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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치 대리 통치… ‘운전사 겸 오른팔’ 대통령 지명

    수치 대리 통치… ‘운전사 겸 오른팔’ 대통령 지명

    옥스퍼드 동문 최측근…“국민도 잘 몰라” 상·하원 투표 거치지만 사실상 당선 확정 54년간의 군부독재에 마침표를 찍고 미얀마의 첫 문민정부를 이끌 유력 대통령 후보에 틴 초(70)가 지명됐다. 지난해 11월 총선 압승을 주도한 아웅산 수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의 최측근이다. ‘오른팔’이자 ‘그림자’를 자처해 온 그는 집사 겸 운전기사, 재단관리자로 늘 지근거리에서 수치를 보좌해 왔다. 수치가 15년간 가택에 연금돼 있을 때 접견이 허용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수치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날에도 나란히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문인 수치와 틴 초의 인연은 30년 가까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틴 초는 10일(현지시간) 미얀마 하원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을 받았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틴 초가 전면에 등장한 것을 놓고 ‘대통령 위의 지도자’를 꿈꾸는 수치가 측근을 통한 수렴청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치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을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때문에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런 수치가 자신의 주치의, 군부 출신 개혁가 등을 놓고 충성심을 저울질한 끝에 틴 초를 낙점한 만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1946년생으로 양곤 출신인 틴 초는 수치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아버지는 ‘국민 시인’인 민 투 운으로 1990년 총선에서 NLD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군부의 총선 무력화로 등원하지는 못했다. 장인인 르윈은 NLD 창당 멤버로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역시 가까이에서 수치를 도왔다. 부인인 수 수 르윈은 NLD 재선 의원으로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다. 양곤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틴 초는 박학다식한 학자 출신이다. 영국 런던대와 케임브리지대, 미국의 아서 D 리틀대, 매사추세츠대 등에서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대학교수로도 일했고 1980년대 중반까지 미얀마 산업부, 외교부 등에서 활동했다. 온화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으로 안팎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유력 가문의 자제로 NLD에서 당 중역을 맡고 있지만 조용한 성격 탓에 국민조차 그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다. 그의 당선은 거의 확정적이다. 지난해 총선 승리로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한 NLD는 상원에서도 소수민족 출신인 헨리 밴 티유 상원의원을 후보로 복수 추천했으나 틴 초가 대통령, 헨리 밴 티유는 소수민족 몫의 부통령으로 각각 내정됐다. 이들은 오늘 14일쯤 664명의 상·하원 의원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군부 추천 후보인 사이 막 칸과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합한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에 당선돼 오는 31일 취임하고, 나머지 2명은 부통령직을 맡는다. 승부는 손쉽게 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NLD는 선출직 의석의 80%를 장악했고, 임명직 의원을 포함해도 전체 의석의 58%를 차지한다. 상·하원 의장과 부의장, 의회와 군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 7인 위원회도 후보 검증 과정에서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수치는 향후 외무장관직을 맡아 대외적으로 미얀마를 대표하면서 물밑에서 막후 실력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리 통치에 따른 향후 정국 불안이다. 막후 실력자와 허수아비 대통령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 국정 공백과 분열을 피할 수 없다. 미 ABC 방송은 2014년까지 10년간 인도를 이끈 소냐 간디 국민회의당 당수와 만모한 싱 총리의 관계를 전례로 꼽아 위험성을 경고했다. 군부의 위협도 걱정거리다. 헌법에 따라 군부는 여전히 의회의 4분의1을 장악하고 있다. 국방부, 내무부, 국경수비대 등 주요 부처의 통제권도 쥐고 있어 문민정부는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새 대통령이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을 빌미로 군부가 언제든지 다시 권력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가디언은 예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프로농구] 4초 전 결승골, 4강행 일냈다

    [프로농구] 4초 전 결승골, 4강행 일냈다

    이정현 24득점… 85-83 승리, 7일부터 KCC와 4강 PO 시작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이정현(KGC인삼공사)이 골밑을 파고들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 명승부를 끝냈다. 인삼공사는 2일 서울 잠실체육관을 찾아 벌인 삼성과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이정현의 24득점 3어시스트를 앞세워 문태영이 18득점 9리바운드,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2득점 16리바운드로 분전한 삼성을 85-83으로 제압하고 3승1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세 시즌 만에 4강 PO에 오른 인삼공사는 7일부터 정규리그 1위 KCC와 격돌한다. 전반까지 인삼공사는 리바운드 수 5-16으로 밀렸지만 1쿼터 전성현의 두 방, 2쿼터 마리오 리틀의 세 방 등 3점슛만 7개를 터뜨려 46-43으로 앞섰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 10개 구단 중 세 번째로 홈 승률이 좋았던 삼성은 홈 관중의 응원을 업고 3쿼터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벼랑 끝의 인삼공사에는 찰스 로드가 있었다. 2쿼터 중반부터 파울 트러블에 빠졌던 로드는 3쿼터 2득점에 그쳤지만 4쿼터 결정적인 고비마다 8점을 쌓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뒤 엎치락뒤치락 접전이 이어졌다. 1분46초를 남기고 로드가 결국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나 삼성에게 기회가 넘어왔다. 문태영이 자유투를 하나만 넣어 1분35초를 남기고 83-83 균형을 맞춘 삼성은 상대 공격자 파울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남은 시간은 30초. 삼성은 24초를 다 쓰고 마지막 슛을 노렸지만 문태영이 미끄러 넘어지며 7.8초를 남기고 상대에게 기회를 넘겨줬고, 이정현이 마리오 리틀에게 붙은 스위치 수비가 헐거워진 틈을 파고들어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두 팀 선수들은 코트 중앙에서 잠깐 드잡이를 벌여 명승부에 옥에 티를 남겼다. 이정현은 “(문)태영이 형이 원정 코트에서 과도하게 세리머니를 한다며 잠깐 로드의 등을 밀친 것일 뿐 선수들끼리 감정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로드도 “훌륭한 경기를 펼친 삼성과 이상민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에둘러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전5기’ 끝에 오스카 거머쥔 리오나도 디캐프리오

    리오나도 디캐프리오가 20여 년에 걸친 오스카 도전사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아들을 죽이고 부상한 자신마저 버린 동료에게 복수하고자 혹독한 대자연에서 처절한 생존 의지를 표현한 그가 29일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수상은 아카데미상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면서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 상이라는 상은 모조리 가져가 아카데미상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디캐프리오는 그동안 조연과 주연으로 아카데미상 후보로 4차례 이름을 올렸으나 번번이 수상에 실패했다. 그만큼 수상에 실패한 배우는 적지 않지만 워낙 스타 배우이다 보니 그를 두고 ‘오스카 징크스’라는 말이 돌았고, 심지어 ‘레오의 레드 카펫 광란’(Leo‘s Red Carpet Rampage)이라는 게임까지 나왔다. 오스카와의 질긴 악연은 1994년에 시작된다. 디캐프리오는 ’길버트 그레이프‘(1993)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어니‘ 역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당시 만 19세의 풋풋한 외모에 순진무구한 지적장애아 연기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으나 수상의 영광은 ’도망자‘(1993)의 토미 리 존스에게 돌아갔다. ’바스켓볼 다이어리‘(1995), ’로미오와 줄리엣‘(1996) 등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디캐프리오는 ’타이타닉‘(1997)에서 또 한번 굴욕을 맛봤다. ’타이타닉‘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14개 부문이라는 역대 최다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정작 주연을 맡은 디캐프리오는 후보로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타이타닉‘에서 그는 “내가 세상의 왕이다”(I’m the King of the World!)라고 외쳤으나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두번째로 작업한 ‘에비에이터’(2004)로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그는 두번째로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으나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 가로막혔다. 그의 세번째 도전은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였다.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하는 용병 출신의 대니 아처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으나 ‘라스트 킹’(2006)의 포레스트 휘태커에 밀렸다.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을 연기한 포레스트 휘태커는 당시 골든글러브, 미국배우조합상뿐 아니라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최근의 실패는 다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작업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였다. 당시 골든글로브는 드라마 부문에서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에게, 뮤지컬·코미디에서는 디캐프리오에게 상을 주었으나 아카데미상은 몸무게를 21㎏이나 줄이며 호연을 펼친 매튜 맥커너히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수상으로 오스카와의 질긴 악연을 청산했으나 그가 ‘레버넌트’에서 보여 준 연기가 ‘남우주연상감’이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 개운치 않은 측면이 있다. 영화에서 영하 30도의 한겨울에 벌거벗거나 들소의 생간을 씹는 등 투혼을 불살랐으나 ‘고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언정 아카데미 수상에 실패한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젭 부시, 경선 포기 날아간 부시家 ‘꿈’

    젭 부시, 경선 포기 날아간 부시家 ‘꿈’

    “통합을 위해 펼쳐 온 유세가 자랑스럽다.” 20일 밤(현지시간)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CNN 등 현지 방송이 전한 사퇴 연설에선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론을 존중한다”며 “오늘 밤 이후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연설 이후에는 중압감을 털어 버린 듯 트위터에 “감사하다”는 간결한 인사를 남겼다. 측근들에게는 “편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얼굴은 한결 편하게 보였다. 공화당의 ‘0순위’ 경선 주자에서 군소 후보로 전락한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권의 꿈을 접었다. 아울러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41대), 형인 조지 W 부시(43대)에 이어 미국 역사상 첫 ‘3부자 대통령’ 탄생이란 꿈도 사라졌다. 부시 전 주지사는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고 2년 전 여야를 통틀어 처음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초반 1억 달러(약 1200억원) 넘는 후원금을 모으는 등 대선판을 흔들기도 했으며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대접받기도 했다. 그러나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경선을 마무리하면서 부시 가문의 화려한 정치 역정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의 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가장 큰 짐은 명예이자 굴레로 작용한 ‘부시가(家)’였다. 아버지와 형에 이은 대권 도전에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부시’를 가졌다”며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로 상징되는 ‘탈기성정치’였다. 공화당에선 기행을 일삼는 트럼프가 일찌감치 돌풍을 일으켰고 정치적 제자인 마코 루비오까지 경선에 합류하면서 부시 전 주지사는 설 자리를 잃었다. NYT는 “트럼프가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 내는 동안 얌전한 젭 부시는 에너지가 부족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노현송 서울 강서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노현송 서울 강서구청장

    노현송 서울 강서구청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99년이었다. 민선 2기 구청장이었던 그의 첫인상은 ‘학자’였다. 당시 일본어를 전공하고 언어학 박사로서 고려대 조교수를 역임했던 이력이 주는 이미지가 크긴 했다. 학자 이미지는 곧 철학이 있는 행정가 본새로 바뀌었다. 형이상학적인 구상을 늘어놓는 대신 ‘눈높이 행정’을 폈고, 깊이 있는 식견과 정연한 논리로 정책의 배경과 방향을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진력에서는 ‘저돌적’이란 말이 지나치지 않았다. 지역의 역사·문화를 살린 허준박물관, 교육 소외 지역인 강서를 바꿀 장학회, 강서를 미래도시로 변화시킬 마곡지구 개발 등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다시 만나기까지 16년. 그사이 노 구청장의 삶은 역동적이었다. 민선 1기 구청장이었던 유영 전 구청장에게 민선 3기 자리를 내주고 2년 후 17대 국회의원으로 강서을 지역구에 재등판했다. 정치판의 쓴맛, 단맛을 본 뒤 2010년 민선 5기 기초단체장 선거에 재도전해 성공한 후 민선 6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지향점이 더 나은 주민의 삶에 있다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역할은 다소 추상적이에요. 주민 삶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건 구청장의 보람이자 매력입니다.” 노 구청장에게 “왜 또 구청장이었느냐”고 묻자 주저 없이 대답했다. 의지와는 다르게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그는 오는 4월 20대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꼭 거론됐다. 지역 주민들에게 익숙한 얼굴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풍설에 이름이 오를 때마다 기함을 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임기는 당연히 채워야 하는 거고, 옮기는 건 구민과 한 약속을 위반한 거니까 절대 안 되죠.” 비록 한 해 예산 62%를 복지 비용으로 사용하고, 재정 자립도(22.4%)가 서울시 하위권이라도 곁눈질을 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받았다. “구청장으로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더 해 보고 싶어요. 물론 우리 구민들이 허락을 해 줘야 하는 것이지만요.” ‘한 번 더’라는 것은 그의 강서 구상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허준박물관은 지역 명소가 됐고, 강서구장학회에는 기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러나 마곡지구 개발은 유난히 더디다. “1999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에게 마곡지역 개발의 밑그림을 그리자는 제안을 했고, 서울 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 용역을 줘서 미래를 내다본 계획을 짰습니다. 그때 나온 그림이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그가 구청장직을 떠난 동안 정체됐다. 그는 전임 서울시장들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명박 전 시장이 뉴타운 개발을 하면서 서울 전역을 ‘삽으로 떠 버리는 바람’에 진척을 보지 못했고,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개발을 하면서 마곡지구 일부에 요트 선착장을 만들자고 해 개발 방향이 엉뚱하게 흘렀다”고 말했다. 돌아와서 보니 주민들의 기대심만 부풀려 놓고 진행은 하지 못한 채였다. 서울시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면서 2013년 말부터 마곡지구 개발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LG, 롯데, 이랜드, 넥센타이어 등 50여개 중소·대기업이 입주 계약을 맺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첨단 R&D산업단지로 성장하며 강서의 미래동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1단계 준공을 한 뒤 2020년에 완성되는 LG사이언스파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17만여㎡ 부지에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생활건강 등 LG 10개 계열사의 R&D센터가 들어서고 2만 5000여명이 상주하게 된다. 입주를 완료하는 시점에는 고용 유발 9만명 이상, 경제 유발 24조원 이상 등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산한다. 2018년에 이화의료원이 문을 열고, LG문화센터가 입주한 서남권 최대 공원인 서울보타닉공원(가칭)이 개장하면 문화와 경제가 어우러진 도시로 거듭난다. 그의 개발 구상은 의료관광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해외의 관문이 되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가까이 있고, 여성·척추·관절 전문 병원이 즐비한 지역 특성을 살려 지난해 말에는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되도록 했다. 그는 “강서가 높은 성장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춘 의료관광 산업의 신메카로 떠오르게 됐다”며 “강서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은 쾌거”라고 평가했다. 교육과 복지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교육 혜택을 모두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역적 편차가 너무 크고 그런 편차를 줄이는 것은 힘들다”는 그는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교육 때문에 부모들이 이사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준 높은 공교육이 자리잡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지원청, 지역사회 대표,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혁신교육도시 추진단을 꾸려 지역적 특색에 맞는 교육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마을 결합형 학교, 학생자치연합회, 울타리 교사 양성 등 교육 혁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혁신교육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10억원을 투입해 ▲학교교육 지원사업 ▲청소년 자치 및 동아리 지원 ▲마을·학교 연계 지원 ▲민·관·학 거버넌스 구축 운영사업 등 7개 분야 36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 구청장에게 복지와 교육은 같은 선상에 있는 핵심 가치다. “교육처럼 복지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철학을 품고 있다. 어려운 재정 상황은 민·관·학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통반장에게 복지 도우미 업무를 주고, 20개 동별로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을 적용했다. 사회·자원봉사단체와 공무원 등이 참여한 강서희망드림단, 집배원 및 도시가스 검침원 등과 함께 촘촘한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었다. 교육과 복지를 장기 계획으로 삼는다면 공항 고도 제한 완화와 방화대로 개통은 올해를 기한으로 보는 역점 사업이다. 노 구청장은 “김포공항은 50여년간 서울의 관문이란 영광을 누렸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은 고도 제한이란 족쇄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 한 채 낙후된 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민의 권리를 찾기 위해 양천구, 경기 부천시와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의뢰해 해발 119m까지 고도를 완화해도 비행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 제한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를 기준으로 반경 4㎞ 이내까지 해발 57.86m 미만, 비행기 회전공간을 감안한 원추표면은 5.1㎞ 이내까지 해발 112.86m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서구 면적의 97.3%(40.3㎢)가 공항 고도 제한의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5월 국내 항공법을 개정해 예외적으로 공항 고도 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지만 진척이 별로 없다. 그는 “고통받는 주민들을 생각하면 고도 제한 완화의 발걸음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천시와 한강 올림픽대로를 잇는 방화대로는 1999년부터 공사가 시작됐지만 구간 중 일부(250m)가 군부대로 막혀 있어 사업에 차질을 빚어 왔다. 노 구청장은 “군부대가 이전하기로 합의하면서 2020년이면 완전 개통할 수 있지만 이 시기가 더 빨라져야 한다”며 “마곡지구 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통량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곤조곤하던 말투에 힘이 가득 실렸다. “이제 미래 서울의 중심지는 강서가 될 겁니다. 구민 삶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복지 등 전방위에서 체감지수를 높여 나가겠습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南南갈등 접고 대승적 화합·소통해야

    국민 절반 이상 北제재 동조 불구 여야 소모적 논쟁…국론 분열만 북핵·안보는 정쟁해서는 안 돼… 朴대통령도 야당에 손 내밀어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 조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 등 한반도에 불어닥친 안보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4·13 총선을 겨냥한 정파 논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안보 논의는 사라진 채 국론 분열만 부추기는 소모적인 ‘남남 갈등’이 답습되고 있다. 15일 전문가들은 대체로 16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계기로 정치권과 정부가 한데 손을 잡고 대승적으로 화합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야당의 개성공단 전면 조업 중단 비판에 대해 “국회가 단결해도 부족한 시기에 ‘신북풍(北風)’이라는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으로 국민분열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당내 운동권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날 문 전 대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마침표를 찍었다”며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가”라며 정부·여당을 정조준했다. 대북이슈에서 보수 행보를 보였던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이날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과거에도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이견을 내놨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국민 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KBS·연합뉴스의 14일 여론조사 결과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4.4%가 ‘잘한 일’이라고 답해 ‘현재처럼 가동해야 한다’는 답변(41.2%)보다 높았다. 사드 배치 역시 찬성이 67.1%로 반대 26.2%보다 월등히 높았다. 중앙일보의 15일 여론조사 역시 개성공단 중단 ‘찬성’은 55%, ‘반대’ 42%였고 사드 배치 ‘찬성’은 68%, ‘반대’는 27%에 불과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여느 때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 북풍의 영향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여야가 과거처럼 북한 이슈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지는 구태를 보인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도 예전처럼 야당에 일방적인 협조와 책임만 구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경제활성화·노동개혁까지 당파를 떠나 거국적인 협력의 장을 만들자고 야당·시민사회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6·25 전쟁에서 인구 10분의1 이상이 희생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북핵·안보 분야만큼은 여야가 정쟁에 빠져들어선 안 된다”면서 “정치권력을 위해 이념 투쟁에만 골몰해 온 우리 정당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우려를 표명하는 정치 원로도 있었다.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은 “개성공단 폐쇄로 비정상적인 북한 정권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갑작스런 대북정책 변경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는 향후 국내 정치와 대북, 대중 등 주요 대외정책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이행되려면 정부도 정치권과 국민에게 정보를 더 공개하고, 더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 ‘영원한 청룡의 주장’ 故정병탁을 기리며

    [김현회의 축구싶냐] ‘영원한 청룡의 주장’ 故정병탁을 기리며

    한 명의 위대한 축구인이 세상을 떠났다. 故정병탁 감독이 지난 10일 향년 74세의 나이로 하늘로 간 것이다. 어린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인물일수도 있지만 고인이 가는 길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던 故정병탁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고인이 걸어온 발자취가 곧 한국 축구의 발자취였다. ‘축구판 실미도 부대’ 양지에 간 정병탁정병탁은 1942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그리 큰 키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빠른 발을 앞세워 축구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축구 명문인 배재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1학년인 1964년부터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이후 정병탁은 한국 축구의 역사와 같이 하기 시작했다. 군팀이 상한가를 쳤던 1960년대 해병대에 입대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간 정병탁은 대표팀에서도 주축 레프트윙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때 정병탁을 비롯한 한국 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자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축구팀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바로 ‘축구판 실미도 부대’였다. 정권 실세인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나선 창단한 이 팀은 강제로 각 팀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이들을 뽑아 들였다. 국가대표팀도 아닌 곳에서 강제로 선수를 빼가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 누구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린다던 중앙정보부의 지시였기 때문이다. 팀 이름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 슬로건에서 ‘양지’를 따 왔다. 물론 당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정병탁도 해병대에서 양지로 옮겨야 했다. 정병탁을 비롯해 김호, 김정남, 조정수, 서윤찬, 허윤정, 김삼락, 이회택, 임국찬, 이세연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렇게 양지라는 한 팀에 모였다. 쌀 한 가마니에 4000원 하던 시절에 무려 매달 2만 5000원이라는 엄청난 급여가 제공됐고 선수단 전원이 중앙정보부가 위치한 서울시 이문동에서 숙소 생활을 하며 천연 잔디 구장을 마음대로 사용했다. 또한 중앙정보부는 양지축구단 활동을 군 복무로 인정, 병역 혜택까지 부여했다. 식탁에는 매일 고기 반찬이 올랐다. 심지어 서독과 프랑스, 스위스, 그리스 등을 도는 105일의 유럽 전지훈련도 떠났다. 물론 이 대단한 팀의 중심에는 정병탁이 있었다. 메르데카컵을 품은 청룡팀의 주장 정병탁은 소속팀 양지의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1970년에 출범한 국가대표 1진 청룡의 주장까지도 맡고 있었다. 당시 대표팀은 1진 청룡과 2진 백호로 나뉘어 운영 중이었는데 청룡에 직면한 과제는 바로 메르데카컵 우승이었다. 지금은 그 권위가 떨어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메르데카컵은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최고의 대회였다. 1970년 당시 한국의 청룡을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홍콩 등 만만치 않은 상대 12개 나라가 치르는 이 대회에는 전국민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1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한국은 두 번째 홍콩과의 경기에서도 비기며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3차전 인도와의 경기 역시 흐름이 좋지 않았다. 먼저 두 골이나 내주며 끌려간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청룡의 주장인 정병탁이 나섰다. 한 골을 따라간 한국은 후반 25분 정병탁의 크로스를 박이천이 동점골로 기록했고 10분 뒤에 마침내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정병탁이 왼쪽 구석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회택이 헤딩골로 연결, 극적인 3-2 역전승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정병탁은 이날만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결승 상대는 버마였는데 버마는 예선에서 인도를 2-0으로 완파한 강호였다. 한국으로서는 메르데카컵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전까지 공동 우승을 한 적은 있어도 단독 우승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은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3만 5000여 명이 들어찬 가운데 버마와의 결승전이 시작되자 두 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33분 마침내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정병탁의 발을 통해 시작됐다. 박이천에게서 패스를 이어받은 정병탁이 이 공을 완벽하게 이회택에게 넘겨줬고 이회택이 날린 슈팅이 버마 골문을 가른 것이었다. 후반 막판 정병탁은 중앙선을 돌파하면서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 슈팅으로 버마 골망을 한 번 더 출렁였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정병탁은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12번이나 메르데카컵에 나서고도 1960년 말레이시아와 공동 우승, 1965년 중국과 자유 중국과 공동 우승, 1968년 버마와 공동 우승을 차지한 게 전부였던 한국의 첫 단독 우승이었다. 그의 충격적인 대표팀 은퇴 발표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그리고 시상식이 열리는 순간 ‘청룡’의 주장 정병탁이 말레이시아 라만 수상으로부터 메르데카컵을 건네받더니 번쩍 들어올렸다. 한국이 그토록 염원하던 메르데카컵을 단독으로 품는 순간이었다. 귀국 길에도 수많은 환영 인파가 몰릴 만큼 국민들의 성원 또한 대단했다. 팀의 주장 정병탁은 모든 국민이 바랐던 메르데카컵을 들고 당당히 귀국했다. 지금이야 메르데카컵 우승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메르데카컵 우승은 아시아 정복을 뜻할 만큼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으니 국민들의 함성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세 개나 기록한 주장 정병탁의 인기 역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소속팀이었던 양지는 김형욱이 1970년 실각하면서 입지가 줄어 들었고 결국 흐지부지 흩어졌다. 정병탁도 양지를 떠나 신탁은행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무려 8년 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고 메르데카컵에만 6번을 출전했던 이 대단한 선수의 미래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안고 있었다. 해외 원정 경기만 18번을 치르면서 경험도 많이 쌓은 정병탁은 한국 축구를 계속 짊어지고 갈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때 정병탁이 한국 축구계가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이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습니다.” 아무리 선수 생명이 짧았던 1970년대라고 하더라도 28세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의 대표팀 은퇴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사람들은 메르데카컵을 들고 금의환향하던 정병탁에게 대표팀 은퇴를 번복해달라고 매달렸다. 고별전 보기 위해 모여든 1만여 팬들그래도 정병탁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대표팀 은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병탁은 이렇게 답했다.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싶습니다. 또한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병탁의 말을 그대로 믿는 이들은 없었다. 김용식이 43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고 당시 청룡팀 트레이너를 맡은 우상권 또한 36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8세의 창창한 선수가 체력의 한계를 느껴 대표팀을 떠난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의 추측이었지만 정병탁이 한창의 나이에 대표팀을 박차고 나온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청룡팀이 선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대우도 해주지 않았던 데 따른 불만 때문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병탁은 메르데카컵에서 단독 우승을 차지하고 1970년 8월 19일 귀국한 뒤 닷새만을 쉬고 또 다시 청룡팀 합숙훈련에 들어가야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에다 양지 시절 받던 월급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훈련에만 전념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대표 선수 생활이 끝나면 미래에 대해 그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았고 가정 생활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당시 상황상 애국심만을 강요하며 나머지 모두를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에 정병탁이 반기를 든 것이었다. 정병탁은 그렇게 28세의 이른 나이에 대표팀에서 물러났고 주장 완장을 김정남에게 넘겼다. 그가 애국심이 없어 대표선수 자격을 일찌감치 반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병탁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양지에 묶여 있고 청룡에 묶인 채 모든 걸 포기해야 했었다. 그는 A매치 통산 39경기 출전에 11골의 기록을 남겼다. 1970년 9월 12일 서울운동장에서 국가대표 상비군 간의 평가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 비공식 경기에 모인 관중수만 해도 무려 1만여 명이 훌쩍 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청룡팀을 떠나는 정병탁이 마지막으로 청룡의 유니폼을 입고 고별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정병탁 보러 가자.” 사람들은 청룡팀의 최초 주장인 정병탁의 모습을 보기 위해 비공식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운동장으로 몰렸다. 이 정도로 정병탁은 현역 생활 내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그렇게 정병탁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대표팀을 떠났고 이후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오랜 시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이 이어지자 정병탁이라는 이름은 서서히 잊어갔다. 지도자가 돼 돌아온 정병탁의 성공시대그런 정병탁이 다시 축구계로 돌아온 건 1984년이었다. 모교인 연세대 축구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병탁 감독은 연세대에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일을 냈다. 부임 후 5개월 만에 치른 제29회 전국축구선수권대회에서 파죽지세로 결승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결승 상대인 중앙대의 수장이 바로 김기복 감독이었다는 점이다. 40대 초반인 정병탁 감독과 김기복 감독은 양지와 청룡에서 3년 가까이 활약했던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였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정병탁 감독이 이끄는 연세대는 중앙대를 가볍게 2-0으로 제압하고 무려 36년 만의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대학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정병탁 감독은 5개월 만에 지도자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잊혀졌던 정병탁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정병탁 감독도 연세대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김봉길 스카우트 작전’이었다. 1984년 첫 우승을 경험한 정병탁 감독은 곧바로 고교 최대어인 부평고 김봉길 잡기에 나섰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팀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던 김봉길은 사실 고려대행이 점쳐지고 있었다. 부평고 고명수 코치와 고려대 남대식 코치의 사이가 돈독해 김봉길은 당연히 고려대행이 점쳐졌다. 그런데 정병탁 감독이 나섰다. 사실상 김봉길의 고려대행이 유력한 상황에서 정병탁 감독이 김봉길과 그의 부모를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김봉길과 그의 부모 역시 고려대로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정병탁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에 대해 김봉길은 이런 기억을 떠올렸다. “연세대 훈련이 저녁 6시에 끝나면 저녁 8시쯤 감독님께서 꼭 저희 집 앞으로 오셨어요.” 그렇게 무려 한 달 동안 정병탁 감독은 매일 저녁 김봉길의 집 앞으로 가 그의 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선수층이 두터운 고려대보다는 아들이 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연세대를 선택해 달라”는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 김봉길은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결국 연세대를 선택했고 연세대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정병탁 감독은 아주대 행이 유력했던 거제고의 최청일 또한 이런 식으로 설득해 연세대로 데려올 수 있었다. 김봉길은 정병탁 감독을 이렇게 기억했다. “옷도 잘 입는 멋쟁이셨고 굉장히 화끈하면서 남자다우셨어요. 한 번은 우리가 우승을 한 뒤 뒷풀이를 한다고 선수단 전체를 나이트클럽을 데려가기도 하셨죠.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마음껏 놀아라’ 이 말에 다들 반했다니까요. 감독님 모시고 나이트클럽에 갔던 건 참 독특한 추억이죠.”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전남과의 만남정병탁 감독은 연세대에서 지도 능력을 인정받고 이듬해에는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감독까지도 겸하기 시작했다. 정병탁 감독의 지도자 인생도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이때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1987년 1월 개인적인 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강릉을 떠나 서울로 오던 정병탁 감독의 승용차가 마주오던 고속버스와 정면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정병탁 감독은 중상을 입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정신을 차린 그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내가 그 자리에서 바로 숨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정 생활을 위해 이른 나이에 대표팀까지 포기해야 했던 정병탁 감독에게는 아내의 죽음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곧바로 일어섰다. 그를 기다리는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털고 일어난 정병탁 감독은 1989년 또 다시 정상에 섰다. 제37회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1학년생 김도훈과 강철 등을 앞세워 이뤄낸 대단한 성과였다. 특히나 서울 대신고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강철을 대학 진학 후 정병탁 감독이 수비수로 전환시킨 게 ‘신의 한 수’였다. 아마도 정병탁 감독이 없었더라면 강철이라는 훌륭한 수비수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철 스스로도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할 정도다. 결승에서는 프로선수 네 명이 포함된 포철 아마팀을 4-1로 꺾는 등 7경기에서 20득점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렇게 연세대를 아마추어 최강으로 이끈 정병탁 감독은 1992년 연세대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해냈다. 그가 다시 돌아온 건 1994년이었다. 당시 전남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팀 제8구단 창단을 앞두고 초대 사령탑으로 정병탁 감독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가 고향팀 지휘봉을 잡는 모습이 조금씩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연고내에는 차경복 전 경희대 감독과 정태훈 한양공고 감독, 남대식 고려대 감독, 서현옥 중앙대 감독 등 쟁쟁한 인물들이 많았다. 이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전남 진도 출신 허정무 감독이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였고 연고는 없지만 지명도가 워낙 높은 이회택 전 포철 감독 또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넘게 긴 토론이 이어진 후 최종 선택은 정병탁 감독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포철 감독으로 부임하고 있어 빼오는 게 무리가 있었고 나머지 후보군 중에는 정병탁 감독이 가장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청룡팀 최초의 주장’ 故정병탁을 기리며청룡의 초대 주장이던 그가 이번에는 전남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길조를 상징하는 용을 의인화한 전남의 마스코트가 모습을 드러냈고 팀 이름은 전남드래곤즈로 명명됐다. 전남의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정병탁 감독은 박경훈 코치와 여범규 코치를 선임한 뒤 곧바로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드래프트를 통해 대졸 신인 9명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훗날 전남의 상징이 된 김도근(한양대)도 포함돼 있었다. 이뿐 아니라 실업팀에서 뛰던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전남의 전설적인 존재인 노상래와 김태영 등도 이때 정병탁 감독이 선택한 작품이었고 기존 프로팀에서 활약하던 김봉길(유공)과 박창현(포철) 등도 데려왔다. 정병탁 감독이 선택이 아니었더라면 노상래와 김태영, 김도근 등 ‘전남맨’들은 역사에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광양전용구장이 광양시민뿐 아니라 여수와 순천 지역 주민들까지 몰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정병탁 감독 때문이었다. 여수 출신인 그가 고향에 내려와 프로팀 감독이 되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남은 1995년 5월 7일 역사적인 K리그 데뷔전에서 전북을 상대로 김봉길의 두 골과 노상래의 한 골을 앞세워 3-1 승리를 따내는 등 신생팀답지 않은 선전을 이어나갔고 결국 8개 팀 중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엄청난 성과는 아니었지만 현재 전남의 토대를 만든 건 정병탁 감독의 공이 컸다. 하지만 정병탁 감독은 1996년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며 이 자리를 허정무 감독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정병탁 감독은 이해 마라도나가 소속된 보카주니어스의 방한 경기 때 잠시나마 한국 대표팀을 지휘한 뒤 주무대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이후 정병탁 감독은 과거 양지팀 시절 동료들과 서울시 실버축구단에 속해 사회 공헌 활동을 하기도 했고 경기도 고양시에 ‘정병탁 어린이축구교실’을 창단해 유소년 선수 육성에 힘쓰기도 했지만 축구계 주류 무대에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저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정병탁 감독이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청룡팀 최초의 주장이자 연세대를 아마추어 최정상을 이끈 지도자이면서 전남의 초대 감독을 맡았던 그는 늘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빛이 날 때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故정병탁 감독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고인이 한국 축구를 위해 보여줬던 헌신을 잊지 않겠다. 이제는 故정병탁 감독이 먼저 하늘로 보낸 사모님과 행복하셨으면 한다. 청룡팀 최초의 주장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故정병탁 감독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 신분당선 연장선 30일 개통 호재 속에...’광교 지웰 홈스’ 분양마감 임박

    신분당선 연장선 30일 개통 호재 속에...’광교 지웰 홈스’ 분양마감 임박

    - 광교신도시부터 강남역까지 30분대로 이동 가능해져...M버스보다 10분 가량 빨라- 광교신도시 아파트가격 크게 올라...아파트 대체 상품인 아파텔에 수요 몰려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됨에 따라 주변 부동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당선 연장선은 총 12.8km에 달하며 총 6곳의 정거장을 통과하게 된다. 사업비는 1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5년 간의 긴 공사 끝에 지난 달 30일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고 개통됐다. 연장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신분당선은 이제 총 연장 31.29km, 13개 정거장(2017년 개통 미금역 포함)으로 늘어났고 그 중 5개의 정거장이 환승역으로 서울 2호선(강남), 3호선(양재), 성남-여주선(판교, 2016년 예정), 분당선(정자, 미금)과 환승할 수 있게 됐다. 이 노선이 개통됨에 따라 강남에서 수원 광교신도시까지 36분대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분당선 이용시 영통역∼선릉역, 영통(신풍초교)∼강남역 등 비슷한 구간을 운행하는 분당선, M버스보다 10여분을 절약할 수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 라인 따라 부동산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이의동 일대 아파트라인은 지난해 1분기 대비 8.6% 올랐다. 또, 용인시 상현동 6.5%, 성복동 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광교신도시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K’공인중개사는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서 광교신도시 내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훌쩍 늘었다” 면서 “매도희망자들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으로 아파트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을 운영 중인 ‘L’ 공인중개사는 “지난 해, 광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이 모두 끝났지만 매수수요가 꾸준해 분양권이 오르는 추세 있으며 기존 아파트가격도 치솟고 있다” 면서 “강남권이나 판교?분당 등 젊은 출퇴근 수요자들까지 몰리면서 전세가격도 요동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광교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아파텔 ‘광교 지웰 홈스’의 일부 잔여물량도 빠른 속도로 소진되면서 분양마감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광교 지웰홈스는 아파트 구조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아파트의 절반가격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 광교 지웰홈스는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3.3㎡당 1560만원에 불과하므로 3억원 선으로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 광교신도시 아파트 전용 84㎡형이 7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가격에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 광교 지웰홈스는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의 직접적인 수혜도 예상된다. 신분당선 상현역에서 도보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당선 연장선 외에도 주변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를 연결하는 1단계 사업이 현재 추진 중이다. 두 도로가 연결되면 양재IC에서 광교까지 이동거리는 기존 경로보다 7km, 시간은 11분 정도 단축돼 18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이 도로는 2018년쯤 개통될 예정이다. 도보거리에 새빛초교를 비롯해 상현중, 상현고가 위치해 있다. 특히, 새빛초교와 상현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어 맹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또, 용인시립상현어린이집도 단지 주변에 위치해 있어 어린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용인시립상현도서관도 도보거리에 있으며 수지 학원가도 이용할 수 있어 최적의 교육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교 지웰 홈스는 전용면적은 59㎡, 68㎡, 74㎡, 84㎡로 구성되며 총 196실이 규모로 공급된다. 계약자들의 초기비용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입주는 2016년 12월쯤 가능하다. 견본주택은 광교마을 41단지 건너편에 위치한 신우프라자 1층(용인시 상현동 1130-2)에 마련됐다. 분양문의: 1544-9699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담담하게 들여다본 노년의 검은 시간들

    담담하게 들여다본 노년의 검은 시간들

    “나이 들어 부릴 수 있는 허세가 두 가지예요. 늙었는데도 젊은 척하는 것, 너무 늙은 체하는 것. 그런 허세 없이 썼으니 흰 눈에 덮인 노년을 천연색으로 드러낸 거지요.” 노시인이 수화기 너머로 멋쩍게 웃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묘비명’ 등으로 사랑받은 김광규(75) 시인이 11번째 시집으로 등단 40주년을 자축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오른손이 아픈 날’이다. ‘종심(從心)의 전반부’를 써냈다는 이번 시집에서 그는 노년이라는 검은 시간의 속살을 담담히 들여다본다. 죽음, 소멸이라는 생의 마침표도 두려움 없이 관조한다. ‘눈앞의 바깥세상이 덜컥 닫히고/물속에 가라앉은 노란 조약돌이 보였다/조상의 잔해와 같은 색깔/처음 보는 세상의 안쪽/여기까지 오기에 얼마나 걸렸나’(여기까지) ‘나무도 짐승도 사람도 죽으면/어차피 땅 위에 쓰러질 것을/정신의 온갖 질곡 벗어나/살과 뼈와 터럭과 욕망 모두/떨쳐버리고/한없이 편안하게/땅 위에 누워 있는/부드러운 모습/와불(臥佛)을 볼 때마다/아직도 부처처럼 되고 싶은/욕심을 버리지 못한 내 마음 부끄럽다’(누워 있는 부처) 편한 일상어와 느긋한 유머로 삶의 진실을 캐내는 시인 특유의 화법은 여전하다. 이런 그의 시편들을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유머의 윤기가 잔잔하게 흐르는 정교한 수공예품들”이라 일컫는다. 탁발승이 화자로 등장해 시집을 공양으로 받는 장면을 담은 시 ‘고금’(古今)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느 집에서 책을 한 권 주었다/얄팍한 시집이었다/마음의 보시라 할지라도/먹지 못할 공양 받을 수 없어/합장만 하고 돌아섰다/해어진 옷가지 빨랫줄에 걸린/이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아래 그럼/말로 절을 짓는/시인이 살고 있단 말인가/세속의 명성은 알 수 없으나/다시 오고 싶지 않은 집이라고/휴대폰에 저장했다’(고금) 자연, 사람 등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연민, 공감도 김광규 시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쪽방 할머니를 외로운 조상이라 부르는 시선이 그러하다.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땅에서 태어나 땅속으로 돌아다니는/우리의 외로운 조상’(쪽방 할머니) 노시인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시를 써나가는 후배 시인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이제 시는 은밀한 속삭임도 못 되고 일방적인 중얼거림으로 바뀌었다. 시인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가 예술로서의 필연적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품위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아베 총리 “위안부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생각…사죄 더 안 해”

    아베 총리 “위안부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생각…사죄 더 안 해”

    아베 총리 “위안부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생각…사죄 더 안 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본인 입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는 1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발표문에 명기된 사죄와 반성의 문구를 본인 입으로 천명하라는 오가타 린타로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언급했다”며 거부했다.아베 총리는 이어 “외교장관 사이에서의 회담도 있었고, 나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도 말씀(사죄 언급)을 전했다”며 “그것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위안부 관련) 질문받을 때마다 답하면 그것은 (군위안부 문제가) 최종 종결된 것이 아닌 것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책임을 지고 (합의 사항을) 실행해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내가 박 대통령에게 한 발언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이 이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최정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한 만큼 합의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절한 대처’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은 이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이와 관련, 소녀상 이전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대한 일본 정부의 10억 엔(약 100억 원) 출연의 선후관계에 대해 “합의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녀상과 관련된 한일 합의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베 총리 “위안부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생각…사죄 더 안 해”

    아베 총리 “위안부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생각…사죄 더 안 해”

    아베 총리 “위안부 소녀상, 이전될 것으로 생각…사죄 더 안 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본인 입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는 일본 야당 의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는 1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발표문에 명기된 사죄와 반성의 문구를 본인 입으로 천명하라는 오가타 린타로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언급했다”며 거부했다.아베 총리는 이어 “외교장관 사이에서의 회담도 있었고, 나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도 말씀(사죄 언급)을 전했다”며 “그것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위안부 관련) 질문받을 때마다 답하면 그것은 (군위안부 문제가) 최종 종결된 것이 아닌 것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책임을 지고 (합의 사항을) 실행해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내가 박 대통령에게 한 발언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이 이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최정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한 만큼 합의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절한 대처’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은 이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이와 관련, 소녀상 이전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대한 일본 정부의 10억 엔(약 100억 원) 출연의 선후관계에 대해 “합의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녀상과 관련된 한일 합의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상) ‘메시 해트트릭’ 바르셀로나, 그라나다에 4-0 승리

    (영상) ‘메시 해트트릭’ 바르셀로나, 그라나다에 4-0 승리

    스페인 프로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가 리오넬 메시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대승을 거뒀다. 바르셀로나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프리메라리가 19라운드 홈경기에서 그라나다를 4-0으로 대파했다. 이날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는 전반 8분, 전반 14분, 후반 13분에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후반 38분에는 네이마르의 골까지 더해지며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전날까지 리그 6골을 기록했던 메시는 이날 해트트릭으로 득점 순위 18위에서 8위로 10계단 뛰어올랐으며, 바르셀로나는 그라나다전 승리로 13승3무2패(승점 42)를 기록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41)를 제치고 리그 선두 자리를 다시 뺏었다. 영상=15-16 프리메라리가_네이버스포츠/네이버tv캐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8월의 브라질, 지금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8월의 브라질, 지금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훈련하세요?”(기자) “음, 몇 시간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루 종일 운동해요.”(양궁 선수 강채영) 지난 22일, 대부분의 사람은 지인들과 회포를 풀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기지만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는 다른 달력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흥청거리는 연말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으로 227일’이라고 적힌 전광판이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번쩍이고 있었고,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캐럴을 대체했다. ‘한계를 넘어 리우로’라고 적힌 플래카드에서는 연말 분위기는 고사하고 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태릉선수촌에 연말연시란 없었다. 그들의 달력은 올해 8월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힘든 훈련에 숨을 헐떡이다가도 ‘만약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는 듯이 활짝 웃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태릉의 새벽, 그곳엔 열정이 있다 오전 6시. 아직 사방이 어둑어둑한 시간이지만 태릉선수촌은 시끌벅적했다.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유도, 양궁, 펜싱, 체조, 역도 국가대표 선수 150여명이 내는 기합 소리와 운동장 스피커에서 ‘노동요’처럼 흘러나오는 최신 가요가 뒤범벅돼 태릉선수촌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지만 선수들은 늘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인지 능숙한 몸동작으로 순식간에 체조를 끝마쳤다. 이후 곧바로 조깅이 시작됐다. 두꺼운 점퍼와 모자·장갑으로 중무장했지만 선수들의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계속 나왔다. 운동장 5바퀴를 돈 것으로 조깅을 끝마친 남자 펜싱 플뢰레의 손영기(31·대전도시공사)에게 힘들지는 않냐고 슬쩍 물어보니 “바닥이 얼어서 오늘은 그나마 조금 뛴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깅 정도로는 힘든 기색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견뎌 온 ‘내공’이 느껴졌다. 조깅을 마친 뒤 선수들이 급히 어디론가 향하기에 식사를 하는가 싶었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웨이트트레이닝 장비가 있는 ‘월계관’이었다. 훈련장에 들어서자마자 남자 유도 선수들이 웃통을 벗어젖힌 채 동료를 어깨에 얹고 훈련장을 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건장한 선수일지라도 한 바퀴만 뛰고 나면 이마부터 몸통, 발까지 땀이 안 나는 곳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인지 처음엔 제대로 붙이던 구호도 나중엔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곁에 있던 서정복 유도대표팀 감독에게 ‘왜 서로를 들쳐업고 뛰느냐’고 묻자 “메치기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과 비슷한 체중의 선수를 들고 뛰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력과 지구력을 기르는 동시에 한판승을 위한 체중 감각도 함께 연마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 유도 선수들도 ‘20년의 한’을 풀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조민선이 66㎏급 금메달을 딴 이후 ‘노골드’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자 유도팀을 맡고 있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코치는 더욱 혹독하게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 선수들의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곧바로 “자세!”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자 선수들은 이날 남자 선수들도 타기 힘들다는 외줄로프를 타기도 했다. 이 코치가 “세 번만 타자”고 소리를 지르자 선수들은 능숙하게 10m 높이의 외줄에 올라갔다. 이렇게 1시간가량 운동하면 새벽훈련이 마무리된다. 오전 7~8시쯤부터는 조식과 세면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전훈련(오전 9시 30분~낮 12시), 오후훈련(오후 2시 30분~5시 30분), 야간훈련(오후 7시 30분~9시)까지 마쳐야 하루가 끝난다. 식사·세면·수면을 빼고는 몽땅 운동에 투자하는 일정이다. ●훈련의 연속, 힘들지만 행복하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극한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선수들 몸 곳곳에는 영광의 상처들이 가득했다. 펜싱 사브르의 ‘맏형’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오른손과 왼손의 크기가 확연히 다르다. 10년 넘게 하루 7~8시간씩 펜싱검을 잡고 운동하다 보니 오른손 인대가 파열되고 붓는 일이 빈번했다. 이것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부기가 안 빠져 오른손이 육안으로 판단하기에도 왼손의 1.2~1.3배는 돼 보였다. 게다가 손의 신경들이 많이 끊겨서 피부 감각도 둔감해진 상태다. 김정환은 “오른쪽 손은 항상 마취 주사를 맞은 것 같은 상태여서 꼬집어도 (왼손에 비해) 40% 정도밖에 아픔을 못 느낀다”며 “오른손의 경우 특정 각도로는 쟁반이나 무거운 책을 잡지 못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펜싱검을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악력) 강도는 충분히 돼서 문제가 없지만 일종의 직업병을 겪고 있는 중이다. 오죽하면 선수들 사이에 국가대표팀 하다가 국가유공자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유도 선수들의 귀는 이른바 ‘만두귀’로 변해 있었다. 의학용어로 ‘이개혈종’(耳介血腫)이라고 불리는 만두귀는 훈련 도중 상대방이랑 부딪치고 도복에 쓸리면서 실핏줄이 터지는 일이 반복돼 귀가 울퉁불퉁하게 부푼 것을 말한다. 체육계에서는 이런 모습이 만두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만두귀’로 부르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유도 선수들도 대부분 만두귀를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열심히 훈련하다가 생긴 것일 뿐”이라며 고된 훈련의 ‘훈장’처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양궁의 기보배(28·광주시청)도 하루에 많게는 400~500번 활시위를 당기다 보니 손이 성할 날이 없다. 아무리 핸드크림을 발라도 활을 쏠 때 주로 사용하는 검지·중지·약지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박여 있다. 주위에서는 ‘손이 그래서 어쩌냐‘고 걱정이지만 정작 기보배는 “굳은살이야 다른 선수들도 다 가지고 있다. 오히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힘들지만 우리에겐 목표가 있다 반복되는 훈련에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힘들긴 하다면서도 올림픽을 생각하면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 유도 ‘20년의 한’을 풀겠다고 나선 57㎏급의 김잔디(25·양주시청)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계훈련을 어떻게 견뎌 내는가에 따라 내년 리우올림픽에서의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며 “목표는 금메달로 정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에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기대를 한몸에 받은 채 2012 런던올림픽에 나섰지만 16강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해 눈물을 삼켜야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부담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부담감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면서도 “부담감도 그만큼 관심을 받아서이기 때문에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고 여기며 훈련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일본의 귀화 제의를 뿌리치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2년 전 한국에 온 재일교포 3세 안창림(22·남자 유도 72㎏급)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훈련은 항상 힘들지만 이것을 견디고 시합에서 1등 하는 상상을 하면서 운동하고 있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 뛰는 것은 나의 꿈이었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해 꼭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33세로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 중인 김정환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대표팀 인생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상대 선수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후회 없이 멋있게 시합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 ‘차세대 여성 신궁’ 강채영(20·경희대)은 2016년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림픽에 출전해 (기)보배 언니처럼 2관왕을 하고 싶다. 남보다 한 발을 더 쏘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이 끝난 뒤에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선수들에게 올림픽 메달에 자신이 있냐는 우문(愚問)을 건네면 그들에게선 “우리는 외국 선수보다 훈련량이 많다”는 현답(賢答)이 돌아오곤 했다. 깨어 있는 내내 계속해 훈련을 반복하는 그들이기에 스스로가 가장 많이 훈련한다고 설명하더라도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정해 준다’는 말이 있지만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훈련량을 보면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느껴졌다. ‘월계관’에서의 힘든 훈련을 마친 뒤 리우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숙소로 돌아가던 남자 유도 81㎏급 왕기춘(28·양주시청)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美 권력의 ‘어벤져스’ 클린턴 가족의 도심나들이

    美 권력의 ‘어벤져스’ 클린턴 가족의 도심나들이

    세계 최강 권력가(家)의 도심 나들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클린턴 가족이 여유롭게 미국 맨해튼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지난 27일 포착된 이 사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 그리고 딸 첼시와 남편 마크 메즈빈스키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첼시는 딸 샬럿이 타고있는 유모차를 끌고 있으며 그녀의 배 속에는 내년 여름 태어날 둘째가 자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클린턴 가족은 서점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으며 시민들을 보고 간간히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이날 '권력가 행차'에 대한 언론들의 관심은 당연히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쏠렸다. 특히 좀처럼 보기힘든 꽃무늬 코트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이런저런 해설에 분주한 모습이다. 화제의 이 코트는 지난 2003년 클린턴 전 장관이 아프카니스탄을 방문할 당시 구매한 것이다. 언론들은 이번 클린턴 가족의 행차 역시 선거캠페인과 유관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언론은 빌 클린턴이 앞으로는 부인의 선거운동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발짝 앞서있는 상황에서 남편의 높은 인지도와 식지 않는 인기를 바탕으로 확실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전략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세계 최강 권력가’ 클린턴 가족의 도심나들이 포착

    ‘세계 최강 권력가’ 클린턴 가족의 도심나들이 포착

    세계 최강 권력가(家)의 도심 나들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클린턴 가족이 여유롭게 미국 맨해튼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지난 27일 포착된 이 사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 그리고 딸 첼시와 남편 마크 메즈빈스키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첼시는 딸 샬럿이 타고있는 유모차를 끌고 있으며 그녀의 배 속에는 내년 여름 태어날 둘째가 자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클린턴 가족은 서점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으며 시민들을 보고 간간히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이날 '권력가 행차'에 대한 언론들의 관심은 당연히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쏠렸다. 특히 좀처럼 보기힘든 꽃무늬 코트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이런저런 해설에 분주한 모습이다. 화제의 이 코트는 지난 2003년 클린턴 전 장관이 아프카니스탄을 방문할 당시 구매한 것이다. 언론들은 이번 클린턴 가족의 행차 역시 선거캠페인과 유관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언론은 빌 클린턴이 앞으로는 부인의 선거운동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발짝 앞서있는 상황에서 남편의 높은 인지도와 식지 않는 인기를 바탕으로 확실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전략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구내 32개교 모두 찾는다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이 내년까지 구의 32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방문해 학부모, 교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교육대장정’에 나선다. 구는 박 구청장이 지난 17일 오현초교를 시작으로 다음달 26일 우이초교에서 마침표를 찍는 릴레이 학부모 간담회를 이어 간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집무실에 앉아서 교육 지원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실제로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교육정책의 방향이 서고 답이 나온다”며 “학부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학생들이 형편에 관계없이 그들의 꿈을 찾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구는 서울시의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돼 정규 학습이 아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다. 또 구꿈나무키움장학재단,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청소년희망원정대, 책 읽는 구를 만들기 위한 독서문화 진흥사업, 강북구 인터넷 수능방송, 나비 한살이 생태체험학습 등 구만의 특징적인 교육사업을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들로부터 학교 외부공간에 작은 도서관 설치, 학교 인근 공원 정기 순찰활동, 학교 주변 통학로 위험요소 제거 등 여러 건의사항을 들었다. 박 구청장은 교육대장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해 하나하나 구의 입장을 설명한 뒤 민원 처리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해질 녘 서해, 솔숲 구름 위에서 본 적 있나요?

    [명인·명물을 찾아서] 해질 녘 서해, 솔숲 구름 위에서 본 적 있나요?

    ‘삽상한 냄새가 날아올 듯한 푸른 송림, 하얀 포말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대는 청정한 겨울 바다….’ 공중에서 약간의 스릴과 함께 이를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충남 서천군 ‘장항스카이워크’다. 부산 오륙도, 강원 정선 변방치, 울산 당사항 등 전국에 5개의 스카이워크가 있지만 장항스카이워크는 길이가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배경아 서천군 공공문화시설사업소 복합문화시설팀장은 “높이 15m에 길이 236m의 공중 데크를 걸으면 큰 광장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과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겨울 풍경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다”면서 “시범운영 기간이 일단 이달 말까지이고,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 1000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스카이워크는 장항읍 송림산림욕장에 설치됐다. 욕장 중간에 나선형 입구가 있다. 98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소나무 숲이 바로 발아래로 펼쳐진다. 소나무 맨 꼭대기 가지들이 데크에 닿을 듯 살랑거린다. 소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정겹기도 하다. 들판처럼 넓게 펼쳐진 푸른 솔숲이 장관이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50년은 족히 넘은 곰솔로 가득하다. 전국 해안 사구(모래언덕)에 있는 유일한 곰솔 숲으로 널리 알려졌다. 염생식물의 서식지를 만들고 바닷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숲이다. 폭 2~4m에 그물 형태의 하늘길인 스카이워크 철제 데크를 걸으면 밑바닥이 아득해 스릴이 느껴진다. 구름을 타고 소나무 위를 걷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지난 10일 비가 내리는데도 이곳을 찾은 이옥련(60·전북 완주)씨는 “철망 밑으로 바닥이 보여 무척 무서웠는데 붕 떠서 계속 가는 거 같아 재미가 있더라”면서 “비록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공중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눈이 다 시원했다. 맑은 날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데크는 바닷가 옆으로 이어진다. 데크 끝이 바다 쪽으로 뻗어 큰 기둥이 받치는 구간도 있다. 데크 난간에 기대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딱 좋다. 데크에 서면 유부도 등 몇몇 섬들이 보이고 데크 옆으로 백사장이 펼쳐진다. 모래가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 봄에 사람들이 몰려와 모래찜질을 하는 곳이다. 그 앞으로는 갯벌이 이어져 가족 단위로 찾은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조개잡이 등 갯벌체험을 즐긴다. 밀물이 백사장까지 밀려와 바다 쪽으로 뻗은 데크의 기둥이 물에 잠기면 배에 올라탄 느낌마저 든다. 배 팀장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를 보면서 끊임없이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고 말했다. 눈을 돌리면 옛 장항제련소의 거대한 굴뚝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세워져 근대산업화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사진까지 실렸던 유명 장소지만 몇 년 전 토양오염 논란을 낳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토양정화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그 모습이 뛰어난 자연생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스카이워크의 또 다른 이름은 ‘기벌포 해전 전망대’다. 스카이워크가 있는 금강 하구 일대가 기벌포다. 기벌포는 동북아 최초의 국제전과 해상 함포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역사까지 알면 스카이워크 관광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신라는 676년 이곳에서 설인귀가 이끄는 당나라 수군을 몰아내 삼국통일에 마침표를 찍었고, 왜구 때문에 위기에 빠져 있던 고려 말 최무선이 발명한 화약과 화포로 500여척의 왜선을 격멸시킨 장소도 이곳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워크는 지난해 1월 착공해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47억 9000만원이 들어갔고, 절반은 국비로 지원됐다. 김지훈 서천군 주무관은 “송림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경관이 너무나 빼어난 곳이어서 이들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매달 평균 2만 3000명 가까이가 이곳을 구경했다. 8월에는 3만 7000여명이 찾아 가장 많이 몰렸다. 스카이워크를 내려오면 데크 아래로 펼쳐졌던 소나무 숲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산림욕장답게 힐링하기에 좋다. 3.5㎞의 산책로가 나 있다. 그동안 주민들이 주로 오가던 길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정비사업에 들어가 지난달 끝났다. 낡은 시설을 바꾸고 이정표와 안내판, 가로등 등을 교체했다. 주차장도 넓히고 맥문동 꽃길도 조성했다. 길옆으로 하늘로 쭉쭉 뻗으면서 늘어선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호젓하게 흙길을 밟는 느낌이 각별하다. ‘국가공단을 포기하고 얻은 솔바람 곰솔숲’이란 입간판도 보였다. 바닷가로 걸어가는 길도 새롭게 만들어 놓았다. 스카이워크 주변에는 생태 관련 전시관이 많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있다. 해양생물 다양성 전문 연구기관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로비에 세워진 대형 ‘씨드뱅크’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액침표본 5100점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검색기로 해양생물 표본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길이 13m의 보리고래 등 거대한 고래 골격 표본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차를 타고 7분 정도 가면 국립생태원이 있다. 관련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해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에코리움에는 식물 1900여종과 동물 230여종이 2만 1000㎡가 넘는 공간에 전시됐다. 기후대별로 생태계가 재현돼 이해하기 쉽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이 살아 숨 쉬고 있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장항국가산업단지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가 지어준 게 해양생물자원관과 생태원이다. 장항스카이워크를 걸은 뒤 두 전시관까지 돌면 이날만큼은 수려한 자연 감상과 생태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일석이조의 관광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글 사진 서천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뉴스 분석] 美 나홀로 긴축…세계경제 ‘가보지 않은 길’ 가다

    [뉴스 분석] 美 나홀로 긴축…세계경제 ‘가보지 않은 길’ 가다

    우려했던 ‘옐런발 발작’은 일단 없었다. 미국이 17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7년간 지속된 제로금리(0~0.25%)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베이비 스텝’(점진적 인상) 강조로 세계 각국은 안도했다. 그러나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나 홀로 긴축에 나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자금 이탈과 환율 방어 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 고용 여건이 상당히 개선됐고 물가가 중기 목표치인 2%대로 오를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 포인트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 여건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면서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추가 인상은 유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평균 1.375%까지 4차례 올릴 것으로 본다. 인상은 기정사실로 보고 ‘속도’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세계 각국은 옐런 의장의 명확하면서도 유화적인 메시지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돈 푸는 규모를 줄이겠다”고 갑자기 밝히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긴축 발작’을 일으켰다. 이번에 연준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인상 결정을 한 것도 시장의 신뢰를 키웠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부양책을 쓴 나라들은 미국과 같은 길을 갈지, 다른 길을 갈지 결정해야 한다. 유럽, 일본, 중국은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과 다른 주요국 통화정책이 평행선을 긋는 이른바 ‘대분열 시대’는 그간 세계 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도 금리 정책을 따라갈지(인상), 지켜볼지(동결), 거꾸로 갈지(인하)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 번도 쳐보지 않은 시험이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홍콩은 금리를 0.25% 포인트씩 올리며 자금 이탈을 단속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3조 5700억 달러(약 4214조원)를 풀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로 흘러들어간 이 돈은 높아진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되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결정에 내몰렸다”면서 “결국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실력 그리고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연 정부와 한은은 “미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필요하면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끊었다 피웠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있더이다

    끊었다 피웠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있더이다

    “금연 999일째. 381일 13시간 30분의 수명이 연장됐습니다.” 금연에 성공한 43명의 금연 분투기가 책으로 나왔다. 국립암센터는 6일 보건복지부와 함께 운영하는 금연 포털사이트 ‘금연 길라잡이’에 올라온 실제 경험담을 묶어 수기집 ‘쉼표도 마침표도 없는 금연일기’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수기집은 금연 길라잡이(www.nosmokeguide.or.kr)의 일대일 전문가 상담 또는 금연상담전화(1544-9030)에서 1회 이상 금연상담 후 신청할 수 있다. 수기집에는 금연 시작부터 실패와 재도전, 성공과 유지 등에 대한 짧지만 생생한 기록이 담겼다. 담배를 끊고자 했던 계기는 저마다 달랐지만 다들 힘든 과정을 거쳤다. 수기집 가운데 금연 730일째를 맞은 한 금연인의 사례를 소개한다. 13년을 피웠습니다. 멋 모르고 호기심에 시작한 담배였는데 중단할 수가 없더군요. 그저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하고 담배를 피웠습니다. 담배 한 개비가 삶의 낙이 돼 주었습니다. 처음 담배를 끊은 계기는 병원 입원이었습니다. 끊어야겠다고 늘 고민해 왔고, 병원에 입원한 터라 어렵기는 했지만 끊을 만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금연을 2년간 지속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담배는 의지다. 내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 의지가 약해서 담배를 못 끊는 것이다.’ 그러다 얼마 후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별 생각 없이 다시 담배에 손을 댔습니다. 한번 끊었으니 언제든지 피울 수도, 안 피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길로 또 담배를 피우게 됐습니다. 몇 년쯤 지났을까. 다시 금연을 결심했죠. 한창 금연 열풍이 불었을 때였습니다. 독하게 마음먹고 담배를 끊기로 했습니다. 자신 있었지요. 그러나 금연은 6개월 만에 무너졌습니다. 당시도 ‘나는 언제든지 피울 수도, 안 피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뒤 다시 도전했지만 역시 3개월 만에 무너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60~70세까지만 끊고 그 다음에는 실컷 피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몇 년 뒤 다시 시작한 금연은 1주일 만에 무너졌고, 또 시작한 금연은 사흘 만에 무너졌습니다. 하루도 견디지 못했습니다. 담배에 완전히 중독된 저를 보았습니다. 보건소에도 몇 번 가보았지만, 금연은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끊지 못하면서 주변 사람을 탓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당신이 잔소리하니깐’ 한 개비, 두 개비씩 점점 늘던 담배는 어느덧 하루 한 갑을 넘었습니다. 결국 제가 제 몸에 독을 부은 셈이죠. 잠에서 깨면 반드시 피웠고, 아침을 먹기 전까지 3개비를 피웠습니다. 보건소에 가고, 약국에서 니코틴 패치도 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담배 두 갑을 사서 한꺼번에 줄 담배를 피운 적도 있었습니다. 금연이 계속해서 실패하다 보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도, 피울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이를 깨닫고서 이후 지금은 금연 길라잡이의 도움으로 2년간 금연 중입니다. 며칠 전에도 담배를 피우는 꿈을 꿔 고생했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2년 전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금연을 통해 건강해진 몸과 마음, 저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정리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끼워넣고 맞바꾸고… 여야 ‘벼랑끝 흥정’

    끼워넣고 맞바꾸고… 여야 ‘벼랑끝 흥정’

    전쟁 같았던 이틀간의 여야 협상이 2일 밤 가까스로 접점을 찾으며 마침표를 찍었다. 무더기 ‘합의 파기 사태’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갔다. 하지만 막판 진통이 길어지면서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지키지 못했다. 헌법 54조는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는 3일 0시 48분에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지난달 30일까지였던 예산안 심사 기한을 지키지 못한 여야 원내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놓고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숨 가쁜 협상을 진행했다. 한때 여야의 법안 협상이 법안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조율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가진 카드를 손해 없이 맞바꾸려는 ‘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여야의 협상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자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노동 개혁 5법 처리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년도 수정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며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한데 묶는 ‘연계 전략’을 펼쳤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이 ‘입법 로비’의 결과물인 수정 예산안을 볼모로 잡고 야당을 압박하자 야당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일 오후 9시부터 벼랑 끝 심야 회동을 시작했고 4시간 30분 만인 2일 새벽 1시 30분에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여당이 요구한 경제활성화법 2개와 야당이 요구한 경제민주화법 3개를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았다. 하지만 꽉 막힌 여야 정치권에 모처럼 순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5개 쟁점 법안에 대한 심사 거부를 선언하면서 국회는 타결 8시간 만에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위원장은 오전 9시 1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은 ‘숙려 기간 5일’이 지나야 상정이 가능하다”며 심사를 거부했다. 국회법 59조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법안을 즉각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5개 쟁점 법안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정 의장은 처음에는 “법안 심사 기일을 8일로 정한 뒤 그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직권상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여야가 어렵사리 도출해 낸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이날 쟁점 법안을 상정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정 의장이 여야의 합의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고, 결국 쟁점 법안 5개를 직권상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정한 심사 기간 내에 여야가 법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할 경우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85조의 절차를 지키며 이날 밤 본회의를 개회했다. 새정치연합도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에 참석해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틀간 진행된 여야 예산안·법안 협상 전쟁은 이렇게 48시간을 꼬박 채우고 마무리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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