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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메달 7개 ‘빙상 전설’… “4년 뒤엔 팬으로 뛸게요”[스포츠 라운지]

    올림픽 메달 7개 ‘빙상 전설’… “4년 뒤엔 팬으로 뛸게요”[스포츠 라운지]

    ‘금 4·은 3’ 한국 최다 기록베이징 1500m 金 의미 특별밀라노 80점… 500m 아쉬워혼성 계주 후 후배들 다독여스포츠 관련 일 계속 하고파 “은퇴, 번복하면 안 될까?” 요즘 최민정(28·성남시청)은 거의 매일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동료 선수는 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 여자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을 딴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탓이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만난 최민정은 “도저히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계획에 없다”면서 은퇴 번복 요청을 들을 때마다 선을 긋고 있다고 밝혔다.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지친 상황에서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쏟아부었기에 조그만 미련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지난해 여름부터 서서히 작별을 준비했다는 그는 “메달을 못 땄더라도 은퇴했을 것”이라며 “후련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민정은 2014년 9월 고등학생 신분으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올해 밀라노 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메달 7개(금4·은3)를 목에 걸었다. 전부 다 세계 1등 아니면 2등밖에 안 한 만화 주인공 같은 성적이다. 8년간 따낸 메달 7개는 역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이다. 7개의 메달을 들고 인터뷰에 나타난 최민정은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최다 메달 기록은 생각도 못 했는데 자연스럽게 내가 그 기록을 깨서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사진 촬영을 위해 메달을 모두 꺼내 보고는 “모아놓고 보니 많이 따긴 했다”고 명랑하게 웃음 지었다. 메달 하나하나마다 추억도 감정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최민정은 1호 금메달인 평창 1500m 금메달에 대해 “제가 원했던 목표를 이룬 메달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7개의 메달을 진열해 놓는다면 가운데 놓고 싶은 메달은 베이징 1500m 금메달이다. 이유를 묻자 “그때 1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2분16초831)도 세웠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면서 딴 5번째 메달이라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점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마지막 메달이었던 밀라노 1500m 은메달 역시 특별하긴 마찬가지다. 주변에서는 3연패를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최민정은 “그렇게 속이 후련한 경기도 없었다. 그때는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는 기쁘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게 다가온 모든 마지막이 다 특별하고 애틋하듯 최민정에게 이 은메달 역시 남다른 감정을 품게 했다. 대표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이뤄낸 결과이기에 보람도 크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나섰다. 대회 초반 혼성 계주에서 넘어지는 등 불운과 상대의 거센 견제를 이겨내고 한국 쇼트트랙이 전체 7개(금2·은3·동2)의 메달을 따낸 데는 주장 최민정의 역할이 컸다. 최민정은 “베이징 때도, 평창 때도 모든 종목을 다 잘 타진 않았다”면서 “안 좋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혼성 계주가 끝나고 후배들에게 ‘오늘 경기는 잊고 아직 시합이 많이 남았으니 최대한 좋은 감각만 살리면서 남은 시합 잘 준비하자’고 다독였다”고 떠올렸다. 올림픽의 전설이자 산 증인인 그의 격려는 에이스 계보를 잇는 후배 김길리(22·성남시청) 등에게 힘이 됐고 역대급 성적을 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에 대해 스스로 80점을 줬다.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것도, 여자 계주가 준비한 만큼 결과를 낸 것도 좋았지만 야심 차게 도전했던 500m(준결선 탈락) 등의 아쉬운 결과가 100점을 못 채운 이유가 됐다. 500m는 최민정이 세 번의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메달 인연이 닿지 않은 개인 종목이다. 스포츠에서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 최민정 역시 언젠가, 누군가 자신의 기록을 깰 것을 예감하며 “그래도 기왕이면 쇼트트랙에서 깨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 2030 알프스 동계올림픽은 선수가 아닌 팬으로서 다른 선수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최민정은 “시기는 정확하게 잡지 않았지만 다음 올림픽 전에는 은퇴할 것”이라며 “은퇴 후에는 스포츠 쪽에 오래 있었으니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때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늘 최고의 결과물로 감동을 줬던 최민정은 이제 팬들과도 석별의 정을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최민정은 “대회에서 자주 뵙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도미니카 넘어야 4강 간다… 美는 체면 구긴 8강행

    도미니카 넘어야 4강 간다… 美는 체면 구긴 8강행

    류현진 “세 경기 투구 위해 최선”이탈리아, 멕시코에 9-1로 이겨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8강)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만난다.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력을 뽐내는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을 어떻게 봉쇄할지가 4강 진출의 관건으로 꼽힌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D조 4차전에서 베네수엘라를 7-5로 제압했다. 4전 전승으로 D조 1위가 된 도미니카공화국은 C조 2위인 한국과 14일 오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8강을 치른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급 선수들로 구성된 강력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1라운드에서 각각 전체 1위인 팀타율 0.313, 홈런 13개, 4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30으로 남다른 화력이 장점이다. 이날도 1~4번 타자가 홈런 1개씩 때려내며 베네수엘라 마운드를 폭격했다. 1회초 1사 1루에서 3번 타자 후안 소토(뉴욕 메츠)가 투런포, 3회초 2번 타자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4번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솔로포, 4회초 1번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마운드 역시 팀평균자책점 2.38(4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3(4위), 피홈런 2개(16위)를 기록하는 등 투타 조화가 좋다. 본선 1라운드에서 투수진이 흔들렸고 타격의 힘으로 극복해낸 한국으로서는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4강을 향한 선수들의 의지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이 한 경기가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결승까지) 세 경기를 던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라운드에서 타율 0.538과 11타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준 문보경(LG 트윈스) 역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강하고 어떤 상황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지현 감독도 “꼼꼼하게 준비하고 선수단 컨디션 회복에 전념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1라운드 경기가 모두 끝나면서 8강 대진표도 완성됐다. 전날 이탈리아에 패배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던 미국은 이날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9-1로 꺾은 덕분에 조 2위로 간신히 8강에 합류했다. 8강은 A조 1위 캐나다와 B조 2위 미국, B조 1위 이탈리아와 A조 2위 푸에르토리코, C조 1위 일본과 D조 2위 베네수엘라, C조 2위 한국과 D조 1위 도미니카공화국이 맞붙는다.
  • [씨줄날줄] ‘연금 고수’들의 7가지 습관

    [씨줄날줄] ‘연금 고수’들의 7가지 습관

    2027년부터 군복무 전 기간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된다. 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은 21개월. 군복무 크레딧은 연금 납부 시작점을 복무 기간만큼 거슬러 채워 주는 연금판 소급 적용 제도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가입 기간, 납입액, 수령 시점 3가지가 결정한다. 가입을 1년 늘릴 때마다 수령액이 5%씩 오르니 18개월이면 약 7.5%, 21개월이면 약 8.75% 차이가 난다. 20대의 몇 개월이 40년 뒤 수령액을 높이는 것이다. 군복무 크레딧은 군필 남성만의 이야기다. 하지만 군복무와 무관해도 첫 가입일을 앞당길 대안이 있다. 18세부터 26세까지의 무소득 청년·학생은 임의가입을 할 수 있는데, 한 달 치만 내도 가입 이력이 생긴다. 가입 기간을 늘릴 세 번째 방법은 소득이 없을 때도 납부 예외 신청으로 가입을 살려 두는 조치다. 신청 없이 6개월 이상 미납하면 직권탈퇴당하는 임의가입자에게는 선택 아닌 필수다. 27세 넘어 지역가입자 전환 뒤 납부 예외 신청을 하지 않으면 체납 처분까지 갈 수 있다. 미납은 곧 가입 기간 단축을 뜻한다. 이를 상쇄할 수단이 추납이다. 납부 공백을 목돈이 생겼을 때 한꺼번에 메우는 방식이다. 대학 4년, 취업 준비 2년, 경력 단절 3년 등의 공백을 전부 가입 기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 미납을 넘어 해외 이주나 이직 시 반환일시금으로 받아 갔다면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것으로 가입 기간을 복원할 수 있다. 수령이 임박해서도 가입 기간을 늘리고 수령 시점을 조정하는 마지막 두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우선 임의계속가입으로 65세까지 납입 기간을 더 쌓는 것이다. 60대의 납입 기간 연장 역시 1년마다 5%씩 수령액을 높인다. 납입 기간이 지난 뒤 수령을 늦추는 연기연금 활용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1년 늦출 때마다 7.2%, 5년을 미루면 월 수령액이 36% 오른다. 수령액을 높일 7가지 방법은 모두 합법이다. 아는 사람들만 열심히 챙기고 있는 국민연금 꿀팁. 먼저 아는 것이 ‘돈’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TK 행정통합법 본회의 상정 또 불발

    대구·경북(TK) 행정통합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재차 불발되면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전 통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짙어졌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음 달 초까지 특별법 제정 시 극적인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어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 TK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지역 정치권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는 19일에도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상정 가능성을 주시하며 통합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정치권에 대한 물밑 설득 작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대로 행정통합이 무산된다면 대구·경북은 기존대로 시장과 도지사를 따로 선출한다. 이 경우 정부가 통합광역단체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재정 지원(4년간 20조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해 통합광역단체에 우선 배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TK 통합 단체장 선출에 대한 희망을 내려 놓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갑)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행정안전부에 4월 초까지 통합법이 통과해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만큼 3월 말까지는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만약 전남·광주만 통합하고 대구·경북은 안 해준다면 최악의 나쁜 정치”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도 “이달 중 언제든지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무산 위기가 정치권의 과도한 정쟁 때문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지역 상황이 다른 충남·대전 통합법과 대구·경북 통합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옳지 않다”면서도 “야당도 통합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등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정신과 의사가 본 나치… “평범한 인간도 ‘악’ 될 수 있다”

    정신과 의사가 본 나치… “평범한 인간도 ‘악’ 될 수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 지켜본 군의관전범들 일관된 정신 결함 못 찾아체제 속 특별한 역할로 자기 인식상황에 따라 누구나 악 분출 가능 1945년 4월 30일 세계를 불바다로 몰아넣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어 5월 8일 독일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유럽은 비로소 전쟁에서 벗어났다. 6개월 뒤인 1945년 11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나치 독일의 핵심 인물 24명을 심판하기 위한 전범재판이 열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다. 연합국 주축인 미국은 전범들이 재판받을 수 있는 정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정신과 의사이자 군의관인 더글러스 켈리 소령을 파견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켈리의 뉘른베르크 재판 경험과 그 이후의 삶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며 ‘악의 실체’를 추적한다. 라미 말렉과 러셀 크로가 출연해 화제가 된 영화 ‘뉘른베르크’(2025)의 원작이라는 점도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매력 요소다. 켈리는 원래 맡은 임무와는 별도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전범들에게서 공통적인 정신적 결함이나 병리적 징후를 찾아내려 했다. 그러나 전범들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일관된 상태나 ‘악’의 요소를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이 사람들은 비정상도 아니고 변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재도 아닙니다. 이들은 공격적이고 영리하며 야심 차고 냉혹한, 여느 사업가와 다를 바 없죠.” 16년 뒤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뒤 내놓았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릴 수 있는 결론이지만 켈리는 같은 듯 다른 면을 봤다. 아렌트는 나치들이 상부의 명령을 따르고 그 명령을 일상적 절차로 여겼고 자기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켈리는 나치들이 자기 체제와 그 안에서 자기 역할은 특별하며 인류 진화의 흐름이 선택한 것으로 여겼다고 진단했다. 누구나 악을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렌트의 결론과 같지만, 켈리는 좀 더 특별한 상황이 악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킨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전범들처럼 행동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마지막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켈리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범죄학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 ‘선악의 저편’에서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악 그 자체는 아니었지만 인류 최악의 죄악을 행한 사람들의 심연을 오래 지켜본 켈리는 정말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쫓아가는 것도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악을 생각해 본다. 타인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이들은 대개 특별하거나 정신 이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얼굴을 한 채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악은 특수한 병리적 상태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 누구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상태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벌써 5곳, ‘미니 총선급’ 판 커지는 6·3 재보선

    벌써 5곳, ‘미니 총선급’ 판 커지는 6·3 재보선

    경기 안산갑을 지역구로 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으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는 5곳으로 늘었다. 현역 국회의원의 광역단체장 후보 확정 등 경선 결과에 따라 재보궐 선거구는 10곳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양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 확정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궐원 통지’를 했다. 이에 따라 이날로 안산갑 보궐선거가 확정됐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현 시점 기준으로 재보궐 선거구가 확정된 곳은 안산갑을 포함해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이다.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공천된 박찬대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인천 연수갑도 재보궐 대상이 된다. 아울러 현역 의원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확정되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각 당의 경선 결과에 따라 6월 재보궐 선거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현역 의원이 4월 30일 이전까지 사퇴하면 해당 지역구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된다. 현재 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갑)·김영배(서울 성북갑)·전현희(서울 중·성동갑)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 중이며 민주당 추미애(경기 하남갑)·한준호(경기 고양을)·권칠승(경기 화성병)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을 하고 예비경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전재수(부산 북구갑) 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화할 에정이다. 국민의힘에선 주호영(대구 수성갑)·윤재옥(대구 달서을)·추경호(대구 달성)·유영하(대구 달서갑),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갑) 의원이 대구시장 경선을 준비 중이다. 아직 선거구 확정이 안 되다보니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들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계양을에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사무실도 차렸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빅샷’들도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을 비롯해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 유의동 전 국민의힘 의원 등도 도전장을 낼 경우, 6월 재보궐 선거는 ‘미니 총선’급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방선거 압승을 노리는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에 대해선 전략공천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 대표, 한 전 대표 등의 출마 지역에 따라 후보 배치도 달라지는 등 마지막까지 ‘눈치 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과 혁신당의 선거연대 논의 과정도 변수로 남아 있다.
  • 뒤틀린 턱과 옆으로 향한 이빨…2억 7500만 년 전 못생긴 동물의 사연 [다이노+]

    뒤틀린 턱과 옆으로 향한 이빨…2억 7500만 년 전 못생긴 동물의 사연 [다이노+]

    ‘못생겨도 맛은 좋아’는 못생긴 물고기로 이름난 아귀를 소개할 때 흔히 나오는 문구다. 사실 아귀는 처음 보면 이걸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로 흉측하게 생겼지만, 잘 요리해서 먹으면 맛있는 물고기로 이런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못생긴 동물은 아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귀 말고도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 가운데서는 더 못생긴 물고기도 드물지 않다. 이미 멸종한 생물 가운데도 아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못생긴 생물들이 존재한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제이슨 파두와 동료들은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건조한 강둑에서 아귀 이상으로 못생긴 고생물 후보에 들어갈 수 있는 신종 화석을 발굴했다. ‘타니카 암니콜라’(Tanyka amnicola)라고 명명된 이 신종 화석은 현지 원주민인 구아라니어에서 유래한 ‘턱’(Tanyka)과 ‘강가에 사는’(amnicola)을 합쳐 명명됐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기이하게 뒤틀린 턱과 옆으로 향한 이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발견된 화석은 15㎝ 정도 되는 턱뼈와 이빨 화석 전부이지만, 과학자들은 이것만으로도 타니카가 정확히 어디에 속하는 동물인지 알아냈다. 타니카는 현재의 양서류, 포유류, 파충류, 조류의 조상에 해당하는 줄기 사지류(stem tetrapod)에 속한다. 현재 육상 사지동물의 조상이 된 사지동물의 조상은 고생대 데본기에 물에서 육지로 상륙한 발 달린 물고기 같은 생물이었다. 타니카는 이 원시적 사지류 조상의 마지막 생존자로 2억 75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당시 기준으로 타니카가 일종의 살아있는 화석이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는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로 완전히 육지 생활에 적응한 파충류와 포유류의 조상이 육상 생태계를 장악했다. 초기 사지류가 등장한 지 이미 1억 년 가까이 지난 시대였기 때문에 당시 물속에는 초기 사지류가 대부분 사라지고 물고기와 대형 양서류가 민물 생태계를 지배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뀐 상태에서 줄기 사지류의 마지막 후손인 타니카는 이상하게 생긴 턱과 입으로 식물을 갈아 먹으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타니카의 턱뼈에는 작은 이빨인 치상돌기가 촘촘히 덮여 있어 마치 치즈 가는 도구처럼 음식을 갈아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 타니카의 위턱뼈를 찾지 못했지만, 위턱의 이빨과 작은 이빨들이 아래턱의 이빨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래턱의 작은 이빨들이 위턱의 비슷한 이빨들과 마찰을 일으키면 거친 식물도 효과적으로 갈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대부분의 골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니카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둘러싸여 있는 미지의 고생물이다. 발견된 지층의 환경과 아직 물을 벗어나지 못한 초기 사지류라는 점을 고려하면 강가나 습지에 살았던 것이 분명하고 몸길이는 90㎝ 정도로 추정되지만, 더 상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화석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못생겼지만 동료보다 오래 생존한 초기 사지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타니카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계속 지층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 김윤지 또 은메달 추가… 단일 대회 최다 신기록

    김윤지 또 은메달 추가… 단일 대회 최다 신기록

    19세 철의 여인이 또 해냈다. 김윤지(BDH파라스)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세 번째 메달을 수확하며 단일 대회 최다 메달 신기록을 작성했다. 김윤지는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0㎞ 인터벌 스타트에서 26분51초6의 기록으로 미국의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윤지는 전날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에서 은메달, 지난 8일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선수가 동계패럴림픽에서 멀티 메달을 따낸 것도 처음인데, 3개 이상 메달은 한국 장애인체육 역사상 김윤지가 최초다. 전체 19명 중 16번째로 출발한 김윤지는 중반까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5㎞ 구간을 지날 무렵 역전을 허용했고 마지막 한 바퀴를 두고 넘어지며 결국 마스터스를 따라잡지 못했다. 경기 후 그는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에는 매 대회 3등, 4등 정도 생각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많이 성장했고 성적도 생각보다 잘 나왔다”면서 “패럴림픽에서 메달 3개나 땄다. 첫 출전에서 이런 결과를 내서 영광스럽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를 넘나드는 김윤지는 오는 13일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추적에서 대회 2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한다. 김윤지는 “내가 회복력 면에서는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즐겁게, 재미있게 경험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 [데스크 시각] 가벼운 전쟁

    [데스크 시각] 가벼운 전쟁

    쿠웨이트에 파병돼 있던 미국 여군 니콜 아모르는 이번 작전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엄마로서 어린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대이란 전쟁의 첫 미군 희생자 6명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차가운 시신이 돼 고국으로 돌아왔다. 어느 외신 홈페이지에는 아모르를 비롯해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희생된 미군들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전역하면 무술 도장을 여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 고등학생 아들과 아홉살 딸을 둔 어머니, 창창한 미래를 기다리던 스무살 청년. 이들은 군인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었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7일이었다.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있었던 대이란 전쟁 전사자 6명에 대한 영결식 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에 큼지막하게 ‘USA’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흰색 야구 모자를 쓴 채 영결식 일정을 소화했다. 그가 대이란 전쟁을 전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힌 영상 연설에서도 썼던 바로 그 모자였다. 장례식장에서는 조금만 밝은 옷을 입어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물며 전사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야구 모자를 쓰고 나온 대통령이라니. 정치권에서는 “당장 그 모자를 벗으라”는 비판이, 외신 독자들 사이에서는 “전사자 유족에게 기념품 모자를 팔려고 하는 것이냐”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실제 이 모자는 트럼프 관련 온라인 매장에서 5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한 자릿수 미군의 희생을 이미 1000명 이상이 사망한 이란과 비교할 수는 없겠다. 열흘 넘게 이어지는 이번 전쟁에서 가슴 한 켠을 가장 무겁게 했던 장면은 사진으로 올라온 숨진 이란 소녀들의 무덤이었다. 대이란 공습 첫날이었던 지난달 28일 170여명의 초등학생 소녀들이 수업 중 학교에 오폭으로 떨어진 폭탄으로 인해 모두 숨졌다. 현지에서 올린 소녀들의 무덤 사진을 보며 수년 전 가족이 있는 납골당을 찾았다가 어린 딸의 영전 앞에서 ‘반쯤 실성한’ 채로 동화책을 읽어 주던 한 여성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이란에는 그런 어머니가 얼마나 많이 있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설계했다는 이 전쟁의 실체는 대체 무엇일까. 이런 전쟁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아니 ‘전쟁부’ 장관은 화려한 수사로 브리핑한다. 한국시간으로 밤 9~10시쯤 열리는 전직 폭스뉴스 앵커 출신 장관의 ‘전쟁 브리핑’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한편의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 같다. 최근 백악관은 영화 예고편 같은 전쟁 홍보 영상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을 시작으로 ‘브레이브 하트’, ‘탑건’, ‘슈퍼맨’, ‘트랜스포머’, ‘데드풀’ 등 할리우드 영화를 짜깁기한 영상의 제목은 ‘미국식 정의’(JUSTICE THE AMERICAN WAY)였다. 해당 영상에도 헤그세스가 ‘깜짝’ 등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전쟁을 정말 할리우드 영화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못다 핀 꽃 한 송이같이 세상을 떠난 이란의 소녀들도, 전장에서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주검이 된 미군도 모두 이 전쟁이 낳은 비극이다. 독재를 종식하고 핵 위협을 없애겠다는 등 전쟁의 어떤 명분도 이들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들이 저 멀리 중동에서 매일 들려 오는데, 대통령은 전사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야구 모자를 쓰고 나오고 국방부 장관은 허세 가득한 호전적 목소리로 전쟁을 브리핑한다. 트럼프의 전쟁은 너무나 가볍다. 그 가벼운 전쟁이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오늘 하루도 바라 본다. 안석 국제부장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과 손잡은 청년들, 문화 콘텐츠로 ‘잠자는 마을’ 깨웠다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과 손잡은 청년들, 문화 콘텐츠로 ‘잠자는 마을’ 깨웠다

    청년, 도시 재생·문화예술 사업 기획지역 문제 해결 경험·아이디어 공유지자체와 협력 확대… 정책과 연계사업이 끝나도 지역에서 계속 활동6년간 61개 지역·101개 단체 지원삼성생명·삼성물산 임직원도 동참 #사례1 : 경남 창원 가로수길에서는 지난해 저녁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문화축제였다.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해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 먹거리 장터를 결합한 행사다. 청년 단체 ‘뻔(Fun)한창원’이 중심이 돼 준비한 이 축제에는 문화예술가 132명이 참여했다. 평소 한산했던 거리는 하루 동안 지역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례2 : 전남 순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청년 단체 ‘7AM 모든 순간을 칠하다’는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웹툰·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청년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청소년 34명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했다.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작품 전시회가 열렸고, 2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청년이 지역의 문화 교육을 만들어낸 사례다. ●청년 단체에 사업비·컨설팅 제공 지역 청년이 직접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역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 삼성과 행정안전부, 사회연대은행이 함께 운영하는 ‘청년희망터’다. 청년희망터는 청년 자립과 지역 소멸이라는 두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시작됐다. 만 19~39세 청년이 설립한 지방 기반 청년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공모와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면접 등 4단계 평가를 거쳐 매년 20여개 단체를 선발한다. 선정된 단체에는 1년 동안 약 5000만원 규모의 사업비와 함께 교육과 컨설팅 등 조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지역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청년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구조가 사업의 핵심이다. 삼성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5개 기수를 운영하며 전국 61개 지역의 101개 청년 단체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2801명의 청년이 참여해 329개의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도시 재생과 문화예술, 관광 활성화, 농촌 정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기반 활동이 이어졌다. 청년 단체 간 협력도 사업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청년희망터는 참여 단체들이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매년 네트워크 워크숍과 성과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전국 청년 단체들이 활동 사례를 발표하며 협력 프로젝트 가능성을 논의했다. 올해 진행 중인 5기 사업에는 19개 지역에서 21개 청년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387명의 청년과 함께 90개의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활성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 규모가 늘면서 지역 청년 활동의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수 단체 선정 규모 확대 특히 올해 사업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확대가 눈에 띄는 변화다. 삼성은 지난 5일 경상북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년희망터 참여 단체에 대한 정책 연계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청년 단체가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자체 정책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경상북도는 ‘청년자립마을’, ‘청년행복뉴딜’, ‘K로컬 창업스쿨’, ‘청년 예비창업’ 등 기존 청년 정책과 연계한 후속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원 구조도 보완됐다. 사업 성과가 우수한 단체에 대한 활동 지원 연장은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확대됐다. 또 청년희망터 활동을 마친 단체들이 공동으로 공익 사업을 추진하는 협업 프로젝트 지원도 강화됐다. 공동 사업 지원 규모는 기존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늘었고, 홍보 간행물 제작 지원과 공익활동 목적의 임차·설비·운영자금 무이자 대출 등 후속 지원도 추가됐다. 기업 임직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 임직원과 가족들은 지난해 경주와 전주, 거창, 거제, 아산, 부여 등 6개 지역을 찾아 청년 단체와 함께 공익 활동을 진행했다. 삼성물산도 사내 공모로 선발된 61명의 임직원 멘토가 도시 재생과 관광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에서 청년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청년희망터 사업 공로로 2022년 행정안전부 장관상, 2024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간 기업과 정부, 지역 청년이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 모델을 만들어 가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존재감 커진 오세훈 ‘절윤 드라이브’… 장동혁 “결의문이 끝”

    존재감 커진 오세훈 ‘절윤 드라이브’… 장동혁 “결의문이 끝”

    오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윤리위원장 교체 등 행동 촉구장, 오 시장 요구 수용은 불투명장·오 갈등에 한동훈 입지 좁아져 ‘미등록 배수진’ 직후 국민의힘의 노선 전환이 이뤄지면서 당 안팎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존재감이 훌쩍 커진 모습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1일 결국 공천 추가 접수 방식으로 오 시장에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에게 ‘결의문 후속 조치’를 계속 요구하며 주도권 강화를 노리는 양상이다. 당 공관위는 이날 서울시장과 충남지사 공천 추가 접수를 공고했다. 12일 하루 접수한 뒤 13일 추가 신청자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마지막까지 출마를 고민하는 인재들에게 정치의 문을 열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즉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결의문이 올바른 변화의 시작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가시적 변화”라고 했다. 오 시장은 “실천의 주체는 당 지도부다. 지도부의 실천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요구했다. 오 시장이 거론한 ‘혁신적 제안’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나온 ‘윤민우 윤리위’ 교체, 혁신 선대위 구성, 극우 인사들의 출당 조치와 과격한 언사의 당직자 경질 등 인사 조치를 뜻한다. 오 시장은 공천 추가 접수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오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2일에 ‘2차 미등록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오 시장 측은 사전 조율 없이 공관위가 추가 접수 날짜를 일방적으로 못박은 데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장 대표가 오 시장의 요구를 당장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밝힌 우리의 입장이 마지막 입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노총을 찾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사과한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궐기대회에 참석해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챙겨 듣지 못하고 급하게 의료 개혁을 추진하다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노선 주도권을 둘러싼 장 대표와 오 시장의 경쟁이 파워게임 양상으로 가면서 상대적으로 한동훈 전 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분위기다. 오 시장의 요구는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절윤 결의문 채택’으로 일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 반면 친한(친한동훈)계의 한 전 대표 징계 철회와 복당 요구는 주요 논의로 떠오르지 못했다. 특히 본격 선거전이 펼쳐지면 당내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김윤지 또 은메달 추가…단일 대회 최다 신기록

    김윤지 또 은메달 추가…단일 대회 최다 신기록

    19세 철의 여인이 또 해냈다. 김윤지(BDH파라스)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세 번째 메달을 수확하며 단일 대회 최다 메달 신기록을 작성했다. 김윤지는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0㎞ 인터벌 스타트에서 26분51초6의 기록으로 미국의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윤지는 전날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여성 선수가 동계패럴림픽에서 멀티 메달을 따낸 것도 처음인데, 3개 이상 메달은 한국 장애인체육 역사상 김윤지가 최초다. 이전까지는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신의현(금1·동1)이 최고 성적 보유자였다. 크로스컨트리는 눈이 쌓인 산악·설원 지형에 조성된 코스를 스키로 빠르게 주행해 완주하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30초 간격으로 출발해 2.5㎞로 구성된 코스를 네 바퀴씩 돌며 기록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전체 19명 중 16번째로 출발선에 선 김윤지는 중반까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선두를 유지했으나 5㎞ 구간을 지날 무렵 역전을 허용했다. 막판 역전을 노렸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두고 넘어지며 위기를 맞았고 결국 마스터스를 따라잡지 못했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를 넘나들며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추적에서 대회 2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도 도전한다.
  • 불탄 방망이, 불낸 마운드… 미국 가는 길 ‘불안 속 희망’

    불탄 방망이, 불낸 마운드… 미국 가는 길 ‘불안 속 희망’

    ‘4경기 28득점’ 20대 타자들 화력전 투수진, 체코에 4실점 등 제구 불안8강 상대 타선 막강… 수비 다져야‘팔꿈치 통증’ 손주영, 대체 가능성 타선은 역대급으로 불타올랐지만 마운드 역시 자주 불을 질렀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뚜렷한 장단점을 안고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떠났다. 대표팀은 오는 14일(한국시간) 오전 7시 30분 D조 1위와 맞붙는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불안한 마운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9일 호주전에서 7-2 승리라는 마지막 경우의 수를 뚫어내며 8강에 안착했다. 예상대로 타선이 힘을 내줬고, 예상외로 마운드가 선전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장단점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체코전 11점, 일본전 6점, 대만전 4점, 호주전 7점을 얻어내는 화력을 뽐냈다.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마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라고 평가했던 한일전에서의 화끈한 공격력은 한국이 공격 면에서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20대 젊은 타자들이 역대급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보경(26·LG 트윈스)이 타율 0.538 7안타 2홈런 11타점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고 안현민(23·kt 위즈),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도영(23·KIA 타이거즈) 등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들이 상위 타선을 구축하면서 타선의 짜임새도 탄탄해졌고 어느 팀이라도 두려워할 수 있는 팀이 됐다. 총 33안타, 28득점은 전체 참가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 수비는 정반대였다. 체코에 4점, 일본에 8점, 대만에 5점, 호주에 2점을 내줬다. 기적 같은 승부를 펼친 호주전을 제외하면 여지없이 마운드가 크게 흔들렸다.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을 상대로 4점 이상 뽑아낸 팀은 한국이 유일했지만, 최약체인 체코에 4점 이상 내준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 경기 후반 앞서는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됐고 위기 상황에서 투수들의 제구가 흔들리는 장면도 종종 연출됐다. WBC는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어 팀에서 세운 계획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중요한데 본선 1라운드만 놓고 보면 불안감이 상당하다. 게다가 피홈런도 총 9개로 경쟁 상대였던 대만(4개), 호주(2개)보다 현저하게 많다. 한국의 8강 상대는 D조에서 나란히 3연승을 달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의 12일 맞대결 승자로 정해진다. 두 팀 모두 타선이 만만치 않아서 수비 불안이 더 도드라진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덮쳤던 부상 이슈도 남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호주전 선발로 나섰다가 팔꿈치 통증을 느낀 손주영(28·LG)에 대해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으나 상태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으로 귀국해 정밀 진단을 받을 예정”이라며 “대체 선수 발탁 여부는 정밀 진단 결과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주영이 대표팀을 이탈한다면 대체 선수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한국계 불펜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열아홉 철녀’ 김윤지…  이번엔 은빛 새 역사

    ‘열아홉 철녀’ 김윤지…  이번엔 은빛 새 역사

    한국 여자선수 사상 첫 멀티메달오늘 10㎞ 인터벌 추가 메달 사냥 한국 여자 선수 개인 종목 최초로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김윤지(19·BDH파라스)가 또다시 메달을 추가하며 새 역사를 썼다. 김윤지는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스프린트 좌식 결선에서 옥사나 마스터스(미국)의 뒤를 이어 3분10초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윤지는 앞서 지난 8일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동계 패럴림픽 멀티 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는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신의현(금1·동1) 이후 김윤지가 처음이며, 여자 선수로는 사상 최초다. 김윤지는 준결선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2조에 속해 3분1초1을 기록하며 1조 1위 마스터스보다 5초7 빠른 기록으로 전체 1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도 김윤지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일찌감치 독일의 아냐 비커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마지막 오르막 구간에서 마스터스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앞서 지난 8일 이제혁(29·CJ대한통운)이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결선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대회 전 목표했던 금 1개, 동 1개를 채운 상황이었다. 김윤지가 은메달을 하나 더 따내면서 일찌감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김윤지는 11일 크로스컨트리 10㎞ 인터벌 스타트 경기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 [사설] 만시지탄 국힘 ‘절윤’ 결의… 張 쇄신 실천으로 입증해야

    [사설] 만시지탄 국힘 ‘절윤’ 결의… 張 쇄신 실천으로 입증해야

    국민의힘이 그제 ‘절윤’을 앞세운 결의문을 낸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결의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내 후보 등록 마감에도 공천 신청을 거부한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대책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연대를 끊지 못하는 장동혁 대표가 분명한 자신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은 결의문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고들 한다. 하지만 장 대표가 결의문의 진정성을 실천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쇄신 움직임은 다시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의원총회 결의문에는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렇지만 장 대표는 “결의문을 읽어 달라”는 의원들 요구를 거절한 채 의원총회장을 나갔다고 한다. 6·3 지방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싸늘한 민심은 지방선거 후보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윤 어게인’ 세력이 공천에 관여할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번진다. 당의 국면 전환 노력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재를 뿌리고 있는 것이 장 대표다. 지방선거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들의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오세훈 시장뿐만 아니라 김태흠 충남지사도 공천 신청을 거부한 것은 경쟁력 하락이 수도권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국민의힘의 민심 이반은 당연히 장 대표의 행보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 결의문은 사실상 장 대표 노선에 집단 반기를 든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취를 고민하기는커녕 오히려 결의문의 대국민 신뢰를 추락시키는 장 대표의 행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선거가 끝나고 보수 몰락이 현실화됐을 때 장 대표는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궁금할 뿐이다.
  •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 같은 멜로영화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 같은 멜로영화

    연초부터 여러 언론 매체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멜로 영화’에 대한 게 특히 많았다. 지난 연말 개봉한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가 좋은 성적으로 흥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현재 260만명의 관객이 이 작품을 봤다. 2024년, 2025년의 한국영화산업 현황을 봤을 때 많은 관객들을 모았고, 큰 흥행을 이룬 셈이다. 이런 까닭으로 멜로 영화에 대한 질문이 쇄도한 것이리라. 내가 기억하는,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는 무엇일까? 대학 시절을 전후해 봤던 작품, 곽재용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비롯해 내가 유바리국제영화제 출품에 관여했던 ‘클래식’,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했던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곽지균 감독의 ‘겨울 나그네’가 으뜸이겠다. 운명의 장난으로 어둠의 길로 추락한 의대생 ‘민우’(강석우 분)와 첫사랑을 지키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다혜’(이미숙 분)의 비극적이고 애달픈 청춘 로맨스는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후벼 팠고, 길고 긴 여운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통통 튀듯 밝은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곁에 오래도록 기억나는 작품은 어쩌면 슬프고 아픈 이야기다. 왜 그럴까? 그만큼 안타깝고 가슴을 저미게 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여기서 작동하는 요소가 바로 ‘신파’적 요소라 하겠다. 그렇다면 신파란 무엇일까? ‘신파’(新派)란 일본에서 전해진 개념으로 19세기 초 일본의 전통 예능인 가부키와 대비되는 ‘서양극’을 지칭하며 형성됐다. ‘구극’(舊劇), ‘구파’(舊派)에 맞서 새로움을 표방한 연극이란 의미로 신파라 칭했다. 이처럼 초기엔 계몽사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서양극이었지만 점차 애정, 가족 등 통속적 소재를 담아내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전해져 지금은 통속적 소재 자체를 일컫는 개념이 됐다. 영화에서 ‘신파’(shinpa)란 영문도 발음 그대로 표기되며, 감정의 과잉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서사적 기법으로 정의되고 활용된다. 단순히 남녀 관계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나 국가 관련 내용에서도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키고 감동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많은 상업영화에서 이를 활용해 신파극(新派劇)을 제작하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가족에 대한 정을 소재로 한 신파, 재작년 말 조용히 광풍을 가져온 영화 ‘서울의 봄’과 ‘파묘’도 또 다른 신파적 요소로 관객들을 관람에 몰입시키고 가슴 저미는 울림을 전해준 영화라 할 수 있다. 다시 영화 ‘만약에 우리’로 돌아가 보자. 이 작품은 2018년 중국에서 개봉한 유약영 감독의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청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한참 시간이 흘러 재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달콤한 사랑도, 시디신 이별도 겪는다. 관객들은 눈물과 미소를 함께 곁들이며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나 역시 울컥하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며 이 영화를 봤다. 관람객의 입장에선 다 똑같은 것이다. 매력적인 청춘 남녀 은호와 정원, 우연한 만남, 누구보다도 이들을 잘 이해해 주는 아버지, 우여곡절의 이야기가 두 남녀를 두고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우리에게도 있었음 직한 신기루 같은 사랑 이야기를 가슴 저미게 들려주기에 여러 다양한 관객들의 수많은 감성을 제각각 건드린다. 상영되는 동안 올곧이 스크린에 몰입하게 되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가면 긴 여운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야말로 신파를 그득히 머금은 모습으로. 이런 작품들로는 ‘건축학 개론’, 김현석 감독의 ‘세시봉’ 등을 들을 수 있고, 이들 작품은 청춘의 사랑과 아련함으로 신파적 요소를 더 탄탄히 무장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완벽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끝내 이뤄지지 않았기에 관객들의 마음에 더 깊은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물론 그래서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이처럼 장르적으로 멜로 영화는 요즘처럼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쩌면 좋은 탈출구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이 잘 갖춰진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우리 곁에 다가온 반가운 멜로 영화처럼 우리 영화산업의 봄날에도 잔잔한 미소가 찾아와 주면 기쁠 것이다. 곧 본격적인 봄이다. 훈훈한 봄을 맞으며 우리 인생의 멜로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첫 데이트, 대한극장 ‘마지막 황제’의 긴 여운, ‘서편제’의 휘몰아친 한 줄기 바람, 혜화동에서의 여러 공연들, 달리던 경춘선 열차에서 나직이 속삭이던 대화, 부석사 새벽 예불 시간의 종소리, 을지로 오뎅집에서 도루묵구이와 함께 기울이던 대폿잔, 도쿄의 봄날에 흔적으로 내린 눈, 바람이 몹시 불던 가마쿠라 에노시마 요트장의 추억. 종각에서 재야의 종소리와 새해맞이, 내 마음속 정원이는 어찌 지낼까?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면서, 또 이 글을 쓰며 잠시나마 두근거려 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육성 아닌 유인… 예비 과학인재 위한 ‘사다리’ [K-과학인재 아카데미]

    육성 아닌 유인… 예비 과학인재 위한 ‘사다리’ [K-과학인재 아카데미]

    ‘호반그룹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에서는 학계, 산업계, 교육계, 학생들이 타운홀 미팅에 참여해 과학인재를 어떻게 늘릴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도출한다. ‘세대를 이어주는 질문, 과학기술을 묻다’ 타운홀 미팅은 오는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본 행사의 마지막 세션으로 ‘과학인재의 시작, 육성이 아닌 유인의 문제’를 주제로 열린다. 토론 패널로는 강성란 능동고 교장, 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 대표, 강지영 부경대 과학컴퓨팅학과 교수 등이 나선다. 능동고의 7대 교장인 강 교장은 이공계 인재들이 과학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집중된 상황에서 일반고가 주도할 수 있는 이공계 인재 양성 생태계에 대해 언급한다. 다른 참가자인 윤 대표는 SK하이닉스 부사장과 가우스랩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기업가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을 바이오에 접목한 바이오티캐드 플랫폼을 이용해 글로벌 바이오 기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강 교수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원리를 물리적 모델로 규명하는 생명 이론 물리 및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타운홀 미팅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참여한다. 이들이 K과학인재 아카데미 연중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향후 대학생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고교생은 멘토링·과학 캠프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국내 연구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이들은 연구자 및 산업계와 연결될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달 중 서울대와 협력해 대학생 팀 프로젝트에 참여할 10개 팀이 선발되며, AI, AI+X(AI와 전통 산업 시스템과의 결합), 물리, 화학 등 4개의 지원 분야에서 연구계획을 접수 받는다. 선발된 팀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팀별로 연구비 200만원이 지원되며 비전 선포식 및 포럼 참여는 물론 향후 창업·사업화 연계 지원도 제공된다. 최종 심사를 거쳐 선발된 상위 3개 팀에는 총 6000만원 규모의 시상금이 지급된다. 고교생을 대상으로는 여름방학 기간인 오는 7~8월 중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과학 캠프가 운영된다.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과학캠프에서는 차세대 과학 인재의 조기 발굴을 위한 진로 탐색 기회가 제공된다. 선발 인원은 30명이다.
  • “특수부대로 부족”…트럼프, 이란 핵물질 ‘지상군 침투작전’ 고심 이유 [밀리터리+]

    “특수부대로 부족”…트럼프, 이란 핵물질 ‘지상군 침투작전’ 고심 이유 [밀리터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특수작전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깊은 지하 시설에 보관된 핵물질을 공습만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9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서 이란 핵물질 저장시설을 직접 급습하는 특수작전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변수는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규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약 60% 농축 우라늄 440㎏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 핵폭탄 10기 분량…이스파한 터널에 200㎏ IAEA 기준으로 60% 농축 우라늄 약 42㎏이면 핵폭탄 1기를 만들 수 있어 현재 비축량은 핵무기 약 10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마지막 사찰 당시 이스파한 원자력기술센터(INTC) 지하 터널에 60% 농축 우라늄 200㎏ 이상이 저장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이 여전히 이스파한 지하 시설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 “특수부대로 부족”…지상군 투입 가능성 CNN은 이란 핵물질을 확보하려면 소규모 특수부대 작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미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정예부대와 이스라엘 특수부대를 투입해 이스파한 지하 터널에 침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실제 작전이 실행될 경우 핵시설 주변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 규모의 지상군 지원 병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퇴역 특수부대 장교는 CNN에 “제75레인저연대나 제82공수사단 병력 등이 외곽 경계 임무를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 “지금은 아냐”…위험한 마지막 선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핵물질 확보를 위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느 시점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특수부대 투입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발언은 협상에서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거나 무력화하는 작전이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하지만 핵 확산을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마침내 제대로 복원한 조상님 얼굴…오스트랄로피테쿠스 ‘리틀 풋’ 두개골 복원 성공 [핵잼 사이언스]

    마침내 제대로 복원한 조상님 얼굴…오스트랄로피테쿠스 ‘리틀 풋’ 두개골 복원 성공 [핵잼 사이언스]

    인간이 속한 호모 속(genus Homo)은 아마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genus Australopithecus)에서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생 인류보다 작은 뇌를 지녔으나 직립 보행을 했고, 논란이 있기는 하나 아마도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연구에 큰 기여를 했던 화석은 1970년대에 발견된 루시(Lucy)로 골격의 약 40%가 온전히 보존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이해하는 데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통상 고생물 화석, 특히 인류 선조의 화석은 뼈의 일부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루시의 발견은 과학자들에게 큰 선물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루시가 마지막 선물은 아니었다. 루시의 발견 이후 수십 년이 지난 후 과학자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털크폰테인(Sterkfontein) 동굴에서 골격의 약 90%가 보존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인 리틀 풋(Little Foot)을 발굴했다. 그러나 주변 암석에 완전히 매몰된 상태로 발견되어 이를 떼어내 손상 없이 분리하는 데 무려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 힘든 작업 끝에 분리된 리틀 풋은 과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두개골은 이미 심하게 눌려 변형된 상태였다. 귀중한 화석을 손상시키지 않고 분석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 화석을 기반암에서 분리한 2017년 이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연구를 진행했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아멜리 보데가 이끄는 프랑스 고생물학·진화·고생태계·고영장류학 연구실(PALEVOPRIM),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푸아티에 대학교 연구팀은 강력한 3차원 스캔 기술을 이용해 리틀 풋의 두개골을 물리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얼굴 부분을 가상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X선 스캔’을 통해 귀중한 두개골을 건드리지 않고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조사했으나 많은 한계가 있었다. 화석화 과정에서 리틀 풋의 두개골 내부는 연조직이 사라지고 퇴적물로 채워졌는데, 일반적인 X선 CT(컴퓨터단층촬영)로는 밀도가 높은 퇴적층 때문에 충분한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대안으로 훨씬 강력한 ‘싱크로트론 방사선 스캐닝’을 선택했다. 싱크로트론은 전자를 가속해 매우 강력한 X선을 만들어내는 시설로, 초고해상도의 단층 이미지를 얻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리틀 풋의 두개골을 영국으로 가져가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 싱크로트론의 I12 빔라인에서 약 21㎛ 해상도로 스캔했다. 이 과정에서 9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수 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데이터가 생성됐다. 이를 다시 퍼즐처럼 맞춰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케임브리지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복원 작업을 수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과학적 성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리틀 풋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리틀 풋의 안와(눈이 들어가는 위치)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이는 이 부위가 당시 진화 과정에서 어떤 선택 압력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인간처럼 시각 정보에 많이 의존하는 특징을 지녔을 수 있다. 또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리틀 풋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친척들과 여러 해부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리틀 풋이 살았던 약 360만~370만 년 전 시기에는 두 지역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직 크게 분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독자적인 진화가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아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 있다. 실제로 리틀 풋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진화 계통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구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우리 인간의 족보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마침내 제대로 복원한 조상님 얼굴…오스트랄로피테쿠스 ‘리틀 풋’ 두개골 복원 성공 [핵잼 사이언스]

    마침내 제대로 복원한 조상님 얼굴…오스트랄로피테쿠스 ‘리틀 풋’ 두개골 복원 성공 [핵잼 사이언스]

    인간이 속한 호모 속(genus Homo)은 아마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genus Australopithecus)에서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생 인류보다 작은 뇌를 지녔으나 직립 보행을 했고, 논란이 있기는 하나 아마도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연구에 큰 기여를 했던 화석은 1970년대에 발견된 루시(Lucy)로 골격의 약 40%가 온전히 보존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이해하는 데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통상 고생물 화석, 특히 인류 선조의 화석은 뼈의 일부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루시의 발견은 과학자들에게 큰 선물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루시가 마지막 선물은 아니었다. 루시의 발견 이후 수십 년이 지난 후 과학자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털크폰테인(Sterkfontein) 동굴에서 골격의 약 90%가 보존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인 리틀 풋(Little Foot)을 발굴했다. 그러나 주변 암석에 완전히 매몰된 상태로 발견되어 이를 떼어내 손상 없이 분리하는 데 무려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 힘든 작업 끝에 분리된 리틀 풋은 과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두개골은 이미 심하게 눌려 변형된 상태였다. 귀중한 화석을 손상시키지 않고 분석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 화석을 기반암에서 분리한 2017년 이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연구를 진행했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아멜리 보데가 이끄는 프랑스 고생물학·진화·고생태계·고영장류학 연구실(PALEVOPRIM),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푸아티에 대학교 연구팀은 강력한 3차원 스캔 기술을 이용해 리틀 풋의 두개골을 물리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얼굴 부분을 가상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X선 스캔’을 통해 귀중한 두개골을 건드리지 않고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조사했으나 많은 한계가 있었다. 화석화 과정에서 리틀 풋의 두개골 내부는 연조직이 사라지고 퇴적물로 채워졌는데, 일반적인 X선 CT(컴퓨터단층촬영)로는 밀도가 높은 퇴적층 때문에 충분한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대안으로 훨씬 강력한 ‘싱크로트론 방사선 스캐닝’을 선택했다. 싱크로트론은 전자를 가속해 매우 강력한 X선을 만들어내는 시설로, 초고해상도의 단층 이미지를 얻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리틀 풋의 두개골을 영국으로 가져가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 싱크로트론의 I12 빔라인에서 약 21㎛ 해상도로 스캔했다. 이 과정에서 9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수 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데이터가 생성됐다. 이를 다시 퍼즐처럼 맞춰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케임브리지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복원 작업을 수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과학적 성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리틀 풋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리틀 풋의 안와(눈이 들어가는 위치)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이는 이 부위가 당시 진화 과정에서 어떤 선택 압력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인간처럼 시각 정보에 많이 의존하는 특징을 지녔을 수 있다. 또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리틀 풋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친척들과 여러 해부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리틀 풋이 살았던 약 360만~370만 년 전 시기에는 두 지역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직 크게 분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독자적인 진화가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아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 있다. 실제로 리틀 풋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진화 계통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구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우리 인간의 족보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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