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의 술과 마작(압록강 2천리:32)
◎연길시 술소비 인구 40배 넘는 상해 맞먹어/소문난 술실력에 간부 접대자리 단골동행/아낙네도 마작판에 끼어들어… 사회문제화/승진·사업위해 술판 벌인후 「접대 마작」은 관행
중국의 술은 곡주다.배갈 1㎏을 생산하는데 드는 곡물은 2.5㎏이라고 한다.한 해에 중국에서 생산하는 배갈은 6백51만t이고 보면 1천6백27만5천t의 쌀을 술로 빚어 마신 셈이다.그러한 수치의 식량은 북경인 1천1백만명이 3년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분량이다.현재 중국의 배갈공장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국내 무역부가 어림하는 숫자는 4만개소에 이르고 있다.
중국 13억 인구에서 12억을 차지하는 한족의 술 소비량이 물론 가장 많다.그러나 인구를 대비한 술 소비량을 따진다면 조선족이 단연 으뜸이다.4천명을 대상으로 한 음주량 조사에서 알코올에 의존해 살거나 중독된 사람이 한족은 1천명 가운데 28명인데 비해 조선족은 71명으로 나타났다.인구 30만의 연길시의 술 소비량이 1천3백만 인구를 가진 상해의 술 소비량과 맞먹는다니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옛날부터 조상들이 술을 즐겨 마셨는지는 몰라도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어온 이주민 선조들은 술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을 것이다.슬퍼도 술,기뻐도 술,만나면 상봉술이요,헤어지면 이별주를 마셨다.타향살이 설움과 외로움을 술로 달랬던 이주민 1세들에게 몸에 배었던 술버릇이 유전된 것일까.어떻든 조선족들은 탁배기(막걸리) 민족으로 일컬을 만큼 중국에서 소문난 술꾼이 되었다.
압록강유역을 답사하는 동안 시골집에서 민박하는 경우가 많았다.가끔은 주인집 부자와 술자리를 같이 하게되었다.아들녀석은 낯선 손님 앞이라 처음에는 머리를 뒤로 돌려 술을 마시는등 제법 체면을 차렸다.그러나 웬걸,술이 몇 순배를 돌면서 거나해진 아들녀석은 사뭇 달라져 아버지를 채근했다.
『아버지,쫄 냅소.고애(고양이)죽 먹는 것 마냥 쫄짝거리니 어디 술맛이 남둥』이라는 말로 민족의 예의를 저버렸다.버릇없는 후레아들 거동에 아버지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배갈공장 4만곳넘어
길림성에서 어미지향(어미지향)으로 이름난 양수진에서는 상급기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접대하는데 진저리를 쳤다.향·진의 간부들은 현이나 시,성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시찰나오는 사람들 누구 하나 푸대접할 수 없다는 것이다.일단 기분을 잡치게 되면 반드시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웃어른들을 위해 술판을 벌여야 했다.
술판이 벌어지면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뽑혀 향·진의 간부들을 따라나섰다.그러한 술자리의 동반역은 으레 조선족이 차지했다.한국의 기업들이 술 접대에 필요한 간부를 두어 이른바 「술상무」로 부린다는 이야기가 떠 올랐다.요령조선문보 보도에 의하면 어느 향에서는 하루 13개조의 검사조가 상급기관에서 내려와 향 관내 8개의 식당에 술상을 차려놓고 접대를 했다는 것이다.차까지 대기시켜 놓고 여기저기 술판을 돌다보면 향의 간부 몇은 나가떨어지게 마련이었다.
요령성 관전현에 도착했을 때 현기관의 초대를 받았다.단동시에서 국장 어른이 관전현에 시찰을 오시는데 함께 식사나 하자는 것이었다.그런데 하오5시에 오기로 한 국장이 그날따라 버스가 늦어진 통에 밤 9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나는 시장기에 피로가 겹쳐 견딜수가 없었지만 현 간부들의 체면을 보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그러나 현의 간부들에게는 상급 시간부에게 잘 보일 수 있는 모처럼의 호기였는지도 모른다.
관전현 어느 한 조선족 향 간부는 단동시 국장을 기다리는 동안 내 표정이 언짢아 보였는지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귀엣말 비슷한 것이었는데,그 처지에 동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를 이해 좀 하시라요.전들 한 뉘를 시골향에서 썩으라는 법 있습네까.도시로 나가자면 상급 어른들을 잘 동반해야디요.일은 대충하더라도 상급자 비위는 맞춰야 합네다.술 대접을 하더라도 강권하지 말고 마작을 놀 때면 슬쩍 져주어 어른께서 돈을 먹게 해주는 것이디요.돈을 그냥 갖다주는 것 보다 마작에서 져주면 더 환심을 산다 이겁네다』
○알코올 중독자 많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술에 절기는 마찬가지다.생사가판의 칼자루를 쥐고있는 성과시 간부,심지어는 진의 간부들까지 치다꺼리를 해야되기 때문이다.요령성 안산시 구보구 송삼대자에서 공장을 꾸리는 황태성씨(47)는 아침에 집을 나가면 점심시간부터 밤늦게까지 식당과 가라오케에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다.
『내 몸은 알코올에 젖어 아마 죽어도 썩지 않을 겁네다.그러니 어찌 합네까.기업의 목을 쥔 수십개 기관이 쉬파리처럼 뜯어 먹으려고 달려드는데….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곯아 떨어지디요.아내가 생과부 된지는 진작 오래되었지 뭡네까』
요즘의 대접은 술판에서만 끝나지 않았다.카라오케가 지벽한 향진에도 생겨냐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한바탕 춤을 추어야 직성이 풀렸다.그렇다고 가라오케의 여흥으로 접대가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고,여관으로 돌아오면 마작으로 밤을 새우는 것이 상례로 되어있다.중국 사람들은 마작놀이를 「장성 쌓기」라 했는데,중국의 기관 간부 열의 아홉은 그야말로 꾼이다.각급 기관이나 당사에는 마작을 필수로 갖출 정도이니 더 할말이 없다.
지난해 어느 신문이 보도한 기사를 보면 중국의 마작인구를 2억으로 추산했다.그 통계가 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나 마작이 정부 간부나 개인들에게 속속 보급된 것은 사실이다.조선족들도예외가 아니어서 가을 타작이 끝나면 마작과 술판을 벌이기 일쑤이다.남정네 뿐 아니라 요령성 철령현 한 조선족 마을에서는 여자들까지도 마작판을 벌여 신문이 사회문제로 떠들썩하게 다룬 일이 있다.
그 문제의 기사는 요령조선문보의「시야비야」란에 실렸는데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무순시 교외 한 조선족 마을에 들렀다가 매일 30패 이상이 마작이라는 도깨비 놀음에 정신을 잃고만 사실을 목격했다.중년의 부인들이 마작판을 벌인 집에서는 어린학생 둘이서 손에 돈을 쥐고 엄마의 출납원 노릇을 하고 있었다.주인집 아들은 책상을 마작꾼들에게 빼앗기고 방바닥에 넓죽 엎드려 숙제를 하는 꼴이란 목불인견이었다』고 적었다.
○마작인구 2억명 추정
그 다음 내용은 점입가경이다.부인들이 마작을 하고 있는동안 돼지우리에서 돼지들이 꽥꽥거리며 그야말로 돼지 목따는 소리를 질러댔다.그러자 주인 여자는 숙제하는 딸 아이에게 『너 돼지 물 좀 줘라』고 소리를 질렀다.『숙제도 다 못했는데…』라는 어린 딸아이의 대구에 주인 여자는 또 볼멘 소리를질러댔다.
『이년,무슨 주둥이질이야!』라고」.이쯤되면 조선족 사회의 마작바람도 보통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령조선문보가 적시한 조선족 마을에 있는 소학교를 찾아갔다.4∼6학년 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마작 놀줄을 아는 학생은 손을 들라 했더니 65% 정도가 손을 올렸다.
그중 한 학생은 『얘들도 다 놀줄 아는데 손을 안듭니다』라고 큰 소리로 고자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