냈던 에라토스테네스는 선배들이 개발해놓은 방법을 이용해 달의 실제 크기와 거리를 금방 알아냈다. 달의 크기가 지구의 4분의 1이라는 사실은 한 세대 전 아리스타르코스에 의해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구의 실제 크기를 몰라 달의 실제 크기 역시 알 수가 없었지만, 에라토스테네스에 의해 그 업적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달까지의 거리를 추정해낸 방법 역시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보름달일 때 달의 시직경은 0.5도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보름달을 향해 팔을 쭉 뻗고 한 눈으로 보면 손톱이 달을 완전히 가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눈에서 손톱까지, 그리고 눈에서 달까지 이르는 선들이 이루는 두 삼각형은 닮은꼴이다. 손톱 크기와 팔길이의 비는 1 : 100쯤 되니까, 달까지의 거리는 달 지름의 100배 정도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계산에서 나온 달까지의 거리는 약 32만km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를 25개쯤 늘어놓으면 달까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km니까, 그가 구한 값의 오차는 20% 미만이다. 참으로 놀라운 지성이 아닐 수 없다. 소수(素數)를 걸러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를 고안하는 등, 수학에서도 큰 업적을 남긴 그는 황도경사각(지구축 기울기)을 정확히 측정하고, 윤년이 포함된 달력과 항성목록을 만드는 한편, 천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시와 희곡을 쓰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한 행성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낸 사람으로 이름을 길이 남긴 에라토스테네스는 만년에 실명을 하자 일절 곡기를 끊고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인들은 온전한 육신을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이렇게 곡기를 끊고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월드피플+] 8세 소녀, 1500년 간 호수서 잠자던 고대 검을 뽑다

    [월드피플+] 8세 소녀, 1500년 간 호수서 잠자던 고대 검을 뽑다

    호수에서 15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검(劒)을 건져올린 소녀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일과 5일 미국 CNN, 영국 BBC 등 해외 주요언론들은 스웨덴계 미국인 소녀인 사가 바네섹(8)의 사연을 일제히 보도했다. 순식간에 '검을 뽑아올린' 영웅이 된 사가의 사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초다. 당시 사가는 가족과 함께 스웨덴 남부 옌셰핑주(州)에 있는 한 호수에서 뛰어놀던 중 물 속에 잠긴 검은 막대기로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이에 사가는 호기심에 막대기를 건져올린 후 다시 물 속으로 던지려 했으나 손잡이가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사가는 "막대기에 손잡이가 있고 끝이 녹이 슬었지만 뾰족했다"면서 "아빠에게 '검을 찾은 것 같다'고 외쳤다"며 웃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하나 더 있다. 검의 가치를 몰라본 사가 가족이 최근까지 검을 그대로 집안에만 보관해오고 있었다는 사실로 당초에는 그냥 장난감으로만 여겼다. 검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평소 역사와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이웃을 둔 덕이었다. 이웃을 통해 관련 전문가의 감정을 받으면서 진정한 검의 가치가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 검은 85cm 길이로 금속과 나무로 제작됐으며 바이킹시대 전인 1500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오래된 '보물'을 건져올린 사가는 현지에서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서왕에 빗대 '스웨덴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가의 아빠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일 뿐 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소중한 보물"이라면서 "더욱 멋진 것은 우리 가족 모두 NFL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팬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가뭄으로 인해 호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바닥에 있던 검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전문가들이 호수에서 추가 발굴을 통해 브로치 등 고대 유물을 속속 발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부상당한 표범 구조하다 손발 물린 남성

    부상당한 표범 구조하다 손발 물린 남성

    부상당한 표범을 구조하려던 주민들의 시도가 갑작스러운 표범의 공격으로 구조하던 한 남성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긴박하고 위험했던 당시 영상의 모습을 라이브릭 등 여러 외신이 전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인도 우타라칸드 주 바게시와르 한 마을. 마을 강둑에 누워있는 부상당한 표범을 발견한 주민들은 표범의 구조를 위해 지역 산림관할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막대기 등을 이용해 표범의 움직임을 제한시켰고 다른 무리의 남자들은 그 틈을 이용해 밧줄로 표범을 묶으려고 했다. 어느 곳이나 눈에 띄게 용감한 사람이 있는 범. 마을 주민 중 자그디쉬 싱(Jagdish Singh·50)이란 남성이 표범에게 다가가 줄로 묶으려고 직접 나섰다. 순조롭게 진행될 거 같았던 구조작업은 이 남성의 순간 방심으로 매우 위험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영상 속, 표범은 자신을 묶으려던 남성으로부터 몸을 틀고 벗어난다. 동시에 남성의 손을 잡자 그는 균형을 잃고 표범과 가까이 붙게 되고, 더욱 흥분한 표범은 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놀란 주민들은 막대기로 표범을 때리며 남성을 분리시키고자 한다. 결국 간신히 표범으로부터 떨어지게 된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싱은 “구조하고 있던 남성들을 도우려고 표범에게 접근했다. 순간 내 손과 다리를 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 마을 주민은 “구조 작업이 너무 주먹구구식이었다”며 “그런 상황에 처한 야생 동물들은 그냥 묶기에 급급하기보단 먼저 그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소식에 따르면, 이 남성은 손발이 물리는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결국 관계자들이 표범을 줄에 묶고, 치료를 위해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고 전해졌다.사진 영상=라이브릭/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개 구하려고…거대 뱀 힘 합쳐 물리친 세 아이 (영상)

    개 구하려고…거대 뱀 힘 합쳐 물리친 세 아이 (영상)

    세 아이가 힘을 합쳐 개를 습격한 커다란 뱀을 물리치는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일(현지시간)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일으킨 이런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을 보면 개 한 마리가 자신보다 큰 뱀에게 습격을 당해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그 옆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개를 빼내기 위해 막대기 등으로 공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뱀은 아이들의 공세에도 애써 잡은 개를 놔주지 않겠다고 말하듯 개의 몸을 더욱 옥죄려 한다. 그러자 세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가 막대기를 사용해 뱀의 머리를 가까스로 땅에 눌렀고 나머지 두 아이가 뱀의 몸통을 잡아 개에게서 떼놓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들 소년의 노력에도 뱀은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다. 이후 두 소년이 뱀을 양 끝에서 잡아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뱀에게 묶여 있던 개가 뱀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히 개는 뱀의 습격에도 겉모습은 다치지 않은 모습이다. 개를 공격했던 뱀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해당 영상이 정확히 어디에서 촬영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영상으로만 이루어 볼 때 동남아시아의 어딘가에서 촬영된 것으로만 추정될 뿐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중국서 자살 시도하는 여성에게 물대포 쏴 막은 소방관

    중국서 자살 시도하는 여성에게 물대포 쏴 막은 소방관

    중국에서 소방관들이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성을 극적으로 구조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사건은 지난 24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에서 발생했다. 한 젊은 여성이 4층 건물에서 투신하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아파트 창틀에 다리를 내놓고 위험하게 앉아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여성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자살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계속된 설득에도 진전이 없자 소방관들은 적극적으로 여성의 시도를 막기로 결정했다. 줄 하나에 매달려 옆 창문으로 몸을 내민 소방관은 긴 막대기를 이용해 여성을 창문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여성이 창문 안으로 몸이 들어가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원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가 여성의 움직임을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기에 몸이 밀려 안으로 떨어진 여성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다리를 창틀에 걸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것 같은 긴급한 순간, 건물 아래서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구조대원이 여성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 강한 물살에 여성은 방 안으로 밀려 떨어졌고, 경찰관은 실내로 뛰어 들어가 여성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여성은 곧바로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안후이 펑타이 공안국은 전했다. 여성은 평소 직장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으나, 왜 이런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영상=마이 뉴스TV/유튜브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여기는 중국] ‘투신자살’하려는 여성에게 물대포 쏴서 막아

    지난 24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에서 한 젊은 여성이 다세대 주택 4층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지상에 있던 소방차가 물대포를 쏴서 막았다고 중국 관찰자망(观察者网) 등이 보도했다. “건물 4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 눈에는 한 여성이 창틀에 위태롭게 앉아 두 다리를 건물 밖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현장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말로는 이 여성은 꽤 오랫동안 이런 상태였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성은 20대로, 가족이 잠시 아침에 먹을 음식을 사러 나간 사이 실내에서 문을 잠그고 이런 행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관들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여성이 충동적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선 건물 밖에서 설득하기로 했다. “아가씨! 뭔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나요? 있다면 천천히 얘기해봐요” “당신은 아직 젊어요. 앞으로도 많은 날이 남아있어요” 등의 말로 여성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또한 여성과 대화를 시도하는 소방관은 여성의 감정이 격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말을 걸었다. 여성은 좀처럼 대답하지 않고 우울한 표정이었지만 잠시 뒤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 모습에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느냐”고 돌변하며 “다가오면 곧바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 소방관이 지금까지 대화에서 여성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휴대전화를 사용해 그 노래를 크게 틀었다. 그러자 여성은 잠시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때 여성의 옆방에서는 경찰관과 소방관으로 이뤄진 구조대가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방관 한 명이 생명줄을 달고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U자형 막대기를 이용해 여성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그가 여성의 움직임을 잠시라도 막으면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실내로 뛰어 들어가 보호하는 것이다. 건물 밑에서는 여성에게 대화를 건네며 시선을 끄는 동안 한 소방관이 이런 방법으로 여성의 움직임을 봉쇄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성은 막대기에 밀려 그만 방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움직임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이다. 막대기를 들고 있던 소방관도 중심을 잃어 건물 밖으로 밀려났지만 줄에 매달려 무사했다. 하지만 여성은 방안에 떨어진 뒤 곧바로 창문으로 뛰어들어 다시 다리를 창틀에 걸었다. 완전히 흥분해서 그대로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때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방차가 여성을 향해 강하게 물대포를 쐈고 여성은 물살에 밀려 다시 방안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때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방관과 경찰관이 실내로 뛰어들어와 여성의 몸을 눌러 제압했다. 이들은 현장에 출동하고 나서 약 3시간 만에 여성의 목숨을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이후 여성은 자살하려고 했던 이유로 최근 일하는 것 때문에 정신적인 압박을 강하게 받았고 부모님과도 대화가 제대로 안 돼 살아 있는 게 싫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급박한 순간에도 물대포로 대응하다니 대단하다” “구조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등 호평을 보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가을철 ‘땅벌’ 주의보, 공격성 집요

    야외 활동이 많은 가을철 ‘땅벌’ 주의보가 내려졌다. 작은 틈새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말벌 못지않은 공격성이 확인되면서 등산 시에는 흰색 등 밝은색 계열의 옷과 등산화, 각반(스패치) 등을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30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최근 땅벌의 공격성 실험 결과 검은색과 사람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집요하게 덤벼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벌쏘임 사고 및 말벌 피해 예방을 위해 2016년 털보말벌과 외래종 등검은말벌, 2017년 장수말벌에 이어 올해 땅벌을 대상으로 색상·거리·부위 등 공격성향을 실험했다. ‘참땅벌’(?사진?)에 대한 자극 실험에서는 다른 말벌들처럼 검은색과 짙은 갈색에 강한 공격성향을 보였고, 흰색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천적인 곰·오소리·담비 등의 색상때문인 것으로 예측됐다. 땅벌집은 10~20㎝ 깊이의 땅 속에 있고 낙엽·수풀 등에 가려져 있는데 사람의 발자국 등 진동이 발생되면 수십마리가 나와 무릎 아래의 다리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또 땅벌집에서 20m 이상 벗어나면 대부분 땅벌이 되돌아갔으나 3~4마리는 공격 대상에 붙어 집요하게 속으로 파고 들었다. 실험결과 밤이나 도토리를 줍기 위해 탐방로를 벗어나 낙엽으로 덮여있는 숲 속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막대기로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는 행위는 매우 위험해 주의가 필요하다. 정종철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연구부 팀장은 “장수말벌은 입구에 흙을 파낸 흔적이 있어 벌집 입구를 예상할 수 있지만 땅벌집은 눈에 잘 띄지 않은데다 벌집을 건드리면 집단 공격하는 성향을 나타냈다”며 “땅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주저앉지 말고 빠르게 20m 이상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있는 그대로… 소박한 일상이 오고갔다

    있는 그대로… 소박한 일상이 오고갔다

    당시에 지어진 프랑스풍의 건물들은 개·보수를 거쳐 호텔과 카페로 재단장했다. 테라스는 백인 백패커들로 넘쳐난다. 거리를 걷다 보면 검은 전통 옷을 입은 흐몽족이 막대기로 등을 긁으면 ‘꾸르륵 꾸르륵’ 하고 소리를 내는 두꺼비 기념품을 팔기 위해 주위를 맴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단호하게 거절 표시를 하지 않으면 이들에게 하루 종일 쫓겨 다녀야 한다. 아마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이 섬싱 포 미’(Buy something for me)일 것이다. 밤에 자려고 호텔 침대에 누우면 두꺼비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 정도다.●새소리·바람소리가 반겨주는 캇캇마을 하지만 이 거리를 벗어나 20분 정도만 계곡을 따라 걸어 ‘캇캇 마을’(Cat Cat Village)에 들어서면 비로소 ‘아, 이곳이 사파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당신 귀를 씻어줄 것이다. 나무등짝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진짜 두꺼비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캇캇 마을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검은 옷을 입는 이들을 검은 고양이처럼 여겨 캣캣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사파 시내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소수민족 마을이자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흐몽족이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랑논 풍경도 볼 수 있는데, 쌀과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이 논은 세계 3대 다랑논으로 불린다.사파 시내에서 오토바이로 1시간 정도를 가면 지앙 타 차이 마을이 있다. 레드 자오족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자오족은 흐몽족과 함께 베트남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소수민족 중 하나다. 중국과 라오스 국경 일대에도 넓게 분포하는데, 놈다오라는 독자적인 문자와 의학술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지구상의 많은 소수민족이 그렇듯이 이들 역시 관광객들을 상대로 민예품이나 작은 인형, 액세서리를 팔며 생계를 꾸려간다. 예전에는 가끔 성냥갑 속에 아편을 숨긴 채 다가와 판매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매주 일요일 亞 최대 소수민족 재래시장 사파에 간다면 일정에 일요일을 넣는 것이 좋다. 매주 일요일이면 박하에서 아시아 최대의 소수민족 재래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박하 역시 해발 900m의 고원 지대에 자리한 곳으로 플라워(꽃)흐몽족을 비롯해 자오, 자이, 푸라, 투 라오족 등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일요일마다 열리는 시장에는 주로 꽃흐몽족이 모인다. 울긋불긋 화려한 색으로 수놓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몰려든다. 시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버스에서 내리면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줄지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시장에 닿는다.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다. 노천 이발관에서는 아저씨가 이발을 하고 있고 시장 한 편에서는 흐몽족이 순대와 국수를 먹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빗자루는 하나 사오고 싶을 정도다. 시장 아래쪽에는 우시장도 벌어진다. 커다란 뿔을 단 물소들이 팔려 나가길 기다리고 있다.●노천이발관·우시장… 우리네 5일장 닮아 시장의 모습이 우리네 5일장과 너무나 비슷하다. 여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물건값을 흥정하고 젊은 아가씨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웃음꽃을 활짝 피운다. 남자들은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시장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 것 같다. 시장 한 편에는 공산품과 기념품을 팔기 위해 제대로 천막 치고 만든 상점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베트남의 주 부족인 킨족이라고 한다. 하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쑥스러워하면서도 거절하는 일은 별로 없다. 일부러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여행수첩 하노이에서 사파에 가려면 하노이B역에서 라오까이 가는 야간열차를 타는 것이 좋다. 하노이B역에서 밤 10시 전후로 출발해서 라오까이역에 새벽 6시쯤 도착한다. 라오까이역에서 하노이로 가는 열차도 비슷하다. 대부분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출발. 라오까이역 앞에 사파로 가는 미니버스들이 많다. 흥정은 필수. 역에서 가까운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파 가는 노선버스가 운행된다. 미니버스와 가격을 잘 비교해 보자. 라오까이역에서 박하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사파 여행 중 일요일이 낀다면 사파에서 박하시장 당일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숙소나 메인 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서 예약할 수 있다. 박하시장에서는 시장 분위기가 절정에 달할 무렵에 시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커다란 망원렌즈로 무장한 ‘사진 마니아’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사파의 날씨는 예측불가다. 비 오다 개고 개었다 싶으면 다시 비가 내린다.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사파 여행 최적기는 가을이다. 강수량이 적고 다랑논도 황금빛으로 물든다. 우리나라 초겨울 옷이 필요하다. 숙소의 난방도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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