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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소득주도에서 부채주도로 돌아가는가/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소득주도에서 부채주도로 돌아가는가/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소득주도성장에서 부채주도성장으로 되돌아가는가? 올해 성장률이 2% 아래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대통령이 열 달 만에 경제장관회의를 긴급 주재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실종되던 소득주도성장을 대신해 부채주도성장이 자리를 잡는 모양새였다. 지난 7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졌음을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 그리고 10월에는 52시간 탄력근로제를 중소기업을 위해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지난 2년 반 동안 ‘중규직’,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노동자의 기대를 저버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비정규직은 전년 대비 87만명 증가했다. 부채주도성장으로 회귀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올해 부쩍 강조한 ‘경제 활력’과 ‘규제 혁신’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면서 들었다. 연초부터 정부는 추경에 집착했고 국제통화기금 총재까지 나서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다고 거듭 부추겼다. 국가채무비율 40% 앞에서 머뭇거리는 경제부총리를 꾸짖으며 대통령은 과감한 재정확대를 주문했다. 결국 2019년보다 9.3% 늘어난 513조 5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슈퍼예산안이 편성됐다. 이 예산안이 확정되면 국가채무비율은 2.7% 포인트 상승한 39.8%가 된다. 예산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23개 부문에 24조원을 지출하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다. 건설업이 던지는 연쇄 효과의 매력은 경기 활성화에 목마른 정부로서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들여 ‘일부 임직원의 지방 근무 기피’를 이유로 용인에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승인한 것이 과연 균형발전, 수도권 집중 해소와 양립하는지는 의문이다. 균형발전 따로, 투자 활성화 따로다. 또다시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핀셋 정책’이다. 경제장관회의에서 강조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는 이미 국내총생산 수준으로 증가한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켜 결국 내수를 위축시킬 자충수다.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으로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는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한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변 시세를 사후적으로 정부가 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부채주도성장으로의 회귀는 경제장관회의에서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가계 소비 홀대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보여 주는 통계청의 잇단 발표에 홍남기 부총리가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면피하려는 데서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초저금리와는 무관하게 금융시장 한편에서는 저축이 증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보험이나 적금의 해지가 증가하는 현상은 불평등이 심화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55세로 낮추고 주택 가격 제한을 완화하면 당장은 ‘마이너스 저축’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두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부채주도성장의 최대 수혜자는 금융회사들이다. 실물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에 의존하는 금융회사들의 높은 수익률은 실물 부문의 상대적 위축을 수반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2008년의 키코 사태는 세계 중형 선박 시장의 90%를 점유하던 국내 중형 조선소 대부분을 도산이나 자금난으로 몰아넣어 시장을 중국과 일본에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작금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은 금융회사들의 ‘약탈적’ 행태는 가계 금융자산의 손실과 가계 소비의 위축을 낳을 것이다. 부채주도성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범이다. 당시 한국 경제의 피해가 적었던 것은 제조업 강국이라는 장점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회사들의 파생금융상품 투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 금융위기의 교훈을 2010년 입법화한 ‘도드프랭크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금융선택법’이 2017년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다음의 금융위기가 준비되고 있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한국 경제가 부채주도성장을 가속화하고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파생금융상품의 거래를 계속 확대한다면 다음 금융위기에서 받을 충격은 2008년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자세가 절실한 전환기다.
  • 15명 중 14명 “한은, 금리인하 대체로 적절”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 대체로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지난 7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내렸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7일 서울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고위 경제관료 15명 중 7명이 한은의 금리인하를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부적절했다’는 1명, ‘그저 그렇다’는 7명이 응답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금리와 미국 금리의 괴리가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등 고민이 있었는데 최근에 한은이 금리를 내린 것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현정택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017년 이후 금리를 올린 건 부적절했지만 최근 금리를 인하한 것은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 경제 관료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추세로 전환했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하는 선진국도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추가 인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지금은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제한적이라 앞으로는 여기서 더 내리면 안 된다”면서 “현재 기업이 돈을 쌓아 두고도 투자를 안 해 금리를 내려도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 구간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유일하게 한은의 금리인하를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수석은 “우리나라에 또 한 번 금융위기가 온다면 외환시장이 아닌 가계부채로부터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는 것을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하한선은 대외 여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준금리 하한선은 미국의 기준금리와 연계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해방 전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하한선도 이전보다는 낮춰서 봐야 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 하한선을 0.50~0.75%로 제시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라가르드 독일 겨냥 “나는 매·비둘기 아닌 ‘부엉이’”

    라가르드 독일 겨냥 “나는 매·비둘기 아닌 ‘부엉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ECB의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독일과 신경전을 벌였다. ECB의 비둘기파 정책(확장적 통화정책) 등에 대해 독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6일(현지시간) 독일 디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을 겨냥해 “독일도 중요하지만 유로존 19개국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며 “독일은 경제 규모가 크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ECB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럽 북부의 부유 국가들은 ‘비둘기파’ 마리오 드라기 전임 총재가 취했던 부양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왔다. 그는 “나는 비둘기나 매가 아닌 부엉이가 되고 싶다. 부엉이는 매우 현명한 동물”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신에게 통화정책의 주요 인사들 정책의 강경 여부에 따라 비둘기파 혹은 매파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경계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재 유럽 각국은 라가르드 총재가 통화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설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드라기 전 총재가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더 낮추는 금리 인하를 발표하며 2조 6000억 유로(약 3338조원)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 재개를 예고하자 ECB 집행이사회 독일측 이사는 반발한다는 뜻으로 사표를 던지기까지 했다. 독일은 동서독 통일 이후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면서 1990년대 중반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 엄격한 균형재정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해마다 연방정부의 신규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로 규정해놓고 있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는 ECB 양적완화에 반기를 드는 독일에 겨냥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그도 드라기 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특히 재정적으로 견실한 국가들이 부양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일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ECB 총재 취임 직전인 지난달 말 프랑스 라디오 RTL과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네덜란드 등 재정적으로 탄탄한 국가들이 인프라와 교육,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며 재정적 부양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라가르드와 밀접하게 일했던 볼프강 쇼이블레 전 독일 재무장관(현 독일 연방 하원의장)은 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국제 경험이 풍부하며 통화정책을 강력하고도 매우 분별 있게 펼치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칭찬하면서도 “ECB의 임무는 제한돼 있으며 그가 이를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라가르드 총재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바오류 사수’ 발등의 불 풀 수 있는 카드 다 푼다

    ‘바오류 사수’ 발등의 불 풀 수 있는 카드 다 푼다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1~10월 모두 7643억 위안(약 127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21건을 승인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인프라 투자(3743억 위안) 규모의 100%를 넘는다. 나단 차우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투자는 경제성장을 안정화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이라며 “인프라 투자 증가가 내년 경제 회복의 방아쇠가 될 수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 인민은행은 앞서 16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2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유동성 공급은 통상적으로 만기가 도래했을 때 늘려 왔는데 이번에는 만기일(11월 5일)을 20일 가까이 앞두고 갑작스레 이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를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중국 경제성장의 급속한 둔화가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바오류’(保六·6% 성장 유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크게 압박을 받자 중국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경제지표는 온통 ‘빨간불’ 일색이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2분기(6.2%)보다 0.2% 포인트 둔화했다.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다. 중국의 올해 목표치의 하한선(6.0%)에 턱걸이한 수준이다. 1분기에는 세금 인하와 대출규제 완화 등의 부양책이 효과를 내며 지난해 4분기와 같은 6.4%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2분기부터 급격한 내림세로 돌아섰다. 1∼3분기 누적 경제성장률도 6.2%로 낮아져 바오류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하락했다. PPI 상승률이 7월 이후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PPI 상승률 -1.2%는 2016년 7월(-1.7%) 이후 가장 낮다. PPI는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 정도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표로 통한다.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은 디플레이션 전조로 해석된다. 디플레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산업생산 감소,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PPI가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중국 당국은 수요부진으로 침체한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꺼내야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수출과 수입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9월 수출 및 수입은 전년보다 각각 3.2%, 8.5% 감소해 전문가 예상치(수출 -2.8%, 수입 -6%)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서민물가 수준을 대변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크게 올랐다. 9월 CPI는 지난해보다 3.0% 높아져 2013년 10월(3.2%)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폭등 등 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까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상장사들은 3분기에 줄줄이 실적 악화를 예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적 예비 보고서를 내놓은 상하이·선전증시 상장기업 1200여곳 중 지난해와 비교해 수익 감소와 적자 전환, 적자 확대 등 실적 악화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44%에 이른다. 1년이 넘게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자동차 업종에서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중국 이치(一汽)자동차는 3분기 최대 3억 위안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5억 위안 흑자에서 급반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도 3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20%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네비게이션용 지도업체 쓰웨이투신(思維圖新)도 3분기 최대 6500만 위안 적자를 전망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순이익 증가율이 80%에 이르는 ‘유망주’였다. 지난해 3억 2800만 위안 흑자였던 영화사 화이(華誼)브러더스도 3분기 최대 6억 4600만 위안의 적자를 예고했다. 주차오핑(朱超平)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마켓 투자전략가는 “모든 게 미중 무역협상에 달려 있다”며 “무역협상이 수출과 기업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장사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4일 산시성 시안에서 경제정세 좌담회를 열고 “향후 경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긴박감과 책임감을 더욱 크게 가져야 한다”며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감세 정책 외에도 추가 거시경제 도구들을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 지급준비율 인하, 감세,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이유다. 금융 당국은 올해 3차례에 걸쳐 전면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고 8월에는 대출우대금리(LPR)를 통해 점진적인 시중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2조 1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를 핵심으로 한 재정 정책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신통찮아 인프라 투자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대출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나며 부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9월 은행들의 위안화 대출 증가액은 1조 6900억 위안에 이른다. 2001년 이후 9월 증가액 가운데 가장 크다. 전문가 예상 평균치 1조 4000억 위안을 크게 웃돈다. 9월 채권 발행액 등 사회융자 증가액도 전달 1조 9800억 위안에서 2조 2700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투자 전략가는 “중국의 이번 유동성 공급을 시장이 기대하지 못했다”며 “10월 중순 납세 시즌이 돌아오는 만큼 더 많은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경기부양에 따른 중국의 심각한 부채 문제는 오랫동안 ‘회색 코뿔소’(Grey Rhino·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로 불릴 정도로 중국 경제에 위기를 몰고 올 위험 요인이다. 더구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는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인 경제활동 촉진 효과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B)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때 부채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B는 “통화 정책을 통한 추가 부양이 만일 필요하다면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진했던 성공적인 정책과 반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3분기 경제성장률은 6%로 급락한 반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주택과 식품 등의 가격 상승은 사회불안 가중과 소비 부진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WSJ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인프라 건설 확대에 나서지만 이미 충분한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성장률 6% 사수’에 불똥 떨어진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성장률 6% 사수’에 불똥 떨어진 중국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人民銀行·PBOC)이 지난 16일 오후 전격적으로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2000억 위안(약 33조 48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시장에 긴급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은 통상적으로 만기가 도래했을 때 늘려 왔는데 이번에는 만기일(11월 5일)을 20일 가까이 앞두고 갑작스레 이뤄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를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데 따른 중국 경제성장의 급속한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급속한 둔화세를 보이는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크게 압박을 받자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최대한 이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지표는 온통 ‘빨간 불’ 일색이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의 하한선(6.0%)에 가까스로 턱걸이한 수준이다. 2분기 성장률(6.2%)보다는 0.2%포인트 둔화했다. 중국 정부가 분기별 성장률을 처음 발표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다. 올해 1분기엔 세금 인하와 은행 대출 규제 완화 등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며 지난해 4분기와 같은 6.4%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2분기엔 6.2%로 떨어졌다. 1∼3분기 누적 경제성장률은 6.2%로 낮아져 중국 정부로서는 올해 목표치 ‘바오류’(保六·6% 성장 사수)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하락했다. PPI 상승률이 7월 이후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PPI 상승률 -1.2%는 2016년 7월(-1.7%) 이후 가장 낮다. PPI는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만큼 제조업을 비롯한 경제 활력 정도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표로 통한다.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것은 보통 디플레이션 전조로 풀이된다. 디플레는 경기가 침체된 국면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는 산업생산 감소,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PPI가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만큼 중국 당국은 수요부진으로 침체한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꺼내야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9월 수출과 수입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및 수입은 전년보다 각각 3.2%, 8.5% 감소했다. 전문가 예상치(수출 -2.8%, 수입 -6%)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일반 서민이 느끼는 물가 수준을 대변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크게 올랐다. 9월 CPI는 지난해보다 3.0%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10월(3.2%)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는 등 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상장사들은 3분기에 줄줄이 실적 악화를 예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8일까지 실적예비 보고서를 내놓은 상하이·선전증시 상장기업 1200여곳 중 지난해와 비교해 수익 감소와 적자 전환, 적자 확대 등 실적 악화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4%에 이른다. 1년이 넘게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자동차 업종에서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중국 이치(一汽)자동차는 3분기 최대 3억 위안(약 500억원)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5억 위안 흑자에서 급반전한 것이다. ‘적자왕’이라는 불명예를 지닌 창안(長安)자동차는 3분기 최대 5억 5000만 위안 적자를 예고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도 3분기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네비게이션용 지도업체 쓰웨이투신(思維圖新)도 3분기 최대 6500만 위안 적자를 전망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순익 증가율이 80%에 이르는 등 블루칩 중의 블루칩으로 꼽혔다. 영화사 화이(華誼)브라더스도 3분기 최대 6억 4600만 위안의 적자를 예고했다. 지난해엔 3억 2800만 위안 흑자였다. 주차오핑(朱超平)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마켓 투자전략가는 “모든 게 미중 무역협상에 달려 있다”며 “무역협상이 수출과 기업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장사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4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성정부 관계자들과 경제정세 좌담회를 열고 “향후 경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긴박감과 책임감을 더욱 크게 가져야 한다”며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감세 정책 외에도 추가 거시경제 도구들을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국 정부는 인프라투자, 지급준비율 인하, 감세,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올해 3차례에 걸쳐 전면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8월에는 대출우대금리(LPR)에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부여하고 점진적인 시중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서 2조 1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를 핵심으로 한 재정 정책을 내놓았으나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급기야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대출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나며 부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9월 은행들의 위안화 대출 증가액은 1조 6900억 위안이다. 시장조사업체 차이신(財新)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 평균치 1조 4000억 위안을 크게 웃돈다. 2001년 이후 9월 증가액 가운데 가장 크다. 9월 채권 발행액 등 사회융자 증가액도 전달(1조 9800억 위안)에서 2조 2700억 위안로 증가했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투자 전략가는 “중국의 이번 유동성 공급을 시장이 기대하지 못했다”며 “10월 중순 납세 시즌이 돌아오는만큼 더 많은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심각한 부채 문제는 오랫동안 ‘회색 코뿔소’(Grey Rhino·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로 불릴 정도로 중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더구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는 자칫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인 경제활동 촉진 효과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B)도 지난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때 부채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B는 “통화 정책을 통한 추가 부양이 만일 필요하다면,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진했던 성공적인 정책과 반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3분기 경제성장률은 6%로 급락한 반면 최근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주택과 식품 등의 가격 상승은 사회불안 가중과 소비부진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WSJ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인프라 건설 확대에 나서지만 이미 충분한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저성장·저물가에 저금리 대응… 올 성장률 2.0%로 낮추나

    저성장·저물가에 저금리 대응… 올 성장률 2.0%로 낮추나

    금통위 “수출·투자 등 주요 지표 부진 속 소비 증가세 약화되며 경기 둔화 이어가” 한미 금리 역전폭 0.5%P→0.75%P로 3분기 성장률따라 전망치 1%대 가능성도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석 달 만에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내린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성장·저물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만큼 국내 경제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한은이 지난 7월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2.2%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 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수출·투자 등 주요 국내 지표가 부진을 이어 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를 지속하다 지난달 0.4% 하락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결정도 한은의 금리 인하 부담감을 다소 덜어 줬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는 0.50% 포인트에서 0.75% 포인트로 벌어졌지만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이일형 금통위원과 임지원 금통위원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지난 7월의 성장 전망경로(올해 2.2% 성장 전망)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달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한은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성장률 전망치를 2.1% 또는 2.0%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속보치)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성장률 2.0%를 달성하려면 3~4분기 동안 전분기 대비 0.6% 이상씩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글로벌 및 국내 경기 둔화를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추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0%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전망치를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성장세 둔화는 (대부분 나라에서 겪는) 거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대외 여건이 내년에는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해 내년엔 올해보다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속보] 한은, 기준금리 1.25%로 인하…역대 최저 수준

    [속보] 한은, 기준금리 1.25%로 인하…역대 최저 수준

    한은, 경기둔화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미중 ‘스몰딜’ 세계경제 불확실성 여전반도체 시황 반등 불투명…투자도 부진내년 추가인하에 관심…집값 자극 우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p) 인하, 1.25%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년 만에 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돌아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내린 것은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뒤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에 0.25%p씩 올렸다가 올해 7월 다시 0.25%p 내렸다. 한은은 2.7%로 잡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1월), 2.5%(4월), 2.2%(7월)로 계속 낮춰 왔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여파로 올해 2.2%마저 달성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 저성장과 저물가가 장기화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태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때 신인석·조동철 금통위원은 ‘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다른 금통위원들도 “7월 인하 효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에 결국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7월의 한 차례 인하로는 경기 회복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통화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정책 신호를 금융시장에 보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 같은 ‘스몰 딜’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국내 경기를 좌우하는 반도체 시황의 반등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하다.이에 산업계 전반의 투자도 부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최근 금리 인하를 예견해왔다. 금융투자협회가 96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1∼8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인하를 전망했다. 다음달 29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관심사는 내년에 추가 인하 여부에 모아진다. 경기가 내년에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 금리를 내리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금리 인하가 시중의 유동성만 늘려 최근 불안 조짐을 보이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경기 불확실성 커져… 한은 16일 기준금리 내릴 듯

    “디플레 온다면 양적완화 고려할 수도” 인하 효과 제한적… 일각선 동결 관측 오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심각한 경기 침체나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양적완화(QE)를 고려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인 연 1.50%보다 낮은 연 1.28%로 마감됐다. 이는 한은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지난 8, 9월에는 마이너스 물가로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신인석·조동철 금통위원은 ‘0.25% 포인트 인하’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정책 신호를 금융 시장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 포인트 내려 한은의 정책 부담도 덜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은이 경기 추이를 좀더 지켜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계부채와 물가도 변수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가계빚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 근처에 있도록 통화량을 조절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 8, 9월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금통위원 사전 질의’ 자료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현재는 정상적인 금리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만큼 제로금리 또는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의 시행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판단 기준은) 원론적으로 금리정책 운용 여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심각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라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이주열 “경제성장률 1%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

    이주열 “경제성장률 1%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8일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한은이 지난 7월 전망한) 2.2%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은은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한다. 이 총재는 내년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2.5%)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과 관련해 “이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물가가 반등하는 시점을 감안하면 지금 마이너스를 보인 것을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디플레이션 발생 징후가 크지 않다”고 전제한 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로금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론하기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실제로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는지 실효하한에 관한 논의가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영란은행은 소폭의 플러스(+)가 실효하한이라고 거론되는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나라보다는 높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높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파급 효력이 과거같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이럴 때일수록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국회 업무현황 자료에서 국내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한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상시적으로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DLF 손실 배상 70% 넘을 듯… 피해자들 “사기죄, 100% 줘야”

    DLF 손실 배상 70% 넘을 듯… 피해자들 “사기죄, 100% 줘야”

    전문가 “우리·하나, 고객이 오해하게 팔아 손배 비율 최소 70%로 올려 경종 울려야” 공격형 상품을 예금 선호 고객에 판매 설계 개입·원금손실 ‘0’ 마케팅·수수료 피해자 “고의·기망·이익 3단계 입증” 법조계도 “금융사기 성립 가능성 커” 대규모 원금 손실 피해를 입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자들이 앞으로 진행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에서 손실의 최소 70%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최대 배상 비율이 70%였는데 이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금융상품의 주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 정황이 확실해져서다. 피해자들은 이번 검사 결과만으로도 ‘두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계약 취소와 원금 100%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고의로 ▲상대방을 기망해 ▲이익을 얻었다는 금융사기의 3단계가 모두 입증돼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정지만(전 한국금융학회장)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이 DLF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너무 쉽게 팔았다. 이 부분은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며 “분쟁조정에서 불완전 판매 손해배상 비율이 과거에는 70%가 최대였는데 이번에는 이를 넘길 수 있다. 그래야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금융사들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고객들이 오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은행들이 DLF를 팔았다”며 “불완전 판매는 당연하고 금감원이 사기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금융사기의 3단계가 이미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신장식(변호사)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은 “DLF는 공격형 투자자에게 파는 상품인데 은행이 목표 고객을 안전자산인 정기예금 선호 고객으로 잡았다는 점부터 고의와 기망이 드러난 것”이라며 “은행들은 상품 제조 과정에도 개입했다. DLF의 기초자산인 해외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해 고객의 손실이 우려되는데도 증권사에 연 4%의 쿠폰(고객 수익률)을 계속 요청하며 그 대가로 상품 위험성(손실 배수)을 높여 상품 설계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점에서 직원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안전자산’이나 ‘높은 수익률’만 강조했고 이를 마케팅 자료에 사용한 점도 고객을 기망한 것”이라며 “투자자는 손실을 봤는데 은행(연 1.0%)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총 연 4.93%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덧붙였다. 백주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은행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데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 것은 고객을 적극적으로 속인 것이어서 기망에 해당한다”면서 “결국 은행이 이득을 보기 위한 것이므로 민형사상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 변호사도 “DLF 사태는 은행이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단순히 상품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손실률이 ‘0’이라거나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속인 것”이라며 “적극적 기망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사기죄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계속될 조사에서 은행의 사기 혐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근우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장은 “사기죄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최우선을 두겠다”며 “사법당국이 고발 또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 자료를 요청하면 자료를 제출해 (사법당국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열린세상] 높아지는 디플레 위험, 어떻게 회피할까/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높아지는 디플레 위험, 어떻게 회피할까/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이며, 1965년 소비자물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물론 8~9월 소비자물가 하락은 식료품 가격 등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여름 혹서(酷暑)의 영향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했고, 이게 2019년 여름 물가의 안정을 가져왔다는 당국의 설명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의 위험을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기에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걸린다. 첫째, 2014년 이후 연간 단위로 단 한 차례도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수준(2.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2019년 여름 물가만 잠깐 급락한 게 아니라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수년째 물가상승률이 계속 둔화되는 데에는 유가를 비롯한 국제상품가격의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아웃풋 갭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참고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에 따르면 2013년부터 계속 아웃풋 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아웃풋 갭이란 어떤 나라가 가진 최대 달성 가능한 산출량, 즉 잠재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실제 달성한 GDP를 비교한 것이다. 결국 마이너스 아웃풋 갭이란 경제가 가진 생산 능력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웃풋 갭과 물가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100만대 생산 능력을 가진 자동차 공장을 가정해 보자. 이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다 팔린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90만대 팔리는 데 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공장의 경영진은 10만대의 재고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가격 인하 등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시작할 것이며, 그래도 재고를 줄이지 못한다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아웃풋 갭이 마이너스인 나라도 이 비슷한 일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가 부진하고, 신입직원을 뽑지 못하는 나라의 물가가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디플레를 걱정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인플레 과다 추정’의 위험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왜 2%를 물가상승률 목표로 정했을까?’에서 정부 당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높게 계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배기량 2000㏄인 자동차를 비교할 때, 20년 전의 자동차와 현재의 자동차는 배기량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차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를 계산할 때에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차값을 비교하기에 품질의 극적인 개선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빨래 건조기처럼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품목이 소비자물가 계산에서 누락되는 문제도 있다. 처음 출시됐을 때 건조기의 가격은 매우 비쌌지만, 기술 발전과 경쟁 덕에 가격이 떨어지고 또 그 덕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평균’적인 가정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바스켓을 작성하기에 빨래 건조기처럼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제품을 소비자물가 바스켓에 넣기 어렵다. 그러나 훗날 빨래 건조기가 소비자물가 지수에 편입될 때는 그간 진행됐던 가격의 하락이 뒤늦게 반영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리게 될 것이다. 즉 소비자물가가 지금 0% 수준이라고 측정될지라도 훗날 계산해 보면 물가의 하락이 이미 출현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플러스’의 물가 상승률, 특히 2~3%의 물가 상승률을 통화 정책의 목표로 설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로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단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디플레의 위험에 대응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정책금리를 인하해 통화 공급을 확대하고, 2020년 재정지출을 계획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재정적자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사상 초유의 저금리 환경이기에 정부가 부담할 미래의 부채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교훈을 되살려 디플레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中경제 덮치는 ‘D 공포’

    中경제 덮치는 ‘D 공포’

    중국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의 둔화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PPI는 0.8%로 하락했다. 시장이 예상한 하락 폭(0.9%)보다는 작지만 7월 하락 폭(0.3%)을 크게 웃돈다. 두 달 연속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8월 하락폭은 전달보다 더 커졌다는 점에서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장닝(張寧) UBS 이코노미스트는 “PPI 디플레와 비식품물가 완화는 모두 성장률 모멘텀이 둔화하고 내수가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PI 부진 이어지면 기업들 디폴트 위협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7월에는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8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 국면에 빠졌던 상황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PI가 마이너스로 들어서면 통상 디플레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는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PPI 부진이 이어질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1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의 월별 지표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을 6.0%로 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9일 중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6.0%에서 5.7%로 0.3% 포인트 끌어내렸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통계를 못 믿겠다며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3%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중국 중산층은 벌써부터 ‘경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중산층 사이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국 중산층이 좋은 직장과 풍부한 사업 기회, 지속적인 자산가치와 소득 상승, 비교적 용이했던 해외 여행 및 해외 자산 이전 등의 환경이 끝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둥성 선전의 회사원 잭 룽은 “지난해 경기가 안 좋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중국이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하락 위험에 해외자산 투자 움직임 이에 따라 일부 부자들은 해외로의 자산 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전의 한 민영은행 금융 컨설턴트 애니 천은 “부유한 고객들 모두 중국의 정치·경제적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며 해외 투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자산이 없는 부자들은 부를 해외로 옮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외 자산 투자에 신중하던 고객 중 일부가 최근 몇 주 새 생각을 바꿨다”면서 “해외 부동산 거래·보유에 대한 위험이 장래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2조 1500억 위안(약 3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상당의 감세 정책 등 연초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도 힘에 부치자 이달 들어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9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로 하는 한편 금리 인하까지 추가로 단행할 태세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부채 리스크 관리에 금융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는데 중국이 이런 기조와 반대로 지준율과 금리 인하 카드를 동시에 써 돈줄 풀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와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중국 전역 확산에 따른 ‘국민 고기’인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80.9%나 치솟았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 만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 중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과일값도 전년 동기 대비 24% 뛰었다. 중국 정부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10일 돼지고기 사육 농가와 돼지고기 구매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물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는 한 사람이 일정량 이상의 돼지고기를 사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 돼지고기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각 정부 부처들은 관련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생태환경부는 각 지방정부에 환경보호를 위해 수년간 실시해 왔던 양돈 농장 폐쇄 정책의 철회를 지시했다. 교통부는 돼지고기 운송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은행감독위원회는 돼지 농장에 대한 대출을 무조건 허용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건국일 앞두고 돼지 열병에 민심 이탈 우려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중국 전역의 양돈 농장 등을 돌며 돼지고기 증산과 가격 안정을 독촉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후 부총리는 “돼지고기의 공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며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샤오캉(小康·중진국) 사회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당과 국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 부총리가 맡은 이 임무가 류허(劉鶴) 부총리가 맡은 무역전쟁이나 한정(韓正) 부총리가 맡은 홍콩 시위보다 더 막중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난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시위도 아닌 바로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무역전쟁 검색 건수보다 무려 69배나 많았다. khkim@seoul.co.kr
  • “韓경제, 탄력성 상실… 日·아르헨티나형 장기 불황 가능성 커”

    “韓경제, 탄력성 상실… 日·아르헨티나형 장기 불황 가능성 커”

    “디플레 등 사실상 일본식 장기 침체 진입 경직적 근로시간 단축·금리 인하가 영향”“한국 경제가 위기 극복의 동력인 탄력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일본형·아르헨티나형 경제불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를 인용,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 경제, 탈출구는 없는가’란 주제로 열린 특별좌담회에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한국금융학회 부회장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좌담에 참석했다. 권 원장은 개회사에서 “쿠즈네츠 교수는 선진국과 후진국, 일본, 아르헨티나로 ‘네 종류 국가’를 구분했다”면서 “그는 1991년 버블경제 붕괴 후 (약 30년 동안 평균 1% 성장에 머무르는) 일본의 장기 침체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네 종류 국가로 나누며 아르헨티나형 경제 몰락을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의 한국 경제 역시 일본,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경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운용의 방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아르헨티나는 호황 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데 장기 불황 기간 일본은 디플레이션(저물가)과 저성장, 아르헨티나는 인플레이션(고물가)과 저성장을 겪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좌담에서 김 원장은 일본형 모델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사실상 디플레이션을 비롯한 일본식 장기 침체에 (한국 경제가) 진입한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추가적인 경기 하락을 가속화시킬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도 최근의 마이너스 물가 상황을 언급하며 “사실상 디플레이션을 비롯한 일본식 장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이어 “경기 하강 상황에서 시행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에 추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악화된 경제 여건으로 인해 추가적 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통화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0.25% 포인트씩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따르다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다시 0.25% 포인트 낮춘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우리은행 DLF 원금 100% 손실 확정…4개월 만에 81억 사라져

    우리은행 DLF 원금 100% 손실 확정…4개월 만에 81억 사라져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원금 전액 손실이 처음 확정됐다. 2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26일 만기인 DLF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 손실률이 쿠폰 금리를 포함해 98.1%로 정해졌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시작되고 -0.6%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잃는 구조다. 전날 기준 해당 금리가 -0.619%까지 떨어지면서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다만 만기까지 이 펀드를 유지했을 때 원금 1.4%의 쿠폰금리를 주고 운용보수가 정산돼 0.5%를 추가로 돌려주게 된다. 결국 1억원을 넣은 투자자는 단 190만원만 건질 수 있게 된다. 이 상품은 올해 5월 17~23일 판매됐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미 3월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상품에는 48명이 83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 83억원이 불과 4개월 만에 1억 5770만원 규모로 쪼그라든 셈이다. 하나은행은 이날 DLF 첫 만기가 돌아왔다.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메리츠금리연계AC형리자드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37호(DLS-파생형)’의 손실률은 46.1%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원금의 절반이 손실되는 구조였지만 쿠폰금리로 3.3%, 운용보수 정산 몫으로 0.36%를 만회했다. 금융소비자원과 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날 하나은행 DLF 투자 3건(투자원금 16억원), 우리은행 투자 1건(투자원금 4억원)에 대해 은행이 소비자에게 원금 전부와 상품 가입일로부터 최근까지 이자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소송과 별도로 금융감독원이 준비 중인 분쟁조정위원회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 미중 분쟁 제대로 대응 못하면 성장률 0.5%P 하락”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책을 내놓지 못 할 경우 경제 성장률이 0.5%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전망했다.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피치 온 코리아 2019’ 세미나 미디어 브리핑에서 제러미 죽 피치 아시아태평양 신용등급담당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미국이 가장 최근에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부재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기준 한국의 성장률을 0.5% 포인트 정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줄 애널리스트는 “한국 정부는 이미 내년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재정을 촉진할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무역 긴장 고조로 한국 경제가 느낄 수 있는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피치는 무역분쟁에 따른 부담 등을 반영해 지난 6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제시한 2.5%에서 2.0%까지 내렸다. 그는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 하향에 대해 “과거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침체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였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며 디플레이션 신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봤다. 정부가 내년에 513조 5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선 “한국이 대규모 재정 부양조치를 집행할 수 있는 단기적 재정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공부채 수준이 낮고 재정관리 이력이 양호해 공공부문 리스크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또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한 한은이 금리를 0.25% 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미 연준 기준금리 두 달 만에 0.25%P 추가 인하…트럼프 비판

    미 연준 기준금리 두 달 만에 0.25%P 추가 인하…트럼프 비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p)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내렸다. 약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 것이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25%p 내렸다. 지난 7월 말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약 두 달 만에 다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계 지출이 강한 속도로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와 수출이 약화됐다”면서 지난 12개월 간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음식,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미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을 위한 글로벌 전개 상황에 대한 ‘함의’에 비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면서 “경기 전망을 위한 향후 정보의 함의에 대한 관찰을 지속하고,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긴축기조로 돌아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지난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험에 맞서 보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난 7월 금리인하와 마찬가지로 ‘보험성 인하’ 임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만약 경제가 하강하면 더욱더 폭넓은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그것(경기하강)은 우리가 보고 있다거나 예상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가 마이너스(negative) 금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지난 6월 2.4%에서 1.9% 내려 잡았다. 아울러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2%로 올려잡았다. 2020년에는 기존대로 2.0%를 유지했고, 2021년에는 기존 1.8%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실업률은 기존 3.6%에서 3.7%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인플레이션과 음식,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기존대로 각각 1.5%와 1.8%를 유지했다. 연준이 금리인하 소식을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제롬 파월과 연준은 또다시 실패했다.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전폭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하면서 파월 의장을 수차례 공격해왔다. 최근엔 마이너스 금리까지 촉구한 적도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국내외 경제 침체 신호, 비상대책 점검·보완하라

    나라 안팎으로 경제 침체를 알리는 지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4% 감소로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역성장에 수익성도 악화됐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2%로 1년 전(7.7%)보다 2.5% 포인트 떨어졌다. 1분기(5.3%)와 비교해서도 낮다. 세계의 공장이자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부진한 경제 탓이 크다. 그제 발표된 중국의 8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2년 2월(2.7%)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의 예상(5.2%)을 한참 밑돈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공개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6% 이상의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기는 매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6.2%까지 떨어졌다. 환율전쟁으로 확전된 미중 무역분쟁에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에 대한 무인기(드론) 테러로 국제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중국이 원유 순수입 규모가 경상흑자의 3배가 넘는 국가로 국제유가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이라 작은 부정적 사건에도 그 파장이 매우 커질 수 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일 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0.4%에서 -0.5%로 3년 반 만에 내리고 양적완화(QE)를 11월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은행들은 인민은행 계획에 따라 그제부터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도 이주열 총재 지시로 비상대책을 점검, 보완하고 있다. 정부도 비상대책을 점검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가다듬어야 한다. 석유 수급 실태, 외환안전망 등을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정비해야 한다. 사회안전망도 철저히 점검해 ‘탈북 모자 아사’와 ‘대전 일가족 자살´과 같은 불행을 막길 바란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플레 공포’가 밀려오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플레 공포’가 밀려오는 중국

    중국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의 둔화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P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하락했다. 시장이 예상한 하락 폭(0.9%)보다는 작지만 7월 하락 폭(0.3%)을 크게 웃돈다. 두달 연속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8월 하락폭은 전달보다 더 커졌다는 점에서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장닝(張寧) UBS 이코노미스트는 “PPI 디플레와 비식품물가 완화는 모두 성장률 모멘텀이 둔화하고 내수가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7월에는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8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 국면에 빠졌던 상황에 다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PI가 마이너스로 들어서면 통상 디플레의 전조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는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PPI 부진이 이어질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1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제조업 경기 동향을 예측하는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5로 집계됐다. 기준선인 50을 밑돌 경우 경기위축을 뜻한다. 중국 경제의 월별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을 6.0%로 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9일 발표한 글로벌 경제전망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6.0%에서 5.7%로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일각에서는 중국 통계를 못 믿겠다며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3%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상존한다.중국 중산층들은 벌써부터 ‘경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 사이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와 경기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전했다. 중국 중산층이 좋은 직장과 풍부한 사업 기회, 지속적인 자산가치와 소득 상승, 비교적 용이했던 해외여행 및 해외 자산 이전 등의 환경이 끝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거주하는 대학강사 엠마 장은 “차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전조등을 켤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같은 상황”이라며 “앞길은 어두운 미스터리고 정치,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긴장돼 있다”고 털어놨다. 광둥성 선전의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잭 룽은 “지난해 경기가 안 좋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증거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위안화 가치하락 등으로 중국이 어렵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만큼 일부 부자들을 중심으로 해외로의 자산이동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선전의 한 민영은행 금융 컨설턴트 애니 첸은 “부유한 고객들 모두 중국의 정치, 경제적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며 해외 투자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자산이 없는 부자들은 부를 해외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자산 투자에 신중하던 고객 중 일부가 최근 몇 주 새 생각을 바꿨다”면서 “해외 부동산 거래와 보유에 대한 위험이 장래의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2조 1500억 위안(약 3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상당의 감세 정책 등 연초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대처가 되지 않자 중국은 이달들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9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로 하는 한편 금리 인하까지 추가로 단행할 태세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부채 리스크 관리에 금융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는데 중국이 이런 기조와 반대로 지준율과 금리 인하 카드를 동시에 써 돈줄 풀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며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8월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 폭등했다. 지난 7월 상승률 27%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만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중 95%를 국내에서 조달한다. 과일 값도 전년 동기 대비 24% 뛰었다. 중국 정부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은 10일 돼지고기 사육 농가와 돼지고기 구매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물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는 한 사람이 일정량 이상의 돼지고기를 사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데 이어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에 돼지고기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각 정부 부처들은 관련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생태환경부는 각 지방정부에 환경보호를 위해 수년간 실시해왔던 양돈 농장 폐쇄 정책의 철회를 지시했다. 교통부는 돼지고기 운송 트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고, 은행감독위원회는 돼지 농장에 대한 대출을 무조건 허용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양돈 농장이 확장이나 시설 개선에 나설 경우 최대 5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쑤(江蘇)성은 2022년까지 돼지고기 생산량을 600만t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고 양돈 중심지인 산둥(山東)성은 중국 전역에 돼지를 최대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돼지고기 파동 정부 차원의 대응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중국 전역의 양돈 농장 등을 돌며 돼지고기 증산과 가격 안정을 독촉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후 부총리는 “돼지고기의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며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다면 샤오캉(小康·중진국) 사회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당과 국가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후 부총리가 맡은 이 임무가 무역전쟁을 맡은 류허(劉鶴) 부총리, 홍콩 시위를 맡은 한정(韓正) 부총리보다 더 막중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난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미중 무역전쟁도, 홍콩 시위도 아닌 바로 ‘돼지고기’였다.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무역전쟁 검색 건수보다 무려 69배나 많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각국 중앙은행도 역시 金…이자율 인하에 통화공급 늘리면서 금 비축 증대

    각국 중앙은행도 역시 金…이자율 인하에 통화공급 늘리면서 금 비축 증대

    베테랑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인하함에 따라 금 투자가 희망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 설립자인 그는 “내 견해로는 통화 공급이 믿기지 않을 만큼 증가함에 따라 물리적인 금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금 값은 대체로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그는 1987년부터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츠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신흥국 투자를 개척했다. 은퇴 직후인 2017년 영국 런던에서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모비우스는 지난 6일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의 ‘스트리트 사인스’에서 “모든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내리려고 애쓰면서 시스템에 돈을 들이붓고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가상화폐)도 들어오고 있어 통화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1936년생으로 올해 83세인 그는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시장에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다. 모비우스는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로서 물리적인 금 10% 보유와 나머지는 배당 수익 펀드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것이다.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도 지난 4일 “미국에 마이너스 금리시대 도래가 시간문제”이라며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단단한 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93세인 그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9년간 연준 의장을 지내면서 세계경제 흐름을 좌우했다. 모비우스에 따르면 미 정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은 강한 달러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은 확실히 다른 통화에 대비해 달러화 약세를 시도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시도하면 다른 통화들도 약해지는 바닥 보기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통화가 그 가치를 잃었을 때 사람들이 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은 다른 어떤 통화 형태보다도 가치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고, 전통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안전한 피난처였다. 약한 달러화는 금 가치를 떠받칠 것이고, 세계 곳곳에서 이 노란 금속 거래가 많아지면 달러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그는 “마지막 날, 금은 교환 수단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안정된 통화”라고 말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늘었다. 올 상반기 중앙은행들은 374t의 금을 매입했다고 WGC가 보고했다. 이는 적어도 2000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 순증가다. 모비우스가 “내부를 깊이 들여다보면 중앙은행들은 금을 신뢰하고 있지만 새로운 통화를 창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금을 신뢰한다)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데서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WGC 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중단기 금 수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WGC가 7월 발표한 조사 결과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의 11%가 다음 12개월 동안 금 보유고를 늘릴 의도라고 밝혔다. 이는 이들 중앙은행 12%가 652t의 금을 매입했던 2018년 상황과 유사하다. 이같은 금 수요는 현재의 국제통화 시스템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기록됐다.WGC는 보고서에서 “금 매입 계획은 경제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추동되고 있다. 중기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중국 위안화인 런민비(인민폐)와 금의 비중이 커지는 국제통화 시스템의 변화를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의 약 40%가 “국제통화 시스템의 변화가 예측됨으로써 금을 보유하는 결정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금 현물가는 미중 무역긴장이 고조된 지난 8월 온스당 1554.56달러였던 것이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이 반영된 9일 오전 아시아에서 1509.51달러 전후에 거래됐다. 중국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7월 노란 금속을 10t 쓸어담으면서 지난 12월 이후 8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모비우스는 “중국은 처음부터 금의 최대 생산자였고 물론 그때도 금을 매입해 왔다. 중국의 금고에 금이 얼마나 보관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며 금값이 상당한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업계 관계자는 지난 8월 로이터통신에 베이징이 금 수입 규제를 부분적으로 폐지했다고 밝혔다. 경제정보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8월 현재 중국의 금보유량은 6245만 온스로 954억 5000만 달러로 집게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저성장·저물가속 디플레 징후… ‘잃어버린 20년’ 日 전철 밟나

    저성장·저물가속 디플레 징후… ‘잃어버린 20년’ 日 전철 밟나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지난달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데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도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를 기록했지만 1분기 침체(-0.4%)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연은 우리 경제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타이밍 실기와 추가경정예산 통과 지연 등 정책 실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연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경기 회복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재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 1.9%에서 하반기 2.3%로 다소 상승하겠지만 체감상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물가 기조 역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악재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5%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는 -0.038%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반기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더라도 올해 0%대 초중반에 머물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9년(0.8%)과 유가 폭락 등이 나타난 2015년(0.7%) 두 차례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9곳의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8월 말 기준 0.7%이고,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상승률 0.9%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해서 0%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까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요가 위축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와 투자가 축소되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와 내수 부진을 심화시킨다. 고령화는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조사 보고서에서 고령화는 2022년까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0.3% 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연은 “디플레이션 우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 힘쓰는 동시에 집행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저성장 저물가 대응을 위해 재정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 등 단기책은 이미 시행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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