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가야금 역사축제」 12일부터 국립국악원서
◎60∼90년대 대표곡/가야금 연주의 모든것/황병기·이재숙·김남순·백혜숙씨 등 출연/산조∼서양기법∼대중곡∼개량악기 선봬
가야금 하면 사극에나 나오는 옛 악기로 전문 연주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는게 보통.서양 고전음악은 들으면서도 가야금 같은 국악은 구태의연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보통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가야금이 실은 얼마나 현대적이며 우리 공연현장에 생생히 살아있는 악기인지를 보여주는 대형연주회가 마련된다.오는 12일∼16일 닷새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97 가야금 역사축제」는 우리나라 현대 창작가야금 곡들을 한자리에 모은 넓직한 마당.12일부터 연대별로 하루씩 잡아 60년대,70년대,80년대,90년대의 대표작을 들려주고 마지막날은 화려한 창작가야금합주곡 무대로 마무리한다.
「∼역사축제」는 가야금이라는 고전 악기가 국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양,또는 전위적 현대와 교감해온 길을 보여준다.열두줄에 묶여있던 몸체를 17현,18현,21현 등으로 계량하고 서양기법에서 힌트를얻은 다양한 주법들을 도입해 보편성과 공감을 넓혀온 과정과도 상통한다.
「∼역사축제」를 통해 가야금 창작곡의 시대별 색채도 살펴볼 수 있다.가야금 창작이 갓 시작된 60년대의 곡들은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면서도 산조색채가 강했고 70년대엔 서양작곡가들이 참여,기법의 세련화에 한몫했다.국악인들이 주도한 80년대는 가장 많은 독주곡이 쏟아지면서 창작곡이 대중화된 중흥기.90년대엔 개량악기들이 다채롭게 나와 가야금의 가능성을 한껏 넓혔다.
「∼역사축제」는 창작가야금곡의 효시로 꼽히는 황병기작 「숲」(63년)으로 막을 올려 이성천,김용진,정금년,전인평,백대웅,황의종씨 등 국악작곡가들의 대표작을 푸짐하게 풀어놓는다.백병동,이종구,최영철,나인영씨 등 가야금에 매료됐던 서양음악 작곡가들의 독특한 작품세계도 만날수 있다.연주도 황병기,이재숙,김남순,백혜숙,김일륜,김철진씨 등 일급 연주자들이 맡았다.16일 가야금합주에는 국립국악원,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동아시아 금음악 교류회,한국음악발전연구원,경기도립국악단,서울새울 가야금삼중주단 등 6개악단이 동원돼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로 작곡된 작품들을 들려준다.
국립국악원은 내년에도 가야금 산조를 유파별로 정리하는 매머드 무대를 마련,많은 이들이 가야금을 사랑하게끔 도울 계획이다.문의 02)5803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