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심성 행정’이란 말은 쓰지 말자/권문용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
시칠리아 마피아의 슬로건은 ‘착하게 살자’이다.
이 좋은 말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폭언이 될 수 있다.
그네들 사회에서 “요사이 당신 착하게 사는 것 같지 않아.”라는 말을 하면 상대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인다. 착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명백한 기준이 없으므로 말하는 사람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게 된다. 그래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없는 사회는 무질서하다. 실제로 이 섬에서는 택시요금을 맘대로 부른다. 그래서 이 섬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하다.
마피아의 ‘착하게 살자’같은 애매한 표현이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선심성 행정’이다.‘선심성’이란 단어는 국어, 영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나오는 편익을 계량화하여 평가하는 것이 세계은행이 정한 사업평가 원칙이다.
기업도 이처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 잘 산다. 지방행정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선심성’이란 잣대는 열이면 열 모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모호한 평가기준이다.
‘선심성 행정’이란 기준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필자는 지난번 세계혁신포럼에서 독일 법학자에게 다른 나라에도 이런 애매한 기준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인기있는 사업이라면 우선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이런 사업이 문제가 되는가 되레 내게 반문했다. 그리고 “누구나 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선심성이란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무뇌적(brainless) 평가이며 만일 그러한 평가가 실제로 행해진다면 그것은 해외토픽감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인기영합주의 행정은 비판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은 시민이 투표로 결정할 문제”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선심성이라 불리는 지방자치현장에 가보자.
함평, 보령, 강경, 부여, 이천 등에서는 각각 나비, 갯벌, 젓갈, 연꽃, 도자기 관련 축제를 벌여 연간 100억∼400억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축제는 단순한 지방축제가 아니라 국가로 말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것이다. 그뿐인가, 안동시는 농산물 수출을 두 배나 증가시키고 있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요즘 이에 대한 평가가 한창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전국 100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에 행정서비스와 그로 인한 삶의 질 향상에 엄청난 발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예로 민원처리에 대하여 좋아졌다 49%, 보통 36%였고 생활쓰레기에 대하여 잘 치워진다 65%, 보통 22%로 나타났다. 많은 분야에서 잘되고 있다는 것이 안 되고 있다는 것보다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국이 지금 힘차게, 그리고 눈물겹게 뛰고 있다.
제발 ‘선심성 행정’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대신 순천시의 슬로건처럼 ‘서로 칭찬하자!’란 말을 쓰자.
권문용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