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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행기록·뇌 스캐닝·눈동자 움직임 통해 범죄 의지 읽는다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행기록·뇌 스캐닝·눈동자 움직임 통해 범죄 의지 읽는다

    ‘범죄자의 관상은 정해져 있다.’ 19세기 이탈리아의 외과의사 겸 범죄학자였던 체사레 롬브로소는 ‘범죄형 얼굴’에 대해 확신했다. 큰 귀와 툭 튀어나온 이마, 긴 팔과 발달한 광대뼈. 롬브로소가 이탈리아 죄수들의 신체적 특징을 관찰해 형상화한 범죄형 얼굴이었다. 이런 믿음은 롬브로소뿐 아니라 강력범들과 수십년간 맞상대한 노회한 일부 형사도 품고 있다. 그들은 “얼굴 생김이나 눈빛이 흔들리는 것만 봐도 저놈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 하는지 ‘촉’이 온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범죄형 인상이 있다는 믿음은 과학적 근거와는 무관하다. 반면 과거 범죄 정보 등 빅데이터와 생체 정보를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나 동공의 움직임 등을 토대로 특정인의 범행 의지 등을 어렴풋이나마 읽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됐다. 국내외의 첨단 범죄 예측 기법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살펴봤다. ‘뇌 상태를 읽어 전과자의 재범 가능성을 판단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를 모아 범행을 예측한다?’ 범죄학자와 과학자들의 두루뭉술한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범죄 예측 기술이 현실이 되고 있다. 6일 범죄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등 범죄 대응 기술이 앞선 나라들의 치안 목표는 우범자의 범행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해 사전 차단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미국 치안 당국은 2011년 9·11테러 이후 ‘범죄 예측’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창훈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일어난 범죄의 원인을 찾아 다음 범죄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9·11 이후에는 주의할 인물의 다음 범행 가능성을 예측해 차단하는 ‘정보 주도형 경찰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치안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미국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 경찰은 가석방된 전과자를 관리하면서 과거 범행 기록 등을 토대로 추가로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수감 당시 저질렀던 범죄 종류와 나이, 범행 장소 등 24개 변인을 범죄학자인 리처드 버크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에 넣어 교도소에서 석방된 뒤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큰 이들을 가려내고 집중 관리하고 있다. 범행 나이가 주요 변수다. 예컨대 14살 때 무장강도를 저질렀다면 재차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지만 30살이 넘어 같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재범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다. 미 서부와 영국 켄트주 등에서 활용 중인 ‘프레드폴’ 시스템<서울신문 11월 3일자 1·4·5면>도 지진·여진 예측 알고리즘인 ETAS모델에 수년치 범죄 빅데이터를 넣어 범죄 발생률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영국 런던 경찰은 5년간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갱단원들의 범죄 기록과 이들이 SNS에 올리는 글 등을 분석해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오아시스(OASYS)’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 중이다. 우범자가 선동적 글을 올리면 이들과 온라인상에서 연결된 사람들의 범죄 기록 등을 추적해 추가 범행 가능성을 분석하는 식이다. 뇌 스캐닝이나 생체 정보를 이용한 범죄 예측 기술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일부는 상용화됐다. 올 초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경기장 주변 검색대마다 ‘바이브라 이미지’(Vibra image)라는 장치가 설치됐다. 러시아 정부가 테러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이 장치는 사람의 미세한 떨림을 영상으로 구현해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한다. 누군가 ‘딴생각’을 품고 검색대를 통과하게 되면 모니터에 붉은 패턴이 나타나면서 경고음이 울리게 된다. 특정 자극을 줬을 때 신체 변화가 나타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한국 경찰도 2010년부터 바이브라 이미지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재석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장은 “2000년대 이후 영상 기술과 저장 능력이 발달하면서 개발된 첨단 기법”이라면서 “다만 인간 행동을 단편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보완 장치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눈동자 위치를 추적하는 ‘아이트래커’ 시스템도 범죄 예측에 활용된다. 지금껏 주로 과학수사나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사용된 이 기술은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사람의 의식을 엿본다. 안경처럼 생긴 아이트래커 장치는 센서로 눈동자 움직임을 감지해 모니터에 나타낸다. 예컨대 사람 눈동자가 특정한 곳에 너무 오래 집중되거나 심하게 흔들리면 거짓말이나 공격성이 의심되는 현상이다. 이를 전자발찌처럼 재범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착용시키면 눈동자의 흔들림에 따라 센서를 통해 주의를 줘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범죄 예측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감시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이 교수는 “첨단 범죄 예측 기법이 당장은 우범자의 범행 가능성을 예측하고 재범을 막는 것부터 시작하겠지만 SNS 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시민을 감시하는 식으로 운용되면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2) ‘범죄예측 시스템 전시장’ 뉴욕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2) ‘범죄예측 시스템 전시장’ 뉴욕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 뉴욕 상공에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뭉게구름은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를 테러범에 의해 강타당한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3000여명의 시민을 희생당한 뉴욕시 당국도 더는 연방 정부에만 치안을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뉴욕은 시 차원에서 테러를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주력했다. 9·11테러 이후 13년이 흐른 지금 뉴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난달 13일, 뉴욕 맨해튼에서는 ‘콜럼버스데이’(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날을 기념하는 공휴일)를 기념하는 성대한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행사가 진행된 맨해튼 5번가에는 3만 5000여명의 퍼레이드 참가자들과 50만명이 넘는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타임스스퀘어 등에서도 각종 기념행사가 열려 수백만명의 인파가 맨해튼에 집중됐다. 이날 뉴욕경찰국(NYPD)은 평소보다 많은 인력을 거리에 배치하고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최근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 이후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위협이 고조된 것과는 달리 뉴욕 거리에서는 경찰관들이 관광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뉴욕 경찰로서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맨해튼 곳곳에 설치된 고정형 ‘보안카메라 박스’의 폐쇄회로(CC)TV와 이동형 ‘테라호크’의 CCTV는 포착된 영상을 실시간범죄대응센터(RTCC)로 전송한다. NYPD는 관제센터 격인 RTCC에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인 ‘다스’(DAS·영역감시시스템)를 통해 실시간 빅데이터를 취합, 분석해 범죄를 감지하고 태블릿PC 등으로 경찰관들에게 전송해 범인을 검거한다. 맨해튼에 설치된 8000여대의 방범용 CCTV와 600여대의 방사능 감지기, 120여대의 자동차 번호판 인식 장치들은 물론 국세청 세금 체납자 정보, 톨게이트 정보, 성범죄자 기록, 911(긴급신고전화) 녹음 파일 등 20가지가 넘는 빅데이터들이 DAS에 통합, 운용된다.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심스러운 물체나 행동, 감시 대상자와 차량 등이 인지되면 DAS는 즉시 경보를 발령하는 동시에 일선 경찰관들에게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건 발생 위치와 용의자의 동선, 전과 기록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NYPD는 범죄와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2007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4000만 달러를 들여 DAS를 개발했고 2012년 상용화를 시작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가 DAS를 도입한 데 이어 워싱턴DC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DAS 프로그램 관리를 담당하는 벡셀의 데이브 모셔 부사장은 “DAS에 통합된 CCTV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동으로 일선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도록 해 준다”면서 “DAS에 연동된 CCTV 8000대가 뉴욕에 존재하는 건 경찰관 8000명이 직접 영상을 100%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뉴욕은 DAS 외에도 테러와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장비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 9월 NYPD는 일종의 실시간 채증 장비인 ‘보디카메라’를 도입해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어깨나 가슴 등에 소형 카메라를 착용시켜 실시간으로 영상을 찍고 기록하도록 만든 장치다. 지난해 뉴욕 대법원에서 ‘불심검문 중 수색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NYPD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빌 브랜튼 NYPD 국장은 “시민 인권과 경찰을 모두 보호하면서 증거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사용하는 NYPD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얼굴 인식 기술을 접목해 범인을 검거하기도 한다. CCTV 등에 포착된 얼굴을 SNS에 입력해 동일 인물을 찾아낸 다음 용의자가 로그인하는 곳을 추적해 잡는 방식이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범죄 감시 시스템에 의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뉴욕에서 이처럼 다양한 범죄 감시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은 9·11테러 이후 공공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명 ‘애국법’으로 불리는 테러대책법도 새로운 범죄 예측 시스템의 도입 및 활용 근거가 됐다. 뉴욕 시민들 역시 범죄 예측 시스템 도입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제니퍼 호튼(46·여·대학 강사)은 “거리에 많은 CCTV가 있지만 감시당하고 있다고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막을 수 있다면 찬성한다”면서 “미국은 사생활보호법이 엄격하기 때문에 ‘빅브러더’처럼 국가가 무고한 시민을 감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뉴욕경찰 ‘컴스탯 미팅’ 효과… 21년 새 범죄율 75% 줄어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뉴욕경찰 ‘컴스탯 미팅’ 효과… 21년 새 범죄율 75% 줄어

    6일 미국 뉴욕경찰국(NYPD)의 주간 범죄통계(UCR)에 따르면 ‘콜럼버스데이’가 있었던 지난달 13일부터 일주일간 뉴욕에서 발생한 7대 주요 범죄(살인, 강간, 강도, 상해, 강력절도, 중절도, 자동차절도) 건수는 2263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0.09% 줄었다. 2년 전인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5.01%, 21년 전인 1993년과 비교해서는 75.33% 줄어든 수치다. 범죄학자들과 각국 치안당국이 뉴욕의 치안 시스템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뉴욕의 범죄율 감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크게 지리적 기반의 통계 분석과 1990년대부터 NYPD가 시작한 ‘컴스탯’(CompStat) 미팅을 뉴욕 치안 시스템의 강점으로 꼽았다. 컴스탯 미팅은 뉴욕 내 77개 구역의 지역 담당 경찰관들과 서장이 모여 2주에 한 번씩 범죄 통계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다. 현재 미국에 도입된 범죄 예측 시스템 대부분은 범죄가 가장 빈발하는 ‘핫스폿’(우범 지역)을 찾아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의 지원을 받아 뉴욕을 포함한 7개 지역에서 범죄 예측 연구를 하고 있는 에릭 피자 뉴욕시립대 존제이칼리지 경찰행정학 교수는 “단순히 어디서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핫스폿과 연관된 요소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핑’(지리적 정보 구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치안 강화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만큼 폐쇄회로(CC)TV를 늘리는 한국 상황에 대해 “범죄 감시를 위해 단순히 CCTV만 늘리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뉴저지경찰국(NJPD)의 비디오 감시 시스템 연구를 예로 들며 “감시카메라가 30대에서 146대로 늘어났지만 사건이 발생해도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등 비효율적이었다”면서 “장비를 다룰 인력 없이 시스템만 도입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저지 킨대학의 문준섭 범죄학 교수는 지역 경찰서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컴스탯 미팅이 범죄율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뉴욕 경찰이 20년 가까이 지역별 범죄 통계를 분석하고 원인에 맞는 순찰 방법을 찾은 다음 이를 재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축적한 자료들은 오늘날 범죄 예측 이론의 토대가 된다”면서 “이러한 경찰 행정 시스템과 첨단 기술의 발달이 맞물려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뉴저지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데이터 활용 과정, 심각한 사생활 침해 일으킬 수도”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데이터 활용 과정, 심각한 사생활 침해 일으킬 수도”

    미국 뉴욕의 지속적인 범죄율 감소에도 많은 학자는 범죄 예측 이론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 활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시립대 존제이칼리지의 사이버범죄연구소 부소장인 아디나 슈와르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죄 예측을 위해 수집되는 많은 양의 정보들은 활용 과정에서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감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공감대 없이 범죄 예측 시스템의 개발과 도입에 속도를 내는 한국의 치안 당국이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슈와르츠 교수는 “뉴욕의 범죄율이 꾸준히 내려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첨단 범죄 예측 시스템과 범죄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면서 “범죄 예측을 위해 활용하는 데이터에는 많은 오류 가능성이 있으며 때로는 무지막지한 연관관계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은 테러 용의자의 네트워킹을 분석할 때 크게 세 가지 통화 내역을 수집하는데, 첫 번째는 용의자와 통화했던 사람들, 두 번째는 용의자와 통화했던 사람과 통화한 사람들, 세 번째는 이 사람들의 전화에 응답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식의 네트워킹 분석은 실제 범죄와는 무관한 거의 모든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감시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수집된 데이터들이 관련 기관들에 의해 부적절하게 이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내부 감시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슈와르츠 교수는 “NSA 직원들이 NSA에 축적된 데이터들을 이용해 사적으로 자신의 애인을 감시하는 등 원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감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며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사생활 침해의 문제와 오용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지만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에는 빅데이터의 오용 문제가 애플이나 구글 등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정보통신(IT) 대기업들과 관계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슈와르츠 교수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 줄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첨단 기업들은 해외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들을 개발하겠지만, 수사기관은 영장만 있으면 언제든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헌법에 사생활 보호 조항이 있지만 개인이 기업에 정보를 맡긴 이상 언제든 무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뉴욕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1) ‘프레드폴’로 범죄 예측하는 샌타크루즈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1) ‘프레드폴’로 범죄 예측하는 샌타크루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의 한적한 주택가. 순찰을 하던 샌타크루즈경찰국(SCPD)의 존 부시 경사는 빈집을 응시하며 주변을 서성이는 20대 백인 여성을 발견했다. 볼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동공은 풀려 있어 누가 봐도 약물복용 흔적이 역력했다. 부시 경사는 동료를 무전으로 호출한 뒤 여성에게 다가갔다. 낌새를 느낀 여성은 달아나려 했다. 부시 경사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한 여성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뒤 주머니를 수색했다. 여성은 “지금 당장 내 몸에서 손 떼. 이거 놔”라며 거세게 저항했다. 그 순간 마약을 담은 통이 떨어졌다. 부시 경사는 여성의 주머니에서 ‘파라페르날리아’(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등을 주사하는 도구)를 발견했다. 그는 “약물 복용죄로 출소한 지 얼마 안돼 보호관찰 대상인데, 지금도 약에 취해 빈집털이를 하려고 했다”며 “‘레드박스’를 순찰하면 이렇게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범죄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152.4㎡(약 46평) 구역 15개를 붉은색 사각형으로 지도에 표시한 레드박스는 샌타크루즈 경찰의 강력한 ‘무기’다. 지난 7월 9일 기자와 동행한 부시 경사는 “범죄 예측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프레드폴’은 10시간마다 자동으로 새로운 레드박스를 업데이트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순찰 장소는 자동차 절도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시내 중심가다. 그는 “쇼핑센터나 술집이 즐비한 도심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해안길도 범죄율이 높다”고 말했다. 샌타크루즈는 인구 6만여명의 소도시이지만 뛰어난 해안 절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몰려 여름철 유동인구는 12만명을 웃돈다. 자연스럽게 여름이면 범죄도 증가하지만 경찰 인력은 94명에 불과해 프레드폴 도입 이전에는 격무에 시달려 왔다. 그는 “레드박스를 경찰이 자주 순찰하면서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며 “일선 경찰이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프레드폴을 도입한) 2011년 7월 이후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실제 범죄 발생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SCPD 연간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09~2011년 3년간 범죄 건수는 219건, 290건, 324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프레드폴을 도입한 이후 2012년 294건, 지난해 253건 등 감소세가 뚜렷하다. 스티브 클라크 SCPD 부국장은 “프레드폴을 도입한 처음 6개월(2011년 7월~12월) 동안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도는 11%, 강도는 27%, 폭행은 9% 감소했다”며 “2012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범죄가 줄었다”고 말했다. 물론 ‘레드박스’를 순찰한다고 해서 항상 범죄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드폴을 활용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 풋힐 경찰서의 스티브 고메즈(44) 경사는 “프레드폴을 사용하면서 범죄발생률을 예측, 순찰 업무에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허탕을 치는 날도 많다”며 “다만 프레드폴 도입 전까지 경찰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용해 순찰하기 때문에 방범효과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앞서 7월 7일 오후 그와 함께 24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풋힐 지역의 레드박스 20곳 중 세 곳을 함께 돌아봤다. 레드박스로 설정된 면적은 풋힐 전체지역의 0.5%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체 범죄의 6~8%가 레드박스에서 발생할 만큼 적중률이 높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대형쇼핑 체인 중 하나인 ‘엘 수페르’. 히스패닉계 거주 비율이 높은 풋힐 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슈퍼마켓 중 하나다. 고메즈 경사는 “주차장이 워낙 넓어서 차량 털이, 자동차 절도가 많고, 마켓 내부에서 식료품을 훔치는 절도 발생이 잦다”며 “제복을 입은 경찰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예방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PL’이라는 이름의 레드박스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차 앞좌석에 장착된 컴퓨터에 장소, 시간 등을 입력했다. 약 20분이 흐르자 고메즈는 다시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레드박스 한 곳당 순찰을 해야 하는 정해진 시간은 없다”며 “자율적으로 돌아다니다가도 인근에서 중대 범죄가 발생하면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허허벌판 공터였다. 고메즈는 “프레드폴은 레드박스가 상점인지, 집인지 구분하지 않고, 단지 주소만 나타낸다”며 “그럴 땐 과거에 그곳에서 어떤 범죄가 있었는지 범죄 기록을 살펴보고 가면 발생할 만한 범죄가 무엇일지 예측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5층짜리 아파트 단지. 겉보기엔 한가로웠다. 그러나 고메즈 경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계단, 복도 사이사이 절도범들이 숨어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야간에 이런 주거단지를 샅샅이 본다”고 했다. LAPD에서 프레드폴을 도입할 당시 유색인종과 빈민층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며 반대 여론도 높았다. 경찰이 집 주변을 순찰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는 주민들도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프레드폴의 범죄 발생률 감소 효과는 뚜렷했다. 최근 3년 동안 풋힐 지역의 경찰인력은 20% 감소했지만 범죄는 오히려 줄었다. 특히 자동차 절도, 빈집 털이, 차량 털이 등 세 가지 범죄 건수는 2011년 1~6월 1359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980건으로 감소했다. 레드박스에서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우범자들을 선제적으로 통제한 덕분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LAPD 풋힐 경찰서장 션 맬리노스키(50)는 “지금까지 우리 경찰서에서는 예측 범죄 대상을 전체 범죄 건수에서 65%를 차지하는 자동차 절도, 빈집 털이, 차량 털이 등에 한정했다”며 “앞으로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강력범죄로 분류하는 ‘파트1’에 해당하는 강도, 강간, 폭행, 살인 등도 예측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프레드폴을 통해 강력 범죄를 예측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초 존 디아즈 시애틀경찰국(SPD) 국장은 총기사고 예방을 위해 프레드폴을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총기 범죄 예측에 나선 도시는 시애틀이 처음이다. 1년이 지난 지금 SPD 경찰들은 “총기 범죄는 자동차 절도, 빈집 털이, 차량 털이 등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발생 건수가 워낙 적어서 예측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지 몰러(33) 샌타클래라대 수학과 교수는 “프레드폴에 사용한 지진, 여진 예측 알고리즘으로 다양한 유형의 범죄를 예측할 수 있지만, 정확도를 높이려면 범죄 빅데이터가 많을수록 좋다”며 “현재 총기 범죄나 강도, 강간, 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은 계속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샌타크루즈·로스앤젤레스·시애틀(미국)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발생한 장소 주변은 일정 시간안에 유사한 범행 뒤따라”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발생한 장소 주변은 일정 시간안에 유사한 범행 뒤따라”

    누적된 범죄 빅데이터로 미래 범죄 발생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프레드폴’(PredPol·예측 치안을 뜻하는 ‘Predictive Policing’의 줄임말)은 현재 미국과 영국, 우루과이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소개한 범죄예측사회를 일정부분 현실로 구현한 프레드폴은 10년 전 ‘인간 행동 분석을 통해 범죄를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한 인류학자의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제프 브랜팅엄(44) 인류학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브랜팅엄 교수와 그의 아이디어를 지진·여진 예측 알고리즘으로 풀어낸 샌타클래라대 조지 몰러(33) 수학과 교수를 최근 각각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범죄 예측 연구를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나. -브랜팅엄 2005년부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목표로 범죄가 저질러졌는지를 주목했다. 몇 가지 패턴이 발견됐다. 예컨대 한 번 범죄가 발생한 장소 주변에서는 일정 시간 안에 유사한 범죄들이 뒤따르는 식이다. 동일 인물 재범률이 높을 때도 있었다. 또 사회적 충격을 불러올 만한 희대의 사건은 모방 범죄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요약하자면 A라는 범죄가 발생하면 주변 지역에 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범죄 패턴만 가지고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나. -몰러 범죄 패턴은 지진과 매우 유사하다.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일정 시간 안에 주변에서 여진이 뒤따른다. 여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범죄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시키면 범죄발생률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8~2010년 UCLA 객원교수 시절 브랜팅엄 교수 등 20여명의 연구진에게 지진·여진 예측 알고리즘을 사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진·여진 예측 알고리즘을 그대로 적용한 것인가. -몰러 기본적으로 큰 틀은 그대로다. 다만 변수를 범죄 예측에 맞게 일부 바꿨다. ‘λ(람다)=μ(뮤)+G(가우시안 함수)’가 기본이다. 알고리즘을 범죄 예측에 변형하는 과정 중 샌타크루즈경찰국(SCPD)으로부터 지난 10여년의 범죄 빅데이터를 제공할 테니 알고리즘을 이용한 범죄예측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프레드폴은 탄생했다. 짧은 실험을 거쳐 프레드폴은 2011년 7월 SCPD에 도입됐다. →왜 샌타크루즈였나. -브랜팅엄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에서도 관심을 보였지만 SCPD가 프레드폴을 시범도입해 범죄 예방에 효과를 본 뒤 같은 해 11월 프레드폴을 도입했다. -몰러 프레드폴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곳이 샌타크루즈여서 그곳의 특징에 맞춰진 부분이 많다. 예컨대 알고리즘 통해 산출된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점들끼리 연결 지어 ‘레드박스’(152.4㎡)로 표시한 지도를 경찰에 배포하는데, 레드박스의 크기는 샌타크루즈경찰국(SCPD)과 협의했다. →그럼 고객의 요구에 따라 프레드폴 범죄예측지도 형태를 변형하는 것도 가능한가. -몰러 물론이다. 레드박스의 크기부터 예측하고자 하는 범죄 유형, 지도에 새 정보가 담겨 갱신되는 주기, 예측 정확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까지 모든 것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프레드폴을 도입한 국가들이 샌타크루즈가 선택한 대로 따라하는 까닭은 다름 아닌 ‘실용성’ 때문이다. 152.4㎡의 면적은 경찰이 10~30분 정도 짜투리 시간에 충분히 부담 없이 순찰을 끝낼 수 있는 크기다. 사건이 터지면 즉시 출동해야 하는 경찰 업무의 특성상 레드박스가 너무 넓어도, 좁아도 문제다. 범죄발생률이 높은 장소를 지나치게 좁게 특정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그 장소 주위를 더 짧게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범죄예측지도가 업데이트되는 주기는 SCPD가 10시간, LAPD는 24시간으로 다르게 제공되고 있다. -브랜팅엄 영국 켄트주는 예측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범죄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과거 범죄 발생 장소에 배치됐던 경찰 인력 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빅데이터까지 프레드폴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에 넣어 미래의 범죄발생률을 산출한다. →현재 프레드폴을 치안에 활용하는 곳은 어디인가. -브랜팅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와 영국 켄트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 등의 경찰이 매일 프레드폴이 산출한 실시간 범죄발생률을 제공받는다. 아시아에는 아직 도입한 국가가 없지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이 고려 중이다. 프레드폴은 하나의 서비스 업체이기도 하다. 각국 경찰은 프레드폴과 연간 서비스 계약을 맺는다. 이용 금액은 프레드폴이 범죄발생률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의 인구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정확한 이용 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경찰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했을 때 아주 저렴한 수준이다. →프레드폴에서 범죄발생률이 높은 레드박스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 인종적(유색인종)·경제적(빈민층)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브랜팅엄 우리가 사용하는 범죄 빅데이터는 범죄의 유형, 발생 시간, 장소 등이다. 범죄자 개인의 신원이나 레드박스 구역에 거주하거나 일을 하는 개인의 정보는 공개되지도 않고, 범죄발생률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종과 경제력, 생활수준 등을 범죄발생률과 연결짓는다는 추측은 금물이다. -몰러 프레드폴은 일종의 수학 공식이라고 보면 된다. 프레드폴의 범죄예측지도를 사용하는 경찰서는 오히려 관할 지역의 인종, 경제적 수준 등에 개의치 않고 레드박스를 찾아다니며 순찰한다. 로스앤젤레스·샌타클래라(미국)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빅데이터 많을수록 예측 정확도 높아져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범죄 빅데이터 많을수록 예측 정확도 높아져

    “지진, 범죄, 전염병… 무슨 관계냐고요? 알고리즘 공식 하나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조지 몰러(33)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대 수학과 교수는 범죄를 예측하고자 지진·여진 예측 알고리즘(ETAS모델)을 변형시켰다. 그는 “어디선가 큰 지진이 발생하면 주변에 여진이 뒤따른다”며 “최초 지진 발생 시 어느 지역에서 여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범죄발생 예측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날 어디선가 범죄가 발생하면 인근에서 유사한 범죄 혹은 같은 범죄자의 재범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며 “어디선가 전염병 감염자가 확인되면 곧이어 주위에 또 다른 감염자가 나타날 위험이 커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즉 특정 범죄·사건 이후 뒤따르는 유사 범죄의 발생 시간과 장소, 유형 등 데이터만 있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대규모 지진 이후 뒤따르는 여진들을 예측하는 지진·여진 예측 알고리즘인 ‘λ(람다)= μ(뮤)+G(가우시안 함수)’이다. 각각의 장소에서 일어났던 범죄 빅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범죄발생률인 ‘μ(뮤)’에 특정 범죄에 뒤따르는 유사·모방 범죄의 분포인 ‘G’를 적용하면 범죄발생률 ‘λ’가 나오는 식이다. 과거 발생한 범죄 유형을 정해 공식에 넣으면 해당 범죄발생률 예측 값만 따로 뽑을 수도 있다. 도시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범죄예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로스앤젤레스는 자동차 절도와 빈집 털이를, 샌타크루즈는 자동차 절도, 빈집 털이, 폭행, 조직폭력 활동 등 각각 다른 유형의 범죄발생률 값을 프레드폴을 통해 얻고 있다. 몰러 교수는 “과거에 대한 범죄 기록이 많으면 많을수록 범죄발생률 예측은 정확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범죄 기록보다는 10년치 기록을 활용하면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는 식이다. 범죄가 발생한 시간, 장소 등 기본 정보 이외에 다른 정보들을 추가로 알고리즘에 대입시키면 보다 구체적인 범죄 예측도 가능하다. 몰러 교수는 “한국 경찰에서 범죄 빅데이터만 제공한다면 서울에서도 범죄 예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샌타클래라(미국)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국내 범죄 年 200만건 ‘무서운 사회’… 범죄 예측 시스템 가속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국내 범죄 年 200만건 ‘무서운 사회’… 범죄 예측 시스템 가속

    “비상 상황 발생. 코드명 2019A7275 이상 징후 감지.” 20XX년 11월 3일 오전 7시.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위치추적관제센터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성폭행 전과 3범 A(45)씨의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지능형 전자발찌’가 측정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8%, 혈압도 평소보다 높았다. 모든 정보가 9년 전 범행 때와 일치했다. ‘성폭력 범행 가능성 매우 큼’ 메시지가 뜨자 요원들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위치를 확인한 뒤 폐쇄회로(CC)TV로 집 주변 원룸에 침입하려던 A씨를 포착했다. 마침 경찰도 범죄 예측 시스템을 통해 이날 새벽 강력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곳으로 이 지역을 점찍고 순찰을 강화한 터. 1분 만에 도착한 경찰은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던 A씨를 제압했다. 이 같은 가상의 상황이 곧 현실화된다. 범죄 시간과 장소는 물론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 검거하는 2054년 미래의 상황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범죄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의 무차별적 수집·활용이 불가피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과 CCTV, 카드 사용 내역 등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범죄 예측의 필요성 못지않게 사생활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치안 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할지 우리 사회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서울신문은 범죄 예측의 현주소와 미래, 부작용 우려까지 심층 취재한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리즈를 6회에 걸쳐 보도한다. 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모두 200만 6682건.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국내 치안 당국도 범죄 예측 시스템을 통해 늘어나는 범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위치뿐 아니라 혈압과 혈중알코올농도, 맥박, 주변 소리까지 감지하는 외부정보 감응형 전자발찌를 201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경찰은 전과자 정보와 유동 인구, 날씨 정보를 토대로 특정 지역의 범죄 가능성을 예보하는 ‘지오프로스’를 이미 운용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은 한발 더 앞서 가고 있다. 영국 런던경찰청은 특정인, 미 캘리포니아주 경찰은 특정 지역 범죄 예측 시스템을 가동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을 ‘잠재 범죄자’로 간주하는 감시 사회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영화가 현실로…살인 등 범죄 예보 시스템 도입

    영화가 현실로…살인 등 범죄 예보 시스템 도입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는 예언능력이 있는 특별한 사람들을 이용해 살인이 일어나기 전 범죄자를 미리 체포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한다. 공상과학영화 속 소재로만 여겨졌던 이 시스템이 현실에서 재현됐다. 영국 런던 경찰청은 범죄 히스토리와 SNS 기록 등을 분석해 범죄 가능성이 높은 특정 인물을 미리 선별하는 시스템을 20주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ccenture’가 개발하고 런던 경찰이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조직적인 범죄를 유발하는 조직 범죄자 혹은 전과자의 기록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 예를 들면 주시하고 있던 한 범죄자가 인터넷 상에 다른 범죄자나 조직을 향한 부정적인 발언이나 단어를 쓴다면, 프로그램이 이를 감지하고 두 조직 또는 두 범죄자간에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만 단 한 번의 기록만으로 범죄를 ‘예보’하는 것은 아니고, 이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에 의해 나타날 경우 런던 경찰이 추적, 감시해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런던 경찰은 이 프로그램을 시범운행한 뒤 효과가 입증되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도입 도시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영국의 개인정보 보호단체인 빅 브라더 와치(Big Brother Watch) 측은 해당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 브라더 와치 관계자인 다니엘 네스빗은 “경찰은 이런 종류의 기술을 매우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부당하게 시스템의 타깃이 되는 시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잠재적인 범죄 유발자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범죄 예보 프로그램을 도입한 도시는 런던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범죄 컨트롤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로스엔젤레스의 경우 2012년 시스템 도입 이후 범죄가 25% 감소했다는 통계결과가 도입된 바 있다. 프로그램 개발 업체 측은 “이 시스템이 더 많은 공무원(경찰)의 추가 투입 없이도 평균 19%의 도난사건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한 장면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데스크 시각] ‘노란 분노’/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노란 분노’/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쇼하네, ×××들.” 2002년 6월 25일. 월드컵 경기장 관람석에서입니다. 상대는 ‘금배지’들이었죠. 김대중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밀물처럼 몰립니다. 근데 금세 썰물처럼 싹 빠집니다. 또 ‘눈도장’만 찍습니다. 관중들은 손가락질을 했지요. “우린 표 사려고 몇 달씩 헤맸는데….” “×××, 쇼를 해라.” 2014년 3월 4일. 이번엔 목욕탕에서 툭 불거졌습니다. 아저씨는 TV를 겨냥했고. 삿대질까지 마구 해댔죠. 화면엔 학교 배식 장면이 비쳤습니다. 선거에 나선 사람입니다. 목욕탕 주인은 다시 들입다 쏘아붙입니다. “그나마 끝까지 있으면 말도 하지 않아. 사진만 찍으면서 도대체….” 볼썽사나운 일은 그치지 않습니다.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빠뜨린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그렇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4월 18일, 뜬금없는 이들이 통한의 여수 앞바다로 내달립니다. 사람들은 뻔하다고 이죽댑니다.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들이밀 요량이라며. 제발 가면을 벗으라며. 국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은 어디에 뒀느냐며. 유족들은 외칩니다. 차라리 나라를 떠나고 싶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며. 바로 당신처럼. 참 뼈아픕니다. 아니 죽고 싶다는 얘기를 뛰어넘지요. 우리와 한 하늘 아래 숨쉬기를 비관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리본 물결이 출렁입니다. 노란색이란 무얼 상징합니까. 희망이죠. 눈에 잘 띄는 색깔이어서 안전과도 통한답니다. 노란 리본은 말합니다. 움찔하는 우리들에게 속삭입니다. 파도처럼. 한풀 꺾인 희망 속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꿈꿔야 한다고. 주저앉지 말고 서로 일으켜 세우자고. 그런데 숱한 생명을 저버린 해경을 나무란다고 외려 반정부주의, 빨갱이 운운합니다. 당신이 스러진 지 꼭 다섯 돌. 오늘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먼저 힘없는 이들을 다시 떠올립니다. 소수자, 이른바 마이너리티(minority)입니다. 권위만 늘 내세우는 이들이 권력을 꿰찬 이상, 소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뿐입니다. 세월호에서 숨진 아이들, 이민자도 매한가지이지요. 유족들은 또 어떤가요.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살률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아마 벌써 9년째라죠. 죽어가는 몸뚱이에 돌덩이를 얹은 꼴입니다. 사회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다른 이의 숨통을 끊어야만 살인이 아니듯. 되묻습니다. ‘자살 권하는 사회’라면 지나칠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때론 이런 말로 마음을 달래던가요. 무엇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길 게 떠오릅니다. 노란색은 치유를 뜻한답니다. 빨강과 초록빛을 섞은 것이죠. 다시 말해 빨강 파동의 자극 효과와 초록 파동의 회복 효과가 혼합됐답니다. 따라서 노랑은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노란 리본이 남긴 교훈을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되, 국민들을 절망시키지 않도록 각 방면의 지도자들이 한층 애써야 합니다. 사람이 곧 희망인 세상을 일구자는 뜻입니다. 돈이 아니라. 가식을 훌훌 벗어던지고 볼 일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생명존중 운동을 벌이고 정책에 애쓰는 서울 몇몇 자치구를 응원합니다. 이는 시대의 사명입니다. 나,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버려두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다르지 않은 까닭입니다. onekor@seoul.co.kr
  • 3D로 범죄현장 재현하는 ‘스마트 스캐너’ 현실화

    3D로 범죄현장 재현하는 ‘스마트 스캐너’ 현실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프로메테우스’에는 범행 현장 혹은 지형 분석을 돕는 3D 스캐닝 맵(지도)이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이를 실제로 현실 범죄 현장에 응용할 수 있는 휴대형 ‘3D 스캐너’가 등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이름은 ‘세베대(Zebdee)’로 호주 브리즈번 기반 시스템 개발업체 ‘CSIRO(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가 개발했다. 세베대는 장소, 시간대에 관계없이 3D 화면으로 지형 스캔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범죄가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미리 장애물, 위험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장착된 GP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지형을 파악해 이를 내장된 레이저 빔으로 3차원 영상화하는 것이 세베대의 기본 작동 구조다. 세베대는 작동 순간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데 무려 1초에 4만 평방미터를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현장 증거들을 경찰국 컴퓨터로 즉시 전송되며 담당 경찰들은 실시간 증거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세베대는 호주 퀸즐랜드 주 경찰국이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 세베대는 범죄 현장 파악 및 증거 기록용으로 활약 중이며 특히 지형파악과 현장 보존이 힘든 숲, 해안, 동굴 등의 야외 범죄 현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 손에 들어가는 자그마한 크기 때문에 좁은 지역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점은 또 하나의 숨겨진 장점이다. 퀸즐랜드 경찰국장 이안 스튜어트는 “해당 첨단 제품이 범죄 현장 수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 발전에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동영상·사진=유튜브/CSIRO 공식 블로그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주연보다 더 파란만장 역사 속의 진짜 주연들

    주연보다 더 파란만장 역사 속의 진짜 주연들

    마이너리티 세계사/쓰루오카 사토시 지음/윤새라 옮김/어젠다/320쪽/1만 3000원 앙다문 입술로 ‘디스 이즈 스파르타!’를 외치고, 화등잔만 한 눈을 부라리며 페르시아의 20만 대군을 호시(虎視)하던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 1세. 영화팬이라면 단박에 알 터다. ‘식스팩’으로 수많은 여심을 녹여버린 영화 ‘300’(2006)의 주인공 말이다. 그 흔한 ‘위인전’에서조차 본 적이 없어 가공의 인물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역사 속에 실존했던 영웅이었다. 기원전 485년 선왕의 패배를 설욕하려던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1세가 그리스를 향해 군사들을 휘몰아 갈 때였다. 레오니다스 왕과 스파르타의 300명 용사들은 그리스 본토로 향하는 테르모필레의 좁은 협곡을 철통같이 지키며 2만명에 이르는 페르시아군을 박살낸다. 하지만 배신자 에피알테스가 페르시아 왕에게 우회로를 알려줬고, 후방에서 급습을 당한 300명 용사들은 전멸하고 만다. 비록 국지전에선 패했지만 300명 용사의 죽음 덕에 아테네 해군은 전열을 갖출 시간을 벌었고, 이는 곧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로 이어졌다. 그게 바로 ‘마이너리티 세계사’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책은 레오니다스 왕처럼 역사의 행간에 묻힌 2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과서에선 찾기 힘든 이들의 행적을 왕·백성·전쟁·개척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엮었다. 영웅과 폭군, 수녀 등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하나같이 드러나지는 않았으되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준 인물들이다. 예컨대 로마 엘라가발루스 황제의 광기는 폭군 네로의 패악에 견줄만하다. 14세 때 권력을 쥔 엘라가발루스는 즉위식 때 꽃잎에 깔려 몇몇이 질식사할 정도의 장미꽃을 뿌리고, 음탕한 생활을 일삼다 분노한 로마 시민들에게 살해돼 테베레 강에 버려진다. 이런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책은 “방탕한 황제의 최후에서 보듯 중앙집권이 아닌 속주와 지방자치에 일임한 느슨하고 비체계적인 정치 체제가 로마 제국을 유지시킨 비결”이라고 해석한다. 이 밖에 요절한 천재 수학자 갈루아, 히틀러를 괴물로 만든 실질적 인물인 디트리히 에크하르트 등 역사에 소외된 인물들을 소환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푸틴의 야망, 선수의 열망…그 틈에 낀 소치

    푸틴의 야망, 선수의 열망…그 틈에 낀 소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러시아 소치는 따뜻했다. 서울은 설 연휴 뒤 몰아닥친 한파에 꽁꽁 얼어있지만, 실제로 발을 디딘 소치의 기온은 영상을 크게 웃돌았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한 위도지만 흑해를 마주한 덕이다. ‘흑해의 숨은 진주’로 불리는 소치는 축복받은 도시다.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140㎞나 펼쳐진 이 도시는 북쪽에 있는 캅카스산맥이 차가운 시베리아 바람을 막아 준다. 3~10월에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1~2월에도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오른다. 진흙 화산과 진흙 온천, 캅카스산맥의 만년설 등 천혜의 자원을 보유해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 때문에 소치는 권력자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휴양지였던 얄타가 소련 연방 해체 뒤 우크라이나로 넘어가자 소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부터 시작한 ‘소치 사랑’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보차로프 루체이’라는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이어졌다. 1989년부터는 러시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키노타브르영화제가 매년 열려 예술인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소치는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어두운 그림자에 덮여 있다. 분리와 독립 투쟁을 벌이는 각종 반정부 단체들의 테러 위협 때문이다. 반동성애법을 이유로 개회식 불참을 통보한 각국 VIP들의 ‘반러시아적’ 행보, 그리고 올림픽 사상 최대인 510억 달러(약 54조원)를 투입하고도 시설 곳곳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한다. 아름다운 도시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올림픽이 왜 개막도 하기 전부터 삐거덕거릴까. 올림픽은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지향하는 스포츠 축제지만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가 바라보는 이 무대에서 ‘강하고 새로운’ 러시아를 과시하겠다는 속셈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의 성공은 화려한 개막식과 웅장한 스타디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올림픽은 지난 4년간 땀 흘렸던 선수들이 펼치는 열정과 감동의 드라마가 기억되는 곳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뿐이랴.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곳이 올림픽 무대다. 그늘진 곳의 약하고 소외된 자들, 그 마이너리티까지 감싸 안고 기억할 수 있는 따뜻한 올림픽이 될 수는 없을까.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스켈레톤

    [ypa! 마이너리티] 스켈레톤

    헬멧을 쓴 선수가 엎드린 채 시속 100㎞로 날듯이 얼음을 타고 사라진다. 스켈레톤은 썰매를 타고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봅슬레이, 루지와 닮았다. 특히 조종간과 안전장치가 없는 점이 루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가 다르다. 스켈레톤 선수는 머리를 정면으로 향하고 엎드린 채 얼음 트랙을 활주한다. 커브 구간에서는 최대 지구 중력의 5배의 힘이 선수를 짓누른다. 그래서 스켈레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파워와 몸무게다.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30~40m 구간을 썰매를 밀고 뛰어나간다. 치고 나갈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썰매에 탄 뒤에는 무게가 속도를 좌우한다.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 고중량의 썰매가 유리하기 때문에 무게 제한이 있다. 썰매가 33㎏을 넘을 때에는 선수 몸무게를 더한 값이 115㎏을 넘을 수 없다. 반면 33㎏보다 가벼운 썰매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선수 몸무게 제한이 없다. 스켈레톤은 봅슬레이, 루지와 마찬가지로 19세기 말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시작됐지만 2000년대 이전까지 동계올림픽에서는 고속 질주에 따른 안전성 문제로 단 두 차례(1928·1948년, 모두 스위스 생모리츠)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비로소 스켈레톤은 동계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여자 경기도 2002년부터 시작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스키점프

    [ypa! 마이너리티] 스키점프

    스키점프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모토에 꼭 들어맞는 종목이다. 도약대에서 빠르게 내려와 힘차게 뛰어오른 뒤 높고 멀리 날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팬들에게 친근해진 것은 최근이지만 제1회(프랑스 샤모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오래된 종목이다. 2011년 4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여자 종목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추가해 소치 대회에서는 여자(개인) 경기도 열린다. 도약대의 길이에 따라 ‘노멀힐’과 ‘라지힐’로 구분되는데, 소치에서는 남자 개인 노멀힐(K90), 라지힐(K120), 남자 단체전(K120), 여자 개인 노멀힐(K90)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K90은 비행 기준 거리가 90m라는 뜻이며 K120은 120m다. 선수가 날아올라 기준 거리에 도달하면 60점이 기본적으로 주어지고 여기에 1m가 늘어날 때마다 라지힐 기준으로 1.8점이, 모자라면 같은 점수가 깎인다. 노멀힐에서는 2점씩 가감된다. 비행거리 외에 자세도 중요하다. 5명의 심판이 도약과 비행, 착지를 평가한다. 심판 1인당 20점 만점으로 채점하는데,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뺀 3명의 점수를 합산해 6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점프는 주행-도약-비행-착지의 4단계로 구성된다. 주행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자세가 중요하고, 그 추진력으로 도약대를 차고 날아올라야 한다. 너무 일찍 뛰어오르면 비행이 짧아지고 늦으면 도약이 약해져 정확한 도약 시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또 비행 시에는 바람에 잘 올라탈 수 있도록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스키 앞을 벌려 ‘V’ 자를 만들면 거리를 늘릴 수 있다. 뒷바람보다는 맞바람이 더 유리하다. 사용하는 스키도 다른 종목과는 다르다. 재질은 나무와 유리섬유로 구성됐고, 길이는 활강 스키보다는 길지만 선수 키의 146%를 넘어서는 안 된다. 스키 길이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규정이 별도로 없었지만 1998년 나가노대회에서 일본이 금메달 두 개를 휩쓸자 유럽 쪽에서 반발, 길이를 제한하게 됐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가장 위험한 종목 루지

    루지는 가장 위험한 동계 스포츠다. 시속 140㎞로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썰매에는 안전장치도, 핸들도, 브레이크도 없다. 선수를 보호하는 건 헬멧뿐이다. 10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린다. 루지(Luge)는 말 자체가 ‘썰매’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마찬가지로 빙판 위에서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선수의 자세다. 루지는 선수가 발을 전방으로 향하고 누운 상태에서 썰매를 탄다. 경기 시작부터 선수가 누워 있기 때문에 힘찬 스타트 동작도 없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알프스 주변 산악 지대의 ‘눈썰매’가 스포츠로 진화했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녀 1인승, 2인승에 이어 소치에서는 팀 계주까지 정식 종목에 포함됐다. 계주는 4명이 한 팀이 돼 여자 1인승, 남자 1인승, 2인승 순으로 경기를 치른다. 앞선 선수가 레이스를 마치면서 트랙 위의 터치패드를 건드리면 다음 선수의 출발 게이트가 열린다. 1인승 경기는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총 4차례, 2인승 경기는 하루에 2차례 레이스 기록을 합산해 소요 시간이 가장 적은 순서로 순위가 정해진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대회를 시작으로 밴쿠버대회까지 줄곧 남자 싱글에서만 올림픽 출전 선수를 배출했지만 소치에서는 한국 루지 사상 처음으로 팀 계주까지 전 종목에 출전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크로스컨트리 스키

    [ypa! 마이너리티] 크로스컨트리 스키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동계와 하계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오래 된 종목 가운데 하나다. 1767년 노르웨이 군인들의 대회에서 스포츠 형태가 갖춰진 것으로 짐작된다. 민간인들이 참여한 대회는 1843년 노르웨이 북부에서 열린 대회가 처음이다. 순발력보다 지구력, 오랜 경기 경험이 승부의 관건이다. 1924년 제1회 샤모니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남자 18㎞와 50㎞ 경기가 열렸으며 1952년 오슬로 대회부터 여자 종목이 신설됐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6개씩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가장 많다. 스키화의 앞쪽만 고정시키고 뒤축은 떨어지게 만든 스키를 사용하며 알파인 스키에 견줘 폭이 가늘고 짧으며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진다. 주법은 스키가 평행을 이룬 채 앞뒤로 움직이는 클래식과 스케이팅하듯 좌우로 움직이는 프리스타일, 둘로 나뉜다. 클래식보다 짧고 좁은 스키를 사용하는 프리스타일이 평균 8% 더 빠르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남녀 1명씩만 출전하기 때문에 개인 종목들에만 나선다. 남녀 개인출발은 클래식 주법만 가능하며 국제스키연맹(FIS) 2013~14시즌 세계 랭킹이 낮은 선수부터 30초 간격으로 출발, 기록으로 순위를 정한다. 개인 스프린트는 남자 1.4~1.6㎞, 여자 1.2~1.3㎞ 코스에서 15초 간격으로 출발하는 예선을 펼친 뒤 상위 30명이 8강에 오른다. 8강과 준결승에선 6명씩 조를 이뤄 경기를 치른 뒤 결승에는 6명만 올라 금메달을 다툰다. 남자 30㎞, 여자 15㎞ 추적은 절반 구간을 클래식 주법으로 달린 뒤 반환점에서 스키와 폴을 교체하고 나머지 절반구간을 프리스타일로 역주한다. 선두가 자주 바뀌어 가장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팀 스프린트. 두 명이 6개 구간으로 이뤄진 코스를 번갈아 탄다. 선수들이 화살표 모양으로 서며 한 구간의 거리는 1.5㎞. 교차지역에서 신체 접촉을 통해 교대한다. 준결승에서 10~15개 팀이 경쟁해 각 조 상위 5조가 결승에 나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스노보드

    [ypa! 마이너리티] 스노보드

    스키, 스케이트와 함께 대표적 겨울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은 스노보드. 그런데 동계올림픽에서 이 종목에 무려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의 메달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스노보드의 시작은 역시 놀이였다. 한국의 포대 자루 썰매처럼 1960년대 미국에서 서핑보드를 이용해 눈 덮인 산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에서 시작된 스노보드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스노보드 세부 종목으로 남녀 하프파이프와 남녀 대회전 등 4개 종목이 치러졌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는 대회전 대신 평행대회전이 도입됐다.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남녀 크로스가 추가됐고, 올해 소치에는 평행회전과 슬로프스타일이 정식 종목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남녀 각각 하프파이프, 평행대회전, 평행회전, 크로스, 슬로프스타일 등 총 10개의 금메달이 생겨났다.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반원통형 모양의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경기하는 하프파이프는 익스트림 스포츠인 스노보드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원통의 양쪽 벽을 오가며 점프와 공중회전 등 고난도 기술을 펼쳐 그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선수들이 기술을 보여 주면 5명의 심판이 기본동작, 회전, 기술의 난도, 착지 등의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 기문을 통과하며 슬로프를 활주하는 스피드를 겨루는 회전 경기는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때는 1명씩 코스를 내려오는 개인 대회전 형식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2002년 동계올림픽부터 두 명의 선수가 두 개 코스로 나눠 동시에 출발하는 평행대회전으로 바뀌어 맞대결의 흥미를 더했다. 소치부터 도입된 평행회전도 마찬가지로 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는데, 기문의 간격이 더 좁고 달리는 속도가 평행대회전보다 다소 느리다. 크로스는 스키의 크로스처럼 여러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회전 코스와 점프대, 모굴 등 여러 장애물을 넘으면서 일정한 거리를 주파하는 경기다. 슬로프스타일에서는 슬로프 위에 설치된 장애물을 이용한 다채로운 묘기를 볼 수 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그래픽 이혜선 기자 okong@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봅슬레이

    [ypa! 마이너리티]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와 함께 3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속도가 빨라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선수들의 몸이 앞뒤로 끄떡거리는 모습(Bob)과 썰매(sled)를 합친 이름으로 깡통 모양의 틀 속에 앉아 주행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제1회 동계올림픽인 1924년 프랑스 샤모니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에는 남자 4인승만 치러졌으나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 남자 2인승이 추가됐고,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여자 2인승도 합류했다. 한국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세 종목 모두 출전권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트랙은 1200~1500m 길이의 U자형 코스이며, 14~19개의 커브가 있다. 경사 각도는 8~15%.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150㎞에 육박하고, 체감 속도는 200㎞를 훌쩍 넘는다. 특히 커브를 돌 때는 중력의 4~5배 압력이 가해진다. 소치올림픽 경기장인 산키 슬라이딩 센터의 봅슬레이 트랙 길이는 세 종목 모두 1500m에 커브 17개 규모다. 가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썰매가 무거워야 유리하다. 그러나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은 썰매의 무게를 합쳐 남자 4인승은 630㎏, 2인승은 390㎏, 여자 2인승은 340㎏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2인승은 핸들을 조정하는 파일럿과 결승선을 지난 뒤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브레이크맨으로 구성되며, 4인승은 2명의 푸시맨이 추가된다. 출발선에서 4명 모두 50m가량 힘차게 썰매를 민 뒤 파일럿과 푸시맨, 브레이크맨 순서로 탑승한다. 한 명이라도 탑승하지 못하면 실격된다. 올림픽에는 남자 2인승과 4인승 각각 30개팀이, 여자는 20개팀이 출전한다. 4차례 레이스 기록을 합쳐 순위를 결정하는데, 경기장은 지형과 주변 환경에 따라 길이와 커브 개수 등이 제각각이어서 대회 최고 기록만 남길 뿐 세계 기록은 산출하지 않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ypa! 마이너리티] 바이애슬론

    [ypa! 마이너리티] 바이애슬론

    먼 옛날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설원을 누볐을 인류의 간절함을 오롯이 간직한 겨울스포츠가 바이애슬론이다. 바이애슬론은 유럽 군인들의 스키대회가 모태다. 1948년 국제 근대5종 및 바이애슬론 경기연맹이 창설돼 1957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를 열어 왔다.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60년 제8회 스쿼밸리(미국) 대회부터. 남자 개인 20㎞ 한 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뒤, 지난 밴쿠버대회까지 남녀 각 5개씩 10개 종목을 치렀다. 소치대회에는 혼성계주가 추가돼 모두 11개 종목이 치러진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합쳐진 종목으로 주행 때의 심폐 지구력과 사격할 때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소치대회 경기는 크라스나야 폴랴나 산의 북사면에 설치된 6.5~10㎞의 크로스컨트리 코스에서 펼쳐진다. 7500명이 들어가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선수들이 사격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전광판을 통해 사격 결과와 주로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은 단발총과 탄약을 가지고 스키를 타다가 사격 레인에서 100~250m 거리의 과녁을 향해 5발을 쏜다. 사거리가 먼 경우에는 엎드린 자세에서 사격한다. 목표물을 맞히지 못한 횟수만큼 벌점을 받는데 개인 경기는 1분을 더하고, 나머지 4개 종목에서는 150m를 더 주행해야 한다. 기록이 가장 빠른 선수가 우승한다. 바이애슬론은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유럽 국가 선수들이 사격에서 특히 월등하다. 지난해 초 체코 세계선수권 스프린트 경기에서 20위까지의 선수들을 살펴보니 나이는 남자 27세-여자 28세, 경력은 남자 16년-여자 14년으로 나타났다. 최적의 경기력은 무엇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들은 10발 중 9발을 맞혀 90% 이상의 정확성을 뽐냈다. 10발을 모두 명중시킨 남자 선수는 6명, 여자는 7명이나 됐다. 그런데 한국 남녀 선수들의 명중률은 나란히 67%였다. 전체 기록에선 1위와의 기록차가 한국 남자는 4분대, 한국 여자는 3분대를 보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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