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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걸리 리포트③] 막걸리를 위협하는 일본 ‘맛코리’

    [막걸리 리포트③] 막걸리를 위협하는 일본 ‘맛코리’

    ◇갑작스런 막걸리 열풍의 계기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답은 웰빙 열풍이다. 소비자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막걸리가 가진 순기능을 재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작부터 막걸리를 즐겨온 전문가와 애호가들은 갑작스러운 막걸리 열풍이 일본을 우회해 들어온 것이라 데 공감한다. 한국을 즐겨 찾던 일본 여성들이 최근 막걸리에 매료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막걸리 열풍이 다시 한국에 상륙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우리 김치와 ‘기무치’가 그렇듯, 앞으로 막걸리의 세계화를 두고 일본과의 한판 승부를 예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에도 일본식 막걸리가 있다? 맞다. 일본풍 탁주인 니고리자케(사진=니혼사케측이 제공한 니고리자케)다. 막걸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물에 희석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알콜 도수가 15도 가량으로 막걸리의 세 배 가까이 된다. 또 한 가지 차이는 향이 강하고 들쩍지근한 맛이 난다는 것. 일찍이 와인에 필적할 사케 문화를 일궈온 일본인들의 취향 때문이다. 효모를 잘 다루는 것이 비결이다. 반면 우리 막걸리는 누룩만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향의 차이가 크지 않다. ◇막걸리 세계화에서 일본에 뒤지는 것은 아닐까? 현재 일본인들의 막걸리 열풍을 볼 때 가능성이 높다. 김치의 경우도 일찌감치, 세계화에 뒤처졌다. 지금은 부랴부랴 따라잡고 있는 상태다. 일본에 수출되는 우리 막걸리는 대부분 살균 제품으로, 막걸리 맛의 원형은 아니다. 일본에 진출해 현지에서 직접 막걸리를 제조하는 한인도 있지만, 진짜 막걸리 맛으로 일본인을 매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우리 막걸리를 약간 변형해 대량 생산한다면 일본인은 물론 아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다시 막걸리는 막걸리가 아니라,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표기)가 된다. 김치가 아니라 기무치가 됐듯이. 불길한 징조는 이미 나타났다. 시음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애호가 가운데 순수하게 막걸리만을 다룬 국내 서적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미 우리 막걸리에 대한 책이 출간됐다. 지난해 동양경제신보사가 내놓은 ‘울고 웃는 인정이 밴, 한국의 양조장 순례’(사진)가 그것이다. ◇막걸리 칵테일은 신세대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전통 막걸리에 다양한 약재와 과일을 첨가한 약주 혹은 변형 막걸리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제 막 막걸리를 알아가는 신세대를 겨냥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레몬 소주나 사과 소주처럼, 주점에서 막걸리에 각종 재료를 섞어 칵테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시음회에서는 수삼, 수박, 메론 등 각종 과일은 물론 맥주와 같은 다른 주종과 섞은 칵테일도 시음했다. 결론은 막걸리가 다른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것이었다. 막걸리 본연의 맛에 각종 재료의 독특한 풍미와 맛이 어우러져,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술이 됐다. ◇궁극의 막걸리 안주 한-일 대결, 누가 승자일까? 시음회에서는 막걸리와 안주의 마리아주도 시험했다. 10여개 이상에 달하는 한일 양국의 전통 술안주에 퓨전 요리도 등장했다. 아무래도 김치찜이나 불고기, 민어전 같은 전통 안주가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았다. 좋은 된장과 고추장에, 오이나 고추, 무 등속을 찍어먹는 간단한 안주도 인기였다. 퓨전 요리는 아무래도 막걸리 시식 전후의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로 적당했다. 막걸리 안주 시식의 하이라이트는 한-일 안주 대결. 장기철 대표는 짭짤한 서산어리굴젓에, 짠 맛을 덜어줄 모짜렐라 치즈와 상큼한 맛을 더해줄 사과 슬라이스(사진)를 선택했다. 반면 일본통인 라이트코니코파트너스 임은영 이사는 고체형태의 크림치즈 위에 일본의 인기 술안주로 ‘술 도둑’(酒盜)라고 불리는 참치 내장 젓갈을 얹었다. 결과는 테크니컬 무승부. 시음회 참가자들은 두 명품 안주의 맛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취해 버렸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막걸리 리포트②] 왕족들만 즐겼던 막걸리 ‘이화주’

    [막걸리 리포트②] 왕족들만 즐겼던 막걸리 ‘이화주’

    ◇생막걸리의 변화무쌍한 맛은 저주일까, 축복일까? 효묘를 비롯한 각종 균이 살아있는 생막걸리는 어르신들 말 그대로 ‘조석(朝夕)으로’ 맛이 달라진다. 제조된 후 발효 과정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는 여름철에 가장 취약하다. 아예 부글부글 끓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과 유통이 쉽지 않다. 냉장 유통이 답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균일화 된 맛을 선보일 수 없는 것을 굳이 저주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여러 환경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나는 것을 즐기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품종과 생산 지역, 와인 생산자와 빈티지를 따지는 와인처럼, 각각의 특성별 맛을 깐깐하게 따지고 구별하는 것을 막걸리 문화로 만들면 된다. ◇막걸리에도 ‘떼루아’가 있다? 프랑스어로 떼루아(terroire)의 사전적 의미는 ‘토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의미는 그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와인이 생산되는 여건, 즉 토양과 기후, 자연 조건, 그리고 생산자들의 손맛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이 떼루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인근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의 맛과 향이 크게 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와인 문화의 형성에 크게 기여한 반면 해악도 많이 끼친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이 떼루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이래, 지난해에는 동명의 SBS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친친의 장기철 대표는 “막걸리야말로 떼루아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술”이라고 주장했다. 생산자마다 제조법이 조금씩 다르고, 원료가 각기 다르고, 생산 지역의 물을 포함해 기후 환경이 막걸리의 맛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기타제재주인 소주는 물론, 위스키 같은 증류주나 맥주 같은 발효주와도 비교도 안 될 정도라는 것이다. ◇막걸리의 원형, 이화주(梨花酒)를 아십니까? 고려시대 사서에도 이화주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쌀로만 빚은 탁주 원액이다. 막걸리와 달리 물을 타지 않고, 재료가 삭는 과정에서 수분이 생긴다. 걸쭉한 형태에 맛은 씁쓰레하다. 이화주라는 이름은 배꽃(梨花)이 필 무렵 담근다고 해서 생겨났다. 고려 이후에는 이화주를 담그는 철이 따로 없었다. 술 평론가를 겸하고 있는 허시명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은 “이화주가 훗날 다양한 탁주로 분화했다는 점에서, 막걸리의 원형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은 없다. 다만 한 국산주 제조사가 운영중인 전통 주막에서 시험 판매중이다(사진). ◇세대별로 좋아하는 막걸리 맛이 따로 있다? 맛에 대한 세대별 선호도 차가 큰 편이다. 이미 막걸리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비교적 쓴 맛을 좋아한다. 그 가운데는 밀 막걸리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쌀 막걸리조차 지나치게 맑고 담백하다는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밀 막걸리의 술 맛에 길들여져서다. 반면 신세대는 톡 쏘는 청량감을 중시한다. 게다가 단 맛을 선호한다. 일부 막걸리 제조사들이 더덕이나 인삼을 비롯해 각종 과일을 첨가한 신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전통주 제조로 유명한 국순당은 아예 아스파탐을 첨가한 신세대용 생막걸리(사진)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스파탐은 쓴 맛을 줄여주고,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다. 시음회에서는 선보인 막걸리 가운데 막걸리 맛의 원형에 가까웠던 것은 무형문화재인 송명섭씨가 만든 생막걸리. 쓰고 텁텁했지만 연배가 있는 막걸리 전문가들이 극찬했다. 반면 소백산 지역의 명주로 꼽히는 대강막걸리나 오곡막걸리는 솔잎을 첨가하거나 오곡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쓴 맛에 변형을 준 것이었다. 신세대 막걸리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었던 것은 청량감과 일품인 데다가 쓴 맛을 다소 줄인 충북 덕산 막걸리였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막걸리 리포트①] 막걸리에도 ‘떼루아’가 있다

    [막걸리 리포트①] 막걸리에도 ‘떼루아’가 있다

    막걸리 시음회 역시 와인 시음회와 기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다양한 막걸리를 준비해두고, 잔을 바꿔가며 마시면 된다.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막걸리 시음회에는 와인과 같이 정해진 격식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와인의 빛깔을 보고, 향을 맡으며, 입으로 음미하는 식의 룰이 있을 리 없다. 아직은 그저 제조 방법이나 생산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맛과 향의 차이만 구별하면 된다. 지난 9일 서울 서교동 홍대 앞 ‘친친’(親親)에서 열린 막걸리 시음회는, 향후 막걸리 시음회의 틀을 결정지을지 모를 모임이었다. 배혜정누룩도가의 배혜정 대표, 김계원 국순당 연구소장, 술 평론가 허시명, 요리사 박찬일, 박상빈 배다리 막걸리 대표 등 참석자 면면부터가 그랬다. 막걸리에 관해서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여기에 막걸리를 취재중인 ‘SBS스페셜’ 팀과 슬로우푸드 한국협회 관계자, 그리고 막걸리 애호가를 자처하는 전문가들 15명 가량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는 국내 막걸리 열풍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 ‘니혼사케’ 관계자 2명도 포함돼 있었다. 퓨전 일식으로 이름난 곳에서 시음회가 열리게 된 것은 친친 장기철 대표의 유별난 막걸리 사랑 때문이었다. 그는 “와인처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막걸리도 시음법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이번 시음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제공된 막걸리는 전국 각지의 대표 막걸리에, 국산주 제조회사들이 출시 준비중인 막걸리와 관련주, 그리고 장 대표가 시도한 실험적인 막걸리 칵테일 등 30여종. 전통 안주 외에 퓨전 안주와의 ‘마리아주’(mariage:영어의 marriage에 해당하는 불어로, 특히 와인과의 궁합을 의미한다)도 실험했다. 이 날 막걸리 애호가와 전문가들의 허심탄회한 대화는 보통 사람들이 막걸리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항 대부분이 소재가 됐다. 이들의 설명을 Q&A 형태로 3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도대체 막걸리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고두밥(아주 되게 지은 밥)을 말린 후 누룩과 물을 넣어 발효시킨 술이 막걸리의 원형이다. 이를 흔히 원주 혹은 합주라고 한다(사진=배혜정누룩도가 원주). 이 가운데 맑은 부분을 걸러내고, 탁한 부분이 좁은 의미의 막걸리 원료가 된다. 맑은 부분이 청주고, 걸러낸 부분이 탁주다. 이 술의 알콜 도수는 대개 15도 안팎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막걸리는 여기에 물을 타, 알콜 성분을 5도 가량으로 낮춘 것이다. 막 걸러냈다고 해서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탁주의 쌀알을 걸러내지 않은 것이 동동주다. ◇막걸리의 맛은 왜 천차만별인가? 일반적인 제조법만 보면 막걸리의 종류는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조법은 각양각색이다. 일반적인 쌀로 밥을 지어 제조하는 경우도 있고, 쌀을 찧어 가루로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도 재료가 쌀이나 밀, 양자 혼합 여부에 따라 종류가 갈린다. 효모를 비롯한 각종 균이 살아 발효가 계속 진행되느냐 여부에 따라 생막걸리(사진)와 살균 막걸리로 구분되기도 한다. 70℃ 정도에서 10분 정도 두면 막걸리 내의 균들은 대부분 활동을 못하게 된다. 살균 막걸리는 발효가 더 이상 진행이 안 돼, 맛이 균일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일본 등지로 수출되는 막걸리는 현지 규제 때문에 살균 막걸리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각종 약재와 과일을 첨가하면 그 맛과 제품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전국 각 지역의 물도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요소다. 배다리술도가의 박상빈 대표는 “막걸리의 원료나 제조기술이 엇비슷해지면, 궁극적으로 물맛이 막걸리 맛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서 유통되는 막걸리들이 질 나쁜 서울시 지하수로 만들어지는 데다가 냉장 유통이 안 돼 막걸리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들의 맛은은 전국 각지의 명품 막걸리와 확연히 구분됐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전남특산물 변신중

    ‘농작물도 팔색조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쌀과 밀, 옥수수 막걸리에 이어 붉은색 고구마로 만든 막걸리가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다. 붉은 색깔이 마치 와인처럼 투명하고 뒷맛이 개운해 텁텁한 막걸리 이미지를 벗어났다. 고구마 특산지인 전남 해남군에서 3대째 주조장을 하는 옥천주조장 송우종(46) 사장은 “고구마 막걸리는 해남산 자색 고구마와 밤 고구마, 쌀을 주원료로 빚은 것으로 일반 막걸리보다 향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고구마 막걸리는 옥천주조장에서 1.7ℓ짜리 1병에 3500원에 팔리고 있다. 또 화순군 등에서는 누에가 먹던 뽕잎으로 만든 차가 건강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무안군에서 자생하는 백련(연꽃)은 차나 쌈밥용으로 인기다. 나주시에서는 벌의 침에서 만들어진다는 프로폴리스로 만든 치약이 틈새시장을 만들었다. 양파와 마늘로 유명한 무안군과 고흥군에서는 살빼기 용으로 양파즙이나 마늘환을 만들어 판로를 넓히고 있다. 한약재인 울금이나 구기자도 차나 환(알약)으로 바뀌어 식탁에 오른다. 이미 녹차 잎으로 만든 떡이나 한과, 된장, 고추장 등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전으로 통한다. 해남군은 2012년부터 수매가 폐지될 보리의 대체 작목으로 검정보리를 심어 지금 1만가마를 수확 중이다. 구입문의가 빗발친다. 검정보리는 일반보리보다 맛과 향이 좋고 소화가 잘 되는 등 건강식품이어서 제품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전남도는 올해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321억원을 투입, 석류·녹차·무화과·울금·함초 등 5대 전남지역 특산물을 포함한 30대 품목을 명품화 식품으로 키운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불경기에 술도 안 마신다

    불경기에 술도 안 마신다

    전에는 경기가 나쁘면 서민의 술 소주가 더 잘 팔린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사정을 보면 이것도 다 옛말이다. 막걸리 등 탁주를 빼고는 모든 주종에서 술 판매량이 확 줄었다. 양주(위스키)는 더욱 외면받아 1년 전의 절반도 안 팔린다. 1일 통계청의 4월 내수출하 집계에 따르면 맥주, 소주, 약주, 복분자주, 위스키 등 주종별로 1년 전 대비 최대 53%까지 판매가 줄었다. 맥주의 감소폭이 가장 작아 지난해 4월 14만 6131㎘(500㎖ 기준 2억 9226만병)에서 올 4월 14만 2199㎘(2억 8440만병)로 2.7% 줄었다. 소주는 같은 기간 10만 9578㎘(360㎖ 기준 3억 438만병)에서 10만 4176㎘(2억 8938만병)로 4.9% 덜 팔렸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소주보다는 맥주 판매 감소가 더 컸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역전이 됐다.”고 말했다. 약주는 1702㎘(375㎖ 기준 454만병)에서 1162㎘(310만병)로 31.7% 줄었고, 복분자주도 739㎘(300㎖ 기준 246만병)에서 507㎘(169만병)로 31.4% 감소했다. 위스키 판매량은 1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4월에는 657㎘, 500㎖ 기준으로 131만병이 팔렸지만 올 4월에는 308㎘ 62만병 판매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막걸리의 인기 급상승 덕에 탁주는 1만 4263㎘가 팔려 지난해 1만 1498㎘에 비해 24.0% 늘었다. 시중에서 흔히 파는 용기인 750㎖ 페트병으로 1902만병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228명 탑승 佛여객기 사라져 천안 명물 호두과자에 ‘천안 호두’ 없다   “보이지 않게 날 밀어…” 盧추모 랩 화제 北 ICBM 왜 동창리로? ‘쌀값 대란’ 오나 서울광장 연일 봉쇄 논란…법집행 vs 과잉대응 택시 기본료 오른 날…뿔난 승객 · 속탄 기사 새달부터 승용차가격 최소 20만원 오른다
  • [길섶에서] 야간 산행/박정현 논설위원

    해가 많이 길어졌다. 하지가 한달 가까이 남았는데도 저녁 여덟시쯤 돼야 어두워진다. 퇴근길 동료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는데 날이 훤하다. 집에 곧바로 들어가기 아쉬워 집 부근 북한산 탕춘대에 오르기로 했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고 신문과 책을 들고 등산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마주친 등산객들은 수상쩍은 옷차림을 힐끗힐끗 돌아본다. 땅거미가 내친걸음을 재촉한다. 자주 오르던 곳이어서 지리를 훤히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까웠던 것 같은 길이 멀게 느껴진다. 혹시 내려가는 길을 놓친 건 아닐까. 까딱하면 산에서 하룻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엉겁결에 동행한 동료는 바쁜 걸음에 숨을 헐떡인다. 거친 숨소리가 원망 소리처럼 들린다. 길을 찾아 하산길에 접어들었지만 울창한 나무에 가려 어둠이 급속히 찾아온다. 마침내 드러내는 민가의 불빛이 얼마나 반갑던지. 동료와 함께 북한산 아래 음식점에서 막걸리 잔을 부딪치면서 서로 다짐한다. 다시는 ‘야간 산행’을 하지 말자고.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盧와 각별한 사연의 사람들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는 날,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따라나섰지만 그중에서도 각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에도 이들은 오열할 시간마저 없었다. 따뜻하고 소탈했던 고인의 삶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그저 무대 뒤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영철이 일찍 나왔네. 마늘 작황은 어떤가.” “날씨가 가물어 안 좋습니다.” 김해 봉하마을 주민 박영철(63)씨는 이병춘 경호관을 제외하면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이다. 발인식에서 만난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마을 주민, 관광객들에게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건네주고 논두렁에서 함께 막걸리와 새참을 즐긴 소탈한 분이었다.”면서 “시골 마을을 참 많이 바꾸셨는데 뜻을 다 못 이루고 가신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노무현보다 동네 친구 노무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1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몰았던 최영(45)씨도 이날 노 전 대통령을 태우고 800㎞가 넘는 거리를 운전했다. 마지막 동행이었다. 이날 영결식에 오기 위해 상경하던 중 잠시 들른 입장휴게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 아니.”라며 손사래만 쳤다. 봉하마을 분향소에 걸린 노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를 그린 화백 임영선(여)씨는 발인식이 끝난 후 텅빈 고인의 고향에서 자신이 그린 초상화 속의 고인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임씨는 “지금이라도 웃으며 맞아주실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림은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이 건립된 후 영구 보존된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안식처인 향나무 유골함을 제작한 한일목각 홍성철(65) 대표와 아들 성기(31)씨의 감회도 남다르다. 홍씨는 “유족들이 단단하면서 은은한 향나무를 선택했다.”면서 “소탈하고 심지가 굳었던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제에서 사전행사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는 연신 울먹였다. 김씨는 “주최측에는 죄송하지만 대본 없이 그냥 여러분과 눈을 맞추고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낭독한 뒤 “우리가 오늘 가슴 속에 영원히 잊지 않을 큰 비석을 새기겠다.”면서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하셨는데 우리 가슴 속에 심장이 뛸 때마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시인으로 알려진 안도현 시인과 김진경 시인은 영전에 조시를 바쳤고, 제관을 맡은 도종환 시인은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울부짖었다. 가수 안치환·윤도현씨 등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가수들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너를 보내며’ 등 고인에게 바치는 노래를 목놓아 부르며 먼 길을 떠나보냈다. 서울 박건형·김해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 골프장서도 막걸리 판다

    골프장서도 막걸리 판다

    ‘서민의 술’ 막걸리가 골프장에 본격 입성했다. 전통주 전문업체 국순당은 태광, 레이크사이드, 아시아나, 신원 등 수도권 일대 주요 골프장에 캔막걸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과거에도 더러 페트병 막걸리를 파는 골프장이 있긴 했지만 극히 드물었다. 국순당 측은 “지난달 몇몇 골프장에 캔막걸리를 시범 공급한 결과 반응이 좋아 판매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골프장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에서는 사케나 맥주, 와인 등을 주로 판매해 왔으나 최근 캔막걸리도 간편해진 용기와 막걸리 인기 부활 등에 힘입어 ‘당당하게’ 메인메뉴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국순당 캔막걸리는 4월 한달 동안 약 1만개 팔렸다. 박민서 국순당 과장은 “막걸리가 과거 촌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웰빙술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등산 후 마시는 ‘하산주’, 운동 후 마시는 ‘뒤풀이주’로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 입점을 요청하는 골프장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군산 흰찰쌀보리 막걸리 개발

    전북 군산시와 군산양조공사가 지역 특산품인 흰찰쌀보리를 이용한 막걸리를 개발했다. 흰찰쌀보리와 국산 밀가루를 주원료로 해 안전하며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특히 비타민 함량이 많고 발효 과정에서 많은 유산균을 만들어 내는 반면 열량은 낮은 흰찰쌀보리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만들어졌다.군산시는 흰찰쌀보리의 판로 확대를 고민하다 올 초에 막걸리 개발을 시작했으며, 허가 절차를 거쳐 오는 8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꽃잎처럼 흘러가시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 前대통령 국민장] “꽃잎처럼 흘러가시라”… 줄지 않는 흰국화 행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3㎞쯤 늘어선 ‘흰국화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끊임없는 조문객 행렬 29일이 영결식이어서 문상 기간이 내일 하루밖에 남지않아서 인지 오후 들어서부터 직장인과 중장년층의 조문이 부쩍 늘었다. 이날 25만여명 등 5일간 누적 조문객은 90만명을 돌파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모(57)씨는 “생전에는 노 전 대통령을 미워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그분의 명복이라도 빌려는 생각에 일을 끝내고 급히 달려왔다.”면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공동 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권양숙 여사가 빈소 자원봉사자와 분향소를 찾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권 여사가 ‘무더운 날씨에도 본업을 뒤로한 채 슬픔을 같이하고 도움을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한다는 말을 대신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역사 희생자 보듬었던 고인 이날 오전 제주시 4·3항쟁 유족 대표 20여명이 조문했다. 이중흥(63)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사저를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방문 당시 사저 정원이 너무 허술해 나무 하나 심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니 ‘제주 수종으로 심어달라.’고 하셔서 산딸기나무를 심었다.”고 소회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용수(81) 할머니도 고인의 영정 앞에서 흐느끼며 “큰 별이 떨어져서 달려왔다.”면서 “명절마다 권 여사가 술·과일을 챙겨주셔서 꼭 방문하고 싶었다.”며 눈가를 훔쳤다. 봉하마을 진입로 양쪽에는 1700개의 만장이 내걸렸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들이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오른 노 전 대통령 추모글을 적은 만장은 빈소까지 2㎞ 구간에 설치됐다. 만장에는 ‘돌아와 주세요. 노 통장님.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울어도 울어도 보고 싶다.’라며 애도와 그리움을 나타내거나 ‘우리 갈 길 멀고 험해도 끝내 이기리라.’라는 민중가요 가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경남지방경찰청장 물병 세례 일부 조문객들이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간부 40여명에게 물을 뿌리고 야유를 퍼부었다. 이 경남경찰청장 등 일행이 봉변을 당한 까닭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아가 ‘새치기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청장이 조문하는 동안 먼저 차례를 기다리던 일부 조문객들은 경찰간부 일행에게 물을 뿌리고 울먹이면서 “경호(청와대 경호를 오해)도 못하고 자살경위 수사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무슨 얼굴로 왔느냐, 경찰이 왜 조문 순서를 지키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화가 난 일부 조문객은 경찰 일행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경찰간부 일행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흩어진 신발을 집어와 신은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김해 김정한 이재연기자 jhkim@seoul.co.kr ■ 식지 않는 추모열기 서울광장 추모제 끝내 불허 한낮에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등 전국 93개 공식분향소를 비롯한 300여개 민간 분향소에는 고인의 서거 5일째인 27일에도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위해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을 이날 결국 불허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중앙청사 접견실에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 등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 4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하고 서울시에 허가를 신청했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광장 사용규정에 따라 비정치적 행사만 보장되면 개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위는 이날 오후 8시30분 정동교회 앞 광장에서 2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약식 추모제를 열었다. ●유시민 “영결식 때 노란넥타이 맬 것”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이날 서울역 정부 분향소를 찾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분향소에서 지은 ‘넥타이를 고르며’라는 글을 통해 “꼭 검은 넥타이어야 할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맬 수 없다.”면서 “5월29일 서울광장 노제에서 노란 풍선 백만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꿈을 꾼다….”며 영결식 당일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가겠다고 말했다. 관공서와 기업들이 회식 등 각종 여흥 행사를 국민장 이후로 미루는 등 전국이 ‘엄숙 모드’에 들어갔다. ●재계 줄지어 분향… 진도에선 씻김굿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이날도 정·재계 인사들의 분향 추모가 이어졌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는 오후 8시30분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앞서 오전 7시40분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선두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분향했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회사 버스 편으로 도착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30여명이 단체 분향을 했다. 오후 1시쯤 분향소를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모두의 비극”이라면서 “생전에 고인을 대전야구장에서 뵌 적이 있는데 매우 인간적인 분이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사장단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분향소를 찾았다. 충북지역 시민추모위는 28일 오후 7시30분 청주시 상당공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추모제를 개최한다. 또 전남 진도군은 진도 씻김굿 주최로 28일 오후 8시 진도읍 철마광장에서 인간문화재와 씻김굿 기능 보유자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씻김굿을 한다. 전국종합 김해 강원식 서울 김성수 김민희기자 kws@seoul.co.kr ■휴가내고… 지방서… 자원봉사 물결 서울에 사는 정모(45)씨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뒤 곧바로 김해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씨는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휴가를 내고 27일까지 5일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저에게는 유일한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무작정 봉하마을로 내려와 국밥 끓이기, 설거지, 청소, 자원봉사 모집, 물나르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하고 있다.”면서 “여기서(봉하마을)는 딱 정해진 일이 없어 그때 그때 필요한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모(여·33·여수)씨도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자마자 여수에서 경남 양산 부산대학병원을 거쳐 5일째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양산에서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봉하마을에 가면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는 하루 400~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된다. 이들은 대부분 새마을단체나 녹색회 등 단체 소속이지만, 상당수는 스스로 일손을 자청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조문객 질서유지, 리본 및 조화 나눠주기, 국밥 끓이기, 쓰레기 줍기, 설거지, 간이화장실 청소 등 수십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와 이씨처럼 스스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하루 300명 이상에 이른다. 하루 몇 만명의 조문객을 맞아야 하는 봉하마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조문객으로 왔다가 일손을 도와달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자원봉사자로 남은 사람들도 많다. 김모(55·부산·식당업)씨는 25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밤늦게까지 국밥에 들어갈 무를 종일 썰고 이튿날 귀가했다. 김해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방명록 수놓은 조문객 글들 “당신의 빈자리 이렇게 클 줄…” “6년 전 당신을 알았습니다. 앞으로 60년 당신을 기억하며, 가슴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경기 부천시 배항섭)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은 고인을 잊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방명록에 옮기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마음을 햐얀 종이에 쏟아내고 있다. 초등학생 정지은양은 “대통령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국화 놓고 갈게요.”라고 썼고, 김명규씨는 “정작 가야 할 사람은 나이 많은 나인데, 아직 할 일이 많은 당신을 먼저 보내 가슴이 미어집니다.”며 애끊는 마음을 옮겼다. 이진희씨는 “말이 안 나옵니다. 그냥 멍하네요. 멍했다, 슬펐다, 다시 멍해집니다. 살면서 흔들릴 때마다 대통령님을 생각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송민호씨는 “주름진 이마와 희끗한 머리를 보면 ‘할아버지’, 막걸리 잔을 기울일 땐 ‘이웃집 아저씨’, 밀집모자를 쓰고 들녘에 나선 모습을 볼 때면 ‘삼촌’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클줄 몰랐습니다.”며 생전을 추억했다. 한권, 한권 맺어지는 방명록에는 권양숙 여사를 걱정하는 마음도 담았다. 연옥이라는 추모객은 “권 여사님, 기운 차리세요. 대통령님은 가셨지만, 여사님은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지켜주세요.”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해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공시족’에게 공직이란?…달라진 의식들 “비정규직 차별 임금 차액 전액 지급하라” 유학생 입국 시즌… 신종플루 금주가 고비 서울대 주요학과 합격자 출신고 분석하니 올 지방직 9급 시험문제 분석해보니 경호관은 은폐 시도… 경찰은 부실 수사
  • [SPECIAL | 장날] 강원도 정선 오일장

    [SPECIAL | 장날] 강원도 정선 오일장

    고향을 묻는 이들에게 강원도 정선이라고 대답하면 대개 두 가지의 반응이 온다. 좋은 고향을 두었다는 축과 안쓰럽다는 축. 정선에 가보았느냐고 되물으면 반수 이상은 못 가보았다고 말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 거의가 정선 아리랑을 알고 정선이 풍광 좋다는 얘기를 귀동냥으로 안다. 그러면서 언제 고향 갈 일이 생기거든 자기도 꼭 데려가 달라고, 진지한 빛으로 부탁하는 말끝에 꼬리표를 하나 다는 게 있다. 정선 오일장도 필히 구경해야만 하겠다는 것. 이 첩첩 산골 손바닥만 한 산그늘 아래 서곤 했던 장이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던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가고는 했던 정선 오일장은 그야말로 볼거리 천지였다. 좀체 맛 볼 수 없었던 간절이 고등어와 꽁치 비린내로 속이 울렁거리면서도, 강냉이 튀기는 뻥 소리 를 기다렸다가 바닥에 흩어진 강냉이도 주워 먹고, 만물상인 방물장수의 좌판 앞에 서 있다가 할머니를 잃어버려 온 장터를 강아지처럼 뛰어 돌아다니고…. 여하튼, 생각하면 눈에 선한 그 정선 장터를 찾아가려는 이들에게 꼭 말해 두고 싶은 게 있다. 정선 장터에 가면 그대의 마음도 떠돌이 장돌뱅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골 장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계급장 떼고, 체면 벗어던지고, 장터에서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눈인사 하면서, 내가 언제부터 때 빼고 광 내고 살았나 반성하면서, 가난하고 외롭고 고단했던 참 산골의 맛 진득하게 배어나오는 아득한 그리움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고개 들어 치어다보면 산과 산 사이로 손바닥만 하게 빼꼼히 열린 하늘. 정선 오일장은 인근 마을들에서 아라리 한 소절 흥얼거리며 한낮을 걸어서 혹은 비포장도로를 고물 버스 타고 털털거리며 삼삼오오 찾아들던 2일 7일 장이었지만, 1999년 정선군과 철도공사가 정선선인 비둘기호 열차를 오일장과 연계시켜서 관광열차로 운행하면서부터 상설시장이 되었다. 먼 도회에서 문명에 갇혀 사는 외지인들을 불러들이는 관광이라는 상업적인 발상이 끼어들긴 했어도, 옛 모습을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정선 장터에 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특유의 사투리가 장터 바닥에 질펀히 깔리고, 한켠에서는 물항아리와 설장구 바가지 장단에 맞춰 정선아라리 공연이 펼쳐진다. 그 리듬 따라 어깨춤을 추면서 장터를 떠돌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마음 속 그리움과 연관이 되면 답답하기만 하던 정체성도 때로 아름다워진다는 걸. 자연산 산나물들과 약초들이 길 양편 함지들에 담겨 있고, 메밀전병 굽는 구수한 냄새가 구비 구비마다 배어 있다. 바지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건들건들 얼치기 촌 건달을 흉내 내며 장터를 떠돌다가 시장기가 돌면 쫄깃한 콧등치기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소매로 입 한 번 쓰윽 닦은 뒤에, 백김치로 부친 메밀부치기와 수수부꾸미에 막걸리 한 잔 걸치면, 황혼녘엔 보름달처럼 훤하게 생긴 누렁 소 한 마리 몰고 싶어진다. 이런 고답적인 풍유도 맛 좋지만 좀 더 고급스런 호사를 느껴보고 싶으면 풍경열차를 타든지 에일 바이크를 타는 것도 괜찮다. 인공보다는 자연에 기대는 게 한결 마음 편하다는 걸 경험하고 싶다면 말이다. 산골은 해가 짧다. 이유 모를 허전함을 동반하는 파장의 분위기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내면의 풍경이다. 장터를 빠져나오면서 돌이켜 생각하면 꼭 사야만 했을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안 산 듯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드는 것 또한 우리의 인생과 같다. 장 구경이라는 옛말처럼 그야말로 구경꾼이 되어 보러가는 거라면 정선 오일장만큼 과거의 시점에 머물러 있는 장도 드물다. 워낙 깊은 산골이라 터널이 반인 열차를 타고 정선을 찾으면 장터 입구에 이런 문구가 써진 아치를 볼 수가 있다. “얼른 와요! 여가 장터래요!” 글 최준 기획위원 · 사진 정선군 사진DB
  • 술 수출 ‘술술’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술 수출이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는 성인 1명당 지난 한 해 동안 맥주를 110병, 소주를 74병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18일 이같은 내용의 ‘2008년 주류 출고량’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주류 수출은 총 22만 7705㎘로 전년(18만 5238㎘)보다 22.9% 증가했다. 수출국도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9개국)까지 넘보면서 총 65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소주는 세계 58개국에 수출되면서 처음으로 수출액 1억달러를 돌파했다. ‘배용준 막걸리’ 등 한류스타를 앞세운 마케팅과 발효주의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막걸리 수출도 26.6% 늘었다. 소주와 막걸리는 일본, 맥주는 홍콩에서 주로 인기가 높았다. 물론 일본식 청주 사케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에서의 술 수입도 20.7% 늘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상큼’ 오미자 ‘감칠’ 막걸리가 만났다

    ‘상큼’ 오미자 ‘감칠’ 막걸리가 만났다

    경북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와 막걸리가 결합해 탄생한 오미자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18일 문경시에 따르면 문경 동로면 문경주조(대표 홍승희·50·여)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오미자막걸리가 문경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까지 하루 100상자(12병들이) 정도에 불과했으나 최근들어 500상자 이상 판매되고 있다. 문경주조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판매량이 1000상자에 이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오미자막걸리는 붉은색인 오미자 열매를 우려낸 물을 막걸리에 첨가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누런색의 일반 막걸리와 달리 분홍색을 띠며 오미자의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이 조화를 이뤄 풍미가 뛰어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따라서 일반 막걸리 애호가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층과 대학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열린 문경전통찻사발축제장에서 선보인 오미자막걸리에 관광객들이 반해 앞다퉈 구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과실이 첨가된 생(生)막걸리 1호 제품으로서 자부심이 남다르고 제조기술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특히 청정지역인 동로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과 50여년간 술을 빚어온 전문가인 문경주조 기술이사 김동구(67)씨의 제조비법이 결합되면서 오미자막걸리는 한층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가격은 1.7ℓ들이 1병에 3000원 안팎으로 일반 막걸이보다 500원가량 비싸다. 일반 소매점이나 유통대리점, 문경주조 홈페이지(http://mgomijasul.com) 등을 통해 판매된다. 문경주조는 가격부담이 적고 ‘웰빙시대’와 맞물려 막걸리를 찾는 추세에 따라 오미자막걸리의 인기가 더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자막걸리 가공사업을 지원 육성한 문경시농업기술센터 장충근 소장은 “이 술이 조만간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경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하프마라톤] “함께라서 외롭지 않아요”…달리기 나눔 바이러스 퍼지다

    [하프마라톤] “함께라서 외롭지 않아요”…달리기 나눔 바이러스 퍼지다

    출발 10분 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을 가득 메운 인파가 모두 하늘을 올려 보며 “와”하고 함성을 내질렀다. 한 무리의 철새 떼들이 V자 대형을 갖추며 날아가고 있었다. 10㎞코스에 참가 한 최선희(29·여)씨는 “새들도 승리를 기원해 주는 것 같다.”며 설레는 표정으로 상큼하게 발을 내디뎠다. 17일, 올해로 8번째를 맞는 ‘공직자와 함께하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5월의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갈랐다. ●건강 챙기며 업무 능률도 쑥쑥 10㎞에 출전한 대한지적공사 이우성(50) 차장은 출발을 앞두고 준비 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건강을 위해 7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는 이씨는 마라톤으로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자랑했다. 이씨는 “달리는 내내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끝난 뒤의 쾌감은 달려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라고 자랑했다. 이씨와 함께 뛰는 회사 동료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라톤 대회에 봉사활동으로 참여해 받는 봉사료를 모아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장애 어린이를 위한 봉사도 함께 하고 있다. 이씨는 “건강과 사랑을 마라톤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마라톤 예찬론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 100여명의 직원이 참가한 (주)싸이버로지텍 연대흠(36) 수석은 “회사 창립 기념일이 다음주에 있어 전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나왔다.”면서 “다른 부서 직원들과 교류가 거의 없는데 함께 달리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업무 능력도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신문 마라톤은 짧은 5㎞부터 하프코스까지 있어 어린아이부터 마라톤 마니아까지 참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장애인·외국인도 함께 축제 한마당 일반인들도 완주가 쉽지 않은 하프코스 출발선에 눈에 띄는 한 남자가 있었다. 4년째 서울신문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김황태(33)씨다. 김씨는 2000년 전선가설 작업 도중 고압선에 감전돼 두팔을 잃었지만 마라톤으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전날에도 다른 하프 마라톤대회를 완주하고 이날 또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강철 체력을 뽐냈다. 옆 사람과 노란 끈으로 손목을 묶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VMK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 클럽’이었다. 클럽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장호선(55) 부회장은 “비장애인들은 건강을 위해 달리지만 우리들은 편견을 깨기 위해 달린다.”고 말했다. 한·일 시각장애인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그는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시각장애인들이 달리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이들을 돕기 위해 모인 봉사단체 ‘해피레그’ 회원들이 있기에 장씨와 시각장애인 회원들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도 상암 월드컵공원을 찾았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영어강사들의 마라톤 동호회인 ‘해방촌 러닝 누즈’(Haebangcheon Running Gnus)의 잉그리드 켈러(25·여)는 “가파른 언덕이 많아 평소 훈련 때보다 많이 힘들었지만 아침 공기가 상쾌해 기분은 어느 때보다 좋았다.”고 전했다. 박성국 오달란기자 psk@seoul.co.kr ■ 영광의 1위 하프 김홍주씨 “20㎞ 매일 뛰어서 출·퇴근” 10㎞ 필동만씨 “작년 2위 아쉬움 털어냈죠” 하프코스 1위를 차지한 김홍주(38)씨의 마라톤 사랑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올해로 6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는 김씨는 매일 경기도 수원 당수동 집에서 탑동까지 10㎞쯤 되는 출·퇴근 거리를 뛰어서 다닌다. 원래 7km쯤 되는 거리지만 일부러 돌아서 가는 것이다. 한겨울만 빼면 비가 와도 매일 20㎞ 이상을 뛰어다니고 있다. 그가 이렇게 유별나게 달리기를 고집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보다는 제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수원의 장애인 특수학교인 자혜학교에서 체육과 직업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씨는 수업 시간이 아니어도 학생들과 마라톤을 즐겨 한다. 달릴 때는 힘들지만 목표지점까지 도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함께 맛본다. 실제로 같이 달리면서 아이들이 많이 밝아지고 서로 도와 주며 협동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마라톤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달리는 내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행복하다.”면서 “아이들도 힘든 상황을 참고 이기는 것을 배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씨는 “내년 대회에는 아이들과 함께 참가해 개인 기록보다는 아이들을 독려하며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우승 소식을 전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10㎞에서 1등을 차지한 필동만(41)씨는 지난해 체력조절에 실패하면서 2등에 머물러야 했던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 냈다. 필씨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 4㎞까지 4~5명의 선수들과 선두 그룹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경쟁자들이 처지고 필씨 혼자만 남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필씨는 “다들 비온 뒤 날씨가 좋았다지만 나는 습도가 높아서 숨쉬기가 벅차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아깝게 1등을 놓친 아픔이 있기에 필사적으로 달렸다.”며 맨 먼저 테이프를 끊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산업은행 마라톤 동호회·해피레그 청각·시각 장애인들과 손 맞잡고 뛰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완주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날 대회에선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산업은행 마라톤 동호회는 자매결연한 삼성농아원의 청각장애 어린이 44명을 초대해 함께 손을 잡고 5㎞코스를 달렸다. 장애 때문에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들에게 이번 대회를 통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연대감을 안겨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일이었다. 산업은행 김영범(45) 부부장은 “평소 아이들과 산행은 몇번 했지만 마라톤은 처음이라 힘들어 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즐거워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노유진(8·여)양은 상기된 얼굴로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아저씨가 손을 잡아 줘서 끝까지 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5년째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달리는 ‘해피레그’의 김용열(47) 총무는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베테랑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순위권 근처에도 오르지 못했다. 개인 참가자가 아닌 시각 장애인 참가자의 도우미로 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시각 장애인은 보이지 않을 뿐 일상 생활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우리는 달리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만 이들은 볼 수 없기에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해피레그의 회원인 김기욱(45·여)씨는 절대로 봉사활동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우리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볼 수 있기에 모르고 지내는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해피레그 회원들과 시각장애인 클럽의 회원들은 근처 식당에서 조촐한 막걸리 파티를 열어 놓고 밤늦도록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튀는 먹을거리 숨은 특허경쟁

    특허 기술을 활용한 먹을거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쟁 제품과 차별화 전략을 펴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소주·커피 등 기호품뿐 아니라 김치·쌀·막걸리 등 전통식품에서도 특허 기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성식품은 낮은 염도로 브로콜리를 절여 만든 샐러드 개념의 ‘브로콜리 김치’ 특허를 최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밖에 미니롤보쌈 김치·미역 김치·깻잎 양배추말이 김치·건블록 김치 등 20종의 제조방법 특허를 보유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남 무안군의 지원을 받아 14개월 동안 연구해 개발한 ‘절당미’를 생산하는 혈당강하쌀 제조방법도 특허를 획득했다. 혈당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쌀로, 일반인이 잡곡과 혼합해 먹어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업계도 특허 기술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편다. 진로 소주 ‘J’는 천연 대나무숯 여과기능을 높이는 활성탄소 필터 정제기술로, 롯데주류BG의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공법으로 특허를 획득했다. 국순당은 샴페인 발효 방식을 접목한 특허기술을 활용,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시켜 유통기한을 한 달까지 늘린 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커피와 요구르트도 특허 경쟁에서 빠지지 않는다. 매일유업은 ‘카페라떼 에스프레소&젤’을 만들 때 에스프레소를 까페라떼 안에서 순간 겔화 시키는 BGP공법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남양유업의 ‘떠먹는 불가리스’도 기존 발효 공법과 달리 장기저온발효기술로 부드러운 맛을 강화, 특허를 받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막걸리, 상큼한 유혹

    막걸리, 상큼한 유혹

    막걸리가 돌아왔다. 마실 때의 달짝지근함보다 시큼털털한 뒤끝으로 한때 외면받았던 막걸리이지만 끈질긴 변신 노력으로 최근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다. 수명이 길어진 생막걸리, 형형색색 과실 막걸리 등 개성있는 변신과 복고풍 향수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매출도 가파른 증가세다. 11일 주류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신세계 이마트 전국 점포에서 막걸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갑절 이상(107.8%)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7일까지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123.5%나 된다. 롯데마트에서도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월 45.4%, 4월 78.8%, 5월 1~7일 116.6%의 급증세를 기록했다. 1~2년 전부터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활하기 시작한 막걸리가 이렇게 폭넓은 인기를 끌게 된 데는 막걸리의 변신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새콤하고 시원한 맛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이동이 어려웠던 생막걸리의 전국구 공략이 대표적이다. 강원도 횡성에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알코올 도수 6%, 업소 판매가 3000원)는 생막걸리로는 처음으로 전국 유통을 앞두고 있다. 10도 이하로 냉장 보관해도 10일에 불과했던 기존 생막걸리의 유통 기한을 국순당이 자체 개발한 발효 제어 기술을 이용해 30일로 늘린 덕분이다. 복분자, 오디뽕, 청매실, 배, 포도 등 다양한 과실 막걸리와 잣 등 건강 막걸리도 인기몰이에 앞장섰다. 소매가격은 1000~1400원선. 일반 막걸리보다 20%가량 비싸지만 국산 과일을 쓴 점이 강점이다. 색이 잘 보이도록 용기를 투명하게 하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신세계 주류 담당 윤덕원 바이어는 “전통적인 흰 막걸리가 1.0버전이라면 과실 막걸리는 2.0버전”이라면서 “용기와 맛을 차별화한 2.0 막걸리들이 여성과 신세대 고객층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내고장 이 맛!] 부산 동래파전

    ‘동래파전’은 봄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 음식으로 제격이다. 동래파전의 역사에 대해 정확한 문헌 기록은 없지만, 조선시대 동래부사가 삼월 삼짇날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고급음식에 속했던 동래파전이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60년대쯤으로 추정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동래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인기 높은 향토 음식이었다. 동래파전은 사계절 중 파맛이 가장 뛰어난 3~5월이 제철이다. 봄철 파는 부드럽고 흰 부분이 많아 연하고 달착지근하고 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파전이 반죽재료로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동래파전은 쌀가루(찹쌀·멥쌀) 등 곡물을 사용한다. 싱싱한 쪽파 위에 파, 미나리와 함께 대합, 홍합, 굴, 새우, 조갯살 등 갖은 해산물과 쌀가루 반죽을 얹고 달걀을 풀어 지져내는 동래파전은 은은한 파 향과 해산물이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부산의 향토주인 산성 막걸리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파전에 사용되는 파는 조선 쪽파(실파)를 주로 사용한다, 잎 빛깔이 좀 짙고 길이가 짤막하면서 밑동이 가느다란 게 맛이 좋다고 한다. 원래 동래지역에서 나는 파를 사용했으나 도시화에 따라 재배농이 사라지면서 요즘에는 주로 기장지역에서 나는 파를 쓴다. 동래파전은 번철에 올려 그냥 지져 내는 일반 파전과 달리 파 향 등을 보존하려고 뚜껑을 덮고 익힌다. 영양가도 뛰어나다. 비타민이 풍부한 파, 미나리와 칼슘이 풍부한 해산물, 달걀 등이 골고루 배합돼 빈혈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4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동래파전 전수에 힘쓰는 ‘동래할매’ 김정희(46·동래구 복천동) 사장은 “파전이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동래파전은 독특한 재료배합과 맛으로 그 명성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래파전은 1997년 8월 상표등록됐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Let´s Go] 전남 곡성 기차마을

    [Let´s Go] 전남 곡성 기차마을

    “뿌우~뿌~” ‘곡성’이라는 낯선 지명만큼 귀에 선 기적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증기기관차 한 대가 슬로모션으로 다가온다. 지붕 위에 있는 굴뚝과 검고 거대한 바퀴 사이에서 쉬익~ 쉭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와아~, 기차닷!”장난감 같은 기차의 움직임에 아이들이 흥분했다. 어른들도 두근거리기는 마찬가지. 기차의 등장으로 적막했던 시골 역사가 분주해진다. 기차 여행을 마친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웃음과 이제 곧 몸을 실을 승객들의 설렘이 교차하는 이곳은 전라남도 곡성군 오지리에 위치한 곡성역이다. 정확히 말하면 구(舊) 곡성역. 전라선 직선화에 따라 신축된 신 곡성역에 역으로서의 기능을 넘겨주고 뒤로 물러 앉았다. 하지만 옛 영광까지 넘겨준 것은 아니다. 2005년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한 뒤 해마다 3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곡성역은 여전히 북적인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그러나 공간적인 신기함보다 시간의 재발견, 즉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도 짐을 싸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곡성역에 들어서는 순간 현재의 시간은 잊게 된다. 1930년대에 지어져 문화재로 등재된 역사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재개발 바람이 거센 요즘 과거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래된 건물들의 건재함이 어찌나 반가운지. 무엇보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증기기관차는 곡성역의 대합실을 붐비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다. 1960년대 실제 운행되던 것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비록 3칸짜리에다 석탄이 아닌 경유가 사용되지만 기차가 내뿜는 하얀 연기는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기에 손색이 없다. 하루 5차례 운행되며 왕복 1시간이 소요된다. 버스보다도 느리게 달리는 기차 안에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다. 기차가 검고 육중한 몸을 움직이면 하나둘씩 문을 열고 나와 객차와 객차를 잇는 공간에 자리를 잡고 선다. 봄 가뭄으로 다소 말라 안쓰러운 섬진강 물길, 17번 국도, 철로변을 따라 장식된 색 고운 철쭉이 나란히 달려가는 풍경에 가슴이 확 열린다. 어떤 솜씨 좋은 화가가 무심하게 빛나는 자연을 흉내낼 수 있을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레일바이크다. 레일바이크 하면 강원도 정선을 떠올리지만 곡성도 기차마을 내 1.6㎞ 순환선을 운영해왔다. 기차를 테마로 내세운 것에 비해서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최근 침곡역~가정역 5.1㎞를 개통했다. 2인용, 4인용으로 나눠 운행되는데 정선(7.1㎞)보다 거리가 짧지만 완만한 오르막이 있어 커 도전의식을 자극할 만하다. 무엇보다 증기기관차에서 감상한 풍경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새로 개통한 구간은 증기기관차 노선 가운데 일부분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예약은 필수다. 곡성에서 하루 묵는다면 한옥과 초가 형태의 펜션인 ‘심청이야기마을’을 강력 추천한다. 사실 이곳의 원래 용도는 숙박시설이 아니었다. 관광지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 가운데 ‘이야기’도 한몫 한다. 심청전의 근원이 된 ‘원홍장 설화’를 10년 전 발굴하고 곡성군은 민속촌 같은 체험시설로 ‘심청이야기마을’을 세웠던 것. 18채의 한옥과 초가만이 덩그러니 있는 이곳이 여행객의 마음과 발길을 붙잡기에는 애당초 쉽지 않았다. 외양은 전통 가옥의 모습을 유지하고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해 펜션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튼 것이 다행스럽다. 이곳의 미덕은 지리적 위치다. 풍수지리에 젬병인 사람도 ‘명당’이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직감을 갖게 된다. 기차마을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산 속에 아늑하게 파묻혀 있다. 속세와 완전히 차단돼 고졸한 사찰에 와 있는 듯하다. 해가 지고 나면 사위가 적막해지고 오로지 풀벌레 우는 소리와 멀리 계곡의 물소리만 더욱 선명해진다. 세상의 시끄러움에 등을 돌린 채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요가 수련단체들이 호시탐탐 이곳을 노렸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라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남원, 구례와 이웃하고 있는 곡성은 이 두 지역에 비해 내세울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도 없고, 사연 많은 명산 지리산과 유명 사찰 화엄사에 견줄 만한 곳도 없다. 면적상 섬진강을 가장 많이 품고 있지만 섬진강에서 곡성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전라도 출신의 유명 트로트 가수가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 초청을 접하고 “곡성이 워디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덜 알려졌다는 것은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고, 관광지로서 세련되지 못함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푸근하게 감싸는 능선, 은은하게 흐르는 강물, 구수한 사투리로 전해오는 인심 등 곡성의 풍경과 사람은 소박해서 좋다. 섬진강 맑은 물에서 건져낸 은어, 참게, 다슬기, 붕어로 만든 맛깔난 음식은 물론 새롭게 발견한 곡성 한우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3일, 8일에 서는 곡성 5일장도 곡성의 자랑이다. 온갖 나물이 지천에 널리는 장날이면 돼지 내장을 넣고 오래 끓여 낸 일명 ‘돼지 똥국’의 꼬리꼬리한 냄새가 호기심 많은 이방인들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막걸리와의 궁합이 홍어삼합 뺨칠 정도라고 하니 잊지 말고 먹어보시길. 불편한 것은 교통이다.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익산에 내려 거기서 무궁화 또는 새마을로 갈아타고 또 2시간을 달리면 신 곡성역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4시간에 걸쳐 가야 하는 곳 치고는 가진 큰 매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첨단의 이미지만 쌓아가는 도시에 지쳤거나 빛의 속도로 앞서가는 세상에 현기증을 느낀 이들에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선사하는 곡성은 따뜻한 위안이 될 수 있다. 곡성은 섬진강이 빚어내는 곡선과 근대문명의 시작이 된 직선의 강철 레일이 행복한 공존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여행수첩 ▲가는 길: 용산역에서 곡성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새마을호 이용시 4시간~4시간 30분 소요. 용산역에서 KTX 타고 익산역에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환승시 3시간 30분 소요. 자가용 이용시 서울 - 경부고속도로 - 천안 논산 고속도로 - 전주 - 국도 17호- 남원 - 곡성읍 - 섬진강 기차마을 또는, 서울 - 중부고속도로 - 대전 - 호남고속도로 - 전주 - 국도 17호 - 남원 - 곡성읍 - 섬진강 기차마을. 두 코스 모두 3시간30분~4시간 소요. ▲맛집: 통나무집 산장(061-362-3090)의 참게탕, 붕어찜이 유명하다. 시래기를 넣어 끓인 참게탕은 구수하고 붕어찜은 비리지 않아 개운하다. 은어 튀김과 은어회도 훌륭하다. 산지의 매력은 저렴하다는 것. 도시의 반값으로 곡성 한우를 맛 볼 수 있는 곳은 우리회관(061-363-8322). 곡성 한우의 참맛을 느끼려면 두툼하게 썰어져 나오는 육회를 꼭 먹어봐야 한다. ▲묵을 곳: 심청이야기마을(061-363-9910)을 ‘강추’한다. 2인실부터 8인실까지 17채가 있다. 주중 3만~14만원/ 주말 5만~17만원. 성수기(7월1일~8월31일)에는 주말 가격에 2만원씩 추가된다. 섬진강 풍경을 보고 싶다면 기차펜션(통일호 개조 펜션·061-362-5600)도 좋다. 7개 객실. 9평형 주중 5만원/주말 9만원. 11평형 주중 13만원/주말 17만원. 글ㆍ사진 곡성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전통 술 품질인증제 도입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국산 술에도 와인처럼 ‘등급 마크’가 등장한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마크다. 국세청은 3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술을 대상으로 ‘주류품질인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류전문연구기관인 국세청기술연구소가 품질이 우수한 술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술을 고를 수 있고, 생산자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품질인증을 받기 원하는 주류 제조면허자는 7월 말까지 제조장 관할 세무서에 신청하면 된다. 선정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서면심사 → 현장 심사 → 제품 심사 3단계로 이뤄진다. 올해 약주(190개 업체)와 과실주(142개 업체)부터 우선 시행한 뒤 내년에는 탁주와 청주까지, 내후년부터는 모든 주류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맥주와 소주 등은 이미 대중화돼 인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라벨(상표) 제도를 벤치마킹해 4단계로 품질인증 마크를 차별화할 방침이다. 품질이 월등히 뛰어나고 세계화가 가능하면 전체의 5% 이내에서 1등급(명품주)을, 안동 소주·포천 막걸리처럼 지역적 특성과 전통이 인정되면 2등급(지리적 표시)을 부여한다. 일각에서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품질인증제가 업체 위에 군림하는 ‘또 하나의 권한’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도시와 산] (4) 남양주 운길산~예봉산

    [도시와 산] (4) 남양주 운길산~예봉산

    운길산(610m)은 순하지도 거칠지도 않다. 높지도 낮지도 않다. 하지만 한강 두물머리가 지척이어서일까 구름을 모은다. 태조 이성계는 이 산에서 구름이 흘러가다 쉬어가는 곳이라 해서 운길산이라 칭했다고 전해진다. 운길산에서 적갑산(560m), 철문봉(630m) 등을 지나면 역시 수도권의 명산 예봉산(683m)으로 연결된다. 조선시대 경기 동부, 강원 중북부 선비들이 한양으로 갈 때 임금이 사는 도성을 향해 신하로서 예를 표해 예봉(禮峰)이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길산~예봉산 능선에는 아련한 역사의 숨결이 여기저기 스며 있다. 이춘규 편집국 부국장 taein@seoul.co.kr ●200년전 다산 정약용 선생 체취가 느껴진다 운길산~예봉산 능선은 다산능선이라고도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 형제들과 인연이 많다. 특히 철문봉 정상에는 ‘정약용, 약전, 약종 형제가 집 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 학문을 밝힌 곳’이라고 적혀 있다. 다산은 40세 때인 1801년 강진으로 유배생활을 떠나기 전에 약전·약종 형들과 현 팔당호 인근 생가를 나서 능선길을 산책하며 학문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용·약전(귀양지서 사망)의 귀양과 약종의 순교로 삼형제는 이후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 다산은 생가 앞 두물머리 풍경에 대해 18년 유배생활을 했던 전남 강진군 다산초당이나 백련사에서 바라본 강진만의 풍경과 유사해 고향을 생각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두물머리에 팔당호가 생겼지만, 강진만 일부도 간척돼 풍경이 변했다. 생가는 예봉산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에 있다. 운길산 산허리에 자리잡은 수종사에도 역사가 숨 쉰다. 조선후기 사회변혁을 꿈꾸던 선각자들이 모여들었다. 초의선사, 다산, 추사 김정희 등 선사와 묵객들이 종파와 당색, 신분을 따지지 않고 사회변혁의 꿈을 다듬은 곳이다. 수종사(주지 동인)측은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새벽에 이상한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깨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바위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水鐘)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심었다는 550년 이상 된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는 강변풍경과 조화롭다. ●시골처녀의 풋풋함과 만난다 다산능선을 종주하다 중간에 음료수가 필요하다 싶을 때면 맛 좋은 약수터가 있다. 수종사 입구와 절 안에 맛있는 약수터가 있다. 수종사 삼정헌에서는 멋진 두물머리 풍경을 보면서 공짜로 주는 차를 마실 수 있다. 고마운 마음은 불전함에 넣는다. 운길산으로 오르는 수종사코스는 수종사의 전망대가 좋다. 절상봉 코스는 정상에서 북한강과 두물머리쪽이 근사하다. 운길산 정상에서는 새해 일출이 압권이다. 여기서 보는 운길~예봉 능선과 골짜기 전경은 거대하다. 서울시내에서 전철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산이 깊다. 도시의 번거로움이 절로 사라진다. 자동차 소음에서 완벽하게 해방된다. 명상에 제격이다. 봄~가을까지는 숲이 우거져 낮에도 어둡다. 지난해 말 운길산역이 개통되기 전에는 접근이 어려워 산꾼들만 찾던 코스였다. 특히 숲이 좋아 알레르기 치료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다. 알레르기 환자들이 이 능선길을 걸으며 상쾌한 호흡을 기원한다. L이비인후과 이모 원장은 “다른 숲도 마찬가지지만 숲이 좋은 이 능선길은 폐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어 알레르기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시골처녀의 풋풋함을 간직했던 이 능선길이 이제 도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땅들이 침식당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나무계단을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원종철 남양주시 문화관광과장은 “전철 연장개통과 함께 미처 몰랐을 정도로 등산객이 몰려온다. 지역경제에도 도움된다. 부족한 주차장 등을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생물자원의 보고에서 새들과 얘기하다 3~4월 능선 좌우에 생강나무꽃이 흐드러진다.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기는 황홀하다. 이어서 진달래와 철쭉이 화려함을 다툰다. 능선산행만 4시간 안팎이나 걸리는 이 산 토양은 기름져 이곳 진달래나 철쭉은 팔뚝만큼 두꺼운 것이 많다. 사철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을 확인한다. 소나무와 낙엽송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다. 참나무과로만 굴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들이 지천이다. 물푸레나무, 산벚나무, 피나무, 쪽동백, 참개암나무, 개옻나무 등 수종이 무척 다양하다. 바람의 능선이다. 능선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나 참나무, 물푸레나무들은 줄기가 2~7개로 갈라진 게 많다. 짐승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멧돼지는 흔한 동물이다. 골짜기에서는 고라니를 볼 수 있다. 너구리, 산토끼 등 포유류가 서식한다. 여름철새인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뻐꾸기는 물론 꿩이나 산비둘기 등 새들과 얘기할 수 있다. 겨울에는 지척인 북한강, 남한강에서 기러기, 청둥오리들이 떼지어 물질을 한다. 총길이 13㎞ 안팎인 종주길은 수도권에서는 귀한 육산이다. 운길산 정상 양쪽에 약간 돌산의 형세가 있지만 그밖의 대부분 능선은 흙산이다. 그래서 무릎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관절이 좋지 않은 서울시민 송(75)씨 할아버지는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할머니와 자주 찾는다. 등산은 운길산역에서 수종사를 거치거나 능선길을 따라 운길산, 새재고개, 적갑산, 철문봉을 거쳐 예봉산을 지나 팔당역으로 향하는 종주코스가 산꾼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예봉산서 율리봉, 율리고개를 거쳐 팔당역으로 가면 6~7시간 걸린다. 힘이 부치면 새재고개에서 약수터를 지나 도곡리, 도심역으로 가는 4~5시간 코스가 있다. 역코스도 좋다. 운길산역서 운길산만 올랐다가 내려가거나 팔당역서 예봉산만 올랐다 내려가는 3시간 안팎 걸리는 코스는 가장 대중적이다. ■ “다음 내리실 역은 운길산역입니다” 지하철·전철노선의 확장은 산행지도를 확 바꾼다. 중앙선전철의 단계적 연장도 마찬가지다. 중앙선은 2007년 말 덕소에서 팔당역까지 연장개통되면서 주변 명산을 찾는 등산객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임섭 팔당역 역무원은 “재래선 역사일 때 하루 2~3명만 이용했으나 개통 뒤 평일 1500여명, 주말 5000여명이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말 중앙선이 양평군 국수역까지 연장되자 산행지도는 놀랍게 변했다. 국수역의 청계산(658m)이나 직전 양수역에서 갈 수 있는 부용산(366m)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전철이 연장개통되며 예봉산을 찾는 등산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중앙선 이용 전체 등산인구가 증가했다. 그래서 예봉산 등산을 마치면 한 시간에 두 번씩 있는 용산행 전철은 덕소역까지는 좌석이 충분했었지만 올해 들어 자리잡기가 어렵다. 국수역의 경우 “재래역사일 때 하루 100명 이하이던 이용객이 최근 80배인 8000명 정도로 늘었다.”고 이광훈 역무원이 밝혔다. 올해 말 산행지도는 또 바뀐다. 용문역까지 연장개통되기 때문이다. 원주까지도 빠르면 내년 말 개통될 예정이지만 예산문제로 1~2년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 구간은 멋진 산들을 품고 있어 향후 산행지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상권에도 대변화가 일고 있다. 팔당역 인근 예봉산 입구는 지난해부터 음식점이 늘었다. 등산전문점도 생겼다. 능선길 여기저기는 간이 막걸리가게들이 있다. 최근엔 운길산역과 국수역 주변에 가게가 늘고 있다. 운길산 수종사 입구에는 농산물 좌판점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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