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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서동주, 개미허리+애플힙 ‘시선 올킬’

    [포토] 서동주, 개미허리+애플힙 ‘시선 올킬’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의 레깅스 패션이 눈길을 끈다. 서동주는 지난 21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상 모습을 공개했다. 공개된 모습 속에는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운동복 차림으로 산행한 서동주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청계산 갔다가 막걸리 먹고 왔다”라며 설명했다. 한편 서동주는 배우 서정희의 딸로 최근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연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약잘알] “술 마실수록 주량 늘까?”

    [약잘알] “술 마실수록 주량 늘까?”

    “술을 안 마시다 보니까 더 못 마시는 거야!”“술은 마실수록 늘어” 술자리에서 술을 거절했을 때, 한 번쯤은 들어본 말입니다. 단순히 술을 강권하기 위해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정말 그렇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심지어 본인이 주량이 늘어난 증인이라고 나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술을 마실수록 정말 술 실력이 늘어날까요? 또 유독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왜 그런 걸까요? ‘술’에 대한 궁금한 점을 ‘약잘알’ 약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술을 마시면 왜 취하나요? 알코올은 소화되지 않고, 위에서 20% 소장에서 80% 흡수됩니다. 알코올 혈중농도는 보통 2시간 이내에 절정으로 올라가는데요. 그 후 간에서 90%가 ADH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로 분해됩니다. 분해되어 나온 아세트알데히드 라는 물질이 미주신경과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뇌의 기능을 떨어트립니다.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마실수록 주량 늘까?) 술을 잘 마신다는 말은 곧 알코올을 잘 분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체내 아세트알데히드를 ALDH라는 알데히드 분해효소로 분해시켜주어야 하는데, 이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사람은 숙취도 오래가고, 얼굴 벌게짐이 심합니다. 이 분해능력은 술을 많이 마신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시는 분들은 술 마시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술만 먹으면 살 안 찐다는데 사실인가요? 술이 투명한 액체라 살이 안 찐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알코올은 1g당 7kcal의 고열량 식품입니다. 소주 1병의 평균 열량은 340kcal로, 밥 한 공기 270kcal보다 높습니다. 과일향 소주의 경우, 당 함량도 콜라 1캔과 맞먹을 정도로 높습니다. 또 알코올로 인해 대사가 촉진되어 혈액순환이 활발하고 위액 분비가 증가해 식욕이 증가합니다. 적당한 음주량은? 국민건강지침이 정한 ‘덜 위험한 음주량’은 하루에 맥주 200cc 3컵(600cc), 소주 2잔(100ml), 막걸리 2홉(360ml), 포도주 2잔(240cc)입니다. 혈중농도 0.06% 정도까지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혈중농도 0.09%부터는 편안함을 넘어서 격앙되고, 판단이 흐려지는 때라고 합니다. 성인 남성 70kg 정도를 기준으로 혈중농도 0.09%라는 수치는 소주 반 병 정도, 맥주 1L 정도 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서 확인하세요! 글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영상 김민지, 임승범 인턴 seungbeom@seoul.co.kr
  • 성추행 사과 후 5년… 시집으로 돌아온 박범신

    성추행 사과 후 5년… 시집으로 돌아온 박범신

    ‘밤늦게 늙은 아내와/ 마주 앉아/ 생막걸리 나누어 마시면서/ 구시렁구시렁/ 낮의 일로 또 싸운다// 삶의 어여쁜 새 에너지/ 구시렁구시렁에서 얻는다’ (시 ‘구시렁구시렁 일흔’ 전문)    2016년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작가 박범신(75)이 5년 만에 시집으로 문단에 복귀했다. 10일 출판계에 따르면 박범신 작가의 시집 ‘구시렁 구시렁 일흔’(창이있는작가의집)이 지난달 20일 출간됐다. 희·노(努)·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그 너머·소설 등 9가지 주제에 140여 편의 시가 담겼다. 이 시집에서 박 작가는 “작가 이름 48년, 돌아보면 매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 나날이었던가”라며 “나는 살아 있는 유산균, 매일 캄캄한 추락 매일 환한 상승의 연속이었다. 바라노니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다만 ‘구시렁항아리’로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라고 썼다.1973년 등단해 소설 ‘은교’로 유명한 박 작가는 2016년 10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사과한 뒤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그해 트위터를 통해 “내 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어요. 인생-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에요. 더 이상의 논란으로 또 다른 분이 상처받는 일 없길 바라요. 내 가족 날 사랑해준 독자들께도 사과드려요”라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일부는 피해를 받지 않았다며 항변하고 나서기도 했으나 박 작가는 사과 후 활동을 중단했다. 박 작가는 장편소설 ‘유리’ (은행나무)를 출간하려다 비판 여론으로 보류한 뒤 2018년 6월에 출간하기도 했다. 해당 작품은 2016년 3월부터 7월까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했던 소설을 엮은 것이다. 성추행 논란 이후 쓴 작품은 사실상 이번 시집이 최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지동 순대·오산 수제맥주 꿀꺽… 넉넉한 시장의 情 꿀꺽

    지동 순대·오산 수제맥주 꿀꺽… 넉넉한 시장의 情 꿀꺽

    전통시장은 생필품 구입은 물론 다양한 먹거리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식도락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붕어빵, 군고구마, 뜨끈한 국물에 담긴 어묵, 호떡 등 길거리 간식거리도 언제든 맛볼 수 있다. 북적이는 전통시장에는 진한 사람 냄새가 배어 있고 따스한 정이 스며 있다. 푸짐한 먹거리는 물론 신선한 채소와 저렴한 상품까지 시장에는 즐거움이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특색 있는 시장 음식과 간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경기도 전통시장을 추천했다. 수원 지동시장순대타운 40여곳 가게 자랑거리지동시장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수원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농수축산물과 건어물 식품 등 먹거리라면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신선할 뿐 아니라 대형할인점보다 싼 품목도 즐비하다. 상인들의 박수소리, 젓갈 냄새 등으로 삶의 현장이란 느낌을 전해 준다. 무엇보다 인심 좋은 주인을 만나거나 흥정만 잘하면 값도 깎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깊은 역사만큼 유명한 ‘순대타운’의 순대와 곱창이 지동시장의 자랑거리다. 순대타운은 40여곳의 가게들이 최고의 맛을 자부하며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순대는 서민 음식의 대표 격이다. 싼 가격에 맛도 좋고 영양도 가득하다. 뜨끈하게 말아 푸짐한 고명이 가득한 순댓국 한 그릇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제격이다. 특히 잡채와 선지 등 8가지 재료를 섞어 찐 ‘지동순대’는 쫄깃하고 담백한 맛에 수원 양념갈비와 함께 수원의 대표음식으로 통한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각지 순대 마니아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순대는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에 데워 먹으면 즉석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가게에서 먹는 순대는 1인분 한 접시에 4000원이다. 편육은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쫄깃한 맛 때문에 주문이 밀린다. 먼 거리는 진공 포장한 순대를 택배로 보내 준다. 한 그릇에 8000원 하는 순댓국은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다른 고기를 넣지 않고 돼지뼈로만 꼬박 24시간 국물을 우려냈기 때문이다. 인심도 후해 순대와 머리 고기 등을 푸짐하게 넣어 준다. 부추와 양파, 팽이버섯, 양배추 등 풍성한 채소를 곁들여 매콤한 양념으로 볶아낸 순대곱창볶음은 시원한 막걸리와도 어울린다. 순대곱창볶음을 다 먹었을 즈음 남은 양념에 향긋한 참기름과 새콤한 김치, 고소한 김가루로 맛을 낸 볶음밥은 화룡점정이다. 수원 미나리광·못골 시장60년 전통 도넛·통큰칼국수에 반해지동시장 주변에는 수원천을 중심으로 8개의 시장이 더 있는데 바로 옆 미나리광시장을 가면 60년 전통의 ‘추억의 도너츠’를 맛볼 수 있다. 시장 초입에 있으며 도넛과 꽈배기, 찹쌀 도넛, 당면 만두가 대표 메뉴이다. 종류에 따라 6개 또는 8개에 2000원이다. 2대째 가게를 운영하는 박정희(56·여)씨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10시간 천연 발효 과정을 거친 반죽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화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못골종합시장은 작은 골목 시장이지만 정육·농수산물·떡 등 다양한 식품과 먹거리가 풍부하다. 대표 맛집은 ‘통큰칼국수’이다. 푸짐한 양에 한 번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고, 그 맛에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칼국수의 고명은 당근, 파채, 김가루, 깨소금뿐이지만 멸치와 디포리로 우려낸 육수와 직접 반죽해 뽑는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다. 잔치국수는 3000원, 칼국수는 4000원. 주인 김재호(61)씨는 “맛은 거짓말을 못한다.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담아 낸다”고 말했다. ‘국민냉면’의 냉면과 녹두빈대떡도 인기 있다. 오산 오색 시장야시장·수제 맥주 젊은층 취향저격오색시장은 오랜 기간 지역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색은 오색 오감의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야시장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다. 낮 시장의 매력도 크지만 8~10월 사이 열리는 오색시장 야맥길장의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글로벌 먹거리와 오색시장이 개발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특화시켰다. 특히 오색시장만의 특성을 담은 수제맥주 ‘오로라’와 ‘까마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인기가 많다. 새벽을 연다는 의미의 오로라는 오산 오색시장을 의미하는 5가지 홉(맥주의 원료)이 들어간다. 까마귀는 흑맥주로 중후한 맛이 특징이며 붉은 계통 과일향이 가미된 ‘발그레’ 수제맥주도 인기다. 최근에는 막걸리 양조장도 운영한다. 먹거리는 소떡소떡, 김밥, 튀김 같은 소소한 간식거리부터 중국,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광명전통시장1000원 떡갈비 등 줄 서는 먹자골목광명전통시장은 평일에도 밤낮으로 붐비는 활기찬 시장이다. 광명사거리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일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400여개 점포의 상설시장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싱싱한 채소, 인접한 포구에서 공급된 수산물, 품질 좋은 농산물과 안전한 식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웃 도시 주민들까지 애용하는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특히 1000원 떡갈비로 유명한 ‘장릉왕떡갈비집’이 대표 맛집이다. 국내산 돼지고기와 과일, 채소, 각종 앙념을 넣어 반죽한다. 가격이 저렴해 주말이면 줄을 서야 한다. 채소, 참치, 스팸, 햄치즈, 오징어진미, 볶음김치 등 11가지의 꼬마김밥과 3000원에 불과한 홍두깨칼국수, 따듯할 때 먹어야 더 좋은 빈대떡 등 맛있고 정 넘치는 먹자골목 또한 광명시장의 자랑이다. 용인중앙시장수제만두 찜기 냄새에 지갑 열어1960년대에 문을 연 용인중앙시장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형 시장이자 중대형 시장이다. 760여개의 점포에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물론 산지에서 공수된 수산물과 축산물, 곡물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특히 순대골목과 떡골목, 잡화골목은 별도의 특화 골목으로 형성돼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간식거리는 수제만두다. ‘떡이랑 만두랑’ 골목을 가면 만두피를 직접 손으로 밀어 만든 만두집들이 모여 있다. 찜기를 열었을 때 뭉게뭉게 퍼져 나가는 만두 구름의 냄새를 맡는다면 당장 지갑을 열게 된다. 전통과 자부심을 내세운 유영 떡집 수십곳이 즐비해 항상 문전성시다. 족발과 순대집이 몰려 있는 순대골목에는 평일에도 밤낮으로 손님들로 북적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길섶에서] 죽마고우/이종락 논설위원

    예부터 친구들 간의 우정을 나타낸 고사성어는 많다. 중국 진(秦)나라 때 환온(桓溫)과 은호(殷浩)가 어릴 때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옛 친구라는 뜻에서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말이 생겼다. 전국(戰國)시대 조(趙)나라의 인상여(藺相如)와 염파(廉頗)의 우정을 ‘문경지교’(刎頸之交)라고 일컫는다. ‘목을 벨 수 있는 벗’,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벗’이라는 의미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빗대어 ‘영원히 변치 않는 참된 우정’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 외에도 수어지교(水魚之交), 단금지계( 斷金之契) 등의 뜻이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옛길 걷기를 시작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의외로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서울 동대문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 강원 원주와 강릉을 거쳐 경북 평해까지 이르는 평해길(관동대로) 도전에 나섰는데 죽마고우들이 함께 하겠다고 맨 먼저 연락했다. “친구가 혼자 외롭게 길을 걷게 할 수 없지”, “걷기를 끝내고 한강변을 바라보면서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동참의 뜻을 전해 왔다. 50년 넘게 우정을 쌓아 온 친구들이지만 대나무 말(竹馬) 대신 딱지치기를 하며 놀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여전하다. 이번 주말이 몹시 기다려진다.
  • 떠나는 해리스 미국 대사 “김치는 물론 한국음식”

    떠나는 해리스 미국 대사 “김치는 물론 한국음식”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을 떠나는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가 20일 트위터를 통해 그동안의 한국 생활을 돌아봤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에 대해 그리워할 것들로 아름다운 서울 중구의 미 대사관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을 비롯한 한국인들, 한국음식, 한국문화, 한국시리즈 야구, 길거리 음식 등을 꼽으며 서울은 새로운 고향이자 한국은 ‘혁신 국가’라고 추켜세웠다. 해리스 대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한국음식은 비빔밥, 짜파구리, 김치, 안동소주와 막걸리 등으로 김치는 물론 한국음식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치맥(치킨+맥주)와 길거리 음식도 해리스 대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리워할 것들이다. 그가 반한 한국 문화로는 영화 가운데 ‘기생충’, ‘부산행’, ‘남산의 부장들’이 있고 드라마는 ‘미스터 선샤인’을 인상깊은 작품으로 들었다. 미국 대사로 일하는 동안 업무의 하이라이트로는 지난해 맞았던 한국전쟁 70주년, 한미정상회담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일 등을 들었다. 제주 해녀들과 바다에서 만나 갓 잡은 해산물을 시식한 것도 미 대사의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해리스 대사가 한국에서 꼭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일로는 각각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의 별장이었던 고성 별장 3곳 방문하기와 가수 인순이 노래 직접듣기 등이 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외교장관 직을 내려놓게 된 강경화 장관에 대해 “한미동맹에 충직한 지원군이었으며 전세계에 한국의 국격을 향상시켰다”면서 앞날에 순풍만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와인과 전통주, 대체 어떻게 마셔야 좋을까요?” 2021년, 지금은 ‘홈술’ 트렌드 열풍!

    “와인과 전통주, 대체 어떻게 마셔야 좋을까요?” 2021년, 지금은 ‘홈술’ 트렌드 열풍!

    최근 주류시장에서 와인과 전통주가 ‘홈술’ 열풍과 함께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회식 자리 혹은 모임에서 마시던 소주나 맥주보다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와인과 전통주를 구매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와인과 전통주가 특히 젊은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의 밀레니얼 세대&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만큼 대체 어떻게 마시면 좋을지, 어떤 안주와 함께 먹어야 좋을지 전통주 소믈리에 김현수(31)씨와 와인 소믈리에 양윤주(33)씨에게 직접 물어봤다. Q. 와인/전통주의 현재 인기는 양윤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생겨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홈술’이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와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김현수: 전통주는 아직 시장의 규모가 작긴 하지만 최근 전통주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전통주의 출고 금액만 보더라도 2년 전 보다 매출이 100억 여원 증가한 것 같다. Q. 와인/전통주의 매력은 양윤주: 와인의 매력을 표현하자면 ‘떼루아(Terroir)’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데, 떼루아란 주변 환경의 향미를 머금은 와인의 향을 말한다. 소믈리에들이 떼루아를 파악해서 포도 생산지의 환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 것 같다. 김현수: 전통주는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분야라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주변 지인이나 연인에게도 전통주에 대해 자연스레 소개할 수 있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Q. 와인을 잘 마시는 방법 양윤주: 잔을 둥글게 돌리는 행동을 ‘스월링(Swirling)’이라고 하는데, 스월링을 하기 전에 먼저 와인의 1차 향, 즉 포도 본연의 향을 느껴준다. 그리고 스월링을 몸 안쪽 방향으로 2번 정도 해준 다음 와인의 2차 향인 ‘부케(Bouquet)’를 느끼면 된다. 부케는 ‘숙성 향’을 의미하는데, 포도가 자란 토양이나 오크통의 향을 말한다. 그다음엔 와인의 바디감과 산미, 탄닌감을 음미하며 마시면 되는데, 와인을 마실 때는 음료가 떨어지기 전에도 미리 흡입하려 하지 말고 가볍게 입을 가져다 대어 마셔주면 된다.Q. 전통주를 잘 마시는 방법 김현수: 전통주는 음료의 특징과 연관 지어 잔을 선택해주면 좋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스파클링 막걸리의 경우 사발잔과 같은 깊이가 얕은 잔에 따라 마시게 되면 탄산이 금방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 잔과 같은 깊은 잔을 사용해주면 좋다. 또한 막걸리는 대부분 병 하단에 와류현상을 깨 주는 홈이 파여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병을 돌려 잘 섞어준 후에 마시면 된다. 중요한 것은 압력 차이로 음료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돌리기 전에 미리 캡을 한번 열어준 다음 다시 닫고 돌려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증류주의 경우 도수가 높기 때문에 혀로 굴리지 않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끊어 마셔주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같은 제품인데 도수를 고를 수 있는 경우 도수가 높은 것을 선택하여 온더락(On the Rock) 잔에 담아 도수를 스스로 조절해가며 마시는 방법을 추천한다. Q. 와인/전통주, 각각 어울리는 안주는 양윤주: 보통 와인하면 ‘치즈’를 쉽게 생각하시는데 사실 와인에 치즈가 어울리는 경우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다. 레드 와인은 치즈에 들어있는 우유의 비릿한 맛을 부각하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보통 해산물이나 치즈가 대표적으로 어울리는 안주이고, 레드 와인에는 단백질이 포함된 스테이크나 육류 등의 안주가 적절하다. 요즘 제가 자주 먹는 ‘순대’를 레드 와인의 안주로 강력 추천한다. 김현수: 대표적으로 막걸리 종류에는 수육이나 보쌈 등을 추천한다. 그리고 산미가 강한 맑은술 계열의 전통주는 해산물과 같이 먹으면 좋다. 촬영용으로 가져온 ‘진맥 소주’의 경우에는 의외로 크림 파스타나 빠네 같은 양식 안주들이 어울리기도 하는데, 전통주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에 맞는 안주를 본인 취향에 맞게 찾아서 먹는 재미도 느껴보길 권한다.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임승범 인턴기자 seungbeom@seoul.co.kr영상 김형우·임승범 기자 hwkim@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다나 쓰나 이탁주濁酒 좋고 대테 매온 질병들이 더욱 좋아 어른자 박구기를 둥지둥지 띄워 두고 아이야 절이 김치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채유후(蔡裕後·1599~1660) 채유후 어르신의 시조 한 수 신축년 아침 햇살 아래 펼칩니다. 이조판서와 대제학을 지낸 어르신인데 시조의 내용 소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탁주는 쌀로 빚은 술, 요즘의 막걸리쯤 되겠지요. 질그릇이 깨지지 말라고 대나무로 테를 묶었습니다. 술안주는 절이 김치 한 가지입니다. 이 시조의 중장을 좋아합니다. 박구기는 박으로 만든 술국자를 이름이지요. 어른자는 감탄사입니다. 어기야 술국자 둥실둥실 띄워 두고 이 동무 저 동무 다 모여 한 잔씩 들이켭니다. 이보다 사랑스런 세상 있겠는지요. 신축년은 하얀 소띠 해입니다. 소는 부지런함의 상징이지요. 하얀색에서 구도의 냄새가 나는군요. 심우도에 나오는 소 흰빛이지요. 올 한 해 우리의 삶에서 하얀 소를 찾으라는 신들의 따뜻한 충고를 생각합니다. 곽재구 시인
  • 예능처럼, 북 콘서트처럼…코로나 속 보궐선거 운동도 ‘언택트’

    예능처럼, 북 콘서트처럼…코로나 속 보궐선거 운동도 ‘언택트’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대세론이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홍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내년 보궐선거도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마친 후보들은 유튜브 등의 창구로 한 발 빠른 홍보에 나서고 있다. 30일 언택트 선거운동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다. 우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친구야 시장하니’ 코너 만들어 대학시절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안내상, 우현 배우를 불러 인기를 끌고 있다. 우 의원은 이들과 농촌에서 배추도 뽑고 막걸리도 마시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편으로 진행한 해당 콘텐츠는 13만, 7만6000 조회수 기록했다. 우 의원은 그밖에 자녀와 요리를 하며 대화하는 영상물도 기획 중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 예상되는 금태섭 전 의원은 온라인 유명인사들의 콘텐츠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 및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이른바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들과 가진 온라인 북 콘서트에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금 전 의원은 “공수처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내가 반대표를 던져서 (공수처법이 통과가) 안됐으면 모르겠는데 반기를 들면 왕조시대처럼 하는 것이 잘못됐다”면서 “전세계에도 없는 이상한 공수처를 만들어서 검찰개혁을 망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 외에 후보들도 저마다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성큼 다가온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중앙 정치 처음인 신인들에게 언택트는 각종 악조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명인의 경우 온라인에서 더욱 관심 받기 쉬운 반면, 신인 정치인은 주목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후보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1000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 같은 점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내년 4월은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일 것이고 그렇다면 언택트(비대면) 선거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많이 알려지고 업적이 있지 않다면 정치 신인이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후보들의 언택트 홍보에는 더욱 경쟁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전통주 덕후’,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전통주 덕후’,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오늘은 40여 가지나 되는 술을 뽑아내야 돼서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11일 종로구 효자동 한옥집에서 만난 미국인 더스틴 웨사(38)씨가 취재진을 보자 준비하고 있던 술 증류 장비를 점검하며 내뱉었다. 그는 위스키나 와인보다 막걸리를 더 사랑하는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로 전통주를 연구하고 홍보하는 일에 오랜 시간을 바쳤다. 여러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지난 9월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신기루 식당’에서 홀팀을 맞아 전통주 추천은 물론 다양한 술과 음식의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그는 또한 전국의 산과 들, 바다로 직접 나가 토종 식재료를 채집하고 즉석에서 요리하는 팝업 레스토랑 ‘야생 식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서 전 입맛이 조금은 까다로운 편이에요. 몇몇 분들이 직접 만든 술을 맛봐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만든 술이 어떤 음식과 어울리겠느냐”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음식과 어울릴 수 있겠다’라고는 얘기는 해드리지만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은 다른 분들께 절대로 추천하지 않아요.” 그가 말하는 한국 전통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국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고된 발품을 팔면서까지 찾고자 하는, 그가 추구하고 찾고자 하는 전통주는 어떤 맛일까. 다음은 더스틴 웨사씨와의 일문일답(Q)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한국에 온 지 15년 정도 됐다. 내 인생에서 한 곳에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이 서울이다. 그만큼 한국을 빼놓고 나의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 지금은 한국 전통주 역사와 술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고 연구하면서 전통주 소믈리에란 직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삼겹살엔 소주, 파전엔 막걸리처럼 우리가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전통적인 페어링보다 좀 더 다양한 음식에 맞는 술을 매칭해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올 한 해 코로나가 심각했지만 지방에 계신 유명 양조 명인 밑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개인적으론 운이 좋았던 거 같다. (Q) 전통주 소믈리에를 유명 레스토랑에서 VIP 대접하는 이유많은 음식이 와인과 페어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요리가 어떤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 제공된 음식의 격을 높여줄 수 있는 와인은 어떤 건지. 한국음식뿐만 아니라, 북유럽, 중국, 프랑스 음식과 어떤 술이 잘 어울리는지 찾아내고 추천하고 있다. 그런 일이 너무 재밌다. 물론 무료로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 건 덤이다. (Q) 한국 전통주에 빠지게 된 계기이렇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원래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러 왔는데 한국말이 너무 어려웠고 한국어 시험 볼 때마다 매번 떨어졌다. 그래서 포기했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음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 발효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보단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게 더 좋았다. 결국 한국 발효음식과 전통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하게 됐다.(Q) 여러 종류의 전통주 자격증 보유자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증류주 마스터 자격증 등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다. 전통주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전통주에 대해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자격증을 따놓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한국에서 전통주 자격증 따는 게 크게 어렵진 않은 거 같다. 내 스스로 전통주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잘났다’,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건 아니지만 전통주에 대해 나 스스로 ‘시작했다’란 표시다. 이걸 가지고 ‘과연 내가 어디까지 갈 건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외국인이 만든 전통주를 맛 본 주변 분들의 반응오랫동안 이태원 경리단에 살고 있다. 이곳에 계신 토박이 분들께선 저를 이십 대 초반에 봤기 때문에 외국 사람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전통주를 만든다는 건 신기해하고, 과연 어떤 맛일까, 외국인의 손맛은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전통주 맛은 달고, 새콤달콤, 신맛, 톡 쏘는 맛, 드라이한 맛 등 다양하다. 저희 동네 사시는 분들은 단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제가 만든 술은 원주에 가까워 18도 이상 나오니깐 독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주변에 직접 술을 만든 경험이 많은 바텐더 하는 친구들은 맛보고 한 단어로 ‘크리미’라고 얘기한다. 걸쭉하면서 향은 좀 달고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할까. (Q) 대부분의 단맛이 나는 전통주와 달리 본인이 지향하는 맛은전통주의 맛을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맛을 제일 많이 표현한다. 제가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문헌 속 ‘가마’, ‘동’ 등 전통적인 계량법에 의한 전통주 제조법을 당시 쓰였던 재료들을 리터, 킬로로 똑같은 비율로 환산해서 40여 가지의 술을 담궜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입맛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술이 인기가 많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단맛보다 신맛, 드라이한 맛을 내는 술이 굉장히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이 얘기는 옛날 사람들도 쌀, 누룩, 물, 온도 등의 다양한 비율을 통해서 단맛을 내는 술도, 톡 쏘는 맛을 내는 술도, 드라이한 술도 원하는 맛은 다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입맛이 모두 제 각각이지만, 전 단 것보다는 드라이한 맛을 더 좋아한다. 단 거는 많이 마시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잘 땡기는 술은 수제맥주처럼 쌉싸름하고 시원하면서 드라이한 맛이 아닐까.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입맛도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맛의 술이 음식과 함께 할 때 더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Q) ‘걸쭉한’, ‘아릿아릿한’ 등 놀라운 한국어 능력가끔씩 술맛을 설명할 때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쓸 때도 있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 우회적으로 돌리면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인들과의 대화에서 그분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표현들이 머릿속에 흡수돼 자동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꽐라’, ‘진상’ 같은 단어들도 주위 젊은 한국 친구들을 통해 쉽게 익히게 된 거 같다. 물론 저는 술이 약해 아직까지 ‘진상’ 된 적은 없다. 수업 시간에 레시피를 적을 때도 한국말로 적는다. 영어로 적으면 한국말을 머릿속에서 번역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법이나 철자가 틀려도 일단 적어놓는다. 내가 적은 거 나만 알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Q) 고추장도 직접 만들어 본다는 데한두 번 정도 만들었는데 잘 나올 때는 꽤 맛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사서 먹는데, 솔직히 말해 사서 먹는 게 두말할 나위 없이 훨씬 맛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로 발효에 대해서 공부를 계속하다보니깐 김치, 간장, 된장과 같은 발효음식에도 관심이 생겨 고추장을 만들기 시작한 거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다 해보는 중이다. (Q) 한국 음식(반찬)의 매력이라면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말할 때 삼겹살, 무침, 브라운 수프, 레드 수프 등으로 크게 구분해서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 아마도 탕이 갈색과 빨간색으로 나눠져서 그런 말을 하는 거 같고 삼겹살은 워낙 외국인에게 유명한 음식이고. 하지만 한국 음식은 정말 다양하다. 해산물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개불도 참기름에 찍어 먹는다. 또한 바다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식감도 좋은 굉장히 특별한 재료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바닷속 바닥에 있는 ‘청각’으로 어떻게 동치미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해봤다. 요리는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거를 좋아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김치나 여러 반찬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서 요리책 몇 권 사서 뭔지도 모르는 ‘명란젓찜’ 같은 것도 시도해봤다.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좋았다.(Q) 전통주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유튜브 콘텐츠들 대부분은 한국 전통주와 문화에 대한 거다. 기관과 일할 때도 있고, 일반 기업이랑 일할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전통주의 맛과 매력을 알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으면 한다. 저보다 경험도 많고 대단한 술을 만드는 전국의 전통주 명인들의 양조장을 소개하고 그분들의 제작 노하우를 홍보하기도 한다. 혹자는 ‘더스틴 양조장’ 하나 만들어 보는 게 어때라고 말을 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나만의 양조장을 지금으로서는 만들 생각 없다. 가끔 친한 명인들께서 함께 콜라보레이션 해보자는 말씀은 하신다. (Q) 채널에 소개하는 양조장 선택 기준이 있다면맛은 어떤지, 어떤 음식이랑 잘 어울리는지 봐달라고 술을 보내주는 곳도 있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보고 나의 느낌을 전달해 드린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라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은 어떤 음식이랑 어울릴 거 같다는 정도의 조언은 해드리지만,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하지 않는다. 어떤 전통주를 맛보고 관심이 생기면 만드신 명인을 직접 찾아가 자세히 물어보고 작업의 비밀을 조금이라도 얻어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한다. 입이 무거운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명인들께선 노하우를 알려주신다. (Q) 유튜브 찍을 때 술맛을 설명하는 게 어렵지 않은지술맛 보면서 단도, 산미, 도수, 찹쌀을 썼는지 멥쌀을 썼는지, 단양주인지 이양주인지 혹은 삼양주인지, 밀누룩인지, 쌀누룩인지, 전통누룩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베이스를 깔고 질문을 돌린다. 그리고 이후에 뿌리야채를 넣었는지 등도 물어보고 풀 향기가 나면 어떤 풀인지도 물어본다. 사과 맛이 난다든가 하면 덜 익은 아오리인지, 부사인지 등도 물어보기도 한다. 때론 시인이 표현하는 것처럼 맛과 풍미를 느끼면서 자동적으로 말이 나온다. (Q) 전통주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안한국 젊은 분들이 전통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유는 전통주를 많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전통주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단지 전통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면 문제될 게 없다. 나도 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아는 거다. ‘이 술은 유기농 쌀로 만들었고, 몇 백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술’, ‘우리 고유의 역사가 농축된 술 맛’ 등의 접근 방법은 나이 드신 분들께는 어필될 수 있겠지만 젊은 분들에겐 호기심이 전혀 안 생길 거다. 병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고 젊은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접근해야만 가능하다. (Q) 전통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쌀, 누룩, 물 이 세 가지다. 깊이 공부하기 전에는 레시피가 몇 개 없었다. 찹쌀 80%, 멥쌀 20% 아니면 반대로 찹쌀 20%, 멥쌀 80%로 만든 거 외엔 없었다. 거기에 단호박을 넣으면 단호박 막걸리, 야생 영지버섯을 넣으면 쓴맛의 막걸리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관심이 바뀌었다. 향을 넣어서 술을 만드는 것보다는 쌀, 누룩, 물 세 가지만 가지고 술을 뽑아내는 거다. 이 세 가지의 기본 재료를 조금씩 건들면서 비율과 숙성시간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나오게 하는 거다. 또한 이들의 다양한 배합을 통해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원하는 술을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Q) 계획과 소망한국 전통주가 충분히 알려질 때까지 방송 등을 이용해서 계속 홍보하고 싶다. 한국에서 기반을 잘 다지고 나서 뉴욕, 싱가포르, 파리 등 해외로 많이 소개하는 중심에 서고 싶다. 그런 마음 자제로 한국 전통주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다.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sungho@seoul.co.kr
  • ‘판자집·인하의 집’ 가상공간서 한 사발 쭉

    ‘판자집·인하의 집’ 가상공간서 한 사발 쭉

    지역 양조장 소장 자료·대폿집 VR 등박물관 홈페이지 3차원 전시장 운영한 병에 11만원짜리 초고가 막걸리가 등장했다지만 오랜 세월 막걸리는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의 희로애락과 함께해 온 서민의 술이다.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씩 들이켜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곤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너무 익숙해 오히려 잘 알지 못했던 막걸리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살펴보는 특별전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을 마련했다. 전시장이 아닌 가상 공간에 펼친 온라인 전시로,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주방문’(酒方文), ‘말술통’ 등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 양조장이 소장한 자료 150여점, 2018년부터 2년간 진행한 전국 양조장 조사 자료, 한국정책방송 영상 자료 20여건 등 다양한 막걸리 관련 자료가 3차원 전시장 영상과 함께 소개된다. 1부 ‘막걸리를 알다’에서는 막걸리에 대한 상식과 역사를 소개한다. 막걸리의 ‘막’은 ‘함부로’, ‘빨리’이며 ‘걸리’는 ‘거르다’를 뜻한다. 즉 막걸리는 ‘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이다.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며 농사일과 제사 등에 꼭 필요한 술이 됐고,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에 주세법 시행으로 가양주 문화가 단절될 위기를 맞았으나, 해방 이후 양조장 전성시대를 맞으며 부활했다. ‘고사촬요’(攷事撮要), ‘주방문’ 등 옛 조리서와 기산 풍속화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막걸리를 빚다’는 막걸리를 빚는 방법과 공간,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막걸리는 쌀을 씻어서 밥을 지어 불리고,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며칠 후에 거르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빚는 장소와 사람, 재료에 따라 맛은 다양하다. 누룩 틀, 증미기(蒸米機) 등 막걸리 빚는 도구들과 아울러 충남 논산의 양촌주조장, 전남 나주의 남평주조장이 360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펼쳐진다. 3부 ‘막걸리를 나누다’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과 막걸리만 마셨다는 시인 천상병 등 막걸리 애호가들의 기억을 살핀다. 서울 신촌 ‘판자집’과 인천 ‘인하의 집’ 등 오랜 역사를 가진 대폿집도 VR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톡 쏘는 너, 확 끌린다

    톡 쏘는 너, 확 끌린다

    톡 쏘는 맛에 목과 코가 펑 뚫릴 정도의 특유한 냄새가 나는 홍어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대표 특산물이다. 전남 서남해안 지방에서는 잔치 음식에 삭힌 홍어가 꼭 나온다. 하지만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만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극과 극인 음식의 대표이다. 특히 잘 삭힌 홍어는 누구에게는 기막힌 별식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코를 움켜쥐고 달아날 만큼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삭힌 홍어라는 말만으로 혐오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남쪽 지방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즐긴다. 흑산도 홍어는 5㎏ 한 마리에 20만~3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다. 홍어는 겨울철에 제맛이 나며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주로 잡는다. 연안에서 잡히는 홍어가 군산·인천 근해보다 육질이 입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차지고 맛이 더 좋다.●故김대중 전 대통령도 즐겨 먹던 찰진 맛 홍어에는 신안이 고향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93년 어느날 한 남자가 목포의 어물전을 찾았다. 그는 당시 45만원짜리 고가 홍어를 골라 “고급 종이에 싸 달라”고 주문하면서 “이번에 영국 관광 가는데 케임브리지에 들러 선상님 드릴라 안카요”라고 했다. 어물전 주인이 “선상님”이라는 말에 놀라 남자가 고른 홍어를 내려놓으며 “이건 칠레산인데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 뒤 진짜 흑산도 홍어를 포장해 줬고 돈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 김옥두 전 의원이 전한 얘기다. 이처럼 국내산 홍어가 귀해지면서 칠레산, 아르헨티나, 중국산 등 수입산 홍어가 시중에 나온다. 예전에는 홍어잡이가 성했으나 이제는 신안군에서 지원을 받은 어선들이 흑산도와 홍도에서 홍어를 잡는다. 홍어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어선이 6척이었지만 올해 7척으로 한 척 늘었고 소형어선까지 포함하면 12척이 홍어잡이에 나선다. 홍어는 다니는 길목을 그물로 막아 이 그물을 피해 다른 그물로 들어오도록 유도해 살아 있는 채로 잡거나, 그물의 아래깃이 바다 밑바닥에 닿도록 해 어선으로 끌어서 잡는다. 낚시로도 잡는다. 연간 최대 283t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흑산도 홍어는 올해 223t이 생산돼 위판고 40억원을 올렸다.●겨울철 제맛… 찹쌀떡 같은 암치, 시루떡 같은 수치 홍어의 섬 흑산도의 새벽 수협위판장에서는 수협직원들이 홍어를 일일이 확인한다. 경매 전 제일 먼저 암치와 수치를 구분한다. ‘암치가 헤비급이면 수치는 기껏해야 밴텀급 정도 될 것’이라며 암치와 수치의 육질은 찹쌀떡과 시루떡의 차이로 비유할 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 수치는 모든 게 부족하다 보니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애를 겪는다. 홍어는 다양하게 먹는다. 육지 사람들은 홍어를 무조건 삭혀 먹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흑산도 주민들은 싱싱한 회를 선호한다. 삭힌 홍어에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곁들인 삼합이 제격이라면 싱싱한 흑산 홍어는 홍어애(홍어간)와 회를 참기름장으로 찍어 김치에 싸 먹는 것을 최고 맛으로 여긴다. 초고추장이나 겨자를 넣은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양념을 묻혀 굽기도 한다. 막걸리와 같이 먹는 홍탁 등도 있다. 겨울철에 푸르게 자란 보리싹과 홍어 내장을 넣어 끓인 앳국도 있다. 날것을 옹기그릇에 며칠간 담아 놨다가 삭혀서 먹기도 한다.●고려때 왜구 피해 간 나주 영산포에 ‘홍어의 거리’ 전남 나주시 영산동에 전통음식문화거리인 홍어의 거리가 있다. 옛 영산포구 자리로 40여곳의 홍어음식점과 도매상이 들어서 있다. 흑산도 홍어가 영산포를 대표하는 음식이 된 것은 고려 때 왜구의 침입과 관련이 있다. 공민왕 때 왜구가 흑산도에 침략해 피해가 잦자, 섬을 비워 두는 정책을 펴서 주민들을 영산강 하류의 영산포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때 흑산도 주민들을 따라 홍어도 유입됐다고 전해진다. 과거에는 흑산도에서 영산포까지 뱃길로 5일 이상 걸리고 냉동보관 기술도 없었다. 더운 날이면 다른 생선은 썩어서 버릴 수밖에 없지만 홍어만은 먹어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삭힌 홍어는 영산포의 특산물이 됐다.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비타민C 많은 활홍어… 위염·관절염에 좋은 삭힌 홍어 활홍어와 삭힌 홍어는 영양가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전남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황은주씨의 논문 ‘홍어 숙성 중 영양성분 변화’에 따르면 비타민C는 활홍어에서 100g당 0.52㎎으로 가장 높았다. 숙성 7일째부터 감소하다가 14일째는 검출되지 않았다. 비타민E도 숙성과정에서 모두 사라졌다. 유기산과 유리당 함량은 숙성하지 않은 홍어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대신 인체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측면에서는 숙성 14일째 삭힌 홍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숙성된 홍어는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산성체질을 약알칼리성 체질로 바꿔 줄 뿐 아니라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한다. 뮤코다당 단백질인 황산 콘드로이틴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다. 꾸준히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주름살도 펴지며 화장도 잘 받는다고 한다. 고단백, 저지방의 알칼리성 영양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거담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유리 생수병 늘리고 배달 용기 두께 제한… 플라스틱 줄인다

    유리 생수병 늘리고 배달 용기 두께 제한… 플라스틱 줄인다

    2022년 6월 1회용컵 보증금제도 도입1회용 비닐봉지·쇼핑백 2030년 퇴출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 70%로 높여유리 생수병 도입이 확대되고 배달음식 용기는 사용 규제의 어려움을 반영해 두께를 제한하기로 했다. 2022년 6월부터 1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신설되고 2030년까지 1회용 비닐 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전 업종에서 금지된다. 정부는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20차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1회용 플라스틱 감축에 더해 생산 제한 및 재활용 확대로 정책이 강화된다.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20년(160만t) 대비 20%(32만t) 줄이고, 현재 54%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용기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용기류 생산 비율을 설정해 권고한다. 순환이용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은 줄이고 재사용·재활용이 유리한 유리병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47% 수준인 플라스틱 용기 비율을 2025년 38%로 낮출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음식 배달과 관련해 플라스틱 감량 효과뿐 아니라 관리가 가능하도록 플라스틱 용기의 두께 제한을 신설한다. 현장 조사를 통해 음식 종류와 크기에 따른 제한 두께를 결정하기로 했다. 2022년 6월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1회용 컵에 대한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내년 1월부터는 유통의 편리성이나 판촉 목적의 재포장이 금지된다. 다만 합성수지 재질이 아닌 포장지로 재포장과 테이프로 붙이는 형태의 포장은 허용한다. 환경부는 업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내년 3월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중소기업에는 내년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전문기관을 통한 사전평가도 실시해 과대 포장 및 재포장 논란을 차단하기로 했다. 대형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사용이 금지된 1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은 2030년 모든 업종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를 위해 2022년까지 아파트 단지에는 플라스틱 분리수거통을 4종 이상 설치한다. 투명페트병에 더해 사용량이 많은 플라스틱 재질은 별도 수거하기로 했다. 단독주택은 폐비닐·스티로폼 등 품목별 배출·수거 요일제를 도입해 이물질 혼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음료·생수병에만 적용된 투명페트병 사용 의무화를 내년부터 막걸리 등 다른 페트 제품까지 확대한다. 2022년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도 전면 금지한다. 종이·유리·철에만 적용되는 ‘재생원료 의무사용제도’를 내년부터 플라스틱에도 적용해 2030년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재생원료 사용량에 비례해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을 감면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재생원료로 만든 재활용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구매하기로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050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이 필수”라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고 2050년까지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추모 자제… 김기덕, 쓸쓸히 떠나다

    추모 자제… 김기덕, 쓸쓸히 떠나다

    지난 11일 김기덕 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에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뒤 영화계에선 조용히 개별적인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건 분명하지만 문제적 연출과 성폭력 사건 등에 연루된 탓에 추모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고인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아리랑’으로는 2011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2012년엔 ‘피에타’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17년 ‘뫼비우스’(2013) 촬영에서 연기 지도 명목으로 뺨을 때렸고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베드신을 강요당했다고 여배우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MBC PD수첩이 2018년 김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해 사회적으로도 논란을 불렀다. 김 감독은 MBC와 배우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하고 지난달 항소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을 접한 당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참 외롭게 가시네요. …인사동 막걸리가 마지막이었네요, 기덕이 형 잘가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현승 감독 역시 “어찌 됐든 가슴이 아프다. 사는 내내 파란만장했던 친구, 끝도 파란만장하구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기생충’ 영어 자막을 번역한 평론가 달시 파켓은 지난 12일 SNS에 “누군가 실생활에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박우성도 SNS에서 “사과는커녕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피해자를 이중으로 괴롭힌 가해자의 죽음을 애도할 여유는 없다. 명복을 빌지 않는 것이 윤리”라고 꼬집었다. 고인의 장례 절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한국대사관에 장례를 위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은 유족이 원하면 라트비아 현지에서 화장한 뒤 이달 중 유골을 국내로 운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 김기덕 감독 부고에 영화계 ‘조용한 애도’

    김기덕 감독 부고에 영화계 ‘조용한 애도’

    지난 11일 김기덕 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에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뒤 영화계에선 조용히 개별적인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건 분명하지만 문제적 연출과 성폭력 사건 등에 연루된 탓에 추모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고인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아리랑’으로는 2011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2012년엔 ‘피에타’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17년 ‘뫼비우스’(2013) 촬영에서 연기 지도 명목으로 뺨을 때렸고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베드신을 강요당했다고 여배우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MBC PD수첩이 2018년 김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해 사회적으로도 논란을 불렀다. 김 감독은 MBC와 배우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하고 지난달 항소했다.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을 접한 당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참 외롭게 가시네요. …인사동 막걸리가 마지막이었네요, 기덕이 형 잘가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현승 감독 역시 “어찌 됐든 가슴이 아프다. 사는 내내 파란만장했던 친구, 끝도 파란만장하구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한국 영화계의 큰 손실이자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기생충’ 영어 자막을 번역한 평론가 달시 파켓은 지난 12일 SNS에 “누군가 실생활에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박우성도 SNS에서 “사과는커녕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피해자를 이중으로 괴롭힌 가해자의 죽음을 애도할 여유는 없다. 명복을 빌지 않는 것이 윤리”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족이 한국대사관에 장례를 위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지만,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은 장례 절차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원숭이가 수박밭에서 음주를?…자유를 꿈꿨던 동물들의 동물원 탈출기

    원숭이가 수박밭에서 음주를?…자유를 꿈꿨던 동물들의 동물원 탈출기

    ‘선데이 서울’ 속, 연예인들의 파격적인 컬러사진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던 기상천외한 사건들. 그 중 제404호(1976년 8월 1일자)에 실린 ‘술 마시고 낮잠 자던 가출 원숭이 – 용인은 원숭이 탈출 코미디쇼로 왁자지껄’의 사연과 함께 현재까지 동물원을 탈출했던 다른 동물들의 사연도 소개하고자 한다. ● 수박 따 먹고, 음주도 즐긴 원숭이 당시 ‘선데이 서울’ 기사에 따르면 1976년 7월 7일, 용인에서 수박을 따던 한 농부 가족은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원숭이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수박을 먹고 있던 것이었다. 태연하게 수박을 먹고 있는 원숭이는 용인 자연농원 동물원에서 탈출한 5마리의 원숭이 중 한 마리였다. 느닷없는 원숭이 출현을 보기 위해 온 마을 주민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동물원 직원들은 공기총을 허공에 쏘아 올리며 원숭이를 포획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원숭이를 봤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급기야 어느 마을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왔다. “한 젊은이가 밭을 매고 마시다 남은 소주 반병을 밭이랑에 숨겨두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더군요. 오후에 돌아와 보니 세 살쯤 된 털 난 아기가 술병을 안고 취했는지 대자로 뻗어있더래요. 나중에 아기가 아니라 원숭이임을 알고는 허겁지겁 홑이불을 가져다 덮쳤는데, 원숭이가 그만 도망쳐버렸대요.” 원숭이들이 수박밭을 돌아다니며 수박을 먹고 깬 탓에, 동물원 직원들은 피해 농가를 찾아 보상하기 바빴다. 원숭이들로 인해 피해를 본 12가구에 최저 5천 원에서 최고 2만 원(당시 가격)까지의 수박값을 물어줬다고 한다. ● 배우 이상우·곽도원의 지각 사유에 등장하는 코끼리 동물원 탈출 사건 중 가장 유명한 2005년 4월 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탈출 사건. 무려 6마리의 코끼리가 4시간여 동안 대낮 도심을 활보한 사건이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쇼 연습을 하던 코끼리들이 비둘기 떼에 놀라 집단으로 탈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탈출한 6마리의 코끼리 중 3마리는 일반 가정집과 식당 안까지 들어가 소란을 피웠다. 탈출한 코끼리를 포획하기 위해 소방관 80명, 소방차 9대가 출동했다. 결국, 코끼리들은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모두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갔다. 당시 코끼리가 들어가 난동을 피웠던 식당은, 상호를 ‘코끼리 들어온 집’으로 바꾸어 화제가 되었고, 배우 이상우와 곽도원은 당시 코끼리 탈출로 인해 지각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자꾸 도망 다니지 말레이” 2010년 12월 6일, 과천 서울대공원의 말레이곰 ‘꼬마’가 인근 청계산으로 달아난 일이 발생했다. 오전에 꼬마를 격리장으로 옮겨놓고 방사장을 청소하는 사이 앞발로 문을 열고 탈출한 것이다. 수색팀은 서울대공원 인근 청계산에서 발견한 배설물을 통해 꼬마가 등산객들이 버린 과일과 도토리 등을 먹는 것으로 추정했다. 탈출 후 일주일 뒤인 12월 13일에는 청계산 정상 부근 매점에서 라면, 양갱, 막걸리 등을 먹은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꼬마는 이틀 뒤(2010년 12월 15일) 포획틀에 걸려 무사히 서울대공원으로 돌아갔다. 꼬마가 돌아온 첫 주말에는, 탈출했던 꼬마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몰리기도 했다.● 4시간여의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 세상을 떠난 퓨마 가장 최근에 발생한 동물원 탈출 사건은 2018년 9월 18일 대전 오월드의 퓨마, ‘뽀롱이’ 탈출 사건이다. 사육사가 청소를 한 뒤, 사육장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뽀롱이가 탈출하게 된 것이다. 탈출 1시간 뒤 뽀롱이는 동물원 내에서 발견되어 마취총을 맞았으나 쓰러지지 않았다. 마취상태에서 달아난 뽀롱이는 인근 산에서 발견됐고, 결국 사살되었다. 당시 소방본부 측은 “퓨마가 재빨리 움직이는 데다 사람을 보기만 하면 도망가는 바람에 생포가 쉽지 않았다”며 “마취가 풀릴 경우 시민 안전은 위협할 수 있다”고 사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실수로 죄 없는 동물을 죽일 수 있냐”며 뽀롱이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8년 동안 좁은 우리에 갇혀있다가 4시간여의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 세상을 떠난 퓨마. 어쩌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은 아니었을까.글 장민주 인턴기자 goodgood@seoul.co.kr영상 임승범·장민주 인턴기자 seungbeom@seoul.co.kr
  • 한병 22만원…품격이 철철, 특별한 우리술이 술술

    한병 22만원…품격이 철철, 특별한 우리술이 술술

    전통주 업계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 술 관련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고급 술이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렴하고 획일적”이라는 기존 전통주 이미지는 말 그대로 ‘옛날 사람’들이나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되어가고 있답니다. 울산광역시의 양조장 ‘복순도가’는 최근 프리미엄 소주와 약주를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복순도가는 2010년 한 병에 1만원이 넘는 고급 막걸리를 처음 생산해 전통주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한 곳이기도 한데요. 이 막걸리를 걸러 약주를 만들고, 또 이 약주를 증류해 소주를 내놓고 있습니다. 약주와 소주 가격은 각각 6만원, 22만원으로 자주 사 마시기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통주에 대한 선입견이 없고 새로운 술을 경험해보기를 원하는 MZ세대(1980년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엄·Z세대)들이 프리미엄 소주, 약주에 대해 가장 반응이 뜨거운 소비자층이라고 하네요. 울산의 양조장에서 소주를 시음해보니 누룩 잡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마치 맛있는 생수를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깨끗했습니다. 약주 맛은 약주라기 보다 오히려 화이트와인에 가까운 산미가 고급스러웠고요. 김민규 대표는 “전통 방식으로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천히 빚어 소량 생산하고 있다”면서 “홍콩 등 이미 수출하고 있는 막걸리와 함께 소주, 약주도 아시아 수출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한 병에 무려 15만원인 막걸리도 있습니다. 바로 전남 해남의 해창 주조장에서 만든 알코올 도수 18도짜리 막걸리인데요. 보통 1만원대를 형성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보다 가격이 10배 비싸고 알코올 도수도 3배 높아 ‘롤스로이스 막걸리’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지난 가을 출시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이 막걸리는 해남의 유기농 찹쌀을 사용했고, 감미료 없이 4번에 걸쳐 발효와 숙성을 진행했습니다. 마케팅을 노리고 나온 제품은 아니고, 양조장에서 자부심을 갖고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어보겠다며 시험 삼아 출시한 막걸리였는데 반응이 예상 외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추석 기간 제품이 완판을 기록했고, 최근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양조장에 직접 찾아가 시음을 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까지 했죠. 이 밖에 한 병에 36만원인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에서 만드는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도 국내 프리미엄 증류주를 상징하는 ‘스테디 셀러’입니다. 국내 주류시장에서 ‘비싼 전통주’ 제품군이 형성되고 자리를 잡고 있는 건 그만큼 시장이 성숙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실제로 aT센터에 따르면 2016년부터 전체 주류시장 규모가 9조 2961억원, 9조 2437억원, 9조 394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전통주 시장 규모는 397억원에서 2017년 400억원, 2018년 456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소규모 전통주 양조장에 한해 주류 통신 판매가 허용되면서 MZ세대가 전통주의 주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고요.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교수는 “전통주가 고급화되고 있다기보다는 일부 대기업의 획일화된 제품이 시장을 장악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acduck@seoul.co.kr
  • 향촌동 르네상스 … 바흐가 흐른다

    향촌동 르네상스 … 바흐가 흐른다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대구 역시 오래전엔 읍성이 있었던 도시였다. 대구읍성의 북쪽 성벽 아래, 그러니까 향촌동 일대가 지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쇠락한 도심에서 문화와 예술의 성지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새삼 이 공간에 주목하는 건 옛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향촌동에 담겨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독특한 정서 때문이다. 그 시절의 이야기만 따라가도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대구가 코로나19 초반의 악몽에서 회복됐다고는 해도 여전히 거리두기는 이어지고 있다. 외지인, 특히 수도권 지역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편이니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다니는 게 좋겠다. 먼저 향촌동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피자. 그래야 왜 대구 사람들이 ‘향촌동 르네상스’를 꿈꾸는지 알 수 있다. 향촌동은 옛 대구읍성의 북쪽 성곽(현 북성로) 일대를 일컫는 지명이다. 현 대구역 맞은편에 있다. 조선 선조 때 일본 침략에 대비해 쌓은 대구읍성이 사라진 건 1906년이다. 당시 ‘야마모토 군수’라고 불렸던 친일파 박중양 대구군수가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대구읍성을 불법 철거했다. 향촌동의 최전성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였다. 헌병대 등 권부가 몰린 옛 경북도청 앞이 낮의 중심지였다면, 밤을 지배하는 곳은 향촌동이었다. 당시 대구 유흥의 중심이었던 향촌동 골목에는 사미센(일본 악기)과 일본인들의 게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광복 이후 일제가 떠나며 쇠퇴하던 향촌동은 1950년대 한국전쟁 피란 예술인들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전쟁 중이었지만 골목에는 바흐와 베토벤 음악이 흘렀고, 문학이 꽃을 피웠다. 당시 한 외신기자가 ‘폐허에서 바흐를 듣는다’고 썼던 기적의 공간이 바로 향촌동이었다. 오늘날의 향촌동이 꿈꾸는 모습 역시 바로 이 시기의 살롱 문화다. 피란 시절 북적댔던 향촌동은 예술인들이 떠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0~1980년대 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던 젊은이들마저 대구 신도심으로 눈을 돌리면서 향촌동은 60대, 70대들의 공간이 됐다. 그 골목에 이제 막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보태지기 시작한 것이다.이 동네의 모양새가 참 독특하다. 좁은 골목길을 경계로 한쪽은 젊은이들의 양지, 또 한쪽은 어르신들의 성지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향촌동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복합문화공간인 ‘대화의 장’이다. 이 안에 카페 겸 펍인 대화살롱, 대화주방, 대화강당, 대화공방, 대화스튜디오 등이 밀집돼 있다. 이름에서 보듯 음식이나 장식 등이 젊은이 취향이다. 옛 한옥을 리모델링한 대화강당에서 토론 모임을 갖거나 젊은 작가들이 입주한 공방에서 여러 소품들을 살 수도 있다. ‘개화기 복장’을 갖춰 입고 인증샷을 찍으러 오는 ‘인싸’ 커플도 흔하다.대화의 장에서 50m쯤 떨어진 ‘꽃자리 다방’도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다. 화가 이중섭이 그려 준 표지화로 유명한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발간기념회가 열렸던 공간이다. 건물도, 이름도 예전 그대로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 ‘퍼센트 14-3’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1955년 대구 군예대에서 근무하던 명배우 허장강이 이 집 안채를 세내 잠시 살았다고 한다. 아마 당시 군예대 동료였던 영화배우 박노식 등도 문턱이 닳도록 이 집을 들락거렸지 싶다. 이 카페는 수제화 골목 지나서 있다.어르신들의 중심 공간은 ‘판코리아 성인텍’이다. 이곳은 농반진반 ‘60금’ 건물이다. 60세 이하 ‘아이들’은 출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영숙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겉으로는 작아 보여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수백 명의 어르신들로 북적댄다고 한다. 어르신 놀이터는 해거름이면 파장이다. 오후 6시 무렵이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집으로 가거나, 주변 공간으로 삼삼오오 사라진다. 화려한 복장의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향촌동 골목은 좁고 구불구불하다. 그 좁은 골목을 따라 하꼬방(단칸 가건물)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적산가옥도 많다. 보통 적산가옥 하면 목조 주택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향촌동 일대 옛 살롱들의 대부분은 시멘트로 지은 건물이다. 숱한 기억들을 갈무리하고 있는 옛 건물들을 엿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시인 구상이 즐겨 묵었다는 화월여관(현 판코리아 성인텍), 지독히 가난했던 화가 이중섭이 생애 마지막 예술혼을 불살랐던 백록다방(현 갤러리모텔), 음악감상실 르네상스(현 판코리아 식당) 등이다. 이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피란 시절 향촌동을 넉넉하게 만든 이는 구상 시인이다. 주머니가 솜털처럼 가벼웠던 예술인들은 무시로 외상술을 마셔댔고, ‘향촌동 귀공자’ 구상 시인은 이들의 밀린 외상값을 지갑을 털어 내줬다. 이중섭이 1955년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던 백록다방은 경북여고 동기인 두 인텔리 여성이 마담이었다. 둘의 빼어난 미모와 지성미는 숱한 예술인들을 불러모았다고 한다.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차와 대화는 백록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나. 이중섭이 캔버스 삼아 그렸던 은박지는 미국산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이중섭을 흠모하던 시인 김광림이 구해 줬다고 한다. 물론 이중섭은 이때 번 그림값을 술값으로 탕진해 버렸다. 그가 전시회를 열었다는 미 공보원 건물은 아쉽게 사라졌다. 르네상스는 클래식 음악감상실이었다. 박용찬이란 호남의 갑부 아들이 1951년 1·4 후퇴 때 레코드 한 트럭분을 싣고 내려와 문을 열었다고 한다. 화가 김환기, 건축가 김중업, 배우 최은희와 감독 신상옥 등이 즐겨 찾았다. ‘북성로 허브’가 세 든 건물은 해방 공간의 세도가 이기붕의 신혼집이 있었던 건물이다. 고딕풍으로 멋을 낸 외관이 인상적이다. 아울러 이중섭과 소설가 최태응이 묵었던 경복여관(현 의류 가게),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서 이름을 딴 청포도 다방(현 갤러리모텔 주차장), 음악다방 백조(현 아파트 공사장) 등도 안내판으로만 남은 공간들이다.대구에 가 볼 만한 일몰 전망대가 생겼다. 앞산 중턱에 있는 ‘해넘이 전망대’다. 앞산 일대의 소박한 집들과 도심의 거대한 마천루들이 붉게 물드는 장면이 제법 곱다. 입장료를 내고 올라야 하는 앞산 전망대의 해넘이가 압도적일 만큼 화려하다면 ‘해넘이 전망대’의 일몰 풍경은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준다. 해넘이 전망대 아래는 빨래터 공원이다. 이 일대 주민들의 옛 빨래터를 공원으로 꾸몄다. 빨래터 앞엔 두 그루의 수양벚나무가 있다. 지금은 잎이 졌지만 수양벚꽃이 흐드러지던 봄엔 아마 전국에서 가장 화사하고 요염한 빨래터였을 게 틀림없다. 세상 어느 남정네가 벚꽃 아래에서 빨랫방망이를 내리치는 여인네를 보며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지 않았으랴. 빨래터에서 두어 블록쯤 아래에 봉준호 영화감독의 어린 시절 집이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봉준호 생가 복원’ 운운하는 선거 구호가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해프닝이 일었던 곳이다. 해넘이 전망대에서 굽어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그저 봄날의 꿈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이낙연, 왕이 中외교부장에 친전 “다음엔 고향 막걸리로 모시겠다”

    이낙연, 왕이 中외교부장에 친전 “다음엔 고향 막걸리로 모시겠다”

    자가격리로 오찬 취소되자 꽃바구니와 함께 친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5일 방한 예정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에게 친전과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이낙연 대표는 친전에서 중용의 ‘유천하지성위능화’(唯天下至誠爲能化·오직 지극히 정성을 다해야 변화를 만든다) 구절을 인용하며 “코로나 상황에도 국가 안위와 이웃 국가와의 우의를 위해 직접 방한하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만나지 못했지만, 다음번 만날 때는 꼭 제 고향의 막걸리로 귀한 손님을 따뜻하게 모시겠다”면서 “풍성한 한국 일정 되시고 편안히 돌아가시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이낙연 대표는 당초 왕 부장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로 부득이하게 일정을 취소하게 되면서 친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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