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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철 폭염 대비 전국 ‘무더위 쉼터’ 4만곳 운영

    정부가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전국에 약 4만곳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 안전행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3일 ‘안전정책조정회의 실무회의’를 열고 무더위 쉼터 운영을 포함한 폭염 관련 인명 피해 예방 대책 등을 논의했다. 전국 경로당, 마을회관,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 3만 9789곳에 시·군·구 지정 재난도우미가 수시로 찾아가 폭염 대비 행동 요령과 건강 모니터링 등을 실시한다. 또 폭염특보 때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단축 수업이나 휴교 조치를 하도록 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생명의 窓] 지금 평화롭지 않은 자, 유죄/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지금 평화롭지 않은 자, 유죄/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서울 도심의 지하철 풍경은 아무 때고 엇비슷하다. 모두 존다. 가슴팍에 코를 박은 채 꾸벅꾸벅 존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활기찬 표정으로 옆자리의 승객과 대화하거나 또랑또랑한 눈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란 가뭄에 콩 나기다. 전 국민의 수면부족 현상이다. 만성피로의 주범은 아무래도 ‘간’일 테다. 지난해 어느 전문기관의 설문조사에서 광고 효과 1위를 차지했던 광고 문구 역시 “간 때문이야”였다고 한다. 과연 온 국민이 집단 간염에라도 걸린 모양이다. 이 대목에서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만든 ‘간장선생’ 이야기를 끄집어내야겠다. 영화 제목은 주인공인 내과의사 아카기의 별명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만나는 환자마다 간염 진단을 내리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얻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보자. 왕진을 가던 길에 마을회관의 국기 게양대에 일장기를 다느라 쩔쩔매는 감기환자를 보더니 그가 말한다. “무리하지 말게. 그러다 간염 걸리네.” 영화의 배경이 1945년, 그러니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두 달 전임을 고려하면, 그의 말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다급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무리하지 마라’니 이게 웬 말인가. 간염은 무조건 잘 먹고 잘 쉬어야 낫는 병이란다. 그러므로 무리하지 마라는 그의 말은 전쟁에 저항하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목하 전쟁 중이다. 지구 위 마지막 분단국가로, 종전이 선언되기는커녕 정전협정마저 위태로운 현실 때문만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전쟁 마인드가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두루 내면화되어 있는 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살빼기 전쟁’은 애교 수준이고, ‘입시 전쟁’이니 ‘취업 전쟁’이니 ‘육아 전쟁’과 같은, 알고 보면 섬뜩한 표현들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된다. 아무 맥락에서나 등장하는 ‘파이팅’은 또 어떤가. 한데 이 시대의 전쟁은 싸울 대상이 모호하다는 데 피로감이 더한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엄친딸’(엄마 친구 딸) 담론이 그 좋은 보기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서 성과를 내도 그들은 언제나 나보다 앞에 있고, 위에 있다. 모름지기 적이라 함은 적의의 대상이어야 마땅하나, 우리 시대의 적은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도 특이하겠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존본능과, 한시라도 나를 ‘관리’하고 ‘계발·개발’하지 않으면 한방에 ‘훅’ 갈 것 같은 위기의식이 맞물린 자리에 ‘피로사회’가 놓여 있다. 우리 시대의 기이한 ‘힐링’ 열풍은 그 반동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회성 힐링 상품들이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프로포폴’ 같은 신기루가 아닌가. 우리 사회에 만성화된 전쟁 풍토를 뒤엎지 않고서는 이 지독한 피로감을 해소할 길이 영영 없는 게 아닐까. 우선 너부터 살리고 보자는 연민 본능이 있어야 평화가 깃든다. 나는 좀 손해 보고 희생하더라도, 먼저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사랑이 답이다. 그러니 오늘부터 평화롭기. 나부터 사랑하기. 더 이상 내 삶을 전쟁터로 만들지 않기. 나를 ‘관리자’와 ‘개발자’로 호명하는 자본의 술수에 맞서 끝내 ‘피스메이커’(peace-maker)로 거듭나기. 6월은 생기발랄한 평화의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달! 하늘빛을 받아 왕성하게 광합성을 하는 나무들처럼 사람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평화를 입는 달!
  • [유해화학물질 사고 ‘시한폭탄’] “8개월 지났어도 두통·호흡곤란… 20년 짓던 과일농사마저 포기”

    [유해화학물질 사고 ‘시한폭탄’] “8개월 지났어도 두통·호흡곤란… 20년 짓던 과일농사마저 포기”

    “불산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일 오후 3시 경북 구미국가산업4단지 내 화공업체 ㈜휴브글로벌 구미공장. 지난해 9월 독성물질인 불화수소산(불산) 누출 사고로 23명의 사상자와 554억원의 물적 피해를 낸 진원지다. 사고 발생 248일 만에 다시 찾은 현장은 여전히 당시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스테인리스로 된 공장 정문은 굳게 닫힌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누출 사고가 난 이동식 탱크는 자취를 감췄다. 사고로 조업을 멈췄던 인근 공장들은 정상을 되찾았고 말라 죽었던 조경수와 가로수는 다른 나무로 교체돼 푸름을 더해 갔다. 때마침 현장 점검을 나왔다는 구미시 김동진(50) 수계수질담당은 “회사 측이 최근 옥외 저장 탱크 7개에 남아 있던 에칭제 7t을 마지막으로 처리했다”면서 “회사는 조만간 시에 휴업신고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장을 200여m 남짓 벗어나자 누출 사고 직격탄을 맞은 산동면 봉산리 마을이 나왔다. 당시 314가구 주민 532명이 살던 마을이 온통 쑥대밭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3개월간 인근 환경자원화시설에서 지옥 같은 피난 생활을 견뎌야만 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현재 마을 앞 들판은 겉으론 평온한 모습이었다. 간간이 주민들이 모내기 채비에 나서며 내는 경운기와 트랙터 소리만 적막을 깼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서자 사고의 상흔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태껏 죽지 못해, 차마 떠나지 못해 할 수 없이 (이곳에) 살고 있다”면서 “목과 머리가 아프고 불면증, 스트레스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불산을 마셔 부인과 함께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심모(62)씨는 “갈수록 숨이 차고 호흡 곤란도 심해져 20여년간 짓던 비닐하우스 멜론 농사를 포기했다”면서 “구미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지만 차도가 없어 차라리 죽고 싶다”며 울먹였다. 옆에 있던 부인 이모(56)씨는 “아직도 불산의 ‘ㅂ자’만 들어도 몸서리쳐진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게다가 ‘불산 오염 농산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터라 아픔은 두배다. 비닐하우스 4000㎡에서 멜론 농사를 짓는다는 임금숙(52)씨는 “예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30~40% 정도가 인터넷 주문이었는데 올해는 전무하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농협 및 서울 가락시장 공판장을 통해 출하하지만 5㎏들이 박스당 1만 2000원으로 인터넷 판매보다 6000~7000원 싸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불평했다. 한 주민은 “여러 해 토마토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구미시는 생색만 냈을 뿐 정작 도움은 주지 않았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구미시의 늑장 피해 보상 탓에 추가 피해를 입은 농가들도 있었다. 김점호(73)씨는 “시가 지난해 말 소 30마리를 살처분한 보상금을 지난 4월에서야 지급해 재입식 시기를 놓쳤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천종수(70)씨는 “불산에 포도 나무가 말라 죽어 3월에 과원을 갱신하려 했지만 보상이 늦어 포기했다”고 맞장구쳤다. 마을에는 토양 및 수질 추가 오염원도 상존해 있었다. 인근에 불산 피해목이 벌채된 채 비가림 시설도 없이 쌓여 있었다. 주민 박모(58·여)씨는 “구미시가 피해목을 2~3개월째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면서 “이미 수차례에 걸쳐 피해목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으나 ‘나 몰라라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내린 비로 피해목에서 나온 불소가 토양 등으로 흘러들었다”고 주장했다. 박명석(51·봉산리 이장) 구미 불산피해주민대책위원장은 “불산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대책위 해단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피해 보상이 90% 이뤄졌다지만 일부 주민의 반발로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130여곳이나 되는 불산 취급 업체 때문에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늘 불안에 떨지만 자치단체와 업체들의 재발 방지책은 미봉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수원, 캄보디아 마을발전 팔 걷는다

    경기 수원시는 17일 국제자매도시인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주 프놈크라옴 수원마을에서 수원형 마을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 스스로 좋은 마을을 만들고 가꾸는 것으로 수원시가 2011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시는 2007년 6월 이곳을 수원마을로 지정한 뒤 매년 각종 원조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무조건적인 원조보다 주민이 자립해 마을발전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시는 마을기반시설, 주거환경개선, 관광, 주민교육, 직업훈련 등으로 세분화해 단계별, 부분별 개발전략을 수립한 뒤 마을을 점차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민들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시엠리아프주정부와 민간단체, 민간기업 등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이재준 제2부시장을 비롯한 수원시조사단과 유엔 해비탯(UN HABITAT) 도시전문가가 합동으로 현지조사를 벌였으며 3월부터 캄보디아형 마을르네상스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의 기반시설 위주 지원에서 마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소득창출사업 지원에 초점을 두고 추진된다. 프놈크라옴 마을주민이 주도하고 계획하는 마을 만들기사업을 지원해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2007년부터 프놈크라옴 수원마을에 학교와 마을회관을 건립하는 등 기반시설을 설치했고 올해는 공동 작업장과 탁아소를 설치, 운영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서산 용유지… 늦바람 난 벚꽃

    서산 용유지… 늦바람 난 벚꽃

    호수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물안개 피어오르고 신록과 봄꽃들이 주변을 예쁘게 장식합니다. 그 자태가 단풍 물든 가을 못지않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유명 호수들은 밀려드는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충남 서산의 용유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른 봄 풍경만 놓고 보자면 자태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빼어나다는 곳이지요. 이맘때 용유지는 딱 그림 병풍입니다. 둥글고 얕은 구릉들이 사위를 감쌌고 벚꽃은 곳곳에 흐드러졌습니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들이 수직 세상을 펼쳐 놓으면 둥글게 휜 왕버들과 관목들이 어느새 균형을 맞춰 놓지요. 서산은 여느 지역에 견줘 벚꽃 개화가 늦습니다. 수종도 다양해 5월 중순까지 여기저기서 벚꽃이 피고 또 집니다. 시점만 잘 맞춘다면 늦바람 난 벚꽃에 흠뻑 취할 수 있습니다. 용유지의 봄 풍경에 매료된 이들은 한결같이 경북 청송의 주산지나 전남 화순의 세량제에 견줄 만큼 빼어나다며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인들이 절정에 이른 용유지를 보기란 쉽지 않다. 우선 벚꽃 개화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록으로 물드는 시기도 마찬가지. 날씨도 변수다. 바람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물살이 일지 않아 명경지수가 펼쳐지고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물 위로 수렴되는 진기한 장면과 조우할 수 있다. 해 뜰 무렵과 저물녘에 바람이 잦아들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명불허전의 용유지와 마주할 수 있다. 그러니 도시의 월급쟁이들이 몇년 내리 겨냥만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용유지는 흔히 용비지라 불린다. 표지석에 분명히 ‘용유지’(龍遊池)라고 음각돼 있지만 용비지란 이름이 더 흔하게 쓰인다. 용유지는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저수지 주변에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 편백나무, 벚꽃 등이 조화롭게 식재돼 있다. 다만 언제, 왜 축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김재신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1960년대 김종필 전 총리 주도로 삼화목장(현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등이 조성되면서 함께 축조됐을 거란 견해가 일반적이다. 강원 횡계의 대관령 목장을 닮은 이국적인 구릉지대가 운산면 일대에 형성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야산의 나무를 베 초지대로 만들었고 산자락 중턱엔 “권력자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건물”도 세웠다. 용유지 주변에 메타세쿼이아와 주목 등을 식재한 것도 별장이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용유지 또한 당시 나라를 쥐락펴락하던 ‘용’(龍)들이 ‘노닐기’(遊) 위해 지금의 모습으로 꾸며졌을 거란 추정이 설득력을 갖는다. 호수는 아름답다. 주변을 에두른 벚꽃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자작나무와 편백나무, 삼나무 등도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연초록 초지대도 싱그럽다.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물 위에 반영된다. 그야말로 기쁨 두 배다. 호수 주변을 자박자박 걸을 수도 있다. 눈엔 풍경을, 가슴엔 치유를 담는 산책로다. 호수는 출입이 금지된 영역이다. 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돌 때면 목장은커녕 마을 입구에도 발을 디딜 수 없다. 전염병이 돌지 않을 땐 출입 제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문은 잠갔으되 문 옆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막지 않는다. 이제 2~3년 내에 마음 편히 용유지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지 관계자는 “벚꽃이 피는 봄철에만 용유지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호수 주변에 관목 등으로 울타리를 쳐 방목 한우를 관광객들로부터 격리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 한우개량사업소는 국내 씨수소의 정자 95%가 생산되는 곳이다. 김 해설사의 표현처럼 “주변에 암소가 있어야 수소의 정자가 잘 ‘영근다’ 해서 암소 축사를 따로 조성”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소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한우 개량 사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방문객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서산은 내포(內浦·충남 서북부) 불교문화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많은 절집과 불교 문화유산들이 늘어서 있다.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서산을 돌아볼 예정이라면 단연 개심사가 첫손에 꼽힌다. 절집의 명물, 진분홍 왕벚꽃이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에 활짝 피기 때문이다. 여미리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지역의 향토 자원을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관광 자원화한 곳이다. 마을 정미소 자리엔 갤러리가 들어섰고 디미방에선 지역 특유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노란 수선화가 흐드러진 유기방 가옥과 고려시대 세워진 여미리석불입상, 300년 동안 마을을 굽어본 비자나무 등 볼거리도 많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을 나와 64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개심사·해미 방향으로 달리다 문수사 입구를 지나 첫 번째 마을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마을회관을 지나 11시 방향으로 난 농로를 따라 곧장 가면 용유지 제방이 보인다. 서산마애삼존불상, 개심사, 해미읍성 등이 다 이 지역에 몰려 있다. 가족들이 묵기 좋은 숙박업소를 찾는다면 최근 개장한 ‘백제의 미소’ 펜션(663-0890, 이하 지역번호 041)이 추천할 만하다. 너른 대지에 다양한 형태의 한옥들로 구성됐는데, 별채 형식의 독립된 공간에 황토방과 찜질방이 결합돼 있다고 보면 알기 쉽다. 요금은 인원에 따라 8만원부터다. 서산시 초입의 향토(668-0040)에선 서산의 전통음식인 우럭젓국과 꽃게장, 게국지를 세트 메뉴로 즐길 수 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에 무와 청양고추 등을 넣고 짭조름하게 끓여낸 우럭젓국, 말린 감태에 밥 한술 얹어 찍어 먹는 비릿한 꽃게장이 일미다. 서산시청 뒤 진국집(664-4994)은 토속 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글 사진 서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품앗이 대신 삿대질만…범인 못 잡고 4명 급사

    품앗이 대신 삿대질만…범인 못 잡고 4명 급사

    “그 사건 이후로 주민들이 갈가리 찢겨졌어요. 싫어하는 이웃집을 피해 먼 길로 돌아갈 정도니, 참.”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이장 이재춘(48)씨는 “말실수를 할까 봐 이웃 간에도 벙어리처럼 지낸다”고 혀를 찼다. 이 마을은 지난해 4월 20일 마을 공동 식수원인 지하수 물탱크에서 독극물이 발견돼 발칵 뒤집힌 곳이다. 사건발생 1년이 됐지만 경찰 수사는 이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주민 간의 암투와 음해가 독극물 투입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 하나 찾지 못하고 있고, 주민들은 패가 갈려 여전히 으르렁대고 있다. 19일 배양마을에는 따뜻한 봄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냉기가 돌았다. 116가구 220여명의 주민이 살지만 논밭에 홀로 나와 일하는 모습만 간간이 보일 뿐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이웃 간 품앗이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웃 간 농기계를 나눠 쓰던 미덕도 많이 사라졌다. 한 마을 주민은 “일부 노인은 이웃에게 도지를 받고 빌려주던 논밭을 ‘꼴도 보기 싫다’며 거둬들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4월 20일 오전 10시 30분쯤 마을 뒷산의 30t급 상수도 집수장 물탱크를 청소하던 업체 직원이 제초제인 ‘근사미’ 300㎖짜리 플라스틱 병 세 개와 뜯겨 있는 가루 살충제 ‘파단’ 3㎏짜리 세 봉지를 발견했다. 발견 직후 “물을 마시지 말라”는 마을방송이 나갔지만 시설이 부실해 주민 4분의3이 그날 저녁 때까지 물탱크 물을 받아 마셨다. 상당수 주민이 복통, 식욕부진, 가려움증으로 병원을 들락거렸다. 이 사건이 터진 뒤 전 주민이 경찰 수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마을에 ‘불신’의 더께가 쌓여갔다. 당시 마을의 모든 남자가 경찰에 소환됐다. 150여명은 대전에 있는 충남경찰청에까지 불려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주민들은 경찰서에 갈 때마다 청심환을 먹었고, 외지에 있는 자식들 집으로 피하는 주민도 있었다. 경찰은 5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누가 경찰에 범인을 제보했다’는 소문이 나면 곧바로 그 집에 쫓아가 “네가 봤냐”며 삿대질과 욕설을 퍼부었다. 말은 떠돌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확신으로 변하기도 했다. 자식까지 동원돼 집안 싸움으로 번졌다.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경찰 수사가 서너 달을 넘기자 주민들은 지쳐갔다. 이들은 ‘범인이 잡히면 그 친척들까지 마을에서 몰아내겠다’고 씩씩거렸다. 한 주민은 “경찰이 이쪽에서는 이 말 하고, 저쪽에서는 저 말 하는 바람에 주민들 간에 싸움이 더 커졌다”고 비난했다. 사건 이후 주민 4명의 죽음도 잇따랐다. 지병을 않던 70대 할머니는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지난해 여름 숨졌고, 40대 남성은 돌연사했다. 이장 이씨는 “내 아버지(당시 75세)도 지난해 5월 갑자기 말을 못해 병원에 갔더니 폐암진단을 받았고, 5개월 만에 돌아가셨다”면서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주민들의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청에서 치료비를 다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독극물 때문이라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한푼도 주지 않았다”며 “물탱크 소유·관리자가 군수인데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 30여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당시 이장 김모씨와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김씨는 이장을 계속 유지하려 했고, 그 자리를 노리는 주민 한모씨 등 반대파가 ‘이장이 마을회관 등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 ‘수도세 집행에 문제가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졌고 암투와 음해가 판쳤다.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 홍성경찰서 관계자는 “심증만 갖고 수사하려니 ‘그림자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면서 “조만간 이 사건을 미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음 달 4일과 12일 경로잔치와 청년회 야유회를 열어 화합을 다지기로 했다. 이승영(54) 비대위원장은 “잔치 한다고 화합이 되겠나. 세월이 약이지”라며 “들이 넓어 가난한 사람이 없고 인심이 좋아 공무원이 오고 싶어 하는 1순위 금마면 배양마을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 9동에 사는 최병재(가명·79)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카네이션 하우스’가 동네에 생긴다는 소식에 들떠 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3년째 홀로 지내는 최씨는 외로움에 지쳐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게다가 일자리도 제공될 것으로 알려져 소일거리를 찾던 최씨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최씨는 “주변에 나처럼 혼자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노인이 적지 않은데 함께 지낼 친구도 있고 일자리도 생긴다고 하니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공부방 등이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공동생활주택으로 탈바꿈한다. 독거노인 급증과 함께 생겨나는 노인 자살, 고독사, 우울증 등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15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도 노인 인구 107만 2000명 가운데 22%인 24만 4002명이 독거노인이다. 이 가운데 56.8%인 13만 8675명은 기초수급자, 차상위자, 장기요양등급자 등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이다. 독거노인 수는 2007년 15만 2851명에서 2011년 23만 3706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노인 자살률도 해마다 증가해 2011년 기준으로 노인 10만명당 90.5명이 자살하고 있다. 전국 평균 79.7명보다 높다. 자살 원인은 우울, 고독, 가족 갈등이 51.2%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30.5%), 건강·생활 문제(15.6%) 등이 뒤를 이었다. 도 노인상담센터 김은주 실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려운 노인들은 갈 곳도 없고 가족을 대신해 얘기를 나눠 줄 말벗도 없다”면서 “쪽방을 잡기 어려운 이들에게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도청에서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공부방 등을 공동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충남도 등에서 시행하는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서울신문 1월 2일자 2면>를 벤치마킹하고 여기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는 예산 2억 4000만원과 행정 지원, 대한노인회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연계, 농협은 사업비 1억 2000만원 지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맡는다. 카네이션 하우스가 들어서는 곳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 공부방,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마을회관, 이천시 율면 고당3리 마을회관, 구리시 교문동 경로당, 가평군 북면 백둔리 보건진료소, 연천군 청산면 초성2리 마을회관 등 6곳이다. 김용웅 노인정책팀장은 “노인들에게 제과·제빵 포장, 잡곡 선별, 절임 음식 생산 작업 등의 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뒤 성과가 좋으면 내년부터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다음 달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7월에 문을 연다. 통장이나 부녀회장 등 마을 대표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 원할 때 공동거주시설에서 취사와 숙박, 작업 등을 하게 된다. 김용연 도 보건복지국장은 “독거노인들이 겨울에 난방비를 아끼려고 난방하지 않고 그냥 잠을 자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네이션 하우스는 냉·난방이 잘되기 때문에 이 같은 돌발적인 사고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옛것 그대로 추억 속으로

    옛것 그대로 추억 속으로

    “옛것 그대로, 시간이 멈춘 북방식 민속마을 왕곡마을에서 하룻밤 추억을 만드세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고성군에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된 왕곡마을의 전통 한옥 숙박체험장이 관광객 유치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성군과 왕곡마을보존회는 10일 국내 유일의 북방식 전통 한옥을 보존하고 있는 왕곡마을의 전통 한옥 8가구를 활용해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숙박체험장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북방식 한옥은 보통 ‘ㄱ’자형으로 추운 북방지역에서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축우리와 부엌, 방이 일체형으로 지어진 전통방식의 가옥이다. 이 같은 한옥 50여채가 밀집돼 잘 보존되고 있는 왕곡마을은 주민들이 왕곡마을보존회를 만들어 한옥 보존은 물론 수익사업으로 숙박체험장을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살지 않는 8채의 한옥을 이용해 관광객을 받고 있다. 한옥은 군에서 매입해 마을 보존회 회원들이 직접 운용한다. 숙박체험 때 관광객들에게 전통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볼거리와 놀거리 등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놓고 있다. 전통 한옥에서의 단순한 숙박체험 외에 뻥튀기, 떡메치기, 짚풀공예, 전통의상 입고 사진찍기 등 먹거리·민속체험과 가죽공예체험, 도자기(다도)체험 등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마을회관 또는 마을 입구의 저잣거리에서 민요교실을 비롯한 공연 프로그램을 상설화해 관광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김은영 군 문화예술계장은 “왕곡마을 전통한옥 숙박체험은 왕곡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가옥별로 차이는 있지만 성수기(해변운영 기간) 5만∼10만원, 그 외 기간 2만 5000∼5만원의 숙박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금강산 관광길이 끊긴 이후 주민들에게는 효자상품이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주말엔 고급 승용차 4~5대씩 드나들어”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주말엔 고급 승용차 4~5대씩 드나들어”

    건설업자 Y씨가 고위공직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한 별장. 취재진이 20일 별장 주변에 차를 대자 40대 남성 관리인이 건물에서 나왔다. 별장을 살펴보기 위해 인근 야산에 오르자 관리인이 다가와 “여긴 사유지니까 들어오지 마라”면서 취재진의 접근을 제지했다. 인근 마을과 200m쯤 떨어져 있는 문제의 별장은 호화롭기 그지 없었다.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을 끼고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6800여㎡(약 2000평) 대지에는 총 6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가장 안쪽에 3층과 4층 건물이 한 채씩, 또 2층 주택이 두 채, 식당 및 오락공간으로 보이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잔디가 깔린 정원은 정원수, 바위, 벤치 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 2개와 정자 2채, 모형 풍차까지 갖추고 있었다. 해병대 출신인 Y씨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을 불러 이곳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에 사는 정모(48·여)씨는 “2011년 말쯤 주말에 종종 고급 승용차 4~5대가 별장을 드나드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 날이면 밤새 불이 켜져 있고 다음 날 늦게 차들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유명 코미디언이나 가수 등 연예인도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별장에는 노래방과 당구대, 영화관이 있고 찜질방도 있다고 귀띔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Y씨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 박모(51)씨는 “약 1년 전부터 별장에서 일하던 인부나 기사들이 모두 그만 두고 Y씨도 잘 보이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Y씨의 동생이 관리인으로 별장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Y씨는 인근 주민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인사만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웃 주민 김모(72)씨는 “마을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고 한두 번 음료수 몇 박스를 보내오긴 했다”면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는 했지만 마을회관에 찾아오거나 이웃 주민을 집으로 초대한 일은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주민은 “별장에서 일하는 인부나 식당 직원들도 전부 외지인들을 고용했다”면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동생이 직원들을 직접 차로 출퇴근시켰다”고 말했다. 글 사진 원주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잿더미 집’ 이틀째 삽질 해봤지만 한숨만…

    ‘잿더미 집’ 이틀째 삽질 해봤지만 한숨만…

    1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시꺼멓게 변한 마을 뒷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불은 하루 전에 꺼졌지만, 잿더미에서 나는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을회관을 지나 야트막한 뒷산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폭격을 맞은 듯한 김득렬(56)씨의 무너진 집이 나왔다. 토요일 오후 9시쯤 집으로 날아든 불길을 피해 체육복만 걸친 채 뛰쳐나왔다는 김씨는 지붕과 가재도구 모두 사라지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곳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삽으로 타다 남은 잿더미를 치워보지만, 역부족이다. 김씨는 “폭격 맞은 듯 내려앉은 집을 그냥 두지 못해 이틀째 나와서 잿더미에 몇 번 삽질을 해봤지만, 답이 없다”며 “사람의 손으로 도저히 치울 수가 없어 중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집에서 산자락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주인 조차 없는 폐허가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양철판은 마구 구겨진 채 널브러져 있고, 뼈대만 남은 집은 손만 대도 무너질 것 같았다. 전쟁 때 포격을 맞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재도구에서도 타는 냄새가 남아 있다. 수십 년간 마을 뒷산을 지켰던 아름드리 소나무는 숯덩이로 변해 있었고, 잡목과 어린 나무는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소방헬기가 뿌린 물은 잿더미와 섞여 질퍽했다. 산자락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피해는 마찬가지였다. 엄주현(59)씨의 집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든 불씨에 안방과 창고 등을 모두 태웠다.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울산 울주군 전체 26가구에 이른다. 현재 이재민들은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에서 이틀째 생활하면서 지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산불은 ‘자연재해대책법’상 인적재난으로 분류돼 정부와 지자체의 피해 보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 농촌마을이라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영복(62) 신화마을 이장은 “이번 산불이 신화마을(130가구 중 15가구 피해)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면서 “나이가 많은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새로 집을 짓기도 힘든 형편인 만큼 정부가 지원을 해주든지, 아니면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축산농가의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신화마을에서 농로를 따라 800m가량 이동하자, 이하우(45)씨의 축산농가가 나왔다. 이씨가 키우던 350마리의 개 가운데 170마리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 개들도 연기를 많이 마셔 폐렴 등 후유증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학생 아이들 뒷바라지와 생활비 마련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주군의 중간 조사 결과, 이번 산불로 폐사한 닭, 개, 소, 염소 등 가축은 450마리에 이르고, 양봉도 150통이나 손해를 입었다. 자식처럼 기르던 가축을 잃은 축산농가는 생계가 막막하다. 소규모 사육으로 가축공제보험(국가 50%+농가 50%)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와 울주군은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금 5억원을 산림복구에 긴급 투입할 계획이다. 울주군은 이날 현장을 돌며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동식 주택 지원 등 피해 복구대책을 논의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화재는 인적재난이라 정부와 지방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고,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산불을 낸 사람이 잡히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는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울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산림청 펠릿보일러 강제보급 물의

    산림청이 탄소 배출이 적은 목재펠릿보일러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치단체들에 강제로 물량을 떠안겨 물의를 빚고 있다. 27일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산림청은 올해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주민편의시설(마을회관·경로당) 및 사회복지시설용 펠릿보일러 보급에 들어갔다. 연탄 등의 연료를 재생 가능한 펠릿(나무 등을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압축한 연료)으로 대체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및 난방비 절감 효과를 얻기 위한 취지로 알려졌다. 물량은 지난해 200대보다 100대가 증가한 300대이다. 시도별로는 전북이 50대로 가장 많다. 이어 경북 45대, 충남 40대, 전남 35대, 경기 30대, 충북 29대, 강원·경남 각 25대 등이다. 예산은 대당 470만원으로, 국비 및 지방비 각 50% 분담 조건이다. 하지만 산림청은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 물량을 과다하게 배정했다. 경북도의 경우 올해 사업 물량으로 3대를 신청했으나 산림청은 그보다 무려 15배나 많은 45대를 배정했다. 따라서 도는 울릉군을 제외한 도내 22개 시·군에 부득이 펠릿보일러 1~5대씩을 내려 보냈다. 전국 시도가 올해 산림청에 신청한 물량은 모두 1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치단체들은 산림청의 횡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군 관계자들은 “산림청이 잦은 고장에다 서비스조차 제대로 안 되는 불량 펠릿보일러를 이미 자치단체와 민간에 보급해 놓고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같은 제품의 보일러를 강매하겠다는 것은 횡포”라며 “산림청은 강매 물량을 당장 회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치단체들은 산림청이 2011년 국비 보조사업으로 주민편의시설 등에 대해 펠릿보일러를 처음 보급할 때만 해도 환영했으나 이후 잦은 고장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면서 보급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림청 목재생산과 관계자는 “지방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어 (사업 물량을) 강제 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경기도, 뉴타운 대신 ‘맞춤형 도심정비’

    경기도가 뉴타운 같은 대규모 개발 대신 지역 특성을 살리는 소규모 맞춤형 도심정비사업을 추진한다. 24일 도에 따르면 ‘철거중심’에서 ‘관리중심’으로 주거지 재생 패러다임을 전환, 낙후된 구도심 주민이 원하는 대로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주민공동체를 강화하는 ‘맞춤형 정비사업’이 추진된다.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뉴타운 해제 지역 및 존치지역, 일반 정비구역 해제지역, 정비구역 중 토지소유자의 50% 이상이 동의한 지역이 대상이다. 맞춤형 정비사업은 사업 면적을 5만㎡ 이하로 제한해 ‘동네 재생 사업’으로 불린다. 주민 생활편의를 위해 도로, 상하수도, 공용주차장 등 정비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놀이터, 마을회관, 어린이집, 경로당 등 공동이용시설을 정비·개량한다. 여기에 담허물기, 노후주택 신축 및 개보수 지원, 마을 공동체 강화 등 거주민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이 사업은 관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주민협의체, 사회적협동조합, 시장·군수가 사업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게 특징이다. 사업계획서가 접수되면 도가 심사위원회를 구성, 사업대상지를 결정한다. 도는 올해 10곳을 대상지로 선정해 1곳당 정비계획수립 용역비 1억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전체 사업비의 30%가량을 국비로 확보해 1곳당 50억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 맞춤형 도심정비사업은 마을기업육성, 그린빌리지사업, 쌈지공원조성사업, 석면슬레이트 처리비 지원 등 도와 중앙부처가 진행하는 6개 주민사업과도 연계된다. 도가 이를 추진하게 된 것은 도내 뉴타운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민갈등 등으로 지연 또는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뉴타운은 사업지구가 12개 시, 23개 지구, 224구역에서 7개 시, 13개 지구, 109개 구역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무상보육에 곳간 마른 지자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엄두 못내”

    무상보육에 곳간 마른 지자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엄두 못내”

    #충남 부여군은 3년 전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으려다 물거품이 됐다. 부여읍에 후보지 7~8곳을 선정하고 부지 매입에 나섰으나 토지주들이 하나같이 땅값을 턱없이 비싸게 불렀다. 인구 7만여명의 부여군은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다. 박기준 군 주무관은 “재정자립도가 11% 정도에 불과한 군이 부지매입비 전부를 대야 하는 마당에 땅값까지 천정부지로 불러 엄두를 못 냈다”면서 “지금 같은 실정으로는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0~5세 무상보육 전면 실시를 앞두고 자치단체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을 요구받고 있으나 열악한 재정 때문에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 요구나 정부의 확충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24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신·증축시 국비 50%, 시도비 25%가 지원되지만 나머지 25%는 시·군·구비로 지불해야 한다. 건축 설계비와 부지매입비는 고스란히 기초단체인 시·군·구가 떠안는다. 강원도는 지역이 넓고 소득수준이 낮아 국공립 어린이집이 다른 곳보다 절실하다. 올해도 한 곳당 15억원 정도를 들여 화천과 양양에 지어줄 계획이나 내년부터가 문제다. 삼척과 춘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을 신청했지만 0~5세 무상복지비를 대는 데도 모자랄 판이다. 김남준 도 저출산보육담당은 “후원단체의 지원을 보태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어주고 있지만 쥐꼬리만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건립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안전성과 교육의 질이 높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해 영어수업 등 교육 과정에서 추가 비용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국 보육시설 3만 9842곳 중 2116곳으로 5.3%에 그치고 있다. 국비 지원도 국공립 어린이집 한 곳 건립에 최대 2억 3000만원밖에 안 된다. 울산시는 땅값 등을 감안하면 국공립 어린이집 한 곳을 신축할 때 시 지원비를 빼고도 기초단체 예산이 15억원 이상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 “기초단체 부담이 너무 커 쉽게 나서는 곳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충남의 일부 시·군에서는 마을회관 등을 리모델링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쓰고 있으나 이마저 억대의 예산이 들어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운영비도 문제다. 충남 아산군은 올해 11개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데 시비만 인건비 등으로 순수하게 1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정순희 시 보육지원팀장은 “시·군·구가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을 꺼리는 데는 운영비 부담도 있다. 영유아 보육 시비만도 170억원이 넘게 들어 죽을 지경인 데 이런 것까지 느니 어떻겠느냐”면서 “정부 정책인 만큼 국공립 어린이집 국비지원을 크게 늘리고, 한국주택공사(LH)에서 임대아파트를 건설할 때 단지 내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짓도록 해 기초단체의 부지매입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주민이 만드는 뉴타운 대안마을

    서울 금천구가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사업인 ‘박미사랑 마을만들기’ 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구는 시흥3동 957번지 박미사랑마을 일대 4만 9282㎡에 마을회관 건립, 마을 안전 및 편의시설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차성수 구청장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현장투어와 워크숍을 통해 박미사랑마을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마을회관 건립과 저층 주거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잔디 형태의 녹지공간 ‘그린존’을 건설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특히 이곳에 새로 건립하는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마을기업을 육성하고 공동작업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 회복과 주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만남의 공간으로 새로운 마을회관 건립을 요구해왔다. 구는 이곳에 각종 운동기구와 편의시설 계획도 마련해 최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마을 안전을 위해 주요 지점 2곳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행로와 옹벽 등 노후한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구는 마을 뒤편으로 등산로를 설치해 외부 등산객을 유치하고, 잔디블록과 한뼘공원으로 구성된 그린존을 통해 주민 생활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5곳에서 조성하는 한뼘공원에는 주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고 자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텃밭을 조성해 단절된 주민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소통의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구는 지난해 5월부터 실시설계를 작성해 12월 시공사를 선정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새로운 마을만들기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주민과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한다는 목표다. 차 구청장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담당 공무원과 주민이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 ‘구민 우선 사람 중심’의 현장행정을 구현할 계획”이라면서 “새마을 만들기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많은 협조와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전국플러스] 삼척 ‘찾아가는 이동 보건소’ 인기

    강원 삼척시가 ‘찾아가는 이동 보건소’를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이동 보건소를 실시해 모두 3006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차려진 이동 보건소는 주민들에게 내과, 한방, 치과 치료뿐만 아니라 혈압·혈당·동맥경화검사, 치매조기 검진 등을 실시해 혈압, 당뇨병 환자 등 총 32명을 조기발견해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시 보건소는 올해에도 의료 취약계층의 편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동 보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 더는 외롭지 않아, 더 살고 싶어졌지… 할머니 넷, 깨소금 동거중

    더는 외롭지 않아, 더 살고 싶어졌지… 할머니 넷, 깨소금 동거중

    #충남 공주시 반포면 온천1리 최숙려(79) 할머니 집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다. 대문도 없고 창호지를 바른 방문 틈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촌집이지만 웃음꽃이 지질 않는다. 이 집에는 최 할머니와 오순기(79)·정옥주(72)·윤명자(66) 할머니 등 4명이 모여 산다. 다 독거노인이다. 이 마을로 시집 와 형님, 동생 하며 지내던 이웃사촌이 한 가족이 된 것이다. ‘고독사’. 적어도 이 집에서는 낯선 용어다. 충남의 일부 자치단체들이 도입한 ‘독거노인 공동생활제’ 덕이다. 농사일을 품앗이하던 전통적 공동체 방식을 뛰어넘은 신개념의 농촌공동체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독거노인들이 이웃과 형제·자매처럼 한집에 어울려 살면서 서로를 보듬는 생활공동체다. 1일 최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할머니 넷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변변치 않은 찬이지만 할머니들의 맛있는 수다가 펼쳐졌다. 자식 얘기 등 정담이 끊임없이 오갔다. 상을 물리고는 윷놀이를 하며 함박웃음꽃을 터뜨렸다.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자식들마저 타지로 떠나 외로움에 사무치던 예전의 모습과 딴판이다. 20년 전 혼자가 된 최 할머니만 해도 밥을 거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몸이 아파도 도와줄 사람이 곁에 없어 병원도 제때 가지 못했다. 밤마다 무서움에 잠을 설쳤고, 겨울이면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사정이 비슷한 이웃 할머니들과 함께 살면서 삶이 180도 달라졌다. 2년 전 최 할머니 집이 독거노인 공동생활 터가 됐기 때문이다. 동생뻘인 할머니 여럿과 식사하면서 밥맛도 좋아졌고 무료함이나 막연한 두려움도 말끔히 사라졌다. 막내 윤 할머니가 식사준비를 하는 사이 나머지는 집안청소를 했다. 몇 달 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정 할머니는 “퇴원하고 집에 혼자 있었더라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옆에서 식사와 약을 챙겨 주고 팔다리까지 주물러 줘 회복이 빨랐다”면서 “같이 음식을 해먹고 얘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웃었다. 최 할머니는 “마음이 맞는 이웃끼리 모여 사니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자랑했다. 공주시가 1200만원을 들여 집을 고쳐 줬고, 연간 운영비로 480만원을 지원한다. #충남 청양군 목면 대평2리 마을회관 낮에 마을 노인 20여명이 찾아와 점심을 해먹고 놀다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 5명만 남는다. 이들은 한 방에서 잠을 자거나 TV를 본다. 김장도 함께 담갔다. 김윤단(80) 할머니는 “무엇보다 외롭지 않아서 좋다. 말벗이 있어 웃을 일이 참 많아졌다”고 말했다. 얼마 전 김 할머니가 대상포진으로 가슴 통증이 엄습했을 때 같이 사는 할머니가 119 구조대에 전화해 병원에 다녀왔다. 김 할머니는 “혼자 있었으면 고통과 서러움에 몸서리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에는 냉장고, 에어컨에 노래방기기와 김치냉장고까지 없는 게 없다. 청양군이 재작년 325만원을 들여 사준 것들이다. 방도 뜨끈했다. 군은 매달 경로당에 주는 낮시간대 기름값 40만원 외에 25만원을 더 얹어 주고 있다. 쌀과 반찬 등 생필품 구입비로 다달이 30만원을 대준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해영(66) 할머니는 “객지에 사는 아들이 같이 살자고 하는데 눈치 보면서 뭣하러 그러느냐”면서 “여기서는 자매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데…”라고 좋아했다. 강옥재(74) 할머니는 “5년 전 남편 잃고 혼자 살다 우울증이 심해졌는데 여기 온 뒤로 훨씬 나아졌다”고 기뻐했다. 겨울철 기름값으로 30만~40만원이 들었다는 강 할머니는 요즘 자신의 집 보일러를 ‘외출’로 해놓고 대부분 이곳에서 지낸다. #청양군 정산면 대박리 마을회관 혼자 사는 할머니 5명과 할아버지 2명이 이 회관에서 방을 달리해 산다. 할머니들이 교대로 밥을 하고, 할아버지들을 불러 함께 먹는다. 최인자(85) 할머니는 “혼자 살 때는 겁났다. 아프면 이불을 붙잡고 꾹꾹 참았다”며 “밥 해먹기도 귀찮아 깡통(통조림)만 먹고 지냈다”고 옛 생활을 회고했다. 양인정(81) 할머니는 “여기 온 지 석 달 만에 살이 3㎏이나 쪘다”며 활짝 웃었다. 남자방의 김성렬(91) 할아버지는 “작년 봄에 할망구가 죽고 여기로 왔어”라면서 “가져갈 게 있나 먹을 게 있나. 집에 뭣하러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현석(76) 대박리 노인회장은 “함께 살다가 맘이 안 맞는다고 삐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도 있지만 대부분 잘 지낸다”고 귀띔했다. 충남도와 시·군은 2010년부터 16개 마을회관과 3개 노인 개인주택을 활용해 독거노인 공동생활제를 시행하고 있다. 허인강 충남도 주무관은 “공동생활제가 농촌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적어도 사회문제로 대두된 고독사는 아웃(OUT)”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청양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공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김포 항공소음 피해보상비 사용 방식 논란

    경기 김포시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지원받는 항공소음 피해보상 주민사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이 그동안의 지원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포괄사업이 아닌 개별지원 사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7일 김포시에 따르면 고촌읍 태리와 신곡리, 풍무동 일부 지역에 해당되는 항공기 소음피해 예상지역(제3종) 주민들을 위해 2008년부터 매년 공항공사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이들 지역에 대해 공공시설 사업을 추진해 왔다. 소음피해 주민들에 대한 간접 보상 성격의 이 사업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 피해지역 주민 공동이용시설 건립사업에 지원돼 전체 사업비의 75%를 공항공사가, 나머지 25%를 시가 부담하게 된다. 시는 지난 5년간 고촌읍 태리 마을회관 정비사업과 풍무동 다목적체육관 건립 등 49개 사업을 신청해 공항공사 심의에서 제외된(고지지역 외 사업 등) 사업을 뺀 27개 사업을 완료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가 주민의견 수렴 없이 아파트단지연합회의 의견을 반영해 대상사업을 선정한 데다 시장 공약사항인 풍무동 다목적체육관에 지원한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피해지역 아파트 단지별 또는 마을 주민이 신청한 사업에 이 사업비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공항공사 측은 “사업비는 보상이 아닌 지원금으로 피해지역 주민들의 복지와 문화체육시설 등에 한정해 사용해야지 개별지원은 곤란하다.”며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김포 항공소음 피해보상비 사용 방식 논란

    경기 김포시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지원받는 항공소음 피해보상 주민사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이 그동안의 지원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포괄사업이 아닌 개별지원 사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7일 김포시에 따르면 고촌읍 태리와 신곡리, 풍무동 일부 지역에 해당되는 항공기 소음피해 예상지역(제3종) 주민들을 위해 2008년부터 매년 공항공사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이들 지역에 대해 공공시설 사업을 추진해 왔다. 소음피해 주민들에 대한 간접 보상 성격의 이 사업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 피해지역 주민 공동이용시설 건립사업에 지원돼 전체 사업비의 75%를 공항공사가, 나머지 25%를 시가 부담하게 된다. 시는 지난 5년간 고촌읍 태리 마을회관 정비사업과 풍무동 다목적체육관 건립 등 49개 사업을 신청해 공항공사 심의에서 제외된(고지지역 외 사업 등) 사업을 뺀 27개 사업을 완료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가 주민의견 수렴 없이 아파트단지연합회의 의견을 반영해 대상사업을 선정한 데다 시장 공약사항인 풍무동 다목적체육관에 지원한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피해지역 아파트 단지별 또는 마을 주민이 신청한 사업에 이 사업비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공항공사 측은 “사업비는 보상이 아닌 지원금으로 피해지역 주민들의 복지와 문화체육시설 등에 한정해 사용해야지 개별지원은 곤란하다.”며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커버스토리] 1970년대를 사는 사람들

    [커버스토리] 1970년대를 사는 사람들

    ‘충남의 알프스’,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알려진 충남 청양군. 군 전 지역을 통틀어도 산부인과와 영화관이 없다. 소아과 병원도 없다. 백화점은 고사하고 할인점도 없다. 금융기관은 농협과 새마을금고뿐이다. 수십억원짜리 호화 주택과 외제차가 홍수를 이루고, 없는 것 없는 생활 편의시설에 과소비와 명품이 판친다는 소식은 이곳 주민들에게 딴나라 얘기일 뿐이다. 정부는 도농 간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학자들은 수많은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농어촌의 주거환경과 가난한 자치단체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으며 주민들의 신음소리는 커지고 있다. ●소아과·어린이 치과 없어 보령·서산으로 2일 청양읍내. 한낮인데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자동차들만 부지런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건물은 낮고 허름했으며, 골목에서는 창문이 깨진 빈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양군 인구 3만 2000여명 중 40% 가까이가 모여 사는 읍내조차 눈부신 발전을 일군 한국에서 완벽하게 소외된 풍경이다. 소아과가 없어 아이가 아플 때마다 30분 이상 차를 몰고 홍성이나 예산으로 간다는 주부 구모(23)씨는 “응급실이나 입원할 수 있는 병원도 없어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면 마음을 졸인다.”며 “아이들이 폐렴으로 보령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매일 왕복 한 시간을 다녀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구씨는 세 살, 네 살 두 딸을 아산에서 낳았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마도나(30)씨는 “어린이 치과가 없어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한 시간씩 걸려 서산으로 나가 치료를 받고 온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영화관이 없어 군이 매달 말 문화예술회관에서 영화를 상영해 준다. 군 관계자는 “수백만원을 들여 영화 배급처에서 ‘연가시’ 등 최신작 필름을 사와 틀어 준다. 상영할 때마다 500석이 가득 찬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197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든다. 생활·문화도 21세기가 맞나 싶다. 그 흔한 햄버거 가게도 최근에야 생겼다. 주민들은 대형 마트를 가기 위해 홍성이나 보령, 심지어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대전까지 달려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양한 상품을 좀 더 싸게 사려고 ‘원정 쇼핑’을 떠나지만 기름값 등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든다고 주민들은 볼멘소리다. ●어린이집 교사도, 군청 공무원도 떠날 생각만 읍내에서 가게를 하는 김영미(가명·45)씨는 “휴일이면 주민들이 도시로 쇼핑을 하러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가 손님이 없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을 생각”이라며 “평일에도 오후 7시만 되면 지나가는 사람이 없고 가게 문을 닫아 거리가 깜깜하다.”고 전했다. 열악한 생활 인프라가 다른 지역에서 소비하게 하고, 결국 지역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불러오는 형태다. 반면 단란주점과 노래방은 5곳과 10곳, 다방은 30곳에 이른다. 별다른 위락시설이 없는 탓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어린이집 미혼 여교사들은 퇴근 후 갈 데가 없다고 떠나고, 군청 공무원들조차 매년 20명 안팎이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간다. 노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하루 종일 마을회관에서 지낸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에 자기 집 구들장을 데울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읍내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최기순(80)씨는 “젊은이들도 해먹을 게 없다고 떠나는데 늙은이들이 무슨 돈벌이냐. 이웃에 기름값 부담을 줄까봐 마실도 안 간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한국행정, 阿·남미·아시아로 뻗어가다

    한국행정, 阿·남미·아시아로 뻗어가다

    아프리카, 남미의 공무원들이 한국의 여성 및 청소년정책을 와서 배우고 미얀마에는 새마을운동 지원을 위한 ‘새마을복합센터’가 들어선다. 한국 정부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농촌 개발 등 새마을운동 국제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미얀마의 새마을 시범마을인 홀레구 동 파운지 마을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등과 함께 ‘새마을복합센터’ 착공식을 했다. 새마을복합센터에는 마을회관, 교육장, 농기계수리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번에 미얀마에 생기는 새마을복합센터는 빈곤 퇴치와 농촌개발의 성공 사례인 새마을운동 국제화 사업의 첫 번째 결실이다. 여성가족부는 15일~11월 1일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10개국 여성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직업능력 개발교육 초청연수를 시행한다. 나이지리아·르완다·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탄자니아·과테말라·콜롬비아·파라과이 등에서 온 여성공무원은 한국의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시설인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농촌 여성 경제활동 지원기관인 경북 문경 농업기술센터 등을 방문한다. 한국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정책 모델로 삼아 국가별 특성에 맞는 여성 직업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도 갖게 된다. ●아시아 9개국도 청소년정책 배워 한국의 청소년 정책도 몽골·아제르바이잔 등 아시아 9개국 청소년 지도자 20명이 연수를 통해 배워간다. 이들은 14일부터 10일 동안 경기 시흥시의 한 가정과 청소년수련관 등을 방문해 한국의 청소년 정책을 공유한다. 관훈클럽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초청한 인도 등 10개국의 해외 언론인들은 여성가족부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소개받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6·25전쟁 참전국이나 지원국 가운데서 초청받았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경험을 전수받게 된 미얀마 정부 측은 “한국정부가 지어주는 새마을복합센터는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맹 장관은 “‘하면 된다’는 새마을정신과 성공사례가 미얀마 전역으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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