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마오쩌둥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필하모닉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서울지검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주주가치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물가 단속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39
  • 시진핑 임기 폐기, 푸틴 6년 더 집권… 중·러 ‘절대 권력시대’

    시진핑 임기 폐기, 푸틴 6년 더 집권… 중·러 ‘절대 권력시대’

    중국과 러시아의 ‘스트롱맨’들이 나란히 장기 집권의 문을 열고 ‘절대권력’으로 거듭났다. 중국은 최근 개헌을 통해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기정사실화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8일 대선에서 네 번째 임기를 확정 지었다. 이오시프 스탈린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후 최장기 집권자에 오른 것이다.이날 러시아는 오전 8시(현지시간) 극동 지역인 캄차카주에서 대선 투표를 시작했다. 영내 9만 7000곳, 영외 400여곳에서 실시된 투표는 가장 서쪽에 있는 칼리닌그라드에서 오후 8시에 마감되면서 종료됐다. 대선 후보에는 무소속인 푸틴 대통령 외에 자유민주당(LDPR) 대표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기업인 출신인 연방공산당(DPRF)의 파벨 그루디닌 등 7명이 입후보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푸틴 대통령은 지지율 5% 안팎인 후보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확정했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스탈린 전 서기장 이후 최장수 지도자가 됐다. 1952년생인 그는 20년 가까이 러시아를 통치하며 생애 4분의1 이상을 국가지도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이미 ‘차르’(황제)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제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08년 헌법상의 3연임 제한 규정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제6대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2008~2012년에는 현재 총리직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나 실권은 사실상 푸틴에게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미 대선 개입 혐의와 영국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떠오르며 러시아 최대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도 지지자들에게 투표 불참을 촉구했으나 안정을 원하는 대다수 유권자들은 푸틴을 선택했다. 이날 투표를 마친 모스크바 시민 타마라 주라블료바(80)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만족한다. 그는 똑똑한 지도자”라며 “푸틴 대통령이 18년 동안(총리 재직 기간 포함) 권력을 잡고 있어 장기 집권을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우리는 더 잘살게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강한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냉전시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웅을 겨뤘던 강대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데 러시아 국민들은 열광했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은 ‘푸틴 세대’라고 불릴 만큼 기성세대보다 지지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포위당했다는 러시아 국민들의 전통적 피해 의식을 푸틴이 영리하게 자극해 강력한 지도자상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이름이 명기된 사상을 헌법에 삽입하고, 국가주석직 연임 제한 규정도 철폐함에 따라 마오쩌둥에 이어 중국 근현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 권력으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반대 0표로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에 재임명됐다. 중국 안에서도 그동안 시 주석의 애칭이었던 ‘시다다’(習大大) 대신 시황제란 별칭이 오고 갈 정도다. 시 주석은 그동안 2인자 왕치산이 칼을 잡고 휘두른 중앙기율위의 반부패 사정 작업을 통해 정적을 쳐내면서 권력을 다졌다. 부패 호랑이란 오명으로 사라진 차기 지도자 후보들은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궈보슝, 링지화, 쑨정차이 등이 있다. 시 주석의 권력욕은 본능적이란 분석이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중국 건국에 참여한 혁명 열사로 부총리직까지 올랐지만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 당내 권력 암투로 10년 가까이 고초를 겪었다. 아버지를 통해 시 주석은 정치의 ‘마스터클래스’를 통달하고, 생존법뿐 아니라 승리법까지 익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불같은 성격의 마오와 달리 합리적이고 차분한 성품에다 중국 및 세계 역사에 밝으며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국에는 그의 장기 집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아버지 시중쉰이 88세까지 장수했으며, 아직 91세인 어머니가 살아 있는 장수 집안이란 점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이 집권하지 않으면 중국이 분열되고 혼란한 국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선택했다”며 “집단지도가 아닌 개인 권력 체제는 북핵 문제, 남중국해, 부채 등과 같은 중국의 산적한 현안 해결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착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그는 “중국은 독재자와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기관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중국은 정책적 지향이란 측면에서 ‘엄격한 권위주의’로 표현할 수 있으며 정치제도는 ‘네오전체주의’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한 시진핑 시대의 역사관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한 시진핑 시대의 역사관

    중국 사회가 역사교과서 문제로 떠들썩하다. 중국 교육부가 편찬한 새로운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삭제·축소·분식 등의 방법을 통해 중국 지도부가 ‘치부’(恥部)로 여기는 문화혁명을 상당 부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미 뉴욕타임스 중문사이트 등에 따르면 올해 봄학기부터 사용되는 중학교 2학년 역사 교과서(인민교육출판사 발행) 신판(新版)에서 문화혁명과 관련된 기술이 상당히 삭제·축소되거나 남아 있는 부분마저도 문혁을 비판하는 내용이 일정 부분 분식됐다. 교과서 구판(舊版)에서는 ‘마오쩌둥은 당중앙(공산당 지도부)이 수정주의로 기울고 당과 국가가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위험에 직면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했다“고 밝혔지만, 교과서 신판은 이를 “마오쩌둥(毛澤東)은 당과 국가가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생각했다”고 기술해 마오를 비판하는 부분을 삭제했다.교과서 신판은 또 “세상에는 순조롭기만 한 일은 없으며, 세계 역사는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으며 전진한다”는 구절을 덧붙여 문혁을 애써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다 1966년 공산당중앙 문혁소조 설립 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당중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내용을 없앴다. 교과서 구판에 있던 문혁의 잘못된 방향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당 간부들이 오히려 무고를 당해 탄압받은 ‘2월 역류’, 도시의 젊은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재교육시킨 ‘상산하향(上山下鄕) 등의 부분도 빠졌다. 문혁을 다루는 단원의 제목도 ’문화혁명 10년‘에서 ’힘든 탐색과 개발의 성과‘로 분식됐으며, 그 분량도 대폭 축소됐다. 문화혁명과 관련된 부분이 대폭 삭제·축소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까닭이다. 시 주석은 2013년 12월 열린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좌담회에서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역사적 위업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지워버릴 수 없다”며 “오늘날의 조건과 개발 수준, 인식으로 우리 이전 사람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함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최대 오류로 평가받는 문화혁명에 대한 비판에도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과서에 “애국 의식을 고양시키고 공산당이 국가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가이드라인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유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역사와 국어, 도덕·법치 등 3개 과목 교과서에 대해 “중요하고 특수한 교육 기능이 있다”며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이에 따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인민교육출판사의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어떻게 문화혁명이 ‘힘든 탐색’이나 ‘개발의 성과’가 될 수 있느냐”며 “학생들을 위한 역사책을 편찬할 때는 기본적인 내용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역사를 직시해야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나온다면 어떻게 일본의 과거사 미화를 비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교과서 구판과 신판을 대조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상당수 젊은 세대가 문화혁명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교과서 개정이 자칫 그릇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는 아예 인터넷에서 검색도 안되는 것처럼 문화혁명도 점차 중국인들에게 잊힐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인민교육출판사는 성명을 내고 ”새 교과서는 여전히 문화혁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세 쪽에 걸쳐 문화혁명을 다뤘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혁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항일전쟁 기간을 놓고도 논쟁이 뜨겁다. 앞서 지난해 초 중국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교과서에서 중국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항일전쟁의 역사를 ‘8년 항일전쟁’에서 ‘14년 항일전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문건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은 ‘14년 항일전쟁’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각급·각종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고, 중국 전역에서 전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항일전쟁 기간이 8년인가 아니면 14년인가라는 논란은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80년대부터 일부 사학자들이 ‘14년 항일전쟁’ 개념을 주장하고, 이런 주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역사학계로부터 폭넓게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05년 9월 3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60주년 기념 대회에서 “1931년 9·18 사변은 중국 항일전쟁 기점이며, 중국 인민의 끈질긴 국지전이 세계 반파시즘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들은 그러나 지난해까지도 7·7사변을 계기로 중국 항일전쟁이 시작됐다고 배우고 그렇게 믿었다. 7·7사변은 1937년 7월7일 베이징 루거우차오(蘆構橋) 부근에서 훈련 중이던 일본군이 한밤의 총성과 한 사병의 실종을 핑계로 관련 지역의 진입과 수색을 요구했는데 중국군이 이를 거절하자 8일 새벽 공격해 점령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사실상 중국의 항일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된 만큼 ‘8년 항일전쟁’ 개념은 오랫동안 중국인들의 상식이었다. 역사 교과서의 개정으로 중국 항일전쟁 기점을 7·7사변에서 9·18사변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9·18사변은 일본 관동군이 만주 침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1931년 9월18일 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류탸오후(柳條湖)의 남만철로를 스스로 폭파하고 이를 중국의 장쉐량(張學良) 지휘 하의 동북군 소행이라고 발표한 후 만주 침략을 본격화한 사건이다. 일본이 이 사건을 시작으로 중국 침략을 노골화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중국의 항일전쟁 기간은 8년(1937~1945년)에서 14년(1931~1945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인가. 1931년에는 저항이 없었다. 항일전쟁은 무슨”, “지금부터 역사수업 취소하고 모두 항일전쟁 드라마나 보자”, “동북항일연합군(東北抗日聯軍)이 국민당이었다면 14년으로 바꾸었을까?”, “항일전쟁은 명나라부터 계산해야지, 1555년” 등등. 네티즌들은 그 내용이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중국 정부의 교과서 개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문화혁명이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중국 사회의 불순한 요소를 제거하고 건국 초기 혁명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자본주의 부활을 저지하겠다’고 시작됐지만 홍위병이 주도하는 극좌적 운동으로 흐르는 바람에 수백만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를 불렀다. 이 때문에 ‘낡은 풍속’이라는 이유로 귀중한 문화재를가 파괴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 남겨 중국에선 문혁과 홍위병의 과거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이 기간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공장 가동을 중단한 채 극도의 사회적 혼란과 경제 파탄이 일어났다. 중국 지도부는 1981년 11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문혁이 “마오쩌둥의 과오로 시작됐고 반혁명집단에 이용당해 당과 국가, 민족 인민들에 엄중한 재난을 초래한 내란”이라는 점을 공식 시인하고, 교과서에도 이런 내용을 명확히 적시해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시진핑 종신집권은 역사 퇴보” 中 반발 확산

    “시진핑 종신집권은 역사 퇴보” 中 반발 확산

    지난 11일 99.8%의 찬성률로 통과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영구 집권을 보장한 중국 개헌안 투표에 대한 반발이 중국 내부에서도 새 나오기 시작했다.부모가 모두 혁명 원로인 ‘훙얼다이’(紅二代)이기도 한 저명 작가 라오구이(老鬼)는 공개 성명을 내고 “마오쩌둥의 종신집권은 개인독재로 흘렀고, 중국을 암흑시대로 몰아넣었다”며 “덩샤오핑이 마련한 헌법 임기규정을 어기는 것은 역사의 퇴보로 시진핑은 종신집권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원사이기도 한 저명 물리학자 허쭤슈는 홍콩 빈과일보에 “위안스카이는 개헌을 통해 합법적으로 황제의 지위에 올랐으나, 결국 사람들의 온갖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개헌을 비판했다. 쓰촨성 목사인 왕이(王怡)도 “임기 제한 철폐는 지도자가 아니라 독재자를 만든다”며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헌법에 올리는 것은 헌법 수정이 아니라 파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전자 투표 집계 방식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개헌 투표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통과된 것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관리 아래 표결이 진행됐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SCMP는 “이번 표결에서는 논쟁과 토론은 물론 유세조차 없었다”면서 “1999년과 2004년 3, 4차 개헌 표결이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것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 시간이 줄었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고, 빈틈없이 표결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전인대 투표는 기표소가 따로 없어 비밀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광학마크판독기(OMR) 기술을 사용한 개표 방식 때문에 투표용지를 접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찬성표를 찍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투표에 참여한 전인대 대표는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20초간 박수를 보냈다. 중국 당국은 양회 개막 8일 전인 지난달 25일 관영 신화통신의 영문 트위터 계정으로 주석직 임기 제한 철폐 사실이 알려질 때처럼 개헌 투표 이후에도 철저한 언론 통제에 나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많은 댓글이 삭제됐고, 지식 공유 인터넷 사이트인 쯔후(知乎)에서도 헌법 수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모두 사라졌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40년 불문율’ 깨고 역사 되돌린 시진핑… ‘신시대 중국’ 개막

    ‘40년 불문율’ 깨고 역사 되돌린 시진핑… ‘신시대 중국’ 개막

    마오쩌둥 이후 집단지도체제 종료 ‘합리적 수정’ ‘암흑시대’ 찬반 격론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헌안 표결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졌다. 찬성 2985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국가주석 3연임(15년) 이상 금지 조항을 폐기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 서문에 삽입했다. 중국의 다섯 번째 개헌안 표결은 회의 시작 한 시간 만에 통과됐다.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이 찬성률 99.79%로 통과됐다고 선언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투표장 안을 가득 메웠다. 언제나 무표정을 유지하는 시 주석도 압도적인 찬성률에 흡족한지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시 주석은 다섯 달 전인 지난해 9월 29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직접 헌법 수정을 서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각 지역과 부처에 통지문을 보내 헌법 개정에 대한 118건의 서면 보고를 받았다. 시 주석은 이 과정에서 임기 제한 규정 삭제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고, 지방 당 서기들이 대신해서 헌법 수정안을 홍보하도록 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개헌안이 통과되자마자 사론(社論)을 내고 “이번 개헌안 통과는 시대의 대세에 부응한다”면서 “사업 발전에 필요하고 당의 마음과 민심이 향하는 바로 전면적인 의법치국(依法治國) 추진과 국가 통치 체계 능력을 현대화하는 데 중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선춘야오(沈春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법제공작위원회 주임은 “당 총서기, 국가 주석, 당 중앙군사위 주석의 ‘삼위일체’는 중국이라는 대국에 있어 필요하며 가장 타당하다”면서 “이번 국가 주석 임기 관련 수정은 국가 영도 체계의 보완과 당과 국가의 장기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헌법 수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격렬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부모가 모두 혁명 원로인 ‘훙얼다이’(紅二代)이기도 한 저명한 작가 라오구이(老鬼)는 “마오쩌둥(毛澤洞)의 종신집권은 개인독재로 흘렀고 중국을 암흑시대로 몰아넣었다”며 “시진핑은 종신집권의 길을 결코 걸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낸 전 공산당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 리루이(李銳)는 홍콩 명보에 “중국인은 개인숭배의 길로 흐르기 쉬운데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이러한 길을 가고 있다”며 “베트남도 변하고, 쿠바도 변하는데 오직 북한과 중국만이 이러한 길을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봉황망은 개헌을 앞두고 인민대표들의 신중한 표결을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가 곧바로 삭제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 사설은 “통치의 현대화는 공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는 기나긴 여정”이라면서 “이러한 역사의 길을 지켜나가기 위해 대표들은 엄숙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신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이 직접 제안하고 그를 비롯한 상무위원 7명이 헌법 수정안에 완전 찬성 의견을 밝혔기 때문에 애초에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들은 ‘고무도장’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그동안 공산당의 결정은 모두 가결한 바 있다. 2004년 4차 개헌안 표결도 찬성 2863표, 반대 10표, 기권 17표로 99.1%의 찬성률을 기록해 올해 찬성률 99.8%보다 오히려 낮았다. 마오쩌둥 이후 주석직 임기 제한과 집권 1기 종료 때 후계자를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원칙,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불문율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완비했던 중국은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렸다. 중대한 결의 사항은 그동안 상무위원 7~9명이 함께 결정했지만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 이후 시 주석은 1인 절대권력 체제를 확립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다른 상무위원들도 시 주석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부터 당 내에 각종 소조, 위원회를 나눠 설치해 조장, 주임, 주석, 총지휘를 겸하는 방식으로 다른 상무위원의 직무를 빼앗았다. 특히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을 경제부문 부총리로 내정해 리 총리의 권한을 축소하고, 70세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국가부주석으로 임명해 집권 2기 종료 시점에 69세가 되는 자신이 은퇴하지 않아도 되는 선례를 마련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시진핑 ‘장기 집권’ 대관식

    시진핑 ‘장기 집권’ 대관식

    감찰조직 통합 등 권력기반 강화11일 중국의 국회 격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35년간 유지되던 국가 주석직의 임기를 2연임(10년)으로 제한한 헌법 규정을 99.8% 찬성률로 삭제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보장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또한 삽입했다. 헌법 서문의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의 지도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문구에 “과학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추가했다. 헌법 3장 제79조 3항을 수정해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인대 대회 매회 임기와 같고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문구 중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부분을 들어내, 시 주석이 원하면 3연임 이상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중국은 양회를 통해 대부대과형 정부 조직 개편도 단행한다. 부처 통합을 통해 강화되는 기능은 감찰, 외교, 금융감독, 에너지, 환경보호 등으로 시 주석 권력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위와 행정부인 국무원의 감찰조직을 통합한 국가기율위의 설립은 시 주석이 그동안 해 온 반부패 활동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시 주석은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위 서기가 칼을 쥐고 벌인 반부패 활동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면서 국민의 인기를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中 ‘시진핑 천하’ 열렸다...개헌안 표결 총 2963표 중 반대는 2표뿐

    中 ‘시진핑 천하’ 열렸다...개헌안 표결 총 2963표 중 반대는 2표뿐

    찬성 2천958표, 반대 2표...‘시진핑 장기집권’ 개헌안 통과중국 헌법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삽입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됐다.전인대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을 통해 총 2천 964표 가운데 찬성 2천 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삽입했다. 우선 헌법 서문의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의 지도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문구에 “과학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삽입됐다. 또, 헌법 3장 제79조 3항을 수정해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인대 대회 매회 임기와 같고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문구 중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부분이 빠졌다. 시 주석이 원한다면 3연임 이상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달 5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 후 시진핑 주석 자신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개헌안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인민해방군까지 모두 옹호하고 나선 바 있어 이번 개헌안은 신속한 통과가 예상됐었다. 이날 전인대 대표들은 A4 크기의 투표용지에 찬반을 기재하고 빨간색의 투표 통에 넣었다. 이 투표용지에는 중국어와 조선어를 포함해 8개 언어로 ‘찬성, 반대, 기권’란이 표시돼있었다. 중국 개헌안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와 전인대 대표 5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전체 대표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며, 표결 방법은 ‘무기명 투표’다. 아울러 이날 개헌을 통해 공직자 취임 시 헌법 선서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도록 해 시진핑 장기 집권의 기반이 되는 헌법의 지위를 상승시켰다. 중국 공산당 영도는 중국 특색사회주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내용과 더불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주력하는 애국자의 광범위한 통일 전선을 옹호한다는 내용도 헌법에 추가했다. 개헌을 통해 당원뿐만 아니라 공무원까지 모두 통제하는 국가감찰위원회 설립도 포함돼 시진핑 집권 2기에 정적을 제거하고 장기집권을 가속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 주석은 2016년 10월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 전회)에서 ‘핵심’ 지위를 부여받음으로써, 나머지 상무위원 6명과는 한 단계 위의 급이 돼 집단지도체제 와해와 ‘1인 체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치·경제 공세의 ‘일대일로’… 유럽 ‘시진핑 공포’ 확산

    정치·경제 공세의 ‘일대일로’… 유럽 ‘시진핑 공포’ 확산

    유럽에 16개국 30억 유로 투자 中·CEE 밀착시 EU영향력 약화 유럽, 對中 전략 새판짜기 제기 “유럽이 대중국 단일 전략을 세우는 데 실패하면, 중국이 유럽을 분열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공포가 서방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시 주석이 이번 양회를 통해 장기집권의 수순을 밟아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중국 정치·경제를 경직시켜 세계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특히 유럽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이 유럽을 분열시키고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우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장기집권으로 현재 중국의 대유럽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중국이 중동부유럽(CEE)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해 유럽을 분열하려 한다는 비난이 인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중국의 거침없는 정치·경제적 공세를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와의 협약을 끝으로 CEE 전체 16개국과 일대일로 협약을 완성했다.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는 CEE 16개국에 30억 유로(3조 9853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CEE에 공을 들였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부터 CEE에 약 150억 달러(16조 1295억원)를 투자했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지난해 전체 투자 유치 금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 20%였다. 일대일로의 한 방편으로 중국은 CEE 국가의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고속철도가 완성되면 현재 8시간 걸리는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구간을 2시간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2013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총 비용은 29억 달러다. 시 주석이 구상한 육상 실크로드는 중앙아시아와 중동,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데 유럽에서는 폴란드, 헝가리, 세르비아, 알바니아 등 동유럽을 거쳐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닿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난해 9월 보스니아 헤르제고비나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중국개발은행이 3억 5000만 유로(약 4650억원)를 대출해 줬고 시공도 중국 기업이 했다. 이외에도 루마니아에 원자력발전소, 세르비아에 석탄화력발전소, 알바니아에 풍력발전소, 크로아티아에 태양열·지열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CEE가 중국과 밀착하면 유럽연합(EU)의 결집력이 약해질 것”이라면서 “중국은 CEE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중국에 대한 EU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CEE 16개국 가운데 EU 회원국은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11개국이다. 세르비아 등 발칸 5개국은 EU 비회원국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아시아 전문가인 앙겔라 스탄젤은 “중국이 유럽을 분열하고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면서 “시 주석은 여생 동안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유럽은 안보와 경제를 더 튼튼히 지켜야 한다. 새 대중국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는 “시 주석은 통합과 자유라는 가치를 폐기했다”며 “중국은 노골적으로 민주주의와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관련해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마오쩌둥(毛澤東)과 같은 독재의 폐해를 막고자 마련한 국가 주석직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것은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덩은 견제와 균형 장치가 없는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 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7상8하’(67세면 유임되고 68세면 은퇴한다)의 불문율을 마련하고 국가 주석직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했었다.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씨줄날줄] G2 정상의 위험한 독주/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G2 정상의 위험한 독주/이순녀 논설위원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어제 개막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공식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를 삭제하고, 시진핑 신시대 사상을 삽입한 헌법 개정안이 오는 11일 전인대에서 통과될 예정이다.개헌안에는 당원뿐만 아니라 공무원까지 모두 통제하는 초강력 사정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 설립안도 포함됐다. 종신 집권도 가능한 안정적인 기반과 국가감찰위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양손에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시황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건국의 아버지’로 27년간 절대권력을 누린 마오쩌둥(毛澤東)에 이어 권력을 쟁취한 덩샤오핑(鄧小平)은 집권 이후 개혁개방 경제 정책과 더불어 1인 독재를 경계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국가주석 3연임 금지조항도 이때 생겼다. 이후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며 1인자의 권력은 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달랐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어부지리 격으로 지도자가 된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강력한 권력 집중화를 꾀했다. ‘반부패’ 카드로 정·관계를 장악하고, ‘중국몽’으로 중국 인민들의 자존감을 높여 민심을 얻었다. 시 주석은 이에 그치지 않고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절대권력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군사굴기의 야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방 예산을 작년 대비 8.1%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년도 국방 예산 증가 폭 7%에 비해 높은 수치다. 향후 미국과 맞먹는 군사대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거침없는 욕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모한 독주와 맞물려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주요 2개국(G2) 정상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두 지도자의 최근 행보는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트럼프는 동맹국조차 예외 없이 관세 폭탄을 터트려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미국 주도로 세운 국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고, 보호무역에 올인하겠다는 트럼프의 편협한 사고방식은 공화당과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비판과 이견이 나올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브레이크 없는 차량처럼 질주하는 시진핑과 트럼프가 무역전쟁과 군비경쟁 등에서 본격적인 패권 다툼에 나설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 시진핑 사상 명문화·임기 제한 삭제…‘시황제 절대권력’ 굳힌다

    시진핑 사상 명문화·임기 제한 삭제…‘시황제 절대권력’ 굳힌다

    리커창 “시진핑 사상으로 中발전” 개헌안엔 국가감찰위 설립 포함 집권 2기 반부패 칼날 더 세질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헌법 수정안을 의결할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인대는 국가주석직 2연임(10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 서문에 담게 된다. 이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1시간 50분에 이르는 정부 업무보고에 이어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헌법 수정안에 대한 설명도 이뤄졌다. 전인대는 오는 11일 헌법 수정안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지만 지금껏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가 공산당 결정에 반대한 사례가 없어 무사 통과될 전망이다.●11일 개헌 무사 통과 전망 리 총리는 “수많은 모순이 얽힌 상황에서 이룬 개혁과 발전의 성과는 시진핑 사상이 과학적으로 지도한 결과”라며 ‘안불망위 흥불망우’(安不忘危 興不忘憂·편안할 때도 위기의식을 잃지 말고 성공했을 때도 우환의식을 잃지 말아야 한다)를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앞으로도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며 세계에서 제일 큰 개발도상국이라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중국중앙(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 두 시간여 업무보고에서 ‘시진핑’과 ‘시진핑 사상’을 각각 6차례와 5차례 언급했다.개헌 초안은 헌법 서문의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의 지도를 지켜 나가는 것”이라는 문구에 “과학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삽입된다. 3개 대표론과 과학발전관은 각각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의 이념으로 두 사람은 헌법에 이름까지는 올리지 못했다. 시 주석의 15년 이상 장기 집권을 보장할 헌법 3장 제79조 3항은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인대 대회 매회 임기와 같고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란 조항에서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한다. 전인대 상무위는 건의서에서 “중국 공산당 당헌에는 당 중앙위 총서기와 당 군사위원회 주석 그리고 헌법에는 군사위원회 주석이 2회기를 넘어 연임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헌법이 3연임 제한 철폐란 규정을 채택하는 것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 영도 체계를 강화하고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개헌안에는 공산당원뿐 아니라 공무원까지 모두 감독하는 국가감찰위원회 설립도 포함돼 시진핑 집권 2기의 반부패 작업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시 주석 집권 5년 동안 반부패 활동으로 440명의 장관급 이상 공무원들이 관직과 공산당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파면당한 장군의 숫자는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하기까지 전투에서 사망한 별들의 수보다 많다. 시아밍(夏明) 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는 “시 주석은 집권 1기 동안 153만명의 공산당원을 중앙기율위의 반부패 작업을 통해 처벌할 정도로 권력에 집중하며 개인적 독재를 형성했다”며 “주석직 임기 철폐는 마오의 문화혁명 시대가 도래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재앙”이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줄곧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현대화된 강군을 강조했는데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이 8.1%로 결정돼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그동안 중국의 국방예산은 줄곧 두 자리 숫자씩 늘었는데 2016년과 2017년에는 한 자리 숫자에 머물렀다. 샘 로게빈 호주국립대 국방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군사굴기 속도와 규모는 놀라운 수준으로 호주를 비롯한 인접 국가에 대한 경고”라며 “결과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항공모함이 정기적으로 운항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기율위를 이끌며 ‘2인자’로 시 주석을 보좌한 왕치산(王岐山)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위 서기는 이날 전인대에서 시 주석 왼쪽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았다. 왕 전 상무위원은 국가부주석직을 맡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등 집권 2기의 해결사로 나설 예정이다. 왕은 현재 70세로 그의 기용은 시 주석이 집권 2기를 앞두고 후계자를 선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뿐 아니라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금기마저 깼음을 뜻한다. 그는 3시간여 전인대 개막식 동안 유일하게 단상에서 10분 동안 자리를 떴다. ●부총리 류허, 경제부문 2인자로 시 주석 오른쪽 여섯 번째 자리에 앉은 류허(劉鶴)는 인민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직을 맡아 경제부문 2인자로 일하게 된다. 류는 지난주 방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평등협상을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며 자국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자유무역 수호자’로 중국이 나섰음을 선언하며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관련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고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구와 동아시아경제공동체 건설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과 대등해지려면 대사부터 급을 맞춰라/서상문 고려대 연구교수

    [열린세상] 중국과 대등해지려면 대사부터 급을 맞춰라/서상문 고려대 연구교수

    한·중 수교 후 학계에서 중국학자를 초청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국가연구기관에서 중국학자를 초청하면서 왕복항공료, 체재비용 외 논문 발표 사례비로 1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는 게 예사였다. 당시 중국 화폐 가치로는 거금이었다. 중국학자 섭외를 맡은 어느 후배에게 국민 세금을 왜 그런 식으로 낭비하느냐며 초청 경비를 줄여도 된다고 했더니 이미 중국학계에 알려진 기존 ‘몸값’ 때문에 초청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했다. 군 계통 연구기관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수년 전 업무차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은 젊은 대위가 기존 중국 주재 한국 무관에게 해온 대로 내가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줄 알면서도 처음부터 ‘아랫것’ 대하듯 거만한 어투로 이죽거렸다. 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게 군인 계급이라면서 호통을 쳐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다짐을 받아 낸 바 있다. 40대 중후반 나이의 중령, 대령 계급의 한국 무관이 중국 국방부에 업무차 연락을 하거나 중국 측에서 한국 무관부에 연락할 땐 20대 후반 나이의 대위나 소령이 응대한다. 외교부 사정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이외에도 한·중 양국은 주권국가로서 대등한 관계임에도 두 나라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비대칭적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 조선이 중국을 ‘상국’, ‘천조’(天朝)의 대국으로 받들었고 중국도 조선 왕을 신하로 대했듯 양국 저변에 여전히 존재하는 중국=대국, 한국=소국이라는 자대(自大)와 사대의식만이 원인이 아니다. 상대국에 파견하는 대사의 급도 다르다. 중국은 대사를 4등급으로 나누고 상대국의 중요성, 자국과의 관계 경중에 따라 외교관을 보낸다. 1등급은 외교부장 아래 부부(副部)장급 대사,2등급은 국장(正司)급 대사, 3·4등급은 부국장급 대사거나 영사다. 중국의 159개 해외 주재 대사는 모두 부국장급 이상인데, 2~3등급이 대다수다. 차관급인 부부장급 대사를 보내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북한 등 9개국뿐이다. 북한은 미국, 러시아와 동급으로 대우받는다. 역대 총 17명의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모두 차관급임에 반해 한국은 북한보다 한 급 아래로 분류돼 국장급이 대사로 나온다. 우리 정부는 선진국, 상대국의 중요성, 외교관의 선호도에 따라 가, 나, 다, 라 4등급으로 분류하고 중국을 미국, 일본, 유엔본부 등과 함께 가급으로 분류해 외교관이 아닌 집권당 유력자나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공무원 급수로 따지면 장차관급 이상의 정치 실세를 보낸다. 겉보기엔 양국 대사의 급수가 1~2급 정도 차이 나지만,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 시스템을 알면 격차는 더 크다. 중국의 주요 외교정책은 대개 중공 중앙위원회 직속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총서기가 조장인 총서기 직속의 외사공작영도소조에서 조율된다. 외교부는 당 계통이 아닌 국무원 소속으로 외교업무 집행기관일 뿐이다. 여기엔 부장 1명, 부부장과 조리(차관보)가 12명 있고, 그 아래에 우리의 국에 상당하는 사(司)가 약 30개나 있다. 우리는 ‘4강 외교’의 중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중국대사로 장차관급 실세를 보내는 것은 스스로 작아지는 당당하지 못한 자세와 오랜 관행이 결합된 소산이다. 양국 외교 시스템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지난해 방중 때 중국을 대국이라고 치켜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대국임을 과시하길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비위에 맞춰 실리를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해외에 비치는 국가 위상과 우리 국민의 자존감 손괴라는 보이지 않는 손해는 실리를 능가한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상대국 대사의 급에 맞춰 대등하게 대사를 보낸다고 해서 국익이 손상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우리가 중국대사의 급에 상응하는 국장급 대사를 보내도 불만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서로 대등해야 한다는 호혜평등을 누누이 강조한 마오쩌둥 이래의 외교 원칙을 거스르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대등한 관계는 대사의 급을 대등하게 맞추는 데서 시작된다. 베트남처럼 스스로 중국에 대등해지려는 의지가 절실하다.
  •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 어차피 원격 협상 가능한데 김여정 보내는 이유는?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 어차피 원격 협상 가능한데 김여정 보내는 이유는?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판 괴벨스’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남한으로 내려보내는 이유는 뭘까. 북한 특성상 누가 협상자로 내려와도 당국의 아바타일 뿐, 모든 지시는 평양에서 원격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굳이 ‘김씨왕족’ 가운데 하나인 김여정을 내려보낸 것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를 두고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지만 대표적인 것은 남북 분단이후 물밑에서 치열하게 다투었던 한반도의 ‘적자론’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스스로 한반도의 적통이자, 맏형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남한에서 일부 북한 추종자들이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친일파들이 세운 나라’라고 폄하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일본을 몰아내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진정한 ‘민족해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남한을 가리켜 ‘미국 등 외세의 힘으로 세워진 나라’라고 규정하고 당연히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다’고 내외에 선전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인이 주목하는 올림픽에서 적장자 ‘북한’을 대표하는 김씨왕조의 일족이 참가함으로서 다시금 한반도의 대표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여타 국가와 다르게 남한에게는 뜨거운 환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2년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국가인 점은 맞지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지위에 걸맞는 대접을 받은 적은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5년 9월 중국의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 열병식에서 받은 굴욕이다. 김정은을 대신해 우방국을 찾은 최룡해는 열병식이 열리는 천안문 망루에는 올랐지만, 말석에서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곁에서 열병식을 관람했다. 반세기 전인 1954년과 59년 열병식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주석 바로 옆자리에서 섰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었다.이런 대우는 북한에게 상당한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북한은 받은 모욕감 만큼이나 중국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킨 중국을 맹비난하며 양국 간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김정은을 대신해 내려오는 김여정을 극진히 환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벌써부터 김여정의 의전을 어느 급에서 대우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은 ‘명목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국제무대에 데뷔하지 못한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을 찾는 21개국 정상급 인사 26명의 앞에 자신을 대신하는 김여정을 세움으로서 정치·외교적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다음으로는 김여정의 방한을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 관계의 전환기로 만들고 싶은 정부로서는 ‘바지사장’인 김영남 보다는 김여정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지만,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라는 상징성 측면에서 ‘일거삼득’을 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측의 이번 고위급 대표단 구성은 외교안보라인은 배제하고 국가간 중요한 국제행사인 올림픽에 북한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북미대화엔 관심이 없고 남북관계 개선만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이 밖에도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려고 방한한다는 전망도 북한·통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북한이 보수정부 약 10년 간 쌓인 남북 간 병목현상을 정상회담이라는 ‘일괄타결’식 해법으로 제시할 수 도 있어서다. 북한은 남한이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을 던져 놓고, 이를 이용해 최소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경협과 인도적 식량 지원 등을 댓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 관계 개선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남북 간 화해·협력의 마지막 걸림돌인 핵과 미사일을 북한이 실제 포기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를 협상장에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이 협상장에서 모든 논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질 경우 남측으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일 것”이라며 “그 테이블 안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김여정의 방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야당을 비롯한 보수층에서 평창 올림픽이 북한한테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김여정의 방한을 남북 관계 개선의 촉매제로 활용해야 할 숙제가 정부 앞에 놓였다. 이래저래 청와대가 고민할 일도 많아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백화제방, 백가쟁명’의 두 얼굴/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백화제방, 백가쟁명’의 두 얼굴/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공자가 ‘춘추’에서 다룬 동주(東周) 전반 294년(기원전 770~476년)과 유향이 ‘전국책’에서 편찬한 동주 후반 232년(기원전 453~221년)의 시기를 합쳐 ‘춘추전국시대’라고 일컫는다. 군웅이 할거하던 이 시대는 10여개 제후국들이 저마다 부국강병을 외치며 국적·신분을 가리지 않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면서 배출된 수많은 사상가와 학자들이 갖가지 고견을 쏟아냈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이다. 이때 등장한 유가와 법가, 도가 등 제자백가(諸子百家)는 이런 고견을 둘러싸고 불꽃 튀는 논쟁을 펼쳤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중국이 학문과 사상의 찬란한 꽃을 피우며 문화의 최고 황금기를 구가한 까닭이다. ‘백화제방, 백가쟁명’은 2200년을 뛰어넘어 1956년 사회주의 중국에서 ‘쌍백(雙百)방침’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오쩌둥은 관료주의와 종파주의 등 내부 모순을 해결하고 춘추전국시대처럼 문화 황금기를 재구축하겠다며 이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한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사회주의 실체’를 경험한 지식인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말하는 자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言者無罪)며 적극 비판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서자 나이브한 지식인들이 하나 둘 공산당 독재와 마오에 대해 비판과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듬해인 1957년 갑작스레 비판 행위를 우파의 책동이라고 맹비난하며 쌍백방침은 반대파 척결의 도구로 표변했다. 우파로 몰린 지식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노동교육을 강요받았으며, 농촌으로 추방되는 등 갖은 탄압과 학대를 받았다. 이들이 무려 55만명에 이른다. 굴에 숨은 뱀을 밖으로 유인해 내는 ‘인사출동’(引蛇出洞)이라는 마오의 계략이 성공한 것이다. 중국의 ‘백화제방, 백가쟁명’은 이런 두 가지 얼굴을 보여 준다. 네덜란드의 한 대학이 얼마 전 중국에 분교를 세우려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은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 분교를 설치하기 위해 교직원과 학생 대표들을 대상으로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기 때문이다. 학생 대표는 “중국 내 분교 최고위직에 공산당 간부를 앉히려고 했다”며 “분교에서 학문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지에 우려가 앞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분교 계획은 2015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흐로닝언대학과 중국농업대학, 옌타이 3자 사이에 체결된 협약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대만과 티베트, 인권, 엘리트 정치 등을 주제로 다룬 논문 1000건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7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중국 연구 권위지인 ‘차이나 쿼터리’가 6·4 톈안먼(天安門)사태, 티베트, 위구르, 문화혁명, 대만과 관련된 논문 300편을 한때 삭제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 정부의 집요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며 마오 시대의 세계 최빈국에서 G2로 우뚝 섰다. 하지만 중국이 비교적 잘 먹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경제적 부는 일구었는지 몰라도 인간의 기본권인 학문과 사상의 자유만큼은 여전히 60년 전의 마오 시대에 머물러 있다. khkim@seoul.co.kr
  • “가상화폐·강남 집값, 어설픈 정책 참사”

    “가상화폐·강남 집값, 어설픈 정책 참사”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문재인 정부의 정책 혼선을 마오쩌둥이 추진했던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에 빗대며 강하게 질책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는 분권형 개헌으로 새미래를 열자”고 강조했다.김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가상화폐, 부동산, 교육 등 최근 문 정부의 정책 혼선을 언급하며 “어설픈 아마추어 정권이 빚어낸 정책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노무현 정권을 보면서 사람들은 모택동의 ‘홍위병’을 떠올렸지만 저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서 모택동의 ‘제사해운동’이 떠올랐다”며 “강남 집값 잡겠다면서 오히려 강남 집값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은 마오쩌둥이 1958년에 들고 나온 일종의 위생 운동이다. 중국 인민에게 해를 끼치는 모기, 파리, 쥐, 참새 등 4가지를 박멸하자는 뜻이다. 당시 중국은 참새가 멸종되면서 해충이 급증, 흉년과 기아 등 부작용을 겪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해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민중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분권형 개헌으로 새 미래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고 초등학교 취학 시기를 7세로 앞당기는 ‘국민 참정권 확대’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김 대표는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할 것”이라며 “7살 조기취학은 18세 유권자가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도 초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유아 학부모의 보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中 시진핑 절대권력 정점 찍었다…‘시진핑 사상’ 헌법 명기안 중전회 통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이어 헌법에도 명기될 것이 확실시돼 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 권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진행한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19기 2중전회)를 열고 ‘헌법 일부 내용 수정을 위한 건의’를 심의한 뒤 ‘시진핑 사상’ 등을 넣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내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올리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회 격인 전인대가 중국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을 거부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진핑 사상’의 중국 헌법 삽입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날 2중 전회가 끝난 뒤 공보에서 “이번 헌법 수정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깃발을 높이 들고 당에 19대 정신을 전면적으로 관철해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를 견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산당은 19대에 확정한 중대한 이론과 정책, 특히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국가 근본법에 삽입해 당과 국가사업 발전의 새로운 성취를 구현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공보에서는 주석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을 헌법 개정안에 추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2022년 이후에도 국가주석직을 계속 맡을지 여부는 전인대에서 확정되는 헌법 개정 내용을 지켜봐야 알 수 있게 됐다. 현행 헌법 79조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의 임기는 전인대 회기와 같으며, 그 임기는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인대 회기가 5년이기 때문에 국가주석의 임기는 10년으로 제한되고, 3연임은 금지된다. 홍콩 매체들은 최근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시진핑 신년사 키워드 ‘발전’… 집무실엔 ‘탈빈곤’ 사진·AI 서적

    시진핑 신년사 키워드 ‘발전’… 집무실엔 ‘탈빈곤’ 사진·AI 서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에는 13억 중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트위터로 활발히 소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신년사는 시 주석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데다 세계 2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사는 인민대회당에서 발표한 전년과 달리 책과 사진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을 배경으로 한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발표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시 주석 책장의 장서와 사진을 분석해 그의 새해 의도를 읽어 내기도 한다. 지난 5년간 시 주석의 신년사 단어를 분석해 세계인이 주목하는 중국의 2018년 계획을 살펴보았다.2013년 국가주석직에 오른 시 주석은 2014년 이후 매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인민대회당에서 서서 발표한 2017년을 제외하면 모두 만리장성 그림과 수백 권의 책 등이 진열된 책장을 배경으로 한 집무실이 신년사 발표 장소였다. 서울신문은 지난 5년간 발표된 시 주석의 신년사를 단어 빈도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의미 있는 단어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7번 등장한 ‘발전’이었다. 이어 대중 6회, 실현 5회, 개혁·홍콩·세계·빈곤이 각 4회 등장했다. 전년 신년사에서 제일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개혁이었다. 2017년 신년사에서는 개혁과 전면이 8번, 지속 6번, 세계·대중 5번, 빈곤이 4번 사용됐다. 신년사는 시 주석의 통치 후반기로 갈수록 길어졌는데 2014년에는 5분여에 불과했지만 뒤이어 10분가량으로 분량도 늘고 사진과 동영상도 사용해 우주선 발사와 같은 성과를 과시했다. 2016년 신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중국, 국제, 동포, 세계로 모두 6번씩 나왔다. 2015년 신년사에서는 인민이 14번, 생활이 8번, 세계와 개혁이 각각 6번 사용됐다. 2014년 신년사에서는 인민과 공동이란 단어가 7번으로 가장 많이 쓰였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살펴보면 시 주석이 점차 개혁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중국 발전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신년사의 주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5년에는 항공기 추락 사고와 지진, 2016년에는 여객선 전복 사고, 톈진항 폭발, 선전 산사태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언급으로 인민들을 위로하는 말도 있었으나 갈수록 공산당이 이룬 성과에 대한 자랑이 신년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한 집무실 책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숫자판이 없는 붉은색 전화기 두 대다. ‘훙지’(紅機)라 불리는 이 전화기는 공산당 전용 전화로, 중국 공산당 권력의 상징이다. 세계 인구의 5분의1이 사는 중국에서 단 3000명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사용하는 두 훙지 가운데 하나는 인민해방군에 보안전화를 걸 때 쓴다. 다른 하나는 공산당 간부, 지방 성의 서기, 국영기업 책임자, 관영언론 편집장들과 통화할 때 사용한다. 4자리 숫자의 번호만으로 이루어진 훙지는 암호화돼 감청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화기를 들면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인민해방군 교환수들이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 준다. 여성 교환수들은 3000개 이상의 번호를 외우고, 모든 지방 사투리를 다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징시호텔은 말만 호텔일 뿐 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간부들이 대규모 회의를 여는 곳으로 경비와 보안이 삼엄한 것으로 유명하다.2010년 언론인 리처드 맥그리거가 ‘중국 공산당의 비밀’이란 책을 펴낼 때만 해도 훙지를 가진 사람은 300명 정도라고 설명했는데 그동안 증가한 공산당원의 숫자만큼 훙지의 숫자도 10배 이상 늘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난하이로 터전을 옮기면서 당의 핵심 인물임을 입증하는 훙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국가공무원이 국장급 이상의 직위에 오르면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를 지급하는데, 중국 공산당은 훙지를 준다. 홍콩 일간 빈과일보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데 그 이유로 서방 지도자들처럼 가족과 같은 사적 관계를 맺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집무실 책장에 배치된 15장의 사진도 신년사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집중 토론 대상이다. 이 가운데 9장은 올해 새로 등장한 것들이다. 새롭게 배치한 사진 중 4장은 시 주석이 중국의 가난한 농촌 마을을 방문한 장면들이다. 농촌의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단서들이다. 2013년 후난성 화이안현의 한 마을을 찾았을 때 시 주석은 “나는 인민 대중을 위한 공복”이라고 말했다. 2016년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는 “빈곤과 싸우는 우리의 노정에서 단 한 가족도 빈곤 속에 남겨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장 중 한 장은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 직후 사진이다. 이때 새로 선임된 상무위원과 함께 1921년 중국 공산당 1차 전국대표대회를 비밀리에 연 상하이 회의장을 방문해 공산당 선언을 외쳤다. 또 인민해방군 열병식 사열 장면, 네이멍구 국경수비대 격려 사진도 있다. 이는 강군(强軍)을 향한 시 주석의 의지라는 해석이 있다. 지난해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직접 방문해 홍콩 어린이들과 찍은 사진, 지난해 5월 연 제1차 국제 일대일로 포럼 사진 등으로, 말로 못다 한 신년 메시지를 대신했다. 기존에 배치했던 6장은 꾸준히 시 주석의 신년사 배경으로 등장했던 젊은 시절 사진과 가족과의 사진들이다. 아버지 고 시중쉰(習仲勛)의 휠체어를 미는 모습, 딸을 뒤에 태우고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사진 등을 통해 평범한 아버지이자 가족의 일원이며 어른을 섬기는 시 주석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시 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6)는 2015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한 번도 외국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시 주석과 비교하면 딸은 미국 유학생이지만 서방 언론이 ‘신비한 중국 공주’로 묘사할 정도로 대외 활동은 거의 없다. 중국 네티즌들은 매와 같은 눈으로 매년 수백 권의 책이 꽂힌 시 주석의 책장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열렬한 독서가로 알려진 시 주석의 독서 목록을 통해 그의 뇌 구조를 그려 보려는 노력이다. 올해 시 주석의 책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인공지능(AI)에 관한 책 두 권이었다.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의 ‘마스터 알고리즘’과 미래학자 브렛 킹의 ‘증강현실’이 시 주석의 책장에 꽂혀 있었다. 두 책은 모두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다룬다. 첨단기술에 관한 책 외에도 ‘전쟁과 평화’, ‘노인과 바다’, ‘오디세이’, ‘레미제라블’과 같은 서양 고전도 그의 장서 목록에 포함돼 있다. 경제서적도 있었는데 윌리엄 괴츠먼의 ‘돈이 모든 것을 바꾼다’, 미셸 부커의 ‘회색 코뿔소가 온다’ 등이다. ‘공산당 선언’, ‘자본론’과 같은 칼 마르크스의 고전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와 같은 중국 지도자의 저작도 그의 책장에서 빠지지 않는다.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책장에 비치한 책들은 ‘지적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고도의 장치라고 평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실크로드 먼저 찾은 마크롱 ‘맞춤형 방중’

    실크로드 먼저 찾은 마크롱 ‘맞춤형 방중’

    “양국 생태문명 건설의 해 제정” 中, 50개 수출 협약 등 극진 대접만 39세 나이로 지난해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돌풍을 마오쩌둥의 ‘대장정’(大長征)에 비유했다. ‘좌우를 초월하는 새로운 중도’를 표방할 때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며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인용했다.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서구 정상으로 떠오른 마크롱 대통령이 8일 고도(古都) 시안(西安)에 도착했다. 그는 연초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은 프랑스의 불가결한 협력동반자”라면서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대로 마크롱은 방중 일정을 일대일로의 시발지에서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해외 개척 프로젝트에 서방 각국이 경계심을 보이는 것과 사뭇 다르다. 마크롱은 이날 진시황 병마용 등을 관람한 뒤 “시 주석에게 지구를 더욱 위대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올해와 내년을 양국 공동의 생태문명 건설 이행의 해로 제정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 주석에게 전할 선물로 프랑스 공화국 수비대의 호위마 한 필을 가져왔다. ‘베수비오 드 브레카’라는 이름의 검정 말은 시 주석이 2014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시 주석을 매료시킨 명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대테러 및 기후변화 분야 협력, 자유무역 수호, 이란 핵 합의 준수 등 시 주석이 그동안 국제회의에서 강조해 온 이슈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을 글로벌 리더로 치켜세워 주는 ‘시진핑 띄우기’는 마크롱 자신의 위상 강화와 맥이 닿아 있다.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떠오른 중국과 손을 잡아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영국과 묘한 대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홍콩 명보는 “마크롱 대통령은 당선 이후 프랑스 영향력 복원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영향력이 갈수록 위축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대신하는 유럽의 리더를 꿈꾸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접도 극진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때처럼 마크롱 대통령을 자금성(紫禁城)으로 안내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프랑스전력(EDF)과 아레바(AREVA),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 등 프랑스의 대표 기업 50개가 포함된 방문단에 굵직한 수출 협약을 쏟아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두 정상이 100억 달러(약 10조 6250억원)에 이르는 투자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2018년은 순국산 로켓의 원년/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2018년은 순국산 로켓의 원년/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1단 로켓이 러시아제였지만 2018년에 발사할 로켓은 한국 자체의 기술로 쏘아 올리는 순국산 로켓이다. 우주 개발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주력 엔진 75t의 순국산 로켓 시험 발사가 성공하면 2020년을 목표로 75t 엔진을 4개로 묶은 추력 300t의 메인 엔진으로 약 1.5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길이 열리게 돼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1.5t급의 인공위성을 고도 600㎞에서 800㎞의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려면 주엔진 개발이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인데 현재 고흥우주센터에서는 엔진 연소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동안 나로우주센터에서는 7t급과 75t급 엔진에 대한 연소 실험을 계속해 왔는데, 2018년 1월 현재 로켓 윗부분에 자리할 7t급 엔진은 모두 3기를 만들어 총 31회, 2445초의 누적 실험을 했으며, 75t급 엔진은 모두 7기를 만들어 총 56회에 걸쳐 3947.5초의 누적 연소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엔진 개발이 완료되고 올 10월 발사할 비행체 조립을 마치면 역사적인 순국산 로켓 발사의 서막이 오르게 될 것이다. 2020년 1.5t급의 인공위성까지 성공하면 한국은 자체 제작한 첩보위성, 지구자원 관측위성 등을 발사할 수 있어 다른 나라에 돈을 주고 우리의 인공위성을 쏘아 달라는 우주기술의 속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나카소네 전 총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 과학의 한 분야로 우주개발을 꼽았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의 로켓 기술을 들여왔고 2017년 12월 통계로 총 37회의 로켓 발사 중 36회의 성공으로 발사성공률 97.3%를 자랑하는 우주대국이 됐다. 2017년 한 해만도 6회의 로켓 발사를 성공시켰고 지구 저궤도에 16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일본의 우주개발에 기름을 부은 나라는 북한이다. 20년 세월이 남모르게 흘러 버렸지만 1998년 8월 31일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가 태평양에 떨어지자 일본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용 첩보위성을 본격적으로 개발해 총 10기의 첩보위성을 보유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하루에 한 번도 겨우 들여다보는 한국과 달리 하루에도 여러 번 북한을 해상도 30㎝급의 첩보 능력으로 북한을 탐색하게 된다. 미국은 해상도 10㎝의 첩보위성 능력을 갖고 있고 중국은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외교적 노력으로 미국 국방과학기술 자문위원회 로켓 부문의 총책임자였던 첸쉐썬(전학림)을 귀국시켜 우주개발에 국력을 기울여 지금은 유인 우주선뿐만 아니라 자체 GPS인 전 지구적 측위 시스템 북두(北斗)를 가동시키는 우주대국이 됐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우주대국이며 미국이나 일본의 유인 우주인을 자체의 소유즈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수송하는 나라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한국을 손금처럼 들여다본다. 한국은 아직 자체 로켓이 없어 상대 국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인공위성을 개발해도 일본이나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 로켓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쏘아 올릴 수가 없으니 자체 로켓이 없으면 반쪽짜리 우주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 우주 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볼 때 공통점은 반드시 국가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나 국가주석이 진두지휘를 했고 ‘국민과 함께하는 우주개발’이라는 기치를 내걸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국격을 높여 왔다는 사실이다. 남해안 고흥 끝자락 나로우주센터에도 방문객이 2017년 말 통계로 157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아이들 손을 잡고 그 먼 곳까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는 무얼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주개발의 희망과 꿈을 심어 주기 위함이고 국민들의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우주 선진국의 국민들은 자국의 로켓과 인공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그 장면을 바라보며 드높은 국격에 감동해 어깨를 으쓱거린다. 2018년은 ‘국민과 함께하는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원년(元年)이 돼야 하겠다.
  • [세종로의 아침] 중국 10년 주기 격변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 10년 주기 격변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2000년대 초반 중국 베이징 외교가에 ‘중국의 10년 주기 격변설’이 회자된 적이 있다. ‘중국 역사는 대략 10년을 전후해 대변화를 겪는다’는 게 ‘설’(說)의 요지다. 1921년 7월 마오쩌둥(毛澤東) 등 지역 대표 12명이 모여 성립된 초미니 공산당이 천신만고 끝에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정권을 창출한 것은 1949년이었다. 건국 대업을 이룬 자신감으로 충만한 중국이 15년 내 영국을 따라잡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마다 공업생산을 25% 이상 늘리겠다며 대약진운동에 본격 돌입한 것도 1959년의 일이다. 이를 위해 ‘산업의 쌀’인 철강 생산에 올인했다. 녹일 철이 부족하자 냄비와 숟가락, 삽, 곡괭이 등 집기와 농기구를 죄다 쏟아부어 만들어 낸 것은 쓸모없는 무쇠 덩어리뿐이었다. 5억 농민들이 농사일은 내팽개치고 무쇠 덩어리 생산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중국 전역에 대기근이 몰아쳐 3000만명 이상이 굶어 죽는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경제파탄을 책임지고 물러난 마오는 권력을 되찾기 위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린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혁명을 일으켜 1969년 눈엣가시 같던 정적 류샤오치(劉少奇)를 북망산천으로 보내고 덩샤오핑(鄧小平)에게는 ‘주자파’(走資派·자본주의 추종자) 모자를 씌워 시골 공장으로 내쫓았다. 마오가 사망하자 그의 추종 세력 문혁 4인방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천명한 것은 또다시 10년 가까이 흐른 1978년이었다. 덩샤오핑이 이끄는 중국은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대대적 경제개혁에 나서며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개혁·개방을 추진한 지 10년이 지난 1989년 만명의 꽃다운 청춘이 민주를 외치며 톈안먼(天安門) 제단에 피를 뿌려야 했다. 경제개혁으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나날이 치솟는 인플레와 빈부격차 심화로 중국인의 불만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정치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기득권을 가진 공산당의 부정부패 현상만 만연한 것이다.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중국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1990년 중반 무려 24%까지 급등했던 인플레를 2.8%로 끌어내리고 방만한 국유기업을 대폭 정리함으로써 위기를 넘긴 중국은 1999년 홍콩에 이어 마카오까지 품안에 안는 쾌거를 일궜다. 이를 모멘텀으로 10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한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위기는 기회이듯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제성장의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중국(G2) 세계 양강 구도를 굳히며 우뚝 섰다. 이후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 빛을 감추고 몰래 힘을 기른다)를 버리고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할 일을 한다) 외교 지침으로 10년을 달려온 중국의 앞날에는 부채 위기·부동산 버블 등 경제 경착륙, 빈부격차의 내우(內憂), 북핵과 영유권 분쟁에 휩싸인 남중국해, 무역불균형에 따른 미·중 갈등의 외환(外患)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새로운 도약이냐, 좌절이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2018년을 맞은 중국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khkim@seoul.co.kr
  • 부주석 유력한 ‘칼잡이’ 시황제 직계 사단 뜬다

    부주석 유력한 ‘칼잡이’ 시황제 직계 사단 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9차 당대회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가장 강력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2018년은 시 주석이 천명한 ‘슈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 해이다. 서방의 시각에서 보면 독재 회귀로 비칠 수 있으나, 중국 내에서는 강력한 1인 지배체제를 시대의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시 주석에 대한 신뢰와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우선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2중전회)가 이달 말에 열린다는 사실이다. 당대회 이듬해에 열리는 2중전회는 통상 2월 말에 열렸지만, 올해는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공산당 지도부가 2중전회에서 결의한 사안은 오는 3월 초에 열리는 전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회)에서 승인된다. 2중전회와 전인대의 간격을 벌려 놓은 것은 전인대까지 그만큼 준비할 게 많다는 뜻이다. 공산당 정치국은 1월 2중전회 개최 사실을 공표하면서 ‘헌법 개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당대회 때 당장(당헌)에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도 명기하는 작업과 헌법에 2연임으로 제한된 국가주석의 임기를 3연임으로 늘리거나 아예 폐지하는 작업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내용이 헌법에 들어가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와 집권 연장은 당 차원을 넘어 헌법 체계에서도 합법성을 인정받게 된다. 3월 전인대에서는 2중전회가 추천한 국무원 총리와 4명의 부총리, 5명의 국무위원, 중앙부처 부장(장관), 전인대 상무위원장,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이 확정된다. 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중국 최대 인사철이 바야흐로 도래한 셈이다. 국가직 주요 포스트는 ‘시진핑 사단’이 점령할 전망이다.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하면 부총리와 국무위원 및 각부 장관의 물망에 오른 이들 중 대부분이 시진핑 직계다. 특히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경제 브레인인 류허(劉鶴·65)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금융 담당 부총리를 맡아 금융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반부패 드라이브로 시진핑 1기 체제를 책임졌던 왕치산(王岐山·69)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다. 그는 당대회에서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내규에 따라 상무위원직에서 퇴직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전인대를 통해 국가부주석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이 아닌 인물이 부주석으로 선임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커창 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2인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3월은 한·중 관계에서도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 2월 말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경북 성주의 롯데 골프장을 결정하자 중국은 곧바로 롯데마트 영업정지, 한국 단체여행 금지 등 경제 보복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으로 전환점이 마련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1년을 맞아 어떤 자세로 나오느냐에 따라 한·중 관계의 완전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핵심 국정사업으로 탈빈곤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 초점이 도시와 농촌의 격차 해소, 빈부 격차 해소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양적 고도성장 추구를 끝내고 질적 성장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이런 구상은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7주년을 맞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의식주가 해결된 중복지 수준의 사회)를 실현해 이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반을 닦고, 2035부터 2050까지는 부강하고 조화로운 현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포기한 것은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 수출을 주도했던 생산재보다는 소비재가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기존에 진출한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우려가 있지만, 공해 배출과 무관한 서비스 기업 및 창업 기업에는 오히려 큰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 10월 중순 열리는 3중전회도 눈여겨봐야 한다. 5년 임기 첫해 가을에 열리는 3중전회는 개혁 의제를 확정하는 자리다. 1978년 12월 개혁·개방을 결정한 11기 3중전회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올해는 개혁·개방 40주년으로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중국의 문을 더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개방 확대는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통상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뿐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가 마무리되고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폭이 커지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신년사를 통해 ‘국제질서와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공언한 시 주석과 맞붙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경쟁자’이자 미국식 가치를 전복하려는 ‘수정주의 국가’로 정의했다. 시 주석이 당대회에서 천명한 ‘슈퍼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시 주석은 이미 “그 어떤 국가도 중국이 핵심이익 포기라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꿈을 꾸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새해 인터뷰|해외 전문가들이 본 2018] “유엔 제재 받은 北, 南과 대화 제스처… 경제협력 복원 시급”

    [새해 인터뷰|해외 전문가들이 본 2018] “유엔 제재 받은 北, 南과 대화 제스처… 경제협력 복원 시급”

    “북한은 미국을 향해서는 핵위협의 목소리를 계속 내겠지만, 남한에는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해가 바뀌자 북핵 문제는 그의 ‘예언대로’ 움직였다. 중국의 대표 석학인 원톄쥔(溫鐵軍·67) 인민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연말이었다. 이 인터뷰에서 원 교수는 미국식 세계질서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도 중국 사회의 모순과 위기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2000년대 ‘삼농’(三農·농업, 농촌, 농민)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해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14년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1호 문건’은 ‘삼농’에 관한 것이었다. 1호 문건은 한 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정책 지침을 담는다. 올해 역시 당 중앙은 농업 개혁을 첫 과제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년사 화두도 빈곤 탈출이었다.→한반도에서 미·중의 지정학적 충돌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이 보기에 지금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핑계로 일본 및 한국과 동맹을 강화해 동북아의 지정학적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일본은 한반도 긴장을 이유로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나아가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러한 중국의 우려를 조금은 덜어낸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심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처럼 보였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만 묶여 있다면 한반도 위기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지정학적 게임을 초월하는 새로운 한중 관계를 모색하려는 노력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런 안목이 있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양국이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올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돌아갈 것으로 보는가. -유엔 제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북한이 대화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외국에서 자본과 자원을 수입해야 하고, 전쟁을 준비하려 해도 군사장비와 원유가 필요한데 이게 거의 다 막힌 상태다. 미국을 향해서는 핵위협의 목소리를 계속 내겠지만, 남한에는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남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 -미국과 북한이 아직 전쟁을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은 유엔군 및 한국군과 북한군 및 중국군이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 남아 있는 외국 군대는 유엔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미군뿐이다. 미군이 선택하면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정치의 원리와 남북 분단의 역사적 맥락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유엔 제재처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냉전의 산물인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다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해법은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남북이 평화공존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남북 경제협력 복원이다. 중국이 자본 과잉 문제를 ‘서향’(서부 대개발)을 통해 해소했듯이 남한 자본도 ‘북향’이 필요하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지하자원은 향후 한국의 고도성장을 담보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이 대부분 중국에 따라잡힌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의 경제적 공생은 더 절실해졌다. 이런 측면에서도 볼 때 개성공단 폐쇄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 →중국 문제로 가보자.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산업국가가 됐다. 그런데 왜 농촌 문제를 여전히 중시하는가.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운명은 농민이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각배와 같다고 말했다. 신중국 초기 농촌의 희생을 대가로 원시적 자본을 축적했으며,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에는 농촌 수탈을 대가로 산업자본, 금융자본, 상업자본이 형성됐다. 농촌을 떠나온 농민공들은 도시 빈민굴을 형성했다. 이들의 문제는 자본이 해결할 수 없으며, 도시화로 해결할 수도 없다. 결국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국 사회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중국 산업화 과정을 농촌 수탈로 설명하는 게 독특하다. -중국 공산혁명은 마르크스가 제시한 산업화에 따른 노동자 계급의 혁명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비록 사회주의를 표방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가자본주의 또는 민족자본주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서구 자본주의는 해외 식민지 확장을 통해 발전했지만, 중국과 한국은 해외 식민지 수탈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내부적 자본 축적을 통해 근대화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농업 수탈이 불가피하게 이뤄졌다. 특히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생산 과잉의 위기를 서부 대개발로 상징되는 농촌 인프라 건설로 돌파했다. →지금 중국의 가장 큰 위기는 어디에 있는가. -중산층이 가장 큰 문제다. 5억명에 이르는 중국 중산층은 서구와 달리 구성 경로가 상당히 복잡하다. 노동이나 상업 활동이 아닌 권력을 통해 부를 물려받은 공산당 간부의 자녀, 개혁·개방 시기 밀수로 돈을 번 상인들도 모두 중산층 그룹에 속해 있다. 계급적 자각이 없는 이들을 하나로 묶기도 어렵다. 서구식 생활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를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중산층의 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나. -교육의 영리화가 대표적이다. 중산층은 아무리 많은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일어나니 학교가 상업화하고 있다. 학교의 상업화는 병원 등 다른 공공재의 영리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은 국가 지원금을 받아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관료들은 이런 중산층의 위험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현대 문명의 총아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식 현대화로 대표되는 서구 발전 모델은 식민지 수탈과 원주민 학살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다. 식민지 수탈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낳았고, 이 시스템이 다시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질서를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내재적 발전을 이룬 동아시아 모델(일본 제외)이 훨씬 문명적이다. →미국식 현대화가 세계 문명의 표준처럼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이 결정적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조차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은 매카시즘은 자본주의의 반인륜적 요소들을 모두 세탁했다. 미국의 팽창주의에 눌려 아시아는 발언권을 잃었다. 심지어 발언권을 잃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에 의존했다. 1990년대 미국식 자본주의 발전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는 ‘20대80’ 사회를 고착화했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가 10%의 자유인을 위해 90%의 노예를 희생시킨 것처럼 지금 미국식 자유주의는 20% 자본가를 위해 80% 시민이 수탈당하는 구조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19차 당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인가. -그렇다. 외국에선 ‘시진핑 사상’ 등을 근거로 1인 권력 강화에만 관심을 보이는데,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4대 자신’(제도, 문화, 이론, 노선의 자신)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식 패권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구 문명에 눌려 후진적인 것으로 인식됐던 동아시아의 생태문명, 다양성 존중 사상을 새로운 문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미국이 팽창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여러 분야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을 초월할 생각이 없다. 문명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굴기는 미국식 모델의 한계 때문에 이뤄진 측면이 더 크다. 중국이 빈부 격차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도 ‘20대80’ 사회를 중국 방식으로 극복해 보겠다는 뜻이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원톄쥔 명예교수는중국의 대표 석학인 원톄쥔(溫鐵軍) 교수는 1968년 농촌으로 하방된 이후 11년 동안 노동자, 농민, 군인으로 일했다. 1983년 인민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군사위원회 총정치부 연구실, 국무원 농촌발전연구센터 등에서 일했다. 2000년에 삼농(농업, 농촌, 농민) 정책을 처음으로 입안해 국가 어젠다로 만들었다. 후진타오·시진핑 정부가 정책 방향을 빈부격차 해소로 전환하는 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저서 ‘백년의 급진’이 2013년 한국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위로