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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몰카 치안’

    폐쇄회로(CC)TV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현대인은 잠에서 깨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CCTV의 포로 신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2054년을 가상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최첨단 범죄예방 시스템에 의해 ‘미래의 살인자’로 지목된다.크루즈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수포로 돌아간다.신호등,상가,지하철 등 곳곳의 감시카메라가 눈의 홍채로 그를 인식하고 경찰에 실시간으로 통보하기 때문이다.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경고한 ‘빅 브러더’가 영화속에서 소름끼치는 소재로 현실화한 것이다.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주택가 도로에 연말까지 방범용 CCTV가 340여대 설치된다.올해 말까지 동마다 평균 16대의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지난해 말부터 5대의 CCTV를 시험가동중인 논현1동은 300m에 1대꼴로 CCTV가 빽빽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범죄예방’과 ‘사생활 침해’라는 상반된 시각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문제는 ‘CCTV 설치지역’이라는 표지판을 달지 않고 ‘몰카’(몰래카메라)식으로 운영한다는 데 있다.경찰의 ‘몰카 치안’이라고 할까.범인 검거의 효율성을 감안한 조치겠지만,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화면이 유출돼 악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몰카’공포증을 부채질하는 결과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주는 최근 CCTV를 설치할 때 설치목적을 밝히는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사생활 침해가 걱정될 때는 설치 자체가 불허된다.캐나다와 덴마크에서도 촬영사실을 알리지 않고는 CCTV를 운영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세계는 지금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반(反)감시권 운동’이 확산일로다.가족간에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사생활 침해를 뒤늦게 깨달은 강남구민들이 CCTV 제거를 다시 요구하지나 않을는지….하루종일 ‘몰카’,‘폰카’에 시달리다 집으로 오면 골목길 CCTV가 또 노려본다? 지혜로운 CCTV 운영을 기대해 본다. 이건영 논설위원
  • ‘팍스아메리카나’ 실체 들여다보기 / 살림지식총서 - 미국알기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현대의 로마제국’이다.분노와 선망의 대상으로서의 미국.그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곧 어제의 우리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우리를 준비하는 것이다.그런 만큼 미국은 단순한 관심의 차원이 아니라 그 근원부터 천착해 들어가 알 필요가 있다.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10권의 미국 관련 책이 한꺼번에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좌파와 우파’(이주영 지음),‘미국의 정체성: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김형인 지음),‘마이너리티 역사 혹은 자유의 여신상’(손영호 지음),‘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김형인 지음),‘MD,미사일 방어체제’(정욱식 지음),‘반미’(김진웅 지음),‘영화로 보는 미국:할리우드 영화의 문화적 의미’(김성곤 지음),‘미국 뒤집어 보기’(장석정 지음),‘미국 문화지도’(장석정 지음),‘미국 메모랜덤’(최성일 지음).도서출판 살림에서 펴내는 ‘살림지식총서’ 1차분으로 나온 이 책들은 모두 3300원짜리 문고본으로,번역서가 아니라 국내 필자들의 땀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비교문명학의 거장 아널드 토인비의 지적대로 두 문명이 만날 때는 먼저 피상적인 의식주에 관한 부분이 섞이고 그 다음에야 문화의 진수라 할 비(非)가시적인 가치체계의 교류가 있게 마련이다.우리는 미국인들의 표피적인 삶의 방식에만 익숙해 있는 것이 아닐까.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 문화의 핵심,즉 미국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가치체계를 이해하는 것이다.이 ‘미국총서’가 겨냥하는 것은 바로 미국 바로 보기,미국 깊이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살림지식총서’는 인문·사회·자연과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현재 200여명의 필자들이 집필 계약을 마쳤다.올해는 70여권의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출판사측은 프랑스의 ‘크세즈’,독일의 ‘레클람문고’, 영국의 ‘펭귄북스’에 견줄 만한 문고의 고전으로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종면기자
  • 수화기 너머 누군가 날 노린다 / 13일개봉 ‘폰 부스’

    하루에도 1억통의 전화가 오간다는 거대도시 뉴욕.그 한복판에 천연기념물처럼 남아 있는 공중전화 부스 하나. ‘폰 부스’(Phone Booth·13일 개봉)는 그런 ‘장소성’으로 심상찮은 상징을 던지는 스릴러 영화다.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열린 공간’이자,어느 누구도 그 속의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는 ‘닫힌 공간’.공중전화 박스는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참신한 공간적 소재가 됐다.실제로 몇 장면을 빼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중전화 부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 상황극이다.감독은 ‘의뢰인’‘타임 투 킬’ 등을 통해,액션 스릴러 잘 찍기로 정평이 난 조엘 슈마허. ‘마이너리티 리포트’‘리크루트’‘데어데블’ 등을 거치며 한창 주가상승 중인 할리우드 신예 콜린 파렐이 주인공이다. 파렐의 일인극이나 다름없는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잘 나가는 스타 에이전트 세퍼드.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려고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간 게 화근이다.갑자기 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은 죄로 그는 꼼짝없이 죽음의 게임에 들어간다.정체모를 괴한은 전화를 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세퍼드의 비리와 비밀들을 낱낱이 들춰낸다. 주인공의 불가항력적 상황에 관객들은 점점 숨이 막힌다.전화선 너머 무형의 목소리를 상대로 불안과 흥분,극도의 공포를 형상화해내는 파렐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괴한은 관객에게 두뇌싸움을 걸진 않는다.범인의 정체를 밝혀내 응징하는 건 이 영화에서 별 의미가 없다.전화부스 근처 어딘가에 숨은 범인은 오히려 현대인들의 온갖 속물근성을 단죄하는 심판자같다.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지 황당해하는 세퍼드에게 범인은 그동안 그의 ‘죄상’을 조목조목 까발린다.남을 깔본 것,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 것,음란한 섹스를 상상한 것,비싼 양복에 가짜 명품시계를 차고 뻐긴 것,이용가치가 있는 사람만 골라 만난 것…. 굵직한 액션보다는 곱씹을 메시지가 더 많은 심리스릴러다.피 튀는 총격전 없이 감춰진 범인의 성토만으로도 영화는 관객의 가슴을 충분히 썰렁하게 만든다. 세퍼드의 잘못들이 죽음의 벌을 받아 마땅한 위선이라면,온전할 현대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폭력의 무작위성과 맹목성,진실의 잣대 앞에 앙상하게 뼈만 남는 인격 등 현대사회의 병리를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단조로운 설정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각성제 역할을 하는 건 흑인배우 포레스트 휘태커.현장에 출동한 수사반장 역의 그는, 유머감각을 섞어가며 세퍼드와 범인 사이의 은폐된 갈등을 자연스럽게 화면 위로 돌출시킨다.상영시간 1시간 21분. 황수정기자
  • [넷피니언 리더] 웹진 ‘퍼슨웹’ 전·현 편집장 조성진·김성환씨

    “인터뷰를 통해 모순으로 가득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해설 기사나 시사 만화 하나 없다.‘온라인 잡지’라는 뜻의 ‘웹진’이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다.그러나 생생한 사람의 목소리를,그것도 진보적이면서 소수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접하고 싶다면 인터넷 전문 웹진 퍼슨웹(www.personweb.com)이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22일 퍼슨웹을 ‘짊어지고’ 있는 조성진(사진 왼쪽·34),김성환(32) 전·현직 편집장을 만났다. 퍼슨웹의 시작은 2000년 4월.서울대 문과대,사회과학대 출신들이 주축이 됐다.활동 인원은 15명 정도.30대 교수,변호사로부터 톡톡 튀는 대학 새내기까지 다양하다. 퍼슨웹은 ‘마이크를 잡고 뛰어라.’를 표방하고 있다.기존 언론을 바라보는 불신 섞인 시선이 물씬 풍긴다.조 전 편집장은 “인터뷰는 상대가 있는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언론은 자신을 드러내는데 바쁘다.”라고 꼬집었다.회원들은 현장감 있는 상대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펜이나 컴퓨터 대신 녹음기를 이용한다. 퍼슨웹이 이제까지 인터뷰한 사람은 140여명.알렉스 캘리니코스,강만길,하워드 진 등 국내외의 진보적 석학으로부터 위구르족 처녀,포르노 웹진 운영자,키르기스스탄 유학생 등 그 면면도 다양하다.대중음악인 신중현·강산에,소설가 이인성 등 문화예술인도 퍼슨웹의 마이크 앞에 섰다. 퍼슨웹은 지난해 말 ‘외도’도 했다.성공회대 NGO학과 김동춘 교수,종교문화연구소 장석만 연구위원,수유연구실 고미숙 연구원,서울대 국사학과 윤해동 강사 등 진보적 소장학자 4명의 인터뷰를 모은 ‘인텔리겐차’를 펴낸 것.지난 4월에는 서울대와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독립영화 ‘먼지,사북을 묻다’를 상영했다. 김 편집장은 “모순된 현실을 뒤집어 엎는 힘을 가진 마이너리티와 진보에 대한 관심이 회원들에게 마이크를 잡게 만들었다.”면서 “1만명을 채울 때까지 인터뷰를 계속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
  • [시네 드라이브] 시사회장의 ‘가방 압수’ 소동

    지난 12일 ‘매트릭스2-리로디드’의 국내 첫 시사회가 열린 서울극장 로비에는 때아닌 진풍경이 빚어졌다.이날 자리는 기자와 배급관계자들만 참석하는 특별시사회.극장 로비 한쪽이 가방을 맡기고 짐표를 받는 기자와 영화관계자들로 난데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러더스 본사에서 전날 밤 갑자기 ‘극장내 가방 반입금지’지침을 내리자 국내 직배사가 꼼짝없이 이를 따랐던 것.현장 곳곳에서 불평이 터져나온 건 당연했다.가방을 ‘압수’당한 것도 모자라 기자들과 배급 관계자들은 극장에 들어가기 전 또 한번 검색바(Bar)의 삼엄한 감시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직배사들이 블록버스터 시사회장에서 이런 호들갑을 떠는 건 불법복사용 캠코더를 미리 잡아내기 위해서다.실제로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시사회장에서 몰래 찍은 소위 6㎜ ‘캠코더 판’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속도와 폐해는 놀랍다. 직배사의 블록버스터 시사회장에 금속탐지기나 검색대가 등장한 건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지난 2001년 9월 ‘반지의 제왕’ 1편의로드쇼때가 처음. 이후 ‘해리포터’‘스타워즈 에피소드2’‘마이너리티 리포트’‘스파이더맨’‘엑스맨2’ 등의 시사회장에는 어김없이 금속탐지기가 동원됐다. 세계인의 기대를 모으는 ‘매트릭스2’가 한국시장에서 특별히 몸을 사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무엇보다 미국(15일 개봉)을 제외하면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시사회를 갖는 나라라는 점.제5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식상영된 날짜(15일)보다도 앞선 것이었다.이 모두가 한국시장의 규모를 의식한 특별한 배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측은 “영화의 메인포스터를 남녀 주인공의 얼굴을 넣어 한국용으로 따로 만든 것도 본사의 이례적인 배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면 그것은 우리시장의 가능성을 놓고 열심히 잇속을 따진 결과일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필름보호를 위해 직배사들이 구사하는 방어전략이 납득할만한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의 ‘매트릭스2’ 관련 기사들이 시시콜콜 본사에 보고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마디….한국의 영화시장에 대해 그렇듯군침을 흘리면서 정작 한국관객 무서운 줄은 왜 모를까. 황수정 기자 sjh@
  • 이규택 “개혁파 왕따 黨부정”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가 5일 최근 당내 보혁갈등과 관련,“강경 일변도로 대여투쟁의 수위를 높이고,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식의 인신공격이 옳은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이 총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이념과 관용’이라는 글에서 이처럼 심경을 토로했다.그동안 대여투쟁을 이끄는 원내 사령탑으로서 고민이 배어 있다.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거쳐 통합민주당 출신인 이 총무는 “한나라당은 정통보수를 지향하는 신한국당과 개혁성향의 민주당이 통합한 다(多)이념 정당”이라며 “개혁성향 의원들을 마이너리티로 따돌리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아울러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보수를 무조건 배척하려고 하는 노무현 정권의 행태가 개혁독재로 흐를 위험이 있다면,자신들과 이념성향이 다르다고 이를 무조건 배척하려고 하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태도는 국민들로부터 수구세력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마당] 꽃을 받는 남자

    50대 점잖은 남자들이 줄을 서 있다.꽃을 받으려고.그들의 얼굴엔 권위주의라고는 그림자도 없고 온순하고 밝은 표정이다. 열린 사람의 모습.그렇다.그 나이에 보기 드문 감성이 살아 있는 모습이어서 생소하기까지 하다.그들을 ‘아저씨’라고 부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여성은 정신과의사 정혜신이다.따뜻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장미꽃을 건네주고 있다.꽃을 받은 남자는 행복해 보인다.이 세상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위로받고 희망의 상징까지 받았으니 기쁠 것이다. 정혜신의 꽃은 여러 의미를 갖는 것 같다.중년이 되어 비로소 감성이 살아나 이제야 사람(?)이 되려 하는 사실을 축하하는 뜻이며,감성적 사람으로 변화한 어색함과 쑥스러움을 꽃을 받는 행위로 넘기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꽃을 받은 남자들이 그 꽃을 함께 온 아내에게 주지 말고 손에 든 채 동숭동 거리를 활보하기를 나는 바란다.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고,혼자서 말 못하고돌아서지 말았으면 한다.더 이상 가장의 의무에만 붙잡히지 말고,흔들림을 감추지 말고 자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자기감정에 충실했으면 한다. 이제라도 자신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기를 바란다.꽃을 든 순간부터.정혜신의 말대로 흔들림은 마음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그래서 흔들림은 삶의 축복이므로. (정혜신의 감성 콘서트-남자)에는 여러 케이스가 등장한다.우리가 주변에서 보던 남자들-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짓고,아이들을 챙기고,삶이 허망하다며 한숨짓는….오늘 아침 나 역시 비어 있는 딸아이의 방에 일도 없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남편을 보고 마음이 짠했었다.아이들 어렸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내지 않는 그에게,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고 당신이 필요해서 돌아왔을 때는 당신 자리가 없을 거라고 매서운 말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저이도 외롭구나 싶었다.중년이 되면 남자는 여성호르몬이 늘어 감성적으로 변하고 여자는 남성호르몬이 늘어 씩씩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나이 들수록남자가 더 살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그리 무서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데,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보고 나면 참 마음이 편하다.예를 들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라든가,갈라서기밖에 더 하겠어라든가,소중한 그 무엇도 잃을 각오를 하면 쉬워진다.집착하지 않아야 문제도 제대로 보이고 실수도 줄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남자들은 근원적 두려움을 감추느라 권위주의 뒤로 숨고 일을 내세우고 술로 피하고 친구와 몰려다니며 세월을 흘려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자기 삶의 정면을 끝내 직면하지 않은 채 파도에 휩쓸리듯 살다가 무인도에 홀로 남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반면 여자들은 마이너리티로서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살았기 때문에 후반생을 훨씬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정혜신의 말처럼 남자의 후반생은 축복이며 희망이다.이제부터라도 자신을 들여다보고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하여 이미 준비된 여자와 아름다운 파트너십을 이루며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김 혜 경 도서출판 푸른숲 대표
  • 30일 전세계 동시개봉 SF 화제작 Q&A로 미리 본 엑스맨2

    지난 16일 지구촌 팬들과 인터넷 화상채팅을 열어 분위기를 띄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2’(X-MEN2)가 오는 30일 전세계 관객들을 동시에 만난다. 전편이 ‘좋은 엑스맨’과 ‘나쁜 엑스맨’사이의 대결을 그렸다면,이번엔 ‘엑스맨’과 ‘나쁜 인간’이 맞붙었다.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 관계는 어디까지 진전됐나. -전편이 인물들의 사연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고 뒷수습을 못한 느낌을 줬다면,속편은 작정하고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누군가가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뒤 여론이 엑스맨(유전자 변형으로 탄생한 돌연변이)을 지목하고,돌연변이를 증오하는 스트라이커 장군(브라이언 콕스)은 엑스맨들의 학교에 전쟁을 선포한다.이 과정에서 엑스맨의 지도자인 사비에 박사를 납치,모든 엑스맨을 죽이는데 이용하려 한다.결국 엑스맨들은 모두 힘을 합친다.이는 원작만화 내용의 4분의1 이상이 진행된 것.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구조에 힘을 쏟다보니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전편만 못하다.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엑스맨의 운명의 괴로움보다는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더 소중하게 다뤄 전편만큼 음울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새로 등장하는 엑스맨은?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파란 피부에 문신으로 범벅된 나이트 크롤러(앨런 커밍).오프닝 신에서 클래식 선율 속을 유영하듯 연기처럼 흩어지며 이동하는 모습은 신비롭고 아름답다.신세대 엑스맨들의 활약도 돋보인다.전편에서 잠시 얼굴을 비췄던 아이스맨(애런 스탠포드)과 파이로(숀 애쉬모어)가 전면에 부각된다.아이스맨이 얼음벽을 만들고,파이로가 무차별 공격에 분노해 경찰차를 불바다로 만드는 장면은 압권이다.손톱에서 칼날이 나오는 무술의 달인 데쓰스트라이크(켈리 후)도 이번 속편의 유일한 악당이자 동양여성으로 등장한다.피부만 닿으면 에너지를 흡수하는 로그(애너 파킨),손등에서 갈퀴칼이 나오는 울버린(휴 잭맨)등 전편의 인물도 거의 그대로 나온다. 액션과 세트 규모가 더 커졌다던데. -스트라이커 장군의 기지로 쓰이는 11만 평방 피트의 거대한 세트는 캐나다 밴쿠버에 300여명을 투입,다섯달동안 만들어냈다.기차역,자유의 여신상 등에서 결투를 벌여 현실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전편에 비해,금속성의 비밀기지는 미래적이다.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키는 학교 습격신,회오리 기둥 사이를 휘젓는 전투기,우위썬 감독의 스타일을 베낀 듯한 음침한 성당과 비둘기신도 볼거리다.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감한 앵글,초현실적인 분위기 등 SF팬이라면 더없이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춘 셈.제작비는 1억5000만달러가 들었다. 전편보다 뜰 수 있을까. -전편은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렸지만,국내 관객은 서울에서 46만명에 그쳤다.하지만 지난해 성공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새로운 SF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전편 때보다 더욱 유명세를 얻은 스톰 역의 할리 베리,매그니토 역의 이안 맥켈런의 영향력과 여름 극장가의 첫 포문을 열게 되는 작품이라는 점이 최대 이점.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에 대한 비판도 요즘 시기에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김소연기자 purple@
  • 설연휴에 온가족 함께 따끈따끈한 비디오를

    가족의 참뜻 일깨워주는 ‘릴로와 스티치' 첨단 테크놀로지 상상 활짝 ‘마이너리티…'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가문의 영광' 알토란같은 설 연휴.자투리 시간을 메우기에 변함없이 좋은 아이템은 역시 비디오! ‘따끈따끈한’최신 비디오를 남 먼저 볼 수 있다면 그 기분도 근사하지 않을까.개봉관에서 놓친 화제작들이 최근 설 연휴를 노리고 줄줄이 등장했다. ●아이 엠 샘(휴먼드라마) ‘코리나 코리나’의 제시 넬슨 감독.숀 펜이 지능장애를 앓으면서도 어떻게든 딸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눈물겨운 부정을 멋지게 소화했다. 생모가 도망간 뒤 어렵게 딸을 키우던 샘은 사회복지기관이 딸을 강제로 입양시키려 하자 일면식도 없는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깍쟁이 이미지에서 점점 샘의 감정을 이해하는 여 변호사는 미셸 파이퍼. ●K-19 위도우 메이커(재난액션) ‘폭풍속으로’‘블루 스틸’등 스케일 큰 작품으로 알려진 여류감독 캐서린 비글로.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가 배경.미국에 맞서 소련도 핵잠수함을 건조하지만,대서양 항해도중 방사능 폭발의 위기에 봉착한다. 승무원들은 3차 대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사투한다.100%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었으되 소련군을 세계평화를 지킨 영웅으로 설정한 대목이 매우 독특하다.해리슨 포드가 원칙주의자인 소련군 함장으로 변신. ●릴로와 스티치(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개봉작이 없는 이번 연휴에 일찌감치 ‘찜’해 둘만한 흥행 애니메이션. 어린 소녀 릴로와 말썽꾸러기 외계 생명체 스티치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작품. 깜찍한 릴로의 캐릭터와 원색의 배경그림이 인상적.가족의 참뜻을 일깨우는 과정에 훈훈한 감동이 피어난다.크리스 샌더스 감독. ●트리플 X(첩보액션) ‘분노의 질주’를 연출한 롭 코언 감독.빈 디젤·새뮤얼 잭슨 주연.아찔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스킨헤드족 신세대가 주인공으로 나와 분위기가 확 바뀐 첩보물.정부의 골칫덩어리인 반정부 영웅 XXX(트리플X)는 뜻밖에 미 CIA로부터 비밀요원으로 뛰어달라는 협박성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데….스노보드를 타고 설원을 누비는 추격전이 압권. ●마이너리티 리포트(SF)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첫 만남이란 사실만으로도 영화팬들을 흥분시킨 화제작. 2050년대 미래사회의 범죄예방 시스템이 중심 소재.미래의 범행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점검하던 특수경찰 존(톰 크루즈)은 뜻밖에 자신이 범죄 예상자로 등장하자 이를 막으려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동료경찰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충격적인 반전,자기부상 자동차 등 첨단 테크놀로지에 관한 상상이 만개한다. ●몽정기(코미디) 한국영화계에 본격 섹스코미디의 계보를 세운 정초신 감독의 흥행작.10대의 성적 호기심과 환상을 솔직하게 그린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학창시절 짝사랑한 선생님을 찾느라 교직을 택한 교생 유리(김선아),그를 짝사랑하는 중학생 제자들,볼품없고 무뚝뚝한 노총각 선생님 병철(이범수)의 유쾌한 삼각관계가 줄거리.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설정도 감상포인트. ●가문의 영광(코미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남부러울 것 없는 조폭 ‘쓰리제이’집안에서 아쉬운 점은 딱 한가지,집안에 ‘가방 끈 긴’ 사람이 없다는 것.막내딸(김정은)의 신랑감으로 서울대 수석졸업자(정준호)를 붙잡으려고 온 식구가 매달렸다.조폭 집안의 큰아들로 망가지는 연기를 불사한 유동근의 변신이 뭣보다 볼만하다. ●밀애(멜로)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 미흔(김윤진)은 옆집 의사 인규(이종원)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육체적 관계만 즐기는 시한부 게임에 들어간다.모처럼 스크린 주인공을 꿰찬 이종원과 김윤진이 불륜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캐릭터를 ‘온몸으로’연기했다. 황수정기자 sjh@
  • [열린세상] 새 정부 구성 & 로또 대박

    겨울이 깊다 함은 봄이 가깝다는 뜻이다.한 해의 시작 무렵을 신춘(新春)이라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추위는 요즘이 한창이지만 이 설 지나면 절기도 곧 입춘이다. 올해 설 귀성 길에는 ‘화제 집중’이라고 할 만한 일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노무현 정부의 인사다.보이는 데서,또는 보이지 않는 데서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을,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인 것이다.국무총리 후보는 일찍 드러냈으나,대통령 주변의 보좌 자리 몇만 툭툭 불거졌을 뿐 새 정부 윤곽은 아직 백지다.‘인사는 만사’가 괜한 말이 아니다.새 정부 성패가 달렸다 함은 이 나라 명운이 달렸다는 뜻도 된다.어떤 얼굴,어떤 그림을 보여줄 것인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에 대한 관심과는 전혀 다른 압도적 현상이 하나 있다.저널리즘 언어로 ‘광풍’이라고까지 표현된 ‘로또’ 다.100억 원대의 설 대박이 터진다고 해서 전 국민을 ‘인생 역전’의 꿈에 빠뜨린 복권 신드롬이 그것이다. 지난 해 이맘때 우리 대중 사회의 키 워드는 한 신용카드 회사의 광고 카피인‘여러부∼ㄴ,부∼자 되세요.’였다.올해는 814만분의1의 확률을 좇는 ‘인생 대역전’이 그 자리를 잇고 있다.부자되라는 덕담의 결말은 카드 빚에 몰린 신용 불량자 양산으로 나타났다.지금 그들 개인 파산자들까지 ‘마지막 남은 희망’을 로또 대박에 던지고 있는 모습을 본다.그들은 자신이 1년 새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4000분의1이고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50만분의1이라는 통계적 비교치는 알려고 할 바가 없다.“터지면 대역전” 그것만이 오늘의 유일한 희망이고,삶의 가치다.슬픈 풍경이지만 실낱도 못되는,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열 배,스무 배 더 확률이 낮은 ‘허망한 희망’이 그곳에 있다.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 되기가 어떻게 얼마나 무망한지를 토론하고 소리친 대규모 국제회의가 지난 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이다.나라만이 아니라 한 개인도 부자 되기는 꿈의 영역이다.빈익빈 부익부는 국가에나 개인에게나,국제사회에서나 우리사회에서나 다 드러나는 공통 현상이다.그 중에도 우리 사회의 빈익빈부익부는 그 격차가 나날이 커진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 상위계층의 소득은 별로 줄지 않았으나 중하위 계층의 소득은 큰 폭으로 줄었다.”는 내용의 ‘빈곤·소득분배 리포트’를 냈다.외환위기를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빈곤율은 외환위기 전인 97년 수준도 회복이 아직 멀었음을 숫자로 알려주고 있다. 그 ‘빈익빈’의 현상이 구체적으로 표출되는 곳의 하나가 카드 빚이고 개인 파산이며,로또 대박에서 마지막 희망의 빛을 찾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그 모습이 너무 절실하기 때문에 오늘 우리 사회의 로또는 그저 지나가는 레저 행위만은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이다. ‘빈부격차 해소’‘기아와의 전쟁’‘고용 창출’,이 세 가지 공약을 들고 지난 연말 브라질 헌정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 된 화제의 사나이가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다.그가 내건 공약은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그는 지구의 반대편에서 같은 무렵 한국의 대통령이 된 노무현과여러 부분에서 닮았다.비주류,아웃사이더,마이너리티를 대표한다는 점도 비슷하다.심지어 ‘눈물’이 잦다는 공통점도 있다.그 룰라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하면서 스스로 밝힌 가장 중요한 인사 기준은 ‘사회문제에 대해 가슴아파하는 감성’이었다고 한다.그는 29명의 장관 가운데 7명을 그 자신이 속했던 브라질 사회 최하위 빈민가 출신에서 발탁했다.아마존 열대우림 지대에서 16세까지 성장한 인디오 원주민 여성,리우데자네이루 슬럼가에서 쓰레기통 뒤져 먹을 것 찾던 성장기를 지닌 흑인 여성이 각각 환경 장관,사회발전 장관으로 기용된 것이 그 사례다.적어도 ‘가난의 문제를 아는 사람들’로 정부를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노무현 당선자는 그의 정부 인사 원칙에 대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라야 함께 갈 수 있겠다.’고 말한 바 있다.최소한의 기준인 셈이다.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사라져간,차디찬 현실 논리만으로 동파(凍破)되어버린 인간의 얼굴을 되찾아 다시 따뜻한 피가 돌게 하는 일을 제일의 가치로 생각하는,그것이 그 ‘뜻이 맞는’ 사람들의 조건이었으면 한다.우리 사회 빈곤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나눔의 문제다. 감동 같은 것,부스러기라도 희망인 것,부드러운 위로가 되는 것…,빈익빈의 굴레를 힘겨워하는 많은 국민에게 그런 빛을 던져줄 수 있는 노무현 식 ‘놀랄만한 인사’는 불가능할까? 정 달 영 assisi61@hanmail.net
  • 새영화/캐치 미 이프 유 캔

    ‘나 잡아 봐라~’.우리 말로 표현하면 더 그럼직한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24일 개봉)은 제목 그대로 희대의 사기꾼과 FBI요원의 쫓고쫓기는 상황을 코믹하게 버무린 영화다.그럼 코미디영화냐고? 글쎄,코미디라고 말하기도,아니라고 말하기도 뭣한 영화의 정체를 한꺼풀씩 벗겨보자. ●스필버그·디카프리오·톰 행크스가 만나다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뭇여성의 연인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톰 행크스.셋 가운데 최고로 실력을 발휘한 사람은 단연 디카프리오다.‘길버트 그레이프’의 정신지체아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지는 않을터.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기존 이미지를 흡수하면서도,한층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창가에 매달려 약혼녀에게 훗날을 기약하는 장면에서는 ‘타이타닉’의 비극적 연인이,부모의 이혼으로 충격받는 모습에서는 ‘바스킷볼 다이어리’의 상처받은 영혼이,감옥에 웅크린 그에게선 ‘아이언 마스크’의 버림받은 쌍동이 형제가,어린 나이에도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에서는 ‘토탈 이클립스’의 천재 시인이 겹쳐진다.여기에 시침 뚝 떼고 FBI요원을 농락하는 대담함을 보탰다. ‘A.I.’‘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음울한 미래세계를 조명해 온 스필버그는 이번에 1960년대로 시선을 돌렸다.예전 영화보다 발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허를 찌르는 긴박감을 기대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그보다는 가족드라마를 강조해 감동을 노렸다.행크스는 정 많은 FBI요원을 무리 없이 소화했지만 ‘로드 투 퍼디션’의 카리스마에는 못 미친다. ●조종사·의사·변호사… 이만한 사기꾼이 있을까 실화 속 주인공인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전학 첫날 교사로 위장,감쪽같이 학생들을 속인 타고난 사기꾼.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한 뒤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선다.조종사로 위장해 모든 항공 노선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물론,수표를 위조해 140만달러를 가로챈다.FBI요원인 칼 핸러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의사에서 변호사로 점점 대담한 위장술을 펼친다.현장을 덮친 FBI요원에게 비밀정보국 요원인 척 선수를 치며 빠져나가고,매력적인 매너로 여성들을 홀려 정보를 빼내는 등 17세 청년이 그럴싸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은 우선 웃기고 재미있다.게다가 중절모에 검은 양복을 입고 신분증을 거꾸로 보이는 어수룩한 FBI요원의 모습은 추리극임에도 코믹한 분위기를 더한다. ●역시 중심은 가족… 증발한 60년대 하지만 스필버그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중심축은 가족이다.프랭크가 사기꾼이 된 건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에게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그는 약혼녀의 단란한 가정을 보고 정착을 꿈꾼다.역시 이혼한 뒤 혼자가 된 칼은 아버지처럼 프랭크를 감싼다.일그러진 가족을 가진 인물이 서로를 돕는다는 설정은,이제는 식상한 느낌마저 준다. 아직은 따뜻함과 어리숙함이 살아 있는 ‘순수의 시대’로서 60년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쾌하다.최근 한국영화의 젊은 감독들이 80년대를 향수 어린 시선으로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6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스필버그는 “그 때가 좋았지.”라며 핑크빛 조명으로 그 시기를 비추는 것. 칼에게 프랭크의 아버지는 “아들은 베트남에서 빨갱이와 싸운다.”며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베트남전과 반전운동으로 얼룩진 60년대는 그렇게 농담처럼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될 뿐.그보다는 금발을 휘날리는 스튜어디스와 의젓하게 걸어가는 조종사의 풍경으로 스필버그는 60년대를 기억한다.그것이 시대의 사회성을 담은 영화를 결코 만들 수 없는 그의 한계다.하지만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김소연기자 purple@
  • 타임지 선정/올 최고의 영화 ‘그녀에게 말해봐’

    시사주간지 타임은 19일 인터넷판을 통해 올해 ‘최고의 영화’와 ‘최악의 영화’를 발표했다. 영화 평론가 리처드 시켈과 리처드 코얼리스가 각각 선정한 ‘최고의 영화10’은 모두 첫번째로 ‘그녀에게 말해봐’(Talk To Her·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사랑과 죽음이란 장중한 주제를 숭고하고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평이다. 이에 견줘 ‘디 아워스’는 여성의 희생에 대해 감상적으로 접근했다는 이유로 최악의 영화로 꼽혔다.다음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19편 중 주요 작품. ◆슈미트에 관하여- 연기파 잭 니컬슨이 퇴직한 보험회사 중역으로 열연,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로드 투 퍼디션- 마피아 중간보스인 톰 행크스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과 맞서는 모습을 침묵과 절제된 연기로 그려냈다. ◆어바웃 어 보이- 휴 그랜트는 시종일관 코믹한 면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지닌 독신 남성을 잘 소화했다. ◆뉴욕의 갱들- 1863년 뉴욕을 배경으로 영국계 갱과 아일랜드 이민자의 사랑과 복수의 서사시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전편 ‘반지 원정대’에 견줘 웅장하고 박진감넘치는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흥행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범죄를 예측해 범인을체포해야 한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강박증을 해부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평범한 소녀가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담이 주된줄거리로 ‘알라딘’ 이래 최고의 전통 만화영화로 꼽힌다. ◆8마일- 백인 래퍼 에미넴의 전기를 커티스 핸슨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 스타를 갈망하는 보통 소년의 열정과 꿈을 그렸다.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제자를 사랑하는 여자 스승의 열정과자기파괴적인 애정을 세밀화로 그려냈다. 임병선기자 bsnim@[ ]
  • 책꽂이/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外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도완녀 지음,해냄 펴냄)-늦사랑에 빠져 꼬박 9년을 강원도 정선 된장마을에서 스님인 남편과 함께 사는 저자의 에세이.2700개가 넘는 된장 항아리에 담을 만큼 수많은 된장을 담그는 된장공장 일꾼,끊임없이 연주하지 않으면 음감을 잃고마는 첼리스트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하루가 길고도 풍요롭다.8500원. ◆공산당선언(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이진우 옮김,책세상펴냄)-‘공산당선언’은 마르크스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만든 문건이자 마르크스 사상의 결정체다.그것은 이데올로기와 철학적 성찰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지닌다.마르크스주의가 현실 사회주의로 발전하면서 ‘공산당선언’은 이데올로기로 절대화했지만 사회주의 붕괴와 더불어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이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자 동맹을 위한 강령으로 함께 집필한 ‘공산당선언’과,그것을 쓰기 전에 엥겔스가 강령 초안으로 집필한 ‘공산주의 원칙’을 번역한 것이다.5900원. ◆침묵하는 소수(시오노 나나미 지음,이현진 옮김,한길사 펴냄)-다수가 곧정의이자 대세인 시대,주류가 곧 만사 오케이로 통용되는 시대는 얼마나 숨막히는가.이제는 소수의 창의성과 비주류의 혁신적인 발언을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그것은 다양성의 공존,건강한 다층적 비주류가 많은 시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하다.이 에세이집은 저자의 당당한 자기선언이다. 그러나 무작정 소수를 지향하지 않는다.주제넘은 메이저 지향과 곰팡내 나는 마이너리티 지향은 결국 동근이화(同根異花)라는 것.상식을 파괴하는 이성의 도전,이것이 바로 침묵하는 소수를 관통하는 정신이다.1만 2000원.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 지음,이은진 옮김,이마고 펴냄)-도발과 기행으로 점철된 삶을 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달리는 많은 시간을 미국에 체류하면서 ‘잡다한’방면에서 독창성을 발휘했다.이 점은 유럽 미술사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비판의 골자는 달리가 미국식 자본주의적 예술행태에 매몰돼 예술성을 달러와 바꿨다는 것이다.스페인 사람 특유의 과장을 섞어가며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솜씨와 자신감을 넘어 오만하기까지한 문체가 단숨에 읽어나가게 만든다.1만 5000원. ◆방콕 이야기(전대완 지음,실천문학사 펴냄)-현직 외교관이 본 방콕·방콕사람들.태국이 겉으로는 구질구질한 거리,숨막히게 겹쳐 흐르는 교통,홍등가가 전부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시간을 갖고 보면 사회 저변에 흐르는 역량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고 말한다.정신적 지주 구실을 해내는 왕가에 대한 충성심,외세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흔들림 없이 지켜온 정신과 문화,친절과 양보의 마음이 승화해 나오는 미소와 인내,내생을 기약하는 생활철학과 신앙등이 바로 태국의 힘이라고 강조한다.8000원. ◆연애처럼 달콤하게 전쟁처럼 치열하게(홍은옥 지음,선미디어 펴냄)-아동용 토털 캐릭터로 인테리어 시장을 이끄는 저자의 두번째 수필집.경쾌한 톤의 글을 실었다.8000원. ◆내 돈은 내가 번다(베른드 니쿠엣 지음,유혜자 옮김,휴머니스트 펴냄)-알기 쉽게 풀이한 청소년 경제교양서.요슈타인 가이더의 ‘소피의 세계’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주의 본질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풀어준 책이라면,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정글과 같은 증권시장을 탐험한다.1만 5000원. ◆조직의 성쇠(사카이야 다이치 지음,김순호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은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잃어버릴 10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은 곧 조직이 문제다.‘지식가치혁명’등의 책을 발표한 저자는,21세기 지식창조 사회는 오케스트라형 조직이 아닌 재즈밴드형 조직을 원한다고 말한다.1만 3000원.
  • [열린세상] 가슴에 박힌 대못 뽑기

    “나는 빨치산의 아들로 자랐다.” 모처럼 미디어 검증의 기회를 잡아 TV토론에 나선 한 대선 후보가 뜻밖에 털어놓은 고백이다.놀라는 쪽은 그런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알았더라도 그런 고백이 설마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할,나 같은 시청자다.나이 60이 넘은 전직 기자-노동운동가 출신의 이 진보정당 리더의 눈에 잠시 물기가 스쳤다고 본 것은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른다. ‘빨치산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일찍부터 세상에 알려진 유명 인사도 있다.그는 지금 예술가로서 절정기에 이른,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다.그의 유년과 성장기가 얼마나 궁핍·험난한 세월이었는지를 그는 스스럼없이 말해 왔다.무슨 연좌제 같은 제도적 장애물 이전에 생존 자체가 기적이던 시대를 헤쳐 살아온 것이다. 아버지가 빨치산인 것은 적어도 우리사회에서는 ‘천형(天刑)’이나 다름없는 일이다.그 가족들의 황폐한 삶의 역정에서 살아남아 대통령 후보가 되고 성공한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더구나 세상을 향해서 “아버지는 빨치산이었소.”라고외치는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놀라움 이상의 충격이다.시대가 변화한 결과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1988년 10월 쯤,월북 예술가들의 작품이 정부에 의해 해금(解禁)되었을 때,작곡가 김순남이 아버지임을 한번도 밖에 대고 말할 수 없었던 방송인 김세원씨는 “이제 가슴속 깊이 박혔던 큰 못이 빠졌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월북자들의 가족과 이른바 양심수,보안법위반 수형자들의 가족은 누구랄 것도 없이 가슴 깊이 대못을 박은 기막힌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월북자라는 것,빨치산이었다는 것,그가 바로 내 아버지라는 것을 말함으로써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아내게 된 것은 말하자면 힘들고 또 힘들었던 ‘한 시대와의 화해와 용서’의 시작이요,그 결과다. 그리고 지금 우리 주변에는 무엇인가가 역동하는,거역할 수 없이 도도한 흐름이 있음을 본다.지난 6월 전국을 들끓게 한 ‘대∼한민국’ 또는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은 그것이 표출된 첫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 코리아’의 화해와 용서는 부산에서 열리고있는 제14회 아시아경기대회의 키워드가 됐다.동시 입장한 남북한만이 아니라 44개 참가국 37억의 아시안 모두가 발신하는 메시지다.무엇보다도 북한의 파격적인 변신 몸부림은 부산에 불어 닥친 북녀(北女) 신드롬에 그치지 않는 세계의 관심사다. 특히 남북 철도연결이 열어 보여주는 새로운 사태의 전개는 아시아적인 인식의 지평을 유라시아적인 세계관으로 크게 넓히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이제 더 이상 불화와 대립을 계속하는 민족은 21세기를 살아남지 못한다.남도 북도 화해의 손을 붙잡지 않고는 갈 길이 없다. 아시아는 지금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고 2010년 세계 1위의 야망을 불태우는 중국과,IT 대국으로 머지않아 세계 7위의 경제강국이 될 인도,블록화로 대도약을 기약하는 아세안 그리고 세계 에너지 확보 각축장인 중앙아시아를 합쳐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충돌하는 세계의 중심이다.그들 나라가 한 자리에 모이는 아시안 게임은 이제까지 지구상 비주류·마이너리티들의 작은 축제 정도로 인식됐을 뿐이지만 지금 부산에서 진행되는 아시안 게임은 더 이상 무기력한 마이너리그일 수 없다. 세계는 시각을 바꾸고 있다.아시아가 세계의 새로운 주류이게 하는 데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을 경유하는 철도노선의 연결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우리는 그 중심에서 시대의 변화를 똑바로 보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편이다.민족웅비의 상상력 나래를 펴기 위해서도 지금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손을 내밀어 ‘원 코리아’가 서로 붙잡고 함께 가는 길밖에 없다. 빨치산 대못,월북자 대못만이 아니라 가슴속 깊숙한 남남갈등의 대못,군사적 불신이라는 대못,인공기를 어디까지 흔들 것이냐는 하찮은 못까지도 뽑아내 진정한 화해로 전진하는 것이다. 정달영 칼럼니스트 명예논설위원 assisi61@hanmail.net
  • 美 할리우드는 첨단 장비 공장

    할리우드를 보면 미래 첨단 기술이 보인다. 립스틱 모양의 카메라,네트워크 시스템을 통제하는 전자카드,무선복사장비 등은 국제스파이 박물관에 전시된 장비나 장난감들이 아니다.중앙정보국(CIA) 여성 비밀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TV시리즈물 ‘앨리어스’에 등장하는 첨단 장비들이다.지난 40년 동안 ‘제임드 본드’시리즈에 등장했던 첨단 장비들은 상세한 기술적 설명과 함께 오는 10월16일부터 런던의 과학 박물관에서‘본드,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쯤되면 할리우드를 첨단 장비·장치의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캐주얼 시계 브랜드 타이맥스에서 최근 시판하고 있는 인터넷 메신저 시계도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제품이다.타이맥스의 제품개발책임자 필 브르제진스키는 “이메일과 뉴스속보 등을 수신할 수 있는 이 시계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면서 “스크린에 등장했던 제품이 마침내 개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통신,DVD,엄지손가락 크기의 컴퓨터 등이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요즘할리우드는 보다 새로운 장비들을 선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때문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2054년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미래학자들을 불러 모았다.그 결과 수직고속도로에서의 자기자동차 정체와 범죄자를 색출해 내는 로봇 등 그럴 듯한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었다.‘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이동전화와 비디오를 결합한 장치는 노키아가 현재 개발중인 상품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국산 SF 왜 안되나?

    국산 SF영화는 안 된다?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110억원)를 쏟아부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하 ‘성소’)이 흥행 참패하면서 영화가 곳곳에서 불거지는 얘기다. 지난 13일 개봉한 ‘성소’의 흥행성적은 22일 현재 전국 13만 7800명.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주말 15개이던 서울시내 스크린을 10개로 또 줄였다. 국산 SF영화에 대한 회의론이 무성하게도 생겼다.지난해부터 유행처럼 기획·제작된 대형 SF영화들이 개봉하는 족족 주저앉고 있기 때문이다.‘성소’이전의 ‘천사몽’‘2009 로스트 메모리즈’‘화산고’‘예스터데이’‘아유 레디?’ 등이 그런 사례.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었다. 순제작비 50억원을 들여 지난 7월 개봉한 ‘아 유 레디?'는 전국관객 6만명에 그쳤다. #무너지는 이유 ‘있다’! =“국산 SF영화들,살풀이라도 해야 하나?” ‘성소’마저 참패하자 한국SF의 실패를 ‘불운’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자성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 구도와 인물 캐릭터가 한국관객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성소’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고 많은 이들은 지적한다.관객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입시킬 정서적 배려없이 ‘가상세계와 현실이 별개가 아니다.’란 장선우 감독의 선적(禪的)발상은 애초부터 관객과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미래형 인간을 묘사하는 캐릭터라도 최소한의 현실감각,관객이 공감할 정서적 코드 등을 담아야 한다.”면서 “캐릭터로 보여지는 드라마의 감수성이 멜로적이든 비감하든 이도 저도 아니면 복고풍의 향수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동시에,‘기술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영화가에서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대목.개봉 당시 필름을 CG(컴퓨터그래픽)에 통째로 담갔다 꺼냈다고 제작사가 자랑했던 ‘화산고’.할리우드 뺨친 CG기술을 보이고도 흥행 못한 이유에 대해 SF영화를 기획중인 김성수 감독은 “SF성패의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를 녹인 캐릭터와 드라마”라고 분석했다. #‘콘텐츠’가 없으니…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를 우린 못 만드나?” 이런 희망을 던지는 SF마니아들이 없을 리 없다.영화 관계자들의 솔직한 답변은 “아직은 한참 멀었다.”는 쪽이다. 완성도와 오락성을 고루 갖춘 SF영화가 탄생하려면 탄탄한 시나리오가 필수.SF ‘테슬라’를 기획중인 씨앤필름의 박인정 홍보팀장은 “국내에는 대중의 검증을 받아낸 SF소설 한 권 변변히 없는 실정”이라면서 “할리우드에는 SF에 천착하는 전문작가들이 많고 또한 거기에 흥미롭게 접근해주는 마니아층도 이미 두껍지 않냐.”고 반문했다.시나리오의 근간이 될 ‘콘텐츠’가 태부족이란 얘기다. 실제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콘텍트’‘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토탈리콜’ 등 할리우드산 대표 SF들은 인기소설이 원작.SF와 판타지의 개념구분조차 모호한 국내 현실에서 SF영화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조심조심 준비중인 SF영화들 = SF물을 한창 기획·제작중인 영화사들은 ‘성소’의 참패를 바라보는 심기가 누구보다 불편하다.방만하고 섣부른 기획으로 낭패를 보지 않겠다는 각오를 새삼다지는 분위기다. 김성수 감독이 운영하는 영화사 나비픽쳐스는 지난해 말부터 70억∼80억원짜리 미래SF ‘게토’(가제)를 기획해왔다.그러나 시나리오 재수정 작업으로 촬영을 내년으로 미뤘다.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야심작 ‘테슬라’도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다듬어 내년에 크랭크인할 계획이다.“젊은 SF마니아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시나리오의 세부내용을 검증받을 것”이라는 게 제작사측의 귀띔.70억원이 들어간 민병천 감독의 ‘내추럴 시티’도 후반작업중이다.신씨네도 사이보그 소재의 SF ‘회중도시’를 기획하고 있다. 동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SF시나리오를 공모하기도 했다.김도수 프로듀서는 “한국관객의 ‘체질’에 맞는 시나리오를 개발,할리우드와 합작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IT최강, 그 꿈의 실현

    최근에 개봉된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있다.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과 현란한 화면을 가능케 한 컴퓨터그래픽(CG)기술,그리고 홈디지털서비스(HDS)가 인상적이었다.지난해 상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은 총 7억달러의 흥행을 기록,자동차 7만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매출 성과를 거두었다. 이렇듯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애니메이션·영화·게임 등에 접목되어 영상콘텐츠 산업이 고부가가치형 신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그래픽 기술과 관련한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국내 관련산업은 자본력이 취약한 소규모 기업 위주여서 대형 프로젝트 추진 경험을 갖춘 컴퓨터그래픽 관련 고급기술과 전문 인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세계 수준의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기술,풍부한 문화유산,한류 열풍의 근원이 된 영화·음반산업에 CG기술이 접목된다면 우리도 ‘제2의 할리우드’를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풍류를 즐기는 민족이지 아니한가. 정부는 이를 위해 민관 공동으로 전문 투자조합을 결성하고,CG관련 세계적인 전문가를 국내에 영입해 관련 노하우를 전파토록 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홈디지털서비스와 관련,몇년 전 빌 게이츠는 자신의 책에서 꿈꾸는 집(사람이 복도를 걸어가면 라이트가 스스로 켜지고 꺼지며,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저절로 흘러나오고,평소 즐겨 보는 드라마나 쇼프로를 기억하는 집)에 대해 묘사한 바 있다. 미래 생활환경이 언제나,어디서나,어떠한 기기를 이용해서라도,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풍요롭게 하는 ‘종합 디지털 서비스’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꿈같은 얘기가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월드컵 때 우리는 홈디지털서비스 시연관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전통적으로 가전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또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었다.앞으로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최첨단 서비스를 개발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IT산업에서 우리가 개척해야 할 미지의 영역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그것은 우리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설파했듯 우리에게는 더이상 벤치마킹할 모델이 없다.우리의 꿈은 우리 스스로 창조적으로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
  • 영화 박스오피스 / ‘오아시스’ 첫 정상

    ‘오아시스’의 이변.2주간 2위를 차지하더니 정상에 올랐다.재미·작품성·연기의 삼박자가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끝물’이고 개봉작 중에서 핵폭탄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스크린이 분산돼 1위와 10위 사이의 관객 수 차이가 2만 2000여명에 불과한 것.‘패밀리’도 늘어난 스크린 수에 힘입어 9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가을의 문턱이지만 여전히 공포영화는 강세.‘폰’이 5주째 톱 10에 들었고,‘디 아이’도 상위권이다.반면 ‘쓰리’는 개봉 1주만에 10위 밖으로 밀려났다.‘마이너리티…’는 ‘반지의 제왕’의 기록을 깨지 못하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마이너리티 리포트’ 5주째 정상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독주.개봉 5주째 정상을 차지하면서 올해 개봉한 해외 영화 가운데 ‘반지의 제왕’ 다음으로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오아시스’의 선전도 눈에 띈다.작가영화가 거의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연속 2주째 2위를 지키는 성과를 거뒀다.공포영화 ‘디 아이’가 7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것도 이변.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봉관 수가 오히려 늘었다.‘쓰리’는 10위에 겨우 턱걸이했지만 공포영화 강세인 올 여름 추세를 볼 때 늦바람을 탈 수도 있을 듯. 김소연기자 purple@
  • 영화 박스오피스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치고 빠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새에서 4주째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좌석점유율로는 공포영화인 ‘폰’과 ‘디아이’가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나이트 샤말란의 ‘싸인’은 ‘식스센스’의 반전을 기대한 관객들의 실망이 이어지면서 관객수가 급락했다.개봉 첫 주인 ‘인썸니아’‘윈드토커’도 기대에 못 미쳤다.2D의 풋풋함을 내세워 별 재미를 못본 애니메이션계에서 ‘아이스에이지’가 흥행에 성공,3D의 화려함이 역시 먹힌다는 것을 입증했다.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개봉과 함께 2위를 기록,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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