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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원 토굴살이] 멧돼지는 차밭을 뒤지지만

    [한승원 토굴살이] 멧돼지는 차밭을 뒤지지만

    하늘에는 반투명의 비닐 종이 같은 구름이 끼어 있다. 마음이 어두워 뒤란 언덕 위의 차나무 밭으로 올라갔다. 밭 여기저기가 움푹움푹 패어 있다. 멧돼지의 소행임에 틀림없다. 지난 늦은 가을 이웃 밭에 출현하여 고구마를 뒤져 먹은 멧돼지 가족들이 이 겨울에 궁해지자 우리 차밭을 뒤지고 판 것이다. 달콤한 솜대뿌리 풀뿌리를 뒤져먹었다. 일꾼 여남은 명이 호미나 괭이로 잡초 뿌리를 말끔하게 제거해 놓은 것처럼 차나무 사이사이를 뒤지고 파놓았다. 어린 차나무 한두 그루씩이 뽑혀 있기는 하지만, 한 군데에 옹송그리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건재하다. 뿌리가 직립인 데다 씁쓸하기 때문에 파먹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다시 와서 더 깊이 파 뒤지게 되면 차나무들이 고사하지 않을까. 이놈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지난 늦가을 이웃 마을의 오십대 중반의 남자가 고구마 심은 자기네 산밭에 갔다가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몇년 전부터 전기를 이용하여 멧돼지를 몇 마리 잡곤 했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감염되어 죽은 것이다. 슬픈 부메랑이다. 나는 차나무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 다녀간 멧돼지 가족을 고마워하면서 차나무와 멧돼지와의 간극을 생각한다. ‘茶’라는 한자는 ‘다’로 읽기도 하지만 ‘차’로 읽기도 한다.‘다방’에 들어가서 ‘차’를 마신다고 말한다.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서는 ‘다’ 혹은 ‘티’라고 하고 추운 곳에서는 ‘차’라고 말한다. 차는 향기로움과 고소함을 대표하는 음료이고 멧돼지는 무지막지한 저돌적인 행위를 대표하는 족속이다. 산에 갔다가 배가 출출해진 한 남자는 마침 눈앞에 차나무가 있어서, 그 어린 찻잎을 한 줌 따서 안주 삼아 씹어 먹으며 막걸리를 마셨다가, 사흘 동안이나 설사를 했다. 차나무는 생으로 먹었을 경우 해로운 독을 뿜는다. 그것의 어린잎을 뜨거운 불 위에서 덖거나 찌거나 적당하게 발효시킨 다음 덖었을 때에만 신묘한 향과 고소한 맛을 낸다. 찻잎은, 그것의 향과 고소한 맛을 낼 줄 알고 그것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심어 가꾼다. 덖어 말린 것을 혼자서 마시는 경우,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 끝에 약간 집히는 양을 따끈한 물에 우려 금방 마셔야만 고소하고 향기롭다. 겁 없이 한 움큼을 듬뿍 넣어 우려 마시면 그것은 쓰디쓴 독약이 된다. 차의 향과 맛은 마법(魔法)이라고 해야 할 만큼 신묘하므로 선승들이 즐겨 마시는 것이다. 차는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이 땅에 들어온 선불교를 따라 와서 일반화되었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 선인들은 차를 자주 즐겨 마셨다. 차의 향은 ‘고차원적인 신비하고 그윽한 세계’를 상징한다. 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은 당신이 차나무 많은 산 밑에서 귀양살이를 한 까닭으로 그렇게 스스로 명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막힌 현실 세계 저 위쪽의 ‘그윽하고 드높은 세계’를 뜻한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멧돼지처럼 저돌적인 사람들은 무진무진 늘어간다. 어떤 신을 맹목적으로 신앙하는 사람, 이념에 목숨을 걸고 돌진하는 사람, 어떤 목적을 위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권을 쏟아붓는 사람들. 멧돼지처럼 저돌적인 사람들은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그윽한 차향과 커피처럼 강하지 않는 고소하고 배릿한 맛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직선적인 단문과 도끼문자만 쓸 뿐 유장하고 올깃졸깃한 복문이나 중문을 쓰지 못하는 사람, 속도감 느껴지는 점묘(點描)만 좋아하고 느림의 율동을 표현한 그림을 싫어하는 자들이나 군화발소리 같은 행진곡이나 광적인 굉음 같은 음악만 알 뿐 여리고 느린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은 차의 향과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건이 빨리빨리 진행되고 여기서 돌발 사건이 펑펑 터져 죽고 저기에서 요란하게 춤추고 황홀한 섹스를 하는 난마 같은 할리우드 식의 영화만 보는 사람들은 주전자에 넣은 차가 알맞게 우러나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한다. 멧돼지가 어린 차나무들을 뜯어먹지 않는 것을 유쾌해 하는 나의 심사는 간사하다. 슬프다. 소설가
  • [공교육 정상화…지금 학교에선] (8) 학부모 봉사모임

    [공교육 정상화…지금 학교에선] (8) 학부모 봉사모임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신선한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왜곡된 교육열을 담은 ‘바람’이 아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내 아이만 챙기려는 욕심도 아니다. 모두가 우리 아이고, 가족이라는 생각뿐이다. 다양한 학교 활동에 적극적,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육을 변화시키고 있는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속으로 들어가봤다. ●세륜초등학교 학부모 사서명예교사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륜동 세륜초등학교 도서관.20여평 남짓한 열람실은 책 읽기에 푹 빠져버린 초등학생들 차지였다. 교육만화를 읽는 아이, 진지하게 위인전의 책장을 넘기는 아이, 책에서 뭔가를 찾은 듯 열심히 메모하는 아이, 엄마와 나란히 앉아 책 읽는 아이…. 열람실은 아이들의 독서 열기로 방학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이런 열기의 비결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이다.124명의 어머니들이 사서 명예교사를 자청, 매일 어머니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돕고 있다. 책 대여와 반납 등 기본적인 업무에서부터 도서 정리, 독후 활동 지도, 도서관 예절, 뒷 정리에 이르기까지 도서관 업무 전반을 어머니들이 도맡아 처리한다. 어머니들 활약이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3월과 9월 매년 두 차례 신간 도서 가운데 양서를 골라 장서를 늘리는 것도 이들 몫이다. 학부모와 학년별 담당 교사, 교장, 교감이 모여 ‘도서선정위원회’를 열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책을 엄선한다.1년에 새로 들여놓는 책만 해도 1000여권에 이른다. 매년 10월이면 도서 알뜰바자회를 열어 읽은 책을 나누기도 한다. 학부모들의 열정에 학교에서도 연간 학교운영비의 5%에 해당하는 1400여만원을 도서구입비로 지원하고 있다. 어머니들이 직접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면서 학교 도서관은 입소문을 탔다. 학생은 물론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이 곳을 찾아 책을 읽거나 빌려가기도 한다. 학부모 방정욱(41)씨는 “엄마가 학교 도서관에 자주 나오니까 아이들도 책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더라.”며 좋아했다.1학년 학부모인 조새라(36)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예 방과 후에는 도서관에서 있다가 오라고 한다.”면서 “처음에는 만화책만 보더니 점차 다양한 책을 골고루 찾아보는 등 책과 가까와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은주(42)씨는 “주변의 다른 도서관은 책이 너무 낡은데다 신간이 없어 불만이었는데 학교에는 다양한 책이 많아 아이와 함께 자주 이용하고 있다.”면서 “아이가 만화책만 좋아해 이번 방학에는 점차 글자 수를 늘려 읽는다는 목표를 정해 도서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중의 학부모 독서클럽 ‘내키만큼’ 서울 전농1동 동대문중 학부모들의 작은 모임도 화제다. 아이들 학원 보내기에 열중하는 여느 학부모들과는 달리 스스로 책을 읽으며 모범을 보이기 때문이다. 학부모 독서클럽 ‘내키만큼’. 이 그 모임이다. 명칭은 ‘자신의 키만큼 책을 읽으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미국 링컨대통령 어머니의 말에서 따왔다. 독서를 말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어머니부터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시작한 모임의 현재 회원은 10명. 매일 방과후 시간에 두 명씩 돌아가며 학교 도서관에 ‘출근’, 학생들이 학원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두시간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이 언제든지 도서관을 들러 책을 빌려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 2학기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장서를 늘리기 위해 도서바자회를 열기도 하고, 학생의 이름을 새겨넣은 책을 학교에 기증하는 이벤트도 개최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학부모 도서토론회도 연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씩 읽고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에 대한 얘기부터 아이들 고민, 각종 교육 정보도 나눈다. 어머니들의 활동에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원만 다니던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고,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어머니들도 직접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에서 책을 읽는 등 자녀와 대화의 시간도 많아졌다. 학부모 홍성애(44)씨는 “아이 대신에 공부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아이를 깨우칠 수는 있다.”면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하루아침에 아이들이 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엄마의 작은 노력이 아이들에게는 감동을 주고 바른 길이었다는 것을 단 한 명의 아이에게라도 깨닫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며 웃어보였다. 김계숙(40)씨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집안에 처박아둔 대학생 때 사용했던 독서노트를 다시 찾아 먼지를 털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바쁜 생활이지만 책을 읽고 아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말이 안 통하는 ‘웬수’가 된다고 하는데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중학생은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시험 압박감도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해 책 읽히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라며 자녀와 책읽기를 권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학교가 주민들 사랑방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사랑방’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선유고등학교의 ‘선유사랑방’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학교에서 열리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얘기 마당이다. 직장 때문에 학교를 찾기 어려운 학부모들을 위해 저녁 시간을 이용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모임은 말 그대로 사랑방이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가 참여를 신청하면 매주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특정 교사를 만나 상담을 원하면 사랑방 모임이 끝난 뒤 개별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선유사랑방을 찾는 ‘손님’은 매주 10여명 안팎이다. 대화주제도 다양하다. 진학 관련 고민은 물론 생활지도, 학교 안전문제, 지역주민들의 학교시설 이용 등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생기는 고민거리와 궁금한 점, 건의 사항이 얘깃거리다. 등하교시 지나가야 하는 큰 길에 신호위반 차량이 많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학교는 곧바로 영등포경찰서에 협조를 요청, 교통경찰을 배치했다. 방과후 학교 체육관 이용 방안이나 2008학년도 대입에 대비해 체계적인 논술지도를 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지난 연말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방안 등을 의논했다. 학부모 김경애(48)씨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학교를 찾기가 더욱 어려운데다 아이가 잘못할 때만 학교에 가는 것으로 생각해 부담을 느꼈는데 사랑방에 나가면서 학교도 이해하고 선생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백운걸(50)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학교 운영의 궁금한 사항을 직접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진호 교장은 “지난해 3월 개교한 신설 학교지만 학교와 지역사회가 좀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찾았다는 점에서 사랑방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광남초교에선 ‘넥타이 돌풍’ ‘이젠 넥타이 바람이다.’ 서울 광장동 광남초등학교에 ‘넥타이 바람’이 거세다. 일반적으로 어머니들이 학교 일에 나서는 것과 달리 이 곳은 아버지들이 학교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주인공은 광남초 아버지회다. 치맛바람을 없애고 아버지들이 신선한 넥타이 돌풍을 일으켜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올해로 벌써 8년째다. 아버지회의 활동은 눈부실 정도다. 매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개최하는 산행대회는 아이와 학부모, 가족은 물론 교사, 교사 가족,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 축제다. 동네 아차산을 찾아 자연의 소중함을 나눈다. 흘리는 땀 한 방울 속에서 공감하는 끈끈한 정은 덤이다. 나무와 꽃, 곤충 등을 관찰하고 답을 맞히는 ‘숲속의 퀴즈’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나무가 숨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진기를 이용해 자연의 생명력을 체험하기도 한다. 협동심을 이용해 장애물을 통과하는 ‘거미줄 통과 프로그램’은 세 가족이 한 팀을 구성해 해결해야 하는 협동 놀이다. 가을 운동회는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동네 운동회로 열린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 지역 주민까지 참여한다. 옛날 시골 운동회처럼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막걸리가 등장하고, 시상대에는 학용품과 함께 양동이와 가재도구가 상품으로 오른다.3년 전에는 어린이대공원 잔디구장을 통째로 빌려 운동회 잔치를 벌였다. 여름방학에는 1박2일 일정으로 가족 세미나를 연다. 학생과 그 가족, 교사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이 행사는 다양한 체험활동과 견학, 강의, 토론 등으로 빼곡하다. 지난해에는 충남 서해안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작두콩 재배 농가를 찾아 두부 만드는 체험을 했다.2004년에는 한 학부모의 직장인 포항제철소와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봤다. 노력봉사도 아버지들 몫이다. 학교 담장의 페인트가 벗겨졌을 때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주말에 뜻이 맞는 아버지들이 페인트칠 봉사를 했다. 운동회나 학예회 등 대규모 학교 행사 때는 무거운 행사 도구를 나르는 등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모든 행사는 아버지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재 정식 회원은 70명. 회원은 아니지만 함께 활동하는 아버지들만 100여명에 이른다. 각종 행사와 활동에 드는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등록 회원이 한 달에 1만원씩 내는 회비가 전부다. 비결은 아버지들의 직업을 활용하는 것. 가족 세미나에서는 아버지들이 강사로 나선다. 치과의사는 치아관리 교육을 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컴퓨터 특강을 맡는다. 학용품 도소매업을 하는 아버지는 학용품을 운동회 상품으로 제공한다. 아버지들이 나서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남자 교사 수가 줄면서 남자들이 도와야 할 일이 많아진데다 평소 사회생활로 바쁜 아버지들이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시작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심 아파트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지역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해 아이를 함께 기르자는 아버지들의 향수 어린 의지도 바탕이 됐다. 8년째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 박용수(44)씨는 “내 전문적인 직업 외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뿌듯한 성취감과 함께 아이와 학교, 지역사회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실천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한 번 해보면 어느 학교나 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이라며 웃어보였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간첩·조작’ 40년 논란 종지부

    26일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가 밝힌 동백림 사건의 실체는 ‘공안기관의 무리한 확대적용’과 ‘정권의 정치적 악용’이 빚어낸 공안사건이라는 것이다. ●‘실체’를 확대적용한 공안사건 공안기관이 무리하게 확대 적용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실은 진실위 조사결과 곳곳에서 드러났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서울대 ‘민족주의 비교연구회’(민비연)를 동백림 공작단의 일부라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진실위는 “중정은 당시 6·8부정선거로 학생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가혹행위를 동원, 민비연과 황성모 교수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 민비연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죄선고를 받았고 민비연이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공소사실은 무죄 판결됐다. 동백림 수사과정에서 검찰 송치자 66명 가운데 23명에게 간첩죄가 적용됐지만 최종 선고결과 피고인 기운데 단 한 사람도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3년 뒤인 1970년 12월까지 사형 선고를 받은 정하룡·정규명 박사를 포함, 모두 석방됐다. 단순 대북접촉자까지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한 탓이다. 중정이 해외 연행을 위한 ‘GK공작계획’을 수립해 30여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서독지역 연행자는 모두 자진귀국했고 나머지는 임의동행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강제연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끝나지 않은 동백림 사건 동백림 사건은 ‘건국 이래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불려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먼저 인지한 특이한 사건이기도 하다. 진실위는 비록 ‘정권이 사전 조작하거나 기획하지 않았던’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당시 6·8 부정선거 시위가 이 사건 직후 수그러졌고 사형선고자가 무죄로 석방되는 등 정황상 ‘조작’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중정이 ‘동백림 간첩단’이라고 발표하지 않아 진실위측은 간첩단 여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방문, 금품 수수, 대북접촉 주선, 대북방송 청취’ 등을 예로 들어 중정은 간첩활동 혐의를 적용해 실정법 위반을 내세웠다. 사실상 간첩단임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에 맞춰 진실위의 적극적인 재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동백림 사건은 윤이상·이응로 선생 등 세계적인 예술가가 연루돼 조명을 받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40여년 동안 분단으로 인해 ‘간첩’과 ‘조작’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들의 예술적 성과에 대한 ‘무형의’손실도 역사 속에 묻혀버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동백림 사건 중앙정보부가 1967년 7월 대학교수와 유학생, 예술인, 의사, 공무원 등 194명이 동백림(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적화공작을 벌이다 적발됐다고 공개한 사건. 정규명씨 등 2명에게 사형이, 강빈구·윤이상씨 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등 34명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천상병 시인은 사건 연루자인 친구로부터 막걸리 값을 받아썼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독일과의 외교분쟁으로 이어질 뻔했고 연루자들은 1970년 광복절 특사로 모두 풀려났다.
  • “재래시장서 설용품 싸게 사세요”

    “재래시장서 설용품 싸게 사세요”

    “설날 제수용품 싸게 팔아요.” 서울시내 재래시장이 일제히 특별 세일에 들어갔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도봉구 방학동도깨비시장을 시작으로 20일 중랑구 면목골목시장·우림골목시장, 강북구 수유시장, 금천구 남문시장 등 시내 17개 재래시장이 제수용품과 선물용품을 10∼50% 싸게 팔기 시작했다. 각 재래시장에서는 가래떡 썰기, 연예인 초청 사인회, 경품 추첨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진행된다. 성동구 금남시장, 중랑구 우림시장, 금천구 남문시장 등에서는 각설이 공연과 사물놀이, 떡메치기,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등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놀이가 펼쳐진다. 방학동 도깨비시장과 강서구 화곡중앙시장에서는 막걸리 빨리 마시기 대회가, 성북구 장위시장에서는 ‘칠성님과 일곱나졸’이라는 전통 연희극 공연이 각각 열린다. 강북구 수유시장에서는 인기 연예인 전원주씨가 일일판매 및 사인회가 열리며, 강서구 중앙시장, 강북구 수유시장, 양천구 경창시장 등에서는 경품추첨을 통해 냉장고와 TV 등을 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아이들과 떠나요… 영월로 역사기행

    아이들과 떠나요… 영월로 역사기행

    봄방학 없이 2월말까지 겨울방학을 맞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따라서 긴긴 겨울방학 동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학생들을 반긴다. 그중 겨울방학 역사기행도 새로운 트랜드. 자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영월’로 떠나보자. 영월하면 사람들은 동강의 비경을 먼저 떠올리지만 곳곳에는 우리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가슴 아픈 사연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유적과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또 그가 마지막 사약을 받고 숨진 곳으로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또한 각종 박물관, 천문대 등이 많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산교육장이 바로 영월이다. 단순히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공부를 하러 떠난다며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특별하고 재미난 체험이 될 것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단종의 아픔 오롯이… 영월로 향하는 차에서는 아이들에게 비운의 왕인 단종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러면 유적지를 돌아 볼 때 도움이 될 것이다. # 단종의 아픔이 묻어나는 비운의 단종은 자신의 믿고 따랐던 숙부에 의해 1457년 봄 영월 청령포로 한 많은 유배를 떠났다. 영월읍에서 남서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청령포가 있다. 서강의 물줄기가 동·남·북 삼면으로 흐르고, 서쪽은 험한 산이 절벽을 이루어 배가 아니면 건너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창살 없는 감옥이다. 요즘 청령포는 강이 얼어 배를 띄우지 못하고 걸어서 간다. 물론 좀 위험해 보이지만 관리소 직원들이 미리 강의 얼음 상태를 확인하고 빨간 튜브를 늘어놓아 그쪽으로 가면 안전하다. 살금살금 언 강을 건너 청령포에 도착하면 눈에 띄는 것이 서강에서 떠내려온 주먹만한 흰색 돌멩이들이 깔린 자갈밭. 살짝 위에 얼음이 얼어 있으니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어른들의 손을 잡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자갈밭을 따라 잠시 걷다 보면 아담한 기와집이 보인다. 바로 여기가 단종어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어가 안에는 조용히 책을 읽는 단종과 고개를 한없이 떨구고 있는 내시의 모습이 인형으로 꾸며져 있다. 비록 5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건만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가 옆의 소나무 숲을 좀 걷다보면 청령포 소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모양이 기이한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이 나무가 ‘관음송’. 단종이 관음송에 올라앉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아픔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당시 관음송이 수령이 80살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600살이고 높이도 30m에 이른다. 단종은 이 나무와 얘기를 나누다 다시 서북쪽 절벽 위로 올라가 서강의 푸른 물결을 보며 돌로 망향탑을 쌓고는 시름을 달랬다. 바로 ‘노산대’. 단종은 여름철 장마로 거처를 읍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옮긴다. 그리고 가을의 초입인 10월 사약을 받고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청령포에 관한 문의는 (033) 370-2620. 어른 1300, 어린이 700원. 주차비 1000원. # 호장 엄흥도와 쓸쓸한 단종의 무덤 다음에 갈 곳이 단종의 무덤인 장릉(莊陵)이다. 단종이 죽어도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자 죽음을 무릅쓰고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두어 모신 곳이 바로 장릉. 그래서인지 겨울의 장릉은 쓸쓸하다. 소나무만이 옛 주인을 기억하는 듯 그때의 그 모습으로 지키고 있다. 장릉에는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264명의 위폐가 모셔진 배식단사,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 한식날 제를 올리는 정자각, 단종제를 올릴 때 올리는 물이 나오는 영천 등이 있다. 아울러 단종 역사관에도 보고 느낄 거리가 많다.(033) 370-2619. 입장료 어른 1200원, 어린이 640. 주차료 1000원. 이밖에 서강의 아름다운 기암괴석인 선돌,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 사리가 모셔져 있는 법흥사 등도 들러볼 만하다. 영월 주위에는 이색 체험의 박물관도 많다.. # 다양한 문화의 향기를 느끼며 책박물관(033-372-1713)은 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곳. 이광수의 ‘무정’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그리고 ‘소년’ ‘어린이’ 등 다양한 책과 잡지가 원본 그대로 전시돼 있다.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곤충박물관(033-374-5888)은 각종 나방, 딱정벌레, 메뚜기 등 동강 유역에 서식하는 곤충 1000여점 등 5개 전시실에 모두 3000여 점의 순수 국내 곤충을 모아 놓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매주 월, 화요일은 휴관. 민화박물관(033-375-6100)은 국내 최초로 민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 어해도와 화조도, 까치와 호랑이 등 소박한 서민의 애환이 담긴 대표적인 조선민화 80여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1000여점의 분재와 조선시대 목기 등도 덤으로 볼 수 있다. 까치 호랑이 등을 주제로 한 여러 종류의 민화를 판화로 직접 찍어 갈 수 있는 ‘민화 판화 찍기’체험장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2500원.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국제현대미술관(033-375-2752)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70개국 160여점의 수준 높은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는 영월의 이름난 명소. 국내외 중견 예술가를 수시로 유치, 멋진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묵산미술관(033-374-7249)은 작품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고대 근대 현대를 총 망라한 한국화 및 주변 풍경을 그린 수묵화 등 136점이 상설 전시돼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전통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커피는 1000원, 묵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오디차는 5000원. # 별 헤는 밤 아이들과 영월을 찾았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별자리로의 여행이다. 별마로천문대(033-374-7460,www.yao.or.kr)는 봉래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을 위해 개방된 천문대 중에 제일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지하 1층의 전체 투영실은 8.3m의 돔 스크린에 가상 별을 투영해 시간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상상과 꿈을 심어준다. 또 1,2층의 전시실과 시청각실은 태양계 행성 모형, 태양의 내부구조,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볼 수 있는 공간. 별마로천문대의 하이라이트는 4층. 주관측실과 보조 관측실이 있다. 슬라이딩 지붕으로 만들어져 갑자기 ‘찡찡찡’하는 소리와 함께 지붕이 열리고 밤하늘이 나타난다. 보조 관측실에는 크고 작은 14개의 망원경이 설치돼 직접 행성이나 은하, 성단을 관찰 할 수 있고 국내 최대의 반사망원경이 있는 주관측실에서도 직접 달이나 화성 등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좋다.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겨울철에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별자리를 관측하고 교육을 받는데 2시간 이상 걸리므로 늦어도 저녁 7시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 출출한데 그냥 갈수 있나 강원도 영월에 가면 추천할 만한 식당이 몇군데 있다. #신일식당(033-372-7743)이다. 순수 영월 메밀로 만든 국수의 담백함과 할머니의 손맛이 일품인 무채무침과 김치가 있다. 메밀부침(500원), 조껍데기 막걸리(5000원), 만두국(4000원)도 별미. #주천묵집(033-372-3800)은 맛깔스러운 육수에 도토리 묵을 썰어 넣고 김치와 김가루, 깨를 얹어 내는 묵밥이 맛있다. 가격은 5000원.주천 옛찐빵(033-372-4936)은 영월의 별미. 안흥이 찐빵으로 유명하다지만 쫄깃하고 부드러운 빵에 적당히 달달한 팥이 들어있는 주천찐빵이 한 수 위라는 평가. 가격은 20개 5000원. 전화주문도 가능하다. #명품 메주 영월 섶다리 마을에 가면 검정 메주 익어가는 냄새가 고소하다. 일반 콩이 아닌 토종 야콩(쥐눈이콩)으로 만든 메주로 색깔이 검정색이다. 쥐눈이콩 중 서목태는 한약재로 쓰인다. 서목태로 만든 메주는 항암작용 등 각종 효소와 몸에 이로운 세균들이 일반 메주에 비해 20배 이상 포함돼 있다. 직접 검정 메주와 두부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가능하다.(033-372-0121,www.supdari.com) #폐교에서 하룻밤 주천면 금용분교를 개조해서 만든 영월자연학교(www.youngwol.net,033-374-7353)는 가족끼리 하루를 쉬어가기가 좋은 곳이다. 자그마한 학교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선생님들의 숙소 6개 동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 콘도형태로 만들었다.4인 가족 기준으로 6만원.
  • [구청장 현장인터뷰]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구청장 현장인터뷰]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지난 12일 서울의 어스름한 새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오전 7시30분. 검은색 파카 차림의 김형수(58) 영등포구청장이 자택인 대림1동 3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나왔다. 이날은 ‘승용차 요일제’로 인해 관용차를 탈 수 없는 날. 그럴 때면 그는 어김없이 구청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순찰’를 돌아보자는 생각에서다. 새해 인사를 제대로 건네기도 전에 김 구청장은 부지런히 바로 옆동네인 신길동으로 향했다. 폭이 1m도 안 되는 좁은 골목 사이에 낡은 단층 주택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서울에도 이런 동네가 있나.’싶더니 골목 어귀에 ‘경축 신길동 뉴타운 지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절반 정도는 빈 집인데, 대부분 두꺼운 비닐이나 넓은 판자로 입구를 막아놨습니다. 제대로 출입이 금지되고 있나 살펴보는 것도 순찰 대상이지요. 빈집을 그대로 놔두면 주민들이 퍽치기 등의 범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영하 3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동네를 오르내리다 보니 벌써 등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걷기가 아니라 차라리 경보라고 하는 게 더 나았다. “괜히 구두를 신고 왔다.”는 기자의 투정에 김 구청장은 골목 옆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필요없이 이렇게 걷는 것만으로도 체력관리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군회관이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서자 날이 더욱 환해졌다. 지나가던 60대 할머니가 김 구청장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누구인지 물었다. “사실은 구청에 자주 오는 민원인이지요. 법규로는 안 되는 민원을 부탁해올 때가 가장 힘들지만,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모두 다 들어주는 것도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서비스관이 엿보인다. 그는 예전에 주민 한명이 자신을 알아보고 ‘차 한잔이라도 마시고 가라.’면서 붙잡아두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30분정도 지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영등포역 주변의 ‘영등포공원’에 다다랐다. 김 구청장은 벤치에 나뒹구는 빈 막걸리통을 주우며 말했다. “영등포역이 있어서인지 우리구는 ‘노숙자 특별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숙자들이 많아요. 노숙자 중 질병이 있는 사람은 시립병원에 보내고, 나머지는 자활센터를 제대로 만들어서 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노숙자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전달했다. 정부에는 노숙자 관련 특별교부금을 요청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영등포역을 빠져나와 해장국집으로 들어섰다. 그는 빨간 고춧가루가 풀어진 콩나물국을 5분만에 단숨에 비웠다. 발걸음만큼이나 빠른 속도였다. 집에서 구청까지 40분이면 주파하지만 일부러 꼬불꼬불 돈다는 게 그의 변이다. “걸음이 빨라서인지 어릴 적에 데이트를 해도 여자들이 싫어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사람들 사이에 운명이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사람을 5∼6년동안 5∼6번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는데, 운명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일이지요.” 해장국집을 나서는 길. 구청을 향하는 그를 보면서 주민들은 그의 ‘알레그로(매우 빠르게 라는 음악용어)’식 발걸음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47년 경남 함양 ▲학력 중앙대 약학과 졸업, 의약식품대학원 졸업 ▲약력 영등포구 약사회장, 영등포구의회 의장, 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서울약사신용협동조합 이사장, 한나라당 영등포을 상임고문 ▲가족 신영순씨와 1남1녀 ▲종교 카톨릭 ▲기호음식 된장국, 상추쌈 ▲주량 소주 2잔 ▲좌우명 어려울수록 정면돌파, 최선을 다한다 ▲애창곡 애정이 꽃피던 시절
  • [길섶에서] 찐빵과 호빵/ 우득정 논설위원

    그 시절 찐빵은 겨울철 별미 중의 별미였다. 어머니는 밀가루에 이스트를 듬뿍 뿌린 뒤 설탕으로 버무린 단팥을 넣어 찐빵을 만들어 주셨다. 우리 형제들은 땟국물이 흐르는 손을 씻지도 않은 채 호호 불어가며 목구멍이 차오를 때까지 찐빵을 쑤셔넣었다. 단팥마저 떨어지고 없는 날에는 밀가루에 집에서 담근 농주 한 사발을 부어 저녁식사 겸 간식거리로 빵을 만들었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로 잘라준 빵에서 풍기는 막걸리 냄새를 맡으며 그해 겨울 밤은 소리없이 깊어 갔다. 첫 추위가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온몸을 흔들던 날, 집 앞 구멍가게의 호빵 찜통에 시선이 멈추었다. 금방 혀끝으로 느껴질 것 같은 단팥의 감미로운 기억을 떠올리며 종이 봉지 가득히 호빵을 담았다. 아이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그리며 집으로 잰걸음을 재촉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한번 힐끔 보더니 하던 놀이에 계속 열중이다. 갑자기 입맛이 싹 달아나면서 호빵은 천덕꾸러기처럼 나뒹굴다가 끝내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10년 후, 퇴근길에 호빵이 눈에 들어온다. 몇번 망설이다 포기했다. 아이들의 뇌리에 호빵이 달갑지 않은 한 장면으로 남게 하긴 싫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방방곡곡 팡팡축제] 제3회 최남단 감귤농장 체험축제

    [방방곡곡 팡팡축제] 제3회 최남단 감귤농장 체험축제

    ‘아름다운 만남, 즐거운 추억을 최남단 감귤향기 속에서!’ 샛노랗게 익어가는 향긋한 제주의 향기를 담고 있는 ‘제3회 최남단 감귤농장 체험축제’가 23∼25일 열린다. 관광객 귤따기 체험은 내년 1월 8일까지 계속된다.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리 하례리 농업기술센터내 ‘농업생태원’에서 열리는 축제는 관광객 체험이벤트와 맛체험, 전시회, 민속체험, 농특산물 판매 등 체험 위주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축제에서는 과수원에서 갓 따온 싱싱한 감귤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감귤따기 체험을 비롯해 감귤가공 및 염색, 행운의 돌탑쌓기 등이 열리며,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 체험 이벤트로 과수원 보물찾기와 잔디 썰매타기, 미로찾기, 감귤꽃 향기 맡기 등의 행사도 열린다. 축제 기간에 향토음식점이 마련돼 감귤국수와 감귤막걸리, 흑돼지, 꿩고기, 막걸리, 고구마 범벅, 메밀 죽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감귤을 현지에서 직접 맛도 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할 수 있다. 체험장에서 딴 감귤은 택배로 집으로 보낼 수 있다. 인근에 남원큰엉 해안경승지와 제주신영영화박물관, 제주민속촌박물관 등이 있다. 문의는 남제주군(tour.namjeju.go.kr) 농업기술센터(064-730-1553.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행정구역 통합 학산시 현장탐방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행정구역 통합 학산시 현장탐방

    일본 고이즈미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인 시(市)·정(町)·촌(村) 합병작업인 ‘헤이세이(일본의 연호) 대합병’이 진행 중이다.1999년 3232개이던 기초자치단체는 내년 3월 1821개로 대폭 줄어든다. 총무성은 대통합의 잘잘못을 내년 3월까지 검증, 합병 후의 문제점을 줄여가겠다는 구상이다. 합병 작업이 진행중인 이시가와현 학산(白山)시를 찾았다.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도쿄 서북쪽, 동해안 연안의 이시가와현 학산시는 지난 2월 1시,2정,5촌이 합병해 탄생했다. 이시가와현 최대의 면적에 인구는 11만명이 됐다. 합병 뒤 선거를 통해 새 통합시장이 탄생했고, 각 시·정·촌 의회는 해산, 시 의회로 통합됐다.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칼바람 맞은 상층부 합병에 따른 변화는 격렬하다. 우선 8개 자치단체장 중 시라미네 촌장 등 7명은 자리를 잃고, 맛토 시장이었던 통합 학산시 카도 미쓰오(74) 시장만이 기초단체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부단체장도 8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교육장과 회계·재정담당자도 역시 8명에서 1명으로 축소됐다고 기타노 고이치 학산시 총무부장이 설명했다. 지역사회 상층부 32명 중 28명이 대통합으로 인해 졸지에 자리를 잃은 것이다. 지역유지들인 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시·정·촌 의회 8곳의 의원들은 합해서 100명 정도였다. 카도 시장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단체장, 부단체장 등이 크게 줄었는데 안줄일 수 없다고 판단,35명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대통합의 바람은 이제 시작일 뿐 하지만 군살빼기는 시작일 뿐이다. 시의회 의원 정수는 차기 선거 때 28명으로 준다. 이처럼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층부만 줄여도 예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개 시·정·촌 소속 직원들은 한개 시의 직원이 됐지만 아직까지 1040명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카도 시장은 “10년에 걸쳐서 직원을 200명(20%) 정도 줄이겠다. 인위적인 조기퇴직보다는 채용 인원을 3분의 1, 혹은 5분의 1로 해서 줄이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학산시, 자력갱생 목표 일본 정부는 합병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었다. 재정적인 압박과 지원을 병행한 것이다. 덩치를 줄이는 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깍겠다고 선언, 대부분이 통합대열에 끼었다. 학산시도 마찬가지다. 학산시는 8개 시·정·촌이 기존의 이름을 모두 버리고 일본의 3대 명산 중 하나인 학산 자락에 위치한 점을 살려,‘학산시’로 태어났다. 지명도를 높여 관광과 공업, 농업으로 자립하겠다는 의지였다. 학산시도 통합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10년간 450억엔(약 4000억원)의 특별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70%는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금이다. 하지만 카도 시장은 “중앙정부 지원은 빚일 뿐이다. 따라서 100억엔 정도만 지원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학산의 관광자원·특산물 알린다 학산시는 우선 명산 학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수입을 늘릴 예정이다.8개 자치단체에 흩어졌던 축제, 고산식물 등 관광자원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노린다. 학산 브랜드의 각종 상품들을 개발, 판매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학산시내 5개의 니혼슈(청주) 회사들은 ‘학산’을 특허 형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학산이란 상표로 청주 등을 생산, 판매하며 280년,16대째 이어온 고보리주조사 고보리 히로야스 기획실장은 “최고의 청주 생산을 위해 최고의 쌀과 물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산이란 청주로 고향도 알리고, 세수 증대에도 기여하려는 것이다. 학산 청주는 도쿄, 홋카이도, 가고시마 등 일본 전역에서 유명하고 해외로 수출도 되고 있다. 학산시를 흐르는 테도리가 천은 매년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연어낚시꾼들로 붐빈다.1978년부터 이시가와수산종합센터가 매년 2∼3월 600만∼800만 마리의 연어 치어를 방류, 매년 1만∼2만 마리의 팔뚝만한 연어들이 모천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20년대부터 학산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빈발, 이후 첨단의 사방(砂防) 기술을 발달시켰다. 이런 기술은 한국과 타이완, 중국 등지로 전수되는 중이라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학산에서는 사방공사에 동원된 수많은 조선인들이 100㎏ 전후의 바윗덩어리를 나르다 희생된 어두운 역사도 있다. taein@seoul.co.kr ■ 행정구역개편 이렇게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대규모 행정제도개편은 이번이 세번째다.19세기말 메이지정부가 시·정·촌제를 도입하며 농촌위주의 봉건적 행정체계가 사라졌다. 전후 1953년부터 3년간은 역시 시·정·촌 합병인 ‘쇼와대합병’이 이뤄졌고, 이번 합병이 세번째다.47개의 광역단체 수를 대폭 줄여 도·주제(道州制)를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번 대합병의 가장 큰 목적은 악화일로의 재정난 타개다. 시대 흐름에 맞게 통합, 재정지출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50여년 된 현행 제도는 교통망 발달에 따른 생활권광역화에 적합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이농현상에 따른 농촌·산간지역의 인구 감소도 행정비효율을 초래했다며 통합을 재촉했다. 앞으로 중앙정부는 통합 지자체의 예산과 공무원 수 삭감을 유도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합병은 지자체 의회의 결의와 주민투표 등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적 유인책이 컸고, 일부 강제성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고, 환상이란 우려도 있다. 대합병에 따른 명암도 엇갈린다. 새로운 통합자치단체 신청사 등 대규모 공공시설공사가 많아 합병특수가 있다. 주민의식조사, 신도시건설 계획 등 컨설팅업체도 분주하다. 반면 서리를 맞는 곳도 적지 않다. 이미 기초단체장, 부단체장, 교육장 등 많은 지역유지들이 자리를 잃었다. 전국의 정·촌을 회원으로 해 정·촌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해 온 ‘전국 정·촌회’도 회원수가 격감, 회비수입이 줄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의 정·촌수는 2003년 4월 2513개였지만 7일 현재는 1395개이다. 대합병이 완료되는 내년 3월말에는 1045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taein@seoul.co.kr ■ 학산시 술도가 오쿠무라부부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우리나라의 막걸리와 흡사한 도부로쿠(탁주)가 고이즈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에 대중주로 부활하고 있다. 여관 ‘시시쿠소’ 주인 오쿠무라 에이지 부부도 대합병과 규제완화 등 개혁 바람의 한복판에서 ‘도부로쿠 특구’를 앞세워 새로운 학산시 알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도부로쿠 특구는 무엇인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술도가에서만 제조하던 도부로쿠를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일반시민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조건은 무엇인가. -숙박시설을 갖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고, 자신의 집에서 쌀을 생산해야 한다. 면적 제한은 없다. 냉장보관숙성 시설 등 생산설비도 자격요건이다. 주세법의 제약이 남아 있다. ▶왜 이 동네에 특구가 허가났나. -이 곳은 술이나 미소(일본식 된장), 간장, 미네랄 등 공업이 번성했다. 이런 전통에 따라서 도부로쿠 특구도 허가가 난 것으로 보인다.6주간 연수도 필요했다. ▶학산은 왜 술이 유명한가. -기온의 연·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청주나 도부로쿠를 발효시키려면 온도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나 이시가와현의 지원은 없나. -비품을 시에서 구입한 걸 빌려쓰고 있다. 생산공정도 지원해주고 있다. ▶맛이 궁금하다. -청주와는 전혀 다르다. 알코올 도수는 청주와 비슷하지만 마시기가 쉽다. ▶외부에서 온 손님에게도 파는가. -고객이 와서 사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들고 가 팔 수는 없다. 숙박손님이 사서 들고 갈 수도 있지만, 택배로 부칠 수는 없다. taein@seoul.co.kr
  • 막걸리통 싣고 찌리링 15만리

    막걸리통 싣고 찌리링 15만리

    1969년 3월 30일. 서울·중부 지방은『최저 영상 3도, 최고 영상 12도, 북서풍, 차차 맑음』의 화사한 봄날을 맞아 상춘객들은 창경원으로 우이동으로 떼를 지어 몰려나갔다. 이 춘3월 좋은 날씨에 서울 비원(秘苑) 돈화문(敦化門) 앞에선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진기한 경기가 벌어졌으니 서울 탁주(濁酒) 도매업자 연합회가 주최한 제1회 실용자전거 경기대회가 바로 그것. 알기 쉽게 말하자면 막걸리통 배달꾼들의『누가누가 잘 달리나』대회다. 이 진기한 대회에서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올해 25세의 김창옥(金昌玉)씨. 앓다가 참가한 경기인데 출발할 때부터 선두 달려 정각 하오 1시 5분 전 돈화문 앞을 출발, 반환점인 의정부까지 갔다가 되돌아와「골인」한 것이 정각 2시 16분. 그러니까 꼭 1시간 21분 만에 달린 셈이다. 출발 때부터 선두를 달리기 시작한 선수가 바로「백·넘버」2번의 김창옥씨. 김씨는 시종 물에 축인 수건을 입에 물고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페이스」로「페달」을 밟았다. 『대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제일 먼저 출전신청을 한다고 달려갔죠. 그런데 가보니까 먼저 와있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래 2번이 되었죠』하는 김씨는 경남 함양군 지북면 개평리 태생. 찢어지게 가난한 농군의 세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난 김씨는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라났다. 가난한 속에서도 가까스로 국민학교를 졸업. 『공부를 특별히 잘 하진 못했어도 운동회 날만 되면 내 세상이었죠. 달리기, 씨름 등에서 꼭 1, 2등이었으니까요』 서울에 올라온 건 8년 전인 17살 때. 위로 두 형님이 있지만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형편. 김씨가 서울로 올라올 생각을 하게 된 건 당시 서울에서 술도가를 차리고 있던 사촌형의 권유에 따른 것.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안했습니꺼?』 8년 다린 거리 치면 부산~백두산 73번 서울 올라와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막걸리 한 말들이 통을 뒤에 싣고 동서남북으로 온 장안을 누비며 술을 배달했다. 배달 시작은 아침 7시부터 낮 12시께까지. 배달을 끝내고 나면 좀 한가해진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밤 9시 반쯤이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거래처를 한 바퀴 돌며 수금, 밤 11시가 지나야 하루 일과가 완전히 끝난다. 이런 일과를 꼬박 8년 동안 계속해왔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20km를 달렸다 치고 8년 동안 김씨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 거리는 총연장 58,400km(14만 6천리). 부산서 백두산까지의 거리를 73번 달린 셈이다. 그러니까 한 해에 부산서 백두산까지 9번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건각(健脚)의 소유자. 김씨는 막걸리통을 나르는 틈틈이 성동체육관에 나가며 유도를 익혔다. 2년 만에 초단을 땄다니 어지간히 운동신경이 발달된 모양. 이번 대회에 출전신청을 해놓은 뒤 김씨는 시간이 나면 대회「코스」인 돈화문 앞~의정부 간을 현지답사했다. 술통 나르던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니 별로 힘은 안드는데 제일 난관은 미아리고개인 것을 알았다고. 『그래 힘을 아껴두었다가 미아리고개에서「라스트·피치」를 뽑아야겠다고 계산해 뒀죠』 그러나 김씨는 대회 나흘 앞두고 독감에 걸렸다. 목이 부어 오르고 열이 올랐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 대회가 열리는 30일 아침에야 겨우 열이 내리고 움직일만 했으나 이미 우승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대회에 나간다고 새 자전거 사준 주인아저씨 성의를 생각하니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밥 한끼 굶은 채 나갔죠. 한창 달리다 보니 옆에서「코로나」차가 한 대 따라오는데 우리 집사람과 사촌형, 주인아저씨들이 목이 터져라고 응원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 힘을 내서 달렸죠. 응원 덕택에 1등 한 거죠, 뭐』 반환점을 돌아 수유리 검문소 앞을 지날 때 선두로 달리던 김씨의 뒤를 쫓던 선수는 약 4백m 가량 처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회 진행차량이 김씨의 바로 앞에서 기계고장으로 급정거. 미처「핸들」을 돌리지 못한 김씨는 그대로「지프」를 들이받았다. 앞바퀴가 박살이 났다. 아내를 재산 1호라 하면 상탄 텔레비는 재산 2호 다행히도 김씨는 다친 데가 없이 그 자리에서 딴 자전거로 갈아타고 다시 경기에 나섰으나 그 동안 뒤를 쫓던 선수가 선두로 나서 김씨는 약 2백m 가량 처져 있었다. 『미아리고개만 믿었죠. 그래서 거리를 약 1백m 가량으로 좁혀놓고는 미아리고개서 떨구어버릴 생각이었죠』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아 미아리고개를 넘을 때 여전히 50m 정도 김씨는 뒤떨어져 있었다. 김씨가 선두로 다시 나선 건 창경원 앞을 지날 때. 결승점을 선두로 들어서자 지친 김씨에게 제일 먼저 달려든 것은 김씨의 아내인 이영옥(李英玉)씨. 이씨는 수많은 구경꾼들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김씨의 품 안에 뛰어들었다. 곧이어 준비해 두었던 물통을 갖다 세수를 시켜주기도. 『우리 마누라, 그래 봬도 아주 착실한 살림꾼입니다』 하는 김씨가 이영옥씨를 만난 건 약 5개월 전 일. 김씨가 일하고 있는 묘동상회 앞 골목에서 밥장사를 하고 있던 이씨와「눈이 맞은」건 매일 점심을 이씨에게서 사먹었기 때문. 그러다 한 달 만에「냉수와 막걸리 떠놓고」결혼식을 올렸다. 일수로 갚기로 하고 가게 하나를 얻어 밤에는 거기서 자고 낮에는 아내 이씨가 계속 밥장사. 김씨는 자전거를 끌고 막걸리통을 나르고 있다. 이 맞벌이 부부의 한 달 수입은 1만 5천원 안팎. 살림 살고 일수 갚고 나면 겨우 계 하나 들 돈이 남는단다. 이런 빠듯한 생활 속에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싯가 6만원의 9「인치」짜리「텔레비」가 한 대 생겼다. 돈이 아쉬울텐데 팔아버리지 않겠느냐니까『이거 내 힘으로 얻은 건데 마누라한테 못해 준 결혼선물 대신 주어야죠. 어떻게 팝니까』란다. 마누라를 재산목록 1호로 친다면 재산목록 제2호로 단간방에 두고두고 보겠다는 것. 165cm의 키에 체중 68kg. 술은 많이 먹어야 막걸리 한 되. [ 선데이서울 69년 4/6 제2권 14호 통권 제28호 ]
  • 경북 영주 고치재, 오솔길

    경북 영주 고치재, 오솔길

    무작정 걷고 싶다. 아니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고 싶다. 햇살이 색바랜 나무에 닿아 하얗게 부서지고 노랗고 붉은 낙엽이 바람에 춤추는 그런 곳으로…. 굽이치며 끝없이 흘러가다 파란 하늘에 맞닿을 것 같은 산속의 오솔길 끝에 있는 가을을 찾아 헤맸다. 소백산 끝자락에서 경북 영주와 충남 단양을 잇는 고치재 길은 가을의 달콤함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강하진 않지만 은은한 동양화 색깔처럼 노랗게 변해버린 이깔나무, 강렬한 빨강으로 온 산에 생기를 불어넣는 단풍나무와 가을에도 변하지 않는 푸른 침엽수들이 고치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글 사진 영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북 영주 좌석리에서 시작되는 고치재에 첫모습은 어린시절 외딴 외가집을 찾아가는 그런 시골길 같다. 순흥면에서 좌석리·마락리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해 오르면 옥대리. 길 오른쪽으로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차례로 나타난다.700년 이상 살아오며 고치재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나무들이다. 단산저수지를 지나 5㎞ 남짓 오르면 삼거리. 상좌석, 연화동 그리고 미락리로 갈라지는 좌석리의 중심이다. 좌석리에서 위좌석으로 오르다 보면 사과밭이 즐비하다. 연분홍빛의 사과를 주렁주렁 매단 가지가 도로까지 손을 내밀며 낯선 이방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정겨운 동네다. 사과밭에 앉은 집채만 한 바위가 보인다. 이름하여 앉은바위.‘좌석리’라는 마을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정월 초정일(初丁日)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를 올리는 바위다. 삼거리에서 고치재 쪽으로 좀더 오르면 갈림길. 왼쪽이 연화동, 곧장 가면 고치재다. 연화동에는 두개의 예쁜 폭포가 있다. 마을 구경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고치재로 향한다. 연화동 갈림길부터 울창한 숲길을 따라 고치재로 오른다. 거의 정상부근까지 포장이 되어 승용차도 쉽게 오르는 길이다. 차창을 열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길이 너무 좁아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길 옆으로 흐르는 풍경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아차’하면 사고가 나겠다 싶어 아예 차를 한편에 세워놓고 내렸다. 길섶에 나무들은 제각기 다른 얼굴로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몸을 흔든다. 나무 끝에 매달린 파란 하늘까지. 정말 아름답다. 굽이치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나도 한 마리 다람쥐인 양 길가에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저 밑에 두고온 ‘자동차’생각이 났다. 오늘처럼 차가 귀찮게 느껴질 때는 없었다. 되돌아 내려와 다시 차를 몰고 천천히 고치재를 올랐다. 비포장도로를 한 10여분 달렸을까. 껑충한 장승들이 반겨주는 널따란 광장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해발 760m의 고치재 정상이다. 백두대간의 주능선으로 태백산이 끝나고 소백산이 시작하는 곳이다. 그런 연유로 여기엔 태백산신과 소백산신을 함께 모셨다는 ‘국사서낭당’이란 조그만 당집이 있다. 당집 안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산신은 단종 임금과 금성대군이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격하돼 영월에 유배됐을 때 세조의 동생이자 단종의 삼촌이었던 금성대군은 영주 순흥도호부 부사와 함께 단종 복위운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금성대군의 밀사들은 단종 복위를 꿈꾸며 영주와 영월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인 고치재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관노의 밀고로 복위운동은 물거품이 되고 단종은 영월, 금성대군은 안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복위운동의 근거지였던 순흥도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꿈을 품고 이 험한 길을 다녔던 단종의 밀사들도 고치재에서 이마의 땀을 식혔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고치재의 단풍에서는 서글픈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고개를 넘어 마락리로 향한다. 말이 떨어져 죽을 정도로 계곡이 깊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내려가는 길은 흙길이다. 차를 세웠다.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갖가지 노란색으로 물든 잎갈나무의 아름다움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소백산을 넘는 지름길로 방물장수나 봇짐을 짊어진 보부상들이 다녔지만 이제는 찾는 이가 없다. 가끔씩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들를 뿐. 마락 청소년야영장이 나타났다. 여기는 1991년까지 옥대국민학교 마락분교였다. 폐교가 되면서 청소년야영장으로 바뀌었다.1964년 개교한 미락분교는 1991년까지 27년 동안 14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경상북도 경계’표지석을 지나면 의풍리에 이른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속하는 마을이다. 여기서 우회전해 남대리를 지나 마구재를 넘으면 부석사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의풍1리 삼거리에서 오른쪽 비포장길로 10여분을 가면 영월 김삿갓마을이 나온다. 삼거리 왼쪽 길은 배틀재 넘어 단양으로 가는 길인데 무척 험하다. 의풍리에서 도계까지 도로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까지가 고치재 여행의 종점.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오롯이 묻어 있는 고치재 길의 늦가을 풍경은 남달랐다. 경북 영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석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손꼽히는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서기 67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사찰로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있다. 노란 은행잎이 흩날리는 길을 10여분 걸어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 앞에 이르렀다. 무량수전은 ‘배흘림기법’이란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가운데가 볼록한 기둥의 아름다운 선으로 유명하다. 여인의 치맛자락을 살짝 올린 듯한 지붕 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석사는 늦은 오후가 제격이다. 소백산을 넘어 온 노을이 은행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와 아늑한 절집에 내려앉으면 세상 시름도 잠시 잊게 된다. 운좋게 황금빛 노을을 무량수전 앞에서 본다면 금상첨화. 첩첩이 허리를 포개고 늘어선 백두대간의 황홀함에 빠지게 된다. 입장료 1000원, 주차료 3000원. 영주의 선비촌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민속놀이와 다도, 붓글씨 등 선비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막걸리와 파전을 먹을 수 있는 토속음식점과 대장간, 한지, 도예품 등을 만드는 공방 등도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3000원, 주차료는 무료. 혹시 하루를 영주에서 묵고 갈 요량이라면 선비촌에서 머물 수 있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문살 창호지를 간지럽히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2인 기준 2만원부터.(054)638-7114,www.sunbitown.com 영주에는 소문난 먹을거리가 별로 없지만 순흥묵집은 한 번쯤 찾을 만하다. 따뜻한 육수에 신 김치를 썰어 넣고 쫄깃쫄깃한 묵을 말아준다. 값은 4000원. 이밖에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다가 육수와 묵을 넣어먹는 ‘태평초’도 맛있다.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마음에 들 듯.1만 5000원.(054)632-2028. ■ 찾아가는길 영동고속도로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풍기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나오자마자 우회전해 첫번째 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부석사 가는 931번 지방도. 부석사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 단산면 옥대리 삼거리에서 좌석리·마락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고치령 길이다. 좌석리 소백산 매표소를 지나면 고치령 옛길이 시작된다. 좌석리에서 고치령 정상까지는 약 5㎞, 정상을 넘어 마락리까지는 4㎞ 정도.
  • [수도권플러스] 소나무 막걸리 주기 행사

    서울 강북구(구청장 김현풍)는 8일 오전 우이동 솔밭공원에서 소나무에 막걸리를 주는 ‘2005 나무가꾸기 행사’를 연다. 행사에서 주민 200여명이 백년생 소나무 1000여그루 주변에 작은 구덩이를 판 뒤 막걸리 희석액(2t)을 붓고, 소나무 생육을 돕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 강북구 관계자는 “소나무에 막걸리주기는 나무 기력 회복을 위해 예부터 내려오는 민간요법”이라면서 “막걸리에 함유된 단백질, 아미노산, 각종 미네랄이 소나무의 생육을 돕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결혼하면 아이 못낳게 수술도

    “70년대 후반까지 정착촌이 아닌 마을에 들어가면 붙잡아서 소록도로 보냈다. 심지어 80년대 초에도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단종수술을 했다.” “정부는 한센협동회를 조직해 한센인을 지원했지만, 이들은 한센인들을 못살게 굴었다. 정부가 지원한 것은 선거 때 여당표가 필요해서였다.” ●인권침해 사례를 정리하는 데 의미 지난 3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서울대 정근식 교수팀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한센인에게서 과거의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으로 정리한 구증들이다. 정 교수팀이 수집한 증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센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나 국군이 마을을 점령하면 마을 사람들이 점령군에게 막걸리를 사주며 정착촌에 있는 한센인을 반대파로 몰아 학살하는 ‘막걸리 학살’이 만연했다. 이 기간 동안 한센인들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좌익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학살당했다. 실태조사에서 밝혀진 ‘경남 함안의 물문리 학살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센인들은 1950년 7월 하순쯤 관동교 다리 밑에서 국방경비대, 경찰, 지방청년단 등에 의해 29명이 숨졌다고 증언했다.“좌익”이라는 마을 사람의 제보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한센인 대부분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좌익사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센인 인권침해 3대 사건의 하나인 비토리섬 학살 사건의 경우,1962년 섬을 개간하러 들어간 한센인 26명을 살해한 가해자 3명에 대해 법원은 징역1∼2년의 형을 선고했을 뿐이다. ●60년대 주민에 의한 인권침해 국가가 눈감아 독재정권 시절에는 분열한 한센인들이 서로를 탄압하기도 했다. 일본이 한센인간 격리정책을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온 반면,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격리수용을 포기하며 사실상 이들을 방치했다. 한 곳에 사는 일반인과 한센인간에 분쟁이 생기면 한센인들 대부분은 소수자라는 점 때문에 당연히 챙겨야 할 권리마저 빼앗겼다.5·16 이후 소록도에 남아 있던 한센인들이 한 오마도 간척사업 때도 그랬다. 한센인들은 개간된 땅을 불하받는 조건으로 일했지만,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한 마지기의 땅도 받지 못했다. 이들에게 개간한 땅을 나눠주면 주변 지역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겠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센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등이 공권력에 의해 일어났지만, 오랫동안 격리된 탓에 이들에 대한 자료나 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정근식 교수는 “오마도 간척사업에 대해 한센인들이 공사의 40%를 진행했는지,60%를 진행했는지에 대해 당국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실태조사에서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침해 대부분이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한센인들을 차별한 주체가 일반 주민들이었던 경우에도 차별을 묵인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책꽂이]

    ●구텐베르크 수사들(한기 지음, 역락 펴냄)문학이 위기의 시대에 내몰리게 된 근본적 원인 탐색과 더불어 문학의 존재이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담고 있는 평론서. 염상섭, 채만식 등 비판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들에서부터 199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작가들에 대한 논평들을 실었다.2만 3000원.●변산바다 쭈꾸미 통신(박형진 지음, 소나무 펴냄)중학교 중퇴 이후 줄곧 땅을 갈며 살아온 농부시인의 진솔한 인생예찬. 소박하고, 청정한 시골생활을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담아냈다.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바구니속 감자싹은 시들어 가고’,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등을 펴냈다.8800원.●기발한 자살여행(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솔 펴냄)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희망자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과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풍자소설. 독창적인 인물 설정과 독특한 서술방식, 유머감각이 돋보인다.2004년 ‘유럽의 작가상’수상작.9500원.●이야기 파는 남자(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펴냄)철학소설 ‘소피의 세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저자의 장편소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기이한 운명을 짊어진 사내 페테르를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출판계의 어두운 뒷모습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엮었다.1만원.●행복한 지붕수리공(요아힘 링에나츠 지음, 김재혁 옮김, 하늘연못 펴냄)길거리 카페 낭송시인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해 종전 후 현대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새로운 개성의 작가로 부각된 저자의 소설집.‘생의 열쇠구멍을 통해서’‘누군가 들려주는 일리넵 이야기’ 등 국내 독자에게 소개되지 않은 단편 17편을 모았다.9000원.
  • [서울戀街] (5) 삼청동 거리

    [서울戀街] (5) 삼청동 거리

    북적이는 도심을 뒤로 하고 경복궁 모퉁이를 돈다. 낙엽을 즈려밟으며 발걸음을 옮긴지 10분이 지났을까. 어느새 삼청동 어귀에 다달았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늘어선 단층 건물들은 시공(時空)을 뛰어넘은 세상에 있는 듯 하다. 고즈넉한 한옥들은 인사동에 비해 더욱 한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동시에 아기자기한 야외 테이블과 벽돌집 앞에 놓여진 꽃들은 유럽의 어느 골목길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삼청동 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삼청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도 생겼다. 회원은 2만여명에 이를 정도다. 이들이 인정하는 맛집·술집·찻집들을 찾아 떠나보자. 쿡앤하임(Cook´n Heim) 햄버거를 무조건 정크푸드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운 조리장이 웰빙을 목표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작은 정원에 마련된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 이탈리아의 구운빵인 ‘포카차’에 두툼한 패티를 넣은 이탈리안 칠리버거는 8500원.733-1109. 8 steps 식당에 들어가려면 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빵에 훈제연어·버섯샐러드·가지·문어·시금치 등을 올려먹는 스페인 요리인 ‘타파스(tapas)’가 독특하다. 가격은 1만 2000원∼1만 6000원. 저녁에는 타파스를 비롯해 티라미스, 스테이크 등이 포함된 코스(5만원)만 내놓는다.738-5838. 아 따블르(A Table) 프랑스어로 ‘소박한 밥상’이라는 의미다. 메뉴판이 따로 없는 게 특징. 그렇다고 주는대로 먹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주인이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를 골라 ‘오늘의 메뉴(Plats du Jour)’를 짠 뒤 작은 칠판에 요리들을 적는다. 테이블이 6개밖에 없어 한옥만의 아늑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점심 3만원, 저녁 4만5000원·5만5000원(부가세 10% 별도)736-1048. 추억의 햄버거 스테이크부터 갖가지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까지 있다. 올디스 팝송이 나오는 편안한 분위기다.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부드러운 안심스테이크(2만 9000원·200g)가 잘 팔린다. 점심 메뉴는 6400∼1만 3000원.733-3535. 청(淸) 통유리창을 통해 인공 폭포와 연못이 있는 아기자기한 숲을 볼 수 있는 중식당. 로맨틱한 정원 풍경과 촛불 아래에서 재즈를 들으며 와인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연두부에 크림을 같이 반죽해 얇게 튀긴 ‘일품두부와 비타민(1만 5000원)’은 고소하면서 담백하다. 코스 요리는 점심이 2만3000∼6만원, 저녁이 4만5000원∼9만원.720-3396 뺑&빵 쌍둥이 자매가 동부이촌동에 이어 낸 스파게티 전문점. 가게 이름도 이들의 별명에서 따왔다. 둘 다 유학파로 깔끔한 맛의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를 내온다. 여러 사람들이 찾는 메뉴는 크림스파게티.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맛을 내면서 스파게티를 싫어하는 남성들도 자주 찾는다. 해물스파게티나 각종 리조또도 맛있다. 가격은 스파게티가 1만5000∼1만8000원으로 약간 센 편.722-5930 콰이민스 테이블(Qwymin’s Table) 미술가 김쾌민씨가 손수 인테리어한 아기자기한 카페.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벽에는 이국적인 골동품, 벽돌 등과 함께 김씨의 설치미술 작품인 ‘벽의 눈물’이 전시돼 있다. 식사와 와인,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와인은 4만원, 차는 5000원부터.1만 5000원 받는 프랑스식 전골 ‘해물 브야베스’도 특이하다.736-7320 비움(VIUM) 삼청동의 갤러리 카페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각종 자기들을 전시·판매하는 곳으로 벌써 널리 알려졌다. 컵, 사발 등 뿐 아니라 액자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국 뉴욕, 독일 뮌헨, 일본 나수 등에도 매장과 전시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먹거리도 전시품 못지 않게 빼어나고 깔끔하다. 특히 삼청동에서 가장 저렴한 값의 와인을 만날 수 있다. 호주산 와인인 노티지힐을 3만원에 내놓고 있다.730-7258. 지난해 새로 문을 연 퓨전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이리와’라는 뜻의 식당 이름 답게 붉은 색의 조명이 삼청동을 찾은 이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사천해물밥, 해물잡탕밥, 중국식 물냉면 등이 인기다. 가격은 식사 5000∼1만원, 요리는 1,2만원 선이다.720-3368. 김유영 이두걸기자 carilips@seoul.co.kr ■ 삼청동서 와인 한 잔 트래블러스 행아웃(Traveler’s hangout) 우리말로 풀어쓰면 ‘여행자 소굴’쯤 된다.2년동안 20여개국을 여행한 28세의 젊은 사장이 운영한다. 여행책자도 여러권이어서 주인에게 배낭여행 상담을 하러 가도 된다. 아담하지만 가운데 마당에는 모닥불도 있고, 종종 어쿠스틱 라이브가 열리기도 한다. 원래 구조를 허물지 않아 다락방도 있다. 아르헨티나 차인 마떼가 6000원. 삼청동에서 맛보기 힘든 소주와 라면은 각각 4000원.734-3009. 링가롱가(Linga Longa) 삼청공원 부근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 있어서 처음 발견하는 순간 ‘보물찾기’에 성공한 듯한 기분이 든다. 밖에는 갖가지 꽃화분이 늘어서 있어 유럽의 까페같다. 안에 들어서면 낮은 천장 아래 지중해빛 노랑 회벽에 물감으로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정겹다. 목공예가인 주인장과 화가인 아내가 직접 꾸민 것이다. 외국에서 가져온 접시·목각 인형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눈에 띈다.3만원대의 중·저가 와인들이 많이 있으며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다.730-3223. 라 끌레(La Cle) 프랑스어로 ‘열쇠’란 뜻이다. 사진작가인 주인 문순우씨가 직접 수집한 각종 시계·전화, 카메라 등 소품들은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늬만 재즈카페가 난무하는 요즘, 도심에서 제대로 된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8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공연을 즐길 수 있다.4만∼5만원부터 있는 와인도 유명하다.734-7752. 까브(Cave)프랑스어로 깊은 동굴·포도주를 저장하는 지하 창고를 뜻한다. 프랑스의 와인 저장 창고 까브를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외에서 접하기 힘든 희귀 와인까지 100여종의 와인으로 가득하다. 비싼 것은 220만원에 달한다. 매일 오후 8시부터 은은한 조명 아래 음식과 와인을 맛보면서 클래식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739-1788. 안(安·Ann) 개조된 한옥의 큰 창 밑으로 와인병들이 무수히 많이 쌓여있다. 담벼락에는 그려진 와인 코르크 마개로 만든 프랑스 지도가 풍취를 더한다.722-3301. TOS 형광색에 가까운 주황색 외벽을 따라 작은 골목을 들어서면 나온다. 다른쪽(The Other Side)의 준말이다. 천정이 뻥 뚫린 미니바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이 일품이다.720-7854. 이두걸 김유영기자 douzirl@seoul.co.kr ■ 삼청동 터줏대감 특유의 맛 지킴이 삼청동은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가게들이 생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삼청동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곳을 꿋꿋이 지키고 있던 맛집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손맛을 인정받은 삼청동 토박이 맛집들을 소개한다. 눈나무집(雪木杆) 각 테이블마다 시원한 국물에 아삭아삭한 이북식 김치를 얹은 ‘김치말이 국수(4500원)’를 하나씩은 시켜 먹는다. 그릴에 다진 쇠고기와 떡볶이용 떡을 구워 나오는 ‘떡갈비(7000원)’도 인기다. 주말이면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비좁아 올해초 건너편에 분점도 냈다.739-6742. 수와래 파스타 종류가 20여가지로 재로를 듬뿍 넣은 게 특징이다. 주문을 받은 뒤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만들어 신선하다. 버섯·치즈·크림을 넣은 알프레도와 홍합·오징어·새우를 넣은 페스카토레가 각각 1만 2000원선. 삼청동 음식점으로서는 드물게 전용주차장이 따로 있다.739-2122. 조앤리의 밥집 조앤리 정식(2만 5000원)에는 야생초 겨자무침·모듬전·문어숙회·곰취보쌈·장어구이 등이 나온다.730-7002. 용수산 고려시대 개성음식을 재현했으며 퓨전으로 나온다. 고려정식이 5만 8000원.7399-5599. 지화자 조선왕조 궁중음식 부문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황혜성씨가 맏딸인 한복려씨와 운영하는 한정식집이다. 궁중정식 9만 9000원.733-5834. 청수정 홍합밥 하나로 명성을 얻었다.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홍합밥만 봐도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참기름과 간장으로 간하고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정도다. 정식에는 호박, 버섯 등을 무친 반찬과 된장·순두부찌개도 함께 나온다. 정식이 부담스러우면 간단한 도시락도 있다. 이밖에도 대구머리로 만든 뽈데기탕은 칼칼한 맛으로 입맛을 돋군다. 홍합밥 정식 1만 3000원, 홍합밥 도시락 6000원.738-8288 향나무 세그루 청국장 맛으로는 서울 시내에서 손꼽힐 만하다. 걸쭉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맛은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도 손이 저절로 간다. 매일 전북 군산에서 갓 담근 장을 올려 끓이는 게 맛의 비결. 청국장에 콩나물, 무생채 등 각종 나물을 넣고 쓱쓱 비비면 천하진미가 따로 없다. 두툼하게 나오는 전북 함평산 돼지목살도 일품이다. 육질이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11년 동안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은 것도 이 집만의 미덕이다. 청국장 4000원, 돼지목살 6000원.720-9524. 삼청동 수제비 식사 시간이면 줄이 10m 넘게 늘어설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멸치와 조개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해물을 첨가한 한결같은 수제비 맛으로 20년 넘게 단골에 단골을 만든 집이다. 쫄깃한 맛의 수제비와 갓 담은 김치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감자를 직접 갈아 부친 감자전과 파전에 막걸리 한 잔도 일품이다. 항아리 수제비 5000원, 찹쌀수제비 6000원, 감자전 6000원.735-2965.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 국적을 잃어버린 삼청동에서 20년이 넘게 ‘한옥촌’의 명맥을 잇고 있는 한방찻집이다. 이집의 ‘주 종목’은 단팥죽. 팥과 삶은 밤, 은행, 울타리콩 등이 어우러져 달콤한 맛을 낸다. 죽 안의 찹쌀떡을 씹으면 계피향이 입 안에 가득 찬다. 쌍화탕과 녹각대보탕, 십전대보탕 등 한방차도 그윽한 맛을 자랑한다. 단팥죽 4500원, 녹각대보탕·십전대보탕 5000원, 쌍화탕·생강차 3000원.734-5302. 김유영 김기용기자 carilips@seoul.co.kr
  • 대한민국 名酒 한자리

    전국 200여 명주(名酒)가 한자리에 모이는 술축제가 포천에서 열린다. 포천시는 22,23일 이동면 백운계곡에서 ‘제1회 대한미국 술축제’를 연다고 밝혔다.‘술과 이동갈비’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포천의 일동·이동 막걸리와 배상면주를 포함, 전국의 이름난 30개 전통주 업체에서 200여종의 술을 선보인다. 컵 1개만 준비하면 행사장에서 이들 술을 무제한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미나리주·콩나물주 등 가전(家傳) 실험주류 제조방업 시연회가 열리고 막걸리 빨리 마시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됐다. 포장된 술을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특산품 장터에서는 인삼·버섯·쌀·약초 등도 싼값에 판매한다.(031)538-2067.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청계천 주변 5색 맛지도

    청계천 주변 5색 맛지도

    가슴 설렘 속에 새물맞이를 기다리고 있는 청계천.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 새롭게 태어난 청계천 길을 걸어 보자.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도 한번 둘러 보자. 일상의 작은 행복, 삶의 여유란 바로 그런 데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 일원은 예부터 시장통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음식천국을 이룬 곳.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가는 골목에 있다고, 겉모습이 꾀죄죄하다고 선뜻 들어서길 망설인다면 제대로 된 맛을 놓치고 말 것이다. 편견 없는 사람만이 참맛을 즐길 수 있는 법. 청계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십년된 해장국집도 만나고 산뜻하게 단장한 신세대풍 레스토랑과도 마주치게 된다. 주말매거진 We는 ‘청계천시대’를 맞아 한 번 찾아가 먹어 보면 후회하지 않을 ‘맛집 중의 맛집’을 골라 소개한다. 글 김종면 한준규 최여경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We팀이 발로 그린 5색 맛지도 (1) 회·오리가 입안에서 회오리치는 맛 쫄깃한 광어회 한점 꿀꺽·회국수 후루룩 회라고 하면 일단 비싼 음식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청계4가 사거리에서 국민은행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100m쯤 가면 만나게 되는 어시장(2265-2468)은 그런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제주산 광어만을 고집하는 서민풍 맛집이다.2만원짜리 광어 한 마리를 시키면 네 명이 섭섭잖게 먹을 수 있다. 각종 야채와 회, 고추장 등을 넣고 비벼 먹는 회국수(4000원)도 별미. 회를 시키면 매운탕은 기본 서비스로 나온다. 오리 꽥꽥? 오리 냠냠! 오리고기 생각이 나면 배나무골(755-5292)로 가보자.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로 나와 50m 거리. 청계1가가 막 시작되는 지점이다.7000원 하는 오리탕정식부터 오향수육, 훈제 통구이 등 10가지 요리가 나오는 비즈니스 코스(3만 5000원)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 코스요리에 한해 한약재로 만든 ‘불로주’ 한 병이 서비스로 나온다. 빼놓지 마세요 미술관에서 분위기 있게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 이마, 맛있는 문어회와 진한 칼국수가 인기인 안동국시,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명사인 베니건스,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텍사스, 소문난 평양식 냉면집인 을지면옥, 소갈비로 청계천 일대를 주름잡는 조선옥, 돌판에 구워먹는 등심이 맛있는 석산정, 입에서 살살 녹는 불고기와 냉면이 유명한 우래옥 (2) 매운맛 봐라 韓뚝배기 vs 中굴짬뽕 뚝배기 四川대왕: 우렁된장·된장찌개·순두부·김치찌개 사람 많은 종로에도 사람들이 밥집 앞에 줄서 있는 광경은 흔하지 않다. 오전 11시에도, 오후 2시에도 늘 줄을 길게 서 있는 집이 소박한 외관만큼 이름도 단순한 종로 2가 ‘뚝배기집’(2265-5744). 그많은 식당 중 왜 저 집이어야 할까. 이유는 맛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커다란 창문 너머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를 보며 줄을 서면 아주머니가 나와 주문을 받는다. 무엇을 시켜야 할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메뉴도 단순해 우렁된장, 된장찌개, 순두부, 김치찌개 딱 4개다. 차례가 되어 들어선 실내는 아늑하다.30여명 앉을 수 있는 공간에 나무 식탁과 작은 모형 메주를 걸어놓은 황토 벽이 어우러져 시골 초가집 작은 방 같다. 앉자마자 나온 반찬 역시 소박하다. 고추 3개와 찍어 먹을 된장 약간, 열무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어묵무침. 이어 김이 솔솔 나는 흰 쌀밥과 작은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는 우렁된장찌개가 나오고 친절한 소개가 덧붙는다. “열무김치랑 고추장이랑 잘 비비고, 좋아하면 된장찌개 안에 있는 달걀 꺼내 비벼 먹어요. 밥 부족하면 말해, 더 줄게요.” 순두부찌개도 아닌 된장찌개에 달걀은 어색할 듯해도 고소한 맛을 더해 은근히 잘 어울린다. 푹 익혀 먹어도 되고, 반숙일때 밥에 넣어 비벼 먹어도 좋다. 밥에 열무김치 얹고 고추장 듬뿍 넣어 쓱쓱 비빈다. 밥 밑으로 숟가락을 넣어 뒤집으니 숨어 있던 콩나물이 딸려 나온다. 적당하게 비벼졌다 싶을 때 열무김치와 밥을 숟가락 가득 떠 한 입 넣고 씹는다. 아삭아삭한 김치와 매콤한 고추장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호호 불어 떠먹는 찌개가 너무 맛있어 정신없이 밥과 찌개에 번갈아 손이 간다. 먹을수록 구수한 된장의 맛이 새롭게 느껴진다. 뚝배기가 너무 작은 게 아쉬울 정도다. 가격이 3000∼4000원으로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푸짐한 맛까지 선사하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는 이상 단골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뚝배기집’은 종로 2가 파고다학원과 YBM시사영어 학원 바로 뒤편. 오전 8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영업한다. 연중무휴. 쫄깃한 면발이 얼큰한 국물 휘감으麵 아~ 짬뽕 세월이 지나고 입맛이 변해도 자장면과 짬뽕은 우리의 ‘영원한 별식’이다. 청계천 주변에는 몇 십년 된 음식점들이 많지만 ‘짬뽕’ 하나로 60년 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중국집이 있다. 바로 안동장(2266-3921)이다.2호선 을지로 3가역 사거리에서 을지로 2가쪽으로 200m 가면 만난다. 안동장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화려하진 않지만 뭔가 기품이 넘치는 간판, 단정하고 정리된 듯한 실내 분위기가 일단 마음에 든다. 자리에 앉아 주메뉴인 굴짬뽕과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 집에서 내놓는 짬뽕은 이른바 ‘백짬뽕’. 매운맛의 짬뽕을 먹으려면 주문할 때 매운맛이라고 꼭 말해야 한다. 일단 굴짬뽕의 국물을 맛보니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담백하고 진한 맛이 여느 집과는 비교할 수 없다. 면발은 수타면이라 특유의 쫄깃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주문하면 바로 면을 뽑아서인지 향긋한 볶음향이 전해진다. 또한 배추, 시금치, 죽순 등 야채와 굴이 듬뿍 들어 있어 국물이 더없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야채를 살짝 데쳐서인지 씹힐 때의 아삭거림이 살아 있어 먹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매운 굴짬뽕 또한 특이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빨갛고 탁한 국물의 짬뽕이 아니다. 맑은 육수에 고춧가루를 풀어 놓은 듯하다. 얼큰하고 시원하다. 볶음밥 또한 달콤한 바비큐향이 가득하고 알알이 씹히는 밥알이 별미다. 중국집의 기본은 뭐니뭐니해도 자장면. 안동장의 자장은 약간은 묽어 부드럽게 비벼지며 양파, 고기 등을 잘게 다진 것이 특징이다. 굴짬뽕은 6500원, 삼선볶음밥은 5800원, 자장면은 3300원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로 연중무휴. 빼놓지 마세요 설렁탕의 명가인 이남장, 커다란 햄버거가 맛있는 해피버거, 돼지고기로 유명한 황소고집, 청계천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드 쿠디에, 연인이나 가족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깔끔한 한정식으로 젊은이들에도 알려진 한일장 (3) 닭 · 생선 · 곱창은 골목에 산다 칼국수 뚝‘닭´ 먹고 생선구이 뜯고 청계천에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먹거리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소박한 인심 속에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우리 이웃의 정겨운 삶의 풍경까지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먹거리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닭칼국수와 생선구이로 유명한 골목은 나래교와 버들다리 중간에서 종로 5가쪽으로 가다 보면 시장 중간에 있다. 크고 작은 닭칼국수 가게들이 저마다 원조라는 커다란 간판을 걸고 성업 중이다. 이곳 닭칼국수는 닭을 넣은 육수에 간이 칼칼하게 밴 김치를 넣고 끓여 국물이 특히 감칠맛이 난다. 부들부들하게 익은 닭의 하얀 살점을 떼어 고추장, 간장, 겨자를 적당히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일미다. 닭고기를 건져 먹고 떡이나 국수를 넣어 먹고 마지막으로 밥을 볶아 먹는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2∼3인분인 닭한마리에 1만 3000원, 국수사리 2000원, 밥과 떡사리는 1000원이다. 가격은 어느 가게나 똑같다. 닭칼국수골목 건너편에는 생선구이를 하는 집들이 한데 몰려 있다. 백열등 밑에서 뽀얀 연기를 내며 지글지글 구워지는 생선을 보면 식욕이 절로 돋는다. 굴비, 꽁치, 삼치, 자반 등 4가지 생선을 먹을 수 있다. 값은 5000원.6∼7가지 밑반찬과 순두부가 딸려 나온다. 어린 시절 연탄불에 구워 먹던 맛이 그리운 사람들은 한번 찾아 볼 만하다. 땡긴다 매콤하게 달달볶은 곱창 곱창을 좋아한다면 청계천 8가 중앙시장 입구의 곱창골목이 안성맞춤. 황학동 벼룩시장이 끝나는 쪽에 있다. 가게 입구에 있는 커다란 불판에 곱창, 대창, 막창을 넣고 볶다가 갖은 양념과 깨잎, 당근 등 야채를 한 움큼 집어 넣으면 완성.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연인과 소주 한잔을 하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야채곱창 7000원, 구이곱창 8000원. 청계5가 광장시장내 먹자골목은 어릴 적 어머니가 사주던 국수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될 만한 곳. 시장 한 가운데 펼쳐진 난장에 먹음직스러운 만두, 순대, 국수, 나물 등이 가득하다. 가격도 정말 싸다.5가지 나물과 열무김치를 넣은 보리밥은 3000원이며, 그 자리에서 밀가루 반죽을 썰어 끓여주는 칼국수는 3500원. 또 멸치 장국에 막 삶은 국수를 말아 주고 2000원을 받는다. 빼놓지 마세요 다들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한다. 닭칼국수가 예술인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쫄깃한 돼지고기와 보쌈김치가 맛있는 원할머니보쌈이 잘 알려진 곳. (4) 어름어름 찾아가면 허름해도 맛짱 해장국의 지존 여러 속 풀어왔다 해장국 하면 사람들은 으레 청진동 거리를 떠올린다. 본격적인 해장국집이 생긴 것이 1945년 광복 직후, 김씨 성을 가진 노인이 지금의 청진동 청진옥 자리에 영화옥을 세운 게 처음이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청진동 전통 해장국의 맛과 질을 넘어서는 진정한 ‘해장국 명가’가 청계천변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청계천 8가와 9가 사이 한국도자기 건물 바로 건너편에 있는 대중옥. 반세기의 역사를 말해주듯 겉모습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마치 사진작가 김기찬씨의 골목길 풍경첩에 나오는 70년대 서울 변두리 풍경 같다. 그렇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정든 고향을 찾은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꽤 널찍한 세 개의 방을 포함해 100평은 족히 된다. 비록 몇 대밖에 댈 수 없지만 주차장도 갖추고 있다. 중요한 건 물론 음식이다. 해장국에 관한 한 대중옥(2293-2322) 은 ‘지존(至尊)’이라 할 만하다. 이곳 선지 해장국은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내장을 넣고 곤 전통방식의 해장국과는 사뭇 다르다. 대중옥 해장국엔 고기가 없다. 콩나물도 없고 무도 없고 파도 없다.24시간 푹 곤 사골과 잡뼈 국물에 우거지와 ‘찰선지’만을 넣고 끌인다. 그런 만큼 맛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해장국 끓이는 데 쓰는 된장은 직접 담근 것. 말하자면 ‘웰빙 해장국’인 셈이다. 대중옥 해장국 맛의 비결은 단연 찰선지에 있다.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대중옥 사장 이백만(59)씨의 말.“찰선지만을 쓰는 해장국집은 아마 우리 집밖에 없을 겁니다. 찰선지란 물을 섞지 않고 원피만 받아 막걸리로 발효시킨 선지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일반 ‘물선지’보다 5배나 비싸지만 찰선지는 그 맛이 훨씬 고소하고 쫄깃쫄깃하고 차집니다.” 해장국은 뜨거운 맛에 먹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곳 선지 해장국은 식어도 제 맛을 잃지 않는다. 비릿하거나 텁텁하지 않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대중옥의 주메뉴는 해장국이지만 조연격인 요리들 또한 이에 못지않다. 서울에서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송치(암소 뱃속에 든 새끼)전골, 우설(牛舌) 생구이, 겹간, 머리고기 수육, 갈비찜 등도 모두 ‘한 맛’한다. 대중옥의 또 다른 미덕은 음식 값이 싸다는 점. 선지 해장국은 4000원, 머리고기 수육은 1만 2000원, 우설 생구이는 300g에 1만 5000원, 송치전골은 2만 5000원, 갈비찜은 3만원(4인분)이다.“음식점은 만만해야지 으리으리하기만 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맛까지 떨어진다.”는 게 주인장 이씨의 소신이다. “더이상 돈욕심은 없다.”는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단골로 찾아 주는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가수 현인, 영화배우 장동휘, 코미디언 양훈씨 등이 이름난 옛 단골손님. 코미디언 김한국씨, 농구선수 출신 한기범씨 등도 즐겨 찾는 편이다. 천연 옹기에 들어앉아 톡 쏠 날만 기다리는 홍어 서울 시내에는 홍어로 유명한 식당이 꽤 여럿 있다. 하지만 ‘청계천권’에서 제대로 된 홍어 맛을 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청계 8가와 9가 사이 전철 1호선 신설동역 9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홍어횟집(2234-1644)은 40년 가까이 홍어 하나로 승부해온 홍어요리 전문점이다. 삼합, 찜, 탕, 무침 등 홍어에 관한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곳의 홍어는 시장에서 삭힌 것을 사 온 ‘인스턴트’가 아니다. 주인이 직접 옹기에 짚을 깔고 삭혀 만든 것이다. 홍어무침에 생도라지를 까 넣어 비린 맛을 없앤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 그러나 이 집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수십개의 천연 옹기에 홍어가 저장돼 있다는 점이다.‘숨쉬는 그릇’에 담겨 있는 만큼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홍어삼합과 찜, 탕은 각각 6만원, 홍어무침은 4만원(중짜 기준). 빼놓지 마세요 청계천의 야경이 아름다운 렌페, 홍어의 탁 쏘는 맛이 일품인 홍어찜이 그만인 홍어집, 만두와 찐빵만 20 여년 팔고 있는 국일분식 (5)허름한 식당이 진국이다 싼 쇼핑 아낀 돈으로 고급 식사를… 쇼핑을 끝내고 차분히 앉아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두산타워’와 재개장 준비가 한창인 ‘청대문’(현 프레야타운)이 제격이다. 두산타워 10층 이현(02-3398-0650)에서는 고급스러운 한식과 중식을 맛볼 수 있다. 사천탕면, 크릴새우볶음면 등 면류와 찌개류가 9000원선으로 비싼 편이지만 손님을 접대하거나, 회식 장소로 딱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오후 3∼5시에는 차만 마실 수 있다. 모든 메뉴에 후식이 포함된다. 넓게 펼쳐진 맛 백화점 청대문 11층 식당가에도 추천할 만한 맛집이 제법 많다. 매콤한 낙지볶음이 일품인 해남낙지(02-2278-4162)에서는 매일 아침 전남 목포에서 가져오는 싱싱한 낙지를 내놓는다. 산낙지철판구이 1만 5000원, 불낙철판구이는 9000원. 얼큰한 연포탕(1만 5000원)은 뒷맛이 개운해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별실이 있어 회식을 하기에도 좋다. 유명한 명동교자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명동교자(02-2269-3865∼6)도 여기에 있다. 푸짐한 칼국수와 손으로 빚은 만두가 추천 메뉴. 가격은 대부분 4000원선이다. 이밖에 전라도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는 목포식당(02-2264-4409·청대문 11층), 과음으로 쓰린 속을 풀어 주는 해장국이 일품인 대화정(02-2267-8484)도 추천할 만하다.
  • [씨줄날줄] 소주의 원죄/우득정 논설위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담뱃값을 500원 올린 데 이어 올 7월부터 추가로 500원을 올리기 위해 총력 홍보전을 펼치던 무렵, 재정경제부 일각에서 소주값 인상론이 솔솔 새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도 올리는데 소주값을 올리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였다. 속셈은 소주 세율을 더 올려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이지만 복지부를 벤치마킹해 ‘국민 건강’으로 포장한 것이다. 일제가 세수(稅收)를 늘리려고 세율이 낮은 막걸리 등 민속주의 제조를 단속하고 세율이 높은 소주의 소비를 권장하던 것에 비하면 좀더 세련된 접근법이다. 그래서 올 들어 주세 관련 공청회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소주와 위스키 등 고알코올주 소비량이 러시아, 라트비아, 루마니아에 이어 세계 4위라는 통계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다.2002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음주량은 우리나라가 61.2ℓ, 일본은 75.8ℓ인 반면 순 알코올 섭취량은 우리가 6.7ℓ, 일본이 6.5ℓ인 점을 감안하면 독주 소비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까지 평균 음주알코올 도수가 14∼15도였다가 최근에는 8도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우리는 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11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주범이 소주다. 우리나라는 60년대까지만 해도 생산량 기준으로 탁주가 74.4%, 소주는 16.2%로 막걸리가 단연 ‘국민주’였다. 하지만 70년대 들어 소주와 맥주 소비량이 크게 늘면서 90년대에는 맥주 58.4%, 소주 27.8%로 바뀌었다. 탁주의 생산비중은 10.7%로 떨어졌다. 순 알코올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면 소주가 으뜸이다.1972년 술 세율 기준이 종가세로 전환된 뒤 맥주, 위스키 등은 4차례 이상 세율 조정을 거쳤으나 소주는 한차례에 그쳤다. 국민주인 소주 세율 인상이 물가에 미칠 심리적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물가당국의 논리였다.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처럼 국민 건강을 위해 소주의 소비를 줄일 요량으로 소주값을 올리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일본처럼 규제를 풀어 값싼 양질의 저알코올주 경쟁을 통해 전국민의 순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소주 한잔 하자.’는 인사말은 절대 죄가 아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EBS스페이스-공감(EBS 오후 9시50분) 국악의 정서를 바탕으로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들며 폭넓게 음악을 만들어온 임동창이 중국과 일본의 지인들과 함께 색다른 무대를 꾸민다. 중국의 비파 연주자 투샨치앙, 일본의 퍼커션 연주자 마사야 요코야마. 음악으로 하나되는 한·중·일, 임동창과 그 친구들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 본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20분) 포만감 200%에 도전한다! 원하는 만큼, 배가 부를 때까지 무조건 공짜. 인심 후하고, 음식 맛 좋기로 유명한 무한리필 맛집이 요즘 인기다. 영원한 간식계의 베스트셀러 떡볶이, 비싸서 많이 먹는 건 엄두도 못냈던 생선구이, 그리고 구수한 맛이 살아있는 막걸리까지 입맛 살리는 푸짐한 맛의 세계를 소개한다.   ●제5공화국(MBC 오후 9시40분) 금강산댐 물폭탄 시나리오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던 전두환은 학생운동이 확산되자 비상계엄을 고려한다. 전두환이 중요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 김대중은 제2의 광주를 또다시 만들 수는 없다며 기자회견을 자청, 대통령이 직선제를 수락한다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잘먹고 잘사는 법(SBS 오전 9시) 제철을 맞아 푸릇푸릇 싱그러움을 더하는 상추. 색깔도 가지각색, 종류도 천차만별인 상추의 숨겨진 맛과 효능을 알아본다. 신기한 마술쇼부터 즉석 공연까지 신나는 볼거리가 가득한 천안 열차여행을 소개한다. 웰빙 시대 아파트가 달라지고 있다. 살기 좋은 아파트의 조건과 최근 웰빙아파트의 흐름을 알아본다.   ●청춘 신고합니다(KBS1 오후 5시10분) 한국 전쟁 중에 창설된 후 100여차례의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그들. 휴전선 155마일 중동부 전선의 전략적 요충지를 담당해 GOP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육군 승리부대’장병들과 함께한다.‘청춘 프로젝트 사랑을 위하여’에서는 고려대학교 댄스 동아리와 승리부대원의 미팅시간도 갖는다.   ●슬픔이여 안녕(KBS2 오후 7시55분) 정우는 연심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혜선은 성민의 사채를 대신 갚아주지만 성미는 혜선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며 의심한다. 연심은 서영과 정우의 연애를 방해하지만, 정우를 만나 서영과 헤어지라고 말한 사실이 들통나고, 선옥은 정우를 보낼 결심을 한다.
  • [우리는 맞수 CEO] (1)GM대우 닉 라일리 vs 르노삼성 제롬 스톨

    [우리는 맞수 CEO] (1)GM대우 닉 라일리 vs 르노삼성 제롬 스톨

    라이벌은 늘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없어서도 안 될 존재다. 정도를 넘어서 ‘앙숙’관계로 악화되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깎아먹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수십년 라이벌 관계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사례도 적지 않다. 길게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 생길 정도로 성장한 우리 경제계에는 숱한 맞수가 존재한다. 맞수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이들이 어떤 전략으로 처절한 생존경쟁을 이겨나가는지 짚어본다. 닉 라일리(56) GM대우자동차 사장은 2002년 초 한국에 건너온 뒤 2003년 10월 GM대우 출범 1주년을 맞아 ‘스타’가 됐다.TV CF에서 어눌한 억양으로 “더 좋은 회사로 발전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부탁하던 이 벽안의 CEO는 GM대우를 ‘쓰러진 공룡’ GM의 희망으로 키워놓았다. 출범 첫해인 2002년 40만대에 불과했던 GM대우의 자동차 판매는 올해 1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골칫거리’였던 노사협상을 순탄하게 마무리지으면서 대우인천차 인수도 눈앞에 두게 됐다. 제롬 스톨(51)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다음달이면 한국에 부임한 지 5년을 맞는다. 회사의 규모나 지명도는 라일리 사장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스톨 사장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삼성차를 2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며 르노삼성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기업으로 바꿔놓았다.2000년 3.7%였던 르노삼성의 국내 승용차시장 점유율은 2001년 6.6%,2002년 9.5%,2003년 11%로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9.3%로 내려앉았지만 올 상반기 13%로 치고 올라오며 처음 3위로 도약했다. ●“우리는 한국기업 사장”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출신의 라일리 사장은 마케팅에 밝은 편이고 프랑스 파리 그랑제콜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스톨 사장은 ‘재무통’이다. 게다가 태생적으로 영국인과 프랑스인은 기질이 다르다. 하지만 가장 열심히 한국과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한국기업으로 뿌리내리는 데 앞장서온 것만큼은 한치의 양보없이 똑같다. 라일리 사장은 올 새해 첫날 아침을 이성재 노조위원장 등 노사대표와 강화도의 봉천산을 등반하면서 맞이했다.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냈고 막걸리로 화합을 다졌다. 그는 또 사내 축구대회때마다 선수로 뛰며 직원들과 땀을 흘린다. 너무 열심히 뛰다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적도 있다. 스톨 사장은 2000년 9월7일 부산공장에서 열린 르노삼성 출범식에서 예정에 없이 축구 결승전 시축을 했다. 줄다리기 결승전에도 직접 선수로 뛰었다. 삼성의 품을 떠나 생소한 외국기업 소속이 된 직원들의 불안감이 스톨 사장의 ‘깜짝쇼’에 적잖이 녹아 내렸다는 후문이다. 라일리 사장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지만 한글 발음을 영어로 적어 놓고 외울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폭탄주’도 불사하며 소년소녀 가장돕기, 독거노인 무료급식 등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과 뮤지컬 후원 등 문화마케팅도 열심이다.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조기다. 스톨 사장은 매주 두차례 한국어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2월에도 ‘정월 대보름 행사’를 주최하는 등 민속문화에 관심이 많고 사무실 근처의 남대문시장 ‘갈치조림집’을 즐겨 찾는 등 한국음식에도 입맛을 붙였다. ●경영실적 엎치락 뒤치락 두 CEO의 경영성적은 엎치락뒤치락 형국이다. 수출은 GM대우가 압도적이지만 내수 시장만 놓고보면 피말리는 접전이다. GM대우는 올 상반기 50만 7901대(수출 45만 4463대)를 팔아 출범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내수판매는 5만 3438대로 5만 5881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에 약간 뒤졌다. 대신 르노삼성의 수출물량은 2096대에 불과했다. 수익성은 르노삼성이 앞서 있다. 르노삼성은 2003년 83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7억원 순이익을 냈다. 반면 GM대우는 같은 기간 2226억원,1728억원의 적자를 냈다.GM대우는 올해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GM이나 르노본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루이 슈웨체르 전 르노그룹 회장은 지난 2002년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도 방한, 향후 3년간 르노삼성에 6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스톨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카를로스 곤 회장도 올 11월쯤 방한할 예정이다. 릭 왜고너 GM 회장도 지난해 6월 방한,GM대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사장 시절이던 2003년 2월에도 한국을 방문, 라일리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서로에 대해 “조심스럽다.”며 평가를 주저하는 두 CEO는 그동안 주로 소형(GM대우), 중형(르노삼성)으로 나뉘어 직접적인 충돌은 많지 않았지만 2007년이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 그때쯤이면 좀더 확실한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닉 라일리 ▲1949년 영국생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졸업 ▲75년 영국 GM 입사 ▲87년 GM합작사 루톤IBC 총괄 부사장 ▲94년 GM유럽지사 품질부문 부사장 ▲2001년 GM유럽지사 판매·마케팅 부사장 ▲2002년 GM대우 초대 사장 ■ 제롬 스톨 ▲1954년 프랑스생 ▲파리 그랑제콜 경영학 전공 ▲80년 르노상용차 국제 재무본부 ▲87년 르노 재무총괄 담당 ▲88년 오토메이션(르노 자회사) 재정담당 이사 ▲95년 르노 구매본부 부사장 ▲2000년 르노삼성차 초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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