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슈 돌출… 강도높은 공방/임시국회 대정부질문 결산(해설)
◎직업병·페놀유출등 조기수습 유도/“쌀시장 개방 불가” 정부 다짐 받아내
6월 광역의회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분위기 조성에 초점이 모아진 제1백54회 임시국회의 대정부 질문이 27일 사회 문화분야에 대한 질문을 끝으로 5일 동안의 일정을 마감했다.
여야 대표연설을 생략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대정부 질문은 예상됐던 대로 그 동안 제기됐던 몇몇 핵심현안을 정치성 이슈로 부각,대여 공세의 국면으로 몰고 가려는 야권의 시각과 3년여 진통을 거듭해온 개혁법안의 처리를 완료함으로써 정국주도 능력을 거듭 과시,광역선거 역시 여권 페이스로 유도하려는 여권의 입장이 맞서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공방이 거듭됐다.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는 당초 ▲수서진상 의혹규명 ▲낙동강 페놀오염 사례에 대한 정부대책 미흡 ▲농가대책 ▲한소 제주정상회담의 내용과 파장 등이 주요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 일정 종료 직전 제2차 페놀유출사건에 이어 원진레이온사태,쌀수입 개방 시비,시위대학생의 전투경찰에 의한 폭행치사사건 등이 여야 격돌의 호재로 등장,「정치」국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할 수 있다.
특히 대정부 질문 마지막날인 27일 돌출현안으로 등장한 시위 대학생 치사사건을 현정권에 대한 야권의 도덕성 시비제기에 이어 여권의 발빠른 수습책이 모색되고 있지만 향후 정국전개 과정에 있어 여전히 「태풍의 눈」으로 남아 있어 회기 내내 정치이슈로 상존될 전망이다.
이번 대정부 질문과정을 통해 여야는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현격한 시각차이가 노정될 수밖에 없음을 거듭 확인했으나 페놀사건 등에서 표출된 바와 같이 국민들의 정서와 호흡을 함께하지 못한 쟁점에 대해서는 여당이 앞장서 책임정치를 구현하려 했던 점도 이번 국회의 특이한 모습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2차 페놀유출사건과 관련,여권에서는 한때 환경처 장관의 문책은 고려하지 않았다가 결국 민자당 등 정치권의 의견이 반영돼 문책인사로 결말이 난 것이라든지,정부관계자의 쌀수입 시사발언에 대해 민자당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쌀수입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정부발표가 뒤따른 점 등은 이같은 분위기가 방영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정치분야 질문에서는 여야 모두 유엔가입 노력 및 제주 한소정상회담과 관련한 우호협력조약 추진배경 및 구체적인 내용 등을 중점 추궁했고 조약 추진에 따른 미국·일본 등과의 관계 재정립방안 등을 지적,북방정책 추진의 완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시각을 전달했다.
또 경제분야에서는 원진레이온사태,맑은 물 공급 등 환경오염대책,수서파동,우루과이라운드대책,유가안정방안 등이 주요쟁점으로 등장됐고 이에 대해 정부측은 직업병 예방진료 및 보상에 관한 종합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원진레이온사태와 관련한 노동계의 파장을 조기수습할 복안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정부측은 울산지역의 제2수서사건의혹,쌀수입 개방의혹 등에 대해서는 울산지역의 도시개발계획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식량안보에 입각한 쌀수입 개방 절대불가방침을 확인함으로써 이들 사안과 관련,앞으로 광역의회선거 등에서 정치쟁점화될 가능성을 봉쇄했다.
사회 문화분야에서는 역시 시위대학생의 전투경찰에 의한 치사사건이 야권의 중점공략대상으로 「상정」돼 현정권의 도덕성 시비로 비화되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신민당은 특히 이번 사건을 행정권의 공안통치와 거듭된 탄압정치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대여 총공세의 빌미로 계속 활용할 뜻을 비춰 장내는 물론 장외공방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정당차원의 여야 대립구도는 첨예화됐던 데 비해 의원 개개인의 국회 참여율은 상당히 낮아 대정부 질문이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광역의회선거에 대비,지역구를 맡고 있는 여야 의원들이 광역후보 추천 및 조정작업 등에 얽매여 사실상 국회에는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의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따라서 이번주부터 계속되는 상임위 활동도 여야 공방의 목소리만 높을 뿐 실속있는 대안 마련의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