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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8대총선 면접 키워드 ‘성장·성공’… 올해 무엇이 달라졌나

    “저 스스로 비주류이기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약자를 대변하겠습니다.” 22일로 사흘째 진행되고 있는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들과 면접에 참여했던 예비 후보들의 입을 통해 본 새누리당의 면접 풍경은 2008년 18대 총선과는 사뭇 달라졌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른바 ‘747 공약’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곧이어 치러진 18대 총선의 화두는 단연 ‘성장’과 ‘성공’이었다. 고학력 후보들이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며 출사표를 냈고 경제 성장에 일조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선거의 바람을 일으킨 핵심공약 역시 뉴타운 등 경제 이슈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졌다. 검은 정장에 화려한 넥타이 대신 점퍼 차림의 편한 신발을 신고 면접장을 찾은 많은 후보들이 저마다 ‘나눔’과 ‘희생’을 외쳤다. 한 공천위원은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당이 위기 상황임을 절감하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나눔과 희생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면서 “과거의 경력에서도 사회 공헌이나 봉사 경험을 특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마이너리티, 비주류’라고 소개하는 후보들도 부쩍 늘었다. 높은 ‘스펙’보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공을 일궈낸 감동 스토리를 전하느라 애썼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줄곧 강조해 온 ‘균형 발전, 더불어 잘 사는 나라’의 가치와도 맥이 닿아 있다.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면서 주요 슬로건으로 ‘국민이 하나되는 새로운 세상’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두고도 많은 후보들이 보수의 가치를 기본적으로 내세우되 ‘포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방안들도 다수 제기됐다. 한 후보는 “사회가 한쪽으로만 쏠려서도 안 된다. 보수적 가치에 경도되기보다는 배려와 균형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공천위원들의 눈도 더욱 매서워졌다. 이날 서울에 출마한 예비 후보는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미국 영주권자인 예비 후보에게는 “이중 국적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좋지 않은데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성별 인식하는 광고판 등장

    ‘마이너리티 리포트?’ 성별 인식하는 광고판 등장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타켓팅 광고가 현실로 등장한다. 영국 런던 거리에서 처음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 성별을 구별해 광고하는 전자 광고판이 선보인다. 이 전자 광고판은 이번주에 런던 옥스포드 스트리트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성별에 따라 다른 메시지의 광고를 40초 동안 상영한다. 성별을 구분하는 이 광고는 카메라를 이용해 눈사이의 거리, 코의 넓이, 턱선의 길이, 광대뼈 모양 등을 측정해 성별을 추측한다. 그러나 이 광고에 대한 찬반 양론도 일고 있다. 한 광고전문가는 “이러한 개인 맞춤형 광고는 미래 광고의 새로운 방식”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한 프라이버시 운동가는 “섬뜩한 현실”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런던=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통신원 윤정은 yje0709@naver.com    
  • [저자와 차 한 잔] ‘바다의 편지’ 기획 오인영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바다의 편지’ 기획 오인영 교수

    ‘광장’의 작가 최인훈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평가된다. 소설 ‘광장’은 현행 18종 고교 문학교과서에 가장 많이 수록된 작품이다. 국문학 전공자들이 석·박사 학위 논문에서 가장 많이 다룬 대상도 최인훈이다. 그는 지금도 소설, 수필, 평론 등 장르를 넘나들며 치열한 고뇌에 바탕한 실험적 글쓰기에 소홀함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광장’의 작가쯤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바다의 편지’(삼인 펴냄)는 최인훈의 역사관과 문명사론을 촘촘히 살펴 그를 ‘문학의 범주에 갇히지 않은 독창적인 사상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책이다. ‘바다의 편지’ 출간에 맞춰 책을 기획하고 서문, 해제를 쓴 고려대 오인영(50·사학) 교수를 3일 만났다. “최인훈의 작품 세계는 문학적 장르의 외피를 벗겨 사유의 속살을 보면 ‘지식인 문학’ 범주에 가장 적절한 전범입니다. ‘광장의 작가’라는 창고에 매몰돼 걸출한 사상가의 제 얼굴을 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고려대에서 유럽지성사를 강의하던 중 서양의 거대 사상가를 다루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지적 왜소함을 느꼈다는 오 교수. 3년 전 인류 역사를 압축 개괄한 최인훈의 짧은 글 ‘길에 관한 명상’을 읽고 무릎을 쳤다. 곧바로 최인훈 전집 15권을 모두 읽어낸 뒤 학생들에게 역사, 문명사와 관련된 최인훈의 비평과 에세이를 추려 소개하면서 책을 기획하게 됐단다. “사학자의 입장에서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을 평하기란 주제넘은 작업이지요. 하지만 작가 최인훈은 문학 밖의 영역인 인문·사회·종교에서도 문학을 넘는 긍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예술에 대한 비평과 역사·문명사에 관한 최인훈의 작품들을 분석해 ‘최인훈 뒤집어 보기’를 시도한 책. 여기서 그는 최인훈의 글쓰기 업적을 ‘사상의 문화재’라고 극찬한다. 그러면 오 교수가 천착한 최인훈의 본질은 어떤 것일까. “그가 역사와 문명을 설명한 모델은 철저하게 독자적이고 자생적입니다. 서구사회에 바탕한 외부 지식을 수입한 게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 배경 속에서 사상을 구축했던 것이지요.” 한반도와 한반도가 속한 지구, 한반도와 근대를 다 아우르는 인류·역사의 관점이 도드라진단다. 그 바탕에는 여느 근대 사상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치열한 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생물학적 유전자(DNA)를 갖고 태어나지만 끊임없이 문명적 DNA를 진화시켜 나간다는 차이점을 갖습니다. 동서양의 모든 역사와 문명은 모두 혼합과 잡종의 궤적이라고 볼 때 흔히 서양인이 갖는 서구의 근대문화에 대한 자만심과 동양인의 열등감은 그저 일시적 관점일 뿐이라는 게 최인훈 사상의 키워드라고 볼 수 있지요.” 서구문명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마이너리티로 분류되곤 한다. 최인훈의 사상은 모든 집단과 사회의 문명이 다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때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극복할 논리와 사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책 제목으로 택한 ‘바다의 편지’는 그 논리와 사유를 가장 잘 집약한 글(2003년 발표)이란다. “우리 사회가 가진 고유의 지적, 사상적 자양분을 우리 스스로가 재생산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사회와 여론을 형성하는 담론들이 다 외부에서 들어온 것처럼 치부되기 일쑤인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문화사나 역사 분야에서 우리 스스로가 일궜던 지적 역량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우리 세대의 책임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 교수는 우리 문화의 키 높이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 제2의 최인훈 뒤집어 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인훈의 사상을 역사의 동력 측면에서 집약한 책과 서양의 사상가들과 최인훈을 견주어 비교하는 비평서를 올해 안으로 낼 계획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30)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테마로 본 공직사회] (30)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사무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은 공직사회 ‘마이너리티’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업무가 사실상 폐지된 사무보조원을 감축하는 내용의 ‘사무분야 기능직 개편을 위한 조직·인사사무 처리지침’을 마련했다. 사무기능직은 1963년 타자 등 업무 보조를 담당할 기능직 공무원 행정보조군을 신설하면서 처음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행정전산화로 공무원 대부분이 기본적인 정보화 능력을 갖춰 타자나 전산업무 등을 직접 수행하면서 존재 이유가 축소됐다. 논란과 반대 속에 2009년 1243명이 시험을 통해 일반직으로 전환한 후 올해까지 1만 1766명의 사무기능직 중 35.7%인 4201명(올해 합격자 포함)의 신분이 바뀌게 된다. 올해부터는 전환대상이 지방공무원에게까지 확대됐다. ●“이젠 떳떳하게 공무원 신분 밝혀” 조달청의 Y(여) 주무관은 일반직 전환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05년 12월 자체 전환시험을 통해 일반직 9급으로 임용된 후 5년 만인 올해 7급으로 승진한 데 이어 10월에 본청으로 전입했다. 그에게 사무관 승진은 더 이상 ‘꿈’이 아닌 실현가능한 목표가 됐다. Y 주무관은 전환 후 지방청과 소속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생활에 불편을 겪었지만 능력을 발휘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2009년에는 소속 기관에서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4주간 신규자 교육을 받았지만 실무과정에서 ‘벽’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기능직으로)오래 근무했으니 잘 알 거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힘들다는 표현도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Y 주무관은 전환시험을 준비하거나 임용을 기다리는 공무원들에게 “시험 합격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최소한 업무에 대한 규정이나 법령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면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려면 자신이 우선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말부부인 산림청의 S 주무관은 최근 의욕이 넘친다. 9급으로 임용돼 부여받은 업무가 서서히 성과를 보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석사 출신 기능직으로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됐다. 그러다 2009년 전환시험이 공표되자 첫해 응시, 합격했다. 그는 시험 응시와 관련해 “예전에는 떳떳하게 공무원이라고 밝히질 못했다.”면서 “어디서 근무하냐, 몇 급이냐 등 뒤따라올 질문들이 부담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용된 지 얼마간은 몇 년간 따라다녔던 ‘ㅇㅇ씨’라는 호칭이 ‘ㅇ 주무관’으로 바뀌어 어색하기도 했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도와 준다는 생각으로 무심히 볼 때는 나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름으로 기안을 하려니까 걱정과 부담이 컸다.”면서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직 전환자, 기능직 병행도” 일반직 전환자 중에는 적응하지 못해 동료보다는 ‘주변인’으로 전락, 갈등을 겪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환자 대부분이 여성으로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 기혼자가 많기 때문이다. 조달청의 L(여) 주무관은 얼마 전까지 대전에서 청주로 출퇴근했다. 본청에 8~9급 자리가 없다 보니 지방청으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주로 이사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에 출퇴근이 용이하도록 집을 옮겼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식에도 마음껏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항상 마음이 무겁다. 다행히 최근 대전청으로 발령이 나 한숨을 돌리게 됐다. 8급 전환자인 K 주무관은 “지방조직이 있는 외청은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있다 보니 소속기관으로 발령받더라도 연계가 되지만 서울에 있는 부나 지방에서 근무한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생소한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모든 게 서툴 수밖에 없지만 책임이 있다보니 혼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능직원이 없거나 일용직이 충원되지 않은 부서의 경우 일반직 전환자들이 접대나 복사 등 기능직 업무를 병행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Y 주무관은 “‘주마간산’격의 연수가 아닌 기관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강화된 실무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조기 적응 및 현장 투입이 가능하도록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직사회 변화·하위직 요동 일반직 전환은 공직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외청의 경우 본청에 8~9급 자리가 한시적으로 신설됐고, 기능직이 크게 줄었다. 지방조직이 없는 특허청과 시험 합격 후 3년간 본청에서 업무를 수습하는 과정을 도입한 산림청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관들은 소속기관으로 발령내고 있다. 관세청은 본청에서 근무하던 사무기능직원 상당수를 인천공항세관 X레이 판독요원으로 배치했다. 기능직 업무인데 전환시험을 통해 결원이 생기면서 불가피한 이동이었다. 이로 인해 지방 근무 부담 때문에 전환시험 응시를 고민했던 기능직들에게 시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본청에서 가까운 일부 지방청은 밀려드는 여성 전환자들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K 주무관은 “전환시험만큼은 남자의 몸값이 금값”이라며 “현장을 다녀야 하는 지방조직에서는 업무 수행뿐 아니라 기관 평가도 생각하다보니 여성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가장 큰 관심은 전환시험의 존속 여부다. 올해까지 일반직 전환자가 전체의 35.7%에 불과하나 일부 부처에서는 “시험을 생각한 직원은 대부분 전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전히 미전환자가 많지만 내년부터 응시자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응시하지 않는 이들은 시험에 합격하면 지방 근무가 불가피하고 성적순 합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3번에 불과하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다. 공채합격자와의 치열한 경쟁도 자신감을 떨어트린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면접을 포기하는 응시자까지 생겨나고 있다. 20년 이상 근무한, 기혼 여성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당신의 지난밤 꿈을 알고 있다” 꿈 영상기록 현실로

    “당신의 지난밤 꿈을 알고 있다” 꿈 영상기록 현실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꿈을 기록하는 장치’의 현실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독일 정신학자 맥스 플랭크는 최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를 보고 이를 기록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플랭크 박사는 사람이 ‘루시드 드림’(Lucid Dream)상태에 있을 때 뇌 스캐너를 이용해 꿈을 볼 수 있으며, 이때 프로그램이 꿈꾸는 사람에게 특정한 영향을 끼쳐 꿈을 컨트롤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루시드 드림이란 ‘자각몽’으로도 불리며, 꿈꾸고 있음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을 말한다. 자각몽은 스스로 꿈을 조정할 수 있으며, 현실인지 꿈인지 착각할 만큼 생생하다는 특징이 있다. 플랭크 박사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사진 한 장을 주고 자각몽 상태에 이르게 한 뒤 뇌가 활동하면서 그리는 뇌파를 자기공명영상과 적외선 분광법 등을 이용해 촬영했다. 기록된 뇌파를 토대로 그 평균치를 영상으로 재현하면 피실험자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꿈을 꾸고 있는지 알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사람이 꿈을 꾸는 ‘렘 수면상태’(REM Sleep)에 이르러야만 자각몽 상태에 진입하기 때문에 실험이 용이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뇌에 자리잡은 이미지를 이용해 사람의 꿈을 읽을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현실적 대안 뭐가 있나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때문에 경찰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사후약방문식 수사가 아니라 유비무환식 범죄예방이다. 마치 2002년에 개봉된 미국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말이다. 영화는 범죄 발생을 미리 예측하고 조치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도 선진 사회로 접어들수록 발생한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전통적인 경찰의 역할보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 범죄 발생 요소를 통제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실현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시민, 기업 등의 적극적인 상호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승철 청양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상황적 범죄 예방의 핵심은 범죄의 기회를 감소시키고 범죄자가 범죄를 덜 매력적인 것으로 인식하도록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행중인 거리조명 개선, 취약지역 방범용 CCTV 설치, 자율방범활동 등의 대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가로등 조명개선과 CCTV 설치가 범죄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고 보행자의 도로 사용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경찰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가로등 설치, CCTV 확충 등 지역의 특성에 맞는 치안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경래 박사는 “지역경찰활동은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 현재 주요 선진국 경찰 행정의 중심 모델이 돼 가고 있다.”고 짚었다. 또 “국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범죄에 대한 공포”라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경찰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영화프리뷰] ‘리얼스틸’

    [영화프리뷰] ‘리얼스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랬고, ‘AI’와 ‘트랜스포머’가 그랬다. 그가 새롭게 제작한 ‘리얼 스틸’도 그러한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다. 로봇 복싱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보다 한단계 진화한 양상을 보여준다. 전작 ‘트랜스포머’가 변신 로봇의 화려한 외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리얼스틸’은 로봇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과 로봇의 교감까지 표현했다. 영화는 인간들이 직접 치고받는 경기가 사라지고 로봇 복싱인 ‘리얼스틸’ 경기가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은 2020년을 배경으로 한다. 챔피언 타이틀 도전에 실패한 복서 찰리 켄튼(휴 잭맨)은 삼류 로봇 복싱 프로모터 겸 로봇 조종사로 살아간다. 상금이 걸린 시합이라면 무조건 출전하지만, 낮은 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켄튼은 점점 쌓여가는 빚과 팍팍한 삶에 찌들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부인의 부음 소식과 함께 존재도 모르던 아들 맥스(다코다 고요)가 찾아온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어색함을 느끼는 켄튼과 자존심 강하고 당돌한 맥스. 이들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부자의 정은 점점 쌓여간다. 그러던 중 맥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극적으로 고철 로봇에 옷이 걸려 생환한다. 그는 이 고철 로봇 ‘아톰’을 집에 데려오고 로봇 파이터로 만들자고 제안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트랜스포머’의 흥행 성공에서 입증됐듯이 로봇에 대한 남성 관객들의 무조건적인 동경과 애정은 영화의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함께 춤을 추는 로봇, 머리가 둘 달린 로봇, 핵주먹을 가진 로봇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데다 로봇들의 복싱 장면은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쾌감이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숀 레비 감독은 배우의 몸에 센서를 부착시켜 인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모션캡처 방식과 실제 크기로 제작한 로봇을 함께 사용해 사실적인 로봇 연기를 이끌어 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적인 차가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부각시킨 데 있다. 고철이었던 아톰이 최고의 로봇 파이터가 되는 과정을 통해 켄튼이 복서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아들과의 따뜻한 정을 회복하는 과정이 때론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제작진은 가까운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로봇을 제외한 배경은 복고를 선택했다. 영화적인 공간은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는 소박한 느낌의 도시로 표현했고, 켄튼의 의상도 복고 컨셉트로 제작됐다. 휴 잭맨의 철없는 아버지 연기도 자연스럽지만, 아들 역의 다코다 고요의 똑부러지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다만 예상 가능한 뻔한 전개는 약점이다. 로봇에 별 흥미가 없는 관객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범죄 예측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로?

    범죄 예측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로?

    2002년에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에 일어날 살인사건 등 범죄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 등장한다. 영화에서만 존재하던 이러한 시스템이 현실에서도 일정 부분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경찰청은 최근 범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타클라라대학교의 수학자 조지 모셜이 설계한 이 소프트웨어는 영화처럼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지목할 수는 없지만, 범죄 분야와 범죄가 일어날 장소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지진이 여진을 유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도 등의 범죄 역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셜 박사는 지진 예측방정식 등을 이용해 절도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 및 패턴 등을 공식화 했다. 그 결과 모셜 박사와 경찰서 측은 첫 번째 범죄현장의 600피트(약 0.2㎞) 범위 내에서 또 다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 패턴을 찾아냈다. 로스앤젤레스의 범죄기록테스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구역을 25% 가량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산타크루즈 지역이 이 소프트웨어 시범지로 선택된 이유는 이 지역에 학생과 관광객 등 유동인구 비율이 높아 경찰이 범죄 단속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18분의 소통 TED2011] 빌 게이츠, 손님들 향해 모기떼 풀어놓고서…

    [18분의 소통 TED2011] 빌 게이츠, 손님들 향해 모기떼 풀어놓고서…

    2009년 3월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TED 글로벌 콘퍼런스. 연사로 나선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말라리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정보기술(IT)이나 정보화 시대에 대한 그의 박학한 지식과 미래전망을 듣고 싶어하던 관객들은 다소 의아해했다. 게이츠는 말라리아가 가난한 아프리카 국민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인지 설명하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자고 호소했다. #1 빌 게이츠 ‘모기쇼’의 충격효과 강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때, 갑자기 게이츠가 동그란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뚜껑을 열자 병 안에서 모기들이 튀어 나왔다. 조금 전까지 말라리아 모기의 위험에 대해 말하던 게이츠의 돌발 행동에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유력 언론들은 “가장 효과적인 쇼이자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2 바람 길들인 아프리카 풍차소년 2001년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소년이 망가진 자전거와 폐차에서 구한 철판 네 장으로 풍력 발전기를 만들었다. 조악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 발전기는 전구 네 개와 라디오 두 대를 작동시킬 수 있는 완벽한 발명품이었다. 얘기를 전해들은 TED 주관사 새플링 재단은 이 소년을 2007년 TED 콘퍼런스 연사로 초청했다. 진심어린 소년의 목소리는 TED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의 숨을 죽이게 하고, 강연 동영상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윌리엄 캄쾀바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년의 이야기는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소원’ 말하며 세상 바꾸려는 이들 TED 행사장에 서는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최소 1억명 이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게 된다. 행사장에 선보인 모든 내용이 TED 토크스(talks)로 불리는 동영상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빌 게이츠, 빌 클린턴, 제임스 캐머런, 인드라 누이, 빌 포드, 제이미 올리버, 제인 구달, 앨 고어, 보노, 프랭크 게리, 필리프 스타르크, 폴 사이먼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연사들이 18분간 자신의 지식을 아낌없이 나눴다. TED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가들이 자기 전문분야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이미의 키친’으로 유명한 세계적 요리 전문가 제이미 올리버는 ‘요리법’이 아닌 ‘음식을 가르치는 법’을 통해 비만 퇴치를 역설해 지난해 최고의 TED 강연자로 선정됐다. 저명한 교육가 켄 로빈슨은 ‘학교가 (오히려)창의력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연사들은 ‘TED 위시(wish)’로 불리는 ‘자신의 소원’을 강연 중에 말함으로써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고, 변화를 꿈꾼다. 혁신적인 기술들도 수없이 등장했다. 지난해 컴퓨터 전문가 존 언더코플러는 특수한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양손에 끼고 나와 스크린에 3차원으로 배열된 사진 수천장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모습을 TED 콘퍼런스 단상에서 보여줬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 등장했던 톰 크루즈의 모습 그대로였다. 언더코플러는 ‘지-스피크’라고 명명된 이 기술에 대해 “5년 후 일반인이 구입하는 컴퓨터에 장착될 것”이라고 단언했고 이 강연을 담은 동영상은 TED 사상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초 미국 롱비치 TED에서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 아만다가 연단에 올랐다. 스키를 타다 영원히 걸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그녀에게 로봇공학자 이더 벤더는 ‘로보틱 강화골격’이라는 신기술을 선물했다. 로보틱 강화골격을 입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사람들 앞으로 걸어나오는 아만다의 모습은 당시 강연장에 있던 사람은 물론 동영상을 본 전세계인들에게 TED가 꿈을 실현시키는 강력힌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앞서 캄쾀바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명인과 첨단과학을 아는 사람만이 TED를 통해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12살 어린이 아도라 스비탁은 “세상이 아이 같은 생각을 요구한다. 어린이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는다. 세상을 망치는 것은 어른들”이라고 주장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프리카 회색앵무새 ‘아인슈타인’은 조련사 스테파니 화이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놀라운 동물의 능력을 몸소 보여줬다. ●메인 무대에 오르는 한국인들 한국인들도 TED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06년 TED 글로벌 콘퍼런스에는 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인 재미교포 2세 제프 한이 등장했다. 그는 화면 위에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올리고 확대와 축소를 반복했고, 두 명의 진행자가 동시에 손을 얹고 화면을 조작했다. 누르고 당기는 것이 전부였던 ‘터치’ 기술의 획기적인 변신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현재 우리는 이 기술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도 올 3월 TED 무대에 섰다. 그는 운전대를 잡은 손바닥과 조끼로 진동을, 발바닥으로 압력을, 손으로 공기신호를 받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다름아닌 시각장애인이 운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는 무대에서 시각장애인이 실제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완벽하게 시연했다. 이 아이디어는 좀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대형 자동차 업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같은 무대에서 한국인 최초의 TED 펠로(TED가 선정한 신지식인)인 민세희씨가 전력소비량에 따라 집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든버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4·27 재보선의 승부처 부동층… 그들의 촉각은 어디로

    4·27 재보선의 승부처 부동층… 그들의 촉각은 어디로

    “부동층이 달라졌다.”재·보선은 ‘잡히지 않는’ 부동층보다 ‘열혈 지지자’들의 고정층 싸움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통설이었다. 낮은 투표율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4·27 재·보선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2012년 대선 전초전, 거물급 격돌 등 판이 커지면서 부동층의 쏠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부동층의 변화는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에서 뚜렷한 징후를 보인다. 현재 여야의 자체 판단과 언론사의 여론조사로 파악된 부동층 규모는 10~20%대다. 부동층의 규모는 기존 선거와 비슷하다. 하지만 부동층의 성격은 과거와 결을 달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정치적·이념적 정체성보다 경제적 정체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부동층의 행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인권과 남북 문제, 평화 등 정치적 이슈에 좌우됐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업체 폴앤폴의 조용휴 대표는 “현 정권 들어 부동층은 양극화나 빈부 격차 문제 등 경제 이슈에 예민한 편”이라고 말했다. 분당을 선거에서 무상급식이나 부유세 문제 등 정치 쟁점이 묻히고 아파트 리모델링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급부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층 내부의 유형 변화가 감지된다. 부동층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한 계층을 말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전자를 ‘순수형’(미결정형), 후자를 ‘은폐형’(대답기피형)으로 분류했다. ‘완전 기권형’ 부동층도 있다. 김 교수는 “통상 순수형과 은폐형, 기권형 비율이 3대4대3 정도인데 이번 재·보선에선 은폐형 비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은폐형은 ‘숨은 표’로도 불린다. 특정 세력의 텃밭에서 치러지는 선거일 경우 ‘마이너리티’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짙다. ‘야당 표’로 인식된다. 미네르바 효과(소수 세력 후보 선택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현상) 때문이다. 그냥 부동층이 아니라 ‘지지 성향이 뚜렷한’ 부동층이 늘어나는 현상도 눈여겨 볼 만하다. 분당을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와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대접전을 펼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4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한다. 이 정도면 부동층이 판을 정리해 주고 있다는 판단이 나올 법하다.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텃밭에서 40%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이미 지지층의 고정표에 부동층이 합세했다는 방증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수도권 부동층은 ‘안정’보다 ‘견제’를 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당이 아닌 후보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부동층이 일찌감치 지지층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손 후보의 인물론 선점은 역작용도 예상된다. 부동층이 특정 후보에게 쓸려가는 분위기가 되면 한나라당 지지층이 ‘숨은 표’로 쏟아질 수 있다. ‘전략적 은폐형’ 부동층 역할을 한다. 부동층이 부동층으로 남든 고정층에 편입되든, 아니면 전략적 역할을 하든, 결국 투표율이 승패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구혜영·허백윤기자 koohy@seoul.co.kr
  • 한족 틈에 낀 ‘마이너’들의 삶

    한족 틈에 낀 ‘마이너’들의 삶

    중국 윈난(雲南)성의 까마득한 오지 지눠산(基諾山)에 지눠족이 산다. 중국 정부가 1979년 자국 내 민족 가운데 마지막 56번째로 등록한 소수민족이다. 인구 2만여명에 불과한 ‘초미니’ 민족이다. 지눠족은 해마다 ‘터무커절’(特慕克節) 행사를 연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이자 제사다. 단 하루 열리는 축제는 밤이 깊어갈수록 춤추며 놀던 낮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읊조리는 가운데 화톳불 주변에 모인 주민들은 미망에 사로잡힌 듯 우울해 하다가 급기야 구슬피 울기 시작한다. 그들은 무슨 까닭으로 해마다 눈물의 축제를 여는 걸까. 장샤오쑹(張曉松) 구이저우사범대학 교수 등 4명이 공동 집필한 ‘중국 소수민족의 눈물’(김선자 옮김, 안티쿠스 펴냄)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漢族)의 틈바구니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가슴 저린 삶을 따라간다. 원제는 ‘풀뿌리들의 빼어난 노래’란 뜻의 ‘초근절창’(草根絶唱). 제목에서 보듯 소수민족들의 기쁨과 슬픔, 특히 최근 개방과 개발의 혼돈 속에서 정체성마저 위협받는 그들의 위기감이 낱낱이 묘사돼 있다. 지눠족은 예로부터 같은 씨족끼리의 결혼을 엄격히 금지했다. 연애조차 할 수 없다. 이를 어기고 같은 씨족의 남녀가 동거하면 개,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워낙 외진 탓에 씨족 밖의 외부세계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금기를 깨고 목숨 건 사랑에 도전하는 남녀들도 생겨났다. 이들을 ‘바스’(巴什)라 부른다. 바스들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노래, 또는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뜻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바스들은 내세에서 다시 만나자는 의미로 직접 만든 허리띠 등 정표를 나눈 뒤, 이를 평생 간직하다 죽을 때 자신의 무덤에 함께 묻는다. 이는 ‘관습법의 보호’를 받는 데, 현실의 아내와 남편조차 간섭할 수 없다. 지눠족 사회는 바스들이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일년에 한 번 기회를 준다. 그날이 바로 터무커절이다. 옛 연인과 마음껏 춤추고 놀다 끝내 우울한 노래를 읊조리며 축제를 마감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책은 또 모계(母系)사회의 전통이 남아 있는 쓰촨(四川)성 루구호(瀘沽湖)의 모쒀인(摩梭人)과 먀오족의 큰 제사인 고장절(鼓藏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서남지역 소수민족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무엇보다 사진을 풍성하게 곁들인 것이 장점. 루셴이 구이저우(貴州)성 사진작가 협회 부회장 등 6명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이 찍은 120컷의 생생한 사진들이 실려 있다. 과장 좀 보태면 윈난성이나 구이저우성의 현실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1만 9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할리우드가 열광했다…이 남자가 창조한 미래에

    할리우드가 열광했다…이 남자가 창조한 미래에

    그가 숨을 멈춘 것은 1982년 3월 2일. 29년이 흘렀는데도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영화 자막에 오르내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1990),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 우위썬 감독의 ‘페이첵’(2003)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할리우드 감독들이 사랑하는 공상과학(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얘기다. ●죽을 무렵에야 인정받은 불운한 작가 SF 문학의 ‘빅3’는 아이작 아시모프(아이로봇), 아서 클라크(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로버트 하인라인(스타십 트루퍼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만 놓고 보면 딕에 못 미친다. 딕은 1928년 미국 시카고에서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예정보다 6주 먼저 태어났지만, 쌍둥이 누이는 5주 만에 죽었다. 그의 작품 속에 곧잘 등장하는 ‘상상의 쌍둥이’(Fhantom Twins)의 모티브가 됐다. 청소년기에 아시모프 등 SF 작가에 심취했던 딕은 UC버클리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곧 그만뒀다. 결혼을 다섯번 했고, 광장공포증·피해망상·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등 순탄치 못한 생을 살았다. 30여년 동안 48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에세이를 발표했다. 생활고 탓에 펜을 놓지 못했던 것. 1963년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로 최고의 SF 소설에 주어지는 휴고상을 받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심장마비로 죽은 이듬해인 1983년, 가능성 있는 신인 SF 작가에게 수여하는 ‘필립 K 딕 상’이 제정되는 등 재조명을 받았다. ●섬뜩한 예지력과 기발한 상상력, 존재론적 의문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미래를 그린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보고 있는 현실은 진실인가’ 같은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안타깝게도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한 ‘블레이드 러너’(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은 속속 스크린에 옮겨졌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했다. ‘블레이드’는 2019년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이다. 인간보다 탁월한 육체적 능력은 물론, 대등한 지능과 감정까지 느끼는 복제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통해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분전환기계’를 이용해 기분을 조절하는 인간과 감정을 느끼는 복제인간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DC를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자를 단죄하는 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을 소재로 한다. 돌연변이로 예지 능력을 갖게 된 세 명의 예지자를 이용해 용의자를 미리 체포한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딕은 여기에서도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범죄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용의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게 옳은 것일까. 기발한 문제의식과 인간복제 등 미래사회에 대한 섬뜩한 예지력,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들을 엮어내는 능력이야말로 감독들이 딕의 작품에 홀리는 이유일 터. ●맷 데이먼 주연… SF의 껍질을 쓴 로맨스 ‘컨트롤러’ 개봉 3일 개봉한 조지 놀피 감독의 ‘컨트롤러’(원제:The Adjustment Bureau)도 딕의 단편 ‘조정팀’(The Adjustment Team)이 원작이다. ‘오션스 트웰브’ ‘본 얼티메이텀’의 시나리오를 맡았던 놀피는 ‘본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맷 데이먼과 일찌감치 손을 잡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에밀리 블런트가 9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컨트롤러’는 인간의 기억과 일상, 심지어 미래까지도 전능한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우연 따윈 없다. 운명적인 사랑까지도 초현실적인 집단 ‘조정국’의 설계도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데 지친 한 요원의 실수로 하원의원 데이비드 노리스(데이먼)는 조정국의 존재를 알게 된다. 나아가 조정국이 허락하지 않는 엘리스(블런트)와 사랑에 빠진다. SF 액션영화의 ‘반죽’에 로맨스 ‘토핑’을 듬뿍 얹었다. 딕의 소설로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말랑말랑하고 뒷맛이 깔끔할 듯싶다. 물론 딕의 마니아라면 외려 만족도는 떨어질 수도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벌거벗은 당당함 덩달아… 훌렁 벗고 싶다

    벌거벗은 당당함 덩달아… 훌렁 벗고 싶다

    ‘참된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을 분리한 사람은 널리 알려졌듯 철학자 칸트다. 진/위, 선/악, 미/추의 판단영역은 서로 다른 범주라는 것. 참되고 착해야만 아름답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인식론, 윤리학과는 별개의 영역인 미학이 탄생한다. 질문도 하나 던진다. 아름답기 위해 반드시 참되고 착하게 꾸며야 하는가. 위대하다는 철학자의 말씀이니 일단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긴 한데, 보기에 불편한 작품 앞에 직접 서게 되면 “아름답다.”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11일 개막해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안창홍(58) 개인전 ‘불편한 진실’에 도전해 볼 만하다. 옛 사진관의 인물사진을 찢거나 구멍 내는 방식의 기괴한 인물 작품들을 선보여 왔던 작가는 이번엔 노골적인 누드화를 들이밀었다. 한껏 발기된 남자 성기에다 여자 성기의 벌건 속살까지 그렸다. 크기도 한껏 키워 그림 속 인물은 실제 인체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델도 모두 주변의 일반인. 설득 끝에 모조리 벗겼다. 누드 인물의 주된 배경은 휴지통이 엎어져 있거나 심지어는 죽은 쥐가 나뒹구는 작업실이다. 인간 존재의 혼란스러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벌거벗은 몸뚱이에는 파리를 붙이기도 하고 아예 해골 인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는 ‘메멘토 모리’, 즉 유한성을 잊지 말라는 경고다. 이렇듯 살벌한 풍경 속에 벌거벗긴 채 서 있음에도 인물들은 하나같이 당당하다. 눈빛도 뜨겁게 살아 있다. 혼란과 죽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자의식의 발로다. 고졸 학력으로 기성 화단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작가 자신의 자존심이 투영됐다. 때문에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훌렁 옷을 벗어 던져야만 할 것 같다. 그림이 주는 불편함의 진짜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기존 누드화의 모델 포즈는 관람자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구성됐다면, 내 누드화는 모델 스스로가 관람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구성됐다. 그래서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전시장에서 만난 안 작가의 얘기다. 그와 좀 더 얘기를 나눠 봤다. →일반인을 벗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게 내 능력이다. 잘 꼬드기는(웃음). 누드화는 모델과의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다 결국 친구가 된다. 부부 누드화의 남자 모델은 문신업자인데 처음엔 저항하더니 나중엔 재미 붙여 부인하고 같이 모델이 돼 줬다. 지금은 아이들까지 데려와서 가족 누드화를 그리고 있다. 스케치는 해 둔 상태고 다음 전시 때 보여주겠다. 할아버지 모델은 설득에만 10년이 걸렸다. 도시의 정신노동자가 갖고 있지 않은, 농촌의 오래된 육체노동자의 몸이 가진 숭고함을 그려내고 싶어서 오랜 기간 매달렸다. 그렇게 힘들게 모델이 되어 주셨는데 정작 할아버지는 완성된 그림에 별 관심이 없더라. 하하. →모델료는 두둑히 주나. -그냥 마음으로…. 흐흐. 거듭 말하지만 누드화는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대가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친구가 돼서 함께 하는 거다. →어렵게 일반인들을 섭외하는 이유는. -몸 자체가 정직하지 않나. 모델들은 신경 안 쓴다고 해도 관습적인 포즈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냥 길거리를 다니다가 저 몸을 한번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어 미치겠다 싶으면 쫓아다니면서 설득한다. 그러다 보면 애초에 기대했던 매력이 안 나오는 몸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몸도 있고 그렇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국내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마이너리티로 어렵지 않은가. -그게 전반적인 문화 수준이라고 본다. 예쁘고 고운 것만 찾다 보니 전반적으로 작품이 하향평준화되는 느낌이다. 예술이라기보다 그냥 공예품 같은 느낌…. 작품의 상업성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의 철학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 꼭 당대가 아니더라도 결국 평가받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예술가는 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혜택을 받았으니 생활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사회에 재산을 남긴다는 각오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 보니 부인 누드화가 없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설득해도 안 된다. 하하.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혼녀·철부지엄마와 그 아들, 불안·고독한 마이너리티 삶은…

    이혼녀·철부지엄마와 그 아들, 불안·고독한 마이너리티 삶은…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문학동네 펴냄)는 작가 은희경(51)이 안에서 오랫동안 품어 왔던 두 페르소나가 세상에 나와 성장해 가는 기록이다. 철부지 엄마 ‘신민아’와 그의 아들, 열일곱 소년 ‘강연우’다.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자신을 애써 지켜내고 싶은 철부지 싱글맘은 쿨하고 센 척하지만 한없이 약하다. 그에 반해 열일곱 소년은 꽤 의젓하거나 혹은 삶에 심드렁해 보인다. 둘은 쉼 없이 세상과 사랑하고, 연인과 사랑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둘은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지나칠 만큼 섬세한 감성은 사회 주류에 끼어드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내용의 관계 앞에서 남들보다 더 아파하고,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내적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 소설은 지독하리만치 철저히 ‘마이너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이혼녀인 엄마의 직업이 ‘옷칼럼니스트’인 것도, 소년이 자석에 이끌리듯 힙합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엄마의 애인이 현학적인 문화평론가인 것도, 소년의 친구 독고태수가 외국 유학 귀국 부적응자인 것도 모두 사회의 주류에 편입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마이너리티의 모습을 드러낸다. 인물들은 불안하고 고독하며 따스한 손길을 갈망한다. 소년들이 늘 그러하듯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극복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힘은 이미 스스로 지니고 있다. 도망가지 않기, 솔직하게 들여다보기를 통해 은희경은 이를 하나씩 증명한다. 5년 전 시작한 뒤부터 썼다가 지우고, 지었다가 부수기를 연신 반복하며 내놓은 작품인 만큼 인물들은 잘 영글어 있다. 성장하는 이가 겪어야 하는 모든 복잡하고 세밀한, 그래서 쉬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선의 변모 지점을 에둘러 가지 않고 덤덤하게 마주한다. ‘소년’에는 성장소설이 필연적으로 빠지고 마는 어설픈 훈계가 없다. 게다가 애써 건강한 척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냉소적인 쿨함도 없다. 그저 소년이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존재에 대해, 관계에 대해 하나씩 사유하고 새롭게 발견해 간다. 긴장감 넘치는 극적인 사건의 연속을 원한다면 맥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은희경 특유의 톡톡 튀는 문체-기존 작품들보다 더욱 두드러진다-와 인물 개개인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잘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극적인 사건까지 쉽게 이르게 된다. 실제로 안쪽 가지런한 치열까지 모두 드러날 만큼 활짝 웃거나 콧잔등에까지 잔뜩 주름을 잡아 웃는 은희경의 모습에서 소년-소녀가 아니다- 자체를 읽어 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희경의 힙합 예찬, 달리기 예찬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에게 힙합은 ‘내가 그냥 나일 수 있는 세계’ 혹은 ‘선율을 배제해 버린 채 음악의 완성을 추구하는 배짱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힙합의 혁명성’이다. 표면적으로는 폭력과 욕설을 매개 삼아 내뱉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무정형의 소통 도구이기 때문이다. 달리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고 하는 전 우주를 오롯이 혼자 짊어진 채 달리는 것’, ‘스스로 강해지는 기분’ 등 고독한 운동 달리기가 주는 만족감을 한껏 드러낸다. 홍익대 주변 힙합 공연장을 직접 찾아다니는가 하면 하프마라톤을 여러 차례 완주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딸(김새남)과 아들(김이롭)에게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은희경은 책 머리에 ‘감동적인 첫 만남 이후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딸, 아들에게 이 소설을 헌사했다. 딸과 아들이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페르소나이니 결국 자신에게 바치는 소설이기도 한 셈이다. 왜 그리도 긴 시간 동안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우리는 모두 초능력을 갖고 있다” 美학자 주장

    “우리는 모두 초능력을 갖고 있다” 美학자 주장

    혹시 나에게도… 최근 개봉한 영화 ‘초능력자’는 평범한 사람은 가지지 못한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남자를 다룬 SF스릴러 장르다. 이 영화는 아무도 가지지 못한 초능력을 가진 유일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사실상 초능력(특히 예지력)은 누구나 가진 ‘평범한’ 힘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파트타임 마술사에서 심리학자로 길을 전환한 미국 코넬 대학교의 데럴 범 박사는 1000여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각기 다른 9가지 실험을 해 본 결과, 이들 모두에게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초능력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범 박사는 피실험자에게 단어 리스트를 주고 이를 기억하게 한 뒤, 나중에 이를 말하게 했다. 그런 뒤 연구팀은 이 단어들 중 몇 개의 중요한 단어를 골라 따로 인쇄를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참가자들에게 프린트한 중요한 단어를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화면에 두 개의 커튼 사진을 보여주고, 둘 중에 야한 사진이 든 커튼을 고르게 했더니 상당한 숫자가 이를 맞추는 ‘능력’을 보였다. 벰 박사는 “전화벨이 울리기 전 직감으로 전화를 건 사람을 맞춰본 경험들은 다들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예지력이 있다는 작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학계는 예지력을 포함한 초능력에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도 곁들였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인 조어침 크루거는 “절대적으로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면서 “예지력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상속의 능력”이라고 못박았다. 과학계에 논란의 여지를 가져온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사이트인 ‘뉴사이언티스트’ 등에 소개됐다. 사진=예지력을 가진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철천지원수라도 좋은 상상력은 빌려라”

    “철천지원수라도 좋은 상상력은 빌려라”

    국내에서 아직 개봉은 안 됐지만 세계적으로 ‘토이스토리3’의 열기가 뜨겁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28일 현재 7억 3040만달러(약 8628억원)를 벌어들이며 미국 할리우드 역대 흥행수익 37위에 올랐다. 픽사 역사상 최고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쌍두마차인 픽사와 드림웍스의 관계도 조금씩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는 것. 픽사와 드림웍스의 관계를 통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판도를 읽어본다. ●디즈니 손잡은 픽사와 反디즈니 드림웍스 전쟁 픽사와 드림웍스는 모두 미국 애니메이션 원조격인 월트 디즈니와 연을 두고 있다. 픽사는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다. 1979년 컴퓨터 그래픽 회사로 출발, 1986년 애플에서 쫓겨난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사들이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경영난이 일자 월트 디즈니와 손잡고 토이스토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고 2006년에는 디즈니에 정식 합병됐다. 반면, 드림웍스는 디즈니에서 쫓겨난 애니메이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창업했다. 당연히 디즈니와는 철천지원수. 어찌됐든 디즈니의 두 ‘파생상품’은 세계 애니메이션을 이끄는 양대산맥이 됐다. 그리고 1998년 이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픽사는 ‘벅스라이프’를, 드림웍스는 대항마 ‘개미’를 내놨다. 당시 개미는 벅스라이프에 비해 독창적인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리긴 쉽지 않았다. 3배 이상의 수익을 남기며 벅스라이프 완승. 하지만 드림웍스는 2001년 반(反) 디즈니로 무장한 ‘슈렉’을 통해 현실 비틀기와 패러디로 화제를 모으며 반격에 성공한다. 비록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가 흥행 면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긴 했지만 슈렉의 파급력은 2004년 슈렉2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슈렉2의 대항마였던 픽사의 ‘인크레더블’은 완패. 2006년부터 3년간은 엎치락뒤치락 시절이다. 픽사의 ‘라따뚜이’, ‘카’, ‘월-E’는 각각 드림웍스의 ‘헷지’, ‘슈렉3’, ‘쿵푸 팬더’와 맞붙는다. 흥행은 드림웍스가 다소 앞섰지만 평단은 픽사의 손을 들어줬다. 튼실하고 기발한 스토리, 독특한 캐릭터와 색다른 유머 코드에 많은 점수를 줬다. 여세를 몰아 픽사는 지난해 ‘업’을 통해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2’에 흥행 및 평단 점수에서 모두 우세승을 거둔다. 요약하면 이렇다. 드림웍스가 슈렉을 앞세워 반 디즈니 정서로 무장, 풍자와 패러디로 돌풍을 불러일으켰지만 ‘약발’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반면 탄탄한 스토리와 기발한 유머로 무장한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평단과 관객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드림웍스와의 격차를 넓혀가고 있다. 토이스토리3의 성공은 이런 흐름을 방증하며 ‘굳히기’를 하고 있는 셈. ●차별성 퇴색… 경계가 허물어진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가 내놓는 스토리 라인의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다. 토이스토리3만 봐도 그렇다. 영화는 견고한 공동체와, 이 공동체에 진입한 이방인들의 권력 관계를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이미 대학생이 돼 장난감을 멀리하는 앤디. 불안에 떨던 장난감들은 우여곡절 끝에 탁아소에 기증되는 신세가 된다. 처음엔 놀아줄 친구가 많아 천국인 줄 알았던 어린이집. 하지만 알고 보니 신참들은 난폭하고 험한 말썽꾸러기 어린이들에게 배치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영화는 이처럼 공동체 속 ‘신참’의 위상에 대해 고민한다. 군대에 가면 왜 이등병이 ‘갈굼’을 당해야 하는지,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왜 그리 일을 떠넘기는지,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일 수도 있겠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을 가차없이 폭로하는 것이다. 픽사가 새롭게 시도하는 일종의 사회학적 발칙함이다. 소수(마이너리티)를 향한 이 같은 감수성은 전통적인 픽사의 화법이라기보단 드림웍스의 상상력을 일부 차용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토이스토리3 이전부터 낌새는 감지됐다. ‘업’(2009)은 78세 고집불통 노인과 한 아이의 세대를 뛰어넘는 일탈 여행을 통해 세상을 뒤집고 싶다는 욕망을, ‘월-E’(2008)는 황폐화된 지구에 홀로 남겨진 청소 로봇의 사랑 찾기를 통해 불편한 인류의 미래를 역설한다. 드림웍스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해학, 더 나아가 현실 비판을 야무지게 녹아낸 것.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최근 개봉한 슈렉 포에버만 보더라도 ‘영원히 행복했다’는 가족주의가 진하게 묻어난다. 드림웍스 특유의 해학과 풍자는 메말라버리고, 대신 전통적인 디즈니식 화법을 따랐다.”며 “이젠 드림웍스나 픽사나 예전만큼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기술적인 이유도 있다. 3차원(3D) 영화가 대세가 되다 보니 두 회사 모두 콘텐츠보다 3D 사실성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강 평론가는 “이런 구도 아래서는 이야기 차별성이 결국 퇴색되기 마련”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홍준표 ‘新보수주의’를 말하다

    홍준표 ‘新보수주의’를 말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표정에서는 전에 없던 ‘결연함’이 느껴졌다. 이따금씩 ‘씨익’ 웃으며 던지던 농담도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시작하자.”고 했다. 묻기도 전에 “승복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 신임 대표 등을 향한 최근 일련의 발언을 경선 패배에 따른 ‘몽니’로 보는 데 대해 억울함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고는 말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잘 정리된 것이, 그간의 발언이 일회성이거나 돌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19일 의원회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리모델링에 앞장서겠다.”며 정풍(整風) 운동을 선언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를 ‘신(新)보수주의 운동’으로 명명했다. 그는 우선 “이명박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권력형 비리가 발각되면 가차없이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권력형 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른바 ‘사찰 게이트’로 번진 ‘영포목우회·선진국민연대’ 파문을 거론하면서 “사찰 게이트 수사가 미온적으로 끝나면 용서치 않겠다. 몸통이 누군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금 안 쳐내면 이명박 정부가 수렁으로 빠진다.”면서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한)서울 은평을에 유세를 가는 것이 계파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신보수주의 운동은 무엇인가. -보수개혁론이다. 보수가 깨끗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의무)를 해야 당당한 보수가 된다. 지금 보수는 부패하고, 자기 것을 양보하지 않는다. 권리와 특권만 누리려 한다. 따라서 깨끗한 보수를 만들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려 한다. 당 정풍 운동부터 시작해서 확대해 나가려 한다. 지금 각종 정권의 비리가 제기되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정권 말기에 터져나올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이 정풍 운동을 벌여야 할 시점이다. →가장 가깝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장 오늘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헌당규에는 비리로 기소돼 있는 사람은 당권 정지하라고 규정돼 있으니, 당원권 정지하자.”고 했다. 경선 때 줄 선 사람들 당직 주는 건 당직 매수행위라고 했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에게는 자리 내놓으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서로를 감싸주고 비리를 덮어주는 방식으로 화합해 왔다. →왜 계파 인사가 들어가면 안 되나. -친이·친박에 몰입한 사람들은 계파 이익을 위해 뛰기 쉽다. 계파 이익에 얽매인 사람은 운동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 많이 모이는 게 좋지 않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비주류 정신이고, 마이너리티의 치열함, 변방정신이다. 수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안 된다. 다수를 논하면 새 계파 활동이라고 오해받는다. 외부의 소위 신보수 운동을 하는 분들과도 제휴를 하겠다. 대한민국 보수의 명망가들과 같이 운동을 하겠다(당내에서 참여할 인사의 숫자를 묻자 “두 자릿수는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또는 주류와 마찰이 예상되는데. -마찰? 옳은 행동, 옳은 말 하는데 마찰이라고 표현하는 건 심하다. 그간 전대 결과에 승복한다고 누차 이야기했다. 과정의 정당성을 짚어보자고 했을 뿐이다. 안 대표는 당원과 여론 20%의 지지를 받은 대표다. 나머지 80%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걸맞게 하자는 것이다. 서민정책특위 신설도 내가 먼저 제안했다. 당을 부자정당에서 서민정당으로 만드는 게 가장 급선무다.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면 어떤 결론을 내야 할까. -만남이 뉴스가 되는 게 참 우스운 일이다. 양대 계파가 얼마나 자기 계파의 이익을 위해 정치 투쟁을 했는지 보여주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언제든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은평을에 유세를 가는 것이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걸 못하면 겉으로의 화합이고, 미봉책이다.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정치투쟁이 계속되지 않겠나. -사찰 게이트의 본질은 뭔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박영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가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것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같은 역할을 했다면 국정체계를 흔드는 일이다. 박 차장은 당연히 나가야 한다. 정운찬 총리도 불법사찰을 몰랐다면 허수아비 총리고, 알았다면 사법 책임까지 져야 한다. 직권남용행위다. 사찰 게이트의 종착점이 어딘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이라면 집권 후반기에 새 불씨가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발생 가능한 모든 게이트 사건을 일거에 정리해야 한다. →재보선의 결과가 중요한가. 임시전대 얘기도 나오는데. -재보선 결과는 중요치 않다. 이 결과로 안상수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안상수 체제는 2년간 계속돼야 한다. 비록 상처를 입고 시작했지만 한나라당의 속성상 2년간 계속 갈 것이며, 안상수 체제를 흔들 생각도 없다. →이재오 전 의원의 원내 입성 가능성은. -들어올 것으로 본다. 돌아오면 힘을 합쳐 초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당을 깨끗하게 만들고, 정권 재창출에 힘을 합치겠다. →보수대연합론과 개헌 제안은 어떻게 보나. -보수대연합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과거 3당 합당과 같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는 끝나야 한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게 아니라 통일 준비를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 남북 통일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나라당에서 15년 동안 ‘독고다이’(외톨이)였다. 그런데 이번 경선에서 세가 붙었다. 전국적으로 자원봉사 조직이 수백명이 붙었다. 당협위원장 120명을 모았다는 안상수 대표를 2%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을 수 있었던 힘이다. 이번 전대에서 당원과 국민 의식이 변했다는 걸 느꼈다. 희망의 싹을 봤다. 한나라당의 꿈은 선진일류국가 건설이고, 대한민국의 꿈은 세계 중심국가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자리(최고위원직)를 얻었다. 신보수주의운동의 전개를 통해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하나하나 구체화해 갈 것이다. 이지운·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슈렉, 이젠 안녕~

    슈렉, 이젠 안녕~

    ‘슈렉, 이제 안녕’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슈렉’이 끝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슈렉 포에버’를 마지막으로 이제 더 이상의 슈렉 시리즈는 나오지 않는다. 숱한 화제를 뿌렸던 슈렉의 성공은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궤적을 한바닥 정리해 주는 게 대작에 대한 예의일 터. 슈렉의 10년사(史)를 되짚어본다. 슈렉 1편(2001):새로운 어젠다 슈렉의 혁신성에 대해 무슨 찬양이 더 필요할까. 처음 이 시리즈가 나왔을 때 영화계가 받았던 충격은 컸다. 너무나 신선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이면서 할리우드를 조롱거리로 삼는 풍자, 특히 애니메이션을 지배했던 영화 제작사 월트 디즈니식 동화에 대한 과감한 전복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슈렉은 꾸짖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백마탄 왕자의 첫 키스를 받아야 존재감이 부여된다는 식의 수동적 여성상이 얼마나 천박한 것인가를. 여자 주인공이 자기보다 나은 ‘스펙’의 꽃미남과 결혼한다는, 기존 동화의 진부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수술대 위에 올려 낱낱이 해부했다. 피오나 공주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이면서도 한편으론 날렵한 무술을 자랑하는 ‘엽기녀’이기도 하다. 슈렉을 위기에서 구해낼 줄도 안다. 마지막엔 슈렉과 사랑에 빠지면서 슈렉처럼 괴물이 되길 원하고 궁이 아닌 늪에서 살아가길 선택한다. 이는 자연히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며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교훈을 남긴다. 사람들은 외쳤다. “슈렉의 혁명은 이제 시작됐다.” 슈렉 2편(2004):어젠다의 심화 전편이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면, 두 번째 시리즈는 그 어젠다를 심화하고 확장한다. 1편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 자칫 재탕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흥행만 봐도 시리즈 역대 최강이다. 전세계적으로 9억 1980만달러(1조 1194억원)를 끌어모으며 역대 할리우드 영화 흥행 순위 13위에 올랐다. 2편은 전편이 강조했던 할리우드에 대한 조소,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을 기본 골격으로 유지하지만 이를 조롱하는 수위는 훨씬 농염해졌다. 특히 슈렉과 피오나 공주를 제외한 조연급 ‘기쁨조’들은 패러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현실을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슈렉의 외모와 대척점에 있는 프린스 차밍은 비단 같은 머릿결을 흔들며 자기 과시와 겉멋에 취한 할리우드 스타를 비웃는다. 순수함의 상징 피노키오는 여자 속옷이나 탐내는 변태로, 살인청부업자인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는 ‘순수한 눈망울’을 부여해 겉만 보고 판단하는 우리의 위선을 야유한다. 특히 신데렐라 게이 언니의 출현은 대단한 도전이었다.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에서 금기나 다른 없었던 성(性)문제를 포용한 선례는 없었다. 그만큼 슈렉2는 공격적이었다. 슈렉 3편(2007):어젠다의 퇴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전편에 쏟아냈기 때문일까. 슈렉3은 그만 퇴보하고 만다. 1편과 2편의 비판정신은 온데간데없고 풍자의 날도 무뎌져 버린다. 슈렉은 왕이 되길 거부하고 아빠가 되는 걸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유가 없다. 전편의 맥락상 권력에 회의적이었던 슈렉과 피오나의 성향을 전제한 때문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궁색했다. 슈렉 마니아들의 실망스러운 목소리도 커졌다. 이들은 슈렉3이 “뭘 비꼬는지도 불명확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패러디했지만 왜 패러디했는지 풍자적 시선이 없었다. 그냥 복제로 끝났다. 상투적인 연설로 악당을 교화시키고, 다시 숲의 구석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조차 지양하는 진부한 이야기 방식이었다. 슈렉답지 않은 식상한 교훈만이 날카로운 풍자가 머물다 간 자리를 꿰차버렸다. 대중적인 재미도, 어젠다의 진보도 없다 보니 “슈렉에 힘이 빠졌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래서일까. 드림웍스는 대미를 장식할 슈렉의 마지막 시리즈를 만들고 슈렉 신화를 접기로 결정한다. 슈렉 4편(2010):어젠다의 재확인 전편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힘이 빠진 슈렉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슈렉 포에버는 반복되는 일상에 따분함을 느끼던 슈렉이 ‘겁나 먼 왕국’을 차지하려는 악당 럼펠의 마법에 속아 자신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떨어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전편과 연결되는 이야기라기보다 “과연 슈렉이 (1편에서) 피오나를 구하지 않았다면?”이란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단 슈렉 포에버에서 대중적 재미를 회복한 것은 큰 성과다. ‘마법에서 벗어나는 길=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라는 디즈니식 기본 골격은 유지되지만 캐릭터의 변화를 통해 다시금 자신들이 했던 ‘전통의 전복’을 꾀한다. 왕자를 기다리다 지쳐 성을 탈출한 피오나는 현상금이 걸려 있는 괴물 해방 운동의 지도자가 돼 있다. 역시 피오나는 마이너리티를 고민(?)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럼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처럼 엽기적이면서도 정이 가는 캐릭터로 분했다. 마냥 밉상이 아닌 악역이란 점에서 할리우드식 권선징악과는 선을 긋는다. 결론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피오나와의 진실한 사랑과, 누추하지만 평범한 숲속의 삶에 대한 긍정이다. 슈렉 시리즈의 공통된 주제를 최종적으로 재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3차원(3D) 영화라 생동감도 배가됐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슈렉의 한계는 뚜렷해졌다. 디즈니의 반(反) 여성주의와 식상한 스토리를 비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가진 것 하나 없는 서민 가족 공동체의 일상을 미화하는, 이른바 할리우드식 가족주의를 벗어나진 못했다. 이는 1편부터 4편까지 모든 슈렉 시리즈가 지닌 한계였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라.”는 미국적 보수주의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슈렉 시리즈는 ‘미완의 혁명’으로 명명하는 게 딱 적당할 듯싶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MS “동작·음성만으로 게임 즐긴다”

    MS “동작·음성만으로 게임 즐긴다”

    “컨트롤러(조종기) 없이 동작과 음성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제국의 역습이 시작된다.”(정보기술 전문 지디넷) ‘프로젝트 나탈’로 불리며 전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아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동작인식 시스템이 공개됐다. 닌텐도 ‘위(Wii)’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MS의 게임기 X박스360의 새로운 무기다. MS는 1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 ‘E3 엑스포 2010’ 개막에 앞서 오는 11월 출시되는 동작인식 모션 컨트롤러 기술 ‘키넥트’를 선보였다. 키넥트는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컴퓨터처럼 사용자의 동작과 목소리를 인식해 스크린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조종하는 기술이다. 컨트롤러를 통해 동작인식이 이뤄졌던 지금까지의 게임기와 비교하면 게임의 개념 자체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이다. MS는 이날 행사에서 키넥트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스타워스, 키넥티멀스, 키넥트스포츠, 댄스 센트럴 등 10여종의 전용 게임도 공개했다. 키넥트는 게임 이외에 영화, TV프로그램, 음악 등을 즐기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다가 음성이나 손동작으로 화면을 전환하거나 멈출 수 있고, 음반을 갈아끼울 수도 있다. MS는 이와 함께 이번주부터 판매되는 차세대 X박스360을 선보였다. 새 X박스360은 250기가바이트 하드드라이브에 무선랜을 지원하며 얇고 소음도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산림청, 무기계약직 급여 30% 인상

    산림청이 기간제 직원의 명칭을 무기계약직에서 ‘산림행정원’으로 바꾸는 등 처우개선에 나섰다. 산림청은 최근 ‘무기계약근로자 처우개선책’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공직에서 무기계약근로자는 ‘마이너리티’다. 직명조차 없다 보니 호칭도 ‘A양’ ‘B씨’ 등으로 부른다.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 형태로 정년까지 근무할 수는 있지만 승진은 안 된다. 처우도 공무원에 비해 열악하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우선 산림행정원이라는 직명을 부여, 이들이 소속감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급여수준도 30% 인상한다. 초기 타 부처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았고, 특수직무에 대한 고려가 안 돼 무기계약 전환 시 봉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무기계약근로자 인건비는 기타직 보수로 편성하지만 전체 158명 중 96명만 반영돼 부족분을 사업비나 시험연구비의 일용임금으로 충당하면서 사기저하가 심각했다. 7월부터 특수분야에 대한 봉급 기준표를 제정해 적용하고 자기계발 및 건강관리 등을 위한 맞춤형 복지포인트도 지급한다. 명절휴가비와 가족수당 등도 공무원 지급기준을 적용한다. 매년 말 중간 정산해 지급하던 퇴직금도 본인이 원하면 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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