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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격 경영’ SK하이닉스, 신입사원에 “패기·열정”

    ‘공격 경영’ SK하이닉스, 신입사원에 “패기·열정”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가 돼 달라”고 신입 사원들에게 당부했다. 2017년 상반기 입사자 360여명과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가진 ‘경영진과의 대화’에서였다. SK하이닉스의 ‘경영진과의 대화’는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실시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박 부회장 외에 김준호 경영지원총괄 사장, 이석희 사업총괄 사장 등 부문별 경영진이 참석했다고 SK하이닉스가 12일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1조 5361억원을 기록, 5분기 만에 ‘분기 영업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이에 최근 SK하이닉스는 3조원 규모인 일본 도시바의 낸드(NAND) 사업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신입 사원을 향한 박 부회장의 당부도 ‘패기, 열정, 최고’ 등 호전적인 단어로 점철됐다. 박 부회장은 “회사 생활 처음 몇 년 동안의 태도와 습관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열정을 실천해 달라”고 격려했다. 또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경쟁력의 차이를 만든다”면서 “스스로 타협하지 않는 높은 패기를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경영진들은 SK하이닉스의 위기 극복 사례,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 등에 대해 조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세상에 버려져야 할 개는 없다

    [김유민의 노견일기] 세상에 버려져야 할 개는 없다

    대로변에 버려진 개를 본 적이 있다. 하얬을 털이 땟자국으로 얼룩진 개는 꼬리를 바짝 내리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못해도 일주일은 거리에 있던 것 같았다. 선뜻 나서지 못했다. 더 이상의 개는 키울 수 없다던 부모님의 반대가 훤했다. 찝찝해진 발을 옮기며 ‘내가 없는 사이 착한 사람이 데려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쉽게 일어나지 않을 일인 걸 알면서, 그렇게라도 바랬다. 저 개가 잘못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 탓일 것 같은 죄책감이 싫었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개가 있던 자리를 다시 보았다. 버려진 개는 사람을 따르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그 어정쩡함이 슬퍼보였고 슬펐다. 일단은 집에 데려가서 주인을 찾아주자고 생각했다. 의연해진 걸음으로 “이리와”라며 팔을 뻗었다. 개는 뒷걸음질하다 다시 몇 발자국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답답해도 너를 해치지 않는다고 알려주어야 했다. 천천히 쓰다듬고 말을 걸어주니 조심스럽게 품에 안겼다. 용기를 낸 건 나만이 아니었다. 목욕을 시키고 밥과 물을 먹였다. 가족의 도움으로 병원도 가고, 미용도 시켰다. 꼬질꼬질했던 개는 새하얀 마티즈가 됐다. 잔뜩 움츠렸던 모습도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건만 개를 찾는 주인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새 가족이 나타나주었다. 사람에게 버림받고 여전히 사람을 기다리는 개는 그렇게 예전 모습을 하고 거리가 아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느 동물병원의 호소문 최근 경북 칠곡군 왜관동물병원 앞에는 호소문이 붙었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가족같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키우기 시작하셨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리지 마세요. 버림받은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주인을 기다립니다. 무턱대고 호기심에, 외로워서, 애들 장난감으로 주려고, 새끼 낳아서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들을 입양하지 마세요.” “버려지는 동물들의 80% 이상이 3살 미만의 건강한 아이들입니다. 이사 간다고 버리고, 임신했다고 버리고, 결혼한다고 버리고, 직장일 있다고 버리는 게 대부분입니다. 축복받아 마땅한 새로운 삶의 시작을 생명을 버리면서 하고 싶으신지요? 동물들을 주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존중받아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생명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다섯 집 중 한집이 동물을 기른다는데 처음 집에서 죽을 때까지 보호받는 경우는 열 마리 중 한 마리라고 한다. 그 많던 동물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지겨워서, 귀찮아서, 늙어서, 병들어서. 무섭게도 쉽게 매년 10만 마리가 버려지고 상처받는다.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이 있다. 가족이 되는 일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펫샵에 인형같이 진열된 새끼 강아지를 보고 웃을 수 없게 됐다. 철창에 갇혀 수백, 많게는 수천마리의 새끼를 배고 낳는 것을 반복하는 번식업장 실태를 보고나서 부터다. 관련법과 제도,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가슴으로 품은 사람들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상처를 치유해주고 기다려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함께하는 크나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버려진 생명을 마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감당하기 어려워 외면해야 하는 현실이 싫다. 살아줘서 고맙고, 상처받게 해서 미안하다. 부디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그렇게 쉽게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개의 눈은 오늘도 바보같이 또 사람을 향한다.“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www.animal.go.kr) 접속하면 가까운 보호소 뿐 아니라 보호시설로 지정된 동물병원에서 공고 기간 10일이 지난 동물들을 입양할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www.animal.or.kr),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http://fromcare.org)에서도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instagram.com/yuhengsa)에서는 좋은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 단체들을 통해 입양이 아니더라도 봉사와 후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SW·발명영재 등 외연 넓힌다지만 사교육처럼 시키면 영~ 재미없어요

    SW·발명영재 등 외연 넓힌다지만 사교육처럼 시키면 영~ 재미없어요

    ‘우리 아이가 혹시?’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자녀가 ‘영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래 아이들보다 수학 문제를 잘 풀거나, 기발한 상상력을 보인 자녀를 본 부모는 곧 영재교육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반으론 성에 안 차게 마련. 부모는 교육청이나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이 인기 있다는 이야길 듣는다. 다른 부모와 정보를 교환한 결과 ‘영재교육원에 보내려면 어느 학원에 다녀야 좋다더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적성이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이런 일들이 결국 자녀만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영재교육 기본계획을 살펴보고, 영재교육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었다.●올 영재교육 예산 2년 새 150% 늘어 교육부 영재교육 확대 기조에 따라 영재교육 대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올해 영재교육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영재교육 예산은 37억 7600만원으로 책정됐다. 2015년 25억 7000만원에서 2년 만에 150%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영재교육 기관 가운데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국 2045개 학급이 운영됐다. 교육청이 진행하는 영재교육원은 전국에 257개가 있다. 학생수 비율로는 30% 수준이다. 대학의 영재교육원은 77개로, 전체 8% 남짓이다. 고교급에서는 학교 형태로 운영된다. 전국 8개 영재학교와 20개 과학고다. 이들이 전체 6% 수준이다. ●수학·과학 외 분야 22%까지 확대 영재교육은 여전히 수학과 과학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만 최근엔 발명, 소프트웨어,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도 확대된다. 수학과 과학 이외 분야 영재교육은 2013년 16.6%에서 2014년 17.4%, 2015년 18.9%로 늘었고, 지난해 20.3%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이 비율은 올해 22%까지 늘어난다. 교육부는 올해 영재교육진흥법 및 시행령을 개정한다. 영재교육원 설치·운영 기준을 재정립했다. 영재교육 교원과 강사 용어도 정리했다. 영재 교육기관 지정과 설립은 법률로 규정했다. 영재학급당 학생수 개정도 내용에 들어 있다. 특히 올해는 2013년부터 시작한 제3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의 마지막 해다. 5개년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는 제4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올해 세운다. 올해 이후 영재교육 방향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초등 영재교육원 부모 욕심 내려놔야 교육부가 영재교육의 대상자를 확대하고 분야도 넓히는 이유는 영재교육이 사회적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다양한 수준과 영역 맞춤형 영재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한 사교육이다. 현재 영재교육을 향한 사교육 형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중학교급에서 영재교육은 사실상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향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교과 성적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초등학교급에서의 영재교육 사교육은 부모의 욕심이 다소 반영된 것이란 지적이 많다. 영재학급은 대부분 학교에서 운영하는 데다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돼 사실상 경쟁이 치열하진 않다. 그러나 교육청과 대학이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은 인지도가 높고 교육부가 예산을 모두 지원해 주기 때문에 인기있는 편이다. ●서울 내년부터 초등 3학년 선발 안 해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한 초등학생의 과열이 심한 탓에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3학년 선발을 아예 없애고, 4학년 선발을 1.5배수로 늘렸다. 홍경희 시교육청 과학영재·정보화 담당 장학사는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한 과도한 사교육은 사실상 딜레마인데, 초등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자녀를 가르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재교육원에 지원해 보고 ‘떨어지면 그만’이라는 학부모의 넉넉한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대학 영재교육원을 보내려면 자녀의 재능과 함께 흥미를 우선 따지라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최근 영재교육원은 사교육으로 입학하려는 학생을 걸러내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추세다. 유민수 한양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단 주임 교수는 “최근 소프트웨어 교육 붐이 일면서 일부 학원이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해 단순히 기능만 강조해 교육하고 있다”면서 “영재교육의 목표가 기능을 키우는 게 아니라 영재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을 부모가 우선 명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화마당] 왜 나는 그 서점의 단골이 되었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왜 나는 그 서점의 단골이 되었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내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는 언제였던가. 아마도 고등학생 무렵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능력시험으로 입시가 바뀌면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지침이 언론에 보도되고 난 이후부터다. 학교에서는 교과서 이외의 책 읽기를 권했지만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 혼란을 틈타서 나는 좋아하는 소설을 잔뜩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들여다봐야 입시에 도움이 될 리 없겠다 싶어도 ‘어쨌거나 지식은 지식이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샀다. 물론 엄마한테 돈을 타내면서 양심의 가책은 느꼈지만. 우리 집 근처 대능극장 삼거리에는 조그만 책방이 있었다. ‘삼거리 서점’이라고 다들 불렀다. 동네마다 심심치 않게 서점이 눈에 띄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필요한 책을 사러 간다’가 아니라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다’는 여유로운 입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단골 서점 같은 걸 만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삼거리 서점에서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늘 카운터를 지켰는데 묘하게 쌀쌀맞아서 살가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이 서점의 단골이 되었을까. 중간고사 준비로 친구들이 분주한 와중에 나만 한가롭던 어느 날의 일이다. 대능극장 맞은편 건물에 있는 독서실에서 ‘장길산’ 5권을 읽는데 포도대장 최형기가 한참 끗발을 날리던 시점에 페이지가 끝나 버렸다. 당장 6권을 읽지 못하면 시험에 대한 공포로 질식할 것 같았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공부하기는 싫지만 덮어 놓고 놀자니 불안할 때는 소설을 읽는 게 최고다.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현암사판 장길산 6권의 정가는 3900원이었다. 삼거리 서점으로 뛰어간 나는 지갑에서 4000원을 꺼내 주인아저씨에게 건넸다. 거스름돈으로 ‘뽑기’나 한판 할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아저씨가 대뜸 200원을 거슬러 주는 거다. “어, 100원을 더 주셨는데요?” 했더니 이 양반이 돋보기안경 너머로 나를 빤히 보면서 “7권 사러 또 올 거잖아”란다. 다정한 목소리로 “또 오너라”가 아니라 상당히 무뚝뚝한 어조의 “또 올 거잖아”였다. 그 말이 묘하게 가슴을 쳤다. 뭔가 존중받은 기분이었다. 그 뒤로 7권을 살 때도 8권을 살 때도 아저씨는 항상 100원을 더 거슬러 주었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이었겠다. 주인아저씨가 되돌려준 100원이 고작해야 얼마 되지도 않을 마진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금액인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일리지로 인해 내가 계속해서 삼거리 서점을 찾은 건 분명하다. 어찌 보면 작은 배려지만 ‘그 서점’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기에 나는 두말없이 단골이 되었던 것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구시가에 위치한 서점 메이어체에 들렀을 때 나는 25년 전의 기억을 문득 떠올렸다. 이 서점의 1층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몸이 자랄 대로 자란 나는 한쪽 길로밖에 가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며 층계참에 서서 아동 코너로 향하는 또 다른 길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것은 테마파크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 법한 대형 미끄럼틀이었다. 흡사 ‘호그와트’나 ‘나니아’로 안내해 줄 통로처럼도 보였다. 그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수많은 아이들 중 누군가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지금의 나처럼 추억을 되새기며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책방에 마법의 통로 같은 길이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그렇다면 제군! 내가 중간에 포기한 프루스트의 소설은 훗날 그대가 꼭 정복해 주길. 다소 어렵긴 하지만.
  • 대선 불출마 박원순 “정치 인생 진정한 시작”

    대선 불출마 박원순 “정치 인생 진정한 시작”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정치 인생이 진정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앞으로 정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박 시장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 메시지에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것이 저의 정치인생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믿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 시장은 “이 폐허의 땅에서 저는 다시 쟁기로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겠습니다”라며 “이 절망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바꿔낼 준비를 더욱 가열차게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것이 부족했으며 스스로 마음가짐, 결기도 부족했습니다”며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자 하는 그 의욕만 앞섰음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라고 털어놨다. 박 시장은 앞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도 불출마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고민했습니다. 대선에 나서는 것과 서울시장으로 남는 것, 무엇이 더 책임 있는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라면서 “(불출마) 선택에는 서울시정의 긍정적인 변화만큼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시장은 설 연휴에 지인들과 등산을 하는 등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그동안 미뤄놨던 도시 외교 활동 등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길섶에서] “그대, 잘 가게”/송한수 체육부장

    친구, 거긴 따스한가. 꼭 요맘때였어. 자네가 세상을 버린 게. 몹쓸 사고 탓에 말이야. 이제 마음 푹 놓게나. 하늘에 고하네. 어기찬 자네 아들 소식을. 어엿이 대학 합격증을 받았지 뭔가. 온 나라에서 내로라할 명문이라지. 인제야 흐뭇하게 웃음꽃 피우게 생겼군. 자네를 보내고서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승에 남은 벗들과도 기쁨을 나눔세. 자넨 ‘텁수룩 사나이’였지. 숯검댕이 턱을 뽐내곤 하더니. 그럼 고백하겠네. 힘겹게 면도한 그 얼굴로 내 얼굴을 비빌 땐 ‘까칠까칠’ 싫기도 했노라. 귀에 박힌 명언(?)도 꾸역꾸역 떠오르네.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이 자동차를 살 때까지 ‘무소유’로 남겠다던. 오지도 않을 ‘고도’처럼 기다려지는, 오늘날 국가지도자 마음가짐 아닐까 싶네. 때마침 올해 큰 선거가 있네. 친구 누군간 벌써 자네 모습이 흐릿하다 털어놨어. 절대 서운해 마소. 기억도, 추억도, 끝내 묻히고 말거늘. 철없이 일찍 흩날린 눈발이, 감쪽같이 가을을 지워버리듯. 머릿속 ‘지우개’ 또한 분명히 있다고 믿네만. 그리고 차마 못할 말을 던지네. 이젠 눈을 감으라고. 나도 자넬 놔줄까 하네. 머잖아 봄이야. 송한수 체육부장 onekor@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대구 중구 ‘100년 골목史’ 국가대표 명소 만든 행정 예술가

    [자치단체장 25시] 대구 중구 ‘100년 골목史’ 국가대표 명소 만든 행정 예술가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중구에 있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4지구 지하 1층과 지상 4층의 679개 점포를 모두 태우고 59시간 만에 간신히 진화됐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이날부터 한 달가량 화재 사태 수습에 매달렸다. 오전 8시 30분이면 서문시장 주차빌딩 내에 마련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출근해 대부분의 하루를 이곳에서 보냈다. 대구중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으로부터 현장지휘권을 인수받아 오전 9시와 오후 5시 매일 두 차례에 걸쳐 안전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지원 예산 등을 건의했다. 특히 피해 상인들이 2년 동안 취득한 재산에 대한 취득세와 화재로 파손된 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를 면제해 줬다. 또 재해사실확인증과 신용보증서 발급, 대출, 법률과 보험 상담 등이 가능하도록 계성빌딩 2층에서 서문시장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이 같은 윤 구청장의 노력으로 불에 탄 4지구 건물을 오는 4월 말까지 철거하는 것은 물론 대체상가를 인근 베네시움 쇼핑몰로 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임무를 완수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해 12월 30일 해체되면서 윤 구청장은 지난 2일부터 중구청으로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신문 읽게 하고 뜻 묻던 아버지 ‘인생의 거울’ 지난 4일 만난 윤 구청장은 “지난해 나라는 물론 지역에서도 큰일들이 있었다. 올해는 이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1952년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 등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경북 상주에서 운수업을 했던 아버지는 대가족을 거느린 가장으로 보수적이고 엄했다. “당신의 신념이나 소신과 다를 때는 누구나 솔직하게 비판하는 원칙주의자였습니다. 막내인 저에게 자주 신문 사설을 읽게 하고 뜻을 묻거나 신문에 난 이런저런 세상일을 이야기해 주신 자상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내 인생의 거울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또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살아온 어머니의 삶에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배려라는 것을, 가지는 즐거움보다 베푸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윤 구청장은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옳다고 생각하면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고집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또 사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철학을 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삶의 철학은 10년 전 구청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고스란히 구정에 반영됐다. 취임 첫해에 ‘도심을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중구, 주민이 살고 싶은 중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때 목표의 핵심이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사람이 곧 도시’라는 생각 아래 중구가 살길이 무엇인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윤 구청장은 “모든 행위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정점에 사람이 있다. 행정과 단체장 또한 원론으로 들어가면 ‘지역 주민’, 즉 ‘사람’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행정 이외에 청렴, 정직, 소통, 열정 등 네 단어도 윤 구청장이 공직에 몸담기 전부터 마음에 새겨 놓은 단어다. 그는 언제나 ‘주민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누비며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소통했다. 또 주민의 편에서 정책을 펼친 결과 7년 연속 공약 이행률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새기며 항상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앉아 있기보다는 부지런히 움직이기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감각과 아이디어를 찾기를 주문하고 있다. 추진하는 사업이 막힐 때마다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합리적으로 설명하며 소통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10년 동안 주민과 함께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중구가 대구의 미래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주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주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중구’를 더 좋은 중구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 구청장은 “학창 시절 스승이자 멘토인 독일인 임인덕 신부를 만났고 그분의 응원으로 삼십대 초반에 대구 동성로에서 ‘분도서원’을 운영했다. 이때부터 무대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연 불모지인 대구에 제대로 된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분도문화예술기획’을 만들어 공연을 기획했다. 특히 대구에서 창작극으로 순수공연 분야를 개척했는데,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가 한창일 때 현재 이상화 고택이 철거될 상황에 부닥쳤고 그 과정에서 이상화고택살리기운동 공동대표를 맡으며 중구와 만나게 됐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까지 문화예술 현장에서 살았고 그런 삶이 특별히 바뀔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2006년 민선 4기 중구청장이 됐고 이어 내리 3선을 했다. “저는 태생적으로 뭐든 잘 즐기는 사람입니다.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내 삶을 맘껏 즐겨 왔고 지금은 구청장으로서 또 다른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생 ‘예술기획자’라는 자체가 바로 저에게는 예술이고, 지금은 ‘구청장’이 또 예술입니다. 훗날 가장 예술적인 행정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윤 구청장의 대표적인 업적은 골목을 재발견해 대구근대골목투어를 만든 것이다. 중구에는 3·1운동길, 뽕나무골목, 성밖골목, 이상화·이상돈 고택 등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콘텐츠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여기에 스토리를 입히고 근대 이미지를 재현했다. 생태 잔디블록, 자연토 생태 흙 포장, 뽕나무 식재 등 친환경 디자인 작업도 병행했다. 막힌 골목을 연결하고 3·1만세운동 쌈지공원도 만들었다. 1년여에 걸친 이 같은 작업을 통해 2008년부터 근대골목투어라는 상품을 내놨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업 첫해에 287명이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 30만 3263명까지 증가했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같은 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99곳’에 지정됐다. 2014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10곳 걷기 좋은 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국적인 관광지로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머물고 싶은 중구’ 지난해 주민 수 8만명 회복 윤 구청장은 “구청장이 되자 대부분의 사람이 지역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등 일반적인 도심 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구는 재개발, 재건축 대상지가 아니라 100년 역사가 살아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민 수도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8만명 선을 회복해 주민이 다시 돌아오는 중구, 머물고 싶은 중구로 변화하고 있다. 윤 구청장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대구야행 근대로의 밤’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역사, 문화, 관광이 어우러지는 중구를 만들겠다. 여기에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인근 공영주차장 조성을 조기에 완료해 200만 중구 관광시대를 앞당기고 대구 관광 1000만명 시대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박중훈 “퇴근길 피로회복제 같은 편안한 DJ 될게요”

    박중훈 “퇴근길 피로회복제 같은 편안한 DJ 될게요”

    KBS 해피FM ‘라디오 스타’ 진행 40~50대 타깃 인기 팝음악 다뤄 “퇴근길 청취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편안한 DJ가 되고 싶어요.” 9일부터 매일 저녁 6시 5분~8시에 방송되는 KBS 해피FM(106.1㎒)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를 통해 27년 만에 DJ석에 앉은 배우 겸 감독 박중훈(51)의 얼굴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첫 방송을 앞두고 이날 서울 여의도동 KBS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이전에 해봤던 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짧지 않게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별로 동요가 없을 것 같았는데 어젯밤 가슴이 조여 오더라”면서 “경험상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가장 떨리지만 막상 링에 오르면 그 속에서 잘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87년 KBS 제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 이어 1990년 ‘박중훈의 인기가요’를 1년씩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3년 영화 ‘톱스타’로 감독 데뷔한 뒤 최근 몇 년간 지방을 돌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해왔다는 그는 왜 갑자기 라디오 DJ로 나섰을까. “오랜 시간 대중과 함께해 왔는데 감독을 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고립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 시점에 라디오 DJ 제의를 받았고, 청취자들과 즐겁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이 시점에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퇴근길에 피로회복제처럼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40~50대 청취자를 주 대상으로 1980~90년대 유행했던 인기 팝음악을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2006년 개봉한 박중훈 주연의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따 왔다. DJ를 맡기로 결정하자마자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안성기와 연출을 맡았던 이준익 감독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는 그는 “두 사람이 오랜만에 제게 맞는 일이라며 기뻐해줬다”고 말했다. 지천명이 된 그가 DJ석에 앉게 된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사실 20대 때는 50대 인생 선배들 보면 인생을 정리하는 나이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시대가 건강해졌고 10~15년 젊게 살기 때문에 그때 받았던 느낌은 아니지만 열린 50대와 닫힌 50대의 차이는 대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나이 쉰이 넘으면 인생 경험이 많아지고 말수가 많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대화의 반이 듣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청취자들과 대화도 주고받고 음악도 주고받으면서 균형감을 유지하고 싶어요.” 박중훈은 “라디오에 대한 호감은 그대로지만 저 역시도 다른 통로가 많아서 듣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면서 “그래도 라디오의 장점은 목소리와 음악으로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고 이를 잘 생각해 좋은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라디오가 TV보다 파급력은 적지만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라디오는 욕심과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TV는 한번의 방송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만 라디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내를 갖고 욕심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진행하고 싶어요. 성심성의껏 음악과 이야기를 전해드리면 한두 분씩 뜻을 같이하지 않을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 후미진 골목 안 쪽에 위치한 쌀국수집 ‘에머이’(Emoi). 새해 첫 출근을 한 직장인들이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큰길가에는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멸치국수집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한 손님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평일 오후 2시 전까지는 이렇게 기다렸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3사도 서로 “입점해달라”고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기업형 쌀국수집과의 경쟁에서 이 ‘이단아’ 쌀국수집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에머이 주인장인 권영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았다. 1. 평일 점심 회전율이 무려 7바퀴? 기자: 식당에 손님이 많네요.권영황(이하 권): 우연찮게 생각보다 많이 오시네요. 기자: 우연찮게요?권: 아, 우연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하루에 얼마나 오나요.권: 평일 점심 때 회전율 높을 때는 7바퀴 이상이죠. 기자: 7바퀴면 어느 정도인가요.권: 종로점 기준으로 자리가 20개예요. 11시 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죠. 어떤 손님은 세 번 와야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저녁에도 사람이 많나요?권: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줄을 서야 돼요. 기자: 주말에는 어때요?권: 주말에는 평일에 와 본 손님들이 가족, 지인들을 데리고 와요. 기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어려웠을 텐데요?권: 2015년 8월 종로점을 열었는데 두 달 동안 손님이 없더라고요. 위치도 썩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쌀국수집이랑 맛이 별반 차이가 없겠지’ 이런 선입견을 갖고 보는 듯 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오는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분들이 다음날 새로운 분을 데려오고. 그러면 다음날 새로 온 분이 또 다른 분과 같이 오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기자: 왜 예약은 안 받는 거죠?권: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는 ‘노쇼 문화’(예약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행위)가 있잖아요. 손님들이 예약받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안 받으니 먼저 온 사람이 한명씩 자리를 맡더라고요. 이것도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제는 다 오시기 전까지는 바깥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게 해요. 미리 주문까지 하면 끝까지 기다리시더라고요. 기자: 매출이 꽤 되겠네요?권: 문을 열고 단 한 번도 월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름철에는 ‘손님이 줄겠지’ 했는데 7~8월에도 계속 오르더라고요. 추석 때도 더 팔았죠. 지난달 종로점 매출은 2억 1000만원을 넘었어요. 하루에 700만원 조금 안 되게 판거죠. 국수 팔아 이 정도면 괜찮죠? 기자: 동업하신다고요?권: 네. 고향(안동)의 아는 형님(김명상 대표)과 같이 일해요. 형님은 돈을 대고 전 요리를 하죠. 기자: 동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권: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형님은 저보다 한 수 위죠. 예전에 봉추찜닭을 만드신 분이에요. 기자: 그럼 에머이도 봉추찜닭과 관련 있는 곳 아닌가요.권: 그건 아니에요. 형님이 다른 선배 분한테 회사(봉추푸드시스템)를 맡기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왔어요. 사업가 기질이 좀 있거든요.(기자 주: 지난해 봉추푸드시스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는 김명상 대표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2. 생면에 도전장 낸 호텔 주방장 기자: 특1급 호텔 출신 주방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창업을?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 계열)에서 16년을 근무했어요. 호텔에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참 고마운 회사죠. 10년 전인가? ‘앞으로 10년 후에 뭐해 먹고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0대 초반이었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이거다. 기자: 한국에 쌀국수집이 그렇게 많은데.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쌀국수를 먹으면 고향 맛이 안 난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한국 쌀국수는 미국을 거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 김치찌개를 중국인이 베트남 사람한테 가르쳤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현지 맛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죠. 생면을 만들고 육수도 직접 끊이고 현지인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가보자고요. 기자: 그래서 주방에 베트남 사람이 많았군요.권: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김치찌개를 잘 끊여도 원래 맛을 못 따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도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제 생각을 넣으면 결국 똑같은 한국 맛이 될까 봐 아예 백지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현지에서 3대째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주방장을 모셔 왔는데 저 보고 배울 거면 ‘솥부터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이 집 주인인데... 결국 닦았어요. 요리사 세계에서는 ‘당신이 내 일을 배우려면 내 밑에 꿇어라’ 뭐 이런 자존심 싸움이 있거든요. 기자: 식당 이름 ‘에머이’는 무슨 뜻이죠.권: 베트남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현지어예요. 한국에서 ‘이모!’ ‘사장님!’ 이렇게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모두 에머이로 통하죠.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이 현지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기자: 웬만한 쌀국수집은 ‘포’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모험 아닌가요.권: ‘포’는 쌀국수 면 종류 중 하나더라고요. 포는 0.5㎝보다 좀 넓은 면을 부를 때 쓰고, 굉장히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 맛을 살릴 수 있는 ‘생면’을 만드는 거였죠. 우리 국수를 드신 분은 다른 데 가서 면을 못 드실 거라고 자신했어요. 기자: 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시네요.권: 베트남 생면 공장에 가서 보니 쌀을 맷돌로 갈아 묽게 면을 만들더라고요. 보통 면은 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데 그게 아니었죠.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깜짝 놀랐죠.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술술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면을 물에 푸니 다 끊어져 못 먹게 됐죠. 그때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실패를 하면서 ‘왜 안 될까’를 생각해봤죠. 결국은 기후였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차가 심해 베트남에서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거죠. 생면이 안 나와서 기계를 발로 차기도 하고 망치로 떼리기도 하고. 그렇게 2년이 걸렸습니다. 기자: 결국 성공하셨네요.권: 우리나라 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기자: 한국식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에겐 생면이 낯설 수도 있는데요.권: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면이 퍼졌어요.’ 이 분은 생면을 처음 먹어본 거죠. 그래서 자리마다 생면을 만들어 다 갖다놨어요. 여성 고객한테는 생면팩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쌀이 피부에 좋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도 쌀을 원료로 쓰기도 해요. 나중에는 워낙 생면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중단했죠. 3. ‘친정’ 신세계 요청을 뿌리친 사나이 기자: 종로점 말고도 매장이 꽤 되네요.권: 신사동 가로수길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점, 롯데몰 은평점, 홍대점 등 총 다섯 군데네요. 홍대점은 지난 1일 오픈했는데 여긴 가맹점이에요. 다른 데는 모두 직영점이고요. 기자: 롯데, 현대 다 입점하셨는데 신세계는 연락 안 왔나요? 친정인데...권: 안 그래도 한 손님이 신세계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줬어요. 신세계와 하남, 영등포점 등 몇 곳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안 하기로 한 거라고요. 그쪽에서는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한테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갈 수도 있겠죠. 기자: 매장이 많아지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권: 재료를 공수해선 안 돼요. 즉석에서 만들어야 생면 메리트가 있는 거죠. 밥도 금방 해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장마다 기계를 설치해줬어요.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파우더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포의 혁명’을 일으킨 거죠. 기자: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리겠다는 거네요.권: 문의는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막 늘리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돈 버는 조건(좋은 상권)이 되면 ‘오케이’ 하는 거죠. 기자: 브랜드 관리를 한다는 말씀?권: 어렵게 키웠는데… 음식이라는 게 한 순간이잖아요. 조심스럽죠. 4. 월급쟁이 직원에 주인의식? “앞으로 지분 줄겁니다.” 기자: 호텔 근무할 때와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요.권: 사표를 낼 때 아내와 상의를 하진 못했어요.기자: 헉…권: 그 전에 휴직계를 내서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은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알고 전화를 해서 울더라고요. ‘당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기자: 너무하셨네요.권: 미안하다고 했어요. 대신 더 많이 벌어다 주겠다고 약속했죠. 이제는 아내도 건강 해치지 말라고 격려해줘요. 단지 애들하고 못 놀아주는 게 아쉽죠. 기자: 식당 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했나요?권: 두 달 전쯤 어느 손님이 저한테 ‘이 집에는 철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꽂혔어요. 에머이의 색깔, 철학을 인정해 준 거잖아요. 생면 개발하려고 그토록 고생했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구나… 기자: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권: 40명은 족히 될 겁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월급쟁이는 절대 주인의식 못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직원들한테 지분을 줄 겁니다. 이 회사의 주인이 돼라는 뜻에서죠. 기자: 창업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권: 어려운 질문이네요. 창업에 답은 없어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요. 사업은 그 사람의 생각, 열정, 마음에 따라 확 바뀝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남이 깨뜨릴 수 없는 철판이 될 수도, 쉽게 깨지는 유리가 될 수도 있죠.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요리사 되겠다고 결심한 뒤 미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술, 담배 전혀 안 합니다. *창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팁’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자영업자들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식당 자영업자는 15만 3000명입니다. 전체 폐업 자영업자(73만 9000명)의 20.6%로 폐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권영황 대표처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점 말고는 많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영리한 창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업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창업 전 아르바이트 필수, 10곳 이상 점주 만나는 건 기본강병오(중앙대 겸임교수)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입구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입구 전략의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 거죠. 무보수도 좋습니다. 친척 등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립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에 선택을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 공급 시대에 개인이 회사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면 10곳 이상의 점주를 만나보는 겁니다.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그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점율, 다점포율(다점포수/가맹점수) 등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목(입지)은 맛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을 하는 것보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거죠. 대신 규모는 처음부터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허점이 많이 생기고 직원 관리도 어렵다는 겁니다.‘근자감’이 실패 확률 높여…소비자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창업자는 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중 20%만 돈을 벌고, 40%는 유지, 나머지 40%는 3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하위 40%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실패 확률을 키운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창업 전에 6개월 정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교육을 받다보면 확실히 겁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창업을 해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네요.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보다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산했던 원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의도치 않게 ‘히든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합니다.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네요. 독립 창업을 하면 본사에 수익을 떼어 주지 않아도 되니 수중에 돈을 더 쥘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창업 초보들은 소위 뜨는 업종에 귀가 솔깃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업종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종을 고를 때는 단골(헤비 유저) 20%, 뜨내기 손님(라이트 유저) 80% 중 단골이 계속 유지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뜨내기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박 교수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업종보다 본인이 주관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창업 전문가 2인의 조언 1. 강병오 대표- 창업 전 3개월 현장 경험 차원에서 아르바이트하자.- 독립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 확률은 높다.- 10곳 이상 점주 만나 폐점율, 다점포율 등 따져봐야.- 맛보다 중요한 게 입지,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시작. 2. 박주영 교수- 창업 전 6개월 교육 받으면 창업 현실 마주치게 돼.- 히든 코스트 염두에 두지 않고 원가 계산하면 실패.-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소위 뜨는 업종은 경계를, 단골 많은 업종 찾아보자.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요즘 핫한 베트남 쌀국수집...월 2억 매출 성공비결은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 후미진 골목 안 쪽에 위치한 쌀국수집 ‘에머이’(Emoi). 새해 첫 출근을 한 직장인들이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메인도로변에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멸치국수집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추위 속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워지길 기다렸다. 한 손님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평일 오후 2시 전까지는 이렇게 기다렸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3사도 서로 “입점해달라”고 구애를 펼치는 중이다. 기업형 쌀국수집과의 경쟁에서 이 ‘이단아’ 쌀국수집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난 3일 에머이 주인장인 권영황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았다. 1. 평일 점심 회전율이 무려 7바퀴? 기자: 식당에 손님이 많네요.권영황(이하 권): 우연찮게 생각보다 많이 오시네요. 기자: 우연찮게요?권: 아..우연이라기 보다는 그래도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하루에 얼마나 오나요.권: 평일 점심 때 회전율 높을 때는 7바퀴 이상이죠. 기자: 7바퀴면 어느 정도인가요.권: 종로점 기준으로 자리가 20개에요. 11시 반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죠. 어떤 손님은 세 번 와야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저녁에도 사람이 많나요.권: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줄을 서야 돼요. 기자: 주말에는 어때요.권: 주말에는 평일에 와 본 손님들이 가족, 지인들을 데리고 와요. 기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어려웠을텐데요.권: 2015년 8월 종로점을 열었는데 두 달동안 손님이 없더라고요. 위치도 썩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다른 쌀국수집이랑 맛이 별반 차이가 없겠지’ 이런 선입견을 갖고 보는 듯 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오는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분들이 다음날 새로운 분을 데려오고. 그러면 다음날 새로 온 분이 또 다른 분과 같이 오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기자: 왜 예약은 안 받는거죠.권: 처음에는 예약을 받았는데 한국에는 ‘노쇼 문화’가 있잖아요. 손님들이 예약받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예약을 안 받으니 먼저 온 사람이 하나씩 자리를 맡고 있는데 이것도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제는 다 오시기 전까지는 바깥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게 해요. 미리 주문까지 하면 끝까지 기다리시더라고요. 기자: 매출이 꽤 되겠네요.권: 문을 열고 단 한 번도 월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여름철에는 ‘손님이 줄겠지’ 했는데 7~8월에도 계속 오르더라고요. 추석 때도 더 팔았죠. 지난달 종로점 매출은 2억 1000만원을 넘었어요. 하루에 700만원 조금 안 되게 판거죠. 국수 팔아 이 정도면 괜찮죠? 기자: 동업하시신다고요?권: 네. 고향(안동)의 아는 형님(김명상 대표)과 같이 일해요. 형님은 돈을 대고 전 요리를 하죠. 기자: 동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권: 전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형님은 저보다 한 수 위죠. 예전에 봉추찜닭을 만드신 분이에요. 기자: 그럼 에머이도 봉추찜닭과 관련 있는 곳 아닌가요.권: 그건 아니에요. 형님이 다른 선배 분한테 회사(봉추푸드시스템)를 맡기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왔어요. 사업가 기질이 좀 있거든요.(지난해 봉추푸드시스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는 김명상 대표가 감사로 등록돼 있다.) 2. 생면에 도전장 낸 호텔 주방장 기자: 특1급 호텔 출신 주방장 출신이던데 어쩌다 창업을?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 계열)에서 16년을 근무했어요. 호텔에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참 고마운 회사죠. 10년 전인가? ‘앞으로 10년 후에 뭐해 먹고 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0대 초반이었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이거다. 기자: 한국에 쌀국수집이 그렇게 많은데.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쌀국수를 먹으면 고향 맛이 안 난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한국 쌀국수는 미국을 거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어요. 우리 김치찌개를 중국인이 베트남 사람한테 가르쳤다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현지 맛을 그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죠. 생면을 만들고 육수도 직접 끊이고 현지인이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가보자고요. 기자: 그래서 주방에 베트남 사람이 많았군요.권: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김치찌개를 잘 끊여도 원맛을 못 따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저도 호텔 주방장 출신이지만 제 생각을 넣으면 결국 똑같은 한국 맛이 될까봐 아예 백지에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현지에서 3대째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주방장을 모셔 왔는데 저보고 배울거면 ‘솥부터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이 집 주인인데...결국 닦았어요. 요리사 세계에서는 ‘당신이 내 일을 배우려면 내 밑에 꿇어라’ 뭐 이런 자존심 싸움이 있거든요. 기자: 식당 이름 ‘에머이’는 무슨 뜻이죠.권: 베트남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현지어에요. 한국에서 ‘이모!’ ‘사장님!’ 이렇게 부르는 것처럼 베트남에선 모두 에머이로 통하죠.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이 현지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기자: 웬만한 쌀국수집은 ‘포’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모험 아닌가요.권: ‘포’는 쌀국수 면 종류 중 하나더라고요. 포는 0.5㎝보다 좀 넓은 면을 부를 때 쓰고, 굉장히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 맛을 살릴 수 있는 ‘생면’을 만드는거였죠. 우리 국수를 드신 분은 다른 데 가서 면을 못 드실 거라고 자신했어요. 기자: 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시네요.권: 베트남 생면 공장에 가서 보니 쌀을 맷돌로 갈아 묽게 면을 만들더라고요. 보통 면은 가루에 물을 부어 만드는데 그게 아니었죠.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깜짝 놀랐죠. 한국에 돌아와서 똑같이 해봤는데 처음에는 술술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면을 물에 푸니 다 끊어져 못먹게 됐죠. 그때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실패를 하면서 ‘왜 안 될까’를 생각해봤죠. 결국은 기후였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차가 심해 베트남에서처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거죠. 생면이 안 나와서 기계를 발로 차기도 하고 망치로 떼리기도 하고. 그렇게 2년이 걸렸습니다. 기자: 결국 성공하셨네요.권: 우리나라 면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기자: 한국식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에겐 생면이 낯설 수도 있는데요.권: 어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면이 퍼졌어요.’ 이 분은 생면을 처음 먹어본 거죠. 그래서 자리마다 생면을 만들어 다 갖다놨어요. 여성 고객한테는 생면팩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쌀이 피부에 좋거든요. 유명 화장품 회사도 쌀을 원료로 쓰기도 해요. 나중에는 워낙 생면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중단했죠. 3. ‘친정’ 신세계 요청을 뿌리친 사나이 기자: 종로점 말고도 매장이 꽤 되네요.권: 신사동 가로수길점,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점, 롯데몰 은평점, 홍대점...총 다섯 군데네요. 홍대점은 지난 1일 오픈했는데 여긴 가맹점이에요. 다른 데는 모두 직영점이고요. 기자: 롯데, 현대 다 입점하셨는데 신세계는 연락 안 왔나요. 친정인데...권: 안 그래도 한 손님이 신세계에 입점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줬어요. 신세계와 하남, 영등포점 등 몇 곳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 안하기로 한거라고요. 그쪽에서는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한테 보여주자는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갈 수도 있겠죠. 기자: 매장이 많아지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텐데요.권: 재료를 공수해선 안 돼요. 즉석에서 만들어야 생면 메리트가 있는거죠. 밥도 금방 해서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매장마다 기계를 설치해줬어요.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파우더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포의 혁명’을 일으킨거죠. 기자: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리겠다는거네요.권: 문의는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막 늘리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돈 버는 조건(좋은 상권)이 되면 ‘오케이’ 하는거죠. 기자: 브랜드 관리를 한다는 말씀?권: 어렵게 키웠는데...음식이라는 게 한 순간이잖아요. 조심스럽죠. 4. 월급쟁이 직원에 주인의식? “앞으로 지분 줄겁니다.” 기자: 호텔 근무할 때와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요.권: 사표를 낼 때 아내와 상의를 하진 못했어요. 그전에 휴직계를 내서 그만 둘 것이라는 생각은 다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알고 전화를 해서 울더라고요. ‘당신,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기자: 너무하셨네요.권: 미안하다고 했어요. 대신 더 많이 벌어다 주겠다고 약속했죠. 이제는 아내도 건강 해치지 말라고 격려해줘요. 단지 애들하고 못 놀아주는 게 아쉽죠. 기자: 식당 하면서 언제가 가장 뿌듯했나요.권: 두 달 전쯤 어느 손님이 저한테 ‘이 집에는 철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제 가슴에 꽂혔어요. 에머이의 색깔, 철학을 인정해준거잖아요. 생면 개발하려고 그토록 고생했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구나... 기자: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권: 40명은 족히 될 겁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월급쟁이는 절대 주인의식 못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직원들한테 지분을 줄겁니다. 이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 뜻에서죠. 기자: 창업에 도전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권: 어려운 질문이네요. 창업에 답은 없어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요. 사업은 그 사람의 생각, 열정, 마음에 따라 확 바뀝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남이 깨뜨릴 수 없는 철판이 될 수도, 쉽게 깨지는 유리가 될 수도 있죠.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요리사 되겠다고 결심한 뒤 미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술, 담배 전혀 안 합니다. *창업 전문가들이 말하는 ‘팁’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자영업자들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식당 자영업자는 15만 3000명입니다. 전체 폐업 자영업자(73만 9000명)의 20.6%로 폐업 1위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권영황 대표처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없는 퇴직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점 말고는 많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영리한 창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업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창업 전 아르바이트 필수, 10곳 이상 점주 만나는 건 기본강병오(중앙대 겸임교수)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창업하기 전에 ‘입구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입구 전략의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거죠. 무보수도 좋습니다. 친척 등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일단 부딪혀 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립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 중에 선택을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가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 공급 시대에 개인이 회사를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하기로 했다면 10곳 이상의 점주를 만나보는 겁니다.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그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폐점율, 다점포율(다점포수/가맹점수) 등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목(입지)은 맛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을 하는 것보다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거죠. 대신 규모는 처음부터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허점이 많이 생기고 직원 관리도 어렵다는 겁니다.‘근자감’이 실패 확률 높여...소비자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창업자는 겁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 중 20%만 돈을 벌고, 40%는 유지, 나머지 40%는 3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하위 40%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오히려 실패 확률을 키운다는 것이죠. 박 교수는 창업 전에 6개월 정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교육을 받다보면 확실히 겁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창업을 해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네요.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보다 (사업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산했던 원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의도치 않게 ‘히든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합니다.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네요. 독립 창업을 하면 본사에 수익을 떼주지 않아도 되니 수중에 돈을 더 쥘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창업 초보들은 소위 뜨는 업종에 귀가 솔깃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업종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종을 고를 때는 단골(헤비 유저) 20%, 뜨내기 손님(라이트 유저) 80% 중 단골이 계속 유지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라고 합니다. 뜨내기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박 교수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업종보다 본인이 주관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창업 전문가 2인의 조언 1. 강병오 대표- 창업 전 3개월 현장 경험 차원에서 아르바이트하자.- 독립 창업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공 확률은 높다.- 10곳 이상 점주 만나 폐점율, 다점포율 등 따져봐야.- 맛보다 중요한 게 입지, 처음에는 소자본으로 시작. 2. 박주영 교수- 창업 전 6개월 교육 받으면 창업 현실 마주치게 돼.- 히든 코스트 염두에 두지 않고 원가 계산하면 실패.-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소위 뜨는 업종은 경계를, 단골 많은 업종 찾아보자.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신년사 ‘커닝’ 논란

    [경제 블로그] 신년사 ‘커닝’ 논란

    새해 벽두부터 금융계에 때아닌 커닝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신년사 때문인데요. 공교롭게도 올해 신년사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침과대적’(枕戈待敵)을,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침과대단’(枕戈待旦)이란 사자성어를 들어 한 해의 조직이 나갈 마음가짐을 밝혔습니다. 끝에 한 글자가 다르긴 해도 사실 같은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旦) 또는 적(敵)을 기다린다’라는 의미로, 위기에 대비해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는 군인의 자세를 강조한 겁니다. 중국 진나라 때 친구 사이이자 맞수인 장수 유곤과 조적이 밤늦도록 함께 국가의 안위를 걱정한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신년 사자성어가 겹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요. 금감원과 예보는 서로 “우리가 먼저 창 베고 누웠다”며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한 금감원 간부가 신년회 등에서 예보 임원을 만나 “우리를 베낀 것 아니냐”고 농반진반 공격하자 예보 임원이 “(신년사) 외부 배포는 우리가 먼저였다”고 응수했다나요. 공교롭게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회장도 이번에 ‘승풍파랑’(乘風破浪)을 똑같이 들고나왔습니다. 파도가 거칠어도 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가자는 뜻이지요. 따지고 보면 사자성어에 원조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수천년 전 중국의 고사 등을 빌려 쓰는 입장이니 말입니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신년사에는 하나같이 비장함이 어려 있다는 점입니다.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린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상유십이’(尙有十二·내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도, 최선의 노력을 주문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마부작침’(磨斧作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만큼 2017년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다들 불확실성과 위기를 말하는 정유년입니다. 올 연말에는 “함께 창을 베고 누워 준 민간 기업 덕에 올 한 해 높은 파도를 잘 넘었다”는 경제부총리 종무식 연설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신서유기3’ 규현 “군입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부담 크지 않다”

    ‘신서유기3’ 규현 “군입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부담 크지 않다”

    ‘신서유기3’ 새 멤버로 합류하게 된 슈퍼주니어 규현이 군입대와 관련해 계획을 언급했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는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3’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나영석 PD와 신효정 PD를 포함해 방송인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 규현이 참석했다. 이날 규현은 “군입대가 가까워지면서 예능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규현은 “사실 슈퍼주니어 멤버 중에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으로는) 저만 남았다. 다른 모든 멤버들은 군복무를 하고 있거나 전역을 했다. 저도 올해 안에 시청자들과 잠깐 이별을 고할 것 같다”며 올해 안에 입대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을 갖거나 조급하지는 않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MC로 함께 출연 중인 김구라 씨가 2년 전부터 매주 군입대에 대해 말씀하셔서 많은 분들이 제가 고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신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부담 없이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3’는 여섯 남자들이 중국대륙으로 여행을 떠나 각종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오는 8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송. 사진제공=연합뉴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1박 야생체험·도보순례·독서 토론… 새내기 은행원 ‘팀워크·창의력 쑥쑥’

    1박 야생체험·도보순례·독서 토론… 새내기 은행원 ‘팀워크·창의력 쑥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시시각각 금융 환경이 바뀌면서 은행들의 신참 훈련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기존의 여수신(예금과 대출)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 기획하거나 팀 프로젝트 등 협업을 강조하는 추세다. ●핀테크 시대, 창구 업무 교육은 한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공채를 한 시중은행들은 최근 신입사원 연수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주로 은행 창구 업무에서 꼭 필요한 고객 응대 요령 등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창의성과 협동성을 중시한 프로그램을 많이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 업무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의 창구 업무 교육은 구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 업무 외 체험과 팀 협업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이날부터 3주간 140명의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시작한 농협은행은 야생에서 1박 2일간 생활하는 체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제대로 된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밖에서 직접 통나무집 등을 짓고 생활하는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협동과 상생의 가치를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연수 때 지닌 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타임캡슐’도 만들어 보관한 뒤 2년 후 다시 이곳에 모여 지금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천안연수원에서 8주간의 합숙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최근 충남 당진과 아산 온천을 거쳐 연수원으로 돌아오는 100㎞ 도보 순례를 시행했다. 이동하는 거리에 비례해 기부금이 적립되도록 해 1500만원의 기부금을 조성했다. ●아침 단체 달리기? 우린 댄스·요가! 합숙 생활 방식과 직무 교육도 다양해졌다. 신한은행은 아침 운동 시간에 단체 달리기 대신 댄스와 요가를 추가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식사도 각자 취향대로 한식과 양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여신, 수신, 외환 위주로 구성돼 있던 직무교육에 창의력, 기획력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교육과 빅데이터, 핀테크 강의를 추가하고, 교보문고와 협업해 ‘북적북적’ 인문학 독서 토론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공동체 정신을 다지기 위해 팀 프로젝트로 오대산 야간 산행과 위비스포츠단 응원을 진행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여수신 업무만 잘해도 괜찮았지만 앞으로 전문 금융인이 되려면 스스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나 보험 등 비은행 업무와도 연계시킬 수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변화와 개혁의 새해가 되기를”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 민족종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앞두고 29일 일제히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랑이 몰아칠 정유년이 변화와 개혁의 새해가 되기를 한결같이 기원했다. 낡은 것 버리고 새로운 것 창조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암흑이 우리를 감싸도 아침의 해는 떠오른다. 끊임없이 발전과 성숙을 위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덕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위해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가 나사렛 성가정(聖家庭)을 본받아 사랑과 나눔 안에서 큰 기적을 이뤄 내기를 바란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빈다. 특별히 가장 가까운 이에게 주님 은총의 기쁨을 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회문제 하나하나 해결하자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국 교회와 대한민국, 그리고 온 세계 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암울했던 2016년을 보내면서 한국 사회는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정치권력 구조의 불균형과 사회의 어둠과 문제들을 이제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자세로 2017년을 열어 나갈 때 새 희망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특별히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다. 변화의 시작은 회개이며 반성이다. 죄의 길에서 돌아설 때 비로소 진정한 회복이 일어날 것이다. 세상의 주인공으로 위기 극복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 주는 군다리보살(軍茶利菩薩)의 화신이며 약사여래를 수호하는 12나한 가운데 진달라(眞達羅)를 상징한다. 그 기운과 복덕이 모두에게 두루 가득한 정유년이 되기를 발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면 그 자리가 곧 가장 진실하고 행복한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내 삶과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으로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한다면 역사는 정유년을 희망과 행복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한 해의 행복과 불행이 우리의 마음가짐과 실천에 있음을 깨달아 새해를 밝고 희망차게 열어 가자. 화해와 화합으로 새 세상 열자 ●안경전 증산도 종도사 묵은 어둠을 밀어내며 정유년 새해가 밝아 온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혼란과 변혁의 중심에는 자기중심을 잃어버린 심법(心法)의 문제가 있다. 자신에게 내재된 신성(神性)과 광명을 되찾은 온전한 인간, 큰마음을 쓰는 대인이야말로 묵은 세상을 떨쳐 내고 홍익인간의 위대한 이념을 온 세상에 펼쳐 나가는 역사의 주역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대자연과 소통하고 수행을 생활화해 마침내 천지와 하나되는 참인간인 태일이 되고, 인생과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를 기도한다. 화해와 화합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다 해원(解寃)하고 모두 함께 상생(相生)의 새 세상을 열어 나가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시의회 양준욱의장 “終身之憂의 자세로 시민 보듬겠다”

    서울시의회 양준욱의장 “終身之憂의 자세로 시민 보듬겠다”

    서울시의회 양준욱의장은 29일 ‘희망을 싹틔우는 시의회가 도릴 것인을 강조하며 종신지우의 자세로 시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상처를 보듬고 신뢰를 불어 넣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또한 양 의장은 정책보좌관제 도입,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 등 지방의회 현안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방분권과 지방의회의 발전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다음은 얀준욱 의장의 신년사 전문.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는 서울시의회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기대와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천만 시민 여러분,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양준욱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지난해의 모든 아픔을 날려 보내고, 기대와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서울시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숙연한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민생경제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미래 시대의 주역인 청년의 울부짖음 또한 커져가고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자연재해, 환경오염, 지진사고 등 내일의 안전을 위해 지금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들 또한 산적해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반목과 갈등, 그리고 불신의 그림자입니다. 정치권과 기득권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신뢰는 무너져 내렸고, 실망과 좌절은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종신지우(終身之憂)의 자세로 시민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고 다시금 신뢰를 불어넣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방의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자신의 몸이 다할 때까지 국민의 안위에 대한 염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맹자의 말씀처럼, 종신지우(終身之憂)를 가슴에 새기고 새해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오로지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고 다시금 신뢰를 불어넣는 데에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이로써 공동체의 화목과 통합을 이루어내고,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를 향한 시민 여러분의 간절한 바람을 실천해내겠습니다. 지방분권과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 매진해왔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향후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지방자치 발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모든 지역들이 각자의 고유한 문화와 특성에 걸 맞는 정책을 마련하여 고루 발전하고, 이를 통해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게 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하며, 저는 우리 지방의회가 더디지만 꾸준하게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시민 여러분께서 달라진 지방의회를 향해 보내주신 기대와 응원, 더 큰 역할을 하라며 보내주신 조언과 격려를 기억합니다. 이에 저는 9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역임하며 지방분권과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 매진해왔습니다. 지방의회 현안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장 당선 직후, 의회 내 역량강화TF를 구성하여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견제할 수 있는 역량의회 구현에 앞장서고, 최근에는 지방분권TF를 통해 정책보좌관제 도입,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 등 지방의회 현안과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대 국회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대 국회 및 중앙부처와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고 시민 여러분의 공감대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겠습니다. 서울 속으로, 시민 곁으로 묵묵히 그러나 부지런히 걸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2016년은 역사에 남을만한 굴곡진 사건들로 가득했습니다. 서울시민의 앞마당인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가득 울려 퍼진 시민 여러분의 간절한 바람을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절망과 분노 속에서도 여러분이 끝끝내 포기하지 않은 국가 안정과 발전을 향한 목소리를 자양분 삼아,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는 서울시의회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7년 한 해도 ‘서울 속으로 한 발 더, 시민 곁으로 한 뼘 더’ 묵묵히 그러나 부지런히 걸어 나가겠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양준욱 ※ 종신지우(終身之憂) : ‘자신의 몸이 다할 때까지 국민의 안위에 대한 염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맹자가 강조한 지도자의 자세
  • [톡!톡! talk 공무원] “유도 배우며 늘 겸손한 공무원 각오 다지죠”

    [톡!톡! talk 공무원] “유도 배우며 늘 겸손한 공무원 각오 다지죠”

    “새내기 중압감 운동으로 날려 취업 지원하며 업무 자부심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공무원 최동현(32) 고용노동부 대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 주무관은 지난 5월부터 지인의 추천으로 배우기 시작한 유도에 푹 빠졌다. 그는 일주일에 2~3번 꼭 도장을 찾아 1~2시간씩 유도기술을 익힌다고 했다. 아직 새내기여서 평소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많지만 “운동으로 부족한 체력을 기르고 마음가짐도 다잡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 주무관은 28일 “유도를 보면 과격하기만 한 운동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유연성을 바탕으로 강한 상대를 이기는 기술을 배우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도를 배우면서 늘 겸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주변에 관심 있는 공무원이 있다면 맡은 업무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3년 이상 책에 파묻혀 공무원시험 공부에만 몰두했다고 했다. 이후 어렵게 합격의 기쁨을 맛봤지만 본격적으로 업무를 맡으며 ‘공직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도를 배우면서 스트레스에서 차츰 벗어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최 주무관은 “업무를 시작할 때 몸무게가 68㎏이었는데 운동을 많이 하고 근육이 붙으면서 73㎏으로 늘었다”며 “관절 운동도 많이 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 주무관은 현재 가정 형편이 좋지 않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를 돕는 ‘취업성공패키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민간위탁기관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고용부 업무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취업성공패키지 업무를 하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과 장년층에 많은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는데 다행히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하는 분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대구고용센터의 성과도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다만 “민간위탁기관 직업훈련 상담사들이 가끔 악성 민원인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어려운 사정이 있겠지만 상담사들도 누군가의 가족이라고 생각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 줬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문성을 더 높이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최 주무관은 “가능하다면 노무사 자격시험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국민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빛을 보다/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빛을 보다/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작년 이맘때다. ‘광화문광장 앞에 섰다’로 시작하는 칼럼을 썼다. ‘혼돈이 아닌 질서가, 절규가 아닌 함성이 있고…활기찬 광장을 그려 본다. 광장의 삶은 시민의 몫이다’라고 끝을 맺었었다. 바로 그 광장 앞에 다시 섰다. 이순신 장군은 한결같이 늠름하고, 세종대왕은 기품 있다. 펼쳐지는 광화문과 경복궁, 그리고 북악산은 광장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 병풍 같다. 다만 1년 전과 달리 연말의 화려한 풍경도 적고 성탄절 트리 대신 촛불 트리가 빛을 내고 있다. 그러나 광장은 여느 해보다 힘이 넘쳐났다. 빛이 살아 움직였다.광장은 불안과 갈등, 좌절과 절망을 한데 품었다. 혼돈의 한 해였다. 사회·정치·외교·안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벽두부터 북핵 실험에 한반도는 1년 내내 냉기류에 휩싸였고, 사드 배치 결정에 한·중 관계는 냉각된 데다 국론은 분열됐다.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고, 조선업과 해운산업은 세계 경기 불황 탓에 쇠락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4·13 총선에서 민심은 새누리당의 친박 패권주의와 막장 공천을 심판해 여소야대를 만들었지만 국정은 표류했다.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판·검사들의 비리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광장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했다. 또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광장의 촛불집회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은 부당한 권력의 횡포와 상식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현실에 대한 분노에서다. 10월 29일 처음 불붙은 촛불은 세밑까지 타올라 연인원 800만명을 넘어섰다. 계층도, 세대도, 지역도, 남녀도 초월했다. 좌파·우파도, 진보·보수도, 애국·비애국도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였다. 프랑스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이 저서 ‘분노하라’에서 밝혔듯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가진” 까닭이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일 수밖에 없다. 광장엔 충돌이 아닌 질서와 평화가 있었다. 성숙한 시민들의 연대가 일시적인 아닌 지속적이었기에 가능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목표에 함께 손을 잡은 결과다. 이 때문에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도 절규 아닌 함성일 수 있었다. 계몽주의자 존 로크가 ‘통치론’에 적시한 ‘시민 저항권’ 행사나 다름없다.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시민의 권리 보호라는 원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할 때 정부에 저항하고 방어할 권리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저버린 탓에 국민으로부터 ‘퇴진’이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촛불 민심은 미적거리던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추동했다. 대의민주주의를 압도한 것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즉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말 대로다. 광장은 촛불과 함께 새해를 맞는다. 올해도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국민의 삶 자체가 크게 바뀔 수는 없다. 그러나 변화는 의도하든 안 하든 불가피하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온갖 적폐는 청산하지 않고 방치할수록 뿌리를 깊이 내리고 기승을 부리는 속성이 있다. 수백만의 시민이 한마음으로 촛불을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법 가치를 짓밟은 최고 권력에 대한 응징도 있지만 구습을 타파하고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사람다운 삶이 있는 사회로 나가려는 염원에서다. 당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특검의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헌재와 특검의 결론에 따라 촛불 민심의 향방과 규모도 달라질 것이다. 광장에는 언제나 정치가 있다. 현재 진행되는 중대한 사안들을 지켜보는 촛불이 있고, 박 대통령 후임을 뽑는 대선도 예정돼 있다. 병신년을 보내는 마음이 무겁지만 정유년 새해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하는 까닭이다. 많은 잠룡들이 설치지만 국가 개조의 비전과 실천 의지를 없는 자들은 다음 대통령에 나설 자격이 없다. 더이상 실체를 감추고 정치공학으로 포장한 그림자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할 수 없다. 촛불 민심이 세상을 바꾸듯 국민이 바로 서면 가능하다. 광장의 주인은 분명히 권력이 아닌 시민이다. hkpark@seoul.co.kr
  • [서울광장] 부끄럽다고만 말해줘도/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부끄럽다고만 말해줘도/황수정 논설위원

    주말 불안증을 앓고 있다. 광화문광장의 촛불을 보태주지 못하면 미안해서, 몸싸움 과격 시위가 벌어지면 어쩌나 초조해서. 두 마음이 방망이질하는 불안 병증은 고백하건대 지극히 사적인 이유가 크다. 백만 촛불이 켜지는 한겨울 광장 어딘가에 주말마다 새벽까지 풋내기 의경 아들이 서 있다. 촛불 집회 8주 릴레이. 아들의 전화가 걸려 오면 나는 매달리듯 당부한다. “때리지도 말고 맞지도 말고.” 앞뒤 논리가 닿지 않는 모순의 언어들은 청와대, 비선 실세들만의 몫이 아니다. 뒤틀린 현실은 엄마와 아들의 일상언어조차 비틀어 놓았다. 그래서 나는 삼류 국정 농단에 두 배나 더 유감이 많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궁금하다. 의경 복무를 갓 마친 아들을 데리고 아버지는 어디서 숨죽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코너링이 좋다는 조롱을 뒤집어쓴 딱한 아들에게 청문회 도망자가 된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렸노라, 청와대 무용담을 들려줄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 우병우’의 마음이 자꾸 궁금해진다. 근 두 달을 사람들은 진공상태에서 숨을 쉬고 있다.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추문의 위력에 감각의 균형추가 마비됐다. 어느 정도냐면 대법원장 불법 사찰 의혹쯤은 한 이틀 부르르 끓어오르다 삭는다. 절망이 절망을 집어삼키는 분노의 사슬에 감각이 자꾸 묶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주목받은 여성 정치인이다. 그런 주인공이 변기 스캔들로까지 들어가 구겨져 있다. 온갖 약물주사, 입가의 주삿바늘 자국까지 조롱의 소재다. 이런 의혹의 괴물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침몰 속에서 책 한 권을 다시 꺼내 본다. 캐나다 작가 얀 마르텔의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란 책이다. 2013년 국내 출간됐을 때 의아했다. 시장을 잘 아는 출판사가 수지를 어떻게 맞추려고 이런 책을 냈을까. 잠재 독자층이 정치관료들인데, 그들이 이런 책을 읽기나 할까 싶었다. 부커상 수상자인 저자는 서문에 아예 박 대통령 앞으로 편지 한 통을 써 붙였다. 세상의 모든 정치인이 새로운 세계를 희망한다면, 그런 세계를 꿈꾸기 위해 꼭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가장 좋아하는 책을 ‘기네스북’이라고 꼽는 스티븐 하퍼(캐나다) 당시 총리가 딱했던 모양이다. 마르텔은 4년 동안 격주마다 모두 101권의 문학 책을 총리 관저로 보내 읽으라고 졸랐다. 성가셨겠지만, 충만한 지성의 조언자를 둔 하퍼 총리는 행복했을 것이다. 그 책을 박 대통령이 읽었다는 소리는 끝내 듣지 못했다. 바다 건너 작가의 충고는 주제넘지 않았다. 철학적 성찰을 할 수 있게 상상의 마음을 열어두라는 것. 국민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지도자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꿀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적어도 공감 능력이 모자라 국민과 불화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르텔 같은 살뜰한 조언자를 두지 못한 불운은 박 대통령이 자초했다. 잠재 조력자들은 우리에게도 많았다. 귀만 활짝 열어뒀어도. 이 소소한 이야기들은 그러나 결코 소소하지 않다. 독단에 빠졌던 권력이 낭떠러지에 서 있다. 품위를 잃은 권력은 제 손으로 체면을 던지고도 던진 줄을 모른다. 성찰하지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슬픈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이것이 팩트’라는 문패를 달고 비아그라, 주사제, 대포폰 같은 난감한 단어들이 한 달째 업데이트되고 있다. 청와대 홈피는 누군가의 사유지가 아니다. 실핀을 수십개 꽂는 머리치장에 날마다 두 시간을 공들인 대통령의 여유는 국민에게 미안한 이야기다. 대통령을 찾느라 청와대 경내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는 이야기도 민망한 것이다.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대통령은 국민에게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담담’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권력은 왜 부끄러움을 몰라야 하나. 촛불 집회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상식을 압도하는 비상식의 일들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여전히 헷갈린다. 용서를 구하는 반성의 한마디를 누구의 입으로도 듣지 못하고 있다. 주말을 저당 잡힌 촛불들에게, 차벽 뒤에서 식은 밥을 먹는 의경들에게도 독선의 권력은 부끄럽다고 말해줘야 한다. 그래야 이 무참한 시간을 무사히 애도라도 할 수 있다. sjh@seoul.co.kr
  • [사설] 黃 대행, 국회 출석 무조건 거부할 때는 아니다

    지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야당의 견제는 분명히 지나치다.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국가 기능이 ‘올스톱’되다시피 했으니 멈춰 섰던 국정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당은 황 대행의 모습을 어찌 된 일인지 못마땅하게만 바라본다. 급기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마치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나섰다. 여당이 여당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책임감을 갖고 국정 정상화를 주도해야 마땅한 야당이다. 그럼에도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신경질적인 훈수만 날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럴수록 황 대행은 오로지 국정 정상화만을 목표로 얽히고설킨 매듭을 한올 한올 풀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일과 21일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 황 대행이 출석하는 문제를 놓고 또다시 불협화음이 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황 대행 측은 시종일관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은 전례가 없다”며 국회 출석에 부정적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황 대행이 국회와의 협력에 소극적이라며 불만스러움을 표출하고 있다. 어제는 “총리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이 아닌 만큼 격에 맞게 행동해 달라”거나 “국회는 통상 나흘인 대정부 질문을 이틀로 줄이는 등 여러 가지 고려를 했다”는 경고와 회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이런저런 야당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것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모시는 자세가 아니라는 참모진의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 상황이 의전을 놓고 티격태격할 단계는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대정부 질문 불출석의 이유로 ‘전례’를 말하는 것은 옹색하기만 하다. 황 대행은 탄핵에 이른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결과적으로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황 대행의 가장 중요한 국정 파트너이자 소통 대상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라는 사실을 황 대행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여·야·정 협의체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행이 내놓은 ‘정당별 회동’ 카드도 양당의 엇갈린 지지를 이끌어 냈을 뿐이다. 국민이 황 대행에게 기대하는 것은 노회한 ‘밀당 고수’의 면모가 아니다. 국회에 뛰어들어 적극 소통하겠다는 마음이라면 명분과 실리 모두 자연스럽게 뒤따르지 않겠는가.
  • 달보고 장보고 … 夜! 시장가자

    “‘신길동 사러가 시장’이 겨울밤 낭만 가득한 야시장으로 변신합니다.”(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서울 영등포구가 ‘신길동 사러가 시장’이 오는 21일부터 밤이 되면 야시장으로 변신한다고 15일 밝혔다. 야시장의 이름은 사러가 시장 상인회의 의견을 수렴해 ‘사러가 57 야시장’으로 지었다. 57은 세계를 압축하는 표현인 5대양 6대주에서 따왔다. 구청 관계자는 “5대양 6대주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세계 음식을 소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는 지난 2월부터 1년여간 야시장 준비에 힘을 쏟았다. 우선 스페인, 일본, 베트남 등 세계 음식과 우리 전통 음식 등 25가지를 맛볼 수 있는 ‘먹거리 부스’를 마련했다. 외국인 주민이 나라별 특색 있는 본토 음식을 제공하고, 청년 창업자들의 독특한 레시피로 선보이는 다채로운 음식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외국인과 청년 창업자들은 지난 7월부터 공모를 통해 모집했다. 현대적 감각의 고객쉼터를 조성해 고객들에게 여유로운 휴식공간도 제공한다. 25개 부스 외에 수공예 예술품,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특화상품 부스’ 3개도 따로 운영할 예정이다. 구는 21일 개장식을 하고 25개 부스가 참여한 요리경진대회, 초대가수 공연 등을 진행한다. 야시장의 운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동서양의 맛과 멋, 문화가 어우러진 ‘사러가 57 야시장’이 전통시장의 또 다른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전통시장을 만들어 소상공인은 물론 지역 주민 생활의 질까지도 높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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