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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초여름날의 수학여행

    고단한 생활에 지쳐 있다가도 문득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을 때가 있다.장년의 나이에 이를수록 유년의 기억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그것은 메마른 일상을 적셔주는 한줄기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다. 지난 겨울에 나만의 내밀한 추억을 되새기며 섬진강 상류의 옥정호 주변을 찾았다.그 호수는 내가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곳이다.지난 60년대에 궁벽한 산촌에서 학교를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만,그때 우리는 ‘수학여행’이란 단지 도회지 아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일로만 여겼다. 6학년 초에 아마 담임선생님이 처음 수학여행 이야기를 꺼내셨던 것 같다.오십명 남짓 되던 우리들 모두는 다같이 좋아서 날뛰었고,그 다음날부터 학교생활 자체가 여행계획을중심으로 짜여졌다.방과후에 뒷산에 올라 싸리나무를 베던일,그 나무들을 한데 묶어 빗자루를 만들던 일,그리고 인근면소재지의 장이 열리면 교대로 나가서 내다팔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드디어 6월 어느날 이른 아침에,우리는 그동안 모은 돈을밑천삼아수학여행을 떠났다.말이 수학여행이지 그건 하루종일 산길을 걷는 도보여행이었다. 몇 봉우리의 산을 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어쨌든 저녁무렵에 칠보 수력발전소에 이르렀으니 무척 많이 걸었던 모양이다.그 다음날 버스를 타고 넓은 호수를 구경했다.마침이전 댐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새로운 댐을 건설하고 있었다.공사감독의 배려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카를 타는행운도 누렸다.원래 계획으로는 그날 버스편으로 돌아와야했다.그러나 때마침 쏟아진 장맛비로 도로가 막히면서 공사판을 떠날 수 없었다. 우리는 공사판 근처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함께 기숙했다. 그렇게 사흘을 머물렀다.식사 때마다 우동과 자장면을 번갈아 시켜먹는 것이 무척 신이 나기도 했다.식사가 끝나면 빗발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널따란 방에서 끼리끼리화투를 치며 놀았다.비가 그친 후에 마을로 돌아오기는 했지만,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우리는 얼마씩 돈을 더 거두어야 했다. 일부는 담임선생님이 부담하셨다고 들었다.이것은 가난하고 고달팠던 한 세대 전의이야기다.나는 졸업 후에 곧바로고향을 떠났으므로,그 선생님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삶이 고달플 때,또 요즘처럼 주위를 둘러보아도 답답한 일들만 가득차 있을 때,가끔 그 수학여행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눈물이 깃들어있다.눈물을 글썽이는 순간 사람은 순수해진다고 한다.그순수한 마음으로 그 시절의 교육을 생각한다.그 당시에도도회지 학교에 비해 ‘뒤처진’교육을 받았겠지만,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내게는 황금기였던 모양이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선생님을 생각한다.아무래도교육자로서 나의 자질은 그 분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분은 자신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에게무언가를 가르쳐주시지 않았나 싶다.그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가난한 농투성이 아이들에게 진솔한 사랑을 베풀어주시던 모습이 눈물과 함께 어른거리곤 한다. 하나,느리게 살아가던 학교생활과 농군 복장을 하고 틈만나면 막걸리를 마시던 선생님의 모습과 그리고 모두 가난하기 때문에 서로 친근했던 친구들이 요즘 들어 더욱더 선연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것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향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가.삶 자체를 배우는 것 말고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교육의 황폐화와 교실붕괴를 개탄하는기획기사들이 신문지면에 가득한 지금 다시 한번 되묻고 싶다.도대체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영석 광주대교수
  • 풍수지리로 풀어본 延·高大문화

    연세대는 상대,고려대는 법대가 강한 이유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이미 결정난 것? EBS는 오는 26일 오후8시30분 부터 30분동안 ‘최창조의풍수기행­용호상박 연세대와 고려대’를 통해 우리나라 양대 사학인 고려대와 연세대의 풍수지리학적 속성을 살펴본다. 한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일본의 게이오와 와세다로불리며 각별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연세대와 고려대. 그러나 최고 명문 사학으로 100년이 넘게 굳건히 자리를지켜온 두 학교는 전통적으로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보였다. 선후배간의 끈끈한 결집력을 과시하며 막걸리로 문화로 대표되는 고려대.‘고려대 여자는 제 3의 성(性)’이라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남성적인 문화를 과시한다. 반면 연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적 행동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80년대 자유의 상징이던 맥주문화로 대표된다.또 연세대는 2001년 신입생의 남녀 비율이 5.5:4.5로 고려대의 7:3에 비해 여학생이 많은 편이다. EBS는 이같이 재미있는 특징을 알기 쉽게 풍수지리학적으로 설명한다. 지리상으로 연세대는 서대문 너머 연희동에,고려대는 동대문 너머 안암동에 위치한다.우백호 연세대와 좌청룡 고려대의 형국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청룡은 해가 뜨는 형상으로 제왕,출세,관운,남자를 상징하며,백호는 서쪽으로 해가 지는 형국으로 재화,출산,수확,출산,여자를 상징한다.따라서 고려대가 법대쪽이 우수하며 연세대가 상대쪽이 우수하리라는 땅의 운명적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연세대의 여성적 성격과 고려대의 남성적 성격도 유추할 수 있다. EBS ‘최창조의 풍수기행’은 단순히 땅의 속성을 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땅의 기운이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적인 분석도 시도한다.현재 정·재계 인사들의 출신대학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고,학생들의옷차림과 식생활 습관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EBS 우제호(禹濟浩) 담당 PD는 “여학생이 치마 입는 비율이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높았다”면서 “직접 촬영을 하다보니 두 대학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달랐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여수 영취산 내일부터 축제 “”화전 맛 보세요””

    4월은 과연 ‘잔인한 달’일까. 능선을 온통 수놓은 연분홍 진달래의 커튼은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기 까지 하다.국내 진달래 군락지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전남 여수 영취산(해발 510m).경남 창녕 화왕산,마산무학산의 진달래 군락지도 화려하기로 소문나 있지만 이 곳보다는 다소 떨어진다는 게 상춘객들의 평이다.나무그늘 아래 숨어 새색시처럼 수줍게 미소를 짓는 줄로만 알았던 진달래가 이곳 영취산 기슭에선 진하게 화장한 중년의 아줌마처럼 돌변한다.대담하리 만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영락없는 마을 뒷산이다.유장하면서도 노래부르는 듯한 전라도 사투리를 닮아 펑퍼짐한 능선이 이어진다.기암괴석이놀라운 것도 아니고 계곡이 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4월 영취산은 놀랍게 변신한다.질긴 생명력으로 민족과 함께 해온 진달래가 5만평 능선을 그득 채우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전라도 사투리 일색인 진달래밭에서 소리낮춘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온다.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김인석씨(37).“와,마산 무학산을 여러번 안 올랐십니까.하지만도 여기 영취산허리 아래에도 못 미치는 것 같어예”라며 혀를 끌끌 찬다. 영취산 아래 흥국사에서 산길에 나섰다.최근 옮겨 심은 왕벚나무 100여그루가 관람객들을 포근히 맞는 가람을 애써비껴 안으며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가 떠올려지는 한적한 길을 올랐다.군데군데 진달래가 눈에 띄긴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애걔’하는 소리가 맴돌았다. 그러나 봉우재에 오르자 탄성이 터져나왔다.이건 분홍빛 궐기.정신을 잃을 것같은 현란함이다.철쭉처럼 요란한 진홍빛은 아니다.꽃망울을 가장 먼저 터뜨린다는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이 진한 핏빛 아름다움이라면 영취산 진달래는 색깔을 안으로 감춘 봄햇살을 닮았다. 자그만치 3㎞ 산길에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정상 아래 봉우재부터 임도를 따라 월례로 이어지는 비탈마다 진달래가 피어난다.“워메 좋은그.앗따 진달래가 이렇게 한 데 모여있는 건 처음 보네잉” 정말 전국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진달래 아니던가.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여린 꽃망울들이 한 데 뭉쳐 온산을 태울 듯 화려하다.그진달래들 뒤로 여수반도에 딸린이름모를 섬들과 광양만,그리고 멀리 경남 남해의 망운산산마루가 얼굴을 내민다. 축제가 6일부터 벌어진다.진달래 축제.마침 여수시내 한 유치원생들이 소풍을 나왔다.어머니들은 찹쌀가루를 준비해와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아이들은 물론 길가는 사람에게 맛보라고 건넨다.“하나씩만 맛보시오잉.어렸을 때 생각하면서 말이요.이게 다 우리 민족의 피울음 아니것소”한다. 옳거니.진달래는 그냥 꽃이 아닌 것이다. 산을 내려와 법흥사 일주문을 나서면 다시 번잡한 세상이다.뒤를 돌아본다.화사한 진달래 웃음이 벌써 그리워진다. 여수 임병선기자 bsnim@. *여수 영취산 이렇게 가세요.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를 나와 17번 국도를갈아 탄 뒤 외곽도로로 여수까지 온다.산단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산업단지로 들어와 흥국사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한다.직진해 2.7㎞ 정도 달리면 LG칼텍스 공장.다시 1.5㎞를 가면 임도가 나오므로 차량 이용도 가능하다.축제기간에는 자동차로 봉우재까지 오를 수 없다.강남 센트럴시티에서 여수행 버스가 많다.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52번 시내버스가 자주 다닌다. 김포에서 아침 9시 비행기를 이용하면 하루 나들이로도 충분하다. ◆먹거리=여수도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다.여수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중앙동 쪽에 훌륭한 식당들이 많다.중앙동 파출소앞 구백식당(061-662-0900)은 막걸리 식초를 이용,이지역 특산인 서대를 야채와 버무려 회로 내놓는다. 교동 국민은행 옆 여흥식당(061-662-6486)도 느끼한 밀물장어와 달리 그 맛이 담백하고 시원하기 그지 없는 바다장어탕을 잘 끓인다.장어탕 백반 5,000원,장어구이백반 7,000원. 여수 갓김치도 독특한 향과 매운 맛으로 인기높다.갓김치공장 (061)644-2185.여수농협 죽포지점 (061)644-2187. *흥국사 왕벚꽃에 번뇌 사라지고…. 영취산의 명물은 진달래뿐만은 아니다.흥국사로 인해 영취산은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수백년 후 왜침을 예견해 ‘흥국’이란 이름을 달았다는 호국가람.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을 도운 승병 수군 700명이주둔했다는 절은암자가 14곳,법당이 수십개에 이른 큰 가람이다.우리 역사처럼 수차례에 걸쳐 호된 전란을 거친 탓에 지금은 살림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 번다(煩多)하지 않은 게 우선 마음에 든다.이곳 절집은 빛바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퇴락한 듯 색바랜 단청,정갈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는 듯한 빗살무늬 문살이 아름다운 대웅전.마당에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람을 둘러싸고 왕벚꽃나무 100여그루가 서있다. 대웅전과 그 안의 후불탱화 등이 보물로 지정돼 있고 앞마당의 석등과 화사석(火舍石)도 여느 절과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봉우재에서 진달래 흐드러진 북쪽능선을 바라보며 오르면도솔암.기도 도량으로 소문난 곳답게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는 아름다움이 대단하다.
  • 北 조문사절단 파견/ 김정일·故人 각별한 인연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고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조전과 함께 조문단을보내기로 해 두 사람 사이의 각별한 인연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 회장은 98년 10월 백화원초대소,99년 10월 함남 흥남초대소,지난해 6월 원산 등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다. 앞서 89년 1월에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의기초가 된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김 위원장은 정 회장과 만나는 동안 고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개발독재와 새마을운동,막걸리,서울에 대한느낌 등 그동안 가슴에 담아왔던 남한에 대한 인식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한다.특히 만날 때마다 고령인정 회장의 건강상태를 묻고 음식을 직접 챙겨주는 깍듯함을 보였다.김 위원장은 최근 “정 회장은 강원도 통천이고향이니까 북의 연고자가 아닙니까.여하튼 마음이 기특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김 주석 부자와 만날 때마다 기념촬영을 했고이 사진은 노동신문 등의 1면을 장식했다. 김 위원장의 ‘정성’이 자금난으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진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대의 대북사업과 어떤 함수관계를 갖게 될지 주목된다. 주병철기자 bcjoo@
  • 타계한 경제거목 왕회장 정주영씨/ 일대기

    정주영은 격동의 현대경제사의 산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근대화의 거목(巨木)이었고,옛소련과 중국의 경제 교류를 이끌어낸 민간 외교관이었다. 서울올림픽을 유치,성공적으로 치른 체육인이면서 사회사업가이기도 했다.누구도 엄두내지 못했던 ‘소떼 방북’으로 금강산 관광을 이끌어낸 이도 그였다.‘소떼 방북’은지난해 6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밑거름이 됐다.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자신의 퇴진 여부가 도마에 올랐던 지난해 5월에는 ‘3부자 동반 퇴진’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던정주영.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그의 자서전 제목만큼이나 그의 인생 역정은 위기와 시련,극복의 연속이었다. ■소년 정주영 1915년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의 산골짜기에서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그의 호 아산도 고향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어려서부터 남달리 야심이 많았던 그에게“농사일을 하라”는 부친의 말은 성에 차지 않았다.가난은 야심찬 통천 산골의 소년을 잡아두지 못했다. 신천지를 꿈꾸며 세번씩이나 가출을 시도했던 정주영은 19살때 아버지가 소 팔아 모아 둔 70전을 훔쳐 들고 네번째‘탈출’에 성공, 드넓은 세상으로 나온다.그러나 기다리는 것은 냉엄한 현실뿐.막노동판을 전전하다 다다른 곳이서울 신당동 쌀 가게였다.황소처럼 우직하게 일한 그에게운이 따랐다.그의 성실성에 탄복한 주인이 그에게 쌀 가게를 넘겨줘 일약 점원에서 사장으로 올라앉게 된다.‘경일상회’라는 상호로 자신의 간판을 내단 것은 고향을 떠난지 4년 만의 일이다.보통학교(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에게 ‘안되는 일은 없다’는 불굴의 의지가 생긴 것도 이무렵이다. ■사업은 탄탄대로 40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 자동차수리공장인 ‘아도써비스’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길로 들어선다. 이후 46년에는 중구 초동에 현대자동차공업사를,47년에는 현대건설 모태인 현대토건을 세우며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손대는 일마다 성공했다.그에게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머리 속은 ‘도전’ ‘성공’이란 단어들로만 가득찼다.반세기에 걸친 ‘현대 역사’의 시발점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잠깐 부산으로 피란 길에 올랐던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복구사업에 뛰어든다.단일 공사로는최대였던 한강 인도교 복구공사를 맡아 일약 대형 건설업체로 부상한 것도 57년이다.62년부터 본격 추진된 경제개발계획때는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5년에는 태국의 파타니 나라와소 고속도로공사를 따내면서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는 개가를 올렸다.68년엔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성공리에 마친다.세계 최단 시간 완공이라는 기록까지남긴 이 공사는 ‘정주영’을 불세출의 인물로 각인시킨대역사였다. 70년대 후반은 중동 붐을 타고 대규모 건설공사를 수주,현대를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사업 절정기는 80년대.76년 최초의 국산 모델 ‘포니’승용차를 만들어 미국 수출 길을 닦았다.86년에는 포니의 후속 모델인 엑셀이 미국 수입시장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엑셀신화’를 만들어냈다.엑셀신화는 후속 모델인 엑센트,베르나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결단의 승부사 그의 ‘신화 창조’는 초인적 의지와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그의 삶은 위기와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그때마다 특유의 뚝심으로 승부를 걸었다.결과는 늘 적중했다. 고비때마다 결단은 더욱 빛났다.한국전쟁 당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겨울에 유엔군 묘지에잔디를 깔라는 미군측 요청에 보리밭을 떠다가 푸른 잔디로 바꿔 현대건설이 미군 공사를 독점한 일화는 두고두고회자된다.조선소 도크도 없이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내밀어 영국에서 조선소 건설 차관을 따낸 일,일본나고야를 제치고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일은 아마도 그가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984년 2월 서해안 서산 간척지의 물막이공사는 정주영의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다.양쪽에서 쌓아온 방조제의 끝 사이를 막아 조류를 차단하는 당시 공사는 유속이너무 빨라 난공사 중 난공사였다.정주영은 때마침 외국에서 들여온 고물 유조선 한 척을 활용하는 ‘기발한 발상’으로 물막이공사를 완벽하게 해낸다.후일 ‘정주영공법’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대통령에 출마해 떨어진다.대가는 비쌌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실패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그는 현대그룹 일선에서 물러났고,건강도 극도로 악화되는이중고(二重苦)를 겪어야 했다. 회사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문민정부 5년간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일 욕심은 물론 명예욕도 컸던 그가재벌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계산하지 못해무리수를 둔 결과였다. ■마지막 불꽃,대북사업 금강산에 가졌던 그의 애착은 남달랐다.그에게 통천에서 가까운 금강산은 바로 고향이었다. 98년 6월 ‘소떼 방북’을 추진하면서 “아버님의 소판돈 70전을 갖고 집을 나선 뒤 긴 세월 동안 저는 묵묵히일하는 소를 ‘성실과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삼고 인생을걸어왔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갚기 위해 한 마리의 소가 1,000마리가 되어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을 찾아갑니다”라며벅찬 감회를 표현했다. 발이 부르트도록 방북 길에 올랐던 그의 노력은 헛되지않았다.‘3부자 동반 퇴진’과 함께 대북 총수 자리를 아들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물려줬지만대북사업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을 따낸 것도 성과 중의하나다. 지난해 6월28일에는 막걸리를 싣고 방북,김 위원장이 지방 순시 중인 원산까지 날아가 대북경협을 담판짓는 지칠줄 모르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자식들엔 엄격 손주들엔 자상. 아버지 정주영은 자식들에겐 매우 엄격했다.잘못을 저지른 아들에겐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다.아들들은 아버지 앞에서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고백하곤 했다. 92년 총선 전후까지만 해도 자식들을 한데 모아 아침을같이 먹고 계동사옥으로 출근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면을지니고 있었다.자식들과는 달리 손자·손녀들에게는 정이많은 할아버지였다.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손자·손녀들을 자주 찾곤 했다. 이렇듯 위세당당하던 그도 나이는 이기지 못했다.말년에몽구(MK)와 몽헌(MH) 두 아들이 싸우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데 몹시 속상해 했다고 한다. 일 벌레로 비쳐진 그에게도 멋진 풍류가 있었다.‘아침이슬’을 곧잘 불러댔고,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가는 세월’ ‘고향의 봄’ ‘고향무정’ 등 3∼4곡을 불러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다.시간이 날 때면 작가와화가를 만나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면도 있었다. 외지와의 회견에선 “120살까지 살겠다”고 장담했던 정주영.그러나 그도 불로초를 구할 수는 없었다.매순간 승부로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던 대사업가 정주영은 이승에 ‘왕(王)회장’이란 이름 석자를 남기고 끝내 이 세상을 떴다.사업가로 첫 발을 내디딘 지 63년,47년 현대건설 전신인 현대토건을 설립한 지 꼭 54년 만의 일이다. 손성진기자 sonsj@
  • 나의 레저/ 꿈에 젖은 눈시울 붉어지고…

    여행전문 출판사를 운영해온 지 어언 9년째에 접어들었다.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고 서정주시인의 고향인 전북 고창의 선운사 마당을 찾는다.봄바람 속에서 겨울을 견뎌낸 꽃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미당의 ‘선운사 동구’ 싯귀가 떠오른다.‘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대웅전 왼쪽 산자락을 뒤덮은 동백나무숲엔 동백이 슬프도록 붉은 세상을 피워낸다.동백은 붉음이 가득 차 가장 아름답게 꽃 몽우리가 활짝 열렸다고 느낄 때 속절없이 훌쩍 져버린다.마치 가장 사랑할 때 아리랑고개를 훌쩍 넘어버린 연인처럼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꽃이 진 동백나무는 쓸쓸하지만 동백꽃은 땅에 떨어져서도쉬 시들지 않고 화려한 때깔을 뽐내기에 옛부터 ‘동백은 두번 보아야 제멋’이라고 했다. 지금 나는 ‘목이 쉬어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배낭여행이다 인터넷이다 해서 여행문화는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데 나는 출판기획자로서 얼마만큼 변화에 부응하고 있는가. 이제 단순히 한 지방의 풍물을 소개하는데 여행안내자의 임무가 그치지는 않는다.고장의 역사,문화,인물,풍물 등을 감성어린 글에 실어 전달하지 않으면 공명(共鳴)을 얻지 못하는 시대인 것이다. 선운사 뒤 산길을 올라 낙조대에 오르면 영광 칠산 앞바다와 곰소만이 눈에 들어온다.서녘 바다는 온갖 시름을 어루만지듯 온통 붉은 비단의 물결로 뒤덮이고,어느덧 나도 내가기획해 만든 책을 들고 전국을 일주하는 꿈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 창 년 성하출판사 대표
  • 설연휴 가볼만한 곳

    설이 눈앞에 다가왔다.일찌감치 이번 주말부터 귀성을 서두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오랜만에 고향에서 부모형제를 만나는 기쁨에 설레는사람이 많다.그러나 집에서 사흘동안 내리 지내기는 답답할 수 있다. 하루이틀쯤 가까운 온천이나 스키장,놀이공원을 찾아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놀이공원. ■한국민속촌 24일 경제살리기 큰굿한마당을 선보인다.관람객들에게신수점보기와 부적 등을 나눠준다. 이와 함께 21일부터 25일까지는 호남우도농악,널뛰기,줄타기 등이 펼쳐진다.지신밟기 행사에선 막걸리와 따끈한 시루떡을 맛볼 수 있다. 당산제,서낭제,정문고사 등 정초고사를 마을에서 진행되던 방식대로재현한다.민속촌 이웃의 노인들을 초청해 장승을 세우는 장승제를 갖는다.이 제사는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정초에 주로 치러졌다.전통얼음썰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300개를 준비했다.(031)286-2111■에버랜드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동두천여상 풍물패의 ‘운수대통’ 공연이 하루 3차례 펼쳐지고 유러피안광장에선 외국인들이 제기차기,투호,굴렁쇠 등을 체험하는 ‘우리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임금님의 어가 행차를 코믹하게 구성한 미니퍼레이드도 하루 3차례구경할 수 있다.(031)320-5000■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선 조선시대 길놀이 형태의 민속퍼레이드가 매일 오후2시와 7시30분,두차례 펼쳐진다.24일과 25일에는 김중자무용단의 화관무와 부채춤 등에 이어 저글링쇼 등 온가족이 즐기는 설날큰잔치가 열린다. 23일 오후4시 가든스테이지에선 외국인 장기자랑이,연휴기간 동안 오후3시에는 환상의 오디세이옆에서 가훈 써주기 행사가 진행된다.(02)411-2000■서울랜드 인간문화재 김대균씨가 타는 조선 외줄공연을 24일과 25일 오후2시 민속씨름장에서 진행한다. 설날 특집 기네스 3종경기와 뿌리패 예술단의 길놀이와 농악놀이,그리고 화려한 북춤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도 이어진다. 삼천리동산 연꽃분수에선 점집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는데복채는 1인 2000원,커플은 3000원을 받는다.삼천리동산 화랑정 옆에선 무료 가훈써주기 행사가 펼쳐진다. 지난 6일 베니스무대 뒤편 호수 500평에 개장한 얼음썰매장도 찾을만하다.1인용 2,000원,2인용 3,000원.오후 5시까지.(02)504-0011■63시티 설 명절을 상징하는 대형 얼음조각을 63빌딩 별관앞 보도에전시한다. 가로 10m,높이 2.5m의 크기로 제작될 얼음조각에는 우리나라 전래의 놀이문화를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새해의 축원을 담은 문양들을 조각해 설 명절의 분위기를 돋운다. 수족관에선 뱀띠해의 소망을 담아 뱀을 만져보며 한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스네이크체험전’을 2월말까지 개최한다.(02)789-5663임병선기자 bsnim@. *스키장. 설 연휴,스키장에 가고 싶지만 콘도 예약 등이 마감돼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레저포털 ㈜넷포츠(www.netports.co.kr)는 진부령 알프스스키장과대명설악콘도를 묶어 50% 할인된 가격에 스키 패키지를 판매한다.17평 콘도와 주간권 2매을 묶어 12만원에,26평 콘도와 주간권 4매를 묶어19만원,51평 콘도와 주간권 6매는 29만5000원에 판매한다. 한편 넷포츠는 설날인 24일,현대성우를이용하는 모든 스키어들에게차례상을 차려주는 이벤트도 펼친다.(02)3474-3447. * 온천. 찬 겨울바람을 맞아 푸석푸석해진 피부를 뜨거운 온천에 담가보자. 경기도 포천 등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에도 대형온천들이 여럿 생겼다. ■일동제일유황온천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화대리에 있다.백운산,광덕산,청계산 등 하루 일정의 산행과 산정호수를 찾은 뒤 즐길 수 있는 온천이다.이동갈비촌과 두부촌 등 훌륭한 먹거리도 매력 포인트. 지하 800m에서 솟아나는 섭씨 43도의 유황온천수가 일품이다. 당뇨고혈압 성인병 각종 피부질환 관절염 부인병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객실 70실의 호텔 등 깔끔한 숙박시설도 자랑거리. 대인4,000원,소인 2,500원.(0357)536-6000 ■금강산랜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온천으로 천연게르마늄 광천수를황토온천장으로 개발했다. 관광버스가 사시사철 모여드는 곳이다.옥사우나,황토사우나,불로한증막 등이 있고 야외에는 옥노천탕,머드소금탕,황토탕 등이 있다.6,000원.(033)945-2500■이천온천 나트륨 함량이 전국 온천 가운데 가장 높다. 경기도 이천시 안흥동에 자리하고 있다. 섭씨 31.5도의 물로 피부병,노화방지,성인병,부인병 등에 효능이 있다. 울창한 소나무가 볼만한 미란다호텔은 서울 손님들이 자주 찾아온다. 수영장,수중안마탕,냉탕,건식사우나,140m 길이의 아쿠아튜브 슬라이더를 즐길 수 있다. 양지파인리조트 등을 찾은 스키어들이 몸을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미란다호텔 온천장 어른 6,000원,소인 4,000원.(0336)633-2001■명덕 탄산온천 혈액순환에 탁효가 있다.지하 900m에서 뿜어나오는물속에 탄산가스가 녹아 있다.이 가스가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준다. 뇌졸중과 동맥경화에도 효험이 있다.수온은 섭씨 38도. 대나무로 둘러싸인 노천온천탕은 운치 있어 좋고 여성용 노천탕에는높이 10m의 폭포가 갖춰져 있다.2,0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온천장과 4개의 한증막,습건식 사우나탕,진흙찜식 사우나,한약탕도 자랑거리다.온천 뒤의 운악산과 수원산 산세도 즐기면 좋다.어른 5,000원,소인 3,000원.(0357)533-5066∼8■아산온천 깊은 계곡에 들어선 느낌을 안겨주는 노천탕과 일본식 히노키탕이 자랑거리.수령 300년 이상된 히노키 원목으로 지어져 은은한 향이 뿜어져나온다.중수산나트륨을 함유한 알칼리성 온천으로 몸에 좋은 성분 20여종이 녹아있다.피부미용 관절염 고혈압 위장병 신경통 등에 좋다. 95년 개장한 온천으로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한적한 맛도 있다. 1,5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온천장과 일반호텔 1곳,여관 2곳이 있다. 신정지 안골지 등 주변 저수지는 얼음낚시터로도 유명해 얼음판에얼어붙은 몸을 푸는 것도 색다른 경험.어른 5,800원,소인 3,500원.(0418)541-5526∼30■홍천온천 홍천강변에 위치한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온천.지난 98년에 문을 열었다.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로 피부나 피하조직의상처를 회복시키고 특히 위산을 중화하기 때문에 위산과다 환자에게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작산 가리산 계방산등 아름다운 산행코스가 많고 특히 겨울 홍천강은 고즈넉한 낭만을 즐기기에 그만이다.어른 5,000원,소인 2,500원.(0366)434-3844
  • 중국인 교환교수의 고언

    지난해 3월 초부터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교환교수로 재직하다 다음달 초 돌아가는 중국 상하이 후단(復旦)대학 중문과 따이 야오징(待耀晶·42)교수가 외대 동료 교수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한다. 이 선생님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지난번 세미나에서 뵌 이후 연락을 못 드려송구스럽습니다. 한국의 겨울 추위도 매서워 중국에서 가져온 옷을여러 벌 껴입고 다녔는데도 그만 감기에 걸렸습니다. 지난 1년간의 한국 생활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 사람들의 정신력에 많이 놀랐습니다.제가 교환교수로 있던 중국어과의 학생 3명이 지난 7월 중국의 상하이에서 광조우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최근 들었습니다.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전거를 타고 중국의 농촌이며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학생들에 대해 감탄을 했습니다.중국을 몸으로 이해하고 체험하려는 노력과 자세에서 한국의 밝은 미래를 느꼈습니다. 선생님.한국에서 지내면서 매우 놀라웠던 것은 밤문화였습니다.술을엄청나게 마시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오락 문화가 일반화 되어있더군요. 중국 사람과 비교하면 한국 사람들은 너무 소비지향적인 것같습니다. 상하이에도 호화로운 대형 백화점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의 백화점에는 비길 바가 아닙니다.시내 백화점에는 고가의 수입품들이 즐비하고젊은이들이 거침없이 사더군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을 보면 너무 화려해 마치 패션모델 같습니다.외모를 꾸미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이마음에 걸렸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걸음걸이는매우 힘차고 빠릅니다. 그렇게 바쁘게 사는데 왜 경제가 어려워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경제정책이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재벌 중심으로 경제를 꾸리다보니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곤란을 겪는 것같습니다. 중국에서도 고질병이지만 한국에서도 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풍토가눈에 거슬렸습니다.얼마 전 한국인 친구가 사업관련 서류를 관공서에제출했는데 술 접대를 해야 하고 촌지도 줘야 한다고 해 놀랐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저녁에 술자리가 많아당혹스러웠는데 요즘은그런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밤거리에 사람들도 많이 줄었지요. 동료 교수들과 시내 식당에 갔는데 한국에 온 이후 처음 걸인을 보았습니다. 한국인에게는 분명히 저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중국에서도 한때 한국의 ‘빨리빨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빨리빨리 문화가나쁜 점도 있겠지만 오늘날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기도한 것 같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한국에 흠뻑 빠졌습니다.한국은참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은 강한 의지력을 지녔습니다.그 의지력으로 힘든 고통의시간을 잘 넘길 것이라고 여겨집니다.언젠가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처한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이웃 한국을 배우자고 스스로 충고하겠습니다. 선생님.그럼 다시 뵐 때까지 항상 건강하십시오. 2000년 12월 31일 待耀晶 올림.
  • 놀이공원 새해맞이 축제

    지난 해보다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놀이공원의 새해맞이 축제는 올해도 이어진다. ◆한국민속촌(031-286-2116)은 연휴동안 운수대통굿,호남우도 농악공연,널뛰기와 줄타기,지신밟기 행사가 연휴기간 펼쳐진다.참가자들에겐 막걸리와 시루떡을 나눠준다.연,팽이,제기,윷,투호는 물론 전통얼음썰매도 즐길 수도 있다. ◆서울랜드(02-504-0011)는 31일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식전행사와 함께 ‘2001 소원지 태우기’ 행사가 펼쳐진다.폭죽이 쏟아져내리는 가운데 소원지가 불꽃을 피우며 하늘로 올라가는 장관이 연출된다. 새해 첫날 오전 11시 삼천리동산 연꽃분수 주변에선 민속놀이 한마당과 신명나는 사물놀이,북춤,소고춤 등 우리 고유의 리듬이 선보인다.제기차기,윷놀이,투호놀이,가족대항 줄넘기 대회가 이어진다.역술인들의 신년운세,사주,관상,궁합 상담도 곁들여진다. ◆에버랜드(031­320-5000)에선 31일 저녁 스피드웨이에서, 2001발의 폭죽이 터뜨려진다.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시키는 불꽃폭포와 지상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폭죽불꽃,분수불꽃 등 매일 27종 500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1일 유러피안광장에선 고전해학극 캐릭터 등이 손님과 어울리고 한해 운세를 점쳐보는 사주풀이마당과 제기와 윷,투호 등이 등장하는민속놀이 마당이 이어진다.어우동과 방자,향단이 출연하는 에버랜드식 마당극은 현대적인 감각에 맞춘 색다른 맛을 안겨준다. ◆롯데월드(02-411-2000)는 31일 밤10시부터 인기가수와 롯데월드 모든 연기자가 출동,카운트 다운쇼를 준비하고 밤12시 화려한 불꽃놀이와 아이스링크에서의 마칭밴드 연주 속에 새해를 맞이한다. 지난 26일부터 1월말까지 오후 2시와 7시30분,하루 두차례 펼쳐지는 민속퍼레이드도 볼만하다.홍길동전,춘향전,시집가는 날 등을 주제로 한 퍼레이드는 200여명의 연기자들이 총출동,장관을 이룬다.또 민속박물관에서는 어린이 마당극 ‘홍길동전’이 공연되며 어드벤처에서는 세계각국 모형배 전시회와 러시아 서커스 환타지가 매일 오후 3시30분과 6시30분 진행된다. 매일 밤 8시 40분에는 엄정화,핑클,HOT,박지윤,아길레라,리키 마틴등 최고의인기 스타들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모창쇼가,밤9시30분에는 어드벤처 전체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스펙터클 ‘우주 서커스’ 레이저 쇼가 이어진다. 임병선기자
  • 미당선생님 영전에

    선생님.저무는 한 해의 끝머리를 조용히 닫듯 세상을 뜨신 서정주선생님.천 수의 시를 남긴 시성으로 추념하는 마음 허전합니다.그러고도 늘 후생에게 따뜻했던 넉넉한 미소가 간절합니다. 사모님을 앞세우고 급격히 나빠진 병환과 더불어 선생님께서 무엇을생각하고 계셨는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마는,마침내 종용(從容)한 대왕생이었으리라 믿습니다.거듭 경망을 떨기로는,아내이기보다 ‘안해’라는 옛표현이 얼맞는 사모님 뒤를 따르듯 가신 우연한 경위가 아름답기도 합니다. 공덕동 시절의 선생님댁을 드나들며 얻어마신 막걸리의 기억이 이때어른거립니다.소쿠리에 담은,한참 자란 두릅 맛을 그 무렵에 처음 알았습니다.열무처럼 큰 두릅을 된장에 찍어 먹는 맛이 여린 순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선생님의 크나큰 시적 성과를 추앙하는 자리에서 하찮은 얘기를 주워섬기기 무엄합니다마는,어차피 작은 개인사를 들어 선생님의 진면목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저는 그만한 일탈이 다 소중합니다. 구이팔 수복 직후 전주에 오셔서,문학강연을 겸한 ‘시국보고’모임의 강사로 나서신 때가 저로서는 선생님을 처음 뵙는 기회였습니다. 흰 두루마기 차림이었습니다.전쟁의 한복판에서 희한하고 놀라웠으나시인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리고…….신문기자의 직분으로 이런 저런 청탁이랄지 인터뷰를 하고,동향의 새까만 후진으로 만나뵈었습니다.정부수립을 전후한 시기에는 동아일보 사회부장을 거쳐 문화부장을 지내셨기 때문에저의 입사 선배이기도 하구요.선생님은 그 와중에 ‘추천사(^^韆辭)’를 쓰셨습니다.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로 시작하는 시를,김삼규(金三奎)편집국장의 ‘지독한 여드름 구멍’을 바라보며 지으셨다고 훗날 술회하셨습니다.똑같은 편집국에 앉아 그런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머금었던웃음이 이런 계제에는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요컨대 선생님은 편했습니다.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긴장을풀도록 했습니다. 관후한 분위기를 조금도 티 내는 법 없이 풀어 즐거웠습니다.그러나 시를 쓰면서 스스로를 다그치는 내공의시간은 오죽 혈흔이 낭자했겠습니까.‘일언이폐지하여 사무사(思無邪)’라고도했던 깊고 넓은 시의 경지야 감히 근접을 못하는 대로,선생님의 문학적 외유내강이 감히 부럽습니다. 유해를 고향으로 모신다고 들었습니다.아시겠지만 선운사 들머리에는 돌에 새긴 선생님의 시 ‘선운사 동구’가 서 있습니다. ‘선운사 고랑으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않았고/막걸릿집 여자의 유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습니다.’ 이 시비 가운데 두어 글자가 훼손되었습니다.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완벽하기 어려운 사람의 일생에 생길 법한 그만한 흠집을 어쩌겠습니까. 아무려나 ‘질마재’로 가시기 잘 하셨습니다.선운사 동백꽃만 보지않고 선생님의 묘소를 찾아가게 되어 좋습니다. 가서, 글줄을 끼적끼적거리며 허락도 없이 선생님의 시를 수없이 인용한 죄를 빌겠습니다.생전에 그토록 즐겨 드신 맥주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 최일남 소설가
  • 벤처업계 튀는 연말 보내기

    ‘힘들었던 2000년이여,안녕∼’ 올 한해 닷컴위기론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벤처업계가 연말을 맞아톡톡 튀는 송년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가족·협력사 초청이벤트는 물론이고 막걸리 파티나 찜질방 송년회도 열린다. 지역포털 커뮤니티 사이버타운(www.ctown.net)을 운영하는 코스모정보통신은 지난해보다 큰 규모의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어려움 속에서도 올 하반기 ‘디지털컨텐츠 대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기 때문. 우수사원을 표창하고 직원들의 가족도 초청할 계획이다. 여성포털 해피올닷컴(www.happyall.com)은 ‘막걸리 파티’를 갖는다.‘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주제로 샴페인·양주·맥주 대신막걸리를 마시며 세계적 닷컴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각오를 다질 계획이다. 인터넷 마케팅업체 ㈜에브리존(www.everyzone.com)은 22일 어려운경제여건을 감안,찜질방 송년회를 갖는다.따뜻한 공간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직원들을 위로하고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것.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1일 포스코센터에서 ‘2000년 인터넷기업 송년의 밤’행사를갖는다.결식아동돕기 차원에서 ‘한끼굶기 체험’이라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치러진다.‘아이(i)는 사랑입니다’,‘인터넷 강국’ 등의 스티커 5,000장을 제작,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구세군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16)익산 민속주

    그 옛날 가을걷이가 끝나면 아낙네들은 햇 곡식으로 정성껏 술을 빚어 여름내내 땀흘린 남정네들을 위로했다. 마을마다 술이 익어가고,집집마다 특유의 가양주(家釀酒)가 있어 오가는 길손들을 붙잡았다. 전국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 익산지역의 민속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아직 상품화되지 않은 가양주들이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소장 박선재)는 10일 함열읍 다송리 센터 2층강당에서 제1회 민속주 경연대회를 연다.익산지역의 품질좋은 쌀로빚은 전통 곡주(穀酒)의 옛 명성을 되찾아 관광자원 및 소득원으로활용하기 위해서다. 시음 코너에서는 동동주를 비롯해 호산춘·솔잎주·조술·약술·생강주·국화주·삼철주 등 익산지역의 대표적인 15종의 민속주를 맛볼 수 있다.더덕·대추·영지·인삼·오가피·구기자·칡·꽃사과·앵두·아카시아·귤·탱자 등 30여가지 과일로 빚은 과일주도 함께 선보인다. 이들 민속주와 과일주는 시 농업기술센터가 주민들을 상대로 전승되고 있는 전통 가양주들을 일제히 조사해 주민들로부터 출품을 받은것이다. 이중 호산춘(壺山春)은 여산면 출신의 시조시인 가람(嘉藍) 이병기(李秉岐·1892∼1968) 선생이 즐겨 마시던 술.조선 숙종때 문헌인 ‘산림경제’에 약산춘·벽향춘 등과 함께 ‘조선 3대 명주’로 소개됐다. 이번에 출품한 술은 가람의 둘째 며느리인 윤옥병씨(70)가 집안에전수돼온 양조 기법을 되살려 빚은 것으로 13일 간격으로 3차례 빚어 2∼3개월 후숙(後熟)시킨 청주로 누룩의 양을 적게 해 역한 냄새가없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술밥을 세번 쪄 만든 삼철주는 술이 익으면 윗물이 노랗게 되는 술로 웬만큼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행사장에는 또 누룩을 만들때 쓰던 누룩고리와 체판,주박(酒粕)을짜내는 엿틀,술국자,소줏고리(알콜 성분을 식혀서 흘러내리게 하는일종의 증류기),술독,술병 호리병 등 술 담는 도구 20여점이 전시된다. 막걸리나 약주,소주 등 술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각각의 안주상차림도 마련돼 음식 맛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술을 판매하지는 않는다.아쉽지만 행사장에서 과일주는 모두 2ℓ정도,민속주는 1∼2말 분량 한도내에서 시음해보는데그쳐야 한다. 조한용(趙漢龍) 익산시장은 “평야지대인 익산지역은 예로부터 곡주로 명성이 자자했다”면서 “사라져가는 민속주와 우리의 술 문화를되살려 나가겠다”고 말했다.문의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063)861-7881∼2익산 조승진기자 redtrain@
  • [김삼웅 칼럼] 늦가을, 존재의 근원을 찾는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흐르는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새천년의장엄한 일출을 축복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캘린더는 두장만 남기고 오늘 상달의 마지막날이다. “아아,쉬임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세월이여/ 너를 죽여 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 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엇하리.” 양정자 시인의 ‘가장 쓸쓸한 일’의 전문이다. 일순의 쉼표도 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유난히 아름답다는 올 단풍도 하나둘 본자리로 돌아가고나무들은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흔히 추수가 끝난 가을은 초목의 잎이 시드는 조락의 계절로 불리지만 생명의 원리에서 볼 때 조락은 복귀의 과정이다.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에서도 ‘생명복귀’의 원리를 읽는다.가을이 없다면 생물은 한없이 자랄 것이고 이것은 조화를 위한 절도를 넘어선다.천지는이렇게 조화와 절도를 부여받았다. 요즘 TV드라마로 부활한 조선시대의 저항적 학자 허균에게도 가을의교외는 풍성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즐거운 들판/ 기쁨의 소리가 원근에서 들리네/ 집집마다 흰 막걸리를 기울이고/ 곳곳에서 누른 벼를베고 있구나.” 신라의 승려 혜심(慧諶)은 ‘회향일(回向日)’에서가을의 번뇌와 망상의 식멸(息滅)을 말했다.“나부끼며 지는 잎은 숲에 떨어지고/ 쓸쓸히 날아가는 기러기는 새벽소리 보낸다/ 여기서 보고 듣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부처님 마음 저버림이 얼마이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는 사람은 일하지 않은 결과이다.가을에 너울거리는 은빛 억새꽃을 보고도 사념(思念)이 없다면 심신이 산성화된 사람이다. 가람 이병기는 빼어난 가을시조를 남겼다.“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그림자도 바쁜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세월 앞에 파괴되지 않는 진실이란 무엇일까.인간의 타고난 사악함과 바닥과 천장을 모르는 탐욕은 순환하는 계절의 질서를 지켜보면서도 진실을 익히지 못한다. 조용우는 ‘양파’란 시에서탐욕을 뒤짚어 쓴 인간의 속살을 벗긴다.“껍질을 벗긴다// 탐욕의 껍질/ 위선의 껍질/ 독선의 껍질// 한꺼풀 한 꺼풀을 벗기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작고 하얀 속살/ 껍질까지도 용납하고 품어 준 진실의 속살/ 여태껏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이/ 이 작은 진실이었구나/ 한 꺼풀씩 껍질을 다 벗긴 뒤에/ 그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나는 그만 흙속에서 썩고 말았을 게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지주들을 만나고,가난한 이웃들에게 땅을 내주도록 설득하여,스코틀랜드만한 거대한토지를 헌납받은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사회개혁가인 비노바 바베의평전이 이제야 번역되어 가을을 앓는 영혼들에게 위안을 준다.브라만계급 출신이면서도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분뇨 치우는 일을 맡았던그는 말한다.“어린아이의 배를 고프게 하시는 분은 그 어미의 가슴에 젖을 채워주시기도 한다.그분은 자신의 일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그냥 두시지 않는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전설’의 시절에 쓴 안재홍의 ‘독서개진론’은 지금도 유효성을 갖는다.“황국 단풍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밝고 서리 찬 밤 울어 예는 기러기도 오늘 내일에 볼 것이다.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하늘 높고 바람 급한 적에 호마가 소리쳐 장부의 팔이 부르르 떨치면서 넌지시 만리의 뜻을 품는 것은 가을의 감정이다.” 조선후기 철학자 이덕무의 글은 늦가을 국향(菊香)의 맛이다.“티끌 세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책 읽을 여유를 가진 사람은 군자이다.”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채운다.탐욕과 증오와 당파심을 털고 거리의 나무들처럼 겨울채비를 서두르자.새봄의 신록을 기약하면서,그리고뿌리로 돌아가는 잎새에서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면서. “우수수 가을 바람 갈대잎 쓸쓸타 마라/ 이 한밤 잠못든다 흰머리외롭다 마라/ 천지에 한가닥 맑은 뜻을 우리만이 안다네.”(이은상,벽노기)김삼웅 주필.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8)나주 영산포 홍어

    홍어는 맛의 고장 남도에서도 진미(眞味)중의 진미로 꼽힌다.남도사람들은 눈물이 ‘핑’돌만큼 얼큰하고 톡 쏘는 홍어의 맛과 향을너나없이 즐긴다.때문에 결혼식 피로연이나 회갑연 등 잔치상에 홍어를 빠뜨렸다간 ‘젓가락 갈데 없더라’는 핀잔을 들을 각오를 해야한다. 다른 고장의 어떤 먹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별난 맛을 자랑하는 ‘홍어’ 축제가 오는 30일부터 11월1일까지 사흘간 전남 나주시영산포 선창에서 펼쳐진다. 나주시 19개 읍·면·동사무소와 선창번영회 등은 영산포 나루터에20여개의 천막을 치고 회,구이,국 등 각종 홍어 요리를 선보인다. 선창번영회 지용일(池龍一·64)회장은 “영산포 홍어의 맛을 널리알리고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축제를 마련했다”면서 “홍어 200여마리(2,000㎏)를 준비했는데 이는 1만5,0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가격은 7∼8명이 안주삼아 먹기에 충분한 1㎏에 1만8,000원선.포장 판매도 한다. 홍어는 흑산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흑산 홍어를,요리는 영산포에서숙성시킨 것을 최고로 친다.홍어와 흑산도,영산포의 관계는 고려말왜구 침략에 대비해 흑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영산도 주민들을 현재의 영산포로 강제 이주시킨데서 비롯됐다. 홍어 도·소매상을 하는김창원(金昌原·48)씨는 “당시 흑산도에 남아있던 어부들이 영산포로 이주한 옛 이웃들에게 홍어를 팔러 왔으며 일주일 정도 걸렸을 운반 도중 홍어가 삭아 자연스레 남도의 진미 홍어회가 탄생했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유래를 추정했다. 홍어의 맛은 ‘1코 2미’다.코 부분에 얼큰한 맛을 내는 물렁뼈가있어 가장 맛있고,육질이 쫄깃쫄깃한 꼬리 부분이 다음이다.회,구이,국,포 등 여러 요리 중 항아리에 넣어 영상 5∼10도 그늘에서 열흘정도 삭힌 홍어 회가 역시 으뜸이다.봄철 된장국에 홍어내장과 보리싹을 넣고 끓인 ‘홍어애 보릿국’도 별미다. 먹는 방법중 삭힌 홍어회와 묵은 김장김치,삶은 삼겹살을 한꺼번에싸서 먹으면 ‘삼합’,막걸리(탁주)를 더하면 ‘삼탁’이다.‘홍탁’은 결대로 썬 홍어회를 소금이나 초장에 찍어 막걸리와 함께 먹는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홍어중 40%는 원양어업으로 잡은 것이고 60%는 중국산이나 칠레산 수입품이다.순수 국산은 거의 없다.흑산도에 홍어잡이 배 1∼2척이 남아 있지만 겨우 명맥을 잇는 정도다.흑산 홍어는㎏당 6만∼7만원,통상 1마리에 70만원을 호가하지만 구하기가 하늘의별따기다.문의 나주시 문화공보실 (061)330-8221,8542나주 남기창기자 kcnam@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7)미조항 해산물

    미식가라고 자부한다면,아니 비릿한 갯냄새와 쪽빛 바다가 그리운사람이면 이번 주말 남해로 먼 여행길을 나서자.그곳에는 삼남 유일의 절승영악(絶勝靈岳) 금산이 있고 ‘남해안의 베니스’ 미조항이있다. 그리고 남해섬 끄트머리에 땅콩처럼 붙어 이름처럼 아름다운 미조항에서는 별미 중의 별미가 여로에 지친 나그네들을 기다린다.갈치회,멸치회,감성돔·장어·볼락회,전복과 소라·돌멍게 등. 주말인 28,29일 경남 남해군 미조항에서 제1회 해산물 축제가 열린다.청정해역을 유일한 삶의 터전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처음으로 마련한 먹거리축제다. 축제에서는 미조항 앞바다에서 낚시로 잡아올린 갈치와 감성돔·장어·볼락 등은 물론 해녀들이 바다속에서 바로 건져낸 전복과 소라·돌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특히 미조항에서 뱃길로 1시간30분 거리인 세존도 주변 바다에서 잡아올린 은빛 갈치회는 한창 기름이 오르고 고소해 관광객들의 입맛을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남해의 향토먹거리 ‘미조 갈치회’는 길이 40∼50㎝의 싱싱한 횟감은 물론 곰삭은 고추장과 막걸리를 발효시킨 재래식초로 만든 초고추장을 쓰는 독특한 조리법으로 전국적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항구에 늘어선 횟집들은 싱싱한 갈치를 얼음에 채웠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비늘을 벗겨낸 후 뼈채 썰어 파·마늘과 미나리,양파 등 갖은양념과 배즙을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려 접시에 담아낸다.매콤 새콤하면서 자극적이지 않고,쫄깃한 살과 뼈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여기에 막걸리 한사발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행사기간중 미조면 사항부녀회 회원들이 수협공판장 앞 행사장에 설치된 간이식당에서 2∼3명이 먹기에 충분한 갈치회 한접시를 1만원에내놓는 것을 비롯,수협중매인협회,가두리협회, 연안·근해통발협회,나잠업협회 등 각종 어민단체 회원들이 나와 각종 해산물을 싼 가격에 판매한다.문의 미조면사무소 총무팀 (055)867-6114,860-3605. 남해 이정규기자 jeong@
  • 金대통령 노벨평화상 받던날… 고향 하의도 표정

    “하늘이 돕지 않으면 커다란 영광을 두번씩이나 주시겠습니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소식이 전해진 13일 오후 6시 김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 마을 일대는 일순간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농번기를 맞아 추수를 마치고 그대로 김대통령의 생가(후광리 1구 121번지)에 모여든 주민들은 “대통령 만세,하의도 만세”를 외치며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섬마을에 어둠이 내리고 후광리와 인근 대리·웅곡리·어운리 등지의 농악팀이 속속 생가로 모여들면서 잔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주민들은 곧바로 돼지를 잡고 막걸리를 돌리며 김대통령의 평화상수상을 축하하느라 밤이 지새는 줄 몰랐다. 전날 해상에 내려진 태풍주의보로 끊겼던 뱃길이 이날부터 이어지면서 목포에서 준비한 경축 플래카드가 마을 어귀와 생가 주변 등에 내걸려 축제분위기를 북돋웠다. 후광리 이장 김종기(金琮琪·60)씨는 “노벨 평화상 발표시기가 임박해 오면서 97년 대선 결과 발표 때처럼 밤잠을 설쳤다”며 “대통령 탄생에 이은 이번 두번째 경사는 고향의 영광이자 21세기를 맞아이 나라의 장래를 밝게 해줄 뜻깊은 ‘사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못했다. 김대통령의 친조카 홍선(弘宣·38·대리1구)씨는 “이번 평화상 수상으로 작은아버지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고초를 겪었던 일을 보상받고 통일의 초석을 놓은 훌륭한 지도자로 공인받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생가 주변에 모인 주민들은 김대통령의 어린시절과 민주화투쟁 과정등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을 지샜다. 이 마을 부녀회원 20여명과 이장단 등은 앞서 뱃길이 열리며 섬으로대거 몰려든 국내외 언론 취재진 등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부녀회원들은 떡과 음식물을 만드는 등 바쁜 농사철임에도 14일 예정된 전체마을 잔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후광리 2구 부녀회장 박명심씨(42)는 “아무리 농사일이 밀렸어도이렇게 좋은 경사를 축하하자는 회원들의 결정으로 모든 일을 팽개쳤다”며 좋아했다. 김대통령이 초등학교 시절 한학을 배웠던 ‘德鳳講堂’(대리1구) 관리인이자 이마을 좌장격인 김춘배(金春培·한학자·88)씨는 “이번평화상 수상은 온 국민과 우리나라의 큰 영예”라면서 “그러나 산적한 정치·경제적 문제와 통일준비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마을 축제가 조용한 가운데 치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마당이 펼쳐진 김대통령의 생가는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종친들이 밭으로 사용되던 생가터 799평을 사들여 99년 9월 건물을지었다.건물은 목조초가 6칸(18평),화장실(3평),창고(5평) 등 모두 3동으로 종친들이 지난 4월 신안군에 기부채납했다. 신안군은 이곳을 최근 향토유적 제23호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하의도 최치봉기자 cbchoi@
  • 金대통령, 막걸리 교환하며 農政 대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10일 경기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의 벼 수확현장을 방문,농민들을 격려하고 대화를 나눴다.태풍이 두차례 한반도를 강타했으나 벼 수확량이 3,700만섬에 이르는 풍작이 기대된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대통령은 풍작현황에 대한 간략한 보고를 받고 “농민을 도와준군인·경찰·공무원에게도 감사한다”고 인사말을 한 뒤 들녘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농민들과 돼지머리를 안주로 막걸리를 들었다.농민들이 권하는 3잔을 연거푸 마셨다. 이어 농민들과 자유스럽게 대화를 나눴다.논농업 직불제 가격 인상요구에 대해서는 “추곡 수매가가 5% 정도 올라가고 직불제가 도입되면 7.6%의 인상 효과가 있다”며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고,농산물 물류센터 건설에 대해서는 “2002년까지 농림부 유통예산을 30%로 늘리고 친환경 농산물 유통센터가 내년에 건설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농가부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 대통령은 “이 문제만 나오면답답하고 걱정이 많다”고 농민들을 위로했다.양승현기자 yangbak@
  • 애주가 입맛 고급화

    소주와 막걸리는 덜 팔리고 위스키와 맥주 판매는 늘고 있다.술소비 패턴이 고급화하고 있는데다 소주 세율은 인상되고 위스키 세율은인하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4일 밝힌 주요 물품 출고(판매) 동향에 따르면 소주는 올들어 지난 7월까지 44만7,771㎘(두홉들이 약12억4,000만병)가 출고돼 지난해보다 14.9% 감소했다.막걸리 출고량도 8.9% 줄었다. 그러나 위스키는 7월에만 지난해보다 55.4% 출고량이 느는 등 올들어 21.8%나 늘었다.출고량은 7,163㎘로 500㎖병 기준으로 1,430여만병.맥주 판매도 올들어 11.1% 증가했다. 국세청은 “소주 소비량은 지난해 국민 1인당 한달 평균 4.6병에서올해는 3.6병으로 줄어든 대신 맥주는 5.7병에서 6.3병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편 유종(油鍾)간 가격차로 휘발유 소비는 1.5% 감소한 반면 LPG는 12.9% 증가했다.7월까지 에어컨 판매량도 531만대로 지난해보다 무려 42.7%가 늘었다. 손성진기자 sonsj@
  • 성년맞은 대한민국 국악제‘열린 축제의 場’으로

    국악계 최대 잔치인 대한민국 국악제가 성년(20회)을 맞아 한층 성숙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관객 곁으로 다가온다. 8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1일까지 국립국악원,남산골 한옥마을,광화문시민열린마당 등에서 진행될 대한민국 국악제는 집안잔치에 머물렀던그간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시민들과 교감하고 외국인들도 함께할수 있는 열린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한다.행사를 주최하는 한국국악협회(이사장 이영희)는 이를 위해 문화기획자 강준혁씨(스튜디오 메타 대표)를 4년간 예술감독으로 위촉했다. 공식행사로는 강선영(태평무)김천흥(종묘제례악)박동진(판소리)등 당대 명인들이 전통춤,정악,민속악을 해설과 함께 선보이는 ‘대한민국국악제 포커스2000’이 돋보인다.각 분야마다 60여명의 국악인들이출연한다.시민들이 국악을 보다 가깝게 여길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 ‘어깨춤을 추자’도 눈길을 끈다.9∼11일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탈춤과 풍물’이란 주제로 매일 북청사자놀음,양주별산대놀이,봉산탈춤 등을 시범공연한다. ‘Tuned with nature’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예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판소리,살풀이,승무 등 대표적인 공연을선보이고, 사회자가 영어로 자세히 해설해준다.행사기간중 국립국악원 얼쑤마당에는 국악인들과 시민들이 어울려 막걸리 한잔 나눌 수있는 ‘국악인 클럽’이 문을 여는 한편 신인 국악인들이 명인 고 김소희선생을 기리는 회고 공연을 펼친다. 이영희 이사장은 “대한민국 국악제를 뚜렷한 컨셉과 장기적 비전을갖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전통예술축제로 다듬어갈 계획”이라며“내년부터 지역특별프로그램,무속한마당,해외초청프로그램,국제경연프로그램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전야제는 8일 오후6시 국립국악원 얼쑤마당에서 열린다.(02)3675-5878이순녀기자 coral@
  • 700원짜리 ‘IMF찐빵’ 인기

    IMF사태의 재연이 사회 일각에서 우려되는 가운데 서울 중구 무교동과 다동 근처 직장인 사이에 ‘IMF 찐빵’ 열풍이 불고 있다. 웬만한 어린이 얼굴 크기만한 이 찐빵은 강충구(33)씨가 지난 97년영등포에 분식점을 처음 내면서 ‘어려운 손님들 배나 부르게 해주자’고 만든 것.손님들은 ‘500원에 이만한 먹거리가 없다’며 IMF찐빵이란 이름을 붙여줬다.네 명이 나눠먹어도 대충 요기가 될 정도. 강씨가 이곳 무교동에 ‘빵 하나팔구’(전화번호도 7XX-0189)라는 재미난 이름의 분식집을 낸 것이 지난 7월.두 달이 못된 지금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못 쫓아가는 호황을 맞고있다.주인 강씨는 “매일 손님들과 전쟁하듯 산다”며 “빵 빚을시간이 없다고 하니까 손님들이 저보고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잠도자지말고 빵 만들래요.글쎄”라고 어이없어 한다. “하루 1,000분은 오시는 것 같아요.제가 만들 수 있는 건 400개뿐이어서 늘 죄송하지요.”지금은 값을 700원으로 올렸다.손님들은 찜솥을 하나 더 놔 공급량을늘리라고 아우성이다. 그는“옛날 ‘배부른 게 최고’였던 시절의 향수를 요즘 사람들에게돌려주고 싶었는데 적중한 것 같다”고 말한다. 김주애(24·간호사)씨는 “어렸을 적 이불속에서 막걸리빵을 나눠먹던 기억을 되살리며직장 동료들과 뜯어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한다. 임병선기자 bs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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